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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토의정서 2020년까지 연장 GCF 사무국 한국 유치 인준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8)가 협상 시한을 하루 넘긴 8일 밤 10시(현지시간)에 폐막됐다.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재정지원 방안과 교토의정서 개정안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2020년까지 선진국의 온실가스 의무감축 효력을 연장하는 개정안이 채택됐다. 또한 우리나라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도 인준됐다. 환경부와 외교부 등 한국대표단은 지난달 26일부터 8일까지 도하에서 열린 COP18회의에서 이같이 협의가 이뤄졌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총회는 195개국 대표를 비롯,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 국제기구 대표, 비정부기구(NGO)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말로 끝나는 교토의정서 효력이 2020년까지 연장됨에 따라 내년 초부터 선진국들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2차 공약기간이 개시된다. 회의에서 유럽연합(EU), 노르웨이, 일본, 스위스, 모나코 등은 교토의정서 1차 공약기간 중 발생한 구동구권 국가의 잉여 배출권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호주, 카자흐스탄, 모나코는 추가로 잠정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회의에서는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와 2020년 이전 감축상향의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향후 3년 동안 매년 2회 이상 회의를 개최해 2015년 5월까지 협상 초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일본·미국·캐나다 등 선진국들이 2차 연장 기간에 감축의무를 지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교토의정서 효력 연장은 상징적 체제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사국총회에서 우리나라의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도 성공적으로 인준되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장기 재원 조성방안에 대해 1년 시한을 연장해 지속 논의하기로 했으며,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재원 1000억 달러 자금조성 계획에 대한 전략과 접근법을 제19차 당사국총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차기 1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9)는 내년 11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GCF는 녹색성장의 엔진이자 미래 우리의 일자리”

    “GCF는 녹색성장의 엔진이자 미래 우리의 일자리”

      환경 분야의 세계은행이라 할 수 있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한국 유치를 우리 대학생들은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을까. 녹색성장 분야를 주도할 국제환경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인 글로벌녹색성장서포터즈 제1기생으로 활동하고 있는 고대수(명지대 국제통상학과 3년), 김민지(이화여대 국제학부 1년), 오진식(한양대 화학공학과 4년) 등 3명의 대학생에게 GCF 유치에 대한 솔직한 소감 등을 들어봤다. 방담 사회는 글로벌녹색성장서포터즈를 주관하는 외교통상부 녹색성장외교팀 이재웅 팀장이 맡았다.   - 세 학생 모두 평소 녹색성장이나 녹색외교 등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GCF 사무국 한국 유치에 대한 소감이 남다를 텐데요. GCF 유치 소식을 듣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고대수) 조마조마했는데 IMF에 버금가는 국제기구인 GCF 사무국이 우리나라에 유치된다니 믿기지가 않더라고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인 기후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하면서 동시에 국내 최대 이슈인 고용창출에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 같은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오진식) 저는 우리나라가 GCF를 유치했다는 사실보다 GCF라는 국제기구가 새롭게 출범하게 된 것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싶어요. GCF가 출범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Green ODA’가 더 체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민지) 저도 비슷한 생각인데요. GCF를 통해 사람과 자연 모두를 위한 진정성 있는 녹색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이 실현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Green ODA란? 우리나라가 주창한 공적개발원조사업으로 개발도상국들의 녹색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주요 내용을 하고 있다.    - 요즘 취업난이 심하고, 또 많은 대학생들이 이른바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는 데, 녹색성장(외교)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고) 군에서 제대한 뒤 복학을 했는데 제게 맞는 일과 관심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때 마침 모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가했어요. 그런데 제 멘토가 신재생에너지와 녹색성장의 미래상에 대해 설명해 줬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녹색성장·신재생에너지사업·기후변화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되었죠.    (김)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은 살림살이를 풍요롭게 하면서도 약해진 자연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이잖아요. 조그만 힘이나마 전 지구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오)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플랜트 설계사업은 인류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환경을 훼손한다는 양면성이 있잖아요. 그래서 성장과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녹색성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녹색성장을 하는데 필요한 기술적 요소에 관심이 있어서 태양전지, 바이오에너지와 같은 분야를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글로벌녹색성장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GCF 사무국 유치 이후 본인들이나 주변 학생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GCF 사무국 유치를 대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듣고 싶습니다.    (오) GCF 사무국 유치에 대한 의견을 지인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의견이 반반으로 나누어지더라고요. GCF가 우리나라에 유치된다고 하니 우리나라 위상이 올라가고 일자리도 늘 것 같은데, 큰 자금을 어떻게 매년 마련하고 또 매년 기금을 유치 못할 경우 우리나라에 피해가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하더군요.    (고) 아쉽지만 대다수 대학생들이 녹색외교 뿐만 아니라 GCF 사무국 송도 유치와 관련해서도 별 관심이 없고, 의의도 모르는 것 같아요. 요즘 취업난이다 해서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국제기구 진출자가 OECD 국가 중 낮은 편이라는데요. 저 뿐 아니라 제 주위 청년들이 국제기구인 GCF 사무국 유치에 따른 장점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GCF 유치 이후 국제사회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기대치가 커진 게 사실입니다. 이런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해 녹색성장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는 많은 우수한 ‘녹색 인재’들을 필요로 하는데요. ‘글로벌 녹색청년’으로서의 자신의 미래상을 소개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고) 대학 졸업 후 환경대학원에 진학해서 환경 관련 석사 과정을 밟을 계획입니다. 이후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나 영프로페셔널프로그램(YPP), 국제연합봉사단(UNV)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국제기구에 진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물론 GCF 사무국이라면 더 좋겠지요.    (오) 대학원을 졸업 한 후에는 엔지니어로서 최대한 저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곳으로 취업을 하고 싶습니다. 해외로도 나가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실전경험을 많이 쌓아 훌륭한 화공엔지니어가 되고 싶습니다.  (김) 저는 대학 졸업 후 신재생에너지 공공정책 관련 석사과정을 밟을 계획이에요. 그리고 국내 및 전 지구적 경제 발전 전략 및 공공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민과 관의 협력을 이끌어 내고 ODA공여국과 수혜국 모두에 환경/경제적 이익이 고르게 분배되도록 돕는 시민생태활동가가 되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Green ODA 등 녹색성장이라는 어젠다를 주도하고 있는데요, 녹색성장을 위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말해주세요.    (오) 우리나라가 녹색성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의 녹색성장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송도의 GCF 사무국 유치, GGGI의 국제기구화, 녹색기술센터(GTC)의 설립은 대한민국이 녹색성장 선진국으로 가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으로 믿어요. 아이디어와 관련해서 저는 녹색성장에 있어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라는 인프라가 우선적으로 빨리 구축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 저는 정부에서 녹색성장에 대한 재정적 지원 외에 해외 성공사례를 국내에 적용시키고, 대국민 캠페인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 필요가 있다는 생각해요. 정부나 각 기관의 녹색성장 관련 아이디어와 정책들은 무수히 많은데 이를 현실화시키는 작업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정책이라도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하게 실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김) 저는 어떠한 기술이나 방법이 ‘녹색’인지, 성장과 녹색 중 어느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에 대한 국외 및 국내 행위자 간 토론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빈곤층의 환경/경제적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녹색성장의 목표를 달성한 모범사례인 인도네시아의 NGO, IBEKA의 발전 전략 모델을 정부에서도 면밀히 분석했으면 좋겠어요.  ◆글로벌녹색성장서포터즈=국내 대학(원)생들에게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성장정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청년 인력의 녹색성장분야 전문가 육성 및 국제 진출 지원을 위해 지난여름 발족했다.1기생은 44개 대학(원)에서 총 100명이 선발됐으며,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녹색성장·기후변화 등 국제 환경 관련 강의 및 세미나 등이 있다. 이외에 녹색성장, 국제 환경 관련 정책 제안·논문 발표대회 및 그린 캠프가 개최된다. 과정 이수자에게는 외교통상부 장관 명의 수료증이 발급되며, 우수학생(수상자)에게는 환경관련 국제기구(GGGI 등) 인턴십 특전 및 환경 관련 국제회의 참가 기회 등이 제공된다. 문의 (02)2100-7746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음란물 단속 동참하려면…

