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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다큐 시선]당신에게 ‘1만원’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1만원권 지폐 속에 있는 세종대왕의 얼굴은 웃는 듯 우는 듯 오묘하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돈. 먹고 살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다. 이렇듯 ‘실용’의 최전선에 있다 보니 평소 돈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일은 거의 없는 듯하다. 우리에게 1만원권의 가치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는 별 걱정없이 펑펑 쓸 수 있는 ‘배춧잎’일지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서너 시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귀중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만원의 의미를 들어봤다. 1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자장면 두 그릇 , 떡볶이 5인분, 햄버거 런치메뉴 3인분 정도를 먹을 수 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을 사 볼 수도 있고 멋진 비키니 수영복을 사 입을 수도 있으며, PC방에서 10시간 동안 웹 서핑을 즐길 수도 있다. 반대로 1만원을 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무궁무진하다. 현재 노동부가 정한 최저시급은 4000원. 어떤 직종이든 2시간 반을 일하면 1만원은 벌 수 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음식점에서 서빙을 할 수도 있다. 혹자는 건설현장에서 팥죽땀을 흘리기도 한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1만원이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사연과 눈물은 무궁무진하다. 1g도 안 되는 이 초록빛 종잇장 하나로 사람들은 울고 웃고 화내고 심지어는 죄도 저지른다. 세상만사 온갖 삶이 이 작은 1만원권 안에 녹아 있는 셈이다. ●주부 “요즘 만원은 2~3년전 5000원 같아” 가정주부 권춘자(57·서울 은평구)씨는 18일 오후 아파트 상가 안에 있는 ATM(자동인출기) 기계에서 만원짜리 몇 장을 뽑았다. 김치를 담그는 데 대파를 급히 사야 했기 때문이다. 웬만한 물건은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사지만 급한 것은 상가에 있는 소형 마트에서 사기도 한다. 1200원짜리 대파 한 단을 산 뒤 권씨는 만원을 내밀면서 “요새 물가가 너무 비싸다. 요즘 만원은 2~3년 전 5000원 정도인 것 같다.”며 한숨을 쉰다. 돈은 권씨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권씨는 “생명만큼 귀중하다.”라며 웃다가 이내 말을 바꿨다. “생명만큼 중요한 건 아니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정도다. 근데 요즘은 돈이 너무 없어서 살기 팍팍하다.”라고 말했다. 권씨가 대파를 산 마트 밖에 택시 한 대가 서 있었다. 택시기사 임재빈(53)씨는 반나절 동안 만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쥐어보지 못했다. 임씨의 돈통 안을 보니 죄다 5000원짜리와 1000원짜리다. 임씨는 “날마다 다르다. 어떤 날은 돈이 많이 들어오는 날도 있고, 어떨 땐 만원 한 장 안 들어오는 날도 있고. 오늘은 일이 잘 안 되는 편이다.”며 힘겨워했다. 물가가 올라 요즘 만원은 돈도 아니라지만, 임씨가 ‘돈도 아니라는’ 만원을 벌기 위해 뛰어야 하는 시간은 2~3시간. 어쩌다 손님이 없는 날이면 시간은 더 길어진다. 임씨는 “사납금을 빼고 택시기사들이 그나마 먹고 살려면 한 시간에 만원은 벌어야 하는데 요즘은 1시간30분~2시간 정도 걸려야 벌 수 있다.”면서 “그나마도 출·퇴근 시간을 빼면 손님이 귀해 어떨 때는 2~3시간 걸릴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사납금을 채우지 못한 날의 ‘1만원’은 권씨에겐 눈물 그 자체다. ●택시회사 사장 “회사 유지 위한 원천” 100여대의 택시를 갖고 있는 택시업체 사장 박정연(가명·58)씨에게 만원은 “회사를 유지하기 위한 원천”이라고 말했다. 꼬박꼬박 돈을 입금해야 하는 기사들 입장에서 만원이 정말 큰 돈이라는 것을 박씨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200여명의 기사들이 입금하는 사납금 1500여만원을 매일 받고 있는 박씨 입장에서도 만원은 높은 벽이다. 박씨는 “직원들이 생각하기에 나는 가만히 앉아서 들어오는 돈이나 세면 되는 줄 알지만 택시 교환부터 시작해서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생각해보면 나름의 애환이 있다.”고 털어놨다. 물가 상승률에 비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오르지 않는 택시요금이 있는 한 임씨의 회사 운영이 만만치 않다. 일반 승용차에 비해 30% 이상 싸긴 하지만 차를 끊임없이 새로 사야 한다. 박씨는 “택시 구입비가 얼마나 늘었는지 말도 하기 싫다. 그런데 택시 사납금은 10년 동안 고작 5000원 정도 올랐다.”면서 “만원이 아니라 단돈 몇천원 때문에 사납금을 못 채우는 기사들을 보면 안쓰럽지만 원칙은 원칙이라고 자위할 뿐”이라고 전했다. ●마트 알바직원 “카드결제 많아 구경 힘들어” 택시가 마트 앞을 떠나 큰길 쪽으로 나갔다. 큰길 옆에 있는 작은 슈퍼 안에서 직원 김모(여·32)씨가 일하고 있다. 김씨는 “아줌마 햄버거 없어요?” “저기 있잖아 햄버거~지난번엔 맛있게 먹었니?” 라며 꼬마 단골 손님들과 살갑게 얘기를 주고 받았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만원짜리를 선뜻 꺼내는 손님이 줄지는 않았을까. 김씨에게 물어보니 “아예 돈을 잘 구경 못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유를 물으니 “요즘 손님들은 500원짜리 껌을 사도, 700원짜리 물 한 통을 사면서도 주로 카드를 쓴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진 모르겠는데 우리는 수수료를 물어야 하니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다.”고 손을 내저었다. 김씨는 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시급이 얼마냐고 물으니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다.”며 멋쩍게 웃었다. 현재 노동부가 정한 최저 시급은 1시간당 4000원 남짓. 김씨가 1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2시간 반을 계속 서서 일해야 한다. 김씨는 “사회에 나와서 일하다 보니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평범한 얘기가 더욱 와닿는 거 같다. 있는 사람은 정말 많이 있고 없는 사람은 정말 하나도 없고….”라면서 “이 동네는 서울 변두리에 있는 전형적인 빈촌인데 돈 한푼이 없어서 쩔쩔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스를 보면 사람들이 요즘 해외여행 가서 돈을 펑펑 쓰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초등학생에겐 군것질·놀이 수단? 슈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초등학생 김호기(7)군에게 1만원은 어마어마하게 큰돈이다. 매일 받는 용돈 1000원을 만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려 열흘 동안 하고 싶은 걸 참아야 한다. 김군은 “집에 아빠 친구들이나 할아버지가 오시면 만원씩 생기는데 몽땅 엄마한테 뺏긴다. 나중에 돌려준다고 하는데 엄마가 다 써버렸을지도 모른다.”고 툴툴거렸다. 그러더니 “설날 받은 세뱃돈까지 합하면 원래는 진짜 부잔데, 지금은 이거뿐이다.“며 주머니에서 500원짜리 동전 두 개를 꺼내보였다. 김군은 부모로부터 ‘돈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듣는다고 한다. 그러나 김군에게 돈은 그냥 군것질하고 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PC방에 가면 만원씩 맡겨놓고 다니는 애들도 있어요. 전 참다참다 1000원 내고 한 시간 노는데 말이죠. 만원이 지금 생기면 저도 PC방에 맡겨놓고 실컷 놀 거예요. 보너스까지 하루 더 받을 수 있어요.” 큰길 사거리에 있는 시중은행 지점에서는 영업을 마감한 은행원 김정임(28)씨가 돈을 세고 있다. 하루 동안 김씨가 만지는 돈은 얼마나 될까. 김씨는 “1억원 넘게 세는 날도 허다하다. 상가가 근처에 있는 데다 가끔 부동산 거래하는 분들이 현금으로 들고 와서 통장에 넣기도 하는데 통장 속에 있는 숫자로는 수십억원도 가끔 본다.”고 전했다. 돈을 보면 욕심은 생기지 않을까. 김씨는 ‘초년병 시절에 극복한 고민’이라면서도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신입사원 시절에 돈 세는 걸 배울 때는 이 돈이 내 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매일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거쳐가는 돈은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오히려 은행에서 고객들의 돈을 만지다 보면 가끔 돈 냄새에 질릴 때도 있다.”고 한다. 글·동영상 박건형 김민희기자 kitsch@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8일 TV 하이라이트]

