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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도쿄 로즈’로 몰려 희생된 도구리 다키노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도쿄 로즈’로 몰려 희생된 도구리 다키노

    2차 세계대전 때 태평양 전장에서 싸운 미군 병사들이 ‘도쿄 로즈’라고 얘기하는 여성이 있었다. 전장에서 매일 밤 그녀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고혹적이었으며 영어 발음은 유창했다. 그녀는 미군 함정들이 모두 격침될 것이며 부대들은 일본군에 말끔히 청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말하는 틈틈이 미국에서 유행하는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지금으로부터 73년 전인 1949년 10월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반역 혐의로 기소된 이바 도구리 다키노(일본명 이구코 도구리)에게 유죄를 선언하고 징역 10년형에 벌금 1만 달러를 부과했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 언론이 묘사한 것과 같은 ‘도쿄 로즈’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일간 마이애미 헤럴드가 지난 8일 보도했다. 도구리는 1916년 7월 4일 로스앤젤레스의 일본인 교포 가정에서 태어났다. 1940년 UCLA를 졸업했는데 동물학 학사학위를 땄다고 연방수사국(FBI) 기록에 나와 있다. 이듬해 아픈 이모를 간호하고 약학을 더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이주했다.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서였다. 미국으로 돌아가려 했던 날에 진주만 공격이 발발했다. 일본 당국은 오도가도 못하는 도구리에게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일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라고 강요했고, 이를 거부하자 적국 시민으로 간주돼 이모 집안은 식량 배급에서 제외됐다. 미국 정부는 일본계 미국인들을 포로수용소로 보냈는데 도구리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부모와 연락이 끊기고 생활비도 지원받을 수 없게 되자 그녀는 라디오 도쿄의 타피스트로 취업했다. 도구리는 나중에 미군 병사들을 겨냥한 선전 쇼 ‘제로 아워’(Zero Hour)에 고정 출연하게 됐다. 자신을 “고아 앤”이라거나 “고아 애니”라고 소개하며 선전문을 읽거나 매일 밤 20분정도 음악을 틀어줬다. 이 일을 하고 한달에 받은 돈은 150엔정도였다. 도구리는 1945년에 포르투갈계 필리페 다키노와 결혼했다. 사실 그녀는 미군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마이크를 잡아 미군 병사들에게 ‘도쿄 로즈’란 별명이 붙은 14명의 여성 가운데 한 명이었을 뿐이다. FBI 문서에 따르면 종전 후 두 미국 기자가 악명 높은 도쿄 로즈를 추적해 결국 도구리가 그 여성이란 점을 밝혀냈다. 두 기자는 2000달러를 줄테니 인터뷰를 통해 “하나뿐인” 도쿄 로즈였음을 자백하라고 권했지만 나중에 결국 돈을 건네지 않았다고 일간 워싱턴 포스트(WP)는 보도했다. 이 인터뷰는 미국인들에게 악명 높은 일본군 선전 앞잡이로 도구리를 각인시켰다. 다른 여성들의 신원은 종전 뒤에도 철저히 감춰졌는데 도구리만 기자들의 거짓말에 속아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는 바람에 미국민들의 미움을 사게 됐다. 하지만 FBI와 육군첩보전사단이 일본에서 수사한 결과 도구리가 선전전 확대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실제로 도구리는 선전전의 목적과는 거리가 먼 일들을 했다. 연합군 포로들이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주거나 의미없는 말장난을 하는 등 잡담에 치중했다. 그녀의 방송 멘트는 이랬다. “여러분이 타신 배는 전부 가라앉아 버렸어요. 집에 어떻게 돌아가실 건가요?” “커다란 배를 타고 있으면 쾌적하겠죠. 그렇지만 곧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타깝네요. 오늘은 날씨도 좋은데 얼마나 많은 수병들이 목숨을 잃었을까요?” “지금쯤 당신들의 아내와 연인은 다른 남자와 잘 지내고 있을 거예요.” “당신이 여우 구멍(개인호)같은 곳에서 싸우고 있는 동안, 당신 아내나 연인은 분명 외로워할 거예요. 그런 여성에게는 분명 유혹자가 나타나죠. 첫 데이트에서 키스까지 했을까요?” 그녀는 또 함께 방송하던 연합군 포로들의 식량과 약품을 구해준 일도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미군 병사들도 그녀의 방송에 넘어간 것이 아니라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 내용에 코웃음 치며 그저 영어 좀 하는 여성의 나긋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일 뿐이었다. 적어도 미국 언론이 묘사한 것 같은 ‘도쿄 로즈’는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1946년 수사 때 도구리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증거와 녹음이 파괴돼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게 있었더라면 한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가 나중에 다시 기소돼 유죄 판결 받는 일은 없을지 모른다.미국 국적을 말소한 적이 없기 때문에 도구리는 귀국하기 위해 여권을 신청했고, 그 바람에 ‘도쿄 로즈’의 저주가 시작됐다. 공산당 색출에 앞장섰던 라디오 진행자 월터 윈첼과 다른 사람들이 고발해 당국의 조사가 시작됐고, 이번에는 자신을 인터뷰했던 기자 한 명이 수사에 협조했는데 그에게 위증을 종용했다는 혐의가 더해졌다. 샌프란시스코 대배심은 적국을 도운 반역 혐의에 유죄를 평결했다. WP에 따르면, 재판에서 ‘제로 아워’의 옛 동료가 그녀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가 나중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본인이 법정에 설 것이라고 위협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도구리는 미국에서 반역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일곱 번째 인물이 됐다. 10년형 가운데 6년만 복역했다. 그녀는 나중에 WP 인터뷰를 통해 “난 그들이 다른 누구를 발견해 그 일을 마무리지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들 모두 만족해했다”고 말했다. “그것은 어느 것을 고를까, 어느것을 고를까 알아맞혀 보세요 하는 식이었는데 그게 나였다(It was eeny, meeny, miney and I was ‘moe’).” 그의 남편은 재판에 변호하러 왔다가 다시는 미국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서명하도록 강요받았다. 나중에 부부는 이혼했다. 그녀는 복역 뒤에 시카고에서 조용히 살다 1977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받았다. 미국 국적도 회복했다. 2006년 9월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도구리와 비슷하게 나치 독일의 선전전에는 ‘호호 경’(Lord Haw-Haw)이라 불린 외국인이 있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윌리엄 조이스인데 가족과 함께 아일랜드로 돌아왔다가 1932년 영국 파시스트동맹에 가입했다가 나중에 축출돼 자신의 파시스트 정당을 창당한 뒤 전쟁 직전 독일로 옮겨왔다. 나치 당의 영어 선전방송에 출연해 완벽한 영국식 억양을 구사하며 “독일이 부른다, 독일이 부른다”라고 외치며 방송을 시작한 것으로 유명했다. 영국군 병사들에게 탈영하라고 권하고 유대인들 때문에 전쟁이 벌어진 것이라고 탓하는 방송을 했다. 전쟁 막바지에 조이스는 마지막 방송을 통해 “하일 히틀러, 그리고 안녕”이라고 고별사를 늘어놓았다. 영국 첩보요원은 독일의 한 마을에 숨어있던 그를 체포해 반역 혐의로 1946년 1월 3일 교수형에 처형했다. 도구리처럼 역사의 장난에 희생된 힘없는 개인의 사례로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이라크 공보장관 무함마드 사이드 알사하프를 들 수 있다. 그는 ‘바그다드 밥’으로 불렸는데 멍청하게만 보이는 선전 노력 때문이었다. 미군 탱크들이 바그다드를 향해 진격하는데도 사하프는 매일 텔레비전 브리핑에 나와 미군이 이라크에서 달아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어틀랜틱이 보도했다. 오죽했으면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그는 대단한 인물”이라고 이죽거린 뒤 “누군가는 우리가 그를 기용해 거기 내세웠다고 비난한다. 그는 클래식이었다”고 비아냥댔다. 그는 티셔츠, 머그 컵, 팝송, 움직이는 피규어 인형에 조롱거리로 등장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밈으로 나타난다. 사하프는 끝내 자신의 직위를 물러난 뒤 종전 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도쿄 로즈’의 뒤를 이어 수많은 ‘후배’들이 전쟁마다 배출됐다. 한국전쟁 때 북한군에 붙잡혀 억지로 마이크를 잡은 미국 여성 ‘평양 샐리’와 ‘서울 수(Sue)’, 베트남전쟁 당시 북베트남의 선전방송을 맡은 ‘하노이 한나’와 ‘하노이 제인’, ‘하노이 폰다’, 걸프전 때 사담 후세인 정권의 마이크를 잡은 ‘바그다드 베티’ 등이다.
  • ‘Maknae’ ‘Dongsaeng’ 옥스퍼드 사전 오를 듯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 ‘막내’, ‘동생’ 등 한국어 단어와 ‘손하트’와 같은 이모티콘이 새로 등재될 전망이다. OED의 한국어 컨설턴트를 맡고 있는 조지은 옥스퍼드대 동양학부 교수는 8일(현지시간) “내년까지 등재를 목표로 한류 단어를 추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알파벳뿐 아니라 그림문자도 등재한다. 1976년 ‘김치’(Kimchi)와 ‘막걸리’(Makgeolli) 등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6년째 한국어 기원 단어를 수록해 왔다. 조 교수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한류 단어를 해마다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기로 했고 별도로 K컬처 단어사전 발간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어 사용자들이 쓰는 한류 단어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져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오빠(Oppa)와 언니(Unni)가 들어갔는데 이런 한국 문화 호칭어가 널리 퍼지다 보면 아예 영어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26개가 새로 올라갔는데 내년에는 최소 30개 이상이 등재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조 교수는 “한글은 로마자 알파벳보다 더 많은 소리를 표현할 수 있고 배우기도 쉽다”며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뜻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막내’·‘동생’·‘손하트’ 옥스퍼드 영어사전 등재되나…한류 대중화 영향

