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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청 파문] 천용택·신건·임동원씨등 줄소환

    [도청 파문] 천용택·신건·임동원씨등 줄소환

    ‘천용택은 0순위, 그 다음은?’ 국가안전기획부와 후신인 국가정보원이 자행한 도청 행위에 대한 본격 수사로 과거 정권의 정보기관 수장들이 줄줄이 검찰청사에 불려올 전망이다. 소환 0순위는 DJ 정권 두번째 국정원장을 지낸 천용택씨. 천씨는 국정원 자체 조사에서 99년 미림팀장 공운영씨로부터 도청테이프를 회수할 당시 자신과 관련된 2개의 테이프를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난 데다 같은 해 말 기자들에게 도청 내용을 누설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국정원이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자체 개발, 도청에 이용한 때도 그가 재임했던 시기다. 검찰이 천씨의 집과 사무실 등에 대해 지난 4일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도 그가 전직 국정원장 중 첫번째 소환대상임을 시사한다. 당초 검찰 수사는 YS정부 시절 안기부의 도청 행위와 DJ정부 시절에 이뤄진 도청테이프 유출 행위에 맞춰져 있었다. 여기에 “DJ정부 때도 4년간 도청했다.”는 국정원의 발표로 DJ정부 시절의 도청 행위라는 큰 덩어리 하나가 추가됐다. 진상규명만을 염두에 뒀던 도청 행위가 사법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따라서 천씨 이후의 소환자는 도청중단의 역순으로 진행될 공산이 커졌다. DJ 정부 마지막 국정원장이었던 신건씨를 필두로 임동원·이종찬씨 순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국정원 도청중단의 과정을 파악하고 있는 신씨를 상대로는 도청 경위 및 도청자료와 기기의 폐기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이종찬씨의 경우,DJ가 도청근절 지시를 내렸음에도 도청이 계속된 것을 알고 있었는지, 각종 보고 때 도청자료를 활용했었는지 등이 규명 대상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도청 파문] “DJ때 정치공작용 도청 없었다”

    국가정보원의 ‘DJ정부 도청’ 발표로 정치권은 극심한 혼돈양상을 빚고 있다. 당초 여야간 대치 국면을 보였던 도청 파문이 여권내 신·구세력간 갈등양상으로 번지면서 한치 앞을 가리기 힘든 안개정국으로 치닫는 조짐이다. 급기야 야당이 ‘DJ정부 도청’ 발표가 고도의 정치전략에서 비롯됐다는 음모론을 제기하자, 여당은 근거없는 음해론을 응징하겠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국정원 발표 이후 열린우리당의 공세는 크게 두 갈래로 펼쳐지고 있다. 하나는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정치적 음모론이다. 진앙지인 민주당에 당 지도부가 공개적인 경고 메시지까지 보냈다. 문희상 의장은 7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정원 발표의 순수한 취지를 호도해 정치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정파간의 이간질에 이용하려는 시도에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5·16 쿠데타 이후 지속된 권위주의 체제에서 음습한 모든 비리의 종합결정판이며, 정·재·언론계의 추악한 뒷거래가 그 본질”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은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정치적 의도 개입’ 주장에 “지역감정으로 반사 이익을 얻으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역감정을 조장해 호남에서 정치적 이득을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계산이라면, 호남 민중들이 그런 얕은 주장에 현혹될 주민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류는 도청 파문에 따른 호남 민심의 잠식을 차단하려는 당 지도부의 속뜻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DJ 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도청 사실’을 애써 부인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의장은 간담회에서 “DJ정부 시절 정치공작을 위해 미림팀을 운영하는 일이 없었다는 것은 분명하고 확실하다.”면서 “당시 불법도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지금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칼날은 한나라당으로 향하고 있다. 국정원 발표 직후 수세에 몰리던 분위기를 뒤집기 위해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전병헌 대변인은 한나라당 권영세 불법도감청 조사단장을 겨냥,“권 의원은 공안검사 출신으로 YS정부 시절 안기부 파견 검사였으며, 미림팀이 재가동된 시절 안기부장 특보실에서 3년이나 근무했다.”면서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하기 전에 고해성사부터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장영달 상중위원도 “도청 원조당인 한나라당은 끽소리 말고 침묵을 지키고, 국민에게 석고대죄하는 게 맞다.”고 공세를 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베일벗는 도청] 풀리지 않은 6대 의혹

    5일 국정원이 불법 도청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김영삼(YS)·김대중(DJ) 두 전직 대통령의 인지여부 등 몇가지 의문점들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① YS·DJ는 몰랐을까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YS정부는 물론 DJ정부때까지 불법 도청이 행해졌다. 그러나 당시 두 대통령이 그 사실을 알거나 보고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국정원측은 YS에 대해서는 “당시 국정원 도청 담당 국장이 입을 열지 않고 있어 알 수 없다.”고 했고,DJ에 대해서는 “당시 제한된 사람들만 봤을 것이고,DJ가 그걸 원치 않았다는 건 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최고권력자인 두 사람이 불법도청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적어도 ‘미림’팀이 본격 재편된 1994년 6월은 YS정부의 권력이 정점에 있던 시기란 점에서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DJ정부 말기인 2002년 3월 신건 국정원장이 도청을 전면 금지하는 과정에서도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정황이 농후하다.DJ가 처음엔 도청사실을 몰랐을지라도 나중에 알고 신 원장에게 중단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② 현정권 불법도청 없다? 청와대는 5일 현 정권의 불법 도청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윗선에 도청 사실 자체가 보고되진 않더라도, 양질의 정보에 욕심이 있는 정보기관 요원들이 도청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했을 가능성은 적지않다. 실제 참여정부 초기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국정원이 휴대전화 도청 의혹을 부인하자 면전에 있는 기자들에게 “OO기자,OO기자, 당신들 휴대전화도 다 도청되고 있어”란 말을 한 적이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도 이날 “정보기관은 과거 중앙정보부 때부터 나름의 타성과 고집이 있기 때문에 도청 근절을 선언한다고 해서 안하는 게 아니다.”고 추정했다. ③ 2002대선 도감청 여부는 국정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감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력의 향배가 왔다갔다 하는 극도로 민감한 시기에 정보기관 요원들이 손을 완전히 놓고 있었다고 보긴 무리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실제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도청을 우려해 휴대전화 비화기를 부착하고 통화를 했다는 일화가 있다. ④ 미림팀 부활 진짜 배후는 국정원은 “당시 국내정보 수집담당인 모국장이 간부회의에서 재편을 건의함에 따라 결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미림팀은 국정원의 조직 직제상 명시돼 있는 조직이 아니므로 실무선에서 이뤄졌을 것이며, 따라서 지휘부에는 보고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YS의 차남 김현철씨가 국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정황을 들어, 그의 지시에 따라 미림팀이 재편됐고 그에게 도청 결과가 직보됐을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선 나온다. 이런 의혹에 대해 국정원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사실 여부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⑤ ‘미림’ 도청테이프 8000개? 국정원은 “일부 언론에서 미림팀에서 8000여개의 테이프를 생산했다고 보도했는데,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루 1∼2개의 테이프를 생산하고 6개월마다 재분류해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테이프는 폐기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테이프 폐기를 담당한 실무자들이 폐기하지 않거나 복사본을 만들어두었을 경우 수량은 8000개가 충분히 넘을 수 있다. ⑥ 274개와 261개 차이는 국정원은 “공씨가 원본 테이프 274개의 복사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원본 테이프 중 음질상태가 좋지 않은 13개를 뺀 261개를 복제한 뒤 99년 12월 국정원에 261개의 원본 테이프를 반납했고, 남은 복제 사본 261개와 원본 테이프 13개를 섞어 자택에 보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YS정부때 안기부 불법도청 국정원 조사착수

