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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병든 앨리스 떨어뜨리기-황정은의 소설 - 이한나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병든 앨리스 떨어뜨리기-황정은의 소설 - 이한나

    1. 황정은, “그녀가 누릴 수 있었던 최고의 호사는 세로글씨로 조판된 세계문학전집을 탐독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작가가 세계문학전집 중 무엇을 가장 아껴가며 읽었을지 제법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녀의 소설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말이다. 잿빛 털을 가진 토끼들이 만화 주제가를 부르며 머리를 짓밟고 가고(「문」), 집이 커진 게 아니라 내가 잠시 줄어든 것이며(「오뚝이와 지빠귀」), 그림자가 일어나고(『백』), 지금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오롯이 설명해줄 말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적혀 있다(「야행」). 토끼 굴을 낙하하는 앨리스를 보고, 꿈속에서 버섯 규모로 작아져서는 용케 밟히지 않은 채로 길 위에 서며(『나나』), 동생에게는 때마다 앨리스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야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그리고 연작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구성하는 여러 모티브들은 황정은의 소설 속에서 꾸준히 반복 등장한다. 황정은은 이를 변형하여 차용하기도 하는데, “그냥 모자가 됐을 뿐인데요”(「모자」, 41쪽), 혹은 “그림자가 일어났다고 말하자 여씨 아저씨는 눈을 깜박였다”(『백』, 30쪽)와 같은 구절 따위가 이에 해당한다. 아버지가 갑자기 모자로 변해도, 그림자가 슬그머니 일어나도,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은 결코 당황하는 법이 없다. “그냥 모자가 됐을 뿐인데요”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이와 동일하게 이상한 나라(wonderland)에서 앨리스는 이상해(wonder)하지 않는다. 모든 게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만 한다. 오히려 소녀는 엄숙하게 골무를 수여하는 도도새를 보고 그 꼴이 우스워 웃음을 터뜨리고 싶지만 그들이 너무나 진지해서 웃음을 참는다. 이로써 황정은 특유의 환상성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그녀의 환상성 일반을 차지하도록 초기작부터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끈질기게, 앨리스를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의 인용문이 그 단서를 제공할지도 모르겠다. 오래전 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나무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커다란 나무와 앨리스 소년에 관해서. 앨리스 소년은 그 나무 아래에서, 해가 뜨고 달이 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가만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자는 나무 바깥으로 나가면 되지, 라고 말했다. 모든 일은 그 새끼가 나무 아래 서 있기를 고집했기 때문 아닐까? 나무 바깥으로 나가면 상황 끝, 오케이? 그렇구나. (…) 하지만 그건 마치 갤럭시와도 같은 대답.(『야만』, 158~159쪽) 끝내는 여장 노숙자가 된, 매일을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가난한 소년의 이야기, 라고 황정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야만적인 앨리스씨』는 요약될 수(도) 있다. 소년의 이름은 앨리시어. 동생이 죽은 뒤 모든 걸 놓아버린 그는 동생에게 들려주곤 했던 이야기의 끝자락만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 이야기 속에서 앨리스 소년은 나무 아래에 자리한다. 앨리스 소년이 나무 주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두고 한 남자는 간단히 “나무 바깥으로 나가면 상황 끝, 오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갤럭시와도 같은 대답이라 한다. 황정은의 용어 사전에서 ‘갤럭시’란 ‘타인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 좆같은 거’다. 이를 통해 앨리시어에게(그리고 황정은에게) 앨리스 이야기란 ‘고통’과 관련 있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란 걸 유추해낼 수 있다. 어쩌면 그녀의 소설이 품고 있는 어떤 새로운 가치를 드러낼 수도 있음이다. 다만 섣불리 접근했다간 “그건 마치 갤럭시와도 같은 대답”이라는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르니 신중해야 한다. 소설 속에서 가난한 이들의 환상은 보통 현실을 도피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도피할수록 현실의 나,는 희미해진다. 그러나 황정은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었다. 환상이 되레 현실의 자아를 첨예화할 수 있음을 안다. 환상이 현실에 대한 고뇌로부터 그들을 멀어지게 하기보다는 가까워지도록 도울 수 있음을 안다. 그래서 그녀는 대담하게도 부르주아지인 앨리스의 방식을 몰래 이용하여 가난한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이상한 나라로 이어지는 토끼 굴에 슬쩍 가난한 이들 역시 떨어뜨린다. 2. 먼저 아까부터 괜히 낯이 익던 ‘앨리시어’(Alicia)라는 이름에 주목해보자. 이는 ‘앨리스’(Alice)와 그 형태가 유사하다. 그러나 단순히 앨리스의 남성형 정도에 해당한다고 정의 내릴 수만은 없다. 필자의 추론은 이렇다. 앨리시어(Alicia)는 앨리스(Alice)에 어미 ‘-ia’를 더한 것과 같다. 어미 -ia는 그리스어로 ‘국가’(nation) 또는 ‘병’(illness)을 뜻한다. 이 중 후자를 따르자면 앨리시어는 앨리스에 ‘병’을 더한, 즉 ‘병든 앨리스’가 된다. 이 글에서는 황정은 소설의 주요 인물들을 앨리시어, 즉 병든 앨리스로 칭하고자 한다. 우선 저기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지”(「낙하하다」, 78쪽)고 있는 앨리시어에게 다가가 보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채 몇 장 넘기지 않더라도 앨리스(Alice)와 앨리시어(Alicia) 간의 큰 차이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첫째로, 앨리스는 토끼 굴 속으로 떨어지지만 앨리시어는 떨어지지, 다시 말해 바닥에 닿지 못한다. 갑자기 쿵! 쿵! 하고 잔가지와 낙엽 더미 위로 떨어진 앨리스와 달리 그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는 채 “검은 공간을 하염없이 떨어져 내릴 뿐이”(「낙하하다」, 61쪽)고, “발밑을 내려다보지만 거긴 너무 멀고 텅 비어 있”(「파씨의 입문」, 219쪽)으며, “아직도 떨어지고, 여태 떨어지고 있는 거다”(『야만』, 132쪽). 둘째로, 토끼 굴 속을 떨어지는 와중에 보이는 물건들이 다르다. 먼저 앨리스는 굴 속에서 양 옆을 살피는데, 그 곳엔 ‘찬장’, ‘책꽂이’, ‘지도’, ‘그림’들이 잔뜩 걸려 있다. 반면 앨리시어가 떨어지는 와중에 곁에 보이는 것들은 “숟가락, 바닥이 두꺼운 유리컵, 방금 깎은 연필, 종이들, 구멍이 세 개 뚫린 단추, 젓가락 한 짝과 호두를 부술 수 있는 가위 따위”(「파씨의 입문」, 219쪽)이다. 우선 이 중 후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인용문을 읽어 두는 것이 좋다. “‘얘야, 어서 올라와!’ 해도 그냥 올려다보면서, ‘내가 누군데요? 그걸 먼저 말해 줘요. 내가 당신이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올라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누군가가 될 때까지 여기 이 아래서 살 거예요.’ 하고 대답해야지.”(『이상한』, 27쪽) 토끼 굴을 통과하여 이상한 나라에 당도한 앨리스는 곧바로 알 수 없는 액체를 마시고는 키가 작아지고, 건포도 케이크를 먹고는 키가 커지는 경험을 한다. 그러곤 외친다. “지금의 나는 누구인 거지? 아, 이건 대단한 수수께끼다!”(『이상한』, 25쪽)라고. 실로 이와 같은 외침 이후에 이상한 나라 안에서의 여러 모험들(adventures)은 이 대단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한 여정으로 둔갑한다. 위의 인용문에서와 같이 앨리스는 당신이 말하는 사람,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 ‘당신’(으로 지칭되는 무언가)의 바람을 충족하는 다른 누군가가 되지 전까지는 굴 밖으로 나가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다른 누군가’는 도대체 누구를 의미하는가. 이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추측은 가능하다. 의식적으로 고상한 어휘를 사용하려 노력하고(대부분 잘못 사용하지만), 가정교사와 하인들이 있고, 학교에선 불어를 배우며, 때로는 오빠의 라틴어 문법책을 훔쳐보곤 하는 이 소녀는 결말부에 이르러 바로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교양 없이 굴려면 나머지 이야기는 네가 하는 게 좋겠다.”(『이상한』, 104쪽) 즉 ‘교양’을 강조한다. 독일 인문주의의 맥락에서 ‘교양’(Bildung)이란 쉽게 말해 사람 각자가 생득적으로 가진, 인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최대한 현실화하도록 유도·계몽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필연 ‘자아형성(self-formation)’과도 관련이 있다. 자아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란 거다. 이는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많은 규범들을 의식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생존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기행 이후 “나는 주체성을 잃었으나 세계를 발견했다”고 고백한 괴테 역시 자아의 형성이 ‘주체성’이라는 단어보다는 ‘사회화’라는 단어와 더 어울림을 미리 알았다고 볼 수 있다. 앨리스는 토끼 굴 안에서 이런 용어를 내뱉은 것이다. 키가 작아졌다 커졌다 반복되어도, 동물들이 사람 꼴을 하고 말을 건네도, 틈만 나면 “저놈의 목을 치시오!”라고 말하는 여왕을 만나도 소녀의 머릿속은 “지금의 나는 누구인 거지?”라는 물음과 ‘교양’이라는 단어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 둘은 연관되는데, 앞서 공백으로 남겨둔 ‘당신’의 자리에 ‘교양’이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굴 안에 떨어져 “내가 당신이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올라가겠지만”이라고 말했던 부분에서 ‘당신’을 ‘교양’으로 바꾸면 이는 쉽게 “내가 교양이 말하는 사람(=교양의 지향점을 따르는 사람=교양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으면 올라가겠지만”이 된다. 앨리스는 본래 무식한 꼬마 취급 받는 것을 두려워하던 인물이다. 이상한 나라에서 소녀는 계속해서 (자기보다도 더) 터무니없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 이들 틈에서 “교양 없는 짓이잖아”, “정말 야만적이군요!”와 같은 말들로 무례함, 교양 없음을 지적해 나가며 그들에게 휩쓸리지 않는다. 이렇듯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 안에서의 모험 내내 ‘교양’을 기준으로 ‘교양 있음/없음’을 나누고 ‘교양 있음’의 편에 자신을, ‘교양 없음’의 편에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을 놓는다. “지금의 나는 누구인 거지?”라는 대단한 수수께끼의 해답은, 고로 자아를 찾기 위한 해답은, 자신을 자신 아닌 것과 구별하는 의식 속에서 생겨나는 법이다. 그리고 마침내 너희들은 카드 묶음에 불과하다는, ‘너희는 기껏해야 (나와 달리) ○○에 불과하다’는 깨달음과 동시에 소녀는 잠에서 깨어난다. 교양에 기반한, 앨리스의 이 모든 행동을 가능토록 만든 것들에 대한 힌트는 이미 이 장의 앞부분에 제시되어 있다. 그것은 ‘찬장’, ‘책꽂이’, ‘지도’, ‘그림’. 앨리스가 토끼 굴로 떨어지며 본 것들이다. 유추하건대 대대로 물려온 접시를 보관하는 찬장, 희귀본들이 가득한 책꽂이, 18세기 제국들의 정복지를 표시한 지도, 고조할아버지쯤 되는 윌턴 경의 초상화 등이었을 것이다. 즉 모두가 부르주아지인 앨리스의 자아를 첨예화하는 데에 도움을 주어 소녀로 하여금 잠에서 깰 수 있게, 토끼 굴에서 다시 빠져나올 수 있게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앨리시어가 본 것들은? 아아, 그것은 “숟가락, 바닥이 두꺼운 유리컵, 방금 깎은 연필, 종이들, 구멍이 세 개 뚫린 단추, 젓가락 한 짝과 호두를 부술 수 있는 가위 따위”이다. 이 잡동사니들을 움켜쥐고 이상한 나라로 들어간다면 앨리스와 같이 쉽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것들로 자아를 첨예화하여 나와 그들을 구분해낼 수 있을까? 글쎄. 턱도 없다. 앨리시어는 모험이 아닌 방황을 할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3. 한 번 이상한 나라에 당도하면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앨리시어는 떨어지지 못한다(않는다). 앨리스가 안락한 자아 형성의 과정을 즐기는 동안 앨리시어는 “풉풉 풉풉 풉, 풉, 풉풉풉풉풉풉풉풉풉풉풉”(「무지개풀」, 101쪽)하며 다소 엉뚱한 곳에 자신의 에너지를 소진한다. 또는 TV를 시청한다. 물론 교양 프로그램을 시청하지는 않는다. 한 목격자가 말하길 “단 하나의 채널을 수신할 수 있었는데 몇 번 채널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노이즈가 심했다. 진동하는 모자이크로 탈색된 화면에서 아마도 남자로 보이는 해체된 얼굴이 바직파직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뼈 도둑」, 187쪽). 그나마 한 채널뿐이고, 그나마 해체된(deconstructed) 얼굴만이 바직파직 떠 있다. 알아들을 수 없다. 이로썬 자아를 견고히 할 수 없다. 이미 절단된 사지는 붙을 가능성마저 잃는다. 유기체(有機體)가 되지 못할 것을 직감한, 교양이라는 ‘틀(機)’이 없는, 병든(-ia) 앨리스인 그는 머리, 팔, 다리, 등, 배로 각기 나뉘어 생각하기 시작한다(「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그러곤 계속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해 보세요, 가마. 가마. 가마. 가마. 가마. 이상하네요. 가마, 라고 말할수록 이 가마가 그 가마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죠. 가마. 가마.(『백』, 37~38쪽) “가마, 가마, 가마, 가마, 가마” 하고 “슬럼, 슬럼, 슬럼, 슬럼” 한다.(『백』) 앨리시어가 보기에 가마는 사람마다 전부 다르게 생겼는데도 그걸 전부 가마, 라고 부르는 건 가마의 처지에서 ‘상당한 폭력’이다. 그러므로 이 ‘상당한 폭력’을 무력화시킬 방법을 강구해낸다. ‘반복 말하기’가 그것이다. 그는 이어서, 말이라는 현상은 B라는 점이 아니라 A에서 B로 이어지는 가느다란 선분이기에 이 A와 B 사이에 숨겨진 무수히 많은 맥락들을 고려해본다면, 정말로 쓸 만하거나 할 만한 말이라는 것은 없다고 설명한다.(「곡도와 살고 있다」) 즉 A라는 한 단어가 B만을 지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는 B도, C도, F도, Z도 뜻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상당한 폭력”은, ‘B’는 희미해진다. ‘반복 말하기’는 기존의 어휘들을 무력화한다. 그간의 ‘맥락’을 끊는다. 동시에 ‘보통’에 대한 강박 역시 누그러뜨린다. A가 B도 F도 될 수 있다면, ‘보통’ 역시 이것도 저것도 다 그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는 B에 의해, 보통에 의해, 어쩌면 교양에 의해 절단된 사지만을 덩그러니 끌어안고 있던 앨리시어로 하여금 유기체적인 매끄러운 몸을 가지고 다시 “세계의 저편”(「파씨의 입문」, 219쪽)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저편에는 찬장, 책꽂이, 지도, 그림들이 아니라 숟가락, 바닥이 두꺼운 유리컵, 방금 깎은 연필, 종이들, 구멍이 세 개 뚫린 단추, 젓가락 한 짝과 호두를 부술 수 있는 가위 따위가 있다. 이것이 앨리시어의 ‘보통’이라면 보통이다. 숟가락 뒷면의 뒤집혀진 상(像)으로, 혹은 방금 깎은 연필로 막 써낸 글로 세상을 바라보아도 괜찮다. 다 괜찮다. 그것으로 처참히 찢긴 제 몸이 다시 온전해질 수, 오롯이 그 유일함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 말이다. 4. 앨리스가 ‘교양’이라는, 선대로부터 켜켜이 쌓아온 그것에 기댄다면 앨리시어는 오로지 자기 자신(또는 자기와 동일시하는 대상)에 흡착한다. 흡, 착, 한다. 있는 힘껏 빨아들이고 착 달라붙는다. 흐읍, 하고 착! 그리고 나서는? ‘나’ 위에 ‘나’를 쌓는다. 그가 말했듯 “세 개의 점이 하나의 직선 위에 있지 않고 면을 이루는 평면은 하나 존재하고 유일하다.”(「대니 드비토」, 52쪽) 이것은 평면이 아닌 ‘나’에 대한 정의이기도 하다. 이 유일한 나, 가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인다면? 부족이 되나,라고 나는 물었다. 부족민이고 뭐고 없는데? 네가 있잖아. 라고 나기는 말했다. 족장이자 부족민인 네가 있잖아. 나 하나뿐인데? 하나뿐인 부족도 있는 거지, 세상엔.(『나나』 1366쪽) “하나뿐인 부족”이 된다. 하나뿐인 부족도 있는 거다, 세상엔. 『소라나나나기』는 가난한 세 인물 소라, 나나, 나기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남편을 잃고 반쯤 정신을 놓고 있는 애자, 그리고 그녀의 자식인 나나와 나기를 소라의 어머니가 거두게 되면서 이들은 거의 함께 살아간다. 이 중 성인이 된 나나는 예기치 않게 연인의 아이를 임신한다. 연인과 결혼을 하면 보다 윤택한 삶으로 편입할 수도 있다. 잘 사는 집. 그러나 (잔병도 없는)아버지가 요강을 사용하고 어머니가 요강을 비우고, 가장 좋은 날짜가 7일이니 아기는 바로 그날에 태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집. 그걸 모두가 당연히 여기는 집에 그녀는 진입하기를 관둔다. 말했듯, 하나뿐인 부족이 될 것이다. 아이가 태어났는데 세상이 그렇게 끝나버리면 너무 억울할 것 같은 거야. 아이나 나나 말이지. 모처럼 낳았고 모처럼 태어났는데. 그냥, 세계가 끝나버리면.…공룡이 사라졌잖아. 멸종이라서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것 같지만 실은 천만년이 걸렸대. 천만년에 걸쳐서 서서히 사라진 거야. 그렇게 금방 망하지 않아. 세계는. 천만년이면 나나가 십만명.…하지만 그 십만번 안에 웃는 나나가 있고 우는 나나가 있고 화를 내는 나나가 있고 그리워하는 나나가 있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나나가 있고 두려워하는 나나가 있고 수줍어하는 나나가 있고 토라진 나나가 있고 기다리는 나나가 있고…(『나나』 3271~3272쪽) 하나뿐인 종(種)이 될 것이다. 공룡도 실은 천만년이나 걸려서 멸했다. 나나는 그러니까 “길게 망해”갈 것이다. “그렇게 금방 망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나나』 3272쪽) 이것이 병든 앨리스의 생존법이다. 이상한 나라에서 순조로이 빠져나오기를 가능케 할 수 있는, ‘나’와 ‘남’을 구분할 그 무엇이 부재한 그는 이 ‘병’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병든 채로라도 오래 버티길 원한다. 이렇게 버티고 버티고… 떨어지고 떨어진다. 떨어지며 ‘나’를 쌓는다. 앨리시어 위에 앨리시어가 떨어지고 떨어진 앨리시어 밑엔 앨리시어가 깔리고 앨리시어가 떨어지고 앨리시어가 포개지고…. 쌓인 앨리시어는 천만년 동안 십만 명의 앨리시어로 살아남을 것이다. “숟가락, 바닥이 두꺼운 유리컵, 방금 깎은 연필, 종이들, 구멍이 세 개 뚫린 단추, 젓가락 한 짝과 호두를 부술 수 있는 가위 따위”여도 좋다. 나, 앨리시어가 유일한 존재임을 상기시키는 거라면. 앨리시어는 모자가 되고(「모자」) 오뚝이가 된다(「오뚝이와 지빠귀」). 나를 쫙 흩뜨려 나와 동일시하는 대상에 가 달라붙거나(「대니 드비토」), 하나 존재하는 평면에 대해 되뇐다.(「낙하하다」) 집중한다. 그렇게 살아남는다. 토끼 굴 속에서 낙하하며 ‘나’를 생각한다. ‘나’를 쌓는다. 5. 근대의 실상에 대해, 마르크스는 “단단한 것은 모두 녹아 날아간다”고 했고, 니체는 “토대라는 토대는 모두 미쳐서 날뛰듯이 산산이 부수고 엉망으로 만드는 것, 모든 토대를 녹여서 부단히 흘러가는 진화를 계속하게 하는 것, 존재하는 것이라면 모두 쉼 없이 해체하고 역사화시키는 것”이라 했다. 이 두 정의를 바탕으로 버만은 근대성(modernity)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샬 버만, 『현대성의 경험』, 윤호병·이만식 역, 현대미학사, 1994. 그에 의하면 근대성은, 자족적이고 비연속적인 개체로써 ‘지금, 여기’를 바라보며 기존의 모든 가치를 덧없게 하는 것이다. 진정 이런 거라면, 앨리시어는 근대성을 자신의 유일한 실존적 조건으로 삼은 자라 할 수 있다. 다시 돌아가, 한국 소설 안에서 환상이 가난과 같은 현실의 문제를 도피하는 수단이 아닌 극복하는 방안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환상 속에서 끝없이 현실의 ‘나’를 버리기보다 현실의 ‘나’를 세워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황정은은 (앨리스의) 환상을 이용하여 소설 내내 그가 자신이 유일한 존재임을 깨닫기를, 하나의 부족이 되어 망해도 길게 망해가기를 바란다. 그녀가 “그럼 길게 망해가자”(『나나』 3272쪽)라고 했을 때는 ‘망함’의 상태를 길게 지속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최대한 미루자는 것이다. 백년도, 천년도 아닌, 천만년씩이나. 그러므로 길게 망하자는 건 길게 살아남자는 말과 같다. 천만년을, 그것도 근대성을 자신의 유일한 실존적 조건으로 삼은 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니체의 다음 발언을 유념해야 한다. 개인은 대담하게 자기 자신을 개별화시키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이와 같이 대담한 개인은 필사적으로 그 자신만의 일련의 규범을 필요로 하고 자아의 보전, 자아의 고양, 자아의 각성, 자아의 해방을 위한 기술과 책략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현대성의 경험』, 35~36쪽) 자신만의 ‘규범’과 자아의 해방을 위한 ‘기술’과 ‘책략’이 필요하다. 앨리시어는 아직 이를 갖추지 못했다. 자기 자신에 흡착하는, 위 인용문에 따르면 ‘자아의 보전’ 단계에 간신히 다다랐을 뿐이다. 최근의 소설들에서 가난한 연인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는 “모두를 당혹스럽고 서글프게 만든 것은 내가 아니라고 말”(「상류엔 맹금류」, 33쪽)하고, “아무도 없고 가난하다면 아이 같은 건 만들지 않는 게 좋아. 아무도 없고 가난한 채로 죽”(「양의 미래」, 146쪽)으라고 소리치곤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읽는 사람들, 한권의 책을 펴고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은 어쨌거나 이런 현실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고 그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며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는 것도 물론. 그러니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한다. 앨리시어가 자아의 보전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아의 고양, 각성, 나아가 기존의 모든 것들로부터의 해방에까지 이르게 될 가능성은 높다. 황정은이 “모든 토대를 녹여서 부단히 흘러가는 진화를 계속하게 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고 부르주아지인 앨리스의 환상을 녹여서 기꺼이 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기, 진작 교양을 무기로 토끼 굴 바닥에 떨어져 환상의 나라를 누비고 있는 앨리스를 눈앞에 고정시켜 두고, 앨리시어를 토끼 굴 속으로 쉼 없이 밀어 넣고 있기 때문이다. 병든 앨리스는, 병들었기에, 무섭다. 그는 교양이라는 틀이 없는 환자인 동시에 병원체(病原體)이므로. 일단 앨리시어가 저만의 틀을 구축한다면, “숟가락, 바닥이 두꺼운 유리컵, 방금 깎은 연필” 등을 의미화해 나간다면, 그는 토끼 굴 바닥에 가볍게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틀은 병원균의 번식 속도처럼 재빨리 퍼져나가 천만년 동안 이어질 것이다. 그때쯤이면 ‘병든’(-ia)이라는 형용사는 지금과는 다른 의미를 지닐지도 모르겠다. 이어질 소설들에서 황정은이 어떠한 기술과 책략을 선보일 것인지 궁금하다. 그러나 다음의 문장을 되뇌며 하루하루 기다리는 수밖에. “내일은 어제와 같지만 어제와는 다를 것이다. 세계의 귀퉁이가 약간 뒤집혔고 점차로 더 뒤집힐 것이다. 앨리시어는 이제 그것을 안다.”(『야만』, 149쪽) <끝>
  •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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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인도 ‘아리송’…크리스마스 퀴즈 16선

