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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도널드등 美브랜드 인기 내리막

    맥도널드등 美브랜드 인기 내리막

    미국의 대표 브랜드인 코카콜라와 맥도널드, 디즈니 등이 전세계 소비자들의 사랑을 잃어가고 있다. 이라크전의 여파로 이들 아이콘이 패권주의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Gfk NOP가 30개국의 주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조사한 결과, 미국 브랜드 16개 중 12개가 지난해보다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미 경제전문 사이트 CNN 머니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코카콜라, 맥도널드, 디즈니,CNN 등 아메리카의 상징들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일본의 파나소닉과 소니에릭슨, 한국의 LG와 삼성 등은 한 해 사이 브랜드 이미지가 가장 크게 뛰어 대조를 보였다. 캐리 실버즈 Gfk NOP 부회장은 “예전에는 미 올림픽 농구팀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이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과 같다.”면서 “이같은 이미지 실추는 이라크전이 발발하면서부터”라고 지적했다. 미국 브랜드 가운데 구글·MSN·포드·야후 등은 향상됐다. 이번 조사는 2004년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전세계 13∼65세 소비자 3만명을 상대로 브랜드 친밀도와 호감도, 추천 여부 3부문에 걸쳐 이뤄졌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스포츠 포커스] 기록 흉년… 한국육상 ‘뒷걸음질’

    9일동안 지구촌을 후끈 달군 ‘땀의 축제’ 2005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15일 열전을 마감했다. 이번 대회는 첫 대회가 열렸던 핀란드 헬싱키에서 22년 만에 다시 열렸지만, 유례없는 저조한 기록 탓에 울어야 했다. 또 6년 만에 10위권 입상이라는 야심을 품었던 한국육상은 참담한 결과에 긴 한숨을 지었다.●남자부·트랙선 세계신기록 없어 핀란드는 제1회 대회를 개최하는 영광을 누렸던 ‘육상의 나라’다. 하지만 하늘은 핀란드인들의 육상 사랑을 도와주지 않았다. 폭풍과 천둥을 동반한 악천후 탓에 사상 최초로 4경기가 순연되는 바람에 이번 대회는 기록에서 흉작이었다. 15일 여자 창던지기에서 71m70을 던지며 자신의 2001년 기록(71m54)을 깬 오슬레이디스 메넨데스(26·쿠바)를 비롯해 여자 20㎞경보의 올림피아다 이바노바(35)와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옐레나 이신바예바(23·이상 러시아) 등이 세운 세계신기록 3개가 전부였다. 남자부와 트랙에서는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아 대회 조직위를 당혹스럽게 했다.●비바람속에 빛난 별 스타는 비바람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다. 이번 대회 최고의 별은 ’단거리의 황제’로 떠오른 저스틴 게이틀린(23·미국). 게이틀린은 남자 100m와 2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99년의 모리스 그린(31·미국)에 이어 사상 두번째로 두 종목 석권의 쾌거를 이뤘다. 모로코에서 귀화해 바레인에 대회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안긴 라시드 람지(25)도 눈부셨다. 람지는 남자 800m와 1500m를 휩쓸며 1964년 이후 메이저대회에서 처음으로 두 종목을 석권하는 선수가 됐다.●일어서지 못한 한국육상 6년만의 10위권 입상을 꿈꾸며 10명의 선수를 파견한 한국은 ‘혹시나’했지만 ‘역시나’였다. 세계 수준에 근접해있다던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김유석은 자신의 기록(5m61)보다 무려 31㎝나 모자란 바도 넘지 못하고 최하위를 기록했다. 또 한국 육상을 지탱해오던 남자 마라톤도 김이용이 기권하고 제인모(54위)와 조근형(60위)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남자 20㎞와 50㎞경보에서 신일용과 김동영이 완주에 성공하며 각각 16위에 입상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 하지만 몇몇 성적이 좋은 선수들만 지원하는 엘리트 스포츠는 육상과 같은 기본 종목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여실히 깨닫게 했다.‘황색탄환’ 류시앙이 남자 110m 허들에서 은메달을 딴 중국과 남자 마라톤과 400m허들에서 각각 동메달을 딴 일본은 아시아 선수가 세계수준에 올라서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입증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을 언제까지 계속해야할지 안타까움만 남긴 대회였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마라도나, TV토크쇼 진행자 데뷔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45)가 TV 토크쇼 진행자 데뷔를 눈앞에 뒀다.일본 ‘닛칸스포츠’와 중국 신화통신은 “마라도나가 16일 새로 시작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채널 13의 새로운 토크쇼 프로그램 ‘10번의 밤(La Noche del diez)’의 진행자를 맡게 됐다.”고 14일 보도했다. 마라도나의 첫 방송에는 ‘축구황제’ 펠레(64)가 초대손님으로 등장할 예정이어서 20세기 축구를 빛낸 두 스타의 만남은 벌써부터 축구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연합
  • [2005세계육상선수권대회] 샤힌 질주에 폭우도 ‘두손’

    10일 새벽 핀란드 헬싱키 올림픽스타디움.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로 퍼부은 폭우로 경기를 2시간 지연시킨 하늘의 질투도 그의 무한질주를 막을 순 없었다. 사이프 사에드 샤힌(23·카타르)이 2005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3000m 장애물에서 8분13초31에 결승선을 끊으며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에제키엘 켐보이(8분14초05)와 은메달리스트 브리민 키프루토(8분15초30·이상 케냐)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샤힌은 지난 대회에 이어 두번 연속으로 켐보이를 울리며 2연패를 달성했다. 케냐 출신의 샤힌은 이날 레이스 시작부터 줄곧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은 채 고향 친구이자 라이벌인 켐보이를 한 바퀴 이상 여유있게 제치며 경기를 마쳤다.지난 대회에서 케냐 국적을 달고 우승한 샤힌은 2년 전 국적을 카타르로 옮겼다가 아테네올림픽 참가자격을 박탈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케냐측에서 귀화 신청기간이 짧다며 올림픽위원회에 항의한 것. 때문에 세계랭킹 1위 샤힌은 켐보이와 키프루토가 올림픽 금·은메달을 나눠 갖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샤힌은 지난달 케냐에서 전지훈련까지 하며 올시즌 최고기록인 7분56초34를 기록하는 투지를 발휘한 끝에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보여줬다. 한편 남자 400m허들에서는 미국의 버숀 잭슨이 47초30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가운데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트랙 결승에 오른 일본의 다메수 다이가 48초10으로 동메달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맘대路 멋대路 프랑스여행

