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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데탕트 설계사’ 키신저의 경고 “미중 대화 않으면 전쟁날 수도”

    ‘미중 데탕트 설계사’ 키신저의 경고 “미중 대화 않으면 전쟁날 수도”

    중국을 국제사회로 끌어낸 ‘1등공신’으로 평가받는 헨리 키신전(98) 전 미 국무장관이 “미중이 대화를 하지 않으면 전쟁 등 파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 9일 중국 정부가 마련한 ‘베이징 비밀 방문’ 50주년 기념식에서 미중 두 나라가 진지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정확히 50년 전인 1971년 7월 9일 극비리에 베이징을 방문해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회동하고 이듬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방중을 성사시켰다. 미국에서는 키신저 전 장관의 영향력이 크게 줄었지만 중국은 여전히 그를 ‘미중 화해 설계사’로 여기며 높게 평가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9일 베이징에서 ‘시진핑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의 주재 아래 기념 행사를 가졌다. 미중 각계 인사 300명 이상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여기서 키신저 전 장관은 화상으로 “1971년 이래 두 나라가 협력해 왔다.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이 더 커진 지금 양국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미중이 대화를 통해 현재의 긴장국면을 해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양국 대화의 근본조건은 미국이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양국이 진지한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왕 부주석도 이날 기념식에서 “미국의 가장 큰 적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 자신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중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며 “진지한 대화로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발전은 전 세계의 기회이며 중미는 반드시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양국은 상호 존중하며 구동존이(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찾는 것)를 통해 상호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1만년 전 맥주를 지금 맛볼 수 있다면? [지효준의 맥주탐험]

    1만년 전 맥주를 지금 맛볼 수 있다면? [지효준의 맥주탐험]

    불을 써서 음식을 익히기 시작한 인류는 우연한 계기로 발효에도 눈을 떴다. 운 좋게 알콜 음료를 맛본 뒤 그 매력에 끌려 지속적으로 양조 기술을 발전시켰다. 고대인들은 적당한 알콜이 주는 위안과 활력을 무기 삼아 거칠고 힘든 세상을 견딜 힘을 얻었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중국 동부 허난성(河南省)의 자후 신석기 유적지에서 양조 흔적이 발견됐다. 자후는 허난성의 성도 정저우에서 150㎞쯤 떨어져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분자고고학 교수였던 패트릭 에드워드 맥거번(Patrick Edward McGovern·77) 연구팀은 기원전 7000년쯤 만들어진 토기에서 발효 물질을 찾아냈다. ‘고대 맥주의 인디아나 존스’로 불리는 맥거번 교수는 중국 연구팀과 함께 유적지 잔해에서 타타르산(주석산)과 밀랍(벌집), 식물성스테롤 등을 발굴했다. 이를 종합해 “고대인들이 포도나 산사나무 열매, 꿀, 쌀 등을 넣고 술을 빚었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의 에일(Ale) 맥주에 가깝다”고 결론 내렸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9000년전 맥주가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오는 순간이었다.2005년 맥거번 교수는 미 델러웨어의 양조장 ‘도그피쉬 헤드’(Dogfish Head)에 “자후에서 발견된 재료를 활용해 고대 맥주를 재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양조장은 역사적 고증을 통해 오렌지꽃꿀과 포도즙, 엿기름(보리의 싹을 내어 말린 식품), 산사나무 열매 등을 넣은 뒤 발효시켜 맥주를 제조했다. 이름은 ‘샤토 자후’(Chateau Jiahu). 맥주 이름에 프랑스 보르도 와이너리를 뜻하는 ‘샤토’를 붙인 것이 특이하다. 인류 최초의 맥주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이 맥주는 미국의 대표적 맥주 시음 행사인 ‘전미 맥주 축제’(Great American Beer Festival)에서 2009년 금메달, 2011년 은메달을 받았다.다만 샤토 자후는 논란도 많았다. 우선 중국 고대 양조법으로 만든 맥주를 미국인들이 가로채 상표 등록했다는 사실에 비난이 컸다. 미국 측 관계자들이 “1만년 전 맥주 제조법에 무슨 저작권이 있느냐”고 응대해 갈등을 부추겼다. 자후의 한 주민은 신화통신에 “정확하게 콕 집어 말할 수 없지만 ‘무언가 도둑 맞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행동에 (법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어서 유감”이라고 토로했다. 맥거번 교수의 결론에 대해서도 학계의 반발이 컸다. 그의 주장만으로는 9000년 전 인류가 진짜로 맥주를 마셨다는 완벽한 증거는 되지 못했다. 샤토 자후도 고대인의 방식이 아닌 현대 양조 기술로 만들어져 맥거번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대 맥주에서 컨셉트만 가져왔을 뿐 자후의 진정한 복원물이 아니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에 2014년 중국 장쑤성 난징의 수제맥주 양조장 ‘마스터 가오’(Master Gao)가 팔을 겉어붙였다. 1만년 자후의 비밀을 풀고자 신석기인의 양조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술을 빚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최종 산물을 공개하면 고고학계의 논란도 마무리될 것으로 봤다. 마스터 가오는 중국 최초의 수제맥주 양조장으로, 2008년 문을 연 ‘1세대 브루어리’다.대표인 가오얜(高岩·52)은 9000년 전 자후의 설비와 원료, 기후 등 당시 양조 여건에 최대한 가깝게 환경을 설정해 발효에 나섰다. 고고학자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여기서 만들어진 것은 맥거번 교수의 주장대로였다. 중국의 신석기인들이 술을 마셨고 이것이 맥주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자후 유적을 발견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류 최초의 술’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발견된 와인 제조 흔적이었다. 자후 유적은 메소포타미아보다 3000년 이상 앞선다. 가오얜의 실험으로 인류가 적어도 1만년쯤 전부터 맥주를 마셨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세계 양조 역사가 다시 쓰여졌다. 이 일을 계기로 마스터 가오는 중국 크래프트 맥주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됐다. 가오얜도 ‘중국 수제맥주의 대부’로 떠올랐다.최근 필자는 가오얜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자후 맥주 실험은 세계 양조 연구에 있어서 매우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술은 이미 자연 속에서 존재하고 있었다. 인류는 양조를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기술을 배우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연구를 통해 고대의 술이 지금의 술과 비슷한 특징이 많다는 사실을 입증했고, ‘옛 술은 도수가 약하고 맛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도 깨뜨렸다”고 덧붙였다.마스터 가오도 ‘고대 맥주 복원’을 기념하고자 2017년 ‘자후’를 내놨다. 1만년 전 인류가 먼저 맛 본 술을 탐험해 보는 것은 단지 맥주 한 병을 마시는 것 이상의 특별한 경험과 의미를 선사한다. 그들과 우리가 연결돼 있다는 느낌도 가질 수 있다. 이는 맥주 덕후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생각한다.정리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스테픈 커리와 광고 찍은 ‘농구 신동’, 스펠링 비 흑인으로 두 번째 우승

