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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폭력 LA 발칵(세계의 사회면)

    ◎흑인 뭇매현장 시민이 비디오로 찍어 TV에… “인권유린” 여론 비등 지난 3일 0시30분쯤 로스앤젤레스 근교 210번 고속도로선상. 5∼6대의 고속도로 경찰순찰차가 헬리콥터의 지원아래 한대의 흰색 현대엑셀승용차를 뒤쫓고 있었다. 8마일 가량의 질주끝에 순찰차에 진로가 차단된 엑셀승용차는 멈춰졌다. 차를 몰던 흑인 청년 로드니 킹(25·실업자)이 운전석에서 끌어내려지자 경찰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경찰봉과 주먹·발길질로 그를 짓이겼다. 흑인청년은 유혈이 낭자한 채 현장에서 수갑이 채워져 경찰서로 연행됐다. 당시 이 흑인청년은 왼쪽다리가 부러졌으며 얼굴에도 20바늘을 꿰매야하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구타장면이 사건현장 가까이 거주하는 한 아마추어 비디오카메라맨의 필름에 잡혀 TV네트워크를 통해 미국전역에 방영돼 사회문제화됐다는 점이다. 이 필름은 동료 고속도로 순찰대원 1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른 3명의 경찰관들이 3분여에 걸쳐 경찰봉과 주먹·발길지로 흑인청년을 무자비하고 잔인할만큼 난타하는 장면을담고 있어 시청자들을 전율케했다. 사건현장 인근에 거주하는 조지 헐리데이씨(31)가 찍은 이 필름은 제보를 받은 LA지역 TV 채널의 하나인 KTLA가 5백달러에 사들여 방영,대특종을 했고 곧이어 모든 TV 네트워크들이 이를 복사,방영했다. 만일 이 아마추어 카메라맨이 이 장면을 잡지 못했더라면 이 사건은 억울한 인권유린으로 끝나버렸을 것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의외로 파문이 커지자 경찰측은 한때 언론들에 대해 사건의 진상접근을 봉쇄하면서 사건을 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몰아가 매듭지으려 들었다. 그 한 예가 피의자 킹이 현대 엑셀로 1백15마일 속도로 질주했다는 경찰 주장이다. 그러나 LA 현대자동차측은 엑셀의 최대시속은 91마일이라고 밝혀 속도위반이라는 경찰의 주장이 거짓임을 입증했다. 드디어 검찰측과 FBI가 본격수사에 나섰으며 톰 브래들리 LA시장은 LA시 산하 전 경찰관들의 복무자세를 다시 정립하라고 추상같은 명령을 내렸다. 당국은 관련 경찰관 13명 전원해직과 직접관련 경찰관 3명을 기소하는 선에서사건을 매듭지으려 하고있으나 여론은 데릴 게이츠 LA시경국장의 문책까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미국에서 다반사로 자행되고 있는 소수민족과 흑인에 대한 공안기관의 차별대우를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한다는 공론이 수렴될지에 현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캠퍼스 범죄 퇴치에 “초비상”/미 대학들(세계의 사회면)

    ◎학생 25%가 강도·성폭행 등에 시달려/교내에 경찰배치,경호원 고용하기도/출입자 신분 확인… 출입문엔 경보장치 미국의 각 대학이 날로 증가하는 캠퍼스내 범죄에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현재 미국 대학생들은 4명중 1명이 캠퍼스내에서 강도·폭력·강간 등의 범죄에 시달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같은 캠퍼스내 범죄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미국의 각 대학들은 지금 캠퍼스내 범죄를 퇴치하기 위해 경찰을 대학구내에 상주시키고 사설 경호원을 고용하면서 자율방범대를 조직하는 등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첨단장비도 동원,출입문에는 경보장치를 부착하고 폐쇄회로 TV를 설치해 모든 출입자를 모니터하기도 한다. 