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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KH Associates–렉스필, 전략적 업무협약(MOU) 체결

    YKH Associates–렉스필, 전략적 업무협약(MOU) 체결

    건축가 홍태선 대표와 프리미엄 수면 브랜드 간 협업 추진 글로벌 건축·디자인 기업 YKH Associates와 프리미엄 침대 브랜드 렉스필(LEXFEEL)이 12월 18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상호 브랜드 홍보와 공동 사업 기회 발굴을 위한 협력 차원에서 추진됐다. YKH Associates는 건축가 홍태선(Tae Sun Hong) 대표가 설립한 글로벌 건축·디자인 기업이다. 홍 대표는 국내외에서 다양한 건축·공간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국제 무대에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렉스필은 프리미엄 매트리스를 중심으로 수면 환경 개선을 위한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자사의 젤스페이서(Gel Spacer) 구조를 적용한 매트리스 라인업을 통해 체압 분산과 안정적인 지지력을 강조한다. 렉스필 측은 해당 기술이 수면 중 신체 부담을 줄이고 쾌적한 수면 환경 조성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MOU를 통해 양사는 ▲상호 브랜드 홍보 ▲공동 마케팅 ▲콘텐츠 개발 ▲공간 디자인 연계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협업 범위는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양사 관계자는 “홍태선 대표의 공간 디자인 철학과 렉스필의 수면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협업 가능성을 모색하게 됐다”며 “이번 MOU를 통해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와 사업 기회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협약은 건축·공간 디자인과 프리미엄 수면 브랜드 간 협업 사례로, 향후 공동 프로젝트 전개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숲에서 미래 찾는 거창…산림을 지역 성장동력으로

    숲에서 미래 찾는 거창…산림을 지역 성장동력으로

    경남 거창군이 산림을 지역 핵심 자산으로 삼아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단순한 ‘녹화’나 ‘보호 중심’ 행정에서 벗어나 기후 위기 대응, 산림소득 창출, 산림관광 육성을 함께 추진하는 전략이다. 군은 산림레포츠파크 개장을 시작으로 항노화 힐링랜드 인프라 확충, 자작나무 숲 조성, 산림탄소상쇄 사업 등 주요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숲을 보존 대상이 아닌 지역 경제·삶을 지탱하는 기반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군은 가북면 용암리 일원 100㏊에서 산림탄소상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30년간 약 2만 6000톤의 이산화탄소 흡수가 예상된다. 군은 인증된 흡수량을 토대로 탄소배출권 거래에 참여해 지방 재정의 새 수입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14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호음산 선도 산림경영단지 활용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총 315㏊ 규모인 이 단지는 숲 가꾸기와 임도 개설, 임목 생산 등에서 전국 우수사례로 평가받는다. 임목 매각 방식 개선은 산주 소득을 높였고, 음나무 재배단지 조성은 임업 경영 다각화로 이어졌다. 군은 이 산림을 2064년까지 지속 가능한 고부가가치 목재 생산림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군은 기후변화로 위기를 겪는 양봉산업을 보호하고자 77㏊ 규모 지속개화형 밀원숲 조성에도 나섰다. 계절별 개화 수종을 심어 산림 생태계 안정성과 양봉 농가 소득 기반을 함께 살린다는 게 세부 계획이다. 기후 대응과 임업소득 창출 병행‘미래 산림 도시’ 청사진 가속군은 산림휴양과 관광 기능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체류형 관광을 중심으로 한 산림관광 도시를 구축한다는 게 목표다. 북상면과 가북면 일대에서는 남부권 최대 규모 자작나무 숲 벨트가 조성 중이다. 앞서 2020~2021년 북상면 소정리에 자작나무 숲 30㏊, 2024~2025년 가북면 용암리에 하얀 숲 40㏊를 조성했다. 하얀 수피와 수직적인 수형을 지닌 자작나무 숲은 사계절 경관형 관광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항노화 힐링랜드는 접근성 개선과 시설 보강이 진행 중이다. 국비 42억원을 확보해 진입도로 1.7㎞를 확장·포장하고 주차장도 정비하고 있다. 항노화 힐링랜드 암벽을 활용한 잔도길 조성 사업은 2026년 3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잔도길은 Y자 전망대와 둥지 전망대, 스카이워크를 잇는 새로운 숲길로, 탐방객에게 조망과 체험형 휴양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유아숲체험원도 연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영호남 산마루 숲길 조성사업도 있다. 이는 거창을 중심으로 해발 1000m가 넘는 24개 봉우리 24개·총 236㎞를 잇는 대규모 광역 숲길이다. 2028년 완공을 목표로 5개 테마(단지봉 바람길(수행과 명상), 고천원 신화의 길(고천원 신화와 온천힐링), 감악산 꽃별길(합천호 전망과 별빛 트레킹), 덕유산 봉황길(1500m급 고봉 도전), 백두대간 상고대길(상고대와 약초체험))노선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군은 올 3월 문을 연 ‘거창산림레포츠파크’ 활성화도 지속적으로 꾀한다. 이곳은 개장 9개월 만에 13만여명이 찾는 등 북부권 산림관광의 핵심 거점으로 떠올랐다. 군은 현재 조성 중인 마운틴코스터 시설을 조속히 마무리해 즐길 거리를 확충하고 항노화 힐링랜드, 금원산자연휴양림, 수승대, 산림레포츠파크를 하나의 관광 축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거창군 관계자는 “산림은 이제 보호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군민의 삶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며 “기후 대응과 산림관광, 임업소득이 조화를 이루는 거창만의 차별화된 산림정책을 통해 ‘누구나 살고 싶은 미래 산림 도시’ 거창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 한소희·전종서 호흡에 기대 한몸…‘박화영’ 연출 감독이 새해에 공개하는 ‘범죄 영화’

    한소희·전종서 호흡에 기대 한몸…‘박화영’ 연출 감독이 새해에 공개하는 ‘범죄 영화’

    대세 배우 한소희와 전종서가 호흡을 맞춘 영화 ‘프로젝트 Y’가 새해 개봉을 앞두고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범죄 엔터테이닝 무비 ‘프로젝트 Y’는 내년 1월 21일 극장에서 개봉된다. 영화는 화려한 도시 한가운데에서 다른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는 미선(한소희 분)과 도경(전종서 분)이 인생 벼랑 끝에서 검은 돈과 금괴를 훔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배우로 한소희, 전종서, 김신록, 정영주, 김성철, 이재균 등이 출연하고, 연출은 이환 감독이 맡았다. 16일 공개된 메인 예고편은 감각적인 오프닝으로 시선을 끌어들였다. 힙한 비트의 음악을 배경으로 미선과 도경은 다채로운 조명이 눈길을 끄는 지하차도를 걷는다. 두 사람은 “뭘 얼마나 더 바닥을 치실 건데?”, “바닥 안 치려고 이러는 거 아냐”라고 대화를 나누지만, 이들을 비웃는 목소리로 “꼴값 떨다가 나락 갔다고 소문 쫙 났어”라고 말하는 석구(이재균 분)의 대사가 이어져 미선과 도경이 벼랑 끝에 몰리게 된 상황을 암시한다. 그러나 “어떻게든 살아야지”라는 말과 함께 분위기가 반전되며 토사장(김성철 분)의 돈을 훔치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미선과 도경의 모습이 연출된다. 이후 흙투성이가 된 채 묘를 파거나, 누군가에게 쫓기듯 급히 도망치는 등의 장면이 이어지며 두 사람이 위험천만한 일에 빠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작품 연출은 이환 감독이 맡았다. 이 감독은 10대 가출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박화영’(2018)으로 감독 데뷔한 뒤, 두 번째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2021)에서 거친 욕설과 폭력이 일상이 된 청소년들의 세계를 거침없이 표현했다. ‘프로젝트 Y’에서는 어떤 방식의 연출과 스토리 전개를 보여줄 것인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특히 이번 작품은 개봉 전부터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을 통해 처음 공개됐고,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 제10회 런던아시아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어 기대감이 한층 더 높아진다. 한편 이 감독은 지난 9월 한 인터뷰에서 ‘프로젝트 Y’와 관련해 “누아르이지만 펑키하고 네오리얼리즘이 강하다. 전작에서 본 힘듦이나 무거움을 배제하고 영화가 시작되면 차가 달린다 생각하고 즐겨주시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 SKT·KT, 연말 시즌 할인[경제 브리핑]

    SK텔레콤과 KT가 겨울방학과 연말 시즌을 맞아 고객 대상 할인 혜택을 확대한다고 15일 밝혔다. SK텔레콤은 만 12세 이하 어린이와 부모 고객을 위한 키즈 서비스 브랜드 ‘잼(ZEM)’의 카카오톡 채널을 친구 추가하면 내년 1월 31일까지 어린이 뮤지컬·전시 관람권 6종을 최대 60% 할인한다. T멤버십을 통해 서울 롯데월드 어드벤처와 대구 이월드 이용권도 최대 50% 할인 받을 수 있다. KT도 외식·여행·문화 혜택을 강화했다. ‘달달초이스’에서는 카페·식당·영화관 할인 쿠폰을 제공하며, 만 34세 이하 대상 ‘Y혜택’에서 영화 ‘주토피아2’ 굿즈와 라이브시네마 이용권, 렌터카 할인 등을 받을 수 있다.
  • 유리 속에 138억 년 간 데이터 저장? 영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5D 글라스 저장 장치