    ●추적 60분(KBS1 오후 10시) 실직, 사업의 실패 등 경제 위기를 겪은 후 가족의 곁을 떠나는 가장들이 늘고 있다. PC방, 만화방 등에서 잠자리를 해결하는 아버지들. 서로 등을 돌린 채 외면하는 부부와 그로 인해 상처 받는 아이들. 2009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경제위기속에 해체되고 있는 가족의 현실을 조명해 본다. ●유희열의 스케치북(KBS2 밤 12시15분) 유희열의 초·중·고 한 학년 선배이자, 고등학교 시절 유희열을 방송반으로 직접 영입한 베테랑 MC 신동엽을 초대해 이들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어 본다. 소녀시대의 ‘Gee’가 이런 느낌으로 바뀔 수도 있다. 유리상자가 고품격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편곡한 ‘Gee’를 선보인다.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풀빵엄마’(MBC 오후 10시55분) 두 아이 최은서, 최홍현을 위해 풀빵장사를 하는 싱글맘 최정미씨는 위암 말기 환자다. 항암치료로 피폐해진 몸을 이끌고 풀빵 반죽을 새벽부터 준비하고, 밤 9시까지 장사를 한다. 아이들을 위해 꼭 살아야만 한다는 풀빵엄마 최정미씨의 처절한 모성애를 만나 본다. ●있다! 없다?(SBS 오후 8시50분) 세상을 발칵 뒤집은 초특급 된장이 출현했다. 수상한 사진 한 장에 표시된 문구, ‘1억 된장’. 도무지 믿기지 않는 상식 밖의 가격. 1억짜리 된장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 본다. 최초로 공개되는 미다스의 손금들, 그 안에 숨겨진 깜짝 놀랄 비밀이 밝혀진다. 또 1m 거대 통닭의 비밀을 밝힌다. ●행복이 가득한 우리가족 특별요리(EBS 오후 8시20분) 신청자인 며느리가 쓴 편지를 요리연구가 김노다가 읽고, 시부모님을 위한 요리인 ‘오디갈비 수삼구이’를 박수홍과 함께 요리한다. 요리가 끝난 다음, 신청자인 며느리와 아이들, 시부모님을 함께 모셔 완성한 요리를 시식하면서 며느리의 사랑이 유별난 시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시네마 투데이(YTN 오후 8시35분) 지난달 30일 개막한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 소식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이명세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인터뷰 등이 방송된다. 개그맨 안상태가 최민식 주연의 영화 ‘취화선’과 ‘올드 보이’를 소개하고, 다음 주 개봉하는 유준상 주연의 영화 ‘로니를 찾아서’의 흥행 포인트를 분석해 본다.
  • [서울광장] ‘중앙아시아의 북한’ 투르크메니스탄/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중앙아시아의 북한’ 투르크메니스탄/오일만 논설위원

    쉽지 않았다. 인천공항에서 11시간30분만에 이스탄불에 내려, 또 3시간40분을 날았다. 총 비행거리는 7550마일. 아슈가바트,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에 드디어 도착했다. 그런데 이스탄불에서 와야 할 짐이 오지 않았다. “내일 오라.”는 항공사 직원의 말에 이곳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발길을 돌린다. 어이가 없었다.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첫 대면은 악연으로 시작됐다. 사람들은 투르크메니스탄을 ‘중앙아시아의 북한’이라고 부른다. 한반도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로선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나라인 것이다. 이 나라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어쩌면 통일에 대한 대비책일지 모른다. 북한과 흡사한 것이 너무도 많았다. 수도 아슈가바트 곳곳에 15년간 철권 통치를 했던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전 대통령의 금빛 동상이 세워져 있다. 자신의 철학을 담은 저서 ‘루흐나마(Ruhnama)’를 청소년에게 강제로 읽혔다. 김일성 부자의 우상화 작업과 맥을 같이한다. 현 대통령인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의 초상화는 관공서는 물론 심지어 상점과 음식점 대부분에 걸려 있다. 결혼을 하면 중립국 기념탑이나 독립공원에 있는 니야조프의 동상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한다고 한다. 북한은 신혼 부부들이 평양 만수대에 있는 김일성 동상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한다. 숙소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바라본 시내 정경이 왠지 낯이 익었다. 2년전 평양 방문 당시 양각도 호텔에서 찍었던 사진을 얼른 꺼내 보았다. 평양과 아슈가바트의 스카이 라인은 거의 똑같았다. 누가 누구 것을 베낀 것인지 모를 정도다. 밤이 되면 더욱 가관이다. 유럽풍의 고급 아파트와 기념물들이 곳곳에서 멋진 야경을 뽐낸다. 하지만 아파트의 대부분은 텅 비어 있다고 한다. 외국인들의 이목 때문인지 밤마다 환하게 전등을 켜고 있는 것이다. 독재국 특유의 ‘폼생폼사’ 문화가 지배하는 곳이다. 필자가 접촉한 관료들은 외국인들을 경계하는 눈치다. 질문 공세를 펴도 ‘원칙적’인 이야기 외엔 입을 다물었다. 면담시 모든 발언을 젊은 배석자가 적고 있었다. 그는 명함도 주지 않고 기념사진 촬영도 거부했다. 현지 한국 대사관 직원이 정보부에서 파견된 감시자라고 귀띔한다. ‘공포 정치’는 독재국의 전형적인 정치 행태다. 지난해 8월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에 한·투르크메니스탄 정상회담이 열렸다. 회담 중에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이 무엇인가를 묻자 현직 부총리가 무릎을 꿇고 답변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한다. 한 대사관 직원은 “대통령 눈에 거슬리면 법적인 조치없이 곧바로 일명 사막 수용소로 불리는 정치 수용소로 끌려간다.”고 전한다. 이러한 투르크메니스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년전 집권한 현 대통령은 젊고(52세) 영리했다. 전임자와 달리 국민들의 숨통을 터주는 정책을 채택한 것이다. 서구문화라고 금지시킨 오페라 공연을 부활시켰고 야간 통금을 완화하고 시내에 PC방 설치를 허용, 바깥 세상과의 접촉을 용인했다. ‘투르크판 페레스트로이카’가 시작된 것이다. 아슈가바트를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2년전 가본 평양 거리가 떠올랐다. 우중충한 회색빛 도시와 활기를 잃은 시민들의 발걸음, 체제 찬양에 열을 올리는 관리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하다. 북한이란 화두는 늘 가슴을 짓누르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놀이문화 실종… 모방에 찌든 동심

    놀이문화 실종… 모방에 찌든 동심

    동요보다는 그룹 소녀시대의 노래를 즐겨 부르고, 부모 사진보다는 TV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남자 주인공 스티커를 모으고, 동화책을 읽기보다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 줄거리를 줄줄 외우고…. 일선 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전하는 요즘 어린이들의 한 단면이다.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건강한 놀이 문화는 사라지고 천편일률적으로 유명 연예인을 모방하는 데 빠져 있다. 그래서 우리 고유 문화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은 더 멀어지고 있다. 서울 영일초등학교 2학년 담임인 조진희(38·여)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연예인을 역할모델로 삼고 있다.”고 걱정했다. 조 교사는 “저학년의 경우 대부분이 ‘가수’를 장래희망으로 써내고 있다. 쉬는 시간에도 연예인을 모방하며 논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남학생들은 아버지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 게임을 즐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한 학부모는 “주말이면 4~6시간씩 게임을 한다. 나중에 아내한테서 내 주민등록번호를 몰래 알아내 게임을 한다는 말을 듣고 벌을 줬는데도 고쳐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서울 모 초등학교 교사는 “똑같이 유행가를 부르고 연예인을 모방하더라도 예전에는 놀이터에서 또래들과 뛰어논다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등 다른 문화가 공존했지만 요즘은 천편일률적인 모방 문화가 거의 유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은 성적위주의 교육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고 말한다. 한 학부모는 “학원을 쫓아다니다 보면 시간이 없어 그나마 비는 시간에는 PC방에 들러 인터넷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2007년에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아이들 문화와 관련 있는 초등학교 1~2학년 ‘즐거운 생활’ 과목에 들어 있는 곡 중에 전래동요와 놀이동요는 7차 교육과정에 비해 10% 정도 줄었다.”고 지적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어린 나이 때부터 성과위주의 학교 수업에 내몰려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그것을 풀 해방구를 자극적인 TV 프로그램과 게임에서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의 문화적 욕구가 발현될 기회가 없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접하기 쉬운 대중문화에 빠져들게 되고 이는 결국 개성과 다양성의 상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서울 중독심리연구원 김형근 소장은 대중문화와 게임에 중독된 어린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를 아이와 시간을 같이 보내고 대화를 나누면 해결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잘못 접근하면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면서 “무조건 TV를 끄고 대화를 유도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방송을 같이 보거나 게임을 같이 하며 서로의 느낌을 대화로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청해부대,해적피습 위기 北상선 구조 ‘盧 의혹’ 최종보고서 어떤 내용 담겼나 180만원짜리 휴대전화 나온다 ‘대포동 2호’ 발사하는 프로레슬러 윤강철 “신종플루, 감기보다 증세 약해” 서울~수도권 출·퇴근 15분 단축
  • ‘워3’ 월드스타 장재호…게임 캐릭터 됐네

    ‘워3’ 월드스타 장재호…게임 캐릭터 됐네

    ‘워크래프트3’ 월드스타 장재호 선수가 게임 캐릭터로 재탄생한다. 게임업체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는 장재호 선수를 온라인게임 ‘아발론온라인’의 PC방 전용 신규 영웅 캐릭터로 추가한다. 장재호 선수는 게임 속 이오니아 진영의 영웅 캐릭터 ‘문’으로 등장하며, 저격수로 활약한다. 이 캐릭터의 이름은 장재호 선수의 실제 아이디인 문(moon)에서 따왔다. 장재호 선수 캐릭터 외에 이오니아 진영의 ‘듀칸’, 오리엔스 진영의 ‘나차샤’ 그리고 오리엔스 진영의 ‘아크’로 구성된 3종의 신규 영웅 캐릭터도 추가한다. 회사 측은 이들 신규 영웅 캐릭터를 오는 29일 본 게임에 적용할 예정이다. 한편 장재호 선수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프로게이머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외 ‘워크래프트3’ 대회 우승을 독차지하다시피 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한국 e스포츠 선수 중 유일하게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활약한 바 있다. 사진 = ‘아발론온라인’의 신규 영웅 캐릭터 ‘문’ 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shai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모닝브리핑] 油價 부담 큰 택시 등 290개업종 소득세 경감