    스테픈 커리와 광고 찍은 ‘농구 신동’, 스펠링 비 흑인으로 두 번째 우승

     여러 개의 농구 공을 동시에 드리블하는 것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을 셋이나 갖고 있어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와 함께 광고를 찍을 정도로 ‘농구 신동’ 소리를 들었던 자일라 아방가르드(14)가 권위있는 영어 단어 외우기 대회인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 근처 하비에 사는 자일라는 8일(현지시간) 밤 플로리다주 레이크 부에나비스타에서 열린 대회 결선에 다른 10명과 함께 진출해 17번째 문제 만에 텍사스주 프리스코에서 온 차이트라 툼말라(12)를 물리치고 그 또래에 어울리지 않게 많은 우승 상금 5만 달러(약 5742만원)를 차지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툼말라와 그녀의 운명을 가른 단어는 ‘murraya’였다. 희귀 식물에 관심 있는 이들이나 알 법한 오렌지자스민이란 식물이다. 아시아와 호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속(屬, genus)이다.  사회자가 단어를 발음하고 뜻을 풀이하면 단어 철자를 하나하나 대야 하는데 자일라는 한번 멈칫했다가 나중에 또박또박 답을 댄 뒤 사회자가 맞다고 하자 겅중겅중 뛰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에 앞서서는 민트의 한 종류인 캣닢(캣잎) 속을 가리키는 ‘nepeta’에서 최대 고비를 맞았다. 잘 모르겠다는 듯이 버벅거린 뒤 철자를 댔는데 정확히 맞혔다. 그 전에 투덜댄다는 뜻의 ‘querimonious’와 발굽이 하나인 동물을 가리키는 ‘solidungulate’ 철자를 정확히 답했다. 우리야 네 단어 모두 듣도보도 못한 것임은 말할 것 없다.  언뜻 농구 선수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리스계인지 라틴 혈통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외모의 자일라는 96년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서 두 번째 흑인 우승자이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이다. 1998년 자메이카 출신 조디안느 맥스웰이 흑인으로는 첫 우승자였다. 자일라가 우승하면서 2008년 대회 이후 단독이든 공동이든 인도 등 서남아시아에 뿌리를 둔 청소년들이 계속 우승하던 기록도 멈춰섰다. 2019년에는 모두 8명이 공동 우승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는데 지난해 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문에 열리지 못했다. 1925년 첫 대회가 열린 뒤 취소된 것은 2차 세계대전 때인 1943~45년 이후 75년 만에 처음이었다.  홈스쿨을 한다는 그녀의 첫 번째 취미는 농구라고 했다. 하지만 대회 출전을 결심한 뒤 하루 7시간씩, 1만 3000개의 단어 철자를 쓰곤 했다고 했다. 언젠가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코트에 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자일라와 툼말라 모두 2015년 이 대회 준우승자이며 예일 대학에 다니는 콜 샤퍼레이(20)의 코치를 받았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지난 6일 백악관이 예고한 대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이날 결선 현장을 찾아 참가자 및 가족을 만나 축하하고 격려해 눈길을 끌었다.
  • 의사들이여, 펜을 들어라… 환자의 ‘삶’을 치료하라

    의사들이여, 펜을 들어라… 환자의 ‘삶’을 치료하라

    날카롭게 읽고 쓰면서 환자 고통 깊이 공감하는 ‘서사의학’… ‘3분 진료’ 익숙한 우리 의료현실에 고민 던져간호사가 이름을 호출하면 환자가 방 안으로 들어간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이야기하면, 의사는 그저 몇 마디 되물을 뿐이다.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3분 남짓. 수납을 마친 환자는 으리으리한 로비를 지나 병원을 나선다. 의사가 환자를 그저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우리의 진료 풍경. 이런 상황이라면, 의사와 환자 사이에 공감이 생겨날 수 없다. ●컬럼비아대 샤론 교수 ‘의학· 문학 융합 프로젝트’ 컬럼비아대 내과 교수이자 문학 연구자인 리타 샤론은 20년 전부터 의사가 환자의 아픔에 좀더 공감하고, 의료의 질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서사의학’(Narrative Medicine)이라는 의과대학 석사과정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책은 샤론 교수를 비롯한 의사와 예술가 8명이 서사의학이란 무엇인지, 구체적인 훈련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준다. 서사의학은 서사가 분명한 좋은 글을 찾아내고, 이야기를 깊이 읽고 창의적으로 글을 쓰는 훈련이다. 글 쓰는 시간은 한정적이어야 하며, 쓴 글에 대해 조언을 해 줄 사회자가 있어야 한다는 식의 방법도 소개한다. 예컨대 ‘엘리스 먼로의 단편 ‘물 위의 다리’를 읽고 등장인물 간 상호작용이나 대화에 관해 5분간 적어 보시오’라는 식이다. 사회자는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끌어내려 해선 안 된다. 저자는 서사의학에 대해 “그저 문학을 읽고 개인의 감상을 나누거나 글을 쓰는 데서 나아가 치료라는 명확한 목적을 염두에 둔 전문적인 훈련”이라 강조한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의사와 문학자 중심으로 구성됐던 컬럼비아대 서사의학팀은 현재 사회적, 정치적인 주제까지 다루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글의 숨은 의미 찾듯 환자의 내면 이끌어내는 훈련 차갑기만 한 병실에서 의사가 컴퓨터 모니터의 의무기록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눈을 마주치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픔에 공감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환자를 위해서다. 환자의 목소리에 담긴 진짜 의미를 찾아야 일상 회복을 위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의료인이 글에 내재한 의미를 이끌어 내는 훈련을 거듭하면 할수록 환자와 대화의 깊이가 깊어진다. 그러다 보면 좀더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게 서사의학의 원리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활동은 한 발 나아가 환자의 삶도 바꾸는 결과를 가져온다. 환자들은 그동안 잘 이야기하지 않았던 삶의 이야기, 또는 나의 정체성을 의사에게 내보이면서 치유되고, 그동안 질환으로 흩어져 버린 삶을 다시 맞추는 과정에 들어간다. ●문학적 글쓰기 아닌 의학적 글쓰기엔 다소 낯설 수도 한국의철학회 이사 김준혁 연세대 치대 교수가 번역하고, 뒤에 보충하는 글을 실었다. 김 교수는 특히나 서사의학이 한국 의료계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살핀다. 응급환자나 수술 등 기술적인 부분을 중요시하는 분야에서 크게 효용을 보기는 어렵겠지만, 안락사를 논하는 의료윤리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책에는 문학에 대한 다른 분석, 기존 문학적 글쓰기가 아닌 의학 분야에 맞는 글쓰기 방법 등을 주로 다룬다. 익숙하지 않은 글을 사례로 들고 설명하기 때문에 다소 생소할 수 있고, 기존 문학 독법에서 벗어난 게 많아 읽기도 어렵다. 다만 의료행위의 본질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고, ‘3분 진료’에 익숙한 우리도 서사의학과 같은 시도가 가능할 수 있을지 고민거리를 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 인도, 中 보란듯 달라이 라마 생일 축하…“미국·인도, 쓸데없는 짓 말라”

    인도, 中 보란듯 달라이 라마 생일 축하…“미국·인도, 쓸데없는 짓 말라”

    지난해 국경 충돌 뒤로 중국과 갈등 중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게 이례적으로 생일 축하 전화를 했다. 중국의 신경을 의도적으로 자극하려는 의도다. 중국 매체는 “쓸모 없는 행동”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8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6일 자신의 트위터에 “달라이 라마의 86세 생일을 축하하고자 그와 통화했다”며 “그가 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기원한다”고 썼다. 모디 총리가 2014년 취임 뒤로 달라이 라마와 대화한 것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그가 공개적으로 달라이 라마의 생일을 축하한 것도 처음이다. 모디 정부는 2019년까지만 해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티베트 망명 정부와 거리를 뒀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2018년 뉴델리에서 인도 망명 60주년 기념행사를 대규모로 열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행사는 이듬해 인도 북서부 다람살라에서 열렸고 인도 정부 인사들은 대부분 이 행사에 불참했다. 달라이 라마는 두 살이던 1937년 달라이 라마의 환생을 검증하는 여러 시험을 통과해 1940년 즉위했다. 티베트에서 달라이 라마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여겨진다. 그는 중국 침공 뒤 인도로 탈출해 1959년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우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끌어왔다. 이에 중국은 달라이 라마를 ‘조국 분열 활동‘으로 규정하는 등 극도의 거부감을 보여왔다.두 나라는 지난해 6월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로 인도군 20명이 숨진 뒤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모디 총리가 올해 공개적으로 달라이 라마와의 교류를 과시한 것은 지난해부터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해 더는 중국의 입장을 배려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글로벌타임스는 “모디 총리와 토니 블링켄 미국 국무장관이 달라이 라마의 생일에 인사말을 전했다”며 “이런 작은 속임수들은 실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보여주고자 잔재주를 부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들을 내버려 두라. 우리와의 관계가 악화되자 불쾌한 행동을 일삼는 국가들의 행태를 쭉 지켜봤다”고 힐난했다. 또 “중국 남서부 티베트 자치구는 철도와 도로가 꾸준히 늘어나 점점 더 살기 좋아지고 있다. 티베트 망명정부가 들어선 다람살라에 비하면 티베트는 다른 행성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개인정보법 개정에 홍콩 떠나려는 빅테크 기업들…만류하는 홍콩 정부