    유리 속에 138억 년 간 데이터 저장? 영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5D 글라스 저장 장치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SSD 같은 고속 낸드 플래시는 물론이고 하드디스크 같은 오래된 구형 스토리지까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더 똑똑한 AI를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백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의 하드디스크나 자기 테이프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기존 하드디스크나 자기 테이프의 내구성입니다. 자기 기록 장치는 태생적으로 데이터를 수십, 수백 년간 온전히 보존하기 어렵습니다. 기록 밀도를 높이기 위해 자성 입자를 더 촘촘히 배치할수록, 역설적으로 데이터의 수명은 줄어드는 ‘기술의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다시 백업하면 되지만,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장기 보존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고 데이터 소실의 위험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데이터 저장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전부터 유리를 이용한 데이터 저장 방법을 연구해왔습니다. 유리의 실리카 결정 안에 레이저로 기록을 남기면 매우 오랜 세월 변화 없이 결정 구조가 보존되기 때문에 영겁의 세월 동안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유리 자체가 매우 저렴하고 온도나 습도 등 보존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는 것 역시 큰 장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최신 펨토초 레이저 기술을 사용하면 유리 내부에 3차원적으로 작은 데이터 기록을 남길 수 있어 대용량의 데이터를 작은 유리판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래전부터 글라스 데이터 저장 기술에 투자해 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젝트 실리카’(Project Silica)는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유리판에 7TB(테라바이트) 데이터를 영구 보관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2㎜ 두께의 유리 속에 100펨토초(1초의 1,000조분의1) 간격으로 레이저를 발사해 3차원적인 작은 구조인 복셀(Voxel)을 만드는 원리로 데이터를 저장합니다. 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작은 복셀을 여러 층으로 쌓는 방식으로 얇은 유리에도 7TB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으며 데이터 보존 기간은 1만 년에 달합니다. 물론 글라스 스토리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만이 아닙니다. 영국 사우스햄프턴 대학의 스핀아웃인 스포토닉스(SPhotonix)는 이보다 더 진보한 5D 글라스 스토리지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다만, 이들은 MS가 자체적인 스토리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달리, 기존 데이터 센터 아키텍처에 자신들의 미디어 및 광학 기술을 라이선스하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펨토초 레이저로 유리 내부에 미세한 구조인 메모리 크리스털(memory crystal)을 만들어 데이터를 영구 보존하는 원리는 프로젝트 실리카와 동일하지만, 세 개의 공간 차원(x, y, z)과 함께 나노 구조의 방향(Orientation) 및 세기(Intensity)라는 두 개의 광학 차원까지 기록합니다. 이처럼 총 5개의 데이터를 한 번에 기록할 수 있어 5D 글라스 스토리지 기술로 명명됐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5D 글라스 프로토타입은 5인치 지름의 유리판 한 개에 360T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데이터 보존 기간으로 연구팀의 주장에 따르면 우주의 나이와 같은 138억 년입니다. 물론 이는 유리 안에 있는 메모리 크리스털의 보존 기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며 물리적으로 유리가 깨지거나 손상되면 그전에도 데이터가 손실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 기록 방식이나 낸드 플래시 같은 반도체 기술로는 흉내 내기 힘든 장기 데이터 보존 능력을 강조하기 위한 멘트로 풀이됩니다. 사우스햄프턴 대학의 연구팀은 5D 글라스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스포토닉스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프로토타입 글라스 미디어와 데이터를 쓰는 라이터(Writer), 데이터 기록을 읽는 리더(Reader)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다만 현재 프로토타입의 속도는 느린 편이라서 초당 쓰기 속도 4MB, 읽기 속도 30MB에 불과합니다. 연구팀은 3~4년 이내로 읽기 속도를 초당 500MB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속도와 함께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가격입니다. 미디어인 유리의 가격은 저렴하겠지만, 매우 작은 결정을 유리에 새기는 라이터와 이 기록을 읽어 들이는 리더의 가격은 저렴하지 않을 것입니다. 스포토닉스에 의하면 현재 가격은 라이터가 3만 달러, 리더가 6천 달러 수준입니다. 아무리 데이터 센터용이라고는 해도 여러 대가 필요한 만큼 가격을 적정한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스포토닉스는 향후 2년 내 데이터 센터 파일럿 테스트 진입을 목표로 상용화를 추진 중입니다. 5D 글라스 스토리지가 기존의 자기 테이프나 하드디스크로 달성하기 어려운 장기 ‘콜드 데이터’(Cold Data)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 유리 속에 138억 년 간 데이터 저장? 영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5D 글라스 저장 장치 [고든 정의 TECH+]

