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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업 판공비 논란

    ◆자산관리공사 사장 입건 이후 최근 연원영(延元泳)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 ‘업무추진비 갹출’ 파문으로 불구속입건되면서 공기업과 금융기관 등에 널리 퍼져있는 ‘판공비 편법조성’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경찰은 임원들의 연봉에서 일정부분을 떼어내 사장이 개인용도로 썼다며 횡령 혐의를 적용했지만,주로 공기업들의 경우 사법적 잣대를 무리하게 들이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업무추진비 조성은 관행? 자산관리공사의 경우 기밀비가 없어지면서 경조금 등의 씀씀이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2001년 3월부터 ‘공동경비’라는 업무추진비를 조성했다. 사장은 월 100만원,이사급은 50만원씩 등을 급여에서 떼어 내 월 500여만원의 돈을 마련,이를 각종 판공비로 써 왔다. 경찰은 연 사장이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 10개월여동안 조성한 5000여만원에 대해 문제 삼았다. 이런 관행은 상당수 기업에 보편화돼 있었다.마땅히 판공비를 조달할 방법이 없는 탓이다. 공동 업무추진비 조성 관행은 특히 공기업이나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널리 퍼졌다.국회와의 관계 등에 따른 정치인 후원비 등 부담이 큰 탓이다. 반면 민간기업들은 이런 저런 명목의 돈이 많아 판공비 고민이 덜한 편이다.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돈을 많이 쓰게 되고,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돈 들 일이 없다는 게 당초 공동경비 마련의 이유였다.”고 말했다. ●사법 처리 향배가 주목 당초 정부가 기밀비를 폐지한 세법 개정의 취지는 기업 판공비를 투명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회사 차원에서 ‘알리지 않고’쓸 돈이 필요한데 법적으로 이를 정당화할 근거가 없는 데 있다.기업들은 판공비의 현실적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 직원들도 조만간 “연 사장이 업무추진비를 개인용도로 유용한 게 아니며 다른 기업에도 관행화된 일”이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청와대와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에 낼 예정이다. 노동조합도 검찰에 연 사장의 무혐의를 주장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통상 후원금이나 경조금은 사장 이름으로 내지만 실제로는 회사 전체 명의나 마찬가지”라면서 “판공비가 연봉에 포함됐다고 해서 이를 모두 사장에게 부담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다만 사장이 임원들에게 판공비를 걷는 과정이나 사용처의 경우 시비 소지가 적지 않다. ●기밀비 폐지가 단초 2000년 법인세법이 바뀌기 전까지 기업들에는 기밀비(機密費)가 인정됐다.영수증 등 증빙서류나 지출내역의 명시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다.세법상 손비처리되는 접대비 한도에서 10%까지가 기밀비로 인정됐다.접대비 한도가 1억원인 기업의 경우,9000만원까지의 사용액에 대해서는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세무당국에 내야 접대비로 인정받았지만 1000만원까지는 아무 제약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따라서 기밀비는 주로 영수증 처리가 불가능한 축의금,조의금,격려비 등에 쓰였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회계의 투명성 확보 등을 위해 2000년에 기밀비를 폐지했다.이후 기업들은 기밀비에 해당하는 돈을 임원 등의 연봉에 얹어 지급하고 있다.은행의 경우,기밀비가 없어지면서 은행장의 월급이 평균 50% 정도 올랐다.현재 국민은행장은연봉이 4억원 가량이고 우리은행장은 3억 2500만원 정도다. 김태균 김유영기자 windsea@
  • 러 마피아 한국行 비상/“무기밀매 목적” 첩보… 세관·경찰 경계강화

    러시아 마피아로 추정되는 범죄조직이 선박을 탈취,무기밀매를 위해 한국에 입항할 것이라는 첩보가 입수돼 경찰·세관·국가정보원에 비상이 걸렸다. 1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극동세관은 “지난 8일 마피아로 추정되는 러시아 범죄조직이 ‘SANGAR’라는 러시아 국적 어선을 탈취해 ‘SHYRP’로 선명을 바꿨으며 무기를 싣고 한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첩보를 관세청에 전해왔다.관세청은 이 첩보를 국가정보원·경찰청·해양경찰청 등에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경도 최근 “러시아 법을 어긴 선박이 한국의 진해항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이에 따라 해경은 산하 13개 해양경찰서에 “항만을 중심으로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러시아 선박 등 외국 선박을 철저하게 검문검색할 것”을 지시했다.경찰청도 해양 경비를 담당하는 도서 지역 등 전국의 경찰에 특별 경계지시를 내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첩보의 신빙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북핵 위기 등 한반도 주변상황을 고려해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KDI, 2003~2012년 전망 보고서/한국경제 잠재성장률 4.5~5.4%

    우리나라가 금융·기업 등 구조개혁과 대외개방 확대에 실패하면 향후 잠재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반면 개혁·개방을 가속화하면 5%대 초반 수준의 성장잠재력 확보는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특히 노무현(盧武鉉) 차기 정부가 연간 7%대 성장률 달성을 내걸었으나 이런 목표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7일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전망 2003∼2012’ 보고서를 통해 ▲구조개혁 ▲대외개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이런 노력이 성공을 거두면 2012년까지 5.1∼5.4%대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하지만 실패할 경우에는 4.5∼4.8%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980∼90년대에는 노동투입량과 노동자 교육수준,물적 투자에 좌우됐지만,앞으로는 총요소생산성(제도개선과 성장요소의 효율적인 배분 등)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노동공급과 투자가 이미 적정수준에 다다랐고,대학졸업 인구도 계속 늘어 노동수준이 선진국과 비슷해지고 있지만 제도의 질(質)이나 경제개방정도는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이다. KDI는 이에 따라 총요소생산성의 잠재성장률 기여도를 80년대의 1.7%포인트,90년대 1.0%포인트에서 올해부터는 2.0%포인트로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총요소생산성을 2.0%포인트로 높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올해부터 2007년까지 평균 5.4%,2008∼2012년에는 5.1%로 향후 10년간 평균 5.2%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제도의 질과 대외개방도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총요소생산성이 1.5%포인트에 그친다면 잠재성장률은 2003∼2007년 4.8%에서 2008∼2012년에는 4.5%로 떨어져 10년간 평균 4.6%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KDI 한진희(韓震熙)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선진국형으로 전환되는 단계에 있어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투입량과 물적투자보다는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공공·기업·금융·노동 등 여러 분야에서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7% 성장론’과 관련,KDI 관계자는 “이번 연구에서 발전의전제로 삼은 구조개혁·대외개방은 현재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긍정적인 요인들이 함축된 개념”이라면서 “차기 정부가 제시한 연간 7%대의 고(高)성장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잠재성장률은 한 경제가 주어진 기술 여건에서 생산요소들을 장기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성장률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
  • KDI보고서 홍수, 왜?

