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PC방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전투기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통신비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특별검사팀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마일리지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672
  • 기무사 해킹관련자 4명 구속 ‘꼬리 자르기?’

    군 수사기관은 31일 기무사의 조선대 기광서(48·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이메일 해킹 사건에 연루된 군무원 2명과 부사관 1명, 사이버 전문 군무원 1명을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군은 “수사결과 (사찰을 지시했을 만한) 상급자나 상급부대 연관성 부분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군무원 등이 구속 전 핵심 증거를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추가 의혹을 낳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사건을 수사한 국방부 조사본부에 따르면 광주지역 기무부대 한모(47) 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기 교수가 군 교육기관인 상무대를 출입하고 있어 군인 접촉 여부 등 기초 자료 수집을 부하인 김모(36) 군무원에게 지시했다. 이에 김 군무원은 지난 8월 29일 임관 동기로 평소 친분이 있던 서울 송파부대 사이버 전문요원 한모(35) 군무원에게 기 교수 메일 등에 대한 해킹을 부탁했다. 한 군무원은 같은 날 송파부대 인근 카페에서 인터넷에서 취득한 민간인 김모씨의 아이디를 도용하고 해킹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접속을 시도했다가 실패하자 9월 1일 다시 해킹을 시도해 성공, 13건의 자료를 빼냈다. 그는 또 다음 날 김 군무원에게 기 교수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줘 김 군무원과 동료 장모(35) 중사가 광주 소재 PC방에서 기 교수 메일에 접속해 689건의 자료를 빼가도록 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국방부 조사본부의 김 군무원 등에 대한 구속 수사가 늦어져서 결과적으로 증거 인멸의 빌미를 주면서 윗선을 캐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태권도 간다던 ‘초딩’, PC방서 “이 XXX야!”

    태권도 간다던 ‘초딩’, PC방서 “이 XXX야!”

    인터넷 게임 중독. 청소년들에게 특히 심각하다. 방에 틀어박혀 밤늦도록 컴퓨터 앞에 들러붙어 있기 일쑤다. 여성가족부가 칼을 빼들었다. 밤 12시가 넘어가면 만 16세 미만 아이들은 오전 6시까지 게임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른바 ‘게임 셧다운제’다. 다음 달 20일부터 시작된다. 오랫동안 속병이 든 부모들이 열렬히 환영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심야 시간에도 부모의 주민번호를 훔쳐 가입할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세 차례에 걸쳐 ‘게임 셧다운제’의 실제 효용성, 향후 보완점 등에 대해 짚어본다. 믿기 어려웠다. 평범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심한 욕을 내뱉었다. 모니터 한쪽 채팅 창에는 온갖 욕설이 올라왔다. 안 되겠다 싶어 집에서 컴퓨터를 못 하게 했다. 그러자 아들은 태권도 도장에 간다고 하고 저녁 시간이 한참 지나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아들을 찾는 아파트 안내방송을 하고, 경찰서에 실종 신고도 했다. 밤 10시. 근처 PC방에서 전화가 왔다. 아들은 그 시간까지 컴퓨터 게임을 했던 것이다. ●부모 하소연에 경찰 “방법 없다” 한 달 용돈은 1000원이지만 ‘후불요금제’ 덕에 게임을 하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PC방 주인에게 강하게 따졌다. “돈 없는 아이에게 후불제라니. 아저씨는 집에 애도 없어요. 아이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생각도 하지 않고 돈만 벌면 다에요.” 하지만 PC방 주인은 물론이고, 경찰 등 관공서에서도 “달리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에서 열린 인터넷 중독 청소년 대상 치유 캠프에 참석한 40대 중반의 학부모 A씨가 지난 5월 실제 겪은 일이다. 경기도 안양시 청소년지원센터 주관으로 열린 캠프에는 수도권 4~6학년 초등학생 가운데 인터넷 중독 ‘고위험군’ 및 ‘잠재적 고위험군’ 학생 23명과 이들의 부모 23명 등 46명이 참가했다. ‘해피 패밀리 넷’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캠프는 부모·자식이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가족공동체놀이나 역할극 등으로 이뤄졌다. 내내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지만, 겉보기와 달리 부모나 아이 모두 속마음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캠프에 참가한 이모(10)군은 게임을 얼마나 하느냐는 질문에 “1주일에 3시간….”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게임에 대해 묻자 활기를 되찾았다. (좋아하는 게임은?) “메이플 스토리요.”, (뭐가 그렇게 재미있나?) “실감 나잖아요. 아이템 모으고 렙업(레벨업)하는게 재밌어요. 1시간에 47개도 모아요. 보스 죽이는 게 좋아요.”라고 말했다. 40대 초반의 학부모 B씨는 “아이를 믿을 수가 없다. PC방 가려고 거짓말을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게임 때문에 주말에 친척집에도 안 가려고 하고 저녁에 TV 한번 같이 보기 어렵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게임하려고 친척집에도 안 가 40대 후반인 C씨는 “아이들의 지나친 게임은 단순히 공부에 방해되는 문제가 아니라 가정불화의 요인”이라면서 “요즘 컴퓨터 게임 문제로 고민을 안 해본 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시 청소년지원센터의 서선미 상담지원팀장은 ”아이들의 인터넷 이용습관 등을 검사를 해보면 심각한 고위험군이나 잠재위험군에 속하는 아이들이 부모 생각보다 훨씬 많다.“면서 “짧은 시간 동안 포털사이트에서 어린이용 게임만 해도 인터넷 중독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3년간 청소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를 보면 인터넷 중독자 군의 비율은 약간 준 반면 이들의 하루 컴퓨터 사용시간은 뚝 떨어진 것으로 나와 짧은 컴퓨터 이용만으로도 인터넷에 중독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터넷 중독자군과 하루 컴퓨터 이용시간은 2008년 14.3%, 5시간에서 2009년 12.8%, 2.8시간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2.4%, 2.9시간이었다. 또 일반사용자 군은 44.2%가 유아원~초등학교 시기 인터넷을 처음 접하지만 인터넷중독자 군은 65.1%가 같은 시기 인터넷을 처음 접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다음 달 20일부터 밤 12시~오전 6시 6시간 동안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근을 제한하는 ‘게임 셧다운제’를 시행한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실종 장애인·아동 찾기’ 24일부터 보호시설 수색

    경찰청은 24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3주간 실종 장애인과 아동, 가출 청소년을 찾기 위해 전국 5000여개 보호시설에 대한 수색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수색 대상은 장애인 시설과 정신보건시설, 아동보호시설, 행려자 시설, 유흥가, PC방 등 가출 청소년 밀집지역 등이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조선대 교수 이메일 해킹’ 기무사 전문요원도 가담

    군 기무요원들이 벌인 조선대 기모 교수의 이메일 해킹 사건에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사이버 전문요원까지 가담한 사실이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20일 “서울 송파지역 기무부대 소속인 사이버 전문요원인 군무원 한모(35)씨가 지난 18일 기 교수 이메일 해킹 사건에 가담했다고 자수해 현재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8월 29일과 9월 1일 유동아이피(IP)를 이용한 해킹은 한씨의 행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기 교수가 지난 9월 초 자신의 이메일이 해킹당해 일부 자료가 유출됐다며 광주 동부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IP를 역추적해 광주 시내 한 PC방에서 기무사 요원 2명의 ID를 통한 해킹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건을 군에 넘겼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이런 사실이 전해지자 조사본부에 엄정 수사를 지시했고, 조사본부는 육군 31사단 헌병대와 함께 수사를 진행해 왔다. 군은 구속된 한 원사 등 관련자 3명의 신병을 조사본부로 이첩한 뒤 해킹을 지시한 윗선이 있는지와 해킹 등 사찰 이유를 집중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한국 포상금제도 어제와 오늘