    유리 속에 138억 년 간 데이터 저장? 영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5D 글라스 저장 장치 [고든 정의 TECH+]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SSD 같은 고속 낸드 플래시는 물론이고 하드디스크 같은 오래된 구형 스토리지까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더 똑똑한 AI를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백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의 하드디스크나 자기 테이프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기존 하드디스크나 자기 테이프의 내구성입니다. 자기 기록 장치는 태생적으로 데이터를 수십, 수백 년간 온전히 보존하기 어렵습니다. 기록 밀도를 높이기 위해 자성 입자를 더 촘촘히 배치할수록, 역설적으로 데이터의 수명은 줄어드는 ‘기술의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다시 백업하면 되지만,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장기 보존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고 데이터 소실의 위험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데이터 저장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전부터 유리를 이용한 데이터 저장 방법을 연구해왔습니다. 유리의 실리카 결정 안에 레이저로 기록을 남기면 매우 오랜 세월 변화 없이 결정 구조가 보존되기 때문에 영겁의 세월 동안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유리 자체가 매우 저렴하고 온도나 습도 등 보존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는 것 역시 큰 장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최신 펨토초 레이저 기술을 사용하면 유리 내부에 3차원적으로 작은 데이터 기록을 남길 수 있어 대용량의 데이터를 작은 유리판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래전부터 글라스 데이터 저장 기술에 투자해 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젝트 실리카’(Project Silica)는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유리판에 7TB(테라바이트) 데이터를 영구 보관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2㎜ 두께의 유리 속에 100펨토초(1초의 1,000조분의1) 간격으로 레이저를 발사해 3차원적인 작은 구조인 복셀(Voxel)을 만드는 원리로 데이터를 저장합니다. 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작은 복셀을 여러 층으로 쌓는 방식으로 얇은 유리에도 7TB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으며 데이터 보존 기간은 1만 년에 달합니다. 물론 글라스 스토리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만이 아닙니다. 영국 사우스햄프턴 대학의 스핀아웃인 스포토닉스(SPhotonix)는 이보다 더 진보한 5D 글라스 스토리지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다만, 이들은 MS가 자체적인 스토리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달리, 기존 데이터 센터 아키텍처에 자신들의 미디어 및 광학 기술을 라이선스하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펨토초 레이저로 유리 내부에 미세한 구조인 메모리 크리스털(memory crystal)을 만들어 데이터를 영구 보존하는 원리는 프로젝트 실리카와 동일하지만, 세 개의 공간 차원(x, y, z)과 함께 나노 구조의 방향(Orientation) 및 세기(Intensity)라는 두 개의 광학 차원까지 기록합니다. 이처럼 총 5개의 데이터를 한 번에 기록할 수 있어 5D 글라스 스토리지 기술로 명명됐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5D 글라스 프로토타입은 5인치 지름의 유리판 한 개에 360T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데이터 보존 기간으로 연구팀의 주장에 따르면 우주의 나이와 같은 138억 년입니다. 물론 이는 유리 안에 있는 메모리 크리스털의 보존 기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며 물리적으로 유리가 깨지거나 손상되면 그전에도 데이터가 손실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 기록 방식이나 낸드 플래시 같은 반도체 기술로는 흉내 내기 힘든 장기 데이터 보존 능력을 강조하기 위한 멘트로 풀이됩니다. 사우스햄프턴 대학의 연구팀은 5D 글라스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스포토닉스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프로토타입 글라스 미디어와 데이터를 쓰는 라이터(Writer), 데이터 기록을 읽는 리더(Reader)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다만 현재 프로토타입의 속도는 느린 편이라서 초당 쓰기 속도 4MB, 읽기 속도 30MB에 불과합니다. 연구팀은 3~4년 이내로 읽기 속도를 초당 500MB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속도와 함께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가격입니다. 미디어인 유리의 가격은 저렴하겠지만, 매우 작은 결정을 유리에 새기는 라이터와 이 기록을 읽어 들이는 리더의 가격은 저렴하지 않을 것입니다. 스포토닉스에 의하면 현재 가격은 라이터가 3만 달러, 리더가 6천 달러 수준입니다. 아무리 데이터 센터용이라고는 해도 여러 대가 필요한 만큼 가격을 적정한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스포토닉스는 향후 2년 내 데이터 센터 파일럿 테스트 진입을 목표로 상용화를 추진 중입니다. 5D 글라스 스토리지가 기존의 자기 테이프나 하드디스크로 달성하기 어려운 장기 ‘콜드 데이터’(Cold Data)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 “씨 없는 발바리… ” 정관수술 믿고 날뛰던 두 아이 아빠의 최후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씨 없는 발바리… ” 정관수술 믿고 날뛰던 두 아이 아빠의 최후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범죄 현장은 언제나 침묵하지만, 그 안에는 범인이 남긴 수많은 ‘언어’가 존재한다. 특히 성범죄 수사에서 가해자가 남긴 체액, 즉 정액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가장 강력하고도 명징한 열쇠다. 이는 한 인간의 존엄을 파괴한 죄악의 증거이자, 가면 뒤에 숨은 악마의 실체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수사의 스모킹 건(Smoking Gun)’이다. 그러나 수사관들이 이토록 절대적으로 믿었던 증거가 감쪽같이 침묵하는 순간, 수사는 거대한 벽에 부딪힌다. 2010년 말, 경북 구미경찰서 강력팀 형사들이 마주한 현실이 바로 그랬다. 분명한 범죄의 흔적은 존재했으나, 그 속에서 범인을 특정할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는 미스터리. 그것은 과학수사를 비웃는 범인의 소리 없는 조롱과도 같았다. 어둠 속의 그림자, 구미를 덮친 공포2010년 겨울, 경북 구미시 일대에는 을씨년스러운 공포가 감돌았다. 원룸과 아파트 저층에 거주하는 혼자 사는 여성들만을 노리는 연쇄 성폭행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범행 수법은 치밀하고 대담했다. 피해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범인은 동일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3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나이, 다부진 체격, 그리고 특유의 억양과 행동 패턴까지. 확보된 일부 폐쇄회로(CC)TV 영상 속의 흐릿한 잔영 역시 피해자들의 진술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이른바 ‘구미 발바리’라 불리게 된 이 범죄자는 경찰의 추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범행 시간을 새벽 3~4시의 심야 시간대에서 사람들이 활동을 시작할 무렵인 아침 시간대로 옮기는 등 갈수록 대담한 행보를 보였다. 지역 사회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고, 경찰 수뇌부는 조속한 검거를 지시했다. 강력팀 형사들은 밤낮없이 현장을 누볐고, 마침내 범행 현장에서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정액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통상적으로 정액이 확보되면 사건은 ‘끝난 게임’이나 다름없다. DNA 대조를 통해 범인을 특정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형사들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함께 기대감이 서렸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날아온 감정 결과는 그들의 기대를 산산조각 냈다. “DNA 검출 불가.” 정액 반응은 양성으로 나왔으나, 정작 그 안에서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정자(精子)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수사팀은 혼란에 빠졌다. 증거물은 있는데 증거 능력이 없는 황당한 상황. 범인은 마치 유령처럼 실체가 없었다. 과학의 딜레마, 그리고 ‘무정자증’ 가설일반적으로 남성의 정자 속에 포함된 DNA는 여성의 질 내에서 약 72시간 동안 생존하며 증거 능력을 유지한다. 72시간이 지나면 여성의 몸에서 분비되는 효소가 정자의 DNA를 분해하기 시작해 증거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성폭력 사건 발생 직후 24시간, 늦어도 48시간 이내의 증거 채취가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달랐다. 경찰이 확보한 증거물은 사건 발생 직후 채취된 것이었다. 더욱이 체외로 배출되어 의류나 침구류 등에 묻어 건조된 정액은 그 보존성이 훨씬 뛰어나다. 역사적으로도 이를 증명하는 유명한 사례들이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아넣었던 ‘르윈스키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모니카 르윈스키가 증거로 제출한 파란 드레스에 묻어 있던 클린턴의 정액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완벽하게 DNA를 보존하고 있었다. 2011년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의 성추문 사건 역시 호텔 여직원의 유니폼에 묻은 미세한 정액 자국이 결정적 증거가 되었다. 이처럼 현대 과학수사에서 정액은 희석되거나 오래되어도 범인을 지목하는 강력한 무기다. 정액 속에 다량 함유된 산성 인산화효소(PAcP)를 분석하면 물에 400배로 희석된 상태에서도 정액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미 사건의 범인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정액은 있지만 정자가 없는 남자. 수사팀은 끈질긴 회의 끝에 하나의 가설에 도달했다. “범인은 무정자증 환자이거나, 인위적으로 정관수술(Vasectomy)을 받은 사람이다.” 정액은 정자와 이를 운반하고 영양을 공급하는 액체 성분(정장)으로 구성된다. 유전자 정보의 핵심인 DNA는 정자의 머리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정관수술을 통해 정자의 이동 통로를 차단해버리면, 사정된 액체 속에는 정자가 존재하지 않게 되어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DNA를 검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범인은 어쩌면 이 의학적 사실을 알고 자신의 범행이 완전범죄가 될 것이라 확신했을지도 모른다. 미세 증거의 반란, 요도 상피세포를 찾아라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것이 수사의 막다른 골목은 아니었다. 오히려 과학수사는 범인이 쳐놓은 방어막을 뚫기 위해 한 단계 진화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유전자 전문가들이 투입되었다. 그들은 ‘정자’가 아닌 다른 곳에 주목했다.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모든 분비물에는 세포가 섞여 있다. 남성이 사정할 때 배출되는 정액 속에는 정자뿐만 아니라, 정액이 지나오는 길인 요도의 벽에서 떨어져 나온 ‘요도 상피세포(Urethral Epithelial Cells)’가 아주 미세하게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비록 정자는 없지만, 이 상피세포의 핵 안에는 범인의 모든 유전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제는 그 양이 극도로 적다는 점이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다름없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국과수 연구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남성의 Y염색체 유전자형만을 선택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는 첨단 시약과 장비를 동원했다. 수십, 수백 번의 정밀 분석 끝에 마침내 모니터 화면에 범인의 고유한 DNA 프로파일이 떠올랐다. 범인이 자신의 신체를 개조해 흔적을 지우려 했지만, 무심코 흘린 극미량의 세포 조각이 그를 배신한 것이다. 과학이 오만을 이긴 순간이었다. 포위망 구축, “정관수술한 30대를 찾아라”확보된 DNA는 이제 나침반이 되었다. 경찰은 수사 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했던 수사는 ‘구미 지역에 거주하는 정관수술을 받은 30대 남성’이라는 구체적인 타겟으로 좁혀졌다. 구미경찰서 강력팀은 관내 비뇨기과 병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탐문 수사에 돌입했다. 최근 수년 내에 정관수술을 받은 기록이 있는 남성들의 명단이 확보되기 시작했다. 방대했던 용의자 리스트는 빠르게 압축되었다. 과학적 증거와 현장 형사들의 발로 뛰는 탐문이 결합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범인이 숨을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허무한 종말, 잠들어 있던 평범한 가장의 두 얼굴치밀하게 준비된 수사망이 조여오던 2010년 12월, 사건은 예상치 못한 극적인, 어찌 보면 다소 허무한 방식으로 결말을 맺었다. 