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IT 매체
    2026-06-19
    검색기록 지우기
  • 미정
    2026-06-19
    검색기록 지우기
  • 민기
    2026-06-19
    검색기록 지우기
  • 의대
    2026-06-19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6-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503
  • 인천시장, iTV 재허가 추천 건의

    21일 방송위원회의 경인방송(iTV) 재허가추천 여부 결정을 앞두고 iTV 방송권역에 있는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안상수 인천시장이 방송위원회에 재허가 추천을 건의했다. 안 시장은 “중앙방송매체 수혜가 미약한 우리 인천지역의 현실을 감안해달라.”면서 “iTV를 노사가 함께 하는 방송사로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해외행보’

    [재계 인사이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해외행보’

    전 세계 언론의 잇단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만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이 최근 해외에서 연달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눈길을 끌고 있다.97년 이후 8년째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윤 부회장의 향후 진로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어서 그의 활발한 ‘해외활동’이 더욱 주목된다. 윤 부회장은 99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윤 부회장은 지난 2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삼성 글로벌 로드쇼에 베이징 특파원들을 대거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오전에 진행된 공식 내외신 기자회견에 이어 특파원들과 따로 오찬간담회를 가진뒤 오후에도 중국내 주요매체 등 3개사와 릴레이 인터뷰를 소화했다. 이에앞서 윤 부회장은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글로벌 로드쇼와 지난해 미국 뉴욕 글로벌 로드쇼에서도 일부 특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해외언론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글로벌 로드쇼의 성격상 해외언론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이번 상하이 로드쇼에서는 처음으로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공식 간담회를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월드사이버게임’ 대회에서도 비록 공식 후원사 대표 자격이긴 하지만 국내 게임 담당 기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예정에 없던 간담회를 가졌다. 세계 IT업계의 ‘거물’인 윤 부회장이 예정에 없는 기자회견을 갖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활발한 해외 ‘홍보활동’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기자회견을 가진 적이 없다. 올들어서도 소니와의 합작사인 ‘S-LCD’ 출범식, 반도체 전략 발표회 등 굵직굵직한 내부행사가 많았지만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다. 이에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총괄 사장들에게 ‘전권’을 주는 차원에서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회장이 직접 설명할만한 삼성전자의 향후 전략이나 비전 등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는 편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눈으로 보는 라디오 시대 개막

    눈으로 보는 라디오 시대 개막

    라디오를 듣다 보면 종종 너무 궁금해서 답답해질 때가 있다.‘신청곡이 나가는 동안 DJ는 어떤 행동을 할까.’‘이름도 생소한 신인 가수를 ‘꽃미남’이라고 소개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잘 생겼길래….’라디오를 귀로만 듣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시대는 갔다. 이젠 라디오도 눈으로 즐겨보자. iFM(90.7㎒)은 매일 8시간씩라디오 DJ와 게스트의 방송 진행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청취자들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보이는 라디오’ 서비스를 18일부터 시작했다. 국내 라디오 방송사에서 개국기념일 등 특별한 날을 맞아 일회성으로 화상 중계를 시도한 적은 있지만, 매일 고정적으로 방송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iTV는 ‘보이는 라디오’서비스를 위해 라디오 스튜디오 내에 6㎜ 카메라 3대를 설치했다. 이날부터 매일(토·일 제외)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박철의 두시폭탄’(오후 2∼4시),‘이규석·선우경의 유쾌한 오후 4시’(오후 4∼6시),‘오종철·문영민의 팡팡907’(오후 6∼8시),‘8시다! M.Street’(오후 8∼10시) 등 4개 프로그램을 실시간 화상 중계한다. 첫 방송에서 박철 등 진행자와 게스트들은 카메라를 향해 과장된 몸짓과 엽기적인 표정을 선보이며 ‘시·청취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iTV 홈페이지(www.itv.co.kr)에 접속한 뒤 ‘보이는 라디오’를 클릭하면 ‘www.icezam.com’에 자동 연결되고, 이 사이트에 회원 가입하면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iTV 측은 “인터넷 매체의 발달과 함께 라디오도 이제 ‘듣는 라디오’에서 ‘보는 라디오’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시청자 서비스 차원에서 시작했으며, 방송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부산국제영화제…시네마천국으로

    부산국제영화제…시네마천국으로

    바다가 시작되는 곳 부산.지금 이곳은 63개국에서 출품된 264편의 작품이 상영되는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모인 20여만 영화팬들로 넘실대고 있다.올해는 역대 최다 상영작이 준비돼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만큼,아니 그보다 더 재미있는 각종 이벤트들이 열릴 예정이다.여기에 익숙한 듯 하면서도 새로운 부산의 맛과 멋이 당신이 기다리고 있다.오늘이라도 부산으로 떠나자.그곳에서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추억의 영화로 만들어보자. ■ 어떤 영화볼까 260여편이나 되는 영화의 바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기란 어렵다.게다가 관객들의 취향 역시 천차만별일 테니.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추천하는 테마별 가이드를 따라 나에게 꼭 맞는 영화를 골라보자. ●온가족과 함께 영화를 가족이 함께 손을 잡고 감상할 만한 작품 가운데 첫 손에 꼽히는 영화는 ‘낙타의 눈물’이다.새끼 낙타를 살리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유목민 가족을,몽골 출신의 여성 감독 비암바수렌 다바아와 루이지 팔로니가 카메라에 담았다.생명의 소중함과 인간과 동물간의 교류 등이 웃음과 감동 속에 어우러진 수작.왕샤우디의 ‘곰의 포옹’은 이혼한 부모 사이에서 성장하는 초등학생에 관한 이야기로,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애니메이션도 여러 편 있다.차이밍친의 장편 애니메이션 ‘량산바오와 주잉타이’는 남장 여인 주잉타이와 량산바오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작품.토유엔의 ‘맥둘이야기2:파인애플빵 왕자’는 얼마전 국내 개봉된 ‘맥덜’의 속편으로,꼬마돼지 맥둘을 통해 홍콩인들의 추억과 꿈을 이야기한다.‘부미의 모험’은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정서가 짙게 배어 있어 낯선 애니메이션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젊음,그 열정과 사랑 가장 관심이 집중될 만한 영화는 이와이 지의 ‘하나와 앨리스’.전형적인 이와이 지표 영화로,짝사랑하는 남자에게 깜찍한 거짓말을 하는 소녀의 이야기다.중국·일본·타이완 합작영화 ‘사랑에 관한 세가지 이야기’는 어떤 장애도 뛰어넘는 사랑을 그린 옴니버스 영화로 타이완의 이치옌,중국의 장이바이,일본의 시모야마 텐이 참여했다.뛰어난 이야기꾼인 마니 라트남의 ‘청춘’은 학생운동 리더,성공을 꿈꾸는 젊은이,정치깡패로 전락한 터프가이 등 세 명의 젊은이와 그들의 연인이 주인공.세 커플의 사랑과 갈등을 노련한 솜씨로 교차시켰다.중국의 우쉬시안의 ‘친구와 연인 사이’는 실연을 딛고 성장해 가는 베이징의 젊은이의 모습을 담았고,이상일 감독의 ‘69’는 60년대 말 일본의 전공투 세대에 영향을 받은 고등학생들이 학교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과정을 그렸다. ●여성에 의한,여성을 위한 여성의 심리를 여성의 시점에서 섬세한 터치로 풀어내고 있는 영화들.전통적 가치관에 의해 희생당하는 여성의 문제를 다뤄온 중국의 5세대 여성감독 리샤오훙은 ‘사랑에 빠진 바오버’를 통해 작품세계의 변화를 예고한다.이전 작품에 비해 매우 감각적이고 섬세해졌다.실비아 창의 ‘20 30 40’은 제목 그대로 20대와 30대,40대의 여성이 당면한 고민과 갈등을 한바탕 수다처럼 풀어낸 영화로,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공감대를 이끌어 낼 만하다.신인감독 나미 이구치의 ‘개와 고양이’는 복잡미묘한 여성의 심리를 탐구한다.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된 두 여성이 서로를 미워하다가도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는 애증관계를 다뤘다. ●아시아의 고민과 갈등 아시아 지역은 오늘날 가장 역동적인 곳.논지 니미부트르의 ‘베이통’은 불교 국가로만 알려진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슬람 분리주의 운동의 실상을 이야기한다.마리오 오하라의 ‘방파제’는 빈부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필리핀의 현실을 심도깊게 다뤄 올해 칸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이란에서 온 두 편의 영화 아지졸라 하미드네자드의 ‘눈위에 흐른 눈물’과 바흐만 고바디의 ‘거북이도 난다’는 쿠르드 족의 문제를 다뤘다.‘눈위에‘은 쿠르드 게릴라를 돕는 처녀와 지뢰를 탐지하는 이란 병사와의 관계를,‘거북이도‘는 이라크군의 만행을 피해 북쪽 국경지방으로 도망온 쿠르드족 소녀의 이야기를 담았다.두 편 모두 플롯 구성이 탄탄하고 상징기법도 뛰어난 작품들이다. ●아시아 상업영화 급변하는 아시아 영화산업의 맥을 짚어주기 위해 몇몇 웰메이드 상업영화가 초청작 리스트에 올랐다.아흐마드 레자 다비시의 ‘대결’은 이란-이라크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별 안전장치 없이 진짜 폭탄을 출연자 옆에 바로 터뜨리는,한마디로 ‘무식하게 찍은 전투신’으로 대단한 사실감을 보여준다. 웡칭포의 ‘강호’는 21세기 홍콩 느와르의 방향을 예견하는 작품.이야기구조는 더 탄탄해졌고,기술수준 또한 진일보했다.홍콩의 인기 감독인 조니 토의 ‘대사건’은 홍콩영화의 전형적인 영웅의 이미지와 결별한다.범죄집단,경찰,인질들,방송매체 사람들이 서로 얽힌 처절한 투쟁을 통해 선과 악의 경계를 흐트려 놓는다. 아누락 카히압의 ‘검은 금요일’은 1993년 뭄바이 연쇄폭탄테러 사건의 배후와 음모,그리고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석을 가했다.인도 M F 후세인의 ‘미낙시:세 도시 이야기’는 화가 출신답게 놀라운 영상미를 보여준다. 아오야마 신지의 ‘호숫가 살인사건’은 후반부 반전이 인상적인 일본의 스릴러 영화.아라카미 신지의 애니메이션 ‘애플 시드’는 놀라운 시각효과를 자랑한다.모션캡처로 사람의 움직임을 CG로 만든 다음 다시 셀로 옮기는 툰셰이딩이라는 기법을 동원해 마치 실사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음악으로 소통하기 전통음악에서부터 재즈,록까지 음악이 사람들 사이의 소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티 순톤 비차이락의 ‘전주곡’은 태국의 전통악기인 대나무 실로폰 라나드 엑의 대가에 관한 이야기.19세기말에서부터 태평양전쟁 말기가 배경이다.사카모토 준지의 ‘세상밖으로’는 종전 후 재즈를 연주하는 젊은이들에게 조명을 맞춘다.음악적 열정을 통해 사회의 편견과 인종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아 나가는 모습을 그렸다.첸렁난의 ‘해양열’은 타이완의 호하이얀 록 페스티벌에 참가한 록 밴드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참가자들은 모두 각기 다른 배경과 목적을 가지고 있고,수준도 차이가 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똑같다. ■ 이벤트의 바다에도 빠져보자 영화제에서는 영화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세계각국에서 날아온 화제작들 못잖게 눈길을 끄는 아이템이 행사장 곳곳에서 펼쳐지는 이색 이벤트들.영화를 ‘깊고 넓게’ 즐기는 마니아용은 물론이고 ‘시간죽이기’ 삼아 찾은 관객들에게 부담없을 프로그램도 다양하다.스크린 밖에서 기다리는 이벤트들이 뭐가 있는지 살펴보자. ●야외공연·상영 & 영화음악 콘서트 스펀지 앞 임시무대에서는 8일부터 매일 시시각각 이색공연들이 줄잇는다.부산에 머물 날짜를 감안해 홈페이지에서 미리 체크해 두면 좋겠다.9일 오후 5시에는 영화배우 양동근의 무대인사가 있다는 사실!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야외상영장에서 쌀쌀한 밤공기 속에 서로의 어깨를 기대고 영화를 본 기억은 두고두고 새롭지 않을까.매일 오후 7시30분에 한편씩 상영된다.개·폐막작은 매진됐지만,‘우먼트랩’‘미치고 싶을 때’‘캐샨’‘다정한 입맞춤’‘대사건’‘사랑에 관한 세가지 이야기’‘낙타의 눈물’ 등 7편이 남아 있다.서둘러 ‘찜’하자.좌석은 선착순. ●영화도 보고,감독도 만나고 영화를 다 본 뒤 그 자리에서 바로 영화를 만든 감독과 주인공을 대면할 수 있다면 기쁨도 색다르지 않을까. 영화제목 앞에 ‘GV(Guest Visit)’라고 표기된 작품을 고르면 영화 속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하류인생’의 임권택 감독(8일 오전 10시 메가박스),‘범죄의 재구성’(8일 낮 12시30분 메가박스)의 최동훈 감독과 배우 백윤식,‘올드보이’(8일 오후 3시30분 메가박스)의 박찬욱 감독과 배우 강혜정 등 국내 유명 영화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해외 게스트들도 줄줄이다.‘하나와 앨리스’(8일 오후 1시 메가박스)의 감독 이와이 지,‘용호문’(10일 오전 10시 메가박스)의 배우 홍금보,‘카페 뤼미에르’(11일 오후 4시 메가박스)의 감독 허우 샤오시엔,‘풍요의 땅’(13일 오후 8시 대영시네마)의 감독 빔 벤더스 등이 그들이다. ●핸드 프린팅 해마다 부산영화제의 하이라이트 행사로 진행돼 온 핸드프린팅의 올해 주인공은 그리스의 작가주의 거장감독 테오 앙겔로폴로스(69).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영원과 하루’),심사위원 대상(‘율리시즈의 시선’),각본상(‘시테라섬으로의 여행’) 등 세 차례를 수상했고,베니스영화제에서는 ‘알렉산더 대왕’과 ‘안개속의 풍경’으로 두 차례나 황금사자상을 받은 감독이다.13일 오후 2시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끝내고 남포동 PIFF광장 야외무대로 걸음해 보자.누구든 무료관람할 수 있다. ■ 미리 챙겨 많이 보자 ●안내책자는 필수! 영화제를 알차게 감상하려면 안내 책자는 기본으로 챙겨야 한다.상영시간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도 좋고,부산은행 전지점에서 구할 수 있다.작품과 감독,배우,내용,상영관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예매는 어떻게? 가장 빠르고 간편한 방법은 인터넷 예매이다.영화제 홈페이지(www.piff.org)와 부산은행 홈페이지(www.pusanbank.co.kr),부산은행 각 지점 예매창구와 현금지급기,메가박스 수원·대구 지점 임시매표소에서도 살 수 있다.편당 입장료는 5000원.무작정 나섰다면 현지 극장주변의 임시매표소를 이용해도 된다.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과 메가박스,남포동 부산극장과 대영시네마 매표소에서 14일까지 티켓을 판다.물론 남은 티켓분량에 한해서다. 부산 이기철 한준규·황수정 김소연기자 chuli@seoul.co.kr
  • [차이나 리포트 2004] (35)한국 ‘미스터피자’의 성공담