    개인정보법 개정에 홍콩 떠나려는 빅테크 기업들…만류하는 홍콩 정부

    홍콩 정부가 개인정보법 개정을 추진하자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 등이 서비스 중단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홍콩 측은 “법 개정은 ‘신상털기’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오해를 해소하겠다고 밝혔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날 홍콩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악의적인 행위를 막으려면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관련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빅테크 기업들을 대표하는 ‘아시아인터넷연합’(AIC)은 지난달 25일 “법 개정이 이뤄지면 사용자가 온라인에 올린 내용과 관련해 인터넷기업 직원들이 수사·기소 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며 홍콩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홍콩 정부에 보냈다. 람 장관은 회견에서 “신상털기 방지 입법에 대한 폭넓은 지지가 있다”며 “온라인 기업들이 우려를 표한다면 (정부의) 개인정보 최고책임자가 그들을 만나 의견을 들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 5월부터 개인정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정인을 위협 또는 협박하거나 괴롭힘 또는 상해를 가하려는 의도로 신상털기를 한 사람에게 최대 5년의 징역형 또는 100만 홍콩달러(약 1억 4500만원)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홍콩에서는 2019년 반정부 시위가 한창일 때 친중 성향 정치인에 대한 신상털기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홍콩 정부가 친중 정치인을 보호하고자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들은 “신상털기를 막아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법안 문구가 모호해 현지법인과 직원이 수사 또는 기소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며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기업이 처벌을 피할 방법은 홍콩 내 서비스 제공과 투자를 멈추는 것뿐”이라며 법 위반사항을 더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홍콩 정부에 요청했다. 홍콩에서는 개인정보법 개정안을 두고 법규가 모호하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WSJ은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홍콩 정부와 빅테크 기업 간 긴장이 높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과 구글, 트위터는 지난해 7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되자 홍콩 정부와 사법당국에 이용자 정보제공을 중단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중국계’ 벨기에 대사 부인 잇따른 기행에 中 “한국인” 주장

    ‘중국계’ 벨기에 대사 부인 잇따른 기행에 中 “한국인” 주장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 대사의 중국계 부인 쑤에치우 시앙이 여러 사건사고로 잇따라 물의를 일으키자 일부 중국 네티즌이 “A씨는 한국인”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7일 중국 소셜미디어 등에는 시앙의 기행 소식을 전하는 소식마다 그가 ‘한국계’라고 주장하는 댓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한국인이 한국인을 때린 것이다”, “저 부인은 분명 한국 사람이겠지”, “대사 부인은 분명 한국계” 등 글들이 달리고 있다. 그가 중국계라는 사실을 부인하며 ‘손절’하려는 분위기다. 시앙은 지난 5일 서울 한남동에서 환경미화원 A씨의 빗자루가 몸에 닿았다며 승강이를 벌이다가 몸싸움을 벌였다. A씨의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양측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아 형사 입건되지 않았다. 그러나 A씨는 당일 오후 파출소를 찾아 “벨기에 대사 부인이 뺨을 두 차례 때렸다”며 고소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주 전에도 대사 부인에게서 모욕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시앙이 A씨의 도시락을 발로 차 시비가 시작됐다. 앞서 시앙은 올해 4월 서울 용산의 한 옷가게에서도 직원의 뒤통수를 때리고 이를 말리던 다른 직원의 뺨을 때린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라 외국 대사의 가족은 면책특권 대상이다.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는 벨기에 대사 부인이 두 번이나 폭행사건에 연루된 것을 두고 “정말 화가 난다”고 했다. 줄리안은 전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벨기에 대사 부인 관련 글을 또 올리게 될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어제 뉴스 뜨는 거 보고 믿기지 않았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벨기에 대사 부인으로서 벨기에와 남편 생각을 했다면, (지난 사건에 대한) 반성을 했다면, 설사 누군가 본인한테 먼저 실수를 했더라도 사건이 커지지 않게 최대한 겸손한 태도로 버티다가 조용히 (벨기에로) 가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벨기에 외무부는 레스쿠이에 대사가 업무를 원만히 수행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해 이달 중 귀국 조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디디추싱 ‘배신’ 걱정하는 중국…“美당국에 정보제공 우려”

    디디추싱 ‘배신’ 걱정하는 중국…“美당국에 정보제공 우려”

    중국 당국은 공유차량 플랫폼 ‘디디추싱’(디디)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고 간주하는 위치 정보를 다루는 미국 회계 당국이나 외국 대주주에게 넘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6일 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디디가 다루는 데이터는 국가 경제안보와 밀접히 관련된 것”이라며 “디디가 다급한 경제적 이익 때문에 미국 회계 감독 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에게 데이터를 넘긴다면 매우 큰 안보 위협이 생기게 된다”고 평가했다. 차이신은 “시장에서는 ‘사람과 화물에 대한 다량의 데이터를 보유한 디디가 이런 시기에 미 증시에 상장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앞서 매체는 “중국 당국이 지난 4월 디디에 ‘미국 상장을 유예하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보냈지만 디디가 미 상장을 강행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일반 도로의 교통량 현황과 주유소, 전기차 충전소, 버스 정거장 위치 등을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 정보’로 규정한다. 여기에 미국은 자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을 직접 조사해 회계 투명성을 감독·관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중국은 미중 감독 당국 간 협력을 통한 간접적인 방식만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오랜 논란 끝에 미국은 지난해 12월 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외국회사문책법’을 도입했다. 앞으로 중국 기업들은 방문 조사와 회계 자료 제출 등 미국 PCAOB의 회계 감독에 직접 응해야 하는데 만약 이를 거부하면 상장 폐지 대상이 된다. 그러나 중국은 자체 법령을 통해 정부 승인 없이 자국 회사가 외국 당국에 회계 자료를 제출할 수 없도록 명문화한 상태여서 미국에 상장한 중국 회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미중 양국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외국회사문책법 유예 기간이 끝나는 2024년부터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 200여곳이 무더기 상장 폐지될 수 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이 손실을 회피하고자 미국에 ‘투항’해 협조하는 상황을 중국 당국은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실전 경험 갖춘 ‘메이드 인 코리아’ 경공격기 FA-50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실전 경험 갖춘 ‘메이드 인 코리아’ 경공격기 FA-50