    ‘막내’·‘동생’·‘손하트’ 옥스퍼드 영어사전 등재되나…한류 대중화 영향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 ‘막내’, ‘동생’ 등 한국 단어와 ‘손하트’와 같은 이모티콘이 새로 등재될 전망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한국어 컨설턴트를 맡고 있는 조지은 옥스퍼드대 동양학부 교수는 8일(현지시간) “내년까지 등재를 목표로 한류 단어를 추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알파벳 뿐 아니라 그림문자도 등재한다. 1976년 ‘김치’(Kimchi)와 ‘막걸리’(Makgeolli) 등 한국 단어 등재를 시작으로 46년째 우리나라의 기원 단어를 수록해왔다. 조 교수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한류 단어를 매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기로 했고 별도로 K컬쳐 단어사전 발간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어 사용자들이 쓰는 한류 단어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져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오빠(Oppa)와 언니가 들어갔는데 이런 한국 문화 호칭어가 널리 퍼지다 보면 아예 영어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작년에 26개가 새로 올라갔는데 내년에는 최소 30개 이상이 등재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조 교수는 “한글은 로마자 알파벳보다 더 많은 소리를 표현할 수 있고 배우기도 쉽다”며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뜻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류의 다음 분야로는 동화책을 꼽으면서 “익숙한 서구 동화책이 아닌 새로운 것을 찾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달샤베트(Moon Pops)’의 번역자로서 미국 보스턴글로브 혼북 어워드를 공동수상한 바 있다.
  • 걷기만하면 태양광 패널 먼지 제거…한기대-KAIST 공동 기술 개발

    걷기만하면 태양광 패널 먼지 제거…한기대-KAIST 공동 기술 개발

    발걸음에서 얻어지는 충격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 태양광 패널의 먼지를 제거하는 원천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총장 이성기)는 메카트로닉스공학부 박진형 교수 연구팀이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경기욱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마찰전기 발전기(triboelectric nanogenerator)와 전기력 기반 먼지 제거 방식(elelctrodynamic dust shield)을 사용해 태양광 패널을 청소하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태양광 발전은 표면의 먼지로 효율이 점점 저하되는 문제가 있어 주기적인 세척이 필요하지만, 손이 닿지 않거나 도심에 분산된 태양광 패널을 일일이 청소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먼지 제거 태양광 패널은 표면에 깍지 형태의 전극이 배치된 구조로, 교류 전압을 가했을 시 진동하는 강한 전기력으로 먼지를 털어낸다. 연구팀은 강한 전기장을 만들어야 하는 특성상 에너지의 손실 없이 진동하며 교류 고전압을 장시간(약 10초/회) 동안 발생시키는 마찰전기 발전기를 개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12번의 발걸음을 걷는 동안 태양광 패널의 표면 먼지의 약 79.2%를 제거해 태양광 패널의 출력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태양광 패널 주변을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세척이 힘든 도심 속 태양광 패널을 청소하는 친환경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정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지난 9월 22일 우수국제 학술지인 나노 에너지(Nano Energy) 온라인판에 ‘고효율 및 오래가는 충격에 의한 마찰전기 나노발전기, 그리고 태양광 패널의 자가 청소에의 적용(Highly efficient long-lasting triboelectric nano generator upon impact and its application to daily-life self-cleaning solar panel)’ 제목으로 게재됐다.
  • [김선영의 의(醫)심전심] 3분 진료가 낳은 마약류 오남용/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김선영의 의(醫)심전심] 3분 진료가 낳은 마약류 오남용/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환자가 내미는 물건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펜타닐 패치. ‘모르핀보다 100배 강하다’고 알려진 마약성 진통제다. 내가 처방한 적이 없는데 환자는 왜 이걸 가지고 있을까? 요양병원에서 만난 다른 환우에게 추천받았단다. 환자는 암성 통증으로 다른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했던 터라, 이를 펜타닐 패치로 바꾸어 처방할 수는 있다. 암으로 인한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서로 돕고 싶어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처방 없이 유통되는 이 위험한 약물이 이들 사이에서만 돌아다니라는 법은 없다.  환자를 마약류관리법 제4조 위반 혐의로 고발할 수 있지만 차마 그렇게 못한다. 통증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하면 그랬겠는가. 진작에 잘 맞는 약으로 바꿔 주지 못한 내 잘못이다. 그러나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무너졌고 관리 또한 허술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마약 규제는 엄격하고, 마약에 대한 사회문화적 터부도 상당하다. 1960년대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인 메사돈을 일반 진통제에 섞어 팔던 제약사들의 비양심적 행태로 수많은 마약중독자들이 양산됐던 ‘메사돈 파동’이 계기였다. 그러나 마약은 난치성 만성통증과 암으로 인한 통증을 조절하는 데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일부 환자들만 마약 처방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민의 38%가 한 번 이상 암에 걸리고 전체 사망자의 26%가 암으로 죽는데, 이들 대부분 증상 조절을 위해 마약이 필요하다. 그러나 법적 규제로 2000년대까지도 마약성 진통제 사용이 제한됐고, 마약성 진통제 처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10분의1에도 못 미친다. 이 정도도 지난 십수년간 효과적 통증 조절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이 상당히 늘어난 결과다. 새로운 성분과 제형의 마약성 진통제들이 도입되고 있으며, 이미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마약성 진통제 복용 환자에 대한 관리가 미흡하면 오남용이 급격히 늘어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처방건수가 많은 환자와 의료인을 모니터링하고 그에 따라 처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으나, 그보다 환자 교육과 진료에 대한 지원이 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솔직히 진료시간이 부족하니 진통제 효과와 부작용을 자세히 모니터링하고 오남용 문제를 보이지는 않는지 확인할 여력이 없다. 환자들 중에는 중독까지는 아니어도 ‘약을 안 먹으면 기운이 없고 식은땀이 난다’는 의존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증이 아닌 불안, 불면 등을 마약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마약성 진통제 코핑 현상을 보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고 조절하기 위해 복약교육 및 상담이 별도 수가가 책정돼 체계적으로 관리되면 좋겠지만, 그런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처방된 이후에는 환자가 얼마나 약을 복용했고 얼마나 남았는지 관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아프니 약을 넉넉히 달라’는 환자 말을 무시할 수도 없다. 중독이 아니라 정말 아파서 진통제가 부족하다며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들이 여전히 많다. 그래서 대개는 최대한 많이 처방하지만, 약물 오남용 구멍은 막기 어렵다. 결국 오남용은 환자를 충분히 면담할 수 없는 ‘3분 진료’의 폐해다.  최근 마약 사범 관련 드라마가 흥행하고 연예계 마약 범죄 관련 뉴스가 화제가 되면서 마약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라는 한탄이 나온 지 오래됐다. 이런 문제들이 터지면 마약류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정책에 반영되며, 마약이 꼭 필요한 현장에서는 처방이 어려워지고 환자들의 진통제 접근성이 떨어진다. 관리 책임과 보고 건수가 많아지면서 현장 인력의 피로가 쌓인다. 그보다는 마약이 필요한 환자를 진료하고 관리하는 현장의 의사, 간호사, 약사 인력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설익은 감세 정책 후폭풍 피치, 영국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트러스노믹스 여파