    [차이나 리포트 2004] (35)한국 ‘미스터피자’의 성공담

    ‘피자 맛의 황무지’인 중국에서 한국인의 손 맛으로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점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미스터 피자’의 성공은 단연 돋보인다.중국에서도 80년대 후반부터 개혁·개방의 바람을 타고 맥도널드와 피자헛 등 글로벌 패스트푸드점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여전히 피자를 즐기는 인구는 0.1%안팎.미스터 피자는 지난 2000년 중국시장에 뛰어들어 해마다 10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해왔다.미스터 피자 허준(45) 사장에게 중국진출 5년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베이징 이효연특파원|“일단은 고객의 눈길을 끌고,이왕 들어온 손님은 확실한 서비스로 왕처럼 모신 다음,미스터 피자의 맛을 정통피자 맛으로 각인시킵니다.” 허 사장이 한결같이 지켜온 성공 노하우다.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원칙적인 소신 하나로 그는 올 상반기 베이징시내 6개 점포에서 매출액 50억원을 달성했다. ●매장 위치와 서비스로 고객 시선 끌어 피자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비싼 매체광고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장의 위치.허 사장은 피자를 잘 모르는 중국인들이 발품 팔아가며 피자를 먹으러 올리 없다고 생각하고 매장을 대로주변의 ‘로드숍(road shop)’ 위주로 개장했다.오피스텔과 대사관 밀집 지역에 자리잡은 1호점 젠궈먼(建國門)점,젊은 입맛을 겨냥해 대학가에 문을 연 우다오커우(五道口)2호점,그리고 지난 6월 문화광장 지하 2층에 개장한 6호 시단점까지 미스터피자 점포는 모두 번화가에 자리 잡고 있다. 눈에 잘 띄면 찾아오는 손님도 많은 법.일단 매장 안으로 발길을 돌린 손님은 그 때부터 미스터 피자만의 서비스를 경험하게 된다. 지난 6월10일 오후 친구와 함께 왕푸징의 미스터피자 동방광장점을 찾은 비페이쭈안(25)은 점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에 매우 놀랐다.점원들의 낭랑한 인사소리에 끌려 매장 안으로 들어선 그는 직원 30여명이 일렬로 줄을 서서 허리를 90도로 구부려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담당 점원 쑨추이(孫翠·21)는 그를 자리에 안내한 뒤 무릎을 꿇듯 앉아 메뉴를 상세히 소개해주고 주문을 받는다.쑨추이는 뭘 시켜먹을지 꾸물대는 그에게 포테이토피자 레귤러를 추천했다.쑨추이는 손님이 식사 중에도 부족한 것은 없는지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 살핀다. 이 같은 광경은 한국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고객 중심의 서비스 인식이 부족한 중국에선 매우 낯선 모습이다.비페이쭈안은 “종종 집근처의 피자 뷔페를 갔었는데 미스터 피자 맛이 더 나은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점원들이 친절해 기분좋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10∼30위안이면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중국에서 55위안짜리 레귤러 피자 한판은 비싼 값이기 때문에 손님이 대접받았다는 느낌이 들도록 서비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미스터 피자의 서비스 교육은 매우 철저하다.6개 점포 직원 250여명은 매일 아침 8시30분∼9시30분,오후 3∼4시,저녁 10시30분∼50분까지 세차례 서비스 교육을 받는다.시중에 선보인 10여가지 피자의 맛과 특징을 숙지하는 것은 기본이고 점원 모두가 손님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받아보는 시뮬레이션 교육을 통해 실전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늘 손님에게 자연스러운 웃음을 보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서비스 정신으로 항상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허 사장의 생각이다. ●‘한국’ 아닌 ‘정통피자’브랜드로 인식되고파 “우리에게도 피자는 낯선 서양음식일 뿐이었습니다.13억 중국인 모두가 좋아하는 피자 맛은 없다고 생각합니다.맛의 비교대상이 없는 중국인들에게 미스터 피자는 ‘한국의 피자’가 아닌 ‘정통 피자’라는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허 사장이 미스터 피자가 한국브랜드임을 굳이 강조하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미스터 피자는 지난 90년 일본과 기술제휴로 한국에 첫 선을 보였다.초기 6년 동안은 일본에 로열티를 지불했지만 지금은 순수한 한국회사다.한국인의 노하우로 서양의 맛을 빚는 셈이다.미스터피자는 한국 시장에서 검증된 맛의 비법을 계량화해 중국에서도 똑같은 ‘수타 피자’의 맛을 재현하고 있다.피자 원재료도 지난해부터는 100% 현지에서 공급하고 있다.한국에서 건너온 것은 피자 맛의 비법과 경영철학,그리고 그것을 실현시킬 한국인 3명뿐이다. “베이징에는 피자 매장이 겨우 28개입니다.한국의 매장이 약 600여개 달하는 것에 비하면 아직도 기회가 많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성공한 미스터피자의 경영철학과 손맛은 황무지 중국 시장 개척의 모범답안이다.허 사장은 풀어야 할 문제와 그 풀이법을 손에 쥐고 13억 중국인 입맛에 ‘정통 피자’의 맛을 각인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belle@seoul.co.kr ■ 우리銀 김범수 베이징지점장 |베이징 이효연특파원|지난 7월25일로 개점 1주년을 맞이한 우리은행 베이징지점.현지사무소도 개설하지 않고 바로 지점을 오픈하는 모험을 했지만 틈새시장 개척과 투철한 서비스 정신,현지직원을 가족처럼 대하는 인력관리로 올 상반기 49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취재팀은 지난 6월8일 오전 베이징 현대밀레니엄빌딩 7층 우리은행 베이징지점에서 김범수(48)지점장을 만났다.그는 우리은행 중국 진출 1년 성과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올 한해 80만∼90만달러의 흑자를 내는 것은 무난하다는 전망이다. 첫 단계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고객으로 삼은 것이 주효했다.자동차부품업체,제조업,정보기술(IT)관련 업체 등 우리은행 고객의 90%가 한국기업이다. 김 지점장은 한국인 변호사,회계사와 함께 매 월 한차례 법인설립과 금융업무 등 초기진출 기업에 꼭 필요한 설명회를 열어 고객들에게 우리은행의 신뢰감을 쌓아간다. 김 지점장은 “중국계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 때마다 외환관리국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과 달리 우리은행은 본점과 네크워크를 구축,한국기업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출·송금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한다. 우리은행이 중국계 은행과 또 다른 차이점은 투철한 서비스 정신에 있다.전화는 친절하게 받고 고객의 질문에 “모른다.”라고 답하지 않는 것이 철칙.김 지점장의 이런 생각은 철저한 서비스 교육으로 이어진다. 우리은행 전 직원은 매주 목요일 아침 8∼9시 은행 업무에 대한 사례 연구를 한다.송금,수수료,이자율,대출 등 고객이 궁금해하는 사례를 중심으로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고객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지 함께 토론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타부서의 업무를 이해하고 어떠한 고객의 질문에도 자신감있게 답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는다.서비스 교육 초기에는 중국계 은행에서 온 현지 경력직원들의 반발도 있었다.사회주의 체제에 익숙한 그들은 고객이 자신의 월급을 준다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김 지점장은 직원들에게 은행업무의 본질은 서비스라고 강조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은행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거듭 설득했다. 마지막으로 김 지점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현지직원과의 관계다.우리은행 베이징지점의 총직원은 16명.그 중 중국인은 12명이다.김 지점장은 그들의 습관과 룰을 존중하며 직원 개개인에게 깊은 관심을 쏟는다. 직원의 경·조사는 반드시 챙기고 그들의 가족을 만났을 때는 직원의 업무능력을 칭찬하는 등 체면을 세워준다.좌식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인을 생각해 회식 때에도 방에 앉아 식사하는 장소는 피한다. 김 지점장은 우리은행 베이징 지점의 발전과 더불어 중국 현지 직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그는 지난해 3월 현지 직원 공채 때 1000여명의 중국 엘리트들이 몰려온 것을 기억한다.한 차례 서류전형을 치르고 두 차례 영어면접으로 최종 8명을 선발했다.김 지점장은 이들이 훌륭한 은행원으로 성장하는데 우리은행이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 “현지직원들이 다른 기업으로 옮겨가는 것을 만류하지 않습니다.다만 이들이 우리은행에서 사회인으로서의 기초를 닦았다는 자부심만 잊지 않는다면 이들은 우리은행에 좋은 사업 파트너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김 지점장은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이 늘수록 우리은행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한국기업과 중국기업의 교류가 많아질수록 우리은행의 중국 고객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중국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belle@seoul.co.kr
  • [남규철의 DVD폐인]퀸도 音~ 이글스도 音~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DVD는 DVD-Video 즉 비디오(영상)를 저장하는 매체입니다.이와 유사한 DVD-Audio는 DVD-Video처럼 DVD를 사용하면서,비디오가 아닌 오디오(음악)만을 저장하도록 고안된 매체입니다.DVD-Video가 기존의 VHS 테이프를 대체해 가듯,DVD-Audio도 기존의 음악 CD를 대체해갈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새로운 매체입니다.DVD-Audio의 특징은,기존의 CD보다 훨씬 풍성하면서도 원음에 가까운 음질과 6채널의 멀티채널 서라운드 그리고 음악외에도 뮤직비디오나 가사 등을 제공하는 것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아래에 소개하는 타이틀들은 DVD-Audio 타이틀 가운데 가장 많은 인기를 모은 것들입니다.최상의 음질을 위해선 전용 플레이어와 멀티채널 앰프가 있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한번 들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풍성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음악의 세계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agles-Hotel California 1976년 발매된 이글스의 대표 앨범을 2001년 새로이 DVD-Audio로 리마스터링한 작품입니다.DVD-Audio포맷의 최고스펙으로 만들어진 타이틀로 놀랄 만한 해상도와 사운드를 들려줍니다.아울러 6개의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멀티채널 사운드의 놀랄 만한 현장감과 분리도도 대단한 만족감을 전달해 줍니다.DVD-Audio플레이어에선 최상의 사운드를 들려주며 일반 DVD-Video플레이어를 통해서도 dts 5.1채널로 즐길 수 있습니다. ●Queen-A Night at the Opera 1975년에 발매된 퀸의 명반중 하나입니다.우리에게 귀에 익은 ‘Love of My Life’‘You’re My Best Friend’‘Bohemian Rhapsody’같은 명곡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2002년 발매된 이 타이틀은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할 듯한 기타소리와 강렬한 코러스의 현장감이 무척 매혹적인 작품입니다.일반 CD와는 확연히 다른,힘과 열정,풍성함과 선명함이 가득한 퀸의 노래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음악 외에 가사 정보도 함께 제공되며 특히 ‘보헤미안 랩소디’의 오리지널 뮤직비디오도 수록되어 있어 올드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타이틀입니다. ●B.B.King & Eric Clapton - Riding With The King 전설적인 두 거장이 만나 블루스의 위대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에릭 클랩튼이 평소 존경해온 비비 킹과 함께 작업한 이 앨범에는,두사람이 함께 노래하고 연주한 전설적인 블루스의 명곡들과 비비킹의 옛곡들이 가득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DVD-Audio로 제작된 이 타이틀은 특히 대단히 잘 만들어진 멀티채널 사운드의 진수를 보여줍니다.두 거장이 바로 내 눈앞에서 나만을 위해 연주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줄 만큼 무척이나 빼어난 현장감과 풍성한 사운드를 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Bach-Classics’와 ‘Foreigner-4’‘Queen-The Game’도 추천할 만한 DVD-Audio의 명반들입니다.깨끗하고 섬세한,다이내믹하면서도 현장감 넘치는 DVD-Audio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타이틀들입니다.
  • [문화마당] ‘이 시대의 트렌드’에 동참하기/박준흠 대중음악웹진 ‘가슴’ 편집장

    한 웹 기획자에게서 “현재 20대들의 온라인 트렌드 현황을 어떻게 보시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이는 어떤 종류의 사이트들이 뜬다거나,20대들이 주로 어떤 식으로 온라인을 활용한다거나,어떤 온라인 활동들이 20대들 사이에서 이슈화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문화콘텐츠기획자의 시각에서 봤을 때,한국에서 특히 문화예술사이트들이 고전하는 이유로 대개의 10,20대들이 특별한 ‘문화적인 취향’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리 긍정적인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90년대 초반 ‘신세대’ 논쟁이 일면서부터 한국의 젊은 세대를 규정하는 단어로 ‘개성’을 얘기하지만,이는 PC통신,인터넷,모바일 등으로 비롯된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현상적으로 보여주는 수준(독립적인 거점을 바탕으로 살아갈 수 있는)이라고 생각한다.개인의 개성이 긍정적인 의미의 ‘개인주의’와 ‘문화적인 다양성’에 기반함에도 내가 보는 것은 집단에 속하지 못하면 불안해하는 사람들과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엔터테인먼트만 살아남는 기현상이다.여기서 신세대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그들은 대중문화에서 ‘다양성’을 상실케 한 공범이다. 2002년 월드컵 때 축구경기 하나로 50만명이 넘는 인파가 광장에 모일 수 있는 이유는 다르게 분석하더라도 당시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제기한 집단적인 광기와 같은 것은 어떠한가.또 대학가에 음식점 옷가게 유흥업소만 번성하는 현상이며 온·오프라인에서 그들이 즐기는 문화콘텐츠의 전반적인 수준,하다못해 횡단보도 신호등이 깜빡이면 굳이 뛰어가서 건너려는 ‘고른 연령대’의 한국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획일성과 천박함’이 이 시대의 코드 같다는 생각이다. 현재 젊은 세대들은 포털사이트를 많이 이용하는데,이는 여기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보는 나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심리가 주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서 제공되는 만화 등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도 특별한 취미가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시간 때우기에 안성맞춤이란 생각이다. 그리고 ‘개인미디어’인 미니홈페이지와 블로그에 대한 이용도 보편화되었다.‘관음증’과 ‘자기표현’이 적절하게 결합된 이 서비스들은 오프라인에서의 관계를 두려워하는 현대인들의 방어심리와 그러면서도 관계를 통한 인적자산을 확보하고 싶어하는 이기적인 심리를 반영함으로써 성공하였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현재와 같은 방식의 개인미디어들은 오래 인기를 끌지는 않을 것이다.왜냐하면 여기에는 계속적인 ‘콘텐츠기획·제작’에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야 하는데,보통의 경우 콘텐츠기획은 1년이 지나지 않아서 바닥이 드러날 것이고,그 이상 시간과 열정을 투자할 사람들은 드물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방식의 개인미디어들이 등장하든지,아예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질 것이고 IT·방송·통신이 융합된 형태가 유력할 것이다.그리고 역시나 성공적인 모델은 그 사이트(매체)에 간다는 것 자체가 ‘이 시대의 트렌드’에 동참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즉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깜빡일 때 뛰어 건너서라도 앞선 집단에 끼려거나 적어도 손해보지는 않겠다는 심리를 충족시키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박준흠 대중음악웹진 ‘가슴’ 편집장
  • [데스크 시각] 기적은 오지 않는다/구본영 국제부장