구미경찰서 상황실에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공포에 질려 떨리고 있었다. 30대 여성이었다. “나를 성폭행한 남자가... 지금 우리 집에 있어요. 잠을 자고 있어요.” 신고자는 범행 직후 범인이 방심한 틈을 타 숨죽여 신고를 한 것이었다. 경찰은 즉각 출동했다. 사이렌 소리조차 죽인 채 도착한 빌라 2층. 문을 열고 들이닥친 형사들 눈앞에는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토록 경찰을 애먹였던 ‘구미 발바리’, 유모(당시 30세) 씨가 피해자의 침대 위에서 세상모르고 곯아떨어져 있었다. 이날 오후 6시 40분경, 술에 취해 대담하게 가정집에 침입해 성폭행을 저지른 그는, 범행 후 긴장이 풀린 탓인지 취기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어버린 것이다. 현장에서 긴급 체포된 유 씨의 신원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전과자도, 사회 부적응자도 아니었다. 구미의 한 번듯한 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집에서는 두 아이를 키우는 가장이었다. 주변 사람 누구도 그가 밤마다 ‘발바리’로 돌변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유 씨는 예상대로 수년 전 자녀 계획을 마친 뒤 피임을 목적으로 정관수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과수가 요도 상피세포에서 추출한 DNA와 유 씨의 DNA는 정확하게 일치했다. 과학수사의 진화와 경고이 사건은 범죄자들에게 서늘한 경고를 남겼다. 일부 성범죄자들 사이에서는 “정관수술을 하면 DNA가 검출되지 않아 잡히지 않는다”라는 잘못된 속설이 마치 팁(Tip)처럼 떠돌기도 했다. 실제로 범행 현장에서 피해자에게 “난 수술해서 괜찮다”, “신고해봐야 소용없다”라며 뻔뻔하게 조롱하는 범죄자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구미 사건은 이러한 믿음이 얼마나 어리석은 망상인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오히려 유 씨 같은 무정자증 성폭행범이나 정관수술을 한 범죄자는 수사 범위를 획기적으로 좁혀주기 때문에 검거하기가 더 쉬운 측면이 있습니다. 정자가 없어도 DNA를 찾아내는 기술은 이미 완성 단계에 있습니다.”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그 흔적을 찾는 기술은 범죄자들의 상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머리카락 한 올, 땀 한 방울, 심지어 정자 없는 정액 속의 미세한 세포 하나까지도 진실을 말한다. 2010년 구미의 겨울, ‘씨 없는 발바리’ 사건은 과학수사의 승리이자, “완전범죄는 없다”라는 사법 정의의 명제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한순간의 쾌락과 왜곡된 욕망을 위해 타인의 삶을 짓밟으려 했던 평범한 가장의 이중생활은, 결국 자신이 맹신했던 얄팍한 의학 지식과 과학의 힘 앞에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 혈액 한 방울에 새겨진 ‘악마의 성(姓)’, Y염색체가 지목한 살인마[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혈액 한 방울에 새겨진 ‘악마의 성(姓)’, Y염색체가 지목한 살인마[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007년 대전 다방 종업원 살인사건의 재구성 물에 씻긴 점퍼에서 찾아낸 DNA그리고 성씨(姓氏) 분석의 과학수사범죄는 언제나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이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것일지라도, 과학의 눈을 피할 수는 없다. 2007년 4월, 대전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잔혹한 살인사건. 미궁으로 빠질 뻔했던 이 사건을 해결한 열쇠는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강가에 버려진 점퍼,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던 남성의 ‘Y염색체’였다. 이는 한국 과학수사 역사상 유전 정보를 통해 범인의 성씨(姓氏)를 추적해 검거한 기념비적인 사례로 기록된다. 핏빛으로 물든 일요일 아침2007년 4월 15일 일요일, 오전 8시 45분. 대전 대덕구의 한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P다방. 평온해야 할 휴일의 아침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30대 남성 한 명이 거칠게 다방 문을 열고 들어섰다. 당시 가게 안에는 종업원 C씨(당시 47세·여) 혼자뿐이었다. 인기척 없는 지하 다방은 범인에게 최적의 사냥터였다. 약간의 몸싸움이 벌어지는가 싶더니, 범인은 주저 없이 품에서 흉기를 꺼내 들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C씨의 목을 지나갔고, 그녀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화장실 차가운 바닥으로 쓰러졌다. 범인은 단순한 강도가 아니었다. 그는 쓰러져 피를 쏟고 있는 C씨의 시신을 향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 변태적인 성욕을 채우기 위한 시신 훼손이었다.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참혹한 순간이었다. 그때, 또 다른 종업원 Y씨(당시 45세·여)가 출근을 위해 다방 문을 열었다. 평소와 다른 싸늘한 공기, 활짝 열려 있는 문, 계산대에 보이지 않는 동료. 불길한 예감에 고개를 돌린 순간, Y씨는 피 묻은 칼을 든 ‘악마’와 눈이 마주쳤다. 범인은 목격자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다시 칼이 휘둘러졌고, Y씨 역시 복부에 중상을 입었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 필사적으로 저항한 끝에 Y씨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져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목격한 지옥의 풍경과 육체에 새겨진 상처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트라우마로 남았다. 사라진 단서, 그리고 강물에 씻긴 증거경찰은 즉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현장은 처참했다. 과학수사대는 다방 내부에서 지문, 족적, 혈흔 등 50여 점의 증거물을 수집했다. 그러나 범인은 교활했다. 신원을 특정할 만한 결정적인 지문이나 유류품은 현장 내부에 남아있지 않았다. 목숨을 건진 Y씨 역시 극도의 공포로 인해 범인의 인상착의를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했다. 수사는 초반부터 난항을 겪는 듯했다. 수사팀의 시야는 현장 밖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실마리가 잡혔다. 범행 현장에서 약 500m 떨어진 도로변에서 피 묻은 휴지 뭉치가 발견된 것이다. 이어 1.5km 더 떨어진 금강변에서는 검정색 점퍼가 발견됐다. 범인이 도주로에 버린 것들이었다. 특히 금강변에서 발견된 점퍼는 중요한 증거물이었지만, 상태가 좋지 않았다. 범인은 증거 인멸을 위해 점퍼를 강물에 씻거나 헹군 뒤 버린 듯했다. 육안으로는 혈흔을 전혀 식별할 수 없었다. 흐르는 강물은 모든 죄의 흔적을 씻겨 보낸 것처럼 보였다. 보이지 않는 빛, 루미놀(Luminol)이 그려낸 진실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 보내진 점퍼는 정밀 감식에 들어갔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혈흔을 찾기 위해 ‘루미놀(Luminol)’ 시험이 진행되었다. 루미놀은 혈액 속 헤모글로빈의 철(Fe) 성분과 반응하여 청백색의 형광을 내는 화학물질이다. 그 감도는 실로 놀라워,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떨어진 혈액 한 방울(수백만분의 일 희석 배율)까지도 찾아낼 수 있다. 범인들이 범행 현장을 물청소하거나 옷을 세탁하더라도, 섬유 조직 깊숙이 박힌 미세 혈흔은 루미놀의 눈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신선한 혈액보다 시간이 지난 혈흔에서 더 강한 발광 반응을 보이는 특성이 있다. 어두운 암실, 점퍼 위에 루미놀 용액과 과산화수소수 혼합액이 분무 되었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한 형광 빛이 피어올랐다. 범인이 지우려 했던 핏자국이 유령처럼 되살아난 것이다. 국과수 연구원들은 이 희미한 빛에서 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분석 결과, 점퍼에서는 피해자 C씨의 DNA와 함께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의 DNA가 혼합된 상태로 검출되었다. 도로변에 버려진 휴지에서 나온 DNA와도 일치했다. 범인의 유전자 정보(프로필)를 확보한 것이다. Y염색체, 범인의 성(姓)을 지목하다범인의 DNA는 확보했지만, 수사는 다시 벽에 부딪혔다. 2007년 당시에는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교할 대조군이 없는 DNA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 알아낼 방법이 막막했다. 그때, 국과수 유전자 분석실에서 획기적인 제안이 나왔다. 바로 ‘Y염색체’ 분석이었다. 인간의 성(性)염색체 중 Y염색체는 남성에게만 존재하며,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100% 유전된다.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는 한, 할아버지의 Y염색체는 아버지에게, 그리고 손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부계 혈통을 따라 성씨(姓)를 계승한다. 즉, Y염색체의 유전적 특징(STR-Short Tandem Repeat)이 같다면, 그들은 같은 부계 혈통, 다시 말해 ‘같은 성씨’를 가질 확률이 매우 높다는 논리다. 국과원은 즉시 범인의 Y염색체 하플로타입(Haplotype·유전자형 조합) 분석에 착수했다. 그리고 자체 보유하고 있던 한국인 남성 1,000여 명의 Y염색체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범인의 Y염색체 구조가 데이터베이스에 있던 ‘오(吳) 씨’ 성을 가진 2명의 남성과 일치하는 패턴을 보인 것이다. 이는 범인이 오 씨 가문의 남성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시사했다. 수사팀은 즉시 사건 현장 주변을 탐문했다. 공교롭게도 현장 인근에는 오 씨 집성촌이 존재했다. 수사팀은 집성촌 주민들의 협조를 얻어 남성 19명의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다. 결과는 일관적이었다. 주민들의 Y염색체 역시 범인의 것과 특정 구간에서 동일한 공통점을 보였다. 국과수는 경찰에 통보했다. “용의자는 오 씨 성을 가진 남성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좁혀오는 포위망, 그리고 드러난 악마의 정체‘오 씨 남성’이라는 구체적인 타깃이 설정되자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광범위했던 용의선상이 획기적으로 좁혀졌다. 여기에 결정적인 단서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범인이 버린 점퍼 주머니에서 발견된 일회용 점안액(인공눈물)이었다. 경찰은 해당 점안액이 일반 약국이 아닌, 안과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는 전문 의약품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은 대전 시내 안과 병원들을 대상으로, 최근 해당 점안액을 처방받은 환자 명단을 확보했다. 수많은 환자 명단 속에서 ‘오 씨’ 성을 가진 30대 남성을 추려내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국과수의 Y염색체 분석 결과가 없었다면 수천 명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을 작업이, 단 몇 명으로 압축된 것이다. 수사망은 오모(당시 35세) 씨를 향해 조여들었다. 그는 사건 직후 연고가 없는 경기도 광명시로 도주해 은신하고 있었다. 경찰은 통신 수사 등을 통해 그의 위치를 파악했고,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6월 4일, 그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서로 압송된 오 씨의 구강 세포를 채취해 점퍼에서 나온 DNA와 대조했다. 결과는 ‘일치’. 범인은 더 이상 발뺌할 수 없었다. 재범의 굴레 - 17년 전 같은 수법 범행으로 출소 2년 만에 재범드러난 오 씨의 과거는 충격적이었다. 그는 초범이 아니었다. 1989년, 충남 연기군(현 세종시)에서 금품을 노리고 집에 침입해 할머니와 손녀 등 일가족 3명을 무참히 살해한 강도 살인범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10대 후반이었다. 그는 이 범행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감형되어 15년을 복역한 뒤 2005년에 만기 출소했다. 사회로 돌아온 지 불과 2년 만에, 돈이 떨어진 그는 다시 칼을 잡았다. “교통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방에 들어갔다”는 그의 자백은 인명 경시 풍조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17년 전 범행 때와 마찬가지로 시신을 훼손하는 잔혹한 수법 또한 그대로였다. 이 사건은 한국 과학수사에서 ‘성씨 분석(Surname Inference)’이 실전 수사에 성공적으로 적용된 최초의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막막했던 수사 상황에서 유전학적 지식을 활용해 용의자 집단을 획기적으로 줄인 기지는 빛을 발했다. 하지만 한계점도 명확하다. 국과원 관계자는 “Y염색체를 이용한 성씨 분석이 만능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입양이나 혼외자 출생, 모계 성씨 사용 등 생물학적 아버지와 법적 성씨가 일치하지 않는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김, 이, 박, 최, 정 등 인구수가 많은 5대 성씨의 경우, 본관이 너무 다양해 유전적 일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약점도 있다. 따라서 이 기법은 범인을 단정 짓는 증거가 아닌, 용의자의 범위를 좁히는 ‘수사 보조 수단’으로 활용될 때 가장 큰 효력을 발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7년 대전 다방 살인사건은 ‘완전범죄는 없다’는 명제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흐르는 강물도 핏자국을 지우지 못했고, 보이지 않는 염색체 속에 숨겨진 단서는 끝내 범인의 이름을 불러냈다. 억울하게 죽어간 피해자의 마지막 외침을 과학은 놓치지 않고 들어주었다.
  • 여야 양쪽에 줄댄 윤영호… 2022 대선 직전 녹취록서 정치인 10여명 실명 거론[로:맨스]