    한국경제의 성장요인 분석,외환위기 이후 재벌구조 변화 실증분석,한국의 시장 분석,21세기 동북아시아 경제협력 연구…. 우리나라 최고의 ‘싱크탱크’로 통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달 들어 연일 쏟아내고 있는 연구보고서 제목들이다.한눈에 봐도 우리 경제의 대계(大計)에 영향을 줄 중요 테마들이다.30여가지가 이미 나왔거나 곧 나올 예정이다.KDI는 또 한해 동안의 연구결과를 집약한 백서 형태의 ‘연차보고서’를 올해 처음으로 냈다.이전에 볼 수 없던 왕성한 활동이자 적극적인 홍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각도 있다.지금이 국책연구기관 평가시즌인 데다 정권 교체기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KDI를 비롯해 한국조세연구원·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 14곳은 지난 11일부터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사회연구회로부터 정기평가를 받고 있다.‘우수’ 평가를 받는 곳은 이듬해 예산이 7% 늘어나지만 ‘보통’은 5%,‘미흡’은 3% 증가에 그친다.연구원장 연봉은 격차가 더욱 커서 잘하면 10% 증가,보통이면 동결,못하면 10% 감소다.연구기관들이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KDI는 바깥에 알려진 명성과 달리 그동안 썩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최근 연구기관들 사이에 돌고 있는 소문과 무관치 않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정부출연 연구기관장들이 대폭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다.과거에 그랬기 때문이다.KDI 역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KDI의 보고서 ‘홍수출하’를 둘러싼 안팎의 입방아는 그래서 나온다.연구결과들이 적절한 때 배포되지 못하고 한꺼번에 집중되면서 시의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물론 이런 사정은 다른 연구기관들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KDI 관계자는 “연구프로젝트가 1년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맘때 보고서가 몰릴 수밖에 없으며,백서 형태의 연차보고서를 만든 것은 연구성과를 널리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서정주시인 詩作노트등 유품 공개

    지난 2000년 12월 타계한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 시인의 미발표 작품이 수록된 시작(詩作)노트 등 유품 300여점이 공개된다. 동국대는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전(展)을 열고 미당의 유품을 공개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유품은 유족이 동국대에 기증한 1만2000여점 가운데 일부로 미당이 50년 남짓 간직한 10권의 시창작 노트가 포함돼 있다.노트에 수록된 미발표 시로는 지난 93∼94년에 쓴 ‘곶감 이야기’,‘나의 길’,‘도로아미타불’ 등이 있다. 영문학·프랑스문학 공부 과정이 담긴 노트,출판되지 않은 노자의 ‘도덕경’ 번역 초고,미당이 보내고 받은 편지와 사진 등도 전시된다. 학교측은 전시회와 함께 중앙도서관에 ‘미당문고’를 개설해 유품을 체계적으로 보관,전시할 계획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
  • 사이버몰 적립금 보상 의무화

    인터넷 쇼핑몰의 적립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을 때 앞으로는 쇼핑몰 사업자가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 공정위는 17일 이런 내용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지침’을 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지침은 분쟁이 잦은 ‘적립금제도’와 관련해 사업자가 사이버몰 등에서 해당 영업부문의 폐지나 업체간 통합 등으로 소비자가 적립금을 사용할 수 없게 되더라도 이를 보상하도록 의무화했다. 인터넷쇼핑몰 사업자의 금지행위로 ▲실제수량과 다른 판매수량 표시 ▲분쟁·불만처리 인력이나 시설부족을 상당기간 방치하는 행위 등을 명시했다.아울러 소비자분쟁의 자료로 삼기 위해 홈쇼핑업체들은 모든 방송내용을 녹화하고,발간된 카탈로그도 모두 보관토록 의무화했다.또 소비자 의사에 반해 스팸메일을 보내거나 공정위 승인약관을 사용한다는 의미에 불과한 공정위 마크를 공정위가 우수사이버몰로 지정했다고 광고에 이용하는 행위 등도 금지된다. 김태균기자 windsea@
  • 물가안정 유공자 104명 포상

    정부는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지난해 물가안정에 기여한 공무원과 유관기관 관계자 등 104명(훈장 3명,포장 5명,대통령표창 12명,국무총리표창 16명,부총리표창 68명)을 포상했다.이주형(李周衡) 재정경제부 물가정책과장,이상영(李相映) 농협 상무,강승화(姜承和) 행정자치부 서기관 등 3명이 훈장을 받았다. 김태균기자 windsea@
  • KDI외환위기 이후 분석/빈곤층 정책 빈부차 심화