    파이팅 이글 즉 ‘싸우는 독수리’란 별칭을 가진 FA-50은, 우리 손으로 만든 최초의 초음속 경공격기이다. 경공격기로 불리지만 FA-50의 'F'는 전투기(Fighter) 그리고 'A'는 공격기(Attack)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름 그대로 전투기 그리고 공격기로도 사용 가능한 FA-50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수출된 자랑스러운 국산 항공기이다. FA-50은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T-50을 개조 개발해 탄생한 FA-50은 지난 2010년 5월 4일에 첫 비행에 성공했다. FA-50 개조개발사업은 우리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F-5E/F 전투기의 노후화에 따라 대체 전력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 특히 T-50 고등훈련기 개발 이후 전술입문기인 TA-50이 만들어졌고 최종적으로 경공격기인 FA-50이 개발된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FA-50 경공격기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국산 군용기 가운데 가장 높은 디지털화를 실현했다는 점이다. 특히 공군이 운용중인 F-15K에 이어 보유 전투기 가운데 두 번째로 링크(Link) 16을 장착했다. 링크 16이란 디지털 전술 데이터 링크로 이미 정의된 양식의 전술 자료와 음성 데이터의 송수신이 가능한 장비이다. 링크 16을 장착한 전투기는 전장의 다양한 정보를 입수해 작전을 펼치기 때문에 그 만큼 항공기의 생존성과 공격력이 향상된다. 링크 16과 함께 공중 및 지상 목표물을 초정밀 추적할 수 있는 EL/M2032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다. 이밖에 적 대공 미사일에 대한 자체 보호능력과 야간임무수행능력을 갖추고 있다.FA-50은 AIM-9 공대공 미사일과 AGM-65 공대지 미사일을 운용하며, 스마트 폭탄인 제이담(JDAM)과 스마트 자탄을 탑재한 바람 수정 확산탄 WCMD(Wind Corrected Munitions Dispenser)를 장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FA-50은 2011년 12월 28일 방위사업청과 60여대의 도입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금액은 7100억 원이었다. 2013년부터 공군에 실전 배치된 FA-50은 2016년 10월 21일 최종호기가 출하되었다. 카이 즉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만드는 FA-50은 우리 공군 외에 필리핀 공군도 운용 중이다. 필리핀은 지난 2014년 우리나라와 정부 간 계약방식으로 12대의 FA-50을 구매했다. 마라위 전투가 일어난 2017년 5월 무렵에는 필리핀 공군 제7전술전투기 '불독' 비행대대에, FA-50의 필리핀 버전인 FA-50PH 12대가 막 배치된 상황이었다. 이와 함께 같은 해 1월 26일에는 FA-50PH 2대가, 민다나오 섬에 위치한 테러리스트 근거지에 야간공습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것은 FA-50 경공격기의 첫 실전투입이었다. 마라위 전투가 격화된 6월부터 FA-50PH는 ‘전장의 게임체인저’로 지상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당시 Mk 82 500 파운드(227kg) 폭탄을 장착한 FA-50PH는 요새화된 테러리스트 거점을 정확하게 폭격했다. 그 결과 마라위 전투에서 테러리스트들의 활동은 위축되었고, 필리핀 군은 전투에서 우위를 점하며 전장을 주도할 수 있었다. 또한 2019년 2월 2일에는 테러리스트들의 폭탄테러에 대한 보복공격으로 FA-50PH 2대가 출격해 테러리스트 은거지에 8발의 Mk 82 폭탄을 투하했다. 이밖에 지난해에는 FA-50PH에서 투하된 제이담이 반군 거점을 정밀 타격해 지도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 롯데 확 바뀐다...신동빈 회장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

    롯데 확 바뀐다...신동빈 회장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슬로건을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이롭게(New Today, Better Tomorrow)’로 바꾸고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미래형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을 거듭 강조하고 CEO평가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과도 반영하기로 했다. 신동빈 회장은 1일 오후 하반기 사장단 회의(VCM)를 주재하며 “실적은 개선되는 추세지만, 저와 CEO 여러분이 변화와 혁신을 위해 더욱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신사업 발굴과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양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보다 고부가가치 사업을 우선으로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이날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VCM에는 송용덕·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유통·화학·식품·호텔&서비스 사업부문(BU)장, 계열사 대표이사와 임원 등 130여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핵심인재 확보와 육성을 거듭 강조했다. 신 회장은 “핵심인재 확보와 육성은 CEO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과거의 성공 방식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핵심인재 확보에 우리 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당부했다. 인사 혁신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신 회장은 “실패보다 더 나쁜 것은 실패를 숨기는 것,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 실패조차 없는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혹시 실패를 하더라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인사 시스템을 바꿔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회의에서 ‘ESG 경영 선포식’을 열고 204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탄소배출 감축 및 친환경 기여 목표를 10년 단위로 설정해 이행하기로 했다. 중대 산업재해 예방 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사 안전관리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격상하고, 안전관리시스템 및 매뉴얼 등도 고도화하기로 했다. 새 슬로건은 2017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선보인 ‘함께 가는 친구’ 이후 4년 만의 변경이다. 그룹은 연내 새로운 슬로건을 중심으로 대규모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계획이다.
  • 신동빈 롯데 회장 사장단 회의서 슬로건 바꾸고 “혁신 실행하자”

    신동빈 롯데 회장 사장단 회의서 슬로건 바꾸고 “혁신 실행하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슬로건을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이롭게(New Today, Better Tomorrow)’로 바꾸고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미래형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다. 204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추진하고 각 사 최고경영자(CEO)평가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과를 반영하기로 했다.롯데그룹은 1일 오후 신동빈 회장 주재로 하반기 사장단 회의(VCM)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하반기 그룹 전략 방향을 논의했다.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VCM에는 송용덕·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유통·화학·식품·호텔&서비스 사업부문(BU)장, 계열사 대표이사와 임원 등 130여명이 참석했다. 우선 ‘ESG 경영 선포식’을 열고 204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탄소배출 감축 및 친환경 기여 목표를 10년 단위로 설정해 이행하기로 했다. 또 중대 산업재해 예방 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사 안전관리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격상하고, 안전관리시스템 및 매뉴얼 등도 고도화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는 유통 부문의 이커머스 사업 전략이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유통BU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실패로 독자생존을 위한 경쟁력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유통BU장)이 언급한 전문몰 플랫폼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 방향이 회의에서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부회장은 앞서 “그로서리(식품)·럭셔리·패션뷰티·가전에 특화한 플랫폼을 구축해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추가 인수합병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 슬로건은 2017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선보인 ‘함께 가는 친구’ 이후 4년 만의 변경이다. 그룹은 연내 새로운 슬로건을 중심으로 대규모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VCM은 예년보다 보름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롯데의 위기감이 그만큼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여러 변수가 겹치면서 좀 더 빠른 경영상 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 빅터쇼룸, 상반기 수출 수주 실적 100억 달성… “올해 목표는 300% 추가 성장”

    빅터쇼룸, 상반기 수출 수주 실적 100억 달성… “올해 목표는 300% 추가 성장”

    해외 쇼룸 에이전시 ‘빅터쇼룸(VICTOR SHOWRROMM)’이 2021년 상반기 수출 수주 실적 100억 원 이상을 달성했으며, 올해 목표는 300% 추가 성장 달성이라고 1일 밝혔다. ‘빅터쇼룸’은 지난 2016년 ‘빅터서울(VICTOR SEOUL)’로 시작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하고 브랜딩을 함께 인큐베이팅하는 에이전시이다. 글로벌 네트워킹 시스템을 통해 해외 세일즈가 고민인 여러 브랜드에 각자의 니즈에 맞추어 통합적인 해외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특화된 기업이다. 빅터쇼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바이어들과 대면 만남이 어려워지고 기존의 오프라인 쇼룸 운영을 통한 대면 계약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특히 브랜딩, 컬렉션, 세일즈, 피드백, 컨설팅까지 한 번에 진행하는 빅터쇼룸의 원스톱 인큐베이팅 시스템과 더불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비대면 디지털 쇼룸이 핵심전략으로 뒷받침됐다. 빅터쇼룸 이민혁 대표는 “디지털 쇼룸으로 전환한 첫해부터 3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으며 이듬해인 2020년에는 100% 이상의 매출이 증가했다”며 “더욱이 올해는 해외 홀세일 영역에서 약 100억 원 이상의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이런 추세라면 연내 300% 이상의 매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빅터쇼룸은 ‘넘버링(NUMBERING)’, ‘르비에르(LVIR)’, ‘더오픈프로덕트(TheOpen Product)’, ‘르917(LE17SEPTEMBRE)’, ‘마지셔우드(MARGE SHERWOOD)’ 등 10여 개의 브랜드의 해외 세일즈를 서포트하고 있다.
  • [그들의 시선] 모터바이크 선수 이시영, 그녀가 오늘도 바이크에 오르는 이유?