    여야 양쪽에 줄댄 윤영호… 2022 대선 직전 녹취록서 정치인 10여명 실명 거론[로:맨스]

    정진상·이종석·노영민·나경원 등 거론당사자들 일제히 통일교 연관성 부인12일 윤영호 진술 번복에 혼란 예상돼‘여야 정치인 지원’ 발언으로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킨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입에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대선 직전 그가 여야 양측에 줄서기를 시도한 정치인들의 실명이 언급된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다만 구체적인 금품 수수 정황 등에 대한 내용은 녹취록에서 확인되지 않아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추가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수사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12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윤 전 본부장과 이현영 전 통일교 부회장의 2022년 1월 25일, 2월 7일, 2월 28일 3차례에 걸친 전화 통화 녹취록에는 두 사람이 교류해왔거나 향후 접촉하려는 여야 인사들의 이름이 두루 언급됐다. 3통을 합쳐 총 43분 21초의 대화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측근인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이종석 국정원장(당시 이재명 선대위 평화번영위원장),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여명이 직·간접적으로 거론됐다. 2022년 2월 13일에 열린 ‘한반도 평화 서밋’ 행사를 앞두고 윤 전 본부장은 “제가 일전에 두 군데 어프로치(접근)를 했다”면서 여러 창구로 민주당 인사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전 본부장은 정 전 부실장 등이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와 미국 주요 인사와의 회담을 화상 회담 방식으로 하길 원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통화에서 이 전 부회장은 “(미국 인사) 어프로치하는 명단을 저한테 주시면 강선우 의원한테 넘기고”라고 말한다. 이에 윤 전 본부장이 “명단 넘겨봐야 그 사람 다 되는 것도 아니고”라고 우려를 표하자 이 전 부회장은 “진짜 되는 사람은 제가 정진상 쪽으로 한 번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2022년 대선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일론 머스크, 미국 민주당 상원 의원 등 해외 인사들의 명단을 강 의원과 정 전 실장에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원장에 대해서는 윤 전 본부장이 접근한 여권 쪽 2개 라인에 대해 설명하면서 나왔다. 윤 전 본부장은 통화에서 “여권 쪽 어프로치 한 거는 두 라인이다. 하나는 직접 청와대 라인”이라면서 다른 라인으로는 이 원장을 언급했다. 윤 전 본부장은 또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거론하면서는 “처음에는 2019년 제가 잡상인이었다. 그런데 보니까 그게 아니니 그분들이 연도 만들어주고 직접 저를 상대 안 할 때도 있겠지만, 이렇게 해주면서 한 2~3년을 닦아놓은 게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녹취록에는 두 사람이 이 후보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정성호 현 법무부 장관과의 만남을 고려해보자는 취지로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이 후보 쪽에서 직접 한학자 총재를 뵙겠다는 연락이 왔다는 대화 내용도 포함됐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윤석열 당시 후보의 기획 쪽 인사를 포함해 3개 라인으로 접촉했다면서 당시 야권 인사 여러 명을 언급했다. 윤 전 본부장은 “야권은 3개 라인 가지고 했다. 권성동·권영세·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다 지나가고 우리 기획, 플래너가 있다”면서 “그래서 3개 쪽 다 어프로치 해봤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는 나경원 의원이 4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통일교 측과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윤 전 대통령의 만남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면서 연락을 자주 주고받은 탓에 여러번 거론된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9일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알선수재 혐의 재판에서는 나 의원이 이 전 부회장과 통화하는 육성이 공개되기도 했다. 통화에서 나 의원은 “저는 가급적이면 일정을 제가 가운데서 어레인지(조정)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윤 전 본부장과 이 전 부회장이 민주당 인사들의 이름을 자주 언급한 데 비해 국민의힘 의원을 이름을 덜 언급한 배경에는 “어프로치가 꽤 돼 있다”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윤 전 본부장은 통화에서 실제로 “Y(윤석열) 쪽은 어프로치가 꽤 돼 있으니까”라면서 “만약에 기회가 된다면 건진법사가 다이렉트로 한다면 저하고 김건희 사모를 한 번 만나는 걸로 하자”라고 말했다. 녹취록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에 접촉했다는 윤 전 본부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 윤 전 본부장과 이 전 부회장 두 사람이 한 총재의 용인 아래 접촉 및 로비 시도를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도 포함됐다. 윤 전 본부장은 통화에서 “내가 어머님께 그랬다. ‘제가 하는 라인이 틀릴 수도 있고 그래서 이 부회장은 이 부회장대로 또 한다. 그래서 둘이 합의해가지고 돌다리를 두드린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접촉과 금전 지원까지 이뤄졌는지, 통일교에서 조직적으로 이런 행위가 이뤄졌는지는 경찰의 구체적인 진술과 증거 확보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녹취록 언급 인사들 ‘윤영호 접촉’ 부인녹취록에 언급된 인사들은 통일교 측과의 접촉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김지호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0일 “최근 통일교 측이 정 전 실장과 접촉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정 전 실장은 ‘해당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통일교 측과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강 의원실은 12일 입장문에서 “윤 전 본부장은 강 의원과 일면식도 없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도 입장을 내고 “‘북한 문제에 대해 할 얘기가 있다’며 면담을 요청해와 지인 대동하에 세종연구소 연구실에서 한 차례 만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어떠한 접촉이나 교류도 없었다”고 했다. 윤 전 본부장이 통화에서 노 전 실장을 3번 언급하는 등 인연을 부각한 통화가 공개되자 노 전 실장은 일부 언론을 통해 통일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윤 전 본부장이 12일 열린 권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기존 입장을 번복하면서 파장이 일었던 정치권에 혼란이 예상된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 조사에서 ‘여야 정치인 5명에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했고 특검도 윤 전 본부장의 이러한 진술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윤 전 본부장은 재판에서 “만난 적도 없는 분들에게 금품을 제공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지금 세간에 회자되는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검 조사 당시에 대해 “신문할 때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신문 과정에서 (조서에) 적힌 문자 외에 콘텍스트(문맥)가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 여성적 서사의 깊은 울림… ‘오만과 편견’을 깨다

    여성적 서사의 깊은 울림… ‘오만과 편견’을 깨다

    오스틴의 대표작 모은 ‘디 에센셜…’여성 작가는 안 된다는 관념 깨뜨려언니에게 보낸 편지엔 글쓰기 희열그녀가 영감 받은 8명 숨은 女작가‘제인 오스틴의 책장’ 통해 엿보기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 진리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워낙 굳게 자리 잡고 있는 까닭에 이웃에 이런 남자가 이사 오면 그의 감정이나 생각을 모르더라도 다들 그를 자기네 딸 가운데 하나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여기게 마련이다.”(‘오만과 편견’ 첫 문장)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게 괴상하게 느껴지던 시절, 그러니까 ‘여성작가’라는 말이 무척이나 생소하고 어색했던 시절 영국에서 소설가로 활동했던 제인 오스틴(1775~1817)은 ‘어둠 속 홀로 반짝이는 빛’이었다. 오는 16일이면 오스틴이 태어난 지 꼭 250년이 된다. 여성이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작가로서 이름을 밝히는 게 당당해진 오늘날을 오스틴이 본다면 어떤 기분을 느낄까. 수많은 ‘여성적 글쓰기’가 가능해진 현재도 오스틴의 문장은 여전한 울림을 준다. 하나도 낡지 않은 채, 고전으로 머무르고 있다. 전체 840쪽짜리 두툼한 책 ‘디 에센셜 제인 오스틴’(민음사)은 오스틴 문학의 정수를 모았다. 오스틴의 대표작이자 그에게 불멸의 명성을 안긴 ‘오만과 편견’을 비롯해 단편 ‘레이디 수전’, 1790~1817년 사이 오스틴이 썼던 편지들이 수록됐다.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남동생이 누나의 조언 때문에 사랑에 빠지지 않는 성공 사례는 없잖아.”(‘레이디 수전’ 부분) ‘레이디 수전’은 매우 흥미로운 단편이다. 오스틴의 소설 가운데 유일하게 도덕적 결함을 지닌 여성 주인공을 앞세웠다. 오스틴의 작품 대부분 ‘나쁜’ 역할은 남자의 몫이었다. 그러나 세상에 나쁜 남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착한 여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작품은 오스틴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작가 사후 54년이 지난 1871년이 돼서야 출간됐다. 다채로운 작가로서 오스틴의 면모는 상당히 뒤늦게 알려진 셈. 주인공 수전은 새로운 남편감을 찾는 동시에 자기의 딸도 부유한 남성에게 결혼시키려는 계략을 꾸민다. 오직 인물의 편지로만 이야기가 이어지는 서간체 형식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소설이다. “언니, 나 런던에서 내 사랑스러운 자식을 받았어!” 오스틴이 언니 커샌드라에게 1813년 1월 29일 금요일에 보낸 편지다. 여기서 ‘사랑스러운 자식’은 그 유명한 ‘오만과 편견’을 의미한다. 이날은 ‘오만과 편견’의 초판본이 나와 작가에게 도착한 날로 오스틴은 이를 무척 기뻐하며 언니에게 편지를 보냈다. 출산의 기쁨에 빗댄 표현에서 오스틴의 애정과 자부심이 물씬 느껴진다. 그러나 당시 오스틴은 이 기쁨과 영광을 ‘제대로’ 누릴 수는 없었다. 19세기 영국에서는 여성이 작품을 출간할 때 정식 이름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토머스 에저턴 출판사에서 나온 오스틴의 첫 책 ‘이성과 감성’(1810)의 작가 이름은 ‘어느 숙녀’(By a Lady)였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오만과 편견’(1813)의 작가명은 ‘이성과 감성의 저자’였다. 글을 쓰는 사람은 안다. 글은 내 자식이자 분신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기가 쓴 글에 자기 이름을 쓰지 못했던 오스틴의 심경은 어땠을까. 편지만 보면 일단 슬픔은 안중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슬픔을 넘어선 희열이 있었기에. 오스틴은 생전 수많은 편지를 쓰고 또 썼다. 하지만 상당수는 언니 커샌드라가 동생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불에 태워 버렸다고 한다. 지금은 160통 정도가 남아있다. 편지를 보면 오스틴은 아주 재기발랄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의 소설에서도 묻어나듯. 좋은 작가는 좋은 책을 읽는 사람이기도 하다. 휴머니스트에서 나온 ‘제인 오스틴의 책장’은 희귀서 수집가인 저자 리베카 롬니가 추적한 ‘오스틴의 탐독서 목록’이다. 영국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작가’로 칭송받는 오스틴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다. 앞서거나 혹은 동시대의 수많은 작가의 글을 읽고 거기서 영향을 받았다. 오스틴은 물론 셰익스피어를 비롯해 존 밀턴, 대니얼 디포 등 영문학의 고전을 섭렵했다. 하지만 이 책은 오스틴이 소중히 읽고 영감을 받았던 여성작가들, 지금 우리에겐 낯선 이름을 소개하고 있어 이채롭다. 프랜시스 버니(1752~1840), 앤 래드클리프(1764~1823), 샬럿 레녹스(1729?~ 1804) 해나 모어(1745~1833), 샬럿 스미스(1749~1806), 엘리자베스 인치볼드(1753~1821), 헤스터 린치 스레일 피오치(1741~1821), 마리아 에지워스(1768~1849)까지 총 8명이다. 저자 롬니는 오늘날 거의 잊힌, 이 8명의 ‘숨은 작가’들이 어떻게 오스틴이라는 ‘문학적 아이콘’을 구성하고 있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레녹스의 ‘여자 돈키호테’(1752)라는 작품에 대해 오스틴은 언니에게 쓴 편지에서 “내게는 이 책이 크나큰 즐거움이야. 다시 읽어도 처음 읽었을 때 못지않게 재미있어”라며 상찬했다. 하지만 레녹스와 이 작품은 왜 오늘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것일까. 레녹스가 생전 셰익스피어를 비판했고 이 때문에 영국 기성문단을 장악하고 있던 남성들로부터 미움을 산 게 이유였다고 한다. 문학성이 영광을 보장하지 않는다. 어떤 위대함은 순전히 운과 감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 여주 처돌이 남주 때문에 고통받는 조연들 시점 [SNS 트렌드]

