6자회담 공동문안 마련 안팎
|베이징 김수정 특파원| 남북한과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회담 일정을 연기하면서까지 진통을 거듭하던 끝에 공동발표문 채택에 성공했다.그러나 핵심사항이었던 ‘북핵 폐기 선언과 대북 안전보장 문서화 약속’은 합의문에 담지 못했다.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석(基礎石)을 놓지 않은 채,다음 행동 단계로 가는 편법을 씀으로써 향후 회담 진전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담 참가 6개국은 북·미간 좁혀지지 않은 이견에도 불구,공동발표문을 채택하고,‘포괄적 핵폐기’와 핵의 동결 대 에너지 지원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키로 함으로써 향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그릇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양자가 아닌,한반도 주변 6개국이 처음으로 만들어낸 구속력 있는 ‘평화’문서란 점도 주목된다.
●CVID vs ‘살라미’전술 대립
초반 낙관적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2차 6자회담에서 북핵폐기의 범위 문제로 진통을 거듭했다.공동 발표문 조율에도 미국은 고농축 우라늄 핵계획(HEU)을 포함한 모든 핵 폐기 명시를,북한은 군사적 핵무기만 폐기한다는 말을 담을 것을 주장,맞섰으며 중국·한국은 포괄적(comprehensive)이란 절충적 문구로 타결을 시도했지만 난항이 계속됐다.이에 따라 우선,합의된 사항만 찾아내 실무 그룹 구성 등만 발표문에 담았다.회담에 임하는 양측의 간격은 너무나 컸다.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불가역적인 방식의 폐기(CVID)를 하거나 적어도 그 폐기 절차에 들어가야 보상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고수했다.반면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만 일단 폐기할 수 있다며 특유의 잘게 쪼개 보상을 챙기자는 ‘살라미’전술로 회담에 임했다.북한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핵 폐기는 ‘핵무기 프로그램’이라고 밝히면서,평화적인,민간 용도의 프로그램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단 핵무기 폐기 선언 이후,동결 조치를 취하면서 보상을 받은 다음,다시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북한 의도로 보인다.
●확인된 북한의 대화의지
북한이 예기치 못한 ‘핵무기 프로그램’분리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이번 회담의 성과는 북한의 진지한 대화의지다.북한은 26일 저녁 미국과의 양자협의가 교착에 빠지자 긴급 성명을 발표,미국측의 강경자세를 비난했다.그러나 그 수위는 약했고 “우리는 끝까지 진지하게 회담에 임할 것”이라는 북한으로선 이례적인 전향된 자세를 담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향후 회담이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걸음을 내걸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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