    며칠 전 자그마한 IT벤처 회사를 경영하는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연봉 1500만원에 경리사원 한 명을 뽑으려 하는데 국내 명문여대를 나와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까지 딴 재원이 지원,당황했다고 했다.사람은 탐나는데 어차피 몇달 못 버티고 떠날 것으로 보여 뽑을지말지 망설여진다는 요지였다. 예전 같았으면 뉴스거리가 될 만한 얘기다.하지만 기자는 이를 별로 충격적인 소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스스로에 대해 오히려 놀랐다.아마 기자이기 이전에 신문산업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전체 국내 신문시장도 하루가 다르게 사양화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개인적 차원을 떠나 한국 경제로 눈을 돌려봐도 안타깝기는 매한가지다.청년실업 문제는 도무지 해답이 보이지 않고,코스닥 시장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등 온통 가슴 답답한 뉴스 일색이다.우리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두 이웃 국가들의 경제적 형편이 활짝 펴지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진다.아편전쟁 이후 긴 잠에 빠져 있던 중국은 이제 기력을 회복,아시아를 지배하던 ‘공룡’의 위력을 재연 중이다.일본 경제도 올 들어 ‘잃어버린 10년’을 딛고 완연한 회생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우리 경제가 설상가상의 위기를 맞고 있는 요즈음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을 지낸 야마니가 바로 그다.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전략을 주도하면서 1970∼80년대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그는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이는 “결국엔 석유시대도 끝나,석유는 아무 쓸모 없이 땅속에 묻혀 있을 것이다.”라는 ‘예언’으로 이어진다.OPEC이 지나친 고유가정책을 펼 경우 범세계적 대체에너지 개발을 촉진시켜 ‘석유시대의 종언’을 앞당길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싶었을 게다. 어느 한 분야에 일가를 이룬 인물의 말에는 나름대로의 통찰력이 담겨 있다.그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의 문제다.야마니의 ‘신기술에 의한 석유축출론’도 그 핵심 메시지는 개인이든,국가든 하루하루 일상에만 안주해서는 미래의 안위를 담보할 수 없다는 뜻이다.기자가 몸담고 있는 신문시장의 위기도 종이가 부족해서 빚어진 게 아니지 않은가?인터넷과 뉴미디어라는 대체기술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하지 못하는 데에 인쇄매체의 진짜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외신들이 전하는 중국과 일본의 경제 호조 비결도 그래서 눈여겨볼 만하다.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연구개발(R&D) 연구인력은 일본(65만명)보다 많은 81만명이나 된다고 한다.R&D분야의 일종의 인해전술이다.일본도 질적인 R&D 투자에는 중국에 뒤지지 않는다.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조사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일본은 연구개발 투자 부문에서 세계최고 수준이었다. 우리의 경우 최근 수년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소홀히 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었고 지금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길거리에 넘쳐나는 청년 백수들이 그 징표다.나폴레옹은 “현재의 고통은 잘못 보낸 과거로부터의 복수”라고 갈파했다.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지도급인사들이 되새겨야 할 경구다.정말 역사의식이 있는 지도자라면 공허한 구호나 입씨름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밑거름을 뿌리는 데 국정의 최우선 과제를 둬야 한다.당대의 개혁주의자라 할 정약용도 “(배고픈)백성을 먹여 살리는 일이 정치의 첫번째 과제”라고 말했다.기적은 그냥 오지 않는 법이다. 구본영 국제부장 kby7@seoul.co.kr
  • [Seoulites] 달리는 음악 살롱

    [Seoulites] 달리는 음악 살롱

    “자,이번엔 폴 안카(Paul Anka)의 ‘다이아나(Diana)’한번 감상해보실까요?” 라이처스 브러더스(The Righteous Brothers)의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아바(ABBA)의 ‘댄싱퀸(Dancing Queen)’….그 시절 그때의 팝송은 이젠 찾아서 듣지 않으면 듣기 힘들다.그런데 조영호(56·성북구 하월곡1동)씨의 택시를 타면 얘기가 달라진다.음악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옛날 화면까지 볼 수 있다.말 그대로 움직이는 ‘음악감상실’이다. ●액정모니터 장착… 택시 시어터 조씨의 택시에는 소형 액정모니터가 앞·뒤 좌석용으로 2개 달려있다.거기에 소형 스피커까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이쯤되면 ‘홈 시어터’가 아니라 ‘택시 시어터’다.LD(레이저 디스크)플레이어는 조씨의 운전석 아래에 설치돼 있다. 조씨가 자신의 택시에 이같은 장치를 설치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지난 1997년.음악애호가라면 명반을 소장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듣는 데서 기쁨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치는 그리 쉽지 않았다. “차에다 설치해서 그런지 처음엔 화질도 좋지 않았고 잡음도 많았어요.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뜯어 고쳤죠.한 3개월쯤 씨름했나 봅니다.” 그나마 직접 설치할 수 있었던 것은 조씨가 라디오 기술자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라디오를 끼고 살아서 그랬는지 고교 졸업 무렵 당시 막 개원했던 중앙 TV학원에 다니게 됐습니다.학원을 수료하고 진공관 라디오 기술자로 몇년 일하다 전파상을 냈지요.” ●수집한 LD만 500여장 조씨가 차에서 틀어주는 것은 이제는 거의 출시되지 않는 LD.LD는 VTR(VCR)를 대체하는 고화질 영상 저장매체로 개발됐지만 표준경쟁에서 도태됐다.게다가 디스크 직경이 약 30㎝로 제작 및 보관이 어렵고 가격이 비싸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아무리 DVD가 화질이나 음질이 뛰어나다지만 저는 이상하게 LD만 못한 것 같아요.” 조씨가 LD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지난 91년부터.당시 취업차 일본에 머물렀던 조씨는 음질과 화질이 우수한 LD에 매료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LP를 고집하고 있었습니다.잡음이 좀 있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이 나니까요.하지만 깨끗한 음질에다 화면까지 나오는 LD를 보니 무작정 사고 싶더군요.” 이때부터 일본이나 서울의 여러 레코드점,황학동 벼룩시장 등을 뒤져 모은 LD만 500여개에 이른다.애호가치고는 조금 적은게 아니냐는 질문에 조씨는 “나름대로 명반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만 골라 모아서 그런 것”이라고 펄쩍 뛴다.또 “CD나 LP 등 다른 음반자료를 모두 합하면 약 3000개에 이른다.”고 귀띔했다. ●“음악 즐기며 여유찾길….” 조씨가 들려주는 음악은 클래식,팝송,가요,재즈,엔카(일본가요) 등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술이 어떻다.’이런 건 몰라요.일상에서 지쳐가는 우리네 가슴 속에 뭔가 울리는 게 있으면 예술 아닐까요?” 조씨는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가 없어 음악을 즐기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틀어주면 시끄럽다는 손님도 꽤 있어요.그럴 때면 조금 서운하기도 해요.제 택시에 탔을 때만이라도 여유를 가지면 좋을 텐데….” 그래도 조씨는 자신만의 ‘택시 음악감상실’을 계속 운영할 생각이다. “좋은 음악 고맙다는 손님들께 저도 고맙다고 합니다.저의 음악여행에 동참해주셨으니까요.” 글 고금석 윤설영기자 kskoh@seoul.co.kr
  • [부고]

    ●權五乙(한나라당 국회의원)씨 빙부상 21일 0시25분 안동의료원,발인 23일 오전 8시 (054)851-5449 ●崔載沂(전 서울시교육감 비서관)씨 상배 河錫(대아건설 부사장)海錫(월마트코리아 구매팀장)寶瑛(김신유 법무법인 직원)씨 모친상 李載鎔(청년의사회 국장)씨 빙모상 21일 오전 2시40분 서울아산병원,발인 23일 오전 7시 (02)3010-2237 ●康潤植(전 맥시엄 코리아 대표)潤根(B&W APPAREL CORP)씨 모친상 21일 오전 2시 서울아산병원,발인 23일 오전 9시 (02)3010-2268 ●金明洙(서울산업대 교수)東洙(선진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부장)明子(진천농협 과장)明熙(사업)씨 모친상 孟聖淑(태랑중 교사)李垠京(L&K 건축사사무소 대표)씨 시모상 林英喆(유진철강 부장)尹晟鉉(위드엠 영업이사)씨 빙모상 20일 서울아산병원,발인 22일 오전 8시 (02)3010-2295 ●李賢稙(스트라이킥 이사)潤稙(두닥스 과장)씨 부친상 20일 서울아산병원,발인 22일 오전 9시 (02)3010-2265 ●李將鍾(KBS 개혁추진단장)鍾鎭(천안 서광전자 공장장)敬愛(수원대 강사·화가)致鍾(광양제철소 과장)씨 부친상 21일 낮 12시40분 충북 청주병원,발인 23일 오전 8시 (043)223-5632 ●尹泰鍾(애드채널 대표)泰憲(한국증권전산 매매체결사업팀 대리)씨 모친상 21일 오전2시 삼성서울병원,발인 23일 오전 7시 (02)3410-6920 ●韓茂俊(전 영등포여고 교사)씨 별세 承基(한일화학 이사)仁玉(경기여고 교사)仙玉(한화건설 차장)씨 부친상 南宮槿(서울산업대 IT정책대학원장)金正鎬(MBC프로덕션 영화기획부장)沈善植(현대자동차 과장)씨 빙부상 21일 오후 1시 서울아산병원,발인 23일 오전 7시 (02)3010-2240 ●蔡奭宰(CIES 이사)奭煥(우수CNS 부장)씨 부친상 洪萬杓(넥서스해운 감사)씨 빙부상 21일 오전 6시 서울보훈병원,발인 23일 오전 8시 (02)478-7299 ●金萬壽(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과장)씨 모친상 21일 오전 9시30분 서울아산병원,발인 23일 오전 8시 (02)3010-2253 ●金廷洙(서울공고 교사)씨 부친상 21일 오전 8시 경찰병원,발인 23일 오전 10시 (02)403-6099 ●梁洙(가톨릭대 교수)씨 부친상 鄭求興(사업)韓允熙(MBC 정책기획팀장)林哲寅(사업)씨 빙부상 21일 오후 4시30분 강남성모병원,발인 23일 오전 9시30분 (02)590-2557
  • [부고]

    ●權五乙(한나라당 국회의원)씨 빙부상 21일 0시25분 안동의료원,발인 23일 오전 8시 (054)851-5449 ●崔載沂(전 서울시교육감 비서관)씨 상배 河錫(대아건설 부사장)海錫(월마트코리아 구매팀장)寶瑛(김신유 법무법인 직원)씨 모친상 李載鎔(청년의사회 국장)씨 빙모상 21일 오전 2시40분 서울아산병원,발인 23일 오전 7시 (02)3010-2237 ●康潤植(전 맥시엄 코리아 대표)潤根(B&W APPAREL CORP)씨 모친상 21일 오전 2시 서울아산병원,발인 23일 오전 9시 (02)3010-2268 ●金明洙(서울산업대 교수)東洙(선진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부장)明子(진천농협 과장)明熙(사업)씨 모친상 孟聖淑(태랑중 교사)李垠京(L&K 건축사사무소 대표)씨 시모상 林英喆(유진철강 부장)尹晟鉉(위드엠 영업이사)씨 빙모상 20일 서울아산병원,발인 22일 오전 8시 (02)3010-2295 ●李賢稙(스트라이킥 이사)潤稙(두닥스 과장)씨 부친상 20일 서울아산병원,발인 22일 오전 9시 (02)3010-2265 ●李將鍾(KBS 개혁추진단장)鍾鎭(천안 서광전자 공장장)敬愛(수원대 강사·화가)致鍾(광양제철소 과장)씨 부친상 21일 낮 12시40분 충북 청주병원,발인 23일 오전 8시 (043)223-5632 ●尹泰鍾(애드채널 대표)泰憲(한국증권전산 매매체결사업팀 대리)씨 모친상 21일 오전2시 삼성서울병원,발인 23일 오전 7시 (02)3410-6920 ●韓茂俊(전 영등포여고 교사)씨 별세 承基(한일화학 이사)仁玉(경기여고 교사)仙玉(한화건설 차장)씨 부친상 南宮槿(서울산업대 IT정책대학원장)金正鎬(MBC프로덕션 영화기획부장)沈善植(현대자동차 과장)씨 빙부상 21일 오후 1시 서울아산병원,발인 23일 오전 7시 (02)3010-2240 ●蔡奭宰(CIES 이사)奭煥(우수CNS 부장)씨 부친상 洪萬杓(넥서스해운 감사)씨 빙부상 21일 오전 6시 서울보훈병원,발인 23일 오전 8시 (02)478-7299 ●金萬壽(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과장)씨 모친상 21일 오전 9시30분 서울아산병원,발인 23일 오전 8시 (02)3010-2253 ●金廷洙(서울공고 교사)씨 부친상 21일 오전 8시 경찰병원,발인 23일 오전 10시 (02)403-6099 ●梁洙(가톨릭대 교수)씨 부친상 鄭求興(사업)韓允熙(MBC 정책기획팀장)林哲寅(사업)씨 빙부상 21일 오후 4시30분 강남성모병원,발인 23일 오전 9시30분 (02)590-2557
  • 김근태, 하버드대총장 비판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최근 한 인터넷 매체에 보도된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의 ‘한국 비하’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 장관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서머스 총장은 (최근) 연설 중에 ‘1970년대 서울엔 미성년 창녀들(child prostitutes)이 100만명에 달했다.오늘날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그리고 그 원인은 경제성장이 가져다 준 굉장한 기회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면서 “서머스 총장의 육성까지 녹음돼 있지만 솔직히 믿기지 않고 믿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썼다. 김 장관은 “유감이고 솔직히 불쾌하며,그가 저명한 학자이기에 더 마음이 상한다.”면서 “비록 한국의 경제적 성공을 설명하려다 나온 실언이라지만,그가 학자이자 유명한 하버드 대학의 총장이라면 전혀 타당성 없는 창녀 수가 아닌 GNP같은 경제지표를 사용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어 “서머스 총장의 실언은 학문적 엄밀함을 어겼음은 물론,예의바르지 못한 언행이었고 그가 예의를 안다면 분명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면서 “미국 지도층의 한국인식이 고작 이 정도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시론] “바보야, 이젠 경제야”/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우리나라의 경제상황도 92년 미국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총선 후 우리 정부의 정책 초점도 이념에 상관없이 경제살리기,좀 더 구체적으로는 투자활성화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어느 소설의 제목처럼 총선 잔치는 끝났다.이제는 경제다.오랜만에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은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끄는 경제팀은 앞으로도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일각의 관측처럼 분배로 회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매체들은 연일 총선 후의 정책방향에 관한 여론조사에 다시 열을 올리고 있다.17대 국회 출범과 함께 분배와 형평 그리고 친(親)노사 정책의 재부상 가능성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사전에 듣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부정책의 초점은 어디에다 맞추어야 할까.이 질문을 접할 때마다 지난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생각난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에 맞선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는 “바보야,이젠 경제야”(It’s economy,Stupid)라는 짧은 캠페인 문구로 경기침체로 실업을 우려하던 미국의 유권자들을 움직였다. 일약 40대의 아칸소 주지사가 미국의 42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것이다.그는 집권 후 사회보장 예산을 삭감하는 등 진보적인 민주당의 전통을 버리고 오히려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우려가 컸던 신자유주의 노선인 금융자율화(Financial Liberalization)정책을 적극 추진했다.이로 인해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경제는 힘차게 부활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도 이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다름 아니라 총선 후 우리 정부의 정책 초점도 이념에 상관없이 경제살리기,좀 더 구체적으로는 투자활성화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구조적인 축소 균형으로 급속히 전환되었다.올 들어 예상대로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이러한 추세를 웅변적으로 증명하고 있다.과거 같으면 수출 주도로 경기회복이 진행되면 기계류와 원자재 수입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나 무역수지의 적자폭이 확대되었다.그러나 최근에는 국내 투자가 부진해 수입수요가 유발되지 않고 고용도 개선되지 못해 무역흑자폭만 필요 이상으로 누적되어 오히려 원화절상 압력만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구조조정에 성공한 대기업들은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등 주가관리에만 치중하고 있다.미래의 새로운 성장산업을 찾아 선행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그런가 하면 중소기업들은 높은 인건비 부담과 내수부진 그리고 자금경색의 ‘3중고’로 투자는커녕 생존에 급급한 실정이다. 다만,그동안에는 저금리를 바탕으로 1999년 이후 정보기술(IT)버블,2001년 이후 가계신용버블로 이러한 추세가 가려져 있었을 따름이다.더욱 우려되는 점은 중국의 급부상으로 국내 투자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지난해 말 경제개발이 시작된 1950년 이래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총 자본스톡이 감소하였고 제조업의 일자리 수도 줄어들었다.국민소득 2만달러 고지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한가롭게 우리가 ‘분배가 먼저냐 성장이 먼저냐’라는 논쟁을 할 여유가 있겠는가.그럴 여유가 없다.하루빨리 정부는 미국 민주당의 전 클린턴 정부와 같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대안인 기업활력 회복에 매진해 고용을 증대하고 궁극적으로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 [삶과 경영 이야기 ⑥]온라인 증권사 ‘키움닷컴’ 김봉수 사장