    기름값 상승으로 영업 부담이 늘어난 택시와 버스, 이삿짐센터 등과 실질소득이 줄어든 인터넷 PC방, 축산양돈업 등 290개 업종의 소득세 부담이 줄어든다. 반면 업종 경기지표가 호전됐거나 소득률이 높아진 주유소와 일반 미용업 등 262개 업종 사업자들은 세 부담이 늘어난다.국세청은 5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를 앞두고 무기장사업자의 소득 금액 계산 때 적용하는 업종별 경비율을 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전국플러스] 서울시, 유해업소 9곳 사법처리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지난해 12월말부터 올 2월까지 2개월 동안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지역의 불법 유해업소 32곳을 적발해 9곳을 사법 처리했다고 20일 밝혔다. 사법 처리된 업소는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 DVD방 3곳(서초·은평·서대문구 각 1곳), PC방 2곳(용산·중구 각 1곳), 노래연습장 4곳(관악·마포·양천·강남구 각 1곳) 등이다.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 업소이거나 출입금지 시간대에 청소년 출입을 허용 또는 무허가 영업을 하다가 적발됐다. 특사경은 ‘청소년실 표지판’ 미부착으로 적발된 나머지 23곳에 대해서는 경기침체 등을 감안해 계도 조치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아발론온라인, 최강 길드 가린다

    아발론온라인, 최강 길드 가린다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는 온라인게임 ‘아발론온라인’에 최강 길드를 가리는 ‘1억 배틀 리그’를 개최한다. 위메이드는 총 상금 1억원 규모의 ‘1억 배틀 리그’를 출범, 올해 총 5회에 걸친 이용자 대상의 e스포츠 리그를 진행하며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에서 키보드 등 각종 상품 협찬을 통해 배틀 리그를 후원한다. 특히 이번 리그는 수입게임과 FPS, 레이싱 등의 장르가 주 종목인 e스포츠 시장에서 ‘아발론 온라인’의 자체 리그 진행을 통해 전략시뮬레이션(RTS)에 특화된 최초의 국내 게임 종목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이를 위해 대회 중계를 위한 옵저버 모드와 옵저버 플레이, 방 생성 등을 완벽히 구현했으며 지난 1월 명문 클랜 초청전과 여러 대상의 표본집단의 의견을 수렴해 e스포츠를 위한 최적화 작업을 마치고 홈페이지 내에서도 별도의 리그 페이지를 마련했다. 이번 1회 차 ‘1억 배틀 리그’는 3월 26일부터 홈페이지에서 신청접수를 받아 4월 11일부터 약 4주 동안 매 주말, 서울 지역을 비롯한 전국 8개 지역에서 오프라인 예선대회를 치르고 본선에 진출한 8개 지역 최강 길드들이 최종 경합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주요 경기는 ‘나이스게임TV’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 된다. 이를 통해 최종 우승팀에게 상금 500만원, 준 우승팀에게 상금 200만원, 각 지역별예선의 최종 진출 8팀에게 상금 100만원과 아발론 선수용 공식 재킷 등을 증정하며, 지역별 준우승과 3위부터 8위까지의 팀에게는 아발론세트와 디지털미디어 키보드 등을 선사한다. 또한 이번 PC방 리그 선발팀에 소속되지 않은 이용자들은 일반 서버의 게임 진행을 통해 추후 아발론 리그 시즌 1 본선 진출권을 획득할 수 있다. 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shai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아발론온라인’, 공개 서비스 일주일 앞당겨

    ‘아발론온라인’, 공개 서비스 일주일 앞당겨

    온라인게임 ‘아발론온라인’이 공개 시범 서비스를 당초 예정일 보다 일주일 가량 빠른 오는 20일 실시된다. 이는 최근 실시된 PC방 사전 공개 서비스에서 게임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서비스 일정을 앞당겨 진행하는 것이 낫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공개 시범 서비스에는 총 4종류의 신규 영웅들이 추가되고 초보 게임 이용자들을 위한 초보 가이드 시스템과 가이드 영상 등이 선을 보인다. 위메이드 사업2본부 이경호 본부장은 “지난해 3월 퍼블리싱 계약 체결 후, 11개월 간 기술적 검증과 게임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서비스 최적화 등에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shai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와우, 매주 금요일 PC방 이용료 50% 지원

    와우, 매주 금요일 PC방 이용료 50% 지원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 데이-금요일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함께!’ 이벤트를 6월 30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매주 금요일 PC방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이용하는 게임 이용자들에게 PC방 이용 요금을 최대 50%까지 할인해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행사는 PC방 이용 요금 할인 혜택 뿐만 아니라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 참여 쿠폰도 함께 증정한다. 증정 받은 쿠폰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협력사인 손오공IB 사이트에 등록하면 자동으로 응모된다. 이벤트 기간 동안 최대 50% 할인 혜택은 매주 금요일 0시부터 24시까지 입장 및 사용 분에 대해 적용되며, 이벤트 참여 쿠폰은 매주 마다 1인 1매 지급된다. 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shai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위메이드, ‘아발론온라인’ 26일 공개 서비스

    위메이드, ‘아발론온라인’ 26일 공개 서비스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가 26일 기대작 ‘아발론온라인’의 공개 시범 서비스를 실시한다. 이 게임은 RTS(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과 RPG(롤플레잉게임) 요소를 적절히 혼합한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두 차례 비공개 시범 테스트를 거쳤고 최근 게릴라 서비스를 실시해 게임의 구조적인 부분들을 최종 점검했다. 공개 시범 서비스에는 총 4종의 신규 영웅과 함께 초보자 가이드 시스템 등이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공개 시범 서비스에 앞서 오는 13일 PC방 사전 공개 서비스도 진행한다. 이 무렵에는 PC방 전용 기간 한정 영웅들과 전략 전투 모드 전용 레벨 시스템 등이 선을 보인다. 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shaii@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CCR “‘RF온라인’ PC방 이용률 높이자”

    CCR “‘RF온라인’ PC방 이용률 높이자”

    게임업체 CCR은 오는 4월 1일까지 온라인게임 ‘RF온라인’에서 PC방만을 대상으로 한 ‘RF온라인 가맹 PC방 프리미엄 서비스 강화’ 행사를 실시한다. 이번 행사는 가정이나 사무실 이용률에 비해 PC방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측면을 극복하고자 계획됐다. 이 행사는 PC방 게임 이용자들만 참여할 수 있다. 프리미엄 PC방에서 게임을 이용하는 게임 이용자들은 ‘풍요의 제이드’ 아이템을 착용하고 게임을 즐기면 경험치와 숙련도가 최대 400%까지 증가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신규 고객의 경우, 경험치 카드 200%로 경험치 효과를 누릴 수 있어 프리미엄 400%와 동시에 적용될 경우 신규 서버에서 손쉽게 레벨을 올릴 수 있다. 또한 가맹 PC방에서 게임을 진행하면 게이머간 대전 방식(PVP) 포인트를 얻는 데도 유리하다. 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shai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겟앰프드 시즌2’, 춘천 PC방 대회 막내려

    ‘겟앰프드 시즌2’, 춘천 PC방 대회 막내려

    온라인게임 ‘겟앰프드 시즌2’의 춘천 PC방 대회가 지난달 28일 막을 내렸다. 전국 윈디존 가맹 PC방 중 춘천 지역에서 진행된 이번 대회는 춘천 지역 5개 PC방을 통해 경기 참가 신청을 받은 후 ‘퍼니퍼니 PC방’에서 예선과 본선을 진행했다. 지난 2월 6일부터 28일까지 오프라인 예선 및 본선 경기가 진행됐으며, 오프라인 예선전을 최종 통과한 70명의 선수들이 28일 ‘퍼니퍼니 PC방’에 모여 경쟁을 펼쳤다. 경기 결과 이번 대회의 우승은 개인전 조상희 선수와 단체전 눈사람팀의 최영진, 윤병호 선수에게 돌아갔다. 김낙일 윈디소프트 ‘겟앰프드 시즌2’ 팀장은 “기존 리그 대회 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역 대회 특유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돋보였다”며 “향후 다양한 지역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shai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아이온’ 정식 서비스 100일…“희망 쐈다”

    ‘아이온’ 정식 서비스 100일…“희망 쐈다”

    MMORPG(온라인모험성장게임) ‘아이온’이 이달 4일자로 정식 서비스 실시 100일을 맞았다. 이 게임은 지난해 11월 25일 정식 서비스를 실시한 이후 PC방 점유율 1위, 동시접속자수 15만~20만명을 기록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게임 순위 사이트인 게임트릭스의 최신 자료를 살펴보면 이 게임은 현재 16주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최찬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온은 초기 기대치 이상 성공해 한국 게임시장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아이온’은 2006년 빅3 MMORPG 흥행참패의 여파로 공개전부터 적지 않은 부담을 가졌다. 그동안 대작게임 경쟁이 이어져왔지만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해 시장의 위기를 초래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정식 서비스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꾸준한 흥행 성공으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것은 물론 침체된 국내 게임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했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온’이 국내 게임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 “잘 만든 게임 한편이 시장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을 제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온’은 국내 게임시장 흥행몰이에 성공한 것에 이어 앞으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다. 첫 번째 시험무대는 중국으로 3월 26일부터 4월 2일까지 1주일간 사전 공개 서비스를 실시한다. 개발 초기부터 해외시장에 초점을 맞춘 만큼 이제부터 본격적인 경쟁의 문턱에 돌입한 셈이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온은 해외시장을 전제로 개발된 만큼 향후 해외시장에서의 승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shai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비리 경찰이 검사실 침입 방화