    YS정부때 안기부 불법도청 국정원 조사착수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3년부터 1998년 2월까지 5년간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가 비밀도청팀을 가동해 정·재·언론계 핵심 인사들의 식사 자리에서 오간 얘기를 불법 도청했다는 의혹과 관련, 국정원이 21일 조사에 착수했다.‘미림’이라고 알려진 비밀도청팀의 활동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앞으로 검찰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선일보가 이날 미림팀의 작품이라고 보도한 ‘모 재벌기업 고위 인사와 중앙 일간지 고위층 간의 97년 대선자금 지원 논의’가 담긴 녹음 테이프 내용, 이른바 이상호 기자의 ‘X파일’도 소속사인 MBC가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일부 정황을 공개했다. 이와 별도로 KBS도 저녁 뉴스를 통해 녹음테이프 내용을 인용,“97년 대선 당시 유력한 대선후보가 모 기업에 30억원을 요구했고, 다른 후보는 10억원을 요구했으나 이 기업은 유력후보에게 먼저 대선자금을 줄 것을 논의했고 30억원을 후보 동생에게 건넬 장소로 백화점 지하주차장을 택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 일간지 인사는 다른 모 후보측에는 18억원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과 97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었던 홍석현 주미대사는 서울남부지법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방송을 통한 명예훼손이 있으면 건당 3억원씩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고 MBC는 보도했다.MBC는 이날 저녁 법원의 가처분신청 부분인용을 받아들여 테이프 주인공의 육성과 실명을 제외한 일부 불법 도청 의혹만을 방송했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잘못된 과거를 씻어 버린다는 자세로 불법 도청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국민들에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사설] 불법도청, 政·經·言 유착 모두 밝혀야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가 김영삼(YS) 대통령 시절 불법도청팀을 운용했고, 그 팀이 했다는 녹취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다. 불법도청이 있었는지 과거사 규명 차원에서 밝혀야 한다. 군사독재정권에서 그렇게 해도 용서받지 못할 일인데, 문민통치를 내세웠던 YS정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더욱 충격적이다. 이와 함께 도청 내용의 진실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정치권과 특정 대기업·언론사 고위층이 유착해 불법자금을 주고받고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면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고 책임을 따져야 할 것이다. 일부 언론은 당시 안기부가 ‘미림’이라는 특수도청팀을 가동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통신도청은 물론 술집, 밥집에서의 은밀한 대화를 현장도청했다고 한다. 도청팀 운용이 일부 안기부 간부들의 충성심에서 비롯된 일탈행동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용납되고, 정권 내내 이어졌다면 구조적 문제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은 어제 긴급대책회의를 가진 뒤 “잘못된 과거를 씻어버린다는 자세로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국민에게 밝힐 것”을 다짐했다. 통신기밀보호법, 국가정보원법 등의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는 지적이 있지만, 정치적·도덕적 책임이라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MBC가 확보했다는 ‘X파일’ 도청테이프 내용은 법원 결정으로 육성 방송되지 못했다. 그러나 1997년 대선자금 지원을 놓고 모 대기업 고위인사와 모 언론사 고위층이 나눈 대화를 담고 있다고 한다. 정계와 재계, 언론계가 불법을 도모하는 양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국정원 등 관계기관의 진상규명 노력과 더불어 거론되는 기업이나 인사들 스스로 해명할 필요가 있다. 이번 도청 파문은 과거 일로만 치부할 수 없다. 현 정부는 정보기관의 정치사찰이 지금은 사라졌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어느 구석에라도 예전의 잘못된 관행이 남아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와 여야 정당, 언론사들은 자신들의 유·불리, 경쟁자 흠집내기 차원을 넘어 국가를 바로 세운다는 자세로 이번 사안에 임해야 한다.
  • [서울광장] 美 바짓가랑이라도 붙들라/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美 바짓가랑이라도 붙들라/이목희 논설위원

    한반도 상공에 ‘2차 한국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살아계신다면 이렇게 말씀할 것 같다. “나의 첫번째 소원은 전쟁방지요, 두번째·세번째 소원도 완전한 전쟁방지다.” 한반도 전쟁 발발을 막는 일은 절대명제다. 비핵화가 중요하지만 수십만, 수백만명의 희생을 감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쟁방지를 최고가치로 확고히 올려놓으면 북한핵을 풀어가는 수순은 비교적 단순해진다. 북핵이 쟁점화된 후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까지 3번의 정권교체가 있었다. 세 정권 모두 민족협력을 앞세웠다.YS는 취임사에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 없다.”는, 당시로선 엄청난 말을 했다.DJ는 줄곧 대북 포용노선을 견지했다. 노무현 정부는 좌파적이라는 시선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세 정권은 핵에 관해 북한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 북한은 YS정권이 출범하자마자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했다.DJ는 취임 첫해 북한 금창리 지하핵의혹시설 파문을 겪었다. 노 대통령 집권 후 상황은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던 YS때보다 심각하다. 북한은 지난 2월 핵무기 보유를 공식선언하고 나섰다. 북한에게 핵은 남한 정권과의 담판거리가 아니다. 미국이 김정일체제 전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공포에 남한 정권이 진보든, 보수든 안중에 없다. 따라서 남측의 선택폭은 극히 좁다. 민주적 협의절차를 가진 미국을 우선 설득하는 편이 그래도 성공 가능성이 높음을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지금 북핵을 유엔 안보리로 가져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북핵은 안보리에서 해결되지 못한다.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으면 경제제재도 어렵다. 기껏해야 의장성명 정도가 나올 것이다. 수개월 이상을 그러는 동안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게 불 보듯 뻔하다. 결국 이라크에서처럼 미국이 유엔틀 밖의 군사행동으로 북핵을 저지할지 선택이 남게 된다. 1994년 북핵위기때도 그랬다. 유엔 제재가 여의치 않자 미국은 영변 핵시설을 제한폭격하는 도상연습까지 했다. 당시 YS정부는 남한을 따돌리는 북한이 미웠다. 그러나 전쟁은 막아야 했다.YS정부의 요청이 받아들여졌다는 설과 미국 스스로 철회했다는 설이 혼재하지만 북폭은 실천되지 않았다. 경수로건설을 지원하고 궁극적으로 북·미수교까지 하자는 제네바협정이 타결됨으로써 위기는 진정됐다. 전쟁방지라는 대전제를 깔면 패키지 딜을 통한 제2의 제네바협정이 지금도 해답이다. 미국이 1994년 협정보다 진전되고, 실천력 있는 대북제안을 내놓고 6자회담을 통해 관련국이 동참할 때 북핵은 풀린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라도 ‘대담한 대북 제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동북아균형자니, 뭐니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는 수사(修辭)보다는 통사정이 효율적일 수 있다.7000만 생명이 달렸는데, 자존심을 뛰어넘어야 한다. 한국과 중국 외교장관은 어제 회담을 갖고 북·미에 대한 양비론의 일단을 표출했다. 미국을 달래도 시원찮을 판에 또 오해를 부르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미국에 ‘대담한 제안’을 요구하고, 북한판 마셜플랜을 거론했다. 경제지원, 불가침약속, 북·미수교, 북·일수교 등과 북한의 핵동결 및 폐기를 단계적으로 맞춰나가는 협상안에 반대할 국내 정치세력은 별로 없다. 정부는 대북 온건·강경을 넘나드는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정부의 주된 외교상대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다.“노력했는데 안 된다.”고 하지 말고, 그야말로 대미 총력외교에 나서야 한다.8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과 새달로 예정된 한·미, 한·일 정상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를 얻어내야 한다. 전쟁위기가 고조되면 다른 국정을 아무리 잘 관리해도 만사휴의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열린세상] 개혁의 추진과 사회적 합의/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개혁의 시대이다. 모든 나라의 집권자들이 개혁을 주창하고 있다. 영국은 ‘새로운 영국:의회와 행정부의 책임성, 분권화, 사법개혁’, 일본은 ‘내각기능의 강화와 행정의 슬림화’, 미국은 ‘시민, 결과, 그리고 시장 지향적인 정부’, 독일은 ‘어젠다 2010’을 개혁의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영국의 대처 총리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변화를 선창한 이래, 개혁은 식을 줄 모르는 세계적 물결이 되었다. 구조적으로 보자면, 개혁은 세계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계화로 인해 노동과 자본 같은 생산요소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황 속에서 유독 각국의 공공부문은 수출이나 수입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고정요소로 잔존하게 되었다. 이 공공부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드느냐가 그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어버렸고, 이 공공부문을 효율화하려는 노력이 개혁의 물결로 나타났다. 집권자 개인의 차원에서 보자면, 개혁은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한 효과적 전략이다.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은 대단히 정치적인 일인데,‘개혁’이라는 구호를 통해 국가운영의 제반 정책을 탈정치화시키고 자신의 운신 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자치단체장이나 작은 조직의 리더조차도 개혁의 플래카드를 내걸기 일쑤이다. 개혁의 내용을 살펴보면, 선진국과 후진국 간에 재미있는 차이가 발견된다. 선진국은 예외없이 효율성 제고를 개혁의 내용으로 하는데 반해, 후진국은 부패척결과 참여의 확대를 내용으로 한다. 전자가 경제개혁의 성격을 띠는 것이라면, 후자는 정치개혁의 성격을 띤다. 한국의 경우 경제개혁과 정치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이중적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인데, 사실은 두 상이한 개혁 사이에 이질적 가치가 충돌하게 되어있다. 한국의 역대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근사한 개혁의 플래카드를 내걸어 왔다.YS정부는 세계화,DJ정부는 구조조정과 생산적 복지를 구호로 내걸었다. 구호 자체는 모두 첨단의 이론을 반영한 근사한 것이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개혁의 결실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당시의 정권들이 개혁의 의지를 분명히 갖고 있었는지 의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개혁의 피로를 느끼는 일부 사람들은 아예 개혁의 유용성마저 부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의 개혁주체들은 자신들의 치적을 자랑하지만,IMF경제위기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지도자들에게 권리를 백지위임하며 희생한 국민들의 기대에는 어림없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개혁이 성공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추진주체의 도덕성, 개혁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 개혁 프로그램의 실행을 위한 치밀한 계산과 과실의 배분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허점이 생기면 개혁은 성공하지 못한다. 많은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개혁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좌초하는 것은 이러한 요인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제 노무현 정부가 출범 2주년을 앞두고 있다. 취임사에서 노 대통령은 4대 국정운영의 원리를 제시하며, 개혁의 프로그램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기대했던 개혁의 추진과 성과는 미미하고, 집행력에 벌써 상당한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개혁주체들이 참여정부의 상대적인 도덕성을 과신하며, 사회적 합의와 집행전략의 계산을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갈등을 유발하는 개혁의 전선이 너무 넓고 사회적 균열이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다. 개혁의 전선을 통합적 관점에서 체계화하여 메시지를 분명히 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적 합의의 수준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단지,‘과반’을 확보하는 전략으로써는 정치적으로 생존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국가발전을 위한 개혁을 성공시키기 어렵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마음만 합치면 기적을 이루어내는 민족’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노무현이라는 인물 자체가 실제로 국민에게 신바람을 일으킬 만한 상징적 가치와 정치적 가능성을 보유하는 존재였다.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왜 그러한 가능성이 사장되고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때이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 선거사범 170명 사면 “공명선거 퇴색” 지적/8·15특사 총15만명… 홍인길·김정길씨 복권

