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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국 정부는 예산 보따리 더 풀어라”

    “신용위기로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며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의 재무장관들은 정부 예산안을 다시 짜야 한다.” 로드리고 라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8일자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라토 총재는 “(서브프라임 파동으로 인한) 신용경색은 ‘심각한 위기’로,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세계 경제 성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로 인해 “세계 각국 재무장관들은 예산안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예상보다 위축된 경제성장을 회복하기 위해 각국이 당초 계획보다 지출을 늘리는 쪽으로 예산안을 수정,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라토 총재는 또 달러화 약세와 관련,“수년 전만 해도 달러화가 고평가됐었지만 지금은 저평가돼 있다.”면서 통화 시장의 ‘과잉 변동성’을 경고했다. 한편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달 말에도 금리를 또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이언 셰퍼드슨은 “금융경색과 부동산 시장 침체에 이어 높아지는 실업률이 FRB의 금리 인하를 가장 많이 유도할 것”이라면서 “이달 말 FRB가 금리를 다시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와코비아 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비트너도 “경제 상황이 경기 후퇴에 가깝지는 않지만 현 금융 시장에서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중앙은행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단 한 차례만 인하한 전례가 매우 드물다는 점도 이달 말 ‘추가인하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해외사설] 남북정상회담 어떻게 보나

    프랑스와 일본 등 해외 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이 핵폐기에 적극 나서기를 촉구했다. 특히 일본 신문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만 진전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회담이 ‘일본인 납치 문제’ 조기 해결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했다. ●日 니혼게이자이 3일자 “핵폐기의 단초를 보여주라” 남북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육로를 이용해 북한에 들어간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가 남북관계의 진전을 어필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예고없이 마중나가 악수를 주고받았다. 쌍방이 7년만의 우호무드를 연출한 형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향해 북한의 전면적인 핵폐기 길을 열어놓는 것이다. 한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2000년 6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 이래 두번째이다. 이번에는 휴전 상태에 있는 한국전쟁의 종결과 평화조약 체결을 위해 ‘평화선언’의 발표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측은 남북경제공동체 구상도 제기해 새로운 공업단지 개발과 철도·항만의 재정비 지원 등도 제안할 것이라고 한다. 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 앞에서 “민족의 고통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이 말 그대로 한반도의 안정을 향한 착실한 한 걸음이 될 것을 기대하고 싶다. 7년전 정상회담은 한반도 분단으로부터 55년만이라는 역사적 의의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한국내에서도 지난번과 같은 들뜬 분위기는 없고 오히려 냉랭한 분위기가 감돈다.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 대통령이 회담을 통해 남북 화해의 기운을 높여 여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게 하고 싶다는 기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화해무드의 연출이 끝나면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초래할 것이다. 북한은 지난번 정상회담 이후 미사일 연속발사나 핵실험 등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고립돼 왔다. 이번 정상회담 기간중에도 핵시설의 불능화 등을 포함한 6자회담 합의 문서를 발표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노 대통령은 핵문제를 주요 의제로 하는 것에 소극적인 것 같지만 회담에서 북한의 전면적인 핵폐기 계기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노 대통령은 한국인 납치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인 납치도 언급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번 회담이 납치 문제의 조기해결과도 연결되도록 적극 힘써주기를 바란다. ●佛 르 피가로 2일자 “희망의 정상회담” 평양에서 시작된 남북한 정상회담은 지구상의 일들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징후이다. 한반도의 통일이 현안은 아니지만 2000년 이후 처음 재개되는 이번 정상회담은 역사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진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웃국가들을 위협하기보다는 (국제평화를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점을 이해한 것 같다. 북한은 지난 2월 핵시설 폐기의 원칙을 받아들인 데 이어 7월에는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봉인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대한 성공으로 여길 수 있는 사례가 눈앞에 펼쳐 지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아시아의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이 (평화의) 대열로 복귀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폐기가 실행되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한 첫 핵 보유국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신뢰가 구축되려면 아직 길이 멀다. 김정일 위원장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가 명단에서 삭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야만 북한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지원을 받아 정권 와해를 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려면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성의있는 의지를 입증해 보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 평균나이 24세…장수생이 사라졌다

    평균나이 24세…장수생이 사라졌다

    두꺼운 책을 안고 종종걸음을 치는 미니스커트 차림의 20대 여성. 수험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는 영화나 음악, 친구들과의 수다로 푼다. 고시공부에 몰두하기 위해 몇년 동안 학교를 휴학하기도 하고, 비용은 부모님께 전적으로 의지한다.2007년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고시생의 모습이다.1차시험 유예제도가 없어지고 토익·토플이 도입되는 등 시험 방식이 바뀌면서 고시생들의 초상도 크게 달라졌다. 서울 출신의 수도권 소재 대학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너저분한 운동복에 담배와 술로 찌든 30대 후반의 장수생, 고향을 떠나 홀로 고학하는 고시생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설문조사에 나타난 2007년 서울 신림동 고시촌 고시족들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우수 여학생 몰리면서 여성 비율 크게 늘어나 응답자 가운데 남자와 여자 비율이 거의 1대1에 이르는 등 최근 고시 합격자의 여성 강세 추세가 학원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시험별로는 사법시험은 남녀 비율이 80명대 58명으로 남자가 많았다. 그러나 행정고시는 51명대 54명으로 비슷했고, 외무고시는 8명대 23명으로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여성합격자 비율이 사법시험 37%, 행정고시 44%였고, 올 외무고시에서 여성합격자의 비율이 67%를 차지한 것과 비슷한 결과를 반영해 눈길을 끌었다. 한림법학원의 조대일 부원장은 “실제로는 한 교실에 여학생이 40%정도 된다.”면서 “사법시험 1000명 시대와 IMF 외환위기가 맞물리면서 우수한 여학생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고시를 준비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고시생 대다수가 학업을 중단한 채 고시공부에 매달리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90%(245명)가 휴학생이거나 졸업생인 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일단 고시에 합격해놓고 졸업해야 한다는,‘졸업후 실업’상태에 대한 불안심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 중 기혼자는 6명에 불과했다. 이들 6명은 모두 사법시험 준비생으로 사법시험이 행정·외무고시와 달리 나이제한이 없는 자격시험으로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는 수험생들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성비는 남자 4명, 여자 2명이었다. ●시험규정·방식 변경으로 장수생 사라져 요즘 고시생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젊어졌다는 점이다. 평균 나이가 24세로,2006년 행정고시 합격자 나이인 26.3세(남녀평균)보다 2살 정도 낮아졌다. 일찍부터 고시공부를 시작하는데다, 시험방식이나 규정이 바뀐 것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는 2005년부터 행정·외무고시에서 1차 시험 합격자 유예제도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영어과목이 토익, 토플 등 공인영어시험으로 대체된 것도 장수생들의 이탈을 부추겼다. 고시공부에 드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높아진 것도 장수생을 사라지게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방대생 거의 ‘0’…외고출신 약진 신림동 고시촌 고시생들은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태어났고 출신대학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생지역을 묻는 질문에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126명으로 45%를 차지했다. 출신대학은 수도권이 172명으로 63%를 차지했다. 반면 지방대학 출신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단 8명(3%)뿐인 것으로 나타나 지방대 출신은 고시촌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합격생을 많이 배출하는 일부 지방대학교는 자체적으로 고시반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 고시학원 강사는 이에 대해 “고시생의 80%가 서울의 주요대학 출신이다. 최근엔 학원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데다가 지방대생은 경제적인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그만큼 고시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어고 등 특목고의 약진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응답자의 70%인 190명이 일반고 출신이었지만 외국어고 출신이 43명으로 전체의 16%를 차지했다. 여기에 과학고, 국제고 출신도 각각 1%나 됐다. 고시생들의 고등학교 때 석차는 절반 이상인 152명이 전교 10등 이내에 드는 최고 우등생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교 1∼5등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5%(96명),10등 이내라는 응답자는 20%(56명)였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안락의자’ 앉은 정부

