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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기 감독은? 추후 전략은? ‘총체적 난국’

    대표팀 감독만 바꿀 생각이었는데, 모든 게 엉망이 됐다. 조광래 감독 전격 경질로 인해 대한축구협회, 나아가 한국 축구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현 상황을 다섯 글자로 정리하면 ‘총체적 난국’이다. 당장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의 지휘봉을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가 고민이다. 당초 축구협회가 후보군에 올렸던 프로축구 K리그 전북 최강희,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 아프신 고트비, 올림픽 대표팀 홍명보 감독 등 3명 모두 A대표팀 감독직을 거절했다. 쿠웨이트전 단 한 경기로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 여부가 결정 나고, 동시에 팬들이 납득할 만한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어마어마하다. 그래도 이건 표면적인 문제일 뿐이다. 한 걸음 더 나가면 ‘독이 든 성배’였다가 이제는 그냥‘독배’가 돼 버린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을 지도자를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새 감독을 선임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조 감독과 함께 코칭스태프 전원이 물러났다. 새 감독과 그가 구성할 코칭스태프들은 전임자들이 1년 6개월 동안 만들어왔던 팀을 제대로 물려받기 어렵다. 관중 입장에서 습득했던 수준의 전력분석을 가지고 선수를 차출하고, 전술을 구성해야 한다. 그동안 기술위원회가 조 감독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대표팀을 함께 관리해 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기술위는 구성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조 감독의 경질 사유가 불명확한 것도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새 감독의 할 일은 오로지 ‘약체와 일본에 지지 않는 것’뿐이다. 이 때문에 현재는 감정이 상해 서로 등을 돌리고 있더라도,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한국 축구의 대의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축구협회와 조 감독이 화해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축구를 총괄하는 축구협회의 아마추어리즘과 불투명함이 또다시 드러났고, 이로 인해 축구협회가 국민과 축구인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눈앞의 한두 경기를 이기고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고 해도 잡음은 끊이지 않게 된다. ‘저 선수는 누구 백으로 대표팀에 들어갔다.’는 식의 마타도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축구계의 정치적 갈등도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모든 게 꼬여버린 상황, 이를 자초한 축구협회는 어떤 해법을 가지고 있을까.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홍명보 ‘독이 든 성배’ 된 감독직 맡을까

    홍명보 ‘독이 든 성배’ 된 감독직 맡을까

    그래도 축구는 계속된다. 문제는 ‘독이 든 성배’였던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이 조광래 감독의 경질로 ‘맹독이 든 성배’가 됐다는 사실이다. 당초 유력한 차기 사령탑 물망에 올랐던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의 압신 고트비 감독은 후보군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대표팀을 이끌면서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했고, 올 초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서 한국에 패하는 등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고트비 감독은 2008년 이란 프로축구팀 페르세폴리스 감독으로 있을 당시 한국 올림픽 대표팀 골키퍼 코치를 영입하려고 시도해 협회와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다. 이른바 ‘닥공’(닥치고 공격)축구로 전북을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던 최강희 감독도 협회의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내년 전북의 리그 2연패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중요성을 이유로 단박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선은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홍명보 감독에게 쏠린다. 물론 홍 감독도 “당장 런던 올림픽 본선 진출이 중요하다.”며 A대표팀 감독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내년 2월 쿠웨이트와의 아시아지역 3차예선을 앞두고 A대표팀 선수들의 특성을 홍 감독만큼 잘 아는 지도자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조 감독이 세대 교체를 추진하면서 홍 감독이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 당시 키웠던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이 A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임시방편이지만 홍 감독을 쿠웨이트전을 위한 ‘원포인트’ 겸임 감독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패싱게임의 실패… 막 내린 조광래호

    패싱게임의 실패… 막 내린 조광래호

    대한축구협회가 조광래(57)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7일 “조 감독이 협회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로써 지난해 7월 협회 기술위원회에서 단독 후보로 추대돼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조 감독은 18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당초 계약 기간은 2년이었다. 조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당면 과제를 맡아 대표팀을 이끌어 왔고, 대표팀은 아시아지역 3차예선에서 승점 10(3승1무1패)으로 B조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조 감독은 지난 8월 일본과의 평가전 0-3 참패에 이어 지난달 아시아지역 3차예선 원정경기에서 약체인 레바논에 1-2로 패하면서 축구 팬들의 지속적인 비난을 받아왔다. 협회 기술위원회는 대표팀이 레바논에 패배한 뒤 조 감독의 거취를 논의해 왔고, 내년 2월 쿠웨이트와의 3차예선 최종전을 앞두고 조 감독을 경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패싱게임’을 대표팀에 정착시키고자 했던 조 감독의 전술실험과 세대교체 시도도 막을 내리게 됐다. 물론 최근 대표팀의 부진을 패싱게임 정착 과정의 시행착오로 보는 관점도 있었지만 유럽 및 해외파의 무리한 차출과 선수 구성에 맞지 않는 전술을 펼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축구계의 ‘재야’ 인사로 분류됐던 조 감독이 협회 기술위원회와 선수 차출 문제를 놓고 마찰을 일으켰던 것도 조급한 감이 있는 경질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된다. 후임 감독으로는 과거 거스 히딩크, 핌 베어벡 감독을 보좌했던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의 사령탑 압신 고트비 감독이 1순위인 것으로 전해졌다. 2002 한·일 월드컵과 2006 독일 월드컵에서 각각 대표팀의 비디오 분석관과 코치로 활약했던 대표적인 ‘지한파’ 지도자인 고트비 감독은 지난 4년 동안 이란대표팀과 클럽팀 감독을 맡아 경험도 풍부하다. 고트비 감독은 올 초 시미즈와 3년 계약에 서명했지만 국가대표팀 감독 제의가 들어오면 언제든 팀을 떠날 수 있다는 옵션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 역시 “협회가 대표팀 감독 후보로 생각해주고 있어 감사하다. 한국 축구를 돕는 일이라면 언제든 열정을 쏟아부을 준비가 돼 있다.”며 대표팀 감독 제의를 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닥공’ 축구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과 K리그를 우승을 차지한 전북 최강희 감독도 후보군에 거론되고 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시상식도 휩쓴 ‘닥공 열풍’