    검찰의 법 집행이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광주지검 부장검사가 민원인에게 폭행을 당한 데 이어 검사실이 수사에 불만을 품은 현직 경찰에 의해 불타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검찰은 화재 당시 경보기가 작동했지만 제대로 점검하지 않는 등 청사 방호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전주지검은 24일 검찰 청사에 침입해 집기류 등에 불을 지른 혐의(공용건조물 방화)로 전주 덕진경찰서 김정곤(43) 경사를 구속했다.검찰에 따르면 김 경사는 지난 15일 오후 10시쯤 전북 전주시 덕진동 전주지방검찰청 신관 2층 하재욱 검사실에 침입해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있다.전주지검에선 지난 16일 오전 2시30분쯤 화재 경보기가 울렸다. 그러나 당직자와 방호원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화재 경보기가 간혹 고장을 일으키는 데다 불꽃 등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직 검사는 15일 밤 11시쯤 퇴근했다. 화재 사실은 다음날 오전 6시쯤 청소부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검사실에 청소를 하러 들어갔던 아주머니가 화재 현장을 발견하고 검찰 관계자들에게 신고했다. 이 불로 의자와 복사지, 법전 등이 불에 탔다.검찰은 뒤늦게 화재 원인을 조사해 사건 발생 1주일만인 21일 밤 김 경사를 검거했다.검찰은 화재 원인을 전기 누전 등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다가 문 옆 바닥에 떨어진 라이터 부싯돌에서 김 경사의 피부 각질을 채취하면서 그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검찰은 “김 경사가 신관 2층 빈 방의 철제 방범창을 뜯고 내부로 들어가 하 검사방으로 침입했다.”며 “김 경사가 A4 용지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소파와 법전 등에 불을 지르고 도주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인화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불은 이중창으로 된 검사실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자 자연 소화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다. 그러나 김 경사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경사는 자신의 정보원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범죄첩보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로 지난해 9월3일 구속 기소됐다. 같은 해 10월6일 보석으로 풀려나 직위해제된 상태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 경사는 조직폭력배 전담수사를 담당하던 2007년 9월 최모씨 등 2명이 전주 오거리파 조직폭력배인 점을 악용, “최씨 등이 성인PC방 투자를 빌미로 피해자 박씨로부터 4400만원을 갈취했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범죄첩보 보고서에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었다.전주지검은 검사실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다음날 청소부가 발견하기 전까지 모르고 있었다. 당직 근무자들도 화재 경보기 오작동으로 짐작하고 청사를 점검하지 않는 등 허술하게 대응해 공직기강이 무너졌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한편 수사 베테랑인 김 경사가 범행에 사용했던 라이터를 사건 현장에 떨어뜨린 점이나 불이 산소 부족으로 자연 소화됐다는 점도 의문으로 남는다. 김 경사는 1993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들어와 주로 조폭 전담부서에서 근무해왔다. 지난해 10월 보석으로 출소한 뒤 부인과 함께 김밥집을 해왔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미네르바 박씨’는 하수인…필진 따로 있다”

     신동아의 ‘가짜 미네르바’ 실토에도 불구하고 구속된 박대성(31)씨가 진짜 ‘미네르바’인지에 대한 논란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18일 한 네티즌이 박씨는 다수의 금융 외환 전문가,국회의원 보좌관 등으로 구성된 필진의 글을 기계적으로 올린 ‘하수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해 진위 논란을 재점화하고 있다.이 네티즌은 지난해 11월 신동아가 ‘가짜’ 미네르바 K씨의 기고문을 싣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성은 하수인’ 주장한 네티즌은 대북전문가 권모씨”  지난 17일 발매된 월간조선 3월호는 이 네티즌이 포털 다음의 아고라광장에서 ‘담담당당’이란 ID로 활동 중이며 ‘신동아 미네르바 K씨 기고문 게재에 관여한 대북 사업가 권모씨’로 밝혀졌다고 썼다.월간조선은 권씨가 박씨 구속 직후 아고라에 “박대성은 가짜”라며 공개 질의서를 올리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월간조선은 “권모씨는 1963년생으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아시아 지역 공산국가를 담당하는 특수사업부에서 일했다.”면서 “권씨는 1994년 KOTRA를 그만둔 뒤 대북사업에 뛰어들었으며 광범위한 대북 인맥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안희정·이해찬 등 정부 실세들의 대북통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월간조선에 따르면 권씨와 송문홍 신동아 편집국장의 인연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사건’을 통해서다.월간조선은 권씨가 송 편집장이 주간동아 편집장으로 일하던 2007년 4월 남북 정상회담 관련 비망록을 넘겨 ‘참여정부 남북정상회담 막후추진 180일 일지’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도왔다고 주장했다.권씨는 월간조선 기자에게 “내가 신동아측에 그 늙은이(K씨)를 소개해줬고, 원고료도 내가 받아 전달해줬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월간조선은 또 “권씨는 다음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개인 블로그를 갖고 있다.”면서 “취재 결과 권씨는 개인 블로그뿐 아니라,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담담당당’이란 필명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면서 “(권씨의 행동은)구속된 박씨가 신동아에 기고문을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니 진짜 미네르바가 따로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미네르바 필진’ 있다…좌장은 50대 증권맨”  권씨로 알려진 이 네티즌은 18일 아고라에 장문의 글을 여러 편 올리면서 “검찰에 의해 미네르바로 지목돼 구속 기소 중인 박씨도 진짜 미네르바가 아니며,신동아에 기고문을 보낸 K씨도 가짜”라고 주장했다.그는 “박씨는 여러 명의 필진으로 구성된 ‘미네르바 팀’이 쓴 글을 인터넷에 게재하는 “기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보통신 쪽을 담당하던 정부측 인사가 (박씨가 검거되기 이틀 전인)지난 달 6일 ‘청와대가 검찰에 박대성을 잡아라고 지시했다’는 말을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흘렸다.”면서 “‘IP를 추적하기 위해 PC방을 다녔다는 사건 초기 검찰의 발표도 석연찮다. ID=본인이라면 이 같은 수사는 상식밖의 일”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이 사실들을 볼 때 검찰은 박씨가 ‘미네르바’ 본인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미네르바 필명에는 ‘필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짜 미네르바의 실체를 ▲50대 이전 증권사의 해외사업부·정보센터에서 부장 또는 본부장을 역임했던 인물로 현재 증권사가 아닌 다른 기관에 적(籍)을 두고 있거나 또는 자산가인 인물 ▲ 증권사 출신으로 기업과 정부와 관련된 경제관련 업무 영역을 가진 회사에 적을 두고 있는 인물 ▲해외에서 대학을 나오고,국내에서 증권회사 경력을 가진 바 있으며 현직으로 활동하면서 동창회 등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 ▲혹은 특별한 상상밖의 예외적 인물로 압축했다.  그는 미네르바 필진의 행적을 ▲50대 초반 증권맨 출신(위에서 언급한 인물)이 좌장 ▲그를 중심으로 한 독서클럽(토론클럽)이 있는 것은 사실 ▲그 곳에서 결정된 글쓰기는 다른 형식으로 게재 ▲이들은 10월 혹은 11월 이후 서로 행로를 다르게 가지면서 분열했다고 정리했다.   ●월간조선,’미네르바 K’ 주장 반박…신동아 ‘등 떠밀려’ 사과?  월간조선은 신동아 12월호에 실린 K씨의 기고문과 검찰 수사과정에서 쓴 박씨의 글을 비교해 본 결과,신동아 기고문 도입 부분부터 박씨의 글이 그대로 인용되는 등 곳곳에 박씨의 글이 인용됐다고 전했다.  월간조선은 신동아 2월호에서 K씨가 주장한 “미네르바는 한 명이 아니라, 금융계 인사들로 구성된 7인 그룹”, “박씨가 자신들이 사용하는 IP 주소를 조작해 글을 올렸을 것”, “7인 그룹 중 연락이 끊긴 한 사람이 박씨를 시켜서 글을 올렸을 가능성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월간조선은 검찰이 여러 경로를 통해 박씨의 IP 주소로 올려진 글이 박씨의 다음 ID로 올린 것이란 사실을 확인했고,박씨의 로그인 기록과 미네르바란 필명으로 글을 쓴 시기도 일치한다고 지적했다.앞서 검찰은 박씨의 서버에 기록된 IP와 아고라에 기록된 IP가 일치하므로 미네르바의 IP는 조작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월간조선은 또 “다음이 2008년 10월 박씨에게 ‘미네르바 코너’를 만들자고 제안하는 이메일을 보냈다.”며 “이것이 다음에서 박씨를 미네르바로 판단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월간조선은 ‘7인 그룹설’에 대해서는 “K씨의 주장이 성립하려면 박씨가 7인 그룹의 IP를 조작한 게 아니라 자신들이 박씨의 IP를 조작해 사용했어야 한다.”는 네트워크 전문가의 발언을 통해 반박하기도 했다.  신동아는 지난 17일 발매된 3월호에서 “신동아에 게재했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인터뷰는 조사 결과 실제 미네르바가 아닌 사실이 밝혀져 사과드린다.”고 밝혔다.이 날은 공교롭게도 월간조선 3월호에 ‘심층추적-신동아 미네르바는 누구인가…기고문 게재에 대북사업가 권모씨 관여’란 제목의 기사가 실린 날이다.월간조선은 신동아가 사과 직후 같은 날 밤에 3월호를 발매했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월간조선 3월호가 발간된 날이 신동아의 사과문이 실린 직후라는 점을 볼 때 신동아의 사과 시점이 석연찮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월간조선 기사가 나온 후 사과를 하면 마치 보도에 떠밀려 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이 같은 이유로 그간 “추가 취재를 통해 3월호에 다시 K씨에 대한 기사를 싣겠다.”고 밝혀왔던 신동아가 서둘러 사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대한민국 극&극] 용산구 이태원 고급주택가 사람들-울진군 쌍전리 농가마을 사람들

