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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WTO 개도국 지위 졸업, 농업도 위상 갖추는 계기 돼야

    정부가 어제 우리나라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우리나라는 1995년 WTO 가입 당시 개도국임을 주장했다가 이듬해인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기후변화 분야 외에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공산품과 서비스 등의 분야는 선진국, 농업 분야는 개도국 신분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유지해 왔다. 이는 WTO가 회원국 스스로 개도국 여부를 밝히는 ‘자기선언’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들은 그동안 WTO 개도국 지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급기야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WTO가 개도국 문제를 손봐야 한다고 공개 촉구했다. 이후 브라질과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대만 등이 잇따라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우리 정부 역시 개도국 지위를 고집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자동차를 대상으로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기려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대상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해 달라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문제는 농업 분야다. WTO 개도국 문제는 미래 협상에 관한 것이어서 기존 협상에서 받은 혜택은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당장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새로운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율을 낮추거나 보조금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실제 지금은 수입쌀에 513%의 관세를 부과하고 보조금인 고정·변동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성난 농심을 달래려면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우선 작물과 가격에 상관없이 면적당 일정액을 지급하는 ‘공익형 직불제’ 도입, 전체 예산의 4~5% 수준으로 농업 예산 증액, 농어촌상생기금 확충, 취약계층 농수산물 쿠폰 지급 등 농업계의 요구 사항을 신속하게 검토해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업 분야의 피해를 보전해 줄 지원을 늘리는 것은 물론 체질 개선을 이끌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 및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인 데다 이른바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에 가입한 7개 국가 중 하나다. 농업 분야도 이러한 경제적 위상에 걸맞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밑그림을 다시 짜야 한다.
  • “美 자동차 관세에 대응, 쌀시장·농민 보호 과제”…WTO 개도국 지위 포기 득실(종합)

    “美 자동차 관세에 대응, 쌀시장·농민 보호 과제”…WTO 개도국 지위 포기 득실(종합)

    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25년만에 포기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한국을 개도국이라고 주장할 명분이 떨어져서다.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 달러 등의 우수한 경제 성적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개도국 특혜를 계속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물론 다른 개도국들까지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이 여전히 개도국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 등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미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들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개도국 특혜를 계속 받으려고 무리하기보다는 내줄 것은 내주고 더 많은 실익을 챙기겠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 관세 조치 결정 시한이 다음 달 13일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개도국 지위를 고집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 시점에서 개도국 특혜에 관한 결정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향후 WTO 협상에서 한국에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의 영향으로 한국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번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으로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 정부는 현재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에서 받고 있는 개도국 특혜가 당장 사라지지 않는 점도 감안했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선언해도 바로 수입산 농산물이 국내 시장에 물밀듯 들어오진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이 받았던 농업 분야 혜택을 없애려면 다자간 협상이 먼저 타결돼야 하는데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2008년 결렬된 뒤 10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앞으로 언제 재개될지도 불확실하다. DDA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한국이 누리고 있는 농업 분야 혜택은 계속 유지된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만큼 그동안 높은 관세로 보호를 받았던 쌀을 비롯한 민감 농산물 품목의 시장을 언젠가는 추가 개방해야 한다. 국내 농업은 물론 고령층이 대부분인 농민들에게 상당한 타격이 예상돼 당장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앞으로 쌀 등 민감 품목을 최대한 보호하고 피해 보전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농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책의 실효성이 중요하게 됐다.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미래에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내리는데 3가지 요인을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1995년 WTO 가입 이후 선진국 반열에 오를 정도로 한국 경제가 발전했다는 것이 이유다. WTO 164개 회원국 중 세계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9개국 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경제적 위상을 감안하면 국제사회에서 개도국으로 더 이상 인정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WTO 내에서 개도국 특혜에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한국과 경제 규모와 위상이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 브라질, 대만, 아랍에미리트(UAE)가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한 점도 반영됐다. 특히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11개국을 지목하면서 90일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개도국 대우 중단이나 OECD 가입 반대 등 독자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은 G20 회원국, OECD 회원국, 세계은행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교역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라는 4개 요건 중 하나만 해당돼도 개도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은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유일한 국가다.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당장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향후 협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비할 시간과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이에 정부의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WTO에서 다자간 협상을 통해 농산물 관세, 보조금 감축 이슈가 있을 때 개도국에 있으면 이 부분이 유연하지만 일반 회원국에 해당하는 관세와 보조금 감축을 적용받기 때문에 특별 대우가 사라진다”면서도 “중요한 점은 WTO에서 다자간 협상으로 타결되고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결정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연구위원은 “만약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면 미국이 중국을 타깃으로 한 WTO 개혁에 한국이 걸림돌이 돼 (미국으로부터) 더 큰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가 앞으로 있을 미국 정부와의 자동차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에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해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한국의 이번 결정과 별개로 향후 협상에서 통상 압박을 더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으로 미국과 패키지 딜을 하지 않았다면 미국과의 여러 협상을 앞두고 너무 쉽게 카드를 써버린 것”이라며 “미국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고 한 나라들 중에는 미국의 말을 듣지 않는 중국과 인도, 터키 등이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번 한국의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으로 이들 국가를 더 압박하는 효과도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이미 개도국 지위를 내놓은 한국에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상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예단할 수 없지만 미국과의 양자 협상에서 이와 같은 통상 압박이 있을 수 있다”며 “미국의 통상 압박이 무엇이 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대응 방향도 발표했다. 정부는 앞으로 WTO 협상이 전개될 때 쌀 등 국내 농업의 민감 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고, 협상 결과 농업 분야에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 보전대책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을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일 기회로 삼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농민들의 소득 안정을 위해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 공익형 직불제를 빠른 시일 안에 도입할 방침이다. 재해를 입은 농업인의 경영 안정을 위해 농업재해보험 품목도 확대한다. 지역 농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한 로컬푸드 소비 기반 확대 대책을 만들고 주요 채소류에 대한 가격안정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청년 및 후계농 육성도 추진한다. 다만 정부가 앞으로 있을 WTO 협상에서 쌀을 비롯한 민감품목을 보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 연구위원은 “쌀 시장 보호는 말 그대로 협상력에 좌우되는 문제다. 앞으로 협상에서 각 국의 이익은 공산품과 농산품에서 갈리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농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도의 원론적 차원에서 목표를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WTO 개도국 지위 포기하고 美자동차 관세 협상서 우위…“쌀시장·농민 보호 과제”

