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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청 파문] 특별·특검법 ‘캐스팅보트役’

    ‘도·감청 정국’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쪽은 민주노동당이다. 기성 정치권과 달리 X파일이 낱낱이 공개된다 해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없는 데다 지난 6월 임시국회와 마찬가지로 캐스팅 보트로 ‘주가’가 한참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당시 여당과 함께 윤광웅 국방부 장관 해임결의안 부결에 앞장섰다. 덕분에 X파일 해법으로 제시한 열린우리당의 ‘특별법’과 한나라당의 ‘특검법’ 사이의 기싸움에서도 결국 민주노동당이 키를 쥐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같은 10석이라도 국민의 정부의 불법 도청 발표로 곤혹스러워진 민주당과 비교해도 ‘몸값’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가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제안한)특별검사제 도입에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한나라당은 파일 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현재까지는 특검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현행법으로는 불법에 해당하는 X파일 공개를 위해 제3의 기구 구성을 제외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양 교섭단체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두산그룹 (2)-4세 경영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두산그룹 (2)-4세 경영

    지난 4일 경기도 광주 선영에서 가진 고 박두병 두산 초대 회장의 32주기는 침울했다고 한다. 생전에 인화와 우애를 가르치고, 강조했던 선친 앞에 얼굴 들기가 부끄러웠던 탓이다. 이날 가문에서 축출된 박용오 전 회장과 경원, 중원씨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형제의 난’ 이후 두산가는 ‘언론 기피증’을 보이며, 숨을 죽이고 있다. 내부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하루빨리 이 악몽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눈치다. 또 검찰 수사 이후 몰아칠 ‘후폭풍’과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단속도 눈에 띈다. 재계 최초로 경영에 참여하는 두산가 4세들이 이를 극복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관심을 끈다. ●악몽 같았던 일주일 두산산업개발은 지난달 15일 ㈜두산 지분 280만주(12.8%)를 계열사와 박용곤 명예회장,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에게 시간외거래를 통해 매각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권 안정,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이유를 댔다. 경영권 분쟁을 대비하기 위한 ‘용곤(73)-용성(65)-용만(50)’ 3형제의 치밀한 정지작업이라는 사실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지난달 18일, 용성 회장은 용곤 명예회장의 지시로 대한상의 제주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서울로 올라왔다. 이어 두산그룹은 용성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추대하고, 용오(68) 현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고 밝혔다. 형제간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두산가의 우애가 또 한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용곤 명예회장의 ‘연막’도 그럴듯했다.“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두산그룹의 회장으로 폭넓은 인맥과 신망을 얻는 용성 회장이 적임자”라고. 그러나 안으로는 이미 ‘용곤-용성-용만’ 3형제와 용오 전 회장 일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였다. 우애 깊은 형제가 원수 사이라는 것은 사흘 후에 드러났다. 두산은 지난달 21일 용오 전 회장이 용성 회장 취임에 반발, 검찰과 모방송사에 그룹의 경영현황을 비방한 투서를 제출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이를 확인시켜 주듯 용오 전 회장은 이날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 승계는 내가 용성 회장 등과 관련된 비리를 적발하자 나를 밀어낸 것으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진실공방 게임은 이어 본격화됐다. 용곤 명예회장은 “그룹과 가족에 대한 반역 행위”라고 규정했으며, 용성 회장은 지난달 22일 “이번 사태는 두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용오 전 회장의 두산산업개발 경영권 탈취 미수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승자 없는 ‘형제의 난’ 두산가 ‘형제의 난’은 다른 국내 재벌가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궤를 달리한다. 대부분 재산과 ‘대권’ 싸움이어서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구분됐지만, 이번 두산가 분쟁은 승자가 없는 오직 패자만 있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비리 의혹을 폭로한 용오 전 회장 일가는 마지막 ‘무기’를 던짐으로써 가문에서 축출이라는 비애를 맛봤다. 또 지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두산산업개발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그야말로 ‘동생들과 조카의 사법처리’ 빼고는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용오 전 회장의 부인 최금숙 여사가 지난해 암으로 죽고 나서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어, 용오 전 회장이 극단적 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용오 전 회장 부부는 미국에서 만나 연애 결혼해 부부 금실이 아주 좋았다고 한다. ‘용곤-용성-용만’ 3형제도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이라는 집안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형제간 우애와 집안 망신,109년 전통의 명예, 경영 차질 등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또 자칫 집단 사법처리 가능성도 있어 위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단지 용오 전 회장 일가를 가문과 그룹에서 축출한 것이 유일하게 얻은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얻기 위해 이같은 처참한 분쟁이 일어난 걸까. ●‘원’자 돌림 4세 9명 경영수업 ‘원’자 돌림의 4세 15명 가운데 두산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이는 총 9명이다. 이들 사이의 신경전도 예사롭지 않다. 두산 3세간 일어난 ‘형제의 난’도 사실상 4세들을 위한 ‘대리전’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두산측 설명은 이렇다.“당사자가 아닌 이상 누가 알겠나.(용오 전 회장)눈에 뭐가 씌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그러나 결과가 뻔한 싸움에서 용오 전 회장이 나선 것은 자식들을 위해 총대를 멘 부문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는가.” 4세간 역학 구도를 보면 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이 가장 앞선다.4세 가운데 유일하게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또 용성 회장의 장남 진원씨는 지난 5월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영관리 총괄 상무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섰다. 두산 경영에 참여치 않는 박용현(62) 서울대 의대 교수의 장남 태원씨도 네오플럭스 상무로 일하며, 두산의 M&A(인수합병)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네오플럭스는 최근 삼성전자의 소형가전 자회사인 노비타를 인수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정원 부회장과 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가 5%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1999년 벤처투자로 대박을 터뜨리며 자신감이 넘쳐났던 용오 회장의 장남 경원씨는 두산가의 전통적인 경영 방식에 회의를 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2001년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큰 손해를 보기도 했던 경원씨는 2003년 전신전자를 인수, 아예 독자노선을 걸었다. 수년 전부터 ‘밖’으로만 돌았던 경원씨의 행보를 보면 이미 ‘정원-진원’을 비롯한 4촌 형제와 경원씨간의 대립 구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용오 전 회장이 지난해부터 두산산업개발을 탐낸 것도 결국 두산 지분이 4세대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두 아들만 소외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형제의 난’ 이후 용오 회장과 자제들이 경영에서 빠진 만큼 두산의 경영구도에서 용만 부회장과 장손인 정원 부회장의 ‘파워’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용성 회장은 사실상 그룹의 상징적인 존재로 활동하고, 내부 살림은 용만 부회장과 정원 부회장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용만 부회장이 용성 회장에 이어 두산의 향후 ‘대권’을 잡을지도 관심사다. 정원 부회장은 두산가가 장자 상속의 전통을 이어온 점을 감안하면 미래의 그룹 총수 1순위다. 그는 올 초 그룹 사장단 회의로부터 ‘2004 두산 경영대상’ 특별상을 받을 정도로 경영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용만 부회장의 4세 경영 과외도 ‘형제의 난’이 마무리되면 빨라질 전망이다. 용만 부회장은 현재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과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 두산 4세들의 경영수업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반면 가족간 우애는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가는 계속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을 원칙으로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용오 전 회장 일가가 빠진 가족회의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최근 물밑에서 용곤 명예회장과 용오 전 회장간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박경원-서미경 부부 곤혹 두산가 장손인 박정원(43)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은 공군 참모총장과 민자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인기 전 의원의 딸 소영(40)씨와 결혼했다. 부친인 박 명예회장과 김 전 의원은 경동고 선후배 사이로 동창회 모임에서 두 사람의 혼담이 오간 인연으로 맺어졌다는 후문이다. 김 전 의원은 포스데이타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상민(15)양과 상수(11)군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녀 박혜원(42) ㈜두산 잡지BU 상무는 의사인 서경석(45)씨와 인연을 맺었다. 자녀는 주원(18)양과 장원(15)군으로 학생이다. 박지원(40)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평범한 집안 출신인 서지원(36)씨와 혼인했다. 아들 상우(11)군과 딸 상진(5)양이 있다. 두산가에서 요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는 박경원(41) 전신전자 대표의 부인 서미경(39)씨로 보인다. 박 사장이 이번 ‘형제의 난’에 깊숙이 연관된 데다 연일 시끄러운 ‘X파일’ 사태도 친정과 적잖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경씨의 부친은 서상철 전 동자부장관.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고려대 교수로 있다가 전두환 정권 때 경제관료로 영입됐다. 안타깝게도 1983년 아웅산 테러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 ‘X파일’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자금 전달자로 나오는 서상목 전 의원이 바로 미경씨의 숙부다. 