    프로축구 K리그 대상 시상식에도 ‘닥공’(닥치고 공격) 열풍이 몰아쳤다. 화끈한 공격 축구로 통합 챔피언에 오른 전북이 단체·개인상을 휩쓸었다. 최우수선수상(MVP), 감독상, 올해의 베스트팀 등 무려 트로피 10개를 쓸어 담았다. 이동국이 MVP·도움상·베스트11·팬타스틱상까지 4개로 트로피 수집에 앞장섰고, 최강희 감독이 2009년에 이어 감독상을 수상했다. 무시무시한 공격력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구멍(?)으로 여겨졌던 수비에서 박원재·조성환·최철순이 베스트11(DF)에 뽑히며 설움을 씻었다. 챔프전 일등공신 에닝요도 베스트11(MF)을 꿰찼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올 시즌은 전북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는 자화자찬으로 통합 챔피언의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신인상은 광주의 이승기 몫이었다. 기자단 투표 115표 중 57표를 획득해 고무열(포항·48표)과 윤일록(경남FC·10표)을 제치고 최고 루키의 영예를 안았다. 이승기는 신생팀 광주의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8골 2어시스트(27경기)로 농익은 몸놀림을 뽐냈다. 위클리베스트11과 맨오브더매치(MOM)에 각각 여섯 번씩 선정될 정도로 팀 공헌도가 높았다. 177㎝로 키가 큰 편은 아니지만 기술이 좋고 날카로운 슈팅까지 장착했다. 신인급으로 이뤄진 광주가 11위로 선전(?)한 것도 이승기의 역할이 컸다. K리그의 인상적인 활약을 발판으로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이승기는 “항상 가수 이승기에 가려 있었다. 앞으로 더 발전해 축구선수 이승기가 더 유명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이동국 “노장이란 말 듣기 싫어 한발씩 더 뛰었다”

    이동국 “노장이란 말 듣기 싫어 한발씩 더 뛰었다”

    데자뷔였다. ‘라이언킹’ 이동국(32·전북)이 2년 전에 이어 최우수선수(MVP)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이동국은 6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대상’의 주인공이었다. 언론사 유효표 115표 중 86표를 받아 데얀(FC서울·14표), 곽태휘(울산·12표) 등을 제치고 MVP에 등극했다. 이동국은 이날 네 번이나 시상대에 올랐다. 2009년 MVP·득점상·베스트11(FW)에 뽑혔던 이동국은 올해는 MVP·도움상·베스트11(FW)에 팬들이 뽑은 ‘팬’타스틱 플레이어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깔끔한 슈트에 까만 보타이로 한껏 멋을 낸 이동국은 ‘주연’을 당당히 즐겼다. 팬타스틱 플레이어상을 받을 때는 “안티팬이 참 많은데.”라고 고개를 갸웃하며 자학(?)하더니 “팬들이 직접 뽑은 최고의 선수로 뽑혀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베스트11에 뽑히고는 “가진 능력보다 많은 걸 하게끔 도와주신 최강희 감독에게 영광을 바치겠다.”고 했고, 도움상을 타고는 “축구를 하면서 도움왕이 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지 못했는데, 평범한 패스를 멋진 골로 연결시켜 준 동료들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MVP는 감격이 남다른 듯했다. 이동국은 “2009년에 이어 또 큰 상을 받게 돼 기쁘고 감사하다. 가족 같은 팀원들과 팬들, 언제나 힘을 주는 아내와 두 딸 재시·재아에게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 내년에 더 멋진 모습을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30대가 넘어가면서 노장이라 못 뛴다는 얘기를 듣기 싫어 한 발씩 더 뛰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실 이동국의 MVP 수상은 예견된 일이었다. 올 시즌 활약이 워낙 좋았다. 16골(득점 2위)-15도움(도움 1위)으로 전북 통합 우승의 선봉에 섰다. 경기당 공격 포인트 1.07개(29경기 31포인트). 이동국은 2년 전 어시스트 0개로 ‘주워 먹기’라는 비난에 시달렸던 것을 비웃기나 하듯 15개의 골을 배달하며 K리그 도움 기록을 깨기도 했다. K리그 최초로 개인상 그랜드슬램(MVP·신인상·득점상·도움상) 기록도 세웠다. 이제 이동국은 명실상부한 ‘K리그 레전드’다. 1983년 출범한 K리그 사상 MVP를 두 번 수상한 건 신태용(1995년·2001년) 현 성남 감독이 유일하다. MVP 상금(1000만원)에 도움상(300만원), 베스트11(300만원)까지 ‘짭짤한’ 수입도 챙겼다. 이동국은 “(감독상 상금을 받은) 감독이 하자는 대로 하겠다. 동료 선수들과 식사라도 거하게 해야 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이영표, 美프로축구 밴쿠버 입단