    맘대路 멋대路 프랑스여행

    유행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가이드의 깃발을 쫓아 다니는 패키지 여행은 구시대 유물.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내맘대로’ 자유롭게 떠나는 선진국형 개별자유여행(FIT)이 새로운 추세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어디를 가보았다는 ‘점찍기식’ 여행에서 벗어나 나만의 여행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젊은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유럽의 관문인 프랑스를 FIT로 직접 다녀왔다. 쪽빛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초록빛 계곡과 드넓은 초원을 따라 파리에서 노르망디, 루아르, 꼬뜨 다쥐르, 프로방스까지 발길 닿는 대로 다녔다. 렌터카와 지하철, 버스, 프랑스 철도와 연안 여객선, 조그만 지방 철도에도 올랐다. 여행도중 뜻하지 않은 곳에서 멋진 풍경을 만났다. 에펠탑이나 니스해변 등 여행안내책자에 나와 있는 명소들보다 프랑스의 푸른 자연속에 숨겨진 비경들이 더 아름다운 감동을 안겨줬다. 그렇다고 패키지 여행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크게 어렵지도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전정신과 철저한 준비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기자가 다녀온 10박 11일간의 프랑스 여행을 소개한다. ■ 도움말 MK유럽, 레일유럽, 프랑스관광청 프랑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여행, 이렇게만 하면 준비가 반이다 준비에 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랐지만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준비에 노력한 만큼 편하고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교훈을 준 시간이기도 했다. 출발 한달전. 본격적인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항공과 숙박, 이동수단 등의 순으로 여행의 골격을 잡았다. 항공편은 인터넷 서핑을 통해 에어프랑스 홈페이지에서 특가 상품을 찾아냈다.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는 니스행 항공권으로 항공료 79만 9000원에 파리 스톱오버(경유지에서 24시간 이상 체류하는 것) 비용 10만원, 세금 10만 9000원 등 모두 100만 8000원. 정상 가격(130만∼180만원대)보다 많이 쌌다. 일본이나 두바이 등을 경유하는 60만∼80만원대 항공편도 있었지만 편하고 빠른 직항편을 택했다. 숙박은 유럽지역 호텔 예약 전문업체인 MK유럽(02-719-0461)을 통해 일정에 맞는 주요 도시에 호텔을 정했다. 인터넷에 숙박예약 사이트가 많지만 MK유럽은 국내 여행사 등에 호텔을 공급하는 다국적 호텔 체인업체로 훨씬 저렴하다. 숙박은 특급부터 일반 호텔까지 다양하며, 숙박비는 문의해 경비에 맞추면 된다. 교통수단의 경우 지하철이나 버스 등 단거리 이동은 현지에서 해결하면 되지만 철도나 렌터카 등은 국내에서 예약하는 것이 편하고 저렴하다. 유럽 지역의 철도는 레일유럽 한국사무소가 있는데 개인 예약은 받지 않으며, 서울항공(755-1144)과 걸리버(2170-6500),RTS(722-4033)에서 대행한다. 렌터카는 허츠나 에이비스, 알라모 등의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개별 여행인 만큼 휴대전화 로밍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통신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략 분당 발신은 1000∼2000원, 수신은 400∼500원이다. 여행자 보험은 출국직전 공항에서 가입하면 된다. 비용은 보상액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사망 1억원, 상해치료 2000만원, 질병치료 1000만원, 휴대품 분실 40만원의 경우 10일에 1만 5000∼2만원선이다. 여행 준비물로는 인터넷 등을 통해 자기가 가볼 곳에 대한 여행정보를 미리 찾아 준비하고, 프랑스 여행서적 2권 정도를 지참하면 좋다. 특히 파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광지는 불어 안내서밖에 없는 만큼 불어 사전도 지참하면 요긴하다. 이 정도만 준비하면 여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기타 현지 여행 정보는 기사의 <ⓘ>를 참고하면 된다. ◆ DAY1 몽마르트르, 야경에 취하다 ●설렘과 걱정, 파리에서의 첫날밤 ‘잠시후 샤를르 드골공항(CDG) 도착하겠습니다.’현지 시간 오후 6시40분(국내 시간 새벽 1시40분). 파리 도착을 알리는 대한항공 KE 901편 기장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창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파리의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그저 파랗기만 하다. 오후 1시55분 서울을 출발한 비행기는 12시간을 날아왔지만 파리는 한낮의 강렬한 태양이 내리쬔다.‘뭘 해야하나?’ 첫 숙박지를 찾는 것조차도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목적지는 파리시내 북쪽에 위치한 ‘포레스트 힐 라 빌레트’(Forest Hill La Villette). 시내 지도를 펴고 한동한 고민한 끝에 고속전철(RER)과 지하철을 타는 것이 찾기 쉬울 듯싶어 공항 RER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RER 티켓(8.75유로)과 지하철표를 10묶음 단위로 할인 판매하는 ‘카르네’(carnet)를 구입했다. 지하철과 버스를 함께 탈 수 있는 티켓 1장은 1.30유로지만 카르네는 10유로. <ⓘ-1> 처음 타본 RER는 후텁지근했는데 무엇보다 내릴 역에 대한 안내방송이 없어 당혹스러웠다.RER는 20분만에 파리 북역(Gare du Nord)에 도착했고, 지하철 2,7호선으로 갈아타고 ‘포르트 드 라 빌레트’(Porte de la Villette)역 에 내렸다. 지하철 역시 안내방송이 없어 역구내의 간판을 보면서 내릴 곳을 가늠해야 했다. 지하철 문도 우리와 달리 수동식으로 내릴때 녹색버튼을 누르거나 손잡이를 손으로 돌려서 열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호텔 프런트에 ‘호텔 바우처’(호텔 예약서)를 보여주고 방을 얻은 뒤 짐을 풀었다. 별 3개인 호텔 숙박료는 조식을 포함,1박에 210유로. <ⓘ-2> ●젊음이 가득한 몽마르트르 언덕 밤 9시. 피곤함이 밀려왔지만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가기위해 과감히 방을 나섰다. 지하철 7,2호선을 타고 앙베르(Anvers)역에 내려 사크레쾨르 사원이 있는 언덕을 올라갔다. 순백의 성당 잔디에는 늦은 시간에도 많은 인파로 붐볐고, 언덕위의 노천 식당 테라스는 활기가 넘쳤다. 배가 고파왔다. 성당 아래 ‘레테 앙 팡트 두스’(L´ete en Pente Douce)라는 작고 예쁜 식당을 찾았다. 식사는 ‘오늘의 요리’로 치즈와 토마토, 돼지고기 등을 넣은 샐러드 ‘살라드 뒤 뮐레’(11유로)로 양이 무척 많다. 팁은 식탁에 놓고 나오면 된다. <ⓘ-3> 순백색 조명을 밝힌 성당을 올라가자 야경을 감상하는 인파로 가득했다.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젊은 남녀가 키스를 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처음에는 다소 당황했지만 너무 자주 보여(?) 금방 익숙해 졌다. 이어 성당을 끼고 오른쪽길로 올라가면 몽마르트르 언덕이 나타나는데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10여명의 화가들이 관광객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다. 밤 12시 호텔로 돌아와 파리의 첫날밤을 지냈다. 한국 시간으로 치면 아침 7시로 밤을 꼴딱 세운 셈이다. <ⓘ-4> ◆ DAY2 센강은 좌우를 나누지 않는다 ●쪽빛 하늘을 따라 도심을 걷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 물빛이 창밖에서 쏟아진다. 그 빛에 놀라 잠을 깬 것은 오전 5시. 시차 탓에 빨리 일어난 것이다. 호텔에서 간단히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은 뒤 본격적인 시내 관광에 나섰다. 오전 8시. 지하철을 타고 파리의 중심인 시테(Cit)섬의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했다.<ⓘ-5> 시테역에 내리자 고딕 건축의 최고 걸작인 대성당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닥에는 파리 중심석이 새겨져 있다. 형형색색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비취는 성당 내부는 장엄함과 엄숙함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이어 걸어서 파리의 중심을 흐르는 센(Seine)강을 건넜다. 강폭은 넓지 않았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파리 3·4대학(소르본대학)을 거쳐 뤽상부르 공원에 도착해 휴식을 취했다. 앙리 4세의 왕비가 세운 공원으로 넓이가 25만㎡에 이른다. 사각형으로 반듯하게 깎아놓은 나무과 넓은 잔디밭. 잔디에 누워 하늘을 봤다. 구름 한점없는 하늘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죽은자들의 세계 카타콩브 찌는 듯한 더위는 시원한 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지하묘지 카타콩브(Catacombes·입장료 5유로). 사전 지식이 없이 들어간 지하묘지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주택가 한복판에 만들어진 지하묘지로 800m에 이르는 동굴안에 인골 600만기가 안장돼 있다. 낮 12시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관광객이 거의 없다. 나선형 계단을 땅속으로 내려가자 어두컴컴한 동굴안에서 서늘함이 밀려왔다. 기온은 11∼12도. 밖의 날씨와 비교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다 못해 춥다. 가로 1.5m, 높이 3m의 동굴을 따라 100m쯤 걸어들어가자 유골이 동굴 양 옆으로 빼곡하게 쌓여 있다. 출구까지는 45분이 걸린다. 밖으로 나와 인근에 있는 ‘와자’(Wadja)라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 지역 예술가들이 모여 토론을 벌이는 식당이다. 매일 바뀌는 오늘의 메뉴는 전채요리와 메인요리, 디저트 세 가지로 구성된다. 전채요리는 꽃양배추 샐러드, 메인요리는 생선과 쇠고기, 디저트는 과일프루츠나 치즈빵 중에 고르면 된다. 발품을 팔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다. 가격도 14유로로 비교적 저렴하다. 몽파르나스 묘지는 철학자 사르트르와 시인 보들레르, 소설가 모파상 등 저명인 100여명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인근 주민들에게는 공원처럼 편안한 곳이다.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집을 찾아 지하철을 타고 7호선 퐁마리(Pont Marie) 역에 갔다. 역에서 나와 퐁마리 다리를 건너 첫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바로 보이는 ‘베르티용’(Berthillon)이라는 집이다. 유사한 아이스크림 집이 많아 헷갈리기 쉽지만 간판에 ‘31번’이라고 쓰인 집이 원조다. 가격은 1컵짜리가 2유로,2컵짜리가 3.5유로다. <ⓘ-6> 휴식도 여행의 일부. 오후 8시 간단히 저녁을 먹은 뒤 잠자리에 들었다.<ⓘ-7> ⓘnformation center ⓘ-1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RER와 버스, 택시 등 다양하다.15∼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에어프랑스 버스의 경우 편도 11.50유로 정도이며, 택시는 도심까지 40∼50유로(야간 20% 할증)다. 환율은 1유로에 1240원 정도. ⓘ-2 이는 공시 가격으로 국내에서 예약하면 훨씬 저렴하다. 호텔 숙박료는 대도시와 지방,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지방 도시의 별 1∼2개짜리 호텔이 40∼80유로다. 별 3개 이상은 100∼300유로 선이다. ⓘ-3 팁은 음식값이나 택시요금의 10% 정도지만 식당에서는 통상적으로 2∼3유로 정도면 된다. ⓘ-4 항공권은 에어프랑스 티켓을 끊었지만 왕복 대한항공을 이용했다. 인천∼파리행은 오전 10시25분, 오후 1시55분 두차례 있는데 오전은 에어프랑스, 오후는 대한항공이 운항된다. 두 항공사가 코드셰어(좌석공유)를 해 두 곳 중 저렴한 항공사에서 티켓을 끊으면 된다. 돌아오는 항공편은 오후 1시15분,9시50분에 있다. 에어프랑스 티켓으로도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하다. ⓘ-5 지하철은 14호선까지 있으며, 운행은 오전 5시30분부터 자정넘어(0시30분)까지 운행한다.1·3·5일권인 파리비지트 패스(www.parisvisite.co.kr) 등 다양한 할인 티켓 제도가 있지만 하루에 티켓이 2∼3장 정도면 충분한 만큼 카르네가 간편하다. ⓘ-6 프랑스 거리는 집 주소만 알면 지도 한장만 들고도 어디든 찾아갈 수 있을 만큼 잘 정비돼 있다. 지도에 표시된 도로 번호를 따라 가면 원하는 곳을 찾을 수 있다. ⓘ-7 프랑스 전원은 220V로 우리나라와 같다. 자기전 카메라와 캠코더 등을 충전하면 된다. ◆ DAY3 전원 드라이브, 느림을 즐기다 ●파리의 명물 에펠탑과 개선문 전날 너무 일찍 잠을 청한 탓에 눈을 떠보니 새벽 2시. 잠이 오지 않아 오후부터 시작될 렌터카 여행을 준비했다. 책을 펴고 오를리(Orly) 공항에서 노르망디 지역의 수도원 몽생미셸로 가는 길을 연구했다. 전날 5유로 주고 구입한 미슐랭(Michelin) 프랑스 전도를 펴고 고민하는 사이 어느 덧 날이 밝았다. 오전 일정은 에펠탑과 개선문. 식상하리만치 유명한 파리의 상징물이지만 빼놓을 수는 없었다. 오전 8시 에펠탑을 향했다. 에펠탑은 6호선 트로카데로(Trocadero)역과 비르아캥(Bir-Hakeim)역에서 내리면 갈 수 있다. 샤이요(Chaillot) 궁전도 구경하면서 내려갈 겸 트로카데로 역에서 내렸다. 멀리 샹드 마르스 공원과 에펠탑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1898년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건립된 에펠탑은 높이 320m로 3개 층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다. 이어 샤를르 드골 에투알(Charles de Gaulle Etoile)역에서 내려 개선문을 본 뒤 콩코드 광장까지 이어지는 샹젤리제 거리를 걸었다. 넓은 도로를 따라 유명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있다. 오를리 공항을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센강을 따라 앵발리데(Invalides) 옆에 있는 에어프랑스 버스정류장으로 걸었다. 센강 유람선을 타는 바토뮤슈 승선장에는 일찍부터 관광객들이 유람선 관광에 나섰다. 센강과 어우러진 에펠탑의 풍경이 장관이다. 퐁데 앵발리드 다리와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앵발리드 공원을 지나자 정류장이 나타났다. 도보로 30분. 오를리행 버스는 30분마다 1대씩 있는데 1인당 8유로다. 차비는 기사에게 내면 된다. 시내 교통이 막혀 공항까지 40분쯤 걸렸다. ●렌터카를 몰고 시골 풍경속으로 오를리 웨스트 공항 허츠 렌터카 데스크에서 한국에서 예약한 바우처와 함께 국제면허증, 신용카드를 내밀자 손쉽게 수속을 끝냈다. 직원은 프랑스내 호텔 주소를 물은 뒤 “한번도 안 탄 새차를 빌려 주겠다.”며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수속을 마친 뒤 터미널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렌터카는 이제 막 출고된 소형 벤츠. 타코미터(운행기록장치)에 36㎞라고 찍힌 갓 출고된 차량이었다.<ⓘ-8> 오후 1시30분. 무작정 공항을 빠져 나왔다. 낯선 곳에서의 운전, 낯선 차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왔다.‘괜히 빌렸다.’는 후회도 들었다. 렌터카 직원이 “공항을 나가 5분쯤 파리 시내쪽으로 가다가 ‘베르사이유’(Bersailles) 방향의 표지판이 보이면 그 길로 진입하라.”고 알려줬지만 긴장한 탓에 진입로를 놓쳤다.10여분쯤 헤매다 결국 차를 세운 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겨우겨우 고속도로에 오를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는 차가 많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편도 3차로의 차선중 모든 차가 가장자리의 차선을 이용한다는 것. 추월할때만 1·2차선을 이용했다.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는 130㎞, 비가 올 때는 110㎞. 차들은 운전경력 15년인 나도 별로 내본적이 없는 170∼190㎞의 속도로 말그대로 쌩쌩 달린다. 어느 정도 운전에 익숙해지자 주변 경치가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널찍한 벌판에 젖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그림속의 풍경들이 계속 이어졌다. 긴장이 풀리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샤르트르 지방을 지나 고속 휴게소로 들어갔다.<ⓘ-9> 낯선 프랑스 라디오 방송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들으며 달린지 3시간. 국내에서 좋아하는 음악 CD 등을 가져 올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국도로 1시간쯤 달리자 오후 5시30분 몽생미셸에 도착했다. 널찍한 갯벌 사이로 난 긴 도로를 달리자 햇빛을 받아 금색으로 빛나는 웅장한 수도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도원 앞 주차장(주차료 4유로)에 차를 세운 뒤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성 내부 관람은 6시까지로 아쉽게도 입장이 마감됐다. 그렇지만 성안 마을 등은 돌아볼 수 있었다. 성안은 17세기의 마을 모습 그대로다. 고풍스러운 호텔, 식당, 매점, 기념품 가게 등이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살아있는 과거의 마을이다. 레스토랑 호텔인 ‘메르 풀라르’ 맞은편에 있는 유명한 비스킷 가게에 들러 버터와 우유가 듬뿍 들어간 ‘칼레트’ (9유로) 한상자를 샀다. 오후 8시쯤 성을 나와 숙소를 잡기로 했다. 다른 지역의 숙소는 서울에서 미리 예약을 했으나 이 지역은 렌터카 일정이 늦게 결정되는 바람에 숙소를 정하지 못했다. 몽생미셸에서 10분쯤 거리에 있는 성밖 마을에는 호텔들이 많았다. 그러나 차로 1시간을 달려 항구도시 생말로(St.Malo)에 도착했다. ●시골 피자집 아저씨의 미소 밤 9시. 생말로는 젊음의 활기가 넘쳤다. 해변에는 수영하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제트스키, 보트 등이 거친 물살을 가르며 달렸다. 숙소는 유스호스텔의 일종인 상트로 바트릭 바탕고 ‘오베르주 쥐네스’(Auberge de jeunesse). 건물이 아담하고 예쁜데다 해변 근처에 있어 인기가 높은 숙소다.2인실을 빌려 짐을 풀었다.(숙박료는 조식 포함 1인당 16.5유로). 방은 깨끗하고 넓었다. 직원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자 “올 초부터 한국 배낭여행객들이 조금씩 찾고 있다.”며 2유로인 침대 커버를 무료로 건네줬다. 짐을 풀고 인근 ‘엘 파티오’(El Patio)란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했다. 작은 피자와 시원한 생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자 하루의 피로가 씻은 듯 달아났다. 특히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고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피자집 아저씨의 미소는 두고두고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음식값은 10유로. ⓘnformation center ⓘ-8 렌터카는 국내 대행업체에 전화로 예약하면 이메일로 바우처를 보내주는데 인쇄해서 가져가면 된다. 비용은 24∼27일(3박 4일) 72시간 빌리는데 89.59유로이며, 세금 등을 포함해 143유로 정도가 든다. 예약시 오토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국제면허증은 각 운전면허시험장에 가면 당일 발급해 준다. 인지대 5000원. ⓘ-9 휴게소는 우리나라 비슷하다. 주유소를 거쳐 들어가면 대형 슈퍼마켓과 화장실, 레스토랑이 있다. 톨게이트도 우리나라 체계와 비슷해 입구에서 표를 뽑은 뒤 나갈 때 돈을 지불한다. ⓘ-10 프랑스의 운전에서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것은 ‘선진입차 우선’인 교차로. 우리나라와 같은 사거리에는 대부분 로터리가 있는데 왼쪽에 진입한 차가 없으면 들어갈 수 있다. ⓘ-11 고성 투어버스는 투르역 광장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출발하는 투어 차량이 있다. 반나절(5∼6시간), 하루코스(9시간) 등이 있는데 20∼40유로다. 입장료와 점심값은 별도다. ◆ DAY4 투르, 동화나라로 가는 길 ●생말로에서 투르까지 안개 낀 ‘그랑베 섬’(Rocheur du Grand Be)과 해안선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해변은 이른 아침부터 조깅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간간이 빗줄기가 쏟아지는 해변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차를 몰고 시내를 한바퀴 돌았다. 좁은 도로를 따라 가자 프랑스 최대의 항구답게 수백여척의 요트가 정박해 있고, 영국 등지로 떠나는 대형 여객선도 기적을 울리며 사람들을 불렀다. 