    한국 포상금제도 어제와 오늘

    신고포상금 제도란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한국에서는 상당히 뿌리 깊은 행정수단이다. 그 시발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군용 비행기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 포상금을 걸자 북한군이 미그 비행기를 몰고 남한에 귀순한 적이 있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후 남북 대치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북한의 침투행위를 겨냥해 국가 안보 담보 차원에서 간첩 신고 포상금제가 운영되고 있다. 이달 초 간첩 신고 포상금은 16년 만에 최대 1억원에서 5억원으로, 간첩선 신고 포상금은 최대 1억 5000만원에서 7억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 ●환수 금액의 4~20%까지 보상 이후 농림부 법무부 등 일부 부처에서 활용돼 오다가 2000년 이후 정부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형벌부과권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에는 행정의 실효성 확보 수단으로 더 없이 매력적이다. 각종 비리를 신고하면 받을 수 있는 권익위원회의 부패행위 신고 보상금 제도의 경우 2002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최고 3억 7103만원이 보상된 바 있다. 경남지역의 한 기초자치단체가 발주한 공사에서 비리를 저지른 모 건설회사를 신고한 민간인이 3억 7103만원의 보상금을 타 갔다. 당시 환수된 금액만 44억원이었다. 이 보상금은 환수금의 4~20%가 신고인에게 돌아가며, 최대 2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신고포상금 제도는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등장할 정도로 일종의 행정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에서 어떤 문제가 중요하게 지적될 때, 그리고 그것이 행정의 단속으로 관리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는 어김없이 신고포상금 제도가 대안으로 나온다. 2006년 당시 전국적 화제가 됐던 일명 ‘바다이야기’ 문제가 불거지자 위장 영업을 하는 사행성 PC방에 대해 신고포상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제기됐던 게 전형적인 예다. ●외국선 탈세신고 등 극히 제한적 운영 해외의 신고포상금 제도와 비교하면 신고포상금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많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다. 미래희망연대 김정 의원이 성백은의 박사논문인 ‘정책순응 확보수단으로서 신고포상금제도에 관한 연구’를 인용해 밝힌 포상금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금융, 환경, 보건, 의료 등의 분야에서 규제 위반에 대한 신고 보상을 규정한 부정주장법과 탈세정보제공 포상금 정도를 운영 중이다. 중국 및 타이완의 경우 탈세정보제공 포상금 정도를 운영하는 정도다. 탈세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전문 신고꾼이 등장하기 힘들다. 일본의 경우에도 국내에 거주하는 불법 외국인 체류자를 신고할 경우 5만엔 이하의 보상금을 주는 제도 정도가 있을 뿐이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데스크 시각] ‘게임갑부’들이 달갑지 않은 이유/박상숙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게임갑부’들이 달갑지 않은 이유/박상숙 산업부 차장

    아직도 개천에서 용이 나오나 보다. 며칠 전 재벌닷컴은 1조원이 넘는 부자 25명 중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거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6명이나 있다고 발표했다. 19명의 재벌 패밀리들 사이에서 자수성가형 부호들이 출현했다는 사실은 놀라움과 동시에 희망도 줬다. 특히 8위와 12위에 이름을 올린 김정주 엔엑스씨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게임갑부’들의 약진은 더 반가웠다. 오로지 상상력 하나만으로 용꿈을 이뤄낸 주인공들이니, 우리 사회가 그래도 열려 있다는 희망을 확인한 것 같아서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 두 ‘게임갑부’를 바라보는 심정이 그다지 편치 않다. ‘부자 하나가 나려면 세 동네가 망한다’는 속담처럼, 이들의 막대한 부에는 수많은 사람, 특히 청소년들에게 끼친 심각한 부작용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게임중독으로 상담을 받은 청소년이 10만 8774명으로 3년 새 32배나 급증했으며,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성인의 2배가 넘는 12.4%에 달한다.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은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청소년이 약 1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게다가 게임을 말리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은 늘어가고 심한 경우 부모를 살해하는 극단적 패륜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게임갑부들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청소년들이 게임의 부작용으로 희생되는 작금의 현실은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특히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들어 낸 이들의 게임에 빠져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상상력을 죽이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아이러니가 있을까. 물론 쏟아지는 비난에 업계도 움찔하고 있긴 하다.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이것저것 마련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건전한 오락거리를 제공한다며 프로야구 제9구단을 창설했다. 나쁘진 않지만 “왜 하필 야구단?”이란 의문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예방과 치료라는 부분에서 더 할 일이 많을 텐데 말이다. 게임중독으로 뭇매를 맞을 때마다 김택진 대표는 종종 “우리 게임의 주 이용자는 20~30대”, “PC방에 아이들을 방치하는 건 부모들도 책임”이라며 항변한다. 이런저런 사정을 다 참작하더라도, 게임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는 청소년들과 가정들을 배려하는 진지한 마음 씀씀이가 아쉽다. 게임은 지난해 8조원 규모에 육박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했다. 수출 역군으로 인정받으며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는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커진 몸집에 맞게 이제 사회를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때가 됐다. 복권, 카지노, 경마와 같은 사행산업 사업자는 중독예방·치유센터 운영비를 50% 범위에서 부담하게 돼 있다. 도박중독이라는 사회 문제를 유발하면서 돈을 벌기 때문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다 큰 어른들을 대상으로도 이렇게까지 하는데, 감수성 예민하고 특별히 보호의 손길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게임업체는 왜 두손 두발 놓고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다음 달부터 청소년들의 게임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시행된다. 일각에서 효과가 없으리라는 무용론도 제기하지만, 문제는 이렇듯 업계가 먼저 나서지 않으면 갈수록 외부의 손길을 타게 되리라는 것이다. 한때 게임업계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미국 담배회사처럼 앞으로 온라인 게임업체들을 상대로 한 소송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임중독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책임을 게임업체에 묻는 사회적 압력이 가중될 것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자본주의 4.0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맹목적인 이윤 창출이 오히려 기업의 성장을 잡는 덫이 되고 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대로 기업의 목적은 바로 기업이 속한 사회의 가치 창출에 있다. 게임산업도 어엿한 하나의 산업군이고 게임갑부의 영향력도 재벌급으로 커진 이상 할 일은 해야 한다. 큰 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alex@seoul.co.kr
  • [사건Inside] (3)믿었던 여친이 불륜을…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사건Inside] (3)믿었던 여친이 불륜을…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어머~ 사장님. 지금 밖에서 친구 만나고 있어요. 내일 맛있는 것 사주실거죠?” 1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가 데이트 도중 다른 남자와 이런 내용의 통화를 하는 것을 듣는다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 20대 여대생과 30대 회사원, 40대 중견 기업인의 수상한 삼각관계가 치정살인으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 있었다. ●결혼까지 약속한 그녀가 알고보니 ‘불륜녀’ 회사원 A(35)씨는 지난해 소개를 받아 서울에 있는 예술대학원에 다니는 B(25)씨를 만났다. 그는 화려한 얼굴과 훤칠한 키 등 모델 못지않은 외모를 가진 B씨에 금방 빠져들었다. B씨 역시 그에게 쉽게 마음을 열었다. 그 이후 1년 남짓의 연애기간은 A씨에게 꿈 같은 나날이었다. 노총각 문턱에 접어들던 그로서는 B씨는 너무나도 소중한 피앙세였다. 그녀를 너무나 사랑했던 A씨는 자기 월급의 대부분인 200만~300만원을 매월 데이트에 쏟아부었다.맹수열 기자의 <주간 사건 Inside> [사건 Inside](1) 믿었던 여친이 불륜을… 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사건 Inside](2) 소개팅女와의 하룻밤이 지옥으로… 인천 ‘미성년자 꽃뱀 사건’ [사건 Inside](3) 생면부지 여중생에게 몹쓸 짓을… ‘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사건’ [사건 Inside](4) 밀폐공간에세 발견된 3구의 시신, 메모장에는… ‘울산 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사건 Inside](5) 어이없는 오해가 앗아간 가여운 생명… ‘구로 영아 폭행치사 사건’ [사건 Inside](6) 조강지처 베란다서 밀어 살해해 놓고… 태연히 음료수 마신 ‘엽기 남편’ [사건 Inside](7) 피해자 피의자 증인 모두 시신으로… ‘거창 40대 여성 실종사건’ [사건 Inside](8) “내 애인이 ‘꽃뱀’이라니”… 70대 재력가의 비극적 순정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들의 사랑이 파국으로 치달은 것은 올 여름에 접어들면서부터였다. A씨는 어느 순간 직감적으로 B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 같다는 낌새가 느껴졌다. “항상 새벽마다 전화 통화를 했어요. 저와 같이 있을 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서…. 제가 밖에서 듣고 있는데 그 남자하고 소곤소곤 다정하게 이야기할 때의 그 심정 아세요?” A씨는 미칠 것만 같았다. 결국 지난 8월초 A씨는 B씨에게 헤어지자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은 그는 B씨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휴대전화 잠금 설정을 풀고 문자메시지 내용을 들여다봤다. 역시 B씨에게 다른 남자가 있었다. ●배신당한 남친의 복수…‘양다리’가 부른 대낮의 활극 B씨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남자는 20세나 연상인 사업가 C(45)씨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B씨가 A씨를 만나기 전인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B씨는 한 중견기업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었고, 그 회사의 대표가 바로 C씨였다. 유부남인 C씨는 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대학교에 강의를 나가고 있었을 정도로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가진 남자였다. B씨는 C씨와 불륜관계를 갖던 중 소개팅으로 만난 A씨와도 연인으로 지냈던 것이었다.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그것도 20살이나 연상인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분노에 몸서리를 쳤다. 결국 그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복수를 위해 A씨는 차근차근 준비에 나섰다. 서울 남대문시장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둔기와 삼단봉, 수갑은 물론 가스총까지 구입했다. 그러던 중 8월 9일 오후 1시30분쯤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 B씨가 살고 있는 서울 대치동의 한 오피스텔 근처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A씨는 두 사람이 B씨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범행도구가 가득 담긴 배낭을 든 상태였다. “누구세요?”(B씨) “나야. 문 좀 열어봐.”(A씨) 예상치 못한 전 남자친구의 방문에 놀란 B씨는 안전걸쇠를 걸어둔 채 문을 열었다. C씨가 있는 상황에서 집 안으로 들일 수는 없었고 차갑게 거절하면 A씨가 돌아갈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이미 A씨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준비한 드라이버로 안전걸쇠를 부수고 집안으로 거칠게 들어갔다. A씨에게는 더 기막힌 장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던 B씨가 가벼운 옷을 걸친 채 C씨와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던 정황이 그대로 포착됐다. A씨에게 더 이상 이성은 남아있지 않았다. A씨는 두 사람을 향해 사정없이 둔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혼비백산한 두 사람이 집 밖 복도로 도망가기 시작하면서 쫒고 쫒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자’ 구조의 좁은 복도에서 15분 가량 추격전을 벌이던 A씨는 급기야 B씨를 향해 가스총을 쐈다. 기절한 전 여자친구에게 수갑을 채운 A씨는 그녀를 끌고 가려고 했지만 연적인 C씨와 소동에 놀란 주민들이 합세해 달려들자 결국 도망쳤다. 대낮의 복수극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살인미수와 중상…수상한 삼각관계의 비극적 결말 그날로 직장까지 그만둔 A씨는 경찰의 눈을 피해 도주를 시작했다. 피해자인 B·C씨는 뇌진탕 및 안면부 다발성 좌상 등 전치 3주의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A씨의 도주는 그리 치밀하지 못했다. 수도권 일대의 PC방과 모텔 등을 전전하던 A씨는 수중에 돈이 떨어지면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경찰의 수사망이 점점 좁혀지는 것까지 느껴지면서 겁도 났다. 경찰은 A씨가 어머니와 주기적으로 통화를 하는 것을 알고 자수를 종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검거보다는 자수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어머니의 설득에 A씨는 3주간의 도주 생활을 정리하고 그달 28일 경찰서로 향했다. A씨는 현재 1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연인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시작된 A씨의 극단적인 선택은 살인미수라는 큰 죄로 돌아왔다. 하지만 자기 미모를 무기로 두 남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B씨, 재력과 지위를 이용해 불륜을 맺었던 C씨도 A씨가 범죄를 저지르도록 만드는데 일조했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잘못된 연애가 만든 삼각관계가 세 사람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셈이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사건 Inside](3)생면부지 여중생 원룸으로 불러…‘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사건’