    [대한민국 극&극] 용산구 이태원 고급주택가 사람들-울진군 쌍전리 농가마을 사람들

    국토해양부와 국세청은 매년 전국의 땅값과 집값을 공개한다. 이변이 없는 한 가장 비싼 곳과 가장 싼 곳의 순위는 변하지 않는다. 가장 비싼 값이 매겨지는 곳을 금싸라기땅으로, 대조적으로 값을 가장 적게 쳐주는 땅을 지푸라기땅으로 이름을 붙여봤다. 금싸라기땅은 이름 그대로 발 한짝 딛기에도 미안할 만큼 비싼 곳이었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갑부들이 소유하고 있었다. 반면 지푸라기땅은 비록 값이 가장 싸고 홀대를 받는 땅이기는 했지만, 대궐같은 금싸라기땅에서도 볼 수 없는 자연이 품안으로 들어오는 곳이었다. 조금 초라하긴 해도 달 한간, 나 한간, 청풍 한간 맡겨두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곳이었다. ■ 이태원동 사람들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서울 명동. 소비의 중심이 강남으로 많이 옮겨갔다고 하지만 명동은 여전히 우리나라 패션의 중심지이자 금융 중심지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국민은행이 여의도로 이사를 가긴 했지만 원래 명동은 금융의 중심지였다.”면서 “명동에 나오면 모든 은행의 본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비싼 땅은 명동 충무로 1가 24-2로 3.3㎡당 2억 1100만원이다. 스타벅스가 비싼 임대료를 내지 않겠다며 나간 자리를 후발업체인 파스쿠찌가 이어 받았다. 충무로 명동 1~2가에는 의류, 신발, 화장품 매장이 빼곡히 들어와 있다. 많은 업체들이 브랜드를 론칭할 때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명동에 매장을 오픈하는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다. 명동에 없는 브랜드는 유행을 선도하는 브랜드라고 할 수 없다. 한창 경기가 좋을 때는 한달이 멀다 하고 명동의 겉모습이 바뀔 정도로 앞다투어 명동에 매장을 내려 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30~40평 점포를 빌리는데 월 임대료만 3000만원을 줘야 한다. 보증금은 8억~10억원 정도다. 사람들의 움직임은 24시간 분주하다. 자주 부딪쳐도 인정이란 찾아보기 힘들고 경쟁은 치열하다. 실리를 따져 이로우면 내편, 그렇지 않으면 그저 남이다. 이곳 사람들의 머릿속은 비싼 땅에서 활동하는 만큼 시간당 매출을 많이 올리고 이익을 많이 남겨야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부자들이 좋아하는 동네는 따로 있다? 진짜 부자들은 강남에 살지 않는다. 국내 100위권내 주식 부호들 가운데 절반 이상인 54명이 서울 강북에 살고 있다. 그중 용산구가 26명으로 가장 많다. 특히 상위 10명은 대부분 이태원·한남동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고의 부자동네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 남산 자락을 타고 한강을 내려다보는 곳에 고급 단독주택들이 몰려있다. 풍수지리를 따질 때 길지(吉地)로 꼽힌다. 남산을 따라 강남과 양재동으로 이어지는 금맥(脈)이 지난다고 한다. 그래서 부자들이 많이 모여산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이 있는 용산구 이태원1길. 2006년 국토해양부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한 이래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단독주택이 있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95억 9000만원. 시가의 80%를 반영한다고 했을 때, 시세는 1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보유세만 해도 1억 8667만원을 냈다. 동네에 들어서면 높은 담에 굳게 닫힌 육중한 대문 때문에 위축감을 느낀다. 대지만 1000평을 넘는 집도 있다. 100m가까운 담벼락을 친 집은 마치 작은 성처럼 보인다. 골목 여기저기 방범용 CCTV가 설치돼 있고, 집집마다 보안장비가 달려 있어 일반인의 접근을 막고 있다. 이것도 부족해 경비초소까지 갖춘 집도 있다. 안마당은 잘 가꿔진 정원과 식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 정원수들이 가득하다. 마침 집수리를 하는 집이 있어 작업인부를 통해 어렵사리 집안 분위기를 들었다. “이런 집은 처음 구경합니다. 최고급 인테리어에 첨단 전자제품, 값 나갈 것으로 보이는 그림을 걸어놓고 비 한방울 맞지 않게 해 놓고 삽니다.” ●“졸부는 사절”… 그들만의 동네 이태원1길 주변 집을 구하려면 얼마나 필요할까.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에 따르면 이 일대의 집은 평당 최고 5000만원에 거래된 적이 있다고 한다. 외국 상사 주재원을 상대로 2~3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받고 빌려주기도 한다. 전망이 좋은 집은 월 700만~8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사업가·의사·변호사 같은 전문직업인과 국회의원·검사 등 공직자들도 집주인이다. 돈이 있다고 해서 다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직업이나 학벌, 집안을 따져서 ‘아무나’ 들어오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때문에 부동산중개업소보다는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를 받아 들어오는 경우가 더 많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상류층에 끼고 싶어서 들어오려는 사람이 줄을 서 있지만 물건을 내놓는 사람이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동네에는 편의점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로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한남대교를 건너 강남으로 넘어간다. 그것도 대부분 가정부나 비서가 하기 때문에 사실상 집밖으로 나올 일은 별로 없다. 당연히 주민들간의 접촉도 없다. 한 주민은 “하얏트 호텔 헬스클럽이 주민들이 유일하게 만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쌍전리 사람들 경북 울진. 손꼽히는 오지다. 서울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로 4시간10분을 달렸다. 36번 국도를 타고 빙글빙글 고갯길을 넘는 것이 지겨워질 때쯤이면 울진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버스터미널은 시골의 여느 터미널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어둠침침한 대합실과 간혹 버스기사들끼리 목청높이 실랑이를 벌이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한 시간에 한두대밖에 들어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버스 시간이 가까워오면 한 구석의 분식집 아주머니의 손만 잠시 바빠질 뿐이다. 서울에 있는 아들, 딸에게 줄 음식거리를 보자기로 싸 양손에 쥐고 있는 할머니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다. 터미널에서 10분쯤 걸어나오면 금방 읍내다. 울진군청과 울진군의회가 있어서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버스 정류장에는 아주머니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수다를 떠는데, 외지인의 눈에는 마치 싸움이라도 벌이는 것처럼 보인다. 시골 읍내라고 해도 브랜드 옷 가게, PC방, 스포츠용품점, 패스트푸드점 등이 즐비하다. 재래시장에는 주민들이 고로쇠 수액, 배추, 고추 등 집에서 잘 기른 농산물들을 가지고 나와 판다. 하루 매출이라고 해봤자 3만~4만원도 안 된다. 울진은 대게, 송이버섯, 백암온천 등이 유명하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어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이름으로 잘 팔린다. 올 7월에는 2회 세계친환경 농업엑스포가 열릴 만큼 이곳 사람들의 친환경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집 한채 32만원… 자연 풍경은 셀 수 없는 가치 경북 울진군 서면 쌍전리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싼 집이 있다. 가격은 32만 7000원. 2008년 국토해양부 개별주택가격 조사 결과 가장 저렴한 집이다. 가장 비싼 집 한 채 가격으로 무려 3만여채를 살 수 있다. “서면은 울진에서도 최고 오지지요. 저도 한달에 한번 주택조사나 영세민 조사할 때 아니고는 갈 일이 없습니다.”(서면 면사무소 직원) 비좁은 비포장 도로를 따라 들어가니 계곡물이 아직 하얗게 얼어 있다. 배추, 무는 올해 값이 폭락해 아예 거두지 않고 밭에서 자연스럽게 거름이 되어가고 있었다. 흑염소 떼가 길 한가운데를 가로막고 있다가, 차소리에 놀라 종종걸음으로 산으로 올라간다. 집은 파란 슬레이트 지붕에 본채, 별채, 외양간이 마치 한 채처럼 보였다. 여기저기 수리, 보수를 한 흔적 때문에 전통 가옥이라 하기에도, 개량주택이라 하기에도 어색한 모습이다. 토지 대장에는 11.2㎡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훨씬 큰 이유도 수시로 개·보수를 했기 때문이다. 쌍전리 주민들은 아직도 나무를 패서 장작을 땐다. 기름보일러를 쓰는 집도 간혹 있지만, 비상용으로 마련해 둔 것일 뿐 대부분은 장작을 지핀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곳에서 어떻게 기름 보일러를 씁니까. 나무 장작을 땐 온돌방이 최고로 따뜻합니다.” 별다른 불편함이 없어 보이는 이 집의 가장 큰 단점은 화장실이었다. 20m쯤 떨어진 곳에 슬레이트를 이어 붙여 만든 물체가 바로 화장실. 나무 판때기를 대충 얹어 재래식 화장실의 모양을 겨우 갖추고 있었다. ●모두가 이웃사촌 “도시보다 편해” 때마침 마을 주민들은 정월대보름을 맞아 경로당에 모여 소박한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잔치라고 해봐야 팥떡, 문어 수육, 과일에 소주 한잔씩 나누는 게 전부다. 쌍전2리의 이장님 장형진(69) 할아버지가 오랜만에 외지에서 찾아온 손님을 반갑게 맞았다. “제가 이 동네 막내입니다. 동네 심부름이라도 하려면 나이 어린 내가 이장을 해야지요.” 쌍전리 주민 대부분은 70·80대. 남자 18명, 여자 17명이 산다.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이곳에서 농사 지어가며 마을을 지킬 젊은이들은 없는 것이다. 인터넷도 지난해야 겨우 개통됐다. 그래도 우체국 택배는 하루에 한번 들어온다. 해발 800m에서 키운 배추나 무 같은 고랭지 채소나 한약재, 야콘 등을 택배로 배달하면 서울까지 이틀이면 간다. 쌍전리에는 구멍가게 하나도 없고, 장을 보려면 40㎞밖에 있는 읍내로 나가야 한다. 집값보다 교통비가 더 들 수 있다. 마을주민 중 젊은 편에 속하는 사미라(43)씨는 딸 세희(11)양을 30분 거리의 학교에 매일 아침 차로 바래다 주고 있다. 사씨는 11년 전 부산에서 서면으로 이사를 왔다. 사씨는 배추 심고 소를 치는 지금의 생활이 더없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내 일을 자유롭게 하는 이 생활이 너무 좋습니다. 다시 도시로 나갈 생각요? 전혀 없어요.” 글 사진 울진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주사님은 1시간40분째 식사중 보험사건 부실변론 변호사의 굴욕 추락 여객기 지상피해 적었던 이유 ”여덟 쌍둥이 엄마 홍보 못 해먹겠다”
  • 막말 LJ “시청자는 왜곡된 진실 좋아해” (릴레이톡톡②)