    최저생계비 지원 중심의 현행 빈곤층 복지정책이 이들을 가난의 수렁에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이른바 ‘빈곤의 함정’에 빠뜨리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나라에서 주는 혜택이 커지면서 빈곤층의 근로의욕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소득재분배 정책을 쓸때 근로의욕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차기정부가 근로소득세액공제제도(EITC) 도입 등 ‘참여복지’를 강력 추진키로 한 시점에 제기된 사안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유경준(兪京濬) 연구위원팀은 16일 ‘외환위기 이후 소득분배구조 변화와 재분배정책 효과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2000년 기초생활보장 대상가구의 경우,1주일 근로시간이 남성은 생계비 지원을 받지 않을 때는 26.38시간이지만 생계비 지원을 받으면 근로의욕 저하로 25.71시간으로 줄어들었다.여성은 그 폭이 더욱 커서 21.41시간에서 17.98시간으로 3.43시간이나 줄었다.상당수가 생계비가보장되면서 굳이 일할 의욕을 느끼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보고서는 빈곤층의 소득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안은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을 촉진시키는 것이지만 현행 생계지원 중심의 대책은 이와는 반대여서 ‘생산적 복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유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에 대해 수입이 커질수록 정부의 지원도 많아지게 해 자생력을 키워야 비(非)수혜자들의 세금부담이 줄고,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도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이어 “차기정부가 EITC의 도입을 최대한 서두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초기에는 재정부담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복지정책의 수혜대상을 줄임으로써 재정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ITC는 국가가 국민의 소득에 일정률의 세액을 곱해 돈을 주는 마이너스(-) 세금으로,소득이 높을수록 혜택도 크다. 한편 보고서는 최저생계비 지원을 통한 소득재분배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은 줄고 상류층과 빈곤층은 늘어나는 등 외환위기 이후 소득불평등 정도는 되레 악화됐다고 밝혔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유사홈쇼핑 15개사 제재

    공정거래위원회는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등을 팔면서 효능과 성분 등을 거짓으로 광고한 15개 유사홈쇼핑업체들을 적발,14일 제재조치를 내렸다. 적발업체는 부요홈쇼핑,TV매일방송,밀리션(이상 시정 및 신문공표 명령),스카이쇼핑,위더스쇼핑,강원홈쇼핑,에이스트레이딩,문화홈쇼핑,중앙홈쇼핑,휴먼스아이(〃시정명령),케이샵홈쇼핑,모던닷컴,구산홈쇼핑,지엘미디어,한서쇼핑(〃경고) 등이다. 이 업체들은 호르몬제품 등 건강보조식품,건강매트·수액시트 등 건강보조기구를 팔면서 근거없이 정력강화,갱년기 장애 및 성인병 예방에 특효가 있고 미국 식품의약국 등으로부터 효능을 인정받은 것처럼 광고했다.기능성 화장품이나 화장수 등에 대해서는 기미,아토피,탈모 등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과장광고를 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北송금 담화’ 시민 반응 “속 시원한 해명 기대했는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북송금’ 문제 입장 표명에 대해 시민과 시민단체들은 14일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고 사과한 것은 다행이지만,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나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서도 투명한 진상조사와 책임규명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번 일이 남북화해의 역풍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대북송금을 둘러싼 쟁점에 대해 비교적 체계적인 답변을 내놓고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대통령과 정부가 말한 송금의 성격과 과정은 국민을 설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또 “실체적 진실도 책임도 불명확한 가운데 정치적 해결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국회는 대통령과 관계자들의 진술을 더 상세히 청취하고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최인욱 정책팀장은 “송금 과정에서의 정부개입 등 사실관계에 대한 해명이 부족했다.”면서 “국회의 추가적인 진상조사와 대북관계에대한 국민적 동의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일연대 정대연 정책위원장도 “이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되지만 대북사업의 투명성과 국민적 합의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모든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대북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서 남북화해 작업을 당당하고 투명하게 실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면서 “정치권은 특히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등 남북화해의 걸림돌을 없애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김종하 정책실장은 “대통령이 의혹을 솔직히 시인하기를 기대했는데 ‘국익’만을 언급하며 알맹이는 빼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특검제를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회사원 이건목(33)씨도 “대북송금 방법과 국정원 및 대통령 개입 등이 충분히 해명되지 않아 의혹만 커졌다.”면서 “필요하다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실향민 염모(58)씨는 “정부와 현대가 실정법을 어긴 것은 문제지만 남북화해와 통일의 물꼬를 튼 것은 사실”이라면서 “대통령이 사과한 만큼 검찰 수사나 특검 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창구 이세영기자 window2@
  • 남북경협 합의문 못내

