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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 안 먹고 화장실 참는단 말에 억장 무너져” 성확정 수술길 동행한 엄마

    “물 안 먹고 화장실 참는단 말에 억장 무너져” 성확정 수술길 동행한 엄마

    트랜스젠더 가운데 가족이나 비성소수자 친구, 지인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힌 사람은 많지 않다. 이해 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한 순간에 외면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나도 모르게 숨게 된다. 그러나 모두가 이들에게 등 돌리는 건 아니다. 우울의 심연에서 끌어내 준 어머니와 미래를 함께 그려가 주는 연인, 모두가 문제아 취급할 때 끝까지 믿어준 선생님, 그리고 성별정정을 위한 싸움에 함께 해준 준 친구들까지. 서울신문은 지난 한달여간 트랜스젠더의 곁에서 함께 분투해주는 4인의 ‘앨라이’(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사람)를 만났다. 커밍아웃에 귀 막았던 어머니…“내 자식 잘못될까 생각 바꿔” “처음에 아이가 자신이 남자가 아니라고 했을 땐 진지하게 듣지 않았어요. 아예 몇 년간 귀를 막고 살았죠.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화장실에 가는 게 불편해 물 마시는 것도 참아야 하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겠어요. 그런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남편과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우유’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김수현(51·가명)씨는 자녀인 윤슬(21·가명)씨를 이해하게 됐던 순간을 떠올렸다. 수현씨는 자녀의 성 정체성을 ‘논바이너리 무로맨틱 무성애자’라고 담담히 설명한다. 트랜스젠더가 뭔지도 몰랐던 그다. 논바이너리는 여성이나 남성 어느쪽으로도 규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로맨틱 무성애자는 누구에게도 연애 감정이나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다. 수현씨가 이렇게 되기까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슬씨가 어머니에게 ‘커밍아웃’한 것은 6년 전인 중학교 3학년 때다. 수현씨는 슬씨의 고백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이의 어린시절을 되짚고 또 되짚어 봤지만 유난히 여성스러운 행동을 한다거나, 공주 인형에 관심을 보인 기억은 없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우울증을 앓은 탓이라고, 부모인 내가 잘못 키웠다고, 세상이 소수자에게 얼마나 차가운 곳인지를 몰라 저러는 거라고. 수현씨는 스스로를 이런 말들로 달랬다.슬씨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상황은 더 나빠졌다. 가족들 사이에는 두꺼운 벽이 생겼다. 슬씨는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방에만 틀어박혔다. “이대로 가다간 아이를 잃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슬이를 온전히 이해한 건 아니었지만 부모로서 어떻게 그냥 두고만 볼 수만 있겠어요. 일단 학교라도 그만두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 자퇴 얘기를 꺼냈죠.” 이후 슬씨는 조금씩 속마음을 터놓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온 게 화장실 얘기였다. 여자 화장실에 가고 싶지만 갈 수 없어 밖에선 물도 마시지 않으며 화장실을 참는다는 슬씨의 말에 수현씨 부부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성소수자부모모임에 나가면서 슬씨를 더 잘 이해하게 된 그는 아이에게 먼저 성확정 수술을 권했다. 얼마나 힘들지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가능한 빨리 원하는대로 살길 바랐다. 성 확정 수술을 받기 위해 태국행 비행기에도 함께 올랐다. “아이는 저희 보고 대단하다고, 자기는 이런 부모를 만나 정말 운이 좋다고 해요. 근데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하나 뿐인 저희 아이의 행복을 위해 있는 그대로 바라봤을 뿐입니다.” 수현씨의 말에 옆에 앉아있던 슬씨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문제아’ 품은 선생님 “여자로 살라는 건 폭력” 3년 전 박영(18)은 학교에서 손에 꼽히는 ‘문제아’였다. 담임 선생님이던 신미경(53·가명)씨는 새학기가 시작됐는데도 영이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중학교 3학년이 된 첫날부터 영이가 등교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학교에서 주최한 미술사생대회 날 사달이 났다. 일정이 예상보다 일찍 끝나자 영이가 “왜 마음대로 대회를 일찍 끝내느냐”며 난동을 부린 것이다. 신씨가 기억하는 영이의 첫인상이다. “다른 사람들은 학생이 어떻게 저럴 수 있냐며 화를 냈지만 제 생각은 달랐어요. 기댈 어른이 하나도 없어 외로운 마음, 세상에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서툴게 표현되는 것 같아 오히려 안쓰러웠죠.” 당시 영이는 이미 자퇴를 결심하고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상태였다. 신씨는 방황하는 영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려 노력했다. 그런 선생님의 모습에 영이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었다. 자연스럽게 성 정체성도 털어놓게 됐다. 영이의 커밍아웃에 신씨는 앞으로 영이가 살아가며 마주할 많은 고난이 염려됐지만 영이가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함께 고민했다.학교를 관둔 영이는 어머니가 있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신씨는 “성소수자에 더 포용적인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라며 영이의 일본행을 독려했다. 실제 일본에서 영이는 남자로서 자연스레 사회에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을 땐 신씨는 고졸 검정고시를 권했다. 높은 점수로 합격한 영이는 청소년 지도사가 되겠다며 관련 과를 지원한 상태다. 신씨는 한결같이 영이를 응원하고 조언했다. “누군가는 제가 교육자로서 영이를 ‘여자’로 살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할테지만 그건 엄연한 폭력이에요. 그런 생각 때문에 성소수자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숨어 지내며 혼자 더 아파합니다.” 신씨가 영이의 성별정정을 위해 법원에 제출한 인우보증서에는 그의 바람이 담겼다. “본 보증인은 신청인을 남성이라 생각합니다. 신청인이 우리 사회에서 부당한 인식으로 고통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신청인은 자신을 긍정하며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신청인이 스스로를 긍정할 때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으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친구의 행복해질 앞날을 축복해주고파” 하예림(22)씨는 김신엽(22)씨의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같은 반 친구다. “신엽이는 좋아하는 일이 많고, 언제나 열심히 사는 친구였어요.” 예림씨가 기억하는 신엽씨는 학생회에서 정보부장을 맡아 수강신청이나 기숙사 배정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일을 하면서 학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수학 문제를 물어보기며 다가갔다. 1년 뒤 같은 대학교 진학을 앞둔 두 사람은 부산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갔다. 성 정체성을 소개하는 부스에서 신엽씨는 단어 하나를 가리켰다. “트랜스젠더 여성. 내 정체성은 이거야.” 신엽씨가 이렇게 친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말을 꺼냈다. 그 후 두 사람의 우정은 더욱 깊어졌다. 예림씨는 신엽씨를 마음으로 이해하게 됐다. “법적 성별 때문에 남학생과 함께 숙소를 써야 했던 신엽이가 얼마나 불편했을까 하는 생각이 나중에 들더라고요.” 신엽씨는 어머니에게 트랜스 여성이라는 사실을 우연히 들킨 뒤 가정 폭력이 갈수록 심해지자 집을 나왔다. 이후 학교에 커밍아웃하는 과정을 전부 지켜본 예림씨. 성별정정 심문기일에도 법원에 함께 출석했다. 신엽씨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진심으로 친구를 위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성 정체성을 밝힌 뒤 더 행복하게 지내는 신엽이를 보면 기뻐요. 모두가 젠더 감수성이 높은 것은 아니기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늘 곁에서 응원할 겁니다.”신엽씨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친구들도 예림씨를 통해 손글씨로 쓴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널 보면 항상 놀랍고 대단해. 좋은 일은 함께 기뻐하고 힘든 일에는 어깨를 토닥여줄 수 있는 친구들에 곁에 있단다.” “자신의 성별을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참 어렵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이지만 너라면 끝까지 갈 수 있을 거야.”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가장 행복한 너로 살아가길 응원할게.” “‘나 때문에 위험 감수하나’ 걱정도…지금은 최선 다해 도와” 2년 전 남성이 되기 위한 의료적 조치를 시작한 김성훈(39·가명)씨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이지연(33·가명)씨의 든든한 조력 덕분에 용기를 냈다. 지인을 통해 우연히 서로를 알게 된 뒤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두 사람은 내년에 법적으로 부부가 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보통의 예비 부부라면 식장 예약이나 스튜디오 촬영 등으로 바쁠 시기, 지연씨의 신경은 온통 김씨의 성 확정수술에 쏠려 있다. 매일같이 국내외 사례를 구글링하고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름이 알려진 전국 병원을 찾아다닌다. “이 사람이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을 받겠다는 게 나 때문인가 해서 처음엔 말려야 하나 했어요. 오랜 시간 진심 어린 얘기를 듣고 내가 최선을 다해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연씨의 지지에 힘입어 성훈씨는 교제 시작 후 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성훈씨가 가슴절제술을 받았을 때 그의 곁에서 지극적성으로 간호한 사람도 지연씨였다. 지금은 자궁적출술과 외부 성기 재건술을 준비 중이다. 법원에 성별 정정을 신청하려면 생식능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처음으로 생식능력 제거술 없이도 성별 정정을 허가한 결정이 나왔지만 성훈씨는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결혼하면 지연이의 가족들과 여행도 가고 사우나·수영장 등을 이용하게 될텐데, 그럴 때 내 성 정체성이 걸림돌이 되는 게 싫거든요.” 성훈씨가 지연씨를 만나기 전까지 호르몬 치료를 미뤄온 건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그는 홀어머니 손에서 4남매 중 막내로 자랐다. 가정 형편은 넉넉치 못했다. 30대에 들어 자신의 전공을 살린 사업으로 경제적 여유가 생겼지만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결혼에 대한 결심은 성훈씨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어릴 땐 돈도 없었고 가족들 반대도 심했죠. 지금은 가족들도 지연이를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해요. 저랑 살면 함께 맞닥뜨려야 할 과제들이 많을텐데, 밝으면서도 강인한 사람이라면 함께 정면돌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라면 어떤 미래도 이겨낼 수 있다며 서로를 바라봤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나우뉴스] 투명한 머릿속·자유자재로 회전하는 눈알…심해어 포착 성공(영상)