    여주 처돌이 남주 때문에 고통받는 조연들 시점 [SNS 트렌드]

    요즘 SNS에서 핫한 밈 트렌드! 케찹이 또 빠르게 캐치해 왔습니다! 바로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강타 중인 ‘Y/N과 CEO 조연 시점 밈’인데요. 로맨스 소설에서 늘 반복되던 ‘여리여리 순진 여주 × 강압적 재력 남주’ 이 클리셰를 SNS 유저들이 아주 기막히게 비틀어버렸습니다. 이 밈의 포인트는? 두 주인공의 폭풍 같은 로맨스 때문에 피해받는 조연의 처절한(?) 일상을 보여주는 거죠.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이슈&트렌드 | 케찹(@ccatch_upp)님의 공유 게시물 ex.구급대원인 내가 여주 상태 보려고 손 좀 뻗었는데 남주가 갑자기 으르렁거림.여주한테 별 보여주겠다고 남주가 도시 전력 다 차단했는데 나는 온라인 시험 있음.뭘 먹을지 못 고르는 여주 때문에 남주가 메뉴 전체를 주문해버려서 주문 들어오는 거 멍하게 보고 있는 요리사인 나. 조연들 서러움(?)에 눈물난다...ㅠㅠ
  • (영상) “시멘트 바른 미사일 팔아요!”…中, 초저가 극초음속 미사일 공개 [밀리터리+]

    (영상) “시멘트 바른 미사일 팔아요!”…中, 초저가 극초음속 미사일 공개 [밀리터리+]

    중국 민간 기업이 마하 7에 이르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미국산 미사일에 비해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시작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베이징에 본사를 둔 민간 항공우주기업 링콩톈싱 테크놀러지가 지난주 공식 계정을 통해 자체 개발한 초음속 미사일 ‘YKJ-1000’의 시험 발사 영상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YKJ-1000은 최대 사거리가 1300㎞이며 마하 5~7에 이르는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추진 비행시간은 최대 6분이며 일반 컨테이너 등으로 옮길 수 있어 은폐하기 쉽고 이동식 플랫폼에서 발사할 수 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YKJ-1000이 사막 발사장에서 표적을 명중시킨다. 영상 후반부에는 YKJ-1000 8기가 일본으로 향하고 일본 내에 다수의 타격 지점이 표시된 지도가 등장한다. 중국 민간 기업이 공개한 이 미사일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링콩톈싱은 양산할 수 있는 YKJ-1000 기본 버전 1기당 가격을 9만 9000달러(한화 약 1억 4500만원)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해군의 함대공 미사일 SM-6 1기당 가격이 410만 달러인 걸 고려하면 무려 40분의 1 수준의 저렴한 가격이다. 링콩톈싱 측은 파격적인 가격의 비결로 기술 재사용과 부품 대체를 꼽았다. 원래 2027년까지 속도 마하 4의 극초음속 여객기를 제작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회사 측은 여객기 기술을 미사일 개발에 먼저 재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미사일 부품의 상당 부분을 항공우주용이 아닌 산업용으로 대체해 가격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은 공기 마찰로 인한 고온에서도 견뎌야 하므로 우주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탄소 소재를 사용한다. 그러나 YKJ-1000 미사일에는 값비싼 탄소 소재 대신 발포 시멘트를 사용했다. 탄두 내열 코팅에 시멘트가 사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 네티즌들은 이 미사일을 ‘시멘트 코팅 미사일’이라고 부른다. “국제 시장에서 인기 끌 것” 자신하지만…성능에 대한 불신 여전중국 군사전문가 웨이둥쉬는 ”사거리가 길고 파괴력과 침투력이 뛰어난 초저가 YKJ-1000이 출시되면 국제 방산 시장에서 인기 상품이 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주요 군사 강국들도 도전받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SCMP는 “미국과 군사 충돌 직전에 놓인 베네수엘라가 중국의 미사일을 확보한다면 미국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며 “카리브해에 배치된 미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의 작전 유효거리가 1100㎞인 만큼 베네수엘라 해변의 중국 미사일이 충분한 위협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YKJ-1000의 성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데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산 무기 체제 구매가 미국의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초저가에도 불구하고 이를 선뜻 구매할 국가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 “진짜 시멘트 바른 미사일 팔아요!”…中, 초저가 극초음속 미사일 공개 (영상)

    “진짜 시멘트 바른 미사일 팔아요!”…中, 초저가 극초음속 미사일 공개 (영상)

    중국 민간 기업이 마하 7에 이르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미국산 미사일에 비해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시작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베이징에 본사를 둔 민간 항공우주기업 링콩톈싱 테크놀러지가 지난주 공식 계정을 통해 자체 개발한 초음속 미사일 ‘YKJ-1000’의 시험 발사 영상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YKJ-1000은 최대 사거리가 1300㎞이며 마하 5~7에 이르는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추진 비행시간은 최대 6분이며 일반 컨테이너 등으로 옮길 수 있어 은폐하기 쉽고 이동식 플랫폼에서 발사할 수 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YKJ-1000이 사막 발사장에서 표적을 명중시킨다. 영상 후반부에는 YKJ-1000 8기가 일본으로 향하고 일본 내에 다수의 타격 지점이 표시된 지도가 등장한다. 중국 민간 기업이 공개한 이 미사일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링콩톈싱은 양산할 수 있는 YKJ-1000 기본 버전 1기당 가격을 9만 9000달러(한화 약 1억 4500만원)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해군의 함대공 미사일 SM-6 1기당 가격이 410만 달러인 걸 고려하면 무려 40분의 1 수준의 저렴한 가격이다. 링콩톈싱 측은 파격적인 가격의 비결로 기술 재사용과 부품 대체를 꼽았다. 원래 2027년까지 속도 마하 4의 극초음속 여객기를 제작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회사 측은 여객기 기술을 미사일 개발에 먼저 재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미사일 부품의 상당 부분을 항공우주용이 아닌 산업용으로 대체해 가격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은 공기 마찰로 인한 고온에서도 견뎌야 하므로 우주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탄소 소재를 사용한다. 그러나 YKJ-1000 미사일에는 값비싼 탄소 소재 대신 발포 시멘트를 사용했다. 탄두 내열 코팅에 시멘트가 사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 네티즌들은 이 미사일을 ‘시멘트 코팅 미사일’이라고 부른다. “국제 시장에서 인기 끌 것” 자신하지만…성능에 대한 불신 여전중국 군사전문가 웨이둥쉬는 ”사거리가 길고 파괴력과 침투력이 뛰어난 초저가 YKJ-1000이 출시되면 국제 방산 시장에서 인기 상품이 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주요 군사 강국들도 도전받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SCMP는 “미국과 군사 충돌 직전에 놓인 베네수엘라가 중국의 미사일을 확보한다면 미국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며 “카리브해에 배치된 미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의 작전 유효거리가 1100㎞인 만큼 베네수엘라 해변의 중국 미사일이 충분한 위협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YKJ-1000의 성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데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산 무기 체제 구매가 미국의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초저가에도 불구하고 이를 선뜻 구매할 국가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 용산구, 미래 인재 육성하는 Y리더 장학생 선발

