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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시간 15분 공연에 인터미션 1시간… 관객들 버틸까

    5시간 15분 공연에 인터미션 1시간… 관객들 버틸까

    인터미션(막간의 휴식 시간)만 무려 1시간인 오페라가 국내에 처음 상륙한다. 총 공연 시간만 5시간 15분(오후 4시~9시 15분)이니 인터미션 때 ‘커피’가 아닌 ‘밥’을 먹어야 하는 이례적인 작품이다. 다음 달 1, 3, 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르는 ‘파르지팔’ 얘기다.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바그너의 마지막 작품으로 중세 성배 기사단을 다룬 대작이다. 국립오페라단은 105분간의 1막 공연이 끝난 뒤 60분의 인터미션을 정했다. 국내 오페라로는 첫 시도다. 2막과 3막 사이 휴식 시간은 20분. ‘파르지팔’의 탄생지이자 대표 무대인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에서는 인터미션이 각각 40분이다. 하지만 이번 국내 공연에서는 첫 인터미션이 저녁 식사 때와 맞물린다는 점을 감안해 시간을 대폭 늘렸다. 이례적인 휴식 시간을 메우기 위해 국립오페라단과 예술의전당은 극장 내 레스토랑, 카페에 오페라의 이름을 딴 특별 메뉴까지 마련했다. 지난달 말에는 합동으로 관객에게 제공할 메뉴 시식회까지 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전례 없는 장시간의 공연을 관객들이 버텨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막과 막 사이에 관객들이 대거 이탈하진 않을까. 한 시간의 인터미션이 오페라에서는 첫 실험이지만 클래식 연주회, 연극 등에서는 이미 시도된 바 있다. 2006년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연극 ‘형제자매들’은 1, 2부 합쳐 일곱 시간의 공연이 이뤄졌다. 당시 인터미션만 무려 한 시간 반이었다. 2007년, 2009년에는 첼리스트 양성원의 연주회가 각각 네 시간씩 진행됐다. 당시 인터미션도 한 시간이었다. 관객들은 저녁을 먹고 다시 객석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2009년 슈베르트 실내악 전곡 연주회 당시 막과 막 사이 관객들의 이탈이 뚜렷이 관찰됐다는 후문이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올해 4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연주회에서 인터미션을 30분으로 줄인 데는 2009년 공연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보현 국립오페라단 대외협력팀장은 “‘파르지팔’은 흔한 레퍼토리가 아닌 데다 출연 팀이 성악가 연광철, 크리스토퍼 벤트리스 등 몇 년은 기다려야 볼 수 있는 바이로이트 축제의 주역들이기 때문에 골수 팬이 많다. 관객 이탈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전해웅 예술의전당 서비스사업단장은 “국내 오페라에선 첫 경험이라 그 자체로도 작품을 즐기는 하나의 재미이자 이색적인 체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제성 오페라 평론가는 “해외 오페라 관객들은 휴식 시간에 와인, 샴페인을 마시며 공연 감상을 얘기하고 다음 막을 관람할 에너지를 충전하지만 우리는 공연 시작 시간도 늦고 관객·연주자의 컨디션 때문에 공연을 서둘러 끝내기에 급급하다”며 “‘파르지팔’을 통해 국내 관객들도 공연을 여유롭게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질지 주목된다”고 의미를 짚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다 늙어갖고 춤이나 춘다고, 흉 안 볼랑가

    다 늙어갖고 춤이나 춘다고, 흉 안 볼랑가

    “찌렁찌렁 나간다. 기생 아가씨 나간다. 안 비키면 다쳐~.” 1930년대 군산. 해질녘이면 요정으로 향하는 기생의 인력거를 쫓아가며 소녀는 이렇게 놀려대곤 했다.운명은 짖궂었다. 열한살이 되던 1939년 소녀는 ‘채 맞은 생짜’(회초리를 맞으며 제대로 학습한 예기(藝妓))가 되어야 했다. 가야금 명인 김영주의 수양딸로 군산 소화 권번(券番)에 들어갔다. 일제 강점기 전문 기생을 길러내던 교육기관이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큰오빠마저 병석에 몸져 눕자 생계가 육남매의 셋째인 소녀의 몫이 된 것이다. “친구들과 그렇게 일 나가는 기생을 놀려댔는데 내가 기생이 됐지. 사람 일은 장담 못하는겨.” 8일 군산 중국집 빈해원에서 만난 소녀는 여든다섯의 여인이 되어 있었다. 오는 12일 LG아트센터 ‘해어화’(解語花·‘기녀’를 일컫는 말) 공연에서 기약할 수 없는 민살풀이춤을 선보일 이 시대 마지막 예기, 장금도 할머니다. 권번에서 시조, 단가, 춤, 일본어 등 4년간의 혹독한 훈련을 마친 1942년 소녀는 1등으로 예기 허가증을 받아냈다. 춤으로는 군산, 김제, 전주 등지에서 단연 으뜸이었다. 낮이면 환갑집, 밤이면 요릿집·요정 등에 코피 날 정도로 불려다녔다. ‘장금도를 불러달라’는 손님들의 요청이 빗발쳤다. 아침에 단장을 하고 집을 나서면 매일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하루에 승무, 살풀이를 수도 없이 췄어. 이 방, 저 방에서 ‘장금도 춤 좀 보자’고 불러대니 ‘뽀이’들이 서로 날 잡아당겨 소매가 찢어지기도 했지. 큰 기생들도 나를 데리고 다닌 게 내가 추면 팁이 많이 나오거든.” 하지만 급작스레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일본군의 정신대를 모집을 피해 1944년 열여섯 소녀는 떠밀리듯 부여로 시집을 갔다. “기생들은 발에 흙 안 묻힌다는 말이 있어. 그런데 시집을 갔으니 뭘 할 줄 알간? 시어머니가 버선을 꼬매라고 줬는데 할 줄을 몰라 멍하니 있다 혼났지. 밥도 못하니 시어머니가 ‘그럼 뭘 헌다냐’하고 기막혀 했지.” 2년 뒤 그녀는 군산으로 ‘화려한 컴백’을 했다. 이유는 역시 생계였다. 배 속에 아이를 밴 채였다. 김제만경에서 손님이 오면, 포구에 큰 배가 들어오면, 장금도 춤을 보자는 사람이 여전히 줄을 섰다. 임신 8개월까지 춤을 췄다. 애를 낳은 장금도를 부르려면 인력거 두 대를 동원되어야 했다. 한 대는 장금도, 한 대가 아기와 유모 몫이었다. “소리하고 춤추고 나면 애가 한창 배고플 때야. 딴 사람들 공연할 때 얼른 뒤뜰에 나가서 젖 주고 그랬지. 다른 남자들과 놀고 그러지도 않았어. (사람들이) 춘향이도 아님서 열녀 났다고 했응께.” 인기 비결을 묻자 할머니는 주름진 손으로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었다. “나는 예쁘지는 않응께. 몸매는 괜찮았지. 젊었을 때는 살결이 희고 복슬복슬허니 ‘뾰똑뾰똑’(반짝반짝)하다고 했어. 운이 좋았는가베.” 하지만 그녀는 결국 춤을 작파해야 했다. 어느 날 아들이 울면서 집으로 쫓아 들어왔다. 친구가 “니기 엄마, 우리 집서 춤 췄다”고 놀려댄 것이다. 1956년부터 1983년 국립극장 명무전에 오르기 전까지 30여년을 그는 ‘보통 엄마’로 살았다. 기생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옛날 사진은 모조리 불태웠다. “마음 속으로는 늘 춤을 추고 있었지. 간혹 춤을 가르쳐 달라는 사람들이 있어서 비밀리에 알려줬어.” 어미의 길을 가로막았던 아들은 2008년 저 세상 사람이 됐다. 고엽제 후유증 때문이었다. ‘춤의 달인’은 30년간 춤을 못 춘 것보다 아들을 먼저 앞세운 한에 한동안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아들 죽고 난 게 후회되더라고. ‘내가 너 땜에 꼼짝을 못했는데, 억지로 참고 있어야 했는데’ 했지. 하지만 아들이 먼저 간 게 제일 큰 한이야. 그건 뭐라 말할 수가 없어.” 2005년 처음 어머니의 공연을 보러온 늙은 아들은 꽃다발을 내밀었다. 당시를 떠올린 예인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아이구. 그때 내가 안 쓰러진 게 다행이구만. 아들이 ‘어머니가 정 허시고 싶으시면 허세요’ 하대. 나 참 희한한 일도 다 있다 했지.” 춤꾼 장금도는 또 다시 무대에 선다.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말에 그녀는 순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섭섭한 기색은 미처 지워내지 못했다. “이렇게 굳어갖고 또 춤을 출까. 마지막이라는 게 좋을 것은 없어. 젊었을 땐 워낙 춤을 추고 살어서 (무대에 나가도) 자신만만하더라고. 지금은 남들이 ‘늙어갖고 춤이나 춘다’고 흉이나 안 볼랑가 싶어. 부끄럽지.” 2만~7만원. (02)3011-1720. 군산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세계 복합문화시설 포럼