장남 상호(16)군과 차남 상모(13)군을 두고 있다. 용오 전 회장의 차남인 박중원(37) 전 두산산업개발 상무는 평범한 집안 출신인 정윤주(37)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아들 상윤(6)군과 딸 상이(4)양이 있다. 용성 회장의 장남 박진원(37) 두산인프라코어 상무와 차남 박석원(34) 두산중공업 차장은 모두 평범한 가문의 딸들인 김선영(34)씨와 정현주(35)씨를 배필로 맞아들였다. 상효(6)-상인(2)과 상현(7)-상은(2) 등 각각 딸만 두고 있다. 용만 부회장의 장남 서원(26)씨는 최근 구자철 한성 회장의 딸 원희(26)씨와 결혼했다. 구 회장은 범 LG가(家)로 구태회 LS 명예회장의 4남이자,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셋째 남동생이다. 박용훈(두산산업개발 부회장)-구선희(고 구철회씨의 4녀) 부부에 이은 두산가와 LG 구씨가의 두번째 사돈이다. ●두산의 역대 악재들 이번 ‘형제의 난’ 외에도 두산가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던 악재는 더러 있다. 대표적인 예가 두산중공업 노조원인 배달호씨 분신자살 사건과 낙동강 페놀 사태를 꼽을 수 있다. 2003년 배달호씨의 분신 자살은 두산가와 노조의 악연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용성 회장은 “결코 원칙을 저버릴 수 없다.”면서 “지금 당장 손실을 보더라도 불법 파업의 뿌리를 뽑겠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었다. 이는 노조의 극한 투쟁으로 이어졌고, 배씨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낳았다. 인화를 5대째 강조하는 두산가와 노조의 궁합이 맞지 않은 것도 꽤 아이러니하다. 두산가로서는 노사 합의만 되면 불법이 합법화되는 노조의 관행을 더 이상 둘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번 굳어진 노조와의 악연은 두산가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올 초 인수한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의 노조도 한동안 두산 인수를 격렬히 반대했다. 또 두산 계열사 노조는 이번 ‘형제의 난’과 관련해 그룹 회장직을 둘러싸고 형제들끼리 이전투구를 벌여 사회적 파장을 야기하고, 두산의 도덕성을 바닥에 추락시킨 책임을 지고 박용성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즉각 퇴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두산가가 다시 기억하기 싫은 사건으로 낙동강 페놀 사태가 있다. 여전히 반세기 최대의 환경오염 사건으로 꼽힌다.1991년 ‘맥주로 돈 번 회사가 먹는 물을 망쳐 놓다니….’라는 구호가 전국을 들끓게 했으며,2차 페놀 사건이 터지면서 당시 박용곤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었다. 또 두산 불매운동으로 매출액이 급감했으며, 당시 환경처 장관과 차관이 경질된 초유의 사건이었다. ●숨은 그림자 박용욱 회장 ‘용’자 돌림 가운데 막내인 박용욱(45) 이생그룹 회장은 두산가에서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공동 소유, 공동 경영’이라는 집안의 원칙을 가장 먼저 깨뜨리고 독자사업에 나섰을 뿐 아니라 ‘KS(경기고-서울대)’가 수두룩한 두산가에서 박 회장은 서울고-인하대를 나왔다. 또 그룹에서 경영수업을 받을 수 있었지만 박 회장은 대학생 시절부터 홀로 무역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당시 부친으로부터 받은 지분을 종자돈으로 삼아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대의 소그룹으로 키웠다. 반면 용곤 명예회장의 사촌동생인 박용훈(63·박우병 전 고문의 장남) 부회장은 두산산업개발에 몸담고 있다. 박 부회장의 부인은 LG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인 구철회씨의 4녀 선희(61)씨다. 구철회씨는 1999년 LG화재를 갖고 LG에서 독립했다. 박 부회장은 두산식품 부사장을 거쳐 92년부터 두산건설(현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비상근으로 실제 경영에는 참여치 않고 있다. ●‘두산호’ 이끄는 전문경영인 유병택(61) ㈜두산 부회장은 일명 ‘면도칼’로 불린다.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기민함이 탁월하고, 현장 경험이 많다.69년 동양맥주에 입사한 후 두산기계와 두산음료 등 그룹내 요직을 거쳤다. 강문창(62)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68년 동양맥주로 입사한 이후 경리와 영업, 총무, 기획, 해외현장 등을 두루 거쳐 해박한 실무지식을 자랑한다. 제주에서 상고 야간을 나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수재형 경영인이다. 자신의 이력은 ‘두산 입사, 두산 퇴사’를 영광으로 생각하고 싶다는 두산맨이다. 건설업을 주력기업으로 만든 주인공이기고 하다.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경(55) ㈜두산 전략본부 사장은 두산그룹 ‘10년 구조조정’의 숨은 공신이다. 전략기획통으로 통한다. 두산은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부터 일찌감치 구조조정에 착수해 한국3M과 한국코닥, 코카콜라, 한국네슬레, 두산씨그램 등 돈이 될 만한 회사는 가리지 않고 팔았다. 모기업인 동양맥주도 매각했다. 이런 ‘무차별 구조조정’을 주도한 인물이 박용만 부회장이고, 그를 보좌한 이가 이 사장이다. 철저한 시장 조사와 냉철한 판단력을 겸비했다는 평이다. 일 욕심 많기로 소문난 이 사장은 성격도 급하다.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북고 동기생이다. 김대중(57) 두산중공업 사장은 경북 안동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69년 동양맥주에 입사했다.㈜두산 주류BG와 ㈜두산 테크팩BG 사장을 거쳤다. 두주불사형으로 알려진 그는 주류업계의 ‘히트상품 제조기’로 불렸다. 청하, 설중매, 그린, 산 등 두산의 주류 히트상품은 그의 손을 거쳤다. 김 사장은 불도저 같은 업무 스타일로 유명하다. 노사 화합과 현장 경영을 토대로 그는 중공업분야에서 ‘신인’이라는 우려를 씻고, 굵직한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고 있다. 최승철(57)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77년 두산메카텍의 전신인 두산기계에 입사한 뒤 기계업종 외길을 걸어왔다. 김홍구(59) 두산산업개발 사장은 건설사 사장 가운데 흔치 않은 수주영업 전문가로 통한다.‘똑똑하지만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 두뇌회전이 빠른 명석한 사람’이라는 뜻에서 ‘똑게’로 불린다. golders@seoul.co.kr ■ 6형제가 좌장… 이사회보다 막강 두산가(家)의 가족회의는 좀 특별하다. 단순히 형제간 화합과 우의를 다지는 모임일 뿐 아니라 사실상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그룹의 중요 결정 사항은 가족 회의에서 정해진다. 이 때문에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가족회의는 평상시 한 달에 한 번씩 3대(3∼5세)가 모여 선친 박두병 초대 회장이 강조한 ‘가화만사성’을 되새기며, 인화와 우의를 다진다. 가족 중 그룹경영 참가 선수인 ‘박용곤-용오-용성-용만’뿐 아니라 박용현 서울대 의대 교수(전 서울대 병원장)와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 등 ‘용’자 돌림 6형제가 가족회의의 좌장들이다. 집안 대소사 등이 화젯거리로 등장하지만 경영이나 사업 얘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룹에 위기가 오거나 비상 사태, 중대한 경영 결정을 내릴 때 열리는 가족회의는 ‘숨겨진’ 비공식 최고 기관이다. 경영진에 대거 포진한 ‘원’자 돌림의 4세들도 이런 경우엔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표시한다. 이 때문에 각 계열사 이사회는 가족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추인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두산 오너가가 고작 5%대의 지분으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셈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그룹 경영과 관련된 모든 중요한 결정은 가족회의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형제의 난’ 기폭제도 사실상 가족회의에서다. 지난 5월 열린 가족회의에서 용곤 명예회장은 용오 회장 일가의 두산산업개발에 대한 M&A(인수합병) 시도 대가로 그룹 회장 교체를 언급했으며, 지난달 가족회의에서 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 추대와 용오 회장의 퇴진을 최종 결정했다. 당시 가족회의는 보안요원이 배치되는 등 살벌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회의의 경영 행위에 대해 “기업을 가족 소유물로 여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시민단체와 두산 노조 등은 “가족회의를 통해 그룹의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전근대적 족벌경영 체제가 두산그룹의 현주소”라며 기업을 족벌의 사유물로 여기는 이같은 그룹 체제는 즉각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4세들도 분기별로 한번씩 ‘패밀리 미팅’을 갖고 우애를 나눈다. 모임의 주관은 장자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이 맡고 있다. golders@seoul.co.kr ■ 두산가 4형제 경영스타일 ‘아름다운 형제’에서 한순간에 ‘돈 앞에 형제도 없는’ 처지로 추락한 ‘박용곤-용오-용성-용만’ 4형제의 성격과 스타일은 어떨까. ▲ 2000년 초 우애 깊은 형제였던 박용오(오른쪽) 전 회장과 박용성(왼쪽) 회장, 박용만 부회장 등 3형제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용곤 명예회장은 집안의 장자로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그러나 그의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용오 회장이 ‘반란’을 일으킨 것은 그의 통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묵한 성품으로 말이 거의 없다. 내부 회의에서도 말을 듣는 입장이지 먼저 ‘입’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 임원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그를 가장 어려워한다. 그는 또 게임의 룰을 중요시 여긴다. 용오 회장의 이번 행위에 대해 “가문에서 빼버리겠다.”고 강경 대응한 것도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이라는 집안의 원칙을 깬 데 대한 분노로 보인다. 그는 골프에서도 룰과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는 두번 다시 골프를 치지 않는다. 용오 전 회장은 어느 자리에서나 격의없는 대화와 만남을 좋아한다. 체면보다 실리를 챙기는 스타일이다.‘형제의 난’ 역시 이같은 그의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 그는 미식가이자 애주가로 통한다. 술을 통해 상대의 스타일이나 됨됨이를 파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장 근로자들과도 곧잘 술자리를 갖고 어울린다. 그의 애주론은 이렇다.“술은 백년지기를 만나는 마음으로 즐겁게 마시면 오히려 호쾌해져 건강에 도움이 된다.” 용성 회장은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정부와 재계, 사회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때마다 비유를 동원하는 그의 발언은 화제가 된다. 어느 사업이 좋다면 경쟁 업체를 무조건 따라서 투자하고 보는 풍토를 비판한 ’들쥐떼론’과 전통 산업은 외면하고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만 좇는 기업 풍토를 비튼 ‘첨단병론’ 등이 대표적이다. 또 소탈하면서도 집념과 추진력이 대단하다. 박 회장은 1995년 세계유도연맹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서울에 돌아갈 생각하지 말고 모두 창 밖에 뛰어내리자.”고 할 정도였다. 그는 사진과 음악을 좋아한다. 해외출장 때는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틈만 나면 사진을 찍는다. 또 클래식 마니아로 소장한 CD만 2만장이 넘는다. 용만 부회장은 꼼꼼히 따져 보고, 분석하는 일을 좋아한다.2002년 디스크 수술 이후 의사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했을 때다. 강사의 수영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하고 분석했으며, 과도한 수영 연습으로 어깨 근육이 찢어지기까지 했다. 그는 또 재계의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통한다. 냉철하고 전략적인 그의 성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두산의 구조조정 10년 동안 15개 기업의 M&A를 진두지휘한 경험을 책으로 풀어내면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운이 작용하는 ‘감(感)의 경영’을 싫어한다. 경영은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사설] 문의장·국정원 말 왜 다른가