    WTO 개도국 지위 포기하고 美자동차 관세 협상서 우위…“쌀시장·농민 보호 과제”

    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25년만에 포기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한국을 개도국이라고 주장할 명분이 떨어져서다.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 달러 등의 우수한 경제 성적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개도국 특혜를 계속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물론 다른 개도국들까지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이 여전히 개도국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 등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미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들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개도국 특혜를 계속 받으려고 무리하기보다는 내줄 것은 내주고 더 많은 실익을 챙기겠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 관세 조치 결정 시한이 다음 달 13일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개도국 지위를 고집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 시점에서 개도국 특혜에 관한 결정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향후 WTO 협상에서 한국에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의 영향으로 한국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번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으로 자동차 관세에서 제외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정부는 현재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에서 받고 있는 개도국 특혜가 당장 사라지지 않는 점도 감안했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선언해도 바로 수입산 농산물이 국내 시장에 물밀듯 들어오진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이 받았던 농업 분야 혜택을 없애려면 다자간 협상이 먼저 타결돼야 하는데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2008년 결렬된 뒤 10년 넘게 중단된 상태고 앞으로 재개될지도 불확실하다. DDA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한국이 누리고 있는 농업 분야 혜택은 계속 유지된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만큼 그동안 높은 관세로 보호를 받았던 쌀을 비롯한 민감 농산물 품목의 시장을 언젠가는 추가 개방해야 한다. 국내 농업은 물론 고령층이 대부분인 농민들에게 상당한 타격이 예상돼 당장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앞으로 쌀 등 민감 품목을 최대한 보호하고 피해 보전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농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책의 실효성이 중요하게 됐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미래에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내리는데 3가지 요인을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1995년 WTO 가입 이후 선진국 반열에 오를 정도로 한국 경제가 발전했다는 것이 이유다. WTO 164개 회원국 중 세계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9개국 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경제적 위상을 감안하면 국제사회에서 개도국으로 더 이상 인정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WTO 내에서 개도국 특혜에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한국과 경제 규모와 위상이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 브라질, 대만, 아랍에미리트(UAE)도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한 점도 반영됐다. 특히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11개국을 지목하면서 90일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개도국 대우 중단이나 OECD 가입 반대 등 독자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은 G20 회원국, OECD 회원국, 세계은행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교역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라는 4개 요건 중 하나만 해당돼도 개도국이 아니라는 입장인데 한국은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유일한 국가다.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당장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향후 협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비할 시간과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전문가들도 같은 이유로 정부의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WTO에서 다자간 협상을 통해 농산물 관세, 보조금 감축 이슈가 있을 때 개도국에 있으면 이 부분이 유연하지만 일반 회원국에 해당하는 관세와 보조금 감축을 적용받기 때문에 특별 대우가 사라진다”면서도 “중요한 점은 WTO에서 다자간 협상으로 타결되고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결정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면 미국이 중국을 타깃으로 한 WTO 개혁에 한국이 걸림돌이 돼 (미국으로부터) 더 큰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대응 방향도 발표했다. 정부는 앞으로 WTO 협상이 전개될 때 쌀 등 국내 농업의 민감 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고, 협상 결과 농업 분야에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 보전대책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을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일 기회로 삼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정부는 농민들의 소득 안정을 위해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 공익형 직불제를 빠른 시일 안에 도입할 방침이다. 재해를 입은 농업인의 경영 안정을 위해 농업재해보험 품목도 확대한다. 지역 농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한 로컬푸드 소비 기반 확대 대책을 만들고 주요 채소류에 대한 가격안정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청년 및 후계농 육성도 추진한다. 다만 정부가 앞으로 WTO 협상에서 쌀을 비롯한 민감품목을 얼마나 보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 연구위원은 “쌀 시장 보호는 말 그대로 협상력에 좌우되는 문제다. 앞으로 협상에서 각 국의 이익은 농산품과 공산품에서 갈리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농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도의 원론적 차원에서 목표를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홍남기, “미래 협상부터 개도국 특혜 포기, 당장 농업 영향 없다” 공익형직불제 도입

    홍남기, “미래 협상부터 개도국 특혜 포기, 당장 농업 영향 없다” 공익형직불제 도입

    새 협상 타결 전까지는 기존 특혜 유지외국서 한국 개도국 지위 인정 안 하는데다브라질 싱가포르 등도 개도국 지위 포기농업예산 증액 국회와 협의하기로청년영농지원금, 농지은행 등 확대키로 우리 정부가 앞으로 진행될 세계무역기구(WTO) 협상부터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의 협상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려 당장 농업 분야에 대한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익형 직불제 등을 도입하고 향후 농업예산 증액을 추진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미래에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우리 농업의 민감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고 협상할 권리를 보유·행사한다는 전제”라면서 “이번 의사결정 과정에서 쌀 등 민감품목에 대해 별도 협상권한을 확인하고, 개도국 지위 포기가 아닌 미래 협상에 한해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리가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이는 미래 WTO 협상부터 적용되는 것이기에 새로운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기존 협상을 통해 이미 확보한 특혜는 변동 없이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현재 DDA(도하개발어젠다) 농업협상이 장기간 중단돼 사실상 폐기 상태에 있는데 협상이 재개돼 타결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만큼, 이번 결정에도 당장 농업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없고 미래 협상에 대비할 시간과 여력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 가입 때 개도국임을 주장했지만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 외에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으면서 그동안 관세 및 보조금 감축률과 이행 기간 등에서 선진국에 비해 혜택을 누려왔다. 홍 부총리는 “최근 WTO 내에서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들도 우리의 개도국 특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다 우리와 경제 위상이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 브라질, 타이완 등 다수 국가가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면서 “개도국 특혜에 관한 결정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향후 WTO 협상에서 우리에게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농업 경쟁력 강화 방향도 밝혔다. WTO가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 ‘공익형 직불제’를 조속히 도입하고, 국회에서 진행될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농업예산 증액 등에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청년·후계농 육성을 위한 청년영농정착지원금 제도와 농지은행 등의 사업을 확대하고, 국내 농산물 수요를 넓히기 위한 지역 생산물 지원 강화 및 주요 채소류 가격 안정제를 지속해서 확산시킬 계획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WTO가 90일 내 이 문제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 차원에서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마감 시한은 지난 23일까지였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정부 “WTO 개도국 특혜 더는 주장 않겠다”