    이영표, 美프로축구 밴쿠버 입단

    박지성과 함께 2000년대 한국 축구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이영표(34)가 미국프로축구(MLS) 밴쿠버 화이트캡스FC에서 축구 인생 여섯 번째 도전에 나선다. 이영표의 에이전트사 ㈜지쎈은 6일 “이영표가 캐나다에서 밴쿠버와 계약서에 서명했다.”면서 “계약 기간 1년에 추가로 1년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 조항을 뒀다.”고 밝혔다. 이영표는 7일(현지시간) 밴쿠버에서 공식 입단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로써 이영표는 1999년 프로축구 K리그 LG(현 FC서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에인트호번(네덜란드)-토트넘(잉글랜드)-도르트문트(독일)-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통산 여섯 번째 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가게 됐다. 아시아에서 출발해 유럽에서 꽃을 피운 이영표의 축구 인생은 중동을 거쳐 미국에서 열매를 맺는 모양새다. 지난 6월 알힐랄과의 계약 만료로 귀국한 이영표는 그동안 K리그를 비롯한 많은 팀에서 영입제안을 받았지만 자녀 교육과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 영어 공부를 하기 좋은 밴쿠버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지 여건이 좋아 만족스럽다. 구단 프런트도 매우 프로페셔널한 게 인상적이다.”면서 “내년 시즌 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또 트위터를 통해 현지 유학생들에게 밴쿠버의 경기표를 구해 주겠다는 유쾌한 소식도 알렸다. 밴쿠버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영표를 잡았다. 밴쿠버는 이번 시즌 MLS 서부콘퍼런스(9개 팀)에서 6승10무18패(승점 28)로 꼴찌에 그친 약체다. 밴쿠버는 수비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베테랑 수비수 이영표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물론 이영표도 대충 뛰는 선수가 아니다. 실전 감각은 떨어져 있지만, 지난 6월 국내 복귀 뒤 현역 생활과 은퇴를 놓고 고민하면서도 친정팀 서울의 훈련장에서 몸 만들기에 열중하는 등 개인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경기 감각은 팀 훈련에 참가해 시즌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리그 적응 여부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영표는 특유의 성실함과 긍정적 마인드로 어디서든 이적 첫 시즌부터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해 왔기 때문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K리그 흥행챔프 울산 ‘철퇴 축구’

    K리그 흥행챔프 울산 ‘철퇴 축구’

    2011년 K리그 챔피언은 ‘닥공’(닥치고 공격) 전북이다. 하지만 겨울 축구 주인공은 단연 울산의 ‘철퇴축구’다. 6년 만의 우승은 물거품이 됐지만 울산은 지난 2주간 ‘전통 명가’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정규리그 6위로 플레이오프(PO) 막차를 탄 울산은 FC서울(6강PO)-수원(준PO)-포항(PO)을 잇달아 격파하며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다. 축구전문가와 팬들은 “전북이 화끈한 공격축구로 울산을 부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울산은 챔프전에서도 탄탄한 전력으로 전북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도 “울산은 다른 의미의 승자다. 수준 높은 경기를 한 덕분에 챔프전이 더욱 빛났다.”고 극찬했다. 대반전이다. 울산의 출발은 지지부진했다. 올 시즌 설기현·곽태휘·이호·강민수 등 국가대표급 선수를 보강하며 우승후보로 꼽혔던 것과 달리 홈 개막전에서 시민구단 대전에 충격패를 당했다. 한때 15위까지 처졌고, 막판까지 10위권을 맴돌았다. 재미없고 특색 없는 ‘수비축구’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리그컵 정상에 오르긴 했지만 승부조작 여파로 권위는 떨어졌다. 그러나 리그 마지막 8경기에서 승점 18(5승3무)을 벌어들이는 무서운 뒷심으로 극적으로 겨울 잔치에 합류했다. 울산은 끈끈한 수비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빠른 역습과 조직적인 공격으로 골을 뽑았다. 수비 위주로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하다 한 방에 내려쳐 쓰러뜨리는 울산 축구는, 파괴력 넘치는 ‘철퇴’와 같아 철퇴축구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얻었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울산이다. 울산은 내년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한다. 내년 K리그는 ‘스플릿 시스템’으로 변신, 홈앤드어웨이로 30경기를 소화한 뒤 상·하리그로 나누어 14경기씩을 더 치른다. 챔스리그까지 최소 50경기를 뛰어야 한다. 해외 원정까지 다녀야 하니 매우 혹독한 일정이다. 울산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호곤 감독은 “두 대회를 현명하게 치르는 법은 안다. 결국 원하는 선수를 얼마나 수급하느냐가 문제다. 두 대회를 겸할 수 있는 스쿼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철퇴축구로 팬들을 감동시킨 울산이 겨울 이적시장에서 얼마나 내실있는 보강을 할지가 비시즌의 관전포인트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봉동 이장’ 최강희 명장 됐네

    ‘봉동 이장’ 최강희 명장 됐네

    최강희 전북 감독이 주섬주섬 장화를 신고 밀짚모자를 썼다. ‘봉동이장’의 모습으로 완벽히 변신한 최 감독은 서포터스석 앞에서 큰 팔로 하트를 그리며 고마움을 전했다. 4일 K리그 챔피언에 오른 직후 모습이다. 최 감독은 이날 녹색과 짙은 남색이 섞인 넥타이를 맸다. 2년 전 통합우승 후 전북 골수팬이 선물한 타이란다. 최 감독은 “2년 전 팬이 선물로 주면서 ‘가슴에 별 하나는 너무 외로워 보입니다. 꼭 2개를 달아 주세요’했다. 두 번째 별을 다는 날 약속을 지키는 의미로 매고 왔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최 감독은 팬을 아끼는, 드라마를 아는 감독이다. 리더십은 물론 따뜻한 인간미에 유머 감각까지 갖췄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지나 이제 전북은 K리그 명문 반열에 올랐다. 전북팬들 소망은 ‘최강희 감독 종신 계약’이다. 인기뿐 아니라 기록에서도 K리그 명장 반열에 올랐다. 2005년 7월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2009년과 2011년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K리그 사령탑 중 한 팀에서 두 차례 이상 우승한 건 최 감독이 7번째다. 지난 9월에는 역대 11번째로 K리그 통산 100승 감독에 올랐다. 224경기 만에 100승 고지를 밟아 최단 기간 100승 타이기록(성남 고 차경복 감독)을 세웠다. ‘최강희 축구’의 본질은 사실 ‘닥공’(닥치고 공격)이 아니라 ‘신뢰’다. 최 감독은 실수가 있어도 끊임없이 믿고 기용해 부활시키고 만다. 이동국·김상식·손승준 등이 다 그랬다. 돈으로 얽힌 프로 세계에서 돈독한 믿음을 준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이동국은 “날 믿어 주는 감독을 실망시키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내 능력보다 더 많은 걸 보여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주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프로축구] ‘닥공’ 전북… 2년만에 K리그 챔프 탈환