    국내 금융권에서 회사 설립 4년만에 기업을 공개한 회사가 처음 탄생했다.23일 코스닥 주식매매가 시작되는 온라인 전용증권사인 키움닷컴증권(www.kiwoom.com)이 주인공이다.수십년 영업을 해온 대형 증권사들의 틈바구니에서 짧은 기간에 온라인 주식매매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2001년 이후 매년 흑자행진이 가능했던 데는 ‘캔 두(CAN DO·할 수 있다)’정신으로 무장한 김봉수(52) 사장이 있었다.그를 만나봤다. ●고시생에서 증권맨으로 -증권회사에서 임원을 하다가 아예 증권사를 차려 사장이 됐으니 주위에선 ‘성공했다.’고들 한다.그러나 돌아보면 ‘증권맨’이 되기까지 곡절이 많았다. 충북 시골 출신으로 어렵게 공부해 고려대 법대에 들어가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만 해도 증권사에 들어오리라곤 생각지 못했다.몇년간 한우물을 팠지만 고배를 마셨다.집안 형편 때문에 더 이상 고시공부에 매달릴 수 없었다.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었다.아마도 처음 겪은 시련이 아니었나 싶다.부모님과 의논한 끝에 법관의 꿈을 접었다.취업문을 두드렸다.당시 금성전기와 쌍용증권에서 합격통지서가 날아왔다.금성전기는 지방 본사가 아닌,서울사무소에 특별 배치해주겠다고 했다.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쌍용증권에 다니는 선배의 끈질긴 권유로 증권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증권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나로서는 입사 이후 ‘고난’의 연속이었다.당시 증권시장의 유일한 투자정보 매체인 ‘주보’를 만들면서 그나마 일을 배울 수 있었다.70년대 후반 대리가 되면서부터 지점영업을 나갔다.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또 한번의 시련이 찾아왔다.이른바 ‘건설주 파동’이 터진 것이다.7000∼8000원 하던 건설주가 500원 아래로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기 시작했다.어렵게 유치했던 고객들도 하나 둘 등을 돌렸다.하루종일 손놓고 앉아 있어야 했다.잠도 오지 않았다.증권업계에 발을 담근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우연한 기회에 증권거래소가 발간하는 시장지에서 채권매매 정보를 접하게 됐다.주식영업으로 뼈아픈 경험을 해서인지 채권에 매력이 느껴졌다. 그러나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당시 채권영업을 하는 다른 증권사 후배를 불러 식사대접을 하고 술을 사주면서 채권정보와 채권수익률 계산방법 등을 배웠다.이렇게 해서 채권으로 제2의 증권인생을 시작했다. -79년 말쯤인가 ‘큰손’인 김모 사장의 돈 5000만원으로 B사 회사채를 금리 28%선에 샀다.그런데 갑자기 금리가 33%까지 급등해 원금도 못 건질 상황이 돼버렸다.김 사장이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원금 손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전전긍긍하느라 몸무게까지 빠졌다.다행히 80년 2월을 고비로 금리가 꺾여 23%까지 내려갔다.계산을 해보니 오히려 상당한 매매차익이 나 있었다.김 사장에게 당당히 채권을 팔라고 했다. -채권투자로 상당한 수익률을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이름도 알려졌다.수원지점장에 이어 본점 채권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94년 선경증권(현 SK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채권담당 이사대우를 맡았다.95∼96년 경제신문에 채권 관련 칼럼을 썼던 것이나,증권연수원·금융연수원 등에서 채권강의를 하고 있는 것도 다 이때의 경험 덕분이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필요는 성공의 어머니’ -4∼5년 전만 해도 증권회사는 몇 개월씩 적자를 내도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1년 중 3∼4개월만 호황을 누리면 먹고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증권사들이 불황기에 적자가 나는 것은 지점이 많아 고정비가 컸기 때문이다.지점이 적자의 원인인 만큼 지점이 없다면 늘 이익을 낸다는 논리가 가능했다.때마침 인터넷이 보급됐다.‘온라인의 힘’이 지점 없는 증권사를 탄생시킬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온라인 전용증권사를 설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결심이 선 순간 미련 없이 회사를 나왔다. -지점 없는 증권사를 만든다는 것은 사실 리스크(위험)가 컸다.어디에선가 실명계좌를 개설해야 하는데,온라인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그러던 차에 99년부터 은행지점을 통해 증권계좌 개설이 가능해지면서 실마리가 풀렸다.고객이 증권사에 가지 않고도 은행에서 증권계좌를 만들 수 있게 돼 지점 없는 증권사 설립이 가능해진 것이다.결국 불황에도 수익이 나는 증권사 모델이 탄생하게 됐다.때마침 인터넷 열풍이 불었다.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했던가. ●영업 고전… 이박사광고로 활로 뚫어 -99년 회사 인가신청을 내면서 은행과 접촉했지만 쉽지 않았다.고객을 증권사로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은행들의 우려 때문이었다.그때마다 “은행 손님과 증권 손님은 다르다.”며 설득했지만 녹록치 않았다.다행히 2000년 들어 한 은행과 손을 잡게 되자 순차적으로 제휴가 이뤄졌다.지금은 8개 은행으로 확대됐다. -설립 초기의 일이다.벤처캐피털을 운영하는 ‘큰손’ 투자자와 의기투합해 여의도 건물 한 개 층을 빌려 회사 설립사무국을 차렸다.400평 규모의 텅 빈 공간에 혼자 앉아 있었다.직원을 구한다는 소식에 몇몇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대부분 그냥 가버렸다.사기꾼으로 오해받기도 했다.온라인 증권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기운이 빠졌다.그러나 ‘김우중·정주영 회장도 400평 사무실을 혼자 쓰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증권사에 있을 때 알았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명씩 모으기 시작했다.이렇게 해서 30여명이 모였다.대주주 의사에 따라 전무이사를 맡았다.사장은 외부에서 영입했다.인터넷 열풍에 힘입어 삼성물산·데이콤·한미은행 등도 대주주로 3∼5%씩 참여했다. -2001년 3월 대표이사가 된 뒤에는 증권업계 각 분야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직원들을 계속 영입했다.홍콩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후배를 데려오기 위해 직접 홍콩으로 날아가기도 했다.지금 그 후배도 230명의 직원들과 함께 같이 일하고 있다. -영업은 쉽지 않았다.몇몇 대형 증권사들과 미래에셋·이트레이드 등 온라인 증권사들이 몇개월 먼저 온라인 영업을 시작한 상태였다.선점효과를 누릴 수 없었다.회사를 알리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을 거듭했다.키움닷컴증권이 온라인 증권사라는 것을 ‘서동요’처럼 중얼중얼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광고대행사에서 ‘이박사’ 광고를 가져왔다.처음에는 ‘누가 금융기관 광고라고 할까.’싶어 쳐다보지도 않았다.그런데 두세번 보니 괜찮아 보였다.모험을 했다.광고가 나가자 어린이들이 돌아다니면서 따라 불렀다.성공적이었다. ●인터넷 열풍 타고 흑자 전환 성공 -2000년에 광고비·전산투자비 등이 많이 들어 67억원의 적자가 났다.3년 정도는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적자를 접하고 보니 암담했다.2001년 3월까지 누적적자가 80억원에 이르자 ‘1년만에 80억원이나 까먹었구나.’싶어 입술이 바짝 탔다. 직원들과 밤을 새우면서 고객유치 방안을 짜고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이러한 노력에다가 2001년이 되자 온라인 거래량이 70%대로 늘면서 시장점유율(MS)도 올랐다.시장점유율 3%를 돌파,업계 10위권에 처음 진입했다.위탁매매영업뿐 아니라 자산운용·기업영업에서도 흑자가 났고 2001년에는 90억원의 순이익을 내 흑자로 전환됐다.첫해에 적자를 낸 것을 만회하고 1년만에 자기자본을 회복한 것이다.신이 났다.시장점유율 2%대에서 0.5%포인트씩 올라갈 때마다 전 임직원에게 100만원씩 나눠줬다.사장인 나도 100만원,여직원도 100만원을 똑같이 받았다.모두가 힘이 났다.2002년 5월 시장점유율 5%를 돌파한 뒤 업계 7∼8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온라인 시장에서는 시장점유율이 10%에 육박해 선두업체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 -신규 고객도 있지만 다른 회사의 고객이 옮겨오는 예가 많았다.우리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올라가자 경쟁사에서 문 단속을 시작했다.온라인 거래의 장점인 저렴한 수수료도 경쟁이 붙었다.우리만의 강점을 찾아야 했다.회사 설립 때부터 각별히 신경써온 고객지원센터(콜센터) 서비스를 더욱 강화했다.고객입장에서,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가 필요했다.콜센터에 전화해 1시간씩 불평하는 고객일수록 더 응대를 잘 하도록 교육시켰다.전산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항의하는 고객들의 집을 직접 방문해 고쳐줬더니 홈페이지 게시판 등을 통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결국 고객의 마음이 움직였다. ●팀장급 이상 인사엔 가정충실도 반영 -주식은 물론 채권·선물·옵션·기업금융 등 각 분야에서 ‘베스트’인 직원들만 모았기 때문에 각자가 벌어들인 만큼 받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제를 구축했다.사장보다 월급이 많은 직원이 10여명이나 된다.콜센터 여직원도 열심히 일하면 연봉 1억원 이상 받지 말라는 법이 없다.전산장애가 생겼을 때 분초를 다퉈 대응하고,금융상품 지식을 겸비해야 할 곳이 콜센터다. -코스닥에 기업을 공개하게 됐지만 사실 온라인 증권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증권업종이 저평가된 상황에서 키움닷컴도 액면가를 밑돌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그러나 온라인 증권사는 인터넷 ‘엔진’을 달고 증권금융이라는 ‘옷’을 입은 정보기술(IT) 회사다.인터넷을 기반으로 자리잡으면 미국의 온라인 증권사들처럼 제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법대를 나온 덕에 아는 부장판사의 추천으로 지난해 1월부터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으로 일하고 있다.2∼3개월에 한번씩 이혼 관련 사건을 3건씩 배정받아 조정위원으로 참여한다.이혼을 앞두고 재산 분배나 위자료,자녀 양육권 등에 대한 조정을 주로 맡는다.3쌍이 결혼하면 1쌍이 이혼한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돈 때문에,특히 주식투자로 돈을 날려 헤어지는 사람들도 많다. 아무리 높은 지위에 오르고 돈을 많이 모아도 가정이 깨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가정이 화목하지 않으면 회사생활도 절대로 잘 할 수가 없다.그래서 팀장급 이상을 승진시킬 때는 가정의 충실도나 화목도 등도 살펴본다.가정에 불화나 문제가 있으면 사고 위험성도 그만큼 높게 돼 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시론] 개성관광 ‘百年之大計’ 를/박춘규 관광公 남북관광협력단장·본사 명예논설위원