    정부 “WTO 개도국 특혜 더는 주장 않겠다”

    정부가 24년간 유지한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했다. 정부는 2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앞으로 협상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만, 쌀 등 우리 농업의 민감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협상할 권리를 보유·행사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미래 새로운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이 확보한 개도국 특혜는 변동 없이 유지할 수 있다며 미래 협상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 가입시 개도국임을 주장했지만,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 외에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음에 따라 그간 관세 및 보조금 감축률과 이행 기간 등에서 선진국에 비해 혜택을 누렸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땐 공익형 직불제 등 변화 대비”

    쌀 등 농산물 관세 인하 압박 불가피 당장 영향 미미… 농업대책 변화 필요 관련 간담회는 농업계 반발로 파행 정부 25일 장관회의 통해 입장 확정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농업계를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은 형국이다. ‘공익형 직불제’ 정착과 농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관합동 농업계 간담회에서 “미래의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우리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 특혜를 인정받아 왔지만 우리의 경제 위상은 당시보다 높다”고 개도국 지위 포기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는 농업계 요구사항에 대한 정부 입장 공개를 놓고 설전을 벌이다가 결국 파행됐다. 정부는 오는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이에 반발한 농업계는 전체 예산 대비 농업예산 비율을 내년 기준 3%(15조 3000억원)에서 10조 4000억원 증가한 5%(25조 7000억원 규모) 수준으로 높일 것을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시작된 점과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한 자동차 관세 부과 결정이 다음달 13일로 다가온 상황에서 산업 전반에 미치는 통상 압박을 고려하면 개도국 지위 포기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WTO는 2001년 개도국의 혜택을 줄이고 선진국의 수출장벽을 낮추기 위한 도하라운드(DDA)를 시작했지만 2008년 이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DDA 협상이 표류 중이며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되려면 5~10년은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도국 혜택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영향이 없어도 5~10년 내 차기 협상의 결과에 따라 쌀을 비롯한 농산물의 관세 인하 압박은 피하기 어렵다. 한국은 2015년부터 매년 40만여t의 쌀을 의무 수입하는 대신 513%의 높은 관세율을 적용해 왔다. 하지만 2008년 DDA 수정안에 따르면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협상을 통해 쌀을 ‘민감 품목’으로 보호해도 관세율을 393%로 낮춰야 한다. 쌀을 ‘일반 품목’으로 풀면 관세율은 154%까지 떨어진다. 이 밖에 마늘 관세율은 360%에서 108~276%, 인삼은 754%에서 226~578%로 각각 떨어질 수 있다. 또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현재 1조 4900억원까지 허용된 농업보조금 총액도 8195억원으로 축소된다. 쌀 가격이 내려갈 때 이를 보전해 주는 ‘변동형 직불제’ 축소도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농정의 틀을 전환하기 위해 추진 중인 ‘공익형 직불제’가 농가소득을 보전할 열쇠라는 분석이 나온다. WTO 감축 대상 보조금에 포함되지 않는 공익형 직불제는 기존 쌀·밭 관련 직불을 공익형으로 통합한 것으로, 작물·가격에 상관없이 면적당 일정액을 지급하는 개념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제까지의 농업 정책이 농산물 가격을 지지하는 정책이었다면 앞으로는 농가소득 보전과 경쟁력 향상의 두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WTO 개도국 간담회 파행…농민단체 강력 반발 퇴장

    WTO 개도국 간담회 파행…농민단체 강력 반발 퇴장

    정부가 22일 세계무역기구(WTO) 농업 분야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문제와 관련해 농민단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지만 회의 공개 여부를 놓고 양측이 설전을 벌인 끝에 파행했다. 정부는 이날 서울 대한상의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민관합동 농업계 간담회를 열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문제와 관련해 “미래에 전개될 WTO 협상에서도 개도국 특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며 의견 수렴에 나섰다. 간담회에는 정부 측에서 기재부·산업통상자원부·농림수산식품부 담당 국·과장들이, 농민단체에서 한국농축산협회·한국농업인단체연합·축산관련단체협의회·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한국낙농육우협회·한국토종닭협회 회장·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당초 정부 당국자와 농업인단체 대표 간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었지만, 농민단체 측이 공개 진행을 요구하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마찰을 빚었다. 이어 정부 측 요구대로 비공개로 진행되는 듯 했지만 일부 농민단체 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회의가 중단됐다. 김 차관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 분야에서만 예외적으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아왔으나, 지금은 1996년 당시에 비해 우리 경제 위상이 크게 높아졌고 WTO 내에서도 이 이슈가 본격 논의됨에 따라 미래에 전개될 WTO 협상에서도 개도국 특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개도국 특혜는 향후 국내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으로, 정부는 (농민단체) 의견을 충분히 듣고 최대한 고려해 신중하게 정부 입장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정부가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우리 농업의 현실이 어떤지, 향후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어떠한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고견을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은 “그동안 산업부가 농민단체를 데리고 너무 장난을 치고 거짓말만 했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농업에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말만 했다”, “정부와 농민단체 간 신뢰가 이미 깨졌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비판을 쏟아냈다. 일부 농민단체는 간담회에 앞서 ‘WTO 개도국 포기 방침 철회’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종이 피켓을 든 채 항의 시위를 하기도 했다. 격론이 벌어지자 김 차관이 “정부 회의가 공개로 진행되면 자유롭게 토론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득했지만 일부 농민단체 대표들은 비공개 진행에 반발해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결국 3명을 제외한 나머지 농민단체 대표들이 간담회장에 돌아오지 않아 회의는 종료됐다. 김 차관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6개 항으로 (농업인단체 측이) 요구사업을 정리해왔고 그에 대해 정부 입장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밝혀달라고 했는데, 단기간에 확정적으로 정부 입장을 바로 말하기엔 내부적으로 부처 간 의견조율과 논의가 필요한 사항들”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 시점에 대해서는 “오늘 부총리 간부 회의 메시지를 보면 ‘논의를 마무리할 시점’이라는 표현이 있다. 빨리 결론을 내야죠”라고 말해 결정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등 ‘가장 부유한 나라’들이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90일 시한 내 조처가 없다면 해당 국가를 개도국으로 대우하지 않겠다” 밝혔다. 이에 정부가 이르면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여부를 확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日, 반도체 불산액 3개월간 한 건도 수출 허가 안 해