    북한 핵문제가 걸림돌이 되면서 남북 경협회의가 합의문도 내놓지 않고 성과없이 끝났다.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4차 회의에 참가한 남북 대표들은 13일 낮부터 14일 새벽까지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개성공단,경의선·동해선 철도 등 주요현안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남북 대표단은 합의문을 채택하지 못하고,오는 4월중 평양에서 5차 회의를 연다는 내용의 공동보도문만을 발표했다.북측 대표들은 14일 오전 인천공항을 떠나 베이징을 경유해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태균기자 windsea@
  • DDA농업협상 대책 부심/수입국 절대 불리해졌다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 세부원칙 초안이 발표된 12일,전세계 통상당국은 초비상에 들어갔다.2015년까지 국제 농업통상의 규범을 결정할 대원칙의 뼈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세부원칙의 최종 확정은 다음달 말.세계무역기구(WTO) 144개 회원국들은 자국에 유리한 것을 하나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 총성없는 ‘통상전쟁’을 벌이게 된다. ●핵심농산물에 대한 대폭 감축 규정 이번 초안의 특징은 한마디로 ‘껍데기는 수입국 중심,알맹이는 수출국 중심’이다.농산물 수입국인 우리에게는 크게 불리하게 됐다는 뜻이다.가장 긴장시키는 대목은 관세감축률의 구간별 차등적용과 예상보다 큰 폭의 정부보조금(추곡수매자금 등) 감축 규정. 1994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의 관세감축은 ‘총량 평균' 방식이었다.즉,농산물 전체 감축률 평균만 따르면 개별 농산물의 관세율은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었다.예를 들어 관세감축 50%를 이행해야 한다고 치면 중요도가 높은 A작물은 관세를 20%만 줄이고,덜 중요한 B작물은 80%를 줄이는 방식으로 평균을 맞춰왔다.이를 이용해 우리 정부는 보리(2004년 기준 300%) 옥수수(328%) 감자(304%) 고구마(385%) 고추(270%) 마늘(360%) 인삼(223%) 등 중요 작물에는 200% 이상의 고율관세를 적용하고,시장영향이 작은 농산물에는 저율관세를 매겼다.농산물 수출국들이 이에 대해 무역자유화 이념에 어긋나는 ‘편법’이라고 비난해 왔다.불행히도 이번 초안에는 수출국들의 이런 주장이 대폭 수용됐다.선진국의 경우,관세율 90%가 넘는 농작물은 무조건 평균 60%이상(품목별로는 45%이상)을 줄이도록 했다.결과적으로 수입국이 빠져나갈 여지가 줄어 불리해진 것이다. ●“개도국은 별로 불리할 것 없다.” 이번 초안의 선진국-개도국간 격차는 엄청나다.과거 UR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간에는 이행의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관세감축률의 경우,선진국은 6년간 36%를 줄이도록 한 반면 개도국은 10년간 24%만 줄이도록 배려됐다.하지만 이번에는 선진국-개도국간 관세감축률이 최고 20%포인트나 차이난다.우리나라가 UR에 이어 반드시 개도국 지위를 얻어내야 하는 이유다.농림부 관계자는“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다면 이번 초안이 그렇게 불리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도국 지위 반드시 유지해야 “한국은 전통적인 농업국가이지만 공업화에 치중하느라 체계적인 농업육성을 못했다.지금 선진국 수준으로 시장을 개방하면 우리 농업은 망한다.” 우리나라가 UR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얻어낼 때 먹혀들었던 논리다.1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런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통할지는 미지수다.또한 이미 우리나라는 선진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이다.노르웨이 등과 함께 시장개방에 가장 소극적인 국가로 평가돼 협상 상대국들의 감정도 썩 좋지는 않다.농림부 고위 관계자는 “개도국 유지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미국의 고위 통상당국자들이 ‘농업개방으로 한국농민들이 일자리를 잃는 일은 없도록 도울 것’‘한국내 쌀산업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국내 현실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며 섣부른 비관론을 반박했다. ●‘우군’을 잡아라 관건은 국제사회에서 공동보조를 통해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일이다.DDA 협상테이블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케언스그룹(호주·뉴질랜드·아르헨티나 등 18개국) 등 수출국 진영에 맞서 NTC그룹(일본·EU·스위스·노르웨이 등 농업의 특수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라들) 등 수입국 진영과 같은 입장을 취해 왔다.그러나 개발도상국 지위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우군’인 선진 수입국들과 협상테이블에 마주해야 할 형편이다.또한 수출국 진영에도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는 우호세력들이 있다.영원한 아군도 없고 영원한 적군도 없는 상황에서 협상타결 시한인 내년 말까지는 지리한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할 것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신차계약뒤 가격올라 구입취소 소비자에 위약금 물어줘야

    회사원 K씨는 지난해 8월 계약금 200만원을 내고 승용차 구입계약을 했다.그러나 석달 뒤 자동차업체는 “앞으로는 ‘2003년식’ 모델만 생산되니 120만원 높은 값에 차를 사든지,아니면 계약을 취소하라.”고 통보했다.불쾌한 마음에 계약해지를 선택한 K씨는 계약금에 대한 최소한의 이자도 못 건진 채 승용차 구입시기만 놓치고 말았다. 앞으로는 자동차업체들이 이런 식의 횡포를 부리기 어렵게 된다.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소비자보호규정을 강화한 자동차(신차)매매 ‘표준약관’을 승인했다. 표준약관에 따르면 설계·사양 변경 등 자동차업체의 사정으로 차값이 올라 구입자가 계약을 취소할 경우,업체는 계약금에 더해 연리 6%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 위약금(또는 손해배상금)까지 물어야 한다.표준약관에서는 약속했던 차량 인도 날짜를 어기는 사례에 대한 피해보상이 대폭 강화됐다.차량 인도기일을 넘길 경우,업체는 계약이 유지되든 해지되든 상관없이 구입자에게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당초 인도 날짜를 넘긴 상태에서 특별소비세 인상 등 정부정책의 변경으로 차값이 뛸 때에는 원래 계약할 때 정했던 차값만 받아야 한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작년 쌀 생산비 사상최고/80㎏ 1가마에 8만7995원

    지난해 쌀 80㎏들이 1가마당 생산비가 8만 7995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태풍과 홍수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정부가 추곡수매가를 점진적으로 낮추겠다고 밝힌 가운데 쌀 생산비용은 거꾸로 늘어난 것이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2년산 쌀 생산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1가마당 생산비는 전년보다 8.1% 증가한 8만 7995원이었다.10a(아르·302.5평)당 생산비는 전년 대비 1.1% 감소했으나 10a당 생산량은 471kg으로 8.7%나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10a당 총 수입은 96만 8623원으로 전년 104만 7305원에 비해 7.5%가 줄어 9년만에 감소세를 보였다.총 수입에서 생산비를 뺀 순수익 역시 전년 51만 1593원보다 16.5% 줄었다. 지난해 쌀 판매가격은 정부수매가 16만 7720원,농협수매가 15만 3420원이었으며 전국의 쌀 생산량은 492만 7000t이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WTO DDA농업협상 초안 의미/마늘등 100여종 타격 클듯