    독일 하이델베르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고도(古都)다.13세기부터 유럽 최고의 대학도시였고,이런 교육도시 배경이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으로 더 알려졌다.산성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시 전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서울에서 1시간 남짓 거리의 개성관광이 곧 가능하리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개성공단이 시공되면 관광도 가능할 것이라니,한반도에 이보다 더 훈훈한 소식은 없을 듯싶다.개성은 서울 인근이어서 하이델베르크처럼 필수 관광코스로 만들 수 있다.관광자원 면에서 세계의 자랑이 될 최고(最高)가 몇개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세계 최고(最古)의 대학도시라는 점이다.유럽의 근대 대학이 13세기에 시작되었던 점과 비교하면 이보다 몇 백년은 족히 앞선 교육도시였다.성균관으로 국자감을 개칭한 것은 1310년이었으나 고려 초부터 대학교육을 담당,나라의 인재를 길렀으니 교육에 대한 열의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가 세계를 앞서가는 것 같다. 둘째는 세계 최초 활자의 생산지다.대학교육의 발달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글의 활자화를 통한 대중 매체화가 한반도의 개성에서부터 시작되었다면 과장일까.확실한 것은 서양보다 이백여년 전에 금속활자를 만들어낸 본거지가 바로 개성이다.활자를 필요로 하는 문화의 높은 열기와 이를 만들어 내는 놀라운 창의력이 비등하던 곳이 바로 옛 오백년 도읍지 개성이다.이곳에서 1234년에 찍어낸 ‘상정고금예문’은 이보다 앞선 목판활자본 ‘다라니경’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리의 보배다.앞서가는 우리의 IT 기술과 활자술과의 연관성도 설명해 볼 일이다. 셋째는 고려자기의 생산,유통,이용 중심지가 개성이었다.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도자기 사상 가장 비싼 가격에 낙찰된 철화백자가 고려자기를 빚은 후예의 손기술이나 예술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그래서 은은한 비취색 고려청자를 구워내는 기술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신비로 남아있다. 넷째는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 전흔과 그 삶의 현장 답사관광’이다.철책과 지뢰밭,땅굴 등 긴장을 배경으로 하는 개성관광은 세계역사의 한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 답사’ 여행이다. 개성관광은 몇 가지 정책적인 목표를 전제로 준비되어야 한다. 첫째는 국민들의 자유로운 통일 체험장이 되어야 한다.여기를 다녀오면 서로에 대한 생각이 변하여 왜 서로 도와야 하는가를 느끼는 현장이 되어야 한다. 둘째는 주최국에 고용,외화획득,생활 문화 공간의 개선 등 실익을 주도록 엮어져야 한다. 셋째는 모든 외국인의 필수 관광 코스로 발전시켜야 한다.남북 대치 현실 등 새로운 관광자원을 북으로까지 확대하는 의미를 살려서,향후 평양 중국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개성 인삼 등 생산품과 축제 등을 온 관광객이 공유하는 자연스러운 생활권의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 넷째는 개성 다음 평양 관광 길의 디딤돌이 되도록 준비와 시행 방향을 함께 맞추어야 한다. 소설 ‘레미제라블’에 눈을 끈 배경 하나는 도시의 하수도가 넓었다는 점이다. 200년 전에 건설한 하수도가 시대가 변한 지금에도 거대한 도시 프랑스 파리의 기능을 말없이 받쳐가고 있다.개성 관광을 시작하는 준비가 통일 후의 한반도 관광의 청사진의 일부로 준비되어,서울을 찾는 1000만명의 외국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원대하고 기풍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커닝엄·볼쇼이’ 국내 공연-세계 최정상 무용단 자존심 대결

    머스 커닝엄과 볼쇼이발레단.현대무용과 고전발레를 대표하는 세계 최정상의 두 무용단이 잇따라 서울에 온다.머스 커닝엄은 15∼17일,볼쇼이발레단은 21∼24일 각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선다.지난 반세기 가장 혁신적인 무용가로 꼽히는 머스 커닝엄은 지난 84년 이후 20년 만의 내한 공연이고,정통 고전발레의 대명사로 통하는 러시아 볼쇼이발레단도 99년 서울신문(당시 대한매일)초청 공연 이후 모처럼의 한국 나들이다.무용팬들로서는 흔치 않은 기회를 얻게 된 셈.두 무용단의 공연 프로그램을 미리 살펴본다. ●85세 현역 무용가와 모던 록그룹의 만남 현대무용을 얘기할 때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머스 커닝엄(작은 사진)이다.인간의 내면세계나 심리적 묘사에 치중하던 전통적 관습을 거부하고,움직임 그 자체에 몰두하는 그의 무용 철학은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포스트모던무용의 기초가 됐다.즉 훈련 받지 않은 일반인도 무용수가 될 수 있고,어떠한 움직임이든 무용에 사용될 수 있으며,우연에 의한 순간적인 동작과 즉흥성을 중시하는 그만의 독특한 안무 기법은 20세기 무용계 전반에 핵폭풍 같은 변화를 불러왔다.존 케이지와 마찬가지로 동양의 선 사상과 주역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점,음악 미술 사진 영상 등 타 매체와의 긴밀한 교류를 모색한 점 등도 머스 커닝엄의 무용세계를 특징짓는 독창적인 요인들이다. 20년전 예술적 동지이자 연인인 전위 음악가 존 케이지와 함께 서울에 왔던 그는 이번 공연에선 모던 록그룹 라디오헤드와 시거 로스의 음악을 동반한다.팔순을 훌쩍 넘긴 고령에도 여전히 무대에 서는 고집스러운 면모만큼이나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예술가로서의 열정이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공연작은 지난해 10월 뉴욕 BAM(브루클린아카데미오브뮤직)극장에서 초연된 머스 커닝엄 무용단 50주년 기념작 ‘Split sides’와 92년 사망한 존 케이지에게 바치는 ‘Ground level overlay’,그리고 시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Pond way’ 등 3편. 이중 ‘Split sides’는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에 따라 공연 내용이 다르게 진행된다.그가 추구하는 ‘우연성의 미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여기에 몽환적이고 실험적인 음악 스타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젊은 록그룹 라디오헤드와 시거 로스가 음악 작업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시거 로스는 이번 내한무대에서 직접 연주를 할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02)537-0300. ●비극적 버전의 ‘백조의 호수’ 200년 역사의 볼쇼이발레단이 마린스키(옛 키로프)발레단을 누르고 러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1964년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직후부터였다.당시 37세에 불과했던 그는 탁월한 예술적 감각과 기량으로 단숨에 볼쇼이를 정상에 올려놓았다.‘잠자는 숲속의 미녀’‘호두까기 인형’‘스파르타쿠스’‘로미오와 줄리엣’ 등 그가 현대적으로 재안무한 작품들은 볼쇼이발레의 간판 레퍼토리로 사랑받고 있다. 이번에 공연되는 ‘백조의 호수’역시 그가 1969년에 재안무한 것.기존 작품에서 단순하게 그려졌던 악마의 캐릭터를 달리 해석해 왕자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천재적인 악마로 설정함으로써 보다 드라마틱하게 변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지난 2001년과 2003년 국립발레단에 의해 국내에도 이미 소개된 바 있다. 하지만 이전 공연과 다른 점은 결말이 비극으로 끝난다는 것.원래 ‘백조의 호수’의 결말은 왕자가 악마를 물리치는 해피엔딩과 두 남녀가 죽음을 맞는 비극,두가지 버전이 있으나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해피엔딩 버전을 무대에 올렸었다. 오데트 공주와 악마 흑조 오딜 역은 95년에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갈리나 스테파넨코가 맡았다.지그프리드 왕자는 볼쇼이 주역 무용수 블라디미르 네포르지니가 열연한다. 12년째 이 발레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무용수 배주윤도 나폴리 예비신부역으로 고국 팬들에게 인사할 예정이다.(02)751-9685. 이순녀기자 coral@˝
  • 김응수감독 '욕망’…남편의 애인, 알고보니 남자

    최근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동성애를 유해매체물 판정 기준에서 삭제키로 해 온오프 라인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삭제에 반대하는 이들도 속내를 보면 ‘청소년이어서 이르다.’고 전제를 단다.그만큼 동성애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조금씩 열리고 있는 것이다. 20일 개봉하는 ‘욕망’(제작 명필름)은 동성애·양성애·이성애 등의 다양한 ‘사랑의 방식’을 포착하면서 현대인의 이면에 담긴 ‘욕망의 양상’을 끄집어 낸다.“편견에 도전하고 싶었다.”는 김응수 감독이 욕망을 드러내는 방식은 복잡한 방정식을 풀 듯 얽히고 설켜 있다. 평범한 주부 로사(수아)가 남편 규민(안내상)의 외도 사실을 알고 미행을 한다.더 큰 충격은 상대가 남자인 레오(이동규)라는 것.남편에 대한 일그러진 복수심과 질투심이 섞여서일까? 레오를 뒤쫓던 로사는 그에게 복수 대신 격렬한 정사를 나눈다.한편 규민에게 버림받은 레오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로사 주위를 맴돌다 그녀에게 빠져든다.둘 사이를 알게 된 규민은 수치심과 분노가 혼재된 상태에서 아내에게 모욕감을 준다. 파격적 소재를 다룬 이 영화는 일그러진 욕망에 의해 성의 정체성이 움직이거나 규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절제된 대사 속에 이미지에 무게를 두면서 펼쳐지는 장면은 배우의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에 눈길을 가게 하면서 관객에게 상상의 여지를 많이 남긴다. 그러나 감독의 언어가 너무 앞선 탓인 듯 메시지가 와닿지 않는다.이미지를 통한 심리묘사와 마지막 장면에서 로사의 눈물을 통해 ‘욕망의 결과’를 암시하지만 그 윤곽은 흐리다.뒤엉킨 ‘욕망의 삼각형’의 의미는 감독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고 관객에게는 멀게 느껴진다. ‘욕망’은 국내 처음으로 온·오프라인 동시 개봉을 시도한 작품.‘작가주의’ 영화라는 내용과 HD(High Definition)디지털영화라는 형식을 결합하여 처음엔 디지털 전용상영관에서 개봉하려고 했으나,기술적 문제가 많아 고민해오다 고화질 디지털화면의 특성과 잘 어울리는 온라인의 주문형비디오(VOD)상영관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명필름의 이은 감독은 “블록버스터나 상업영화가 주도하는 한국영화 배급시스템에서 틈새 시장을 찾는 제작사에는 유통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욕망’은 예술영화전용관 연합체인 아트플러스 시네마네트워크 소속 극장과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이종수기자˝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타원형 감옥의 외부-백민석 소설 목화밭 엽기전과 그 맥락