    음란물 단속 동참하려면…

    인터넷상 음란물을 근절하려는 ‘사이버 클린운동’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 가능하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전문요원들의 활동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단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음란물을 발견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불법 청소년 유해정보 신고센터’(전화 1377이나 http://www.singo.or.kr)나 경찰(112)에 신고하면 된다. 자동 신고프로그램인 ‘인터넷 파랑새’를 컴퓨터에 다운받아 사용하면 더 편리하다. 이 프로그램은 불법 청소년 유해정보 신고센터 등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인터넷 검색 중 낯뜨거운 유해물을 발견하면 새 창을 열고 사이트 주소와 제목, 내용, 화면 캡처 사진 등 간단한 증거 자료를 붙여 신속하게 신고할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음란물 신고가 접수되면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에 따라 심의한 뒤 해당 게시물의 삭제 등을 요청한다. 경찰이 운영 중인 민간 사이버 보안관 ‘누리캅스’ 활동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만 18세 이상의 성인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가입신청서를 보내면 심사를 거쳐 선발돼 1년간 활동하게 된다. 각 지방경찰청별로 상시 모집한다. 모집 일정은 홈페이지(http://www.nuricops.org)를 참조하면 된다. 이 밖에 사단법인 학부모정보감시단 등 인터넷 역기능을 감시하는 민간단체도 많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열린세상] 사이버 공간 국제규범 대한민국이 주도하자/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사이버 공간 국제규범 대한민국이 주도하자/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사이버 공간에 유포된 ‘무슬림의 순진함’이라는 영화 예고편이 급기야 아랍권의 대규모 반미 시위를 촉발시키고 말았다. 지난주부터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반미 시위는 이제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넘어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국가까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시위의 수준을 넘어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를 비롯한 미국인 4명이 희생되는 유혈 폭력사태로 치닫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이버 공간의 역기능으로 타인의 명예훼손이나 재산적 손실 또는 지적재산권의 침해 정도를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처럼 사이버 공간에서의 문제로 인명이 희생되고 유혈폭력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게 됐다.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어느 한 나라의 영토 내에서 그 나라의 국민정서나 정책 판단의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로 인해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영화 예고편을 차단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규제 장치가 없다. 반면 이슬람 국가는 종교를 비판 또는 비하하는 것에 대해 매우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 규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국가의 임무이며 사명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과 이슬람 국가 간의 국민정서나 정책방향이 이처럼 서로 다른 것이 현실 세계인 오프라인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 자국의 관할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자국의 법제도를 집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은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벗어나지 않은 패러디 수준의 동영상이지만 이슬람 국가에서는 참을 수 없는 수치심과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사태를 수습하고 예방할 수 있는 것인지 그저 난감할 뿐이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질서를 규율할 수 있는 국제규범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60여개 국가의 각료, 국제기구 및 기관, 정보기술(IT) 기업 간부, 학자, NGO 등이 참여한 가운데 급증하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책과 인터넷이 제공하는 이익의 보호 대책을 논의하는 사이버 공간국제회의가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 대한 자유와 통제에 대해 각국의 시각 차이가 워낙 커국제규범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국제규범이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정치, 문화, 사회적 현상을 만족시킬 수 없으며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가 간 기술 격차도 커 국제규범의 형성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포기할 수 없는 까닭은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국제규범의 형성 문제가 선택이 아닌 당위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제규범 형성을 우리 대한민국이 주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IT 강국이며 사이버 공간에서만큼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격과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 국제규범을 주도적으로 형성하는 역할을 우리가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다음 달 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제2차 사이버 공간 국제회의가 열린다. 그리고 내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제3차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우리가 사이버 공간 국제규범의 형성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충분히 조성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우리나라부터 글로벌 기준에 맞는 사이버 공간 규범을 정립하고 전문 인력의 역량 강화와 관련 연구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사이버 공간 국제규범의 형성에 주도적 역할을 할 때마다 그만큼 우리의 사이버 영토가 넓어질 수 있다. 그 옛날 광개토대왕처럼 광활한 영토를 물리적으로 개척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가 사이버 공간 국제규범의 형성을 주도해 우리의 사이버 영토를 넓혀 가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금부터 정부와 관련 기관 및 종사자들은 이에 대해 더욱 철저히 준비하고 역량을 결집해서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제3차 사이버 공간 국제회의에서 대한민국이 사이버 공간 국제규범의 정립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러, 美인권기구 ‘국제개발처’ 추방

    미국이 러시아 정부의 요구로 미 국제개발처(USAID)를 러시아에서 철수시키기로 했다고 AP통신 등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인권 증진 등을 위해 러시아에서 20년간 활동해 온 국제개발처가 철수됨으로써 미·러 간 갈등도 예상된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주 러시아로부터 국제개발처가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서한을 받았다며 “국제개발처가 그동안 러시아에서 해온 일들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뉼런드 대변인은 러시아의 국제개발처 활동 중단 요구를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않은 채 “러시아가 전적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국제개발처가 해 온 활동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개발처의 러시아 활동 중단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내 민주주의·인권 증진 활동을 지원해 온 국제개발처 활동에 불만을 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총선에서 러시아 당국의 부정 행위를 밝혀낸 선거감시기구 ‘골로스’가 국제개발처의 지원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외무부는 19일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미 국제개발처가 10월 1일부터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통보했다.”며 “이 같은 결정은 기관 대표들의 활동 성격이 양국 간 인도적 협력 지원이란 당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논평은 특히 국제개발처가 지원금 분배를 통해 각급 선거 등 정치과정과 시민사회에 영향을 행사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국제개발처 활동 중단 결정에 대해 현지 인권운동가들은 즉각 우려를 나타냈다. 모스크바 인권단체 ‘메모리알’의 올렉 오를로프는 “국제개발처가 러시아 정치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황당무계한 것”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준법 여부를 감시해온 활동을 정치에 대한 영향이라고 말하는 것은 억지라고 비판했다. 인권운동단체 ‘인권을 위하여’ 레프 포노마료프 대표는 국제개발처에 이어 다른 외국 비정부기구(NGO)들도 러시아에서 쫓겨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길거리 노숙인을 대하는 영국인의 마음

    길거리 노숙인을 대하는 영국인의 마음

    요즘 한국에서는 자살률이 다시 한번 대두되고 있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국가중 단연 최고다. 사람들은 왜 자살할까. 사람들을 자살로 모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일부 사람들은 열심히 살았지만 희망이 없다고 한다. 이것은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금융위기를 맞이한 서방국가, 유럽에서도 예외는 아닌 듯싶다. 금융위기는 단순히 개인의 한계를 넘어선 시스템의 문제임을 알고 있지만 유럽 대도시는 사회복지제도가 비교적 잘돼있음에도 불구하고 빈민자와 거리 노숙자가 증가하고 있다. 자국민이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지만 유럽내 저소득국가에서 소득이 높은 국가로 이동해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경우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50%는 된다고 알려져 있다. 유럽각국은 늘어나는 사회복지기금에 부담을 주는 노숙인 정착에 그나마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영국의 노숙인에 대한 시선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선진국의 노숙인은 이유가 어찌됐든 약물이나 알코올에 의한 자발적 노숙이 많다. 물론 각도시마다 수백개의 쉘터가 있지만 노숙인들은 대체로 스스로 찾아가지 않는다. 우리가 방문한 St.Mongos 노숙인 호스텔은 그야말로 호텔에 가까운 시설이었다. 노숙인이 편하게 쉬며 잘 수 있는 개인숙소가 있고 노숙인 회복을 위한 전문상담가와 자원봉사자 및 전문프로그램이 있다. 이러한 숙소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노숙인 사업을 하는 비영리단체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각단체들은 시민과 국민을 상대로 홍보하며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그들의 주머니를 털어 자선과 기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길거리 노숙인을 어떤 눈으로 보는가. 단지 이 사회의 거추장거리, 경쟁에 탈락한 사람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영국의 노숙인 지원단체인 Crisis 이사 던칸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사람은 모두 같지 않으며 부자가 있으면 가난한 사람이 있고, 같은 조건에서 성과를 잘내는 사람이 있으면 성과를 못내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인생을 누릴 자격을 갖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전재산을 털어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돕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누가 우리의 이웃인가. 정치, 종교기관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이웃인가. 아니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감내하는 사마리탄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대한민국은 왜 선진국으로 가려 하는가. 선진국은 돈을 좀 가지고 있는 나라가 아니라 소외된 계층을 나의 동료로 보는 사회가 선진국이라 칭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나라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품격이 나라의 품격을 만들고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개개인 모든 삶의 역량이 합해진 것이 국가의 경쟁력이 아닐까 다시 생각해 본다. 하송우 제이테크컨설팅 대표
  • 초중고 ‘인성교육 실천주간’ 운영 學暴 근절