    핵심 소재 3개 품목 중 5건 제한적 허가 정부 “개별 수출 허가만 인정… 한국 차별”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이후 3개월간 반도체용 액체 불화수소(불산액)에 대해 단 한 건의 수출도 허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류 보완’을 구실로 우리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내놓은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발표 3개월 경과 관련 입장문’에서 “일본 정부의 수출 허가 건수를 보면 3개 품목에 대한 대한국 수출 허가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포토레지스트 3건, 기체 불화수소 1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1건에 대해 개별 수출허가 신청을 승인했다. 개별허가 신청부터 승인까지 약 90일이 걸린다. 하지만 기체 불화수소(에칭가스)만 수출 허가가 나고 액체 불화수소인 불산액은 아직 한 건도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불산액은 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의 산화막을 세정·식각하는 데 주로 쓰인다. 산업부는 “반도체용 불산액의 경우 유엔 무기 금수 국가에 적용되는 9종의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데, 여러 차례 서류 보완을 이유로 신청 후 90일이 다 되도록 아직 한 건의 허가도 발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3개 품목이 한국의 전체 대일 수입에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총수출입에서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비중이 작아도 반도체 공정에서는 핵심 소재라 없을 경우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에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심각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수출 허가 방식에서도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해 특별 일반포괄허가 대신 개별 수출허가만 인정해 4대 수출통제 체제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보다 더 차별적으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대해선 자국 수출 기업이 자율준수프로그램(CP) 제도를 준수하면 특별 일반포괄허가를 내주는 것과 상반된다. 산업부는 “일본의 조치는 선량한 의도의 민간 거래를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국제 수출통제 체제의 기본 정신에 어긋나는 동시에 한국만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합치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지난달 11일 일본을 WTO에 제소했고, 첫 절차인 양자협의가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양자협의를 통해 문제 해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사설] WTO 개도국 지위 졸업, 능동적으로 대처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우리나라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와 관련해 “향후 개도국 특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 굼繭箚� 밝혔다. 개도국 지위 문제가 정부의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공식 안건으로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도국 지위 유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는 다음달 열리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특히 홍 부총리는 “다른 개도국들이 우리나라의 개도국 특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비교적 발전된 국가가 WTO에서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는 내용의 행정각서를 무역대표부(USTR)에 전달했다. 당시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됐으나 행정각서에 우리나라도 거론됐다. 국제사회 분위기나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개도국 지위 졸업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더욱이 경제적 위상만 놓고 보면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및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인 데다 올해부터 이른바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에 가입한 7개 국가 중 하나다. 국제사회에서 개도국 지위 유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다면 아예 졸업 문제를 주도적, 능동적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UR) 농업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은 뒤 1996년 OECD 가입 당시에는 농업 분야 외에는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공산품과 서비스 분야는 선진국, 농업 분야는 개도국 신분인 셈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졸업한다면 농업 분야 타격이 예상된다. 농민단체들은 당장 “통상 주권을 포기하고, 농업을 포기한다는 선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식량 자급률이 24%에 불과한 데다 개도국 지위를 내놓으면 관세 인하와 보조금 축소와 같은 후폭풍도 우려되는 만큼 농민단체들의 우려는 타당한 측면도 있다. 정부가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이상 농민과의 협의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협의에 앞서 정부는 식량 주권을 지키고 농업을 발전시킬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 홍남기, “WTO 개도국 특혜 유지 여부 10월 결정…쌀 협상 영향 없어”

    홍남기, “WTO 개도국 특혜 유지 여부 10월 결정…쌀 협상 영향 없어”

    우리 정부가 다음달 쯤 세계무역기구(WTO) 상 개발도상국 지위를 계속 유지할 지 여부에 대해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기존 혜택을 유지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쌀 시장 개방 문제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우리나라의 개도국 특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향후 개도국 특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개도국 특혜는 향후 국내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으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익을 우선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WTO에서의 개도국 특혜 관련 동향 및 대응 방향이 대외경제장관회의 공식 안건으로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지난 7월 26일 ‘비교적 발전한 국가’가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90일 시한 내 WTO가 진전된 안을 내놓지 못하면 해당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신중함을 유지하면서 3가지 원칙하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국익을 우선으로 하고 ▲우리 경제의 위상과 대내외 동향,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요인을 따져보며 ▲농업계 등 이해당사자와 충분한 소통을 기울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WTO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도국 특혜 이슈는 해당 국가들이 기존 협상을 통해 받은 특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받을 수 있을지에 관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논의 중인 WTO 농업협상이 없고 예정된 협상도 없는 만큼 한국은 농산물 관세율, 보조금 등 기존 혜택에 당장 영향이 없다”며 “마무리 단계인 쌀 관세화 검증 협상 결과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쌀 관세화 협의 관련해서는 “정부는 5개국과 협의를 진행해 현재 합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면서 “기존 513% 쌀 관세율도 유지되는 만큼 농업에 추가적인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40만 9000t 규모의 쌀 수입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물리는 저율관세할당물량(TRQ) 제도를 시행하되, 초과분에 대해서는 513%의 관세를 부과해 왔다. 미국,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등 5개국은 한국 정부의 관세율 선정 방식에 이의를 제기해 왔다. 홍 부총리는 “글로벌 경제와 연관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WTO 체제 유지, 강화와 역내 무역체제 가입이 불가피하다”며 “국내 제도를 글로벌 통상규범에 맞게 선제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회의 뒤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아니다. 10월에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기로 했고, 아직 정부 방침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를) 다음 달 회의에서 결정하려고 목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경제보복 맞대응… 정부 ‘日 백색국가 제외’ 이르면 이번주 시행