    [나우뉴스] 투명한 머릿속·자유자재로 회전하는 눈알…심해어 포착 성공(영상)

    미국 캘리포니아 심해에서 외계생명체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외형의 물고기가 포착됐다. 미국 몬테레이만 아쿠아리룸 연구소(MBARI)가 공개한 영상은 속이 머릿속과 초록색 안구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심해어의 모습을 생생히 담고 있다. 연구소가 심해 탐사 무인잠수정(ROV)를 이용해 바닷속 600m 지점에서 포착한 이 물고기는 ‘통안어’(Barreleye)로 불리며, 심해에 사는 만큼 쉽사리 인간의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연구소 측도 무인잠수정 심해탐사 5600여 회, 2만 7600여 시간 동안 영상을 촬영했는데, 이중 통안어를 확인한 횟수는 단 9번에 불과하다. 통안어는 통 모양의 눈을 가진 물고기로, 대서양·태평양 등의 열대·온대 해역의 수심 600~800m 지점에서 주로 서식한다. 1939년 처음 발견된 뒤 매우 드물게 모습을 드러내왔다. 통안어와 같은 심해어는 햇빛이 닿지 않는 심해의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반적인 생명체보다 더 뛰어난 시력을 가지고 있다. 2개씩 두쌍, 총 4개의 눈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포착된 심해어의 초록색 눈은 다층 망막과 큰 수정체로 구성돼 있어 더 많은 빛을 감지해내는데 효과적이다. 또 구형 아래에 달린 눈은 거울과 같은 역할로, 빛을 모아 시야 확보에 도움을 준다. 연구진에 따르면 통안어 등 심해어는 주변의 사물과 생물을 뚜렷하게 볼 수는 없지만, 투명한 머릿속에 있는 눈이 앞과 옆, 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작은 물고기와 플랑크톤을 감지하고 사냥한다. 통안어가 빛의 도움이 없이도 먹잇감을 알아챌 수 있는 건 일종의 ‘광(光) 필터’ 능력 덕분이며, 이러한 능력은 투명한 머리와 자유자재로 회전하는 안구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MBARI 측은 “2019년까지는 이 물고기의 눈이 제자리에 고정돼 있다고 여겨졌었지만, 2019년 새로운 연구를 통해 눈동자가 투명한 머리 안에서 회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크고 납작한 지느러미는 물속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빛을 모으는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나우뉴스] 4650억원 가치 ‘비트코인 든 하드’ 실수로 버린 英남성의 근황

    [나우뉴스] 4650억원 가치 ‘비트코인 든 하드’ 실수로 버린 英남성의 근황

    몇천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이 든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이하 하드)를 실수로 버려 당국에 쓰레기 매립지를 파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영국 남성이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 매거진 ‘더 뉴요커’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영국 웨일스 뉴포트에 사는 제임스 하우얼스(35)는 지난달 중순 시 관계자들과 협상에 나섰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는 지난 5월에 이은 두 번째 협상으로, 이 관계자는 하우얼스의 비트코인 하드 회수 프로젝트는 너무 불확실하고 환경적으로도 위험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에 그는 당국은 내가 데이터 복구회사 온트랙과 계약을 맺고 해당 매립지의 전 현장 관리자를 전문가로 고용한 사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하드 복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타당성 조사를 당국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우얼스에 따르면, 해당 하드에는 7500비트코인이 들어 있다. 13일 기준 1비트코인의 가격은 한화 6200만원대로, 이를 환산하면 금액은 약 4650억 원에 달한다. 2009년 당시 IT 기술자로 일했던 그는 비트코인에 대해 알게 돼 재미 삼아 채굴 작업에 나섰다. 당시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접속하고 있는 PC는 그의 노트북을 포함해 단 5대뿐이었다. 하지만 당시 노트북 팬에서 나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여자 친구의 핀잔에 그는 거의 일주일 만에 채굴 작업을 관뒀다. 그로부터 반년 뒤 노트북에 실수로 음료수를 쏟아 애플의 PC로 교체하면서 기존 하드를 서랍에 보관해 놨다는 것. 하드에 있던 내용 중 사진 중 일부는 새 PC로 옮겼지만, 비트코인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당시 비트코인의 가치는 거의 없고 애플이 채굴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않았던 것이 이유였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3년 가을, 하우얼스는 노르웨이 오슬로의 한 남성이 1000비트코인을 팔아 아파트를 샀다는 BBC 보도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 그가 하드에 남겨뒀던 비트코인의 가치는 이때 기준으로 약 140만 달러(약 16억 원)였다. 당황한 그가 책상 서랍을 확인했지만, 그 안에 있던 하드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결국 그는 얼마 전 집을 청소할 때 여자 친구가 하드를 버렸다는 사실이 떠올라 망연자실했다. 그는 곧 바로 쓰레기 매립지에 가보려고 했지만, 당시 비트코인의 인지도가 낮아 상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거의 한 달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 그가 잃어버린 비트코인이 가격이 600만 달러(약 70억 원)를 넘었을 무렵, 드디어 여자 친구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하드를 찾기로 결심했다. 그는 매립지에 가서 직원을 설득했지만, 그가 거기서 본 것은 축구장 10~15개분의 방대한 쓰레기 산이었다. 하지만 당시 매립지 직원은 “일반 가정의 쓰레기를 버리는 구획은 정해져 있다”고 말하며 그에게 용기를 줬다. 그는 “하드를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확신했지만, 매립지를 파보겠다는 그의 요청에 시의 허가는 떨어지지 않았다. 뉴포트 시의회는 “매립지에서의 보물 찾기는 허가되지 않는다”면서 “만일 하드가 발견되면 돌려줄 것”이라고 밝혔지만, 나중에 “만일 발견해도 망가져버렸을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시의 이 같은 의견에도 그는 비트코인을 찾기 위한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하드 제조사에 연락해 저장 방식 덕에 파손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견해를 듣거나 미 항공우주국(NASA)의 추락 우주왕복선에서 데이터를 회수한 기업에 연락해 비트코인의 개인 키가 저장된 32킬로바이트의 디스크 공간이 무사하면 80~90%의 확률로 데이터를 꺼낼 수 있다는 의견을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 과정에서 하던 일도 관두고 여자 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헤어졌다. 그는 비트코인이 이별의 이유냐는 질문에 “그녀를 비난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무의식적으로 일상에서 티가 났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제 그는 하드를 회수하기 위한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자금을 모금하고 정보 수집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말 단 일주일 만에 7500비트코인을 모았는가”는 의문의 소리가 전해지기도 했지만, “지원팀을 파견하겠다”, “당신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등 협조적인 목소리도 전해졌다. 하우얼스는 그후에도 시 당국이나 영국 의회의 현지 의원에게 발굴 허가를 계속해서 요구했다. 올해 초에는 매립지를 파내게 하면 수익금의 25%인 5250만 파운드(약 787억 원)를 기부하겠다며 시의회에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수완을 살려 1년 안에 비트코인 회수 가능성이 큰 전략을 세우고 최종적으로는 유럽의 사업가 2명과 수익을 3등분한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는 현지 언론이나 온라인상에서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하드를 회수할 의사가 확고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지금도 비트코인 거래를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더 뉴요커 기자에게 스마트폰을 꺼내 전자지갑 속 코인의 환산 금액이 5억3000만 달러(약 6244억 원)가 넘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나는야 ‘주민 유튜버’… 강서 소식 직접 알려요