    미국인도 ‘아리송’…크리스마스 퀴즈 16선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축제인 크리스마스. 지금은 기독교인이 아닌 많은 사람들도 즐기는 주요 행사가 됐다. 흥겨운 캐롤에 괜시리 신나는 크리스마스,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 크리스마스에 대해 유명 작가 존 그린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미국인도 모르는 크리스마스 퀴즈’를 소개하고 있다. ◇ 빨강·파랑 크리스마스트리 조명은 언제부터? 18세기 독일에선 트리에 두 개의 촛불을 장식했는데 화재 예방을 위해 촛불이 넘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킨 것이 유래다. 1882년 에디슨전기조명회사의 부사장이 빨강 흰색 파란색으로 빛나는 크리스마스조명을 개발함에 따라 화재의 염려도 없어졌다. ◇ 크리스마스 조명의 진화는? 크리스마스 조명이 상품화됐지만 소켓에 하나씩 설치해야 해 많은 조명을 장식할 수 없었다. 2년 뒤에야 나무에 감겨있는 것과 같은 케이블 타입의 조명등이 등장하게 됐다. ◇ 겨우살이(미슬토) 아래서 왜 키스해야 하나? 머라이어 캐리의 크리스마스 노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스 유’의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겨우살이’는 특별한 크리스마스 아이템이다.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이 겨우살이 아래에서 만난 남녀는 키스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는 겨우살이 아래에서 키스를 거부한 여성은 몇 년간 프러포즈를 못받게 된다는 영국 미신에서 전래된 것이다. ◇ 겨우살이는 어디서 왔나? 겨우살이는 원래 미국에 서식하지 않던 식물이지만, 19세기 프랑스에서 들여온 뒤로 ‘겨우살이 키스’는 미국에서도 일반적으로 됐다. ◇ 당신 집 크리스마스트리의 소재는? 전나무 등의 천연나무에서 유래됐지만, 1951년 인공 크리스마스트리의 수가 천연나무를 추월했다. 처음에 인공 크리스마스 트리는 거위 깃털 등으로 만들어 쓰레기나 먼지가 많이 나오는 문제가 있었다. 지금의 트리는 ‘화장실 청소용 브러쉬’에서 착안한 브러쉬 제조회사가 만든 것이다. ◇ 크리스마스 카드는 언제부터? 세계 최초의 크리스마스 카드는 1843년쯤 나왔다. ‘크리스마스 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헨리 콜경이 화가 존 캘컷 호슬리에게 도안을 의뢰해 처음 1000장 정도 제작했고 오늘날 10장 정도 남았다. 디자인은 산타와 순록이 아니라 테이블을 둘러 앉은 가족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지금은 1000만~4000만 원이 넘는 거액에 팔리고 있다. ◇ 유명한 ‘록펠러센터 크리스마스트리’는 어디서?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 앞 크리스마스트리는 높이 68피트 (약 20m), 무게 555파운드(약 250kg)로 3만 개의 LED가 동원된다. 가격 150만 달러(약 16억 5750만 원)짜리 완벽한 형태의 나무를 매년 뉴잉글랜드에서 헬기로 공수해온다. ◇ 뉴욕 크리스마스트리는 누가 처음 세웠나? 뉴욕 시내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가장 먼저 장식한 사람은 마크 카. 1851년 1달러에 길 옆의 공간을 빌려 설치했다. 카의 시도는 큰 화제를 낳았지만, 그 때문에 카는 이듬해에 같은 공간을 빌리는데 무려 100달러를 지불하게됐다고 한다. ◇ 인공 눈은 언제 처음 나왔나? 지금은 익숙한 ‘인공 눈’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50년쯤. 미국 코네티컷주(州) 밀포드 언덕에 20인치(약 50cm)의 인공 눈을 쌓는 데 성공했다. 이전 코네티컷의 스키장에서는 대량의 얼음 덩어리를 깨뜨려 직접 뿌렸다는 것. ◇ 일본에선 왜 칠면조가 아닌 'KFC치킨'을 먹나?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가장 인기 있는 외식이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1974년 KFC가 TV 광고에서 외국의 문화로 '칠면조' 대신 '프라이드치킨'을 소개해 인기를 끈 것. 크리스마스엔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행렬이 이어져 치킨을 살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믿음’의 대상으로 축하하는 사람은 1% 밖에 없다. ◇ 페스티버스 막대는 어디서 나왔나? 미국 시트콤 드라마 ‘사인필드’에 나온 ‘페스티버스’(Festivus)라는 알루미늄 막대는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트리 대신 구매하는 숨겨진 인기 상품이다. 이 페스티버스는 드라마 작가 다니엘 오 키프의 아버지가 고안한 것이라고 한다. ◇ 크리스마스 가족영화 ‘그린치’가 나온 배경은? 짐 캐리 주연의 크리스마스 가족영화 ‘그린치’는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그린치가 후빌마을 사람들의 크리스마스를 빼앗으려다 크리스마스 정신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을 그린 것으로 원작을 쓴 닥터 수스는 크리스마스를 싫어했던 자신을 모델로 했다. ◇ 크리스마스 피클은 풍습은 진짜? 가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품인 ‘크리스마스 피클’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뭇가지에 숨긴 피클 장식을 먼저 찾아낸 아이는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독일 전래로 알려져 있는데, 완전히 거짓말이라고 한다. 이는 호주 슈퍼마켓 울워스가 피클의 매출을 향상시키기 위해 마음대로 만든 이야기라고 한다. ◇ 강림절(Advent) 달력은 진짜? 가짜? 크리스마스를 손꼽는 아이가 하루하루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작은 창문을 열어가는 강림절 달력은 크리스마스 피클과 달리 독일 발상의 진짜 풍습이라고 한다. ◇ 크리스마스 베스트셀러는? 미국인이 가장 많이 우체국을 방문할 때는 크리스마스 기념 우표를 사러 갈 때라고 한다. 1962 년 짐 크로포드가 디자인 한 두 개의 촛불과 화환이 그려진 우표는 큰 인기를 끌며 순식간에 5000만 장이 팔려 연말까지 1억 장이 팔렸다고 한다. ◇ 드레이들(Dreidel) 대회는 어디서 왔나? 크리스마스 시기 유대인의 명절인 하누카에 예로부터 어린이 놀이 도구로 쓰인 드레이들이라는 사각형 팽이. 이 드레이들을 누가 가장 오랜 시간 돌리는지 겨루는 대회가 2007년부터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크리스마스, 잘 아시나요? 퀴즈 16선