    국민의 정부 때도 4년 동안 조직적으로 도청을 했다는 국정원의 고해성(告解性) 발표에 대해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어제 “그 시절 불법 도청이 전혀 없었다.”고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문 의장은 국민의 정부 초기에 1년여 국정원 기조실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권의 주요 직책을 두루 맡아 왔다. 이런 인물이 국정원 발표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으니 국민으로서는 어느 말을 믿어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문 의장이 국정원의 불법도청 사실을 알고도 부인한 것이라면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밖에 안 된다. 불법도청은 있었는데 문 의장의 주장처럼 자신만이 몰랐다면 이것도 문제다. 국정원 기조실장도 모르게 불법도청이 이뤄지고, 관련 예산이 집행됐다면 국가정보기관의 운영 통제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하기 어렵다. 어느 쪽이 됐건 문 의장의 발언은 역대 정권이 범한 도청의 실상을 명백하게 밝혀 내야 하며 이를 위해 수사에 성역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이번 국정원 발표로 검찰은 ‘안기부 X파일’을 작성한 문민정부의 인사들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부의 주요 인사들까지 수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 대상에는 이 기간 국정원의 원장, 국내담당 차장, 기조실장을 지낸 인물들이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할 것이다. 이 중에는 특히 문희상·이강래씨 등 현 정부의 유력 인사들이 포함돼 있으므로 검찰은 수사 결과에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와 관련, 검찰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를 중심으로 수사팀을 보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안2부는 국정원의 불법도청 고발 사건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전력이 있다. 사안의 중대성으로 보나, 수사 규모의 방대함으로 보나 현 체제 보강만으로는 부족하다. 대검 중심으로 수사진용을 새로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검찰은 명운을 걸고 이번 사건의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도 정략적 접근을 중지하고 특별법 검토 등을 서둘러 주기 바란다.
  • [도청 파문] “현정권 정치적 승부수” 음모론

    국가정보원 발표 직후 충격에 빠졌던 민주당과 ‘DJ진영’은 시간이 흐를수록 현 정권의 ‘보이지 않는 손’에 강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X파일 사건을 정치적 승부수로 이용하기 위해 국정원 발표에 개입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종필 대변인은 7일 논평에서 “이번 발표의 형식은 국정원의 자기고백이지만, 내용은 참여정부의 국민의 정부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노무현판 역사 바로세우기의 시발점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유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취임초 대북송금 특검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김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겨냥하는 것이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의 한 측근도 정치적 음모론을 거론하며 “현 정권이 DJ와 단절하기 위해 제2의 대북송금 사태로 가는 게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8일 대표단 회의를 열어 현 정권의 불법도청 검증 작업에 정부 여당이 동의하지 않는 이유와 ‘DJ정부 도청’ 사실을 미리 알고도 정치적 판단에 따라 뒤늦게 공개했다는 의혹 등을 제기하며 역공에 나설 태세다.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베일벗는 도청] “장관시절 나도 휴대전화 도청 걱정”