    WTO(세계무역기구) DDA(도하개발어젠다) 농업협상 세부원칙 1차 초안의 뼈대는 우리나라·유럽연합(EU) 등 농산물 수입국들이 주장해온 우루과이라운드(UR) 방식으로 정해졌지만 미국 등 수출국의 입장도 적지 않게 반영됐다. 양 진영 어느 쪽도 만족할 수 없는 결과다.다음달 31일 최종 확정될 때까지 초안의 내용은 상당부분 수정되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농업 개방이 한발짝 다가왔으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이번 초안은 관세감축과 관련,선진국의 경우 ▲현행 관세율이 15% 이하인 농작물은 평균 40% ▲15∼90%이면 50% ▲90% 초과면 60%를 5년간 감축하도록 규정했다.개도국은 구간별로 27%,33%,40% 등 선진국의 3분의2 수준이 적용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50%의 감축을 적용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국내보조금은 선진국은 5년간 60%를,개도국은 10년간 40%를 줄이도록 규정됐다. ●우리나라의 주장은 얼마나 받아들여졌나. 예상대로 ‘절반의 성공’ 수준이다.관세감축 방식은 우리나라와 EU 등이 당초 주장했던 UR방식(평균감축률과 최소감축률을 기준으로 매년 같은 비율로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정해졌다.반면 감축률 규모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크다.UR방식을 채택한 데 대한 수출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감축폭을 대폭적으로 높인 탓이다.우리측이 WTO 사무국에 낸 관세감축안은 ▲선진국 6년간 평균 36%(최소 15%) ▲개발도상국 10년간 평균 24%(최소 10%)였다.초안에서는 ▲선진국 5년간 평균 40∼60%(최소 25∼45%) ▲개발도상국 10년간 평균 27∼40%(최소 17∼30%)로 격차가 크다. ●이번 초안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DDA 협상에 참가하는 144개국은 농산물 수입국 진영과 수출국들이 갈려 팽팽히 맞서왔다.최종 세부원칙은 앞으로 몇차례의 공식·비공식 협상을 통해 다음달 말 확정된다. ●관세의 실질적인 감축효과에 큰 의미를 두었는데. 기존 UR방식 관세감축은 ‘총량평균’ 개념이다.즉,정해진 감축률만 맞춘다면 농산물별로 관세율 폭을 자국환경에 맞춰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그러나 이번에는 현행 관세율이 높을수록 향후 감축폭도 더욱 높이도록 했다.이에따라 현재 200% 이상의 고율관세가 부과되는 참깨(665%) 보리(342%) 마늘(380%) 옥수수(346%) 감자(321%) 고추(285%) 등 100여가지는 다른 작물보다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물론 앞으로 협상 여지는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kdaily.com ◆김명환 농촌경제硏 연구위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명환(金明煥·사진) 선임연구위원은 12일 “WTO 농업협상 1차 초안에 나타난 관세감축률을 보면 향후 협상에서 우리나라에 크게 불리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우리가 선진국 또는 개도국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선진국으로 분류돼도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쌀은 물론 이번 협상 대상은 아니며,관세를 매겨 수입하는 품목으로 처리할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그러나 이번 초안은 오는 2004년으로 예정된 쌀 협상에서 쌀을 관세화 품목으로 처리할 경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김 박사는 “이번 초안이 내년 말쯤 그대로 확정돼 2006년부터 시행되더라도 우리는 2010년까지 현행 쌀 관세율(400%)의 55%(최소 감축률 45% 적용) 수준인 220%의 관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현재 우리나라의 쌀값은 수입쌀의 6∼8배 수준이어서 이 기간 동안 수입쌀 가격의 3∼4배 수준으로 낮추면 된다는 얘기다. 김 위원은 “그동안 미국이 모든 농산물의 관세율을 25%까지 낮추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WTO 일부 회원국 가운데 농업수출국(케언스그룹)들이 5년 동안 200% 이하로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면서 “우리나라는 핵심 농작물인 쌀의 관세율을 200% 이상만 유지한다면 충분히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육철수기자 ycs@
  • 베를린관객 눈시울 적신 ‘童僧’

    |베를린 김소연특파원|오지 않는 어머니를 기다리는 꼬마 스님의 이야기 ‘동승’(제작 스펙트럼필름 코리아).기다림을 담은 내용처럼 7년의 시간을 꼬박 기다리며 찍은 영화는,베를린에서 오랜 기다림의 짐을 가볍게 내려놓았다.제5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아동영화제(Kinderfilmfest)부문에 초청된 영화 ‘동승’에 대한 현지 반응은 그만큼 뜨거웠다.관객시사가 열린 지난 10일 오후 2시(현지시간) 부다페스터가 조 팔라스트극장의 1000여석은 빈자리없이 가득 메워졌다.한국영화라면 빠지지 않고 본다는 한 교민,선(禪)수행에 심취해 있다는 어느 독일 아줌마,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독일 일가족…. “모든 인류가 품은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라는 주경중(44)감독의 무대인사가 끝나자,독일어 더빙에 영어자막을 곁들인 시사가 시작됐다.동승 도념이 천진난만하게 토끼를 쫓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터졌고,어머니를 그리는 똘망똘망한 눈가에 눈물이 고이자 관객들도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시사가 끝나고 주 감독과 주연배우 김태진(13)군이참석한 가운데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1시간동안 질문이 쏟아졌다.아이들의 질문은 주로 김군에게 집중됐다.“주지 스님에게 매맞는 장면은 진짜냐?”“살짝 맞았다.”“맘에 드는 장면은?”“(토끼를 잡았다고 고자질한)친구를 때리려고 달려가는 장면.”“혹시 진짜 스님 아니냐?”“난 크리스천이다.” 영상미에 관한 찬사도 잇따랐다.안동 봉정사,오대산 월정사,순천 선암사 등을 돌며 한국 산사의 사계절을 자연광으로 담아낸 화면은 옅은 물감으로 채색한 그림 같았다.독일의 한 방송기자는 “커다란 슬픔이 유려한 풍경과 함께 아름답게 승화됐다.”고 평가했고,릴리안 스퍼라는 열세살 독일 소녀는 “아이의 슬픔과 행복 사이의 묘한 감정이 영상의 아름다움과 잘 어우러졌다.”고 말했다. 영화의 제작기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7년이 걸린 이유는 모자란 제작비 때문.집을 팔고 사채까지 끌어다 쓰면서 한푼 두푼 모아 영화를 찍고,모자라면 쉬다가 또 모아서 찍고….한 독일 관객이 “한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힘드냐?”고 묻자 감독은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이 50%에 가깝지만,스타가 나오지 않는 영화는 투자자를 만나기가 힘든 현실”이라고 설명했다.감독이 “혹시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하자 절반 정도가 손을 번쩍 들었다.영화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며,91년 이정국 감독의 ‘부활의 노래’ 제작에 참여한 뒤 긴 시간을 고집스럽게 데뷔영화에 바친 감독의 꿈이 머나먼 이국땅에서도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아동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토마스 하일러는 “한 꼬마가 세상을 혼자의 힘으로 헤쳐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초청배경을 밝혔다.아울러 “집행위원장의 입장에서 특정영화를 좋다고 말하기는 어색하지만 스토리,영상,시각이 모두 뛰어난 영화”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26회를 맞은 아동영화제는 베를린영화제의 한 섹션으로,올해는 장편 14편과 단편 16편이 출품됐다.11∼14세 어린이 심사위원이 크리스털 곰상을,어른 심사위원 5명이 상금을 수여한다.상하이영화제 각본상,시카고영화제 관객상 등을 받은 영화 ‘동승’.베를린에서도 상복이 이어질까.결과는 15일 오후에 발표된다. purple@
  • 무디스 ‘2단계 하향’ 안팎 ‘北核 뒤통수’ 맞은 신용등급