    참여정부 들어 두번째인 8·15 사면은 국민화합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지난 4월30일 단행된 첫 사면이 시국·공안·노동사범 등 1424명을 대상으로 삼았지만 이번에는 일반형사범과 징계처분 공무원 등 15만여명을 대상으로 잡았다. 그러나 170명의 선거사범을 사면해 공명선거 분위기를 퇴색시켰고 불과 4개월 만에 대규모 사면을 실시,사면권이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면 기준과 특징 이번 사면에는 현 정부 출범 이전에 징계처분을 받은 12만 5164명의 공무원이 들어있다.공무원 징계사면은 지난 98년 이후 5년만이다.그동안 다소 억눌렸던 공직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에서다.현직은 10만 7701명,전직은 1만 7463명이다.기관별로는 경찰청 2만 8099명,교육부 2만 6164명,국방부 2만 202명,법무부 1만 1890명,부산광역시 1만 362명,관세청 4415명,병무청 1427명 등의 순이다.사면대상 공무원은 앞으로 징계처분으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에서 벗어날 전망이다.그러나 징계처분 가운데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받은 공무원과 금품수수·비리에 연루됐거나 집단행동 공무원 등은 대상에서 빠졌다. 일반형사범 사면에서는 서민들이 일상생활중 순간의 실수로 어기기 쉬운 79개 행정법규 위반자와 부정수표단속법·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 생계난이나 실수로 위법행위를 저지른 초범 등에 대해 대거 사면특혜를 베풀었다. 중범죄자인 무기수에 대해서도 대부분 잔형집행을 면제하거나 감형조치해 재기의 기회를 줬다.무기수 207명 가운데 초범이나 행형성적이 우수한 수감자,60세 이상 고령자를 중심으로 20년 이상 복역한 22명의 잔형집행을 면제하고 185명을 징역 20년으로 감형시킨 것이다. ●주요 사면 대상자 면면 이번 사면에는 YS정부 당시 청와대 총무수석을 지냈던 홍인길씨가 사면·복권됐다.지병으로 수감생활이 어렵고,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 한보사건 관련들이 이미 사면된 점을 고려한 조치다.또 불법 선거물 발송으로 벌금 150만원의 형이 확정된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복권돼 피선거권의 제한이 없어졌다. 김재일 구리시민연대 대표도 법 위반정도가경미하고 선고형량(100만원)이 낮아 복권됐다.정부는 김 대표 등 낙선운동 선거사범 중 벌금 100만원 이상 집행유예형 이하의 형을 선고받은 사범 11명에 대해 모두 복권조치했다.가담정도가 경미한 점을 참작한 것이다.그러나 박원순 변호사나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은 형이 확정되지 않아 사면대상에서 제외됐다. 민혁당 사건으로 형집행중인 이석기씨도 지난번 사면때 공범들이 모두 석방된 점을 참작해 가석방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데스크 시각] 週 14회와 3회의 차이

    DJ정부 시절 가장 바빴던 인사로는 단연 박지원씨가 꼽힌다.그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잘 나가던 때,주간 일정표를 보여준 적이 있다.아침까지 포함,집에서 한 끼도 안 먹는다는 전제 아래 식사약속을 할 수 있는 최대 숫자는 주당 21회.박지원씨는 그 중 14회를 언론인과의 만남에 할애하고 있었다. YS정부 시절 박씨와 비슷한 역할을 했던 이는 이원종씨다.정무수석 재임 당시 이씨는 폭탄주를 들면서도 저녁 8시,9시 TV뉴스를 챙겼다.핸드TV를 보면서 식사하기도 했다. 박지원·이원종씨는 국정 전반에 대해 영향력이 막강했었다.식사약속으로만 따지자면,관심의 3분의2는 언론에 쏠려있었던 셈이다. 두 사람이 언론에 집착했던 이유는 간단했다.DJ·YS 모두가 언론보도에 그만큼 민감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과 거리를 두겠다고 공언하고 있다.언론에 주어졌던 각종 ‘특혜’를 없애겠다는 생각 같다.전임 정부 실력자들의 행동에 대한 ‘반작용’이 다분히 느껴진다. “부장은 좋은 시절 기자했는데,우리만 손해 보네요.” 부원들이 농담삼아 하는 말이다.크게 ‘대접’받았다는 생각은 없지만,후배들을 불편하게 만들 빌미를 새 정권 담당자에게 준 적은 없는지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부원들에게 묻기도 했다.다행히 현재까지는 그리 불편하지 않다는 반응이다.정당 출입 기자들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부처 출입은 앞으로 브리핑룸이 만들어지고,사무실 방문이 금지되면 취재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는 정도였다. 다만 비서실 취재를 제한당하고 있는 청와대 출입기자는 불만스러운 표정이다.그러나 인간만큼 적응이 빠른 창조물이 또 있겠는가.나름대로 취재 노하우를 개척해 가고 있었다.취재공간을 브리핑룸으로 제한한 데 불편한 쪽은 기자만이 아니다.청와대 보좌진들도 마찬가지다. ‘기자 기피’에서 가장 빨리 벗어난 청와대 당국자는 유인태 정무수석이다.‘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며’ 기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취중 진담이 기사화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술이 오르면 상욕을 섞어가면서 마음에 안 드는 보도를 한 언론사 소속 기자들에게 화풀이를 하기도 했다. 이해성홍보수석도 취임초에는 직함에 걸맞지 않게 기자들과 만남이 뜸했다.요즘 들어서는 달라졌다는 평가다.유 수석이나 이 수석이 언론인과 비공식적으로 접촉하는 횟수는 주당 3∼4회 정도라고 한다. 이쯤 해서 한번 따져보자.주당 14회와 3회의 차이가 있는 것인가.적어도 나와 같이 일하는 일선기자들은 당국자들과 밥을 열번을 먹건,한번도 안 먹건 그것 때문에 기사의 방향을 바꾸지는 않는다.기자들에게 가장 잘해주려 했던 정권은 노태우 정부였다.그럼에도 당시 기자들이 특별히 기사를 잘 써주려고 했던 기억은 없다. 현장 기자들이 자존심 상해하는 것은 “소주 사주면 딜(Deal)이 된다.”는 식의 폄하다.기자들이 취재원과 자꾸 만나려는 것은 하나라도 더 듣고 싶어서다.당국자들도 현상을 정확히 알리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최근 문재인 민정수석이 기자들의 전화를 꼬박꼬박 받아준다고 한다.고무적인 현상이다.굳이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좋다.‘의사소통로’만 확실히 열려 있다면 불필요한 긴장관계는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다. 이 목 희 정치부장
  • [오늘의 눈] 민주당의 ‘로맨스와 불륜’