    ‘안락의자’ 앉은 정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강경식 경제부총리는 “펀더멘털은 괜찮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한국호’를 부도직전까지 몰고 갔다.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국제금융이 요동치고 세계 경제가 살얼음을 걷는데 정부는 ‘필요시 적절한 조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위기불감증이라도 걸린 듯하다. 김용덕 금감위원장은 21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문제로 불안해 하고 걱정하는데 (미국과는)상황이 다르고, 우리는 지난해부터 선제적으로 부동산 대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관리해왔다.”며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거듭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정부지출의 제한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내년 예산을 7.9% 늘렸다. 그러면서 팽창예산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달러화 약세로 환율하락이 예상돼 수출전망은 불투명하고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정부가 제시한 내년 경제성장률 5% 달성은 불투명한 데도 여전히 큰소리만 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20일 미국의 금리인하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증시도 반등했고 미국의 실물지표도 안정감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1회성 극약처방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세계경제의 상황을 보는 시각이 심각하다. 인플레이션 가속과 미국 경기의 후퇴, 이에 따른 달러가치 급락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물가는 오르면서도 경기는 후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한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1일 의회 청문회에서 현재 상황을 ‘신용위기’라고 표현했다. 로드리고 라토 IMF 총재는 “신용경색 여파로 세계경기가 둔화돼 지구촌 경제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8월 중 경기선행지수는 최근 6개월 내 최대폭인 0.6% 하락했고 고용지표와 소비심리도 위축됐다.OECD와 주요 투자은행들은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미 월스트리트 저널은 “부실대출의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미 주택 값은 3%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주택시장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버냉키 의장은 추가적인 금리인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시장 불안도 커지게 된다. 미 금리인하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달러화 약세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먼저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가속화, 수출전망을 어둡게 하고 달러화 표시의 자산가치 하락으로 국제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해 자본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게다가 국제유가가 달러화로 거래되는 만큼, 산유국들이 달러화 약세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유가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경제상황을 낙관해서는 안 되며 예산도 보수적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은 7.9%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경상성장률 7.3%보다 높다. 조세수입만으로 예산지출을 충당하지 못해 국채도 8조원 이상 발행해야 한다. 지난 6월 OECD는 “한국의 재정은 적자가 확대되는 만큼 정부 지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IMF도 “고령화가 대규모 재정압박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향후 몇년간은 증세보다 세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올해 300조원을 돌파한 뒤 내년에는 313조 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백문일 박찬구기자 mip@seoul.co.kr
  • “세계 경제 불안” 경고음 커진다

    지구촌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하하면서 ‘유동성 공급’을 늘렸지만, 경기후퇴 가능성을 알리는 실물경제지표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는 FRB의 금리인하로 세계 주식시장은 일단 호전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가속과 미국 경기의 후퇴, 이에 따른 달러가치 급락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21일 전했다. 물가는 오르면서도 경기는 후퇴하는 ‘스태그플레이션’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FRB 금리인하 불구 `경기후퇴´ 경제지표 속출 이같은 경고는 실제 시장에서 나타났다. 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인하하는 등의 조치로 유동성을 늘리자 달러 가치는 유로화 대비 사상 최저치 경신 등 원화와 엔화 등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신용불안이라는 비상 상황은 봉합했지만 잉여자금이 넘치는 상황이다. 이런 잉여자금은 원유시장이나 금, 구리, 은 등 자원시장으로 흘러들어 투기적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원유가격 등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인플레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FRB가 금리인하로 급한 불을 껐지만 경기후퇴 속의 인플레 우려라는 새로운 불씨를 키우는 셈이다. 경제지표들도 좋지 않다.19일 발표된 8월 미국 주택착공은 2.6%가 감소해 12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3∼6개월 앞의 경기 상황을 가늠케 하는 미 경기선행지수도 8월에 0.6% 하락,6개월 사이에 최대폭을 기록하며 “경기가 더 악화될 징조”로 해석됐다. 특히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미국 모기지 연체·주택압류 비율 높아질듯 세계적인 경제 지도자들도 앞다퉈 경고음을 내고 있다.로드리고 라토 국제통화기금(IMF)총재는 20일 신용시장 혼란 여파가 올 4·4분기에도 일부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등 “세계경제가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18년간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명성을 날리며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발언을 해 온 앨런 그린스펀 FRB 전 의장도 20일 미 주택가격의 하락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미국 경제가 침체로 갈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주택가격이 3% 떨어졌지만 현재도 더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벤 버냉키 현 FRB 의장도 신용위기가 ‘중대한 스트레스’를 야기했다면서 “최악의 모기지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주택가격이 하락추세인데다 최근 주택자금을 빌린 많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자들이 금리를 재조정하는 초기단계라 모기지 연체와 주택압류 비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그의 이같은 발언은 추가 금리인하 시사로 받아들여져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워주고 있다.이춘규기자 taein@seoul.co.kr
  • [중계석] 동아시아, 서브프라임 성역 아니다/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 교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66·와세다대 교수) 전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19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사태가 동아시아에 10년 전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달러는 계속 떨어질 것이며 지속적으로 유럽 등 주변 국가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이날 오전 옥스퍼드대학·중국사회과학원 등이 베이징대에서 주최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개편’ 심포지엄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대단히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음에도 IMF가 아직 아무 일도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미국만의 문제로 그칠 일이 아니기 때문에 IMF가 각국 중앙은행의 협력을 강화해 집중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이후 구체적 대안까지 내놓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공직자 시절이던 1995년 중반 엔고에 대한 기민한 대응으로 ‘미스터 엔’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IMF가 폐쇄적인 관료조직과 후진적인 의사결정체제로 세계 금융 시스템을 이끌어가는 데 많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시아통화기금(AMF) 창립 필요성도 역설했다. 한편 그는 한국 특파원단과의 일문일답에서는 “중국인들이 도박을 하듯 주식을 하고 있다.”면서 “버블이 터지면 중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큰 충격을 던져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일방적인 무역흑자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하나의 전세계적인 구조에 의해 형성된 것이어서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한국의 샌드위치론’에는, 도리어 “한국 기업의 성장이 일본에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인도를 예로 들면 한국의 삼성이나 LG, 현대가 아주 공격적으로 잘 해나가 일본 기업보다 훨씬 낫다.”면서 “그래서 일본에서는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이지운 특파원 jj@seoul.co.kr
  • “한국정부 돈놀이가 외환위기 불렀다”

    “당시 한국은 갖고 있던 외환보유고로 ‘돈놀이’를 하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결국 환란사태를 초래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1997년 일어난 한국의 외환위기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17일(현지시간) 발간한 회고록 ‘격동의 시대:새로운 세계에서의 도전’에서다. ●“외환보유고, 은행에 팔거나 빌려줘”그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 미국은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250억달러(약 23조 2700억원)로 아시아의 금융위기에 맞서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당시 우리가 몰랐던 것은 한국정부가 외환보유고를 갖고 ‘돈놀이’(playing game)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털어 놨다. 이어 “한국 정부는 비밀리에 외환보유고의 대부분을 민간은행에 팔거나 빌려 줬으며 그것으로 인해 ‘악성대출’을 더 많이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그해 11월 일본은행 고위간부가 전화를 걸어와 ‘댐이 붕괴됐다.’면서 일본은행이 한국에 대출한 수백억달러의 차관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고 한국이 다음 외환위기 대상이 될 것이라고 알려 왔다.”면서 “그것은 충격이었다.”고 회고했다.●“한국 제2의 환란사태 없을 듯” 한편 그린스펀 전 의장은 한국, 싱가포르, 타이완, 홍콩 등 ‘아시아의 네마리 호랑이’들이 10년 전 외환위기에 비해 외환보유액 부족을 적극적으로 개선했고 달러에 대한 고정환율제도를 폐기함으로써 과거와 같은 경제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내다봤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투기자본과 자산公의 상식 밖 거래 조명

    지난 10년 동안 외환위기의 풍파 속에서 투기자본은 아파트나 중소기업 공장 등 소규모 부실채권에까지도 손을 대 닥치는 대로 싹쓸이했다. 선진금융기법이라는 이름 앞에서 우리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는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10주년을 맞아 KBS 1TV ‘시사기획 쌈’은 17일 오후 11시30분 ‘부실채권 국제매각의 진실’을 방송한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운용하고 회수하는 임무를 맡았던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투기자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KBS 탐사보도팀이 파헤친다. 특히,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HSBC에 매각하여 10년 동안에 걸친 한국에서의 자본투기를 마무리하고 철수하려는 상황에서 벌어진 부도덕성과,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투기자본 사이에 있었던 상식 밖의 거래 등도 자세히 전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부실채권 국제매각 때 금융기관으로부터 사들인 인수비용보다 훨씬 싼 값에 투기자본에 넘기는 이해할 수 없는 거래를 한다. 투기자본과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상식을 넘는 밀월관계는 부실채권 국제매각 실시 전후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핵심 실무직원들이 이들 투기자본으로 스카우트되었다는 데서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쌈’은 국내 사정에 어두운 외국 투기자본들이 어떻게 부실채권들을 추심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그것은 우리 정부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구미, 한가위가 더 서럽다