    나는야 ‘주민 유튜버’… 강서 소식 직접 알려요

    서울 강서구가 구정 소식을 전할 주민 유튜버를 모집한다. 구는 구정과 관련해 다양한 소식과 콘텐츠를 주민 손으로 직접 알리기 위한 강서 영상크리에이터 ‘지금은 강서시대’(포스터)를 운영하며,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13일 밝혔다. 지금은 강서시대는 강서구 주민 유튜버의 공식 명칭이다. 구는 비대면 시대 영향력이 커진 영상 미디어를 활용, 주민 참여를 통해 각종 사업을 알기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기획했다. 구정에 관심이 있고 영상 제작이 가능한 강서구민과 강서구 소재 학교나 법인에 다니는 학생, 직장인은 누구나 개인 또는 4인 이하 단체로 지원할 수 있다. 참여를 희망하는 경우 내년 1월 21일까지 신청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 본인 제작·편집 영상 등을 담당자 이메일(prhjjin0@gangseo.seoul.kr)로 제출하면 된다. 영상은 1~5분 사이로 강서구 자연, 관광, 문화예술, 볼거리, 놀거리 등 구와 관련된 내용이여야 한다. 본인 창작물이 아니거나 개인정보 노출, 광고성, 선거법 저촉 등 모집 취지에 어긋나는 경우, 공익성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엔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구는 총 8개 팀을 선발해 내년 한 해 동안 ‘지금은 강서시대’를 운영한다. 영상 콘텐츠 제작에 어려움이 없도록 채택된 영상 제작비 일부를 지원하며, 소정의 활동비도 지급한다. 구 관계자는 “주민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유익한 구정 소식을 더 친근하고 재밌게 알리려고 한다”며 “구정에 관심 있는 영상 기획·제작 인재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 검찰, 오거돈 전 부산시장 항소심서도 7년 구형...강제 추행 혐의

    검찰, 오거돈 전 부산시장 항소심서도 7년 구형...강제 추행 혐의

    검찰이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부산고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오현규) 심리로 13일 오후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1심과 같은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또 성범죄자 신상공개 등의 조치를 함께 요구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권력형 성범죄의 전형으로, 피해자들이 입은 충격과 상처가 매우 크고, 피고인 사퇴에 따른 시정 공백이 1년에 이르고 보궐선거로 막대한 선거비용 등이 들었다”며 구형이유를 설명했다. 오 전 시장은 최후 진술에서 “시장이라는 본분을 망각했다. 피해자들이 받은 상처 등에 다시 한번 뼈저리게 반성한다”라며 “남은 인생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대한의사협회에 의뢰한 피해자 진료기록감정촉탁신청서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적 질환도 치상(강제 추행)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판례에도 강제추행죄에 정신적 질환을 인정한 유사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진료기록 감정 결과는 항소심 판단에 중요한 판단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강제추행 후 겪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을 강제추행 치상으로 인정했었다. 오 전 시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재판은 내년 1월 19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4월 시장 집무실에서 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이재명 ‘전두환 공과’ 발언 후폭풍…이상민 “매우 부적절”

    이재명 ‘전두환 공과’ 발언 후폭풍…이상민 “매우 부적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TK(대구·경북)을 방문해 전두환씨의 경제 성과를 인정한 발언에 대해 민주당내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안민석 의원은 이 후보를 두둔하고 나선 반면 이상민 의원은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장을 맡은 안 의원은 13일 CBS 라디오에서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역사를 균형되게 봐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우리나라는 역사적 인식의 지역적 차이가 존재한다. 이런 차이를 이번 이재명 후보 발언으로 좁히는 계기가 됐다”며 “가령 광주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대구·경북에서 김 전 대통령의 평가가 다르듯, 대구·경북에서 전두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일반 국민들 평가와 틀리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한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가 각 지역마다 너무 불균형이고 좀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았나”라며 “이런 부분은 사실 어느 정도 공과 과를 올바르게 판단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금까지 전두환을 단 한 차례도 용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며 “내년 오월에도 광주 영령들을 기리고 전두환 비석을 밟으러 망월동 묘역을 찾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반면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최근 전두환 공과 발언 관련해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직격했다. 이 의원은 “내용적으로 국민의 지배적 여론이나 민주당의 기본가치에 반하고, 절차적으로 너무 쉽게 왔다 갔다 말바꾸는 것”이라며 “국가장도 못할 정도로 국민의 호된 비판을 받는 인물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야 어찌되든 아무 상관 없다는 위험한 결과 지상주의에 함몰된 것이 아닌지, 지역주의를 부추기거나 이용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가 한둘이 아니다”며 “신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TK 방문 이틀째인 지난 11일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삼저 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전두환은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을 살해한 용서할 수 없는 중범죄자다. 호평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그래서 광주 5·18 묘역에 갈 때마다 비석도 예외 없이 밟았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양자택일, 흑백논리에 지나치게 빠져있다는 말을 드리려는 것”이라며 “종합적 평가는 하되, 그렇다고 상대 진영은 100% 나쁘고 우리 진영은 100% 옳다는 태도는 마땅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어떻게 취재했나

    서울신문은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학교생활, 가족 관계, 노동, 성별정정 등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17일까지 15~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에는 224명이 참여했다. 15~18세 응답자는 전체의 29.5%인 66명, 19~24세 응답자는 70.5%인 158명이었다. 출생 시 성별이 여성인 응답자는 67.9%인 152명, 남성은 32.1%인 72명으로 집계됐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여성이라는 응답은 21.8%인 47명, 남성은 27.7%인 62명이었다. 남녀 어느 쪽으로도 규정하지 않는다는 ‘논바이너리’는 51.3%인 12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중 8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일부는 약 4개월 간격을 두고 2차 인터뷰를 가졌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성소수자부모모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해방전선 등의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는 서울신문 인터랙티브 사이트(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에서 더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 어떻게 취재했나

    서울신문은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학교생활, 가족 관계, 노동, 성별정정 등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17일까지 15~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에는 224명이 참여했다. 15~18세 응답자는 전체의 29.5%인 66명, 19~24세 응답자는 70.5%인 158명이었다. 출생 시 성별이 여성인 응답자는 67.9%인 152명, 남성은 32.1%인 72명으로 집계됐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여성이라는 응답은 21.8%인 47명, 남성은 27.7%인 62명이었다. 남녀 어느 쪽으로도 규정하지 않는다는 ‘논바이너리’는 51.3%인 12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중 8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일부는 약 4개월 간격을 두고 2차 인터뷰를 가졌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성소수자부모모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해방전선 등의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는 서울신문 인터랙티브 사이트(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에서 더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 [단독] 작년 청소년 823명 성별 불일치에 병원 찾아

    [단독] 작년 청소년 823명 성별 불일치에 병원 찾아

    지난해 성별 불일치감으로 병원을 찾은 24세 이하(진료 시 기준)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82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장 어린 트랜스젠더는 법적 성별이 여성인 9세 아동이었다. 12일 서울신문이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서 ‘성 주체성 장애’ 질병진단코드로 조회한 결과 법적 성별이 남성인 청소년은 673명, 여성인 청소년은 150명이었다. 연령에 관계없이 지난해 이 진단을 받은 트랜스젠더는 1707명이었다. 법적 성별이 남성인 인구가 더 많은 데 대해 장창현 살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해외에서도 2000년대에는 법적 성별이 남성인 트랜스 여성이 법적 성별이 여성인 트랜스 남성보다 많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통계 수치를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는 성별로 살아가기 위한 의료적 조치를 시작하는 첫 단계에서 병원을 방문하는 인구로 해석한다.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자가 호르몬 치료를 하거나, 성별 불일치감을 겪으면서도 정신과 진단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인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정확히 몇 명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성년자 대부분은 부모 동의를 받지 못하거나 경제적 부담, 건강에 끼칠 영향을 우려해 호르몬 치료를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통상 성확정 수술을 완료한 성인들이 성별정정을 신청하기에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주민등록상 성별정정을 마친 인구 통계로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10대 때부터 산부인과나 가정의학과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라 통계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청소년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인구총조사 등 각종 국가 통계조사가 법적 성별을 기준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법적 성별정정이 끝난 트랜스젠더 인구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2633명으로 집계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5년 연구에서 국내 트랜스젠더 인구가 5만명에서 25만명 사이일 것으로 추정했다. [용어 클릭] ■성 정체성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 ■성별 불일치감 트랜스젠더가 겪는 신체·사회적 불쾌감 등 고통 ■성확정 수술 생식능력 제거 및 외부 성기 재건 등 외과수술 ■논바이너리 남성과 여성 어느 성별로도 정의하지 않는 것 ■트랜지션 성 정체성에 맞춰 외모·신체 특징 등을 변화시키는 과정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 [단독] “내가 누군지 숨겨야 해”… ‘성별 이분법’ 학교서 버림받는 그들