    지난 1994년 3월31일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당보를 통해 김영삼(金泳三·YS) 대통령의 문민정부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다.민주당보는 “역대 군사정권이 자행하던 논공행상식 낙하산 인사의 폐해가 YS정부 들어 오히려 심화됐다.”고 주장했다.공기업에 특채된 사람은 YS의 사조직인 민주산악회와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 출신인사,YS의 개인측근,민자당 당료 및 해직당직자로 크게 나눌 수 있으며 이사급 이상의 간부만도 210명이 넘는다는 게 민주당보의 내용이었다. 공기업 낙하산 인사가 문제가 된 것은 이처럼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최근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이 “당내 인사 250∼300명을 선발해 공기업에 진출시키기로 했다.”고 발언한 이후 낙하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민주당은 불만이 많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22일 집무실에서 정대철 최고위원,정균환(鄭均桓) 총무,문희상(文喜相)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낙하산 인사라고 하는 것은 정당정치를 잘 모르고 하는 말들”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소식을 전하는 ‘인수위 브리핑’은 “개혁참여와 낙하산 인사는 구분해야 한다.”고 언론의 보도를 비판했다. 적지않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나 적당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 국민들도 많다.이런 점에서 전문성을 갖춘 정치권 인사를 공기업에 보내 개혁을 하겠다는 민주당의 방침에도 일리가 있다.하지만 과거 정권이 하던 것은 완전한 낙하산이었고,내가 하려는 것은 ‘숭고한’ 개혁이라는 주장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까.민주당의 시각은 ‘내가 외도하면 로맨스고,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자기합리화는 아닐까.‘혹시나’ 하는 기대가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tiger@kdaily.com 곽 태 헌 정치팀 차장
  • 심층진단 ‘임기제 공직’ 실태와 문제접

    정부가 법으로 임기를 보장한 ‘임기제’ 공무원과 정부부처 기관장의 자리는 23개 중앙행정기관 고위직 공무원과 정부산하기관·투자기관 기관장 200여개를 비롯해 각 정부부처 공단과 공사 등 수백여개에 이른다.그러나 2∼4년의 임기를 모두 채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정책결정의 독립성 확보를 보장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정치적 압력이나 입김에 의해 임기전에 교체되거나 일부는 고위직 공무원들의 인사적체 해소 창구로 전락해 잠시 들러가는 자리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정부부처와 주요 위원회 현재 정부가 법으로 임기를 정해 놓은 1급이상 임기직 공무원의 직위는 23개 중앙행정기관 80여개에 달한다.대부분이 각종 정부위원회 위원장과 상임위원들로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을 포함해 장관급 기관장만도 11명이다. 장관급 기관장의 경우 지난해 11월 2년 임기로 임명된 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의 임기가 1년10개월가량 남아있으며,한상범(韓相範) 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김창국(金昌國) 국가인권위원장,강철규(姜哲圭) 부패방지위원장,조창현(趙昌鉉) 중앙인사위원장 등은 임기가 1년이상 남았다.이종남(李種南) 감사원장과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강대인(姜大仁) 방송위원장,임종률(林鍾律) 중앙노동위원장,천성순(千性淳)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 등 6명은 올해안에 임기가 만료된다. 차관급으로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과 감사원 감사위원 6명 등이 있으며,1급에는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과 행자부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 위원 등이 있다. 1급의 경우 대부분은 고위직 공무원이 잠시 쉬어가는 자리로 인식돼 지난 2년동안 임기를 채운 경우는 10여명에 불과하다. ●정부 산하단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부 산하기관·단체의 단체장과 감사 등 30개 기관에 모두 60명이다. 주요 직위는 한국은행 총재,예금보험공사 사장,서울대학병원장,한국국제협력단 단장,한국방송공사 사장,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등이다.임기는 한국은행 총재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4년이며,나머지는 대부분 3년이다. 정부투자기관이나 산하 단체장은 대체로 임기직이어서 새 정부가 출범한다고 해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새 대통령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통상적으로 자리를 내놓았고,실제 대부분 교체됐다.특정 지역출신의 독식과 ‘낙하산 인사’ 시비가 일고 있는 자리기도 하다. ●정부투자기관·출자기관 13개 정부투자기관의 기관장과 감사 등 26명과 6개 정부출자기관 기관장 등도 3년의 임기가 보장돼 있다. 주요 기관은 한국조폐공사와 한국관광공사,농업기반공사,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이 있으며,정부 출자기관에는 한국가스공사와 한국감정원,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있다. 정부투자기관은 임기만료나 사임,전보 등으로 자리가 생길 경우 사장추천위원회가 각 부처 장관에게 복수추천을 하면 각 부처 장관이 이를 대통령에게 제청,대통령이 임명한다.출자기관은 사장추천위원회의 추천을 주주총회를 거쳐 주무부처 장관이 승인하는 형태로 임명된다. ●기타 기관 각 행정부처에 소속돼 장관의 제청으로 기관장이 임명되는 기관은 각 정부 부처 산하의 공단과 공사,연구소 등 수백여개에 이른다.교육부 산하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과 서울대 병원 등 11개 국립대학 병원 감사 등이며,산업자원부 산하의 에너지경제연구원·생산기술연구원 원장과 한국수출보험공사 등 28개 공사와 공단이 있다. 또 농림부 산하 마사회 회장과 농업기반공사,농수산물유통공사를 비롯해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산원 원장,소프트웨어공제조합 전무,환경부 산하의 환경관리공단과 한국자원재생공사,국립공원관리공단 사장 등이 임기직 기관장이다. 조현석기자·부처 hyun68@kdaily.com ★개선방향 지난 2000년 12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텍사스 출신의 조지 W 부시가 수도 워싱턴에 ‘입성’한 것은 17일 밤이었다.그리고 바로 다음날 아침 그는 첫 공식일정으로 임기가 2년 남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만나 협조를 부탁했다.이처럼 ‘임기 보장’ 수준을 넘어 임명권자가 전(前) 정권의 인사에게 극진히 대하는 광경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다. 부시 당선자는 이뿐 아니라 조지 테닛 CIA국장과 루이스 프리 FBI국장 등 핵심 권력기관장들까지 유임시켰다.모두 반대파인 민주당 정권에서 임명한 인물들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권이 바뀌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으레 뒤따랐다.‘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논리였다.법으로 보장된 ‘임기직’에는 “일단 사의를 표명한 뒤 임명권자의 신임을 묻는 게 도리”라는 ‘유교적 덕목’이 동원된다. 현행 법에는 분명 한국은행 총재나 검찰총장,부패방지위원장,인권위원장 등의 ‘독립성’을 위해 대통령의 교체와 관계없이 자리를 유지토록 규정돼 있지만,법은 유명무실했다.정부투자기관이나 산하단체장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임명직의 대부분은 전리품처럼 ‘배분’됐다.능력과는 무관하게 정치적 이해관계나 연고에 따라 자리가 돌아가기 일쑤였다.자연히 ‘낙하산인사’나 ‘부적격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노무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삼 이런 관행이 고쳐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노 당선자의 인사개혁 의지가 유난히 강하기 때문이다.지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인사청탁하면 패가망신”이라는 노 당선자의 말을 지침삼아 시스템에 의한 인사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실제 임기 보장에 대한 노 당선자의 자세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전향적이다.지난 8일 김각영 검찰총장의 교체여부가 논란이 되자 “야당에서 문제 삼지 않는 한 임기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11일에는 공기업 임원 등의 인사와 관련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는 하지 않겠다.”며 시스템에 의한 단계적 인사 방침을 천명했다.인수위원들을 포함한 노 당선자 측근들은 “노 당선자의 시스템 인사는 임기가 끝나는 순서대로 차례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이에 대한 여론은 상충된다.“능력과는 무관하게 임명된 사람의 임기까지 보장할 필요가 있느냐.임기보장은 다음부터 하자.”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자꾸 그런 식으로 예외를 두면 임기보장 관행은 정착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상연기자 carlos@kdaily.com ★YS.DJ정부선 어떻게 과거 임기제 공직은 한마디로 ‘전리품’의 성격이 강했다.노태우 정부에서 YS 문민정부로 교체될 때,그리고 DJ정권 초기 대부분 임기직 기관장에 대한 물갈이가 단행됐다. 임기제 공직에 대한 물갈이는 공직사회의 쇄신을 통해 새 출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측근 인사 등을 주요 보직에 앉힘으로써 중요한 국가현안을 좀더 수월하게 풀어나가기 위해 단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정부 투자기관과 출자기관,부처 산하기관의 기관장과 임원 등의 자리는 주로 논공행상의 대상이다. 임기직 고위직의 일괄 교체는 노태우 정권에서 YS정부로 넘어가던 시기 특히 두드러졌다.종전까지는 군 출신이 대통령을 맡아왔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정권교체는 아니었던 탓이다. 당시 YS정부는 사실상의 ‘정권교체’임을 강조하며 주요 보직을 물갈이했다.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임기 4년의 감사위원을 비롯해 검찰총장,경찰청장,육·해·공 3군 참모총장 등 특수직도 모두 교체됐다. 특수직 임기제는 신분을 보장,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상태에서 임무를 완수토록 한다는 명분에서 도입됐지만,YS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일괄교체해 임기 내내 정권의 ‘시녀’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를 의식한 듯 DJ정부는 감사위원 등 일부 주요 보직과 특수직에 대해서는 남은 임기를 보장해 주었다.군 수뇌부의 인사에서도 해군과 공군총장 임기를 보장해주는 특전을 베풀었다.그러나 한국전력,한국석유공사,한국도로공사,한국주택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관광공사 등 주요 공기업 기관장은 거의 물갈이했다.임기가 만료되거나 공석이 된 산하기관장 자리도 잇따라 정치권 출신으로 채웠다.특히 2000년의 4·13 총선을 전후해 민주당의 낙천 및 낙선 인사들이 대거 산하기관장에 진출했다.마사회의 경우 오경의 전 회장에서 윤영호 현 회장에 이르기까지 5명이 낙하산 인사였다. 5공과 노태우 정권시절 군 출신 인사들의 공기업 기관장 진출로 기승을 부렸던 ‘낙하산 인사’는 YS정부에서 주춤했다가 DJ정부들어 급증 추세를 보였다. 함혜리기자 lotus@
  • 지방선거 전략지를 가다/ 부산시장,울산시장,충북지사