    5일 ‘안기부 X파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은 “진실을 고백하는 게 참으로 어려운 문제였다.”면서 “밤에는 잠도 오지 않았다.”고 착잡한 심경을 피력했다.“고뇌가 많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숨기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여론에 떠밀려 고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면서 “자기 고백은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는 반성의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이날 공식 기자회견과 언론사 국장 간담회에서 조사 과정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냈다. 그는 “취임한 지 열흘 만에 X파일에 대해 보고받고, 속이 무척 상했다.”면서 “외부에 알리기 어려운 사안이지만, 솔직하고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국민 충격우려해 도청사실 부인 조사 과정에서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았음도 내비쳤다. 그는 “X파일의 핵심 보고라인에 있었던 천용택 전 국정원장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고, 오정소 제1차장은 ‘말을 않겠다.’며 침묵을 지켰다.”고 전했다. 특히 “나머지 전·현직 직원 일부도 ‘죽을 때까지 가슴에 묻고 가겠다.’는 입장이어서 조사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도청실태 공개와 관련해 “안기부나 국정원 특성상 (국가 안위를 위해)합법적인 도·감청에 관여하는 직원들이 ‘그럼 우리는 뭐냐.’고 반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도청팀 직원들은 정확한 정보는 (도·감청)그런 데서 나오는 것이라며 그런 작업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면서 “이로 인해 어느 시점에 갑자기 도청을 중단하지 못했고,DJ정부에 들어서도 규모나 범위는 줄었지만 계속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감청장비 2002년 3월 완전 폐기 그는 “나도 (법무)장관 시절에 휴대전화 감청을 걱정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고,“원장에 취임한 뒤 확인해보니 유선전화는 감청해봐야 별 가치가 없어 안 하고 있고, 휴대전화 감청도 2002년 3월 이후에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불법 감청에 사용됐던 장비들도 이때 완전 폐기됐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휴대전화 감청을 계속 부인했던 이유로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국민에게 줄 충격을 우려해 거짓으로 일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도청팀장을 지낸 공운영씨와 관련해 김 원장은 “재직 중에 얻은 정보를 빼내 어떻게 장사를 하려고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사람으로 치면)‘속옷’과도 같은 것인데 도덕적으로 이미 붕괴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법적 처리여부에 대해서는 “공소 시효가 끝난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DJ땐 합법도청하다 일부 불법 범한것” YS와 DJ시절의 불법 도·감청 실태에 대해서는 “감청과 도청을 구분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정부(DJ)시절은 합법적 감청을 하다가 일부 불법 감청을 한 것이며, 문민정부(YS)때는 미림팀에 의한 (음식점 등지에서의) 도청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원장은 “국가안보를 위해 합법적인 감청이 필요한데 도·감청 논란으로 감청을 못해 안보 관련 수사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면서 “앞으로 통신비밀보호법 등의 개정이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DJ정부도 4년간 도청

    DJ정부도 4년간 도청

    김영삼 정부는 물론 김대중 정부 때도 4년여 동안 불법 도·감청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적 가능 여부로 논란을 빚어온 휴대전화 도·감청도 1996년 1월부터 자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은 5일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옛 안기부 X파일 사건’과 관련해 이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미림팀’으로 불렸던 도청팀의 전·현직 직원 43명과 이들의 도청 실태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국민 사과 성명도 냈다. 두 전 정권 때의 휴대전화 등 도·감청이 사실로 밝혀지자 정·재계와 언론계 등 도·감청 대상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면서 ‘X파일’ 파문도 확산될 전망이다. 또 국정원은 불법 도·감청이 지난 2002년 3월 완전 중단됐으며, 청와대도 “참여정부에서는 불법 도청이 없다.”고 밝혔으나, 현재에도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여전히 논란이 예상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림팀은 김영삼 정부 초기인 1993년 7월 해체됐다가 1994년 6월 공운영 팀장 등 3명으로 다시 구성돼 1997년 11월까지 3년5개월간 활동했다. 이들은 여당 내부와 양김(김영삼·김대중)씨 측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주요 인사의 동향을 주로 도·감청했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이날 회견에서 “안기부의 도청 작업이 김영삼 정부 말기가 아닌 김대중 정부 들어서도 2002년 3월까지 실시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이후 신건 국정원장 재직 중에 도청 작업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도·감청과 관련해 그는 “기지국을 중심으로 반경 200m 이내와 도청 대상을 정점으로 120도 범위 내에서는 도·감청이 가능하다.”고 밝혀 처음으로 시인했다. 한편 국정원은 조사대상자 43명 가운데 전직 직원 18명, 현직 18명, 일반인 4명 등 40명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으며 21명에 대해 출입국 규제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천용택 전 원장을 직접 대면 조사하지는 못했다.”며 “천 전 원장은 전화 통화에서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개입 여부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김승규 국정원장은 이날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과성명을 발표한 뒤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으며 압수수색도 받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배석한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감청 중단 후 감청자료가 1개월 내 모두 소각됐으며 감청 자료를 인지할 수 있는 범위가 극소수에 불과해 그 여부는 지금 단계에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2년 3월 이전 당시 노무현 후보를 비롯한 대선 후보들에 대한 감청 여부에 대해 “일부 불법감청이 있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감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역대정권 도·감청 행각, 지금은 없나

    문민정부 시절뿐 아니라 국민의 정부에서도 4년간 불법 도·감청이 계속됐으며, 휴대전화 감청이 가능하다는 국가정보원의 발표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역대 정권이 누차에 걸쳐 “불법 도·감청은 없고 휴대전화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지만 모두 거짓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민의 정부에서도 도·감청이 지속된 이유를 “정확한 정보는 도·감청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고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차별 도·감청 공포 속에서도 ‘설마’했던 국민들로서는 국가의 이율배반적인 행위에 배신감을 곱씹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정원 발표를 보면 문민정부 시절 비밀도청조직인 ‘미림’팀이 부활하게 된 동기도, 국민의 정부에서 불법 도·감청이 지속된 이유도 상급자의 고급 정보 욕구 때문이었던 것으로 돼 있다. 정보기관의 속성상 살아움직이는 고급 정보를 많이 확보해야만 출세할 수 있었던 구조와 무관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 초기 안기부를 국정원으로 개편하면서 정치사찰과 도청의 최대 피해자가 자신임을 상기시키며 불법도청을 포함한 국내 정치사찰금지 등을 강조했음에도 정작 국정원에서는 이행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국정원은 휴대전화 도청 및 이동감청 장비 폐기 사례 등을 적시하며 2002년 3월 이후에는 불법적인 도·감청은 없다고 단언했다. 청와대 역시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정보를 일체 받지 않는 만큼 실무선에서 그런 유혹을 느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말로 도·감청 존재를 부인했다. 하지만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던 역대정권들도 음지에서는 독재정권 시절의 ‘관행’을 지속했던 것으로 드러난 이상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도청은 기술이 확보돼 있고, 타인을 감시하려는 권력의 속성이 지속되는 한 언제든 또다시 되살아날 수 있는 악령과도 같은 존재다. 따라서 우리는 안기부 X파일 사건과 국정원의 도·감청 고백을 계기로 국가권력기관의 불법 도청행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먼저 실체가 규명돼야만 재발방지책 마련과 더불어 잘못된 과거에 대한 화해와 용서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가슴에 묻고 가겠다.’는 식의 관련자들의 대응은 잘못됐다. 지금이라도 참회하는 심정으로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할 것을 촉구한다.
  • “X파일 공개” 외치며 특별법 vs 특검법 대치 팽팽

    “X파일 공개” 외치며 특별법 vs 특검법 대치 팽팽

    여야는 4일에도 X파일을 공개해도 좋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해법을 놓고는 팽팽히 맞섰다. 특히 이날에는 파일 공개에 대한 상대방의 진정성에 공개적으로 흠집을 내는 등 이전과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다. ‘특검’과 ‘제3의 기구’로 맞서고 있는 형국에 별 진전이 없자 ‘대국민 설득전’을 ‘헐뜯기’로 전환한 듯한 인상이다. ●與 “한나라당 공개 두려워하나”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장 비서실장은 이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테이프 내용이 공개돼도 상관이 없다고 발언했지만, 한나라당은 테이프 내용 공개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며 “국민적인 여론을 모아 테이프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법의 각종 한계를 집중 부각시켰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특검이 도청테이프 내용 공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자는 의견에 대해 “위험한 발상으로 특검 한 사람에게 그런 권한을 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野 “與, 입맛에 맞는 것만 공개 의도” 한나라당은 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제3기구가 여권에 의해 편파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각 당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된 민간기구에서 공개 여부를 결정하자는 여당의 특별법 제정 주장은 다수를 추천한 열린우리당 뜻대로 입맛에 맞는 것만 공개하려는 정략적 의도가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정권과 여당은 스탠스가 복잡하고, 사심이 많다.”고 비난했다. 자민련 이규양 대변인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같은 뿌리로 당명을 바꾸었다고 그 책임이 없어질 수 없다.”면서 “그럼에도 내용 공개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가 있다면 우월적 권력을 이용, 자신들의 어두운 부분을 감출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특별법 vs 특검법 따로 행보 여야는 이렇듯 각종 ‘논리전’을 펼치다 여의치 않으면 바로 각자의 행동으로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실무자 회의를 통해 조만간 특별법 내용을 확정한 뒤 야당과의 협상에 나서는 등 법안 강행을 본격화할 분위기다. 문병호 법률담당 원내부대표는 “실무작업을 통해 특별법 내용을 확정할 것”이라면서, 특별법 제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처벌하지 않던 행위를 특별법을 통해 처벌토록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처벌 대상인 행위를 정책적인 판단으로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역시 4야간 특검법 절충이 어려워지면 빠르면 5일 중 단독으로라도 특검법안을 제출키로 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274개 테이프뿐 아니라 흩어져 있는 테이프가 있으면 다 공개해도 좋다.”면서 “다만 공개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특검이 하도록 맡기자. 특검이 공익적 요구나 국민의 알 권리에 따라 공개할 수 있는 것은 공개하면 된다.”고 의지를 다졌다. 전광삼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景氣이끌 ‘선장’이 없다