    [사건 Inside](3)생면부지 여중생 원룸으로 불러…‘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사건’

     “언니, 이것좀 봐. 내가 며칠 전에 찍은 동영상인데 너무 재미있어.”  전북 전주에 사는 A양은 같은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동생(15)이 건넨 휴대전화 동영상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약 10분 분량의 동영상에는 또래 여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알몸으로 집단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영상 속의 한 남학생은 저항하는 여학생의 몸을 더듬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도 말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학생이 폭행 당하는 모습을 보며 깔깔거리기도 했다. 당황한 A양이 물었다. “대체 얘는 누구니?”    ●우발적인 가출과 재미가 부른 비극  지난 4일 발생한 ‘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촬영’ 사건은 A양의 제보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건은 피해자 B(15)양의 가출로부터 시작됐다. 충북 영동에 살던 B양은 지난 1일 집을 나왔다. B양의 가출에는 딱히 이유가 없었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요즘 청소년들의 가출에는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부모에게 불만이 있어서 또는 학교생활이 힘들어서 등 대체로 이유가 분명했던 과거의 가출과는 사뭇 달라졌다는 얘기다.  무작정 집을 나온 B양은 PC방 등을 전전하며 시간을 때웠다. 그러기를 몇일, B양에게 한 채팅사이트의 또래 가출 청소년이 손을 내밀었다.맹수열 기자의 <주간 사건 Inside> [사건 Inside](1) 믿었던 여친이 불륜을… 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사건 Inside](2) 소개팅女와의 하룻밤이 지옥으로… 인천 ‘미성년자 꽃뱀 사건’ [사건 Inside](3) 생면부지 여중생에게 몹쓸 짓을… ‘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사건’ [사건 Inside](4) 밀폐공간에세 발견된 3구의 시신, 메모장에는… ‘울산 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사건 Inside](5) 어이없는 오해가 앗아간 가여운 생명… ‘구로 영아 폭행치사 사건’ [사건 Inside](6) 조강지처 베란다서 밀어 살해해 놓고… 태연히 음료수 마신 ‘엽기 남편’ [사건 Inside](7) 피해자 피의자 증인 모두 시신으로… ‘거창 40대 여성 실종사건’ [사건 Inside](8) “내 애인이 ‘꽃뱀’이라니”… 70대 재력가의 비극적 순정  “혼자 있지 말고 전주로 넘어와. 같은 처지끼리 모여 있으면 좋잖아.”  전주로 간 B양은 이곳 가출 청소년들과 무리지어 곳곳을 떠돌며 지냈다. 문제의 폭행 사건이 일어난 것은 B양이 가출한 지 4일째되던 날이었다. B양은 4일 오후 11시쯤 가출 청소년 4명과 함께 인근 중국 음식점 배달원(21)씨의 원룸으로 향했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노숙이 힘들어져 하루 잠잘 곳이 필요했던 것이다.  원룸에 모인 이들은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다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연고지가 다른 B양이 다른 아이들의 타깃이 됐다. B양은 원룸 주인 등 남자 2명, 또래 여자 청소년 3명에게 알몸 상태에서 집단폭행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성추행도 일어났다. 이들은 그 장면을 휴대전화 동영상 카메라에 낱낱이 기록했다. 때린 것도 재미, 성추행도 재미, 촬영도 순전히 재미가 이유였다. 아무 생각없이 시작한 B양의 가출은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얼룩을 남긴채 이렇게 끝났다.  사건 직후 B양은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날 자기가 당한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냥요”…가출 청소년들의 특성?  그러나 영상이 퍼지면서 그 사건은 혼자만 당한 것으로 끝나지 않게 됐다. A양이 이 영상을 인근 청소년보호시설에 신고한 것은 사건이 발생한지 6일 뒤인 지난 10일이었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느낀 전북교육청과 전북경찰청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B양과 가해자 5명은 현재 조사를 마친 상태다. 조사결과 영상은 당시 현장에 있던 5명만 주고 받았고 다른 곳에는 퍼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가해 학생들은 문제의 영상을 자기들만 가지고 있었으며 현재는 다들 지웠다고 진술했다.”면서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영상을 가까운 아이들에게만 보여주기만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가해자 5명의 진술이 모두 엇갈리거나 부정확해 정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힘든 상태다. 이들은 범행 동기를 “그냥”, “어쩌다보니” 등으로 일관했다.  B양이 어떻게 일면식도 없는 이들을 만났는지가 확실치 않다. 채팅을 통해 전주에 온 B양이 가해자 5명과 우연히 만난 것, 음식 배달원의 원룸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것 등이 모두 우발적이었다는 것이다. 사건 직후 자기 집으로 돌아간 B양이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상세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철부지 10대’라기엔 너무나…청소년 범죄의 현주소  가해자들의 관계도 뚜렷하지 않다. D씨 등은 서로를 “이리저리 알게된 사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에도 문제를 일으켜 경찰서를 왔다갔다 한 적도 있지만 서로의 연관성을 찾기가 힘든 상황인지라 경찰도 그 말이 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해자들은 한 여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큰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가해자들을 조사했던 형사는 “가해자 중 한 명은 경찰 진술에서 고작 이까짓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오히려 황당해 했다.”고 전했다. 그는 “성인이 아니라 큰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가해자들에게 강한 것도 죄의식을 못 느끼는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문제의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졌더라면 B양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을 것이다. 경찰은 조사를 더 한뒤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북교육청은 가해 학생들은 경찰 조치에 따라 해당 학교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별도의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남↔여’ 성(性) 바꿔가며 사기 친 中20대 충격