    앞으로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매 학기 초 ‘인성교육 실천주간’이 운영된다. 인성교육 실천 우수 학교는 ‘어울림학교’로 선정해 다른 학교들의 롤모델이 되도록 한다.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핵심대책으로 꼽아온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본격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정부는 4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제3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고 213개 민간단체 연합체인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과 공동으로 중장기 인성교육 강화를 위한 인성교육 비전과 4대 추진전략·12대 세부실천과제를 확정했다. 우선 정부는 우수 인성교육 모델로 어울림학교 50개교를 선정해 학교당 2000만원씩을 지원하고 매 학기 ‘인성교육 실천주간’을 운영해 인성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기로 했다. 또 국가 수준에서 사회성·감성 학습 프로그램을 인증·보급하는 미국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민간주도의 인성교육 프로그램 인증 시스템 및 ‘인성교육 포털사이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의 고충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에 ‘상시 컨설팅 지원단’을 운영, 단위학교가 적기에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편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인실련)은 이날 ‘비전 선포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인실련은 청소년 인성교육을 범사회적으로 확산시킨다는 목표로 지난달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천주교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등 종교계, 한국교총 등 교육계, 굿네이버스 등 비정부기구(NGO)가 참여해 발족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이젠 ‘환경올림픽’이다… 180개國 1만여명 제주로

    이젠 ‘환경올림픽’이다… 180개國 1만여명 제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 개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WCC는 다음 달 6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다. 자연보전 분야 최대 민관단체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주관하는 국제회의로 4년마다 개최되기 때문에 ‘환경올림픽’으로도 불린다. 생물다양성 보전, 녹색경제, 기후변화 대응, 식량안보 증진을 위한 생태계 관리, 자연혜택의 공정한 분배 등 지구촌이 직면한 여러 가지 환경위기 상황을 알리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제주도는 코앞으로 다가온 ‘세계자연보전총회’ 개막에 앞서 이미 한달 전부터 지역축제를 벌이고 있다. 회의를 주관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환경단체로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세계 자연보전을 위해 국가·정부기관·비정부기구(NGO)의 연합체 형태로 1948년에 창설됐다. 84개 회원국과 111개 정부기관, 870개의 NGO, 1만 1000여명의 전문가들이 6개 위원회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를 준비하는 조직위원회는 서울 종로2가 종로타워에 사무실이 있다. 조직위원회는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총회의 실무적인 준비와 종합적인 행사계획, 홍보 등 전반적인 업무를 맡고 있다.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 6개 부처 파견 공무원과 임시 직원 등 40명이 총회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종로 사무실에는 최소 인원만 남고, 지난주부터 모두 제주도에 내려간 상태다. 세계자연보전총회는 ▲1996년(제1회) 캐나다 몬트리올 ▲2000년(제2회) 요르단 암만 ▲2004년(제3회) 태국 방콕 ▲2008년(제4회)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4번 회의가 개최됐다. 올해 제주 총회는 다섯 번째인 셈이다. 이번 총회에는 세계 180여개국 환경전문가와 NGO, 국가기관 등에서 1만여명이 참석,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번 제주 총회의 주제는 ‘자연의 회복력’이다. 아울러 현재 지구촌이 직면한 최대 위기를 5가지 핵심 주제로 나눠 이에 대한 기술·정보·지식과 정책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 해결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이홍구 조직위원장은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하게 될 제주 총회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런던 올림픽에 온 국민들이 밤잠을 설치며 응원을 보내 준 것처럼 이번 국제회의에도 열정과 관심을 보여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세계 자연보전 정책방향을 논의하는 장인 만큼 환경외교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국가 브랜드 가치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며 “대내적으로도 환경보전에 대한 가치 등에 대한 국민적 동참과 공감을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열흘간 열리는 총회 기간 동안 관계자를 비롯해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제주도를 찾을 전망이다. 따라서 경제적인 효과는 물론 제주도를 포함한 국내 생태계의 비경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여행 업계는 국내의 아름다운 자연이 소개되면 관광산업에 활력이 생길 것이라며 기대감에 차 있다. 조직위는 우리나라의 자연보전 노력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먼저 생태보전의 보고인 비무장지대(DMZ)의 평화로운 이용 방안과 글로벌 동반성장 주제로 녹색성장, 한국 서남해안 갯벌의 보전, 황사피해를 줄이기 위한 국제사회 협력 등을 총회에서 당부할 예정이다. IUCN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빈곤퇴치를 위해 노력해 왔는데, 한국의 녹색성장 전략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정책적 경험과 제도적 발전, 기술개발 등 성공적 사례들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또한 21세기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 인류복지, 녹색성장, 21세기형 자연보전의 정책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제주선언문’도 채택한다. 선언문은 국제적인 환경협약·협상 등에서 중요한 지침서 역할을 하게 된다. 환경부는 총괄기관으로서 총회 전반에 관한 관리·감독, 세계자연보전연맹과의 국제협력 강화, 범정부적인 지원, 총회 이후의 이행수단 확보 등의 역할을 맡는다. 총회 개최지인 제주도는 교통·숙박 인프라 구축 등 대회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마련하고, 이미 보름 전부터 홍보와 부대행사로 볼거리를 제공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3부) 한국형 공익재단의 도전 (10) 좌담 (끝)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3부) 한국형 공익재단의 도전 (10) 좌담 (끝)