    景氣이끌 ‘선장’이 없다

    8월들어 국제유가와 환율 등 대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성장의 한 축인 내수는 수출 하락세를 만회할 수준이 못되고 투자는 2년 넘게 뒷걸음질치는데도 정부와 기업들은 서로 ‘네탓’ 타령만 하고 있다. 더욱이 민생문제에 귀기울여야 할 정치권은 ‘연정’과 ‘X파일’ 등 소모적인 정쟁에만 몰두,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한다는 지적이다. 이러는 사이 우리나라의 국가 기술력지수는 주요 13개국 가운데 8위로 10년째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고유가 하반기 최대 악재 한동안 주춤하던 국제유가는 2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 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9월 선물가는 배럴당 61.89달러로 마감됐다. 장중 최고치인 62.3달러에 못 미쳤으나 종가 기준으로는 1983년 선물거래 이후 최고가다. 국내 원유도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도 54.98달러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가 연간 수입하는 원유는 8억배럴로 상반기 원유 수입액은 230억달러로 추산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60억달러가 많고 올해 전체로는 100억달러가 더 들어갈 전망이다. 유가상승은 가계의 소비지출에 부담을 주고 국제수지를 악화시켜 국내 통화량 감소에 따른 금리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소비와 투자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뜻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4·4분기(10∼12월) 세계 원유공급은 하루 11만배럴씩 부족해 유가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정제시설도 일부 가동이 중단됐고 파드 빈 압델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사망으로 중동 정세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고조돼 당분간 우리 경제는 고유가의 파장에서 벗어나기가 어렵게 됐다. ●원·엔 환율 910원 붕괴 3일 원·달러 환율은 1020원선이 붕괴돼 1010원대 후반에서 거래됐다. 특히 원·엔 환율은 910원선이 무너져 909원에 거래되는 등 98년 8월27일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선업 등 일본과 경쟁하는 수출업체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환율이 떨어진 것은 특별한 재료가 있어서라기보다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적어진 게 아니냐는 심리가 팽배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1일 중국 위안화가 2.1% 절상되면서 원화 환율은 하락하다가 곧 상승세로 반전됐다. 하지만 엔화만큼 상승력이 크지 않은데다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원화 환율은 이날 급락했다. 산업자원부는 달러화 약세 등에도 하반기 수출은 철강과 섬유만 빼고 대부분 쾌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 위안화가 15% 안팎 저평가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위안화 10%의 추가 절상이 예상되고 원화도 동반절상, 환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국내 수출업체는 중국경기 위축에 따른 대중(對中)수출 감소와 교역조건 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 ●소모적 논쟁이나 정쟁은 더이상 없어야 국내 설비투자는 2002년 이후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했다. 올해도 5월을 제외하고는 감소폭이 커졌다.6월에는 2.8% 감소했다. 그럼에도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는 원인에 대해 정부는 ‘기업의 무사안일’, 기업은 ‘정부 규제’ 탓을 하고 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현금 70조원을 보유한 기업들은 언제까지 규제 탓만 할 것이냐.”며 기업들을 질타했다. 이에 기업들은 “수도권 공장 신설을 틀어막는 등 여건은 마련하지 않고 투자만 하라고 다그친다.”고 맞받아쳤다. 정치권도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제안과 ‘X파일’의 공개 여부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한편 미 MIT가 미국내 특허등록 및 이용 회수 등을 활용해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 기술력 지수는 1994년 9위에서 2003년 8위로 한 단계 상승하는데 그쳤다. 경쟁국인 타이완은 8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통신과 반도체가 3,4위를 차지했을 뿐 자동차와 전자의료, 바이오 분야는 10위에 그쳤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사설] X파일 수사, 신속 공정이 관건

    옛 안기부 X파일에 대한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검찰의 공언과는 달리 시민단체 등에서는 수사가 미온적일 뿐 아니라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고발의 핵심이 유출된 테이프로 확인된 삼성그룹의 불법대선자금 전달 의혹임에도 테이프 유출자 수사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다.‘삼성 봐주기’라는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에만 얽매여 압수된 테이프 274개와 녹취록에 담긴 불법내용에 대한 조사를 미적거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각도 있다. 물론 검찰의 입장에서 보자면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배되고 공소시효도 확실한 도청테이프 유출부분부터 수사한 뒤 비밀도청조직 ‘미림’팀 부활, 도청테이프 제작, 활용, 보고라인, 국민의 정부 시절 뒷거래 등을 조사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 특히 미림팀 부활 이후의 대목은 국가정보원의 협조가 필수요건인 만큼 국정원의 조사가 먼저 마무리돼야 하고, 조사자료를 넘겨받는 것이 급선무다. 이번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한 것도 국정원과의 업무 협조를 감안한 조치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검찰이 특별법과 특검법 제정으로 맞서고 있는 정치권의 풍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등 여론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피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검찰은 정치권의 논란에 상관없이 최대한 신속하고도 공명정대하게 수사를 진행하면 된다. 정치권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도청테이프에 담긴 주요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공통분모가 확인된 이상 테이프에 대한 내용 분류를 미리 해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합법성만 뒷받침된다면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속하고도 공정한 수사를 통해 특검 논란을 잠재웠던 대선자금 수사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검찰 수뇌부가 외풍을 온몸으로 막고 수사팀은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진상에 접근한다면 검찰 수사가 불신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X파일 수사에 검찰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 [도청테이프 파문] X파일 보도 오늘로 보름째… 3대 관전 포인트

    우여곡절 끝에 옛 안기부 미림팀의 실체가 언론에 첫 보도된 지 4일로 보름째를 맞는다. 매머드급 태풍으로 혼돈에 빠져 있던 정치권은 서서히 현실 진단과 상황 타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정치권 주변에서는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기 위한 단초로 3가지 정도의 접근법이 논의되고 있다.X파일의 3대 관전 포인트를 살펴 본다. ■ 누가 자유롭나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 내용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각 정파간 분위기는 사뭇 엇갈리고 있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3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내용 공개에 가장 자유로운 당이 있다면 그것은 열린우리당”이라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X파일 내용이 전부 공개돼도 상관없다.”고 적극성을 보였다. 당시 여권이나 제1야당 출신 인사들의 반응은 뚜렷이 대비된다. DJ의 측근인 배기선 사무총장은 “민주화 운동의 동반자라고 여긴” YS나 “DJ에게 엉뚱한 정치공세를 펴는” 한나라당쪽에 대립각을 세우는 등 다른 지도부와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DJ와는 달리 YS는 방어사격조차 없이 직접 포화를 맞고 있어 격세지감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1세기 경영인클럽 세미나 강연 직후에는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아이고, 덥네.”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현 정권 실세들은 찬밥을 먹던 시절”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은 그만큼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번 사안을 풀어 나갈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누가 이용했나 복수의 정치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림팀의 총지휘자는 ‘소통령’으로 행사한 김현철씨로 압축되는 느낌이다. 김씨는 주요 인사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서울 도심의 한 호텔 간부 출신인 김기섭씨를 도청작업을 위해 안기부 직원으로 특채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옛 여권의 핵심 인사는 “당시 여당 주요당직자가 몇 차례 보고서를 받았다. 단순 정보보고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미림팀의 도청 내용이었다.”면서 “도청은 김기섭씨를 비롯한 안기부 라인이 맡고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도청내용은 김씨가 대통령인 아버지로부터 정치적 신임을 얻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 안기부장은 항상 김씨보다 한발 늦게 주요 사안을 보고하는 바람에 질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주요 정치인과 언론사 간부들이 ‘소통령’의 위세를 우려하며 주고받은 대화 내용도 김씨에게 ‘접수’돼 한발 빨리 아버지를 설득할 수 있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 누가 ‘방울’다나 또하나 주목할 점은 이번 X파일 사건 초반에 주목을 받았던 ‘삼성’이 시간이 흐르면서 거의 실종되다시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삼성과 정치권의 유착관계를 부각시키는데는 쉬쉬하고 있다. 여권의 핵심 인사는 “그동안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금기로 여겼던 이건희 체제와 삼성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하지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털어놨다. 그나마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온 의원들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재벌 금융기관이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 지분을 5%로 제한토록 하는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재벌의 금융지배 부분을 정리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삼성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면서 “9월 정기국회에서 우선 논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삼성의 불법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당 차원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별렀다. 박찬구 박지연기자 ckpark@seoul.co.kr
  • [도청테이프 파문] 野 “특검법 내일쯤 제출”