    자유자재로 성(性)을 바꿔가며 사기를 치고 금품을 갈취해 온 중국의 한 20대 젊은이가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고 양자만보 등 현지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사건이 처음 발생한 것은 3년 전인 2009년 2월. 60대 천(陳)씨는 인터넷 채팅방에서 ‘장리’라는 대화명의 여성을 만났다. 자신을 20대 초반의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장리는 천씨에게 어려운 가정환경 등을 호소하며 접근했다. 인터넷상에서 자주 만남을 가져 온 두 사람은 오프라인에서 만나 성관계를 가졌고, 이후 장리가 임신했다고 주장하자 천씨는 낙태수술비용을 건넸다. 장리는 그 후에도 수술후유증을 호소하는 등 천씨로부터 약 90만 위안을 받은 뒤 자취를 감췄다. 자신이 크게 속았다는 것을 느낀 천씨는 지난해 2월 경찰에 이를 신고했지만 장리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지난 5월, 경찰에 이와 비슷한 사건이 접수됐다. 20대 여성 A씨는 역시 채팅방에서 ‘장창’이라는 대화명의 남성을 만났다. 급속도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오프라인에서 만났고, 가정환경이 부유한 A씨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출했다 돌아온 A씨는 노트북 등 고가의 물건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고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동거남 장창에게 연락이 되지 않는 점 등을 미뤄 그가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지난 6월 한 PC방에서 장창을 검거했는데, 놀랍게도 그는 남자가 아닌 여자였으며, 첫 번째 ‘장리 사건’의 가해자와 동일인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 본명이 한홍(女·21)인 그녀는 가난한 농사꾼의 딸로 태어났다. 가족들은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남장을 즐겼으며, 행동거지와 생김새 또한 가족들도 놀랄 만큼 남자와 비슷했다. 현지 경찰은 “한 사람이 남자와 여자를 오고가며 사기를 치는 사건은 흔치 않다.”면서 “또 다른 피해자가 없는지 조사중”이라고 설명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관악, 청소년 통합지원체계 갖춘다

    관악구가 위기 청소년들을 위해 적시에 사회안전망을 쳐 주고자 ‘지역사회 청소년 통합지원체계(CYS-넷·Community youth safety-Net) 관악구 운영협의회’를 구성했다고 31일 밝혔다. 관악구는 지난 4월 ‘관악구 청소년상담지원센터’를 설치한 이후 위기 청소년을 보다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지역 네트워크를 원활하게 운영할 필요성을 느끼고 CYS-넷 협의회를 구성했다. ‘CYS-넷 관악구 운영협의회’는 관악구, 동작교육지원청, 관악경찰서, 보라매병원, 보건소, 관악구청소년상담지원센터, 청소년 쉼터 등 청소년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필수 연계 기관과 시설의 관련 부서장으로 구성됐다. 현재 구의 청소년상담지원센터는 하부 실행 조직으로 ‘1388지원단’ 등을 운영하며 술에 취해 길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 또래로부터 괴롭힘이나 구타를 당하는 청소년, PC방에서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 등을 발견하면 즉각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경찰뿐만 아니라 택시조합원들까지 협력해 이들을 발견하면 도와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단체인 청소년지도위원회나 경찰 산하 민간인단체인 청소년선도위원회와 달리 구에서 직접 나서서 공신력을 가지고 활동한다는 차이가 있다. 현재 청소년상담지원센터는 서울 25개 구 중 18개에만 설치돼 있다. 황귀일 노인청소년과 팀장은 “학교와 병원, 경찰에서 관련 부서장이 운영협의회를 구성함에 따라 청소년들에게 심리 상담이나 후원자 연계 등을 통해 빠르게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北, 대남 사이버테러 전방위로 준비했다