    설익은 감세 정책 후폭풍 피치, 영국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트러스노믹스 여파

    감세정책을 내놨다가 철회하면서 영국이 겪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신용평가사들이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은 ‘AA-’로 유지했다. 피치는 “영국 새 정부가 성장계획의 일환으로 발표한 단기적인 대규모 재정 패키지가 중기적으로 재정 적자의 중대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조정 배경을 밝혔다. 피치는 영국의 재정 적자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올해 7.8%, 내년 8.8%를 차지하면서 정부 채무가 2024년이 되면 GDP 대비 109%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지난달 23일 높은 세율로 망가진 경제를 되살리겠다면서 소득세 최고세율 45%를 폐지하는 방안 등이 담긴 450억 파운드(약 70조원) 규모의 대규모 감세정책을 내놨다. 그렇지만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이를 열흘 만에 전격 철회했다. ‘트러스노믹스’로 불리는 감세안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미국 달러 대비 사상 최저 수준인 1.03달러로 곤두박질 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감세안을 철회 후에도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피치는 “영국 정부가 부자 감세안을 철회했지만 정치적 밑천이 약해져 정부의 재정전략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추가로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시장의 확신과 정책에 대한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다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신용등급은 그대로 ‘AA’로 유지하면서도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S&P는 “영국이 다가오는 분기에 기술적 경기침체를 겪게 될 수 있고 2023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이 0.5%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디스는 영국 정부에 채무 건전성의 훼손 위험 마저 경고했다.  
  • [기고] 공정 사회를 위한 새 정부의 방향/최용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기고] 공정 사회를 위한 새 정부의 방향/최용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경제적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로 촉발된 청년 문제, 고위 공직자의 엄마·아빠 찬스, 젠더와 사회계층의 갈등 심화로 인해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의문 부호를 붙이는 국민이 점점 늘고 있다. 이에 새 정부도 공정과 상식이 우선하는 국가 만들기를 표방하고 있다. 공정은 단순히 상대적 약자를 지지하는 것이거나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 공정이란 개인이 처한 환경과 능력의 차이를 떠나 누구나 자유로운 경쟁의 기회를 얻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추진될 공공정책엔 무엇을 담아야 하며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 첫째, 기회균등을 넘어 결과적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빠른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 이는 시급성보다 정책의 정당성으로부터 도출된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일자리 문제로부터 촉발된 청년 문제, 사회계층의 갈등 심화, 소득 재분배, 사회안전망 같은 결과적 공정함을 위한 정책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국민을 설득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된다면 이는 국민이 체감하는 또 다른 불공정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공정한 기회 확대는 국가 제도의 신뢰와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토대 마련에 달려 있다. 유럽 국가처럼 우리나라도 사법부의 높은 법치 수준, 경제 관련 규제의 합리성, 지속가능한 국가 재정 건전성 등을 통해 제도적 신뢰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사회계층 이동성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약 2배 이상 둔화돼 있어 기회 평등 확대를 청소년기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 청소년기에 학업 성취도가 미진하거나 학교 밖 청소년들이 사회 진출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국가교육 정책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셋째, 사회정책은 다른 분야의 정책에 비해 효과가 가려진 부분이 많아 보다 정교한 정책 분석이 요구된다. 투표율, 경제성장률과 달리 사회정책은 국민이 체감하는 지표가 부재해 수년간 정책의 외연 확대에만 관심을 가져왔다. 정책 효과가 빠진 사회정책은 시급해 보이는 사회적 약자의 반대급부적 정책만 반복적으로 양산해 다른 불공정의 원인이 된다. 새 정부는 아동, 청소년, 청년, 노인 등 분야별 정책 확장 실적이 아닌 개별 정책의 효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재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도 과거 정부가 해 왔던 부처의 이행 점검에서 탈피해 이제는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정책 효과를 자세히 살펴야 할 때다.
  • 코로나로 대기시간 더 길어졌는데… 서울대병원, 74일 기다려 5분 진료

    코로나로 대기시간 더 길어졌는데… 서울대병원, 74일 기다려 5분 진료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립대병원 대기 시간은 더 길어졌지만 1인당 평균 외래 진료 시간은 짧게는 5분, 길게는 12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대병원 9곳 평균 진료 8분 5일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이 전국 국립대병원 9곳(경북대병원 제외)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자 1인당 평균 진료 시간은 최근 5년간 8분 안팎에 머물렀다. 2018년부터 지난 8월까지 서울대병원의 외래환자 1인당 평균 진료 시간은 5분이었다. 같은 기간 강원대병원은 12분으로 가장 길었고, 전남대병원 11.3분, 전북대병원 10분, 제주대병원 8.4분, 충북대병원 7.2분, 경상대·충남대병원 7분 순이었다. 부산대병원은 5.5분으로 서울대병원과 마찬가지로 5분대에 그쳤다. 대형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의료진으로부터 치료나 진료 절차, 부작용 등을 상세히 설명 듣기를 원하지만 짧은 진료 탓에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0년 의료서비스 경험조사에서 ‘진료 시간이 충분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우리나라가 75.0%로 OECD 평균(81.7%)을 밑돌았다. ●서울대병원 대기 , 5년간 8일 늘어 반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길어지는 추세다. 국립대병원 9곳의 평균 진료 대기 기간은 2018년 19.5일에서 지난해 22일, 올해 23.1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2018년 66일에서 지난해 71일로 늘었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는 74일이었다. ●“국립, 인력부족·서비스 질 개선해야” 김 의원은 “의사 인력 부족 같은 구조적인 사유가 뒤따르지만 긴 대기, 짧은 진료는 환자 모두가 불만을 품는 사안인 만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추경호 “대기업=부자 프레임 동의 못 해”… 여야 법인세 ‘부자 감세’ 공방