    ‘재단 천국’인 미국의 공익재단들이 복지·교육·보건분야 등의 각종 사회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부자들이 기부한 엄청난 자산 때문만은 아니다. 슈퍼리치들은 돈뿐 아니라 자신의 상상력과 리더십,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 등을 온전히 재단에 쏟아냈다. 양적으로 전성기를 맞은 우리 재단들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서울신문 창간 특별기획 ‘공익재단,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가 13일 10회로 막을 내린다. 시리즈를 통해 국내 재단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국내외 재단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운영 실태를 살펴봤다. 또 재단 관계자와 전문가들에게 우리 재단이 가야 할 길을 물었고 창의적 활동을 가로막는 장벽 등을 확인했다. 걸림돌을 뿌리 뽑으려면 민간 재단과 정부, 학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마지막회에서는 김응권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 박태규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원윤희 서울시립대 정경대학장(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장), 유승권 SPC 행복한재단 사무국장 등의 좌담을 통해 국내 재단이 우리 사회의 진짜 희망으로 거듭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남은 과제들을 알아봤다. 대담은 지난 10일 김균미 문화에디터가 진행했다. →지금 우리사회에 공익재단이 필요한 이유는. 김응권 차관 사회가 발전하면서 국민이 바라는 서비스 분야는 많아졌는데 정부 기능은 과거보다 축소됐다. 결국 정부가 다 할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해 줄 주체로 공익재단 등 사회단체가 주목받는다. 박태규 교수 자수성가한 부자 중 자녀에게 무작정 상속하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이 여럿 있다. 또 성공한 사업가들은 매우 진보적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적인 사회 변화를 만들어 내고 싶기 때문에) 공익재단을 세우는 것 같다. 성취감 등 개인적 동기와 사회적 동기, 세제 혜택 등이 결합하면서 공익재단이 활성화하고 있는 듯하다. →국내 재단의 목적사업이 장학·학술 분야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지적이 있다. 김 차관 우리처럼 교육을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배움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살아온 이들은 돈을 벌었을 때 장학재단을 세워 자선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또 경제가 발전하기 전에는 정부가 (국민이 원하는) 교육 수요를 다 채워 주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교육 격차 해소·공교육 방향 선도했으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재단이 대부분인데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 대한 지원 등 이제 다원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공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 선도하고, 필요하면 교육기관을 압박하는 곳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교육격차를 보완하는 운동을 주도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교과부도 공익재단들이 교육기부 사업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도 교육청이 맡던 대형 장학재단 5곳을 교과부 소관으로 최근 바꿨다. 또 기업, 공공기관, 금융기관, 대학 등 총 73개 기관과 교육 기부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재단들이 고유 목적사업에만 얽매이지 않고 과학교사 연수 등 영구적 교육기부사업 등을 벌일 수 있게 유도할 예정이다. 원윤희 학장 공익법인 설립 운영법을 보면 공익의 범위를 교육 및 자선사업으로 한정해 뒀다. 법률에서 범위를 제한하고 있어서 국내 재단들의 목적사업이 교육 등에만 집중된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외국 재단들은 문화예술, 학술진흥, 복지 등 사회변화의 동력을 제공하는 선도적 역할을 많이 했다. 찬반이 확연히 나뉘는 주제까지 공익의 범위에 포함시키기는 어렵더라도 주제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유승권 국장 공익법인 설립을 위해 관청의 주무관을 만나면 기존에 설립된 재단의 서류를 보여 주며 ‘같은 사업을 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사업을 하면 관리·감독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목적사업의 다양성이 줄어든다. 재단 설립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국내 재단의 경우 설립 초기에 전문적 사업을 벌일 능력과 노하우를 갖춘 직원들이 참여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재단들이 (직원 급여 등에 드는) 운영비는 최소화하고 사업비를 늘려 직접 지원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사회적 이슈 해결에 도전하고 싶어도 재단의 전문성이 떨어진다. →제 역할을 못하는 군소재단이 많다. 원 학장 과거 예금금리가 연 10%를 넘었을 때는 총자산 10억원만 있어도 큰 돈이었다. 그러나 이자율이 떨어져 적은 예산 탓에 거의 활동을 못 하는 재단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사회적 역할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상법에서 휴면회사를 통폐합할 수 있도록 하듯 재단 통폐합의 길을 열어 줄 수도 있고, 사용이 제한된 기본재산을 특정 목적사업에 쓸 수 있도록 해 주는 방법도 있다. 군소재단이 활동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은 정보나 관리능력이 없기 때문인데 이 부분을 지원해 줄 지원재단이 필요하다. 박 교수 등기소에 등록된 재단이 5000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어떤 법에 근거해 설립됐는지조차 알 수 없는 재단이 상당히 많다. 그중 많은 재단이 활동을 안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재단들이 협의회를 만들어 정보나 어려움 등을 공유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재단 협의체가 별로 없다. 협의체를 만들어 정부에 재단이 당면한 문제도 알리고 아이디어도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 ●재단 설립 원스톱서비스 지원 있어야 유 국장 재단들이 모여 서로 생각을 나누도록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정부 부처다. 특정 재단이 “우리 사무실에 모여 토론해 보자.”고 하면 잘 오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가 간담회를 제안한다면 재단들이 모일 것이고 건설적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재단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법·제도적 문제는. 유 국장 공익법인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정부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좋겠다. (재단 설립 업무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다 보니) 관청 실무자의 업무 경력 등에 따라 설립에 걸리는 시간이 크게 달라진다. 행정적 낭비다. 자산가 중에는 선한 마음으로 재단을 만들려다 중도에 지쳐 포기하는 사람도 여럿 있다. 민간 쪽에서는 미국의 재단센터처럼 재단 설립을 원하는 이들을 교육하고 정보를 제공하며, 기존 비정부기구(NGO)들과 연결시켜 주는 등의 역할을 하는 지원재단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 또 재단의 사업영역을 제한하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은 장학사업, 의료사업, 교육개선사업 등을 벌인다. 그런데 국내 재단은 장학을 목적으로 세워졌다면 의료사업이나 복지사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다른 공익사업을 못 하도록 막을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장학사업, 의료사업 등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 김 차관 공익재단은 세금 혜택을 받는 만큼 전문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세제 혜택 얻으려고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을 피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재단 수가 증가하는 데 비해 관련 인력, 인프라, 제도는 이를 절대적으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공익재단 업무를 포괄적으로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어디인지 불명확하다. 박 교수 사업 영역을 넘나들 수 없게 벽이 쳐진 것은 사업별 주관부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사업을 넘나들려면 총리실에 재단 등록을 하도록 했다. 공익재단뿐 아니라 다양한 NGO가 늘고 있는데 총괄 관리하는 기구 설립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공익재단 설립을 희망하는 자산가들에게 조언한다면. 원 학장 설립자는 재산을 왜, 어떤 목적으로 내놓을 것인지 확실한 신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설립·운영 과정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이 같은 부분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박 교수 출연자는 돈뿐 아니라 리더십과 상당한 시간, 자신의 경험을 재단에 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단이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출연자가 재단의 이사장이나 최소한 명예 이사장을 맡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김 차관 재단이 늘어나고 더 큰 역할을 하려면 투명성을 확보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 특히 재단 이사회 구성을 지인 위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뢰를 얻으려면 이 같은 관행부터 깨야 한다. 정리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캘리포니아 화합’ 이끄는 美 지역재단

    ‘지역재단이 캘리포니아의 화합을 이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50개 주 가운데 가장 많은 인구(3760여만명)가 사는 이곳은 다민족국가인 미국 내에서도 대표적인 ‘무지개 사회’이다. ‘주류’인 백인 비율이 40%에 불과한 반면 중남미계 인구는 38%나 된다. 또 미국의 전체 아시아계 인구 가운데 3분의1 정도가 캘리포니아에 모여 산다. 하지만 이 같은 민족·인종 다양성은 캘리포니아의 화합을 방해하는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지역 공익재단들이 나서고 있다. 슈퍼리치들이 세운 이 재단들은 단순히 먹고살기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하는 ‘대증요법’ 대신 잘못된 시스템을 고쳐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고집한다. 어바인재단은 캘리포니아의 소수자와 저소득층 문제의 해결을 돕는 대표 공익재단이다. 이 지역 개척자이자 땅부자였던 제임스 어바인이 1937년 사재로 설립했는데 미국의 7만 6000여개 재단 중 45번째(자산 15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어바인재단의 사업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 프로그램이다. 대니얼 실버맨 재단 공보국장은 “캘리포니아에서 민주주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주목한 주제”라면서 “민주적 정치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교육, 건강보험개혁 등 어떤 이슈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낮은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2006년부터 3년간 ‘캘리포니아 투표율 증진 계획’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캘리포니아도 우리나라처럼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의 공직선거 투표율이 낮다. 적극 투표층의 77%는 집이 있는 중산층 이상 계층이었고, 10명 중 7명은 백인이었다. 재단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비정부기구(NGO) 9곳에 지원금을 줘 전화와 방문 홍보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투표를 권장했다. 또 영어를 잘 읽지 못하는 유권자를 위해 여러 언어로 쓰인 선거 안내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타깃으로 삼은 저소득 지역의 선거율이 7~9%가량 상승했다. 아이즈너재단 역시 캘리포니아 시민의 화합을 위해 애쓰는 단체다. 설립자인 마이클 아이즈너 전 디즈니사 회장은 1996년 ‘어린이와 노인 등 세대 간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는 목적으로 재단을 세웠다. 캐티 최 재단 사업국장은 “설립자가 어린이를 주고객으로 하는 회사를 이끌었던 터라 소외아동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나중에는 노인 문제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저소득 지역 내 학교의 방과후수업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세대 간 화합을 위해 혁신적으로 노력한 개인과 단체에 상금 10만달러(약 1억 1000만원)의 ‘아이즈너 상’을 수여하는 등 매년 700만 달러(약 79억원)를 사용하고 있다. LA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3부) 한국형 공익재단의 도전 (8) 인클로버재단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3부) 한국형 공익재단의 도전 (8) 인클로버재단