    ‘가의2’로 분류… 사용자포괄허가 불허 日, WTO 제소 대응 절차상 규정 강조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일본을 우리의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할 전망이다.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와 백색국가 제외 등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대응 조치의 일환이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의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내용의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 고시를 이르면 이번 주 관보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지난 3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받았다. 지난 7월부터 일본이 수출 규제를 단행하면서 한국 정부도 대응 조치를 준비해 왔다. 지난 11일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하기도 했다. 현행 수출입고시에는 전략물자 수출지역을 백색국가인 ‘가’ 지역과 비백색국가인 ‘나’ 지역으로 분류한다. 가 지역에는 미국과 일본 등 29개국이 포함돼 있다. 개정 수출입고시는 가 지역을 ‘가의1’과 ‘가의2’ 지역으로 세분화하고, 가의2에 일본만 따로 분류했다. 산업부는 “가의2는 가의1처럼 4대 수출통제 체제에 가입했지만 기본 원칙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용한 국가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가의2에 대해서는 나 지역 수준의 수출 통제를 적용한다. 사용자포괄허가는 원칙적으로 불허하되 동일 구매자에게 2년간 3회 이상 반복 수출하는 등 예외적 경우에만 허용한다. 가의2 국가 개별 허가는 신청 서류가 기존 3종에서 5종으로, 심사기간은 5일에서 15일로 늘어난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만일 이 사안을 WTO에 제소하더라도 역사 문제를 경제적으로 보복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일본의 부적절한 수출통제제도 운용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이고, 사전에 통보하는 등 절차상 규정도 준수했다는 입장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서울광장] ‘키신저 질서 붕괴’와 한일 경제전쟁/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키신저 질서 붕괴’와 한일 경제전쟁/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최근 들어 한반도를 둘러싸고 변화무쌍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군사·안보 영역으로 확대됐고, 중국과 러시아 공군은 한반도 지역에서 사상 처음으로 공동훈련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군용기가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대만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은 갈수록 증폭되고, 이 와중에 미중이 홍콩 사태를 놓고 격돌하는 형국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동아시아에서 가까스로 유지됐던 하나의 전략적 질서(strategic order)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징조로 볼 수 있다. 지난 40년간 이 지역에서 복잡한 갈등과 이해관계를 아슬아슬한 균형으로 잡아 갔던 그 질서를 전문가들은 ‘키신저 질서’(Kissinger order)라고 부른다. 1971년 7월 헨리 키신저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다. 키신저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철천지원수로 지냈던 양국의 극적인 화해와 1972년 2월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 중국 방문, 그리고 1978년 미중 수교의 토대가 됐다. 미국은 중소 분쟁의 틈을 노려 중국과 손을 잡고 일거에 힘의 균형을 역전시켰다. 소련 붕괴과 냉전체제의 종식은 키신저 외교(세력균형론)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동아시아에서 40년간 유지됐던 키신저 질서의 핵심은 미중 간 협력체제였다. 미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자본주의 분업체제의 틀 속에서 중국은 경제개발에 나섰고, 중국은 그 대가로 이 지역에서 미국의 지배적ㆍ군사적 우위를 인정했다.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전략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중국의 국제분업 체제 편입의 최종 선포식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중국의 급격한 부상과 패권 도전, 이에 대응한 미국의 전방위 공세는 구질서 붕괴를 초읽기로 몰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미중 관계(키신저 질서)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트럼프가 경제전쟁의 총구를 겨누며 미중 협력 시대의 종언을 선언한 것이다. 프랭크 로즈 전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 40년간 대화를 통해 중국을 자유국제질서에 편입시키려 했던 키신저 모델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문제는 키신저 질서를 대체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현실화되면서 동아시아 전역이 혼돈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패권은 포기하지 않으면서 패권 유지 비용은 고스란이 동맹국에 전가하는 트럼프 정책 때문에 동맹국들의 비명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냈던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조차도 “동맹 내 공조를 무시하는 트럼프 정권의 외교적 접근이 동맹 균열을 초래한다”며 날 선 비판을 토해 낼 지경이다. 최근의 한일 관계 역시 직간접으로 키신저 질서 붕괴와 연관이 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기초한 한일 관계의 핵심은 미국 주도의 국제분업 체제에서 미국은 군사안보, 일본은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을 후견하는 체제였다. 전후 냉전 질서를 규정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연장선상이었다. 식민지 지배를 포함한 과거사 청산에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동북아 냉전의 전진기지로서 한국을 활용하겠다는 미국의 구상과 일본의 지지, 그리고 경제자금이 시급한 박정희 정권의 조급함이 빚은 결과다. 그동안 정경 분리 원칙 속에서 그럭저럭 한일 관계가 유지됐지만 최근 아베 정권은 과거사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놓고 일본의 전략적 이해가 관철되지 않자 급기야 수출 규제라는 최악의 강수를 던진 것이다. 한일 간 경제분업 체제 속에서 부품·소재를 장악한 일본이 급성장한 한국의 경제 부상을 막겠다는 얄팍한 계산도 숨어 있다. ‘65년 체제’ 극복은 새롭게 전개되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시아 맹주를 꿈꾸는 아베 정권의 극우 성향에 비춰 참으로 어려운 길이지만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에 대한 인정을 전제로 새로운 한일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정부가 어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 선언은 올바른 양국 관계 재정립의 시금석이 될 수있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현재의 안보 문제로 전이시킨 상황에서 양국의 안보협력을 지속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양국은 미래를 위해 손을 잡아야 할 운명이지만, 지금 현재는 전쟁을 도발한 아베 정권의 무도함에 대한 대한민국의 결기와 의지를 보여 줘야 하는 시점이다. oilman@seoul.co.kr