    [그들의 시선] 모터바이크 선수 이시영, 그녀가 오늘도 바이크에 오르는 이유?

    “바이크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게 사실입니다. 여성이 (바이크를) 탄다고 할 때 ‘나댄다’, 속된 말로 ‘설치고 다닌다’는 시선으로 보는 분이 많았어요. 이제 그런 시선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모터바이크 선수 이시영(29, 대전 DRT)씨는 “모터스포츠가 여성들에게 취미이자 스포츠로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모터스포츠가 더 이상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씨는 어쩌다 모터바이크 선수의 길을 걷게 된 걸까? 지난 18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대전 DRT 사무실에서 이씨를 만났다. 경력 6년 차인 이씨는 쿼터급 클래스(배기량 250cc~500cc)에 출전한다. ‘2016 한국 슈퍼 바이크(KSBK)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2017년 ‘KIC-CUP’ 등 매년 단거리와 장거리 경기에 출전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현재 이씨의 성적은 어떨까? 그는 “아쉽게도 아직까지 포디움(시상대)에 올라간 적이 없다. 최종 목표는 포디움에 올라가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바이크에 푹 빠진 소녀, 모터바이크 선수가 되다 “초등학생 때부터 인터넷으로 매일 바이크를 검색하면서 타고 싶은 것들을 적어놓곤 했어요.” 일찍이 바이크에 푹 빠졌던 이씨는 26살이 된 2016년 본격적으로 레이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2종 소형면허를 취득한 그는 지인의 소개로 레이싱팀에 들어갔다. 경기에 출전하는 기회도 얻었다. 면허 취득 3개월 만이었다. 첫 경기의 긴장감을 그는 이렇게 기억했다. “오토바이를 탄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여서 연습 때 하루에 4번이나 넘어졌어요. 온몸에 피멍이 들었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아픈 줄도 모르고 탔습니다. 또 장비 준비가 안 된 상황이었기에 헬멧, 슈트, 장갑, 부츠 등을 지인들이 하나씩 빌려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결과적으로 꼴찌는 안 해서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모터스포츠는 고도의 집중력과 강한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다. 무엇보다 170kg에 가까운 바이크 무게를 견뎌야 하고, 내구레이스 경우 장시간 서킷을 돌아야 하기에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이에 대해 이씨는 “5살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태권도를 했다. 현재 4단이다. 초, 중학교 시절에는 육상선수도 했다”며 “어려서부터 체력이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자분들보다 신체적 여건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 바이크에 올라탔을 때 발이 닿지 않는다든가, 경기 중 넘어져서 바이크를 일으켜 세울 때 벅찬 경우가 있어요. 이런 신체적인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근데 자주 겪다 보면 요령이 생겨요. 그렇게 이겨내는 편입니다.” 체력적인 부분 외에도 여성이기에 힘든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남녀 구별 없는 스포츠라고 하지만, 경기장에는 여성 탈의실이 따로 없다. 반면 여성이기에 좋은 점도 있다. 그는 “실력에 비해 주목을 많이 받는 편”이라며 웃음 지었다. 이어 “경기적인 측변에서 보면, 쿼터 클래스에서는 체중이 중요한데, 남자분들보다 체중이 적게 나가 유리하다”라고 덧붙였다.■ “딱히 미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미녀 바이커. 이씨의 소속팀에서는 그를 이렇게 소개한다. 이에 대해 이씨는 “딱히 미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녀라는 수식어가 어색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헬멧을 쓰면 얼굴이 안 보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소개하신 것 같다. 얼굴이 보이면, 대놓고 미녀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못할 텐데…”라며 미소로 마무리했다. 이씨는 바이크의 어떤 매력에 끌려 선수의 길을 걷게 된 걸까. 그는 단박에 “스릴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스피드와 급격한 브레이킹, 바닥에 무릎이 닿으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돌아나가는 코너링 등 모든 움직임이 제 컨트롤로 좌우되기 때문에 굉장히 스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바이크의 매력 때문에 벌어지는 아찔한 순간도 있다. 이씨는 ‘2019 코리아 로드 레이싱 챔피언십(KRRC) 예선전에서 앞서 달리던 바이크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기절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눈을 떠 보니 구급차가 와 있었다. 다행히 가벼운 뇌진탕 증상 외에 큰 부상은 없었다”며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빨리 세워서 달려야 한다. 바이크 상태가 온전하길 바라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성 라이더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편견 깨고 싶어 “여자가 대단하다”, “여자가 설치고 다닌다” 이씨가 종종 들었던 말이다. 그는 “아직 바이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고, 여성 라이더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많다”며 “제가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여성 선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편견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여자치고 잘 탄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며 “선수 앞에 남자, 여자라는 수식어를 떼고 좋은 기록을 달성한다면, 자연스럽게 여성 레이서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에서 나고 자란 이씨는 1남 2녀 중 첫째다. 부모의 기대도 컸을 터. 바이크 선수로 활동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의외였다. “조심히 타라”가 전부였다. 걱정과 응원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한 마디였다. 부모님은 이씨가 초등학생 때부터 오토바이에 푹 빠져 지내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기에 그에게 조용히 힘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안정적인 직장 찾아 계속 즐겁게 타고 싶다 경북대학교 아동학부에서 아동가족학과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한 그는 전공을 살려 청각·언어 장애인에게 봉사하면서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그는 “선수로서 꾸준히 기록을 경신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고, 국내외 여러 서킷을 타보고 싶다”고 밝힌 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계속 즐겁게 바이크를 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끝으로 이씨는 모터바이크 선수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모터바이크 선수 생활로 수익이 생긴다기보다 돈을 더 많이 쓰는 편”이라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고, 다른 취미처럼 예쁘게 꾸밀 수도 없다. 더욱이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이크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크다면 도전해 보시기 바란다”며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 3기 집권 노리는 習… 강한 권력 쥐고 미국에 더 ‘강한 외교’ 펼친다