    [단독] “내가 누군지 숨겨야 해”… ‘성별 이분법’ 학교서 버림받는 그들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태어났을 때 부여받은 성별이 그들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과 다른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트랜스젠더라고 부른다.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사춘기는 이들에게 가혹하다. 원치 않는 모습으로 바뀌는 신체는 좌절감을 안긴다. 자신의 몸을 바라보기조차 힘든 이들도 있다. 가정과 학교는 혼란에 빠진 이들에게 온전한 울타리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태어난 대로 살라”고 강요한다. 이런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극심한 성별 불일치감을 겪게 된다. 마음속 시한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쉽게 분노에 휩싸이고 깊은 우울감에 빠져든다. 그렇게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우리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홀로 걷는다.●교사들 성 정체성 농담에 ‘마음의 상처’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학교란 미래를 그릴 수 없는 감옥이다. 남녀 분반, 남녀 학번, 남녀 기숙사, 남녀 교복, 남녀 화장실. 성별 이분법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마음속엔 조급함이 싹튼다. “내가 누군지 숨겨야 한다. 하루빨리 호르몬 치료와 성확정 수술을 받아 법적 성별정정을 마친 뒤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생존전략이다. 또래 친구들은 조금이라도 ‘다르다’는 게 느껴지면 ‘이상한 애’라며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한다. 트랜스 남성 박도윤(22·가명)씨도 그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새로 전학 간 학교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갔더니 “쟤는 여잔데 왜 저래?”라며 친구들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도윤씨는 ‘여성’을 연기했다. 괴로움을 참을 수 없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된 도윤씨는 온라인에서 트랜스 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있구나.” 다시 머리를 짧게 잘랐다. 남학생들과 어울리자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교사는 도윤씨를 농담거리로 삼았다. 쇼트커트에 바지 교복을 입은 도윤씨에게 고등학교 선생님은 “너 설마 트랜스젠더 아니지?”라고 추궁했다. 자퇴 후 다니던 꿈드림센터에서 만난 청소년 지도사는 “너 갑자기 커밍아웃하면 안 된다. 선생님, 너무 부담스럽다”며 웃었다. 가까운 친구로부터 성 정체성을 공격받는 일은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다. 도윤씨는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뒤 친한 선배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난 신경 안 써.” 첫 반응은 덤덤했다. 얼마 후 대뜸 성소수자를 폭행한 범죄자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보내며 “킹왕짱이지 않냐? 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얼굴에 수염이 난 도윤씨가 “남자 화장실은 대변기 칸이 적어 가기가 꺼려진다”고 토로하자, 선배는 “넌 남성기가 없으니까 여자 화장실을 써야지”라고 쏘아붙였다. “친구한테라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은데 그런 일들이 쌓이니 쉽지 않아요. 저도 지쳤고요.” 도윤씨는 말했다. 서울신문 조사에 응한 224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 가운데 중·고등학교 재학 중 교사로부터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68.8%나 됐다. 직접 언어적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당한 경우도 24.1%였다. 그러나 10명 중 8명은 그저 참았다.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76.7%)거나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69.8%) 때문이었다. 대응하면 오히려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불안감(67.4%)도 높았다. 동료 학생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경우는 32.6%로 교사에 비해 더 많았다. 특히 언어적 폭력(74.0%)이나 아우팅(43.8%) 피해가 컸다.●성소수자 학생 권리구제 신청은 ‘0’ 차별과 혐오를 피해 벽장 속에 숨을수록 우울감은 깊어진다. 여성과 남성 어느 쪽으로도 자신의 성별을 인식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트랜스 여성 윤슬(21·가명)씨는 중2 때부터 고2 때까지의 기억이 흐릿하다.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성적은 뚝뚝 떨어졌다. 철저히 남학생으로 살아야 하는 학교가 싫었다. ‘사춘기’를 명분 삼아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음담패설을 나누는 분위기도 불편했다. 숨통이 막힐 때면 머리라도 기르고 싶었다. 하지만 교사들은 슬씨의 머리가 귀를 덮을 길이가 될 즈음이면 바로 “남자가 그게 뭐냐”며 질책했다. 신경은 날로 예민해졌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지적을 받으면 “선생님이 수업을 그딴 식으로 하니까 잔다”고 반항했다. 고2 때는 등교 거부를 시작했다. 부모님이 자퇴 얘기를 꺼내자 “잘됐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사유조차 묻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 슬씨를 자퇴 처리했다. 학업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트랜스젠더 가운데 71.4%는 학업 중단이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관련성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학교에서 마주하는 차별적 대우’(68.6%), ‘성 정체성에 따른 혼란’(54.3%) 등을 꼽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국가인권위원회나 학생인권센터 등 외부 기관을 통해 학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홀로 버티다 결국 자퇴를 택하는 이유다. 최희원(17·가명)은 올 5월 자퇴 결정을 내리기 전 인권위에 진정을 낼까도 생각했지만 포기했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해도 언제 권고가 나올지도 모르고 강제성은 없잖아요. 선생님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학교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말이 쓰일 수 있다는 걱정도 컸고요.” 희원이가 다니는 학교가 있는 지역 교육청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돼 있지 않았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곳은 서울, 경기, 광주 등 몇 되지 않는다. 하형주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조사관은 “서울은 조례에 차별금지 사유로 성적지향(성적 끌림)과 성 정체성을 명시하고 있지만 아우팅 우려 때문에 성소수자 학생이 권리 구제 신청을 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했다.●트랜스젠더 자녀 회피하는 부모들 “너 손목이 왜 그러니. 당장 말해.” 중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어머니는 트랜스 남성 송우현(21·가명)씨의 손목에서 상처를 발견했다. 어머니의 추궁에 우현씨는 “나는 여자가 아닌 것 같다”고 실토했다. 내심 어머니가 도와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른 여자애들하고 성향이 조금 다르다고 네가 남자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그를 부정했다. 입버릇처럼 ‘나는 진보’라고 자부하는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 나도 여자가 되고 싶었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아니었다.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탐난다고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여성은 여성의 자리가 있다.” 우현씨의 우발적 ‘커밍아웃’은 없던 일이 됐다. ●굿판 벌인 아버지… 화내고 때리는 어머니 자녀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대부분 일단 회피한다. 자녀를 위협하면 성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에 가족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 경험은 성소수자의 마음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이런 이유에서 대다수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부모에게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 논바이너리 트랜스 남성 신동휘(20·가명)씨는 생각한다. “엄마나 아빠랑 친밀하게 지내면 죄책감이 들어요. 낳아 준 부모님한테도 솔직하지 못한데 사회에 나가서 이런 존재인 나를, 이런 성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싶죠.” 무심코 던진 성소수자 혐오 발언도 상처를 주는 건 마찬가지다. 도윤씨는 회상한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동성애자가 ‘더럽다’고 해서 겁이 났어요. 독립하기 전까지 말하지 말아야지 결심했죠.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커밍아웃을 했는데, 아버지가 돈가스를 사 주겠다며 저를 이상한 절에 데려가서 굿을 벌였어요. 저한테 남자 귀신이 붙었다면서요.”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 가운데 부모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건 어머니의 경우는 46.0%, 아버지는 34.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부모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린 15~18세는 더 드물다. 이들 중 어머니가 당사자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건 31.8%, 아버지가 아는 건 22.7%에 불과했다. 정체성을 알게 된 가족들 대부분 모른 체(55.2%)하거나 대화를 단절(40.5%)했다. 언어적 혹은 물리적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언어적 폭력을 경험한 건 44.8%나 됐고, 원하는 성별 표현을 저지당한 경우도 40.5%에 달했다. 전환치료(15.5%)를 강요당하거나 경제적 지원이 끊긴 경우(13.8%)도 적지 않다. 12.9%는 신체적 폭력에 노출됐다. 트랜스 여성인 대학생 김신엽(22)씨도 어머니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다. 교환학생으로 스웨덴에 간 그를 만나러 온 어머니는 우연히 ‘김신엽, 여성 인칭대명사(she·her)’라고 쓰인 이름표를 발견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그를 무시하거나 다짜고짜 화를 냈다. 잠을 자는 그의 머리를 쥐어박거나 물건을 던질 때도 있었다. 몸을 더듬는 어머니에게 “이건 성추행”이라며 거부했지만, 어머니는 “내 아들 몸인데 뭐가 어떠냐”고 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를 말리지 않았다. 신엽씨는 어린 동생에게 가족의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학대라고 생각했다. 결국 무작정 가족을 떠나 동아리방에서 살기 시작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탈가정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지다. 15~18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62.1%는 가출을 고민했고, 실제 12.2%는 가출을 택했다. 성인이 된 후엔 실행에 옮기는 비율이 높아졌다. 19~24세 응답자 가운데 75.9%는 가출을 고려했고, 41.7%가 집을 떠났다. 이들은 평균 16세의 나이에 자유(65.5%)를 찾았고, 가정폭력(49.1%)과 정체성에 따른 갈등(45.5%)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미 허물어진 울타리를 넘었다. 띵동의 정용림 활동가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에 대한 상담 지원과 함께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온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학업·진로 포기한 아이들 저임금 노동이 현실 집을 떠난 아이들은 아르바이트 시장에 내몰린다. 생계를 이어 나가면서 비급여인 호르몬 치료나 성확정 수술 같은 의료적 조치를 받으려면 몸이 하나로는 부족하다. 부모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거나 가정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면 부담은 더 무겁다. 그래서 불합리한 처우도, 고강도 노동도 이를 악물고 견딘다. 도윤씨는 18살 무렵 고깃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소문난 ‘악덕 사장’이던 고깃집 주인은 빨리 움직이라며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한 달 중 쉬는 날은 단 하루. 6개월을 꼬박 일하자 300만원이 모였다. 가슴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동휘씨는 17살에 자퇴하면서 어머니에게 ‘트랜스 남성’이라고 커밍아웃했다. 그리고 집을 떠나 또래 성소수자 친구와 원룸에서 살았다. 남녀로 구분되는 청소년 쉼터 역시 동휘씨에겐 학교와 다를 바가 없었다.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청소년이라고 잘 뽑아 주지도 않는데 트랜스젠더는 성별까지 애매모호해 보이잖아요. 법적 성별이 여성이니까 서비스직이면 ‘여성다움’을 원하고요. 그러니까 힘든 일을 할 수밖에요.” 동휘씨는 당근마켓에 중고 물품 판매자로 위장한 글을 올려 이불을 팔기도 했고, 공장에서 도시락도 만들었다. 고정 알바가 안 구해지면 쿠팡 물류센터나 택배 상하차 ‘일용직’을 했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느낀다. 트랜스 남성 박영(18)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포장하고 나르는 알바를 하다 얼마 전 잘렸다. 대표는 “트랜스젠더여도 이해한다”고 했지만 가슴절제술을 받기 위해 잠시 일을 쉰 뒤로 더는 그를 찾지 않았다. 지난 9월 영이가 성별을 식별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을 받은 뒤 일자리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긴 해요. 저는 힘을 쓰는 일을 많이 하는데, 산업재해 사고라도 당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남의 이름으로 일하다 임금이 떼이면 어떻게 항의하고요.” 청소년 트랜스젠더 모임인 튤립연대의 활동가 A씨는 “학교와 가정, 사회로부터 배제된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학업이나 진로를 포기하고 저임금 노동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그래픽 김예원 기자 yean811@seoul.co.kr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 ‘마음연결’ 02-745-9191과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카카오톡 친구 ‘띵동119’)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별기획팀 최훈진·김주연·민나리·최영권 기자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자기혐오에 안 빠지게 제도적으로 보호 필요”

