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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인도 무너진 경제대국의 꿈

    [글로벌 경제] 인도 무너진 경제대국의 꿈

    한때 중국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인도가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루피화 가치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외국계 투자 자금도 하루가 다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포퓰리즘에 사로잡힌 정부와 정치권, 관료들의 만연한 부정부패 등 ‘인도병’이 장기성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6일 인도 금융시장은 일제히 급락세를 연출했다. 인도 통화인 루피화는 달러 대비 환율이 62.03루피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62루피를 넘어섰다. 달러화 대비 루피화 가치는 지난 2년간 40%나 떨어졌다. 뭄바이증시 센섹스 지수도 3.97% 하락한 1만 8589.18로 마감해 2년 만에 일일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하락은 인도가 1991년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국면에 들어섰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올해 1분기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은 4.8%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7월 인도 도매물가지수(WPI)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9% 올라 전문가 예상치(5%)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 8년간 연평균 8~9%씩 성장하던 인도 경제도 올해는 5%를 넘기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쇼크’ 다음날인 17일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1991년과 같은 채무 위기는 다시 맞지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그의 발언을 곧이 곧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세계 경제의 미래’로까지 칭송받던 인도가 왜 이렇게까지 어려워졌을까. 경제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정부의 경제정책 부재를 꼽는다. ‘언 발에 오줌누기’식 단기 땜질 처방을 남발하다 수입 위주의 경제 체질을 바꾸지 못해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 재무부는 만성적인 재정 적자 타개를 위해 외국 기업에 대한 세금을 늘려 외국계 자본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루피화 급락에는 외환보유고를 풀어 대응하고 있어 국고를 낭비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에는 주식·채권 투자자 등 이른바 ‘가진 자’들의 주머니를 열겠다며 무려 50년 전인 1962년까지 세금을 소급해 걷겠다고 발표했다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최근 인도는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출신 ‘해외파’ 라구람 라잔을 인도중앙은행(RBI) 수장에 임명했다. 보수적인 인도 문화에서 이례적인 일로 정부가 ‘인도병’ 치유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인도 상주 IMF 대변인 토머스 리처드슨은 “인도가 IMF로부터 별다른 규제 조건이 붙지 않는 대출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도의 ‘IMF’행을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중국경제 아킬레스건 지방부채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중국경제 아킬레스건 지방부채

    지난 10일 오전 중국 충칭(重慶)시 정부 청사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류자이(劉家義) 국가심계서 심계장(감사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대규모 회계감사단을 이끌고 나타났다. 2009년 이후 급증하는 충칭시의 부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베이징에서 급파된 이들 감사단은 지난해 3월 보시라이(薄熙來) 당서기가 부패 혐의로 실각한 뒤 드러난 출처가 불분명한 충칭시의 투자액 3506억 위안(약 64조원)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충칭시는 2011년 고정자산 투자액이 7600억 위안에 이르는 등 보시라이 당서기 재직 시절 이뤄진 대규모 투자의 대부분이 산하 8개 융자 플랫폼(중개기구)을 통해 빌린 악성부채라는 게 중국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중국이 지방정부 부채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방정부 부채가 ‘그림자 금융’(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비은행권 금융), ‘부동산 거품’과 함께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3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의 파산보호 신청이 직간접적인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중국 국가심계서는 지난 1일부터 중앙정부와 전국 성(省)·시(市)·현(縣)·향(鄕) 등 각급 지방정부 부채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에 들어갔다. 심계서는 중앙에서 800명, 18개 파견기구에서 2400명을 선발하는 등 무려 8만명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감사 인력을 동원해 지방정부 부채 상황을 샅샅이 훑어보고 있다. 2011년 조사가 성·시·자치구 등 31개 성·시급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이뤄진 데 비하면 이번 감사는 조사 범위가 현·향 등 지방정부의 말단 조직까지 크게 확대되고 지난번 조사 이후 새로 늘어난 지방정부 부채에 대한 규모와 성격, 기채(起債)를 통한 투자 내역 등을 철저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융쥔(王雍君) 중국 중앙재경대학 재경연구원장은 “전국 지역 범위의 부채 조사가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감사로 2010년 이후 지방정부 채무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는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주룽지(朱鎔基) 당시 부총리가 세제 개혁을 통해 지방정부의 세금을 중앙정부에 대부분 이관했다. 지방정부는 의료 및 사회복지 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자금 조달 방법이 여의치 않아 적자 재정에 허덕였다. 지방정부는 인프라 투자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토지사용권을 매각했지만 턱없이 부족해 토지를 담보로 돈을 빌려 충당하다 보니 부채가 폭증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중국 지방정부 부채 규모는 발표 기관마다 편차가 매우 크다. 국가심계서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 부채 규모는 2010년 말 기준으로 10조 7000억 위안에 이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우세하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지방정부 부채의 상환율이 얼마인지, 상환 기일은 지키고 있는지, 상환연장 기록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은 탓에 시장에서는 지방정부 부채에 대한 각종 추정치가 난무하면서 위기감을 부채질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지방정부 부채가 2010년 이후 최고 50% 늘어나며 모두 15조~16조 위안(지난 6월 말 기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난 8일 보도했다. 샹화이청(項懷誠) 전 재정부장은 올해 안으로 20조 위안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고, 일부 서방 전문가들은 40조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했다고 인민일보가 전했다. 장커(張克) 중국 신융중허(信永中和)회계사무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 문제는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보다 더 위험한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방정부 부채가 급증하는 것은 중국 지방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선 게 주된 이유다. 중앙정부는 4조 위안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며 지방정부가 저금리로 돈을 빌려 인프라에 투자하도록 독려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대부분 공공시설에 이뤄지면서 수익성이 나빴고, 대부분 악성 부채로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 부채의 급증을 막으려 애썼지만, 신용에 의존한 채 급격하게 확대된 경제 때문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광둥(廣東)성과 함께 중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인 장쑤(江蘇)성이 지방정부 가운데 부채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쑤성은 올 들어 835억 위안의 지방채를 추가 발행해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채권을 발행했다고 화하시보(華夏時報)가 보도했다. 장쑤성의 전체 지방채 규모는 3263억 위안에 이른다. 쑤저우(蘇州)시가 428억 위안으로 가장 많고 난징(南京) 418억 위안, 창저우(常州) 354억 위안, 우시(無錫) 340억 위안, 양저우(揚州) 126억 위안 등이다. 지방채는 지방정부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만큼 장쑤성의 실제 부채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쑤성 외에 쓰촨(四川)성, 광둥성, 안후이(安徽)성, 윈난(雲南)성, 후난(湖南)성, 후베이(湖北)성 등도 위험권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론도 만만찮다. 미국계 글로벌 투자은행 BoA-메릴린치는 “중국 지방정부 채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지나친 기우”라고 최근 밝혔다. BoA-메릴린치는 “2012년 기준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15조~16조 위안으로 추산된다”며 “그러나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30%에 불과해 미국(100%), 일본(175%)과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라고 주장했다. 인민은행의 현금 보유액이 GDP(7조 9917억 달러·2012년 IMF 기준)의 6%에 이르는 점도 지방정부발 부채 위험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중국에 경제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의 채권이 자국통화로 표시돼 있고, 자국민이 소유하고 있어 인민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BoA-메릴린치는 “중국이 정부 부채 위기의 절벽에 서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특히 새로운 지도자가 적절한 조처를 하면 현 상황이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khkim@seoul.co.kr
  • [광복절 경축사 담긴 뜻] 역대 대통령 첫 경축사 비교