    해방 정국의 혼란이 채 가시지 않은 1947년 늦봄, 그는 촌마을인 경상남도 합천에서 태어났다. 살림살이가 가난했던 탓에 밥도 참 많이 굶었단다. 그래도 고비 때마다 은인이 나타나 학비를 대줬고 덕분에 공부를 이어갔다. 부단한 노력 끝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했고 핵심계열사 사장까지 지냈다. 그리고 은퇴한 뒤 인생2막을 올렸다.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한용외(65) 인클로버재단 이사장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의인의 도움으로 어렵게 학업한 자산가들은 보통 자선 주제로 ‘장학사업’을 택한다. “나처럼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이 없어야 한다.” 등의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재단 10곳 중 7곳 가까이가 장학·학술사업을 벌인다. 하지만 한 이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무턱대고 장학금 주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대신 우리 사회의 진짜 난제에 대해 생각했다. 고민 끝에 다문화가정 자녀 지원을 인생 이모작의 테마로 삼고 사재 10억원을 출연, 2009년에 공익재단을 세웠다. 전 삼성문화재단 사장,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 이사장 등의 명함을 가진 ‘재단 전문가’인 그가 생각하는 재단의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거침없이 답했다. →별로 인연이 없어 보이는 다문화가정 아동·청소년 문제를 재단의 주제로 정하셨는데요. -5~10년 뒤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해질 문제가 뭔가 생각해 봤더니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떠올랐어요. 노인 문제도 심각하겠지만 서서히 부각되고 있잖아요. 근데 다문화 자녀 문제는 2020년쯤 되면 정신없이 터질 겁니다. →다문화가정에서 특히 아이들이 왜 문제인가요. -올해 통계를 보면 다문화가정 조이혼율(한해 이혼건수를 해당 연도 총인구로 나눈 뒤 1000을 곱한 수치)이 30%를 넘었거든요. 이주결혼 여성 중에 1~3년 걸려 우리 국적을 딴 뒤 이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애는 방치되기 십상이죠. 학교도 안 가고…. 인천지역에서 2009년에 조사했는데 취학연령의 다문화 아동·청소년 중 63%가 학교를 안 다녔어요. 우리 사회의 중요 인적자원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고학한 자산가는 장학재단을 세우는 사례가 잦습니다. -옛세대 중 공부에 한 맺힌 분이 많은 데다 ‘인재 제일’ 철학이 퍼진 이유가 크겠죠. 또 자선은 하고 싶은데 어떤 주제로 해야 할지 모르니까 비교적 쉬운 장학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분명한 목적 없이 그냥 장학금을 주는 시대는 지났다고 봐요. 대신,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는 더 많이 필요해요. 전국에 20개는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고작 3개뿐입니다. 불법체류자의 자녀들도 받아야 해서 정부가 운영하기는 어려워요. →민간 공익재단의 목적 사업 주제를 정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정부가 놓치고 있는 주제를 잡아야 해요. 1990년에 삼성 재단에 있을 때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보육사업을 시작했었어요. 여성인력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어린이집 짓고, 교사 교육시키고, 교재 제작하는 등 삼성 스타일로 표준을 만들었는데 2005년쯤 되니까 정부가 보육에 주목하더라고요. 인클로버재단은 종잣돈 10억원의 이자수익으로 운영된다. 예산이 적어 다문화가정 도서전달, 학술 지원 등 소규모 사업에 주력한다. 한 이사장은 산업계와 체육·예술계 등에서 발이 넓은 터라 인맥을 동원하면 큰 자선 사업도 벌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막 은퇴했는데 또 경영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며 웃는다. 대신 자신의 재능을 살려 직접 참여하는 사업을 벌인다. 다문화 가족사진 촬영행사나 청소년 사진교육 같은 프로그램이다. 그는 유명 사진가인 조세현씨에게 사진을 배워 수차례 전시회를 연 수준급의 사진사다. →사진을 촬영하면서 다문화 청소년들과 만나는 게 즐거우신 듯합니다. -네. 사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의사표현이 활달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근데 사진 찍고 어울리면서 조금씩 변하더라고. 또 애들이 즐겁게 사진수업에 참여해 빠져들면 탈선 가능성이 줄어들고요. 우리 가족들도 다문화가정 사진찍는 데 함께 가요. 아내는 여성들 화장을 해 주고, 우리 애들은 사진 보정 같은 걸 돕고요. →주변에서 재단 활동을 돕겠다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있죠. 지금껏 모금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 이제 재단 규모를 좀 키워 보려고요. 대신 기부자를 사업에 참여시키고 역할을 정해 줄 참입니다. 참여해야 자기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보고 보람도 느낄 수 있어요. 대기업의 경영인에서 작은 비영리단체(NGO) 리더로 변신한 한 이사장에게 “기업경영과 NGO 운영 중 어느 것이 어려우냐.”고 물었다.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다. “각자 달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에게는 사람 다루는 게 중요해요. 또 추진력이 강하죠. 하지만 스태프 구성 등 여건이 안 갖춰지면 능력 발휘를 못합니다. 반면, NGO 운영자는 사회성이 필요하고 직접 행동하는 데 강해야 해요. 대기업 CEO였더라도 권위의식을 버려야 재단을 잘 이끌 수 있겠죠.”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공익재단-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2부) 선진 공익재단 현장을 가다 ③ 자선 패러다임 바꾼 게이츠재단

    [공익재단-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2부) 선진 공익재단 현장을 가다 ③ 자선 패러다임 바꾼 게이츠재단

    “아버지, 이것 좀 보세요. 우리가 이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997년 1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아버지에게 들뜬 투로 이메일 한 통을 보냈다. 인도 등 제3세계 아동이 설사병 같은 비교적 가벼운 질병 탓에 매년 수백만명씩 죽어간다는 뉴욕타임스 기사를 첨부했다. 시애틀 지역 자선가였던 부모의 기부 권유에도 “사업 성공이 지역에 가장 확실히 공헌하는 길”이라며 눈감았던 억만장자는 외면할 수 없는 비극과 마주치자 결심을 굳힌다. 게이츠 부부 등이 사재를 출연해 만든 세계 최대 자선재단인 빌&멀린다 게이츠재단은 이렇게 탄생했다. 게이츠는 회사 설립을 위해 22살 때 하버드대를 뛰쳐나왔던 것처럼 2008년 재단 운영에 전념하고자 MS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쉰두 살 때 일이다. 그리고 이제 “재미로 치면 자선이 지금껏 해본 일 중 최고입니다. 결혼만 빼면요.”라고 말하는 진짜 자선가가 됐다. ●총자산 335억弗… 세계 최대 민간재단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5번가. 지역 명물인 스페이스니들과 게이츠재단이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재단은 화살표 모양의 건물 세 동이 기묘하게 엉켜 있다. 멜리사 밀번 재단 공보국장은 “재단의 지원을 받아 빈곤층 등을 돕는 세계 곳곳의 활동가를 향해 양팔을 뻗은 형상”이라고 설명했다. 한눈에 둘러본 게이츠재단은 정보통신(IT) 벤처기업의 자유로운 사내 풍경과 퍽 닮았다. 특히 ‘거실’로 불리는 1층 로비에서 “어떻게 결핵을 없앨 것인가.” 등을 주제로 토론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재단을 이끄는 게이츠는 IT에서 비정부기구(NGO)로 전업했지만 특유의 ‘혁신 본능’을 감추지 못했다. 전례 없는 파격적 재정 규모와 전략으로 자선계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게이츠재단은 우선 엄청난 자산과 지출 덕에 기존 공익재단과는 차원이 다른 사업을 벌인다. 재단의 총자산은 335억 달러(약 38조 2134억원)로 독보적이다. 미국 2위의 공익재단인 포드재단(103억 달러)보다 3배 이상 많다. 연간 26억 달러(약 2조 9658억원)의 지원금을 재단의 3대 사업인 국제 보건과 국제 개발, 미국 내 불평등 해소 등에 투입한다. 베냉(연간 정부 예산 19억 9000달러) 등 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1년 예산보다도 많다. 공격적 사업가인 게이츠에게 재단이 언제까지 유지되느냐는 관심사가 아니다. 그보다 세계적 난제를 당장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재단에서 만난 마사 최 최고행정책임자(CAO)는 “빌과 멀린다는 ‘우리 부부 사후 50년 내 전 자산을 쓴 뒤 재단을 해산한다’는 원칙까지 세웠다.”면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보고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정해진 기간 내 풀어내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라리아 퇴치 사업 과정을 보면 게이츠의 공격성이 드러난다. 게이츠는 매년 100만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이 질병을 뿌리 뽑고야 말겠다고 공언했다. 제약업계가 경제성을 이유로 백신 개발을 외면하자 말라리아 백신 개발 사업을 하는 NGO인 PATH에 4억 5600만 달러(약 5200억원)를 지원했다. 글로벌 제약업체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함께 말라리아 감염 방지를 위한 살균제도 개발 중이다. 게이츠는 선진국이 말라리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지식콘서트인 테드(TED) 강연 도중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떼를 풀어놓기도 했다. ●‘기술만이 해결책은 아냐’ 비판도 게이츠재단의 공격적인 ‘경영’은 최대 기부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철학 때문이기도 하다. 버핏은 2006년 게이츠재단에 총 310억 달러(약 35조원) 기부를 약속하며 “안전한 프로젝트는 하지 마라. 진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책임져라.”라고 주문했다. 버핏이 게이츠재단에 기부한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재단을 설립, 운영해도 게이츠 부부보다 잘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2위 부자가 1위 부자의 재단에 사재를 기부하는 모습은 미국 자선 역사에 새 이정표가 됐다. 덕분에 버핏은 ‘오마하의 현인’에서 ‘오마하의 성인’으로 별명이 ‘격상’됐다. 업계의 ‘공룡’이 된 게이츠재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제3세계의 의료 문제는 정치·경제·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데 기술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또 워낙 엄청난 돈을 퍼붓다 보니 다른 재단들의 활동 의지를 꺾는다는 비판도 있다. 게이츠재단 관계자는 “이 같은 비판을 잘 알고 있다. 우리와 다른 의견이 옳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경청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시애틀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새터민 2만시대의 자화상] 관련 단체 수백여개…일부 급진적 행동방식 우려도