    3기 집권 노리는 習… 강한 권력 쥐고 미국에 더 ‘강한 외교’ 펼친다

    “5~6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공무원들이 술자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웃거나 흉봐도 별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의 ‘말할 자유’는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닙니다. 정치 문제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다들 입을 닫아 버리죠. 시 주석에 대한 두려움이 그만큼 강하게 뿌리내렸다고 볼 수 있어요.” 베이징에서 만난 한 소식통은 현 중국 최고지도부의 통치를 이같이 설명했다. 1980년대 시작된 개혁개방의 여파로 조금씩 ‘열린 사회’로 향해 가던 중국이 공산당 100주년을 맞은 지금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는 우려다.2018년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10년) 규정을 없앤 시 주석이 내년 10월 열리는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에 도전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기집권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을 잠재우고자 의도적으로 권위주의를 강화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랑(늑대전사) 외교’를 중시하는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종신집권을 추구한다면 꼬일 대로 꼬인 미국과의 관계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된다. 2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13년 6월 미 캘리포니아 서니랜드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에게 “태평양은 미중이 나눠 쓰기에 충분히 넓다”며 중국의 부상이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신형대국관계’를 설파했다. 이제 중국도 세계 양대강국(G2)으로 성장했으니 두 나라가 서로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며 ‘윈윈’ 관계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만남 뒤 넉 달이 지난 2013년 10월 중국 국방부는 중일 영토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등 동중국해 일대를 일방적으로 자국 방공식별구역(ADIZ)에 포함시켰다. 정상회담 당시 시 주석 제안의 속내가 ‘미국은 더이상 중국 영토 문제에 끼어들지 말라’는 것이었음을 깨달은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가속화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현 미중 갈등은 시 주석의 패권 도전과 이에 대한 미 행정부의 억지 전략 사이에서 빚어진 필연적 충돌로 볼 수 있다.SCMP 베이징 특파원 출신인 윌리 람 홍콩중문대 중국연구센터 겸임교수는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고자) 국수주의 불꽃을 타오르게 해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다”며 “현재 중국은 러시아를 빼면 세계 무대에서 (의미 있는) 동맹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시 주석이 서구 세계와의 갈등을 서둘러 해소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국제사회의 시각과 달리 중국 내부에서 그의 행보가 큰 지지를 얻고 있어서다. 베이징의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중국에서 시 주석에 대한 지지율 조사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추산하자면 최소 60~70%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정부패 척결자’라는 이미지가 널리 각인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전쟁에서도 선전하고 있다는 이유다. 이를 반영하듯 시 주석은 다음달 1일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을 일주일 앞둔 지난 25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들과 마오쩌둥 고택을 둘러봤다고 중국중앙(CC)TV가 보도했다. 자신의 이미지를 ‘국부’인 마오와 연결시켜 주석직 연임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다. 전형적인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그가 종신집권에 성공하면 4년마다 선거로 뽑히는 미국의 ‘임기제 지도자’들을 노련하게 상대해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고 자신의 통치도 정당화하려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시 주석의 연임 시도로) 아직까지 중국의 후계 구도가 확립되지 않아 공산당 지도체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中 공산당 두 얼굴… 경제 기적·인권 탄압, 세계를 놀라게 하다

    中 공산당 두 얼굴… 경제 기적·인권 탄압, 세계를 놀라게 하다

    “나는 공산주의를 위해 평생을 분투하겠습니다. 당을 영원히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중국 상하이의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은 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 기념관. 중국 공산당 100년의 역사가 시작된 발원지로 ‘혁명성지’다. 공산당 배지를 가슴에 단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낫과 망치가 새겨진 공산당기 앞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입당 선서를 외쳤다. 이들에게 공산당은 종교와도 같아 보였다. 자신을 당원으로 소개한 중년 여성은 “오늘날 신중국(사회주의 중국)의 기적이 여기서 태동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조계지였던 상하이가 100년 뒤 ‘아시아 최고 도시’로 번영을 구가한다는 사실에 감동한 ‘환희의 눈물’이다.그러나 같은 시간 홍콩에서는 ‘침묵’을 강요받고 있었다. 연일 베이징의 강압 통치를 비난하던 빈과일보가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1년(7월 1일)을 일주일 앞둔 지난 24일 폐간됐다. 창간 26년 만이다. 마지막 신문을 사려고 줄을 선 일부 시민은 “지금까지 홍콩보안법으로 100명 넘게 체포됐다. 입을 틀어막는다고 마음속 생각까지 변할 것 같으냐”며 흐느꼈다. 중국 공산당이 기어이 홍콩의 민주주의를 끝장냈다는 ‘분노의 눈물’이었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이끌다가 7개월여 징역형을 마친 뒤 지난 12일 풀려난 아그네스 차우(24)도 “지금부터는 푹 쉬겠다”고만 밝히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1921년 7월 23일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지에서 13명의 대표가 붉은 깃발을 내걸고 출범한 중국 공산당은 100년이 지난 지금 9200만명의 당원을 가진 세계 최대 집권 정당으로 거듭났다. 한 정당이 명칭도 바꾸지 않고 혁명당에서 집정당(여당)으로 변신해 100년간 성장한 것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민주주의만이 경제 번영을 이끈다’, ‘경제 성장이 정치 민주화를 견인한다’는 오랜 통념도 깨뜨렸다. 세계 최장수 공산당인 중국 공산당의 일당체제는 서구 학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공고했다.하지만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세계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권위주의를 강화하고 주민 통제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며 그간 중국을 친구로 여기던 주요국들이 하나둘 등을 돌리고 있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은 어떤 성과와 문제를 안고 있을까. 중국의 오늘을 만든 공산당 100년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다. ●세계 최빈국서 최강국 코앞까지 “인류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일어섰다. 다시는 (외세에) 모욕받지 않을 것이다.” 중국 혁명에 성공한 마오쩌둥(1893~1976) 공산당 주석이 1949년 10월 1일 신중국 건국행사에서 던진 말이다. 중국 공산당은 100년의 부침을 견디며 14억명 인구를 사회주의로 무장시켜 중국을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3위 군사대국으로 이끌었다. ‘외세에 모욕받지 않겠다’던 마오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2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건국 직후인 1952년만 해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00억 달러(당시 가격 기준)에 불과해 소련의 원조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GDP는 14조 7200억 달러(약 1경 6600조원)로 500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 추세면 2028년쯤 중국은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다.주민들의 삶도 극적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1인당 GDP는 1만 504달러로 ‘중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14개 도시는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들 지역의 인구는 약 1억 5000만명이다. 중국인 가운데 10% 넘는 이들이 이미 선진국 수준의 생활을 누린다고 볼 수 있다. 과학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원자폭탄과 인공위성을 직접 만들고 독자적인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베이더우’를 안착시켰다.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창어4호를 보내고 화성에 톈원1호도 착륙시켜 미국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신화통신은 “인류의 역사에서 100년은 한순간처럼 짧다. 그럼에도 중국 공산당은 역사적 전환을 실현했고 세계를 놀라게 한 기적을 창조했다”고 자평했다.1990년대부터 서구에서는 ‘주민들의 민주화 요구로 중국 공산당도 곧 무너질 것’, ‘중국 국영기업 부채 거품이 터져 외환 위기에 빠질 것’ 등 다양한 붕괴론이 쏟아졌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예측을 비웃듯 3조 달러가 넘는 외환 보유고를 과시하며 한발씩 초강대국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공산당 가운데 중국이 유일하게 성공한 이유로 ‘이데올로기의 유연성’을 꼽았다. 덩샤오핑(1904~1997)이 극좌 세력의 반발을 물리치고 사회주의 국가 중 처음으로 자본주의를 도입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엘리트들의 치열한 학습과 경쟁, 정책 노선이 정해지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최빈국이던 중국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국으로 끌어올렸다. 중국 공산당의 성과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권 탄압에 전 세계 ‘반중 정서´ 확산 반면 중국 공산당은 부정부패와 인권 탄압, 감시 강화 등 상당한 문제도 노출하고 있다. 일당 독재가 고착화되면서 인허가를 성사시키려면 공산당원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의 뇌물을 제공하는 것이 관행이 됐다. 공산당원이 되지 못하면 승진과 출세도 힘들어졌다. ‘모두가 평등해야 할’ 사회주의 국가에서 공산당원은 특권계급이 됐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하나가 된 지금도 중국 공산당은 강력한 통제로 표현의 자유를 차단한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나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등에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면 해당 내용은 곧바로 삭제된다. 글쓴이도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 누구든 중국 정부의 관행을 비난하려면 장기간 고초를 겪을 각오를 해야 한다.‘중국 공산당은 첨단 정보기술(IT)로 끊임없이 자국민과 이웃 국가를 염탐하고 사생활을 들여다보려고 한다’는 의구심이 퍼지면서 국제사회의 반감도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실제로 올해 3월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발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에게 ‘가장 큰 적이 누구냐’고 묻자 45%가 중국을 꼽았다. 1년 만에 두 배나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퓨리서치센터가 한국과 영국, 호주 등 14개 선진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모든 나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중국을 싫어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부 국가가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자 ‘우리보다 힘이 없으면 도발하지 말라’는 식으로 상대국을 윽박지르는 ‘전랑(늑대전사)외교’가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많다.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여전히 개인의 자유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얼굴인식 감시 기술까지 동원하는 등 정치적 통제가 심해졌다. 중국이 ‘디지털 전체주의 국가’로 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을 국제사회로 끌어낸 일등공신인 헨리 키신저는 저서 ‘중국 이야기’에서 “예로부터 중국의 정치인은 힘의 대결보다는 (바둑에서처럼) 섬세한 전략으로 수싸움에서 이기는 방식을 선호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에도 이런 섬세함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수제맥주 시장에도 트렌드가 존재할까? [지효준의 맥주탐험]