    [프로축구] ‘닥공’ 전북… 2년만에 K리그 챔프 탈환

    위험요소는 ‘방심’뿐이었다. 2009년 K리그 통합챔피언 전북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2년 전 영광을 재현했다. 전북은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울산을 2-1로 꺾었다. 전북은 지난 1차전(2-1 승)에 이은 2연승으로 울산의 ‘철퇴 축구’를 잠재우고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우승상금은 3억원. ●“즐겨라”… 2-1 역전드라마 최강희 전북 감독은 신중했지만 여유로웠다. 선수들에게 “즐겨라.”라는 말을 했단다. 원정 1차전에서 2-1로 이긴 덕분에 유리했다. 비겨도, 0-1로 져도 우승이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이 “도박을 한다면 우리에게 걸겠나.”라고 한 수 접고 갔을 정도. 예상대로 전북은 경기를 압도했다. 하지만 마무리가 안 좋았다. 전반에만 슈팅 8개(울산 4개)를 날렸지만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전반 25분에는 이동국이 페널티킥을 얻어내고도 김영광의 선방에 막혔다. 이래저래 안 풀렸다. 울산은 수비로는 리그 둘째 가라면 서러운 팀. 선제골도 울산이 먼저 뽑았다. 후반 11분 설기현이 루시오의 패스를 받아 골망을 흔들었다. 6위로 겨울잔치에 턱걸이한 울산은 FC서울(6강PO)-수원(준PO)-포항(PO)까지 꺾은 토너먼트 최강자였다. 하지만 전북은 3분 뒤 최철순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에닝요가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23분에는 ‘흑표범’ 루이스가 수비수 세 명을 제치며 무려 50여m를 달려 골문을 뒤흔들었다. 승리를 예감한 전북은 닥공에 어울리지 않는(?) ‘잠그기’로 승리를 지켜냈다. 일찌감치 예견된 우승이었다. 전북의 올 시즌은 완벽, 그 자체였다. 최 감독이 “2009년 통합우승 때보다 더 강해졌다.”고 자신했을 정도. 전북은 올 시즌 K리그 30경기에서 딱 세 번 졌다. 2년 전이 이동국의 원맨쇼였던 것과 달리 올해는 이동국·김동찬·이승현·정성훈 등 다양한 공격루트로 승리를 일궜다. ●2011 히트상품 ‘닥공’ 전북은 이날까지 K리그(리그컵 제외) 22경기 연속무패(14승8무)로 성남이 갖고 있던 연속무패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경기당 평균 2.23골(30경기 67골)을 넣어 2년 전 세웠던 기록(평균 2.11골)을 새로 쓰기도 했다. 전북은 주전과 비주전을 나눌 수 없는 견고한 ‘더블스쿼드’로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주름잡았다. FA컵과 리그컵 등은 버리고 ‘더블’(2관왕)을 향해 착실히 달렸다. AFC챔스리그는 결승까지 순항했지만 알사드(카타르)에 막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정상 문턱에서의 쓰라린 좌절. 전북은 더 독을 품었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한 전북은 목포 전지훈련을 통해 날카롭게 창을 갈았고 전주성에서 짜릿한 우승드라마를 완성시켰다. 전주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프로축구] 전북·울산 “끝장 보자”

    2011년 프로축구 K리그도 이제 마지막 1경기만을 남겨뒀다.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정규리그 1위 전북과 치열한 챔피언십을 거치고 올라온 6위 울산의 챔피언결정 2차전이다. 지난달 30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전북이 울산을 2-1로 격파하며 2009년 이후 2년 만의 K리그 챔피언 등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가까스로 챔피언십에 진출해 정규리그 상위 팀들을 연파하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온 울산은 전주 원정경기에서 역전 드라마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전북, 0-1 패배할 경우에도 우승 모든 조건은 전북에 절대 유리하다. 전력 누수도 없고 홈 관중의 응원 열기도 뜨겁다. 1차전을 이기면서 실전감각도 되찾았고, 원정 다득점에서도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놨다. 전북은 주전급 외에도 장신 공격수 정성훈을 비롯해 로브렉, 김동찬 등 공격 자원이 풍부하다. 서정진, 김지웅 등 측면 자원들도 출격명령을 기다린다. 반면 울산은 주전 수비수 이재성과 공격수 고슬기가 경고누적으로 2차전에 못 나온다. 또 6강 플레이오프부터 올라오느라 쌓인 피로와 함께 1차전에서 패한 팀이 한 번도 챔피언에 오른 사례가 없다는 기록(4무6패)도 부담이다. ●울산, 조커 강진욱·강민수에 기대 울산은 조커였던 수비수 강진욱, 강민수 등이 선발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1차전에서 박승일을 대신해 깜짝 선발 기용됐던 루시오는 조커 출장이 예상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전반 시작부터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어쩔 수 없이 곽태휘, 설기현, 김신욱 등 주축 멤버들이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전북은 비기거나, 0-1로 지더라도 우승을 차지한다. 홈에서 무실점 경기가 11번이나 된다. 1실점 경기도 9번이다. 울산이 챔피언십 내내 보여줬던 득점력을 최대한 살려야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만 울산이 2-1로 이기고 승부차기까지 가면 해볼 만하다. 울산은 페널티킥 방어의 귀재 골키퍼 김승규가 있다. 울산이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이동국 vs 곽태휘 “MVP 넘보지마”

    이동국 vs 곽태휘 “MVP 넘보지마”