    [광복절 경축사 담긴 뜻] 역대 대통령 첫 경축사 비교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개시 첫해 8·15 광복절에 공통적으로 향후 국정운영의 ‘화두’를 제시했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2008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확고한 법치와 녹색 성장을 바탕으로 한 ‘선진일류국가’로의 도약을 내세웠다. ‘성장’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비리와 부정에 대한 무관용 원칙도 분명히 했지만, 이후 측근들이 각종 부정부패에 연루되면서 공염불이 됐다. 경축사에서 ‘광복’을 2차례 언급한 반면 ‘건국’을 9차례 역설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경축사에서 ‘자주 국방’을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자주독립국가는 스스로의 국방력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면서 “앞으로 10년 이내에 우리 군이 자주 국방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주한미군 감축,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등의 문제와 맞물리면서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노 전 대통령은 또 북핵 문제에 대해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경축사 키워드는 ‘민족’으로 요약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경축사에서 밝힌 최대 관심사는 ‘개혁’이었다. 정치적으로는 여야 첫 정권교체, 경제적으로는 1997년 말 불거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은 “국가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혁이 불가피하다”면서 ‘제2의 건국’을 주창했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은 또 국회의원 비례대표제 도입과 국회 인사청문회 실시 등 정치 개혁을 제안했고, 이는 현재 우리 정치의 근간이 됐다. 취임 첫해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 ‘1차 북핵위기’에 직면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 전 대통령은 또 광복절을 불과 사흘 앞두고 긴급명령을 발동해 도입한 금융실명제 등에 대해 “신한국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이정표”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광복절 경축식이 매번 같은 장소에서 열린 것도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세종문화회관, 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은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복궁을 각각 경축식장으로 선택했다. 박 대통령의 모친인 육영수 여사는 남편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1974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했다 흉탄을 맞고 피살됐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씨줄날줄] 중진국 함정/오승호 논설위원

    아르헨티나의 2001년 경제 위기 여진은 지금도 남아 있다. 당시 1000억 달러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하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권단과 채무 재조정 문제를 논의해 대부분의 채무를 해결했다. 그러나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일부 헤지펀드사가 채무 재조정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뉴욕연방법원은 지난해 10월 아르헨티나가 헤지펀드에 투자금을 전액 상환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미 대법원에 이 소송이 국가채무 재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취지의 ‘법정조언자 적요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IMF가 제3자 입장에서 미 대법원에 재판에 대한 의견을 제출한 것은 처음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아르헨티나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브라질, 러시아, 중국, 인도 등 브릭스(BRICs) 4개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중국 광둥성은 오는 2020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에 도시화 달성률 76%를 뛰어넘는다는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 불균형 및 빈부격차 등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한다. 브릭스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이른바 VIP 경제권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VIP 경제권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6.2%를 기록, 처음으로 브릭스(5.4%)를 앞질렀다. 중진국의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중진국 단계에서 장기간 경제 성장이 둔화되거나 중진국에 머무르는 현상을 말한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개발도상국이 1인당 국내총생산 1만 6000달러 수준일 때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2007년 2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2만 달러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고속 성장을 해온 우리나라가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제추격연구소(소장 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제 GDP 규모 상위 100개국의 2001~2011년 추격 실적을 분석해 ‘국가추격지수’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추격지수는 26위로 선진국을 따라잡는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인구학적 요인이 한국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노동인구 감소가 선진국 소득수준을 향한 한국의 수렴 속도를 떨어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벽을 넘어야 한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열린세상] 하반기 경제전망과 세수부족/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열린세상] 하반기 경제전망과 세수부족/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지난 17일 양적 완화 조치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양적 완화 규모의 축소와 중단 등 ‘출구전략’ 일정을 제시한 이후 시장의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경제가 부동산경기 회복과 소비 지출 호조 등의 효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확신이 버냉키로 하여금 ‘출구전략’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게 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버냉키의 ‘양적 완화 축소’ 발언 이후 세계 주요 자산의 수익률은 연초 대비 크게 떨어졌다. 귀금속(-28.4%), 산업용 금속(-16.3%), 브릭스 주식(-12.9%), 신흥국 채권(-6.4%), 선진국 채권(-5.7%), 그리고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6.7%였다. 반대로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아세안지역의 주가는 연초 대비 8.0% 상승했다. 이는 버냉키 발언 이후 국제자금 흐름이 브릭스·한국 등에서 상대적으로 주식이 오르지 못한 아세안 각국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한편 일본의 내각부는 지난 5일 경기기조 판단을 ‘상승세 국면변화’로 조정한 바 있다. 일본은 경기기조 판단을 악화, 하락세 멈춤, 국면 변화, 개선 등의 네 가지 단계로 정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2년 4월부터 본격화된 경기침체가 11월에 최저점에 도달한 뒤 아베 정권의 엔저정책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개인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회복세가 진전되어 경기상승세 국면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중국정부가 전망한 것처럼 올해 7.5%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이 금융부문의 개혁과 소비 위주 경제로의 이행 등 과감한 경제개혁이 없으면 5년 뒤 성장률이 4%대로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도 올해 중국경제가 7.5% 이하로 경착륙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제 이러한 대외 경제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한국경제가 올 하반기에 어떠한 경기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를 전망해 보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6%에서 2.8%로 올려 잡으면서 ‘8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벗어나 지난 2분기에는 전분기보다 1% 성장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올 하반기의 경기회복을 낙관하면서 제2차 추가경정예산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올 상반기의 세수실적은 이러한 한국은행이나 정부의 하반기 경제전망 실현 가능성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 14일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5월 말까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법인세(-17.9%), 부가가치세(-7.2%)가 대폭 줄었으며 증권거래세(-4381억원), 개별소비세(-523억원), 교통에너지 환경세(-6957억원) 및 주세(-1393억원) 등 거의 모든 세수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 법인세나 부가가치세는 기본적으로 지난해 하반기의 영업실적을 반영하는 것이고 기타 증권거래세·소비세 등은 올 상반기의 거래 및 소비실적을 반영하는 간접세임을 감안할 때, 금년에는 최소한 20조의 세수 결함이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신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이 난관에 봉착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와 같은 암울한 세수 전망은 하반기에도 대규모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최종예산 집행연도였던 작년부터 과표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기업의 법인세율은 22%에서 20%로 낮추었기 때문에 법인세의 세수가 대폭 부족하게 되었다고 해석하는 안이한 경기 판단에 있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한 술 더 떠 법인세수 감소는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부자 감세의 전형적인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감세를 실시한 것은 이를 통한 투자활성화를 도모한 것이지 부자 감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정책이었다. 정부는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경기전망이 올 하반기에도 불투명하다는 것을 감안해 제2차 추경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보다 현명하고 현실적인 경기판단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 IMF, 중국 경제 추락 경고 “개혁 없인 성장률 반토막”