    구미, 한가위가 더 서럽다

    국내 최대 전자공단인 구미공단.1969년 착공돼 1970년대 초반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이 공단은 수출 한국의 첨병 역할을 했다.1,2,3공단과 조성 중인 4공단을 포함하면 모두 2475만여㎡에 이른다. 그동안 ‘한국 산업의 허파 역할’을 하던 구미공단에 파열음이 들린다. 삼성전자 구미기술센터가 공사를 중단하고 LG전자도 구조조정을 했다. 공단의 이상 징후가 구미 전체로 번져 불꺼지는 상가들이 잇따르고 있다. 추석을 보름정도 앞두고 구미공단을 찾아 현지 사정을 살펴봤다. ●추석 특수 옛말… 회식 고객 거의 없어 “구미도 이제 좋은 세월 다 갔습니다. 근로자들이 잇따라 길거리로 쫓겨나고 있는데 삼성마저 투자를 안 한답니다.” 12일 경북 구미1공단에서 만난 편의점 주인 아주머니는 요즘 장사가 잘 되느냐는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갈수록 조금씩 나아져야 하는데…, 앞으로 월세 내는 것도 버거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기자라고 밝히자 “삼성이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긴다면서요. 기술센터인지 뭔지는 정말 안 짓는 겁니까.”라며 오히려 질문을 쏟아냈다.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53)씨는 “예전엔 추석을 앞두고 회식 예약이 너무 많아 어쩔 줄 몰랐는데 요즘은 회식을 하는 회사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어쩌다 단체 손님이 오더라도 간단한 식사만 하고 간다. 추석 특수도 옛말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날 구미시청에서는 구미시와 구미상공회의소, 구미경실련 등 시민단체, 경제단체 실무자들이 모여 삼성전자 구미기술센터 건립 재개를 위한 대책회의를 갖는 등 온통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미기술센터 공사에 300억원이나 투입됐다. 회사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공사를 재개할 것으로 알고 있다.‘삼성전자가 구미에 더 이상 투자를 안 한다.’ 등은 루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년 전만 해도 구미는 전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도시였다. 주민 평균소득 1인당 2만 8000달러로 전국 242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고였다. 또 단일 공단 최초로 단지 내 기업들이 한 해 수출 3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여기에다 인구가 매년 1만명씩 늘었고 시민 평균 연령이 30세로 ‘주민 젊음지수’ 1위였다. 구미의 이상 징후는 2005년 말부터 보였다. 구미상공회의소 김종배(50) 조사부장은 “2005년 하반기부터 문을 닫는 기업이 나오는 등 구미공단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18개월 연속 구미공단 근로자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구미공단 근로자는 7만 3000여명. 이는 2004년 6월 이후 최저치이며 가장 근로자가 많았던 2005년 10월에 비해 7000여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최근 2년새 금강화섬, 한국전기초자,LS전선, 동국방직, 두산, 오리온전기, 코오롱,KEC 등 10여곳의 구미공단 기업체가 회사문을 닫거나 직원 구조조정을 했다. ●1000여개 입주업체 중 780곳만 가동 최근에는 구미공단의 기둥인 LG전자가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삼성전자도 임원급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1000여개 공단 입주업체 중 가동중인 곳은 780여곳에 불과하다. 이런 와중에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구미에 본사를 둔 업체 중 98개가 중국으로,15개가 동남아로 진출했다. 삼성전자도 중·저가 휴대전화 생산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베트남에 대규모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노동부 구미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는 올 들어 7월 말까지 7400명이 새로 실업급여를 타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 5364명보다 37.9%나 증가한 것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구미혁신클러스터추진단 경영지원팀 최정권(43) 과장은 “요즘 구미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면 국제금융위기가 왔던 IMF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대기업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납품 단가를 낮추다 보니 중소기업인 협력 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구미공단의 이같은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구미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3·4분기 구미공단 제조업체의 기업경기 전망지수에 따르면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93으로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외부요인보다 노사분규 등 내부요인 더 심각 구미상공회의소 김 부장은 “앞으로 구미공단이 옛 영광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환율 하락 등 외부 요인보다도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꺾는 비정규직보호법, 노사분규 등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유흥가 등 구미 전체 상가들도 불황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도우미들의 위험수위 노출로 인기(?)를 끌었던 ‘구미식 노래방’의 원산지인 구미 원평동 금오시장 일대도 노래방들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업주 이모(47)씨는 “2∼3년 전만 해도 이곳은 노래방과 모텔 등으로 불야성을 이루었다.”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어 업소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 일대 모텔 20여곳 중 절반 이상이 경매에 넘어갔다.”고 귀띔했다. 구미 신도시 인동의 모 호텔 내에서 단란주점을 하는 정모(43)씨는 “공단 기업들의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눈에 띄게 손님이 줄었다.20여명의 아가씨를 고용하고 있었으나 최근 절반 정도로 줄였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고 말했다. 4년째 구미에서 대리운전을 한다는 김모(39)씨는 “요즘 대리운전을 부르는 사람이 줄었다. 경기가 나빠져 술 마시는 사람이 그만큼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느냐. 추석 때 고향에 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구미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WBA라이트플라이급 세계챔피언 김주희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WBA라이트플라이급 세계챔피언 김주희