    스포츠는 1등만 기억한다. 4일 챔피언결정 2차전이 끝나면 전북과 울산 중 한 팀은 2011년 K리그 우승팀으로 역사에 이름을 아로새긴다. 우승트로피뿐 아니라 최우수선수(MVP)와 감독상까지 휩쓸 가능성이 크다. 1983년 K리그 출범 이후 챔피언이 아닌 팀에서 이 상을 받은 건 두 번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승자독식’이다. ●이동국 ‘영광 재현’ vs 곽태휘의 ‘돌풍’ MVP는 ‘라이언킹’ 이동국(왼쪽·전북)과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오른쪽·울산)의 대결로 좁혀졌다. 1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올 시즌 개인기록과 위클리베스트11, 맨오브더매치(MOM) 선정 횟수 등을 토대로 기술위원회를 거쳐 발표한 MVP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데얀(FC서울), 염기훈(수원), 윤빛가람(경남) 등도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팀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MVP 가능성이 낮다. 이동국은 2년 전 MVP와 득점왕을 휩쓸었던 영광을 재현할 기세다. 올 시즌 정규리그 16골 15어시스트로 전북의 리그 1위를 이끌었다. 도움왕에 등극, K리그 최초로 개인상 그랜드슬램(MVP·신인상·득점왕·도움왕)을 달성하기도 했다. 올 시즌 베스트11에 8번, MOM에 7번 선정될 정도로 꾸준히 활약했다. 곽태휘는 울산의 ‘핵’이었다. 주장이자 수비라인의 중심을 맡아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었다. 수비수이면서도 정규리그 7골로 공격수를 압도하는 득점포를 터뜨렸고, 챔피언십에서도 두 골을 작렬하며 울산 돌풍의 선봉에 섰다. 베스트11에 6번, MOM에 4번 선정될 정도로 기복이 없었다. ●감독상도 ‘닥공’ 최강희 vs ‘철퇴’ 김호곤 감독상도 2파전이다.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포항 황선홍 감독도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역시나 챔피언 감독이 ‘2011년 최고의 명장’을 예약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닥치고 공격’이라는 저돌적인 공격축구로 올 시즌 K리그를 주름잡았다. 리드하고 있을 때도 ‘잠그기’란 없었다.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의 ‘철퇴 축구’는 챔피언십 최고 히트상품이다. ‘철퇴 축구’는 수비 위주로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하다 한 방에 내려치는, 무기로 치면 창이나 검이 아닌 파괴력 넘치는 철퇴 같은 울산 축구를 표현한 말이다. 수상자는 기자단 투표를 거쳐 6일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상금은 MVP 1000만원, 감독상 500만원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공짜’라서 아쉬웠던 K리그 챔프전 명승부

    지난달 30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2011 챔피언십 울산과 전북의 챔피언결정 1차전은 단기전과 수중전의 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명경기였다. 6강 플레이오프(PO)-준 PO-PO를 거치면서 지칠 대로 지친 정규리그 6위 울산은 놀라운 투혼을 발휘했고, 25일 만에 실전에 나선 1위 전북은 노련한 경기운영을 펼쳤다. 팀이 뛴 거리는 울산이 110.06㎞로 오히려 전북의 108.24㎞를 앞섰다. 울산은 4.762㎞를 뛴 골키퍼 김영광을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평균 10.53㎞를 뛴 것이다. 불과 12일 사이에 4번째 경기를 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대목이다. 점유율도 울산이 51.8%로 높았다. 체력소모를 촉진하는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끊임없이 뛰는 울산 선수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저러다 쓰러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마저 들게 했다. 문제는 울산이 흐름을 주도하면서도 선제골을 넣지 못했다는 점. 앞선 3경기에서 모두 선제골을 넣었던 것과 달랐고, 결국 이것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전반에 울산에 먼저 골을 내주지 않은 것이 최대 승인이었다.”고 말했다. 페널티킥 징크스가 깨진 것도 명승부의 볼거리였다. 울산은 수원과의 준PO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마토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하면서 연장전까지 치르는 곤욕을 치렀다. 반면 포항과의 PO에서는 먼저 페널티킥 두 개를 내줬지만 골키퍼 김승규가 모두 막아내는 기적을 연출했고, 후반에는 설기현의 페널티킥으로 짜릿한 반전을 연출했다. 그런데 이번엔 ‘페널티킥의 저주’가 깨졌다. 전북 에닝요가 보란 듯이 페널티킥을 선제골로 연결했다. 다시 차라고 100번의 기회를 줘도 넣을 수 없을 것 같은 울산 곽태휘의 그림 같은 프리킥 동점골도 예술이었다. 또 무승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던 후반 34분 터진 에닝요의 결승골은 이 경기를 한편의 드라마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 경기가 울산시민들에게는 ‘공짜’였다. 공짜여서 좋았을까. 제값 치르고 들어와서 봤더라도 아쉽지 않을 만했다. 공짜라는 사실만 아쉬웠던 경기였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프로축구] 에닝요 골…골…전북 “왕좌 보인다”

    [프로축구] 에닝요 골…골…전북 “왕좌 보인다”