펜실베이니아주의 레이대학은 최근 20초 이상 문이 열려 있을 경우 경보가 자동적으로 울리는 장치를 출입문에 부착했다. 보스턴대학은 1시간당 5달러 25센트를 받는 사설경호제도를 도입했다. 조지아주 아틀랜타의 스펠만칼리지는 학생과 직원이 통일된 복장을 착용해 규정 복장을입지 않는 사람들의 야간출입을 제한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의 UCLA대학은 자율방범대를 조직,24시간 대학구내를 순찰하고 있다. 이밖에도 오클라호마대학은 경찰이 자전거를 타고 대학구내를 순찰하고 있으며 메릴랜드대학은 훈련된 개를 동원해 범죄 예방에 나서고 있다. 보스턴대학에 재학중인 수전 벨트란(18)양은 대학측이 범죄퇴치를 위해 취한 일련의 전향적인 조치를 매우 환영하고 있다. 그녀는 『대학측이 도입한 사설경호제도 덕분으로 이제는 밤늦게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면서 『그동안은 시험때에도 도서관에서 공부하기가 두려웠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학내에서 발생하는 범죄중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것은 절도와 강간사건이다. 특히 강간사건은 시험기간중 밤늦게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기숙사로 돌아가는 여학생들에게 빈번하게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 85년 UCLA대학에서는 한 여학생이 대학구내에서 집단 윤간당했으며 86년에는 레이대학의 진클러리양이 대학구내 기숙사에서 강간당한 뒤에 살해되기도했다. 범죄의 공포가 위험수위에 다다른 미국 대학을 다시 지성과 낭만의전당으로 환원시키기 위해 각 대학들이 취한 일련의 조치가 언제쯤 실효를 거둘지 눈여겨 볼 일이다.
  • 불법체류 확인돼도 이민국에 보고 금지/LA시 의회

    【로스앤젤레스 연합】 미국 로스앤젤레스시 의회는 13일 경찰이 불법체류자의 신원을 확인하더라도 이를 이민국에 알리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 조례는 경찰수사 과정에서 범인이나 증인피해자 중 누가 불법체류자로 신원이 밝혀지더라도 중범죄나 마약관련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이민국에 보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만으로는 체포할 수 없도록 못박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은 불법체류자 신분이 확인되면 경범자는 물론 증인까지 이민국에 넘겨 추방하도록 했었다. 멕시코 등 중남미 사람들과 아시아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불법체류자들은 범죄의 피해자가 되더라도 국외추방이 두려워 신고를 기피하고 있는데 리처드 알라토리 시의원 등은 『로스앤젤레스 주민은 누구나 추방에 대한 두려움없이 범죄를 보고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불법체류라는 신분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현대판 고려장」할머니 LA교민 도움으로 귀국(조약돌)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모텔에서 딸이 투숙비를 내지 않고 달아나는 바람에 27일동안 식사도 거르며 갇혀있던 「현대판 고려장」의 주인공 이원식할머니(80)가 현지 교포들의 도움으로 24일 하오 대한항공 017편으로 귀국했다. 현지 교포들의 성금으로 모텔투숙비 2백40달러를 치르고 나온 이할머니는 대한항공측이 무료로 제공한 이 항공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부산의 사회자선단체인 「애강원」으로 갔다. 이할머니는 지난달 22일 외동딸인 강옥진씨(36)와 함께 모텔에 투숙했으나 강씨가 『돈을 벌어오겠다』며 손녀와 함께 떠난뒤 소식이 끊겨 27일동안 갇혀 지내오다 모텔지배인이 이할머니를 관할 몬타리오경찰서에 신고함으로써 교포사회에 딱한 사정이 알려졌다.