    “발톱 모으기가 취미죠. 히히히.” 앳된 처녀의 고운 입에서 나온 대답이라곤 정말 상상 밖이었다. 무슨 ‘본 콜렉터’도 아니고…. 그럴 만한 사연이 있겠지. 지난해 11월이었다. 오른쪽 엄지발가락에서 시작된 염증이 어느새 발목까지 퍼졌다. 나중에는 온몸에 고열까지 생기는 등 증상이 심해졌다. 워낙 낙천적 성격인 데다 아버지 병수발 등으로 차일피일 미룬 것이 화근이었다. 감당해 내기가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혼자 끙끙 앓았다. 그러던 어느날 ‘그래, 저 산꼭대기에 오르는 거야. 그럼 하느님이 낫게 해주시겠지.’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곧바로 서울 도봉산으로 향했다. 막상 산을 오르려니 이날따라 초겨울 찬 바람과 오른쪽 발·다리 통증으로 인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운동화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산을 타기 시작했다. 절룩절룩, 걷다가 풀썩 주저앉고 또 주저앉고…. 그러기를 여섯시간 만에 겨우 정상에 다다랐다. 평소 같으면 두 시간도 채 안 걸리는 높이였다. 몸은 지칠 대로 지쳤고 정신이 몽롱해져 한참을 드러누웠다. 그러면서 ‘하느님이 있다면 제게 의지를 주십시오. 제발 몸을 낫게 해주십시오.’라고 간절히 염원했다. 잠시후 몸을 일으켜 앉았다. 이때였다. 눈앞에 ‘복서’라는 글자가 크게 들어왔다. 아니?! 갑자기 기운이 생기면서 그쪽으로 절뚝절뚝 걸어갔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봤더니 그것은 ‘북서, 남서’라는 방향표지판 글씨였다.‘북서’를 ‘복서’로 착각했던 것.‘피식’ 하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어 허공을 향해 “그래, 나는 복서야 복서, 죽어도 링에서 죽을 거야.”라고 크게 외쳤다. 비로소 ‘복서는 나의 운명’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받는 순간이었다. ●‘골수염´ 딛고 따낸 세계챔피언 그는 이날 등산객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산을 내려왔고 이튿날 병원에 입원했다. 골수염으로 발가락 뼈를 잘라내는 등의 수술을 받았다. 하루 20㎞ 이상 달리는 심한 훈련 등으로 염증이 생겼던 것. 이로 인해 빠진 발톱을 자주 찾다 보니 취미가 됐다. ‘얼짱’ 효녀복서로 알려진 김주희(21)가 바로 주인공이다.2004년 12월 최연소 나이로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세계챔피언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이후 파죽지세로 3차방어까지 성공한 그는 지난달 24일 세계권투협회(WBA) 라이트플라이급 초대 챔피언 결정전에서 일본의 사구라다 유키를 TKO로 이겨,IFBA와 WBA 양대 기구를 석권하는 또 한번의 대기록을 세웠다. 그는 이날 경기가 끝난 직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다시 링에 올라선 제가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라며 한동안 울먹여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5개월 동안 250여회 연습스파링 등의 고된 훈련, 이로 인해 발톱이 빠지고 뼈를 잘라내는 수술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링에 오른 일, 또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극진히 병수발하는 숨은 효행 등이 자연스럽게 알려졌다. 보통 또래 같으면 대학생활의 낭만을 한참 즐길 나이였기에 이런 사연은 안타까움과 진한 감동으로 전해졌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체육관에서 흔치 않은 인생 드라마의 주인공을 만났다. 체육관 입구에는 ‘작은거인 김주희 세계 챔피언 획득’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는 시합 뒤에 따르는 회복훈련을 하는 중이었다. 첫인상이 복서라는 느낌은 전혀 안들었다. 화장기 없는 ‘생얼’에 모자쓴 모습이 영락없는 평범한 20대 초반의 앳된 처녀였다. 화장을 안 하느냐는 질문에 “화장품도 없고, 또 화장할 줄도 몰라요. 피부가 하얀 것은 새벽에 운동해서 그래요.”라는 즉답이 돌아온다. 그런데도 얼짱이라고? 눈치를 챘는지 “얼짱이라는 말에는 ‘얼짱구’와 ‘얼짜증’도 포함돼 있어요.”라고 재치있게 웃어 넘긴다. ●“얼짱요? 얼짱구 아닌가요?” 몸상태가 어떤지 궁금했다.“발가락 절단수술로 근력이 떨어지다 보니 걷는 게 힘들어 제대로 운동을 못하고 있어요.”라면서 “지난번 시합 때 발가락 부상 부위를 피해 복사뼈 쪽으로 복싱 스텝을 밟다가 오른쪽 발목 인대가 늘어났어요. 요즘 인대를 조이는 운동도 병행하고 있지요.”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사의 거듭된 권유로 인대수술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선천적으로 빈혈이 조금 있었지만 요즘에는 많이 나아졌다고 덧붙였다. 수술하면 아버지 병수발은 어떻게 하느냐고 했더니 “깁스하고서라도 해야죠. 또 직장다니는 언니도 있고요.”라고 대답했다. 그의 부친은 IMF 외환위기때 실직과 이혼을 겪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혈압과 당뇨가 심해졌다. 심지어 뇌경색으로 여러번 쓰러져 현재 말도 제대로 못하는 중환자 신세다.. 김주희는 이런 아버지를 손수레에 태우고 일주일에 2∼3차례 꾸준히 병원엘 다녀 동네에서는 소문난 효녀로 칭찬받는다. 아울러 그는 세계 챔피언이 된 뒤 대학(대학원까지 장학생 혜택)에 들어갔고 얼마 전에는 가난한 셋방살이에서 8평짜리 장애인 아파트로 이사를 하는 등 가장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링은 사실상 삶의 전부나 다름없는 셈이다. “원래는 육상선수였어요. 솔직히 육상보다 더 거친 복싱을 좋아하게 될 줄 미처 몰랐지요. 중학1년 때 말수가 점점 적어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저를 보고 언니가 불쑥 복싱을 권유하더군요. 그래서 언니가 주유소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할 때 그 옆 복싱 체육관에서 시간을 보내게 됐지요.” ●저돌적 기교파, 복부공격이 특기 이렇게 해서 복서의 길로 들어선 그는 때마침 당시 관장(현 정문호 스프리스체육관장)의 배려깊은 지도로 이어지면서 숨은 재능과 실력이 일취월장, 발전을 거듭했다. 김주희 자신도 복싱에 재미를 붙여 하루 다섯 시간 이상 잠을 자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지독한 연습벌레가 됐다. 중3 때 프로테스트에 무난히 합격했으며 고1 때인 2001년 6월 일본의 사와이미와 선수와 시합(무승부)을 통해 정식 프로선수로 데뷔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그는 중학생 때부터 교내매점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충당하면서 자립심은 물론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근성을 스스로 길렀다. 이후 2002년 9월에는 첫 KO승을, 그리고 11월에는 이인영 선수에게 첫 KO패를 당하는 쓰라림을 맛보았다.2003년 3월 국내 플라이급 챔피언에 오른 데 이어 2004년 12월 드디어 IFBA 주니어플라이급 세계챔피언에 등극했다. 지금까지 12전 10승 1무1패(3KO)의 전적이 말해주듯 저돌적으로 파고드는 기교파. 특히 여자선수가 하기 힘든 복부 가격을 주특기로 한다. “흔히 복싱을 무식한 운동이라고 하잖아요. 맞아요. 몸을 사리지 않고 그저 열심히만 하기 때문이죠. 자격증도 어렵게 따야 전문가가 되잖아요. 저는 세상을 살면서 성실이 최상의 무기라고 생각해요. 잘하지 못하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는 못당해요.” IFBA와 WBA 등 두번에 걸친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오르면서 김주희는 더욱 성숙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프로는 방어가 아닌 다양한 공격을 통해 관중들에게 이것저것 많은 재미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나름대로의 복싱철학을 피력했다. 아울러 “모든 시합에서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반은 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차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은퇴시기를 언급하자 “도봉산 꼭대기에 있는 방향 표지판의 ‘북서’글씨가 제대로 보일 때가 아니겠어요.”라며 활짝 웃는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86년 서울 출생. ▲2005년 영등포여고 졸업. ▲01년 프로데뷔. ▲03년 한국 플라이급 챔피언. ▲04년 한국주니어플라이급 챔피언,IFBA 주니어플라이급 세계챔피언. ▲06년 IFBA 주니어플라이급 3차방어 성공. ▲07년 8월 WBA라이트플라이급 세계챔피언. ▲현 대전중부대학교 엔터테인먼트학과 2학년 재학중. ▲전적 12전 10승1무1패(3KO승).
  • “내년까지 세계경제성장 하향 예상”

    로드리고 라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위기로 인해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 전망이 하향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로이터 통신은 7일 라토 총재가 이탈리아에서 열린 경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내년 기준 성장전망에 대한 하향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의 유동성 위기가 내년 전세계 경제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 발언을 전했다. 그는 하향 조정이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 가장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나 유로존과 일본에서도 일부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면서 충격의 강도는 시장 불안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파동 이후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회복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이머징마켓도 신용경색 우려에 따른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이머징마켓 성장 전망은 여전히 양호하다고 말했다.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대선주자 25시] 문국현 前유한킴벌리 사장

    [대선주자 25시] 문국현 前유한킴벌리 사장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가 자동차 안을 맴돈다. 새벽 6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탄 승용차는 경부 고속도로 하행선을 달린다. 서울에서 대구로 가는 길. 잠시 곤한 잠에 빠졌던 문 전 사장이 눈을 뜬다.“공부해야 할 게 많아서요. 시간 날 때마다 준비를 해야….” 부스럭 부스럭 서류 뭉치부터 펼쳐든다. 문 전 사장의 대선 행보는 조용하다. 선거가 넉 달도 안 남은 시점. 토론과 면담으로 선거운동을 대신한다. 짬날 때마다 공부가 필요한 이유다. 지난달 29일 대구 일정도 대구염색공단 방문 외에는 특별한 게 없다. 정치인들이 즐기는 언론홍보용 이벤트도 없었다. 대개 정치인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그림 만들기´에 열중하게 마련이다. “언론에 노출이 덜 되더라도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조하는 곳부터 들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디자인·패션 산업은 한 해 6조∼10조원의 가치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문 전 사장은 당연한 일이란다. ●항상 공부하는 자세 참모들이 답답해할 법도 했다. 그런데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땀 흘리고 악수하는 이미지 메이킹보다는 철저히 내용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감동하고 운명을 걸 수 있는 거고요.” 한 자원봉사자가 활짝 웃음을 보인다. 문 전 사장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불과 일주일만이다. 그는 지난달 23일 ‘희망 제안´행사로 대선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지난 1일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3.3% 지지를 얻어 범여권 대통령 후보 적합도 6위를 차지했다. 여야를 불문한 전체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1.9% 지지도를 기록했다.‘일주일짜리’정치인이 10년 이상 정치권에 몸 담은 대선주자들을 제쳤다. 문 전 사장은 기존의 정치공학 구도를 버렸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가 민주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독자레이스에 나섰다. 정책과 비전으로만 승부하겠다고 했다. 무모해 보인다. 그러나 측근들 반응은 다르다.“문 전 사장이 추구한 뉴패러다임 경영도 남들은 무모하다고 했습니다. 유한킴벌리가 IMF 외환위기시절 4조 2교대제와 평생학습체제를 구축했을 때 미친 짓이라고 했죠.” 고원 공보 실장의 말이다. 현재 ‘문국현식’ 경영혁신 사례는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 전 사장측이 내세운 장점은 ‘경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같다. 하지만 내용은 많이 다르다. “이 후보와 문 전 사장은 말단 직원에서 시작해 사장에 오른 신화적 존재라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다만 한사람은 대기업적 마인드로 토목경제밖에 모르지만 다른 한 사람은 중소기업적 마인드로 환경과 사람을 위한 경영을 해왔죠.” 고 실장이 목소리를 높인다. ●“가짜경제 vs 진짜경제의 대결” 문 전 사장은 희망포럼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중소기업 문제·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보여왔다.“미국 상장 가치만 30조원 이상 가는 대기업 대표로서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말로만 중소기업과 서민을 외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중소기업 입장에 서서 행동하는 사람은 적죠.”라고 말하는 고 실장 목소리에 자신감이 배어 있다. 민주신당 원혜영·이계안 의원도 문 전 사장의 이런 장점에 주목했다. 둘은 지난달 24일 “이번 대선은 건설중심·재벌중심 가짜경제와 사람중심·중소기업중심 진짜경제의 대결”이라며 지지를 선언했다. 범여권 대선주자들도 그에게 우호적이다. 천정배 의원은 “큰 틀에서 정치적·정책적으로 연대해 나가자.”고 했고 신기남 의원도 “문풍과 신풍이 함께 통풍을 만들자.”고 요청했다.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도 ‘문국현 영입론’을 제기했다. 연일 주가 상승이다. 그러나 아직 그가 누군지 모르는 유권자가 많다. 범여권 경선 국면 속에 자칫 존재감이 사라질 수도 있다. 세는 약하고 장애물은 널려 있다. 그래도 문 전 사장은 태연하다. 그렇다고 특별한 비책이나 깜짝 전략은 없다고 했다. “정치공학을 털어내겠습니다.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알리다 보면 국민들이 알아줄 날이 올 겁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래도 구체적인 홍보전략이 필요한 게 아니냐고 묻자 “명사들과의 대담과 토론, 생산현장 방문, 인터넷 사이버 활동 이 3가지에 주력하려 한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돌아왔다. ●“치장보다 실천적 삶이 중요” 수행을 맡은 김재현 건국대 교수가 부연했다. “실천적 삶이 중요하지 치장은 중요하지 않습니다.24년을 중소기업과 사회개혁을 위해 운동하고 비정규직을 지키기 위해 일한 이력을 국민들이 알고 나면 바람이 불 겁니다.” 문 전 사장은 끝까지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고 했다. 권력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항간의 지적은 단호히 부정했다.“세계를 무대로 하는 대기업을 운영하던 사람이 회사를 버리고 나올 때는 큰 결단이 필요하다. 과연 한국에 누가 이런 결단을 한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2일 지지조직인 ‘창조한국’을 출범시켰다. 본격적인 대선행보 시작이다. 그가 제시한 정치적 ‘데드라인’은 추석 연휴가 끝나는 시점. 그때까지 의미있는 지지율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 민주신당·민주당 후보와 협상이 가능해진다. 범여권 단일후보로서의 길이 열린다. 남은 시간은 한 달이 채 안 된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외환위기 10년 그리고 오늘’… 계간 ‘황해문화’ 특집