    北, 대남 사이버테러 전방위로 준비했다

    북한이 대남 사이버테러를 전방위로 준비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자동으로 수집해 주는 ‘오토프로그램’이 설치된 개별 PC가 북한 해커가 운용하는 중앙 서버와 전부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해커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디도스 등 악성코드용 파일을 국내로 전송할 수 있다. 오토프로그램 업데이트 때 이를 설치한 모든 컴퓨터의 포트가 개방되는 탓에 사이버테러를 할 수 있는 이른바 ‘땅굴’이 만들어진다. 때문에 경찰과 정보당국도 “그들의 오토프로그램 판매는 단순한 외화벌이가 목적이 아니라 당국의 지령에 따라 대남 사이버 공격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로커들 北해커에 숙소·생활비 지원 북한의 ‘IT 영재’로 불리는 20대 초·중반의 해커 30여명은 지난 2009년 6월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과 랴오닝(遼寧)성 지역에서 한국인 브로커와 만났다. 브로커들은 북한 해커들에게 숙소와 생활비까지 지원하며 ‘상전’처럼 깍듯이 대우했다. 북한 해커들은 5개월 단위로 중국에 머무르면서 ‘리니지팀’과 ‘던파(던전앤파이터)팀’, ‘메이플(메이플스토리)팀’ 등 인기게임별로 5명 안팎으로 팀을 꾸려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국내 유명 게임사의 패킷정보를 해킹해 만든 오토프로그램을 브로커들에게 공급하며 1회 복사·유포하는 데 매달 사용료의 55%를 받았다. 브로커들은 매월 1만 7000~1만 8000원을 받는 조건으로 중국과 국내의 판매총책에게 오토프로그램을 건넸다. 총책들은 다시 국내 딜러들에게 2만~2만 1000원에 팔았고, 딜러들은 PC방 등 ‘작업장’에 이윤을 더 붙여 2만 3000~2만 4000원에 오토프로그램을 넘겼다. 소위 ‘작업장’은 컴퓨터가 수십~수백대 설치된 곳으로 오토프로그램을 실행한 뒤 게임에 접속하면 아이템이 자동적으로 수집된다. 이 오토프로그램은 평균 1만 2000~1만 5000대의 컴퓨터에서 동시에 구동됐다. 이들은 모은 아이템을 아이템 중개사이트를 통해 일반 아이템은 몇만원에, 희귀 아이템은 수천만원에 팔아 치웠다. 1년 6개월 만에 무려 64억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북한 해커들에게 준 사용료는 한 달에 많게는 1억 80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경찰은 “오토프로그램 판매와 아이템 거래를 통해 발생한 범죄수익은 그동안 적발된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약 1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북한 해커들은 이런 수익에도 기뻐하지 않았다. 그들은 매달 500달러씩 북한 당국으로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북한 컴퓨터 전문가들이 1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월 500만 달러가 북한에 들어가는 셈이다. 그런가 하면 북한 해커들은 국내 P2P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 아이디,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 66만여건을 빼내 브로커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북한의 컴퓨터 영재는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따로 선발해 컴퓨터 분야만 2년 동안 집중적으로 교육받은 다음 김일성대나 김책공대의 컴퓨터 관련 전공으로 배치되고 있다. 대학에서 우수한 실력을 인정받으면 2년 만에 졸업한다. ●리니지업체 “서버 해킹 당한적 없다” 한편 리니지를 개발, 운영중인 엔씨소프트 이재성 상무는 “리니지 서버는 해킹당한 적이 없다.”면서 “게임서버를 해킹해 오토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게임업계는 오토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북한 컴퓨터 전문가를 끌어들일 정도로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오토프로그램은 인터넷 검색만으로 2만~3만원에 구입할 정도로 게임 이용자와 아이템 판매업자 사이에 상용화돼 있다는 게 게임업체의 설명이다. 글 사진 이영준·김소라기자 apple@seoul.co.kr
  • 게임비 마련위해 3명의 자식 판 파렴치 부부

    게임비 마련위해 3명의 자식 판 파렴치 부부

    온라인 게임에 빠진 젊은 부부가 PC방 출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세명의 자식을 팔아버린 파렴치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 지방지 상샹두스바오는 최근 “21세 동갑 부부인 리린과 리주안이 세명의 자식을 모두 팔아치워 게임 비용에 썼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들 부부가 처음 만난 것은 2007년 한 PC방. 온라인 게임에 빠져있던 두 사람은 결혼해 1년 후 첫 사내 아이를 낳았다. 아이 출산의 기쁨도 잠시, 온라인 게임에 빠져있던 부부는 또다시 아이를 홀로 방치하고 30km나 떨어진 PC방을 다니기 시작했다. 2009년 둘째 아이를 출산한 부부는 생업을 멀리 해 PC방을 다닐 돈이 없었다. 그 즉시 부부는 둘째인 딸 아이를 팔 것을 결심하고 3000위안(약 49만원)에 팔았다. 자식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PC방을 다니던 부부는 금새 돈을 다써버리자 이번엔 첫째 아들에 마수를 뻗쳤고 곧 3만위안(약 490만원)에 파는데 성공했다. 이들 부부의 파렴치한 행각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갓 출산한 3번째 아기마저 팔아 치운 것. 이 사건은 남편 리린의 어머니 신고로 결국 현지 공안에 구속됐다. 두사람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아이를 파는 일이 불법적인지 몰랐다.” 며 “애초 아이를 양육할 생각이 없었다. 우리는 돈이 필요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사진=자료사진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현직 변호사·장교 등 29명 10대 가출소녀 집단 성매매

    10대 소녀를 상대로 집단 성관계를 맺은 현직 변호사와 장교 등 29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5일 가출한 10대 소녀에게 12차례에 걸쳐 집단 성관계를 갖게 하고 성매수 금액을 가로챈 박모(36)씨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김모(2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들을 대상으로 성매수를 한 혐의로 현직 변호사와 장교 등 8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나머지 21명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씨 등은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경기도의 한 모텔에서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만난 이모(15)양에게 2~4명의 남성과 한꺼번에 성관계를 맺도록 하고 이들로부터 받은 성매수금 5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그룹섹스에 관심 있는 남자’라는 제목의 채팅방을 개설, 회원 29명을 모집해 이들에게서 1회에 1인당 10만~15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이양을 협박해 집단 성관계를 강요했으며, 직접 두 차례에 걸쳐 이양을 성폭행하기도 했다. 이양은 박씨의 협박에 못 이겨 혼자서 2~4명의 남성들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 회원 중에는 현직 변호사와 경기도 소재 군부대에서 근무하는 현역 대위도 포함돼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들 대부분 현금으로 거래를 해서 신원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으나, 박씨와 이양이 가진 성매수자 명단을 통해 성매수자의 신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양은 2008년 12월에 집을 나와 2년 6개월간 PC방 등을 전전하며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수자 대부분이 30대 전후로, 음란물 동영상을 보고 호기심에서 집단 성관계에 참여했다.”면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집단 성관계를 한 것은 다른 성매매보다 죄질이 훨씬 더 나쁘다.”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말한다] (11) 자살 같았던 사건의 진실