오전 10시. 간단하게 숙소에서 아침을 해결한 뒤 루아르(Loire) 고성지역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고속도로보다는 시골 국도를 달리고 싶은 마음에 국도를 따라 떠났다. 내리던 빗줄기도 점차 줄어든다.<ⓘ-10> 시골길은 무척 한적했다. 스쳐지나가는 하나하나의 풍경이 그림이다. 그래서 프랑스에 고흐, 고갱, 마티스 등 유명 화가들이 이곳에서 활동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스쳤다. 대형 지도를 따라 가다 보니 수차례 길을 잃었지만 그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그냥 주변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라발, 앙제시내를 거쳐 지나갔다. 기름이 거의 바닥이 가까워 온다. 주유도 하고 잠시 쉴 겸 다시 고속도로에 들렀다. 얼마쯤 달리자 휴게소다. 주유소는 셀프 주유다. 노랑, 파랑, 빨강 라벨의 주유기가 있어 어느 것을 넣어야 하나 잠시 고민. 근처에 있는 “주유원에게 어느 것을 넣어야 하느냐”고 묻자 ‘쉬페르 프르미에르’(Super Premiere)라고 쓰인 노란색 주유기를 가리켰다. 처음으로 직접 해보는 주유. 차의 주유기를 열고 넣자 45ℓ나 들어간다. 기름이 가득차면 저절로 멈춰 주유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기름값은 50유로로 따져보니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계산은 주유한 후에 중앙에 있는 계산원에게 가서 주유기 번호를 불러주면 된다. 투르로 향하는 길은 영화속에서나 봤음직한 전원 풍경 그대로다. 경치에 취해 차를 대놓고 쉬어가기를 여러번. 사나흘을 머물러도 좋을 듯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의 만남 오후 4시 ‘프랑스의 정원’으로 불리는 루아르 계곡에 접어들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긴 1020㎞의 루아르 강을 따라 르네상스 시대의 왕후, 귀족들의 수많은 성이 흩어져 있다. 프랑스 전역에 약 5000개의 성이 있는데 이중 쉬농소·앙부아즈·랑제·앙제·블루아·쇼몽·슈베르니성 등 80여개가 이 곳에 있다.<ⓘ-11> 첫 목적지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무대가 된 위세(Uss)성. 투르시내에서 28㎞떨어진 곳으로 1485년에 건축됐다. 동화속의 성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첨탑이 주변 경치와 어울려 아름답다. 너무 조용해 정말 공주가 잠만 잘 수밖에 없었을 것처럼 고요하다. 사진은 성 앞에 있는 작은 강 뒤에서 찍는 것이 예쁘다. 사진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인근에 있는 아제 르 리도(Azay-le-Rideau)성으로 향했다. 성보다는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휴양객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점심은 인근의 ‘라망드’라는 식당에 들어가 오믈렛(8유로)으로 간단히 때웠다. 이어 빌랑드리(Villandry) 성으로 향했다.16세기 건축물로 르와르 고성중 가장 마지막에 곳.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기 쉽지 않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성 관광’ 안내 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아름다운 성이다. 각종 야채가 있는 정원, 장식정원, 분수정원 등 정원이 특히 아름답다. 내부와 정원 관광은 8유로. 오후 7시. 투르 시내에 예약한 ‘홀리데이 인 호텔’에 들어갔다. 기차역 앞에 있어 찾기 쉬웠다. 주차장에 들어가려면 먼저 호텔 체크인을 한 뒤 가로막을 통과할 수 있는 비밀 번호를 받아야 하며, 주차료 7유로를 내야 한다. 식사는 역 앞에 있는 ‘로데옹’(L´odeon)이란 식당.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민물고기 요리를 파는 곳으로 가격은 15∼20유로. ◆ DAY5 작은 마을에 들러 고흐를 기리다 ●투르에서의 한적한 휴일 프랑스의 주말은 어떨까. 시민들의 휴일 생활을 엿보려 일요일마다 시청앞에 장이 서는 벼룩시장을 찾았다. 100여개의 노점에는 집에서 쓰던 소품이며, 책, 그림, 찻잔, 액자, 음악판과 CD 등 없는 것이 없다. 쓰던 물건이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예쁜 액자 하나를 사려고 물어보자 30유로. 새것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 시내를 빠져나오자 몽콩투르(Moncontour) 포도주 동굴 저장 지역이 나왔다. 파리로 향하던 중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난 이 곳의 경치 또한 아름답기 그지 없다.‘포도밭 산책로’라는 표지판을 따라 올라가보니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넓은 포도밭과 대형 저장고가 보였다. 마을 전체가 포도주를 생산하는 곳이다. 인근에 있는 ‘뱅 드 부브라이’라는 곳에는 바위산에 동굴을 뚫고 집을 지은 이색적인 마을. 바위산 위에 지은 돌탑과 그 아래 마을, 호텔 등 모두가 돌산과 연결돼 마을이 형성돼 있다. 렌트카로의 마지막 여행지인 파리시내 북쪽에 있는 조그만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파리 외곽도로의 교통 체증 탓에 5시가 넘어서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고흐의 발자취를 찾아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1890년 7월 고흐가 3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곳. 비록 이곳에서 고흐가 산 시간은 두달 남짓하지만 이 곳을 무대로 많은 그림을 남겼다. 고흐가 자취했던 ‘라부(Ravoux)의 숙소’(입장료 5유로) 등 골목 구석구석에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고흐의 자취를 더듬어 갈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안내판이 나온다. 그림을 그린 방향을 어림잡아 가늠해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다. 마을과 계단, 오베르 교회, 까마귀 들판 등을 그림의 소재를 돌아본 뒤 산중턱에 있는 고흐의 묘지를 찾았다. 동생과 나란히 묻혀 있는 묘지는 담쟁이 덩굴로 둘러싸여 있지만 다른 묘지들에 비해 그리 화려하지는 않다. 오후 8시. 오를리 공항 근처 홀리데이 인 호텔로 돌아와 저녁을 먹은 뒤 내일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DAY6 니스 해변, 푸른 바다에 마음을 적시다 ●렌터카 여행을 마치고 렌터카를 반납한 뒤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남프랑스의 니스(Nice)로 향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공항터미널로 향했다. 렌트카 반납에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오전 11시 공항으로 출발했지만 반납은 열쇠를 건네 주는 것으로 간단히 끝났다.<ⓘ-12> 비행기는 오후 3시. 공항 방침상 짐을 보관해 주는 장소나 라커가 따로 없기 때문에 출발 시간까지 무작정 공항에서 기다려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비행기가 1시간30분이나 연착했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3∼4시간 걸리는 떼제베(TGV)를 이용하는 것는 건데 아쉬움이 든다. ●가슴을 열어주는 니스해변 오후 6시 ‘리비에라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붙은 니스에 도착했다. 국제 영화제로 유명한 칸느와 함께 지중해를 바라보는 꼬뜨다쥐르 지방의 중심도시.4번홀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선 버스’(요금 4유로)에 올랐다. 니스 해변을 따라 가는 버스에서 보는 풍광이 눈을 사로잡는다. 공항에서 해변까지는 약 6㎞.20분 정도 걸린다. 리비에라(Nice Riviera) 호텔에 짐을 푼 뒤 곧바로 해변으로 향했다. 그냥 물속으로 뛰어 들고 싶을 정도로 푸르다. 그 속에서 흘러가는 여유로운 시간. 호텔에서 마세나광장에서 해변으로 가면 활모양으로 뻗은 해안을 따라 화려한 호텔들이 즐비하다.<ⓘ-13> 프롬나드데장글레(영국인의 산책로)는 해안을 따라 3.5㎞에 걸쳐 계속되는데 해변은 형형색색의 파라솔과 데크체어로 채워져 있다. 밤 9시가 넘도록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긴다. 볼거리도 많다. 마세나 광장 등지에서는 음악공연과 길거리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길거리에 동상처럼 서있는 각종 캐릭터 모형은 실제 사람으로 관광객들이 돈을 넣으면 슬쩍 움직인다. 이 곳에서 동쪽으로 가다보면 약간 높은 바위산이 보이는데 이곳이 빠끄 드 샤또라고 불리는 ‘성터공원’이다. 해안선과 옛항구 등 니스의 마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전망대 엘리베이터(편도 0.7유로)가 있다. 맛집은 마세나 광장 인근에 있는 지중해 요리 전문점 방돔(Le Vendome)에서는 원조 홍합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9유로. ◆ DAY7 칙칙폭폭, 지중해를 끼고 달리다 ●기차를 타고 지중해를 따라 기차를 타고 지중해의 쪽빛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것만큼 시원한 것이 있을까. 맑게 갠 하늘, 검푸른 지중해의 먼 바다, 수영복 차림으로 바닷가를 거니는 연인들…. 니스에서 칸, 툴롱, 마르세유, 아를, 아비뇽을 거쳐 계속되는 철로변의 풍경은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굳이 어느 도시에 내리지 않아도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광만 보아도 가슴이 시원하다. 이렇게 기차 여행이 시작됐다. 호텔에 큰 짐을 맡긴 뒤 니스빌 역으로 갔다. 한국에서 끊어온 3일짜리 프랑스철도 자유 티켓으로 첫 목적지인 아를(Arles)로 향했다. 시간표는 각 역마다 비치돼 있다. 직접 가는 편도 있지만 대부분 마르세유(Marseille)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가야 한다. 오전 9시 니스역에서 기차를 타고 갔다. 가는 길은 영화의 도시 칸 등을 지나가는데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마르세유엔 11시26분, 아를에는 오후 1시51분에 도착했다. 기차는 영화에서 보는 왜건형 칸막이방. 한 방에 6명이 마주보고 앉아서 간다. ●작지만 예쁜도시 아를과 아비뇽 론강(Le Rhone)을 끼고 있는 아를은 작지만 기원전 1세기 로마시대의 유적 등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아를 역에서 걸어서 라마르틴 광장을 거쳐 내려가면 카발르리몬, 원형투기장, 고대극장, 생트로핌 교회, 반고흐 카페, 반고흐 다리 등 볼거리가 많다.3세기 초엽 만든 생트로핌 교회는 로마네스크 미술의 견본으로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장소다. 반 고흐가 요양을 했다는 아를 요양원에서는 이젤을 펴놓고 예쁜 정원을 그림에 담는 화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반고흐 다리는 시내에서 직접 가는 버스가 없다. 바리올(Barriol)행 1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20분 정도를 걸어야 볼 수 있다. <ⓘ-14> 오후 6시 아를 역으로 돌아와 인근 도시 아비뇽(Avignon)으로 향했다. 기차로 17분.14세기 교황청이 이 곳으로 이전해 오면서 세계 교회의 중심지가 됐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교황청 광장 주변 카페들이 예쁜데 로셰 데 돔 공원에서 바라본 론강의 경치가 압권이다. 공원에서는 ‘생베네제’ 다리가 보이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멜로디인 ‘아비뇽 다리위에서’라는 동요의 무대가 된 곳이다.12세기 지어졌으나 17세기 홍수로 소실돼 지금은 반쪽만 남아있다. <ⓘ-15> ◆ DAY8 섬섬옥수, If I were a bird ●하늘 빛을 담은 프리울섬 마르세유 항구에 있는 어시장은 어촌 마을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갓 잡아 올린 정어리와 도미 등 각종 생선을 판매하는 어부들과 아침 찬거리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마르세유는 프랑스에서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BC 600년전 그리스인들이 세운 항구도시다. 마르세유에서는 한번쯤 여객선을 타고 인근섬 여행을 떠나도 좋다. 아침 일찍 항구의 ‘벨주부두’에 있는 마르세유 여객선 터미널(www.answeb.net/gacm)을 찾았다. 이 곳에서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무대가 됐던 ‘이프섬’(Ile D´If)으로 가는 배가 떠난다. 왕복 10유로. 오전 9시부터 1시간 단위로 배가 출발하는데 만선이면 시간에 관계없이 출발한다. 이프섬은 배로 10여분 남짓 걸린다. 여객선의 종착지는 이프섬에서 10분쯤 더 떨어진 ‘프리울 섬’으로 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성이다. 나무 한그루 없는 민둥산은 사막을 연상케 한다. 섬에 내려 순회 코끼리 열차(왕복 3.5유로)에 올랐다. 차로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30분쯤 걸리는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황홀하게 만든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해수욕장이 있는데 쪽빛 물빛 그자체다. 가는길에 있는 해수욕장은 2∼3일쯤 푹 쉬다가고 싶게 만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전 11시30분 배를 타고 서둘러 섬을 나왔다. 기차를 놓쳐 바로 직후 있는 테제베를 예약했다. 일반 철도는 그냥 타도 되지만 테제베는 예약이 필요하며, 따로 수수로(1.5유로)를 내야한다. 그래도 프랑스 대표 철도인 테제베를 타본다는 기대감에 표를 끊었다. 그러나 니스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50분. 일반열차가 2시간10분 걸리는 것에 비해 이 구간에서만은 시속 300㎞이상으로 달린다는 테제베가 오히려 일반 고속열차보다 느리다. 자리도 일반열차에 비해 불편하다. ⓘnformation center ⓘ-12 렌터카 반납시 우리나라와 달리 꼼꼼하게 체크하거나 묻는 일이 없다. 기름이 부족하거나 렌트 시간을 초과하면 미리 100유로 정도 임치해 놓은 돈에서 제하고 돌려준다. ⓘ-13 공항 등 프랑스의 공공장소에서는 노인과 장애인, 임산부, 유아 등에 대한 우대가 특별하다. 줄을 서지 않고 우선적인 서비스를 받는다. ⓘ-14 프랑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계절이 분명한데 남프랑스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에는 덥지만 건조해 지내기 쉽고, 겨울에도 온난하다. ⓘ-15 프랑스 철도 예약을 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여행 계획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철도 패스중 적합한 것을 골라야 한다. 패스를 이용하는 국가 수에 따라 요금이 천차만별이다. 유럽 전지역을 돌아다니려면 유레일 패스가 유리하지만 프랑스 등 특정 국가만을 여행하려면 프랑스 패스를, 프랑스와 인근 국가 3∼5개국을 이용하려면 유레일 셀렉트 패스를, 프랑스와 이탈리아 2국가만 여행하려면 프랑스-이탈리아 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저렴하다. 프랑스 철도패스는 1등석 성인이 299달러이며,2명 이상 여행할 경우 세이버 티켓을 끊으면 15%정도 저렴하다. 나머지 패스의 경우 1개국을 추가할 때마다 7만∼10만원정도 요금이 올라간다. 특히 철도패스에는 센강 유람선, 박물관 할인 등 보너스 할인 혜택이 있으므로 꼼꼼하게 살펴보면 좋다. 모든 패스로는 해당국가 테제베와 일반 철도 모두를 탈 수 있는데 테제베를 타려면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해야 하며, 예약비로 1.5∼8유로 정도를 내야 한다. 일반 철도는 예약없이 기차역에 나가 오는 기차를 그냥 타면 되는데 3일권의 경우 한달동안 3일을 탑승 횟수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 DAY9 포도주·풍경, 프로방스의 유혹 ●프로방스 철도에 몸을 싣고 아침 일찍 ‘살레야 광장’으로 향했다. 아침에는 과일, 야채 판매상과 꽃시장, 기념품 가게 등이 들어서 서민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니스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중심부에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전문점 등이 즐비하다. 생필품은 물론 고급 브랜드부터 저가 브랜드까지 다양한 품목을 갖췄다. 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없는 프랑스 전통 치즈와 포도주, 과자 등 각종 먹을거리를 맛봐도 좋다. 낮 12시 호텔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코드다쥐르 지방의 웅대한 산악풍경을 볼 수 있는 프로방스 철도(www.trainprovence.com)에 올라보기로 했다. 철도역은 니스역에서 북쪽으로 약 400m,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데 하루 4차례 정도 기차가 운행한다.<ⓘ-16> 철로가 단선이라 교행이 어려운데다 철로가 오래돼 수리를 자주해 역에 도착하면 돌아가는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 기차는 두칸짜리 아담한 기차지만 1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기차다. 기차역에서 프랑스철도 티켓을 보여주면 50% 할인해 준다. 디뉴까지는 150㎞로 3시간10분이 걸리는데 시간이 없어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앙트르보(Entrevaux)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17세기 요새마을 앙트로보 앙트로보까지는 크고 작은 13개의 기차역을 지나는데 1평 남짓한 간이역도 많다. 기차는 바르강 계곡을 따라 달리는데 깎아지른 듯 세워진 바위산과 계곡, 산허리에 매달린 자그마한 마을 등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차창밖으로 매력적인 마을이 즐비하다. 이날도 철로에 이상이 생겼다. 오래된 철로라서 수리중이라는 차장의 말에 따라 중간에 내려 2∼3개 역을 버스로 갈아타고 갔다. 바위산 단면들은 지층이 지리책에 나온 사진처럼 그대로 보아도 멋있다.2시간 걸려 도착한 앙트르보는 17세기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바위산 정상에 있는 요새도시가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든다. 성을 휘감고 올라가는 길이 이채롭다. 그 앞으로는 강물이 흐르고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는 고성문이다. 강에는 마을 아이들이 수영을 즐기고, 마을은 한적하기 그지없다. 고성을 들어가는 길에 입장료를 따로 받는 사람이 없어 입장료 자판기에 돈을 넣고 3유로짜리 코인 티켓을 끊은 뒤 회전문에 넣으면 들어갈 수 있다. 올라가는 길은 다소 가파르다. 그렇지만 건너보이는 마을 전경이 감탄이 나올 정도로 예쁘다. 정상에는 각종 방과 감시탑, 감옥 등 전형적인 성이다. 정상까지 다녀오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 DAY10 마지막 시간은 마티스와 함께 ●니스에 아쉬움을 남겨두고 이제 막 적응이 됐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후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오전에는 호텔에 짐을 맡기고 마티스 미술관과 샤갈 미술관을 돌아보기로 했다. 마티스 미술관까지는 17번 버스(1.20유로)를 탔다. 가는 길에 검표원들이 버스를 가로 막고 표검사를 했다.<ⓘ-17> 마티스 미술관(입장료 4유로)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아 다소 실망스러웠다. 오히려 인근 시미에 지구에 있는 로마시대의 투기장과 원형극장, 목욕탕 등 유적들이 더 볼만하다. 이어 걸어서 20분정도 떨어진 샤갈미술관(입장료 4.5 유로)에는 구약성서 이야기를 묘사한 17장의 연작 유화 등 450점이 전시돼 있다. 오후 2시 공항으로 출발, 아쉬웠던 여행이 끝났다. 호텔에서 택시를 불러 탔는데 편도 요금은 25유로.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프랑스. 일상에 찌들어 쫓기듯 살아온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유익한 여행이었다. ⓘnformation center ⓘ-16 기차는 니스에서 알프스 온천마을인 디뉴(Digne)까지 운행한다. 니스에서 오전 06:42,09:00,12:43,17:00에 출발하고, 디뉴에서는 07:00,10:33,13:58,17:25분에 출발한다. ⓘ-17 버스 티켓을 기사에게 구입하면 꼭 버스에 비치된 개찰기(콩포스테·Composter)에 표를 체크해야 한다. 그래야 표에 시간이 찍히고 이후 표가 1시간 정도 유효한데 만일 이를 하지 않고 있다가 검표원에게 걸리면 ‘무임승차’에 해당하는 벌금을 문다. 무임승차하다 걸리면 30배의 벌금을 물게 된다. ⓘ-18 관광지와 호텔 주변은 소매치기 등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찰·구급차(19), 소방서(18), 주 프랑스대사관(01.47.53.01.01), 한국관광공사(01.45.38.71.23), 대한항공(01.42.97.30.80)으로 연락하면 된다.
  • 아키하바라 가전상가 게임업체가 점령