    프로축구 K리그 전북과 울산의 챔피언결정전은 ‘닥공’(닥치고 공격) 전북의 창과 짠물수비 울산의 방패 대결로 예상됐다. 하지만 30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1차전은 창과 창의 대결이었다. 봄비처럼 내리는 겨울비 속에서 양팀이 쉴틈 없는 공방전을 펼쳤다. 전북만 공격의 팀이, 울산만 수비의 팀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챔피언결정전의 묘미를 100%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에닝요가 2골을 넣으며 전북이 2-1로 이겼다. 원정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둔 전북은 오는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비기거나, 0-1로 져도 2009년에 이어 2년 만에 프로축구 왕좌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우승팀은 1, 2차전 경기 결과를 합산해 정해지는데, 올해부터는 원정다득점 원칙이 적용돼 원정에서 두 골을 넣은 전북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 오히려 전반은 울산이 주도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의 우려대로 전북은 25일 만에 열린 실전에서 경기감각을 되찾지 못했다. 반면 울산은 전반까지 체력부담이 없었다. 울산은 전반에만 3번이나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다. 전반 15분 최재수의 일대일 찬스, 32분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날아간 골, 40분 골대를 때린 이재성의 헤딩슛은 울산의 뇌리에 쉬 지워지지 않을 아쉬운 장면이었다. 전북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두 차례 프리킥 기회를 얻었지만 키커로 나선 에닝요의 슈팅이 수비벽에 막히고, 살짝 빗나가면서 선제골의 기회를 놓쳤다. 승부는 전북이 경기감각을 되찾고, 6강플레이오프부터 혈전을 치르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울산의 체력이 떨어진 후반에 결정됐다. 전북은 전반 7분 에닝요의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루이스가 에닝요에게 패스한 것을 에닝요가 발뒤꿈치로 재치 있게 이동국에게 연결한 상황에서 울산 중앙 수비수 이재성이 이동국을 반칙으로 막아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에닝요는 골키퍼 김영광을 완벽히 속이고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울산도 쉬 무너지지 않았다. 후반 18분 곽태휘가 프리킥을 그대로 골로 연결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북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이동국의 반칙으로 프리킥을 만들어 낸 곽태휘는 기습적인 오른발슛으로 전북의 골문을 열었다. 무승부 분위기가 짙어지던 후반 34분 에닝요의 두 번째 골이 나왔다. 에닝요는 울산 수비수 이재성이 머리로 걷어낸 것을 가로채 페널티지역 안으로 치고 들어오다가 벼락 같은 왼발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골키퍼 김영광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에닝요의 골을 지켜만 봤다. 이게 결승골이 됐다. 울산은 이날 고슬기와 이재성이 경고를 받아 챔피언결정 2차전에 나올 수 없게 됐다. 전력 공백이 불가피하다. 최 감독은 “경기 감각에 문제가 있었지만 전반을 무실점으로 넘긴 게 승리의 요인이 됐다.”면서 “우리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전 승부는 끝까지 집중해야 한다. 남은 홈경기에서 90분 동안 흐트러지지 않도록 준비해 우승하겠다.”고 밝혔다. 울산 김호곤 감독은 “체력적으로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면서 “최근 세 차례 원정 경기에서 이긴 만큼 2차전 원정 경기도 이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K리그 챔프전, 첫 판에 달렸다

    K리그 챔프전, 첫 판에 달렸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챔피언결정전이 30일(오후 6시 10분 울산 문수구장)과 다음 달 4일(오후 1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 열린다. 두번 맞대결을 펼쳐 챔피언을 가린다. 하지만 첫판이 사실상 결승이다. 1998년 이후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을 진 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29일 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0차례(2001~2003년은 단일리그) 챔피언결정전이 열렸지만 1차전에서 패한 팀이 우승한 사례가 없었다. 역대 우승팀의 1차전 전적은 6승4무였다. 이에 따라 전북과 울산은 30일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벼랑 끝 전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두 팀 다 1차전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전북은 2009년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성남과 득점 없이 비기고 나서 2차전에서 에닝요(2골)와 이동국(1골)의 연속 득점을 앞세워 3-1로 승리, 대망의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반면 울산은 1998년 챔피언결정전에서 수원을 상대로 1차전에서 패한 뒤 2차전에서 비겨 우승컵을 내줬다. 2005년 챔피언결정전에서는 1차전에서 인천을 5-1로 격파하고 2차전에서 1-2로 졌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다만 울산은 1996년 챔피언결정전에서 수원과 맞붙어 1차전(0-1 패)에서 패했지만 2차전 승리(3-1 승)를 통해 골 득실차로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던 기분 좋은 경험도 있다. 한편 전북과 울산을 통틀어 챔피언결정전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는 울산의 베테랑 미드필더 김상식이다. 김상식은 성남 시절이던 2006년과 2007년 챔피언결정전에 나섰고, 전북으로 이적한 2009년 이후 챔피언결정전에 출전해 두 차례 우승과 한 차례 준우승을 맛봤다. 전북의 수비수 조성환(2004년·2007년)과 박원재(2004년·2007년), 울산의 미드필더 이호(2005년·2009년)가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에서 활약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프로스포츠 원칙 팽개친 ‘공짜 챔프전’

    프로스포츠는 결국 ‘돈’이다. 잘하는 선수는 연봉을 많이 받는다. 돈을 잘 쓰는 구단은 잘하는 선수를 많이 보유하게 되고, 자연히 강팀이 된다. 프로스포츠도 기업처럼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서다. 가장 모범적인 케이스가 유럽축구다.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 지역의 3~4대로 이어지는 팬들의 연간 회원권, 입장료 등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비록 최근에는 천문학적 액수의 스폰서가 우선 순위가 됐지만, 여전히 입장수익은 그들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한국 프로스포츠는 태동부터 불순한 목적과 결부됐다. 이른바 ‘3S정책’의 일환으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출범했다. 당연히 재벌이 동원됐다. 그래서 ‘프로’라고는 하지만 특정 구단이 흑자를 기록하는 것이 이상하게 받아들여지고, 그것이 뉴스가 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프로야구 경기의 공짜표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프로축구 경기에서도 야구장 2배 규모의 관중석 절반 이상을 유료관중으로 채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도 “유럽축구에 비하면 초라하다.”고 지적할 수 있겠지만, 유럽 프로축구의 역사가 한국 프로축구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쨌든 정규리그 일반 경기도 아닌 2011년 프로축구 K리그의 챔피언을 가리는 경기가 ‘공짜 경기’로 치러지는 희대의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울산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30일 오후 6시 10분 울산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전북과의 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을 무료로 울산시민에게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정석만 유료다. 경기 시간대가 울산 시민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단 근로자들의 퇴근시간과 겹치는 바람에 생각해 낸 고육책이다. 구단 관계자는 “텅 빈 경기장보다는 홈팬에게 챔프전 진출에 대한 사은행사로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면서 “원래 오후 7시 30분 경기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이미 경기 시간을 확정해 놓은 상태여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연맹은 챔피언결정전을 지상파로 내보내기 위해 1차전 시간을 주중 오후 6시대에, 다음 달 4일 2차전을 일요일 오후 1시 30분에 배치했다. 결국 관중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 같은 선택이 한국 양대 프로스포츠인 프로축구 K리그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K리그는 ‘챔피언결정전도 공짜인’ 프로스포츠가 됐다. 눈앞의 흥행을 위해 ‘프로스포츠 관람은 유료’라는 대원칙을 내팽개친 대가가 무엇인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프로축구는 공짜’라는 인식이 더욱 단단히 굳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확실하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K리그 챔프결정전] 전북, 닥치고 공격 vs 울산, 꽉 막고 역습