    [범죄는 흔적을 말한다] (11) 자살 같았던 사건의 진실

    “여기 방이동(서울 송파구)인데요, 노래방 문 좀 따주세요.” 2010년 9월 20일 밤 10시. 119신고센터에 20대 여성의 다급한 요청이 들어왔다. 닷새 전 노래방 문을 연다고 나간 A(당시 46세)씨를 애타게 찾던 첫째딸(당시 28세)의 목소리였다. 구조대가 급히 달려간 지하 노래방은 앞뒤로 굳게 철문이 닫혀 있었다. 119 대원이 한참을 씨름하던 잠금장치를 절단하고 문을 열자 고약한 냄새가 확 풍겼다. 뭔가 썩는 냄새였다. 노래방 주인 A씨가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자살이었다. 한눈에 들어온 현장은 그랬다. 시신이 누워 있던 노래방 내실 탁자에서는 유서가 담긴 흰 봉투와 먹다 남은 소주병 2개가 나왔다.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에는 구구하게 긴 사연이 담겨 있었다. 1년 전 남편 유산으로 시작한 노래방이 생각만큼 잘 안돼 속상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3남매가 엄마 마음을 몰라줘 섭섭했다는 사연, 자신은 재미있게 살지 못했지만 자식들은 서로 의지해 가며 정겹게 인생을 살라는 당부 등이 이어졌다. 노래방과 살던 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숨겨놓은 통장은 어디에 있는지, 출금 비밀번호는무엇인지 등도 적혀 있었다.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인쇄돼 마지막에 도장까지 찍힌 유서는 남이 썼다고는 상상도 못할 만큼 세세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자살이라고밖에는”… 유서 2장과 소주병 A씨의 왼쪽에는 피묻은 칼이 놓여 있었다. 노래방 부엌에 있던 식칼이었다. 칼은 명치와 왼쪽 손목 2군데에 상처를 냈다. 치명상은 명치 쪽인 듯했다. 정황상으로 보면 A씨는 평소에 자살을 고민해 왔고, 결국 어느 날 노래방 문을 잠그고 술을 마신 뒤 1차로 손목을 2차례 긋고 나서 다시 명치 부위를 스스로 찌른 것으로 보였다. 자칫 억울하게 묻힐 뻔했던 A씨 피살의 한을 풀어 준 사람은 베테랑 형사였다. 자살 치고는 현장이나 시신이 지나치게 깔끔했다. A씨가 자살한 쪽방은 성인 2명 정도가 겨우 누워 잘 수 있는 크기. 그나마 가로로는 누울 공간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좁은 방이었지만 벽에 피가 튄 흔적이 전혀 없었다. 바닥에 고여 있는 혈액의 양도 이상하리만큼 적었다. ●“최후 순간에는 주저하기 마련, 그러나…” 피해자의 몸에 난 상처도 주저흔(hesitation marks) 하나 없이 지나치게 깨끗했다. 주저흔이란 자살하려는 사람이 한번에 치명상을 만들지 못하고 여러 차례 자해한 흔적을 남기는 것을 말한다. 주로 치명상 주위에 생기는데 송곳에 찔린 듯한 작은 것부터 1~2㎝까지 많게는 수십개가 남기도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는 “사망자의 몸에 칼에 찔린 상처가 많고 외부로 흘러나온 혈액이 많으면 타살로 간주하기 쉽지만 자살인데도 그렇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흉기로 자살하려는 사람은 고통 없이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치명적인 곳을 못 찾거나 주저하게 돼 스스로 여러 곳에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 자녀도 “자살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A씨가 워낙 솔직하고 화통해 우울증이나 자살과는 거리가 먼 데다 유서도 어색하다고 했다. 유서에는 “내가 글씨를 잘 못써 PC방 점원에게 워드(워드프로세서)를 배웠는데, 유서 쓰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자녀들은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엄마가 어느 결에 워드를 배웠는지도 의문이고, 굳이 유서를 워드로 작성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유서 속 단어들이 평소 엄마의 말투와 전혀 달랐다. ●생활반응이 말해 주는 사건의 진실 A씨의 시신에 대해 부검 결정이 났다. 치명상은 가슴에 난 창상이었다. 찔린 곳은 한 곳이었지만 칼이 만든 상처의 끝부분이 묘하게 변해 있었다. 치명상을 입히려고 같은 곳을 정확하게 두 번 찔렀을 때에나 생기는 현상이다. 자살하는 사람이 스스로 치명상이 난 곳을 정교하게 찾아 두 번 칼을 찌를 리 없다. 자살 현장이 조작됐음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는 시신 왼쪽 손목의 상처였다.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했다는 A씨의 상처에 ‘생활반응’(生活反應·특정 충격에 대해 살아 있는 몸이 보이는 반작용)이 나오지 않았다. 너무 적은 출혈량 등을 감안했을 때 살아있는 상태에서 손목을 그었다기보다는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만든 가짜 상처로 결론났다. 하지만 의문은 계속됐다. 범인이 누구이기에 통장 비밀번호는 물론이고 남의 가족사를 줄줄이 꿰고 있을까. 그렇다면 범인은 3남매 중 하나일까. 주변인물을 대상으로 수사가 시작됐다. 정작 범인 색출은 싱겁게 마무리됐다. 유서 봉투에서 둘째 딸(당시 25세)의 헤어진 동거남(당시 25세)의 지문이 나왔다. A씨 사망현장에 그가 있었다는 얘기다. 친척집에 숨어 있던 동거남은 순순히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는 1년 넘게 A씨의 둘째딸과 동거를 해왔지만 최근 자주 다투면서 때리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사건이 나기 한달 전 동거녀가 가출하자 노래방에 찾아가 “딸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A씨에게 면박을 당한 뒤 모욕감에 범행을 결심했다. 그는 “결혼식은 못 치렀지만 1년 이상을 사위처럼 살면서 집안 대소사를 챙기고 상주 노릇까지 했는데 장모가 나에게 너무 모질게 대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여기 방이동(서울 송파구)인데요, 노래방 문 좀 따주세요.”  지난해 9월 20일 밤 10시. 119신고센터에 20대 여성의 다급한 요청이 들어왔다. 닷새 전 노래방 문을 연다고 나간 A(당시 46세)씨를 애타게 찾던 첫째딸(당시 28세) 목소리였다. 구조대가 급히 달려간 지하 노래방은 앞뒤로 굳게 철문이 닫혀 있었다. 119 대원이 한참을 씨름하던 잠금장치를 절단하고 문을 열자 고약한 냄새가 확 풍겼다. 뭔가 썩는 냄새였다. 노래방 주인 A씨가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자살이라고밖에는” 유서 2장과 소주병  자살이었다. 한눈에 들어온 현장은 그랬다. 시신이 누워 있던 노래방 내실 탁자에서는 유서가 담긴 흰 봉투와 먹다 남은 소주병 2개가 나왔다.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에는 구구하게 긴 사연이 담겨 있었다. 1년 전 남편 유산으로 시작한 노래방이 생각만큼 잘 안돼 속상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3남매가 엄마 마음을 몰라줘 섭섭했다는 사연, 자신은 재미있게 살지 못했지만 자식들은 서로 의지해 가며 정겹게 인생을 살라는 당부 등이 이어졌다. 노래방과 살던 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숨겨놓은 통장은 어디에 있는지, 출금 비밀번호는무엇인지 등도 적혀 있었다.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인쇄돼 마지막에 도장까지 찍힌 유서는 남이 썼다고는 상상도 못할 만큼 세세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A씨의 왼쪽에는 피묻은 칼이 놓여 있었다. 노래방 부엌에 있던 식칼이었다. 칼은 명치와 왼쪽 손목 2군데에 상처를 냈다. 치명상은 명치 쪽인 듯했다. 정황상으로 보면 A씨는 평소에 자살을 고민해 왔고, 결국 어느 날 노래방 문을 잠그고 술을 마신 뒤 1차로 손목을 2차례 긋고 나서 다시 명치 부위를 스스로 찌른 것으로 보였다. ●“누구라도 최후의 순간에는 주저하기 마련, 그러나…”  자칫 억울하게 묻힐 뻔했던 A씨 피살의 한을 풀어 준 사람은 베테랑 형사였다. 자살 치고는 현장이나 시신이 지나치게 깔끔했다. A씨가 자살한 쪽방은 성인 2명 정도가 겨우 누워 잘 수 있는 크기. 그나마 가로로는 누울 공간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좁은 방이었지만 벽에 피가 튄 흔적이 전혀 없었다. 바닥에 고여 있는 혈액의 양도 이상하리만큼 적었다.  피해자의 몸에 난 상처도 주저흔(hesitation marks) 하나 없이 지나치게 깨끗했다. 주저흔이란 자살하려는 사람이 한번에 치명상을 만들지 못하고 여러 차례 자해한 흔적을 남기는 것을 말한다. 주로 치명상 주위에 생기는데 송곳에 찔린 듯한 작은 것부터 1~2㎝까지 많게는 수십개가 남기도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는 “사망자의 몸에 칼에 찔린 상처가 많고 외부로 흘러나온 혈액이 많으면 타살로 간주하기 쉽지만 자살인데도 그렇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흉기로 자살하려는 사람은 고통 없이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치명적인 곳을 못 찾거나 주저하게 돼 스스로 여러 곳에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 자녀도 “자살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A씨가 워낙 솔직하고 화통해 우울증이나 자살과는 거리가 먼 데다 유서도 어색하다고 했다. 유서에는 “내가 글씨를 잘 못써 PC방 점원에게 워드(워드프로세서)를 배웠는데, 유서 쓰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자녀들은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엄마가 어느 결에 워드를 배웠는지도 의문이고, 굳이 유서를 워드로 작성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유서 속 단어들이 평소 엄마의 말투와 전혀 달랐다. ●생활반응이 말해 주는 사건의 진실  A씨의 시신에 대해 부검 결정이 났다. 치명상은 가슴에 난 창상이었다. 찔린 곳은 한 곳이었지만 칼이 만든 상처의 끝부분이 묘하게 변해 있었다. 치명상을 입히려고 같은 곳을 정확하게 두 번 찔렀을 때에나 생기는 현상이다. 자살하는 사람이 스스로 치명상이 난 곳을 정교하게 찾아 두 번 칼을 꽂을 리 없다.  자살 현장이 조작됐음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는 시신 왼쪽 손목의 상처였다.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했다는 A씨의 상처에 ‘생활반응’(生活反應·특정 충격에 대해 살아 있는 몸이 보이는 반작용)이 나오지 않았다. 너무 적은 출혈량 등을 감안했을 때 살아있는 상태에서 손목을 그었다기보다는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만든 가짜 상처로 결론났다.  하지만 의문은 계속됐다. 범인이 누구이기에 통장 비밀번호는 물론이고 남의 가족사를 줄줄이 꿰고 있을까. 그렇다면 범인은 3남매 중 하나일까. 주변인물을 대상으로 수사가 시작됐다. 정작 범인 색출은 싱겁게 마무리됐다. 유서 봉투에서 둘째 딸(당시 25세)의 헤어진 동거남(당시 25세)의 지문이 나왔다. A씨 사망현장에 그가 있었다는 얘기다. 친척집에 숨어 있던 동거남은 순순히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는 1년 넘게 A씨의 둘째딸과 동거를 해왔지만 최근 자주 다투면서 때리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사건이 나기 한달 전 동거녀가 가출하자 노래방에 찾아가 “딸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A씨에게 면박을 당한 뒤 모욕감에 범행을 결심했다. 그는 “결혼식은 못 치렀지만 1년 이상을 사위처럼 살면서 집안 대소사를 챙기고 상주 노릇까지 했는데 장모가 나에게 너무 모질게 대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큰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게재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 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할 땐 미제사건 2) 죽음의 성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 직전의 성적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오열했던 남편 부인을 독살하다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 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성전환 여성 恨풀다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대변 속 100억분의 1g DNA 난관 속 사건 푼 ‘최후의 단서’ 7) 정관수술한 지능적인 연쇄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10) 급성 수분중독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호흡이 지목한 범인은 그의 아들이었다-화재사 속에 숨은 타살의 흔적찾기 13) 車운전석 그녀의 주먹쥔 양팔-‘에어컨은 억울했다’
  • 제2금융 비웃던 은행들 대출금액까지 다 새 나가