    IMF, 중국 경제 추락 경고 “개혁 없인 성장률 반토막”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이 경제개혁을 하지 않으면 올해 2분기 7.5%인 GDP 성장률이 2018년에 반 토막인 4%대로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7일(현지시간) IMF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중국 경제 연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과 사회기반시설 투자 등이 주를 이루는 중국의 경제 모델은 끝났다”며 “그러한 성장은 외부적 요인에 취약하고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어 소비와 내수에 기반한 성장구조를 만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 주도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 온 중국식 경제 모델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이번처럼 IMF가 공개적으로 경제성장률 예측 수치를 4%대로 예상한 것은 처음이다. IMF는 중국이 경제 개혁을 하지 않을 경우 2030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미국의 4분의1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 GDP는 7조 9917억 달러(약 8994조 6583억원, 2012년 IMF 기준)로 15조 6096억 달러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보고서는 또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친 2009년 이후 중국 정부의 재정운용과 국영기업 활동이 자국 경제를 뒷받침하고, 전 세계 수요 증대에도 긍정적 여파를 미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중국 내 투자·소비의 불균형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GDP에서 자본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한 반면 가계소비 비중은 전년 대비 변동이 없었다. 중국은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를 줄이기 위해 4조 위안(약 733조 5200억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펼친 결과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주택 가격이 폭등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IMF는 중국이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경제 취약성을 낮추려면 시장에 더 큰 힘을 싣고 국영기업 배당금을 늘리는 등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이 최근 미국에서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올해 대규모 재정 자극책을 펼 가능성이 없다고 밝힌 사실이 18일 알려지면서 상하이종합지수가 전날보다 21.53포인트(1.05%) 떨어진 2023.40으로 급락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신흥국, 출구전략 ‘부메랑효과’ 논리로 美 설득

    미국이 막대한 시중 자금 방출 규모를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등 신흥국들이 ‘부메랑 효과’를 들어 미국을 설득하는 정책 공조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어지럽히면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미국이 떠안게 된다는 논리다. 기축통화(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 국제 결제나 금융 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 보유국이란 점을 이용해 전 세계 경제의 부양 및 긴축 기조를 멋대로 결정하는 ‘얌체 통화정책’에 대한 후발 주자들의 경고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오는 20일 열리는 러시아 모스크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한국 등 신흥국들은 ‘역(逆)스필오버’ 논리로 미국을 압박할 예정이다. 역스필오버는 ‘미국의 급격한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신흥국뿐 아니라 선진국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달 초 이뤄진 G20 실무자 회의에서 우리가 역스필오버 논리를 내세웠고 다른 신흥국들은 물론 선진국들도 상당 부분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는 양적완화는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에서만 쓸 수 있는 통화정책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지난해 9월부터 매월 850억 달러의 국채를 매입하거나 일본 중앙은행이 내년 12월까지 130조엔의 국채를 사들이기로 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무한정 돈을 푸는 것은 지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출구전략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신흥국의 자본 유출, 금리 급등 등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당장 지난달 20일 벤 버냉키 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발언만으로 신흥국 시장이 출렁인 데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이는 선진국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흥국들이 자국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간 달러를 메우기 위해 갖고 있던 미국 국채를 팔 것이고 결국 미국 금리 급등과 이에 따른 경기 회복세 둔화를 예상할 수 있다. 신흥국 시장이 축소되면 선진국의 수출 기업들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로 1994년 미국의 갑작스러운 통화 긴축으로 멕시코에 외환 위기가 발생했다. 이후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의 주가가 최대 50%까지 급락했으며 결국 신흥국 시장 위축으로 미국 무역수지 적자 폭이 늘어났다. 이번 회의에서는 금융 위기 때 작동하는 글로벌 금융안전망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치앙마이이니셔티브다자화(CMIM), 유럽안정화기구(ESM) 등 지역금융안전망(RFA) 간 공조의 중요성이 논의된다. 한국은 지역금융안전망 간의 협력을 늘리고자 RFA 포럼 구성을 제안할 예정이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중국 경제 위협하는 ‘그림자 금융’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중국 경제 위협하는 ‘그림자 금융’

    지난달 24일 오후, 중국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후장 들어 무조건 팔고 보자는 ‘투매 쓰나미’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전장보다 무려 5.3%나 급락하며 6개월 만에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이 맥없이 무너졌다. 이날 폭락 장세는 23일 인민은행이 분기보고서를 통해 단기금리 급등이 ‘그림자 금융’(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비은행권 금융)과 투기성 거래에 대한 왜곡 현상의 결과라고 밝힌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인민은행이 21일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단기 금리 지표인 상하이은행 간 금리인 시보(SHIBOR) 금리가 24일 오전 사상 최고치인 13.4%까지 치솟아 신용경색 현상이 가중돼 중국 경제에 먹구름을 몰고 온 것이다. 중국 경제의 돈줄 역할을 해 온 그림자 금융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국 그림자 금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중국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됐지만 그림자 금융에 대한 위험은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도 그림자 금융의 위험성을 감지하고 있다. 주광야오(朱光耀) 재정부 부부장은 지난 7일 “중국의 금융 시스템은 그림자 금융 문제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실태 파악을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적정한 수준의 자금과 신용을 공급하고 신중한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해 그림자 금융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현재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최소 20조 위안(약 3662조원·파이낸셜타임스)부터 최대 32조 5000억 위안(5953조원·중국 광파증권)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인 52조 위안의 40~60%를 차지하는 셈이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이 본격적으로 ‘실체’를 드러낸 것은 2011년 4월. ‘중국 제조업의 1번지’인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의 중소기업들이 줄도산하면서 비롯됐다. 그해 8월 이후 원저우의 기업인 등 100명 이상이 빚을 갚지 못해 야반도주하거나 자살했고, 자금 거래를 주선했던 대출 중개업체도 800곳 이상이 파산하면서 사회 이슈화됐다. 당시 원저우시의 개인과 중소기업 등 경제 주체의 90% 이상이 그림자 금융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림자 금융은 운용 자금의 대부분을 신용도가 낮은 개인이나 중소기업에 고금리로 대출해 주는 만큼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 시스템은 신탁회사, 전당포, 대출보증회사, 사금융, 자산관리상품(WMF) 등으로 이뤄진다. 신탁회사는 투자자들로부터 끌어모은 자금을 각종 사업 프로젝트나 부동산 대출 등으로 운용, 관리한다. 6월 말 현재 68개 사가 성업 중이다. 이들의 운용 자산은 2007년 1조 위안에서 2011년 4조 8000억 위안으로 5년 새 5배 가까이 폭증하며 투자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 중국 전역에 4000곳 이상이 영업하고 있는 전당포는 자동차·보석·유가증권·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을 전당물로 하는 1~3일간의 초단기 대출에 주력하고 있다. 신용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대출에 대한 보증 수수료를 받아 운영하는 대출 보증회사는 1900개 사가 활동하고 있다. 수수료가 전당포 금리의 절반에 불과한 만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불법적인 대출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대출액의 일정 부분을 지하 사금융 형태로 운영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다 보니 리스크가 높을 수밖에 없다. ‘리차이(理財) 상품’으로 불리는 WMF는 신탁회사가 취급하는 금융상품으로, 모집한 투자자 자금을 신용도가 낮은 부동산 개발회사나 중소기업에 고금리로 대출해 줘 수익을 올린다. 지난해 말 WMF 잔액은 전년보다 54%나 급증한 7조 1000억 위안에 이른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4200만개 사로 추정되는 중국 중소기업의 97% 정도가 정부의 엄격한 대출 규제 탓에 은행권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대부분의 업체가 규제의 사각지대인 그림자 금융을 찾아 고금리를 물어가며 이를 자금 조달 창구로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신용평가사, 서방 전문가 등이 중국 당국에 잇단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5월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가 2010년 17조 3000억 위안에서 2012년 29조 위안으로 불과 2년 새 67%나 폭증했다며 중국 금융에 ‘체계적 위험’(System Risk)을 드리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지난달 “(중국이 그림자 금융을 통한)여신의 투명성이 부족하고 통제도 제대로 되지 않는 채널로 들어감으로써 심각한 위험이 됐다”고 거들었다. ‘헤지펀드계의 거물’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도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섀도뱅킹(그림자 금융)이 지난 2007~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비슷하다”며 “미국의 경험으로 볼 때 중국 관계당국은 그림자 금융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문제는 그림자 금융이 실물 경제 악화와 맞물리면서 폭발력을 키우고 있다는 데 있다. 그림자 금융을 통해 조달된 돈이 부동산 투기 등 리스크가 큰 분야로 흘러들어가 거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 탓이다. 중국 당국이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자금줄을 조이자 단기금리가 급등하는 바람에 신용경색 사태가 빚어져 상하이 증시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중국 그림자 금융의 부실화는 언제든지 금융시스템을 혼란 속으로 빠뜨릴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국 금융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khkim@seoul.co.kr [용어 클릭]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은행과 같은 자금 중개 기능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부 규제가 닿지 않는 비은행권 금융과 금융상품을 말한다. 증권사·투자신탁·할부금융사·헤지펀드 등 비은행권 금융기관 또는 머니마켓펀드(MMF)·자산유동화증권(ABS)·신용파생상품 등 비금융권 금융상품이 해당된다. 흔히 신탁회사나 증권사, 보험사가 은행권 대출 채권을 리모델링해 고금리로 투자자들에게 파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런 만큼 투자상품의 구조가 복잡해 손익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고 전면에 등장하지 않은 채 시중은행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표면화된 2008년 9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처음 사용했다.
  • ‘착한 금융’ 실현하는 사회적 금융기관