  • 노대통령 정상회담 여로

    ◎“독일처럼 성과기대”… 레이건,노대통령 성원/“세계적 빅뉴스”… 3천여명 몰려 보도 경쟁/회담장주변 「외교구역」 선포… 삼엄한 경비/고르비 연설 인기… 행사장 참석회비 무려 1천달러 ○숙소 찾아와 20분 면담 ○…노태우대통령은 방미일정 첫날인 3일 하오(이하 현지시간·한국시간 4일 상오) 레이건 전미대통령으로부터 전격적인 면담제의를 받고 숙소인 페어몬트호텔에서 20여분간 만나 한소 정상회담등에 관해 논의. 레이건 전미대통령은 노­고르비회담이 개최되는 4일 아침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과 조찬을 갖고 의견을 나눌 예정인데 이날 하오 갑자기 노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면담을 제의. 이날 하오 6시15분 노대통령숙소로 온 레이건 전미대통령은 『다시 만나서 반갑다』며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으며 노대통령은 『지난번 만났을 때보다 더욱 건강하다』며 미소로 답례. 노대통령은 『각하께서 8년간 미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힘의 우위 바탕위에 자유세계 진영을 끌어와 오늘의 변화를 오도록 했다』며 레이건 전미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고 『내일 아침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을 만나시면 나의 뜻이 무엇인지를 잘 전달해 달라』고 당부. 노대통령은 이어 『각하께서 재직하실때 북한의 김일성이 개방세계로 나오도록 한미양국이 공동노력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내가 여기 온 것은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개방세계로 나오도록 하기위한 것』이라고 강조. 레이건 전미대통령은 『대통령재직시 베를린에 가서 동서독 장벽이 허물어져야 한다고 연설한 바 있다』고 상기시키고 『한국의 통일도 동서독처럼 빠른 시간내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고 기원. ○한쪽선 반대시위도 ○…한소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샌프란시스코는 2일만해도 양측의 선발대와 일부 보도진으로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으나 노대통령이 3일 상오 도착한 후 활기를 띠기 시작. 노대통령이 숙소인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인 페어몬트 호텔에 도착하자 호텔앞에는 노대통령의 한소 정상회담을 환영하는 주민들과 한소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동포들의 반대가 어우러져 미묘한 대조를 연출. 우리의 전통무술인 국술원 관계자와 동포 및 미국인 수련생등 1백여명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양손에 들고 북장단에 맞춰 『대한민국 만세』 『노태우대통령 환영』 구호를 외쳤다. 환영시위대 바로 옆에서는 한청연·한겨레애국청년학생회 회원 50여명이 징·쾡과리 등을 두들기면서 『즉각 중단하라 영구분단 음모』라고 외치면서 한소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노대통령의 도착장면을 취재하던 미국기자들과 길가던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호기심에서 열심히 취재하거나 지켜보면서 관심을 표명. ○일본언론들 높은 관심 ○…한소 정상회담에 관한 외국언론들의 관심이 큰 것은 미 언론보도로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일본언론들이 특히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주목. 요미우리·아사히·마이니치·교도통신 등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워싱턴과 서울특파원들이 샌프란시스코로 몰려와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어 한소 정상회담에 대한 일본의 관심이 얼마나 큰가를 반영. 일본언론의 서울특파원들은 정상회담후 우리측 발표와 관계자들로부터의 취재를 담당하고 워싱턴 특파원들은 소련측 발표나 관계자들로부터 뒷얘기를 취재하기 위한 것이라고. 우리 언론사들도 청와대 출입기자 이외에 각사에서 정치·외신·사진기자들을 추가로 파견하는 외에 워싱턴 로스엔젤레스 뉴욕주재 특파원들을 투입,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호텔예약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요행 호텔을 구하더라도 호텔비가 하루 이틀사이에 크게 뛰어올라 있음을 드러냈다. 우리측 대표단과 수행원들이 묵고 있는 페어몬트와 마크 홉킨스호텔에 인접한 스탠퍼드 코트호텔은 이틀전만 하더라도 1인1실에 1백56만달러의 숙박비를 요구했으나 취재진이 몰려들면서 하루 2백10달러를 받고 있다. ○취재석만 1천5백개 ○…고르바초프의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취재하기 위해 소련측에 출입증 발급을 신청한 취재진은 2천여명으로 추산된다는 관계자의 설명. 소련측은 우리 대표단이 들어있는 페어몬트 호텔의 그랜드 볼룸에 프레스센터를 설치했는데 취재진의 좌석만 1천5백석을 준비해 취재진의 규모를 짐작케 했다. 