    제2금융 비웃던 은행들 대출금액까지 다 새 나가

    “제1금융권의 보안은 최고 수준이다. 서버 역시 주서버와 백업서버를 멀리 떨어뜨려 놓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일이 없다.”(농협 해킹사건 시 A은행 관계자) “고객정보 보안이 허술한 제2금융권들의 문제”(현대캐피탈 사건 시 B은행 관계자) 인터넷 뱅킹 아이디와 비밀번호, 대출금액 등 제1금융권의 고객 정보가 시중에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철저한 보안’을 자랑하던 시중은행의 보안시스템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직 해킹인지 또는 내부자 소행인지는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았지만, 부천 오정서의 수사로 설(說)로만 떠돌던 금융권 전체의 허술한 보안체계가 사실로 입증됐다. 대대적인 점검 강화는 물론 이들로부터 유출정보를 사들인 대부업체에 대한 수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은행 고객내역 등 1900만건 당초 경찰은 지난 4월 ‘공무원들의 개인정보가 돌아다닌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에 들어갔다. 부천 오정서 사이버수사팀원이 인터넷게시판에서 “개인정보를 판다.”는 글을 보고 메신저를 통해 김씨 일당과 접촉했다. 일당이 시험용으로 보낸 공무원의 소속 부처와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등이 사실로 확인되자 경찰은 곧 이들의 컴퓨터 아이피(IP)를 추적해 검거했다. 이들은 주로 네이버나 다음 등에서 데이터베이스(DB)를 사고팔 수 있도록 개설해 놓은 카페에 광고나 댓글을 남기는 수법으로 구매자들을 모았다. 이 중 현재 저축은행에 근무하는 A씨와 모 캐피털사에서 일했던 B씨 등 무려 120명에게서 대포통장을 통해 5400만원을 받아 챙겼다. 피의자 김모(26)씨와 양모(26)씨 등 3명은 고등학교 동창생으로 특별한 직업 없이 돈을 벌기 위해 개인정보를 다른 판매상에게서 구입한 뒤 인터넷에서 되팔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지니고 있던 이동식 저장장치(USB)에서 예상했던 공무원 명단뿐 아니라 시중은행과 통신사의 고객 내역까지 1900만건의 개인정보가 나오면서 수사관들조차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이들이 중국에 있는 해커나 해커와 연결된 중간상인을 통해 자료를 입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중국에 있는 인물과 메신저를 한 기록이 나와 내부자보다는 해킹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사 서버 디도스 공격도 의뢰 국내 대부업체와 개인정보 DB 판매상들이 주로 중국 해커에게 의뢰해 정보를 빼낸다는 것은 이미 지난해부터 수사당국에 감지됐다. 실제 이번 서울 수서서의 경우에도 1000만명의 개인정보를 빼낸 사람은 중국에서 ‘H사장’이라고 불리는 전문 해커였다. 중간판매책인 정모(26)씨와 김모(26)씨는 MSN 메신저로 H사장과 접촉했다. 경찰 관계자는 “MSN 메신저가 다른 메신저보다 추적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월 5일, 이들은 메신저와 이메일을 통해 H사장에게 국내 대부업체, 저축은행, 채팅사이트, SMS(문자메시지) 콜센터, 카드사 등의 해킹을 의뢰했다. H사장은 해당사의 취약점을 파고들어 손쉽게 1000만명의 개인정보를 확보해 이들에게 제공했다. 이들은 경북 김천, 구미 일대의 PC방에 자리잡고 유명 포털사이트의 웹하드에 저장해 둔 개인정보를 1건당 10~30원에 팔기 시작했다. 거래처는 주로 대부업체, 도박사이트 업체, 인터넷 가입 모집업체 등이었다. 이로써 이들은 2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고, 중국 해커 H사장에게 수익의 80%를 제공하고 나머지 6000만원 상당을 생활비·유흥비 등으로 사용했다. 이들은 또 H사장으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이용해 메일, 메신저, 포털사이트 등에 회원가입을 한 뒤 인터넷에서 대포폰, 대포통장 등을 구입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개인정보 해킹뿐 아니라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 서버에 디도스(DDOS) 공격을 해 달라고 H사장에게 의뢰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경쟁업체 등의 청탁을 받고 업무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정보가 유출된 업체 수는 총 102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19개 업체는 유출 사실을 시인했지만, 나머지 83곳은 극구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각 업체들은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소홀히 할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통망법)에 저촉돼 처벌을 받기 때문에 숨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업체, 저축은행, 채팅사이트, SMS 콜센터, 카드사 등 이름만 들어 보면 알 만한 업체 대부분이 뚫린 것으로 보면 된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백민경·이영준기자 white@seoul.co.kr
  • 한화건설, 이라크에 8조 규모 한국형 신도시 수출