    아키하바라 가전상가 게임업체가 점령

    |도쿄 특별취재팀|1999년 여름 일본 기타큐슈에 자리한 국제동아시아연구센터(ICSEAD)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한국은 점차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일본은 사뭇 달랐다. 당시 방문한 국제 규모의 연구센터엔 제법 빠른 속도의 인터넷망이 연결돼 있었지만 공공기관이나 가정에선 거의 대부분 전화선을 통한 ‘거북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 전후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이 초고속인터넷이라는 사회기반시설을 기반으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할 즈음 뒤늦게 출발한 일본 IT는 2005년 현재 한국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e재팬 전략’의 성공 한 나라의 IT 수준을 평가하는 기본 잣대로 초고속인터넷 이용 현황이 종종 거론된다. 일본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26만가구. 총무성 통계국 자료 등에 따르면, 이는 일본 전체 4937만가구의 37% 수준이다. 가입자 비율로 보면 지난 6월말 현재 전체 1533만가구 가운데 80%인 1220만가구가 가입한 한국에 뒤지고 있지만 규모로는 이미 2003년부터 한국을 추월했다.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는 한국에 비해 성장 여력도 크다. IT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초고속인터넷의 이같은 ‘초고속’ 보급은 일본 정부의 ‘e재팬(Japan) 전략’이 성공을 거둔데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1999년 실무진 검토를 시작으로 2001년 1월 본격 시작된 ‘e재팬 전략’을 주관하는 일본 정부의 IT전략본부 본부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장기침체에서 허우적거리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IT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정부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2001년 당시 ‘5년 내에 일본을 세계 최고수준의 IT국가로 만든다.’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며 출발한 ‘e재팬 전략’에 대해 정부 담당자들은 “속도가 빠르고 값싼 인터넷을 사용토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e재팬 전략’을 담당하는 경제산업성 정보정책과 사카이 마사요시 과장보좌는 일본에서 인터넷 종량제가 사라진 상황을 예로 들었다. 종량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회사는 일본 굴지의 기업인 NTT였다고 한다. 그런데 2001년쯤 모뎀에서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으로 인터넷서비스가 바뀌면서 종량제는 거의 사라지고 월 정액제가 주종을 이루게 됐는데, 이는 ‘e재팬 전략’의 성과라고 그는 설명했다. 정부가 기업으로 하여금 요금을 강제로 내리게 하지는 않았지만 그같은 방향으로 유도했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2001년 3월 1개월에 7800엔이었던 요금은 지난해 7월 2600엔으로 급격히 인하됐다. 같은 기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19배 이상 증가했다. ●IT를 이끄는 게임산업 IT정책을 담당하는 경제산업성 정보통신기기과 히라이 아쓰오 과장보좌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탄탄한 인프라를 갖춘 IT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에 대해 묻자 경제의 ‘거점’이란 뜻의 ‘플랫폼(platform) 기업’이란 신조어를 사용해 설명했다. 그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의 기업들이 IT산업을 이끌고 있어서 분야를 구분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지 않다.”면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생산하는 기업을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드웨어인 게임기와 소프트웨어인 게임프로그램을 동시에 만드는 소니(Sony)를 언급했다. 그가 선뜻 대표적 게임기업인 소니를 거론한 것은 게임산업이 일본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컴퓨터엔터테인먼트협회(CESA)가 발간한 ‘2004 CESA 게임백서’에 따르면,2003년말 현재 일본 게임시장은 4462억 1800만엔(약 4조원) 규모였다. 경제전문지 포브스 일본판 7월호에서 일본 억만장자들에 포함된 재일교포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와 통신기업 히카리쓰신 등도 IT산업의 대표기업으로 평가받지만, 전문가들은 세계적 경쟁력을 인정받아온 일본의 게임기업들이 IT산업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갈수록 높아지는 게임산업의 위상은 한때 최첨단 전자제품 상가로 이름을 날리던 도쿄 아키하바라의 변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상점들이 최근 3∼4년새 플레이스테이션을 비롯한 게임 관련 점포들로 대체되고 있다.”는 아키하바라의 전자제품 상점 직원 미조베 교코의 말처럼 이미 게임이 아키하바라를 장악한 지 오래다. 그나마 남은 전자제품 상점들은 상당수가 전자제품뿐 아니라 향수와 여행 기념품까지 파는 잡화점 형태로 바뀐 상태였다. ●새로운 도전 온라인게임 정부의 ‘e재팬 전략’으로 구축된 초고속인터넷망과 게임산업이 만나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분야는 온라인게임이다.‘게임은 게임기로 즐기는 것이며 컴퓨터는 사무용 기기다.’는 인식이 뿌리깊이 박힌 일본의 엄청난 변화다. 아직까지 온라인게임이 게임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성장세는 눈부시다.‘디지털 콘텐츠 백서’에 따르면,2000년 9억엔에 불과했던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2003년 198억엔에 이어 지난해 382억엔을 기록하는 등 불과 4년 새 42배나 성장했다. 한국의 게임기업들이 온라인게임 분야의 기술적 우위를 앞세워 열도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게임업체들도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아직까지 그렇게 시장 규모가 큰 것은 아니다. 다만 온라인게임은 이용자가 서버에 접속하는 시간에 비례해 요금을 받기 때문에 복제품 범람으로 개발비도 건지기 어려운 중국에서도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게임기업 남코(Namco)의 이시무라 시게이치 사장의 말은 온라인게임에 대한 일본 게임업계의 평가를 대변한다. surono@seoul.co.kr ■ “게임 업계 경쟁력은 돈 작년 200억엔 R&D 투자” |도쿄 특별취재팀|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비디오게임 ‘철권(鐵拳·일본명 데켄)’시리즈로 유명한 남코(Namco). 지난 5월25일 도쿄 오타구 야구치에 있는 남코 본사에서 이시무라 시게이치 사장을 만나 일본 게임산업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로 연구 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를 들었다. 남코가 ‘기동전사 건담’ 등 캐릭터 장난감과 게임 ‘다마고치’로 유명한 일본 최대 완구업체 반다이(Bandai)와의 합병을 발표하고 20여일이 지난 시점이어서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합병 문제로 시작됐다. 게임업체 ‘세가(Sega)’와 슬롯머신업체 ‘사미(Sammy)’가 합병하는 등 일본 게임업계에선 지난해부터 짝짓기를 통한 몸집불리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이같은 합병 바람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게임과 장난감 업계의 경쟁 격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다이와의 합병을 결정한 이유는. -출산율 문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합병을 통한 시너지효과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반다이의 어린이 고객과 남코의 청소년 및 성인 고객이 합쳐질 것을 기대했다. 우리가 만든 게임을 즐긴 세대가 부모가 되고, 나중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돼서도 자녀는 물론 손자 손녀와 더불어 즐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 인생을 함께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본 게임 경쟁력의 원천은. -돈이다. 돈을 많이 투자한 게임은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785억엔(약 1조 6300억원)의 연간 매출 가운데 200억엔가량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했다. 마케팅의 경우 특별히 정해진 비용은 없지만 10억∼20억엔 정도라고 보면 된다. ▶남코가 최근 10년간 집중적으로 투자한 부문은. -플레이스테이션이 출시되면서 철권 등 격투기와 총격전 등의 3차원(3D)게임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그 때문에 살아남지 않았나 싶다. ▶일본의 IT산업에 대한 전망과 게임업계와의 관계에 대해. -IT와 관련, 컴퓨터 운영체계(OS)는 마이크로소프트(MS)로 대표되는 미국 기업이 단연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컴퓨터 응용프로그램이나 주변기기 등에 있어서는 일본과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다고 본다. IT와 게임산업의 관계를 보면, 예를 들어 게임을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해상도 높은 화면을 제공하는 액정이 필요한데, 그런 액정이 개발되면 그런 화질로 즐길 수 있는 수준높은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상호 보완적이다. ▶온라인게임 시장을 어떻게 보나. -아직 발표는 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 역시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컴퓨터보다 게임기로 즐기는 게임 문화가 훨씬 먼저 정착된 일본은, 온라인게임 문화가 발달한 한국이나 중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도 온라인게임에 주목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즐기는 게임은. -(남코의 대표적 게임인 철권 등의) 격투기 게임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웃음). 자동차 운전게임을 좋아한다. surono@seoul.co.kr ●특별취재팀 한종태 국제부장(팀장), 황성기 사회부장, 이춘규 도쿄특파원, 주병철(경제부)·손원천·이언탁(사진부)차장, 안미현(산업부)·김상연(정치부)·황장석(국제부)·유지혜(사회부)·정연호(사진부)기자
  • 이천수 ‘월드컵본선까지 쭉~’