    [도청테이프 파문] 野 “특검법 내일쯤 제출”

    한나라당·민주노동당·민주당·자민련 등 야(野)4당은 3일 옛 안기부(현 국정원)의 불법도청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검사제를 도입키로 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제의한 불법도청사건 진상 규명 특별법에 대해서는 당별로 뚜렷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특검법, 정기국회서 공조 처리키로 야 4당은 이날 비공식 접촉을 통해 빠르면 5일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하고,4일 오후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을 갖기로 했다. 야4당은 특검법안 처리를 위한 8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지만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벽에 부딪히자 정기국회에서 공조 처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염창동당사에서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를 열어 특검제 도입 방침을 재확인하고, 다른 야당과 공조해 이번주 안에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다른 야당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단독으로라도 제출할 방침이다. 민노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도 ‘X파일’ 수사의 중립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서는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노당 천영세 의원단 대표와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전화 접촉을 가진데 이어 한나라당과도 비공식 접촉을 갖고 특검 공조를 사실상 합의했다. 특히 천 대표는 김원기 국회의장을 만나 특검 도입 및 국정조사 실시를 위한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4당은 그러나 특검 대상과 증인 선정 등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어 단일안을 마련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법, 각당 입장 명확히 엇갈려 열린우리당이 추진중인 특별법에 대해서는 야 4당이 상당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불법 도청내용 수사는 특검에 맡겨야 하고, 도청내용 공개여부도 특검법에 반영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특별법은) 야 4당이 특검을 하자고 하니까 당황해서 맞불을 놓은 것으로 물타기를 하기 위해 그런 것”이라며 “특별법 관련 협상에 응할 생각이 없다.”며 여당의 제안을 일축했다. 민주노동당과 자민련은 특별법 제정에는 찬성하지만, 도청내용 공개 주체로 ‘제3의 민간기구’를 설치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도청내용 공개 주체는 특검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여당이 제안한 한시적 특별법 제정을 전폭 수용키로 하고, 특별법에 ▲민간 중심의 9인 위원회 구성 ▲테이프 내용 공개여부에 대한 위원회의 다수결 결정 ▲타인에 대한 모욕 등 인격적 범죄, 인간관계와 성관계 등 사생활, 범죄가 아닌 개인적 대화 등의 공개 금지 ▲위원회 구성원의 비밀 누설시 현행법보다 가중 처벌 등의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도청테이프 파문] 박지원씨 “인사청탁 거절… 국정원 신고”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테이프 유출’이라는 계곡을 건너 ‘김대중 정권시절 누설’이라는 능선에 올라탔다. 검찰이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을 전격 소환해 조사한 것은 DJ정부 핵심 실세들이 불법 도청테이프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와 이를 ‘활용’했는지를 수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천용택 전 국정원장 금명 소환 박 전 장관 조사가 마무리되면 다음 수순은 천용택 전 국정원장으로 옮겨가게 된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최근 박 전 장관이 재미동포 박인회(58)씨로부터 녹취록 등을 건네받은 뒤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에게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박 전 장관은 3일 기자들과 만나 이에 대해 일부 해명했다. 그는 “박씨가 녹취록을 갖고 찾아와 전 안기부 직원의 인사청탁을 해 곧바로 돌려보냈다.”면서 “당시 천 원장에게 자초지종을 말했고, 이후 국정원 직원이 와서 녹취록, 테이프 등을 갖고 갔다.”고 말했다. 천씨에게 결과를 물어보니 ‘녹음테이프를 전량압수해 소각폐기했다. 테이프가 많았다.’는 답을 하더라는 게 박 전 장관의 설명이다. 검찰은 천씨에게 당시 전후 사정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천씨와 관련해선 미림팀장 공운영(58)씨와의 ‘뒷거래설’까지 나온 상태다. 특히 천씨는 1999년 12월 기자들과 만나 X파일 내용과 유사한 “정치자금법 개정 이전에 삼성이 DJ에게 대선자금을 건냈다.”는 말을 해 구설에 올랐다. 당시 천씨의 발언이 불법도청 자료를 기초로 한 것이라면 통신비밀보호법의 누설금지 조항을 적용, 사법처리할 수 있다.●검찰수사,‘유출-누설-불법도청-내용’순서가 될 듯 검찰이 이처럼 DJ정부 시절의 정보누설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유출 수사’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검찰은 유출의 핵심 인물인 공씨는 물론 재미동포 박씨의 신병까지 확보했다. 검찰이 박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사건해결의 핵심인물이 해외도주해 실체를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은 ‘유전 사건’의 재판이 될 수도 있었다.결국 이번 수사는 도청테이프 유출→DJ정부 시절 누설→안기부의 불법 도청 등으로 초점 이동을 해 ‘테이프 내용’에 대한 결론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세계의 도청 실태] 美, 지구촌 통신망 70% 24시간 감시