  • [서울광장] ‘키신저 질서‘ 붕괴와 한일 경제전쟁/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키신저 질서‘ 붕괴와 한일 경제전쟁/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최근 들어 한반도를 둘러싸고 변화무쌍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군사·안보 영역으로 확대됐고, 중국과 러시아 공군은 한반도 지역에서 사상 처음으로 공동훈련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군용기가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대만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은 갈수록 증폭되고, 이 와중에 미중이 홍콩 사태를 놓고 격돌하는 형국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동아시아에서 가까스로 유지됐던 하나의 전략적 질서(strategic order)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징조로 볼 수 있다. 지난 40년간 이 지역에서 복잡한 갈등과 이해관계를 아슬아슬한 균형으로 잡아 갔던 그 질서를 전문가들은 ‘키신저 질서’(Kissinger order)라고 부른다. 1971년 7월 헨리 키신저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다. 키신저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철천지원수로 지냈던 양국의 극적인 화해와 1972년 2월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 중국 방문, 그리고 1978년 미중 수교의 토대가 됐다. 미국은 중소 분쟁의 틈을 노려 중국과 손을 잡고 일거에 힘의 균형을 역전시켰다. 소련 붕괴과 냉전체제의 종식은 키신저 외교(세력균형론)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동아시아에서 40년간 유지됐던 키신저 질서의 핵심은 미중 간 협력체제였다. 미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자본주의 분업체제의 틀 속에서 중국은 경제개발에 나섰고, 중국은 그 대가로 이 지역에서 미국의 지배적ㆍ군사적 우위를 인정했다.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전략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중국의 국제분업 체제 편입의 최종 선포식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중국의 급격한 부상과 패권 도전, 이에 대응한 미국의 전방위 공세는 구질서 붕괴를 초읽기로 몰아갔다. 트럼프는 기존의 미중 관계(키신저 질서)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전쟁의 총구를 겨누며 미중 협력 시대의 종언을 선언한 것이다. 프랭크 로즈 전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 40년간 대화를 통해 중국을 자유국제질서에 편입시키려 했던 키신저 모델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문제는 키신저 질서를 대체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현실화되면서 동아시아 전역이 혼돈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패권은 포기하지 않으면서 패권 유지 비용은 고스란이 동맹국에 전가하는 트럼프 정책 때문에 동맹국들의 비명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냈던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조차도 “동맹 내 공조를 무시하는 트럼프 정권의 외교적 접근이 동맹 균열을 초래한다”며 날 선 비판을 토해 낼 지경이다. 이제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새로운 전략에 따라 저마다 국가의 생존을 위해 각자도생의 길을 택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1965년 한일 협정 이후 최악의 상황에 돌입한 한일 관계 역시 직간접으로 키신저 질서 붕괴와 연관이 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기초한 한일 관계의 핵심은 미국 주도의 국제분업 체제에서 미국은 군사안보, 일본은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을 후견하는 체제였다. 전후 냉전 질서를 규정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연장선상이었다. 전승국 지위를 얻지 못해 식민지 지배를 포함한 과거사 청산에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동북아 냉전의 전진기지로서 한국을 활용하겠다는 미국의 구상과 일본의 지지, 그리고 경제자금이 시급한 박정희 정권의 조급함이 빚은 결과인 것이다. 정경 분리 원칙 속에서 그럭저럭 한일 관계가 유지됐지만 최근 아베 정권은 과거사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놓고 일본의 전략적 이해가 관철되지 않자 급기야 수출 규제라는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한일 간 경제분업 체제 속에서 부품·소재를 장악한 일본이 급성장한 한국의 경제 부상을 막겠다는 얄팍한 손익계산도 숨어 있다. ‘65년 체제’ 극복은 새롭게 전개되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아시아 맹주를 꿈꾸는 아베 정권의 극우 성향에 비춰 어려운 길이지만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에 대한 인정을 전제로 협력의 미래로 나가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 일본의 식민지배를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 1998년 김대중ㆍ오부치 선언 등 과거사 극복을 위한 노력들을 토대로 새로운 한일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oilman@seoul.co.kr
  • “수출기업 피해 최소화 노력… 국제법상 적법하게 진행”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12일 화이트리스트 일본 배제 조치를 발표한 이후 “국내 수출 기업이 받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출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수출 통제 제도는 국가 안보와 평화를 유지하는 틀 내에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바세나르체제(WA)의 기본원칙에는 정상적인 민간 거래를 저해하지 않게 하라고 돼 있다. 국제법적인 원칙을 준수하는 형태로 제도를 운영하겠다.” -일본의 개별허가 처리 기간은 90일 이내다. 우리나라의 15일 이내 심사는 약한 거 아닌가. “각 국가가 제도를 운영하는 방식이 다르다. 우리나라 제도 아래서는 15일 이내로 수출허가 심사를 하도록 돼 있고 이런 부분이 국제적으로도 투명하다고 인정받고 있다.” -수출 허가 관리제도 내 ‘가의2’ 지역에는 일본만 포함되나. “4대 수출 통제 제도에 가입한 국가 중에서 원칙에 맞지 않게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를 가의2 지역으로 분류한다. 앞으로도 이 그룹에 포함될 국가도 있을 수 있는데, 일본이 첫 번째 국가다.” -백색국가 일본 제외가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미치는 영향은. “이번 조치는 국내법과 국제법 틀 내에서 적법하게 진행된 것이다. 상응 조치가 아니다. 따라서 WTO 제소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본다.” 세종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김오수 법무차관, 국제협약 조인식 행사에서 “일본, 자유무역질서 저해“ 비판