    [새터민 2만시대의 자화상] 관련 단체 수백여개…일부 급진적 행동방식 우려도

    현재 통일부에 비영리민간단체로 정식 등록된 탈북자 관련 단체는 50여개. 종교단체와 연계해 국내 거주 탈북자들의 정착을 지원하거나 소규모로 북한 민주화 운동을 하는 단체들까지 포함하면 수백개에 이른다. 1980년 처음 등장한 ‘숭의동지회’와 ‘통일연구회’ 이후 1990년대 말부터는 ‘자유북한인협회’ 등 자발적인 탈북자 단체까지 속속 등장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숫자가 크게 늘었다. 국내 탈북자 단체의 성격은 크게 북한 민주화 운동을 펼치는 단체와 탈북자 정착 지원단체로 나뉜다. 지난 2003년 출범한 ‘북한민주화운동본부’를 시작으로 한 북한 민주화 운동 단체들은 정치범 수용소 해체와 3대 세습 종식,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구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로 잘 알려진 ‘자유북한운동연합’은 현 정권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대형 풍선을 이용해 북한으로 전단을 날려보내는 작업을 강행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북한인권 NGO단체로서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 해방을 가장 중요한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면서 “한국은 북한 정권에는 관심이 많지만 정작 기아에 허덕이는 주민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데 대북정책도 북한 주민들을 위해 짜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탈북자 정착 지원단체로는 국내 거주 탈북자의 69%를 차지하는 여성 탈북자들을 돕는 ‘탈북여성인권연대’가 있다. 재봉과 피부마사지 등의 교육을 통해 탈북여성들의 취업과 자립을 지원하고 이들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도 세웠다. 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도 실시한다. 북한사회의 실상을 체계적으로 알리기 위한 학술단체도 등장했다. 2008년 조직된 ‘NK지식인연대’는 컴퓨터 공학박사로 북한에서 교수로 근무했던 김흥광 대표를 중심으로 대졸 이상의 고학력 탈북자들이 모인 단체다. 탈북자 단체가 증가하고 활동 영역도 다양해지면서 이들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한국사회의 일원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는 구심점이라는 의견과 일부 단체의 급진적인 정책과 행동방식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강석승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들의 활동이 직접적인 탈북자 지원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샘이나·배경헌기자 sam@seoul.co.kr
  • [Weekend inside] 러, 反정부 비정부기구 정치적 활동 ‘족쇄’