    외환위기 후 10년째다. 지난 시간, 한국 사회는 신산했다. 신산한 사회가 생산한 극과 극의 이미지는 언어마저 양극화했다. 한편에선 ‘홈리스’가 거리에 넘쳐나고,‘신용불량자’가 울부짖으며,‘청년실업자들’이 끝없이 좌절한다. 다른 한편에선 ‘럭셔리’가 시장표를 몰아내고,‘웰빙’이 문화적 대세이며, 명품시장은 불황 없는 성장일로다. 계간 ‘황해문화’ 가을호가 ‘외환위기 10년 그리고 오늘’이란 특집기획을 마련했다.‘황해문화’의 분석을 빌려 ‘1997년 그때’와 ‘2007년 오늘’ 사이, 한 가상의 50대 초반 남성 가장이 살아온 풍경을 스케치해 본다. #풍경1,‘A공화국’과 명품열풍 홍길동씨는 누구나 선망하는 A그룹 계열 회사에 근무하다 명예퇴직했다. 외환위기 10년이 지난 지금 A그룹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2005년 투자액이 총 14조 1000억원으로 8대 재벌의 투자총액 33조 4000억원의 42.4%를 차지했다(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A그룹은 인재 블랙홀로도 유명하다.“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출신 7명, 국무총리와 장관 출신 9명이 A그룹의 인적 네트워크에 속해 있던 적도 있다.‘A그룹 인력으로 국무회의도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이나,A그룹의 지배력이 경제영역을 넘어 정치·사회·문화 영역으로까지 확대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김상조).” 작년엔 큰딸을 미국으로 유학보냈다. 명문대 졸업장이란 명품 획득에 실패한 딸은 구두, 가방, 옷 등 패션 명품을 닥치는 대로 샀다.‘짝퉁이라도 명품을 들고 다녀야 안 꿀린다.’며 돈이 없을 때도 브랜드만은 포기하지 않았다.“젊은 세대가 명품에 더 집착하는 것은 이들이 교육에 대한 희망을 더 빨리 버리게 된 것과 연결돼 있고, 명품 열풍은 실제로 상류층이 아니면서도 상류층의 표지를 공유하고자 하는 열망에 기반을 두고 있다(정준영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는 어떤 학자의 분석도 홍길동씨를 서글프게 했다. #풍경2, 우울한 청춘과 ‘기러기 아빠’ 홍길동씨는 딸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홍길동씨는 “지금 실업자인 사람과 조만간 실업자가 될 사람, 세상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박민규 ‘갑을고시원 체류기’).”고 믿었다. 자칫하면 딸도 “가짜 아디다스 추리닝을 입고 옆구리에 비빔면을 낀” 채 쏘다니거나,“뿌린 이력서가 거의 이백장에 가깝지만 여전히 도시 변두리에서 ‘찌라시’를 붙이고 다니는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김애란 ‘성탄특선’)”이 될 거란 생각에 홍길동씨는 두려웠다. 홍길동씨는 반강제로 딸을 유학보내고 기꺼이 ‘기러기 아빠’가 됐다. 중국어와 영어를 모두 배울 수 있는 곳이란 판단에 싱가포르를 택했다. 외로웠지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올 10월이면 로드리고 데 라토(58)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자녀 교육 때문에 임기 1년 6개월을 앞당겨 조기 사퇴한다지 않는가. 홍길동씨는 “‘기러기 아빠’는 생계책임자 ‘아빠’가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에 얼마나 성공적으로 세계적 수준의 자녀 키우기를 할 수 있는,‘능력있는 아빠 노릇’의 기표이자 월드클래스를 향한 한국사회 욕망의 기호(조은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라 생각했다.2006년 통계청 조사결과 ‘직장, 학업 등의 이유로 배우자나 미혼자녀가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가구주 가족’이 국내외를 합하면 전체 가구의 21.2%나 됐고,98년부터 2004년까지 초등학생 해외유학도 30배 증가했다(조은). #풍경3, 급증하는 자살률과 비정규직 홍길동씨는 모처럼 KTX를 탔다. 부산에 계신 어머니를 뵈러 가는 중이었다. 홀로 지내시는 어머니는 요즘 부쩍 쓸쓸해하신다. 외환위기 후 10년 동안 자살률이 2배 이상 급증했다는 말이 들린다.1993년과 2005년 사이 60대 이상 자살률은 3배,85세 이상 자살률은 5.3배 뛰었다고 한다. 외환위기 이후 사회적 지지망이 취약하고 소득분배가 불평등한 계층일수록 자살률 증가가 두드러졌다(신동준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우리 어머니도? 설마’, 홍길동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밀양역을 출발하던 KTX가 급정거했다. 열차 문에 승객 발이 끼인 걸 모르고 운행해 승객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7월8일)한 것이다.‘정규직화를 요구하며 500일 가까이 농성중인 KTX 여승무원들을 철도공사가 하루빨리 복귀시키지 않으면 사고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을 텐데’…, 홍길동씨는 걱정했다. 철도공사는 안전업무가 승무원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승무원들의 업무에 안전 업무가 포함되면 철도공사는 ‘도급’(철도공사는 KTX 여승무원들이 도급직이라 주장) 형태의 계약이 불가능해져 결국 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부산에 도착했다는 방송이 들렸다. 홍길동씨는 수첩을 덮었다. 수첩엔 날짜 몇 개가 적혀 있었다.2003년 3월26일,7월2일,10월25일,2004년 4월12일,11월25일,2005년 3월1일,10월17일,2006년 11월20일, 2007년 8월13일….‘기러기 아빠’가 자살했다고 보도된 날들이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보유외환 2550억弗 한국경제 안전판