    프로축구 K리그 시즌 순위와 상대전적, 전력비교를 근거로 “누가 유리하다.”는 예상을 하는 것 자체가 민망한 상황이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됐던 지난 19일 정규리그 6위 울산이 6강 플레이오프(PO)에서 3위 서울을, 준PO에서 4위 수원을, 그리고 PO에서 2위 포항까지 모두 격파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리라고 예상했던 이는 몇이나 될까. 그래서 30일과 다음 달 4일 홈 앤드 어웨이로 펼쳐지는 전북과 울산의 챔피언결정전은 예측불허의 승부다. 양팀 감독도 섣부른 호언장담을 삼갔다.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가 2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렸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전북 최강희 감독과 주장 조성환, 울산 김호곤 감독과 신들린 페널티킥 선방을 선보인 골키퍼 김승규가 나왔다. 최 감독은 “정규리그 때 경기력만 발휘하면 충분히 이긴다.”고 말했다. 그는 “부상 선수도 없고, 훈련도 순조롭다. 울산이 워낙 상승세를 타고 있고 좋은 경기를 해왔지만 우리 선수들이 챔피언결정전에서 꼭 이기고 우승하겠다는 각오가 강한 만큼 믿고 준비를 잘하겠다.”면서 “어차피 양팀 전력은 다 드러난 상태다. 우리팀은 경기 감각을, 울산은 체력을 회복하는 게 관건”이라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또 “1차전 울산 원정에서 평소 실력을 발휘하느냐가 중요하다. 플레이오프에서 역전승이 거의 없었던 만큼 선취득점으로 초반에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아무리 수비적인 팀이라도 골은 먹는다. 우리팀은 수비적으로 소극적인 경기를 펼치면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만큼 공격적인 성향을 살리겠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K리그를 풍미했던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로 밀고 가겠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결승전까지 올라온 이상 잘 준비해서 결승전다운 경기를 펼치고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전북은 올 시즌 정말 큰일을 해낸 팀이다. 올해는 전북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상승세를 타고 체력적 어려움을 극복한다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전북처럼 공격력이 강한 팀을 상대로 실점하지 않고 잘 견디다 우리가 기회를 가져왔을 때 수비 뒷공간을 노리겠다. 축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르는 만큼 그런 포인트를 파악해 공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 기회를 살리겠다는 뜻이다. 울산 창단 당시 김 감독과 최 감독은 각각 지도자와 선수로 활약했던 사제지간의 인연이 있다. 또 울산은 현대중공업을 전북은 현대자동차를 모기업으로 하는 ‘현대가(家) 매치’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K리그 챔프결정전] 3년간 1차전 무승부… 올해는?

    K리그 챔피언결정전의 키워드를 ‘숫자’로 정리해 봤다. 1 2000년부터 프로 지휘봉을 잡은 울산 김호곤 감독은 아직 정규리그 우승 타이틀이 없다. 올해 리그컵 우승에 이어 생애 첫 정규리그 타이틀을 노린다. 2 전북은 2009년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2년 만에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3 ‘홈앤드어웨이’로 치러진 챔피언결정전에서 최근 3년간 1차전은 모두 무승부로 끝났다. 4 6강플레이오프(PO)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7년, 정규리그 5위였던 포항이 6강PO와 준PO를 거쳐 챔프전에서 1위 성남까지 꺾고 우승했다. 이후 2008~10년에는 정규리그 1위팀이 챔피언에 올랐다. 울산이 우승한다면 4년 만에 하위팀이 역전 우승하는 사례가 된다. 6 울산은 2005년 우승 이후 6년 만에 챔프전에 진출했다. 당시 울산은 인천과 1승1패를 거뒀지만 득실차에서 앞서 정상에 올랐다. 8 2004년 수원 우승 이후 8년간 챔피언전은 수도권-비수도권이 번갈아 우승했다. 수원 이후 울산-성남-포항-수원-전북-서울이 차례로 우승했다. 올해 전북, 울산 중 누가 이겨도 ‘우승 분할’의 법칙(?)이 이어진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프로축구] 반란 이끈 ‘대타 거미손’

    [프로축구] 반란 이끈 ‘대타 거미손’