    김오수 법무차관, 국제협약 조인식 행사에서 “일본, 자유무역질서 저해“ 비판

    7일 싱가포르 조정 협약 조인식 후 열린 회의에서“정치적, 역사적 이유 수출규제에 세계 경제 피해”법무부가 국제협약 조인식 무대에서 일본의 일방적인 수출 규제 조치를 비판하며 철회를 촉구했다.법무부는 7일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싱가포르 조정 협약 가입 행사에 참가해 이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조정 협약은 기업들이 국경을 넘어 거래하며 분쟁이 생겼을 때 기업끼리 합의한 조정 결과에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는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협약이다. 이날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 46개국이 서명했으며 가입국들이 저마다 국회 등의 비준 절차를 마치면 앞으로 국제 조정은 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판사나 중재인 등 제3자가 없어도 당사자끼리 합의만으로 분쟁을 해결, 한두 달만에 결론을 낼 수 있고 비용도 적게 든다. 김 차관은 조인식 이후 이어진 ‘국제무역을 위한 신뢰증진 방안’을 주제로 한 수석대표단 회의에서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가 그간 일본이 G20 정상회의에서 주장해 온 자유무역 옹호 발언과 배치될 뿐 아니라 오히려 자유무역질서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경제성장과 번영을 견인해 왔던 다자무역체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각국은 개방성·포용성·투명성에 기초한 다자무역체제를 옹호해야 해야 한다”며 “정치적·역사적 이유로 취하는 수출규제 조치들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위반되고, 자유무역과 경제교류를 저해할 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여 세계 경제에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차관은 일본에 수출 규제 조치를 조속히 철회하고 자유무역 체제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日 대체재 상대적으로 쉽게 찾을 듯… 성급하게 적용 땐 한국 역풍 우려도”

    우리 정부가 맞불 조치로 내놓은 ‘화이트리스트’ 일본 배제와 관련해 일본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에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지만 대체재를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평가한다. 되레 우리 산업계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정교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에 따라 관련 물자의 수출입을 관리하고 있다. 각종 수출 통제 체제에 모두 가입한 미국과 캐나다, 영국, 일본 등을 포함해 총 29개 국가가 한국의 백색국가인 ‘가’ 지역으로 분류되고, ‘나’ 지역은 29개 국가를 제외한 모든 국가를 포함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일 “일본은 현재 ‘가’ 지역에 속하지만, ‘다’ 지역을 신설해 다른 절차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한국 내 기업들이 일본에 물자를 수출하거나 일본을 경유해 제3국으로 수출할 때마다 품목 건별로 산업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은 지난해 보일러와 디젤엔진 연료로 쓰이는 ‘기타 경유’의 경우 99% 이상, 아연도금 평판압연 철강·비합금강 94%, 비가공 은(銀) 84%를 한국에서 수입했다. 이 품목들에 수출 규제가 취해지면 일본도 일시적으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4일 “정부가 일본에 대해 관세 인상, 수량 제한 등 더 강력한 조치를 놔두고 일본과 똑같이 전략 물자 수출입 고시를 적용하기로 한 것은 거울과도 같은 입법 조치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으로 제소될 위험성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원인 제공자가 일본이라는 점을 강조한 상호적 조치로 문제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이 우리에게 의존하는 수입품은 일본산 반도체 핵심 소재와 달리 한국 이외에 타국에서 대체재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어 장기적으로 얼마나 타격을 줄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해고자·5급이상 공무원·소방관 노조 가입 허용된다

    해고자·5급이상 공무원·소방관 노조 가입 허용된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한 본격적인 법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 협약 비준을 둘러싸고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자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개정안을 둘러싸고 노사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ILO가 제시하는 ‘결사의 자유’(87·98호)와 ‘강제노동 금지’(29호) 등 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노동조합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등 3개 법 개정안을 확정하고 주요 내용을 30일 공개했다. 아울러 외교부에 이들 3개 협약에 대한 비준을 지난 22일 의뢰해 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고용부의 개정안은 지난 4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최종 공익위원안에 기초하고 있다. 고용부는 “공익위원안은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노동기본권 보호라는 원칙과 함께 국내 노사 관계 현실도 고려한 균형 잡힌 대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실업자와 해고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고 5급 이상 공무원, 소방관의 노조 가입도 허용한다. 기업이 노조 전임자의 급여를 줄 수 있도록, 기존의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은 삭제됐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노조가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사업장 내 생산시설과 주요 업무시설 점거를 금지하는 등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3개월 전 합의에 실패한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한 개정안에 노사 모두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한다면서 오히려 사용자의 대항권을 강화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개정안은 ILO 권고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밥상 위 오물을 치우랬더니 상다리가 부러져 기운 ‘현실’을 들먹이며 걸레를 들고 와 닦아 대는 셈”이라면서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 사업장 점거 금지나 노조 임원의 재직 여부를 따지겠다는 발상 자체가 ILO 협약을 역행하는 입법”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친노동계 교수 위주로 구성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편향된 안”이라면서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최종적인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야당과 경영계의 반대가 거세 입법이 수월한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추진을 강행하는 이유는 EU 집행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명시된 ‘전문가 패널 소집’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 패널이 만든 권고안을 이행하지 않아도 직접적인 무역 제재를 받진 않는다. 다만 한국산 제품의 수입 통관 절차를 강화하는 등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피해 가는 ‘보이지 않는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정부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EU까지 가세하면 걷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세종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사설] WTO 개도국 논란, 식량 주권 지킬 대비 서둘러야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비교적 발전된 국가가 WTO에서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일차적인 목표로 보이지만 우리나라도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높다. 앞서 미국은 지난 2월 WTO에 개도국 결정을 위한 네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 국가(2017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 1만 2056달러 이상), 세계 무역 비중 0.5% 이상 국가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하면 선진국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네 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한다. WTO에서 특정 국가가 개도국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은 ‘자기선언’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 OECD 가입 당시 선진국이라고 선언할 것을 요청받았지만 농업 분야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농업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개도국 혜택을 주장하지 않기로 하고 개도국으로 남았다. 따라서 개도국 지위를 잃더라도 공산품과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는 큰 영향이 없다. 문제는 농산물이다. 다만 WTO에서는 개도국들의 반발로 미국의 요구가 관철되기 쉽지 않고, 미국이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쌀 관세율 등을 즉시 인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 통상 압박이나 무역 보복을 취할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농업 보조금 축소나 농산물 관세율 인하 등이 발등의 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선진국 지위로의 전환이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고 보고 사전 대비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준비를 제대로 못 하면 식량 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농산물 타격… 관세 36%·보조금 20% 낮춰야