    먼저 용어의 개념부터 밝혀 두자. 침팬지는 인간과 유전자가 98%나 일치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존재다. 같은 영장류인 보노보는 다르다. 평화를 추구하고 평등한 짝짓기를 즐긴다. 권력욕이나 폭력을 멀리하고, 약자를 위하는 낙천적인 동물이다. 두 영장류를 금융가에 대입하면 책의 주제가 단박에 드러난다. ‘침팬지 은행’은 이익은 제 주머니에 꼬박꼬박 챙겨 넣고 손실은 사회에 전가하는 거대 시중은행들을 일컫는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이겨 내라고 피 같은 세금 쏟아부은 건 당최 모르쇠고, 해마다 제 곳간 채우느라 혈안이다. ‘보노보 은행’은 이른바 ‘착한 금융’을 실현하는 사회적 금융기관들을 일컫는다. 예컨대 스웨덴 JAK 협동조합은행은 이자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저축해서 공동 자금을 조성한 뒤, 대출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역시 무이자로 대출을 해 준다. 책은 이처럼 미국과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금융 기관들을 소개하고 있다. 엄격한 대출 심사를 통해 윤리적 투자를 실천하는 독일의 GLS 은행, 시민 섹터를 지원하는 마을금고인 이탈리아의 방카에티카, 지역사회의 발전을 돕는 캐나다의 밴시티와 미국의 마을은행 기금 등이 주인공이다. 부실 상호신용금고 파동을 겪은 탓에 협동조합이라면 섬뜩한 느낌부터 갖는 우리로선 다소 믿기 힘든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세계 어딘가의 사회적 금융 서비스가 실제로 이 만화 같은 일들을 해내고 있다. 협동조합 등 사회적 금융의 태동기를 지나고 있는 우리로선 준거 틀로 삼아야 할 예시들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김기돈 전 정리금융공사 사장 등 6명 페이퍼컴퍼니”(종합)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예금보험공사와 산하 정리금융공사 출신 임직원 6명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5일 밝혔다. 뉴스타파는 이날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동작업을 통해 확인한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7차 명단을 발표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명단에는 유근우(예보 퇴직), 진대권(정리금융공사 퇴직), 김기돈(전 정리금융공사 사장), 조정호(예보, 정리금융공사 퇴직), 채후영(예보, 정리금융공사 퇴직), 허용(예보, 정리금융공사 퇴직)씨 등이 포함됐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6명의 예보 및 정리금융공사 전 임직원은 1999년 9월 24일과 같은 해 12월 2일 두차례에 걸쳐 버진아일랜드에 ‘선아트 파이낸스 리미티드’, ‘트랙빌라 홀딩스 리미티드’란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이 페이퍼컴퍼니가 설립될 당시는 IMF 외환위기로 혼란스러웠던 때였다. 당시에는 퇴출 금융기관의 해외 법인 등의 자산 회수 등 외환 거래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는 부실 금융기관으로 퇴출된 삼양종금의 해외 자산을 회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내부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지금까지 2천만달러 이상의 공적자금을 회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예보 이름이 아닌 직원 개인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점이 문제”라며 “아무리 외환위기 시기지만 순수하게 공적자금 회수가 목적이었다면 오히려 예보 이름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게 정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수천만달러의 금융자산이 개인 명의의 페이퍼컴퍼니, 그리고 이와 연결된 해외계좌로 오갔다면 그 과정에서 금융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예보는 페이퍼컴퍼니 운영과 관련된 내역을 관리 감독 기관인 금융위는 물론 국회에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뉴스타파는 밝혔다. 또 예보에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2천만달러 가량의 자금을 회수했다고 밝힌 만큼 매각 자산 목록과 자금거래 내역 공개를 요구했지만 예보는 관련 자료를 내놓지 못했다고 뉴스타파는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예보의 유령회사 운영 사실은 십 년 넘게 베일에 가려진 채 감독 기관이나 국회에 제대로 보고도 되지 않았고, 관련 기록이 얼마나 보관되고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론] 로맨스 판타지/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시론] 로맨스 판타지/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작가 황석영은 지난달 23일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강당에서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 행태 근절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사재기 관련법의 개정과 검찰 수사 등을 촉구했다. 작가는 출판사가 자사의 책을 구입해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사재기’는 주가 조작과 같은 범죄이자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공공도서관 1년 도서구입비가 미국 하버드대학 1년 도서구입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까지 적시한 작가는 “출판사들의 ‘서점을 통한 도서 기증 행태’와 ‘정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할인 판매’, ‘다른 도서 끼워 팔기’와 ‘과도한 경품 증정’ 행위 등도 공개적인 사재기의 일종”이라고 규정했다.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제)의 선(先)인세가 국내 최고액인 16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예측하는 기사가 터져 나왔다. 자신의 책을 펴내는 외국 출판사마저 직접 간택한다는 하루키가 꼭 최고액을 쓴 출판사를 낙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고액의 선인세 기록을 경신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유사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에 공통점은 없을까? 있다. 우리 책 시장에서 팔리는 책과 팔리지 않는 책의 양극화가 극심하다 보니 출판사들이 팔리는 책 만들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모습을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 출판시장은 기본 10만부를 넘긴다는, 한 손가락으로 꼽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왔다. 2011년 1월 작가 박완서가 타계한 이후에는 신경숙, 공지영, 황석영, 김훈 등 ‘빅4’에 모든 것을 거는 행태를 보여 왔지만 이들마저 최근에는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7년의 밤’의 정유정이나 ‘두근두근 내 인생’의 김애란 등 차세대를 이끌 주자가 없는 것이 아니지만 이들에게는 평단의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올해 초 한국문학을 주도하는 문학계간지들이 ‘소수의 문학’이나 ‘사상으로서의 문학’이라는 새로운 기치를 들고 나온 것은 의외였다. 이들의 이런 태도는 자신들이 상업주의 문학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애써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이나 ‘사재기’나 ‘선인세’ 파동에서 보듯 한국문학 전체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문학의 영역을 축소시켜 유폐생활을 즐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한국 사회는 지난 15년 동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카드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커다란 위기를 5년 주기로 겪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위기가 찾아와 위기 극복에 힘만 쏟다가 주저앉곤 했다. 신자유주의가 승자독식사회 체제를 강화해 나가는 사이에 대중의 심성은 ‘열정’에서 ‘냉정’으로, 다시 ‘냉소’로, 급기야 최근에는 ‘멘붕’의 정서로 급격하게 빠져들었다. 그러나 우리 문학시장의 기획자들은 정신마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개인이 어떤 이야기에서 위안을 받을까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그저 팔리는 작가나 작품에만 붙어서 목숨 줄이나마 이어가 보려는 얄팍한 행태를 보여줬다. 한편 정보기술(IT) 혁명은 ‘고용 없는 성장’을 낳고 있다. 일상에서 한순간도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글이나 네이버,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과연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는가를 살펴보라. 이들 신기술은 저작권마저 무용지물로 만들며 지식노동자들을 처절하게 빈곤층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세계 시민은 이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로맨스 판타지’에 깊게 빠져들고 있다.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주부들이 누구나 시간만 투자하면 실력과 점수 앞에 평등한 카카오톡의 각종 게임 같은 가상현실에 중독되어 가는 것처럼. 이들이 ‘늑대소년’이나 ‘7번방의 선물’ 같은 로맨스 판타지 영화에 웃고 울었다. 드라마 또한 ‘로맨스 판타지’가 아니면 발을 붙이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제 문학 기획자들도 우리 문학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부터 깊게 궁구해야 마땅할 것이다.
  • [지방시대] 시골 장례식의 변화/김민배 인천발전연구연장