    추경호 “대기업=부자 프레임 동의 못 해”… 여야 법인세 ‘부자 감세’ 공방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린 5일 여야는 법인세 인하안을 담은 윤석열 정부 첫 세제개편안을 놓고 거세게 충돌했다. 여당은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했고, 야당은 ‘대기업 편향 부자 감세’라고 공격했다. 앞서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내리고 중소·중견기업에는 일정 과세표준까지 10% 특례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전 세계 주요 국가가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높은 법인세 부담으로 국내 투자가 답보 상태”라며 법인세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은 “법인세를 내리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모두 감세 혜택을 받는다”며 법인세 인하 혜택이 대기업에만 쏠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인세 인하 혜택을 보는 기업은 상위 0.01%”라며 “법인세 인하는 부자 감세”라고 따졌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 역시 “약 80개 대기업에는 4조 1000억원의 감세 혜택이 돌아가지만 10만 개에 달하는 중소·중견기업의 감세액은 모두 2조 4000억원에 불과하다”며 “대기업 편향 세제 개편”이라고 비판했다. 홍영표 의원은 “마치 중소기업에 많은 혜택을 준 것처럼 말장난하는데 결국 중소기업 한 곳당 혜택은 26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기업을 부자로 보는 프레임, 그 인식부터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폭이 더 크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법인세 개편안에 따라 대기업은 10%, 중소·중견기업은 12%의 세 감면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추 부총리는 “법인세를 내리면 기업 투자가 늘어나고 세수도 선순환 해 그 혜택이 모두 국민에게 돌아간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문재인 정부를 제외한) 역대 정부가 왜 지속적으로 법인세를 내려왔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코로나에 더 길어진 대기시간…서울대병원 74일 기다려 5분 진료

    코로나에 더 길어진 대기시간…서울대병원 74일 기다려 5분 진료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립대병원 대기 시간은 더 길어졌지만 1인당 평균 외래 진료 시간은 짧게는 5분, 길게는 12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전국 국립대병원 9곳(경북대병원 제외)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환자 1인당 평균 진료 시간은 최근 5년간 8분 안팎에 머물렀다. 2018년부터 지난 8월까지 서울대병원의 외래환자 1인당 평균 진료 시간은 5분이었다. 같은 기간 강원대병원은 12분으로 가장 길었고 이어 전남대병원 11.3분, 전북대병원 10분, 제주대병원 8.4분, 충북대병원 7.2분, 경상대·충남대병원 7분 순이었다. 부산대병원은 5.5분으로 서울대병원과 마찬가지로 5분대에 그쳤다. 대형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의료진으로부터 치료나 진료 절차, 부작용 등을 상세히 설명받기 원하지만 짧은 진료 탓에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0년 의료서비스경험조사에서 ‘진료시간이 충분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우리나라가 75.0%로 OECD 평균(81.7%)을 밑돌았다. 반면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진료를 받으려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길어지는 추세다. 국립대병원 9곳의 평균 진료 대기기간은 2018년 19.5일에서 지난해 22일, 올해 23.1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2018년 66일에서 지난해 71일로 늘었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는 74일이었다. 김 의원은 “의사 인력 부족 등 복합적인 사유가 뒤따르지만 긴 대기, 짧은 진료는 환자 모두가 불만을 가지는 사안인 만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덕수 “물가 나름대로 선방…경제성장률 2.7% 예상“

    한덕수 “물가 나름대로 선방…경제성장률 2.7% 예상“

    한덕수 국무총리가 5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6%로 두달 연속 상승세가 둔화된 것을 두고 “나름대로 좀 선방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현재의 물가가 미국의 경우에 8월 달에 전년 동월대비 8.3%, OECD 평균 10.3% 정도를 보이는 것에 비하면 나름대로 한국의 물가는 좀 선방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선 “약 2.7%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에는 최근 금리 상승 추세 등으로 인한 성장 추세 둔화를 반영해 약 2.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특히 그는 재정 건정성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도 강조했다. 그는 “외환보유액이 약 4364억불로 세계 9위의 보유액을 보이고 있다”며 ”또 재정건전성의 강화를 위한 우리의 방향설정이 분명히 재정을 중장기적으로 건전하게 가져가겠다는 방향을 취하고 있기에, 우리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대외적인 평가도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 총리는 “대내외적으로 우리가 처한 어려움은 굉장히 엄중하다“며 “환율에 대한 변동성이 증가하고 있고 미국 달러의 초강세, 그리고 고금리로 인한 세계경기 둔화, 또 경제 둔화 현상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24시간 항상 엄중히 대응한다는 자세로 대내외 환경을 극복하면서 경제 성장과 발전을 이뤄나가야 되겠다”고 했다. 또 낮은 쌀가격에 대해선 “우리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예년보다 빠르게, 수확기로는 역대 최대규모인 45만톤의 쌀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전날 시작된 국정감사에 대해선 “국무위원들은 겸허하고 진지한 자세로 국정감사에 임해주길 바란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본질을 충분히 설명하고 생산적 지적에 대해선 적극 수용해 정책에 반영해달라”고 당부했다.
  •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자’로… 두 바퀴 개혁하면 ‘초석’ 설계 가능”[안미현의 인물 프리즘]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자’로… 두 바퀴 개혁하면 ‘초석’ 설계 가능”[안미현의 인물 프리즘]