    크리스마스, 잘 아시나요? 퀴즈 16선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축제인 크리스마스. 지금은 기독교인이 아닌 많은 사람들도 즐기는 주요 행사가 됐다. 흥겨운 캐롤에 괜시리 신나는 크리스마스,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 크리스마스에 대해 유명 작가 존 그린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미국인도 모르는 크리스마스 퀴즈’를 소개하고 있다. ◇ 빨강·파랑 크리스마스트리 조명은 언제부터? 18세기 독일에선 트리에 두 개의 촛불을 장식했는데 화재 예방을 위해 촛불이 넘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킨 것이 유래다. 1882년 에디슨전기조명회사의 부사장이 빨강 흰색 파란색으로 빛나는 크리스마스조명을 개발함에 따라 화재의 염려도 없어졌다. ◇ 크리스마스 조명의 진화는? 크리스마스 조명이 상품화됐지만 소켓에 하나씩 설치해야 해 많은 조명을 장식할 수 없었다. 2년 뒤에야 나무에 감겨있는 것과 같은 케이블 타입의 조명등이 등장하게 됐다. ◇ 겨우살이(미슬토) 아래서 왜 키스해야 하나? 머라이어 캐리의 크리스마스 노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스 유’의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겨우살이’는 특별한 크리스마스 아이템이다.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이 겨우살이 아래에서 만난 남녀는 키스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는 겨우살이 아래에서 키스를 거부한 여성은 몇 년간 프러포즈를 못받게 된다는 영국 미신에서 전래된 것이다. ◇ 겨우살이는 어디서 왔나? 겨우살이는 원래 미국에 서식하지 않던 식물이지만, 19세기 프랑스에서 들여온 뒤로 ‘겨우살이 키스’는 미국에서도 일반적으로 됐다. ◇ 당신 집 크리스마스트리의 소재는? 전나무 등의 천연나무에서 유래됐지만, 1951년 인공 크리스마스트리의 수가 천연나무를 추월했다. 처음에 인공 크리스마스 트리는 거위 깃털 등으로 만들어 쓰레기나 먼지가 많이 나오는 문제가 있었다. 지금의 트리는 ‘화장실 청소용 브러쉬’에서 착안한 브러쉬 제조회사가 만든 것이다. ◇ 크리스마스 카드는 언제부터? 세계 최초의 크리스마스 카드는 1843년쯤 나왔다. ‘크리스마스 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헨리 콜경이 화가 존 캘컷 호슬리에게 도안을 의뢰해 처음 1000장 정도 제작했고 오늘날 10장 정도 남았다. 디자인은 산타와 순록이 아니라 테이블을 둘러 앉은 가족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지금은 1000만~4000만 원이 넘는 거액에 팔리고 있다. ◇ 유명한 ‘록펠러센터 크리스마스트리’는 어디서?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 앞 크리스마스트리는 높이 68피트 (약 20m), 무게 555파운드(약 250kg)로 3만 개의 LED가 동원된다. 가격 150만 달러(약 16억 5750만 원)짜리 완벽한 형태의 나무를 매년 뉴잉글랜드에서 헬기로 공수해온다. ◇ 뉴욕 크리스마스트리는 누가 처음 세웠나? 뉴욕 시내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가장 먼저 장식한 사람은 마크 카. 1851년 1달러에 길 옆의 공간을 빌려 설치했다. 카의 시도는 큰 화제를 낳았지만, 그 때문에 카는 이듬해에 같은 공간을 빌리는데 무려 100달러를 지불하게됐다고 한다. ◇ 인공 눈은 언제 처음 나왔나? 지금은 익숙한 ‘인공 눈’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50년쯤. 미국 코네티컷주(州) 밀포드 언덕에 20인치(약 50cm)의 인공 눈을 쌓는 데 성공했다. 이전 코네티컷의 스키장에서는 대량의 얼음 덩어리를 깨뜨려 직접 뿌렸다는 것. ◇ 일본에선 왜 칠면조가 아닌 'KFC치킨'을 먹나?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가장 인기 있는 외식이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1974년 KFC가 TV 광고에서 외국의 문화로 '칠면조' 대신 '프라이드치킨'을 소개해 인기를 끈 것. 크리스마스엔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행렬이 이어져 치킨을 살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믿음’의 대상으로 축하하는 사람은 1% 밖에 없다. ◇ 페스티버스 막대는 어디서 나왔나? 미국 시트콤 드라마 ‘사인필드’에 나온 ‘페스티버스’(Festivus)라는 알루미늄 막대는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트리 대신 구매하는 숨겨진 인기 상품이다. 이 페스티버스는 드라마 작가 다니엘 오 키프의 아버지가 고안한 것이라고 한다. ◇ 크리스마스 가족영화 ‘그린치’가 나온 배경은? 짐 캐리 주연의 크리스마스 가족영화 ‘그린치’는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그린치가 후빌마을 사람들의 크리스마스를 빼앗으려다 크리스마스 정신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을 그린 것으로 원작을 쓴 닥터 수스는 크리스마스를 싫어했던 자신을 모델로 했다. ◇ 크리스마스 피클은 풍습은 진짜? 가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품인 ‘크리스마스 피클’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뭇가지에 숨긴 피클 장식을 먼저 찾아낸 아이는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독일 전래로 알려져 있는데, 완전히 거짓말이라고 한다. 이는 호주 슈퍼마켓 울워스가 피클의 매출을 향상시키기 위해 마음대로 만든 이야기라고 한다. ◇ 강림절(Advent) 달력은 진짜? 가짜? 크리스마스를 손꼽는 아이가 하루하루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작은 창문을 열어가는 강림절 달력은 크리스마스 피클과 달리 독일 발상의 진짜 풍습이라고 한다. ◇ 크리스마스 베스트셀러는? 미국인이 가장 많이 우체국을 방문할 때는 크리스마스 기념 우표를 사러 갈 때라고 한다. 1962 년 짐 크로포드가 디자인 한 두 개의 촛불과 화환이 그려진 우표는 큰 인기를 끌며 순식간에 5000만 장이 팔려 연말까지 1억 장이 팔렸다고 한다. ◇ 드레이들(Dreidel) 대회는 어디서 왔나? 크리스마스 시기 유대인의 명절인 하누카에 예로부터 어린이 놀이 도구로 쓰인 드레이들이라는 사각형 팽이. 이 드레이들을 누가 가장 오랜 시간 돌리는지 겨루는 대회가 2007년부터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기획] ‘탈출수단’ 없는 공수특전대... 살아 돌아오지마?

    [기획] ‘탈출수단’ 없는 공수특전대... 살아 돌아오지마?