    “그 여자는 미국 스파이야. 말도 섞지 말라고.”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러시아 지사에서 일하는 타냐 록시나는 지난해 한 지방지 기자로부터 고위급 관리가 자신을 이렇게 비난했다는 소리를 전해 들었다. 록시나는 “당시엔 새로울 것도 없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소련 시절부터 나쁜 뉴스만 터지면 외국세력의 음모로 모는 게 러시아 관리들의 버릇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러시아 정부가 이런 ‘과대망상’을 법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두마(하원)는 12일(현지시간) 비정부기구(NGO)들을 외국의 자금 지원을 받고 정치적으로 결탁된 ‘외국 기관’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지난달 27일 법안이 발의됐다는 걸 감안하면 ‘초고속 입법’이다. 법안은 상원 심의와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채택된다. 법안이 발효되면 NGO들은 의무적으로 ‘외국 기관’으로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30만 루블(약 1060만원)의 벌금이나 징역 4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정부로부터 엄격한 모니터링에 재정 간섭까지 받게 된다. 러시아 민주화에 힘써온 NGO들에게는 옴짝달싹 못하게 발을 묶는 ‘낙인’이자 ‘악법’인 셈이다. 그린피스처럼 정치와 관련 없는 단체들까지 크렘린의 사찰을 받을 수 있다. 이에 국내 NGO는 물론이고 국제 사회의 비난도 가열되고 있다. 투르뵤른 야글란드 유럽평의회 의장은 리아노보스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입법을 ‘독재자 스탈린 시대의 민간사찰’에 비유했다. 그는 “소련 비밀경찰(KGB)이 쓰던 수법을 연상케 한다.”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일어날 수도 없고, 입법이 돼서도 안 될 부당한 법안”이라고 규탄했다. 이번 사태는 결국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NGO의 전쟁이다. 푸틴은 그동안 국내에서 소요 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러시아 내부 불안을 조장하려는 외국 세력이 배후에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겨냥해 “야권에 혁명을 부추기는 시그널을 보냈다.”고 책망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러시아 총선에서 민간 선거감시단체 골로스가 푸틴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의 조직적인 선거 부정을 고발, 반정부 시위를 촉발시킨 것이 이번 법안 마련에 결정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골로스는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릴리야 슈바노바 골로스 대표는 “러시아어에서 ‘외국기관’의 기관(agent)이라는 단어가 뜻하는 것은 딱 하나, 바로 스파이라는 뜻”이라면서 “국민의 권리를 위해 일하는 우리를 서방정책의 도구로 모는 것은 모욕”이라며 분노했다. 보리스 넴초프 야당 지도자는 “시위 등 사회 운동의 새로운 물결을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내부의 적을 겨냥한 사냥”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법안 지지자들은 NGO 부문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지방시대] 좋은 지역시민사회 없이 좋은 지방정부 없다/장수찬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좋은 지역시민사회 없이 좋은 지방정부 없다/장수찬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좋은 지역시민사회 없이 좋은 지방정부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좋은 정부의 개념적 정의 안에 좋은 시민사회가 포함된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자치단체장의 약 25%는 뇌물공여, 알선수재 등의 비리혐의로 범죄자가 되었다. 좋은 시민사회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집권적 권위주의 사회에서 분권적 민주주의 사회로 이행하면서 생겨난 지역단위의 정치공백을 차지한 것이 지방토호세력이다. 지방토호세력은 지역향우회 연줄망, 학교 연줄망, 그리고 혈연적 연줄망을 통하여 지역정치를 좌지우지해 왔다. 자치단체장은 선거라는 권력 재생산 과정에서 이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자치단체장은 자신들의 정치권력 유지를 위해 지방토호와 정치적 공모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었다. 6·2 지방선거에서 젊고 경험이 다른 새로운 인물들이 지방정치의 리더십을 담당하면서 지방정치를 바꾸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수장은 지역 관료사회와 지역 토호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포위되기 십상이다. 모든 새로운 정책적 시도들이 이들의 장벽을 넘지 않고서는 실현되지 못한다. 따라서 시민적 힘으로 관료와 지역토호의 영향력을 제어하고 이들을 시민적 영향력 아래 두어야 지역정치의 정상화가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서 지역차원에서 다수의 비판적 시민의 존재 없이는 좋은 지방정부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동안 지방자치제는 공식적 민주주의 제도를 준비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비공식적 제도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어떤 공식적 제도도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비공식적 제도가 준비되지 않고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좋은 지방정부를 만들기 위한 비공식적 제도라는 것은 건강한 중간 결사체로 이루어진 시민 네트워크, 이 시민네트워크를 타고 흐르는 동료 시민들에 대한 신뢰, 관용, 상호호혜주의 등 우호적인 감정을 말한다. 새로운 지방정부 리더십이 그동안 간과해 온 것은 위에서 언급한 비공식적 자원을 확대하기 위해 지방차원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이다. 사회학자들에 따르면, 지역 NGO(비정부조직)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해 가야 한다는 것은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나라 NGO들의 성장 역사를 보면, 이들은 정부의 지원과 비즈니스 사회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했다. 한국의 중간 결사체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국가 중에서 22위 정도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한국 NGO는 서울에 몰려 있다. 중앙집중화된 국가권력을 반영하여 나타난 현상이다. 따라서 비판적 시민사회의 성장은 지역단위에서 더욱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좋은 정부를 만들기 위해 지방정부는 지역 시민사회의 권력화 프로그램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중간 결사체의 성장을 돕기 위한 지방정부 차원의 재정지원, 지방정부의 용역 및 프로그램 배분, 평생교육원 등을 활용한 시민교육지원 사업, 도서관 사업 등을 통한 비판적 시민성장 프로그램 등이 시급히 진행되어야 한다. ‘NGO의 신화’는 마땅히 폐기되어야 한고, 시민 권력화 프로그램을 통해서 좋은 지방정부를 만들어 가야 한다.
  • [열린세상] 독도·동해 지키기, 선제대응 절실하다/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열린세상] 독도·동해 지키기, 선제대응 절실하다/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미국 애플사가 최근 새롭게 선보인 모바일 지도 서비스에서 ‘독도’가 검색되지 않고, 세계지도 애플리케이션에서는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어 있어 우리 네티즌들이 바로잡는 운동을 시작했다. 4월 말에는 동해 표기에 대한 청원을 놓고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한·일 네티즌 간에 뜨거운 사이버 전쟁이 벌어졌다. 중국은 얼마 전 만리장성의 길이를 종전보다 3배 넘는 2만여㎞로 발표해 옛 고구려와 발해 영토까지 확장시켰다. 독도나 동해 문제가 되었든, 중국의 역사왜곡이 되었든 발 빠르고 단호히 대응하는 것은 늘 네티즌을 비롯해 시민사회다. 때로는 이들의 신속한 공개대응이 국제관계 등 많은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정부 당국을 곤혹스럽게 할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영토와 역사·정체성을 지켜내는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노력은 충분히 높게 평가할 만하다. 아쉬운 것은 정부다. 독도나 동해나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 정부도 방어적이거나 소극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적극 대응하기로 전략을 선회했지만 한 발 앞서가는 기획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독도나 동해, 동북아 역사왜곡과 관련한 이슈는 새롭게 대두되는 돌발 이슈도 있지만 연례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적지 않다. 반복되는 경우는 치밀한 기획 아래 대처하고, 인터넷 포털 등 국제확산력이 큰 마당이라면 평소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오류를 발견할 경우 신속히 바로잡고 정확한 정보를 국제사회에 내보내는 센스가 절실하다. 이러한 소임을 책임 있게 추진하라고 만든 기관이 동북아역사재단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에 동북아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올바른 역사 이해를 도모함으로써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설립된 기관이다. 이 재단의 핵심 사업을 보면 동북아 역사 정립과 독도와 관련한 조사·연구 및 정책 개발, 동해·독도의 표기와 관련한 오류 시정 활동,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지원·교류 등을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재단의 임무가 이처럼 막중함에도 독도나 동해, 역사왜곡 등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동북아재단이 어디에 서 있는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재단이 ‘보이지 않는 손’처럼 막후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현안이 대두될 때 관련학자들과 긴급 좌담회를 하거나 학술적 조사연구에 주로 머물러 있고, 일부 비정부기구(NGO)와 협력사업을 전개하는 정도라면 설립 취지에 부응했다고 할 수 없다. 재단은 중장기적인 학술조사 연구뿐만 아니라 독도·동해 문제를 포함해 동북아 역사 왜곡을 바로잡는 단기 대응에도 진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 영토를 지키고, 잘못된 표기를 바로잡고, 역사왜곡을 시정하는 노력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재단 단독으로 감당하기도 어렵다. 주어진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인력과 예산도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그렇다고 재단의 책임이 면해지거나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혼자서 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관심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부터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 학계, 언론계, 해외동포 등과의 국내·외 네트워크를 더욱 공고히 구축하면서 공동대처하는 데 더욱 많은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대외적인 효과면에서도 정부나 재단보다 민간 기관이나 단체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여건과 환경을 탓하기 시작하면 지금보다 앞서 나갈 수 없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은 많지만, 동북아역사재단은 설립 목적이나 활동이 갖는 의미와 무게가 다른 기관과 다르다. 더욱이 국제사회에서 일본이나 중국이 갖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들보다 몇 배 더 분발해야 그들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다. 일본이 쿠릴열도 4개 섬을 러시아로부터 되찾기 위해 얼마나 집요한 노력을 벌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삿포로에 있는 홋카이도 도청사 2층에 가보기 바란다. 그게 일본이다. 이제 한달 보름이면 광복절이다. 한·일관계를 생각하고 동북아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기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일본이나 중국이 어디에서 또다시 어떤 책동을 벌이고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면서 그들보다 한발 앞서가는 대응의 선두에 서주기 바란다.
  • “미래의 키신저·올브라이트 우리가 키워요”

    “미래의 키신저·올브라이트 우리가 키워요”