    세계적 복합문화시설 운영에 참여하는 문화예술계 ‘리더’들이 광주에 모인다. 광주시는 오는 8~10일 전남대에서 ‘문화, 기술, 창의성:복합문화시설’을 주제로 ‘2013 아시아문화포럼’을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광주문화재단과 아시아문화학회가 주관하는 포럼에는 영국 바비칸센터, 오스트리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브라질 오스카 니마이어박물관 등 세계적 복합문화시설 관계자 등 세계 문화예술계 전문가 26명이 발제·토론자로 참석한다. 또 세종문화회관, LG아트센터,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 주요 문화시설에서 300여명의 관계자가 참여한다. 9일 오전 개회식에서는 세계적 석학이자 문화예술비평가인 홍가이 한국외국어대 교수, 마쓰우라 고이치로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 보니타 M 콜브 미국 라이커밍대 부교수가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초연, 설렘의 막이 오르다

    초연, 설렘의 막이 오르다

    뮤지컬 마니아들에게 국내 초연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의미는 남다르다. 작품 감상의 즐거움에 수년째 사랑받아 온 해외 화제작의 국내 초연 기회를 잡았다는 흐뭇함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에게도 초연 작품에 출연하는 의미는 각별하다. 배우 한지상은 최근 인터뷰에서 “초연작에 출연하는 건 작품을 치열하게 자기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도전의식이 생기는 작업”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선택’에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명성이 자자하다는 사실만으로 내게 맞는 작품을 고를 수는 없는 일. 독자들의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예매사이트, 팸플릿에 나오지 않는 알짜배기 관람 포인트를 짚어봤다. 영국 작가 바로네스 오르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은 프랑스 혁명 이후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정치 시기의 영웅담을 다룬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드라마틱하고 웅장한 음악, 18세기 프랑스를 재현한 입체적인 무대와 화려한 의상이 볼거리다.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레미제라블’, ‘두 도시 이야기’ 등과 함께 거론되곤 한다. 그러나 앞의 작품들이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반면 ‘스칼렛 핌퍼넬’은 유머의 힘이 강하다는 점에서 다르다. 낮에는 한량 귀족으로, 밤에는 혁명 영웅으로 활약하는 남자 주인공 퍼시에게는 보통의 영웅과는 다르게 재치 있고 엉뚱한 매력이 있다. 남자 주인공의 다채로운 매력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20~30대 여성이, 화려함과 웃음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뮤지컬 입문자들이 끌릴 만하다. 박건형, 박광현, 한지상, 바다, 김선영 등 출연. 7월 6일~9월 8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5만~13만원. (02)1577-3363. ‘투모로우 모닝’은 결혼과 이혼을 하루 앞둔 두 커플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결혼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결혼을 앞둔 커플은 설렘과 함께 자신들에게 주어질 책임에 두려움을 느끼고, 이혼을 앞둔 부부는 서로를 원망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한숨짓는다. 제작사인 창작컴퍼니다 측은 “연애와 결혼생활에서 한 번쯤 경험했을 이야기들이 판타지와 리얼리티의 경계를 오가며 관객들의 공감을 쉽게 이끌어낼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두 커플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끊기지 않고 자연스레 연결되는 연출 기법도 백미다. 네 개의 문으로 네 배우들이 들락날락하며 서로 마주치거나 이야기가 중첩되는 방식도 신선하다. 한국인들의 정서에 맞게 각색해 쉽게 전달되는 가사 역시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결혼을 꿈꾸는 20~30대 연인과 결혼생활의 의미를 찾고 싶은 부부들에게 제격이다. 박상면, 이석준, 이혜경, 송용진, 김슬기 등 출연. 9월 1일까지 서울 KT&G 상상아트홀. 5만 5000~6만 5000원. (02)749-9037. 최근 뮤지컬 무대에 대거 진출하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의 무대가 궁금하다면 ‘하이스쿨 뮤지컬’에 주목하자. 고등학교를 바탕으로 학교 최고의 인기남, 똑똑하지만 부끄럼 많은 소녀, 학교 퀸카 등을 내세워 교내 뮤지컬 오디션을 둘러싸고 벌이는 사랑과 질투, 우정을 그렸다. 려욱(슈퍼주니어), 루나(에프엑스), 이재진(FT아일랜드), 강동호, 오소연 등이 출연한다. 양혜영 CJ E&M 공연마케팅팀장은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력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이 있겠지만 10대들의 꿈과 열정을 발랄하게 그려 아이돌 가수들이 충분히 빛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OST 수록곡 중 9곡이 빌보드 싱글 차트에 동시에 오르는 등 완성도 높은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 뮤지컬 곡보다 팝에 가까운 느낌이다. 10대뿐 아니라 하이틴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20~30대 여성들도 열광할 만하다. 7월 2일~9월 1일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6만~12만원. (02)1588-0688.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문화단신]

    김구 선생 서거 64주년 창작 판소리 백범 김구 선생 서거 64주년을 맞는 오는 26일 선생을 기리는 판소리가 울려퍼진다. 창작 판소리 명창 임진택이 선보이는 ‘백범 김구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다. 3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은 1부 청년역정, 2부 대한민국임시정부, 3부 해방시대로 이루어졌다. 임진택은 “‘백범일지’는 한글과 한문이 어우러지고 산문과 운문이 막힘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체’ 문학의 정수로, 그 자체로 판소리 사설의 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장충단공원 내 다담에뜰. (02)763-9854.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데뷔 리사이틀 바이올린 여제 안네 소피 무터를 사로잡은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이 21일 데뷔 리사이틀을 갖는다. 무터가 자신의 재단을 통해 후원하는 현악 연주자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던 최예은은 슈베르트, 브람스, 프로코피에프 등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선보일 예정이다. 예술의전당 IBK체임버홀. 4만~5만원. (070)8879-8485. 바흐와 일렉트로닉의 독특한 하모니 서양 클래식 음악의 시작인 바흐(1685~1750)를 ‘21세기 방식’으로 듣는 무대가 열린다. 19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룩셈부르크 출신 피아니스트 프란체스코 트리스타노의 첫 리사이틀에서 바로크와 일렉트로닉 음악의 조합이 펼쳐진다. 트리스타노는 클래식 공연장과 클럽, 재즈 페스티벌을 넘나들며 시대와 스타일을 마음껏 충돌시키고 결합시키는 연주자다. 4만~6만원. 1577-5266.
  • “아이언맨보다 매력적… 로다주 긴장해야 할 겁니다”

    “아이언맨보다 매력적… 로다주 긴장해야 할 겁니다”