    전광우(73)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만나러 가는 날 아침, 환율은 달러당 1430원이 뚫리고 주가는 2200선이 위태위태했다. 주요 외신은 아시아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연금개혁 문제를 물으러 가는 발걸음이 절로 무거워졌다. 지금은 세계경제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전 이사장은 “이런 복합위기 상황에는 개혁 어젠다를 세게 몰아붙이기가 힘들다”면서 “그렇다고 계속 밀쳐놓으면 (연금개혁에 관한 한 아무것도 안 한) 문재인 정부 꼴이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혁명보다 어려운 게 개혁”이라고 했다. 국민 공감대 위에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그는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인기가 많고 힘도 셌던 취임 초기에 바로 연금개혁을 주도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많이 아쉬워했다. 그 타이밍을 놓친 이상 이젠 ‘통개혁’보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이라도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정도만 해내도 윤 대통령의 이름이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실에서 만났다. -통개혁이 어렵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연금개혁은 크게 두 가지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직역 간 연금을 통합하는 것과 보험료율 인상 등 국민연금 제도 자체를 손보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뭉쳐서 다 하겠다는 것은 듣기에는 그럴듯할지 몰라도 실상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통합을 권하지 않았나. 두 연금이 따로 굴러가는 나라는 한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4개국뿐이다. “맞는 말이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 이미 적자를 내고 있으니 장기적으로는 합쳐야 한다. 하지만 직역 간 갈등이 너무 크다. 정부와 국회가 온 역량을 쏟아부어도 조정이 될까 말까 한데 여야 반목이 극심한 지금의 정치권 상황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 차라리 유의미한 초석을 놓으라고 채근하고 싶다.” -보험료 인상을 말하는 것인가. “출발점의 하나가 보험료다. 소득의 9%(개인 부담 4.5%)인 보험료는 1998년 이후 24년째 제자리다. OECD 평균인 18%는 돼야 한다고 보는데 한꺼번에 그렇게 올릴 수는 없으니 12~13%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 -올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물었더니 수용 가능한 인상률이 10%로 나왔다. 간극이 너무 크다. “내가 입이 닳도록 ‘더 내고 덜 받자’ 소리 좀 그만하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덜 받는 걸 기정사실화하고 돈을 더 내라고 하면 누가 선뜻 받아들이겠나.” ●방한 사모펀드 회장, 서울에만 머물러 -그럼 더 내고 더 받자는 것인가. 연금개혁의 근본 이유가 기금 고갈을 막자는 건데 더 낸 만큼 더 줘 버리면 하나 마나 한 개혁 아닌가.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낸 그대로 더 주자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주자는 것이다.” -기금 고갈 예상 시기가 당초 2057년에서 2054년으로 점점 당겨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주는 것도 말이 쉽지, 실제 재정추계에 들어가 보면 어려울 듯싶다. “왜 자꾸 파이(기금)를 고정시켜 놓고 말하나. 키울 생각을 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굴리는 돈이 약 900조원이다. 수익률을 1% 포인트만 올려도 9조원이다. 이 돈이면 기금 고갈 시기를 8년 늦출 수 있다. 국민에게 주는 연금을 더 늘릴 수도 있다. 국민연금 평균 운용 수익률이 연 5~6%다. 세계 최고라고 평가받는 캐나다의 연기금은 연 10%를 훌쩍 넘는다. 다른 나라에 비해 선방했다고는 하지만 올 상반기 국민연금 수익률이 -8%다. 가만히 앉아 78조원을 날렸다. 국민연금 개혁은 보험료 인상과 수익률 제고라는 두 바퀴로 굴러가야 한다.”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면 기금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여야 하고 그러자면 국민연금 지배구조를 손봐야 한다. 이 또한 20년 넘게 헛바퀴 도는 쟁점 중 하나다. “국민연금 본사가 전주로 간 지금은 더 어려운 숙제가 된 게 사실이다. 기금운용본부를 따로 떼어 내 공사화하는 게 좋지만 지역 반발이 클 것이다. 정부 부처나 정치권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을 테고…. 우선 ‘서울지사’라도 만들어야 한다. 국민연금이 올 상반기에 유일하게 수익을 낸 분야가 부동산 등의 대체투자인데 대체투자는 네트워크와 정보가 핵심이다. 이는 (사람을) 만나야 쌓이는 자산이다.” -기금 운용 인력이 전주에 있으니 스킨십이 잘 안 된다는 얘기인가. “얼마 전 세계 2위 사모펀드인 브룩필드의 브루스 플랫 회장이 서울을 다녀갔다. 자본시장의 큰손이니 예전 같으면 당연히 국민연금 이사장을 만났을 것이다. 그런데 전주까지 갈 엄두를 못 내더라. 서울에만 잠시 머물다 갔다. 국민연금은 (일본, 미국, 네덜란드와 더불어) 세계 4대 연기금이다. 큰손 중의 큰손이다. 외국에 나갔을 때 경제부총리보다 국민연금 이사장을 만나려는 줄이 더 길었다는 얘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세계 4대 연기금 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라도 우리나라뿐이다. “부끄러운 얘기다. 기금운용위원회가 뭐 하는 곳인가. 기금을 어떻게 굴릴지 정하는 의사결정기구다. 프로 중의 프로로 구성해도 정글이나 다름없는 국제자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까 말까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노동부 차관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한다. 사용자 대표, 노조 대표도 들어온다. 이분들의 능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내로라하는 해외 고수들과 맞짱 뜨기 어렵다는 얘기를 하는 거다. 과거에 어떤 기금운용위원은 “헤지(리스크 회피)가 뭐냐”고 묻기도 했다. 기본 개념도 모르는데 어떻게 돈을 불리겠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기금운용위를 날렵하게 다시 꾸려야 한다. 정권이 독하게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초연금 40만원’은 전형적 포퓰리즘 -국제금융 전문가로서 최근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나. 외환위기 재발 경고까지 나왔는데. “정부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양호하니 괜찮다고 하는데 과거 두 차례의 위기(외환위기,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다른 점이 세 가지 있다. 우선 중국 경제 침체다. 과거엔 중국이 두 자릿수 성장을 하며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를 도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기업도, 가계도 빚이 너무 많다는 것과 글로벌 공조가 안 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빚이 많으니 대응 수단에 제약이 크다. 과거엔 주요국이 위기 탈출을 위해 정책 공조를 했지만 지금은 킹달러 독주에서 보듯 각자도생 형국이다. 금융위기 때처럼 대통령이 워룸(전시상황실)을 차려 직접 진두지휘해야 한다.” -기초연금 증액이 국민연금 이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도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40만원(현행 30만원)으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주는 기초연금은 대상을 더 줄이되 금액은 더 올려야 한다. 대상을 그대로 두고 금액만 약간 올리거나 전체 노인에게 주자는 정치권 주장은 국민연금과의 충돌도 문제이지만 기초연금의 존재 이유인 노인 빈곤 구제에 있어 하등 도움이 안 된다.” ■ 전광우 이사장은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민간인 출신 첫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국민연금공단 첫 연임 이사장이자 최장수(4년) 이사장이기도 하다. 전광우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자부하는 기록이 하나 더 있다. 대통령한테 직접 임명장을 받은 유일한 국민연금 이사장이라는 것이다. “처음엔 장관(금융위원장) 출신이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장으로 가는 게 강등 같아 내키지 않았다”는 그는 그러나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곳인데 관료보다는 금융 전문가가 가야 한다는 당시 이명박(MB) 대통령의 설득에 넘어갔다”고 털어놓았다. 통상 복지부 장관이 주던 임명장을 MB가 청와대로 불러 직접 준 데는 고마운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대통령인 내가 국민연금을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내보내려 한 의도가 더 컸을 것이라는 게 전 이사장의 해석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연금개혁을 정말 ‘국민의 명령’으로 생각한다면 좀 더 행동으로 메시지를 관리해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 KDI “법인세율, OECD 평균으로 내려야”

    KDI “법인세율, OECD 평균으로 내려야”

    “법인세 인하는 부자 감세”라는 야당의 주장을 국책연구원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현재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은 최소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23.2%)으로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발간한 ‘법인세 세율 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책 과제’에서 “법인세 감세가 부자 감세라는 주장은 정치 과정에서 제기된 구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주식 투자 인구가 1000만명을 넘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주식 투자가 일반 국민에게 보편화됐고, 법인세 감세 혜택도 많은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KDI는 또 “법인세 부담이 늘어나면 그에 따른 피해는 취약 노동자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법인세율이 오르면 사회복지 서비스업, 운송업 등 노동집약적 산업 종사자의 임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법인세를 인하하면 세수가 감소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KDI는 “과도한 우려”라고 평가했다. KDI는 “법인세율 인하로 발생하는 세수 감소분은 내년 기준 3조 5000억~4조 5000억원 수준인데, 이 가운데 2조 4000억원은 단기적으로 회복 가능하다”고 밝혔다.
  • KDI “법인세 인하, 부자 감세 아니다”