    이 정도면 ‘달인’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주전 김영광(28)의 경고누적으로 대신 골키퍼 장갑을 낀 ‘서브골키퍼’ 김승규(21)가 페널티킥 두 개를 완벽하게 막아내며 울산을 구했다. 김승규는 지난 26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과의 프로축구 K리그 플레이오프(PO)에서 선방으로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정규리그 6위로 챔피언십 막차를 탄 울산은 FC서울(3위), 수원(4위)에 이어 포항(2위)까지 꺾으며 전북과의 챔피언결정전(1차전 30일, 2차전 12월 4일)에 진출했다. 2005년 우승 이후 6년 만이다. 일등 공신은 단연 김승규였다. 김승규는 2008년 울산에 입단했지만 이날까지 단 11경기에 출전한 게 전부인 ‘무늬만 4년차’다. 페널티킥과 승부차기에는 일가견이 있다지만 경험부족이 불안했던 터. 울산은 전반 8분 만에 페널티킥을 내줘 가슴을 졸였다. 키커는 포항의 에이스 모따. 스틸야드는 이미 승리의 예감으로 들끓었다. 김승규는 손가락으로 자꾸 오른쪽을 가리켰다. 마치 모따가 그쪽으로 공을 찰 거라는 듯. 모따가 골키퍼를 속이는 동작까지 쓰며 왼쪽으로 슈팅을 날렸지만, 김승규는 몸을 날려 완벽하게 막아냈다. 심리전의 승리였다. 전반 22분 또 페널티킥을 내줬다. 이번엔 황진성이 키커로 섰다. 황진성은 정면승부를 택했다. 골대 가운데로 강력한 슈팅을 날렸다. 킥 직전까지 민첩하게 발을 구르던 김승규는 공을 차는 순간 가운데를 지켰고 또 공을 막아냈다. 신들린 방어였다. 두 번의 확실한 기회를 날린 포항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황선홍 감독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원과 연장 120분 승부를 치러 체력이 떨어진 울산은 이후 흐름을 되찾았다. 후반 26분 설기현이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꽂아넣으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그야말로 페널티킥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경기였다. 김승규는 “내 선방으로 우리팀 분위기가 살아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모따가 키커로 섰을 때는 볼의 방향을 유도했다. 황진성은 느낌이 가운데로 올 것 같아 움직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선방 비결에 대해서는 “나만의 비법이라 절대 이야기할 수 없다. 은퇴할 때 털어놓겠다.”는 재치 있는 말로 ‘영업비밀’을 지켰다. 김영광이 돌아오는 챔프전에서 누구에게 골문을 맡길지 김호곤 감독의 ‘행복한 고민’도 깊어질 듯하다. 그러나 김승규는 “결승전에 큰 욕심은 없다. (내가 잘해서) 영광이형이 꼭 챔프전 무대에 서도록 해주고 싶었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AFC 때문에 피 튀기네

    전통적인 라이벌 관계, 설기현(32·울산)의 이적으로 촉발된 자존심 싸움, 그뿐만이 아니다. 포항과 울산이 프로축구 챔피언십 플레이오프(PO)에서 이겨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해야 해서다. PO에서 이기는 팀은 직행 티켓을, 지는 팀은 완행 티켓을 받는다. 원래는 두 팀 모두 내년 AFC챔스리그에 나가는 줄 알았다. 그동안 K리그는 챔스리그 티켓을 4장 배정받았다. 3장은 PO 상위 세 팀에, 한 장은 FA컵 우승팀에 주어졌다. 울산은 PO에서 최소 3위를 확보해 내년 AFC챔스리그를 ‘찜’했다. 기쁨도 잠시, AFC가 25일 발표한 2012년 AFC챔스리그 출전권 규정에 따르면 K리그는 내년에 0.5장이 줄어든 3.5장의 티켓을 배정받는다. K리그는 2년 연속 챔피언(포항·2009년, 성남·2010년)을 배출한 데다 올해도 전북이 결승, 수원이 준결승까지 순항해 4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올 시즌 K리그를 뒤흔든 승부 조작 파문 때문에 티켓이 줄었다. AFC가 중시하는 ‘건전성’ 항목에서 많은 점수를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역시 건정성 문제로 4장에서 3.5장으로 티켓이 줄었다. 한국은 중국·호주·태국·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클럽과 PO를 치러 챔스리그 본선행 티켓을 따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공교롭게 최근 AFC 내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카타르 리그의 출전권은 2장에서 4장으로 대폭 늘었다. 중동의 오일머니가 또다시 아시아 축구판을 흔드는 모양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프로축구] 설기현 때문에 전쟁인데

    [프로축구] 설기현 때문에 전쟁인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토레스 더비’(첼시-리버풀)가 있다면, 한국 K리그엔 ‘설기현 더비’(울산-포항)가 있다. 포항과 울산의 경기는 항상 특별했다. 지역적으로 인접한 데다 모기업(포스코-현대중공업)의 라이벌 관계까지 겹쳐 매번 뜨거운 승부를 연출했다. ‘동해안 더비’, ‘7번 국도 더비’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K리그의 굵직한 드라마를 써 왔다. 1998년 플레이오프(PO)에서는 울산이 골키퍼 김병지(경남)의 헤딩골로 포항을 눌렀고, 2004년 PO에서는 포항이 따바레즈의 결승골을 앞세워 챔프전 티켓을 따냈다. 지난 4월 국제축구연맹(FIFA)이 꼽은 K리그 대표 라이벌에 포항-울산이 선정됐을 정도. 올 들어 신경전은 더 극렬해졌다. ‘스나이퍼’ 설기현(32·울산) 때문이다. 해외리그를 뛰다 지난해 K리그에 입성한 설기현은 ‘아시아 최고팀’과 함께하겠다며 포항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시즌 절반을 개점 휴업하며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여름부터 경기에 출전해 정규리그 7골3도움으로 폭풍 활약을 펼치며 ‘먹튀’ 오명에서 벗어났다. 황선홍 감독이 부임한 올 시즌 활약이 더욱 기대됐다. 그러나 전지훈련까지 마치고 시즌 개막을 기다리던 올 2월, 설기현은 갑자기 울산으로 떠났다. “스트라이커로 뛰고 싶다.”는 말을 남긴 채. 포항이 같은 포지션에 슈바, 아사모아 등을 영입하자 위협을 느낀 것으로 풀이됐다. 어쨌든 포항으로선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설기현은 울산 유니폼을 입고 4월 포항스틸야드를 찾았다. ‘가시방석’이었다. 포항팬들은 ‘배신자’가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쏟아부었다. 연봉·전지훈련비·재활비·정신적 피해보상비 등이 포함된 14억원이 넘는 대금청구서가 큼직한 걸개로 내걸리기도 했다. 그만큼 감정의 골이 깊다. 설기현이 6강PO에서 FC서울을 꺾은 뒤 “포항을 만나고 싶다.”고 하면서 ‘동해안 전쟁’에는 불이 붙었다. 울산은 열세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PO까지 올랐다. ‘껄끄러운 친정팀’과 벌이는 26일 경기에서도 활약이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올 시즌 두 번의 대결에서는 1승1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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