    지난 18일 UN총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채택되고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가 정식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북한의 반발 수위가 점차 도를 넘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 각지에서 대규모 군중이 동원된 가운데 북한인권결의안을 주도한 미국과 일본에 대한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고, 김정은은 미국을 식인종과 살인마에 비유하며 폭언을 퍼부었으며, 국방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핵전쟁 위협을 꺼내들고 나왔다. 북한이 인권 문제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북한 내에서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공론화될 경우 체제 정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남한에 대한 국지적 무력도발과 4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초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한미정보당국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곳은 함경북도 길주군의 풍계리 핵실험장과 평안북도 영변 소재 핵시설이다. 특히 영변은 북한 최대의 원자력연구단지가 위치한 곳으로 원자로는 물론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시설이 갖춰진 곳이며, 무기급 핵물질은 물론 핵무기 은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곳이다. 한미연합군은 전면전 상황이나 북한 급변사태 등이 발발할 경우 영변 등 전략시설에 전투기와 미사일을 이용한 공습은 물론 특수부대를 침투시켜 핵무기를 회수 또는 파괴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았지만, 문제는 ‘특수부대 침투’는 미군의 도움 없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 특수부대의 생명, ‘발’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액트 오브 밸러'(Act of Valor)를 보면 정글 속 게릴라들에게 납치된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투입되는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Navy SEAL)이 등장한다. 이들은 게릴라 점령 지역에 수송기를 이용해 투입되어 작전을 수행하고, 헬기로 투입된 특수전용 보트를 이용해 추격해온 게릴라들을 섬멸한 뒤 유유히 작전지역을 탈출해 기지로 복귀한다.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미군에게는 일상이다. 특수부대는 기본적으로 적 후방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이다. 즉, 바다가 되었든 하늘이 되었든 전장을 우회해 적의 배후 깊숙한 곳에 은밀히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의 의지대로 언제 어느 곳이든 신속하고 은밀하게 침투할 수 있는 특수부대는 전시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테러, 인질 및 재난사태에 투입되어 국익 수호와 국민 보호의 첨병으로 대단히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특수부대 개개인의 장비 현대화만큼이나 침투 지원 수단에도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육군과 해군, 공군에 별도의 특수작전지원부대를 조직해두고 있다. 미 통합특수전사령부 지휘를 받는 공군특수전사령부에는 악천후 속에서도 특수부대를 침투시킬 수 있는 MC-130 계열의 침투용 항공기는 물론, 적지에 고립된 특수부대에게 105mm포와 40mm 기관포 등으로 공중 화력지원을 제공해줄 수 있는 AC-130 계열 화력지원기, 좁은 평지에 수직으로 착륙해 특수부대를 태우고 고정익 항공기처럼 빠른 속도로 탈출이 가능한 CV-22 오스프리(Osprey)부터 MQ-9 등 무인공격기 등 200여 대 이상의 각종 항공기가 배치되어 있다. 이것도 부족해 미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에 180여 대의 헬기로 구성된 제160특수작전항공연대를 두고 있다. 이 부대는 소규모 병력을 실어 나를 수 있는 MH-6/AH-6과 같은 소형헬기는 물론 빈 라덴 사살 작전을 통해 이름을 알린 MH-60M 중형헬기, MH-47G와 같은 대형헬기까지 다양한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하늘뿐만 아니라 바다에서의 침투와 탈출을 돕기 위해 미해군특수전사령부 산하에 SWCC(Special Warfare Combatant-Craft Crewmen)라 불리는 보트 부대도 두고 있다. 이들은 헬기나 수송기로 수송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중무장 특수전용 보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바다는 물론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 내륙에서도 지원 작전이 가능한 전력이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 역시 특수부대의 장거리 침투 및 탈출을 위한 다양한 수송수단을 마련하고 있고, 특히 유럽 각국과 러시아는 공중수송이 가능한 소형 전술차량과 장갑차까지 보급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특수부대의 전투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함도 있지만, 제대로 된 베테랑 특수작전요원을 양성하는데 7~10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고, 대원들에게 ‘살아서 돌아올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라는 희망을 줌으로써 사기를 높여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특전사의 현실은 선진국들의 모습과는 괴리가 대단히 크다. ▲ 특전요원들아, “죽으러 가라” “죽으러 가라"(Go for break) 미국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무공훈장을 받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전쟁영웅으로 추앙받았던 故 김영옥(金永玉) 대령이 속해 있었던 미육군 제442보병연대의 슬로건이었다. 이 부대는 가미가제(神風)와 같은 자살 돌격 부대가 아니라 주로 일본인들로 구성된 보병부대였으나,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인들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미국을 배신할 것”이라는 미국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고 싸워 혁혁한 전공을 세운 부대로 유명하다. 이 부대가 사라진 지 반 세기가 넘어가지만, 한반도에는 아직도 ‘Go for break'를 외치는 부대들이 있다. 하나는 북한의 ’자살돌격부대‘이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의 ’특전사‘이다. 북한의 자살돌격부대들은 ’수령 결사 옹위를 위한 총폭탄 정신‘으로 죽기 위해 전장에 뛰어드는 광신도지만, 특전사는 ’돌아올 방법이 없어‘ 불가피하게 죽을 수밖에 없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 육군에는 중장이 지휘하는 군단급 부대인 특수전사령부가 있고, 이 사령부 예하에 6개의 공수특전여단(空輸特戰旅團, Airborne Special Forces Brigade)을 두고 있다. 이들은 공수특전여단이라는 이름 그대로 공중을 통해 투입되는 특수전 부대지만, 미군의 도움이 없다면 이들은 ‘공수’가 아니라 ‘도보’나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공군에 C-130H/J 수송기 16대와 CN-235 수송기 20대가 있지만, 이들 전력이 모두 특전사 대원들을 실어 나르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이들은 일반 수송기이기 때문에 특수작전 침투용 항공기에 요구되는 전천후 비행 능력과 급격한 기동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수전 병력 후방 침투 지원 임무를 지원하는 것은 제15혼성비행단 제255특수작전비행대대와 육군항공작전사령부에서 그때그때 지원되는 헬기 전력이 전부다. 공군은 C-130H 수송기에 제한적이나마 특수전 지원이 가능하도록 개량사업을 진행하고는 있으나, 이 사업이 완료되더라도 특수작전 지원기체 보유 숫자가 한 자릿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유사시 동시에 투입 가능한 병력은 1개 대대 수준에 불과하다. 수송기가 없다고 헬기로 대체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육군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헬기 전력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100여대 가량 있는 UH-60은 각 야전군에서 끌어다 쓰기 바쁘고, 나머지는 기령이 30년 이상 된 UH-1H나 500MD와 같은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조금만 험하게 비행해도 탑승한 병력들과 함께 추락해버릴 가능성이 높아 특수전 지원은 꿈도 꿀 수 없다. 후방 보급과 물자 수급 임무를 모두 포기하고 보유한 수송기를 총동원하더라도 6개 여단 가운데 2개 여단 병력 정도만 공수가 가능한데, 문제는 이렇게 모든 전력을 동원해 2개 여단을 북한 후방에 침투시키더라도 이들을 다시 데려올 수는 없다. 10여명 안팎의 특전팀이 자신들보다 수백 배 많은 병력의 포위를 뚫고 수백km를 도보로 탈출하지 않는 한 말이다. 이 때문에 북한 유사시 영변 등 내륙에 위치한 핵 시설에 특수부대를 투입할 경우 시설 파괴는 가능할지 몰라도 핵무기 회수와 투입부대 귀환은 불가능하다. 제대로 침투용 항공기도 없기 때문에 침투 자체도 어렵겠지만, 작전 지역에 낙하한다 하더라도 소규모 경무장 특수부대만으로는 영변 핵시설의 경계 병력을 뚫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 1시간 이내 병력투입이 가능한 반경 70km 범위 안에 3개의 군단급 부대를 배치해 두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는 전차와 장갑차로 중무장한 제425기계화군단이고, 다른 하나는 ‘폭풍군단’이라 불리는 특수부대인 제11군단이다. 영변 핵시설에는 이 11군단 예하 제82경보병여단 5대대, 총참모부 직속 제64보병연대 1대대, 인민보안성 직속 제64경비대대 등 최정예 경비병력 1,700여 명의 지상병력과, 수십여 문의 대공포와 지대공 미사일을 보유한 제56고사총여단이 경계를 맡고 있다. 이런 곳에 차량은 고사하고 소화기(小火器)로만 무장한 수십 명의 특전사를 일반 수송기로 투입시킨다는 것은 임무를 수행하라는 것이 아니라 가서 죽으라는 것이다. 영변뿐만 아니라 평안북도와 자강도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생산시설, 평양 등지에 있는 특각 등 특전사의 타격 표적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전사 대원들이 제아무리 일당백의 전투능력과 초인에 가까운 체력을 갖추고 있다하더라도 이들의 생환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 살아서 돌아올 ‘동아줄’을 달라 한미연합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은 미국에게 있지만, 특전사의 전시든 평시든 작전통제권이 한국에게 있으며, 연합특수전사령부를 구성, 미군이 작전을 지원하는 개념으로 특수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즉, 미군에게 작전통제권이 없고, 미군은 지원자 입장이기 때문에 한국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자신들의 정치적・군사적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전력을 지원해줄 수밖에 없다. 즉, 침투용 항공기 전력을 미군에게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전사의 적 후방 작전 소요는 너무도 많다. 김정은을 비롯한 지휘세력에 대한 제거나 핵무기와 핵물질 또는 북한 각지에 흩어져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회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추적 및 파괴, 후방 저항세력 규합 등 하나같이 극도로 위험한 임무들뿐이다. 이 때문에 작전지역까지 특전요원들을 투입할 수 있는 수송수단은 물론 작전지역에서 대규모 적 병력과 조우했을 때 포위망을 뚫고 나올 수 있는 화력 및 기동수단, 그리고 임무를 완수한 뒤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는 수송수단이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이 가운데 그 어느 것도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다. 개별 전투원들의 체력이 아무리 우수하고 전투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작전지역에 침투할 수 없고, 침투하더라도 살아서 나올 수 없다면 ‘최정예 특수부대’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특전사는 오래 전부터 침투용 항공기 전력이 필요하다고 읍소해왔고, 특히 전인범 중장이 사령관으로 취임한 이후부터는 침투와 탈출 임무에 유용한 CV-22, MH-47 등 항공기 도입을 주장해 왔으나, 이러한 요구는 예산 부족과 전력 증강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사시 적 대량살상무기를 신속하게 제거하고 저항세력을 규합해 전쟁 조기종결과 전후 조기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특수전용 무기체계의 우선순위가 뒤에 있다면 도대체 어떤 무기체계가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것인가? MC-130과 같은 전문 침투용 항공기가 아니라면 CV-22나 MH-47과 같은 항공기들은 호위함 1척, 전투기 2~3대 수준의 비용인 3,000억~4,000억 원의 비용이면 수십 대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 크게 부담이 가는 것도 아니다. 단지 군 수뇌부와 통수권자의 의지의 문제인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전선을 넘어 적 후방 사지(死地)로 들어가는 것을 업(業)으로 삼는 이들에게 적어도 살아서 돌아올 동아줄 하나 정도는 던져 주는 것이 국민으로서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닐까? 이일우 군사통신원(자주국방 네트워크 사무총장)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공수할 수 없는 공수특전대... 가면 돌아오지마?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공수할 수 없는 공수특전대... 가면 돌아오지마?