    강 경 석 1.기율과 충동의 사이 백민석의 소설들은 낯설다.그래서 그는 활동 초기부터 비상한 주목을 받아왔다.그러나 그런 만큼 오해와 풍문속에 내버려져 있기도 했다.그에 관한 논의들 대다수가 “긍정과 부정의 양 극단에 서”(하상일)있다는 지적은 여기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작가 백민석은 과장된 지지와 일방적 폄하 사이에서도 소설적 기율에 대한 자의식과 하위문화적 충동 간의 길항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어 문제적이다.이는 그의 소설을 전위주의(avant garde)나 키치적 신세대론으로 소급하게 만든 흔한 실마리이기도 했다.그러나 이 길항이 가지는 가시적 면모들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그보다는 하위문화소들의 무잡한 전경화 뒤에 작가가 무엇을 배치해 놓았는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그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90년대적 공통감각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 혹은 “억지로 깨워 불러들여”(261면)진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작가이다.그의 소설들이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범주로의 손쉬운 편입을 수락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들은버려지고 배제된 것들(abjection) 말하자면 “병원 수술실에서 나온 적출물더미”(74면)의 잡종교배를 통해 태어났다.하위문화적 기시감으로 얼룩진 “적출물더미”들이 작중현실을 대신하면서 이들을 단순한 상징이나 알레고리로 보이게끔 만들지만,백민석의 서사전략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바는 비유적 세계의 너머에 있다. 우리가 길어 올리고자 하는 주제들은 모두 그의 네 번째 장편 ‘목화밭 엽기전’(이하 엽기전)을 경유한다.‘헤이,우리 소풍 간다’(이하 헤이)로부터 본격화된 백민석의 소설 작업은 자못 활력적이었다.그리고 그 도정의 옥매듭을 이루는 작품이 바로 ‘엽기전’이다.이후 출간된 소설집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이하 장원)이나 장편 ‘러셔’도 이 텍스트의 장력 바깥은 아니다.‘엽기전’은 백민석의 성공과 실패를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창이다. 2-1.기생(寄生)과 평질변이의 공간들 벤야민은 카프카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그것을 “멀리 떨어진 두 개의 초점이 있는 타원과 같다.”라고 썼다.이처럼 ‘엽기전’ 또한 두 개의 초점을지닌 타원 구조를 띠고 있다.그러나 카프카의 작품이 현대사회의 알레고리적 재현이라면 ‘엽기전’은 그 ‘재현’의 재현이다.은폐된 두 개의 초점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적절한 축척의 개략도 한 장을 준비하기로 한다. 주인공 한창림은 대학 강사이다.그에게는 수학과외 교사를 하는 아내 박태자가 있다.과천에 살고 있는 이들은 비교적 분명한 사회적 신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괴한 작업에 몰두한다.그것은 미소년들을 자신들의 집 지하실로 납치해 스너프필름을 찍는 일이다.이는 시종 “흰 연기”(281면)에 비유되는 공포스러운 존재 “펫숍삼촌”의 사주에 의한 것이다.‘펫숍의 영어표기 pet에’는 ‘성애의 개념도 포함되어’ 있으며 거기에서는 “도착적인 냄새”(128면)가 난다고 설명되듯 그가 한창림 부부에게 돈을 지불한 뒤 얻는 것은 관음증적 쾌락이다.이야기는 박태자의 제자이기도 했던 소년 윤수영이 이들 부부에게 납치·살해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생면부지의 한 회계사를 양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폭행하게 되고,그 때문에 오장근 형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일이 “질서에서 어긋나”(188면)자 펫숍삼촌은 박태자를 살해한다.한창림은 오장근과 펫숍삼촌에 대해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 실패하고 체포된다.이 파국의 막바지를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그는 “모자이크 처리가”(280면)된 “목화밭”을 발견한다. 물론 이상과 같은 개략도만으로 우리의 목적지가 금세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도착적 수사들을 일단 괄호치고 나면 텍스트는 의외로 쉽다.그것은 실존공간에 틈입한 우발적 폭력이 파국의 빌미로 된다는,매우 익숙한 플롯을 배면서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같은 맥락에서 “햇빛 때문에” 한 아랍인을 살해했다는 뫼르쏘(‘이방인’) 이야기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한창림과 뫼르쏘가 행사한 폭력은 부조리한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다.“양담배”나 “햇빛”은 사후에 조작된 것일뿐 폭력의 본질적인 동기는 아니기 때문이다.요컨대 ‘엽기전’은 지식인 주인공의 지리멸렬한 일상이 폭력적 충동 앞에 느닷없이 노출된 상황과 이질적이고 도착적인 수사들의 짜깁기로 구성되어 있다.이 발견을 열쇠로 삼아 텍스트에 좀더 가까이 가 보자. 우선 제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전(傳)이라는 이름의 작품 형식표지 때문이다.이것은 한 인물의 인생유전을 시간의 흐름에 입각해 서술하는,동아시아 고전문학의 대표적 형식 중 하나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적 굴절을 거듭해왔다.인물의 궤적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그것은 ‘박씨부인전’‘홍길동전’ 혹은 ‘라울전’(최인훈)‘유자약전’(이제하)과 같이 인물 지시와 이어지게 마련이었다.필경 전 형식을 새롭게 전유하면서 그 스타일이 고안되었을 ‘한씨연대기’(황석영)도 사례에 포함시킬 만할 것이다.그러나 엽기(獵奇)는 인물이 아니라 어떤 사태를 지시하는 말이다.그로테스크(grotesque)의 일본식 번역어일 가능성이 높은 이것은,최근 폭발적인 유행과 함께 하나의 문화적 화두가 되기도 했다.그러므로 ‘엽기전’은 엽기라는 문화적 표상들의 탄생과 성쇠를 기록한 형식이다.그러나 텍스트에 파종된 엽기들은 발생·성장·소멸이라는 시간적 체험과는 무관하게비선형(非線型)적으로 뒤엉켜있다.이런 측면은 자연스레 공간적 상상력을 유도한다.텍스트의 문면에 돋을새김 된 모티프들이 “동물원”“펫숍 건물”“지하작업실”“서울랜드”“목화밭”“과천” 등의 공간 표상들임은 시사적이다.지하분묘(grotta)의 벽에 표현된 반인반수의 기괴한 신체들로부터 파생,매스미디어적 운반을 거치면서 그로테스크는 엽기로 굴절되었거니와 엽기는 먼 기원에서부터 이미 공간 자질(지하분묘/일그러진 신체)을 보유했던 것이다.그런 면에서 ‘엽기전’의 전(傳)은 교란부호 내지 착란이다.그것은 엽기가 전(傳)이라는 선형(線型)적 시간에 뿌리내리면서 빚어진 형질변이의 결과여서,결국 의식의 ‘적출물더미 하치장’을 표상하는 공간 기호로 작동한다.이것의 대표적 작중 용례는 일상의 표면에 묻힌 한창림 부부의 “지하작업실”일 것이다.이곳에서는 마치 무의식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 설정 자체는 나체의 주술사가,흰 피부의 사내애와 벌이는,섹스의 향연이다.신께 제를 올리는 것이다.제물은 섹스이고,체액이고,신체이다.(212면) 재갈과 가죽 끈으로 포박당한 희생자는 끊임없는 린치의 반복앞에 저항할 힘조차 잃고 있다.한창림 부부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상황을 연출하면서 마치 마계의 제사장처럼 행동한다.악마숭배의 제의적 모티프는 하위문화의 단골 레퍼토리이기도 하다.헤비메탈 밴드의 라이브 공연장은 가장 적절한 참조 대상이다.이들은 “무시무시한 대형 두개골 모형이 놓여 있고,사방에 스티로폼으로 만든 시체 조각 뼛조각들”(‘장원’146면)이 널린 무대에서 연주하곤 했다.그들은 관중을 향해 “날엉덩이”까지 흔들어대는 퍼포먼스를 서슴지 않는다.작가가 여기에 깊은 공감을 보이는 이유는 “모든 가식을 뚫고 자신과 현실을 직시하는 추잡한 날엉덩이의 미학”(‘장원’ 147면)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비교(秘敎)적 무대공간은 한창림의 지하작업실과 유사한 공간 자질을 갖는다.성스러운 신의 전당들이 지상으로부터 영원을 향한 상승 이미지라면,엽기전적 공간은 지하로 숨어든 하강 이미지이며,그것은 서구 고딕(Gothic)소설들이 공간적 배경으로 흔히 채용했던 폐쇄공간들(외딴 성,숲속의 저택 등)과도 통한다.한창림의 지하작업실이 “서울랜드와 동물원이 지어질 때 고립”(18면)되었다고 진술되면서부터 이들과 일정한 상호텍스트성을 획득하기 때문이다.실제로 ‘오트란토 성’(H 월폴) 같은 작품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지하실이나 비밀통로,폭력적인 남성형상 등의 모티프들이 두루 겹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엽기전’이 일반적인 공포물이나 고딕소설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그것은 소재주의에 함몰된 비약이다.상호텍스트성이 아무런 매개도 없이 동질성으로 전화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이를 과장하다보면 최인훈의 ‘웃음소리’나 박인홍의 ‘벽 앞의 어둠’,또는 이승우의 몇몇 근작조차 고딕소설의 일종으로 배분해야 지 모른다. ‘오트란토 성’이 봉건 이념의 종식을 징후적으로 포착한 경우라면,‘엽기전’은 근대 자본주의의 세포단위인 부르주아 핵가족의 내파(內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내력부터 다르다.이 앞뒤 사이에 가로놓인 역사의 심연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인데,그렇다고 텍스트에 드러난 고딕적 요소를 일방적으로 부정할 수만은 없다.그것은 ‘신체 상해’의 문학적 상관물들이 동시대의 한국문학에서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이것이 도시 체험의 축적에서 유래하는 일탈의 감각과 깊이 연루된 것이고 보면 우리 사회 일각에서 나타나는 포스트모던 징후의 하나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그런데 테리 이글턴 같은 경우는 여기서 더 나아가 포스트모던 자체를 오히려 “고딕의 뒤늦은 부흥”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그에 따르면 고딕이란,“편파적 시선에 의해 내던져진 괴기스러움의 그림자이며,허구 속에 안전하게 봉인된 팬터지이자 분노이기도 한,중간계급의 정치적 무의식”이다.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의 포스트모더니티를 과장하는 일도,서구적 맥락에서 고딕을 규정하는 일도 아니다.고딕환상물들이나 하위문화 양식들이 다양한 방향의 역사적 분절과 매체 전이를 경험하면서도 “중간계급의 정치적 무의식”이라는 기원적 동질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앞에서 말한 ‘재현(가상)의 재현’이란 무엇이 될 수밖에 없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더 중요하다.‘무의식”이라는 표현에서 예상되는 것처럼 하위문화적 충동의 1차적 재현이란 이미 “안전하게 봉인된” 저항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백민석이 수행하고 있는 ‘재현의 재현’ 전략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 것이다.버려지고 배제된 “적출물더미” 혹은 “쫓겨난 나쁜 냄새들의 익스트랙트들”(166면)은 “지하작업실”이나 “펫숍건물”에서 벌어지는 린치행위들(악마적 희생제의)과 함께 표면적으로는 위반의 정치학을 구사하면서도,내면적으로는 “사회체계”의 안전망 안에서 자기보존의 영속적 지위를 획득한 것들이다.그것은 또,하위문화 기제들의 비교(秘敎)적 무대공간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데,‘엽기전’은 이 점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다.그리하여 텍스트는 반항의 에네르기를 통제하는 봉인,“과천의 위생 처리된 맨홀 뚜껑”을 해체하는 일대 모험을 감행한다.이때부터 텍스트 전개의 중심축은 지하작업실의 은폐된 사실들이 표층으로흘러넘치면서 발생하는,파국을 향해 이주한다.한창림이 지하작업실을 불태우는 장면(234면)은 그 전환점이다.이 상상적 봉인해체 작업을 통해 백민석은 중간계급의 이상(理想)이 얼마나 안일한 기초 위에 축조된 것인가를 묻는다.한창림은 이를 “몰락”(232면)이라고 말한다.이것은 그의 목소리를 빌려 미리 암시된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얼마나 세상의 위협적인 눈들로부터 폭넓게 노출되어 있는지 깨닫곤 놀랐다.사람들은 다만 망상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자기가 안전하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 같았다.(68면) 첫 장편 ‘헤이’의 “퐁텐블로”나 ‘엽기전’의 “좋은 냄새가 나쁜 냄새들을 죄다 몰아낸 과천”은 중간계급의 이상(理想)을 외화시킨 인공낙원이다.그리고 이 공간들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작업은,그 전제에서부터 “사회체계”의 기초를 탐색하는 작업과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그것은 ‘엽기전’의 전략을 논리적 비약에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럴 듯하다.이러한 종류의 탐색 작업은 늘 집 또는 가족의 문제와 관계 맺는다.근대문학의 전통이 끊임없이 물어왔고 또 동시대의 문학적 상상력들이 여전히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백민석 또한 가족이라는 공간에 대해 묻는다.그곳은 “우리의 지옥”(‘헤이’,244면)이다. 2-2.집의 포자(布子)들과 두 갈래의 초월 근대적 가족 이미지의 거처(topos)로 기능해온 ‘집’은 백민석에게 와서 다시 씌어진다.그는 가족 이념의 내파를 출산과 ‘배설의 이미지’를 오버랩시키는 실존주의 모티프를 통해 보여준다.임신 중인 박태자가 “가족 없이도(…)그럭저럭 결혼까지 하며 제법 꾸려져왔”(142면)던 자신의 삶을 강변하며 아버지의 방문을 거절하는 장면,그리고 화장실에서 사산(死産)하는 장면.이 두 장면의 연속배치는 결정적이다.자신의 기원을 부정하면서 재생산의 고리마저 끊어낸 ‘집’(또는 가족)이란 그 자체로 전복적인 하위문화 공간이자 “지옥”이다.이것은 매우 급진적인 강렬도에 의해 지탱되고 있어서 텍스트의 등장인물들은 아무도 이타카(Ithaca)의 회복을 욕망하지 않는다.이런 점에서 백민석의 인물들은 기억의 서사를 추구하는 윤대녕의 주인공들과 대조적이다.그곳에는 어떤 기억이나 회상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부조리한 충동은 거의 언제나 우발적인,비가역적 동시성의 소산이기 때문이다.기억의 돌출은 기껏해야 한창림이 자기 어머니를 떠올릴 때처럼 파편적 이미지로 던져지거나(154면),박태자의 경우처럼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암페타민의 환각”(99면)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주인공들의 성격이나 행위가 작가의 궁극적 주제를 직접 매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이는 작가가 한창림과 박태자의 교차진술을 통해 작중 상황을 반복 객관화시키면서 더욱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주인공의 욕망이 작가론의 직접적 상관물로 환원될 수 없다는,일견 단순한 사실이 지금껏 무시되면서 ‘엽기전’은 냉소나 허무주의적 저항담론의 일방통행로에 갇혀 버렸다.물론 ‘헤이’와 같은 초기작의 경우,하위-충동의 허무주의를 준거점으로 삼으면서 결국 세대론적 인정투쟁에 희생된 측면이 없지 않다.그러나 충동의 무정부적 방출을 일삼는 주인공이란 하나의 설정일 뿐이지 궁극은 아니다.이들을 다루는 작가의 시선은 마치 스크린 속에서 만난 괴기사건을 독자들에게 전달,‘재현의 재현’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하는 듯 담담하다.작중인물들에 대한 연민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근본적으로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우호적이지 않다.그러므로 허무주의적 세계관 또한 출발점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헤이’ 이후 작가에게는 단 두 가지 길밖에 없었다.출발점의 진화를 위해 망설임없이 밀고나가는 길,그리고 부조리한 충동들의 존재근거를 되짚는 길이 그것이다.앞의 것은 “목화밭”으로 가는 길이고 뒤의 것은 ‘내가 사랑한 캔디’,‘불쌍한 꼬마 한스’,‘이 친구를 보라’로 이어지는 자전적 소설의 길이다.그것은 단지 선택의 문제이다.“목화밭”으로 가는 길 끝에서 한창림 부부가 몰락한다는 것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자칫 이 끔찍한 존재들의 실패담이 무책임한 냉소로 비칠 수 있겠지만,하위문화의 봉인된 저항이 늘 그런 것처럼 그들은 자신들의 태생적 한계에 의해 몰락하는 것뿐이다.그것은 기원 혹은 자신의 존재근거(집)를 스스로 거절하면서부터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백민석은 이것을 “괴물들”의 숙명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숙명’이라는 말에 이미 전제된 것처럼,한창림 부부의 몰락은 단지 기성질서나 사회체계의 견고함을 인정하고 확인하는 충격적 절차에 불과하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아니 좀더 일반론적으로 말해서,주인공의 몰락은 늘 체제에 대한 굴복을 뜻하고 마는가.우리는 그 반대의 사례들을 분명히 알고 있다.쥘리앙 쏘렐((적과 흑))의 몰락이 단지 타락한 욕망의 몰락일 뿐이며 이동혁((객지))의 실패가 영웅주의의 실패에 불과한 것처럼,한창림의 파멸은 가상의 식민지 위로 흘러넘친 그 무정부적 충동의 패배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다.(엽기전)에서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결정적 토대는,기억의 환원작용을 철저히 단속하면서 “훗날,그의 기억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끔”(234면) 집이라는 상징을 소각시켜 버린 데에 있다.그것은 다만 지하작업실의 끔찍한 린치와 패악들을 포장하는 초월적 가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위-충동의 공간으로 전락한 집(獵奇傳)은 단순한 상징이기를 멈추고 마치 암세포나 포자식물들이 그렇듯 확산 증식한다.지하작업실에서 “섹스”와 “신체”가 “제물”(212면)이 된다는 진술은 그래서 설명 가능해진다.근대적 주체 재생산의 전제가 되는 남녀간의 성적 교환을 악마적 제의로 탕진하면서,출산과 배설의 이미지를 등치시켰기 때문이다.이 공간이 지닌 능력은 통상적 상상을 넘는 것이어서,거의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에 필적한다.이 “지하작업실의 깜깜한 자궁”(91면)에서 길러져 나온 포자들이란 비정상적 과정을 통해 탄생한 비정상적 존재들이며 체계의 관리망 안에서 “도착적”으로 왜곡된 인공 “수컷성”의 담지자들이기도 하다.“학교 안의 새끼 수컷들”(69면)이나 “동물원의 독방에 갇힌 만드릴 육식원숭이”(175면),“정신병원의 조울증 환자들”(138면) 등은 바로 그 증식의 사례들이다.지하작업실의 포자들은 훈육시설 즉 사회체계의 관리 시스템에서 기생한다. 이것은 빅토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어두컴컴한 실험실이 괴물을 탄생시키는 하나의 자궁으로 기능한다는 지적(G 스피박)을 연상시킨다.그러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년)이 여행(모험)의 구조를 통해 비정상적 존재(괴물)의 정신적 성숙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면,‘엽기전’에는 성숙 혹은 교양(Bildung)의 과정이 삭제되어 있다.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조화로운 가족서사에 대한 강렬한 향수(괴물은 빅토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요구하지만 거부당한다)를 지닌 반면 후자는 가족서사 자체를 히스테리에 부쳐버린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이것은 전(傳)이라는 시간적 형식이 왜 엽기라는 그로테스크의 변종과 만나면서 공간화 되는지를 부연한다.가족은 주체의 인큐베이터이며 성숙이란 그 시간적 진화 과정이다.텍스트는 전통적인 소설의 중심축이라 할 성숙의 문제를 수락하지 않음으로써 시간성의 장력으로부터 이탈하려 한다.이 텍스트가 읽기의 습속에 저항하는 것은,한편으로 비선형적이고 공간적인 그래서 공시적 사유방식에 의해 지탱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서사의 절연과 접합된 공시적 사유방식은 의미심장하다.근대적가족 이미지가 학교나 군대와 같은 훈육시설들의 이미지와 함께 자본주의에 의해 수행되는 상징조작의 일환(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이었다는 성찰과 맞닿으면서,90년대에 등장한 이른바 신세대 작가들은 가족의 문제를 자신들의 중심 과제로 삼았던 것이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집단적 주제로부터 ‘엽기전’은 그러나 조금 더 전진해있거나 약간 비켜 서 있다. 약간의 비약이 허락된다면,분단 이후의 한국소설사는 가족의 균열을 중요한 축으로 설정해왔다고도 할 수 있다.이것은 주로 결손의 문제와 연루되어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이데올로기 갈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이는 아비부재에 집중되어 있었다.이것은 김소진에 이르기까지 승계되었다.이 전통은 근원적 실향의식과 친족관계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발산해왔다.그러나 90년대의 풍속 주체들은 그것을 냉소와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이들의 공과를 떠나서라도,가장 급진적인 작가로는 배수아가 적임일 것이다.그는 동요하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이미 파산선고를 내린 듯이,“어머니”를 새로운 해체대상으로 설정한다.그러므로 결손의 모티프를 구사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아비부재가 아니라 어미부재로 나타난다.그러나 “어머니,나는 이제 죽을 때까지 어머니의 아이가 아니겠어요”(‘부주의한 사랑’)라고 외치는 배수아의 “아이들”마저도 기원에 대한 향수를 무의식적으로 드러낸다.강렬한 향수야말로 이 도저한 거부의 진정한 추동력인 셈이다.‘엽기전’을 동시대의 유사한 징후들 속에서도 분별하게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텍스트는 가족서사의 부정적 연혁을 작성하면서도 기원에 대한 향수를 음각(陰刻)하고 마는 평균적 해체작업에 만족하지 못한다.그 거부의 의지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한 양상을 띤다.텍스트는 가족서사에 대해 “너무나 흔해서 얘깃거리조차 안”(48면) 된다고 말하기를 서슴지 않는다.이미 논의한 바와 같이 주인공들의 이러한 진술 자체가 텍스트의 궁극적 주제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이것은 잠정적으로 오이디푸스적 환원이라 부를 만한,근대적 가족제도의 구체적 질곡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작가는 이것을 요약하기 위해 “수컷성”이라는 특유의 조어를 반복 사용하고 있다. 그 외피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오이디푸스적 환원이란 심층에서 남성적 지배질서를 지속시키려는 “사회체계”의 작동 방식을 함축한다.‘아버지와 아들의 경쟁’으로 상징되는 오이디푸스적 세계 안에서 성숙이란 결국 남성적 성숙에 다름 아니며,이는 근대적 가족 제도를 경쟁 이데올로기의 기초로 삼는 자본의 요구이자 동력이기도 하다.텍스트의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수컷성”이란 “영역싸움”“패권주의”“위계질서” 등으로 예시되는데 이것들은 경쟁 구조의 자기보존 양식을 말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이 질서에 붙들린 존재들은 어떠한 준거로도 윤리적 판단대상이 될 수 없다.이 세계에서는 선악의 이분 구도 따위가 처음부터 허락되지 않는다.충동적 가상들(수컷성)만이 거주하는 끔찍한 세계이기 때문이다.이는 전작(前作) ‘불쌍한 꼬마 한스’에서 오이디푸스적 성숙의 발생학을 탐사했던,백민석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잘 알려져 있다시피 꼬마한스는 프로이트의 주력 개념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전형적 사례이다.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아버지에 대한 공포를 낳고,그것이 다시 말(言)에 대한 공포로 전이되어 꼬마 한스의 신경증을 구성한 것이다.백민석의 주인공들도 공포의 기척 앞에서 실어증을 경험하곤 한다. 한창림은 공포에 전율할 때마다 “누군가 입 속에 비닐 빵봉지를 쑤셔박아넣은 것”같다고 느낀다.이 공포감은 “사회체계”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다.이는 백민석의 끈질긴 문제의식 중 하나인데,표현의 추상성을 넘어 은연중 역사적 환기력을 구체적으로 회복한 경우는 그에게 ‘엽기전’이 처음일 것이다.그는 ‘엽기전’의 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이 소설을 구상한 건 이곳 안양 평촌으로 이사오고 나서,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그게 94년이니까 벌써,칠 년 전의 일이다.(…) ‘뭔가 된’ 것은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97년의 일이다.그저 엮어 놓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함이 컸던 것이다. 97년은 국내 경제를 준 공황시대로 내몰았던 IMF 외환위기 사태 혹은 신자유주의의전경화가 본궤도에 오른 시점이다.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엽기전’은 자본주의 사회체계의 가공할 위력에 대한 충격적 확인을 내면화한,우리들의 보고서다.한창림 부부와 그 혈육들이 하나같이 실업자이거나 비정규직이라는 것과 “뷰티풀 피플”의 남편이 파산한 사업가로 등장하는 것은 흥미로운 예증이 된다.“퐁텐블로”나 “과천”이 보여주는 위장된 혹은 상상적 안온함은 생산자본이 투기자본에 압도된 ‘거품경제’ 만큼이나 “텅 빈”,그리고 아슬아슬한 것이다.그가 작중현실로 설정하고 있는 하위문화적 충동의 세계가 그러한 것처럼 그것은 파국의 예감을 이기지 못한다.작품 구상 단계의 모호함이 명료한 의지를 얻게 된 것도,무정부적 충동의 발산에 기울어 있던 작품세계가 일정한 전환점을 획득한 것도 모두 동시대 감각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엽기전’은 우리 시대의 집단신경증(부조리한 충동)이 자본주의의 세계적 관철 혹은 “수컷성”의 일방통행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이는 백민석이 의도적으로 성숙의 문제를 삭제한 결과이다. 그런데 성숙의 문제를 괄호치는 것은 근본적으로 가능한 일인가.하위문화적 충동의 무잡한 전경화 뒤에는 이런 의문들이 도사리고 있다.성숙은 블랙홀의 심처와 같이 끊임없는 소환의 인력을 발산한다.성숙의 저 끝 간 곳은 초월의 영역일 것이며 이것은 텍스트 내부에서 두 갈래의 길을 연다.하나는 수컷성의 최상층을 차지하는 “펫숍삼촌”을 제거함으로써 빅 브라더(‘1984’)에 필적하는 질서의 지배자 혹은 신적인 관람자(펫숍은 모든 것을 알고,또 본다)가 되는 길이며,다른 하나는 무정부적 충동을 끝까지 밀고나가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편의상 앞의 것을 상승초월,뒤의 것을 하강초월이라고 이름 붙여 본다면,텍스트는 이 두 개의 극점을 지닌 일종의 타원 구조를 갖고 있다.텍스트의 등장인물들은 모두,두 개의 극점이 발산하는 인력 사이에서 진동하는 존재들이다.이는 일반적인 성숙의 서사와 그 음각인 ‘프랑켄슈타인’류의 ‘하위-충동’ 서사를 양 극점으로 삼는 구조이기도 하다.앞에서 벤야민의 카프카론을 예시했던것도 이 때문이다. 하위문화적 충동의 포자들은 소설적 기율(또는 성숙의 플롯)에 기생하면서 ‘엽기전’이라는 변종을 만들어낸다.이 변종의 변종성은 텍스트 내부의 공간 배치,확산에 의해 이루어지며 두 갈래로 나뉘어 각각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의 공간으로 작동한다.이들의 공동 거처는 “제2정부종합청사”“서울랜드”,“동물원”이 있는 공간 과천으로 설정되어 있다.이곳은 “수도권에서 가장 살기 좋은 시로 뽑힌”(165면) 곳이며 그 이유는 “좋은 냄새가 나쁜 냄새들을 죄다 몰아”냈기 때문이다.이곳은 그러므로 엄연한 실재이기를 그치고 ‘헤이’의 “퐁텐블로”처럼 중간계급적 이상의 재현물로 전도된다.“냄새”나는 “적출물더미”들을 은폐하면서 보편적 행복을 가장하기 때문이다.여기서 “나쁜 냄새”란 “수컷성”의 기화작용 혹은 확산을 말하는 것이다.이데올로기의 상징 조작이 최고의 효율성을 발휘할 때 “살기 좋은” 계획도시 과천의 지하에서는 배제의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었던 것이다. 이 배제의 희생물이 되지 않으려면 초월적 수컷이 되는 수밖에 없다.실제로 “펫숍삼촌”의 수컷성은 배제 프로그램(사회체계)을 넘어서 있다.“세상의 눈은 그걸 볼 수가 없”(125면)는 상승초월의 영역에 놓이는 것이다.“어디에도 없으면서 어디에나 있는”(117면) “펫숍 공간”은 삼촌이라는 이름의 친숙성과 결탁하면서,체계로부터 자유로워진다.그에 반해 한창림의 엽기전 공간은 “뷰티풀 피플(사업실패로 와해된 가족 형상)”과 함께 프로그램의 희생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다.그들의 충동은 태생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들은 그저 “쫓겨난 나쁜 냄새들의 익스트랙트”(166면)들이다.영역 싸움과 경쟁에서 밀려난 패배한 수컷들인 셈이다.‘엽기전’은 “흰 연기”(281면)로 표상되는 “펫숍삼촌”의 신적인 수컷성(상승초월)과 결국은 거름이 되고 말,야수의 수컷성(하강초월) 사이에서 전율하고 있는 텍스트다. 2-3.타원형 감옥에서 목화밭으로 ‘야수적 하강’과 ‘비교(秘敎)적 초월’의 두 갈래 길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갖고 뻗어나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 동일한 장소-표면에서다시 만나기도 한다.그것은 타원 구조의 양 극점이 자신의 몸을 뒤틀어 다시 만나는 뫼비우스의 띠이다.그 장소란 린치의 장소-표면이다.거기에서는 감시와 처벌,혹은 임의적인 폭력이 끊임없이 미끄러진다.등장인물들의 모든 탈출 기도가 수포로 돌아가는 이유는 텍스트의 세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벗어날 수 없는 순환의 세계이기 때문이다.마치 버튼만 누르면 언제라도 반복재생되는 스크린처럼,그들을 둘러싼 세계는 거대한 하나의 감옥이자 부서지지 않는 벽들이다. 작중 공간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펫숍공간은 가까이 다가가 “정체를 머릿속으로 짜맞춰보다가는,금세 덩치나 안전문이 떠올라 스스로 사고를 정지해버리”(123면)도록 만들면서 영역침범을 가로막는다.이것은 감시의 내면화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태어나기 전의 공간”(122면)인 펫숍에 구체적 형상을 부여하는 것은 오로지 벽,“시멘트벽”이다.텍스트 내에서 하강의 경험적 한계인 한창림의 지하작업실 또한 피범벅의 벽들이다.거기서는 린치의 흔적이 끊임없이 번지고 미끄러지지만,벽면들에 안전하게 둘러싸인 채이다.그러므로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은 주인공들의 폭력적 도주를 이끄는 강한 유혹이자 인력의 중심이면서,동시에 막혀 있는 어떤 것이다.“사회체계”의 어두운 핵심으로 직핍하는 길은 아무 데도 없다.저항도 발악도 체계의 허가 범위 안에서 이루어질 뿐이다.이 출구 없음은 그들이 중심 혹은 주체가 아니라 ‘만들어진 존재’ 즉 “사회체계”로부터 호출받은 타자들이기 때문이다.그들은 한갓 게임속의 평면 캐릭터에 불과한 자신의 실존을 증언한다. 그도 아내도 이 사회에서,날 때부터 운명지어진 존재들이었다.(…)괴물스러운 위력이 얼마나 막강하든,바깥에 존재(타자성-필자)하는 한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가 없다…… 그래서 괴물은 장난감 수준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잠들어 있던 괴물을 억지로 깨워 불러들여 놓곤,재미로 쫓아다니며 괴롭히고,종국엔 괴물이 왔던 곳,사회 체계의 바깥으로 다시 쫓아보내는 악취미의 희생물로 전락하는 것이다.(261면) 그들이 줄곧 “내면 없는” 존재로 진술되는 이유가 그것이다.그들은 오직 표면만을 가질 뿐이며 마치 “뷰티풀 피플” 공간에 진열된 “웃는 플라스틱”(인형)들처럼 속이 텅 빈 존재들이다.신체상해 혹은 “린치”는 텍스트의 시작점에서 끝점까지 수도 없이 자행된다.“텅 빈 목소리” 혹은 “사색하지 않는”과 같은 수사들이 끈덕지게 달라붙는 린치 장면들.‘엽기전’의 등장인물들에게 있어 내면이란 기껏해야 히스테리나 조울증·분노 등으로 표면화된다.신체는 하나의 표면이고 그 내부는 또 다른 해부학적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참혹한 인식이 텍스트를 무심히 곁눈질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이 피비린내 나는 일상 어디에도 사색이란 물건은 없다.”(134면) 이것은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이 막힘 혹은 “육중한 안전문”,“지표면”과 같은 일종의 벽면(표면)으로 제시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이것들은 끊임없는 표면들의 연속체로 구성되어 있다.“펫숍의 공간 구조는 자연스레,네 번째 공간,다섯 번째 공간,여섯 번째(…)갈수록 안전문은 육중해지고 접근 불가능해”(123면)지는 것이며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바닥없는 심연으로 사라지는” 것이다.그것은 그들이 스크린의 격자에 갇힌 디지털 화소조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견고한 감옥의 구조 안에서,한창림은 윤수영을 린치하고,펫숍삼촌은 한창림을 공포로 길들인다.여기서 초월의 전망은 ‘성숙한 깨달음’을 통해 생성되는 것도 아니고,절망적 추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그것은 차라리 두 극단의 장력이 이루어내는 벡터 운동의 산물이다.실제의 공간 과천을 주무대로 배치하면서 실제의 실제성을 마음껏 왜곡하고 있는 ‘엽기전’은 표층 차원의 비현실성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현실주의의 산물이 된다.여기서의 현실은 고정된 무엇이 아니라,벡터운동이라고 했듯 생성과정 중인 어떤 것이다.그것은 근대적 가족이념의 이데올로기적 침윤 혹은 수컷성의 영역 분쟁으로 요약할 만한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의 작동방식을 기괴하게 드러낸다.“현실을 직시하는 날엉덩이의 미학”은 여기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텍스트는 현실을 괄호안에 묶는 팬터지도 아니고 은연중에 독단적 현실을 들이대고 마는 낡은사실주의도 아니다.텍스트는 생성과정 중인 현실 자체이며 끊임없이 포자 증식하는 전경화된 공간 표면들의 연쇄이다.이것이야말로 비가역적 동시성의 산물이다.이 찢어지지 않을 것 같은 혹은 “육중한 안전문” 같은 표면들은 박태자가 늘상 바라보는 “텔레비전 화면”이기도 하다.이 표면들의 연쇄는 단지 화소조합에 불과했던 한창림이 스스로를 해방시키려들면서 파국을 맞이한다.이때 자신의 근원적 종속성을 지각한,이 불길한 주연배우의 두 눈 앞에 “목화밭”이 출현한다.“목화밭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3부 제목) 한창림은 파국의 절정을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마치 우연인 듯,이 거대한 감옥의 바깥을 본다.그것은 초월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표면들의 완고함 앞에서,마치 자유의 계시인 것처럼 나타난다.그것은 언어적 해석의 대상이 아니다.너무나 낯설어서 오히려 공포감을 일으키는 어떤 것이다.텍스트는 그것을 “목화밭”이라고 부르지만,이미 통상적 기호로는 지시할 수 없는 대상이다.마치 최초의 인간이 자신의 세계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떼듯,“목화밭”이라고 우연히 발음된 것뿐이다.그것은 숭고(崇高)한 대상이다.체계에 붙들린 어떤 의미도 허락하지 않은 채 그저 “거기 목화밭이 있었다.” 거기 목화밭이 있었다.(…) 그는 알 수 없었다.어째서 여기가 목화밭인가? 씨는 아직 뿌리지도 않았는데,언제부터 목화밭인가? 그는 볼 수도 없었다.둔덕 전체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었다.(…) 그는 목화밭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그는 삽을 놓고,두 손을 들어 눈을 가린 다음 울기 시작했다.누군가 그의 입 속에 비닐 빵봉지를 쑤셔넣은 것 같았다.커다란 쇠뭉치를 그의 입에 처넣은 것 같았다.(280면) 파멸의 순간에 우발적으로 그리고 모호하게 던져진 ‘그것’은 그러나 ‘엽기전’을 허무주의로부터 구원하면서 동시에 미래로 운반해간다.이것은 획기적이다.백민석은 언어적으로 지시하지 않는다.다만 하나의 자족적인 사물을 생성시키고자 한다.그는 텍스트 위에 어쩌면 자기 자신과도 전혀 무관한 자유를 창조하려한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어느 누구의 승리도 견인하지 않는다.우리는 모두 참패한 것이다.작가도 독자도 또 그 사이의 주인공들도 이 무시무시한 자유의 숭고한 출현을 그저 흔적의 형태로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그것은 “모자이크” 너머의 현실,진정한 현실이다.“목화밭”이라는 우발적이고도 가난한 기호가 ‘진짜 현실’의 숭고한 출현을 계시하고 있다.존재의 근본적 종속성을 깨닫는 순간 “아주 작은 한 구멍”으로 그것도 “모자이크”에 가려진 채로 그것은 나타났다.부서진 몸을 이끌고 나타난 벤야민의 “역사의 천사”처럼 자신의 가난함을 최대치로 드러내면서,이 타원형 감옥의 외부로부터 자유의 기억이 도래하는 것이다.그것은 “자유라는 이름의 형벌”(사르트르)일지도 모르지만,그 형벌은 해방의 약속과 함께 하는 형벌이다. 3.어쩌면 위험하기도 한 미래 이 스크린을 바라보는 우리들과 스크린 속의 괴물들은 서로를 되비추는 거울에 불과하다.‘엽기전’은 결국 한창림의 실패담이 우리 자신의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어쩌면 우리들 관객조차도 스크린의 표면에 붙들린 디지털 화소조합에 불과할지도 모른다.“인간은 누구도 예외없이,아직 자기 자신이 되지 못했다”는 아도르노의 말처럼,우리는 하나이면서도 여럿인,전지구적 자본주의·수컷성의 경쟁 이념·패악의 은폐전략인 가족로망스·안전처리된 저항의 초월적 가상들에 중독된 채로,우리 자신의 근본적 존재구속성을 망각한 것인지 모른다.이 중독성은 그 바깥을 사유하지 못한다.‘엽기전’은 바로 이 가상의 세계에서 가상을 껴안으며,동시에 가상의 근본적 존재구속성을 뛰어넘으려는,우리들 모험의 기록이다.동시대의 소비적 재현들이 보여주는 무분별한 질주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청신하게 환기시키는 것,이 거대한 감옥에 길들지 않은 ‘고통스러운 자유의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것은 ‘엽기전’이 ‘재현의 재현’을 전략적 준거로 삼으면서 얻어진 결론이며,어떠한 질서에도 구속되지 않으려는 간고한 투쟁의 결실이다. 그러나 ‘목화밭 엽기전’이 도달한 자유의 가능성은 매우 아슬아슬한 역학 장(場) 속에 놓여 있다.그는 알레고리적 재현 전략이 갖고 있는 근본적 허무감과 형이상학적 환원주의를 힘들게 벗어나면서,90년대의 평균서사를 딛고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 중 하나를 열었다.그러나 또 다른의 수준의 위험 앞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해체와 전도의 전략은 얼마든지 동어반복에 떨어질 수 있다.이제는 자신의 전제들조차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그가 출발한 전제들에 동의하지 않은 채로는 텍스트를 거의 읽을 수 없을 만큼 부자유스럽다.특히 그의 유난한 반인간주의가 그렇다.그가 그려내는 인간의 모습은 모두 알 수 없는 장력에 조종당하는 꼭두각시들이다.이것은 주체를 구조의 효과로 소급시키는,전형적인 구조주의식 사유법이다.반인간주의야말로 진정한 인간주의의 전제조건일 테지만,그것은 주장되고 선언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그것은 반인간주의가 지니는 미학주의적 성격 때문이다.계몽이성을 독단으로 몰아붙이면서,그 자리에 광기와 착란을 대신 들어앉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물론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숨쉬고 있는 n개의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살려내는 가운데,그것은 소멸해갈 것이다.미래를준비할 시간은 아직 필요하지 않은가. 지면 관계상 당선자의 양해 아래 원고 일부를 줄였습니다. ■당선 소감 먼저 심사를 맡아주신 두 분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그 분들은 내게 조그마한 오솔길 하나를 터 주셨다.다만 성실한 보행객이 되지 못할까 염려스러울 뿐이다.당선 소식을 접했을 때 당황했다.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세상을 보는 눈과 귀는 여태 어둡고 그것과 반드시 겹쳐져 있을 문학도,몸과 마음에서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그러나 이왕 엎질러진 물이니 헐거운 공부와 삶을 조금씩이라도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그것이 이 무책임을 모면하는 유일한 길이겠다. 이런 자리에서 문학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일은 내 깜냥도 깜냥이려니와 풋내기로서 주제넘은 짓이다.그러나 한 시대와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역동적 협업으로서의 ‘문학’이라는,큰 그림 하나는 잊지 않으려고 한다.이 협동작업의 작은 일원으로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돌이켜 보면 내게는 스승 아닌 분이 없다.은사님들은 물론이고 선후배 친구들,가족들까지도 모두 스승이었다.나는 그저 한 장의 백지가 된 것처럼 그들의 말없는 가르침에 어두운 귀를 기울였던 것뿐이다.그들의 빛나는 존재감이 나를 이리로 오게 했다.그래서 오늘의 이 고마운 자리는 영광이 아니라 갚지 못할 부채다.이 또한 잊지 않으려고 한다. 우선 고생하시는 부모님과 하나뿐인 내 여동생 경희에게 공을 돌린다.모자란 글줄이나마 더듬더듬 쓰는 법을 가르쳐준 인하대 국문과의 선생님들,선후배 동료 분들께는 소주라도 한 잔 올려야 할 것이다.학부 시절을 내내 함께 했던 청하 동인들에게는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아득하다.그리고 어려울 때마다 마음 뉠 곳을 마련해준 나의 든든한 후원자 금희에게는 사랑과 고마움을 함께 전해야 하리라. 약력 1975년 대구 출생. 인하대 국문과 대학원 재학 ■심사평 강정구씨의 ‘세상을 떠도는 목어들’은 차창룡의 시 세계를 풍자의 범주 안에 넣고 차창룡만의 특별한 풍자의 양식을 찾아내려고 애를 쓴 글이다.텍스트의 고유한 경험을 최대한 되살리는 방식으로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평론의 길이라면 강정구씨는 평론의 ABC를 안다고 할 수 있다.다만 문학의 고유한 경험은 무엇보다도 언어의 경험이지 주제의 그것이 아니다.주제를 가지고 경험의 세계를 휘젓다 보니 글이 겅중거리고 성길 수밖에 없다.김용하씨의 ‘비윤리적 세계의 재현과 윤리적 풍경의 기원’은 시적 직관을 통해 순간적으로 구현되는 창조적 공간으로서 시를 이해하고 그 창조적 공간에서만 가능한 인간 삶의 근원적인 조화의 경험을 읽겠다는 의욕이 두드러진 글이다.그러나 하나의 형식에 끈덕지게 매달렸다는 것이 개성의 표지가 될 수도 있지만,글을 도식적으로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이원동씨의 ‘떠도는 가족,주변부 삶을 보듬는 결곡한 서사’는 공선옥의 소설을 길동무처럼 따라 읽으면서 공선옥 소설의 존재의의를 설득력있게 부각시킨 글이다.그럼으로써 이 글은 독자에게는 개안을,작가에게는 위안을,그리고 글쓴 이 자신에게는 텍스트와 더불어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텍스트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큰 미덕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글이다. 강경석씨의 ‘타원형 감옥의 외부’는 백민석 소설의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와 미학적 경험 사이의 상관관계를 폭넓게 조망한 글이다.생의 적출물의 의미,폭력적 충동의 존재 형식,고딕의 정치적 무의식,가족 이념의 내파,세계의 남성적 지배와 타원형 감옥 구조,디지털 화소조합으로서의 삶의 경험 등등 현대성의 핵심적인 주제들을 망라하는 한편 문학의 글쓰기가 그 주제들과 동일체를 이루면서 또한 해체·변형을 행하는 가운데 도출되는 미학적 경험의 굴곡을 잘 보여주고 있다.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바란다. 김인환 정과리
  • [오늘의 눈] “한국 IT산업 원더풀”