    “자기혐오에 안 빠지게 제도적으로 보호 필요”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에 집중하도록 돕는 게 최우선입니다. 제도적인 보호와 지원이 있어야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성 정체성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나아가 사회에서도 고립되지 않고 통합돼 살아갈 수 있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통합교육구(SFUSD·시교육청)에서 성소수자 학생을 위한 서비스 실무를 맡고 있는 케냐 헤이즐우드(사진)는 지난달 18일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도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전선에 서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헤이즐우드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공립학교 160여곳에 제공되는 성소수자(LGBTQ)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담당자다. LGBTQ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전부 포괄하는 용어다. 샌프란시스코 공립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5만 5500여명 가운데 성소수자는 약 7%로 추정된다. 헤이즐우드는 “그중에서도 트랜스젠더 학생의 비율을 1% 정도로 보고 있다”며 “학생들이 성 정체성이 발각될까 불안해하거나 괴롭힘을 당한다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시 교육위원회가 1990년 5월 최초로 게이 학생 지원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2003년부터는 학생 누구나 자신이 불리길 원하는 이름과 성별로 불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시행됐다. 다만 성적표 등 공식 기록에는 법적 이름과 성별이 그대로 유지된다. 헤이즐우드는 “성소수자 학생이 일상에서 맞닥뜨릴 사회적 성별 불일치감을 줄여 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교직원은 2년마다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교육을 받고, 학교에는 성중립 화장실·탈의실 등이 갖춰져 있다. 성소수자 관련 과목을 정식으로 채택한 학교도 적지 않다. 학교에서만큼은 학생 모두가 성별 지향과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헤이즐우드는 “학생 스스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우울증은 물론 자해나 자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학교가 보호해 줘야 청소년들이 인간답게, 평등하게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단독] “넌 여자냐, 남자냐” 문제아 낙인찍은 학교… 트랜스젠더 청소년 22%, 결국 교문 밖으로

    [단독] “넌 여자냐, 남자냐” 문제아 낙인찍은 학교… 트랜스젠더 청소년 22%, 결국 교문 밖으로

    ‘트랜스 남성’ 성 정체성 찾은 희원이 학교에 도움 요청했지만 자퇴 종용중고생 학업 중단율 대비 27배 높아 희원(17·가명)이는 어린 시절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해 본 기억이 없다. 부모님에게 늘 믿음직스러운 맏딸이자 동생에게는 하나뿐인 언니였지만 희원이는 스스로 남자라고 느꼈다. 집 화장실에서는 늘 서서 소변을 봤고 초등학교 때는 남성 호모소셜(동성끼리만 교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가입했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자 희원이의 몸은 낯설게 변했다. 봉긋해진 가슴,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생리. 혼란스러웠다. “몸이 자꾸만 제가 여자라고 말하는 것 같아 우울했어요.”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 어느 성별로도 정의하지 않는 것) 트랜스 남성. 열다섯 살 희원이가 분투 끝에 찾은 성 정체성이다. 학교는 희원이를 문제아 취급했다. 희원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막무가내로 “따님은 동성애자”라고 말한 것도 담임 선생님이었다. 교사들은 ‘넌 여자냐, 남자냐’라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졌다. 학생들은 떼지어 몰려와 ‘역겹다’고 소리쳤다.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자 “네가 먼저 불쾌한 행동을 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수업시간에 과호흡으로 쓰러진 희원이는 올해 5월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자퇴했다. 자신의 성별을 태어날 때 성과 다르게 인식하는 청소년 트랜스젠더 5명 중 1명꼴로 학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은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지난달 13~17일 리서치 전문회사 엠브레인과 함께 15~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224명을 상대로 설문했다. 전체 응답자의 21.9%가 ‘학업중단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5~18세 청소년 66명 가운데 13.6%는 현재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고등학교 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0.8%에 불과하다.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두는 비율이 평균에 비해 27배나 높은 것이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처한 현실을 조명하기 위해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회에서는 8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싣는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단독] “넌 여자냐, 남자냐” 문제아 낙인찍은 학교… 트랜스젠더 청소년 22%, 결국 교문 밖으로

    [단독] “넌 여자냐, 남자냐” 문제아 낙인찍은 학교… 트랜스젠더 청소년 22%, 결국 교문 밖으로

    ‘트랜스 남성’ 성 정체성 찾은 희원이학교에 도움 요청했지만 자퇴 종용중고생 학업 중단율 대비 27배 높아“사내아이는 우는 거 아니야. 얼른 눈물 뚝 그쳐.” 10년 전 유치원 선생님은 울며불며 떼쓰는 남자 아이를 달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일곱 살 희원(17·가명)이는 선생님에게서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말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집에선 맏딸, 유치원에선 여자 아이였던 희원이는 그러나 스스로 여자라고 생각해 본 기억이 없다. 집에선 늘 서서 소변을 봤고, 초등학교 때는 남성 호모소셜(동성끼리만 교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사춘기가 되자 희원이의 몸은 낯설게 변했다. 봉긋해진 가슴,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생리. 혼란스러웠다. “몸이 자꾸만 제가 여자라고 말하는 것 같아 우울했어요.”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 어느 성별로도 정의하지 않는 것) 트랜스 남성. 열다섯 살 희원이가 분투 끝에 찾은 성 정체성이다. 학교는 희원이를 문제아 취급했다. 희원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막무가내로 “따님은 동성애자”라고 말한 것도 담임 선생님이었다. 교사들은 ‘넌 여자냐, 남자냐’라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졌다. 학생들은 떼지어 몰려와 ‘역겹다’고 소리쳤다.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자 “네가 먼저 불쾌한 행동을 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수업시간에 과호흡으로 쓰러진 희원이는 올해 5월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자퇴했다. 자신의 성별을 태어날 때 성과 다르게 인식하는 트랜스젠더 청소년 5명 중 1명꼴로 학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은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지난달 13~17일 리서치 전문회사 엠브레인과 함께 15~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224명을 상대로 설문했다. 전체 응답자의 21.9%가 ‘학업중단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5~18세 청소년 66명 가운데 13.6%는 현재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고등학교 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0.8%에 불과하다.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두는 비율이 평균에 비해 27배나 높은 것이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처한 현실을 조명하기 위해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회에서는 8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싣는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 [단독]‘성별 이분법’ 학교서 버림받는 그들…등돌린 가정서 떠나는 그들

