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生인터뷰] 자신의 공연 제목 딴 책 ‘엔돌핀코드’ 펴낸 개그맨 김형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 모르십니까? 얼굴 펴야 나라 살림도 펴집니다. 대통령 직속 유머특보 두고 회사에는 유머구역 설치하고 아이들한테 조기 유머교육으로 웃음을 강요합시다. 웃기만해도 문제의 80%가 해결된다는데 왜들 안웃습니까? 대한민국이 웃는 그날까지 특히 40대가 웃는 그날을 위해 ‘웃음 회사´도 차렸습니다. 제 활약은 이제부터입니다.
“좀 웃으세요.‘벙그레’하고∼.”
깜짝 놀랐다. 인터뷰를 하려고 앉았는데 그의 첫마디가 이랬다. 시사·풍자 개그의 대부이자 ‘웃음 전도사’인 김형곤(46). 그가 7년째 대학로에서 공연해온 ‘스탠딩 코미디’의 최신작 ‘엔돌핀코드’를 최근 같은 제목의 책으로 펴냈다. 컴퓨터도 다룰 줄 모르는 그가 A4 용지에 볼펜으로 꾹꾹 눌러썼다. 내친 김에 같은 이름의 회사도 차렸다. 웃음이 넘치는 사회를 위해 탄생한 ㈜엔돌핀코드의 사장이 된것.
그와의 대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했다. 하지만 ‘뼈 있는’ 웃음이 이어졌다. 우리가 왜 웃어야 하는지, 특히 위기의 40∼50대에게 웃음이 왜 필요한지 등에 대한 결코 가볍지 않은 그의 성찰은, 대통령이나 의사가 해결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느끼게 했다.
●“한국인, 좀 웃자고요.”
“주변 사람들 얼굴 좀 보세요. 다들 화난 거 같아요. 양쪽 입꼬리를 올리는,‘범국민 미소운동’이 필요합니다. 암울했던 식민지·군사정권때도 ‘미소운동’,‘스마일운동’이 있었잖아요.”
자살이 급증하고 돈만 따지는 불행한 사회를 바꾸려면 웃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관광한국’으로 가는 지름길도 웃음이라고 강조한다.“한국에 오면 모두 화난 거 같으니 관광수지가 적자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대통령 직속 ‘유머특보’제 도입과,‘웃음의 날’·‘유머타임’ 제정, 회사내 ‘유머구역’ 만들기 등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난다.‘조크’로 회의를 시작하고, 서로 재미있는 유머를 말하느라 안달인 사회를 꿈꾸는 것.
“사실 주변을 둘러보면 웃을 일이 많아요. 엔돌핀이 나오면 병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웃기만 해도 문제의 80%가 해결된다는데 왜 안 웃습니까?”
●“중년층이 웃어야 나라가 산다.”
어느덧 40대 중반이 된 그.10대,20대가 웃을 수 있는 개그 프로그램은 많지만 정작 40∼50대 중년층이 즐길 만한 코미디가 없다고 꼬집는다.“저녁때 TV프로들 좀 보세요.‘추적60분’이니,‘PD수첩’이니 우울하고 뒤숭숭한 내용뿐입니다.TV가 우리 엔돌핀을 죽이고 있어요. 웃다가 잠들면 푹 자고 좋은 꿈도 꾸고 얼마나 좋아요.10시 이후에는 정책적으로라도 웃는 프로를 내보내야 합니다.”
그는 “‘사오정’ 등으로 불안한 중년층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는 시사·풍자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풍자가 없는 개그는 단명할 수밖에 없는데 정치인이나 검찰, 의사 등 권력집단을 조금이라도 풍자하려고 하면 난리가 나니까 좋은 개그가 나올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런 이유로 TV 출연을 접고 스탠딩 코미디에 도전한 것일까?
부모가 웃으면 자녀들도 웃는 법. 아이들에게 조기 유머교육을 시키자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내놓는다.“가정에 유머가 넘치면 절대 청소년 범죄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식탁에서 아이들과 유머를 주고받아 보세요. 소화도 잘 되고, 아이들 표현력도 좋아질 겁니다.”
●“엔돌핀 제조업에 매진”
지난 1998년 국내 최초의 스탠딩 코미디 ‘여부가 있겠습니까?’를 시작으로 대학로를 누비며 ‘문화혁명가’를 자청한 그의 활약은 지금부터다. 오는 12월 ‘엔돌핀코드’ 앙코르공연을 비롯, 불후의 연극 ‘병사와 수녀’를 뮤지컬로 만들어 공연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그가 꿈꾸는 사업은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난다. 스탠딩 코미디의 계보를 이으면서, 우리 개그로 한류(韓流)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을 짜냈다. 개그에 재능이 있는 교포 2세들을 직접 발굴해 ‘글로벌 개그맨’으로 육성하는 것.“조만간 미국 LA·뉴욕 등을 돌며 교포들을 대상으로 개그 콘테스트를 열 예정입니다. 스탠딩 코미디는 아이디어와 마이크만 있으면 어느 나라에서도 할 수 있거든요.”
그는 자신이 펼칠 사업을 ‘행복사업’이라고 했다.“그동안 최고 인기를 누린 적도, 심각한 슬럼프에 빠진 적도 있었습니다.40대라고 주눅들지 말고 뭔가 이룰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사람도 ‘제조일자’보다 ‘유통기간’이 중요합니다. 제가 살도 30㎏이나 빼고, 새로운 코미디 개발을 위해 땀흘리는 이유입니다.”
글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