    ■부산시장 부산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수도권보다 더 관심이 쏠리는지역이다.원래 한나라당 아성이지만,이 지역 출신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바람이 불면서 접전지로 부상했다. 노 후보로서는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서 이겨야 자신의 영남 득표력을 확인시키면서 노풍을 대세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반대로 패배할 경우엔 후보사퇴론이 불거지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노 후보가 지난달 말 후보 확정직후‘구태정치’라는 비난을 무릅쓰면서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을 찾아간 배경에도 이같은 절박한 심정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노풍(盧風)’을 저지해야 하는 비상상황이 됐다.노 후보의 YS 방문직후 한나라당후보인 안상영(安相英) 현 시장이 부랴부랴 YS를 찾은 것도 한나라당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결국 노 후보는 ‘1순위’로 원했던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을 영입하지 못함으로써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노 후보측은 ‘대타’격으로 YS정부 시절 경제수석을 역임한 한이헌(韓利憲)씨를 영입했다.민주당은 노 후보가 열심히 뛰어줄 경우 승산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내심으론 지방선거의 속성상 후보보다는 당의 이미지가 더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한 후보와 한나라당 안 후보는 둘다 행정관료 출신이어서 이미지상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지는 않는다.안 후보가 관선을 거쳐 민선시장으로 재임한 반면,한 후보는 부산의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지역문제에 접근한 적이 있다.지방행정 경험은 안 후보가 풍부한 편이다.하지만 지역경제활성화 등 경제문제가 가장 큰 현안이라는 관점에서는 경제전문가인 한 후보가 유리하다는 평도 나온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에서는 인지도에서 앞선 안 후보가 한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한 전 수석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직후인 지난 11일 부산일보와 부산MBC가 공동 실시한여론조사(부산시민 1000명 대상)에서 한나라당 안 후보가 49.4%로 민주당 한 후보(15%)를 앞섰다. 승패의 관건은 한나라당의 ‘노무현=DJ’ 공세와 대통령아들 비리 등에 대한 처리과정에서 부산민심을 누가 얻을것인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두 사람외에 민노당 김석준(金錫俊·부산대 교수),무소속노창동(盧昌東·사단법인 굿모닝부산 이사장) 후보가 부산시장 선거에 출전한다. 부산 김상연기자 carlos@ ■울산시장 울산시장 선거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민주당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영남 1석’으로 이 곳을 염두에둔 때문이다. 노 후보가 점찍었던 송철호(宋哲鎬) 변호사가 민주노동당후보로 확정된 뒤에도 관심도는 여전하다.물론 진보정당 후보의 첫 광역단체장 당선여부도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등락이 있긴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는 송 후보가 다소 앞서는 듯 하다.여러 차례 출마를 해서인지 시장통에서도 대부분이 그의 이름을 안다.한나라당 박맹우(朴孟雨) 후보는 후발주자이지만 ‘당선 가능성’이 높게 나오고있다.양쪽 모두 ‘팽팽한 접전’임을 인정하고 있다. 사회당도 안승천(安承千·42)후보를 냈다.그러나 민주당은 현재 후보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후보를 내지 않고,민노당을 지원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송 후보는 펄쩍 뛴다.민주당에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뒤집어 쓸까봐서다.그래서 인권 변호사,사회운동가 시절의 활약상과 지역살림꾼으로서 적임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적 의미가 큰 탓에 한나라당은 중앙 정치구도를 현장에 이식하려 애쓰고 있다.‘노무현 바람을 진원지에서 잠재워야 한다.’는 식이다.최근 개최한 필승대회에서도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울산 승부를 정권교체 여부와 직결시키며한나라당 표의 결집을 호소했다.박맹우 후보는 경남도 기획관,함안군수,울산시 건설교통국장 등을 거친 공직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울산 강원식 이지운기자 kws@ ■충북지사 지난 3월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원종(李元鐘) 지사에 대해 자민련이 14,15대 국회의원을 지낸 구천서(具天書) 후보를 내세워 ‘응징’을 벼르고 있다.민주당은 자민련과의 선거공조 전략에 따라 후보를 내지 않고 구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선거가 한달도 남지 않은 현재 판세는 이 지사가 큰 폭의우위를 차지하고 있다.지난 13일 KBS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는 54.4%의 지지율을 기록,18.1%에 그친 구 후보에 크게 앞섰다.98년부터 지사를 지내면서 쌓은 지명도가 힘이 되고있다. 반면 이 지사의 탈당 후유증과 자민련의 인물난 등으로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구 후보는 조직과 인지도 등에서 열악한 위치에 놓여 있다. 지난 14일 선거운동사무실을 연 이 지사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청원군의 오성 국제바이오엑스포의 성공적 개최,생명공학산업 육성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수성(守城)을 노리고있다. 반면 구 후보는 취약한 조직력을 감안,미디어 선거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TV토론에 역점을 두고 있다.청주고 동문과 선거공조에 나선 민주당의 지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지사는 서울시장과 두차례의 충북지사를 지내며 쌓은풍부한 행정경험이 강점이다.다만 당을 옮겨다닌 전력에 대한 비난여론이 부담이다. 구 후보는 국회의원 재선 등 화려한 중앙정치 경험과 달리 지역행정경험이 일천한 점 등이 취약점이다. 진경호기자 jade@
  • 노무현 “정계 균열 시작”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29일 ‘6월 지방선거전 부분적 정계개편’ 가능성을 시사하고,실제 김덕룡(金德龍)·김원웅(金元雄) 의원 등 한나라당 일부 의원의탈당설이 나도는 등 정계개편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30일 노 후보가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을 만나 지방선거 전에 부산·경남(PK)지역 민주세력의 통합작업을 이루겠다는 구상을 전하고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계개편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노 후보측은 최근 부산 또는 울산시장 후보로YS정부 출신의 한이헌(韓利憲) 전 경제수석과 강경식(姜慶植) 전 경제부총리 등의 영입을 저울질하는 한편,한나라당 소속 김혁규(金爀珪) 경남지사를 영입하는 카드까지 광범위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에게 “지방선거전 약간의 상징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지방선거 이전에 부분적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노 후보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만한 교섭이 있는 건아니지만,큰 흐름에서는 지금 움직임이 있고 균열은 시작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 후보는 한나라당내 민주계 및 개혁파 의원 일부의 동조가능성에 대해 “염두에 둔 적은 없지만,해당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해 합류가능성을 점쳤다. 민주당의 당명 개정가능성에 대해서도 “내가 함부로 선택할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선택의 여지를 줄이지는 않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노 후보는 30일 김영삼 전 대통령을 서울 상도동 자택으로 예방,당선인사와 함께 단절된 양김(兩金) 및 민주화 세력의 통합을 겨냥한 자신의 ‘신(新)민주대연합’ 구상에대한 이해를 구할 것으로 알려져 YS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거짓말로 대중선동이나 하고 말바꾸기나 하는 검증되지 않은 노 후보가 벌이는 정계개편 음모는 곧 국민적인 저항에 직면할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도 “노 후보의 정계개편론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고질병처럼 반복해 왔던 것과 똑같은 ‘공작정치’이며 현정권의 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덕룡 의원측은 탈당설에 대한 즉답은 피하면서도 “기존 정치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상연 이지운기자carlos@
  • [실패 대탐구] 제3부 실패자산을 공유하자 (5)흔들리는 의료정책