    수제맥주 시장에도 트렌드가 존재할까? [지효준의 맥주탐험]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제조법으로 만드는 수제맥주(크래프트 비어·Craft beer)에도 트렌드라는 것이 있을까. 장인만의 수십년 노하우로 제조하기에 유행이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수제맥주 시장에도 다른 산업의 제품처럼 새로운 흐름이 존재한다. 이는 매우 빠른 속도로 바뀐다. 정보통신(IT) 기술로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21세기에는 이런 변화가 전 세계에서 거의 동시에 나타난다. 올해 4월 중국 베이징 이촹(亦创) 국제전람센터에서 열린 ‘베이징 국제 크래프트 비어 전시회’(Beijing International Craft Brewing Exhibition)를 직접 살핀 경험을 소개하고 세계 수제맥주의 현황을 설명하고 싶다. 2015년 시작된 베이징 수제맥주 전시회는 맥주의 생산과 판매, 운송, 포장, 교육 등 모든 정보를 제공해 중국을 대표하는 행사다. 세계 최대 맥주 시장의 전시회답게 각국에서 맥주업계 전문 양조사와 수제맥주 양조협회, 맥주심판이 모여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말하자면 ‘아시아 수제맥주의 허브’다.● 쓴맛보다 단맛 강조하는 IPA 세계 수제맥주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주종은 바로 ‘인디아 페일 에일’(IPA)이다. IPA는 19세기 제국주의 시절 영국인들이 식민지였던 인도에서도 맥주를 즐기려고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런던의 양조업자 조지 호지슨이 고온다습한 인도 기후에 맞춰 기존 맥주에 홉을 더 많이 넣고 알콜 도수도 높였다. 풍미가 진하고 쓴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요즘은 쓴맛을 줄이고 과일 주스를 연상시킬 만큼 달달한 맛을 내는 제품들이 시장을 휩쓸고 있다. 젊은 세대의 기호가 반영된 결과다. 2010년대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생겨난 스타일이어서 ‘뉴잉글랜드 IPA’(New England IPA)로 불린다. 맥주 색깔이 탁해서 ‘헤이지 IPA’(Hazy IPA)로도 통한다. ‘트리하우스 브루잉’ (Tree House Brewing Company)나 ‘몽키쉬 브루잉’(Monkish Brewing Co.)이 대표적이다.미국에서 메인주와 뉴햄프셔주, 버몬트주 등은 건국 초기 영국 이민자들이 많이 자리 잡아 ‘뉴잉글랜드’라고 이름 붙었다. 뉴잉글랜드 IPA는 오렌지 주스 같은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효모를 여과하지 않아 유통기한도 짧다. 양조장 주변에서만 구할 수 있어 희소성이 크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수제맥주 브루어리들은 하나같이 뉴잉글랜드 IPA 스타일의 맥주를 선보이며 관람객을 끌어 모았다. 세계 수제맥주 시장에서 이들 제품이 얼마나 큰 인기를 가지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 맥주와 과일의 ‘콜라보’가 대세5~6년 전부터 다양한 과일을 활용한 맥주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번 전시회에서도 많은 양조장에서 과일을 넣어 독특한 향을 내는 맥주들을 선보였다. 세계적으로 ‘이블트윈 NYC’(Evil Twin Brewing NYC)과 ‘더 베일 브루잉’(The Veil Brewing Co.)등이 이런 스타일을 선도한다. 이런 맥주들은 신맛을 기본으로 설정하되 과일을 넣어 소비자의 혀에서 ‘새콤달콤한 맛’을 느끼게 해 준다. 맥주의 쓴맛이 불편한 이들도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이런 맥주들은 흔히 ‘스무디 IPA’(Smoothie IPA), ‘프루트 사워 에일’(Fruit Sour Ale)로 불린다.● 다양한 부재료 첨가한 흑맥주도 인기맛의 변화가 없을 것 같은 흑맥주 역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흔히 흑맥주라고 하면 쓴맛과 탄맛이 강해 ‘마니아의 맥주’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현대 수제맥주 시장에서는 다양한 부재료를 통해 복합적인 맛을 이끌어 내 대중성을 높인 흑맥주가 새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옴니폴로’(Omnipollo)나 ‘앵그리 체어 브루잉’(Angry Chair Brewing) 등 수많은 양조장이 이런 스타일 맥주를 주도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기존 흑맥주와 달리 초콜릿이나 코코넛, 커피 원두 등을 넣어 새로운 맛을 선보인 제품들이 화제였다. 업계에서는 디저트에서 영감을 얻은 맥주라고 해서 ‘페이스트리 스타우트’(Pastry Stout)라고 부른다.이 세 가지 트렌드는 필자가 거주하는 중국 뿐 아니라 대한민국과 미국, 유럽 등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기존 맥주의 고정관념을 깨는 새롭고 신선한 발상을 담은 제품을 볼 때마다 묘한 설렘이 앞선다. 이런 맥주들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더 풍성하게 만들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린다. 다양성이야말로 수제맥주가 양산 브랜드 제품과의 경쟁에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강점이 아닌가 싶다. 맥주 시장에서도 ‘개성’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정리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中 거침없는 ‘우주굴기’ 뒤엔 美 끊임없는 도·감청 있었다

    中 거침없는 ‘우주굴기’ 뒤엔 美 끊임없는 도·감청 있었다

    중국이 지난 17일 3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선저우12호 발사에 성공하는 등 ‘우주굴기’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독자적인 우주 기술 개발을 미국이 도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5월 톈원1호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화성에 착륙하는 등 최첨단 기술을 확보하게 된 이면에 미국의 끊임없는 도·감청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미국의 견제가 중국의 우주 소프트웨어 독자 개발에 불을 붙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화성에서 활동하는 탐사선(톈원1호)과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톈궁), 달 암석을 가져올 탐사선(창어6호) 등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운영체제(OS) ‘기린’이 탑재돼 있다”고 전했다. 기린은 중국의 국영 정보기술(IT) 업체인 중국전자정보산업유한공사(CEC)가 개발한 OS로, 중국 정부와 군대에서 쓰인다. SCMP에 따르면 애초 중국 우주 당국은 다른 나라들처럼 리눅스와 윈도 OS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써 왔다. 그런데 2008년부터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의 부품과 프로그램을 조금씩 줄여 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중국을 적대시하며 두 나라 간 갈등을 키우기 훨씬 전이다.중국은 왜 검증이 끝난 미국의 기술을 스스로 배제한 것일까.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전 세계에서 상대국의 정보를 가장 많이 수집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미 국가안전보장국(NSA)은 2001년 9·11 테러 발생 이후 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했다. 미국과 최전선에서 첩보전쟁을 벌이는 중국이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특히 중국 지도부는 2011년 미 중앙정보국(CIA)이 중국 군부에 침투해 대놓고 정보를 빼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 CIA는 인민해방군 장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 기밀을 얻었다. 이들 자녀가 해외 명문대로 진학할 수 있게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정보망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가동되는지 보여 주는 사례다. 결국 2013년 6월 전직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가 전 세계를 상대로 정보 수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폭로하자 중국 우주 당국의 ‘탈서구화’ 작업이 본격화됐다고 SCMP는 설명했다.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면 미국의 기술부터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CEC의 기린 프로젝트 수석연구원 단지안쿤은 “중국은 (미국의 염탐 시도 때문에) 독자 운영 체제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며 “외국의 OS로 중국군을 운영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땅에 내 집을 짓는 것과 같다. 내일이라도 (집이) 무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글로벌 패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중국을 상대로 한 정보수집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이를 잘 알기에 자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맞서는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지만 미국의 끊임없는 정보수집 시도가 중국의 독자 기술 구축에 힘을 실어 줬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미국이 도운 중 우주굴기? “미국의 도감청 시도가 기술 독립 노력 불 붙여”