    “영화 ‘아이언맨’ 같은 영웅담이지만 훨씬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배우들,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긴장해야 할 겁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의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한지상(31)은 재치 있는 발언으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프랑스 혁명기의 영웅담을 소재로 다음 달 국내 초연되는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에 그는 배우 박건형, 박광현과 함께 트리플 캐스팅됐다. 안방극장으로, 스크린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두 배우들한테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선명한 이목구비, 강렬한 눈빛에서 뿜어나오는 그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다. ‘스칼렛 핌퍼넬’은 영국 작가 바로네스 오르치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낮에는 영국의 한량 귀족 퍼시로, 밤에는 로베스 피에르 공포정권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는 비밀결사대의 수장 스칼렛 핌퍼넬로 이중생활을 하는 영웅의 이야기다. 프랑스의 여배우 마그리트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만 퍼시는 마그리트를 프랑스의 첩자로 오해하면서 돌아서고, 로베스 피에르의 수하인 쇼블랭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한지상은 주인공 캐릭터를 ‘완벽하진 않지만 개성 있는 영웅’이라고 소개했다. “한량 귀족이면서 능구렁이 같은 퍼시는 모두가 우러러볼 영웅은 아니에요. 하지만 악에 맞서는 과정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뻔한 영웅담을 풀어놓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있어요.” 또한 사랑에 빠져 앞뒤 가리지 않고 헌신하다 배신으로 뒤통수를 맞는, 지금까지의 영웅담과는 달리 로맨틱한 부분이 유달리 많다고도 덧붙였다. 그가 빚어낼 스칼렛 핌퍼넬은 어떤 매력일까. 그의 새 무대에 특히 여성관객들이 거는 기대는 뜨겁다. 9일 막 내리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예수를 배반하고 고뇌에 빠지는 유다 역으로 크게 호평을 받았다. 섬세한 내면 연기, 폭발적인 가창력에 여성 팬들은 “‘한유다’의 섹시함에 정신줄을 놓았다”며 열광하고 있다. 대형 뮤지컬 스타 등극이 눈앞의 현실이 됐는데도 그는 오히려 덤덤하다. “인터넷 검색은 잘 하지 않아요. 그냥 주변사람들이 얘기해주니 아는 정도예요.” 분명한 사실은 ‘지저스’가 그를 배우로 우뚝 세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는 것이다. “무대에서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어요. 맡은 캐릭터를 제가 원하는대로 표현해도 거리낌이 없게 됐다고 할까요.” 천상 배우인 듯 재능이 넘쳐나는 그이지만 고교시절까지만 해도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 수줍은 성격에 모범생 소리만 들었다. 그러다 “공부가 아닌, 내 속의 무언가를 끌어내는 일을 하고 싶어” 성균관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그 후 대학교 2학년이던 2005년 시험 삼아 뮤지컬 ‘그리스’ 오디션을 보러 갔다 덜컥 합격해 무대에 데뷔했다. 배우라는 이름표가 좋아 군복무를 할 때도 무대(서울경찰홍보단 호루라기연극단)를 떠나지 못했다. ‘넥스트 투 노멀’ ‘서편제’ ‘환상의 커플’ ‘완득이’. 최근 2년여 쉬지 않고 다작을 하면서 스스로 일중독자가 된 느낌도 든다. 그런 그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처방이 무엇일지 물었다. 역시, ‘배우 중독’ 증세가 심각하다. “미치도록 한 여인을 사랑하는, 세상에 다시 없는 로맨티시스트 연기를 해보고 싶네요”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지옥 같은 현실 탈출 꿈꾸는 처절한 몸짓

    지옥 같은 현실 탈출 꿈꾸는 처절한 몸짓

    독일의 피나 바우슈와 함께 유럽 현대 무용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프랑스 안무가 마기 마랭(62)이 10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그녀가 이끄는 마기 마랭 무용단의 작품 ‘총성’과 함께다. 마기 마랭은 춤에 연극을 결합한 작품들로 유럽 현대무용 사조의 하나인 ‘누벨 당스’(새로운 춤)를 대표한다. 아름다운 음악에 맞춘 무용수의 춤이라는 고전적인 형식을 뒤집고, 발레에 기반을 두되 몸짓과 대사, 소리 등 모든 요소들을 총동원한 ‘무용극’에 가까운 방식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풀어나간다.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독일의 ‘탄츠테아터’(무용극)와 비교되며 평론가들로부터 “독일의 탄츠테아터에 대한 프랑스의 대답”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연극뿐 아니라 문학과 영화 등과도 연계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대표작 ‘메이 비’(May B)는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을 바탕으로 뚱뚱한 옷을 입고 온몸에 진흙을 바른 기괴한 무용수로 현대인의 절망과 부조리한 인간상을 표현했다. ‘총성’(Salves)은 2010년 프랑스 리옹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암울한 유럽의 현실을 소재로 했다. 무대 밖에서 끊임없이 총성이 울리고 폭탄이 떨어지는 가운데 칠흑 같은 무대 위에서 무용수 7명이 바삐 움직인다. 피란민들이 모인 지하 벙커 같기도 하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도시의 가정집 같기도 한 곳에서 이들은 식탁을 차리거나 탈출을 시도하고, 다른 세계를 동경하는 듯한 몸짓을 한다. 초연 직후 프랑스 르몽드지는 “무용수들은 섬광처럼 나타나 악몽 같은 파괴의 충격을 빈틈없이 전달한다. 매우 정치적인 작품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병든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고 평가했다. 마기 마랭은 1997년 처음 한국을 방문해 서울연극제에서 ‘바르떼조이’를, 2003년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박수만으로 살 수 없어’를 선보인 바 있다. 6월 5~7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4만~8만원. (02)2005-1114.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스칼렛 핌퍼넬’ 16년만에 공연

    프랑스 혁명 이후 로베스 피에르가 정권을 장악한 18세기 말, 1년 동안 1만명 이상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공포정치가 펼쳐진다. 영국 귀족 신분인 퍼시는 친구들과 비밀결사대 ‘더 리그’를 결성, 낮에는 귀족으로 밤에는 혁명가 ‘스칼렛 핌퍼넬’로 활약한다. 퍼시는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 마그리트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만, 혁명의 여파로 마그리트의 가족들이 단두대에서 처형되고 퍼시는 마그리트를 프랑스의 첩자로 오해한다. 한편 더 리그와 핌퍼넬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로베스 피에르의 수하 쇼블랭은 핌퍼넬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비면서 퍼시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영국 작가 바로네스 오르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이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16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다. 음악은 ‘지킬 앤 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했다. 18인조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18세기 프랑스를 옮겨놓은 듯한 화려한 의상과 무대가 볼거리다. 퍼시 역에 박건형·박광현·한지상, 마그리트 역에 김선영과 바다가 열연한다. 7월 6일~9월 8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5만~13만원. (02)1577-3363.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문화마당] 내실있는 문화선진국으로/임형주 팝페라 테너