    이천수(24·울산)가 돌아왔다. 빠른 발과 정확한 공 컨트롤, 날카로운 돌파력과 과감한 슈팅으로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며 한국 축구의 차세대를 책임질 ‘밀레니엄 특급’이라 불렸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7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5동아시아연맹축구 운명의 한·일전. 이천수는 전반 10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툭 치고 들어가다 골키퍼를 스쳐 왼쪽 포스트를 살짝 벗어나는 강한 왼발 스핀슛을 날렸다.14분 뒤에도 같은 자리에서 수비수 한 명을 가볍게 따돌리더니 낮게 깔린 강슛으로 오른쪽 그물을 출렁이며 일본 수비진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이밖에도 이날 4차례의 날카로운 전진패스로 김두현(23·성남)과 함께 중원을 지배하며 전성기의 기량을 선보였다. 이천수는 2002한·일월드컵 당시 대표팀 막내의 자리에서 전 경기에 출장하며 소금 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듬해 K-리그에서 6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강한 인상을 남겨 같은 해 7월 레알 소시에다드와 계약했다. 한국인 최초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거. 이때만 해도 특유의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하지만 빅리그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누만시아로 임대되는 수모까지 겪다가 결국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고 올해 초 국내로 유턴했다. 부평고 시절부터 탄탄대로를 겪던 이천수에겐 축구인생 첫번째 시련이었다. 돌아온 이천수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형형색색으로 물들였던 머리칼은 차분한 검은색으로 바꿔 그을린 피부와 조화를 이뤘고 때마침 터진 결혼 스캔들도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4개월 동안 경기를 뛰지 못한 공백을 딛고 지난달 피스컵에서 몸을 조율하더니 동아시아대회에서 부활의 몸짓을 한껏 과시했다.2006독일월드컵에서 어느덧 대표팀 중견의 위치에 오를 이천수의 부활은 시련을 겪고 있는 한국 축구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동아시아축구대회] 한국축구 안방서 꼴찌

    여전히 답답했다. 한국 축구가 운명의 한·일전에서마저 끝모를 골결정력 부족에 시달리며 패배를 기록, 추락을 거듭했다.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7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숙적’ 일본(1승1무1패 승점3)과의 동아시아연맹축구선수권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종료 4분을 남기고 수비수 나카자와 유지(27)에 기습골을 허용,0-1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안방에서 2무1패(승점2)에 그쳐 이날 북한(1승1무1패·승점4)을 꺾은 중국(1승2무·승점5)에 우승상금 50만 달러를 내주며 최하위로 떨어졌다. 끝끝내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앞선 2경기와 달리 이동국(26·포항)과 이천수(24·울산)를 투톱으로 둔 3-5-2 포메이션에 김두현(23·성남)과 백지훈(20·서울) 등 이번 대회에 첫 출장한 공격형 미드필더들을 2선에 배치한 본프레레호는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허용하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승기는 한국의 것이었다. 한국은 그러나 전반 10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던 이천수가 벌칙지역 오른쪽에서 강하게 왼발로 감아찬 공이 골키퍼를 스쳐 왼쪽 포스트를 살짝 빗나가고 34분 이동국이 골마우스 왼쪽에서 잇따라 날린 강슛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는 등 고질적인 ‘득점 부재’ 망령에 시달렸다. 후반 15분에는 김두현이 날카롭게 감아올린 오른발 프리킥마저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기도 했다. 반면 일본은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일본은 종료 4분을 남기고 나카자와가 오른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골문 쪽으로 쇄도하며 왼발로 다이렉트 슛, 골키퍼 이운재의 발을 스치는 골을 넣은 뒤 굳게 골문을 지켜 이번 대회 첫 승을 기록했다. 발가락 부상이 다 낫지 않았지만 후반 29분 긴급 투입된 ‘축구천재’ 박주영(20·서울)도 구세주가 되진 못했다. 한편 앞서 열린 북한과 중국의 경기에서는 북한이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하고도 리옌(24)의 페널티킥 선제골과 시에 후이(30)의 추가골을 허용하며 중국에 0-2로 아쉽게 졌다. 대회 최우수선수는 우승팀 중국의 주장 지밍이(25)가 차지했다. 북한은 남녀 종합 3승1무2패 승점 10점으로 종합우승상금 10만달러를 챙겼다.대구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동아시아축구대회] 중국축구 달라졌다

    중국 축구가 달라졌다. 한국과 일본에 가려 줄곧 ‘넘버3’에 머물렀던 중국은 이번 동아시아대회에서 한껏 발전된 기량을 선보였다. 2006독일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 좌절된 뒤 중국 프로축구 선전 젠리바오를 우승으로 이끈 주광후 감독을 영입한 중국 축구는 이번 대회에 2005세계청소년축구대회 16강 진출의 주역인 펑샤오팅(20), 자오수리(20 이상 다롄), 저우하이빈(20·샨둥), 하오준민(18), 천타오(20 이상 톈진) 등을 중심으로 한층 젊어진 팀을 꾸렸다. 중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이들은 빠른 발과 뛰어난 발재간, 또 중국 프로축구를 통해 익힌 전술 운용능력을 중심으로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 예상밖의 우승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아시안컵 준우승에 이어 최근 아시아 무대에서 올린 최고의 성적. 하지만 중국 축구가 가장 발전한 점은 젊은 선수들이라고 보기 힘들만큼 냉정해진 경기 운영 능력으로 손꼽힌다. 중국은 이전 심판 판정에 쉽게 흥분해 스스로 경기를 망치거나 상대 페이스에 말려 금방 허물어지기 일쑤였다.대한축구협회 송기룡 차장은 “중국은 한국전 전반 초반 1명이 퇴장당했어도 끝까지 냉정을 잃지 않았고 북한전에서도 내내 밀리면서도 상대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는 등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때문에 중국은 이번 대회 우승이 가져온 자신감을 바탕으로 2008베이올림픽과 2010월드컵을 대비해 한층 젊은 선수들로 팀을 꾸려 동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노릴 태세다. 주광후 감독은 “9월 대표팀을 재소집할 때 세계청소년대표들을 좀더 보강해 팀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밝혔다.대구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동아시아축구대회] 女축구 “이젠 세계 정상”

    ‘세계 정상도 멀지 않다.’ 오랜 인고의 세월이었다. 축구팬들도, 축구협회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한국 낭자들은 분연히 들고 일어났다. 한국여자축구가 2005동아시아연맹축구선수권대회 여자부 경기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정상권의 실력에 바짝 다가섰다. 한국(세계 26위)은 6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일본(11위·2무1패 승점2)과의 경기에서 0-0으로 비겨 종합전적 2승1무(승점 7)로 이날 중국(8위·1무2패 승점1)을 1-0으로 꺾은 북한(7위·2승1패 승점6)을 제치고 우승컵과 함께 상금 5만달러를 챙겼다. 한국여자축구의 이번 쾌거는 ‘골든 제너레이션’의 등장과 명장 안종관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에서 비롯됐다. ‘골든 제너레이션’은 ‘여자 박주영’ 박은선(19·서울시청)과 남북전에서 그림같은 결승골을 성공시킨 박은정(19), 한송이(20), 차연희(20·이상 여주대) 등 2004아시아청소년축구대회(19세 이하)를 우승시킨 주역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유소년축구를 경험하며 뛰어난 개인기를 보유해 세계 정상급인 중국·북한과의 경기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박은선은 고질적인 허리부상에도 불구하고 선굵은 움직임으로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조금만 더 다듬으면 세계를 뒤흔들 만한 재목임을 보여줬다. 이용수 KBS해설위원은 “90년 등장한 여자축구 1세대는 대부분 다른 종목에서 전향한 선수들이었지만 이번에 주축을 이룬 젊은 세대는 유소년 축구를 경험한 것이 큰 힘이 됐다.”면서 “한국 스포츠 특유의 여성 파워를 감안하면 여자 축구가 세계 정상으로 먼저 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명장으로 떠오른 안종관 감독의 지도력도 빼놓을 수 없다. 적재적소에 투입한 교체멤버가 귀신같이 골을 터트리는 ‘제갈량급’ 용병술을 과시한 안 감독의 가장 큰 성과는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낸 것. 안 감독은 ‘골든 제너레이션’과 함께 대회 최고의 수비수로 뽑힌 유영실(30), 윙백 송주희(28), 한진숙(26), 부동의 공격수 이지은(26·이상 INI스틸) 등 경험 많은 노장들을 적절히 섞어 패기와 노련미를 함께 갖춘 팀을 엮어냈다. 세계 최강 중국이 ‘월드스타’ 쑨웬과 바이지에 등에게 의존하며 세대교체 시기를 놓쳐 이번 대회에서 경험없는 선수들만으로 1무2패에 그친 것과 비교되는 점. 안 감독은 “인위적인 세대교체보단 물 흐르는 듯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대구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2005동아시아연맹축구선수권대회] “골 넣어 기쁘지만 미안” 결승골 넣은 박은정

    남북 자매의 맞대결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박은정(19·여주대)은 한국 여자축구 ‘골든 제너레이션’의 선두 주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6위로 북한(7위) 중국(8위) 일본(11위)보다 한참 뒤처진 한국 여자축구가 이번 대회에서 2연승의 돌풍을 일으키며 우승 8부능선을 넘어선 데는 바로 2004아시아 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19세 이하) 우승의 주역들이 대거 대표팀에 합류한 덕이 크다. ‘여자 박주영’ 박은선(19·서울시청), 한송이(20·여주대) 등 어릴 때부터 유소년 축구를 경험해 뛰어난 개인기를 보유한 ‘골든 제너레이션’이 주축을 이룬 것. 그 중심에 바로 공격수 박은정이 버티고 있다. 170㎝,63㎏으로 여자 축구선수로는 보통 체격인 박은정은 순간적인 파워가 좋고 공간 침투 능력이 뛰어나며 100m를 14초에 주파하는 스피드도 갖췄다. 때문에 폭발적인 파워로 골격이 큰 움직임을 보이는 박은선과 최고의 투톱 조합을 이루며 수많은 골을 합작했다. 박은정은 아시아청소년대회 4강 태국과의 경기에서 2골을 작렬시켰고, 베트남전에서도 골을 기록하는 등 탁월한 골 결정력을 바탕으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날도 후반 20분 안종관 감독이 믿고 투입한 지 12분 만에 왼발로 감각적인 골을 터트려 경기장을 찾은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골을 넣어서 북한 선수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꼭 잡아야 할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어 기뻤다.”는 박은정은 “안종관 감독이 과감하게 슛을 때리라고 주문해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며 밝게 웃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일본을 다시본다] (14) 혼다 미래체험관을 가다