    [단독]‘성별 이분법’ 학교서 버림받는 그들…등돌린 가정서 떠나는 그들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태어났을 때 부여받은 성별(지정 성별)이 그들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과 다른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트랜스젠더라고 부른다.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사춘기는 이들에게 가혹하다. 원치 않는 모습으로 바뀌는 신체는 좌절감을 안긴다. 자신의 몸을 바라보기조차 힘든 이들도 있다. 가정과 학교는 혼란에 빠진 이들에게 온전한 울타리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태어난 대로 살라”고 강요한다. 이런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극심한 성별 불일치감을 겪게 된다. 마음 속 시한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쉽게 분노에 휩싸이고 깊은 우울감에 빠져든다. 그렇게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우리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홀로 걷는다. 혐오와 차별이 일상인 학교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학교란 미래를 그릴 수 없는 감옥이다. 남녀 분반, 남녀 학번, 남녀 기숙사, 남녀 교복, 남녀 화장실. 성별 이분법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마음 속엔 조급함이 싹튼다. “내가 누군지 숨겨야 한다. 하루 빨리 호르몬 치료와 성확정 수술을 받아 법적 성별정정을 마친 뒤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생존전략이다. 또래 친구들은 조금이라도 ‘다르다’는 게 느껴지면 ‘이상한 애’라며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한다. 트랜스 남성 박도윤(22·가명)씨도 그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새로 전학 간 학교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갔더니 “쟤는 여잔데 왜 저래?”라며 친구들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도윤씨는 ‘여성’을 연기했다. 괴로움을 참을 수 없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된 도윤씨는 온라인에서 트랜스 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있구나.” 다시 머리를 짧게 잘랐다. 남학생들과 어울리자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교사는 도윤씨를 농담거리로 삼았다. 숏커트에 바지 교복을 입은 도윤씨에게 고등학교 선생님은 “너 설마 트랜스젠더 아니지?”라고 추궁했다. 자퇴 후 다니던 꿈드림 센터에서 만난 청소년 지도사는 “너 갑자기 커밍아웃하면 안 된다. 선생님, 너무 부담스럽다”며 웃었다. 가까운 친구로부터 성 정체성을 공격받는 일은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다. 도윤씨는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뒤 친한 선배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난 신경 안 써.” 첫 반응은 덤덤했다. 얼마 후 대뜸 성소수자를 폭행한 범죄자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보내며 “킹왕짱이지 않냐? 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얼굴에 수염이 난 도윤씨가 “남자 화장실은 대변기 칸이 적어 가기가 꺼려진다”고 토로하자, 선배는 “넌 남성기가 없으니까 여자 화장실을 써야지”라고 쏘아붙였다. ‘신경쓰지 않는다’는 말이 존중한다는 게 아니라 ‘너가 트랜스젠더인데 뭐 어쩌라고?’라는 뜻이었다. “친구한테라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은데 그런 일들이 쌓이니 쉽지 않아요. 저도 지쳤고요.” 도윤씨는 말했다. 서울신문 조사에 응한 224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 가운데 중·고등학교 재학 중 교사로부터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68.8%나 됐다. 직접 언어적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당한 경우도 24.1%였다. 그러나 10명 중 8명은 그저 참았다.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76.7%)거나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69.8%) 때문이었다. 대응하면 오히려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불안감(67.4%)도 높았다. 동료 학생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경우는 32.6%로 교사에 비해 더 많았다. 특히 언어적 폭력(74.0%)이나 아웃팅(43.8%) 피해가 컸다. 성소수자 학생 권리구제는 ‘0’…기댈곳 없어 학교 스스로 관둬 차별과 혐오를 피해 벽장 속에 숨을수록 우울감은 깊어진다. 여성과 남성 어느쪽으로도 자신의 성별을 인식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트랜스 여성 윤슬(21·가명)씨는 중2 때부터 고2 때까지 기억이 흐릿하다.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성적은 뚝뚝 떨어졌다. 철저히 남학생으로 살아야 하는 학교가 싫었다. ‘사춘기’를 명분 삼아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음담패설을 나누는 분위기도 불편했다. 숨통이 막힐 때면 머리라도 기르고 싶었다. 하지만 교사들은 슬씨의 머리가 귀를 덮을 길이가 될 즈음이면, 바로 “남자가 그게 뭐냐”며 트집을 잡았다. 신경은 날로 예민해졌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지적을 받으면 “선생님이 수업을 그딴 식으로 하니까 잔다”고 반항했다. 고2 때는 등교 거부를 시작했다. 부모님이 자퇴 얘기를 꺼내자 “잘 됐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사유조차 묻지 않고 기다렸다는듯 슬씨를 자퇴 처리했다. 학업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트랜스젠더 가운데 71.4%는 학업 중단이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관련성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학교에서 마주하는 차별적 대우’(68.6%), ‘성 정체성에 따른 혼란’(54.3%) 등을 꼽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국가인권위원회나 학생인권센터 등 외부 기관을 통해 학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홀로 버티다 결국 자퇴를 택하는 이유다. 최희원(17·가명)씨는 올 5월 자퇴 결정을 내리기 전 인권위에 진정을 낼까도 생각했지만 포기했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해도 언제 권고가 나올지도 모르고 강제성은 없잖아요. 선생님과 관계가 틀어지면 학교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말이 쓰일 수 있다는 걱정도 컸고요.” 희원씨가 다니는 학교가 있는 지역 교육청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돼 있지 않았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곳은 서울, 경기, 광주 등 몇 안 된다. 그중에서도 조례 안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가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는 지역은 서울과 경기 정도다. 하형주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조사관은 “서울은 다른 지역과 달리 학생인권조례에 차별금지 사유로 성적지향(성적 끌림)과 성 정체성을 명시했다”면서도 “성소수자 권리구제 신청을 하는 순간 정체성이 원치 않게 공개되기 때문에 여전히 학생들은 상담기관을 찾을 뿐 직접 구제 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도윤씨는 잘 살기 위해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자퇴를 택했지만, 지금도 졸업식에 가는 꿈을 자주 꾼다. ‘검정고시로 졸업했는데 왜 학교에 있지’라고 의구심을 품다가 ‘꿈인데 그럴 수도 있지’라고 납득한다. “남들은 초·중·고는 그냥 졸업하잖아요. 자퇴한 데 아쉬움이 남나봐요.” 등 돌린 부모 “너 손목이 왜 그러니. 당장 말해.” 중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어머니는 트랜스 남성 송우현(21·가명)씨의 손목에서 상처를 발견했다. 어머니의 추궁에 우현씨는 “나는 여자가 아닌 것 같다”고 실토했다. 내심 어머니가 도와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른 여자애들하고 성향이 조금 다르다고 네가 남자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그를 부정했다. 입버릇처럼 ‘나는 진보’라고 자부하는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 나도 여자가 되고 싶었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아니었다.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탐난다고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여성은 여성의 자리가 있다.” 우현씨의 우발적 ‘커밍아웃’은 그렇게 없던 일이 됐다. 부모님의 지지를 바랐던 우현씨는 다시 용기를 냈다. “학교에 다니며 성별을 바꾸기 위한 의료적 조치(트랜지션)를 하고 싶다”고 편지를 썼다. 7살 터울인 동생이 잠든 뒤에야 부모님은 우현씨를 불렀다. 그때 들은 말 대부분을 애써 기억에서 지웠지만, 아버지의 한 마디는 잊을 수 없다. “애초에 너를 내 자식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러니까 네가 이렇게 말해도 나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다. 네가 커서 알아서 해라.” 자녀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대부분 일단 회피한다. 자녀를 위협하면 성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에 가족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 경험은 성소수자의 마음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우현씨는 오랫동안 부모를 설득한 끝에 고2 때 학교를 그만두고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 두어달이 지나자 수염도 났다. 신체에 대한 성별 불일치감은 줄었지만 부모님은 멀어졌다. 어머니는 느닷없이 수도원으로 떠났다. “제가 변하는 모습을 보기 싫었던 거 같아요. 한달 뒤에 엄마가 돌아오고 저는 집에서 쫓겨났어요. 집에 전화했는데, 지금 들어가면 맞아죽겠다 싶었죠. 아는 사람 집을 1주일씩 전전하다가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인 ‘띵동’에 도와달라고 했죠.” 폭력에 전환치료 시도까지…가출은 이들의 생존법 대다수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부모에게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 논바이너리 트랜스 남성 신동휘(20·가명)씨는 생각한다. “엄마나 아빠랑 친밀하게 지내면 죄책감이 들어요. 그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요. 낳아준 부모님한테도 솔직하지 못한데, 사회에 나가서 이런 존재인 나를, 이런 성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싶죠.” 무심코 던진 성소수자 혐오 발언도 상처를 주는 건 마찬가지다. 도윤씨는 회상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동성애자가 ‘더럽다’고 해서 겁이 났어요. 살려면 독립하기 전에 말하지 말아야지 결심했죠.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커밍아웃을 했는데, 아버지가 돈까스를 사주겠다며 저를 이상한 절에 데려가서 굿을 벌였어요. 저한테 남자 귀신이 붙었다면서요.”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 가운데 부모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건 어머니의 경우는 46.0%, 아버지는 34.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부모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린 15~18세는 더 드물다. 이들 중 어머니가 당사자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건 31.8%, 아버지가 아는 건 22.7%에 불과했다. 정체성을 알게 된 가족들 대부분 모른 체(55.2%) 하거나 대화를 단절(40.5%)했다. 언어적 혹은 물리적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언어적 폭력을 경험한 건 44.8%나 됐고, 원하는 성별 표현을 저지당한 경우도 40.5%에 달했다. 전환치료(15.5%)를 강요당하거나, 경제적 지원이 끊긴 경우(13.8%)도 적지 않다. 12.9%는 신체적 폭력에 노출됐다. 트랜스 여성인 대학생 김신엽(22)씨도 어머니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다. 교환학생으로 스웨덴에 간 그를 만나러 온 어머니는 우연히 ‘김신엽, 여성 인칭대명사(she/her)’라고 쓰인 이름표를 발견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그를 무시하거나 다짜고짜 화를 냈다. 잠을 자는 그의 머리를 쥐어박거나 물건을 던질 때도 있었다. 몸을 더듬는 어머니에게 “이건 성추행”이라며 거부했지만, 어머니는 “내 아들 몸인데 뭐가 어떠냐”고 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를 말리지 않았다. 신엽씨는 어린 동생에게 가족의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학대라고 생각했다. 결국 무작정 가족을 떠나 동아리방에서 살기 시작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탈가정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지다. 15~18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62.1%는 가출을 고민했고, 실제 12.2%는 가출을 택했다. 성인이 된 후엔 실행에 옮기는 비율이 높아졌다. 19~24세 응답자 가운데 75.9%는 가출을 고려했고, 41.7%가 집을 떠났다. 이들은 평균 16살의 나이에 자유(65.5%)를 찾고, 가정 폭력(49.1%)과 정체성에 따른 갈등(45.5%)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미 허물어진 울타리를 넘었다. 띵동의 정용림 활동가는 “정신과 상담이나 진단에 대한 부모 동의를 얻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청소년 트랜스젠더에 대한 상담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탈가정한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생계형 노동자가 된 아이들 집을 떠난 아이들은 아르바이트 시장에 내몰린다. 생계를 이어나가면서 비급여인 호르몬 치료나 성확정 수술 같은 의료적 조치를 받으려면 몸이 하나로는 부족하다. 부모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거나, 가정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면 부담은 더 무겁다. 그래서 불합리한 처우도, 고강도 노동도 이를 악물고 견딘다. 도윤씨는 18살 무렵 고깃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소문난 ‘악덕 사장’이던 고깃집 주인은 빨리 움직이라며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한달 중 쉬는 날은 단 하루. 6개월을 꼬박 일하자 300만원이 모였다. 가슴 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동휘씨는 17살에 자퇴하면서 어머니에게 ‘트랜스 남성’이라고 커밍아웃했다. 그리고 집을 떠나 또래 성소수자 친구와 원룸에서 살았다. 남녀로 구분되는 청소년 쉼터 역시 동휘씨에겐 학교와 다를 바가 없었다.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였다. “청소년이라고 잘 뽑아주지도 않는데 트랜스젠더는 성별까지 애매모호해 보이잖아요. 법적 성별이 여성이니까 서비스직이면 ‘여성다움’을 원하고요. 그러니까 힘든 일을 할 수밖에요.” 동휘씨는 당근마켓에 중고 물품 판매자로 위장한 글을 올려 이불을 팔기도 했고, 공장에서 도시락도 만들었다. 고정 알바가 안 구해지면 쿠팡 물류센터나 택배 상하차에서 ‘일용직’을 했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느낀다. 트랜스 남성 박영(18)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포장하고 나르는 알바를 하다 얼마 전 잘렸다. 대표는 “트랜스젠더여도 이해한다”고 했지만, 가슴 절제술을 받기 위해 잠시 일을 쉰 뒤로 더는 그를 찾지 않았다. 지난 9월 영씨가 성별을 식별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을 받은 뒤 일자리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긴 해요. 저는 힘을 쓰는 일을 많이 하는데, 산업재해 사고라도 당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남의 이름으로 일하다 임금이 떼이면 어떻게 항의하고요.” 청소년 트렌스젠더 모임인 튤립연대의 활동가 A씨는 “학교와 가정, 사회로부터 배제된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학업이나 진로를 포기하고 저임금 노동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이들에게 아무런 지원도 없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라’고 말만 하는 건 가혹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 ‘마음연결’ 02-745-9191과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카카오톡 친구 ‘띵동119’)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美 샌프란 교육담당자 “자기혐오에 안 빠지게 제도적 보호 필요”