    [문화마당] 내실있는 문화선진국으로/임형주 팝페라 테너

    최근 반가운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예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선배였다. 선배는 독일에서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국내에 돌아온다면서 한껏 들떠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수다 끝에, 선배는 다음 달 서울에 있는 한 유명 공연장 체임버홀에서 귀국 독주회를 하니까 꼭 보러 와 달라고 말했다.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하며 꼭 참석하겠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후 긴 생각에 잠겼다. 선배의 고향은 부산이다. 이번에 귀국하면 고향에 살면서 연주 활동과 후학 양성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첫 귀국 독주회장은 서울이다. 게다가 연고지가 아니라서 주위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하느라 무척 지치고 힘들어 막상 귀국 독주회 준비는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선배의 실력이 워낙 출중하니 걱정은 없지만, 그야말로 고생을 사서 하는 듯해 안타까웠다. 물론 서울이 다른 지역보다 문화적 환경이 잘 구축돼 있어서 그렇게 결정했을 것이다. 어느 공연장에서 연주를 하든 그것은 연주자 개개인의 자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업적 독주회가 아닌, 그동안 자신이 어떻게 공부했는지 성과를 보여주고 국내 활동 시작에 앞서 포부를 전하는 자리라면, 당연히 앞으로 자신이 활동할 곳에서 하는 것이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있는 모양새가 아닐까. 그랬다면 시간을 허비하는 일 없이 독주회 준비에 더 충실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선배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다. 예전부터 국내 음악계에서는 ‘과시성’ 귀국 독주회나 독창회가 성행했다. 적지 않은 음악 전공생들이 해외 유학을 갈 때 음악학교의 ‘간판’부터 따졌다. 자신의 음악인생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끼칠 스승은 그 다음이다. 진정한 배움이나 가르침보다 학벌, 학력이 먼저라는 식이다. ‘음악 엘리트 코스’라는 단어로 함축되는 과시적 행보가 국내 음악계에선 ‘현재진행형’이다. 이것은 귀국 독주회로도 이어져 연고지와 상관없이 서울의 대표적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LG아트센터 같은 곳을 선호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문화적 혜택이 풍요롭지 않던 시절에는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연주활동을 한다는 것, 그 자체로 크게 인정받았다. 국제 음악콩쿠르에서 입상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이 대단한 영광이어서 그런 경력들이 음악가를 소개하고 평가하는 수단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수많은 음악 인재를 배출하고, K팝으로 세계를 물들이는 문화선진국이다. 관객들도 음악가의 본질적 음악성이나 실력을 그 자체로 판단할 ‘좋은 귀’를 가졌다. 더 이상 국내 음악계가 1960~1970년대식 잣대와 평가의 기준에 머무를 수 없다는 말이다.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 등 전설적 대가들은 학벌과 유명 공연장의 연주경력 등이 오히려 자신의 음악활동에 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화려한 학벌과 경력에 끌려 공연을 보러 온 대중은 그 음악가에게 큰 기대를 걸고, 눈높이 자체를 높게 맞추어 평가하려 든다. 그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가 더 많다. 연주자는 관객에게 외면당하는 불행을 겪는다. 이제는 자신의 실력을 포장할 허울을 벗어버리길 바란다. ‘좋은 귀’를 가진 대중과 ‘멋진 실력’을 품은 연주자들이 어우러져 훌륭한 공연을 만들어 내는, 내실 있는 ‘문화선진국’이 돼야 한다.
  • 다른 듯… 닮은 듯… 예술의 융합

    다른 듯… 닮은 듯… 예술의 융합

    발레와 현대무용, 클래식과 국악, 사진과 비디오 아트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레플리카: REPLICA’가 17~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첨단영상과 예술의 접목을 시도해온 리미디어랩의 한희섭·이상건 프로듀서와 미디어 아티스트 하석준이 ‘복제’를 소재로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을 모아 만들었다. 음악인이자 크리에이터인 남궁연이 연출한 1부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만남을 주제로 한 ‘컷, 카피 앤드 페이스트’(Cut, Copy & Paste)다. 뮤지션 물렁곈의 연주에 따라 사진작가 강영호가 춤을 추면서 사진촬영을 하는 장면이 스크린과 모니터에서 상영된다. 동시에 무대에 설치된 카메라로 객석을 촬영하면서 그 이미지를 무대에서 영상으로 보여준다. 우리의 삶과 현재의 일부가 잘려나가고 복제되고 있다는 의미다. 남궁연과 국악 타악 연주자 민영치, 현대무용가 이용우가 서로의 소리와 몸짓을 복사하는 퍼포먼스를 이어간다. 발레리나 김주원이 합세해 각각의 정보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2부는 글룩의 오페라 ‘에코와 나르시스’에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신개념 오페라를 선보인다. 최우정 서울대 작곡과 교수와 하석준, 사운드디자이너 김영선, 현대무용가 정영두·조형준·공영선, 지휘자 이병욱, 소프라노 한상은, 테너 김병오가 뭉쳤다. 자아도취의 상징인 나르시스와 남의 소리만을 낼 수 있는 에코의 이야기를 통해 ‘복제’를 논한다. TIMF 앙상블과 서울대 성악과 학생들이 참여하고 영상 기술을 첨가해 색다른 느낌의 오페라를 선사한다. ‘복제’라는 하나의 소재를 각각의 아티스트가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해낼지가 관람 포인트다. 4만~8만원. (02)2038-3044.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체호프 연극이 지루하다는 편견 깨고 싶다”

    “체호프 연극이 지루하다는 편견 깨고 싶다”

    “연극을 통해 무대에서 다른 사람들(배우)도 내(관객)가 지금 느끼는 감정과 고민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연극의 핵심이자 역할이다.” 러시아의 국보급 연출가 레프 도진(69)의 연극철학이다. 연극 ‘세 자매’ 공연을 위해 내한한 그는 “온갖 기술 속에서 사는 현대인에게 극장은 자신의 내면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남은 공간”이라면서 “관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치닫는 연극이 많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1983년 이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말리드라마극장의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극장을 세계적 수준으로 키웠고, 러시아 연극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황금마스크상(3회)과 세계 연극계가 인정하는 유럽연극상을 받았다. 그에게 세계 연극계의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은 이런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연극을 내놓으면서도 뇌리에 박히는 ‘무엇’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세 자매’는 그 철학에 충실했다. 안톤 체호프(1860∼1904)가 1900년에 완성한 ‘세 자매’는 러시아의 소도시에 사는 세 자매의 사랑과 배신, 좌절을 그린다. 어릴 때 살던 모스크바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과 현실도피의 갈증을 뱉어내는 세 자매, 무능력한 오빠 안드레이와 불평을 늘어놓는 아내 나타샤, 불행한 결혼에 괴로워하는 베르쉬닌, 세상을 냉소적으로 보는 체부트킨 등 불만으로 가득한 사람들뿐이다. 도진은 “체호프의 연극에 나오는 인물들은 지루하고 나태하며 삶에 대한 의욕이 없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면서 “작품 속 인물 하나하나가 인간은 왜 태어나고, 왜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한다”고 했다. 그래서 무대를 단순화해 인물에 집중했다. 무대 장치는 멀찍이 보이는 2층 집의 벽이 전부다. 1층 현관과 창 4개를 통해 관객은 남의 집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상황이 집 밖에서 이루어진다. 이들에게 집은, 떠나고 싶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창틀에 앉아 또는 올라서서 자신의 현실을 한탄하고 미래는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이들에게 희망은 없다. 열여덟 살에 결혼한 마샤는 베르쉬닌 중령과 사랑에 빠졌지만, 중령의 소속부대가 도시에서 철수하면서 사랑은 종지부를 찍는다. 막내 이리나는 투젠바흐와 결혼해 모스크바에 가기로 했지만 그는 결투로 사망했다. 이들에게 설 자리는 없다는 듯, 집의 벽은 3막까지 점점 객석 가까이로 다가온다. 4막에 이르면 이들은 어느새 집밖으로 밀려나 있다. 그래도 자매들은 읊조린다.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중략)조금만 더 지나면 무엇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것만 알 수 있다면. 그걸 알 수 있다면.” 그와 동시에 벽면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 처음 자리로 돌아간다. 숨통을 틔워 주는 것일까, 괴로운 인생의 반복일까.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무대 한가운데에 나무판을 놓고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7시간 30분(실제 공연은 5시간 30분)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간 ‘형제자매들’(2006년 공연)이나, 독특한 말투와 코믹한 연기로 큰 호응을 받은 ‘바냐 아저씨’(2010년 공연)에 비한다면 이번 ‘세 자매’는 그 ‘무엇’이 없어 다소 평범해 보인다. 연출은 정공법을 썼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조화로 3시간짜리 ‘세 자매’를 끌고 나간다. 러시아어 대사는 자막으로 처리됐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4월 연극계, 고전의 향기