    [일본을 다시본다] (14) 혼다 미래체험관을 가다

    |모테기 특별취재팀|일본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우쓰노미야역에서 내렸다. 다시 택시를 타고 모테기라는 곳을 향해 40여분쯤 달리자 혼다자동차가 자랑하는 팬펀랩(Fan Fun Lab)이 나왔다. 말그대로 ‘재미난 체험관’이다. 마침 유명스타 아시모의 공연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책가방을 멘 초등학생 몸집의 아시모가 걸어나왔다.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오자 아시모는 손을 흔들어 앙증맞게 답례했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스텝’까지 밟아가며 춤을 추는가 하면,뒷걸음질치며 장난을 쳤다. 아시모가 열손가락을 굽혔다 펴 보일 때는 ‘와’하는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아시모의 명성이 결코 과장되지 않았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아시모는 혼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2족 보행 인간형로봇(휴머노이드)이다. 이곳 팬펀랩에서는 하루 두차례(오후 1시·3시, 토요일에는 3회) 아시모 공연이 펼쳐진다.무료다.1500엔(약 1만 5000원)을 내면 아시모를 직접 조작해볼 수도 있다. 공연장 옆에는 전자레인지를연상시키는 ‘못생긴’ 아시모가 차츰 두 팔과 손가락이 생겨나면서 지금의 ‘귀여운’ 모습이 되기까지의 변천과정이 실물모델과 함께친절하게 설명돼 있었다. 담당 직원 스기야마 애미(25)는 “매년 30만명이 이 곳을 찾는다.”면서 “특히 아이들의 반응이 너무좋아 아시모가 퇴장할 때 우는 아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팬펀랩에는 혼다의 또다른 자랑거리인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인하이브리드차도 전시돼 있었다. 하이브리드차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발전돼 왔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어린이를위한 주행시험장과 공작실도 있었다. 순간, 일본의 힘이 느껴졌다. 로봇과 미래형 자동차 산업 등에서 이미 앞서가고 있는일본이지만, 어린이들에게 첨단산업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해줌으로써 미래의 핵심인재를 키워내고 있었던 것이다. 팬펀랩을포함한 혼다의 모테기 연구소(일명 트윈 링)는 우리나라 상암경기장의 90배(640㏊) 크기다. 일본에는 아시모 외에도스타급 휴머노이드가 많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로봇도 일본에 있다. 전자업체 히타치가 올해 선보인 ‘에뮤’가 주인공이다. 시속6㎞로 달린다. 아시모(시속 3㎞)보다 배는 빠르다. 물론 하체에 바퀴를 달았기 때문에 공정한 경주라고는 볼 수 없다. 이같은기동성과 간단한 음성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지능을 무기로 5∼6년안에 사무실이나 작업장에 ‘사환’으로 취직한다는 게 에뮤의목표다. 키는 130㎝, 체중은 70㎏이다. 소니의 ‘큐리오’도 유명하다. 체구(신장 60㎝)가 작아 인간에게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대신, 소니의 장점인 최첨단 미세 부품을 장착, 여러가지 율동을 선보임으로써 즐거움을 준다.아시모가 친구, 에뮤가 심부름꾼이라면 큐리오는 엔터테이너인 셈. 얼마전 미국 워싱턴 RFK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경기에서멋지게 ‘시구’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도요타자동차도 5년 후를 목표로 가정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혼다에서 8년째 아시모 개발을 맡고 있는 와코연구소의 시게미 사토시 책임연구원은 “전문 기술자들 사이에서는 바퀴가 달린 에뮤는휴머노이드로 인정하지 않는 기류가 있지만 바퀴든 다리든 사람에게 도움을 주느냐가 휴머노이드의 기준”이라면서 “아직 휴머노이드분야가 산업으로 불릴 만큼 자리잡지는 않았지만 발전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혼다는 도쿄에서 두시간 떨어진 와코에별도의 기술연구소를 설립, 아시모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시게미 연구원은 “(아시모에 대한)사람들의 기대치가 워낙 높아 그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일본 로봇산업의 시장규모는 연간5000억엔(5조원) 규모다.2010년에는 1조 8000억엔,2025년에는 6조 2000억엔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일본경제산업성은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전체 로봇산업의 1∼2%에 불과한 가정용 로봇 시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문부과학성이 올 초 설문조사한 ‘10년 뒤 일본 모습’에 따르면 한 집에 한 대꼴로 가사 로봇이 보급될 것이라는 응답이압도적으로 많았다. hyun@seoul.co.kr ■ 日 기술력의 결정체 ‘아시모’ |특별취재팀|아시모는 혼다자동차에서 가장 유명한 직원이자 몸값이 가장 비싼 사원이다. 태어난 해는 2000년 12월. 혼다의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 25주년인 2002년 2월14일에는 거래소 개장을 알리는 종을 울리기도 했다. ‘일본 기술력의 결정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무대에 데뷔한 아시모는 2003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체코 방문에 동행,국빈 만찬장에서 체코 총리에게 악수를 청해 일약 월드스타로 떠올랐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덴마크 마가렛 2세 여왕,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국왕 등도 직접 만났다. 지난 5월에는 서울모터쇼에도 왔었다. 올챙이송에 따라 춤을 춰 큰 인기를 끌었다. 아시모란 이름은 ‘Advanced Step in Innovative Mobility’의 머릿글자에서 따왔다. 혼다가 아시모 개발에 뛰어든 것은 1986년. 뒤늦게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혼다는 ‘오토바이나 만들던 회사가’라는 선입견을 단숨에불식시킬 기술력의 입증이 절실했다. 자동차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 아시모가 혼다에서 태어난 배경이다.2000년 말까지 14년 동안혼다는 아시모 개발에 무려 3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제 아시모는 자신의 전담 연구소와 연구원도 따로 두고 있다. 키130㎝, 몸무게 54㎏. 초등학생 몸집이다. 늘 메고 다니는 책가방 속에는 각종 제어장치가 들어있다. 연속동작이 가능한 시간은1시간. 알아서 장애물을 피해가고, 물건을 집기도 하며, 문도 여닫는다. 간단한 인사말과 질의응답도 가능하다. 다만, 어린이들이검은색 눈 모양을 무서워 해 눈동자 색깔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hyun@seoul.co.kr ■ “하이브리드 車 점유율 10년내 30%넘어설것” |특별취재팀|“연료전지차 상용화는 먼 훗날의 얘기다. 앞으로 한동안은 하이브리드차가 미래형 자동차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일본 도치기현에 위치한 혼다 R&D(연구개발) 센터의 나카하라 에이노스케(50) 책임연구원은 하이브리드차의 수명을 꽤 길게 내다봤다. 하이브리드차는 휘발유와 전기 두가지 동력을 함께 쓰는 차로, 기존 휘발유차보다 배출가스가 적으면서 연비는 훨씬 높다. 연구개발이 진행중인 연료전지차(일명 수소차)와 달리 이미 상용화된 상태다.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판매된 하이브리드 차량은 8만 3153대. 전년보다 갑절(81%) 가까이 불었다. 이 중 도요타가 65%,혼다가 31%로 일본 업체가 사실상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물론 전체 자동차 판매량과 비교하면 아직은 점유율(0.5%)이미미하다. 하지만 2015년에는 30∼35%로 급팽창하리란 게 조사기관들의 대체적 견해다. 일본은 이 엄청난황금시장을 놓고 자국업체들끼리 경쟁하는 행복한 상황을 맞고 있다.1999년 ‘인사이트’로 도요타보다 한발 늦게 하이브리드차경쟁에 뛰어든 혼다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는 고속도로에서 연비가 떨어지는 단점을 안고 있다.”면서 “그 점을 부각시켜 시장을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비면에서 혼다의 하이브리드차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지난해 내놓은‘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고속도로 연비를 23%나 개선시켰다. 속도를 높일 때는 센 힘이 필요하지만 일정속도에 도달한 후에는 그정도의 힘이 필요 없다는 점에 착안, 고속 주행시 엔진이 6기통에서 3기통으로 자동 전환하도록 장치를 개발한 것이 핵심비결이다.부품수도 줄여 차체를 최대한 가볍게 했다. 엔진에 붙어있던 12V짜리 작은 배터리를 없앤 것이 대표적인 예다. 나카하라는 “현재 인사이트·시빅·어코드 3개 차종인 하이브리드차를 점차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하이브리드차는 기름값이적게 든다는 당장의 매력요인보다 지구 환경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yun@seoul.co.kr
  • [2005동아시아연맹축구선수권대회] 中·日 남녀 사이좋게 무승부

    중국과 일본 남녀축구대표팀의 맞대결이 각각 무승부로 끝나면서 4일 열릴 남북 남녀간의 대결에서 우승컵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일본은 3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5동아시아연맹축구선수권대회 남자부 경기에서 전반 두골을 내주며 연패의 위기에 처했으나 후반 대공세 끝에 극적으로 만회,2-2로 비겼다. 이로써 지난달 31일 북한에 충격패를 당한 일본은 1무1패(승점1), 한국과 비겼던 중국은 2무(승점2)를 기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위 일본은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해 달라진 중국(56위)의 강한 역습과 수비에 고전했다. 첫골은 중국 리진유의 머리에서 나왔다. 전반 36분 자오수리가 페널티 오른쪽에서 낮게 깔아올린 크로스를 리진유가 머리로 받아 그물을 갈랐다. 기세가 오른 중국은 6분 뒤 왕리앙이 페널티 왼쪽에서 올린 프리킥을 장용하이가 또다시 머리로 강하게 찍어 넣어 2-0으로 앞서가며 전반을 마쳤다. 하지만 2연패 위기에 내몰린 일본의 자존심은 그냥 무너지지 않았다. 일본은 후반 12분 모니와가 아베의 프리킥이 상대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득달같이 달려들며 헤딩골,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또 종료 4분전 ‘떠오르는 샛별’ 다나카 다쓰야가 극적인 동점 중거리슛을 오른쪽 그물 상단에 꽂아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전·후반 90분동안 사투를 벌였으나 양팀 모두 골을 넣지 못하고 0-0으로 비겼다.1차전에서 한국과 북한에 나란히 일격을 당했던 중국(8위)과 일본(11위)은 이로써 함께 1무1패(승점1)를 기록, 우승컵에서 멀어지게 됐다. 때문에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각각 12년과 2년만에 나란히 만날 남북 남녀들의 발끝에서 우승컵의 윤곽이 드러나게 돼 남북의 민족간 축구 축제가 더욱더 눈길을 끌게 됐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최홍만 “핵주먹 나와”

    최홍만 “핵주먹 나와”

    ‘테크노골리앗’ 최홍만(25)과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39)의 맞대결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스포츠신문인 스포츠호치는 2일 “일본 K-1의 다니카와 사다하루(45) 사장이 ‘타이슨이 범죄 경력 때문에 일본에는 입국할 수 없지만 한국에서 최홍만과 붙으면 분위기가 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최홍만(5전5승)은 지난달 30일 하와이 호놀룰루 알로하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K-1 하와이 대회 슈퍼파이트에서 스모선수 출신 아케보노(미국)를 통쾌한 TKO승으로 물리친 뒤 경기를 지켜본 타이슨에게 ‘링 위로 올라오라.’고 손짓을 하는 등 도발적인 제스처를 취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다니카와 사장은 이어 “오는 13일 열리는 K-1 라스베이거스 대회에서 타이슨측과 계약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맞대결의 대전제인 타이슨의 K-1 전향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타이슨의 첫대결 상대가 최홍만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 86년 스무살의 나이로 무쇠주먹을 휘두르며 역대 최연소 세계권투평의회(WBC) 헤비급 세계챔피언에 오른 타이슨(50승6패44KO)은 이후 무절제한 생활로 빚더미에 오른 뒤 지난 6월 헤비급 논타이틀전에서 케빈 맥브라이드(아일랜드)에게 TKO패하고 은퇴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일본을 다시본다] (13) 일본경제 회생의 원동력 렌고