    지난 18일 UN총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채택되고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가 정식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북한의 반발 수위가 점차 도를 넘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 각지에서 대규모 군중이 동원된 가운데 북한인권결의안을 주도한 미국과 일본에 대한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고, 김정은은 미국을 식인종과 살인마에 비유하며 폭언을 퍼부었으며, 국방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핵전쟁 위협을 꺼내들고 나왔다. 북한이 인권 문제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북한 내에서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공론화될 경우 체제 정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남한에 대한 국지적 무력도발과 4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초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한미정보당국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곳은 함경북도 길주군의 풍계리 핵실험장과 평안북도 영변 소재 핵시설이다. 특히 영변은 북한 최대의 원자력연구단지가 위치한 곳으로 원자로는 물론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시설이 갖춰진 곳이며, 무기급 핵물질은 물론 핵무기 은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곳이다. 한미연합군은 전면전 상황이나 북한 급변사태 등이 발발할 경우 영변 등 전략시설에 전투기와 미사일을 이용한 공습은 물론 특수부대를 침투시켜 핵무기를 회수 또는 파괴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았지만, 문제는 ‘특수부대 침투’는 미군의 도움 없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 특수부대의 생명, ‘발’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액트 오브 밸러'(Act of Valor)를 보면 정글 속 게릴라들에게 납치된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투입되는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Navy SEAL)이 등장한다. 이들은 게릴라 점령 지역에 수송기를 이용해 투입되어 작전을 수행하고, 헬기로 투입된 특수전용 보트를 이용해 추격해온 게릴라들을 섬멸한 뒤 유유히 작전지역을 탈출해 기지로 복귀한다.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미군에게는 일상이다. 특수부대는 기본적으로 적 후방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이다. 즉, 바다가 되었든 하늘이 되었든 전장을 우회해 적의 배후 깊숙한 곳에 은밀히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의 의지대로 언제 어느 곳이든 신속하고 은밀하게 침투할 수 있는 특수부대는 전시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테러, 인질 및 재난사태에 투입되어 국익 수호와 국민 보호의 첨병으로 대단히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특수부대 개개인의 장비 현대화만큼이나 침투 지원 수단에도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육군과 해군, 공군에 별도의 특수작전지원부대를 조직해두고 있다. 미 통합특수전사령부 지휘를 받는 공군특수전사령부에는 악천후 속에서도 특수부대를 침투시킬 수 있는 MC-130 계열의 침투용 항공기는 물론, 적지에 고립된 특수부대에게 105mm포와 40mm 기관포 등으로 공중 화력지원을 제공해줄 수 있는 AC-130 계열 화력지원기, 좁은 평지에 수직으로 착륙해 특수부대를 태우고 고정익 항공기처럼 빠른 속도로 탈출이 가능한 CV-22 오스프리(Osprey)부터 MQ-9 등 무인공격기 등 200여 대 이상의 각종 항공기가 배치되어 있다. 이것도 부족해 미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에 180여 대의 헬기로 구성된 제160특수작전항공연대를 두고 있다. 이 부대는 소규모 병력을 실어 나를 수 있는 MH-6/AH-6과 같은 소형헬기는 물론 빈 라덴 사살 작전을 통해 이름을 알린 MH-60M 중형헬기, MH-47G와 같은 대형헬기까지 다양한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하늘뿐만 아니라 바다에서의 침투와 탈출을 돕기 위해 미해군특수전사령부 산하에 SWCC(Special Warfare Combatant-Craft Crewmen)라 불리는 보트 부대도 두고 있다. 이들은 헬기나 수송기로 수송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중무장 특수전용 보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바다는 물론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 내륙에서도 지원 작전이 가능한 전력이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 역시 특수부대의 장거리 침투 및 탈출을 위한 다양한 수송수단을 마련하고 있고, 특히 유럽 각국과 러시아는 공중수송이 가능한 소형 전술차량과 장갑차까지 보급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특수부대의 전투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함도 있지만, 제대로 된 베테랑 특수작전요원을 양성하는데 7~10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고, 대원들에게 ‘살아서 돌아올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라는 희망을 줌으로써 사기를 높여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특전사의 현실은 선진국들의 모습과는 괴리가 대단히 크다. ▲ 특전요원들아, “죽으러 가라” “죽으러 가라"(Go for break) 미국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무공훈장을 받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전쟁영웅으로 추앙받았던 故 김영옥(金永玉) 대령이 속해 있었던 미육군 제442보병연대의 슬로건이었다. 이 부대는 가미가제(神風)와 같은 자살 돌격 부대가 아니라 주로 일본인들로 구성된 보병부대였으나,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인들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미국을 배신할 것”이라는 미국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고 싸워 혁혁한 전공을 세운 부대로 유명하다. 이 부대가 사라진 지 반 세기가 넘어가지만, 한반도에는 아직도 ‘Go for break'를 외치는 부대들이 있다. 하나는 북한의 ’자살돌격부대‘이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의 ’특전사‘이다. 북한의 자살돌격부대들은 ’수령 결사 옹위를 위한 총폭탄 정신‘으로 죽기 위해 전장에 뛰어드는 광신도지만, 특전사는 ’돌아올 방법이 없어‘ 불가피하게 죽을 수밖에 없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 육군에는 중장이 지휘하는 군단급 부대인 특수전사령부가 있고, 이 사령부 예하에 6개의 공수특전여단(空輸特戰旅團, Airborne Special Forces Brigade)을 두고 있다. 이들은 공수특전여단이라는 이름 그대로 공중을 통해 투입되는 특수전 부대지만, 미군의 도움이 없다면 이들은 ‘공수’가 아니라 ‘도보’나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공군에 C-130H/J 수송기 16대와 CN-235 수송기 20대가 있지만, 이들 전력이 모두 특전사 대원들을 실어 나르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이들은 일반 수송기이기 때문에 특수작전 침투용 항공기에 요구되는 전천후 비행 능력과 급격한 기동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수전 병력 후방 침투 지원 임무를 지원하는 것은 제15혼성비행단 제255특수작전비행대대와 육군항공작전사령부에서 그때그때 지원되는 헬기 전력이 전부다. 공군은 C-130H 수송기에 제한적이나마 특수전 지원이 가능하도록 개량사업을 진행하고는 있으나, 이 사업이 완료되더라도 특수작전 지원기체 보유 숫자가 한 자릿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유사시 동시에 투입 가능한 병력은 1개 대대 수준에 불과하다. 수송기가 없다고 헬기로 대체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육군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헬기 전력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100여대 가량 있는 UH-60은 각 야전군에서 끌어다 쓰기 바쁘고, 나머지는 기령이 30년 이상 된 UH-1H나 500MD와 같은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조금만 험하게 비행해도 탑승한 병력들과 함께 추락해버릴 가능성이 높아 특수전 지원은 꿈도 꿀 수 없다. 후방 보급과 물자 수급 임무를 모두 포기하고 보유한 수송기를 총동원하더라도 6개 여단 가운데 2개 여단 병력 정도만 공수가 가능한데, 문제는 이렇게 모든 전력을 동원해 2개 여단을 북한 후방에 침투시키더라도 이들을 다시 데려올 수는 없다. 10여명 안팎의 특전팀이 자신들보다 수백 배 많은 병력의 포위를 뚫고 수백km를 도보로 탈출하지 않는 한 말이다. 이 때문에 북한 유사시 영변 등 내륙에 위치한 핵 시설에 특수부대를 투입할 경우 시설 파괴는 가능할지 몰라도 핵무기 회수와 투입부대 귀환은 불가능하다. 제대로 침투용 항공기도 없기 때문에 침투 자체도 어렵겠지만, 작전 지역에 낙하한다 하더라도 소규모 경무장 특수부대만으로는 영변 핵시설의 경계 병력을 뚫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 1시간 이내 병력투입이 가능한 반경 70km 범위 안에 3개의 군단급 부대를 배치해 두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는 전차와 장갑차로 중무장한 제425기계화군단이고, 다른 하나는 ‘폭풍군단’이라 불리는 특수부대인 제11군단이다. 영변 핵시설에는 이 11군단 예하 제82경보병여단 5대대, 총참모부 직속 제64보병연대 1대대, 인민보안성 직속 제64경비대대 등 최정예 경비병력 1,700여 명의 지상병력과, 수십여 문의 대공포와 지대공 미사일을 보유한 제56고사총여단이 경계를 맡고 있다. 이런 곳에 차량은 고사하고 소화기(小火器)로만 무장한 수십 명의 특전사를 일반 수송기로 투입시킨다는 것은 임무를 수행하라는 것이 아니라 가서 죽으라는 것이다. 영변뿐만 아니라 평안북도와 자강도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생산시설, 평양 등지에 있는 특각 등 특전사의 타격 표적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전사 대원들이 제아무리 일당백의 전투능력과 초인에 가까운 체력을 갖추고 있다하더라도 이들의 생환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 살아서 돌아올 ‘동아줄’을 달라 한미연합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은 미국에게 있지만, 특전사의 전시든 평시든 작전통제권이 한국에게 있으며, 연합특수전사령부를 구성, 미군이 작전을 지원하는 개념으로 특수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즉, 미군에게 작전통제권이 없고, 미군은 지원자 입장이기 때문에 한국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자신들의 정치적・군사적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전력을 지원해줄 수밖에 없다. 즉, 침투용 항공기 전력을 미군에게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전사의 적 후방 작전 소요는 너무도 많다. 김정은을 비롯한 지휘세력에 대한 제거나 핵무기와 핵물질 또는 북한 각지에 흩어져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회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추적 및 파괴, 후방 저항세력 규합 등 하나같이 극도로 위험한 임무들뿐이다. 이 때문에 작전지역까지 특전요원들을 투입할 수 있는 수송수단은 물론 작전지역에서 대규모 적 병력과 조우했을 때 포위망을 뚫고 나올 수 있는 화력 및 기동수단, 그리고 임무를 완수한 뒤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는 수송수단이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이 가운데 그 어느 것도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다. 개별 전투원들의 체력이 아무리 우수하고 전투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작전지역에 침투할 수 없고, 침투하더라도 살아서 나올 수 없다면 ‘최정예 특수부대’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특전사는 오래 전부터 침투용 항공기 전력이 필요하다고 읍소해왔고, 특히 전인범 중장이 사령관으로 취임한 이후부터는 침투와 탈출 임무에 유용한 CV-22, MH-47 등 항공기 도입을 주장해 왔으나, 이러한 요구는 예산 부족과 전력 증강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사시 적 대량살상무기를 신속하게 제거하고 저항세력을 규합해 전쟁 조기종결과 전후 조기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특수전용 무기체계의 우선순위가 뒤에 있다면 도대체 어떤 무기체계가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것인가? MC-130과 같은 전문 침투용 항공기가 아니라면 CV-22나 MH-47과 같은 항공기들은 호위함 1척, 전투기 2~3대 수준의 비용인 3,000억~4,000억 원의 비용이면 수십 대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 크게 부담이 가는 것도 아니다. 단지 군 수뇌부와 통수권자의 의지의 문제인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전선을 넘어 적 후방 사지(死地)로 들어가는 것을 업(業)으로 삼는 이들에게 적어도 살아서 돌아올 동아줄 하나 정도는 던져 주는 것이 국민으로서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닐까? 이일우 군사통신원(자주국방 네트워크 사무총장)
  • [시론]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북한/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북한/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주한미군 기지 내 도입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미국, 중국 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드의 한반도 도입 문제는 북한이 올봄 미사일의 발사 각도를 달리하면서 발사 실험을 실시하자 본격 제기됐다. 즉 북한이 핵무기의 경량화·소형화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발사 각도를 달리하면 중거리 노동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해 한국도 타격할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한 것이다. 기존의 PAC2 미사일 방어 체계가 하층 방어 체계로 핵·미사일 방어에는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현실도 도입 논란을 가속화시켰다. 사드 체계를 도입하면 2중의 방어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군사적 관점만으로 본다면 이 체계는 당연히 방어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 사안은 그리 간단한 것 같지는 않다. 이 미사일 체계가 운용하는 AN/TPY2 레이더 체계가 중국이나 러시아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탐지 범위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당사국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내 군부나 안보 관련자들은 격렬한 반발을 보이고 있고, 최근 한·중 관계 증진에 노력한 외교부에 대한 내부의 비난도 거세다. 결국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 대사는 지난달 국회에서 사드 배치가 중국 안보에 해롭고 북핵 방어에 대한 효과도 미미하면서 한·중 관계에도 크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미사일 방어 체계가 본래 러시아 핵무기를 대상으로 유럽 전역에 배치하려 했던 것인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의 극심한 반발도 자명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배치를 미국의 전 지구적 미사일방어(MD) 체계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추가로 확대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지지하면 중·러는 당연히 북한 카드를 사용하려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이 사드 도입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바가 없고, 결정된 바도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나 태평양사령부는 배치를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재정 감축 계획에 따라 매년 500억 달러의 국방비를 감축해야 하는 미 국방부 입장에서는 자체 비용으로 주한미군 기지 방어를 위해 그 비용을 부담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 국무부나 백악관 입장에서는 이미 악화되고 있는 미·러 관계도 부담이고 더구나 이번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에서 겨우 안정을 찾은 미·중 관계를 훼손시키는 조치를 당장 취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사드 배치는 한국이 거의 모든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전제조건일 것이나 당장은 애걸한다 해도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이 주한 미군에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은 미국과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 싼 국내 논란은 현재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적 능력을 과소 평가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또한 군비경쟁의 역사를 보면 방어무기 체계로 적의 공격을 상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비용도 감당하기 어렵다. 북핵 방어를 위해서는 더한 보복 능력에 기초한 억지전략 및 공격용 무기체계의 보강이 더 효과적이다. 현시점에서 미국·중국·러시아 간 전략 게임을 냉정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편협한 민족주의 감정에 이끌리지 말고, 조급함을 버리고, 냉정함을 유지하자. 우리의 안보적 이해를 반영하는 북한 비핵화 레짐 구성에 더 노력할 때다. 그리고 공격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다는 것을 북한에 확실히 주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평화공존을 통한 공동 번영이다. 사드 배치나 어느 강대국에 편승하는 정책이 우리의 안보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평화공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명된다면 우리 스스로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한과 생존을 건 대결을 수행하려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때 안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이러한 고통스러운 대안 대신 북한을 설득해 평화공존을 추구하고, 이를 위한 주변국들의 지지를 획득하는 데 노력해야 할 때다.
  • 1초에 10의 18 제곱 연산... ‘엑사스케일 컴퓨팅’이 온다.

    1초에 10의 18 제곱 연산... ‘엑사스케일 컴퓨팅’이 온다.

    지난 수십 년간 IT 분야의 발전은 다른 기술 분야를 압도했다. 따라서 데이터를 표현하는 단위나 연산 능력을 표현하는 단위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킬로, 메가, 기가, 테라 단위는 이미 일반 사용자에게도 익숙하다. 대규모 데이터 센터에서는 페타바이트급 스토리지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슈퍼컴퓨터의 영역에서는 페타플롭스(PFLOPS, 초당 10의 15 제곱. 즉 1초당 1,000조 번의 연산처리) 단위의 연산능력을 지닌 슈퍼컴퓨터들이 이미 사용되고 있다. 그러면 페타 다음 단위는 무엇일까? 정답은 엑사(Exa)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재 슈퍼컴퓨터 개발의 목표는 엑사플롭스(exaFLOPS) 연산 능력을 돌파하는 것이다. 이는 초당 10의 18 제곱연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다른 말로는 1초당 100경 번의 연산처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슈퍼컴퓨터는 미래 기상 변화 예측, 핵물리학, 핵융합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이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것은 실용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강대국 간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미국은 일찍부터 엑사스케일 컴퓨팅(Exascale computing)에 투자를 해왔다. 2012년 미 에너지부(DOE) 산하의 국립 핵안보국(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을 비롯한 연방 정부 기관들은 1억 2,6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했다. 미국 국방 고등 연구 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DARPA)는 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와트(W)당 50 GFLOPS 의 전력 대 연산 효율이 그것으로 이는 20MW의 전력 사용으로 엑사플롭스 성능을 달성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몇몇 미국 내 기업들 역시 이 분야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데, 대표적인 기업이 IBM, 인텔, 엔비디아 등이다. 이들 역시 이 분야에서 선두를 유치해 고성능 컴퓨터(HPC)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든 부품들이 현재 세계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에 사용되고 있다. ▲ 그래픽 프로세서(GPU)를 이용한 선두 주자 엔비디아, 그리고 IBM 국내에는 그래픽 카드인 지포스 시리즈로 더 잘 알려진 엔비디아는 자사의 그래픽 프로세서를 그래픽 연산뿐이 아니라 일반 연산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테슬라’ 제품군을 출시했다. 이는 GPGPU라고 불렸는데 초기 제품들은 제한된 병렬 연산에서만 강점을 보였으나 몇 세대를 거치면서 강력한 연산 능력을 지닌 병렬 프로세서로 진화했다. 현재 테슬라 제품군은 고성능 슈퍼컴퓨터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데, 2012년 최초로 10페타플롭스의 벽을 깬 크레이(Cray)의 타이탄(Titan)이 바로 18,688개의 엔비디아 테슬라 K20X GPU를 사용한 제품이다. 이 슈퍼컴퓨터는 성능을 측정하는 LINPACK 테스트에서 17.59페타플롭스의 성능을 기록했다. 테슬라 K20은 케플러 아키텍처를 사용하고 있는데 엔비디아는 이미 그 후속 GPU를 개발하는 중이다. 이 중에서 2017년쯤 출시를 예상하고 있는 볼타(Volta) GPU 기반 제품을 사용한 슈퍼컴퓨터는 최대 300페타플롭스의 성능을 지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IBM과 손을 잡고(IBM 은 여기에 자사의 Power9 CPU를 사용한다. 참고로 IBM은 PowerPC 프로세서를 사용한 세쿼이아로 2011년 세계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 자리를 차지한 바 있다) 차기 슈퍼컴퓨터를 개발 중인데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에 공급할 서밋(Summit)과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에 공급할 시에라 (Sierra)가 그것이다. 서밋은 150에서 300페타플롭스급 성능을 지녔으며 시에라는 100페타플롭스급 성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본래 엑사스케일 목표는 2018에서 2020년 사이에 최초의 엑사플롭스 연산 능력을 돌파한다는 것이었는데 서밋과 시에라의 존재는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볼타와 Power9 프로세서 다음 프로세서는 엑사플롭스에 도달하든지 아니면 그 근방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 ▲ CPU 시장의 절대 강자 인텔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이자 역시 세계 최대의 프로세서 제조사인 인텔 역시 슈퍼컴퓨터 시장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 인텔 역시 2012년부터 엑사스케일 컴퓨터에 투자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미 강력한 CPU들을 가진 인텔이지만 엔비디아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필요했다. 인텔이 내놓은 카드는 제온 파이(Xeon Phi)였다. X86 아키텍처 기반 코어를 여러 개 병렬로 연결한 제온 파이는 첫 등장부터 엔비디아를 강력하게 견제했다. 2013년, 국방 과학기술 대학(國防科學技術大學 National University of Defense Technology (NUDT))의 주도로 중국의 국립 슈퍼컴퓨터 센터에 텐허-2(Tianhe – 2, 天河-2. 은하-2라는 뜻)라는 슈퍼컴퓨터가 건설되었다. 이 슈퍼컴퓨터는 인텔의 제온 CPU 32,000개와 48,000개의 제온 파이 코프로세서를 사용했다. 최근 이 슈퍼컴퓨터는 33.86 페타플롭스의 기록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의 타이틀을 차지했다. 사실 텐허-1은 엔비디아의 테슬라 제품을 사용했는데 텐허-2는 인텔 제품을 사용한 것이다. 텐허-2 에 사용된 코드명 나이츠 코너(Knights Corner)는 1개의 프로세서로 테라플롭스 연산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경쟁사도 더 강력한 제품을 준비하는 만큼 인텔 역시 더 강력한 프로세서를 준비 중이다. 2015년 등장 예정인 나이츠 랜딩(Knights Landing)은 1개의 프로세서가 3테라플롭스급 연산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2017년에는 10nm 공정을 이용한 나이츠 힐(Knights Hill)까지 준비하고 있다. 인텔은 나이츠 랜딩이 현재 텐허-2가 가진 능력보다 2배 이상 빠른 연산 능력을 지닌 100 페타플롭스급 슈퍼컴퓨터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그 존재를 공개한 나이츠 힐은 이보다 몇 배 강력한 능력을 지닐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인텔 역시 2020년쯤 해서 엑사플롭스 혹은 그에 근접한 슈퍼컴퓨터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 뒤처진 국내 슈퍼컴...100위 내 하나도 없어 올해 11월을 기준으로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1위는 앞서 언급한 텐허-2이다. 2위는 타이탄, 3위는 세쿼이아였다. 비록 중국이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사용된 프로세서는 모두 미국 제품이다. 텐허는 모두 인텔, 타이탄은 AMD CPU와 엔비디아 테슬라, 세쿼이아는 IBM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4위인 케이 컴퓨터만 일본 후지쯔가 생산한 SPARC64 VIIIfx CPU를 사용할 뿐이다. 이 분야에서 미국의 힘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중 231대가 미국에 있다. 물론 한국 역시 탑 500안에 들어가는 슈퍼컴퓨터 보유국이다. 기상청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이 9대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순위가 많이 내려갔다. 사실 현재는 100위안에 드는 슈퍼컴퓨터가 없다. 국내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로 기상청 슈퍼컴퓨터 ‘우리’가 최근 순위에 148위로 등장했는데 339테라플롭스 수준이다. 사실 한국이 미국, 중국, 일본, 유럽보다 뒤처진 부분은 슈퍼컴퓨터 자체보다 이를 활용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단 슈퍼컴퓨터를 널리 사용하게 되면 슈퍼컴퓨터에 대한 투자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의 순위도 크게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즉 활용 능력을 먼저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무턱대고 고성능 슈퍼컴퓨터를 도입해도 사용할 연구가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현재의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도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엄청나게 빠른 것 같은 페타플롭스급 컴퓨터도 미래에는 흔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고성능 컴퓨터를 사용한 연구를 통해 앞서가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늦지 않게 슈퍼컴퓨터 생태계 확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시론]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