    4월 연극계, 고전의 향기

    봄기운이 스미는 4월, 명연출가의 손끝에서 살아난 고전 연극이 생명력을 발할 채비를 하고 있다. 4월 10~12일은 러시아의 거장 연출가 레프 도진과 앙상블이 뛰어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말리극장이 만든 체호프의 ‘세 자매’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세 자매’는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로, 19세기 말 모스크바를 떠나 지방 소도시에 정착한 아름다운 세 자매가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꿈과 이상, 사랑, 배신, 좌절 등 깊고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것인지 이야기한다. 세계 연극계에서 권위를 인정하는 상을 여러 차례 받은 도진조차 이 작품을 “체호프 작품 중 가장 복잡한 희곡”으로 꼽는다. 도진은 원작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세 자매를 비롯한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 관계를 조금씩 바꿔 사랑과 욕망을 집중적으로 드러낸다. 단순하면서도 의미 있는 무대 장치가 기대감을 부풀린다. 무대 뒷면에 있는 2층 주택이 점차 무대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물들의 공간을 잠식한다.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장치다. 3만~7만원. (02)2005-0114. ‘오이디푸스 왕’, ‘콜로누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는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작가인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3부작이다. 타고난 지혜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테바이의 왕이 된 오이디푸스는 자기도 모르게 부친살해와 근친상간을 저질렀음을 알게 된다. 진실을 보지 못한 괴로움에 자신의 눈을 찌르고 왕국을 떠난 오이디푸스를 끝까지 지킨 이가 맏딸 안티고네다. 2011년 국립극단과 ‘오이디푸스’를 내놓은 한태숙 연출가는 ‘안티고네’를 무대화했다. 김민정 작가가 새롭게 각색한 ‘안티고네’는 한 연출의 연극 미학을 품고, 풍성한 에피소드와 시적인 대사, 깊은 갈등 표현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안티고네에는 김호정이, 안티고네와 대립하는 노련한 통치자 크레온에는 신구가 각각 연기한다. 눈먼 예언가 테이레시아스는 ‘오이디푸스’에서도 같은 역할을 했던 박정자가 맡았다. 국립극단, 예술의전당이 공동제작한 작품으로 4월 15∼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2만~5만원(15일 프리뷰는 2만원). 1688-5966.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는 ‘산울림 고전극장’이 4월 7일까지 계속된다. 고전 작품을 젊은 연출가들의 새롭고 다양한 시각과 언어로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현진건의 ‘새빨간 얼굴’,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에 이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연출 정승현, 27~31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연출 이대웅, 4월 2~7일)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2만원. (02)334-5915.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13년 만에 이룬 꿈 ‘마그리트’ 김주원

    13년 만에 이룬 꿈 ‘마그리트’ 김주원

    ‘목선이 아름다운 발레리나’ 김주원이 애절한 사랑을 그리는 여인으로 돌아온다. 김주원이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에서 홀로서기를 선언한 지 9개월 만에 오르는 무대는 ‘마그리트와 아르망’. 지난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그는 이 작품에 대해 “13년 만에 이루어진 꿈”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영국 로열발레단의 예술감독을 지낸 프레데릭 애쉬튼(1904~1988)이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춘희’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영감을 받아 안무했다. 애쉬튼은 신분이 다른 두 남녀의 처연한 사랑 이야기를, 그의 뮤즈이자 20세기 최고의 프리마 발레리나 마고트 폰테인과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에게 헌정했다. 폰테인이 사망한 뒤 누구도 도전하지 못했다가 당대 최고의 무용수로 꼽힌 파리오페라발레 출신의 실비 길렘(48)이 20년 만에 부활시켰다. “2000년 런던 코벤트가든에서 길렘과 니콜라 르 리시가 올린 공연을 보고 빠져들었다”는 김주원은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에 맞춰 이야기를 전달하고 안무를 풀어내는 것이 정말 대단했다”고 떠올렸다. “35분짜리 단막작이지만 함께 올라간 다른 작품은 기억나지 않을 만큼 강렬했고, 길렘의 연기는 ‘난 영원히 마그리트를 못할 거야’라고 느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마그리트는 줄리 켄트(아메리칸발레시어터), 니나 아나니아쉬빌리(그루지아발레단) 등 세계적인 프리마 발레리나만 연기했다. ‘폰테인을 위한 헌정 공연’이라는 의미가 짙어 로열발레단이 쉽게 공연을 허락하지 않는 탓이다. 김주원은 지난해 말 프로필과 공연 영상, 함께 공연한 무용수들의 평가까지 발레단이 요구하는 자료를 만들어 보냈고, 결국 얻어냈다. 동양인 발레리나로서는 처음이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했던 김현웅(워싱턴발레단)은 아르망 역을 맡아 오랜만에 국내 팬을 만난다. 볼쇼이발레단과 로열발레단의 수석무용수였던 이렉 무하메도프를 비롯해 황혜민·엄재용·한상이(유니버설발레단), 윤전일(루마니아 국립오페라발레단), 이원철(전 국립발레단)이 무대에 오른다.공연은 4월 5~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02)517-0248.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공연리뷰] 작곡가 실베스타 르베이가 음악으로 전하는 뮤지컬 ‘레베카’

    [공연리뷰] 작곡가 실베스타 르베이가 음악으로 전하는 뮤지컬 ‘레베카’

    1980년대에 TV 좀 본 사람들이라면 미국 TV시리즈 ‘에어울프’를 기억할 것이다. 에어울프가 프로펠러부터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며 주제곡이 흐를 때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추억의 외화 속 음악을 만든 실베스타 르베이(68)가 한국을 찾았다. 올해 첫 대작 뮤지컬 ‘레베카’를 들고. “영화음악이 상황을 설명하는 음악이라면 뮤지컬은 이야기를 하는 음악이다. 캐릭터를 품고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드는 작업으로, 완성을 했을 때 더 큰 성취감을 느낀다. 뮤지컬은 관객 반응을 현장에서 바로 느낄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영화음악 작곡가로 명성 높은 르베이가 돌연 오스트리아에 터를 잡고 뮤지컬 작곡가로 전향한 이유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레베카’는, 지난해 화제작 ‘엘리자벳’, 꾸준히 사랑받는 ‘모차르트!’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에 소개된 그의 작품이다. 뮤지컬 ‘레베카’는 모든 분위기를 음악으로 전달한다. ‘나’(임혜영·김보경)가 청아하게 부르는 ‘어젯밤 꿈속 맨덜리’로 차분하게 막을 연다. ‘나’와 막심(유준상·류정한·오만석)이 만나는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르 그랑 호텔 로비 장면부터 둘이 결혼해 맨덜리 저택에 가기까지, 분위기는 들떠 있다. 흥겨운 파티에서 ‘나’가 곤경에 빠지는 순간, 댄버스 부인(옥주현·신영숙)이 오만한 표정으로 ‘레베카’를 부르면서 분위기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레베카 방의 창문이 회전하면서 발코니가 되는 장면에서 ‘나’의 맑은 고음과 댄버스 부인의 묵직하고 힘이 넘치는 음색이 어우러지면 (‘저 바다로 뛰어’) 더 음산하고 강력한 긴장감이 흐른다. 르베이는 “보통 시놉시스와 캐릭터를 보고 작곡을 하지만 ‘레베카’의 작곡 방식은 이전과 다르게 상황이 중심이 됐다”고 설명했다. ‘엘리자벳’의 경우 엘리자벳과 루케니, 토드에게 각각 과거, 현재, 모든 시간이라는 의미를 주고 클래식, 록, 모던스타일 음악으로 표현했다. ‘모차르트!’도 비슷한 시스템이다. “반면 ‘레베카’는 ‘나’와 막심의 러브스토리, 지독하게 헌신적인 댄버스 부인, 계속되는 미스터리 등 독특한 상황에 맞게 전반적으로 어두운 가운데 감성과 열정, 가라앉는 분위기를 끌어올릴 경쾌함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르베이는 “한국 배우들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잘 살린다”고 했다. 특히 댄버스 부인에 대해서는 “두 배우가 각자 표현이 다르지만, 연기와 노래 모두 굉장하고 드라마틱하다. 정말 좋은 댄버스 연기자들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의 눈에 비친 막심도 모두 개성 있고 만족스럽다. 유준상이 “코믹하면서 관객에게서 반응을 끌어내는 연기가 좋은” 경우라면 오만석은 “키가 크지는 않지만, 자세가 상당히 훌륭한” 배우다. 류정한은 “최고(he’s the bomb)”라고 했다. 음악에 견줄 만한 백미는 무대다. 1930년대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호텔, 호화로운 맨덜리 저택, 자줏빛 커튼으로 가려진 미스터리한 레베카의 방 등 눈이 호강한다. 사람을 집어삼킬 듯한 파도 영상은 촌스럽지 않게 극의 분위기를 이끈다. 맨덜리의 화재 장면과 반전이 다소 아쉽지만, 배우들의 나무랄 데 없는 연기와 노래만으로도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3월 31일까지. (02)6391-6333.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유준상, 옥주현 등 ★총출동 뮤지컬 ‘레베카’ 베일 벗다