    WTO 규정 무시도 美 반대도 쉽지 않아 정부 “차기 농업협상 타결 때까진 유지” 우리나라에 또 하나의 통상 악재가 추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한국 등 일부 국가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특혜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개도국 대우를 중단하겠다고 밝혀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미국의 주장대로 WTO의 개도국 규정 방식이 바뀌더라도 “현재 적용되는 농산물 관세나 보조금은 차기 농업협상 타결 때까지 그대로 유지된다”고 28일 밝혔다. 또 개도국 지위에서 내려와도 관세율·농업보조금 등은 다자 협상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WTO의 개도국 분류는 각 국가가 선언하면 결정되는 ‘자기 선언’ 방식이다. 그런데 미국은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혹은 가입 절차가 진행 중인 국가 ▲세계은행 기준 고소득 국가 ▲세계 무역량 0.5% 이상인 국가 등 4가지 조건 중 1개라도 해당이 되면 개도국 혜택을 받아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이 4가지 사안에 모두 해당한다. 우리나라가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바뀌면, 10년간 24%만 낮추면 됐던 농산물 관세를 36%나 낮춰야 한다. 또 13.3%만 낮추면 됐던 농업 보조금도 20%나 줄여야 한다. 우리 입장에선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게 좋지만 미국의 주장을 마냥 무시할 수가 없다. 일본을 WTO에 제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WTO가 규정을 바꿀 경우 이를 외면하기 어렵고, 한일 무역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맡을 미국 주장에 반대만 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정부 관계자는 “개도국 지위 유지와 일본에 대한 WTO 제소는 별개 사안”이라면서 “통상 관련 대응 사안이 쉽지 않게 얽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일본 수출규제 이어 WTO 개도국 제외 압박…통상 이중고 우려

    일본 수출규제 이어 WTO 개도국 제외 압박…통상 이중고 우려

    트럼프. 중국 겨냥해 “개도국 혜택 개혁”한국, 농업 부문만 개도국 지위 유지 중WTO 내 개도국 반발로 관철 어려울 수도큰 타격 없어도 미국 자체 규제 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비교적 발전된 국가들의 개발도상국 제외를 언급하면서 한국 통상이 또 다른 악재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비교적 발전된 국가가 WTO에서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주요 20개국(G20) 가입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의 개도국 지위까지 위태롭게 됐다. WTO는 개도국을 국제 자유무역질서에 편입시키기 위해 ‘개도국에 대한 특별대우(S&D·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s)’를 시행하고 있다. WTO 체제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으면 협약 이행에 더 많은 시간이 허용되고, 농업보조금 규제가 느슨하게 적용된다. WTO에서 어떤 국가가 개도국인지 결정하는 방식은 ‘자기선언’이다. 한 국가가 ‘우리나라는 개도국이다’라고 선언하면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할 당시 선진국임을 선언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농업 분야에서 미칠 영향을 우려해 농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개도국으로 남았다. 개도국 지위는 WTO 체제 하에서 오랜 논란거리였다. 이 문제는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출범 때부터 논란이 돼 온 쟁점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OECD를 중심으로 개도국 세분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WTO에서는 개도국들의 강력한 반발로 이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미국은 2월 개도국 우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WTO 사무국에 따르면 WTO 협정 내 개도국 우대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150여개에 달한다. 만약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더는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면 우대조항 역시 적용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개도국이라고 해도 우대조항을 활용할 때 다른 회원국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한국은 이미 농업 부문 외에서는 개도국 지위를 대부분 활용하지 않고 있어 타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 공산품 부문에서 한국은 오히려 개도국 우대 축소 또는 시장 개방 확대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농수산물 부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농산물 관세 감축은 선진국의 경우 5년에 걸쳐 50∼70%, 개도국은 10년 동안 선진국의 3분의 2 수준인 33∼47%를 감축해 평균적으로는 약 20%포인트의 감축률 차이가 발생한다. 또 개도국에는 특별품목(special products)을 허용하고 있어 할당량 내에서는 관세를 덜 내리거나 아예 면제할 수 있다. 개도국은 관세 감축으로 인해 수입이 급증할 경우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특별세이프가드(SSG·긴급수입제한조치)를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이 개도국에서 제외되면 쌀 등 고율 관세 핵심 농산물의 보호에서 이전과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개도국일 때는 쌀, 고추, 마늘, 양파, 감귤, 인삼, 감자와 일부 민감 유제품 등을 특별품목으로 지정해 관세 감축을 하지 않는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이 되면 이들 고율 관세 핵심 농산물의 대폭적인 관세 감축이 불가피하다. 예컨대 쌀 관련 품목 16개를 특별품목으로 지정하면 현행 513%의 관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만, 일반품목이 되면 70% 감축률이 적용되어 쌀 관세는 154% 수준으로 대폭 낮아진다. 농산물 보조감축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무 차이가 상당해 선진국의 의무를 이행할 시 농업 정책 운용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수출 농산물의 국내외 운송 등 물류 보조는 개도국의 경우 2023년까지 활용이 가능하지만, 선진국은 2015년 말로 즉시 철폐됐다. 다만 개도국이라고 해도 이런 우대조항을 무조건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 등 선진국의 반대에 부딪혀 WTO에서는 우대조항과 관련한 협상이 오랜 시간 교착상태에 있다. 만약 개도국 지위를 잃는다고 해도 선진국에 주어지는 민감품목 제도 등을 활용해 쌀 등 주요 농산물의 관세감축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WTO에서 개도국 지위 결정 방법 변경 또는 개도국 세분화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개도국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쉽게 관철되긴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90일 내로 이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은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현행 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국가(2017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 최소 1만 2056달러), 세계 무역량에서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 4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속하면 개도국이 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한국은 미국이 제시한 4가지 기준에 모두 포함된다. 이 때문에 한국은 당분간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한다고 해도 미국 측이 단행할 조치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기준에 속하는 국가가 OECD 회원국에 가입하려고 할 때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이미 OECD 회원국이라 영향을 받지 않지만, 추후 양자·다자 간 협상에서 미국 측이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수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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