소련측의 프레스센터 설치에는 수십만달러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필요한 자금은 뱅크 아메리카그룹 허스트계 신문은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지,휼렛패커드,건설사인 벡텔사 등 15개 기업체와 개인들이 헌금으로 마련된 것. ○미언론,회담의의 강조 ○…워싱턴 미소 정상회담 종료와 함께 한소 정상회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미국언론들은 4일 노태우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회담이 『아시아에서도 냉전구조가 퇴색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가장 명백한 징표』라고 지적. 4일자 LA타임스지는 한소 정상회담의 의의를 미소 정상회담 못지 않게 강조하는 칼럼을 실어 눈길. 브라운대학 하버드대학의 객원연구원인 크래머씨는 미소 정상회담이 양국간 이견을 보이고 있는 재래식무기감축협상과 독일통일문제에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한데 비해 한소 정상회담은 한반도,더 나아가 동서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 그는 한소 정상회담이 단순히 한소 관계개선에 머물지 않고 한소간 수교,그리고 남북한 긴장완화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분석. 그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돌발적 행동 가능성도 배제키 어려우나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대소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소련과 관계가 증진된 남한과의 진지한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 ○3국 경호팀 합동 근무 ○…한소 정상회담이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시당국은 양국정상의 경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 미 경호대(SS)는 소 KGB와 한국 경호팀과 합동으로 경호업무를 펼치고 있는데 이들은 미 연방수사국(FBI)과 고속도로순찰대,샌프란시스코·스탠퍼드경찰들로 부터도 도움을 받고 있다. ○…미국무부는 3일 한소 정상회담이 열리는 페어몬트호텔과 그 주변을 특별외교구역으로 선포,경찰력을 외곽에 배치하는 등 삼엄한 경비. 노대통령의 숙소이기도 한 페어몬트호텔주변이 특별외교구역으로 지정됨으로써 이 지역에서는 시위 등이 일체 금지되고 유사시에는 호텔측의 동의없이 즉각적인 법집행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 이에따라 일부 반한단체의 시위계획도 헌팅턴공원과 다른 지역에서 하도록 지정됐다고. ○역대 대통령들묵은 곳 ○…역사적인 한소 정상회담이 열리는 페어몬트 호텔은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의 언덕배기인 놉힐에 위치해 샌프란시스코만을 굽어보는 지상 22층 객실 6백개의 초특급 호텔로서 미국및 외국 원수들이 즐겨찾는 명소. 이 호텔은 당초 1906년 준공예정으로 1902년에 착공됐다가 준공직전에 대지진이 발생,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으며 그후 1년의 공사끝에 샌프란시스코 대지진발생 1주년인 1907년 4월18일 개업. 연회및 회의실 24개도 갖춘 이 대형 호텔은 자체 오케스트라를 갖고 있는 그랜드 볼룸은 2천5백명이 식사를 나눌 수 있는 규모. 호화호텔답게 하루 숙박료만도 최저 2백만달러에서 최고 6천달러에 이르는데 호텔의 소유주는 뉴욕의 부호 벤자민 스위그씨의 아들 리처드 스위그씨.
  • “중태” 중남미 경제 현장 르포:하

    ◎“눈덩이 외채”… 세계경제의 「시한폭탄」/브라질·멕시코는 무려 1천억불 웃돌아/잇단 상환중지 선언… 세은·IMF “골머리”/인플레 악순환에 서민가계 주름… 외화도피 늘어 국고는 “빈 껍데기” 중남미국가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공항에서 어김없이 겪는 낯선 경험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출국 공항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플레가 극심한 아르헨티나와 페루는 물론 요즘 경제사정이 나아져가는 멕시코도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에서는 2만5천아우스트랄(5달러),멕시코는 7천페소(3달러)를 각각 1인당 공항세로 받고 있으며 남미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인 페루에서는 외국인들에게 미화 15달러를 의무적으로 물린다. 중남미에 첫발을 들여놓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혹시 동양인이라고 공항직원들로부터 횡포를 당하는 것이 아닌지』하는 생각에 당혹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중남미국가 공항에서의 공항세는 대부분 관례화되어 있다. ○공항서도 세금받아 중남미국가의 정부들이 이처럼 공항에서까지 세금을 받는 것은 그만큼 국가 재정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또 외채가 많은 이 지역 국가들이 해외여행자들로부터 세금을 걷어서라도 외환결손을 메워보려는 몸부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살인적인 인플레가 중남미국가들의 경제위기를 대내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외채는 이들 국가들의 발목을 쥐고 있는 대외적인 경제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중남미 외채는 「세계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중남미 국가들의 외채비중이 막대하고 심각하다는 얘기다. 