    유준상, 옥주현 등 ★총출동 뮤지컬 ‘레베카’ 베일 벗다

    2013년 새해 첫 포문을 여는 뮤지컬 ‘레베카(REBECCA)’ 한국 초연이 오는 12일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옥주현 등 초호화 캐스팅이 눈길을 사로잡고, 로맨틱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개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은 작품이다. 뮤지컬 ‘레베카’는 ‘엘리자벳’, ‘모차르트!’, ‘마리 앙뚜아네뜨’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대프니 듀 모리에(Daphne du Maurier)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기반으로 한다. 또한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 중 유일하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레베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2006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초연된 ‘레베카’는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3년 동안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일본, 러시아, 헝가리 등을 거쳐 현재 독일, 스위스, 루마니아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은 사고로 죽은 전 부인 레베카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사는 남자 막심 드 윈터와 죽은 레베카를 숭배하며 맨덜리 저택을 지배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 사랑하는 막심과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댄버스 부인과 맞서는 ‘나(I)’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이 로맨스와 서스펜스가 결합된 스토리다.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는 뮤지컬 ‘엘리자벳’, ‘황태자 루돌프’, ‘몬테크리스토’ 등 유럽 뮤지컬을 한국 관객의 정서에 맞게 연출해 호평을 받고 있는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을 비롯한 최고의 스태프들과 오랜 기간에 걸쳐 이를 재구성했다. 영국의 맨덜리 대 저택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웅장한 대형 세트 위에 나레이터인 ‘나(I)’의 기억 상자를 오브제로 활용했고, 의상은 1930년대 우아한 영국 상류사회 패션 스타일에 모노톤의 흑백 영화처럼 흑백의 강렬한 대비를 담아 표현하여 한국스타일의 ‘레베카’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거대한 저택이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는 강렬한 마지막 장면은 실제 불과 입체적인 효과를 담은 영상을 통해 관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명장면으로 기대할만하다. 막심 드 윈터 역에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이, 댄버스 부인 역에 옥주현, 신영숙이, ‘나(I)’ 역에는 김보경, 임혜영이 출연하고 선우재덕이 특별 출연한다. 한편 오는 12일 성대한 막을 올리는 ‘레베카’는 3월 3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인터파크 티켓 예매 사이트 및 LG아트센터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라 바야데르’ ‘세 자매’… 내년 대작·고전 몰려온다

    ‘라 바야데르’ ‘세 자매’… 내년 대작·고전 몰려온다

    길어야 일주일이고, 보통은 2~3일 정도로 연극과 무용 작품은 유독 공연 기간이 짧다. 미리 찜하지 않으면 놓치기 일쑤. 새로 꺼내 놓은 새 달력에 꼭 적어 놓아야 할 공연은 바로 이것이다. [무용] 올해 발레계의 키워드를 ‘해외 정상의 발레단 내한’, ‘지젤’로 꼽는다면, 내년에는 ‘대작의 향연’이라고 할 만하다. 국립발레단은 블록버스터 발레로 불리는 ‘라 바야데르’를 새해 4월 9~1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한 이 작품은 인도 힌두 사원의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젊은 전사 솔로르, 매혹적인 공주 감자티를 중심으로 사랑과 야망, 배신, 복수가 펼쳐지는 걸작이다. 1877년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했다. 국립발레단은 이번에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안무한 볼쇼이발레단 버전을 소개한다.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세트, 무용수 100여명과 의상 400여벌이 필요하다. 발레단의 모든 역량이 종합적으로 투입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립발레단은 1995년에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공연했으니 내년 공연은 18년 만이다. 거의 새 작품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심혈을 기울이는 동시에 무대 세트와 의상을 모두 다시 제작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의상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루이자 스피나텔리에게 의뢰했다. 유럽 오페라와 발레 무대 디자이너로 명성이 높은 스피나텔리는 국립발레단의 ‘지젤’ 의상을 만들어 관객에게 황홀경을 선사한 주인공이다. 국립발레단은 의상뿐만 아니라 무대세트도 이탈리아에서 제작해 공수할 계획이다. ‘라 바야데르’를 꾸준히 올려온 유니버설발레단은 내년에는 드라마발레 ‘오네긴’(7월 6~13일)을 선택했다. 러시아 문호 푸시킨의 소설에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덧대 존 크랑코가 발레작품으로 만들었다. 1965년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첫선을 보였다. 자유분방하고 오만한 오네긴을 향한 순수한 소녀 타티아나의 열정적인 사랑,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해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타티아나를 갈망하는 오네긴의 엇갈린 사랑을 그렸다. 소녀에서 여인으로, 또 사랑을 깨닫고 절규하는 여주인공의 섬세한 연기와 서정적인 음악이 백미로 꼽힌다. 작품의 판권을 가진 존 크랑코 재단은 작품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공연권을 쉽게 내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유니버설발레단은 1992년부터 섭외에 들어가 2009년에 공연권을 따냈다. 중국국립발레단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다. 그동안 공연했던 LG아트센터(312.5㎡) 무대를 떠나 내년에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450㎡)으로 공간을 확장하고, 반주음악이 아닌 오케스트라의 생생한 연주를 선사한다. 올해 러시아 발레의 진수 마린스키 발레와 오케스트라에 감명을 받았다면, 내년에는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볼쇼이극장 발레와 오케스트라를 눈여겨보길 권한다. 볼쇼이극장 발레와 오케스트라가 18년 만에 함께 내한해 11월 21~23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공연한다. 바실리 시나이스키 음악감독이 이끄는 아름다운 선율과, 세르게이 필린 발레감독이 만드는 섬세한 안무가 조화하는 세밀하고 강렬한 무대를 기대해도 좋다. 현대무용에서는 윌리엄 포사이드 컴퍼니의 ‘헤테로토피아’가 으뜸이 될 법하다. 발레 기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현대 발레의 새장을 연 윌리엄 포사이드가 2006년에 안무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4월 10~14일 경기 분당 성남아트센터에서 처음 선보인다. ‘헤테로토피아’는 서로 다르고 낯설며 무질서한 세계를 뜻한다. 검은 커튼을 사이에 두고 두 공간으로 분리된 무대 위에서 무용수 10여명은 다른 언어와 몸짓으로 방을 오가면서 소통을 시도한다. 수많은 책상과 알파베트 조형물, 그 사이를 오가는 무용수들을 보면 마치 설치미술을 보는 듯하다. 프랑스 마기 마랭 무용단은 ‘샐브스’를 들고 10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5월 28~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 현대 무용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안무가로 인정받는 마기 마랭은 ‘샐브스’를 통해 위기에 처한 유럽의 현실을 힘이 넘치고 아름다운 동작으로 표현한다. [연극] 아이로니컬하게도, 고전은 언제나 새롭게 빛을 발한다. 내년 연극 무대에도 ‘고전의 힘’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LG아트센터가 러시아 극단의 작품을 내년 라인업에 배치했다. 4월 10~12일에 러시아의 국보급 연출가로 불리는 레프 도진이 그려내는 안톤 체호프의 ‘세 자매’를 공연한다. 1983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말리극장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레프 도진은 러시아 황금마스크상을 세 차례 수상하고,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상, 프랑스 문학예술훈장, 유럽연극상 등 세계 연극계가 권위를 인정하는 상을 휩쓸었다. 국내에서는 ‘가우데아무스’(2001), ‘형제자매들’(2006), ‘바냐 아저씨’(2010)를 선보이면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10월 1~3일에는 영국 연출가 데클란 도넬란과 러시아 체호프 페스티벌극단이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들고 내한한다. 세련되면서도 힘있는 연출이 강점인 도넬란과 러시아 스타급 배우들의 명연기가 제대로 어우러지면서 명작을 만들어낸다. 이미 2007년 ‘십이야’를 선보이면서 호평을 받은 터라, 6년 만의 내한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일본식 셰익스피어도 관객을 기다린다. 명동예술극장이 3월에 해외 초청공연으로 선보이는 ‘맥베스’다. 세타가야 퍼블릭씨어터의 예술감독 노무라 만사이가 연출한 이 작품은 일본 전통극 형식인 노, 교겐 등을 접목해 색다른 해석을 보여준다. 2010년 일본 초연한 이 작품은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재공연 요청이 밀려들었다. 내년 서울 공연은 일본 도쿄와 오사카, 미국 뉴욕 등을 거치는 순회공연의 일부로 기획됐다. 예술의전당과 국립극단은 CJ토월극장 재개관을 기념해 소포클레스의 고전 ‘안티고네’(한태숙 연출, 4월 15~28일), 재일 극작가 정의신의 ‘아시아 온천’(손진책 연출, 6월 12~16일)을 준비했다. 한태숙 연출은 탁월한 상상력과 개성 있는 상징, 간결하고 독특한 무대로 작품을 재해석해 공연 때마다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소포클레스의 다른 비극 ‘오이디푸스’를 올려 박수갈채를 받은 전력이 있어 이번 ‘안티고네’에 거는 기대감도 크다. ‘안티고네’는 5월 24~26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6월 20~23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예술의전당은 또 재개관 기념작으로 톨스토이의 ‘부활’(고선웅 연출, 5월 19일~6월 2일)도 공연한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올 30 % 급성장 뮤지컬계 결산… 내년은 ?