    11일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한꺼번에 두 단계나 낮춤으로써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무디스의 발표 직후 주가와 환율이 요동치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는 불안심리가 그대로 반영됐다.특히 이번 무디스의 조치는 출범 보름여를 앞두고 있는 노무현(盧武鉉) 정부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게 됐다. ●“뒤통수 맞은 기분”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무디스의 발표 직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지난달 말 방한했던 무디스 실사단이 한국 신용등급을 조정할 뜻이 없다고 밝혀온 상황에서 한꺼번에 두 단계나 하락했기 때문이다.재경부는 실사단의 의견이 미국 본사에서 제대로 수용되지 않은 결과로 보고 있다.하지만 토머스 번 국가신용등급 담당 부사장이 이달초 “북한과 미국의 갈등으로 한국은 앞으로 5년간 연간 1000억달러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았다는 지적도 있다. ●‘긍정적’→‘부정적’ 이번 무디스의 조치가 Aaa,A1,Baa3 등 21개로 세분화돼 있는신용등급 자체를 떨어뜨린 것은 아니다.통상 실제 등급조정 전후에 하는 ‘신용등급전망’(outlook)만 바꿨다.지난해 11월15일 등급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한 단계 올렸다가 불과 3개월만에 ‘안정적’을 건너뛰고 ‘부정적’(negative)으로 두 단계나 강등시켰다.등급전망이 의미를 갖는 것은 등급을 올리고 내리는 신호등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무디스는 지난해 3월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3로 올리기 4개월 앞서 ‘긍정적’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이번에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북핵이 가장 큰 이유 무디스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관련)행동 및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등급 하향조정의 이유로 들었다.최근 제기했던 여중생사망 관련 반미감정과 차기정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재경부 관계자는 “새 정부가 안보환경 악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면 외환위기 이후 보여왔던 성공적인 경제성과를 지속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다행스럽다.”고 말했다.그러나북핵 문제가 우리나라가 어떻게 해볼 여지가 별로 없는 ‘경제외적인 요인’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부담 가중될 듯 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정으로 외국으로부터의 차입금리 상승 등 우리경제가 안아야 할 부담은 한층 높아지게 됐다.외국인 투자유치가 어려워지고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해외자금 조달 금리가 높아져 기업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우려된다.무디스의 발표가 있은 뒤 홍콩과 싱가포르 시장에서 2008년 만기 10년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스프레드)는 7bp(0.07%) 올랐다.스프레드가 7bp 오르면 연간 1억달러 정도 금융비용이 더 든다.특히 기업들은 한반도 주변의 불안한 상황이 지속돼 신용등급 전망 하향이 이어질 경우 외화유출과 주가하락 등 금융시장 경색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현금 보유’에 나설 수밖에 없어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신용평가기관도 낮출까 무디스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기관은 한국 신용등급에 손댈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S&P는 이날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이며 북한 핵문제를 감안해도 적절하다.”고 밝혔다.피치도 한국의 신용등급을 당분간 현행 A로 유지하고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그러나 북핵 문제가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이런 언급은 언제든 번복될 수 있는 상황이다.피치 관계자는 “북핵과 관련된 긴장이 심각한 수준까지 높아지면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에 대한 견해의 수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DDA농업협상 정부안 담긴뜻/수출국 파상공세 ‘수위 낮추기’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부문의 협상초안 발표가 임박했다. 각국 통상당국은 이번 주에 발표될 초안에 자국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모든 외교력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TO 본부로 집중시키고 있다. 우리 정부가 10일 WTO에 한국의 입장을 담은 제안서를 보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핵심은 관세와 농업보조금 DDA 협상의 기본정신은 국제무역의 자유화 확대다.국가간 경제장벽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관세는 최우선적인 감축 대상일 수밖에 없다. 자국 농민에게 보조금을 지급,농산물 값을 낮추고 농업경쟁력을 높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때문에 우리나라 같은 농산물 수입국들은 농업협상에 임하면서 관세 등의 감축을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수출국들은 반대로 관세 등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우리나라는 이번 제안서에서 관세의 경우 개발도상국은 10년간 24%,선진국은 6년간 36%를 감축하자는 내용을 제시했다. 총량 평균 개념으로 24%나 36% 한도에서 보리·마늘 등 중요 품목에는 높은 관세를,그렇지않은 품목에는 낮은 관세를 각국이 알아서 적용하는 식이다. ●유럽·일본과 미국견제 공조 우리 정부의 제안서는 지난달 나온 유럽연합(EU) 및 일본의 입장과 비슷하다.국내 농업 현실을 감안할 때,감축률 제안의 수준이 높은 감도 있지만,EU 등과 공조하지 않았다가는 최소한의 이익도 못 챙길 것이라는 현실론이 작용했다. 특히 협상 양대축의 하나인 미국은 모든 농산물의 수입관세가 25%를 넘지 않도록 관세 상한선을 정하고,보조금도 5년 동안 지난 96∼98년 평균 농업 총생산액의 5% 수준으로 낮추자는 충격적 방안을 제시하며 강도높은 공세를 펴고 있다.다만 우리나라는 EU 등과 달리 개도국에 대한 부담완화 조항을 넣었다.농림부 이명수(李銘洙) 국제농업국장은 “제안서에는 급진적인 관세 및 보조금 감축을 요구하는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들의 주장대로 DDA 농업협상이 진행되는 것을 견제하는 의미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우리 주장 관철은 불가능할 듯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의 첨예한 대립 속에 우리의 제안서가 협상 초안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양측 진영이 제시한 수치의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노르웨이 등과 더불어 시장개방에 가장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는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따라서 이 제안서가 급격한 시장개방을 주장하는 협상 당사국들에 얼마나 먹혀 들어갈지 의문이다. 이런 정서는 앞으로도 우리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이번 초안에서 정해질 사안은 아니지만 우리가 목표로 하는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선진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데다,개도국들이 “한국은 선진국에 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정부, DDA협상 제안서 제출/ 농산물 수입관세 24% 인하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목표로 하는 관세 및 농업보조금 감축률이 정해졌다.우리나라는 일단 2015년까지 농산물 수입관세는 24%,국내 농업보조금은 37%를 줄이는 것을 협상목표로 정했다. 정부는 10일 이런 내용의 DDA 농업협상 제안서를 10일 스위스 제네바 WTO 사무국에 제출했다.WTO는 우리나라와 미국·유럽연합(EU) 등 140여 회원국들의 제안을 바탕으로 이번주 중 농업협상 1차 초안을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제안서에서 ▲관세 ▲국내보조금 감축안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별로 제시했다.개도국의 경우는 관세를 2006년부터 10년간 전체 농산물 평균 24%를 줄이되 품목별 상한은 10%로 하자고 제안했다.우리나라는 조건이 유리한 개도국 지위 인정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주장이 관철될 경우,2004년 기준 62.2%인 양허세율은 2015년 47%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정부는 또 식량안보 차원에서 ‘핵심농산물(Key Staple Crops)’에 대해서만큼은 최소 관세 감축률을 10%가 아닌 6.7%로 하자고 주장했다.국내보조금은 총액기준으로 2006년부터 10년간 36.7%를 줄이되 수출실적이 없거나 미미한 품목은 세계무역질서를 흐뜨러뜨릴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 13.3%만 줄이자고 제안했다. 선진국에 대해서는 관세는 6년에 걸쳐 36%(최소감축률 15%,핵심농산물 10%),국내보조금은 55%(수출이 미미한 품목은 20%)를 줄이자고 제안했다.이는 농산물 수입국으로서 우리와 이해관계가 비슷한 EU·일본과 비슷하다. DDA농업협상은 오는 3월 말까지 관세 및 보조금 감축에 대한 세부원칙을 작성한 뒤 이를 기초로 각국이 품목별 이행 계획을 정해 오는 2004년 말까지 최종 완료하도록 일정이 잡혀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향락산업 퇴폐로 달리는 사회] 4. 향락 부추기는 사회구조