    [지방시대] 시골 장례식의 변화/김민배 인천발전연구연장

    해외출장 중 어머니의 타계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불효자식이란 말이 그토록 가슴 저린 시각. 근처 대성당에서 사죄의 기도를 올렸다. 5년 동안 치매와 노환으로 고생하시던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서 먼저 든 걱정은 장례식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23년 전 아버지의 장례식 장면이 갑자기 떠올랐다. 선친의 장례식 때 기독교와 전통 장례문화의 차이로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기독교식 장례 절차는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유교식 전통장례법으로 바뀌었다. 그때 겪은 문화적 충돌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있다. 세월이 흘러 8남매 자식들은 종교도, 생활기반도 크게 변화했다. 어머니는 말년에 고향의 작은 교회를 다니셨다. 뿌리 깊은 유교문화가 자리 잡은 농촌마을이다. 한때 큰아버지가 지역의 유림회장으로도 지낸 곳이다. 그러나 도시의 자식들과 오랫동안 떨어져 사는 데 익숙한 모친을 보살펴 준 것은 교회였다. 개척교회의 목사님들이 시골집을 돌며, 봉고차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모셨다. 예배도, 식사도, 마을 소식도 교회에서 소통되었다. 일종의 공동체인 두레의 역할을 하였던 셈이다. 하루 늦게 도착한 장례식장에서는 다양성이 존중되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제사를 올리는 형제들은 유교방식을 따랐다. 같은 기독교라고 해도 교파가 다른 자식들을 고려하여 추모예배 시간을 달리했다. 십자가와 제사상, 기도와 제사가 반복되었다. 다만 다름과 존경의 표시로 추모 시간대를 각각 달리하였다. 속내는 있으나 내색을 하시지 않는 어머니의 넓은 품성처럼 충돌 없는 방식을 택하였다. 그러나 발인 하루 전날 묘지가 문제가 되었다. 지관이 새로운 묘소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선친과 합장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논란 끝에 새로 마련된 마을 산자락에는 팔순의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계셨다. 꽃상여를 멜 수 있는 젊은이가 별로 없을 정도로 고령화가 진행된 시골. 하관시간이 되자 목사님이 지관을 불렀다. 하관시간도, 취토 방식도 상의해 가면서 추모예배를 집전하셨다. 성경을 손에 든 어머니의 친구와 이웃들은 성가 대신 흐느끼며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공존과 배려가 함께한 시골 장례식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식민시대와 비참한 생활고, 해방과 좌우익의 충돌, 6·25전쟁의 혼란, 새마을운동과 공업화, 세계화와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라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겪은 어머니 세대가 그렇게 저물어 갔다. 고난 속에서 체득한 삶의 지혜였을까. 88년의 세월을 사시면서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어느 한쪽만을 강조하지도 강요하지도 않았다. 조금만 더 배려하고 이해하면 더 크고 따뜻한 세상이 공존할 수 있다는 상식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도 곳곳에서 대립과 원한의 싹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전통, 종교, 이데올로기, 출세, 명예를 빙자하여. 그래서일까. 때로는 죽음을 왜 삶보다 더 경건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 이유를 죽음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 ‘곤두박질’ 국내 해운업계 바닥 쳤나

    ‘곤두박질’ 국내 해운업계 바닥 쳤나

    국내 3위 해운사인 STX팬오션의 법정관리 신청 등으로 곤두박질하던 해운업이 ‘바닥을 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쯤 컨테이너선(정기선)과 벌크선(부정기건화물선) 시황이 개선되면서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업계는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운업이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물동량이 늘고 있지 않아서다. 하지만 최근 곳곳에서 긍정적인 통계가 나오고 있다. 양홍근 대한선주협회 상무는 “중국의 철광석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벌크선의 경우 올 하반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동량 증가에 따른 벌크선 운임 상승은 STX팬오션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벌크선 시황 침체 요인은 중국의 원자재 수입 감소와 벌크선 신조선 인도량 급증에 따른 선복량(선박의 적재능력) 과잉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선대 증가율이 둔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내년부터는 수급이 균형을 찾을 전망이다. 실제 조선·해운 분야 전문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0%에 달했던 세계 벌크선 선대 증가율은 올해 7%로 낮아지고 2014년엔 4%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운임회복 노력이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지난해 연평균 920p로 2011년 1549p에 비해 40% 하락했다. 지난해 2월에는 역사상 최저점인 647p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연평균 920~1100p 수준을 유지, 내년부터는 운임이 개선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시황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들이 눈에 띈다. 공급 과잉과 연료류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컨테이너선은 감속운항, 서비스 감축 등을 통해 운임 하락을 저지해 왔다. 최근 미국 경기 회복에 따라 아시아~미주 항로의 경우 물동량이 늘어나 운임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클락슨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교역량 증가율은 지난해 3.3%에서 올해 5.4%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컨해상물동량(백만TEU)은 지난해 156에서 올해 164, 세계컨운항선복량(TEU)은 지난해 1623만 5000TEU, 올해는 1729만 8000TEU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운조사기관인 하우로빈슨이 조사한 컨테이너선 용선료 지수는 2011년 5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 2월부터는 보합세를 띠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상승폭 확대로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며 “선박 공급량이 내년부터 둔화되면 수급이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컨테이너선의 경우 1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라 실적이 좋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성수기인 3분기에 접어들면 업황이 한층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머리는 EPB 손발은 모피아