    [세계의 도청 실태] 美, 지구촌 통신망 70% 24시간 감시

    지난 2001년 9·11테러 전날 “엄청난 일이 다음날 터질 것”이라는 아랍어 통신 2건이 위성 감청망 에셜론(Echelon)에 포착됐지만 이 내용을 번역하는 데 이틀이나 걸리는 바람에 미 보안당국은 참사를 막아내는 데 실패했다. 국내에서 ‘안기부 X파일’에 따른 불법 도청 파문이 연일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전문 비즈니스 위크 최신호(8일자)는 커버 스토리로 9·11 이후 더 광범위해지고 일상화된 도·감청 및 감시 시스템을 집중 조명했다. ●더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9·11테러 정보 분석에 실패한 것은 에셜론의 하루 수집 정보가 미 의회 도서관 문서의 10배여서 이를 분류하고 가중치를 둬 분석하는 데에만 엄청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9·11 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정보들은 이제 12시간 안에 번역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에셜론을 주관하는 미 국가안보국(NSA)은 실시간 번역과 분석을 목표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에셜론의 정보를 바탕으로 그동안 3000여명의 알 카에다 관련자를 체포함으로써 100여건의 테러를 예방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자평하고 있다. 영국에선 런던 50만대를 비롯,400만대의 카메라가 길거리, 공원과 정부 건물 등을 샅샅이 비춰 수상한 이를 즉시 가려내고 있다. 공상과학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일도 차츰 현실화되고 있다. 현관에 설치된 ‘인공코’를 이용, 누군가의 머리카락에 남겨진 폭약 흔적을 추적할 수 있거나 저수지에 떠있는 조그만 센서로 단파나 무선 신호를 감지할 수도 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걷는 모양이나 귀 형태를 보고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까지 등장했다. ●유엔, 도감청 기술과 방지 기술의 경연장 뉴욕 유엔본부는 세계 최고의 ‘스파이 소굴’ 역할을 하고 있다. 본부 건물뿐만 아니라 191개 회원국 공관이 입주해 있는 바로 옆 건물과 유엔 직원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식당, 자동차에는 도·감청 장치 또는 방지장치가 설치돼 있다고 보는 것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새로 부임한 이들은 사무실과 집, 차에 도청 방지장치를 달 것을 맨먼저 동료들로부터 조언받는다. 건물 옥상들에는 다른 나라 외교관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세워 둔 안테나들이 숲을 이룰 정도다. 공원이나 식당에서 외교관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스파이들은 ‘입술 읽는 훈련’을 받은 이들을 활용하기도 한다. ●전자코 등 미래의 감시기술 비즈니스 위크는 숨겨진 총이나 칼을 촬영할 수 있는 초미세 열파 카메라, 종전의 지문 날인 시스템보다 위조가 어렵도록 일본 후지쓰사가 개발 중인 손바닥 동맥 인식 시스템 등이 곧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몇년 후에는 무기나 폭약을 숨긴 사람에게서 나오는 고주파를 감지하는 T레이 카메라가 실용화될 것으로 보았다. 또 버팔로 대학 연구팀은 숨이나 땀 등에서 특정 냄새를 가려내 이를 레이저로 분석하는 전자코를 개발 중이다. 이 장비는 냄새를 맡아 신원을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질병 감염, 나아가 여성의 임신 여부까지 가려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에셜론이란 에셜론은 미 NSA가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보기관과 함께 운영하는 감청 시스템으로,120여개의 첩보 위성을 통해 전세계 전화와 휴대폰, 팩스,e메일 등을 감시한다. 최근에는 인공위성뿐 아니라 초단파 송수신탑, 광케이블로까지 확대돼 전세계 통신망의 70%를 커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위크는 “하루에 미 의회 도서관 자료의 10배에 해당하는 정보를 도청한다.”고 보도했다. 음성인식 기능이 있는 에셜론의 슈퍼 컴퓨터는 ‘테러’,‘폭발’,‘암살’ 등의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거나 특정인의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골라 감청한다. 또 ‘데이터마이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서로 동떨어져 있는 정보들간의 유용한 상관관계를 발견해 내기도 한다. 중심 기지는 미국이 아니라 영국 요크셔 맨위드힐에 있고 미국인 1000명 이상이 투입돼 매년 200억달러의 예산을 쓰고 있다. 에셜론의 실체는 1998년 영국 출신 기자인 덩컨 캠벨이 유럽 의회에 통신감청 의혹을 제기해 처음 밝혀졌으며,2001년 유럽 의회가 에셜론의 상업적 이용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보고서를 냄으로써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원래는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비밀암호를 캐기 위해 미·영 등이 첩보협정을 맺은 데서 출발해 이후 공산권 감시를 위해 본격 운영하게 됐다. 그러나 점점 더 기업 비밀과 경제 정보도 무차별적으로 수집, 미국이 거대 입찰과 조달 계약 등 민간 경제 정보를 빼내 자국 기업에 넘겨준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미국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자국 기업의 공정한 거래를 위해 뇌물 거래 정보를 수집한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이에 따라 유럽 의회는 회원국들에 에셜론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암호 사용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고 영국에는 에셜론 탈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미국을 도와 감청망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도청테이프 파문] 검찰 ‘솔로몬의 해법’ 고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안기부 X파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두 현안을 놓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MBC 이상호 기자에 대한 사법처리. 이 문제를 놓고 검찰이 과연 어떤 ‘솔로몬의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압수수색, 당위성 vs 효율성 검찰은 국정원 압수수색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국정원 수뇌부가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의 의지도 확실하고 협조도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압수수색의 필요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국정원에서 하고 있는 불법도청 조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압수수색 등 국정원에 대한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날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자체 조사 보고의 내용이 미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검찰 주변에서는 압수수색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하지만 “압수수색만이 능사가 아니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검찰 관계자의 말처럼 압수수색에 어려움도 있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설령 영장이 나왔다고 해도 정보기관의 특성상 국정원의 협조 없이는 압수수색 장소를 특정하기도 힘들다.●이 기자 사법처리, 통비법 vs 알권리 소환조사가 한 차례 미뤄진 MBC 이 기자의 사법처리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검찰관계자는 “일단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지만 조사를 하면서 신분이 변할 수 있다.”고 말해 사법처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기자에게는 불법 도청자료에 담긴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통신비밀보호법 16조 위반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또 통비법에는 공익성과 진실성이 인정되면 위법성이 없다는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달리 ‘면책조항’도 없다. 반면 시민단체와 MBC 등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이번 사건 보도로 인한 공익성 등을 이유로 이 기자의 사법처리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20조 ‘정당행위’라는 게 근거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X파일 공개하려면 적법성 갖춰라

    옛 안기부 불법도청테이프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는 별도로 정치권은 도청내용에 담긴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 및 공개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도청테이프 공개를 포함한 처리문제를 결정할 민간기구 구성과 공개에 따른 위법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특별법 제정이 위헌 소지가 있는 소급입법인 점을 들어 반대하면서도 법적인 하자가 없다면 공개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위법성을 들어 공개불가를, 민주노동당은 전면 공개와 특검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크게 보면 여당은 특별법 제정을, 야권은 특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이 도청내용을 공개하면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라는 중형 규정을 통해 사생활 영역을 보호하고 있음에도 정치권이 공개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은 여론의 향방이 공개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상상을 초월할 핵폭탄 내용인지, 관련 비리와 당사자는 누구인지 만천하에 공개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다. 단죄를 하든, 용서를 하든 사건의 실체를 알아야 할 것이 아니냐는 반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형식적인 법리론으로 따진다면 불법으로 취득한 장물인 도청테이프는 전량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공개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거스르기 힘든 것도 현실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는 사회적 총의를 모아 결정하되 도청내용 중 중대한 범죄를 수사하고 일부 내용을 공개하려면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권고한 바 있다. 사회적 총의라 하더라도 법 위에 군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종착점인 불법도청이 없는 사회로 한단계 발전하려면 반드시 적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정치권은 지금 속셈은 다를지 몰라도 외형적인 명분은 비슷하게 내세우면서 특별법과 특검으로 맞서고 있다. 여야가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자세로 임한다면 타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한다.
  • [도청테이프 파문] “X파일 DJ시절 경악할 내용”

    [도청테이프 파문] “X파일 DJ시절 경악할 내용”

    여권이 제3의 민간기구를 통해 ‘X파일’의 공개 여부 등을 결정하자고 제안한 뒤 하루만인 2일에는 한시적 특별법 제정을 제시하는 등 사안 처리에 방향을 잡은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한나라당·민주노동당은 2일 X파일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법안을 야4당 공동 발의로 주내에 국회에 제출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테이프 공개에 대해서는 ‘해도 좋다.’는 쪽으로 급선회하면서 기선잡기 공방을 벌였다. ●정치권 “공개해도 좋다” 급선회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여러가지 불법적 부분이 한꺼번에 나타나 현행법과 상식에 따라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사안인 만큼 한시적인 특별법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진상조사와 수사는 검찰에 맡기되, 진실위원회는 테이프 공개와 처리방향만을 다루도록 할 방침이며 진실위원회는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지도층 인사와 학자, 성직자, 문화계 인사들로 구성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여당이 추진해온 ‘제3의 기구’ 구성과 특별법 제정은 특별검사제에 대한 물타기”라고 반발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특별검사법을 제정하면 열린우리당이 주장하고 있는 제3의 기구와 특별법의 문제를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며 “열린우리당은 특별법 제정에 즉각 동의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도 “특검을 실시할 경우 보완적 조치로서 진실위 구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동의할 수 있다.”며 조건부 수용의사를 피력했다. 이와 별도로 한나라당 임태희 원내 수석부대표와 민노당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이날 낮 오찬 회동을 갖고 X파일 특검법안을 5일까지 야당 공동 발의로 제출키로 목표를 정했다. ●“현정권서도 불법도청”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은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X파일에 열린우리당의 모(母) 정권인 국민의 정부 시절의, 전 국민이 경악할 엄청난 사건이 담겨 있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총장은 또 “역대 정권에서 불법도청 행위가 있었고 현 정권에도 있는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열린우리당이 ‘X파일’ 사건을 정략적으로 악용해 한나라당에 수준 이하의 공격을 하고 있다.”며 “열린우리당 대변인이 너무 심하게 한나라당 상처 입히기에 몰두해 같이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비애감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공개 여부가 더욱 민감해지고 있으나 열린우리당은 공개의 전 단계를 밟는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 출신 의원들과 호남권 의원들은 물론 민주당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광삼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도청테이프 파문] 先검찰수사·선별공개 ‘무게’