    향락가 주변에는 온갖 범죄가 독버섯처럼 자란다. 매매춘과 마약거래·인신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카드깡’을 비롯한 탈세 범죄가 일상화돼 있다.조직폭력배는 향락가에 기생하며 자금을 마련한다.지난해 12월 경찰의 ‘조직폭력배 소탕작전’에서 검거된 3300명 가운데 34.8%인 1148명이 유흥업소 주변 조직폭력배였다. 향락은 주택가까지 번져 밤이 되면 시민들이 대문 밖으로 나서기를 꺼려할 정도다. ●생활 속에 파고드는 매춘유혹 회사원 이모(32)씨는 지난 7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에서 앳된 소녀에게서 가로 6㎝,세로 8㎝ 크기의 수첩형 광고물을 건네받았다.표지를 넘기자 전라의 여성이 묘한 포즈를 취한 사진이 붙어 있었고,‘진한 7일’,‘1일데이트·주말여행·애인·결혼까지’ 등 자극적인 문구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이씨는 일본에나 있을 듯한 이런 매춘 권유가 한국에서,그것도 대낮에 있는 것을 보곤 몹시 놀랐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주택가에 출장마사지 전단을 배포,매춘을 알선한 박모(30)씨를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객 중에는 대학교수나 회사 간부,대학원생 등도 포함됐다. 출장마사지 윤락업주들은 별도의 사무실을 차리지 않고 ‘점조직’으로 활동하며,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휴대전화를 만들어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는 등 교묘한 수법을 사용한다. ●세금도둑 향락산업 ‘청량리 588’의 한 업주는 “화대를 현금으로 내면 6만원,신용카드로 내면 7만 8000원”이라면서 “차액은 ‘카드깡’ 업자의 수입”이라고 말했다.카드깡 업자는 대부분 유령 가맹점을 차려놓고 과세를 피한다. 단란주점 등에서 술값을 카드로 결제할 때 매출전표에 술집과 다른 주소지가 찍혀 나오는 것은 모두 소득원을 분산시켜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행위로 보면 된다. 유흥업소 매출액의 10%는 부가가치세로,종업원 봉사료(팁)의 5%는 원천세로 징수되지만,접대부 고용을 숨기고 현금결제를 고집하기 때문에 세금은 제대로 걷히지 않는다.국세청 관계자는 “유흥가의 탈세가 교묘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힘들고,세금추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살인으로 치닫는 향락풍토 무분별한 향락 풍토는 살인과 강도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진다.호스트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김모(21)씨 등 3명은 ‘고객’인 유흥업소 여종업원 이모(23)씨를 목졸라 숨지게 한 뒤 금품 5000여만원어치를 훔친 혐의로 최근 경찰에 구속됐다.고급 승용차 할부금에 시달리던 이들은 이씨가 명품 옷으로 치장하고 ‘팁’을 넉넉하게 줘 돈이 많을 것으로 보고 범행을 모의했다. 지난해 8월에는 사채업자 최모(38)씨가 다른 업자들과 청량리 윤락가 주변 3억여원 규모의 사채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다 흉기에 찔려 숨졌다.숨진 최씨는 청량리 윤락가 폭력조직의 행동대장 출신으로 일대에서는 ‘큰손’으로 통했다. 이창구 박지연기자 window2@kdaily.com ◆건설업자의 접대비 증언 “술과 여자가 없으면 되는 일이 없습니다.” 10일 서울 서초동의 중견 건설업체 H건설 사장 김모(42)씨는 기자와 만나 “건물 하나를 지으려 해도 계약 전·후 관련자들에게 최소 6,7차례 룸살롱 접대를 하며,수천만원 이상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미리 정보를 캐내기 위해 부동산업자,건축사무소,시청 관계자,은행 등을 돌아다니며 접대를 해야 한다.”면서 “계약이 성사되면 정보를 준 쪽에 일명 ‘오찌(소개비)’ 명목으로 또다시 접대를 해야 한다.”고 했다.계약 자체도 룸살롱 안에서 해야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씨는 “공사비가 100억원이면 접대비가 10억원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부실공사가 되는 게 당연한 일 아니냐.”고 꼬집었다. 강남구 삼성동의 A인터넷 벤처업체 홍보담당 과장 이모(33)씨는 100만원 이하의 접대는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카드로 결제한다고 폭로했다. 사장이 소액 접대는 개인카드를 사용,소모품비나 회식비 명목으로 돌리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이씨는 “다른 벤처기업도 이같은 편법을 사용해 장부상으로는 법적 접대비 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조치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대선 이후 회사측이 정치권·재계 인사들과 인맥을 쌓기 위해 지난달에만 수천만원의 접대비를 썼다고 증언했다.이씨는 “강남 룸살롱에서 1000여만원을 한번에 지불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일부 경영진은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쓴 뒤 회사 접대비로 처리해 사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세청과 조세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1년 24만 352개 기업의 접대비 지출액은 3조 9635억 400만원이었다.