    보유외환 2550억弗 한국경제 안전판

    외환보유액 2550억달러는 우리 경제의 방패 역할을 하기에 충분할까. 올초 한국은행이 2년 연속 적자를 내자 외환보유액 적정 규모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외환보유액 일부를 공격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고, 적자를 청산하라는 압박이었다. 한국투자공사(KIC)를 통해 더 해외투자를 하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여론에 떠밀려 한은 이성태 총재는 “해외 우량주식 투자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모기지 쇼크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우려되고, 엔캐리자금 청산 가능성이 높아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게다가 KIC는 설립 2년 만에 71억원의 적자를 냈다. 한국의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해서 외신에서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경상수지도 흑자인 만큼 크게 우려할 만하지 않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너무 많아 한은의 적자를 유발하고 골칫거리로 인식되려 한 외환보유액이 방패 역할을 한 것이다. ●서브프라임 쇼크 이후 적정 규모 논란 ‘쏙´ 한국은행 이광주 부총재보는 “외환보유고란 군대와 같은 것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 증원이 요구되고, 평화시에는 감축이 이익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든지 위기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2005년 1조 8800억원,2006년 1조 76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 적자는 대부분 통화안정증권 이자 및 영업비용 때문인데, 결국 외환보유고 증가와 직결된다. 수출대금이 국내로 유입되자 환율안정 등을 위해 달러를 매입했고, 달러 매입으로 원화가 시중에 많이 유통되자 콜금리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유동성을 조여야 했던 것이다. 이 부총재보는 “한국이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기 때문에 최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가 하루에도 4∼9원씩 급등락해도 거래량을 동반하며 탄력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만약 외환보유고가 부족했더라면 거래량이 터지지 않으면서 원화절하가 아주 가파르게 진행돼 위기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총재보는 “외환보유고를 통한 투자를 흔히 중동이나 중국의 ‘국부펀드’와 비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산유국들이 석유로 생긴 엄청난 재정잉여금으로 조성한 만큼 ‘비상자금’인 외환보유액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위기가 닥치면 언제라도 풀어서 써야 하는 대외지급 준비자금으로 투자를 해 결과적으로 유동성이 나빠지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명지대 최창규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국가간 자본이동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에 적정 외환보유고에 대한 개념이 변화돼야 한다.”면서 “1997년 외환위기 전에도 고작 몇백억 달러에 불과했던 당시 외환보유고를 투자에 사용할 수 있도록 빌려줘야 한다고 했다가 당했던 것”이라며 수익성을 좇는 것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외환보유고가 대외지급 준비자금으로 ‘안전판’이라는 것이다. ●외환보유 비용 적정 수준 토론 필요 서유럽에서는 현재 외환보유액의 적정 규모를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3개월에서 6개월치의 수입대금으로 본다. 그러나 소규모 개방경제를 택한 상황에서 이같은 규모는 ‘협의’의 외환보유액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근 ‘국내 유입된 엔캐리 자금은 213억∼289억달러로 청산된다 해도 국내 외환보유액 2550억달러의 10% 내외 수준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해 논란을 빚은 한국금융연구원의 신용상 박사는 “외환보유고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 과연 적정한 비용인지 이번 기회에 충분히 토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적일 때만을 감안하지 말고 변동성이 심할 때도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을 담보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하준경 박사도 “현재 외환보유액 규모는 여러 위험 속에서 시장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서울광장] 양질의 일자리와 비공식 경제/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양질의 일자리와 비공식 경제/우득정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2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다. 매년 40만개씩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004년에만 목표치를 넘겼을 뿐,2005년엔 29만 9000개,2006년엔 29만개에 불과했다. 올해에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분야에서 134만개가 생겨났으나 제조업에서 7만 4000개가 사라졌다. 기업의 투자 위축과 신규 채용 기피,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 경쟁 등으로 성장잠재력과 고용계수가 크게 떨어진 탓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Decent Job)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질의 일자리란 주당 근로시간이 18∼50시간이고, 평균임금의 1.5배 이상을 받는 정규직을 지칭한다.2002년 71만 4000개에서 2005년에는 63만 2000개로 8만 2000개나 줄었다. 전체 실업률의 2배를 웃도는 청년실업률은 양질의 일자리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참여정부 들어 생겨난 서비스업 일자리의 78.6%가 평균임금에 못 미치는 일자리다. 신규 서비스 일자리 5개 중 4개가 삶의 질을 평균 이하로 떨어뜨리는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 근로자 중 평균임금의 66% 이하를 받는 ‘저임금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26.8%나 된다. 덴마크(8.6%), 프랑스(15.6%), 독일(15.7%), 네덜란드(16.6%) 등 유럽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을 뿐 아니라 양극화가 가장 심하다는 미국(24.9%)보다 높다. 규제 완화와 기업의 투자의욕 고취 등 정공법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보다는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공공근로정책에 재정을 쏟아부어 임시직을 양산한 결과다. 지난주 광복절을 전후해 중국 베이징에서는 ‘양질의 일자리와 비공식 경제’를 주제로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고용포럼이 열렸다. 아시아권 국가들의 과도한 비공식 경제 비중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다는 고민에서 비롯됐다.‘지하경제’로도 불리는 비공식 경제는 마약이나 암시장과 같은 ‘불법 경제’, 조세 면탈을 노린 ‘신고하지 않은 경제’, 가사분야와 같은 ‘기록되지 않은 경제’, 법과 행정의 규제 및 보호대상에서 제외된 ‘비공식 분야’를 포함한다. 우리나라는 금융실명제 도입과 외환위기 이후 투명성이 강조되면서 비공식 경제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2∼2003년 기준으로 비공식 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8.8%에 이른다. 미국(8.8%), 일본(10.8%), 영국(12.2%), 프랑스(14.5%), 독일(16.8%) 등 선진국에 비해 2∼3배 높다. 비공식 경제는 소비 증가에 기여할지는 모르지만 자원의 생산적 활용을 저해하고 인력시장과 공식경제의 자금순환을 왜곡시킨다. 또 노출되지 않는 세원과 불로소득은 공식 경제활동 주체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고 비공식 경제로의 참여 유혹을 부추긴다.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든다. 올 연말 대선에서 승천하려는 후보들이 앞다퉈 일자리 공약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최대 500만개에서 최소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한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인지, 몇개월짜리 임시직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어차피 뻥튀기 수치이니 후보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수치 이면에 가려진 ‘그늘’을 엄중하게 추궁해야 한다. 베이징 ILO 아시아고용포럼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 같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불경한 삼위일체/리처드 피트 등 지음

    ‘불경한 삼위일체’(리처드 피트 등 지음, 박형준 등 옮김, 삼인 펴냄)는 부제 ‘IMF, 세계은행,WTO는 세계를 어떻게 망쳐왔나’에서 알 수 있듯 세계 경제를 이끄는 세 축의 기구들이 어떻게 정치·경제 권력의 이익을 극대화해 왔는지를 기술한다. 또 신자유주의 역사와 근본이념을 설명하면서 신자유주의가 세계의 금융기구들을 어떻게 장악했는지를 비판적으로 파헤친다. 저자들은 세 기구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에 기반을 둔 세계적 차원의 권력을 대변하며 신자유주의 원칙을 일관되게 내세우고 있다고 본다. 세 기구가 ‘불경한 삼위일체’가 되어 가난한 나라·노동자·서민을 더욱 살기 어렵게 만드는 한편 강대국·대기업을 더욱 부유하게 만들면서 세계를 망치고 있다는 것. 세계화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세계화를 흔히 ‘이질적인 사람들이 함께 더 가까이 살면서 서로를 알게 되고 어쩌면 이해까지 하게 되는 환상적인 기회를 제공한다.’고 장밋빛으로 포장해 왔다. 하지만 이 책은 “한 문화가 다른 문화들을 지배하거나 한 무리의 기구들이 다른 모든 것들을 통제하는 과정에 맞닥뜨린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며 그 포장을 신랄하게 벗겨낸다. 특히 제3장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1990년대 후반 한국을 강타한 IMF 금융위기를 되돌아보게 해 눈길을 끈다. 원래 환율과 국제대출수지 등 국제금융을 조절하는 일을 맡는 데서 출발한 IMF가 점점 제3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긴축이라는 조건 하에 대출을 해주는 곳으로 바뀐 과정을 살핀다. 논쟁적인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서술한 이 책은 복잡다단한 세계화의 역사와 그 이면을 여과없이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1만 8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韓中수교 15주년 특집] 대륙속의 한국기업