    지난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TU(국제전기통신연합) 텔레콤월드 2003’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삼성전자 부스에 IT(정보기술) 업계의 세계적 명사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찾아왔다.손 회장은 삼성전자 최신 휴대전화의 동영상 촬영 시간 등 갖가지 기능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이윽고 손 회장이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이기태 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양사간 협력방안 등을 진지하게 논의해보고 싶다는 취지도 곁들였다.그러나 삼성측은 손 회장의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했다.이 사장의 현지 일정이 이미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손 회장의 국제적 위상을 감안하면 무례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천경준 부사장과 함께 부스 한 켠에 마련된 상담실로 들어갔다. ‘ITU 텔레콤월드’는 4년마다 한번씩 열려 세계 IT업계에서는 ‘통신판 월드컵’으로 불린다.이런 국제적 행사에서 한국 IT기업들의 위상이 한껏 올라갔다.삼성전자,LG전자,KT·KTF 등 대기업은 물론 한국관에 공동 출품한 중소기업들까지 국내 기업들의 부스에는 행사기간내내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삼성전자에는 손 회장을 비롯,시스코시스템즈의 존 체임버스 회장,NTT도코모의 게이지 다치가와 회장 등 IT 업계의 명사들이 줄을 이었다.LG전자와 KT 부스에도 태국 정보통신장관 등 각국의 통신정책 총괄 책임자들이 방문,앞선 기술력에 놀라워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3세대 이동통신을 주제로 한 삼성전자의 기자회견에는 각국 IT매체 기자들이 몰려 좌석이 부족할 정도였다.현장에서 만난 한 외신기자는 “코리아 IT인더스트리 이즈 원더풀”이라고 말했다.자만해서는 안되겠지만 이미 국내 IT기업들의 위상은 우리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높아진 셈이다.‘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당위성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박홍환 산업부 기자 stinger@
  • 책 / 동아시아의 비판적 지성 1~6