    머리는 EPB 손발은 모피아

    어느 사회, 어느 조직에나 ‘라이벌’ 관계는 존재한다. 미국과 영국의 정치는 각각 민주당·공화당, 보수당·노동당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점철됐다.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로셀로나 간 ‘엘 클라시코’에는 스페인뿐 아니라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쏠린다. 우리나라 경제 권력 역시 30년 이상 두 개의 세력으로 양분돼 왔다. 현재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으로 이합집산이 됐지만 ‘재무부’ 출신과 ‘경제기획원’(EPB)의 양대 구도는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파워 엘리트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임명되자 ‘참여정부 이후 EPB의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최근 이른바 ‘모피아’(재무부의 영문 이니셜인 MOF와 마피아를 합성한 말)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 고위직에 등용되면서 ‘모피아가 다시 경제 권력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안이 터져나오면 ‘하늘을 보는 두뇌’보다는 ‘땅을 주목하는 손발’이 주목받기 마련이어서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9곳과 금융 관련 협회 7곳, 금융지주 10곳 등 총 26곳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재무부 출신이 절반인 13명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재무부 출신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다. 각각 재정경제부 제2차관과 국무총리실장을 지냈다. 공공기관에서는 재정경제원 1차관보 출신인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과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출신인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이 손꼽힌다. 금융 관련 협회에서는 재경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인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 기재부 국고국장을 지낸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정책의 두뇌 격에 해당하는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EPB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조 수석과 주형환 경제금융비서관, 홍남기 기획비서관이 있다. 정부에는 현 경제부총리,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등이 포진해 있다. 여당에서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대표적이다. 경제기획국과 대외경제조정실 등 정통 코스를 거쳤다. 당내 경제통으로 손꼽히는 류성걸 의원도 예산실에서 잔뼈가 굵었다. 이들은 같은 재경직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지만 성향은 완전히 다르다. 기획과 예산 전공인 EPB 출신은 비전 제시에 탁월하다는 평이다. 자유로운 토론을 즐기는 덕분에 상하관계도 자유롭다. 반면 재무부 출신은 금융과 세제를 담당해 위기 관리와 추진력이 남다르다. 위계 질서도 엄격하다. 최근 KB금융, 농협금융 등의 수장에 재무부 출신들이 잇따라 입성한 것으로 놓고 ‘모피아의 부활’이라는 말이 나오는 데 대해 한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주요 정책결정 라인이 (EPB 중심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구 재무부의 텃밭인 금융권 상황만 놓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에서 잘나갔던 재무부에 대한 반감이 심하고, 부친과 함께 개발연대 시대를 이끌었던 EPB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점도 ‘EPB 전성시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창조경제나 고용률 70% 등 추상적 목표를 경제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재무부보다는) EPB가 본질적으로 힘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내다봤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재무부 출신들이 자기들끼리 이익을 도모하는 이너서클을 강고하게 구축한 만큼, 현 정부가 재무부에 대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모피아의 반격’을 점치는 사람들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행복기금과 우리금융 민영화 등 산적한 문제 해결에 재무부 출신 인사들이 전면으로 나서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에는 이들이 주요 정책결정 라인에 포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 실무 라인에서는 재무부가 이미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기재부의 핵심 보직인 경제정책국장은 전통적인 EPB 출신의 자리로 손꼽힌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경제정책국장은 육동한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제외하고 임 농협금융 회장 내정자, 윤종원 국제통화기금(IMF) 이사, 현 최상목 국장 등 모두 구 재무부 출신이 도맡아 왔다. 재무부와 EPB의 경쟁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지난 3월 기재부 세제실이 EPB 라인인 2차관 소속으로 직제가 변경됐을 때 구 재무부 관료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반발이 일었다. ‘세입(세제실)이 세출(예산실)에 종속되면 재정건전성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구 재무부 라인의 핵심인 세제실을 EPB 밑에 둬 재무부를 견제하려 한다’는 의혹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오정근(아시아금융학회장)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가 창조경제 등 새로운 흐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둘 사이의 반목을 키우는 대신 장점을 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CEO칼럼] 우리의 클래스는 영원하다/방한홍 한화케미칼 대표

    [CEO칼럼] 우리의 클래스는 영원하다/방한홍 한화케미칼 대표

    흔히 명문 구단이라고 불리는 세계 유수 스포츠 클럽들의 공통점은 어떤 조건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이다. 주축 선수들이 팀을 옮기고, 부상으로 이탈하는 선수들이 많아도 결코 좌초하는 법이 없다. 초반에 좀 삐끗하더라도 시즌이 끝날 때쯤이면 어느덧 우승권에 가 있다. 가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한두 해 반짝하는 팀이 있긴 하지만 명문 구단과는 거리가 있다. 스포츠 팬들은 이를 두고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말한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처럼 어떤 스포츠의 어느 리그에서도 우승은 해본 팀이 계속하는 경향이 있다. 명문 구단은 이기는 것에 익숙하고, 이기는 법을 알기 때문에 어떤 조건에서도 치고 올라간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선수가 바뀌고 감독이 바뀌어도 그들의 자신감은 DNA처럼 계속 이어져 클래스를 유지해 나간다. 우스운 가정이지만 만약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누가 어려움을 잘 극복 하는지 겨루는 ‘어려움 극복 올림픽’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우승을 밥 먹듯 하는 ‘명문 국가’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일제 식민지 통치에서 시작해 6·25전쟁, 1, 2차 오일 쇼크,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 위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딛고 기적적인 성장을 일궈 냈다. 1960년대 초까지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가난했던 나라, 당시 케냐의 국내총생산(GDP)보다도 낮은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세계 굴지의 경제 대국이 됐다. 골드만 삭스 회장은 이런 우리를 보고 “내 평생 아프리카 수준의 소득 국가에서 주요 7개국(G7) 수준 소득 국가로 탈바꿈한 경우는 처음 본다” 며 “모든 국가가 보고 배워야 할 모범국“이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1997년 IMF 외환 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를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극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반복되는 시련을 통해 골수에 박힌 ‘위기 극복 DNA’가 재도약의 기회를 만든 것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녹록지 않아서 아무리 위기를 극복해도 늘 새로운 형태의 위기가 찾아오곤 한다. 지금도 우리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세계를 덮은 불황은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하고, 기업들은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모든 성장 요소는 막혀 있는 듯 보이고 새로운 활로를 뚫기도 쉽지 않다.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까지 퍼진 먹구름은 이 땅의 젊은이들마저 한계치로 떠밀고 있다. 미래가 되어야 할 그들은 이미 ‘88만원 세대’나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삼포 세대’로 내몰리고 있다. 모두가 힘들고 포기하고 싶고, 의욕이 꺾일 수 있을 때다. 하지만 유례없는 어려움 앞에서도 위기 극복 경험을 통해 우리는 분명 이 상황을 이겨내고, 그 결과 더욱더 큰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옛날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또는 ‘하면 된다’와 같은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느 쪽이 더 힘들다고 비교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지금은 세계가 하나로 묶여 있어 과거처럼 우리만 열심히 잘한다고 극복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를 볼 때 우리의 DNA는 절박함의 크기가 클수록 더 진가를 발휘했다. 사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할 수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능력을 보여 줄 때다. 마라톤에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구간은 반환점이라고 한다. 지금껏 뛰어 온 거리를 다시 뛰어야 한다는 부담과 앞뒤로 뛰는 선수들에 대한 압박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2013년의 반환점을 코앞에 두고 있다.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반드시 이겨내겠다던 출발선에서의 다짐이 약해졌다면 다시 신발끈을 조여 보자. 내친김에 위기 극복을 넘어 올해 안에 반전의 기회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먼 훗날 또다시 ‘그때 우리 참 대단했지’라고 얘기할 수 있는 역사를 만들어 보자. 우리의 클래스는 영원하다.
  • 日 국채금리↑… ‘아베노믹스’ 좌초 우려 고조