    [시론]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

    2013년 한·중 간 교역 규모는 약 2300억 달러다. 같은 기간 한·미 교역 규모는 약 1100억 달러이고, 한·일 교역 규모는 약 950억 달러였다. 한·중 교역 규모가 한·미 교역에 한·일 교역을 더한 것보다 커졌다. 우리는 한·중 교역에서 628억 달러의 흑자를 봤다. 전통적인 무역 상대국인 미국·일본에서 본 적자를 중국과의 무역에서 메우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공짜는 아니다. 2013년 중국의 대외 무역 흑자는 2600억 달러다. 미국과 유럽에서 외화를 벌어서 한국에 쓴 거나 다름없다. 우리의 대중 무역은 무역량의 26%이지만, 중국의 대한국 무역량은 6.6%에 불과하다. 한·중 무역에 대한 중국과 우리의 처지는 이렇게 다른 것이다. 한·중 관계는 수교 이후 계속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교역이 중요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그 이유가 한국과의 교역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중국 정부의 국가 전략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가치는 미·중 관계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미·중 수교 35년 동안 미·중 관계는 협력적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미국과 주요2개국(G2) 국가로서 쟁패하게 되자 미·중 관계는 협력과 견제의 이중성으로 변화했다. 오바마 정부는 2011년 이후 아시아 회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이 그 이전에 아시아를 소홀히 해 왔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잇따라 전쟁을 일으키면서 중동 지역에 군사력과 외교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중동에 비하면 동북아시아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전쟁을 마무리하려 하면서 상황에 다시 변화가 왔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아시아에 대한 정책을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아무것도 안 하는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그 사이 북한의 핵 능력이 강화됐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그런 악행을 하는 북한을 중국은 왜 지원하느냐에 모아졌다. 다른 한편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카드를 뽑았다.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이 군사적 팽창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안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고고도미사일체계(THAAD)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검토해 왔다. 한국·일본과 함께 미사일방어(MD)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 할 수 있는 ‘한·미·일 정보공유 양해각서(MOU)’ 체결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이 북한을 구실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중국 봉쇄를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을 품어 왔다. 한·중 무역의 확대는 중국이 한국에 대한 레버리지를 키우는 수단이다. 한국에 한·중 무역의 확대는 공짜가 아니라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경제 영토의 확대라고 좋아할 수만은 없다. 중국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60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보면서도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반도 국가인 우리는 역사적으로 고래 사이에 끼어 등이 터지는 새우 신세가 된 경우가 많았다. 중국의 성장으로 소용돌이치는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구호로 압축된다. 현상적으로는 맞으나 지략은 없다. 이것이 새우의 신세를 면하기 위한 우리의 국가 전략이 될 수 있겠는가. 경제와 안보는 국가가 서는 두 다리다. 중국이 우리의 왼쪽 다리를 당기고, 미국이 우리의 오른쪽 다리를 당길 때도 우리는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가랑이 찢어지지 않고 중국을 왼쪽 날개로, 미국을 오른쪽 날개로 해 21세기를 항해하기 위해서는 중심과 전략이 필요하다. 남북 관계 개선으로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심이다. 남북 관계 개선은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의 전략이다. 2015년이면 분단 70년이다. 중심과 전략을 다져 동아시아로 평화의 기운을 확산시키기 위한 좋은 기회다.
  • 얼굴 넓적한 축구선수, 골 더 많이 넣는다

    얼굴 넓적한 축구선수, 골 더 많이 넣는다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리오 발로텔리(리버풀), 프랭크 램퍼드(맨체스터 시티) 등 유명한 선수들의 공통점은? 최근 해외의 한 연구팀이 넓적한 얼굴을 가진 축구선수가 더 많은 골을 넣는다는 통계결과를 발표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학 연구팀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부터 현재까지 활약한 축구선수 1000명의 데이터 및 얼굴의 가로세로 비율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얼굴 비율은 양쪽 광대뼈의 가장 바깥, 윗입술과 눈썹 사이의 면적을 기준으로 한다. 비교·분석 결과, 얼굴이 넓적한 선수가 얼굴이 좁고 긴 선수들에 비해 골을 더 많이 넣었으며, 동시에 반칙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176골을 기록해 현재 통산 득점 단독 3위에 올라있다. 오랜 선수생활 중 경기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횟수는 6차례에 달한다. 마리오 발로텔리의 경우 국제경기에서 총 33골을 터뜨렸지만, 동시에 50차례의 옐로카드를 받은 바 있다. 연구를 이끈 케이스 웰커 박사는 “미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연구가 실시된 적은 있지만 32개국 선수 1000명의 성적 및 얼굴 비율과 성적을 비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얼굴 면적이 넓은 사람일수록 공격적 성향이 짙다는 과거 캐나다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축구선수에 적용, 새롭게 입증한 것이다. 얼굴 폭이 넓은 남성들은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며, 축구경기 중 발현되는 이러한 성향은 많은 파울을 유발함과 동시에 결정적인 골로도 이어진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웰커 박사는 “얼굴 폭이 넓은 남성들은 어린 시절 테스토스테론에 많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테스토스테론은 골밀도나 근육의 성장, 두개골 형상 등 다양한 신체적 특징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많이 받은 축구선수들이 공격적인 성향으로 인해 더 많은 골과 파울을 기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행동 및 생물학 적응 저널’(Adaptive Human Behavior and Phys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구본영 칼럼] 미국과 중국 사이, ‘서희 외교’가 답이다

    [구본영 칼럼] 미국과 중국 사이, ‘서희 외교’가 답이다

    요즘 서울 빛초롱 축제가 열리는 청계천은 유커(중국 관광객)로 넘쳐나고 있다. 한·중 정상이 자유무역협정(FTA)의 사실상 타결을 선언한 베이징 인민대회당 주변이 한국 관광객들로 붐볐듯이. 13억 인구의 중국이 우리에게 거대한 내수 시장의 빗장을 푼 까닭은 뭘까. 과거 혈맹이었던 북한이 추진 중인 압록강 하중도의 황금평경제특구에 중국 기업의 투자 건수는 ‘제로’라는데 말이다. 한·중 FTA 체결이야말로 비단 장수 왕서방의 실리적 상술을 말해 주는 듯싶다. 하긴 중국인들의 상술은 본래 유대인이 울고 갈 정도였다. 지폐와 어음도 세계 최초로 사용했다지 않는가. 아편전쟁 직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늘 세계 총생산의 20% 이상을 차지한 ‘공룡’이었다. 1949∼78년 사회주의 경제를 실험하느라 허비한 ‘잃어버린 30년’은 제쳐 두자. 이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으로 중국인들의 잠들었던 상혼을 흔들어 깨우자 엄청난 경제성장 속도를 시현하지 않았나. 한·중 FTA는 어느새 주요 2개국(G2)이 된 중화(中華)의 자신감 발현으로도 비친다. 어쩌면 한국을 중립지대화해 미국의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려는 의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사회 일각에선 이참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미국보다는 중국을 더 가까이 하자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탈미 친중론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중국은 반만년 역사에서 언제나 친구이자 적이었다. 영어로 표현하면 프레너미(Frenemy)였다. 얼마 전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북 인권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는 내정간섭”이라고 거품을 물었다. 북한 정권의 붕괴는 바라지 않는 중국의 속내가 여실히 드러난다. 독일 통일 2년 전인 1989년 가을.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은 동베를린에서 유통기한이 끝난 사회주의 체제를 바꿀 개혁을 한사코 거부하는 에리히 호네커 동독 서기장에게 경고했다. “인생은 너무 늦게 오는 자를 벌준다”고. 물론 그 이전에 서독 헬무트 콜 총리는 옛 소련에 막대한 경제원조를 제공했다. 고르비가 동독을 버렸듯이 이제 시진핑이 북 세습정권을 포기하면 남북 간 진정한 협력은 급물살을 탈 게다. 북한이 보다 합리적 정권으로 ‘레짐 체인지’되면서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적다. 하루가 다르게 경제력을 불리고 있는 중국이 어디 우리의 원조에 매달릴 처지인가. 다만 중국이 G2라고는 하나 세계의 지도국이 되기엔 왠지 역부족으로 보인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꿈꾸는 비전이 다당제와 직접선거, 그리고 언론의 자유를 기반으로 한 확고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탓이다. 중국이 이런 세계 문명사의 큰 흐름에 올라타지 않는 한 지식산업이 근간인 21세기 유일 패권국이 되긴 어려운 노릇이다. 학문과 과학기술의 창의는 자유가 있는 곳에서 샘솟기 때문이다. 까닭에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 중국과도 협력을 강화하는 ‘연미협중’(聯美協中)이 우리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지난한 일이지만 한국 외교가 개척해야 할 뉴프런티어다. 쉽진 않겠지만 지레 불가능하다고 포기할 까닭 또한 없다. 과거 기울어져 가는 송(宋)과 중원을 장악한 요(遼·거란) 사이에서 고려의 서희가 그랬다. 그는 요의 위세에 굴복하지 않고 또 다른 신흥세력인 여진과 요·송의 틈새에서 고려의 전략적 가치를 당당히 설파함으로써 외려 강동 6주를 양보받았다. 중국으로 하여금 핵개발에 매달리는 북한이 더는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전략적 함정’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도 이를 위한 좋은 카드일 수 있다. 미국은 바라지만, 중국이 꺼리는 현실을 역발상으로 활용할 경우다. 북핵을 막지 못하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가 불가피함을 주지시킴으로써 중국의 북핵 억제 영향력 강화를 이끌 지렛대로 삼으란 얘기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적극 참여해야겠지만, 중국이 제안한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를 외면할 이유도 없다.
  • [사설] 동북아 새판짜기 외교 주도적으로 대처해야