    美 샌프란 교육담당자 “자기혐오에 안 빠지게 제도적 보호 필요”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에 집중하도록 돕는 게 최우선입니다. 제도적인 보호와 지원으로 학생들이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성 정체성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나아가 사회에서도 외부인으로 고립되지 않고, 통합돼 살아갈 수 있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통합교육구(SFUSD·시교육청)에서 성소수자 학생을 위한 서비스 실무를 맡고 있는 케냐 헤이즐우드(사진)는 지난달 18일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도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전선에 서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헤이즐우드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공립학교 160여곳에 제공되는 성소수자(LGBTQ)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담당자다. LGBTQ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모두 포괄하는 용어다. 샌프란시스코 공립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5만 5500여명 가운데 성소수자는 약 7%로 추정된다. 헤이즐우드는 “그 중에서도 트랜스젠더 학생의 비율을 약 1%로 보고 있다”며 “학생들이 성 정체성이 발각될까 불안해 하거나 괴롭힘을 당한다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시 교육위원회가 1990년 5월 최초로 게이 학생 지원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2003년부터는 학생 누구나 자신이 불리길 원하는 이름과 성별로 불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시행됐다. 다만 성적표 등 공식 기록에는 법적 이름과 성별이 그대로 유지된다. 헤이즐 우드는 “성소수자 학생이 일상에서 맞닥뜨릴 사회적 성별 불일치감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교직원은 2년마다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학교에서 만큼은 학생 모두가 성별 지향과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루스 아사와 예술학교 등 성소수자 관련 과목을 대학 입학사정에 들어가는 정식 과목으로 채택한 학교도 적지 않다. 대부분 학교는 성중립 화장실과 탈의실도 갖추고 있다. 정서적인 고립이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학생들은 교내 웰니스센터에서 의료지원을 받거나, 젠더클리닉을 갖추고 있는 베니오프어린이병원 등 전문 기관으로 연계해준다. 헤이즐우드는 “학교의 지원 정책이 다양해지면서 점차 더 많은 학생이 커밍아웃을 하는 추세”라며 “성소수자 학생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동의 없이는 부모님에게도 자녀의 성 정체성을 알려선 안된다는 정책이 있다”고 했다. 이어 “학생 스스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 우울증은 물론 자해나 자살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학교가 보호해줘야 청소년들이 인간답게, 평등하게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단독]지난해 청소년 823명 ‘성별불일치감’으로 병원 찾았다

    [단독]지난해 청소년 823명 ‘성별불일치감’으로 병원 찾았다

    국내 청소년 트랜스젠더 현황출생 시 성별 남 673명·여 150명“미성년자 대부분 진단 못 받아”지난해 성별 불일치감으로 병원을 찾은 24세 이하(진료시 기준)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82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가장 어린 트랜스젠더는 법적 성별이 여성인 9세 아동이었다. 성별 불일치감은 태어났을 때 부여받은 성과 정신적 성이 달라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겪는 불편감이나 그로 인한 고통을 뜻한다. 12일 서울신문이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서 ‘성 주체성 장애’ 질병진단코드로 조회한 결과, 법적 성별이 남성인 청소년은 673명, 여성인 청소년은 150명이었다. 연령에 관계없이 지난해 이 진단을 받은 트랜스젠더는 1707명이었다. 법적 성별이 남성인 트랜스 여성 인구가 더 많은 데 대해 장창현 살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해외에도 2000년대에는 트랜스 여성이 트랜스 남성 보다 많았다가 최근에는 점차 인구 비율이 비슷해지고 있다는 연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통계 수치를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는 성별로 살아가기 위한 의료적 조치를 시작하는 첫 단계에서 병원을 방문하는 인구로 해석한다.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트랜스젠더가 호르몬 치료를 받거나 성별정정을 하려면 정신과에서 질병진단코드를 받기 때문에 이를 통해 트랜스젠더 인구 수를 추산할 수 있다”면서도 “자가 호르몬 치료를 하거나, 성별 불일치감을 겪으면서도 정신과 진단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인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신문이 15~18세 트랜스젠더 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1%만 정신과에서 성 주체성 장애 관련 진단을 받았다.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정확히 몇명인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미성년자 대부분은 부모 동의를 받지 못하거나 경제적 부담, 건강에 끼칠 영향을 우려해 호르몬 치료를 시도조차 못한다. 통상 성확정 수술을 마친 성인들이 성별정정을 신청하기에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주민등록상 성별정정을 마친 인구 통계로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10대 때부터 산부인과나 가정의학과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라 통계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청소년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인구총조사 등 각종 국가 조사가 법적 성별을 기준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법적 성별정정이 끝난 트랜스젠더는 전체 인구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2633명으로 집계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5년 연구에서 국내 트랜스젠더 인구를 5~25만명 정도로 추정했다.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단독]청소년 트랜스젠더 5명 중 1명, 낙인 찍은 학교 떠났다