    KDI “법인세 인하, 부자 감세 아니다”

    “법인세 인하는 부자 감세”라는 야당의 주장을 국책연구원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현재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은 최소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23.2%)으로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발간한 ‘법인세 세율 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책과제’에서 “법인세 감세가 부자 감세라는 주장은 정치 과정에서 제기된 구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식 투자 인구가 1000만명을 넘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주식 투자가 일반 국민에게 보편화됐고, 법인세 감세 혜택도 많은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KDI는 또 “법인세는 실질적으로 법인이 아닌 근로자, 주주, 자본가 등이 부담하는 세금”이라면서 “법인세 부담이 늘어나면 그에 따른 피해는 취약 노동자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법인세율이 오르면 사회복지 서비스업, 운송업 등 노동집약적 산업 종사자의 임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세수가 감소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KDI는 “과도한 우려”라고 평가했다. KDI는 “법인세율 인하로 발생하는 세수 감소분은 내년 기준 3조 5000억~4조 5000억원 수준인데, 이 가운데 2조 4000억원은 단기적으로 회복 가능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세수 감소분 이상의 세수 증대가 예상된다”면서 “법인세 최고세율이 3% 포인트 인하되면 경제 규모가 단기적으로 0.6%, 중장기적으로 3.39% 성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인세 감세가 일부 부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모든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면서 “앞으로 더욱 완전한 단일세율 체계로 이행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고 중소·중견기업에는 일정 과세표준까지 10% 특례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 “尹, 역사에 이름 남기려면 지금이라도 개혁 나서라…” 연금 전문가의 고언

    “尹, 역사에 이름 남기려면 지금이라도 개혁 나서라…” 연금 전문가의 고언

    전광우(73)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만나러 가는 날 아침, 환율은 달러당 1430원이 뚫리고 주가는 2200선이 위태위태했다. 주요 외신은 아시아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연금개혁을 묻기 위한 발걸음이 절로 무거워졌다. 지금은 세계경제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전 이사장은 “이런 복합위기 상황에는 개혁 어젠다를 세게 몰아붙이기가 힘들다”면서 “그렇다고 계속 밀쳐놓으면 (연금개혁에 관한한 아무 것도 안 한) 문재인 정부 꼴이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혁명보다 어려운 게 개혁”이라고 했다. 국민 공감대 위에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그는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인기가 많고 힘도 셌던 취임 초기에 바로 연금개혁을 주도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많이 아쉬워했다. 그 타이밍은 놓친 이상 이젠 ‘통개혁’보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이라도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정도만 해내도 윤 대통령의 이름이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실에서 만났다.  -통개혁이 어렵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연금개혁은 크게 두 가지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직역간 연금을 통합하는 것과 보험료율 인상 등 국민연금 제도 자체를 손보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뭉쳐서 다 하겠다는 것은 듣기에는 그럴 듯 할지 몰라도 실상은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통합을 권하지 않았나. 두 연금이 따로 굴러가는 나라는 한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4개국뿐이다.  “맞는 말이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 이미 적자를 내고 있으니 장기적으로는 합쳐야 한다. 하지만 직역간 갈등이 너무 크다. 정부와 국회가 온 역량을 쏟아부어도 조정이 될까말까한데 여야 반목이 극심한 지금의 정치권 상황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 차라리 유의미한 초석을 놓으라고 채근하고 싶다.”  -보험료 인상을 말하는 것인가.  “출발점의 하나가 보험료다. 소득의 9%(개인 부담 4.5%)인 보험료는 1998년 이후 24년째 제자리다. OECD 평균인 18%는 돼야 한다고 보는데 한꺼번에 그렇게 올릴 수는 없으니 12~13%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  -올해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물었더니 수용 가능한 인상률이 10%로 나왔다. 간극이 너무 크다.  “내가 입이 닳도록 ‘더 내고 덜 받자’ 소리 좀 그만 하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덜 받는 걸 기정사실화하고 돈을 더 내라고 하면 누가 선뜻 받아들이겠나.”  -그럼 더 내고 더 받자는 것인가. 연금개혁의 근본 이유가 기금 고갈을 막자는 건데 더 낸 만큼 더 줘버리면 하나마나 한 개혁 아닌가. 사탕발림이라고 공격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낸 그대로 더 주자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주자는 것이다.”  -기금 고갈 예상 시기가 당초 2057년에서 2054년으로 점점 당겨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주는 것도 말이 쉽지, 실제 재정추계에 들어가 보면 어려울 듯 싶다.  “왜 자꾸 파이(기금)를 고정시켜놓고 말하나. 키울 생각을 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굴리는 돈이 약 900조원이다. 수익률을 1% 포인트만 올려도 9조원이다. 이 돈이면 기금 고갈 시기를 짧게는 4~5년, 길게는 8년까지도 늦출 수 있다. 국민에게 주는 연금을 더 늘릴 수도 있다. 국민연금 평균 운용수익률이 연 5~6%이다. 세계 최고라고 평가받는 캐나다 연기금은 연 10%를 훌쩍 넘는다. 다른 나라에 비해 선방했다고는 하지만 올 상반기 국민연금 수익률이 -8%다. 가만히 앉아서 78조원을 날렸다. 국민연금 개혁은 보험료 인상과 수익률 제고라는 두 바퀴로 굴러가야 한다.”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면 기금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여야 하고 그러자면 국민연금 지배구조를 손봐야 한다. 이 또한 20년 넘게 헛바퀴 도는 쟁점 중 하나다.  “국민연금 본사가 전주로 간 지금은 더 어려운 숙제가 된 게 사실이다. 기금운용본부를 따로 떼내 공사화하는 게 좋지만 지역 반발이 클 것이다. 정부부처나 정치권 이해관계도 걸려 있어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을 테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일단 ‘서울지사’라도 만들어야 한다. 국민연금이 올 상반기에 유일하게 이익을 낸 분야가 부동산 등의 대체투자인데 대체투자는 네트워크와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사람을) 만나야 쌓이는 자산이다.”  -기금 운용 인력이 전주에 있으니 스킨십이 제대로 안 된다는 얘긴가.  “얼마 전 세계 2위 사모펀드인 브룩필드의 브루스 플렛 회장이 서울을 다녀갔다. 자본시장의 큰 손이니 예전같으면 당연히 국민연금 이사장을 만났을 것이다. 그런데 전주까지 갈 엄두를 못내더라. 서울에만 잠시 머물다 갔다. 국민연금은 (일본, 미국, 네덜란드와 더불어) 세계 4대 연기금이다. 큰 손 중의 큰 손이다. 외국에 나갔을 때 경제부총리보다 국민연금 이사장을 만나려는 줄이 더 길었다는 얘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세계 4대 연기금 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라도 우리나라뿐이다.  “부끄러운 얘기다. 기금운용위원회가 뭐하는 곳인가. 기금을 어떻게 굴리고 관리할 지를 정하는 의사결정기구다. 프로 중의 프로로 구성해도 정글이나 다름 없는 국제자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까 말까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부 차관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한다. 사용자 대표, 노조 대표도 들어온다. 이 분들의 능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내로라하는 해외 연기금 고수들과 맞짱뜨기 어렵다는 얘기를 하는 거다. 더 역설적인 것은 그렇게 한 자리씩 배정해 기금운용위원을 20명이나 만들어 놓고 정작 금융 주무부처인 금융위 차관은 당연직 위원이 아니라는 거다. 과거에 어떤 기금운용위원은 “헤지(리스크 회피)가 뭐냐”고 묻기도 했다. 기본개념도 모르는데 어떻게 기금을 불리겠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기금운용위를 날렵하게 다시 꾸려야 한다. 정권이 독하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것부터 손보라는 것이다.”  -국제금융 전문가로서 최근의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나. 외환위기 재발 경고까지 나왔는데.  “정부는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양호하니 괜찮다고 하는데 과거 두 차례의 위기(외환위기,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다른 점이 세 가지 있다. 우선 중국 경제 침체다. 과거엔 중국이 두 자릿수 성장을 하며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를 도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기업도 가계도 빚이 너무 많다는 것과 글로벌 공조가 안 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빚이 많으니 대응 수단에 제약이 크다. 과거엔 주요국이 위기 탈출을 위해 정책 공조를 했지만 지금은 킹달러 독주에서 보듯 각자도생 형국이다.”  -그럼에도 정부 대응을 보면 위기의식이 약한 것 같다.  “가장 안타까운 대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대통령이 워룸(전시상황실)을 차려 직접 진두지휘해야 한다. 실질적인 대응은 경제팀이 하더라도 대통령실 워룸은 나라 안팎에 보여주는 메시지와 상징성이 매우 크다. 비속어 논란에 매달려 정쟁할 때가 아니다.”  -당장 10월 금통위(12일)에서 빅스텝을 밟아야 하느냐를 두고 정부와 한은의 기류가 갈린다.  “앞서 말한 과거 위기 때와의 차이점 때문에 해외자금이 우리나라를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금리를 0.5%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기초연금 증액이 국민연금 이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도 정치권은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모두 40만원(현행 30만원)으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주는 기초연금은 대상을 더 줄이되 금액은 더 올려야 한다. 대상을 그대로 놓고 금액만 약간 올리거나 전체 노인에게 주자는 정치권의 주장은 국민연금과의 충돌도 문제이지만 기초연금의 존재 이유인 노인 빈곤 구제에도 하등 도움 안 된다.”  -국민연금이 올들어 국내 주식을 수조원씩 팔고 해외주식을 사들이면서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모두에서 미운털이 박혔다.  “최근 한은과 100억 달러 스와프를 맺어 반감이 좀 누그러지지 않았을까.(웃음) 국민연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책무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외주식을 팔아 (국내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라고 국민연금의 팔을 비틀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다급해도 그런 관치와는 이별해야 한다.”  ■전광우 이사장은…  민간인 출신 첫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국민연금공단 첫 연임 이사장이자 최장수(4년) 이사장이기도 하다. 그가 개인적으로 자부하는 기록이 하나 더 있다. 대통령한테 직접 임명장을 받은 유일한 국민연금 이사장이라는 기록이다. “처음엔 장관(금융위원장) 출신이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장으로 가는 게 강등 같아 내키지 않았다”는 전 이사장은 그러나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곳인데 관료보다는 금융 전문가가 가야 한다는 당시 이명박(MB) 대통령의 설득에 넘어갔다”고 털어놓았다. 통상 복지부 장관이 주던 임명장을 MB가 청와대로 불러 직접 준 데는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 때문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대통령인 내가 국민연금을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내보내려 한 의도가 더 컸다는 게 전 이사장의 해석이다. 윤 대통령도 연금개혁을 정말 ‘국민의 명령’으로 생각한다면 좀 더 행동으로 메시지를 관리해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20년 가까이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일했다. 외환위기 때 김대중 정권의 요청으로 귀국했다. 금융위원장 재임 시절 호흡을 함께 맞춘 진용이 화려하다. 당시 부위원장이 지금의 이창용 한은 총재, 금융정책국장이 김주현 금융위원장, 자산운용과장이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 이명순 비서관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다.
  • 초중고 공교육비 느는데 대학은 OECD 평균 이하