    [도청테이프 파문] 先검찰수사·선별공개 ‘무게’

    정치권에서 X파일의 수사방법과 불법도청 내용의 공개 문제를 놓고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선(先)검찰수사’와 ‘선별 공개’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식 청문회, 성역없는 공개에 이은 화해와 용서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제3기구와 특별법’방식에는 대체로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영남대 김태일(정치외교학) 교수는 2일 기자와 통화에서 “일단 검찰수사로 실체를 벗겨내고, 미진하면 특검을 하든지 제3의 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든지 해야 한다.”면서 “검찰 수사가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검찰수사가 제대로 되는지 지켜보는 것이 순서”라고 밝혔다. 경희대 서보학(법학) 교수는 “검찰이 우선 국정원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정보를 수집했는지, 그 내용은 어떤지, 어떻게 현실화됐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 윤순철 정책실장은 “검찰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을 해도 좋지만, 무슨 일만 생기면 곧바로 특검으로 가는 선례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연세대 백승민(법학) 교수는 “전형적으로 특검이 다뤄야 할 사안”이라면서 “X파일에는 검사들도 등장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민대 김형준(정치대학원) 교수는 미국식 청문회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국회 정보위 차원에서 청문회를 실시하되 민감한 부분은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청문회 과정에서 문제점이 도출되면 여야 합의로 필요한 부분을 입법화하면 된다.”고 밝혔다. 여당의 ‘제3기구’해법과 관련, 참여연대 이재명 투명사회국장은 “테이프 내용의 공개 문제만 다룬다고 하는데, 진상규명과 공개 문제가 별도로 구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공개할지를 가리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면 제3기구에 적잖은 권한을 줘야 하는데, 굳이 특검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대한변협 하창우 공보이사는 “테이프의 내용을 검증한다는 것은 그 안에 담긴 범죄와 비리를 알아 보기 위한 것인데, 이는 수사기관의 몫이며, 민간 차원의 제3기구가 맡더라도 보안유지가 어렵다.”고 일축했다. 연세대 백승민 교수는 “여당 주장대로 특별법을 따로 만들게 아니라, 특검법에 제3기구나 테이프 내용의 공개 문제를 다루는 조항을 담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도청 내용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공개하되 사생활은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에 많은 전문가가 공감했다.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테이프 내용을 비공개에 부치면 정치권이 서로 ‘정략’운운하며 계속 문제를 제기, 교착상태에 빠지고,9월 정기국회 내내 민생은 뒷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남대 김태일 교수도 “공적 이익과 관련된 것은 성역없이 모두 공개, 진실을 확인한 뒤 화해와 상생, 용서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성균관대 김일영(정치외교학)교수는 “공개하더라도 ‘과거는 다 털고 가자.’고 합의하고 정리해야 하는데, 분명 정치권이 또다시 공방을 벌일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박찬구 박지연기자 ckpark@seoul.co.kr
  • [시론] 도청 권하는 사회/제성호 중앙대 교수

    [시론] 도청 권하는 사회/제성호 중앙대 교수

    안기부의 ‘X파일’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 편의 범죄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정경유착, 권언(權言)연결 등 우리 사회 지도층의 도덕불감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번 사태를 냉정하게 바라볼 때다. 한마디로 우리는 법치라는 관점에서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 상충되는 인권의 조화, 적정한 사법처리, 사회통합 등의 공익을 최대한 구현할 수 있다. 알 권리(공익)가 사생활, 개인적 명예 등의 사익보다 우선한다는 논리에서 방송사의 도청테이프 공개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무시한 불법적 보도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자유민주사회에서 모든 가치의 으뜸은 인간의 존엄성이다. 그러기에 국가가 보장해야 할 제왕적 기본권은 인격권(인간존엄권)이며, 이는 명예의 보호, 사생활 영위, 양심의 형성, 자유로운 의사전달, 통신의 비밀과 불가침 등을 통해 보장된다. 특히 통신의 불가침은 국가안보와 범죄수사를 위해 법에 따라 일부 제한될 수 있다 하더라도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준절대적’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알 권리는 인간존엄성 실현보다는 정당한 주권행사,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수단적·상대적 기본권이다. 따라서 알 권리를 내세워 명예(권) 훼손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헌법 제21조 4항). 더욱이 방송사가 불법 도청테이프에 녹취된 대화내용을 근거로 확정판결을 받기 전까지 무죄추정을 받아야 할 자를 범죄인으로 단정, 실명으로 보도한 것은 방송권력의 횡포나 다름없다. 이밖에 통신비밀 보호 역시 중요한 공익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X파일을 비롯해, 검찰에 의해 전격 압수된 도청테이프는 절대 공개해선 안 된다. 공개 자체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며, 검찰 스스로 범죄행위를 저지를 순 없기 때문이다. 사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진실규명과 사법적 단죄이지,‘판도라의 상자’에 대한 전면 폭로는 아닐 것이다. 다행히 검찰이 도청테이프 내용을 단서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만큼, 엄청난 불법 비리(배임·횡령, 뇌물수수 등)의혹이 그냥 덮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독수독과(毒樹毒果)원칙에 따라 불법 도청테이프는 증거능력이 없다. 검찰은 독립된 증거를 확보해 범죄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그래서 검찰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국가기관의 범죄라 할 불법도청에 있다. 권력자가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이용하려 했고, 안기부가 그런 정치적 요구에 부응한 결과 X파일이 탄생한 것이다. 정부·여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은 지금도 국가정보원에 의해 불법도청이 이루어진다고 의심한다. 설령 국정원이 새롭게 생산하지는 않더라도 권력실세 줄대기용으로 이미 생산된 X파일 같은 것을 먼저 제공할 수도 있고, 또 정치권이 이같은 자료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정적이나 대권 후보 제거를 위해 악용할 수도 있다. 혹자는 이번 파문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 못지않게 ‘현재진행형’일 수 있는 불법도청의 문제를 중시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광장의 삶’ 외에 ‘내실(內室)의 삶’이 있다. 몰래 사생활을 염탐하고 남의 약점을 잡는 일, 그리고 도청 내용을 임의로 폭로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또 그러한 불법이 공익을 이유로 정당행위로 둔갑한다면, 이는 반(反)법치의 용인으로, 결국 ‘도청을 권장하는 사회’로 가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불법도청을 근절하려면 무엇보다 권력자가 이를 이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버리고, 어떤 언론사도 불법적, 선정적 보도 자세에서 탈피해야 한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
  • 삼성본관앞 시위장되나

    삼성 본관 앞마당이 반(反)삼성 여론의 ‘진원지’로 이용되면서 삼성의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동안 본관 앞마당을 집회와 시위의 ‘사각지대’로 두기 위해 들인 정성을 감안하면 삼성으로서는 허탈하기까지 하다. 2일 업계 등에 따르면 ‘X파일 사태’로 이건희 삼성 회장과 삼성을 공격하는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이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잇따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3일 삼성 본관 앞에서 삼성 불법정치자금의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 회장의 사법처리와 오너일가의 경영일선 사퇴 등을 촉구할 방침이다. 민노당이 본관 앞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지난달 26일에 이어 두번째다. 222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언론개혁국민행동도 지난달 26일 삼성 본관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관 앞 보도에서 일주일째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측은 그동안 집회와 시위로부터 본관을 사수하기 위해 ‘환경캠페인’을 이유로 본관 앞 인도를 대상으로 날마다 집회신고를 갱신해 왔다. 그러나 이번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은 집시법상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삼성으로서는 그야말로 허를 찔린 셈. 또 여론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삼성이 합법적인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저지하는 행동을 보여줄 경우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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