최근 발간된 「비즈니스 라틴아메리카」에 수록된 지난 88년말 현재 중남미국가 외채현황에 따르면 ▲브라질이 1천1백87억달러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멕시코 1천4억달러 ▲아르헨티나 6백7억달러 ▲베네수엘라 3백74억달러 ▲칠레 1백94억달러 ▲페루 1백84억달러 ▲콜롬비아 1백75억달러 ▲에콰도르 1백3억달러 ▲볼리비아 57억달러 등의 순이다. 중남미국가들의 외채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지난 82년 8월 멕시코가 외채상환중지를 선언하고 부터다. 이후 87년에 브라질이 외채지불 유예선언을 했고 매년 라틴아메리카경제기구(SELA)에서는 외채상환 불능선언이 잇따라 중남미 외채 순위 3위인 아르헨티나에서는 이자 지불이 아직까지도 중단되고 있다. 남미에서 손꼽는 빈곤국가인 페루의 경우 85년 7월 취임한 좌파의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외채를 총 수출액 10% 이내에서만 상환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그 결과 처음 2년 동안은 기존의 외환보유고를 활용하고 자유로운 수입정책으로 국내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처럼 나타났다. ○차관제공마저 중단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은 페루를 차관공여 부적격국으로 선언,IMF에서 제명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세계은행(IBRD)도 페루에 차관제공을 중단했다. 이에 가르시아 대통령은 종래방침에서 선회,IMF에 신규차관제공을 요청하는 등 대외적인 유화제스처를 쓰고 있으나 국내경제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되고 말았다. 달러화 가치의 동결이 수출을 위축시켜 중앙은행 외환보유고가 바닥이 났고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통화증발은 하이퍼인플레(초인플레)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남미국가들은 돌아보면 실제로 정부의 외환관리정책에 엄청난 구멍이 뚫린 것을 실감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 유입된 달러 등 외환을 일반국민이 신고하지 않고서는 함부로 소지할 수 없도록 엄격한 외환집중제를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반상품을 파는 중남미국가들의 상점들은 대부분 달러화 거래를 병용한다. 페루의 수도 리마의 다운타운에서는 대낮인데도 암달러상들이 판을 친다. 「캄비오」(Cambio)라는 환전기관들이 많이 있는데도 환율을 훨씬 높게 쳐주기 때문에 암달러상들이 대낮에도 활개를 펴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진출해 있는 많은 외국인 업체들은 대체로 은행구좌를 아르헨티나가 아닌 미국이나 인근 우루과이은행에 갖고 있다. 살인적인 인플레와 가끔 예기치 못한 방법으로 예금인출을 동결시키는 등의 비상금융정책 실시에 이골이 난 외국업체들이 아예 아르헨티나 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구좌를 트고 거래하는 것이다. 환율변화는 중남미국가 정부의 외환 및 경제사정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경제지표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미화 1달러당 환율은 지난해 10월말 6백50아우스트랄이던 것이 12월말 1천9백,올해 2월말 5천1백50아우스트랄로 올랐으며 최대의 경제고비로 예상되고 있는 3월말에는 무려 1만2천아우스트랄까지 상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만% 평가절하도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봉급생활자들은 월급을 타면 먼저 일용품을 사고 나머지는 달러화로 바꾸는 것이 일과처럼 돼 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아우스트랄화의 평가절하율이 유례없이 1만1천6백82%로 나타난 통계결과는 인플레와 함께 외환사정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페루에서 통용되는 환율은 골치아플 정도로 복잡다기 하다. MUC(정부공시환율) 외에 은행간 거래환율과 자유시장환율 등 세 개의 환율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수입상들은 무척 애를 먹는다. 따라서 수입상품의 정부 공시가격은 낮고 실제 유통가격은 그보다 비싸다. 그 환차액을 중간에서 공무원들과 세관원들이 챙긴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중남미국가들의 외환사정을 악화시키는 또다른 주범으로는 해외 외화도피를 꼽는다. 아르헨티나의 지난해 수출은 90억달러에 이른 반면 수입은 45억달러였다. 