    [韓中수교 15주년 특집] 대륙속의 한국기업

    중국이 냉전시대 ‘죽(竹)의 장막’을 걷어내고 우리나라와 외교관계를 복원한 지 오는 24일이면 만 15년이 된다.1992년 수교 이후 두 나라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면에서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지만 그 중에서 단연 최고는 무역·투자 등 경제분야 교류다. 상대방이 없는 자국 경제는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나라의 전체적인 경제교류와 국내기업 진출 현황,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서로에게 도움 준 ‘윈-윈’의 15년 수교 이후 15년간 두 나라는 서로에게 성장 로켓의 추진체와 같은 역할을 해 왔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수출확대와 무역수지 흑자에 기여하며 한국경제를 힘차게 견인했다. 한국은 중국에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며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는 탄탄한 디딤돌을 놓아 주었다. 우리나라는 부품·소재 산업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고도성장하는 중국에서 착실히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중국은 경쟁력을 잃어가던 우리 중소기업에는 저임금 노동력으로 새로운 생존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했다. 대기업에는 협소한 내수시장을 넓힐 수 있는 광활한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주요 부품과 소재를 한국에서 들여온 것은 중국 수출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이유가 됐다. 우리 경제가 1997년 말의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빠르게 회생할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도 중국의 성장이었다. 마이너스 성장 속에 내수가 가라앉았을 때 전자·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판로와 투자처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달러는 국제통화기금(IMF) 부채를 조기에 상환하고 ‘경제독립’을 되찾는 원동력이 됐다. ●수교 이후 대중 무역흑자 1100억달러 두 나라 경제교류의 비약적인 확대는 각종 통계치들이 말해 준다. 수교 첫 해인 92년 63억달러에 불과했던 두 나라간 교역규모는 지난해 1180억달러로 19배가 됐다. 한국에서 중국으로의 수출은 92년 26억 5000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694억 6000만달러로 25배가 됐다. 우리나라의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3%에서 21.3%로 뛰었다.2위와 3위인 미국(13.3%)과 일본(8.2%)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같은 기간 37억 2000만달러에서 485억 6000만달러로 13배가 됐다. 전체 비중은 4.6%에서 15.7%로 높아졌다.2004년 미국을 뛰어넘어 한국의 2대 수입국이 된 데 이어 올해(1∼5월)에는 17.6%로 비중이 더 높아지면서 16.4%인 일본을 제치고 1위가 됐다. 무역수지는 우리쪽이 압도적으로 플러스(+)다.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흑자는 209억달러나 됐다.93년부터 따지면 총 1147억달러의 외화를 우리나라에 안겨줬다. ●중국 직접투자 제조업과 연해지역 편중 대중 직접투자(실행액 기준)는 92년 1억 4000만달러(170건)에서 지난해 33억 1000만달러(2300건)로 24배가 됐다.2002년 이후 중국은 한국이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부은 나라가 됐다. 현재 한국기업이 중국에 세운 법인은 국내 수출입은행 통계로는 1만 6000개, 중국 정부 통계로는 3만개에 이른다. 수출입은행 통계에서는 미신고 진출법인이 누락돼 있고 중국정부 통계에서는 철수한 기업 등의 현황이 빠져 있다. 한국기업의 투자중 제조업 부문 비중은 92년 이후 줄곧 80% 수준의 높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81.3%로 우리나라 해외 직접투자의 제조업 평균비중(47.2%)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서비스업 진출이 빈약해진 결과를 낳아 향후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부상했다. 지역별로는 장쑤성 32.3%, 산둥성 24.6%, 톈진시 8.5%, 베이징시 8.1%, 상하이시 6.5%, 랴오닝성 5.4%, 광둥성 3.8% 등 연해지역, 장강 삼각주, 동북 3성에 투자가 집중돼 있다. 상호 방문자를 기준으로 한 두 나라간 인적교류는 93년 21만명에서 2005년 367만 3000명으로 17.5배가 됐다. ●대중 자본·인력 역조 심화 한·중 수교 후 지난 15년간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무역으로만 1100억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자원과 인력의 ‘한국→중국’ 편중 및 역조(逆調)가 심해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전체 인구의 8%에 이르는 392만 4000명이었으나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인구의 0.1%도 안 되는 89만 7000명에 불과했다. 단순 비교로도 한국의 23%에 불과하다. 김하중 주중 한국대사는 지난 8일 한·중 수교 15주년 포럼에서 “한국의 대중 투자액은 345억달러에 이르지만 1조 30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이 한국에 투자한 규모는 겨우 22억달러에 불과하다.”며 양국간 교류의 불균형을 지적하기도 했다. ●열악해지는 현지 비즈니스 환경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넛크래커(nutcracker)에 끼인 호두’ 등의 표현에서 드러나듯 훌쩍 커버린 중국의 산업 경쟁력은 국내기업들에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온 지 오래다. 이미 예견됐던 일이고 국내 기업들이 스스로 경쟁력으로 극복해야 할 부분이지만 여기에 더해 중국정부의 각종 규제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정부는 기업소득세법을 개정해 외국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없앴고 수출기업에 부가가치세를 감면해 주는 수출증치세 환급제도도 차츰 철폐하고 있다.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환경규제 입법이 잇따르고 있다. 빠른 임금 상승, 노동자 권익 강화 등도 우리 기업에는 역풍이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현지 진출 국내 기업들이 생산활동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수익성 관리를 사업목표의 정점에 놓고 마케팅·브랜드·유통·애프터서비스 등 종합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5년이 지나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를 확립해 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와 달리 현지의 법·제도와 원칙에 입각한 사업을 펴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5년만에 앨범 낸 이은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5년만에 앨범 낸 이은하