    김월회 등 옮김 창비 펴냄 동아시아의 비판적 지식인 6명의 지적 편력과 문선,대담 등을 모은 기획시리즈 ‘동아시아의 비판적 지성’(김월회 등 옮김)이 창비에서 나왔다.‘제국의 눈’(천광싱 지음),‘아시아라는 사유공간’(쑨거 지음),‘중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추이 즈위안 지음),‘새로운 아시아를 상상한다’(왕 후이 지음),‘국민주의의 포이에시스’(사카이 나오키 지음)‘여럿이며 하나인 아시아’(야마무로 신이치 지음) 등 모두 6권이다. 문화·매체이론을 전공한 천광싱(타이완 칭화대 교수)은 타이완 내부의 심각한 현안인 성적(省籍) 모순의 문제,즉 본성인과 외성인의 갈등문제를 탈식민·탈냉전·탈제국화의 거시적 관점에서 다룬다.그는 타이완을 동북아의 변방이 아니라 동남아 중심으로 설정하려는 타이완 지식인사회의 시도를 ‘하위제국주의’라고 통렬히 비판한다. 쑨거(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가 펼치는 동아시아담론의 핵심은 국가 단위의 경계를 강조하거나 그것을 간단히 부정하는 것은 모두 진정한 문제해결의 길이 아니라는 것.국민국가의 경계 안팎 모두를 고려하는 동아시아 단위의 사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추이 즈위안(미국 MIT 정치학과 교수)과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잡지인 ‘두수(讀書)’의 편집위원 왕 후이(중국 칭화대 교수)는 대표적인 신좌파 지식인.이들은 1990년대 이후 중국 지식인들의 현대화와 시장에 관한 유토피아적 사고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사회주의 시장화’는 중국이 서구근대의 자본주의 논리에 일방적으로 편입돼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사카이 나오키(미국 코넬대 교수)는 인간과 인간의 진정한 만남과 교섭이란 관점에서 국민주의의 함정을 살피며,야마무로 신이치(일본 교토대학 교수) 또한 ‘국민국가론’을 다룬다.신이치는 근대국가를 만든 주체인 국민이야말로 국가를 바꿔나갈 수 있다는 ‘국민주체’를 강조한다. 창비측은 “각국의 기존 동아시아론은 국가주의 강화의 도구로 제기돼 온 것이 사실”이라며 “자국 중심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각국의 비판적이고 대안적인 동아시아론을 꼼꼼히 독해할 필요가 있다.”고 기획취지를밝혔다.6만원. 김종면기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