    “미국은 신용 사회입니다. 신용카드를 만들려면….” 19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에 있는 ‘루터교 사회봉사센터’. 머리에 히잡을 쓴 여성을 비롯해 남성과 어린이 등 올리브색 피부를 한 8명이 열심히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 이들 두 가족은 지난 13일 정치적 망명을 통해 미국 땅을 밟은 이라크 난민들이다. 정착 과정에 대한 미국인 센터 직원의 설명을 옆에 앉은 아랍어 통역을 통해 듣는 어른들의 표정은 새로운 생활에 대한 설렘과 불안이 혼재돼 있는 듯했지만,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얼굴이었다. ●민간 비영리단체 10곳이 난민 정착 사업 미 국무부는 유엔이 정한 ‘세계난민의 날’(20일)을 하루 앞둔 이날 워싱턴 인근 난민 정착 지원 기관 중 한 곳인 이 센터로 외신기자들을 안내했다. 한국 언론 중에는 서울신문을 비롯해 2개사가 취재에 참가했다. 미국 난민 정착 사업은 정부가 아닌 민간 비영리단체들이 맡는 것이 특징이다. 또 별도의 난민 시설이 있는 게 아니라 난민이 입국하자마자 미리 마련된 각자의 집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탈북자 수용시설인 ‘하나원’을 정부가 운영하는 것과는 다른 시스템이다. 미국 전역에서 루터교, 가톨릭 등 10개의 민간 비영리단체들이 난민 정착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 산하에 사회봉사센터 수백개가 일선에서 정착을 지원한다. 이들 센터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하며 자원봉사와 기부도 받고 있다. 이날 방문한 루터교 사회봉사센터 역시 루터교 교회가 사무실을 무상 제공하고 직원 19명이 수백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난민 정착을 돕는 곳이다. 1975년 베트남 난민을 시작으로 이곳에서는 지금까지 37년 동안 이라크, 미얀마(버마), 부탄,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으로부터 1만 1000여명의 난민을 받았다. 지난 한 해만 130여명의 난민이 들어왔다. 1975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 300만명의 난민이 들어왔고 이중 150만명이 시민권을 취득했다. 난민들은 정착 1년 뒤 영주권을, 5년 뒤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미국 땅 밟기 전 신원조회 3차례 이 센터의 ‘정착 매니저’ 앨랑드 원타모는 “우리 센터의 가장 큰 역할은 난민과 미국 사회의 다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들은 미국 땅을 밟기 전 철저한 사전 검증을 거친다. 먼저 해외 미국대사관이나 유엔난민기구(UNHCR), 비정부기구(NGO) 등을 통해 망명 신청이 들어오면 미국 정부 내 ‘정착 지원 센터’가 이들의 신원조회를 한다. 진정한 난민인지, 다른 불순한 의도를 가진 ‘거짓 난민’인지를 조사한다. 이어 국토안보부 직원들이 면접과 함께 지문을 받아 다시 한번 신원조회를 한 뒤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난민으로 인정된 뒤에 한번 더 신원조회를 실시한다. 미국 땅을 밟기 전에 3차례나 신원조회를 거치는 것이다. 이 관문을 모두 통과한 난민은 건강진단을 받은 뒤 미국 내 10개 난민 지원 단체와 상의해 정착 지역을 정하게 된다. 미국에 이미 정착한 가족이나 지인이 있으면 그곳으로 보내주고, 연고가 없을 경우 난민의 특징을 고려해 거주 지역을 정한다. 지역이 정해지면 지원 센터에서는 난민이 미국에 들어오기 전에 살 집과 세간살이를 미리 마련해 준다. 정착 지원 기관의 일은 난민이 미국 공항에 들어왔을 때 직원과 통역 등이 마중을 나가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날 찾은 루터교 사회봉사센터는 30개 언어 통역요원들로 구성된 ‘통역은행’을 보유하고 있다. 이후 최단 30일, 최장 90일 안에 집중적으로 초기 정착을 돕는다. 미국 문화 교육, 사회안전보장제도 가입, 의료보험 가입, 직업 교육, 영어 교육, 건강검진, 자녀 학교 입학 등이 이 기간에 이뤄진다. 센터는 이들이 5년 안에 직업을 얻어 정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직업을 갖기 전 난민들에게는 1인당 한달에 1125달러의 생활비를 지급한다. 원타모는 “난민 대부분은 처음엔 블루칼라 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 생활에 적응하면서 원하는 직업을 갖는 경우도 있고, 2세들이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국무장관을 역임한 헨리 키신저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등도 난민 출신”이라고 전했다. ●난민들은 ‘설렘→침체→안정’ 과정 거쳐 이 센터 난민·이민국 국장인 마마도 시(40)도 12년 전 고국인 모리타니아의 ‘인종청소’를 피해 미국에 난민으로 왔을 때 처음에는 청소부로 일했다. 그는 “난민들은 심리적으로 ‘설렘→침체→안정’의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난민들은 미국 땅을 밟기 전후 들떠 있다. ‘허니문 기간’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복잡한 정착 과정에 맞닥뜨리면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면서 기분이 침체된다. 그러다 문제가 하나둘 해결되면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이곳에서 북한 출신 난민은 아직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글 사진 폴스처치(버지니아주)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Rio + 20’ 회의 20~22일 브라질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20~22일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Rio+20)가 열린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이번 회의는 전 세계 190여개국 지도자들을 비롯해 유엔 등 국제기구 대표, 시민사회단체(NGO), 산업계, 학계 등 5만여명이 참여한다. 대규모 국제회의이자 최대 환경축제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이명박 대통령을 수석대표로 유영숙 환경부 장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측과 산업계, NGO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RIO+20회의는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처음으로 ‘인류 공동의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한 행사였다. 10년마다 열린다. 20년이 지난 올해 같은 장소에서 세계 정상들이 모이게 된다. ‘지속가능 발전’은 미래 세대가 사용할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조화로운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리우회의에서 지속가능 발전을 국제사회 비전으로 삼고 위원회가 창설됐다. 기후변화협약·생물다양성협약·사막화방지협약 등 3대 협약도 체결됐다. 회의에서는 개도국 지원을 위한 ‘녹색 공적개발원조(ODA)’ 방안이 강조될 예정이다. 이는 개도국 지원을 지속적으로 늘려 2020년까지 개발 원조금을 30%로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우리나라는 이 자리에서 ‘녹색성장’ 성공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개막 전날에는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 위원회와 공동으로 ‘고위급 정책포럼’을 개최하고 국내 우수 정책사례로 ‘녹색구매 제도’와 ‘그린카드’를 소개한다. 또 이를 확산시킬 글로벌 협력 방안도 논의된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정부 ‘공적개발원조’ 첫 국제평가

    한국정부가 국제적 수준의 공적개발원조(ODA) 평가를 받는다. 12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평가단이 한국을 방문, ODA 관련 부처를 대상으로 ‘피어 리뷰’(Peer Review)를 시작했다. 피어 리뷰는 ODA정책 전반에 대한 국제적 수준의 실사·평가다. 평가단은 15일까지 총리실,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10개 부처를 방문해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제도와 정책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ODA 집행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비롯해 한국수출입은행, 국회를 방문하고 ODA 관련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 개발협력 정책 및 집행 전반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평가한다. 평가단은 18일부터 22일까지 우리나라의 개발협력 대상국 중 하나인 캄보디아를 방문, 한국의 지원 현황 및 현지 사업 평가도 벌인다. 이번 평가는 2010년 1월 한국이 DAC에 가입한 뒤 처음 실시되며, 우리의 ODA 수준을 국제적으로 평가하는 첫 시험대로서 의의가 있다. DAC의 평가는 구속성은 없지만 ODA 운영 체제를 국제적인 잣대로 평가하고 확인하는 지표로서 무게를 갖는다. 평가단은 한국 및 캄보디아 방문 결과를 토대로 오는 12월 5일 프랑스 파리에서 최종 평가회의를 열고 한국에 대한 권고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채택한다. 홍윤식 총리실 국정운영1실장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한국의 개발협력 성과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우리 정책에 대한 국민 이해와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용어 클릭] ●피어 리뷰(Peer Review) 해마다 4~5개 DAC 회원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ODA 정책·집행 체제에 대한 상호 검토. 회원국의 ODA 정책·제도 개선을 위해 실시된다. 모든 회원국은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 [사설] 경찰 쇄신은 의식이 바뀌어야 가능하다

    경찰이 어제 고질적이고 만성적인 경찰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쇄신안을 발표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시민감찰위원회와 내부 비리를 전담하는 수사부서를 신설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또 최대 5배인 금품수수자에 대한 징계 부담금을 상향조정하는 한편 경찰관에 대한 교육기능을 강화했다. ‘룸살롱 황제’ 이경백 뇌물사건이나 함바비리에서 보듯 경찰의 부정부패는 뿌리가 깊다. 오죽했으면 조현오 전 경찰청장도 재임 시 경찰 비리에 대해 사과한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을까. 이런 배경 아래 나온 쇄신안은 나름대로 참신한 것도 있지만 한계도 있다. 경찰청과 지방 경찰청에 반부패 전문가와 비정부기구(NGO) 인사 5~7인으로 구성된 시민감찰위원회를 두고 역시 감사원·변호사 등 외부인사로 구성된 청렴지원담당관실에서 시민감찰위원회가 의뢰한 감찰사건을 맡도록 한 것은 외부 통제를 통해 경찰 부패를 막겠다는 의도다. 반면 본청 및 지방청의 감사관실에 내부 비리 전담수사 부서를 설치하고 내부 비리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부공익신고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부패에 대한 내부 감시기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사외이사에서 보듯 경찰의 의뢰를 받아 구성된 시민감찰위원회와 청렴지원담당관실이 과연 감찰 및 감사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내부 비리 고발문화가 척박한 우리 현실에서 단순히 인센티브 확대만으로 비리 고발이 크게 늘 것 같지도 않다. 경찰이 비리 근절책과 함께 경찰에 대한 직무교육을 강화한 것은 규제책만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번 대책이 차질 없이 수행되도록 정책의 이행도를 높이는 한편, 근본적으로는 경찰 구성원들의 청렴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순경 채용시험 경쟁률이 100대1을 넘을 정도로 우수자원이 경찰에 몰리고 있는 만큼 경찰 내부의 의식개혁과 각성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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