    올해 5살,3살 두 자녀를 둔 전업주부 박모(33)씨.박씨는 어린 두 자녀의 잔병치레 때문에 싫어도 동네의원을 자주 찾아야 한다.그러나 박씨는 지난 2000년 7월부터 시행된 의약분업 직후를 생각하면 아직도 분통이 터진다.일단 의원에 들러 처방전을 받은 다음 약국에 들러 주사제를 사서 다시 의원을 찾아 아이에게 주사를 맞혀야 했기 때문이다.일반 약의경우도 약국을 몇군데 돌아다녀야 겨우 원하는 약을 조제받을 수 있다.국민들을 위해 도입된 의약분업이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의료관련 단체들로부터 비난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전준비 없이 의욕만 앞섰다. 의약분업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졸속 도입이다.지난 93년 한·약분쟁을 수습하면서 정부는 약사법에 의약분업의 시행시기를 97년 7월∼99년 7월로 명기했다.그러나 그해에 집권한 YS정부는 허송세월을 하다 임기가 끝나갈 무렵인 97년에 가서야 단계적 실시방안을 내놓았다.의료계가 받아들일리 없었다.의약분업은 DJ정부로 넘겨졌다. 98년 들어 의약분업은 국민의 정부 최대 국정현안 중하나로 등장했다.대선공약 사항인데다 100대 개혁과제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그러나 충분한 정지작업을 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무리였다.새정부 초기의 의욕만 앞세운 정치권이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보건복지부는 뒤늦게 뛰었다.복지부 차관을의장으로 한 의약분업추진협의회를 구성,의약분업 모델을 만들었지만 역시 의료계가 반발했다.이번에는 시민대책위원회가 중재에 나서 의약분업의 두 축인 의사협회와 약사회의 엇갈린 요구를 봉합하는 엉성한 합의안을 가까스로 도출했다. 건강연대 조경애(趙慶愛) 사무국장은 “의약분업 시행을 불과 1년 앞두고 부랴부랴 의약분업 모델을 만들었으니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의약분업에 대한 불만은 환자들로부터 터져나왔다.주사제를 의약분업에 포함시킨 것이 화근이었다.환자가 주사를 한번맞으려면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가서 주사제를 산다음 다시 병원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하자 정부는 1년만에 슬그머니 주사제를 의약분업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의료기관에 내야 하는 본인부담금도 수시로 오르내려 환자들은 돈을 낼 때마다 뭔가 속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의약분업을 뒷받침하는 정책들이 조령모개(朝令暮改)식으로 바뀌어 국민들뿐만 아니라 의료인들조차 헷갈리게 만들었다. ■원칙을 지켜내지 못했다. 주사제의 의약분업 제외는 정부의 의료정책이 오락가락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극명한 예이다.정부는 지난 2000년 7월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운반·보관에 주의를 필요로 하는 주사제를 제외한 일반 주사제를 의약분업 대상에 포함시켰다.또2001년 3월에는 차광을 필요로 하는 주사제도 포함시켰다.그러나 주사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하자 지난해 5월말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국민불편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주사제를 의약분업에서 제외한다고 슬그머니 발표했다. 의사협회 주수호(朱秀虎) 공보이사는 “완제품인 주사제는조제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의약분업 제외를 주장했지만 정부가 우리나라의 주사제 처방률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강행했다.”면서 “그 결과 국민들의 교통비,시간손실 등 기회비용이 연간 5조 6000여억원에 이르는 등 국민불편이가중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약분업 철회를 볼모로 잡은 의료계를 다독거리기위해 의약분업 관련 법령을 수차례 개정했다.지난 2000년 1월 일반의약품의 낱알 판매를 허용했다가 의료계가 반발하자 낱알 판매를 다시 금지했다.또 상용처방목록 선정을 위해의약협력위원회를 설치토록 했으나 의료계의 반대로 이 항목도 삭제됐다.의보수가만 해도 의약분업 철폐를 주장하는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수시로 인상하다 보니 건강보험재정 항아리를 깨뜨리는 부메랑이 돼버렸다. ■의료현장에서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관련 규정들이 의료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대표적인 예가 의료기관의처방전 2장 발행 의무화다.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들은 여전히 처방전을 1장만 발행하고 있다.행정처벌이 없기 때문에 의사들은 콧방귀만 뀌고 있다.정부는 뒤늦게 처방전 2장 발행위반시 행정처벌토록 관련 법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역 및 개별 의료기관이 처방약 목록을 미리 제출하도록의무화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는 곳은 별로 없다.의사들이 처방약을 자주 바꾸면 약국들이 의약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된다. 대한약사회 박석동(朴錫東) 홍보이사는 “의약분업 시행과함께 처방약 목록제출 의무화 등 일련의 시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은 정부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면서 “법을 지키지 않아도 아무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면 그런 법은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yeomjs@ ■너무 자주 바뀌는 본인 부담금. 의약분업을 둘러싸고 국민들을 가장 헷갈리게 한 의료정책은 본인부담금의 수시변경이다.국민들은 병원을 찾을 때마다 본인부담금이 바뀌어 혼란을 겪었으며 의료기관과 잦은 마찰을 빚었다.일선 의료기관에서는 본인부담금 변경 때 컴퓨터 프로그램이 미처 보급되지 않아 병원 업무가 마비되는 바람에 환자들이 수납창구에서 1시간 이상씩 대기해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본인부담금은 지난 2000년 7월 의약분업 시행 이후 지금까지 1년반 사이에 무려 4차례나 바뀌었다.4∼5개월에 한번꼴로 바뀐 셈이다.동네의원의 경우 의약분업 초기에는 진료비1만 5000원 이하일 때 본인부담금이 2200원이었으나 지난해7월부터 3000원으로 대폭 인상됐다.또한 대학병원의 경우 진료비 2만 5000원 이하일 때는 65%를 본인부담금으로 내야 하고 2만 5000원 이상일 때 진찰료 전액과 나머지 금액의 45%를 본인부담액으로 내야 하는 등 산정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중소병원의 경우 경영난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진료비 총액이 2만원일 경우 본인부담금을 1만 2000원에서 1만원으로 내렸다. 특별취재반.
  • [씨줄날줄] 노무현의 용기

    정치인이 언론을 비판하는 것은 호랑이 꼬리를 밟는 격이다.민주당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이 바로 그 바보 같은짓을 하고 있다.그동안 언론개혁 공방 과정에서 성역인 언론권력을 종종 비판해온 그는 23일 수구언론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했다.‘수구언론의 무차별적인 전방위 공격’을 현정부의 개혁 부진의 한 원인으로 지적한 것이다.그리고 YS정부 때 특정 신문이 남북화해에 딴죽을 걸었던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모태인 노동계를 향해서도 쓴소리를했다.22일 대우자동차 노조원들 앞에서 “구조조정의 큰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노조원들의 기(氣)만 살리는 일에는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가 달걀세례를 받은 것이다. 그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소영웅주의로 폄하하기도 한다. 면암(勉庵) 최익현(崔益鉉)이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대원군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을 때 시중 여론은 찬·반으로엇갈렸고 운현궁에서는 그를 민노(閔奴)라고 폄하했다. 그러나 그가 1905년 일제 강압에 의한 망국적인 을사조약 체결후 전북순창에서 의병을 조직했다가 일본 쓰시마(對馬島)로 끌려가 단식사(斷食死)하자 그에 대한 폄하는 일소됐다.노무현 고문이 과거 변호사 시절 노동자들과 함께 돌을 던지며 시위에 가담한 사실이 없거나 3당 합당을 마다하고 연속 낙선의 길을 선택한 전력이 없으면 어쩌면 최근 그의 행보가 돌출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포드 전 미국 대통령은 1974년 9월 워터 게이트 사건으로물러난 닉슨 전 대통령을 전격적으로 사면했다.당시 이 조치는 국민 여론에 반하는 것이었으나 그는 “상처를 덮고앞으로 나가자”며 결단을 내렸다.그리고 그는 다음 선거에서 카터에게 졌다.그 27년 뒤 그의 사면조치는 용기있는 행동으로 평가받았다.그를 케네디 재단이 주는 ‘용기있는 인물’(Profile of Courage)로 선정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나는 포드 대통령의 결정을 강력히 반대했었다”며 “역사에 비춰볼 때 그 결정 덕택에 미국은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의 길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언젠가 노무현 고문의 선거 팸플릿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살아 있는고기는 물살을 거스르기도 하고,큰 새는 풍향을 개의치않는다(活魚逆水 大鵬反風).”[김재성 논설위원 jskim@]
  • [공직인맥 열전](57)조달청