    [단독]청소년 트랜스젠더 5명 중 1명, 낙인 찍은 학교 떠났다

    “사내 아이는 우는 거 아니야. 얼른 눈물 뚝 그쳐.” 유치원 선생님은 울며불며 떼 쓰는 남자 아이를 달래며 이렇게 말했다. 일곱살 희원이(17·가명)는 선생님에게서 직접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집에서도, 유치원에서도 희원이는 맏딸이자 여자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원이는 스스로 여자라고 생각해본 기억이 없다. 집에서 늘 서서 소변을 봤고, 초등학교 때는 남성 호모소셜(동성끼리만 교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가입했다. 사춘기가 되자 희원이의 몸은 낯설게 변했다. 봉긋해진 가슴, 한 달에 한번 찾아오는 생리. 혼란스러웠다. “몸이 자꾸만 제가 여자라고 말하는 것 같아 우울했어요.”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 어느 성별로도 정의하지 않는 것) 트랜스 남성. 열다섯살 희원이가 분투 끝에 찾은 성 정체성이다. 학교는 희원이를 문제아 취급했다. 희원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막무가내로 “따님은 동성애자”라고 말한 것도 담임 선생님이었다. 교사들은 ‘넌 여자냐, 남자냐’라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졌다. 학생들은 떼지어 몰려와 ‘역겹다’고 소리쳤다.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자 “네가 먼저 불쾌한 행동을 했으니 어쩔 수 없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학교도 날 지켜주지 않을 줄은 몰랐어요.” 희원이의 불안 증세는 심해졌다. 어느 날엔 수업 중 호흡이 가빠져 숨이 안쉬어졌다. 선생님이 성확정 수술 후 강제 전역 조치된 트랜스 여성 고 변희수 전 하사를 ‘남자 트랜스젠더 군인’으로 언급한 게 뇌관이었다. “제가 죽으면 저를 여자로 기억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어요.” 희원이는 결국 올해 5월 담임 선생님의 권유를 받고 자퇴했지만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의 성별을 태어날 때 성과 다르게 인식하는 트랜스젠더 청소년 5명 중 1명꼴로 학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은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지난달 13~17일 리서치 전문회사 엠브레인과 함께 15~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224명을 상대로 설문했다. 전체 응답자의 21.9%가 ‘학업중단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5~18세 청소년 66명 가운데 13.6%는 현재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고등학교 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0.8%에 불과하다.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두는 비율이 평균에 비해 27배나 높은 것이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처한 현실을 조명하기 위해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회에서는 8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싣는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어떻게 취재했나 서울신문은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학교생활, 가족 관계, 노동, 성별정정 등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17일까지 15~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에는 224명이 참여했다. 15~18세 응답자는 전체의 29.5%인 66명, 19~24세 응답자는 70.5%인 158명이었다. 출생 시 성별이 여성인 응답자는 67.9%인 152명, 남성은 32.1%인 72명으로 집계됐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여성이라는 응답은 21.8%인 47명, 남성은 27.7%인 62명이었다. 남녀 어느 쪽으로도 규정하지 않는다는 ‘논바이너리’는 51.3%인 12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중 8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일부는 약 4개월 간격을 두고 2차 인터뷰를 가졌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성소수자부모모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해방전선 등의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유한기 본부장 사망에 다시 불거진 ‘대장동 특검’… 李·尹 모두 자신감

    유한기 본부장 사망에 다시 불거진 ‘대장동 특검’… 李·尹 모두 자신감

    대장동 의혹의 핵심 관련자 중 한명인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이 사망하면서 대장동 특검 논의가 재점화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성역 없는 특검”을 강조하고 나섰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해서 하자고 이야기한 게 언제인가”라며 두 후보 모두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오섭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2일 서면브리핑에서 “이재명 후보는 오래전부터 대장동 사건의 성역 없는 특검을 주장해왔다”며 “반면 윤석열 후보는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등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빼자며 특검마저 좌지우지하는 초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죄를 지은 사람이 자기 죄는 조사하지 말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윤 후보는 더이상 특검을 피해 도망치지 마십시오”라고 요구했다. 민병선 선대위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화천대유 특검은 시작점과 종착지를 모두 수사해 진상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며 “특검 수사 범위에 비리의 시작점부터 종착지까지 그 무엇 하나도 빠뜨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사건이 바로 화천대유 개발 비리의 뿌리이고,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에서 화천대유 개발비리가 잉태됐다”며 “특검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수사에 어떤 성역도, 치외법권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이 지난 10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11일 춘천 강원도당에서 열린 강원도 선대위 발대식에서 “특검 문제는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해서 하자고 이야기한 게 언제인가”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후보도 같은날 경북 칠곡의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며 “다행히 전부에 대해서 특검을 하자고 하니까 전적으로 환영하는 바이고 실질적 협의를 여야가 국회에서 대신해주도록 요청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나우뉴스] “모조리 휩쓸었다” 위성으로 본 美 초토화…사상 최악 토네이도

    [나우뉴스] “모조리 휩쓸었다” 위성으로 본 美 초토화…사상 최악 토네이도

    사상 최악의 토네이도(회오리바람)가 미국 중남부를 초토화시켰다. 12일(이하 현지시간) CNN은 주말 사이 발생한 토네이도가 중남부 6개주를 모조리 휩쓸어 최소 8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10일 밤부터 11일 사이 켄터키, 테네시, 미시시피, 아칸소, 미주리, 일리노이 등 6개주에서 최소 37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토네이도는 무려 402㎞ 구간을 이동하며 막대한 피해를 일으켰다. 토네이도가 이렇게 긴 구간을 이동하며 한 번에 5개주 이상을 강타한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토네이도가 지난 자리는 폐허가 됐다. 피해는 특히 켄터키주 메이필드시에 집중됐다. 10일 밤 켄터키주를 강타한 토네이도로 양초공장이 무너져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공장 안에는 근로자 110명이 있었는데, 현재까지 구조된 사람은 40명 남짓이다. 생존자 카이아나 파슨스-페레스는 “토네이도가 몰아치기 전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그러나 초강력 토네이도를 피할 수 없었다. 먼지바람을 몰고 온 토네이도는 공장 전체를 집어삼켰고, 귀가 터질듯한 굉음과 함께 건물이 붕괴했다”고 밝혔다. 그는 무너진 건물 잔해에 매몰됐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11일 미국 상업위성 막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공장 모습이 담겼다. 올해 초 사진과 비교하면 피해 규모가 더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앤드루 버시아 켄터키 주지사는 “옥상에 최소 5m 높이 금속과 차량, 부식성 화학물질이 든 통이 있었다. 생존자가 발견된다면 그건 기적일 것이다”라고 비통해했다. 버시아 주지사는 “켄터키주에서 토네이도로 사망한 사람은 70명 이상이다. 실제로는 100명이 넘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메이필드시 중심가도 초토화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붕괴한 건물 파편과 뿌리째 뽑힌 나무, 전봇대 등이 어지럽게 널려 도시 전체가 미로처럼 변했다고 설명했다. AP통신도 뒤틀린 철판과 끊어진 전선, 부서진 차량이 줄지어 도시라는 걸 알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메이필드시에서 발생한 토네이도로 집 한 채가 통째로 뜯겨나갔고, 그 파편은 9144m 상공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캐시 오낸 메이필드 시장은 CNN에 “도시가 마치 성냥개비(더미)처럼 보였다”고 말했다.토네이도는 일리노이주에도 상처를 남겼다. 특히 에드워즈빌시 아마존 물류센터 일부가 무너지면서 최소 6명이 사망했다. 현지 소방당국에 따르면 토네이도가 덮칠 당시 물류센터 안에는 직원 약 50명이 있었으며, 이 중 30명은 스스로 건물을 빠져나와 대피했다. 아칸소주에서는 87개 병상 규모 요양원이 붕괴해 최소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이 밖에 테네시주 4명, 미주리주 2명이 이번 토네이도로 사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즉각 연방 자원 투입을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역사상 가장 큰 토네이도다.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됐는지 알 수 없다. 비극이다”라면서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도 긴급 대응 요원을 배치하고 식수 등 필수 물품의 공급에 나섰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여주시, 유튜브 종합홍보지수 경기도 2위

    경기 여주시가 경기도내 31개 시군 유튜브 종합홍보지수 성적에서 2위를 차지했다. 작년 10월에 이어 올해 다시 시행된 한양대 빅데이터분석센터 결과에 따르면 고양시와 여주시, 화성시, 이천시, 평택시 순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깡댄스’, ‘여주 신서유기’, ‘여주 농산물 3부작’으로 유명세를 치른 여주시는 지난 해 4위에서 1위 고양시와도 불과 0.3 포인트 차이의 2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여주시는 31개 시군 중 가장 늦게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평가기준 중 핵심지표인 영상수에서 거의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시민참여를 나타내는 지표인 ‘좋아요’와 ‘댓글 수’에서 최상위 평가를 획득해 ‘사실상 종합 1위’로 평가되었다. 결국 정책 참여를 위한 도구로써 유튜브의 가치를 강조한 이항진 시장의 홍보 정책과 2030, MZ세대의 구미에 맞는 콘텐츠가 잘 어우러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다. 황상재 한양대빅데이터분석센터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위권과 하위권간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며, “제목이나 해시태그 같은 다양한 형태의 정성 데이터를 통해 작년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평가지표를 토대로 유튜브 정책 홍보에 대한 종합평가와 개선에 대한 제언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를 주도한 조재수 중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여주시 유튜브 홍보의 가장 큰 특징은 유튜브 홍보 활동의 성과를 평가하는데 가장 중요한 지표인 ‘좋아요’와 댓글에서 매우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하면서 “콘텐츠 생산이 기본적으로 체계적인 계획 아래 촘촘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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