    [일본을 다시본다] (13) 일본경제 회생의 원동력 렌고

    |도쿄 특별취재팀|일본 도쿄도(都) 치요다구(區)에 있는 도쿄전력 본사. 국영기업에서 민영화된 지 오래된 알찬 기업이지만, 올해 직원(3만 8950명)들의 임금을 삭감했다. 지난 3월 노사는 올해 연봉을 지난해에 비해 1인당 평균 3000엔 가량 줄이는데 합의했다. 액수는 크지 않지만,4년째 내리 삭감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독점적 산업에서 경쟁업체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사측의 요구를 노조가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신 사측은 오래 전에 사원 전용병원을 설립해 직원들이 싸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회사 소유 주택도 임대해 주는 등 후생복지에 적극적이다. 도쿄전력의 예에서 보듯이 일본의 노사화합은 철저히 회사는 직원을, 직원은 회사를 위하는 ‘상생의 노사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기에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렌고는 회원수 765만여명으로 일본에서 규모가 가장 큰 노조연맹.61곳의 크고 작은 노동조합이 가입해 있다. 도쿄전력에 들른 뒤 인접해 있는 렌고 본부를 찾았다. #렌고의 탄생은 노사 갈등의 산물 취재에 응한 다다요시 구사노 사무국장은 “렌고는 노사 갈등의 후유증을 이겨내기 위해 노동조직끼리 자연스레 의기투합해 형성된 이익단체로 규정할 수 있다.”며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무난히 버텨내고 새로운 경제활력을 되찾아 가는 이면에는 렌고의 역할이 컸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렌고는 총평, 동맹, 신산별, 중립노련 등 4개의 중앙 노동조직이 통합돼 1989년 출발했다.50년대초부터 시작된 노사의 극한 대립구도로는 노동자도, 회사도 생존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은 게 작은 출발점이었다. 이후 생산성본부가 만들어진 계기가 됐다. 지금의 사회경제생산성본부의 효시다. 생산성본부는 당시 ▲노사협의 충실화(사전협의) ▲생산성 향상(경제적 효과) ▲기업의 성장을 통한 고용증가 등 3대운동을 줄기차게 펼쳤다. 렌고가 힘을 얻으면서 매년 5월쯤이면 노조의 연례행사처럼 등장하는 춘투(春鬪)가 차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한 업체가 노사협상을 위해 투쟁전선을 형성하면 다른 업체들이 잇따라 모방하는 춘투(春鬪)는 ‘쓸모없는 유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노동정책본부의 쓰네유키 다나카 기획조사그룹장은 “일본에서 춘투는 매스컴에서 가끔 등장하는 용어에 불과하다.”며 “지금의 노사관계는 서로 토론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춘토(春討)’로 자리매김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의 각종 통계자료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2003년 연합총합(連合總合) 생활개발연구소가 민간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조합에 관한 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노조와 회사의 관계에 대해 ‘조합이 양보하고 있다.’는 응답이 49.2%였다. 반면 ‘회사가 양보하고 있다.’는 응답은 8.0%,‘어느 쪽도 양보하는 것이 없다.’는 17.0%였다. 노조가 회사를 위해 더 많이 양보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도쿄전력 노조의 다카시 가와타 중앙서기장은 “일본 노사는 협력관계의 틀이 잘 짜여져 있다.”며 “다만 노조가 회사를 위해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앞으로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春鬪→春討로… 다음 목표는‘고용과 사회복지’ 하지만 노사화합은 더 이상 렌고의 목표가 아니다. 일본의 실업률은 2%대에서 5%대로 높아지고 있고, 고령화 문제로 사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다. 그런 맥락에서 렌고가 고용과 사회복지를 향후 과제로 삼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렌고는 4년 전부터 실업자 140만명의 일자리찾기 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이 운동에는 경단련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렌고는 아울러 2002년 10월 ‘21세기 사회보장 비전’이란 보고서를 마련해 출생에서 성장기에는 아동복지를, 취업·결혼·출산 등을 위해서는 의료·육아지원 등 각종 복지와 고용보험 등을, 퇴직 이후에는 연금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정부측과 협의를 통해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사회보장기금 신설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노사화합의 공생관계 모델 구축을 통해 일본경제 회복의 원동력이 됐던 렌고. 이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노동자의 실질적인 사회복지를 통한 ‘일본의 새로운 10년’의 중추역을 자임하고 있다. bcjoo@seoul.co.kr ■ 고민하는 렌고 |도쿄 특별취재팀|렌고가 요즘 드러내 놓고 고민하는 문제가 바로 비정규직이다. 일본의 비정규직 비율은 1997년 24.6%(1260만 5000명)에서 2004년 34.5%(1690만 2000명)로 약 10%포인트 상승했다. 숫자로는 430만명 증가했다. 반면 정규직은 75.4%(3854만 2000명)에서 65.5%(3208만 8000명)으로 645만명 줄었다. 앞으로 적절한 정책 대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년내 비정규직이 전체 고용자의 50%에 육박할 것으로 렌고는 추정하고 있다. 비정규직 가운데 골칫거리가 이른바 ‘프리터’(FREETER·대학을 졸업했지만 뚜렷한 직장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와 니트족(NEET:Not in Employment,Education or Training·교육이나 기술습득은 물론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 일본 국민백서에 따르면 프리터는 98년 182만명(가사노동 포함)에 불과했으나, 이후 줄곧 늘어 2003년말에는 450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청년층(15∼34세)의 약 20%에 해당되는 숫자다. 니트족의 문제도 심각하다. 일본 총무성의 노동력조사 연구에 따르면 1995년 29만 4000명이던 것이 2000년에는 75만 1000명(청년층 인구의 2.2%),2005년에는 87만 3000명(2.7%)으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2010년쯤에는 98만 4000명(3.4%),2015년 109만 3000명(4.1%),2020년 120만 5000명(4.8%)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 사회경제생산성본부 관계자는 “니트 인구 및 비정규직의 증가는 직접적으로는 노동 투입을 감소시키는 한편 간접적으로는 자본투입에도 영향을 미쳐 잠재성장률의 저하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일본 제일생명경제연구소는 니트족의 증가에 따라 잠재성장률이 2000∼2005년 0.25% 포인트,2005∼2010년 0.28% 포인트 줄어들고 2020년쯤에는 잠재성장률(1.47%)이 0.72%로 반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bcjoo@seoul.co.kr ■ 구사노 렌고 사무국장 |도쿄 특별취재팀|“산업(업종)별로 키울 것은 키우고, 줄일 것은 줄여주는 역할을 렌고가 해야 합니다. 기업의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고는 개인이 잘 될 수 없습니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의 구사노 다다요시 사무국장은 “앞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며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의 양극화를 줄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구사노 사무국장은 도쿄대를 졸업한 뒤 1953년 닛산자동차에 입사해 당시 노조원으로 100일간의 임금투쟁에 참여하는 등 노조활동에서 강성 인물이었다. ▶일본의 노사관계를 평가해 달라. -전체적으로 협력관계가 정착됐다. 하지만 민간기업과 달리 공무원노조는 노동기본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대립적 요소가 강하다. ▶일각에서는 ‘렌고의 비투쟁성을 빗대 일본 노조는 죽었다.’는 얘기도 하는데. -렌고가 업종별 임금상승안도 내놓지 않고 뭐하느냐는 비난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자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게 렌고의 생각이고 역할이다. 지난해부터 대기업보다 임금이 적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임금기준을 금액까지 정해 주고 있다. ▶앞으로 렌고의 역할은. -사회보장제도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 이는 노조만으로는 안된다.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시장경제 지상주의에 빠져 있다. 시장에 맡기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약육강식의 사회를 가속화시키면 약자만 더 어렵게 되고, 그렇다고 경제상황이 하루아침에 크게 나아지지도 않는다. bcjoo@seoul.co.kr
  • [2005동아시아연맹축구선수권대회] 15전16기…‘恐中症’ 탈출

    ‘15년 만에 만리장성을 넘었다.’ 태극낭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세계 최강 중국을 꺾었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5동아시아연맹축구선수권대회 중국과의 1차전에서 한진숙(26·INI스틸)의 페널티킥 골과 박은선(19·서울시청)의 추가골로 중국을 2-0으로 물리쳤다. 지난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0-8로 처참하게 무너진 뒤 15년 동안 15전 전패(득3, 실70)라는 지독한 ‘공중증(恐中症)’을 털어낸 쾌거. 전날 중국과 1-1로 비긴 남자대표팀의 졸전이 남긴 체증을 시원하게 뚫어준 완승이었다. 전반 한송이와 정정숙을 투톱으로 3-1-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세계 8위 중국에 전혀 밀리지 않고 강한 압박축구를 구사하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첫골이 터진 건 전반 42분. 발빠른 정정숙이 페널티 오른쪽에서 수비수 리 지에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빼내며 재치있게 파고들다 얻어낸 페널티킥을 한진숙이 골키퍼 샤오젠을 완전히 속이고 골문 왼쪽으로 침착하게 차 넣어 승기를 잡았다. 이때 한국의 안종관 감독은 허리 부상 탓에 아껴두었던 ‘여자 박주영’ 박은선을 투입, 왼쪽 윙백 차연희와 ‘폭주기관차’ 한송이 등과 함께 당황한 중국 수비진을 마음껏 휘저으며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추가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박은선. 후반 19분 홍경숙이 하프라인 뒤에서 프리킥을 중국 스리백 뒤로 높이 띄워 올렸다. 박은선은 이를 보고 빠르게 뒷선으로 파고든 뒤 슛을 날렸지만 골키퍼 손을 맞고 떨어지자 다시 재치있게 오른발 뒤축으로 툭 밀어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편 한-중전이 끝난 뒤 열린 북한과 일본 경기에서는 전반 38분 이은숙(19)이 페널티 오른쪽에서 넘어지며 감각적으로 감아찬 공이 그물에 빨려들어가며 터진 결승골을 잘 지켜낸 ‘아시아 최강’ 북한이 1-0으로 승리, 남녀가 연이틀 일본 축구의 자존심을 짓밟으며 동반우승 행진에 청신호를 켰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종전60년 수교40년 韓日여론조사] 韓 44%·日 52% “양국관계 더 좋아질것”

    [종전60년 수교40년 韓日여론조사] 韓 44%·日 52% “양국관계 더 좋아질것”

    한·일 국교정상화는 올해로 40주년이 된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지만 한·일관계는 정치·경제의 영역을 넘어 사회·문화적 영역으로까지 확대 발전돼 가고 있다. 한·일 수교 40주년을 맞아 서울신문과 도쿄신문은 공동으로 한·일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해 한·일관계 현주소를 점검해보고 향후 발전가능성에 대해 탐색하고자 했다. ■ 양국관계 평가·전망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 등으로 최근 반일의식이 고조되고 있지만 한·일관계 자체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종전 60년, 한·일 국교정상화 40년 동안 한·일관계가 ‘좋아졌다.’는 응답은 44.1%로 ‘나빠졌다.’ 15.7%보다 3배 이상 많았다. 그러나 ‘변함 없다.’는 다소 냉소적인 응답도 37.0%로 나타났다. 한·일관계가 좋아진 이유(복수응답 허용)로는 ‘월드컵 축구 공동 개최’를 꼽은 응답자가 34.7%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경제 교류’ 33.8%,‘한류붐’ 26.5%,‘자매도시 교류를 비롯한 민간 교류’ 18.8% 순이었다. 관계가 나빠진 이유로는 ‘독도 영유권 문제’가 70.7%로 압도적 다수가 지적했다. 우리 국민 세 명 중 두 명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가장 못마땅해한다는 뜻이다.‘과거의 역사’ 35.7%,‘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26.1%,‘문화 관습의 차이’ 13.4% 등도 관계 악화의 원인으로 열거됐다. 특히 일본에 친근감을 느끼면서도 관계는 악화되었다고 보는 국민들의 72.2%가 독도 문제를 그 이유로 지적했다. 또 일본이 한국을 위해 필요하지만 관계는 악화됐다고 보는 국민들도 77.0%가 독도 문제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한국 국민들에게 독도는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민족의 자존심과 정체성에 직결되는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사안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우리 국민들의 대다수인 84.3%가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반성하고 있다.’는 비율은 12.4%에 그쳤다. 일제 식민지를 몸소 경험했던 70대 이상(69.0%)에서보다 20대(84.8%)와 30대(86.6%)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한국 국민들의 다수는 양국 관계의 전망에 대해 비교적 낙관하고 있다.44.1%가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고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14.1%에 불과했다. 다만 ‘변화 없을 것’이란 비율이 36.5%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그럼 일본 국민들은 어떨까. 한·일관계가 ‘좋아졌다.’는 응답은 51.2%로 우리 국민보다 후한 점수를 주었다.‘변함 없다.’거나 ‘나빠졌다.’는 각각 24.6%,20.6%였다. 좋아진 이유로는 ‘한류 붐’이 56.6%로 가장 많았고 ‘월드컵 공동 개최’ 49.2%,‘경제 교류’ 46.1%,‘민간 교류’ 39.6% 등 순으로 경제 교류나 월드컵보다 한류 붐을 먼저 꼽는 약간의 인식차를 보였다. 한류 붐이 몇몇 대중 스타의 반짝 인기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한국에 대한 국가 이미지 자체를 변화시켜 양국 국민들의 우호 관계를 증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빠진 이유는 한·일 간 서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독도 문제’가 63.6%로 역시 높았고 ‘과거사’ 55.3%,‘신사 참배’ 51.5%,‘문화 관습의 차이’ 33.0% 등이었다. 일본 국민 역시 향후 한·일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과반수인 52.3%가 답했다.‘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14.1%,‘변화 없을 것’ 29.9%였다. 이같은 징후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한국과 중국이 반발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답한 일본 국민이 53.9%로 나타난 데서도 일단을 엿볼 수 있다. 특히 20대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비율이 60.3%로 전체 평균보다 높은 점은 앞으로 한·일관계 미래를 밝게 점칠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 대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43.4%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해 한·일 간 장벽을 느낄 수 있다. 총리의 신사 참배를 한국과 중국이 문제 삼는 것은 “내정 간섭”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양국민 감정’ 총평 한국인에게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감정적으로는 일본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지만 현실적으로는 일본을 필요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감정과 현실인식 사이에 부조화현상이 발견된다. 반면 대다수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해 비교적 친근감을 가지고 있고 현실적으로도 한국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감정과 인지가 비교적 일관성있게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40년간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두 나라 국민 모두 좋아졌다는 평가를 하고 있으며 향후 한·일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향후 한·일관계가 더욱 확대재생산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일본의 역사 반성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고, 일본인들은 고이즈미총리의 신사참배에 대한 주변국들의 반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양 국민 모두 상대방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고 있지 않으며, 특히 상당수 한국인들이 일본을 동아시아 안정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대다수 한국인들은 일본이 종군위안부 문제 등을 포함한 과거 식민통치에 대한 사죄를 아직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일본의 재무장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국인 대다수는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독도, 종군위안부, 역사교과서’ 등의 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일본측의 진지한 과거사문제 해결 없이는 한·일관계는 피상적일 수밖에 없음을 강력히 드러낸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인들은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는 일본에 대해 한국인들은 불쾌감을 가지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그들과 교류하고 배워나가야 한다는 실용적 태도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조사결과가 한·일관계 개선과 발전에 도움을 주리라 기대한다. 양 국민이 서로 감정과 인식의 차이에 주목하면서 현안들을 솔직하고 대담하게 풀어나간다면 한·일관계는 상생의 틀 속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남영 KSDC소장 nlee@ksdc.re.kr ■ 동아시아 최대 안보위협국은 한국인들은 미국이, 일본인들은 북한과 중국이 동아시아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경우 젊은 세대의 반미감정이 강했으며, 일본에선 젊은 세대의 반북(反北)감정이 거셌다. 한국인 응답자 가운데 가장 많은 24.2%가 미국이 동아시아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대답했다. 중국과 일본·북한을 지목한 응답자는 각각 21.7%와 20.6%,17.1%였다. 한국에서는 젊은 세대일수록 미국을 위협 국가로 인식하고 있었다.20대와 30대의 각각 34.4%와 29.1%가 미국을 지목했다. 반면 40대와 50대,60대에선 미국을 꼽은 비율이 21.5%,19.1%,7.8%에 그쳤다. 40대는 최대 위협 국가로 중국을,50대는 중국과 일본을 지목했다.60대에선 북한이 24.5%로 가장 많았고 일본이 1%포인트 차이로 뒤를 이었다. 예상과 달리 70대 이상에선 미국이 21.1%로 가장 많았고, 일본이 16.9%로 그 다음이었다. 이는 2차대전을 체험한 이들 세대의 경우 전쟁을 주도한 미국과 일본에 대한 경각심과 공포심이 무의식 속에 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측은 분석했다. 일본인 여론조사에서는 북한과 중국이 각각 37.7%와 37.2%로 나와 월등하게 높았다. 미국은 10.8%에 그쳤다.20대에서 40대까지 젊은 세대들은 북한을 지목한 비율이 높았고 50대 이상은 중국을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꼽았다.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릴수록 북한을 위협 국가로 지목했으며 부정적으로 평가할수록 중국을 꼽았다.‘한국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느낀다.’고 밝힌 응답자 556명 중 가장 많은 43.5%가 북한을 지목한 반면,‘느끼지 않는다.’고 답한 280명의 46.4%가 중국을 첫번째로 꼽았다.‘한·일 관계’에 대한 질문에서도 ‘관계가 좋아졌다.’고 평가한 경우 북한을,‘나빠졌다.’고 대답한 경우 중국을 지목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한·일 공동 국민여론조사 원본 자료 보기
  • 지리산 반달곰 복원 중간점검