    초중고 공교육비 느는데 대학은 OECD 평균 이하

    한국의 초중고교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늘었지만 대학생 공교육비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38개국과 비회원국 7개국 등 4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OECD 교육지표 2022’의 분석 결과를 3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은 1만 3819달러로 2018년보다 7%(905달러) 늘었다. 이는 OECD 평균(1만 1990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공교육비는 학부모가 사교육에 쓴 비용을 빼고 정부나 민간이 사용한 모든 교육비를 뜻한다. 초등교육 단계에서 1인당 공교육비는 1만 3341달러, 중등(중고교)은 1만 7078달러로 2018년 대비 각각 6%(807달러), 14%(2100달러) 증가했다. 반면 고등교육(대학)은 1만 1287달러로 2018년 대비 0.02%(2달러) 감소했고, OECD 평균(1만 7559달러)보다도 한참 낮았다. 우리나라 만 25~34세 청년이 대학 교육을 받은 비율은 69.3%로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은 46.9%로 한국이 22.4% 포인트 높았다. 2020년 우리나라 성인의 임금을 교육 단계별로 비교해 보면 고졸자 임금을 100%로 놓고 봤을 때 전문대학 졸업자 임금이 110.2%, 대학 졸업자가 138.3%, 대학원 졸업자가 182.3%였다. 2019년 전문대 졸업자의 상대적 임금이 108.3%, 대졸자가 136.3%였던 것과 비교하면 임금 격차는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 한국 대학생들, OECD 평균보다 교육비 비중 두배 떠안아

    한국 대학생들, OECD 평균보다 교육비 비중 두배 떠안아

    OECD 등 45개국 교육지표 발표공교육비, 초중고 늘었지만 대학 줄어대학 교육비 민간 부담 61%로 상승고용률은 낮아…학력별 임금 격차 커져한국의 초중고교 학생의 1인당 공교육비는 늘었지만 대학생 공교육비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38개국과 비회원국 7개국 등 총 4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OECD 교육지표 2022’의 분석 결과를 3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은 1만 3819달러로 2018년보다 7%(905달러) 늘었다. 이는 OECD 평균 (1만 1990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공교육비는 학부모가 사교육에 쓴 비용을 빼고 정부나 민간이 사용한 모든 교육비를 뜻한다. 초등교육 단계에서 1인당 공교육비는 1만 3341달러, 중등(중고교)은 1만 7078달러로 2018년 대비 각각 6%(807달러)와 14%(2100달러) 증가했다. 반면 고등교육(대학)은 1만 1287달러로 2018년 대비 0.02%(2달러) 감소했고 OECD 평균(1만 7559달러)보다도 한참 낮았다. GDP 대비 정부재원 공교육비 비율은 초중등 단계에서 3.4%로 2018년보다 0.3%포인트 높아졌고 OECD 평균(3.1%)보다도 높았다. 이에 비해 고등교육 단계에서는 0.6%로 OECD 평균(0.9%)보다 낮았다. 공교육비 중 정부가 지출한 비율은 75.4%로 2018년보다 1.8%포인트 상승했고 민간 지출은 24.6%였다. 다만 초중등 단계에서는 정부 지출 비율이 90.4%로 OECD 평균(90.2%)보다 높은 반면, 고등교육에서는 민간지출 비중이 61.7%로 1.5%포인트 높아졌다. OECD 평균 민간 부담 비중이 30.8%인 데 비하면 한국의 민간 부담 비중이 두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만 25~34세 청년이 대학 교육을 받은 비율은 69.3%로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은 46.9%로 한국이 22.4%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같은해 대졸자의 고용률은 76.8%로 OECD 평균 84.1%보다 7.3%포인트 낮았다. 고졸은 70.0%로 평균보다 5%포인트, 전문대졸은 76.5%로 4.3%포인트 낮았다. 2020년 우리나라 성인의 임금을 교육 단계별로 비교해 보면 고졸자 임금을 100%로 놓고 봤을 때 전문대학 졸업자 임금이 110.2%, 대학 졸업자가 138.3%, 대학원 졸업자가 182.3%였다. 2019년 전문대 졸업자의 상대적 임금이 108.3%, 대졸자가 136.3%였던 것과 비교하면 임금 격차는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 “나이키, 국내기업에 갑질해도 하도급법 적용 회피”