    올 30 % 급성장 뮤지컬계 결산… 내년은 ?

    뮤지컬계는 올해 뮤지컬 시장 규모가 3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보다 크게는 30%까지 덩치가 불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매년 10~15% 정도 상승세를 유지한 것에 비하면 놀라운 성장이다. 대체 올해 뮤지컬 분야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급성장이 가능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프라’와 ‘마케팅’의 승리다. 지난해 하반기 대형뮤지컬 전문 공연장인 디큐브아트센터(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와 블루스퀘어(서울 용산구 한남동)가 개관했다. 뮤지컬 시장에 안정적인 인프라가 조성되고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블루스퀘어는 개관작인 ‘조로’를 시작으로 ‘엘리자벳’, ‘영웅’, ‘위키드’ 등을 무대에 올려 유료 객석 점유율을 평균 89.7%까지 올렸다. 블루스퀘어의 2개의 공연홀인 삼성전자홀(1760석)과 삼성카드홀(1000석)은 개관 1년을 맞은 지난달까지 입장객이 65만명으로 집계됐다. 뮤지컬 전용관의 효과를 방증했다. 내년 2월까지 공연하는 ‘오페라의 유령’은 이미 1월 티켓까지 거의 동이 난 상태다. 다른 공연장들에 비하면 변방이지만 디큐브아트센터의 활약도 대단했다. 대극장(1242석)과 중극장(500석)으로 구성된 이 공연장을 찾은 관객은 37만여 명. 객석 점유율 69.1%, 유료객석 점유율 52.5%를 보였다. 뮤지컬 ‘맘마미아!’와 ‘파리의 연인’, ‘시카고’에 이어 ‘아이다’까지 인기 레퍼토리를 줄줄이 이어가면서 뮤지컬 관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뮤지컬 마케팅 핵심은 ‘아이돌’이었다. 규현, 키, 손동운, 김동주, 써니, 다나(이상 ‘캐치미이프유캔’), 제시카, 정은지(이상 ‘리걸리 블론드’), 성민, 송승현(이상 ‘잭더리퍼’) 등 나열하기에도 숨찰 정도로 많은 아이돌들이 무대에 올랐다. 아이돌 출연은 이들의 팬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하지만, 충분한 훈련을 하지 않은 채 공연에 나서 작품성을 떨어뜨렸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 출연료에 대한 잡음도 나왔다. ‘엘리자벳’에 출연한 JYJ 김준수는 올해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을 정도로 연기력 면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개런티가 다른 배우들과 극명한 차이가 난다는 구설수를 낳기도 했다. 뮤지컬계 관계자는 “회당 6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제작 환경상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아이돌 스타들이 몸값을 과하게 많이 부르는 일은 있다. 하지만 아이돌 스타를 기용하면 티켓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경우가 많아 제작사로서는 늘 고민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이 밖에 올해 뮤지컬계의 특징으로, ‘위키드’가 ‘오페라의 유령’ 신화를 7년 만에 깨고 역대 뮤지컬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한 것(5개월 동안 23만 5000여명 관람)을 비롯해 ▲뮤지컬 ‘영웅’의 티켓 가격 현실화 실험 ▲한국 뮤지컬의 일본 진출 활성화 ▲창작 뮤지컬의 약진 등을 꼽을 수 있다. 내년에는 소재와 볼거리가 더욱 다양해져 뮤지컬 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서도 예산 걱정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라이선스 뮤지컬이 눈에 띈다. 스릴러 뮤지컬 ‘레베카’(1월 12일~3월 31일)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알프레드 히치콕이 영화로 제작하기도 했다. 200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첫선을 보인 뒤 유럽에서 흥행을 이어가는 작품이다. 한국 공연에는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옥주현, 신영숙 등 뮤지컬 스타가 출연해 더욱 관심을 끈다. 7월에는 프랑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뮤지컬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삶을 그린 대작으로, 2009년 팔레 데 스포르 드 파리에서 초연했다. 프랑스 최대의 흥행작 ‘노트르담 드 파리’에 버금가는 강렬한 무대와 안무가 특징이다. 낮에는 한량으로, 밤에는 비밀결사대의 삶을 사는 영웅을 노래한 ‘스칼렛 핌퍼넬’(7월 2일~9월 8일), 1930년대에 실제 있었던 남녀 2인조 강도 이야기를 그린 ‘보니 앤 클라이드’(9월 예정), 올해 흥행에 힘입어 한국어로 선보이는 ‘위키드’(12월 예정)도 주목된다. 창작뮤지컬도 다양하게 오른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의 재개관작으로 오르는 ‘살짜기 옵서예’(2~3월)를 비롯해 가수 고(故) 김광석(1964~96)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4~6월), 연극 ‘이(爾)’를 각색한 ‘왕의 남자’(6~7월), 정은궐 작가의 소설 ‘해를 품은 달’(6월 말)과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10월 초) 등이 준비돼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공연리뷰] 파슨스 댄스 컴퍼니의 힘