    미국이 도운 중 우주굴기? “미국의 도감청 시도가 기술 독립 노력 불 붙여”

    중국이 지난 17일 3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선저우12호 발사에 성공하는 등 ‘우주굴기’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독자적인 우주 기술 개발을 미국이 도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5월 톈원1호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화성에 착륙하는 등 최첨단 기술을 확보하게 된 이면에 미국의 끊임없는 도·감청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미국의 견제가 중국의 우주 소프트웨어 독자 개발에 불을 붙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화성에서 활동하는 탐사선(톈원1호)과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톈궁), 달 암석을 가져올 탐사선(창어6호) 등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운영체제(OS) ‘기린’이 탑재돼 있다”고 전했다. 기린은 중국의 국영 정보기술(IT) 업체인 중국전자정보산업유한공사(CEC)가 개발한 OS로, 중국 정부와 군대에서 쓰인다. SCMP에 따르면 애초 중국 우주 당국은 다른 나라들처럼 리눅스와 윈도 OS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써 왔다. 그런데 2008년부터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의 부품과 프로그램을 조금씩 줄여 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중국을 적대시하며 두 나라 간 갈등을 키우기 훨씬 전이다. 중국은 왜 검증이 끝난 미국의 기술을 스스로 배제한 것일까.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전 세계에서 상대국의 정보를 가장 많이 수집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미 국가안전보장국(NSA)은 2001년 9·11 테러 발생 이후 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했다. 미국과 최전선에서 첩보전쟁을 벌이는 중국이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특히 중국 지도부는 2011년 미 중앙정보국(CIA)이 중국 군부에 침투해 대놓고 정보를 빼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 CIA는 인민해방군 장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 기밀을 얻었다. 이들 자녀가 해외 명문대로 진학할 수 있게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정보망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가동되는지 보여 주는 사례다. 결국 2013년 6월 전직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가 전 세계를 상대로 정보 수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폭로하자 중국 우주 당국의 ‘탈서구화’ 작업이 본격화됐다고 SCMP는 설명했다.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면 미국의 기술부터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CEC의 기린 프로젝트 수석연구원 단지안쿤은 “중국은 (미국의 염탐 시도 때문에) 독자 운영 체제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며 “외국의 OS로 중국군을 운영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땅에 내 집을 짓는 것과 같다. 내일이라도 (집이) 무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글로벌 패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중국을 상대로 한 정보수집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이를 잘 알기에 자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맞서는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지만 미국의 끊임없는 정보수집 시도가 중국의 독자 기술 구축에 힘을 실어 줬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닝샤, 중국판 보르도로”… 中 이번엔 ‘와인굴기’

    중국이 무역과 경제를 무기 삼아 서구세계를 상대로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호주 정부가 “중국의 고율관세 조치가 부당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발표한 와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인권 문제 등으로 우리를 압박하지 말라’는 속내다. 이참에 자국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일석이조’ 포석도 담고 있다. CNBC방송은 21일(현지시간) “최근 중국 중앙정부가 닝샤후이족자치구를 프랑스 보르도나 미국 나파밸리에 필적할 와인 산지로 탈바꿈시키고자 15년 장기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닝샤의 대표적 고원지대인 허란산 일대를 육성해 2035년에는 연간 6억병을 생산, 200억 위안(약 3조 5000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것이 목표다. 중국 농업부의 수이펑페이 국제협력국장은 “정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35년 허란산 지역의 와인 생산량은 2020년 대비 4배 규모로 성장해 보르도에 맞먹는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보르도는 5억 2000만병의 와인을 생산해 35억 유로(약 47조 13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중국에서는 2019년까지만 해도 호주산 와인이 시장을 장악했지만, 지난해 4월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구하며 미국의 대중 압박 기조에 동참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3월 중국 당국은 호주 와인에 대한 7개월간의 반덤핑 조사를 마친 뒤 최고 218%의 관세를 부과했고, 호주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됐다. 지난 20일 호주 정부가 “중국을 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최종 판결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중국은 자국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던 제품을 몰아내고 두 달 뒤 ‘와인 굴기’를 선언했다. 두 시기가 묘하게 겹친다. 상대국에 대한 ‘외교 전쟁’을 명분 삼아 자국이 열세인 와인 산업을 키우려는 고도의 전략적 계산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타임스는 22일 “호주의 유명 와인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닝샤를 찾아 현지 기업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와인업계 관계자는 “호주 회사들이 ‘기술은 호주가, 생산은 중국이 맡는’ 방식으로 관세 폭탄을 피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체는 “호주 회사들이 제시한 방법으로 와인을 생산해도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호주 브랜드가 붙는다”며 “호주 업체들이 구상하는 사업 모델은 경쟁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국에 대한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고 중국 시장을 보다 합리적인 태도로 대하라”고 덧붙였다. 중국을 비판하려는 지금의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고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中 ‘최장수’ 주미대사 교체… 對美관계 새판 짠다

    中 ‘최장수’ 주미대사 교체… 對美관계 새판 짠다

    중국이 ‘최장수 주미 중국대사’인 추이톈카이를 8년 만에 교체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서구세계와 손잡고 ‘대중 포위망’을 구축하는 등 외교 정책 윤곽이 드러나자 미중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의도다. 추이 대사는 21일(현지시간) 대사관 웹사이트에 올린 고별 편지에서 “곧 귀국하게 된다”고 소식을 전했다. 그는 2013년 4월 부임해 8년 넘게 주미 대사로 일했다. 올해 68세로 중국 고위 관료의 암묵적 정년(65세)도 훌쩍 넘겼다. 그간 조 바이든 대통령 정식 취임 이후에도 인사 발표가 나지 않아 ‘바이든 시대에도 추이 대사는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미 행정부의 중국 견제 기조가 과거보다 더욱 정교해지는 등 압박 강도가 커지자 중국 정부가 판을 새로 짜기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기(2017~2021)에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때 매서운 ‘중국의 입’ 역할을 해 왔다. 올해 2월 CNN방송에서도 “미국은 전 세계 불안의 근원”이라고 비판하며 전랑외교(늑대외교)의 대표 주자로 활동했다. 그는 이임 서한에서 “미국 내 화교들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중요한 책임과 사명을 갖고 있다”며 “화교들이 자신들의 생존과 발전 권익을 출발점 삼아 미중 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공헌자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발표하지 않은 가운데 친강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이 전했다. 친 부부장은 유럽 문제를 주로 맡아 왔다. 나이가 55세에 불과하고 미국 문제 경험도 없어 그가 임명되면 중국 외교관 인사에서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최근 중국은 영국 주재 중국대사도 새로 임명하는 등 미국의 정권 교체에 맞춰 주요국 대사를 잇달아 바꾸며 새판 짜기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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