    “나이키, 국내기업에 갑질해도 하도급법 적용 회피”

    외국 기업이 거래 대행사를 끼고 국내 업체와 하도급 거래를 맺는 경우 ‘갑질’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피할 우려가 있어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석영텍스타일이 나이키 등을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신고한 사건에 대해 “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올해 초 심사 절차를 종결됐다. 피조사인이 외국 사업자여서 하도급법의 사업자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하도급법은 공정거래법과 달리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라도 그 행위가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 법을 적용한다’는 역외적용 조항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석영텍스타일은 거래대행사를 끼고 나이키에 신발 소재를 납품해왔는데, 이 기간 나이키와 나이키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들이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손실 비용을 부당하게 떠넘겼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적으로는 거래대행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제품 생산방식 등 모든 것을 나이키가 결정했다는 게 업체의 주장이다. 하도급법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하도급법 적용을 피하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지사가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사례도 많지 않다. 2018년 이후 최근 5년간 하도급법 위반 신고사건 조치 내역을 보면 673건이 경고·시정명령·과징금 등의 처분을 받았는데 외국계 기업은 5곳뿐이었다.
  • [전의찬의 탄소중립 특강(20)] 탄소중립 국제협력과 그린 ODA/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

    [전의찬의 탄소중립 특강(20)] 탄소중립 국제협력과 그린 ODA/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

    파리협정이 발효된 지 6년이 됐으나 신기후체제가 본격적으로 출범하지 못한 것은 이행규칙(Paris Rule Book) 제6조 국제탄소시장(IMM)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즉 어떤 사업이 국제적으로 이전 가능한 감축실적(ITMO) 사업이며, 그 실적을 어떻게 인정하고 어떤 원칙으로 이전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난항을 겪었던 것이다. 글래스고 기후변화총회(COP26)에서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합의한 것이 최근 국제 기후변화 대응의 가장 큰 성과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국외 감축량은 3350만톤으로,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량 4억 3660만톤의 7.7%에 해당하는 양이다. 기존 국외 감축 목표량과 비교해 꼭 2배 증가했다. 국외 감축 방법에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추진하고 유엔에서 인정받는 방법과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에 의해 실적을 인정받는 방법이 있다. ODA 사업 실적은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잘못 알려져 있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는 ODA 사업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감축인증서(CER)에 해당하는 금액(Carbon Value)은 ODA 실적에서 제외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지난해 발표한 ‘저탄소 전환 ODA 이행계획’의 주요 목표는 수요에 기반한 ‘저탄소 전환 포트폴리오 강화’, 주요국 대상 ‘맞춤형 전략적 접근’, 감축량의 정량적 관리를 통한 ‘성과관리 및 확산’이다. 구체적으로 KOICA는 ‘기후행동 이니셔티브’를 통해 2021년부터 5년간 총 1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양자(양국) 간 협력사업, 국제기구와 협력하는 다자간 사업, 또는 녹색기후기금 협력사업의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추진된 주요 KOICA 사업에는 ‘아마존 지역 태양광 사업’, ‘베트남 산업계 에너지 효율화 사업’, ‘과테말라 기후복원력 지원사업’, ‘피지 농업공존형 태양광 발전사업’, ‘몽골 매립장 매립가스 포집·소각사업’ 등이 있다. 정부는 세계 10위권의 ODA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2023년 ODA 예산을 4조 5450억원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기후변화·감염병 등 복합적 글로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을 전년 대비 33% 증가한 4222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그린 ODA’를 확대하고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도우며 혁신적 녹색기술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된다면 공적 원조인 그린 ODA를 통해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면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도 도움을 주는 일석이조의 지혜가 될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과 경제 규모 모두 세계 10위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제 역할을 다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 어허~ 어디 남자가 주방에 안 들어가… “가사 분담” 어르신 10년새 18%P 증가

    어허~ 어디 남자가 주방에 안 들어가… “가사 분담” 어르신 10년새 18%P 증가

    45%가 “집안일, 부부 똑같이”“부모 부양, 가족의 몫”은 감소지난 10년간 집안일은 부부가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증가해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부양은 가족·정부·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하고,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고령자의 의식이 변화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고령자의 가사와 부양을 어느 특정 대상에게만 전가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고령자 사이에서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29일에 낸 고령자 통계에서 ‘2020년 현재 부부가 공평하게 가사를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령자’가 45.1%로 2010년보다 18.4% 포인트 늘었다고 밝혔다. 부인이 가사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령자는 52.6%로 10년 전보다 19.0% 포인트 감소했다. 부모 부양을 가족·정부·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고령자는 2020년 49.9%로 10년 전보다 12.1% 포인트 증가해 가장 많았다. 2010년에는 부모 부양을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고령자가 38.3%로 가장 많았으나 2020년에는 27.3%로 줄었다.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고령자는 지난해 50.9%, 일 우선은 30.9%, 가정생활 우선은 18.2%였다. 10년 전에는 일 우선이 44.8%로 가장 많았고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이 40.0%, 가정 우선이 15.1%였다. 본인·배우자가 직접 생활비를 마련하는 고령자는 지난해 65.0%로 10년 전보다 13.4% 포인트 증가했다. 정부·사회단체 지원도 17.2%로 8.1% 포인트 늘어난 반면, 자녀·친척 지원은 17.8%로 21.4% 포인트 줄었다. 올해 고령 인구는 처음으로 900만명을 넘어섰고, 2025년에는 고령 인구 비중이 전체의 20%를 돌파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올해 고령 인구는 901만 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였다. 고령 인구 비중은 2025년 20.5%, 2035년 30.1%를 기록한 뒤 2050년엔 40%를 넘어서겠다고 통계청은 예상했다. 한국이 고령 인구 비중 14% 이상인 고령사회에서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도달한 연수는 7년으로 오스트리아 53년, 영국 50년, 미국 15년, 일본 10년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다. 66세 이상 은퇴 연령 고령자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은 2020년 40.4%로, 2015년 44.3%보다 낮아졌다. 다만 2019년 기준 고령자의 상대적 빈곤율은 4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5개국 중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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