    한화건설, 이라크에 8조 규모 한국형 신도시 수출

    한화건설이 이라크에서 단독기업 프로젝트로 국내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한화건설은 25일(현지시간) 이라크 총리 관저에서 누리 카밀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사미 알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 의장과 72억 5000만 달러(7조 9000여억원)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바그다드 동쪽 25㎞에 조성 한화건설은 규모면에서는 지난해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이 수주액이 186억 달러(20조여원)로 최대지만 국내 4개 업체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단독 프로젝트로는 이번 건설공사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한화건설이 단독 수주한 이 프로젝트는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 중심가에서 동쪽으로 25㎞ 떨어진 지점에 17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신도시(1830만㎡)를 조성하고 55억 달러 규모의 국민주택 10만 가구를 건설하는 대규모 공사다. 설계·조달·시공을 모두 책임지는 EPC방식으로 진행된다. 공사기간은 설계 등 준비기간을 포함해 7년이다. 이번 계약 조건은 선수금 10%, 중도금 5%씩 3회 지급, 잔금은 블록별(약 4000가구) 준공 시점마다 순차적으로 받기로 했다. 인허가 비용 등도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가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 신도시 노하우 수출 1호 신완철 한화건설 상무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도시개발사업인 ‘인천 에코메트로’의 성공적인 수행과 최근 12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해외플랜트 수주 등 해외사업 EPC 수행능력을 인정받아 이번 공사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면서 “특히 대한민국 신도시 노하우를 수출하는 1호 프로젝트로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한국의 신도시 개발 역량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화건설은 현재 7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사우디 마라픽 얀부Ⅰ 발전 플랜트, 알제리 아르주 정유 플랜트, 쿠웨이트 LPG 충전 플랜트 등 5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최근 요르단 삼라 발전 플랜트, 사우디 마덴 발전·담수 플랜트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또 올해 12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얀부Ⅱ 발전·담수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는 등 해외 사업 분야에서 순항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올 초 2015년까지 ‘글로벌 100대 건설사 진입’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해외사업 지역 확대, 해외공사 공종 다각화, 태양광 발전 및 신재생 에너지 사업 추진 등의 전략을 수립해 매년 20% 이상의 해외성장을 실현할 방침이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잃어버린 아이, IT기술로 찾는다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해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실종 아동 종합정보시스템’이 구축된다. 행정안전부는 실종 아동의 날인 25일을 맞아 경찰청과 함께 실종 아동 찾기 종합지원대책을 추진한다고 24일 밝혔다. 행안부는 올해 말까지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등 관계부처 간 협력을 통해 실종 아동 종합정보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대한적십자, 실종 아동 전문기관 등이 보유하고 있는 실종 아동 정보를 경찰청의 미아찾기 시스템에 연계하고,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복지시설 수용자 정보도 연계할 계획이다. 종합정보는 경찰 순찰차에 설치된 CCTV 영상 정보 수신 단말기를 통해 전송되며, 순찰 시 실시간으로 활용하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전국 시·군·구의 CCTV 통합관제센터에 지능형 영상정보 검색체계를 도입해 실종 아동의 이미지 정보를 바탕으로 한 자동 인식 및 검색 시스템도 도입한다. 이 밖에 어린이 실종에 대비해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지문 등 아동 정보를 사전 등록해 실종 시 이를 활용하고, 이달 중순부터 1년간 관련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는 스스로 인적사항을 알릴 수 없는 유아와 지적 장애인 등이 실종됐을 때 보호자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자체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아동 시설을 방문해 지문을 채취할 계획이다. 수집된 정보는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한 목적 외에는 활용할 수 없으며, 시범 지자체 2곳을 선정해 실시한 뒤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민관 합동으로 1만여명의 인원이 보호시설과 장애인 시설, PC방 등을 대상으로 분기별로 실종 아동 찾기 일제 수색을 벌인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청소년참여재판 1년-이민영 기자 법정르포] “친구들 같아 무섭지 않았어요”

    [청소년참여재판 1년-이민영 기자 법정르포] “친구들 같아 무섭지 않았어요”

    꽉 끼는 청바지에 검정 워커 부츠, 보라색 티셔츠, 검정 재킷을 걸친 최형진(15·가명)군이 태연하게 법정에 들어섰다. 작은 귀걸이를 한 것 빼고는 또래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 들어온 최군의 어머니가 긴장한 얼굴이었다. 최군은 지난겨울 한 PC방에서 중학교 1학년생의 ‘노스페이스 점퍼’를 빼앗은 혐의로 붙잡혀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다. 형진이는 왜 남의 노스페이스 점퍼를 빼앗았을까. 지난 2일 오후 4시 서울가정법원 380호실에서 청소년참여재판이 열렸다. 이날의 ‘사건 본인’은 형진이와 김지수(13·가명)양. 형진이는 공갈 혐의, 지수는 슈퍼에서 던힐 담배 한 보루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소년재판에서는 ‘피고인’이라는 용어 대신 ‘사건 본인’이라고 지칭한다. 법정에는 사건 본인, 배심원 격인 청소년참여인단, 진행자뿐이다. 판사는 관여하지 않는다. “빨리 벗으라고 겁을 줬어요.” 진행을 맡은 조희정 변호사가 어떻게 점퍼를 빼앗았느냐고 묻자 형진이가 머쓱해하며 대답했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꼽히는 ‘노스페이스 점퍼’가 화근이었다. 1980년대 학생들이 갖고 싶었던 대표적 상품이 ‘나이키 운동화’였다면, 요즘은 ‘노스페이스 점퍼’다. 후배가 같이 점퍼를 뺏자고 조르자 형진이는 거절하지 못했다. “놀이터로 끌고 가서 무섭게 말했더니 순순히 벗어 줬어요. 잘못된 일인 건 알았는데, 거기서 후배를 말리면 쪽팔리잖아요.” 청소년참여재판에서는 대부분 솔직히 말한다. 말의 진위를 가리기는 어렵지만 그런 느낌이 든다. 처음엔 쭈뼛쭈뼛하던 아이들도 편안한 분위기에 마음을 놓고 입을 연다. 형진이는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담배 피우느냐.”는 또래 참여인단의 질문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정말 끊고 싶거든요.”라고 답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점을 지적하자 “제가 미워서 아버지께서 화를 내시는 게 아니라는 걸 압니다. 바른 모습 보여 드리면 노여움을 푸실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제법 의젓하게 말했다. 형진이의 이야기를 경청한 또래 참여인단 9명은 논의 끝에 금연클리닉 과제를 부여했다. 담배를 끊고 싶다는 형진이의 뜻을 반영한 것이다. 요리사가 꿈인 것을 고려해 복지관 급식봉사 과제도 주어졌다. 형진이는 “법원에 처음 와 봤는데, 친구들과 대화한다는 느낌으로 말하니 전혀 무섭지 않았다. 내 잘못에 대해 친구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더 깊이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 사건 본인인 지수는 여느 여학생들처럼 수줍음이 많았다.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 지수는 친구들과 재미로 담배를 훔쳤다고 했다. 진행인이 “왜 그랬어요?”라고 묻자 지수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가게 주인이 할머니였는데, 우릴 못 잡을 것 같았어요.”라고 말하고는 고개를 떨궜다. 옆에 앉아 있던 지수 어머니는 연신 눈물을 찍어 냈다. 이날 청소년참여인단으로 자리한 아이들은 재판이 끝나자 저마다의 소감을 쏟아냈다. 한 남학생은 “남자 친구들이 ‘삥’ 뜯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여학생도 물건을 훔친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친구들이 비행에 빠지게 된 경위를 듣고는 무척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장래 희망이 판사인데, 직접 법정에 서게 돼 기뻤다.”면서 “내가 제안한 과제가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고 밝혔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대부업체에 유출 확인

    현대캐피탈 서버 해킹을 통해 유출된 고객 정보가 뒷거래를 통해 국내 대출중개업체의 영업에 이용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서울신문 4월 12일자 1, 8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6일 현대캐피탈 서버에 침입해 개인정보를 빼낸 A대출중개업체 팀장 윤모(35)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윤씨는 지난 3월 10일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이 사건의 주범 정모(36·미검)씨에게서 현대캐피탈 서버에 침입할 수 있는 주소(URL)를 받아 고객 휴대전화 번호 1만 9300여건을 입수, 대출중개 영업에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윤씨는 예전에 다니던 직장 동료로부터 지난해 3월쯤 정씨를 소개받았으며, 지난 2월 정씨가 “내가 아는 해커가 현대캐피탈 서버에 침입했는데 작업비를 주면 URL을 알려주겠다.”고 제의하자 2200만원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지난 3월 10일 서울 서초구의 한 PC방에서 정씨로부터 메신저로 URL을 넘겨받은 뒤 현대캐피탈 서버에 침입했다. 이어 11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외장하드에 고객정보를 내려받아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국내 PC방에서 현대캐피탈 서버 접속 기록 흔적을 발견, 추적한 끝에 윤씨가 해당 시간대에 정씨와 국제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해 검거했다. 윤씨는 지난해에도 정씨에게 1200만원을 보내고 개인정보를 사들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