    조달청은 현 정부 들어 개혁이 성공한 대표적인 정부부처다.지난해 11월에는 미국·홍콩·싱가포르에 이어 세계에서 네번째로 전자입찰을 실시했다.물품대금은 4시간 내에주고 있다.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조달청이 지난달 공공부문 혁신사례를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것에서 개혁바람을 읽을 수 있다. 역대 청장들은 대부분 옛 경제기획원(EPB)을 비롯한 상급기관이나 군 출신이다.19명의 청장 중 순수 조달청 출신은YS정부 말기에 임명된 강정훈(姜晸薰) 전 청장이 유일하다.현 김성호(金成豪) 청장은 국무총리를 지낸 황인성(黃寅性) 전 청장 이후 39년 만의 호남 출신이다. 사무관 이상 218명 중 행정고시 출신은 38명(16.5%)이다. 정책기관이 아닌 집행기관인데다 조달청의 특수한 업무 성격상 고시 출신보다는 7,9급 출신으로 조달행정에 노하우가 많은 게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파견자를 포함한 국장급 이상 12명 중 영남 출신은 4명,충청 출신은 3명,서울출신은 2명이다.호남 출신은 김 청장이 유일하다. 김 청장은 국세청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세정통이다.대인관계가 원만하다.조직장악력이 뛰어나고 개혁적이다.재산세국장 때에는 변칙적인 부의 세습에 대한 과세 근거를 마련했고 전세 주택을 두채 이상 보유한 가구주와 부동산 중개업소를 세무조사해 전세값 폭등을 잠재웠다.서울지방국세청장 재직시에는 소리나지 않게 한진그룹 세무조사를 지휘했다.지난해 8월 조달청장으로 취임해 전자정부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조달업무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성과를 올려 ‘외도(外道)’에 대한 우려를 깨끗이 씻어내 앞으로의 거취가 주목된다.김성훈(金成勳) 전농림부장관의 친동생이다. 합리적 성품의 여정휘(呂政輝) 차장은 정통 조달맨이다. 조달업무에 가장 밝다.꼼꼼히 일을 챙기는 일벌레다.‘아이디어 뱅크’로도 통한다.물자비축국장 때에는 인간문화재,명장 등이 만든 우수한 문화상품을 조달물자로 새로 지정했다.구매국장 때에는 구매과정의 모든 정보를 인터넷으로 실(實)시간에 제공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였다. 대인관계가 좋은 ‘신사형’으로는 박혁진(朴爀鎭) 기획관리관이 꼽힌다.기획능력이 있다.내자1과장 때 외환위기에 따른 업체의 무더기 도산으로 조달업체들의 계약이행이어려웠지만 무난히 해결하는 등 추진력도 있다.이공재(李公載) 물자비축국장은 옛 재무부 출신으로 요즘 조달청에서 역점을 두는 전자상거래를 맡고 있다.재무부 국유재산과장 때에는 국유지 찾기운동을 벌여 여의도 면적의 10배를 되찾았다. 물품·시설공사의 베테랑인 김형률(金衡律)구매국장은 치밀하다.물품구매 덤핑입찰을 막는 방안을 마련했다.소리나지 않게 업무를 챙기는 원칙주의자다.한나라당 전재희(全在姬) 의원의 남편이다.강병태(姜秉兌) 시설국장은 계약과장과 외자1과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차세대 대표주자다.추진력이 뛰어나다.기획관리관 시절에는 수요기관에맞게 조직을 바꿨다.자신감이 넘치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이동근(李東根) 중앙보급창장은 포용력과 조직장악력이탁월하다.비축계획관 때에는 비축업무 활성화로 국내 물가안정에도 기여했다.리더십이 돋보이는 추욱호(秋旭鎬) 서울지방조달청장은 따르는 직원이 많다.외유내강형으로 분석력이 뛰어나다.중앙보급창장 때에는 행정용품 인터넷 쇼핑제도를 도입했다. 공직인맥 열전기자
  • [김삼웅 칼럼] 언론공작문건과 괴문서정치

    우리 정치와 언론이 얼마나 저급한 수준인지는 잊을 만하면 나타나 온통 국정을 수렁에 빠뜨리는 ‘언론 공작문건’과 ‘괴문서’를 보면 알 수 있다.YS정부 이원종 수석이1997년 초에 만들었다는 언론 장악의 대선전략 문건이 월간 ‘말’지에 폭로됐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97년 문건 중 언론 장악 음모의 실상을 밝히라”고 주장하고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한마디로 ‘괴문서’라고 반박했다.지난 2월 여권 일각에서 만들었다는 ‘최근 언론논조 분석’이란 문건이 ‘시사저널’에보도되었을 때는 여야의 입장이 바뀌어 야당은 ‘언론 장악 음모’라고 비난하고,여당은 ‘괴문서’라고 일축했었다. 지난해에는 한나라당이 언론인을 우호적 언론과 적대적언론으로 나누고 적대적 언론인의 자료 축적을 제시하는‘언론문건’이 드러나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제16대 총선을 앞두고는 한 기자가 정치인에게 보낸 언론 관련 ‘괴문건’이 공개되어 정치권과 언론계에 큰 소란이 벌어지기도했다. 정치권이나 언론계뿐만 아니다.각계에서 ‘괴문서 소동’이 벌어진다.과거에는 주로 정치권이나 재계에서 심했던것이 최근에는 언론 관련의 문건 파동이 잦다.그만큼 언론이 권력화되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우리 역사에서 ‘괴문서’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건국 이후 파란곡절의 헌정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왕조시대에도 각종 비기(秘記)·위서(僞書)·참서(讖書)·괘서(掛書)가 끊이지 않았다.사회 혼란기나 왕조 교체기에 특히 심했다.부적(符籍)이나 참요(讖謠) 같은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또 그럴듯하게 파자(破字)를 만들어 민심을 현혹했다.이런 몹쓸 ‘전통’이 지금까지 전해진다. 한국사에 나타난 최초의 ‘괴문서’는 백제 의장왕 때이다.‘삼국사기’에는 의자왕 20년에 귀신이 나타나 “백제는 망한다,백제는 망한다”고 외친 다음 땅 속으로 들어가므로 그 자리를 파보게 했더니 거북 한 마리가 있었는데그 등에 ‘백제는 둥근달이오 신라는 초승달같다(百濟圓月輪 新羅如新月)’는 참요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둥근달은기울고 초승달은 가득찬다는 뜻으로 백제 패망,신라 흥국을 나타낸다. 신라측이 민심혼란용으로 조작했음직하다.요즘 인기리에방영된 TV사극으로 주목받은 왕건과 관련한 ‘괴문서’도많았다.지나가던 노인이 오래된 거울(古鏡) 하나를 보여주었는데 그 거울 속에 ‘선조계 후압압(先操鷄 後押鴨)’즉계(鷄)는 계림 곧 신라이고, 압(鴨)은 압록강이므로 먼저신라를 장악한 다음 국경을 압록강까지 뻗쳐나간다는 뜻이다.왕건측의 조작일 터이다. 고려 인종때 이자겸은 ‘십팔자위왕(十八子爲王)’ 즉 이씨가 왕이 된다는 요설을 퍼뜨려 반란을 기도하고,묘청 일파는 ‘개경기쇠 서경왕기(開京氣衰 西京王氣)’설을 내세워 서경 천도를 도모하다가 토벌당했다. 고려 무인정권 시기의 권신 이의민(李義旼)은 “고려왕조가 12대로 끝나고 이씨가 발흥하리라(龍孫十二盡 更有十八子)”는 요언을 퍼뜨리며 반란군과 밀통하여 일을 꾸몄다.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때 군졸들을 시켜 ‘목자요(木子謠)’란 참요를 부르게 했다.내용은 ‘목자득국(木子得國)’의 네 글자다.이씨가 나라를 얻게 된다는 뜻이다. 개혁정치가 조광조를 제거할 때 이용된 “조(趙)씨가왕이 된다”는 ‘주초위왕(走肖爲王)’의 파자를 통한 정적제거나 정여립의 “이씨는 망하고 정씨가 득세한다”는 ‘목자망 존읍흥(木子亡 尊邑興)’의 참언,심지어 노태우씨측이 대통령 선거때 살포한 ‘두미재전(頭尾在田)’이란전단도 비슷한 유형이다.앞글자(頭)인 성과 뒷글자(尾)에‘田’이 들어 있는 사람이 미래 지도자가 된다는 뜻이었다.대통령 후보 중 성과 이름에 전(田)자가 들어 있는 사람은 노태우(盧泰愚)씨 한 사람뿐이었다.그쪽 진영의 소행이었다. 21세기 대명천지에서 정치권은 물론 사회의 모든 주체들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떳떳하게 심판받는 자세를보여야 한다. 이제 정치권도 언론을 비판할 것은 공개적으로 비판하고,정책 경쟁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는 모습을보일 때 ‘괴문서’는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언론 공작문건이나 괴문서 따위로 이득을 보거나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언론 또한 명확한 ‘제작자’도 밝히지 못하는 무책임한‘문건’이나 ‘괴문서’를 기사화하여 사회 혼란을 부채질하는 일이없어야 하겠다. 김삼웅 주필kimsu@
  • [김삼웅 칼럼] 공정언론 출산의 진통으로