    [공연리뷰] 파슨스 댄스 컴퍼니의 힘

    발표한 지 올해로 30년이 되지만 공연 때마다 관객들의 눈과 귀, 심지어 숨소리조차 꼼짝 못하게 한다. ‘6분 만에 관객을 기절시키는 작품’이라는 공연 포스터의 문구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처음 1분은 섬세하게 잘 만들어진 남성 무용수의 근육 움직임에 눈이 커졌다가 연달아 터지는 스트로보라이트(섬광 조명)와 무용수의 절묘한 호흡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조명 터질 때마다 공중에… “날고 있다” 미국 현대무용단 파슨스 댄스 컴퍼니가 대표작 ‘코트’(Caught)로 한국 관객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5월 내한공연을 가진 지 1년 반 만에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서 다시 한국관객들을 만났다. 같은 작품이지만 매번 다른 느낌과 감동을 주는 파슨스 댄스 컴퍼니의 무대는 벌써부터 다음 내한공연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어두운 무대에 상체를 드러낸 남성 무용수가 서 있다. 단조로운 기계음에 맞춰 무용수가 서서히 몸을 움직인다. 무용수는 위치를 달리한 네 개의 조명을 오가며 춤을 춘다. 남성 무용수의 섬세하면서 동시에 강인한 근육 움직임을 쫓던 조명이 갑자기 사라지고 무대는 암흑에 휩싸인다. 관객들이 숨돌릴 새도 없이 터지는 섬광 조명. 눈 한 번 깜빡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조명이 빠르게 터지고, 그때마다 무용수는 다른 동작을 취한다. 달려가는 듯한 동작으로 한 걸음씩 전진하고, 팔다리를 쭉 편 채로 뒤에서 앞으로 튀어나오는가 하면 무대 한가운데서 다리를 오므려 높이 뛰어오르는 모습으로 정면, 옆면, 뒷면을 보여주며 한 바퀴 돈다. 이게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이 모든 동작이 공중자세다. 번쩍번쩍 무대에 빛이 들어올 때마다 공중 동작을 하고 있으니, 관객의 눈에 무용수는 그저 ‘날고 있다’. ●지난주 1년 반 만에 내한 공연 1982년 첫선을 보인 이 작품에 관객들이 여전히 ‘기절’하니 초연 당시 반응이 어땠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코트’의 인상이 워낙 강렬해 이어진 ‘리멤버 미’의 첫인상은 다소 밋밋하고 둔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어지는 무용수의 힘차고 다이내믹한 안무는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008년에 초연한 ‘리멤버 미’는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와 무용의 결합을 시도했다. 이스트빌리지 오페라 컴퍼니의 두 남녀 가수가 무대에서 무용수들과 어우러지면서 세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아름답게 끌어간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개성파 3인 건반 배틀

    개성파 3인 건반 배틀

    클래식 피아노를 사랑하는 이들은 이달 살맛 날 것 같다. 개성이 뚜렷한 3명의 피아니스트가 대기 중이다. 덕분에 고민할 여지는 적다. 코스보단 단품 요리 대가에 가까운 두 거장과 빠른 보폭으로 메뉴를 늘리는 신예가 포함됐다. 최고의 슈베르트 해석가 라두 루푸(67), 죄르지 리게티를 비롯한 현대 피아노곡의 교과서 피에르-로랑 에마르(55)가 전자라면, 클래식계의 뜨거운 ‘블루칩’ 랑랑(30)이 후자에 해당한다. 은둔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는 17·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다. 1966년 반클라이번콩쿠르 우승, 1969년 리즈콩쿠르 우승 이후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거나 수많은 페스티벌에서 독주회를 열었다. 반면 지난 30년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오로지 공연·앨범으로만 대중들과 소통할 뿐. 2010년 한국에 올 뻔했지만, 건강 악화로 1주일 전에 공연이 취소된 바 있다. 때문에 국내 팬의 기대치는 한껏 높아졌다. 루마니아 출신으로 러시아의 대가들과 공부했지만, 그의 레퍼토리는 19세기 독일·오스트리아 작곡가-슈베르트, 브람스, 베토벤, 모차르트-에 집중된다. 17일에는 16개의 독일춤곡, 4개의 즉흥곡, 피아노소나타 D.960까지 슈베르트로만 꾸민다. 19일에는 코리아심포니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4번을 협연한다. 5만~15만원. (02)541-3183. 피에르 불레즈, 죄르지 리게티, 올리비에 메시앙 등 20세기 위대한 작곡가들이 신임하는 피아니스트를 꼽자면 에마르가 첫손에 꼽힌다. 16세에 메시앙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이후 불레즈가 창단한 현대음악 전문단체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의 솔리스트로 18년을 활동했기 때문에 ‘에마르=현대음악’의 이미지가 각인됐다. 하지만 그의 스펙트럼을 현대로만 좁히는 건 실례다. 2003년 바로크 거장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와 작업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5번 전곡, 황금 디아파종상을 안긴 바흐의 ‘푸가의 기법’ 앨범이 그 방증이다. 25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첫 내한 독주회 프로그램도 범상치 않다. 슈만(1810~1856)의 교향적 연습곡부터 리게티(1923~2006) ‘6개의 연습곡’까지 시대를 관통한다. 4만~8만원. (02)2005-0114. 화려한 기교와 무대매너, 아름다운 음색이 장기인 중국의 대표 피아니스트 랑랑은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협주곡 5번 ‘황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김대진이 지휘하는 수원시향과 함께한다. 랑랑이 국내에서 협연무대를 선보이는 건 2008년 라스칼라 필하모닉(지휘 정명훈)과 함께한 이후 4년 만이다. “세계에서 가장 핫한 클래식 아티스트”라는 뉴욕타임스의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2010년 소니클래시컬로 음반사를 옮길 당시 계약금만 300만 달러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로열콘세르트허바우와 함께한 유럽투어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외려 국내에서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연주 등 ‘중국이 미는 아티스트’란 편견 탓에 다소 평가절하된 측면이 있다. 6만~16만원. (02)541-623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거장과 신예의 앙상블 바로크 선율에 홀리다

    거장과 신예의 앙상블 바로크 선율에 홀리다

    2008년 6월. 케임브리지대학 시절부터 단짝인 바이올리니스트 앤드루 맨지와 첫 내한공연을 한 영국 고음악 연주단체 아카데미 오브 에이션트 뮤직(AAM)의 음악감독 리처드 이가(49)는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을 만나보고 싶어 했다. 2005년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의 뒤를 이어 AAM 음악감독을 맡은 그에게는 ‘고음악계의 (레너드) 번스타인’이란 별명이 따라다닌다. 번스타인(1918~1990)은 명지휘자·피아니스트로도 유명했지만, 뉴욕필하모닉 청소년음악회 시리즈 등 후학 양성과 젊은 음악인과의 교류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이가 또한 그라모폰상과 미뎀어워드 등을 받을 만큼 오르간과 하프시코드(쳄발로), 포르테피아노 같은 바로크 건반악기에 능통한 연주자인 동시에 AAM의 음악감독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음악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브리튼 페어스 재단·네덜란드 오페라 아카데미 등에서 정기적으로 젊은 연주자들과 교류했다. ●2008년 첫 만남부터 느낌이 통하다 2005년 10여명의 젊은 연주자들이 의기투합한 바로크 전문연주단체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과 이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독특한 팀 이름은 옛것(antiqua)을 함께 모여 연구하고 연주하는 단체(camerata)란 뜻이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오보에, 바순, 하프시코드 연주자로 꾸려졌다. 당시 2시간쯤 이어진 마스터클래스에서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은 로카텔리의 콘체르토 그로스를 이가 앞에서 연주했다. 연주를 지켜본 이가는 무대에 올라가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직접 하프시코드를 연주해 보였다.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의 리더 김지영(바로크 바이올린)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이가는 젊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가득했고, 그러면서도 대가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연륜이 전해졌다.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무대 위에서 놀고 즐기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즉흥성을 길러내야 한다는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고 떠올렸다. 이가 또한 “창단한 지 1년여밖에 안 되었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젊은 앙상블을 만나 즐거웠다. 이들에게서 젊음의 에너지와 넘치는 의욕을 느꼈다.”며 흐뭇해했다. 이 때문에 이가는 지난해 소프라노 조수미와의 공연을 위해 한국에 왔을 때에도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의 쳄발로 주자 박지영을 따로 만나 원포인트 레슨을 했다. ●바흐 하프시코드 협주곡 C장조 등 선봬 4년에 걸친 인연이 작은 결실을 본다. 바로크 음악 거장 이가와 한우물을 파는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이 오는 25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 함께 오른다. 1부에서는 바로크 시대 가장 중요한 협주곡 형식인 합주협주곡을 집대성한 아르칸젤로 코렐리(1653~1713)의 콘체르토 그로소 1번, 현을 튕기거나 활로 거칠게 긁는 등 전투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한 하인리히 비버(1644~1704)의 바탈리아(전투) 등을 선보인다. 메인요리는 2부에서 서빙된다. 하프시코드의 은밀한 대화가 돋보이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가 1739년쯤 작곡한 ‘두 대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협주곡 C장조’를 이가와 박지영이 함께 들려준다. 쓸쓸한 듯한 울림의 하프시코드의 음색만큼 이 계절엔 딱맞는 악기도 드물다. 3만~7만원. (02)2005-1114.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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