    막말 LJ “시청자는 왜곡된 진실 좋아해” (릴레이톡톡②)

    (LJ 릴레이 톡톡①에 이어) ☆ 방송은 재밌어? “방송은 정말 알면 알수록 힘들어. 재미는 있는데 이렇게 힘든 줄은 진짜 몰랐어. 사람들은 자꾸 더 강하고 센 걸 원하잖아. 그래서 난 공중파 방송 나가면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 ‘과연 내가 말하는 이 한마디 한마디가 편집이 될 것이냐 아니냐.’ 노이로제가 걸리더라. 이 바닥은 정말 전쟁터야. 시청자 입장에서는 “내가 하면 강호동, 유재석 보다 더 웃기겠다.”고 하겠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 독설 김구라와 차이점은? “독설을 하는 방송인은 두 가지 스타일로 나눌 수 있어. 나 같은 애는 선천성으로 까진 거고 (김)구라 형은 학교 얌전히 다니다가 뒤늦게 까진 후천성 날라리지. 선천성 날라리는 머리를 쓰면서 말을 하진 않아. 그냥 나오는 대로 내뱉을 뿐이지. 하지만 구라형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야. 자신의 생각을 무조건 던지긴 보단 정치, 경제랑 엮어서 얘기를 쏟아내니까.” ☆ 여자 경험담 죄다 사실? “내가 방송에서 하는 여자 혹은 밤 문화 얘기는 가감 없이 다 하는 편이야. 꼭 나만 문란하고 복잡하게 사는 것 같아 보이는데 난 단지 겉으로 얘기를 할 뿐이야. 따지고 보면 다른 연예인들에 비해 내가 여자를 덜 만나는 거야. 하지만 그들은 방송에서 절대 얘기를 안 하지. 단지 그 차이야. 솔직하고 그렇지 않은 차이. 그런데 시청자들은 왜곡된 진실만을 믿는 걸 좋아하더라.” ☆ 너무 독한 거 아냐? “내가 솔직하지만 방송에서 어쩔 수 없이 독하게 하는 것도 있어. 방송인이 억울한 게 바로 그 부분이야. 배우는 악역을 하면 칭찬을 받아. 왜냐면 악역이라는 연기를 잘 했다는 거지. 예능인들도 마찬가지야. 예능에서 막장 캐릭터에 캐스팅됐으면 그에 맞게 막나가는 건데 시청자들은 착각하는 거야. 하긴 리얼리티라고 하니까 캐릭터 성격도 다 진짜라고 그대로 믿어버려.” ☆ 구설수에 올라 마음이 상했지? “연예인이니까 욕을 먹는 건 어쩔 수 없어. 어쨌든 나를 지켜본다는 거니까.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이 있잖아. 나도 공감해. 누군가 나에게 욕을 하다보면 나중에는 좋아하게 돼있어. 내가 하는 비속어, 은어를 이 다음에 커서 알아듣게 되면 반가워하겠지. 악플은 용기 없는 애들이나 쓰는 거야. 한마디로 불쌍한 거지.” ☆ 평소엔 뭐하고 놀아? “내가 취미가 너무 없어서 연예인 게임단에 가입했어. 다른 PC방 가서 시간 때우는 것 보다 훨씬 좋아. 연예인들끼리 모여서 주위에 선행할 수 있는 기회도 있더라고. 게임은 못하지만 언제든지 편하게 어울려 놀 수 있어서 좋아.” ☆ LJ, 앞으로의 계획은? “겉모습에 치중하지 않을 거야. 내가 욕을 하더라도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은 나를 믿고 지켜봐줬으면 좋겠어. 내가 꼭 욕만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감정변화를 보여주는 만능 연예인이 되고 싶어. 상황에 따라서 눈물을 뽑아낼 수 있는 그런 방송인이 되고 싶어. 난 될 수 있어. 하하하” ☆ 다음주자 추천해줘. “윤정수형을 추천하고 싶어. 사실 정수형이랑은 에넥스텔레콤 연예인 게임단에 소속되면서 친해졌어. 그런데 요즘에는 통 만나지를 못했네. 아마 팬들도 방송에서 형이 안보이니까 궁금해 할 거야. 무엇보다 더 내가 보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내가 섭외했으니까 정수형 인터뷰 할 때 내 안부인사도 꼭 전해줘.(웃음)”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 / 사진=유혜정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뉴스 다큐 시선] ‘40년 사랑방’ 동네목욕탕