    용산구, 미래 인재 육성하는 Y리더 장학생 선발

    서울 용산구가 지난 4일과 지난달 28일 지역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2025년 Y-리더 장학생’ 340명에게 장학증서 수여를 마쳤다고 5일 밝혔다. 모두 2억 1050만원 규모의 올해 장학금은 오는 12일까지 개인별 계좌로 입금할 방침이다. 올해 장학사업은 기존 ‘꿈나무 장학금’을 ‘Y-리더 장학금’으로 전면 개편 후 처음으로 장학금 지급이 이뤄졌다. 단순한 학업 성취 지원을 넘어 미래 인재 육성 중심의 장학사업으로 전환했다. 용산구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지역을 넘어 국제적 선도자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장학증서 수여에 앞서 구는 올해 8월 선발 공고를 내고 9월 1~12일 2주간 지역 내 거주 초·중·고 및 대학생 대상 신청을 접수했다. 관할 거주지 동장이나 해당 학교장 추천을 거쳐 393명의 학생이 추천 명단에 올랐다. 구는 11월 4일 구청 스마트회의실에서 제3차 용산구 장학기금운용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진행했다. 거주기간 미충족이나 타 장학금 중복수혜 등 사유를 검토해 340명을 장학생으로 확정했다. 최종 선발된 장학생은 일반, 지역사회봉사, 성적우수, 특기 등 4가지 분야에서 초등학생 108명, 중학생 110명, 고등학생 93명, 대학생 29명으로 구성됐다. 개인별 지급액은 초등학생 30만원, 중학생 50만원, 고등학생 70만원 대학생 200만원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선발된 Y-리더들이 자신의 잠재력과 소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구 차원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가겠다”라고 했다.
  • 실패하라, 실패하라… 새로운 도전이 두렵지 않도록[이순녀의 이사람]

    실패하라, 실패하라… 새로운 도전이 두렵지 않도록[이순녀의 이사람]

    “실패할 권리를 보장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7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다시 과학기술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보고회를 통해 이전 정부가 삭감한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하며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R&D 과제 성공률이 90%를 넘는다는데 얼마나 황당한 얘기인가”라면서 “실패를 용인해야 제대로 된 R&D가 가능하며, 나라가 흥한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그날 국립중앙과학관 인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캠퍼스에서는 카이스트 실패연구소가 진행하는 ‘실패학회’가 한창이었다. 조성호(51)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가 2023년 실패연구소장을 맡은 뒤 매년 11월에 1~2주 일정으로 열어 온 연례 행사다. 올해에는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해 지난달 5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됐다. 학회가 끝난 뒤인 같은 달 21일 카이스트에서 조 소장을 만나 과학기술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실패가 지니는 의미와 가치를 물었다. -이 대통령이 ‘R&D 성공률 90%’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국가 연구과제 평가 시스템에는 성공률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성공률이 50% 정도에 그치면 다음 예산 확보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 부처와 연구재단 등이 지원 성과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보니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과제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혁신적인 연구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공계 최고 두뇌들이 모인 카이스트에 실패연구소라니, 의외의 조합처럼 들린다. “이광형 총장이 2021년 취임하면서 설립한 조직이다. 취임 직후 이 총장은 ‘성공률 80% 이상 과제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다. 카이스트가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정답지가 없는 영역을 남들보다 먼저 개척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혁신적인 도전의 과정에는 실패와 시행착오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학생 때부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제도적·문화적 환경을 마련해 도전 정신을 키우자는 것이 실패연구소의 목표다.” -연구소가 지난 3월 펴낸 책 제목은 ‘실패 빼앗는 사회’다. 한국 사회가 유독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뤘다.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선진국을 벤치마킹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최대한 빨리 따라잡는 데 맞춰져 왔다. 그 과정에서 실패하면 곧 낙오자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뿌리내렸다. 이런 전략은 성장 단계에서는 유효했지만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도약해야 하는 지금은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제는 남들이 가 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변곡점에 놓인 만큼 실패에 익숙해지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누구나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패에 대한 인식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실패에 대한 관용과 회복 탄력성을 키워야 한다. 리스크가 있어도 의미 있는 도전이라면 정당하게 평가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노벨상 시즌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10개에 도전해 9개가 실패하더라도 1개가 잘되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식 사고는 ‘가장 유력한 후보를 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면 노벨상을 만들 수 있다’는 발상에 가깝다.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을 보면 누구도 노벨상을 목표로 연구하지 않았다. 각자의 호기심과 문제의식에 따라 미지의 영역을 파고들었고, 그 결과가 인류에 크게 이바지했기 때문에 나중에 상을 받은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연구자들이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토양이 갖춰질 때 자연스럽게 성과가 나올 수 있다.” 우리 사회는실패하면곧 낙오자 낙인혁신적 도전에실패는 필연 실패에 대한관용·적응력반드시 키워야포기만 안 하면실패는 없어실패를자랑거리로바꾼 ‘실패학회’경험 공유하며긍정 인식 키워사람들과의유기적 관계에독서가 큰 도움실패 없는 삶이최악의 실패 -실패의 정의나 기준부터가 사람마다 다르지 않나. “실패의 기준은 주관적이다. 자영업자라면 ‘패가망신은 해야 실패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실패의 크기가 아니라 그 실패를 겪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개인이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우는가와 재도전으로 연결하느냐 여부에 따라 실패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목표가 명확하다면 모든 걸 잃고 바닥에 떨어졌어도 다시 일어나서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성공하지 않는 1만 가지 방법을 발견했을 뿐이다’라고 말한 에디슨처럼 말이다. 마이클 조던도 ‘나는 내 인생에서 실패하고 실패하고 또 실패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성공한 이유’라고 하지 않았나. 어떤 실패를 겪었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냐가 중요하다.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없다.” -올해로 3년째 소장직을 맡고 있다. 실패연구소가 중점적으로 하는 일은.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실패를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장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포토 보이스’다. 학생들이 자신의 실패나 좌절의 순간을 상징하는 사진을 찍고, 왜 그런 사진을 선택했는지 서로 이야기한다. ‘나만 이런 줄 알았다’라는 감정이 ‘우리 모두 그렇구나’로 바뀌면서 실패를 입 밖으로 꺼내는 연습이 된다. 또 하나는 ‘망한 과제 자랑 대회’다. 학생들이 청중 앞에서 자신이 망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무엇을 배웠는지를 공유한다. 실패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자랑거리로 바꾸는 경험을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다.” -실패학회는 어떤 행사인가. “매년 11월에 포토 보이스 전시, 망한 과제 자랑 대회, 실패 세미나 등을 묶어 1~2주가량 진행한다. 실패 세미나는 봄가을로 두 차례 여는데 우리 학교 교수들과 외부 연사들을 초청해 다양한 실패 경험담을 나눈다. 올해 실패학회는 ‘인간과 AI’가 주제였다.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AI 실패 아이디어를 공모해 111편이 접수됐다. 이 중 12편을 선정해 행사 기간에 발표회를 열었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실패나 좌절의 경험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 “대부분 실패하지 않고 성공했기에 카이스트에 들어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입학한 뒤에는 정작 무엇을 해야 하는지 헤매는 학생들이 많다. 초중고교 교육이 지나치게 성적과 스펙 중심으로 설계된 탓이 크다. 생활기록부, 비교과, 각종 대회 수상 실적이 대학 입시와 직결되면서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실패하면 낙오한다’는 신호를 반복해서 받는다. 그 결과 ‘고위험·고성과’의 도전보다 의과대학처럼 ‘저위험·안정적 수익’ 경로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 하나는 정신 역량 교육의 붕괴다. 전문 지식·기술 교육은 최상위 수준이지만 ‘나는 왜 사는가’, ‘무엇을 가치로 삼고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하는 인문·철학·글쓰기 교육은 취약하다. 목표와 가치관이 빈약하면 작은 실패에도 ‘내 인생은 끝났다’고 느끼기 쉽고, 불확실성에 대한 내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소가 지난해 실시한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Z세대와 Y세대는 새로운 도전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주변의 시선’을 꼽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리더들의 태도가 중요하다. 조직과 사회의 리더가 자신의 실패를 먼저 이야기하고, 실패한 사람에게 도전의 기회를 주는 문화를 만들어야 아래 세대도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다. 대통령부터 기업 회장, 교수들이 말만 하지 말고 솔선수범에 나서 실패에 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은. “실패 경험이 없는 삶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실패일 수 있다. 실패를 한번도 겪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도전을 피해 왔다는 뜻이다. 실패를 혼자 품고 괴로워하기보다 말과 글로 꺼내고 타인과 공유하는 연습을 했으면 한다. 그 과정에서 생각이 정리되고, 비슷한 경험을 한 또래들로부터 위로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기를 권한다. 이공계일수록 인문·사회 서적들을 가까이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단순히 기술만 있다고 해서 회사나 조직이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려면 평소에 여러 분야의 책을 읽어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넓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실패 경험이 많은가. “이런 질문이 제일 싫다(웃음). 남들이 보기에는 순탄하고 성공한 삶일지 모르지만 저라고 왜 실패 경험이 없겠나. 지금도 국가 연구과제 제출하면 10개 중 9개는 떨어진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큰 실패가 닥쳐올지 누가 알겠나. 다만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것에 익숙하다. 과정에는 집착하지만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저는 이걸 ‘보이지 않는 훈장’이라고 부른다.” ●조성호 소장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를 졸업한 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기계공학과 전자전산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뉴로·기계 증강 지능 연구실을 운영 중이다. 2023년부터 카이스트 실패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한국 사회 실패 탐구 보고서인 ‘실패 빼앗는 사회’를 공저로 펴냈다. 대전 글·사진 이순녀 수석논설위원
  • 野 “‘좌파 교수’ 방미통위 수장에…언론 장악 시도”