    승승장구를 거듭해 온 일본 ‘아베노믹스’의 좌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양적 완화를 통한 ‘엔저’(엔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것) 정책 등에 힘입어 일본 경제가 부분적으로 햇살을 받았지만 국채금리 상승 등으로 재정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28일 오후 6시 기준 0.906%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말 0.5% 수준에서 0.4% 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지난 23일 장중에는 1%까지 치솟기도 했다. 특히 일본은행이 양적 완화 정책을 위해 신규 국채 발행 물량의 70% 정도를 매입했는데도 국채금리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의 채무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일본의 정부부채 규모는 991조 6011억엔에 이른다. 1년 전에 비해 31조 6508억엔이나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237.9%였던 일본의 정부부채 비중이 올해 말 245.4%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정부가 평균 이자율 1%로 총 10조엔의 국채 이자를 지출한 것을 감안할 때 국채 금리가 1% 포인트 상승하면 채무 상환 비용은 2배로 불어나게 된다. 시장의 불안감은 주식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지난 23일 7.3%의 폭락세를 기록한 이후 불안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28일에는 전일 대비 1.2% 상승한 1만 4311.98로 마감했지만 장중 1만 3000대까지 떨어졌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등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가 양적 완화를 했을 때 겪게 되는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때보다 실패했을 때 우리나라에 미칠 부작용이 큰 만큼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이공계 인재 육성/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이공계 인재 육성/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창조경제에 대한 비전 선포 행사가 조만간 있게 될 모양이다. 지난 50년간의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역사인 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과거와는 다른 한국의 창조경제 모델을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심 기대된다. 박근혜 정부의 싱크 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은 창조경제의 성공 요건으로 거시경제의 안정성, 창조적 인력의 확보, 지식재산권의 보호, 융합·통섭의 연구개발과 사업화 및 인프라 구축, 창업금융의 원활한 작동, 대·중소기업의 상생구조 정착, 창의력을 저해하는 규제 철폐 등 일곱 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위에서 열거한 사항 모두 중요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창조적 이공계 인력의 양성이다. 이공계 위기를 겪는 나라의 국가경쟁력은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잇따른 여론조사에서 10~20대 남성 상당수가 이공계 진학을 꺼린다는 결과가 나오자 1992년부터 정부 차원의 대책을 강구했다. ‘이공계 기피’라는 단어가 출현한 이후 공교롭게도 20년간 세계 경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 1순위로 ‘엔지니어’가 지목되고 이공계대학의 선호도가 떨어지게 되었다. 사실 지난 10여년간 국가 전체의 연구 개발 투자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였고 그 중요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인재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생긴 것은 노력에 비해 보상이 적다는 시장논리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직업의 안정성도 문제이지만 같은 노력을 들여도 여타 직종보다 대우가 미흡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이공계 대학 재학생 중 엔지니어로 평생 남고 싶다는 사람이 3%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도 나왔다. 공기업을 신의 직장으로 여기는 나라는 창조경제의 주역이 되기는 어렵다.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모험적인 도전을 하지 않으면 누가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창조적인 이공계 인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에 성공하고 이를 통해 꿈을 이루고 실패하더라도 그것이 재기를 위한 자산이 된다면, 사회 전체의 분위기는 반전될 수 있음이 자명하다. 다음의 두 가지 사례는 창업대국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장면1. 2000년 2월 경제부처의 중견 사무관인 A는 대기업 중역으로 있는 부친으로부터 자녀의 진로에 대한 조언을 잘못 해준 점에 대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 입시 때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있는 아들에게 자신처럼 이공계 대학을 지원하지 말고 상경계 대학을 지원하고 행정고시에 도전하라고 권했던 것이다. 엔지니어로서 자신의 처지보다는 고시를 통한 입신양명이 더 좋다고 판단했지만 당시에 불어 닥친 벤처 붐과 많은 성공 사례를 보면서 아들의 진로 조언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그 부친은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장면2. 2012년 10월 유수의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개발실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는 차장 B는 세칭 일류 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런데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들이 자기를 닮아서 과학에 호기심이 많은 것 같아서 걱정을 하고 있다. 자기와 유사한 삶을 사는 아이의 미래를 상상해 보니 너무나 답답할 것 같아 차라리 아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지 않도록 학습도구나 교재 등을 사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비이공계로 진학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들이 부모보다 더 좋은 조건의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부모들의 경험에 따르면 이공계 졸업생의 경우 대부분 그런 기회가 잘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2000년대 초반 벤처 붐이 일었을 때만은 예외였다. 이공계에 많은 기회의 창이 열려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는 과거에 실패한 벤처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학생이 꿈을 갖고 도전할 수 있는 확실한 시스템으로 작동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우리 집 아이가 대학 재학 중 창업을 한다고 할 때 ‘걱정 없이 도전해 보라’고 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그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창조경제 체제에 진입한 것이다.
  • 70% 탕감책… 전액면제 파산이 낫다

    70% 탕감책… 전액면제 파산이 낫다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외환위기(IMF사태) 신용불량자’ 구제책을 놓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다른 채무자들과의 상대적 형평성은 물론 실제 구제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추가적인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크게 4개로 나눠 쟁점을 짚어 본다. ① 파산·회생이 더 낫지 않은가? 국민행복기금 때 제기됐던 것처럼 법원의 파산이나 회생절차가 부채 탕감보다 낫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파산의 경우 개인 사정에 따라 빚을 전액 면제받을 수 있지만 이번 구제안은 최고 70% 탕감책이라 어떻게든 빚은 남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채무상환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지를 가려내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채무 재조정 방식인 파산, 개인회생제도 등을 통해 빚을 탕감하고 채무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도 굳이 행복기금에 이어 임시방편식 구제방안을 내놓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② 추가 부실대출 가능성은 없는가? 이번 구제책에 따라 신용불량자 1104명의 은행연합회 연체 정보가 삭제되면 ‘신분 회복’을 한 사람들이 다른 금융기관에서 무리한 대출을 받더라도 이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대상자들에 대한 연체기록이 없어지면 신용정보 부족으로 다른 은행들이 대출을 잘못 해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들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해 금융기관 부실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③ 15년 묵은 빚 갚을 수 있나? 국가적 재난 탓에 오랜 기간 고통받은 사람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준다고는 하지만 이미 다른 채무조정 시스템이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를 볼지 의문이라는 주장도 많다. 특히 15년 가까이 갚지 못하던 빚을 어느 정도 깎아준다 해도 갚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상빈 교수는 “그렇게 사정이 어려웠던 사람들인데 기록을 삭제하고 채무를 줄인다고 해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고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④ 부실채권 처리 혼란 없을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 매입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캠코는 13조 3000억여원인 탕감대상 채무 중 이미 보유한 6조 3000억원을 제외한 6조 9000억원을 약 0.25%(173억원) 수준에 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부실채권의 성격에 따라 매입가 협상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런 지적들에 대해 “파산은 금융거래 제한 등 경제적 불이익이 남기 때문에 구제라는 취지에 맞지 않고, 추가 부실대출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연체정보를 대출심사에 활용하는 것은 원래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캠코의 채권 매입도 금융사가 오래전에 포기한 것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협조가 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위아래 사람과 신뢰 쌓는 인재가 되세요”