    [뉴스 다큐 시선] ‘40년 사랑방’ 동네목욕탕

    겨울이 다 지나도록 세상은 너무 춥다. 철거민 참사, 연쇄살인…. 온몸이 시리도록 각박해진 세상풍경이 서글프다. 절절 끓는 온돌 바닥과 따뜻한 얘기가 있는 사랑방이 더욱 그리울 때다. 하지만 우리 곁 사랑방이던 동네 목욕탕은 대부분 사라졌다. 푹푹 찌는 한증막 안에서 듣던 옆집 아들 결혼 소식도, 온몸이 녹아내리는 열탕 속에서 주고받던 아낙들의 안부인사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24시간 사우나, 불가마 찜질방이 들어서면서 동네 목욕탕은 외면당한 지 오래다. 팍팍한 세상, 사우나와 찜질방 열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의 체온이 더해져 더 훈훈한 동네 목욕탕, 그 역사 깊은 사랑방을 찾아가 시린 몸을 녹여 봤다. 글ㆍ사진·동영상 강병철 조은지기자 bckang@seoul.co.kr ‘목욕합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 40년 넘게 서울 종로구 계동을 지켜온 ‘중앙탕’ 낡은 간판에 불이 켜졌다. 새벽 5시20분. 이발사이자 종업원인 박희원(59)씨가 1층 현관을 열고 부지런히 비질을 하며 영업준비를 시작한다. 1층 여탕과 2층 남탕을 오가며 탕에 물을 튼다. “남탕이나 여탕이나 다를 게 없어요.” 박씨는 자연스럽게 여탕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닌다. 낡은 파이프에서 콸콸콸 힘차게 물이 쏟아져 나온다. 뜨거운 기운이 금세 탕 안에 가득차며 목욕탕 특유의 냄새가 확 피어오른다. 박씨는 텅 빈 여탕을 가로지르더니 물 온도를 잰다. 그의 손이 온도계였다. 물을 휘휘 몇 번 젓던 박씨는 온수 수도꼭지를 더 돌린다. 28년간 이 일을 해온 그의 손은 손님들이 좋아하는 온도를 기억하고 있다. 탈의실 바닥은 뜨끈뜨끈하다. 어젯밤 깨끗이 빨아놓은 주황색 수건들은 뽀송뽀송 말랐다. 박씨는 방바닥에서 바싹 마른 수건들을 걷어 욕탕 입구에 올려놓는다. 손님 맞을 채비를 마쳤다. ●서울 종로 ‘중앙탕’ 1968년 개업 모습 그대로 새벽 5시40분. 첫 손님이 왔다. 눈 뜨자마자 목욕바구니를 들고 나온 동네 할머니다. 박씨는 “매일 이 시간에 오시는 분이에요. 수십년 한결같은 아침 단골들이 계시니 빨리 문을 열어야죠.”라고 한다. 목욕비는 4000원, 손님들은 꼬깃꼬깃 접은 지폐를 툭 던지고 들어간다. 외상손님도 있다. 한 아주머니가 집에 지갑을 놓고 왔단다. “아이고, 이따가 드릴게.”라는 한마디에 무사통과다. 서로 집에 있는 숟가락 숫자까지 아는 사이라 돈 떼먹을 리는 만무하다. 6시쯤 문을 밀고 들어선 한 손님이 박씨에게 슬그머니 2000원짜리 김밥을 건넨다. “운동 갔다 오는 길에 샀는데 잡숴보셔.” 하지만 한 줄 김밥 중 박씨 입으로 들어가는 건 반도 안 된다. 하나 둘 오는 손님마다 박씨는 김밥 한 알씩을 권한다. 눈인사만 던지고선 탈의실로 급히 들어가는 손님도 있었다. ‘월간 이용권’을 끊어서 다니는 손님이다. “한 달 동안 목욕탕을 마음대로 쓰는 건데, 매번 계산하는 것보다 1000원이 싸다.”고 박씨는 귀띔한다. 이 목욕탕 손님 중 10여명이 자기집 목욕탕처럼 쓰고 있다. 정액권 손님들은 목욕탕표나 신분증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아침 8시. 날이 밝을 때까지 이렇게 왔다 간 손님은 10여명이었다. ●가족 같은 손님이 모이는 사랑방 최위희(94) 할머니를 모시고 온 손녀 홍영주(26)씨가 먼저 들어간 엄마 목욕비라며 한 명분을 더 계산하고 들어갔다. 최씨 할머니 3대는 김이 그득한 탕 속에 나란히 몸을 담갔다. 할머니와 손녀는 벌써 20년 넘게 이곳을 찾고 있다. 홍씨는 걸음마를 배울 때부터 이곳으로 목욕을 다닌 터라 찜질방은 오히려 불편하다고 했다. 귀가 어두운 할머니는 자신이 손녀인 양 홍씨에게 목욕을 맡긴다. 멋모르고 여탕을 뛰어다니던 손녀는 어느새 할머니 등을 밀어줄 만큼 든든하게 자랐다. 최신식 시설을 갖춘 사우나나 찜질방도 많지만 홍씨는 이 목욕탕을 최고로 친다. 다른 목욕탕은 불편하고 여기 와야 내 집처럼 편안하단다. “할머니랑 엄마랑 이곳에서 사춘기를 보냈고 성격도 둥글둥글해졌어요. 여기가 우리집 여자들의 사랑방인 셈이죠.” 오전 11시. 5년간 폐암으로 병원생활을 하던 남편이 3일 전 세상을 떴다며 지친 기색이 역력한 한 아주머니가 들어섰다. 어제 삼일장이 끝났다고, 그동안 씻지도 못했다고 먼저 말을 텄다. 탈의실에 앉아 있던 아낙들은 “살리려고 그렇게 애쓰더니 안됐네. 약한 사람이 고생 많았어.”라며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며 위로를 보탠다. 낮 12시10분. 사우나에서 수다 떨던 아주머니 셋이 탈의실 평상에 벌거벗은 채로 모여 앉았다. 냉장고에 음료수가 가득 차 있지만 따로 냉커피를 타 마신다. 공짜 커피를 곁들여서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김정미(45)씨는 “매일 오다시피 해요. 낮에 시간 보내기도 좋고. 탕 안에서 둘이 얘기하는데 거들면서 끼어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니까요. 찜질방에선 어디 그러기 쉬운가.” 손님들끼리 어울려 밥솥에 점심을 지어먹기도 한다. ●“단골손님들 때문에 문 못닫아요” “지난해 12월부터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적잖이 놀랐어요.” 목욕관리사(때밀이) 이정단(55·여)씨의 말이다. “서울 시내에 아직까지 이렇게 오래된 목욕탕이 있다니…. 손님들이 변치 않고 찾는 걸 보고 또 한 번 놀랐죠. 손님이나 있을까 싶었는데 평일엔 20~30명쯤, 주말에는 50명 정도 오세요. 여긴 모녀끼리 오는 손님들이 많아요. 때밀이 값요? 때만 밀면 1만 5000원, 전신마사지하면 4만원, 할머니들이 한 번 밀어보고 나면 손맛이 있다면서 계속 찾으시네요.” 목욕탕 사장 담란향(66·여)씨는 “이사 가도 목욕은 이곳으로 오는 손님이 꽤 된다.”고 했다. 한때 장사가 잘 안 돼서 접을까도 생각했지만 손님 중 열에 여섯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해 계속 운영하고 있다. 어떤 손님은 목욕비로 1만원을 받아도 좋으니 절대로 없애지 말아 달라고 했단다. 목욕탕을 찾은 소병룡(77)씨는 “예전엔 욕조 갖춰 놓은 집이 어디 있었나. 지금이야 집마다 샤워 시설이 있지만 더운 물에 몸을 푹 담가야 몸도 풀리고 제대로 ‘목간’했다는 기분이 들지.”라고 말했다. “개업했을 때부터 계속 다녔지. 찜질방에서 가끔 아는 이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동네 목욕탕처럼 재밌지는 않지. 누가 죽었다더라는 소식도 듣고, 이런저런 사연 듣는 재미에 다니는 거라네.” 4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목욕탕은 주인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유지비, 매출액 안따지고 장사한 지 오래” 한때 목욕탕 운영은 ‘동네 재벌’의 상징이었다. “한창 손님이 몰릴 땐 옷장이 부족해서 바구니에 옷을 담아놓고 손님을 받았어요.” 담 사장은 그때가 눈앞에 생생하다. 20대 젊은 나이에 목욕탕을 시작해 서른 여덟에 남편과 사별, ‘때 돈’을 벌어 아들 셋, 딸 둘을 혼자 키웠다. 그때 두 살배기였던 딸이 지금은 마흔이 넘은 아줌마가 됐다. 1970년대만 해도 중앙탕 반경 500m 주변에 목욕탕 6곳이 더 있었다. 그러던 것이 24시 사우나, 대형 찜질방에 밀려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해 결국 이곳 하나만 남았다. 한때 일요일엔 400명 넘게 손님이 몰리곤 했지만 이젠 휴일에도 많아야 50여명 선이다. “낙원상가 쪽으로 대형 찜질방들도 생겼고, 서울 외곽으로 목욕 원정 가는 손님들도 생겼어요.” 동네 터줏대감 자리를 찜질방에 넘겨주는 속내가 편하지만은 않다. 동네 목욕탕 장사로 목돈을 만지는 시대도 지났다. 400환으로 시작했던 목욕비는 지난해에야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랐다. 더 올리라는 손님도 있지만 그러면 찜질방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는 논리 때문에 차마 올리지 못한다. 낡은 수도꼭지, 깨진 타일 그대로의 시설이지만 손님들이 개의치 않기에 믿는 구석도 있다. “물세는 한달에 40만~50만원, 기름은 난방유를 때는데 한 드럼에 15만원 정도 하나? 사실 한 달에 몇 드럼 들어가는지도 잘 몰라요. 그런 거 따지지 않고 운영한 지 오래 됐어요. 한 달 매출액도 따지지 않고 장사하는데요 뭐. 어쨌든 마지막 손님이 끊길 때까지 이 사랑방을 지킬 거예요.” 동네 목욕탕은 오늘도 정과 인심의 김을 모락모락 피운다. ■ 목욕탕 변천사 사람은 씻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씻는 방법은 늘 변해 왔다. 1970년대는 동네 목욕탕의 전성기였다. 온수 샤워 시설을 갖춘 집이 드물었고 목욕탕을 가는 건 빼먹지 말아야 할 ‘주기적’ 행사였다. XX탕, OO탕, 단출한 이름으로 동네마다 몇 개씩 있는 목욕탕은 일요일 아침이면 손님들로 북적였다. 목욕탕을 나서는 아이들 손에는 빨대 꽂힌 요구르트가 들려 있고, 입구에서 여탕으로 들어간 아내와 엄마를 기다리는 풍경도 익숙했다. 80년대 들어 시내 중심가를 필두로 ‘사우나’ 간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핀란드 사우나라 불리는 건식사우나를 비롯해 습식사우나, 폭포식 냉탕 등의 시설을 갖춘 고급 목욕탕이 들어섰다. 동네 목욕탕도 하나둘 시설을 보강하기 시작했다. 회사원들은 피로를 푼답시고 점심시간을 이용, 사우나에 드나들며 땀을 뺐고 벌건 얼굴로 오후 근무를 시작하곤 했다. 90년대, 목욕탕은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다. 이때부터 목욕탕은 갖가지 모습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맥반석, 옥사우나는 물론 참숯, 한방쑥, 황토, 녹차를 이용한 시설이 등장했다. 서비스도 보강하면서 정부의 1회용품 사용규제가 있기 전까지 비누, 수건은 물론 칫솔, 샴푸 등도 무상 제공됐다. 수면실, 헬스실을 갖춰 덩치를 키웠고 24시간 영업은 기본이 됐다. 2000년대엔 찜질방 시대가 열렸다. 남녀가 버젓이 함께 모여 땀을 빼는 찜질방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황토방, 보석방, 얼음방은 물론 노래방, PC방, 헬스방, 마사지방까지 더해진 대형 찜질방은 기업 형태가 됐다. 고작해야 2층 건물이던 동네 목욕탕은 ‘종합오락 찜질방 빌딩’에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용산사망자 아들 “아버지가 테러범?” 공개된 정조의 ‘299통 편지’ 비밀은 9급 공채에 30대가 몰린다 현인택 ‘동문서답’ 청문회 화왕산 억새 태우다 4명 사망 고3 시기별 수능 전략 제주女교사,1~2일전 살아있었다
  • [뉴스 다큐 시선] ‘40년 사랑방’ 동네목욕탕