    외교는 주도권과 타이밍이 생명이다. 국제정세의 큰 흐름 속에서 순간순간의 변화를 포착해 적절한 시점에서 자국의 핵심 이익을 관철시키는 일종의 종합예술과도 같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10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의 동북아 정세와 확연하게 달라지는 시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가면서 반목하던 중국과 일본이 2년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실리외교 전환의 신호탄을 쐈다. 강경으로 치닫던 북한 김정은 체제도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억류했던 인질들을 석방하며 북·미 대화의 손짓을 하고 있다.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이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고 봐야 한다. 우리의 외교는 지금 시험대에 서 있는 것이다. 싫건 좋건 동북아를 움직이는 핵심 키는 미국과 중국이 쥐고 있다. 이는 ‘아시아로의 회귀’ 또는 ‘아시아 재균형’ 등의 전략을 내세우는 미국과 중화(中華)의 꿈을 설파하면서 동북아의 맹주를 꿈꾸는 중국이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에 따라 우리나라도 상당한 외교적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 등이 중요한 외교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안들은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에 대한 외교·군사·경제적 위협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로서는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타결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등의 구축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구상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이 경제적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동북아 정세를 비롯해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20여분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굳건한 한·미 동맹을 지속하면서 북한의 비핵화에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 동맹을 지렛대로 한·미·일 삼각 협력체제를 굳건히 하면서 동북아에서 지배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엿보인다. APEC 정상회의에서 동북아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한·미·중 3국 정상이 북핵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북한의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우리의 입장이 백퍼센트 같을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북핵 문제에서 국제사회와 보조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현재의 남북 경색 국면을 타개하는 데는 좀 더 창의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중국마저 북한과 멀어지는 상황에서 동북아 중간자로서 외교적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대북 카드다. 외교에서 원칙과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달라진 지형에서는 선제적인 움직임을 통해 상황을 타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은 상대방의 전략에 따라 피동적인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우리가 주변부가 아닌, 주역이 되기 위해선 남북 관계 개선에 주도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 [한·중 FTA 타결] 美·中 동북아 내 경쟁 가열… “韓, 포스트 한·중FTA 전략 필요”

    [한·중 FTA 타결] 美·中 동북아 내 경쟁 가열… “韓, 포스트 한·중FTA 전략 필요”

    한국과 중국 양국의 10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은 동북아시아 역내 외교안보 및 경제 판도에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9조 2400억 달러의 국내총생산(GDP) 규모에다 세계 GDP 12%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과의 FTA는 우리로서는 미국, 유럽연합(EU)과의 FTA에 이어 세계 3대 거대 경제권과의 ‘접속’을 의미한다. 향후 경제 영토의 확장뿐 아니라 외교안보적 구도 변화 속에 ‘포스트 한·중 FTA’의 전략 수립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중 간 동북아 역내 경쟁이 첨예하게 노출되고 있는 지점이 안보와 경제 부문인 데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기조가 상호 치열하게 경쟁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한국과의 FTA 체결을 동력으로, 자국이 주도하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새로운 국제 금융 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경제 블록을 확장하는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경제 질서에 도전하며 외교와 안보를 패키지화하는 전략을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도 동북아 주변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취해온 ‘미국과는 외교안보’를, ‘중국과는 경제’라는 기존 틀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중국과의 FTA가 단순히 경제 통상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이 아시아의 맹주가 되기 위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FTA 카드로 활용한 측면을 봐야 한다”며 “동북아와 아·태 지역에서 매우 복잡한 방정식이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한·중 FTA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조 7000억 달러 규모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본 기업들의 불이익과 부정적 환경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동안 중국과의 FTA 체결에 소극적인 반면 미국의 TPP에 동참하며 대중 견제의 각을 세워 왔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의 경제 블록에 동참하면서 역내에서 일본의 정치·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다. 배긍찬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본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동북아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의 확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지만 한·중 FTA 체결로 일본의 역내 경제적 고립감이 커질 수 있다”며 “한·중과의 양자 FTA보다는 한·중·일 3국 FTA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TPP와 중국의 FTAAP가 힘을 겨루는 구도 속에서 한국을 TPP로 적극 유인해야 하는 요인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한·중 간 경제적 진전이 군사·안보적 관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미국의 현실적 우려도 고조되는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등 미국으로서는 한·미·일 3각 안보 공조 구축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개연성도 적지 않다. 북·중 관계의 변화도 한·중 FTA 체결 이후의 관전 포인트다. 한·중 FTA로 인해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단기간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반도에서의 한·중 관계가 더 중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최 부원장은 “중국은 북한과의 경제적 파트너 관계를 포기했다”며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 측 입장을 중시하면서도 대북 기조의 정치·경제 분리 접근법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설] 목소리 커진 美공화당 한반도 파고 대비해야

    대외 강경노선을 걷는 미국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예상대로 상·하원을 석권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복잡해졌다. 2016년 미 대선까지 미국 정가는 오바마 행정부를 옥죄는 여소야대의 정국이 현실화된 것이다. 자칫 한반도와 동북아시아가 거센 돌풍에 휘말려 가뜩이나 경색된 남북 관계가 악화되거나 간신히 균형을 잡아 가는 한·중 외교가 다시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승자 독식’ 원칙에 따라 하원에 이어 상원의 모든 상임위원장을 공화당이 차지함에 따라 미국의 대외 정책은 지금보다 훨씬 강경 모드로 변화될 소지가 높아졌다. 특히 상원외교위원장으로 확실시되는 밥 코너 의원은 공화당 내 대표적인 매파로 통한다. 그는 오바마의 유약한 대외정책 비판론자로서 유명하다. 북한·이란핵 개발 저지에 소극적인 오바마 대통령을 질타해 왔다. 북한 인권상황 개선에 더욱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상원 군사위원장으로 내정된 존 매케인 의원 역시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반대하고 압박과 제재를 통한 대북 강경노선을 지지해 온 인물이다. 공화당의 대외 강경 기조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한·미 동맹 강화를 중시하는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와 견해가 같기 때문에 급격한 대북정책 변화가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전작권 환수 재연기가 확정된 이후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해 동북아, 특히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한국이 동원될 가능성은 점점 짙어지는 상황이다. 막바지 단계에 있는 한·미 원자력협상에서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가 어려운 방향으로 불똥이 튈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의 정치 지형상 레임덕이 불가피해진 오바마 행정부가 공화당의 강경 목소리를 마냥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1993~2001년) 말기 공화당 집권 전후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쳤던 때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외교부 당국자들이 달라진 외교 지형을 세밀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변화 없이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정책’ 역시 공화당 강경파들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공화당 내부의 대북 매파들은 우선 대북 제재 이행법안의 상원 처리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하원을 통과한 대북 제재 법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저지를 위해 김정은 정권의 돈줄 차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어느 때보다 ‘김정은을 손봐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대북제재법의 상원통과만큼 북한 정권에 타격을 주기에 안성맞춤인 것은 없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이 군산(軍産)복합체의 적극적 지지를 받고 있는 공화당의 강경 노선과 맞물려 극우적 방향으로 급진할 개연성도 있다. 지난 4월 한·미 정상들이 합의한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역시 강경파들에게 중국 압박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전작권 환수 연기로 구체화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가시화될 경우 이를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으로 인식하는 중국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동북아는 순식간에 안갯속으로 빨려들어 가게 된다. 미국의 정국 변화가 우리의 국익에 손상이 되지 않도록 외교 당국자들의 주도 면밀한 대비가 절실해지고 있다.
  • 세계서 가장 얇은 ‘4.85mm 스마트폰’…또 中기록

    세계서 가장 얇은 ‘4.85mm 스마트폰’…또 中기록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 타이틀은 또다시 중국이 차지하게 됐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가 두께 4.85mm짜리 스마트폰 R5를 내놨다고 GSM아레나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금까지 나온 가장 얇은 스마트폰 제품 역시 중국에서 만들어졌는데 스마트폰 제조사 지오니의 이라이프 S5.5가 5.5mm로, 5mm 이하인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감이 잘 나지 않겠지만 R5의 두께는 구 10원짜리 동전(두께 1.6mm) 3개를 쌓아올린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또 최근 등장한 스마트폰들을 보면, 애플의 아이폰6가 6.9mm, 아이폰6 플러스가 7.1mm, 화웨이의 어센드 P6가 6.18mm로 대부분 6~7mm 대의 두께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국내에서 만든 가장 얇은 스마트폰으로는 삼성의 갤럭시 알파가 두께 6.7mm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필보다 얇은 두께 6.1mm로 유명한 애플의 아이패드 에어보다 얇아서인지 이 제품에는 3.5mm 헤드폰잭과 SD카드 슬롯은 탑재되지 않았다. 단 USB 단자를 통해 연결할 수 있는 오디오 어댑터로 이어폰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마이크로 USB 커넥터를 보면 그 두께를 잘 알 수 있다. 커넥터 위아래로 공간이 거의 없어 이 제품의 내구성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R5의 크기는 5.5인치 풀HD(해상도 1920x1080픽셀)를 지원하는 아몰레드 디스플레이(423ppi, 인치당화소)를 탑재해 세로 148.9mm, 가로 74.5mm이며, 측면 재질은 알루미늄으로 마감됐다. 무게는 같은 5.5인치 크기인 아이폰6 플러스(172g)보다 17g 가벼운 155g이다. 제품 구동에는 8개의 코텍스-A53 코어를 갖는 퀄컴의 64비트 스냅드래곤 615 프로세서(클록속도 1.5GHz), 아드레노405 그래픽칩, 2GB램의 메모리 등이 사용된다. 후면 카메라로는 아이폰6에 채택된 13메가픽셀의 f/2.0인 소니 IMX214 카메라센서가 탑재되며 고속 초점은 물론 촬영 뒤 초점을 바꾸는 후속 초점, 그리고 울트라HD 기능을 소화한다. 또한 여러 장의 이미지를 합쳐서 50메가픽셀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기능도 더해졌다. 전면부 카메라는 5메가픽셀이다. 베터리용량은 2000mAh로 다소 부족하지만, ‘VOOC It Up!’이라는 오포만의 급속충전 시스템을 사용해 5분 충전에 2시간 통화, 30분에 75%까지 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액세서리의 완성도에서는 다소 미흡한 점이 보인다. 어디선가 본 듯한 디자인의 어댑터와 USB 케이블, 아이팟 셔플과 같은 외부 터치버튼(오디오 어댑터)은 뮤직 플레이어의 조작이나 카메라의 셔터 버튼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499달러(약 53만원)에 판매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공개된 스펙이다. 색상 : 실버 / 골드 치수 : 148.9mm × 74.5mm × 4.85mm 무게 : 155g OS : ColorOS 2.0(안드로이드 4.4 기반) 프로세서 : 1.5GHz 퀄컴 스냅드래곤 615 옥타 코어(MSM8939) GPU : Adreno 330 RAM : 2GB 스토리지 : 16GB 배터리 : 2000mAh (Li-Po 배터리) SIM 카드 : Micro SIM 디스플레이 : 5.5인치 풀HD (1920x1080픽셀), 423ppi,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1600만 컬러 카메라 : 1300만 화소, 소니 Exmor IMX214 BSI 센서, 500만 화소 전면 카메라, 4K 비디오 촬영(30fps) 지원 주파수 : GSM850/900/1800/1900, WCDMA850/900/1700/1900/2100, FDD-LTE B1/3/4/7/8/17/20/28-a/28-b, TD-LTE B40 대응통신 규격 : USB OTG, Bluetooth 4.0,5G Wi-Fi 802.11b/g/n/a, Wi-Fi Direct, Wi-Fi Display, GPS 사진=오포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사설] 북한 핵탄두 소형화 추진에 손 놓고 있나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주말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인해온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다른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미 양국이 북핵 억지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할 중대 사안일 것이다. 물론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아직 실험은 하지 않아 얼마나 효율적인지, 실제 소형화에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한발을 빼긴 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자세를 다지고 있다”고도 했다. 그의 발언이 다소 경솔해 보일지 모르나,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부족함은 없다고 본다. 현재 북의 핵개발이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 정확히 가늠하긴 어렵다. 다만 미사일에 탑재 가능할 정도로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면 심각한 일이다. 더욱이 한·미 양국이 이런 중대한 정보를 놓고도 서로 다른 목소리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유사시 북핵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당을 대상은 대한민국일 게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하는 쪽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아니라 우리란 얘기다. 생각해 보라. 북이 경량화된 핵탄두를 신형 이동 미사일인 KN-08이나 기존 노동미사일에 장착하는 데 성공하면 한반도 전역이 사정거리에 들게 된다. 이때 무슨 수로 북의 선제 공격 기미를 탐지해 대처할 건가. 그런데도 주한미군에 고(高)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배치하는 문제를 놓고도 우리 내부에서 갑론을박만 하고 있다니 한심한 일이다. 1994년 북·미 간 제네바 합의가 타결된 지도 어언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후 이 합의가 휴지 조각이 됐듯이 국제사회의 북핵 저지 외교는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북한의 핵개발 의도를 잘못 판독한 결과였다. 미국, 특히 우리 사회 일각에선 적당한 경제적 반대급부만 제공하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북은 외려 국제사회에 핵보유국 대우를 요구하며 번번이 그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어 왔다. 3차례의 핵실험과 수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그 징표다. 이따금 대화 제스처로 교묘한 화전 양면전술을 병행했을 뿐 한 번도 핵개발을 멈추지 않았다는 얘기다. 결국 핵무기를 손에 넣고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벌이려는 게 북의 속내라고 봐야 한다. 이를 지렛대로 3대 세습독재정권의 안위를 보장받기 위해서다. 북이 미 본토까지 도달하는 장거리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다. 혹여 미·중·일·러 등 주변 강국들이 이를 현실로 용인한다면 우리에겐 악몽의 시나리오다. 특히 북한이 잠수함 발사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게 되면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KAMD)이나 북핵 등에 대한 선제타격체제인 킬 체인(kill chain)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 까닭에 남북 고위급회담이 재개되면 ‘북핵 폐기’와 5·24조치 완화를 통한 대북 지원 확대 카드를 패키지로 협상할 필요가 있다. 6자회담을 재개하더라도 북의 ‘과거 핵’엔 눈 감고 추가 핵개발만 중단시키는 ‘핵 동결’이 목표가 된다면 그간의 북핵 외교 실패 경로를 답습하는 꼴이다. 다음달 열릴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저지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하게 주문해야 한다. 정부는 북핵에 관한 한 ‘시간은 우리 편’이란 안이한 생각을 버리기 바란다.
  • [한·미 전작권 전환 재연기] 동북아 안보지형 요동… “군사주권 스스로 포기” 논란 커질 듯