    지리산 반달곰 복원 중간점검

    지리산 골짝과 등마루에 곰 발자국이 갈수록 무성하게 찍히고 있다.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으로 방사된 반달가슴곰(1급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329호)들의 족적이다. 연말쯤이면 지리산 반달곰이 20여마리를 웃돌게 된다.“산에서 곰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말은, 적어도 지리산에선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올해 5년째 접어든 복원사업이 거둔 성과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물음도 동시에 던져지고 있다. 복원사업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곰은 곰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서로의 영역을 지켜주며 공존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복원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간간이 제기돼 온 이런 물음은 요즘 더욱 진지해졌다. 몇 가지 사례 때문이다. #1 연해주 반달곰 ‘칠선’이의 실패 10개월 전 연해주산 6마리에 이어 북한산 8마리도 지난달 지리산에 방사돼 야생에 적응 중이다.14마리 모두 생후 20개월 안팎. 아직은 어린 티를 벗지 못했는데, 전문가들은 “이때부터 4살 정도까지 호기심이 물오르고 활동력도 왕성해져 사람과 마찰로 이런저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보름 전, 그만 우려했던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지리산 탐방객 등에 따르면 칠선(암컷)이는 장난기가 그득했다. 탐방로 계단을 내려가는 등산객의 배낭을 뒤에서 붙잡고 놔주지 않는 바람에 배낭 실밥이 뜯어지기도 했고, 등산객의 모자를 뒤에서 갑자기 낚아채 도망가는 일도 벌어졌다. 대피소 근처에 둔 잔반통의 나사를 돌려 뚜껑을 연 뒤 그 속의 음식물을 먹어 치우는 영리함도 보였다. 어린 반달곰의 앙증맞은 행동으로 여겨선 곤란하다. 복원사업의 관점에서 보면 틀림없는 실패작이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 야성을 상실한 증거이기도 하다. 결국 칠선이는 마취총을 맞고 회수돼 계류장에 갇힘으로써 야생의 삶을 중도 마감하게 됐다. 한상훈 반달곰관리팀장은 “언젠가 칠선이가 나무에서 떨어져 골절상을 입은 적이 있는데 한 달 정도 치료받는 과정에서 사람 냄새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칠선이뿐 아니라 또 다른 반달곰도 최근 대피소 인근을 배회하며 쓰레기 더미를 뒤진 흔적이 포착됐다. 반달곰팀은 현재 대피소 근처에 잠복하거나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사실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 팀장은 “(반달곰이 사람 근처에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면)등산객들의 탐방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면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은 물론 음식을 먹은 흔적조차 남기지 말고, 곰들에게 귀엽다고 과자를 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2 일본 반달곰,2년 넘도록 종적 못찾아 지리산 노고단 아래 문수사란 절에서 기르던 반달곰 4마리 가운데 2마리가 지난 2003년 7월 자취를 감추었다. 사찰 측은 “반달곰이 도망쳤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산중에 풀린 경위에 대해선 여러 의혹이 분분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들 곰은 만 2년이 지나도록 행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탈출한 곰이 일본아종이라는 점이다. 지리산 동부지역에서 서식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야생 반달곰이나 최근 방사된 연해주산·북한산 반달곰과는 교배가 되면 안 되는 종이다. 그럴 경우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탈출한 곰의 생사여부 등 사실관계의 확인이 요구되고 있지만 당국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환경부 김홍주 사무관은 이에 대해 “그동안 (문수사 곰을 봤다는)신고가 일절 없었던 점 등에 비춰 지리산에 살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야생곰과의 교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정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일본 반달곰을 봤다는 신고가 없었던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계자는 “일반 등산객이나 탐방객, 주민 등이 곰을 목격하더라도 일본 반달곰인지, 연해주 혹은 북한산 반달곰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면서 “이들 반달곰의 한 쪽 귀에 달린 인식표가 한결같이 노란색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달곰이 실제로 지리산에 풀린 것은 맞는지, 생사여부는 어떤지 등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사실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3 지리산은 ‘위험지대’? 지리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에겐 ‘위험한 곳’으로 바뀌게 된다. 우선 내년 이맘때쯤 탐방로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반달곰은 100㎏가량의 육중한 체구를 갖춘 녀석들이다. 귀여운 반달곰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어지게 된다. 지리산 등산을 하려면, 최악의 경우 곰의 공격(?)으로부터 목숨을 부지하는 방법만큼은 필수적으로 알아둬야 할지도 모른다. 반달곰을 당국이 일일이 관리해 주도록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 올해부터 2008년까지 해마다 6마리씩 24마리를 추가로 들여와 방사할 계획인데, 숫자가 많아지면서 인위적 관리는 갈수록 힘들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방사 후 1∼2년까지는 반달곰의 이동경로 파악 시스템을 운용할 계획이지만 그 이후부터는 수컷 곰들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반달곰을 방사하면서 귀에 매단 위치추적용 발신기 배터리의 수명이 끝나더라도 이를 교체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한상훈 팀장은 “암컷은 새끼를 배기 때문에 앞으로도 집중 추적해 배터리를 교환할 예정이지만, 수컷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지리산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 반달곰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사람의 안전에 대한 정교한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반달곰과 맞닥뜨리면 일본의 산간지방 에서는 때때로 곰이 주민들을 습격하기도 한다. 우리도 전혀 남의 일로 치부할 수만은 없게 됐다. 지리산 깊은 숲속에서 반달곰과 맞닥뜨릴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단 반달곰과 마주치면 시선을 피하지 말고 곰의 움직임을 살펴보면서 천천히 떨어져야 한다. 당황한 나머지 곰에게 등을 보이며 도망가는 것은 절대 금물. 이럴 경우 곰은 자기보다 약한 상대로 판단해 공격해 온다. 산속에서 곰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는 생각도 오산이다. 곰은 영리하기도 하지만 민첩하기 이를 데 없다.100m를 7초에 주파할 정도다. 심지어 차를 타고 있더라도 산속에선 제 속도가 나오지 않으니 안심할 수 없다. 반달곰은 금속성 소리를 싫어하기 때문에 방울소리를 내거나 호각을 크게 불며 자리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대로 반달곰이 접근해 오면 손을 크게 휘두르거나 높은 바위에 올라가는 것이 좋다. 집요하게 접근할 경우 우산이나 배낭 등으로 적극 방어를 해야 한다. 그래도 공격을 멈추지 않아 급박한 위험에 빠질 경우엔 최후의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신체의 급소를 보호하는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반달곰관리팀은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단독산행을 피하고 지정된 탐방로 이용 ▲곰에게 먹이를 주거나, 비디오 촬영 금지 등을 당부하고 있다.
  • [동아시아축구대회] ‘공한증’은 쭉~

    ‘공한증(恐韓症)은 계속 된다.’ 뜨거운 ‘젊은 피’로 무장한 본프레레호가 중국을 제물로 동아시아연맹축구선수권대회 2연패의 시동을 건다. 한국축구대표팀은 31일 오후 5시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개막전을 치른다.최상의 전력은 아니다. 박지성(멘체스터 유나이티드) 안정환(FC메스) 이영표(PSV에인트호벤) 차두리(프랑크푸르트) 설기현(울버햄프턴) 등 2002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들이 대부분 유럽 정규시즌 준비로 빠졌다. 게다가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인 ‘축구천재’ 박주영(서울)마저 발가락 부상으로 제외됐다. 하지만 본프레레호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다. 중국은 지난 7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차범근 현 수원삼성 감독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한국에 0-1로 패배한 뒤 무려 27년 동안 A매치 한국전 15패10무라는 참혹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붙었던 2003년 12월 1회 대회에서도 중국은 유상철(울산)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무릎을 꿇었다. 때문에 중국언론이 ‘공한증’이란 신조어까지 만들 정도다.자신감을 가질 만한 요인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선수들의 투지. 이동국(포항)과 이천수 김진용(이상 울산), 정경호(광주) 등 쟁쟁한 K-리그의 대표 골잡이들에다 김한윤(부천)-유경렬(울산)-김진규(이와타) 스리백, 김두현(수원)과 백지훈(서울) 등 곳곳에 포진한 젊은 피들은 이번 대회에서 본프레레의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때문에 젖먹던 힘까지 짜낼 전망이다. 게다가 이에 맞서는 중국의 전력도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중국은 2006독일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한 뒤 국내리그에서 선전 젠리바오를 우승으로 이끈 주 구앙후 감독 체제로 개편,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 역시 이번 대회에 해외파를 제외하고 2005세계청소년축구대회 16강의 주역이자 ‘중국판 홍명보’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펑샤오팅, 자오수리(이상 다롄), 저우하이빈(샨둥), 하오준민, 천타오(이상 텐진) 등을 중심으로 팀을 꾸렸다. 한편 북한도 이날 한-중전이 끝난 뒤 독일월드컵 최종예선에서 2패의 수모를 안긴 일본과 같은 장소에서 만나 설욕전을 치를 예정이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황장석기자의 아시아 창] 미얀마의 아세안의장 포기 속사정

    지난 26일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연례 외무장관 회의에서 미얀마가 내년으로 예정된 아세안 의장국 자리를 포기했다. 겉으로 내세운 이유는 “현재 추진중인 민족 화합과 민주화 과정에 집중하기 위해서”였지만 실은 미국과 유럽의 압력 때문이었다. 아세안 의장국은 매년 알파벳 순서에 따라 회원국들이 돌아가며 맡고 있다.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순이다. 현 의장국인 말레이시아 임기가 내년 6월 끝나면 순서에 따라 미얀마가 내년 7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맡게 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은 미얀마 군사정부가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다.”면서 “미얀마가 의장국이 되면 아세안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회원국들을 압박했다. 특히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미얀마의 대표적 민주투사 아웅산 수치 여사에 대한 가택연금을 크게 문제삼았다. 아세안이 미국과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등 이른바 ‘대화 상대국’들과 연례 회담을 갖고 경제적 협력과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EU의 불참은 아세안에 대한 지원 중단을 뜻했다. 결국 아세안 창립 멤버들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필리핀·싱가포르·태국 등은 미국편으로, 같은 독재정권인 베트남과 라오스·캄보디아는 미얀마편으로 갈리는 내부 분란이 일어났다. 그리고 미얀마가 전격적으로 내년에 의장국을 맡지 않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외신들은 미얀마 군사정권이 의장국을 포기함으로써 “다른 회원국들의 체면은 살리고 민주화에 대한 미국 등의 압박은 잠시 피해가는 전략”을 택한 것을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19일로 환갑을 맞은 아웅산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 해제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얀마는 1962년 이후 43년째 군부독재가 이어지고 있다. 군부는 지난 90년 국민의 민주화 요구에 마지못해 총선을 실시했지만, 아웅산 수치의 민족민주동맹(NLD)이 압승하자 모른체 정권을 넘기지 않고 있다.suro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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