    “위아래 사람과 신뢰 쌓는 인재가 되세요”

    “배고픈 호랑이가 사냥을 가장 잘한다죠. 항상 겸손한 자세로 위아래 사람들과 신뢰를 유지하는 게 성공의 비결입니다.” 15일 서울대 강단에 선 ‘인도네시아 신발왕’ 송창근(55) KMK글로벌스포츠그룹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의 초청으로 일일 특강을 맡은 그는 강의실을 꽉 채운 학생 80여명에게 ‘헝그리 정신’과 더불어 부하 직원과의 믿음을 강조했다. KMK는 현지 1위 브랜드 ‘이글’ 등 5개 계열사를 거느린 인도네시아 1위 신발 제조·수출업체다. 계열사 종업원 2만여명, 연 매출 2억 5000만 달러(2780억원)에 이른다. 나이키, 컨버스 등 유명 글로벌 브랜드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으로 납품하기도 한다. 송 회장은 30세이던 1988년 인도네시아로 건너갔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니 전 재산을 털어 투자한 공장은 이미 도산했고 손에 쥔 돈이라곤 300달러(현 환율로 33만 4500원)밖에 없었다. 그는 300달러로 교포 식당의 방 한 칸을 빌려 무역중개업을 시작했다. 이어 1991년 현지 공장을 인수하면서 제조업에 본격 진출했다. 송 회장에게 국적이 다른 현지 종업원들과의 신뢰는 회사의 성장뿐 아니라 위기 극복 과정에서도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때인 1998년 나이키 본사의 주문이 끊기면서 일시적으로 어려워졌죠. 하지만 구조조정 대신 어려운 형편의 종업원 가정을 방문해 부모님께 효도하라고 격려비를 건넸고 결국 회사에 진심으로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을 얻었습니다.” 그는 “종업원들이 아프면 언제든 치료받을 수 있도록 공장에 병원도 세웠다”면서 “덕분에 이직률과 제품 불량률을 크게 줄여 생산성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또 “위아래 사람과 신뢰를 쌓으려면 일하는 역량과 인간적인 성품을 두루 갖춰야 하지만 성품이 더 중요한 덕목”이라면서 “여러분은 충분히 성공할 역량을 갖췄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는 인재가 되기 바란다”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커버스토리-불황의 사회학] 친정·시댁에 얹혀사는 스크럼 가족 급증…유통기한 임박 식료품 반값에 사

    [커버스토리-불황의 사회학] 친정·시댁에 얹혀사는 스크럼 가족 급증…유통기한 임박 식료품 반값에 사

    장기 불황의 여파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않고 함께 사는 자녀와 젊은 부부가 늘고 있고, 남들에게 보여주려는 과시 소비 제품인 자동차 역시 경차 중심으로 소비 추세가 바뀌고 있다. 대표적 빈곤 지수인 엥겔지수가 높아져 식료품 구매도 여의치 않자 소비자들은 대체 소비에 나서는 등 불황에 적응해 가는 모양새다. 경기 분당에 사는 맞벌이 주부 안모(32)씨는 2010년 아이를 낳고 지금까지 친정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결혼 전까지만 해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는 안씨는 전셋값이 너무 올라버린 현실을 보며 ‘스위트홈’의 환상을 접었단다. “부모님이 달가워하지는 않지만 육아 때문에라도 끝까지 버틸 생각”이라고 그는 털어놨다. 불황이 우리 사회 가족의 형태도 바꿔 놓고 있다. 취업난과 전·월세값 급등세가 계속되면서 2030 청년층이나 젊은 부부들이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모와 생활하는 기혼자 가구는 2000년 13만 8609가구에서 2011년 16만 652가구로 16% 가까이 늘었다. 상당수가 사업 실패나 수입 감소 등 경제적 이유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부터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일본에서 나타난 ‘스크럼 가족’이 한국에서도 생겨나는 것이다. 한경혜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경제적 필요에 의한 동거인 만큼 (이런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다”면서 “과거 미풍양속에 따른 아름다운 가족문화로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성인이 돼서도 자립할 능력이 없어 부모에게 얹혀사는 독신 자녀를 말하는 ‘캥거루족’도 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25∼44세의 ‘캥거루족’은 약 116만명으로 추산된다. 2000년 82만명에서 10년 새 40%나 늘었다. 특히 이미 독립했어야 할 35∼44세 캥거루족도 같은 기간 4만 5000명에서 17만 4000명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젊은 층의 취업과 결혼 포기가 주택시장 침체와 소비 감소, 출산율 저하로 이어져 장기불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모(38·서울 서초구 양재동)씨는 최근 대형차를 팔고 준중형 하이브리드카를 샀다. 또래 친구들이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 대형 세단 차량을 타는 것과 다른 선택이다. 이씨는 “올해 연봉이 처음으로 동결됐고 유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고심 끝에 ‘기름 덜 먹는 차’로 바꿨다”고 말했다. 불경기와 고유가가 겹치면서 차량의 선택 기준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보다 차량 유지비 등을 감안한 ‘실리’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배기량 1000㏄ 이하 경차 판매량은 2009년 14만 6174대에서 2012년 21만 6752대로 50%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형차는 78만 7319대에서 74만 987대로 5.8%, 대형차는 26만 8202대에서 25만 3964대로 5.3% 줄었다. 기아차 ‘모닝’은 올해 지난 1분기에 2만 3462대가 팔려 내수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한국지엠의 경차 ‘스파크’도 5위에 올라 불황일수록 경차가 잘 팔린다는 속설을 그대로 입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장기 불황으로 자동차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다”면서 “가격 싸고 유지비가 저렴한 경차 선호도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에 육박하는 고유가 시대가 이어지면서 자동차 연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같은 등급의 차종이라면 한 푼이라도 기름값을 아낄 수 있는 하이브리드나 디젤 차량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들어 연비가 차량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업계가 고연비 차량 제품군 확대뿐 아니라 차체 경량화 등 다양한 전략을 구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일산에 사는 주부 장모(33)씨는 비타민을 대량 해외 직구(직접구매)했다. 같은 제품을 해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국내보다 싸게 사는 직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또 최근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료품들만 전문적으로 모아 싸게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쇼핑몰도 등장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일본에서 생겨나던 임박쇼핑 트렌드가 국내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국내 소비자들이 불안하다며 거들떠보지도 않던 것들이다. 이처럼 불황의 그늘이 짙어질수록 소비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다양한 소비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또 불황으로 총 가계 지출액에서 식료품비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가계의 명목 소비지출은 323조 900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보다 4.7% 늘었다. 이 기간에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품 지출은 44조원으로 6.3% 늘어나면서 소비지출을 앞섰다. 소비 지출에서 식료품 비중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면서 엥겔지수도 13.6%로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직후인 2000년 하반기(14%) 이후 최고치다. 그만큼 가계 형편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통계청 관계자는 “장기 불황으로 가계 수입이 줄고 있지만 물가상승 등으로 먹거리 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불황의 골이 깊어질수록 엥겔지수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산업부 종합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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