    [한·미 전작권 전환 재연기] 동북아 안보지형 요동… “군사주권 스스로 포기” 논란 커질 듯

    한국과 미국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제46차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조건부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함에 따라 동북아 군사 안보 지형에 미묘한 파장이 일게 됐다. 더욱이 양국이 이번에 전환 시기를 명확하게 못 박지 않고 모호하게 먼 미래로 돌려 군사적 측면에서 미군의 역할이 강화되고 표면적으로 한·미 군사동맹은 밀착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 내부에서 군사주권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을 우려하는 중국으로서는 이번 합의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의 전면 확대와 한·미·일 안보 삼각동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들어 강화되고 있는 한·중 관계 개선 모드가 다소 주춤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장 전작권 전환 재연기의 직접적 근거가 2012년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정부 평가에 기반한 점에 주목한다.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이 북한 핵과 미사일을 방패막이로 삼아 궁극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방어체계를 적극 추진할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이날 발표된 전작권 전환 3대 조건 가운데 ‘한국군의 필수 대응 능력 구비와 미국의 확장억지 수단 및 전략자산 제공·운용’ 부분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측의 핵심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사드에 관한 한 협의된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전작권 재연기 수용에 따른 미 측의 반대급부 요구가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산 첨단 무기 구입 압력은 물론 사드 배치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날 주일 미군이 일본에 MD용 레이더인 엑스(X)밴드 레이더를 반입한 사실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힐 만큼 예민한 상황에서 중국은 이를 한국 사드 배치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김흥규 아주대 정외과 교수는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손상시키면서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했는데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부분까지 건드린다면 결국 이를 상쇄시키는 카드를 쓸 것”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재개하고 북한의 미사일과 핵 능력이 향상돼도 이를 묵과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 국제 관계에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의 세 가지 조건을 크게 두 가지로 보면 결국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와 안보상황”이라면서 “핵심 군사능력은 재래식 위협과 북한의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대응 능력이고 안보상황은 북한의 WMD 위협과 체제불안정성 등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평가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포함한 핵심 군사능력이 갖춰지는 시기를 2022년에서 2027년 사이로 추산하고 있다”고 덧붙여 정부가 2020년대 중반을 전작권 전환 목표 시기로 산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전통무용+국악… 45억명에 인천 새긴다

    “아시아는 이제 인천을 기억할 것입니다.” 열엿새의 열전을 뒤로하고 오는 4일 인천 연희동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펼쳐질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의 윤곽이 드러났다. 임권택 총감독과 장진 총연출은 30일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폐회식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소개한 뒤 “인천 하면 존중과 배려가 떠오르고 아시아가 하나가 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것들을 바랐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오후 6시부터 손님맞이 공연이 펼쳐지고 지난 19일 개회식과 비슷하게 선수 등번호나 AD카드 숫자 등으로 구성된 카운트다운(45초) 영상과 함께 오후 7시 1부가 시작된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로 구성된 레인보우합창단과 국립무용단 공연이 이어지고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국립국악원 무용단 공연이 펼쳐진다. 선수들이 만난 열엿새의 인천을 담은 영상이 상영된 뒤 국기원 태권도쇼가 이어진다. 선수단 맞이 공연이 2부의 시작을 알리면 45개국 선수단이 자유롭게 식장에 쏟아져 들어온다. 선수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공연이 이어진 뒤 코치, 감독, 스태프들의 기쁨과 환희, 눈물을 담은 특별영상이 상영된다. 이어 대회 최우수선수상인 삼성 MVP 시상식이 열린 뒤 폐회가 선언된다. 오후 9시 경기장 남쪽 성화대 밑에 특별히 마련된 무대에서 5분여간 무용단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성화가 꺼지는 장면이 이날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장 감독은 소개했다. 그 뒤 아이돌 그룹 빅뱅의 축하 무대가 25분 이어지며 4년 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의 만남을 기약한다. 한편 두 감독은 지난 19일 성화 점화자로 한류 스타 이영애가 낙점된 것은 사실상 대회 조직위원회가 주도한 것이라고 밝혀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장 감독은 나아가 “점화자의 신원을 알더라도 기사를 쓰지 않는 게 체육계의 오랜 관행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부 매체가 특종이랍시고 기사화한 것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전문기자 bsnim@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이슬람국가(IS) 응징하는 ‘저승사자’ 미군 A-10C 공격기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이슬람국가(IS) 응징하는 ‘저승사자’ 미군 A-10C 공격기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일대를 휩쓸며 닥치는 대로 살육과 약탈을 일삼아 온 광기어린 테러 집단 IS(Islamic State)를 응징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습이 시작됐다. 미국은 항공모함 전단에서 발진한 F/A-18E/F 슈퍼 호넷을 필두로 F-16과 F-15, B-1B 폭격기는 물론 인류 역사상 최강의 전투기라 평가되는 F-22A ‘랩터’를 공습에 투입했다. 50여 대의 전투기와 폭격기가 동원된 이번 공습에서 미국은 IS와 알 카에다(Al-Queada) 계열 무장조직 호라산 그룹(Khorasan group)의 시설을 파괴했다. 공습을 당한 시설들은 철저하게 파괴됐고, 수 십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 “이번 공습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한 것처럼 미국은 IS가 F-22A나 B-1B보다 더 두려워할 카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바로 중장갑 공격기 A-10C 워호그(warthog)였다. 흑멧돼지가 중동으로 날아간 이유 IS는 국가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국가보다는 비교적 조직화가 잘 되어있는 대규모 무장 집단에 불과하다. 이들은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군으로부터 노획한 전차와 항공기 등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된 관청이나 지휘시설 같은 것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미국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공습했을 때 이라크와 탈레반은 정규군이 있었고, 각지에 정규군이 주둔하고 있는 기지와 각종 병참 시설들이 건설되어 있었다. 정규군이었던 이라크군과 탈레반군은 이러한 시설이 파괴되면 작전에 상당한 지장을 받았지만, IS는 다르다. IS는 정규군보다는 ‘마적단’에 가까운 개념이기 때문에 모든 시설은 임시 시설이다. 기존의 학교나 관공서, 아파트를 빼앗아 그곳에 병력이 머물면 막사가 되는 것이고, 탄약과 물자를 보관해 놓으면 병참 시설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중앙 지도부에서 무기를 구매해 전투부대에 보급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를 통해 약탈하고 노획해 무기와 탄약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이라크군이나 탈레반군처럼 제대로 된 병참 시설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미군과 동맹국들이 수십여 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정밀 유도 폭탄과 미사일로 표적을 공습한다 하더라도 이들에게는 큰 타격을 주지 못한다. 어차피 빼앗은 건물이고, 물자와 인력은 점령지에서 약탈하고 징발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B-1B와 F-22와 같은 최첨단 전력은 이러한 테러 조직을 상대하는데 적절하지 않다. 미국도 이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첩보활동으로 획득한 IS 지도부 은거지를 초정밀 폭격으로 파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IS 격퇴의 핵심은 소위 ‘테크니컬(Technical)’, 즉 무장 트럭을 타고 떼 지어 몰려다니는 IS 병력을 제거하는데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들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지상에 전투부대를 보내야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장기전의 늪에 빠졌던 미국이 또 다시 자충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의외의 카드 하나를 꺼내 들었다. 바로 A-10C 공격기의 중동 배치였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국방부는 인디애나주 주방위공군 제122전투비행단 예하 제163비행대의 A-10C 공격기 12대와 병력 300여 명을 다음 달 초까지 중동 지역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조치가 IS 공습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현지 언론은 이번 A-10C 중동 배치의 시기가 미묘하다고 꼬집으면서 이 공격기가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해 IS를 격퇴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IS와 같은 ‘마적단’에게 A-10C는 과거 냉전시절 불렸던 별명 그대로 ‘죽음의 십자가’ 그 자체다. A-10C의 주무장인 GAU-8 30mm 기관포는 현존하는 거의 대부분의 전차와 장갑차를 파괴할 수 있는 포탄을 분당 4,200발의 속도로 쏟아 부을 수 있다. 이밖에도 JDAM과 헬파이어 미사일은 물론 각종 정밀유도무기를 최대 7톤까지 탑재한다. 막강한 화력만큼이나 방어력도 대단히 강력하다. A-10C는 IS가 상용 트럭에 얹어 운용하는 23mm 기관포로 쉽게 격추시킬 수 없다. 주요부위가 티타늄 장갑재로 되어 있고, 피격되어 유압 장치가 파괴되더라도 기체 조종이 가능하도록 조종간과 조종면 사이에 강철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다. 이라크 자유 작전 때 23mm 기관포는 물론 57mm 기관포탄 4발에 직격 당하고도 추락하지 않고 기지로 무사 귀환한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중무장・중장갑 공격기가 중동 지역에 배치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지상군 대용’이다.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할 수 없으니 지상전투는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 자치정부 민병대가 대신하되, 이들의 실력이 못미더우니 강력한 공격기를 지원해 이라크군의 실력 부족을 화력 지원으로 커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기사회생할까? 사실, 이번 중동 배치와 IS 격퇴 전쟁 참전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A-10C 자신이다. 퇴역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또 한 번 그 가치를 증명할 기회가 주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A-10은 1970년대 구소련의 대규모 기갑부대를 저지하기 위해 등장한 대전차 공격기였으나, 냉전 붕괴 직후 더 이상 구소련과 동구권의 기갑부대를 상대할 일이 없어지자 조기 퇴역이 추진됐으나 1991년 걸프전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후 2000년대 초 또 다시 퇴역론이 대두되었으나, 2003년 이라크 자유 작전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며 그 존재 가치를 또 한 번 입증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역할이 끝나자 미 공군은 F-35A 도입을 위해 A-10 퇴역을 추진하고 나섰다. A-10 프로그램을 종료해 여기서 아낀 돈으로 F-35A 프로그램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의회가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미국 하원은 2014년 국방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미 공군이 A-10 퇴역을 위해 단 한 푼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 버렸다. A-10만큼 근접항공지원에 효과적인 기체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미 공군은 Charles Davis 중장을 의회에 보내 “이제 더 이상 티타늄으로 감싼 기체를 저속으로 비행시킬 필요는 없다”면서 “이미 F-16이나 B-52, B-1B가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예산안은 미 하원의 결정대로 통과되어 A-10C는 내년도 예산안이 집행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이번에 A-10이 IS를 상대로 얼마나 위력을 떨칠 것이며, 그 유효성을 인정받아 또다시 수명을 연장 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과심이 몰리고 있다. A-10C가 IS를 상대로 펼치는 전쟁에서 또 한 번 그 진가를 입증 받는다면 적어도 2020년대 중반까지는 장수할 수 있지 않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여기는 미추홀] 현장은 아직 예열중

    국제종합대회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모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지난 17일 밤 인천시 남구 구월동에 있는 미디어빌리지 근처의 식당에 들어서니 손님들의 눈길이 쏟아진다. 기자 일행이 목에 두른 AD카드 때문이다. 그런데 눈길이 왠지 뜨악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판국에’ 하는 속마음이 그대로 읽힌다. 인천시와 중앙정부가 너무 오랫동안 재정 지원 비율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며 갈등을 빚었고 인천시 재정이 거덜난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최근에는 세월호의 아픔이 여전히 가시지 않았는데 무슨 스포츠 축제냐는 식의 곱지 않은 시선까지 얹어졌다. 지난 18일 북한과 파키스탄의 남자축구 경기를 취재하려고 찾은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 축구장. 붉은색 옷을 차려 입은 응원단 50여명이 ‘한반도는 하나다’ 구호와 함께 열렬한 손뼉 응원을 보냈지만 공식 집계된 관중 수는 246명에 그쳤다. 일부 시민은 경기가 끝난 뒤 버스에 오른 북녘 선수들을 향해 연신 환호와 박수를 보냈지만 서쪽 하늘을 물들인 일몰만큼이나 쓸쓸한 구석이 많았다. 물론 한국 선수의 메달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남북 대결이 뜨거워지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대회 초반 열기를 지펴야 하는 취재진으로선 힘이 쑥 빠지는 일이다. 19일 아침 미디어빌리지에서 송도컨벤시아의 메인프레스센터(MPC)까지 이동하는 셔틀버스에서 보니 차량 2부제가 유명무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날 쉬어야 하는 짝수 번호판 차량들이 승용차와 트럭 가릴 것 없이 거리에 넘쳐났다. 동사무소 등에서 원칙 없이 예외를 인정해주는 바람에 성공 개최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겠다고 마음먹은 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시민들이다. 한 자원봉사자는 기자가 잃어버린 컴퓨터 마우스를 찾기 위해 새벽부터 동분서주했고 MPC 근처에는 밤을 새우고도 웃는 얼굴로 각국 취재진을 맞는 자원봉사자가 많다. 셔틀버스 기사는 오르내리는 모든 취재진에게 굿모닝을 외쳐댔다. 인천아시안게임이 시작됐다. 임병선 전문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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