    국세청의 언론사세무조사에 때맞춰 돌출한 여권에서 만들었다는 언론관련 문건 여기에 김영삼 전대통령의 도쿄 발언과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과거사가 불거지면서 ‘언론정국’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게 되었다. 사건 하나하나가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키더니 새로언론세무자료 불법파기가 종횡으로 겹치면서 정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흑백을 가리기 위해 먼저 얽힌 실타리를 정리해보자. 1) 언론사 세무조사는 오래전부터 언론계 내부와 시민단체에서 요구해왔다. 국민의 64.1%와 기자 75.4%가 국세청의 세무조사 실시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2) 자산 100억원 이상의 법인은 의무적으로 5년에 한번씩세무조사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국세청의 직무유기가 된다. 3) 언론사 세무조사는 1994년 김영삼정부가 한차례 실시했을 뿐 과거 정권은 권언유착 관계에서 한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YS정부도 ‘언론장악’의 의도에서 실시하여 탈세나 비리를 공개하지 않고 덮어두었다. 4) 김대중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언론이 공정보도와 책임있는 비판을 해야 한다며 언론계·학계·시민단체·국회가 합심해서 언론개혁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의했다. 5) 국세청이 언론사의 세무조사를 발표하자 한나라당과 족벌언론사가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과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의도된것이라는 주장이다. 6) 이에대해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정당한 세무조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언론자유를 위한 충정이아니라 특정언론사를 비호하려는 정략적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 7) YS가 도쿄에서 집권시 언론사세무조사와 관련, 언론사사주쪽의 재산·가족·사생활비리 등 도덕적 문제를 포함한많은 문제가 포함됐다며 언론사의 장래를 위해 공개를 하지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8) 시사저널이 여권에서 만들었다는 언론문건을 공개했다. 여권은 자신들의 작품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한나라당과 족벌언론은 정부의 언론장악 의도가 확인됐다고 공격한다. 문건의 내용대로 집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9)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지난해 8월 만든 적대적 언론인과우호적 언론인을 구별하고 적대적 언론사 집필진의 비리자료축적 등 언론공작 문건을 제시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10) 송석찬 자민련의원이 국회질의에서 “이회창 총재가 우리 역사상 최대의 언론말살사건인 민족일보 사건의 담당판사로서 반민주 악법의 칼날을 휘둘러 조용수사장을 반국가단체동조혐의로 사형시켰다”며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폭탄발언을했다. 11) 이상수 민주당총무는 94년 언론사 세무조사결과 문건이파기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98년초나 97년말로 추정되는 만큼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상이 얽히고 설킨 언론정국의 줄거리다. 그러면 이를 푸는 실마리를 찾아보자. 첫째, 정부는 이기회에 대한매일 등 정부 출자 언론사에 대한 민영화조치를 단행하고 엄격한 세무조사와 공정거래 질서확립을 통해 언론사가 투명한 모습으로 거듭나도록 조처해야한다. 둘째, 여야는 각각 여야에서 제작했다는 언론문건은 물론 YS정부의 언론세무조사 내역과 이 자료의 불법파기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그리하여 언론관련의 모든 의혹을 샅샅이 밝혀 언론이 더이상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해야한다. 셋째, 노태우정부가 민족일보에 자금을 지원한 이영근씨에게 국민훈장을 줄 만큼 민족일보사건은 용공혐의에서 벗어났다. 따라서 이총재는 진솔한 사과나 해명이 있어야 한다. 넷째, 족벌언론사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야당의원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편향성을 버리고 언론의 정도를 회복해야 한다. 양식있는 기자들의 기자정신이 요구된다. 다섯째, 한나라당은 거대언론의 영향력을 의식하여 무조건족벌 언론을 편들려는 자세를 버리고 국정의 한 축으로서 대도를 걸어야 한다. 개혁되지 않는 족벌언론이 언제 부메랑이될지 모른다. 여섯째, 언론학자·지식인·시민단체는 족벌언론의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공정언론으로 거듭나도록 채찍을 들어야 한다. 우리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언론이 있어야 하고건강한 언론은 사주가 아닌 기자들이 만든 정직한 언론이라야 한다. 지금 언론을 중심으로 한 정국의 소용돌이는 ‘공정언론 출산’의 진통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김삼웅 주필 kimsu@
  • 재임 2년5개월 金成勳농림 ‘최장수 각료’ 기록 이어가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조각(組閣)과 합쳐 모두 4차례의 개각을 단행했다. 그동안 네 차례의 ‘시험’을 통과한 최장수는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그는 지난 98년 3월3일 임명된 뒤 2년5개월여 동안 재임하고 있다.개각 때마다 김장관에 대한 관심은 ‘YS정부’때 그와 임기를 함께한 오인환(吳隣煥)공보처장관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김농림부장관을 교체할 특별한 하자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학자적 기발함이 한때 문제가 됐으나 지금은 장수가 문제다. 그러나 농림부장관 자리는 김대통령이 경제팀의 돌을 놓는 데 종속변수일수밖에 없다.또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즐겨 사용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김대통령은 인사를 놓고 ‘나와 임기를 같이하는 장관이 한명쯤은 있어야 한다’는 그런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스타일이다.인선과정에서 전문성과 지역안배 등에 대한 돌발적인 필요성이 생기지 않는한 김장관은 유임 가능성이 일단 높은 편이다. 김장관에 이은 2위 장수각료는 서정욱(徐廷旭)과기부장관이다.지난 99년 3월3일 강창희(姜昌熙)전장관 후임으로 입각,1년5개월 동안 일하고 있다.그의 유임은 거의 확정적이어서 이번 개각으로 최장수 장관이 될 가능성도 있는셈이다. 양승현기자
  • 한나라 일부·상도동 가시돋친 舌戰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부총재와 김원웅(金元雄)의원이 최근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을 잇따라 비판한 데 대해 상도동측이 발끈하고 나섰다. 김의원은 1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kww.or.kr)에 YS의 정치적 행보를 질타하는 글을 띄웠다. 김 의원은 ‘YS님,또 무슨 업보를 쌓으려고?’라는 글에서 “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은 유신독재의 장본인인데 정부가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은 정신나간 짓이며,계속 추진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유신독재의 또 하나의 장본인인 JP는 앞으로 할 일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통박했다.그러면서 “다음 대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3김(金)이 건재해야 하기 때문이냐”고 숨겨진 의도를 꼬집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 부총재도 지난달 31일 미 공화당 전당대회 북미주친선협의회 연설을 통해 “지난 94년 벌어졌던 소위 ‘조문 파동’으로 YS정부내내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상도동의 대변인격인 박종웅(朴鍾雄)의원은 “최근 일부 의원들이명분 없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김 전 대통령을 매도하는 데 대해 유감을금치 못한다”면서 “이들 의원들의 행태는 기회주의적이고 표리부동한 것”이라고 반박했다.특히 이 부총재에 대해서는 “지난 총선 전 야당의 공천 파동때 상도동을 방문,잘 도와 달라고 부탁하고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전력도 있다”며 도덕성까지 들먹였다. 한편 김 의원은 손학규(孫鶴圭)·서상섭(徐相燮)·안영근(安泳根)의원 등당내 진보 성향의 의원들과 함께 ‘자민련의 실체를 인정해서는 안된다’는내용의 서명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풍연기자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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