무역수지상 4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그런데 수출업자들은 엄청난 인플레 때문에 아예 수출대금을 달러로 빼돌려 국고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해외도피 외화규모가 4백50억달러 이상이나 된다는 비공식 통계에서 기형적인 아르헨티나 경제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멕시코에서 지난 10년 동안 해외자본도피는 약 6백억달러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한햇동안만 해도 모두 1백20억달러의 외화가 국내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비공식 집계되고 있다. ○마이너스성장 지속 중남미국가들의 경제위기는 무엇보다도 경제의 종합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경제성장통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87년 6.9%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였던 페루는 88년 마이너스 8.5%의 성장으로 돌아선 이래 지난해 상반기에는 무려 마이너스 22%의 경제후퇴를 보였다. 아르헨티나는 87년 2.0% 경제성장에서 88년에는 마이너스 3.1% 성장을 기록,지난해는 마이너스 4∼5%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86년 8.0%였던 경제성장률이 87년에는 2.9%로 뚝 떨어졌다. 중남미국가들은 막대한 외채 및 만성적인 재정적자 아래서 높은 인플레와 실업률,낮은 경제성장의 삼중고,사중고를 겪고 있으면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수단의 결여로 「남미병」이 쉽게 치유되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정부는 지난 4일 정년에 이른 사람은 물론 정년을 2년정도 남겨둔 공무원들을 강제 퇴임시키고 자리만 지키면서 하는 일 없이 월급이나 타가는 정부직제를 대폭 없애는 비상조치를 발표했다. 연간 20억달러의 세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아르헨티나의 경제난국은 쉽게 풀리기 어려운 것 같다.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 택시기사를 겸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봉급만 갖고는 생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겸업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초·중·고교의 교사들은 대체로 월 30만아우스트랄(60달러) 정도의 월급을 받는데 이 돈으로는 먹고 살기가 여의치 않아 상당수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경제난은 빈부겪차를 수반하며 특히 중남미식 대통령 단임제는 관료들의 부패를 조장하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 단임 후 현 대통령이 물러난 뒤 새 대통령이 들어서면 많은 공무원들이 정치적인 인사에 휘말리기 때문에 재임기간 동안 뇌물을 받아 한 몫을 챙기는 중남미식 한탕주의가 공통적으로 서민가계를 더욱 주름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막강한 잠재력 지녀 그러나 중남미국가 전체를 통틀어 「희망없는 나라들」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판단이다. 중남미는 대부분 넓은 국토에 엄청난 자원,그리고 아르헨티나와 같은 국가에서는 잘살던 시절의 사회간접자본투자 등 막강한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남미국가들이 지금 겪고 있는 경제위기는 단순한 물가상승 같은 경제요인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정정의 불안에서 파생되는 잦은 정책변경과 경험부족에서 오는 경제정책실험,막무가내식 선심복지행정이 초래한 재정적자의 증가 및 이를 해소하기 위한 무리한 통화증발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볼 때 정치지도력의 확립이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시급한 것처럼 여겨진다. 멕시코가 지난 88년말 40대의 살리나스 대통령정부 출범 이래 미국유학파 출신인 젊은 경제각료들과 손잡고 「마킬라도라산업」 등 의욕적인 경제시책을 펴 높은 인플레 속에서도 지속적 경제성장기반을 다지고 있고 피노체트 정권의 뒤를 이어 최근 17년 만에 파트리치오 아일윈 민간정부를 출범시킨 칠레는 그 동안 외국인 투자환경을 적극 조성,남미국가 중에서는 드물게 착실한 경제성장과 인플레억제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나라가 중남미국가 중에서 그래도 경제상황이 호전되거나 모범적인 성장국가로 지목되고 있는 사실은 중남미국가들의 경제가 온통 파탄에 빠진 것만은 아니며 정치지도층 엘리트들의 뼈저린 각성과 국민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언젠가는 과거 아르헨티나가 이룩했던 것처럼 찬란한 경제를 다시금 회복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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