    겨울이 다 지나도록 세상은 너무 춥다. 철거민 참사, 연쇄살인…. 온몸이 시리도록 각박해진 세상풍경이 서글프다. 절절 끓는 온돌 바닥과 따뜻한 얘기가 있는 사랑방이 더욱 그리울 때다. 하지만 우리 곁 사랑방이던 동네 목욕탕은 대부분 사라졌다. 푹푹 찌는 한증막 안에서 듣던 옆집 아들 결혼 소식도, 온몸이 녹아내리는 열탕 속에서 주고받던 아낙들의 안부인사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24시간 사우나, 불가마 찜질방이 들어서면서 동네 목욕탕은 외면당한 지 오래다. 팍팍한 세상, 사우나와 찜질방 열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의 체온이 더해져 더 훈훈한 동네 목욕탕, 그 역사 깊은 사랑방을 찾아가 시린 몸을 녹여 봤다. 강병철 조은지기자 bckang@seoul.co.kr ‘목욕합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 40년 넘게 서울 종로구 계동을 지켜온 ‘중앙탕’ 낡은 간판에 불이 켜졌다. 새벽 5시20분. 이발사이자 종업원인 박희원(59)씨가 1층 현관을 열고 부지런히 비질을 하며 영업준비를 시작한다. 1층 여탕과 2층 남탕을 오가며 탕에 물을 튼다. “남탕이나 여탕이나 다를 게 없어요.” 박씨는 자연스럽게 여탕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닌다. 낡은 파이프에서 콸콸콸 힘차게 물이 쏟아져 나온다. 뜨거운 기운이 금세 탕 안에 가득차며 목욕탕 특유의 냄새가 확 피어오른다. 박씨는 텅 빈 여탕을 가로지르더니 물 온도를 잰다. 그의 손이 온도계였다. 물을 휘휘 몇 번 젓던 박씨는 온수 수도꼭지를 더 돌린다. 28년간 이 일을 해온 그의 손은 손님들이 좋아하는 온도를 기억하고 있다. 탈의실 바닥은 뜨끈뜨끈하다. 어젯밤 깨끗이 빨아놓은 주황색 수건들은 뽀송뽀송 말랐다. 박씨는 방바닥에서 바싹 마른 수건들을 걷어 욕탕 입구에 올려놓는다. 손님 맞을 채비를 마쳤다. ●서울 종로 ‘중앙탕’ 1968년 개업 모습 그대로 새벽 5시40분. 첫 손님이 왔다. 눈 뜨자마자 목욕바구니를 들고 나온 동네 할머니다. 박씨는 “매일 이 시간에 오시는 분이에요. 수십년 한결같은 아침 단골들이 계시니 빨리 문을 열어야죠.”라고 한다. 목욕비는 4000원, 손님들은 꼬깃꼬깃 접은 지폐를 툭 던지고 들어간다. 외상손님도 있다. 한 아주머니가 집에 지갑을 놓고 왔단다. “아이고, 이따가 드릴게.”라는 한마디에 무사통과다. 서로 집에 있는 숟가락 숫자까지 아는 사이라 돈 떼먹을 리는 만무하다. 6시쯤 문을 밀고 들어선 한 손님이 박씨에게 슬그머니 2000원짜리 김밥을 건넨다. “운동 갔다 오는 길에 샀는데 잡숴보셔.” 하지만 한 줄 김밥 중 박씨 입으로 들어가는 건 반도 안 된다. 하나 둘 오는 손님마다 박씨는 김밥 한 알씩을 권한다. 눈인사만 던지고선 탈의실로 급히 들어가는 손님도 있었다. ‘월간 이용권’을 끊어서 다니는 손님이다. “한 달 동안 목욕탕을 마음대로 쓰는 건데, 매번 계산하는 것보다 1000원이 싸다.”고 박씨는 귀띔한다. 이 목욕탕 손님 중 10여명이 자기집 목욕탕처럼 쓰고 있다. 정액권 손님들은 목욕탕표나 신분증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아침 8시. 날이 밝을 때까지 이렇게 왔다 간 손님은 10여명이었다. ●가족 같은 손님이 모이는 사랑방 최위희(94) 할머니를 모시고 온 손녀 홍영주(26)씨가 먼저 들어간 엄마 목욕비라며 한 명분을 더 계산하고 들어갔다. 최씨 할머니 3대는 김이 그득한 탕 속에 나란히 몸을 담갔다. 할머니와 손녀는 벌써 20년 넘게 이곳을 찾고 있다. 홍씨는 걸음마를 배울 때부터 이곳으로 목욕을 다닌 터라 찜질방은 오히려 불편하다고 했다. 귀가 어두운 할머니는 자신이 손녀인 양 홍씨에게 목욕을 맡긴다. 멋모르고 여탕을 뛰어다니던 손녀는 어느새 할머니 등을 밀어줄 만큼 든든하게 자랐다. 최신식 시설을 갖춘 사우나나 찜질방도 많지만 홍씨는 이 목욕탕을 최고로 친다. 다른 목욕탕은 불편하고 여기 와야 내 집처럼 편안하단다. “할머니랑 엄마랑 이곳에서 사춘기를 보냈고 성격도 둥글둥글해졌어요. 여기가 우리집 여자들의 사랑방인 셈이죠.” 오전 11시. 5년간 폐암으로 병원생활을 하던 남편이 3일 전 세상을 떴다며 지친 기색이 역력한 한 아주머니가 들어섰다. 어제 삼일장이 끝났다고, 그동안 씻지도 못했다고 먼저 말을 텄다. 탈의실에 앉아 있던 아낙들은 “살리려고 그렇게 애쓰더니 안됐네. 약한 사람이 고생 많았어.”라며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며 위로를 보탠다. 낮 12시10분. 사우나에서 수다 떨던 아주머니 셋이 탈의실 평상에 벌거벗은 채로 모여 앉았다. 냉장고에 음료수가 가득 차 있지만 따로 냉커피를 타 마신다. 공짜 커피를 곁들여서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김정미(45)씨는 “매일 오다시피 해요. 낮에 시간 보내기도 좋고. 탕 안에서 둘이 얘기하는데 거들면서 끼어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니까요. 찜질방에선 어디 그러기 쉬운가.” 손님들끼리 어울려 밥솥에 점심을 지어먹기도 한다. ●“단골손님들 때문에 문 못닫아요” “지난해 12월부터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적잖이 놀랐어요.” 목욕관리사(때밀이) 이정단(55·여)씨의 말이다. “서울 시내에 아직까지 이렇게 오래된 목욕탕이 있다니…. 손님들이 변치 않고 찾는 걸 보고 또 한 번 놀랐죠. 손님이나 있을까 싶었는데 평일엔 20~30명쯤, 주말에는 50명 정도 오세요. 여긴 모녀끼리 오는 손님들이 많아요. 때밀이 값요? 때만 밀면 1만 5000원, 전신마사지하면 4만원, 할머니들이 한 번 밀어보고 나면 손맛이 있다면서 계속 찾으시네요.” 목욕탕 사장 담란향(66·여)씨는 “이사 가도 목욕은 이곳으로 오는 손님이 꽤 된다.”고 했다. 한때 장사가 잘 안 돼서 접을까도 생각했지만 손님 중 열에 여섯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해 계속 운영하고 있다. 어떤 손님은 목욕비로 1만원을 받아도 좋으니 절대로 없애지 말아 달라고 했단다. 목욕탕을 찾은 소병룡(77)씨는 “예전엔 욕조 갖춰 놓은 집이 어디 있었나. 지금이야 집마다 샤워 시설이 있지만 더운 물에 몸을 푹 담가야 몸도 풀리고 제대로 ‘목간’했다는 기분이 들지.”라고 말했다. “개업했을 때부터 계속 다녔지. 찜질방에서 가끔 아는 이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동네 목욕탕처럼 재밌지는 않지. 누가 죽었다더라는 소식도 듣고, 이런저런 사연 듣는 재미에 다니는 거라네.” 4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목욕탕은 주인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유지비, 매출액 안따지고 장사한 지 오래” 한때 목욕탕 운영은 ‘동네 재벌’의 상징이었다. “한창 손님이 몰릴 땐 옷장이 부족해서 바구니에 옷을 담아놓고 손님을 받았어요.” 담 사장은 그때가 눈앞에 생생하다. 20대 젊은 나이에 목욕탕을 시작해 서른 여덟에 남편과 사별, ‘때 돈’을 벌어 아들 셋, 딸 둘을 혼자 키웠다. 그때 두 살배기였던 딸이 지금은 마흔이 넘은 아줌마가 됐다. 1970년대만 해도 중앙탕 반경 500m 주변에 목욕탕 6곳이 더 있었다. 그러던 것이 24시 사우나, 대형 찜질방에 밀려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해 결국 이곳 하나만 남았다. 한때 일요일엔 400명 넘게 손님이 몰리곤 했지만 이젠 휴일에도 많아야 50여명 선이다. “낙원상가 쪽으로 대형 찜질방들도 생겼고, 서울 외곽으로 목욕 원정 가는 손님들도 생겼어요.” 동네 터줏대감 자리를 찜질방에 넘겨주는 속내가 편하지만은 않다. 동네 목욕탕 장사로 목돈을 만지는 시대도 지났다. 400환으로 시작했던 목욕비는 지난해에야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랐다. 더 올리라는 손님도 있지만 그러면 찜질방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는 논리 때문에 차마 올리지 못한다. 낡은 수도꼭지, 깨진 타일 그대로의 시설이지만 손님들이 개의치 않기에 믿는 구석도 있다. “물세는 한달에 40만~50만원, 기름은 난방유를 때는데 한 드럼에 15만원 정도 하나? 사실 한 달에 몇 드럼 들어가는지도 잘 몰라요. 그런 거 따지지 않고 운영한 지 오래 됐어요. 한 달 매출액도 따지지 않고 장사하는데요 뭐. 어쨌든 마지막 손님이 끊길 때까지 이 사랑방을 지킬 거예요.” 동네 목욕탕은 오늘도 정과 인심의 김을 모락모락 피운다. 사람은 씻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씻는 방법은 늘 변해 왔다. 1970년대는 동네 목욕탕의 전성기였다. 온수 샤워 시설을 갖춘 집이 드물었고 목욕탕을 가는 건 빼먹지 말아야 할 ‘주기적’ 행사였다. XX탕, OO탕, 단출한 이름으로 동네마다 몇 개씩 있는 목욕탕은 일요일 아침이면 손님들로 북적였다. 목욕탕을 나서는 아이들 손에는 빨대 꽂힌 요구르트가 들려 있고, 입구에서 여탕으로 들어간 아내와 엄마를 기다리는 풍경도 익숙했다. 80년대 들어 시내 중심가를 필두로 ‘사우나’ 간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핀란드 사우나라 불리는 건식사우나를 비롯해 습식사우나, 폭포식 냉탕 등의 시설을 갖춘 고급 목욕탕이 들어섰다. 동네 목욕탕도 하나둘 시설을 보강하기 시작했다. 회사원들은 피로를 푼답시고 점심시간을 이용, 사우나에 드나들며 땀을 뺐고 벌건 얼굴로 오후 근무를 시작하곤 했다. 90년대, 목욕탕은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다. 이때부터 목욕탕은 갖가지 모습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맥반석, 옥사우나는 물론 참숯, 한방쑥, 황토, 녹차를 이용한 시설이 등장했다. 서비스도 보강하면서 정부의 1회용품 사용규제가 있기 전까지 비누, 수건은 물론 칫솔, 샴푸 등도 무상 제공됐다. 수면실, 헬스실을 갖춰 덩치를 키웠고 24시간 영업은 기본이 됐다. 2000년대엔 찜질방 시대가 열렸다. 남녀가 버젓이 함께 모여 땀을 빼는 찜질방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황토방, 보석방, 얼음방은 물론 노래방, PC방, 헬스방, 마사지방까지 더해진 대형 찜질방은 기업 형태가 됐다. 고작해야 2층 건물이던 동네 목욕탕은 ‘종합오락 찜질방 빌딩’에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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