    野 “‘좌파 교수’ 방미통위 수장에…언론 장악 시도”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초대 위원장 후보에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내정한 것을 두고 “언론 장악 시도”라며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28일 성명서에서 “명백한 ‘언론 장악 시도’이며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정치적 인사”라면서 “김 후보자는 방송·통신 정책에 대한 실무 경험이 전무한 데다, 참여연대, 민변 등 좌파단체와 행보를 나란히 해온 대표적 폴리페서”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특위는 과거 김 후보자가 통진당 해산 청구에 대해 ‘법치주의 유린’이라고 언급한 점,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 중단과 관련해 ‘타당하다’는 입장으로 이 대통령을 감싼 점 등을 거론하며 “곡학아세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폴리페서’를 넘어 ‘이재명 하수인’이라 칭해도 무방하다”면서 “‘방송통신 문외한’을 위원장으로 앉혀 미디어 거버넌스를 권력의 도구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인사가 미디어 정책을 총괄할 경우, 국내 방송·통신산업의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은 심각히 퇴보할 우려가 크다”면서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취소’ 판결에 대해서도 “법치주의를 훼손한 정치적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특위는 “법원은 0.32% 지분을 가진 우리사주조합의 청구를 인용해 39.17%의 최대주주 유진이엔티에 대한 승인 처분을 취소했다”면서 “이는 시장 경제 원칙과 자본 민주주의 상식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비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은 정치권의 책임 공방에서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셈이며, 이는 법치주의의 정치적 오염을 보여준다”면서 “민노총 언론노조가 자신들의 기득권과 정치적 입맛에 맞는 방송을 유지하기 위해 벌인 ‘정치 투쟁’ 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 YTN 노조 “판결 환영…새로운 지배구조 마련돼야”

    YTN 노조 “판결 환영…새로운 지배구조 마련돼야”

    방송통신위원회의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자 노동조합이 즉각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이하 YTN 노조)는 28일 성명을 내고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환영의 뜻을 밝힌다”면서 “이제 정부가 답할 때다. YTN을 정상화하기 위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즉시 정상화하고 유진그룹의 최다액 출자자 자격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지난 정권 지분매각 당시 상황을 조사해야 한다”면서 “특검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반드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YTN 노조는 “유진그룹을 즉각 YTN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면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굳건히 지킬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지배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28일 YTN 우리사주조합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 홍콩 화재 참사에 K팝 가수 기부 행렬…하이브·SM·YG도 동참

    홍콩 화재 참사에 K팝 가수 기부 행렬…하이브·SM·YG도 동참

    홍콩에서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K팝 가수와 기획사들이 성금을 전달하며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탰다. 28일 그룹 방탄소년단, 세븐틴 등이 속한 하이브 뮤직그룹 APAC는 홍콩 고층 아파트 화재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5억원을 기부했다. 하이브 뮤직그룹 APAC 산하의 빅히트 뮤직, 빌리프랩, 쏘스뮤직 등 6개 레이블이 기부에 동참했다. 성금은 홍콩 비영리단체와 함께 화재 참사 유가족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유동주 하이브 뮤직그룹 APAC 대표는 “화재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한다”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조속한 피해 복구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룹 아이들도 이날 중국의 포선 재단을 통해 구호 성금 100만 위안(2억여원)을 전달했다. 중국 출신 아이들 멤버인 우기는 지난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두가 평안하고 무사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공식 웨이보에 긴급 구호 성금 100만 홍콩달러(약 2억원)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홍콩 출신인 그룹 갓세븐 잭슨도 전날 자신이 운영하는 의류 브랜드 ‘팀 왕’의 이름으로 홍콩 퉁와 병원 재단에 100만 홍콩달러를 기부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콩 시내 주요 대피소 정보를 안내하기도 했던 잭슨은 “최근 홍콩에서 발생한 화재로 피해를 입은 모든 이와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극도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헌신적으로 나선 소방관, 구조대,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도 중국홍콩적십자사에 100만 홍콩달러를 전달했고 그룹 에스파와 라이즈는 각각 50만 홍콩달러(9000여만원)와 25만 홍콩달러(약 5000만원)를 기부했다. 라이즈는 공식 웨이보를 통해 “비통한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면서 “구조 활동과 후속 지원을 돕고자 미력한 저희의 힘을 보태겠다. 모두가 평안하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에스파도 “가슴 아픈 소식과 관련해 저희는 마음 깊은 안타까움을 전한다”면서 “미력하나마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라며 모든 이의 평안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 일산 백석 Y-CITY 초과수익률 논란

    일산 백석 Y-CITY 초과수익률 논란

    유통업무시설 용지를 주상복합 부지로 용도변경해 천문학적 수익을 거둔 요진개발로부터 868억 원을 더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기 고양시의회 임홍열 의원은 최근 고양시 도시혁신국을 상대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한 결과, 백석 Y-CITY 도시개발사업의 실제 수익률이 요진개발 측 주장(2.91%)을 크게 웃도는 21.19%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실제 고양시가 최근 외부 전문기관으로 제출받은 ‘백석 Y-CITY 사업수지분석 검증용역 결과’를 보면, 사업 수익률이 공공기여 기준인 9.76%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시는 2010년 백석 Y-CITY 도시개발사업 인허가 당시 백석동 출판문화단지를 주거가 가능한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하여 주상복합아파트 등을 신축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대신, “수익률이 9.76%를 초과하면 초과수익의 절반을 받는다”는 협약을 요진개발과 체결했다. 앞서 요진개발은 “수익률이 2.91%에 불과해 고양시에 제공할 공공기여가 더는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용역 결과에 따르면 양측 수익률의 가장 큰 차이는 ‘토지비 산정 기준’에서 발생했다. 요진개발은 2006년 계열사 분할 당시의 감정평가액(승계금액)과 차입 원가를 포함해 토지비를 약 3625억 원으로 산정했다. 반면 용역사는 “물적분할 승계금액이 아닌 1998년 실제 취득원가(692억 원)를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요진이 주장한 토지비에서 무려 2932억 원을 삭감했다. 임 의원은 “요진 Y-CITY 도시개발에서 요진의 토지 원가는 LH에서 취득한 643억 원과 이자 등을 포함한 차입 원가 49억 원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요진 측이 주장한 3330억 원대 토지비는 애초 개발을 전제로 한 뻥튀기 산정에 가깝고, 용역사가 판단한 실제 취득원가 기준이 이치에 맞는다”고 지적했다. 또 “만약 요진 주장대로 물적분할 승계금액을 원가로 인정한다면, 기업이 편법적으로 개발 원가를 부풀리는 길을 열어주는 셈이어서 법원에서도 인정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요진 관계자는 “사업계획 승인을 받기 위해 고양시에 기부채납한 토지와 건물은 1079억 원이 투입된 업무빌딩을 포함해 총 3300억 원대에 이른다”며 “이미 막대한 경제적 가치의 기부채납을 모두 이행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아 있는 논란 역시 과거와 마찬가지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협의를 통해 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쟁점이 되는 토지비 문제는 고양시가 2008년 7월 전문업체에 의뢰해 작성한 ‘유통업무시설 활용방안 연구용역보고서’ 199쪽에 명확히 나타나 있다”며 “임홍열 의원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해당 보고서 부록3(199쪽)에는 “당초 입찰가로 토지비를 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 [경제 브리핑]

    LG화학, 전고체 배터리 성능 강화 LG화학이 전고체 배터리의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고체 전해질 제조 기술을 확보했다. LG화학은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고체 전해질의 입자 크기를 일정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LG화학 차세대소재연구소와 한양대 송태섭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에 게재됐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쓰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안전성과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지만, 고체 전해질 입자의 크기가 들쑥날쑥하면 내부에 빈 곳이 생겨 성능 저하가 발생한다. LG화학은 전해질 입자 생산공정에 ‘스프레이 재결정화’ 방식을 적용해 균일한 구형 입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기존 전해질 대비 기본 용량을 약 15%, 고속방전용량은 약 50% 개선했다. 기아 EV6 GT, 獨전문지 평가 1위 기아는 고성능 전기차 EV6 GT가 독일 3대 자동차 전문지 중 하나인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의 전기차 3종 비교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25일 밝혔다. EV6 GT는 파워트레인, 주행 성능, 안전성, 바디에서 최고점을 받아 총점 597점을 기록하며 테슬라 모델Y(574점)와 폴스타4(550점)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EV6 GT의 최고 출력은 448㎾로 모델Y(378㎾)와 폴스타4(400㎾)를 앞섰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EV6 GT(3.5초)는 모델Y(5초)와 폴스타4(3.8초)보다 짧았다. SK그룹, 올해 수출 120조원 전망 SK가 그룹 전체의 3분기 누적 수출액이 87조 8000억원에 달한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73조 7000억원)보다 약 20% 증가한 것으로, 전체 수출액은 2년 연속 100조원을 웃돌아 역대 최고치인 120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분기까지 SK하이닉스는 그룹 수출의 65%를 차지해 4조 3000억원에 이르는 법인세를 납부했다. SK 관계자는 “2028년까지 국내에 128조원을 투자하고 채용도 연간 8000명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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