거품경제기였던 97년의 3조 4988억 2500만원보다 오히려 13% 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영표 유영규기자 tomcat@kdaily.com ◆향락 키우는 인터넷 ‘인터넷이 향락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인터넷을 통해 왜곡된 신종 향락 행태가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회사원 김모(30)씨는 8일 오후 6시 퇴근하자마자 인터넷에 접속했다.김씨가 방문한 곳은 컴퓨터에 장착된 화상카메라를 통해 상대의 얼굴을 보며 채팅할 수 있는 S사이트.말만 잘 통하면 서로 알몸을 보여주기도 한다. ‘로그인’한 김씨는 ‘생생남’이란 아이디로 ‘화끈방,캠녀만’이란 제목의 대화방을 만들었다.잠시 후 ‘섹시녀’란 여성이 쪽지를 보내왔다.채팅방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주문이다.김씨는 ‘비번 9818’이란 답장을 보냈고 이때부터 둘만의 은밀한 ‘만남’이 시작됐다. 같은 시각 이모(19·고교 3년)군은 김씨와 ‘섹시녀’의 ‘낯뜨거운 대화와 노출’을 엿보고 있었다.이용료가 1500원인 ‘엿보기 아이템’을 구입한 이군에겐 ‘벗고 노는 은밀한 대화방’ 어느 곳에나 투명인간처럼 들락날락할 권한이 1시간 동안 부여됐다. 중소기업 부장인 김모(44)씨는 한달 전 인터넷 화상채팅을 즐기다 만난 ‘캐서린’과 밀회를 즐기고 있다.아내의 의심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한 달에 2000원을 이용료로 내고 한 인터넷사이트의 ‘가상전화번호’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사용 중인 휴대전화의 번호와는 별개로 가상의 번호를 하나 더 받은 김씨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은밀한 전화통화를 즐길 수 있다.밀회가 지겨워지면 김씨는 즉시 번호를 바꿀 생각이다. 경찰은 “하루 수만명이 인터넷 화상채팅 사이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음란이용자를 적발해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첨단기술이 발전하면서 익명으로 향락에 탐닉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밝혔다.황장석기자 surono@kdaily.com ◆향락산업 부추기는 사회 “향락 범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전국에서 발생하는 ‘향락형 범죄’를 담당하는 경찰청 방범국 관계자는 10일 “윤락,원조교제,시간외영업,무허가영업,호객행위,변태영업,갈취,인신매매 등 죄목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모른 체 눈감는 우리 모두가 공범”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 국민이 ‘잠재적 향락 범법자’로 몰리는 원인은 향락을 부추기는 사회구조에 있다고 지적한다.밀실 문화의 ‘젖줄’인 기업 접대비는 5조원에 이른다. 또 한국은행과 관련 업계 등은 은행권이 지난해 소규모 개인사업자(SOHO)에게 대출한 금액 52조원 가운데 60%에 가까운 30조원대가 현금순환이 빠른 향락업소에 집중됐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매매춘을 금지하는 법규는 형법,윤락행위방지법,공중위생법,식품위생법,미성년자보호법 등 10여개에 이르지만 효율적이고 일관성있는 단속을 하지 않아 대부분의 법 규정이 사장돼 있다.적발된 사람은 그저 운이 나빴다고 말한다.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윤락행위방지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람은 1만 591명,유해업소로 단속된 업소는 8만 1384개로 집계됐다.그러나 서울 ‘미아리 텍사스’에서만 하루 평균 3000여건의 윤락행위가 버젓이 이뤄지고,풍속대상으로 지정된 업소가 60만여개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수박 겉핥기식’ 단속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성 산업의 수요자인 남성의 의식변화와 남성 중심의 사회풍토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스러기선교회 강명순 원장은 “가정과 사회에서 위축된 남성이 매춘을 통해 가부장적 권위를 회복하려는 망상에 빠져 있다.”면서 “성적으로 군림하면 마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하는 것으로 착각해 성매매에 집착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성을 사는 남성보다는 윤락 여성에게 단속이 집중되고,적발된 여성이 대부분 ‘벌금형’을 받게 돼 이를 상쇄하기 위해 윤락에 더욱 집착하는 역효과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청소년 문화단체인 ‘하자센터’ 김찬호 박사는 “향락문화가 번창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불투명한 사회구조 때문”이라면서 “공정한 룰이 없는 파행적 산업화가 이뤄지다보니 음성적 접대문화가 만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지났다.”면서 “사회인식의 변화와 불합리한 법 제도의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개발원 황장임 책임연구원은 “상대방에게 대가를 바랄 때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것이 향락 제공”이라면서 “향락을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가 혁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구 박지연기자 window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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