    많은 경우 큰 감동은 보이는 것보다 들리는 것에서 생성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운드’가 그것이다. 영화의 명장면에도 음악이 잔잔히 깔려야 가슴 찡하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 아련하게 기억에 남는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얼굴이 못생겨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고운 목소리로 심금을 울리면 사람들은 그냥 소리에 취해 ‘뿅’간다. 그래서 가수는 가도 그 소리는 영원히 남는다. 고 김정구 선생의 ‘눈물 젖은 두만강’이나 1965년에 작고한 이난영 선생의 ‘목포의 눈물’이 여전히 애창되는 이유의 한 가닥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멀리 기적이 우네 나를 두고 멀리 간다네, 언젠가는 또 만나겠지 헤어졌다 또 만난다네∼’로 시작되는 ‘밤차’의 가수 이은하(46)씨.1970년대 동료 가수 혜은이씨와 함께 방송무대를 주름잡았던 스타 가수였다. 당시 ‘디스코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이씨는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봄비’,‘아리송해’,‘돌이키지마’ 등 연이어 히트곡을 내놓으면서 10대 가수상을 10년 가까이 휩쓸 정도였다. 목소리는 흐느끼듯 허스키했고, 특유의 율동은 답답했던 대중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했다. ●트로트 아닌 ‘트랜스´ 음악으로 승부 그랬던 그가 1992년 어느날, 그 추억의 목소리만 남긴 채 훌쩍 사라졌다.‘언젠가는 또 만나겠지∼’라는 그의 노랫말처럼. 그로부터 꼭 15년 세월이 지난 최근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이라며 올드팬들 앞에 반갑게 모습을 드러냈다.‘컴백’이라는 새 앨범을 내고 다시 가요무대에 컴백한 것. 그 중 신곡 ‘사랑도 추억만큼 기억될 수 있다면 우린 아마도’라는 긴 제목의 노래가 눈길을 끈다.‘등 뒤로 찬바람이 불면/지난 세월을 되새겨보죠∼/사랑하고 이별연습 하면서/내 인생의 많은 걸 생각해요∼’ 팬들은 ‘왕년의 이은하’와 함께했던 지난날들을 되새길 기회를 갖게 됐다며 벌써부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타이틀곡 ‘컴백’을 비롯해 ‘드라마’,‘기억상실’,‘돈 스탑(Don’t Stop)’ 등 12곡의 노래에 재즈 하우스, 트랜스(전자음악의 한 종류),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버무렸다. 중견가수 이은하의 ‘컴백’은 나름대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는 점도 그렇고 이번 앨범에서 ‘재즈 하우스’를 시도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 만큼 신선하다. 중견가수들이 ‘안전하게’ 선택하는 트로트 대신 새로운 음악을 꺼낸 것도 새삼 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는 “나이 들어도 새로운 가수, 뭔가 열심히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컴백 일성을 내놓았다. 이번 앨범을 위해 3년 동안 비지땀을 흘렸다. 작사·작곡에도 직접 참여했다.3년 전 유럽여행을 갔는데, 그곳에서는 중견가수들이 트랜스·일렉트로닉 음악을 하는 것을 보고 충격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신나는 리듬에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게 트랜스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이씨를 만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코를 매만지며 “보형물 뺐더니 약간 내려앉은 것 같다.”며 소녀처럼 말갛게 웃는다. 잘나가던 시절 성형수술로 콧대를 높였는데 최근 가요계에 컴백하면서 그걸 쏙 빼냈더니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것. 또 세살 높여 살았던 자신의 과거를 커밍아웃한 것도 비슷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컴백한 소감에 대해 “개그우먼 이영자가 그러더군요.‘늦둥이 하나 낳은 기분이 어떠냐.’라고요.”라고 전했다. 그동안 가요계 뒷전에서 조용히 살다가 ‘컴백’이라는 앨범(늦둥이)으로 불쑥 나타난 그를 격려하는 말이다. 팬들이 그동안 뭐하면서 지냈는지 궁금해한다는 질문에 “사실 방송무대와는 멀리 있었지만 매년 연말 디너쇼 등으로 틈틈이 가요활동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IMF’ 외환위기 때 일본 진출을 시도했으나 준비가 매끄럽지 못해 실패했으며,‘ZZ엔터테인먼트’회사를 차려 제작자의 길을 가려고도 했지만 몇억 빚만 짊어지고는 중도하차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다시 제작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버리지 않고 있으며, 열아홉살 남자를 소프트록 가수로 키우고 있다고도 귀띔했다. ●싱글 아닌 싱글… “노래와 결혼했어요” 이씨는 아직 싱글이다. 여의도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아무리 싱글이라지만 그 흔한 사랑 얘기 한 토막 얻어들을 게 없을까 싶었다. 슬쩍 ‘러브스토리’도 좀 소개해 달라고 눙을 쳤다.“좋다고 생각한 남자 친구가 있어 자주 만났다.”는 그는 “그렇지만 같이 살기엔 성격이 서로 잘 맞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와 지금은 편한 친구 관계로 가끔 통화를 하면서 지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녀 관계라는 게 원래 감당할 수 없이 뜨겁다가도 식어지면 덤덤해지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굳이 결혼을 안 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은 노래와 결혼했다고 생각하니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부연했다. 그가 문득 원래의 나이를 되찾기 위해 법원에 소를 제기한 얘기를 꺼냈다. “제가 1961년 3월29일 생입니다.1973년 데뷔하면서 17세 미만은 방송에 출연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가수증도 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음반회사나 주위 선배들이 그렇게(3살 나이 올리는 호적) 해야 된다고 나서 본의 아니게 나이를 속이게 된 셈이지요.” 고민하던 중 그는 3년 전부터 가족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자연스럽게 나이 정정에 대한 법원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어릴 때 다니던 서울 홍릉초등학교의 생활기록부, 그리고 77년 졸업했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의 경남여상 학적부 등을 어렵게 찾아내 법원에 ‘내 나이 돌려주세요.’라고 요청했다. 그는 워낙 어린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기에 시키는 대로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혼나지 않기 위해 우울한 블루스를 불렀고,20대 중반쯤에야 록음악을 접하고는 무척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평소부터 ‘밝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많았다. ●다섯살 데뷔 때부터 ‘허스키 보이스´ 눈길 그는 서울 왕십리 토박이. 아버지는 아코디언 등 악기연주에 탁월해 지방연주 때마다 자주 초청을 받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 딸 은하를 항상 데리고 다녔다. 가수 하춘화처럼 다섯살 때 무대에 처음 서게 된 계기도 아버지 덕분이다. 그러던 중 주위에서 “딴따라 하면 배고프다.”며 딸 이은하를 공부시켜야 한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계속 딸의 음악적 재능에 관심을 가졌다.‘황포돛대’,‘섬마을 선생’ 등을 기타반주와 함께 부르게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버지 손에 이끌려 작곡가 김준규씨를 찾아갔더니 “어쩌면 그렇게 허스키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고 반색하면서 선뜻 곡을 만들어주면서 음반 취입을 주선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임마중’(1973년)이었다. “당시 아버지는 왕십리 출신으로 돌아가신 서영춘, 이기동 아저씨 등 코미디언분들과 무척 친했어요. 판이 나오면서 십시일반으로 그분들한테 도움도 받았지요. 방송에 노래가 나오면 그분들이 우리 집에 와서 훌륭한 가수라고 저한테 격려를 많이 해주시기도 했고요.” 그는 남동생을 밑으로 둔 맏이로 태어났다. 아버지(69)와 어머니(73)도 여전히 건강하다. 서울 약수동에 사는 아버지는 자전거로 온동네를 돌아다니며 소일하신다. 생활비는 딸 은하가 매달 거르지 않고 드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효녀라는 칭송도 자자하단다. “저는 노래와 결혼했어요. 정말이지 늦둥이 ‘컴백’이라는 아이도 순산했고요. 보란 듯이 아름답고 새로운 인생을 살 겁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tpgod@seoul.co.kr
  • [열린세상] 위험관리가 필요하다/조환익 수출보험공사 사장

    [열린세상] 위험관리가 필요하다/조환익 수출보험공사 사장

    “위험관리가 필요하다.” 요즈음 세간에 가장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위험관리’이다. 아프가니스탄 인질 피랍과 관련해서도 한탄스럽게 나오고 있고, 춤추는 증시판에서도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위험은 이브가 뱀의 유혹에 의해 선악과를 따먹을 때부터 인류와 늘 같이 존재해 왔다. 인생을 웬만큼 산 사람들이 과거를 돌이켜보면 ‘한방이면 인생이 망가질 수 있었던 위험’을 적잖이 피해가거나, 이겨나갔음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 무서워 걱정을 멈추지 않았다는 기나라 사람의 걱정,‘기우(杞憂)’만 하고 조용조용 숨만 쉬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모든 위험에는 달콤한 꿀이 따르는 강력한 유혹이 있다. 이래서 ‘위험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열두번씩 선택의 기로에 놓여진다. 주황색 신호에서 달릴까, 기다릴까? 주가가 떨어지는데 지금 들어갈까, 좀 더 기다릴까? 기업에서는 계속 시설투자를 해 나갈까, 아니면 땅이나 사둘까? 등 위험과 기회 사이에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사실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 경제는 1% 가능성에 모험을 걸며 많은 신화를 만들어 왔다. 고 정주영 회장은 ‘배를 주문해 주면 그 계약서로 돈을 빌려 조선소를 세워 배를 만들겠다.’는 어찌 보면 황당하고 위험천만한 조건으로 그리스 선주와 계약을 맺고 울산 조선소 건립을 이루어 냈다. 정부 통제를 받는 은행들이 기업의 실패 위험을 전적으로 맡아 주면서 우리 경제규모는 커졌다. 그러나 규모가 커질수록 부실도 크게 늘어나면서 위험은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커지고, 결국 IMF 외환위기라는 국가 위험을 맞게 된 것이다. 이같은 위험관리 실패로 인한 신용 실추는 개인이나, 기업이나, 국가나 단기간에 회복이 어렵다. 우리나라도 세계 5위의 외환보유국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때 떨어진 국가신용등급은 속시원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위험관리는 평시에 모든 상황이 정상적일 때 하여야 한다. 첫째, 위험관리는 미리미리 이루어져야 한다. 국제적으로 표준화한 위험관리의 ‘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융기관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의 바젤2 신자기자본규약은 ‘발생 가능한’ 모든 기대손실을 포괄적으로 규정하여 충당금을 쌓도록 했다. 기업 부문도 위험관리와 내부통제를 위한 국제기준 도입에 예외가 될 수 없다. 위험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예방접종으로 기업과 금융부문 건전성을 한발 앞서 확보하여야 한다. 둘째, 위험관리 비용의 지출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 선물거래, 옵션, 무역거래와 환율변동의 위험을 담보하는 보험에 이르기까지 모든 위험관리는 비용지출을 요구한다. 위험관리 비용은 더 큰 손실에 대비한 안전장치로서 최소비용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위험관리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선진 금융기관들은 위험관리를 위한 전문인력 확보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양질의 인력을 확보해서,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수익을 내면 파격적인 보상을 통해 더 좋은 성과를 유도하는 ‘선순환’이 정착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위험관리를 위한 경영의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없이는 회계부정이나 내부통제 실패를 예방하기 힘들다. 위험관리는 재무나 리스크를 다루는 몇몇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부통제와 위험관리의 실패로 쓰러진 거대기업 엔론이나 월드콤의 사례가 이를 생생히 보여준다. 우리 기업의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개도국 중심의 진출이 불가피하다. 고위험을 수반한 대외진출도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며, 상시적인 위험관리가 중요해질 것이다. 기업의 내부적인 문제도 더욱 투명해져야 한다. 분식회계나 정경유착 등 구태 경영은 언제라도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다. 국가와 기업, 개인의 건전한 성장을 위한 위험관리 일상화가 필요하다. 조환익 수출보험공사 사장
  • [시론] 추악한 정치와 사악한 지식인/김주연 문학평론가·숙명여대 명예교수

    [시론] 추악한 정치와 사악한 지식인/김주연 문학평론가·숙명여대 명예교수

    결국 이렇게 되고 있다. 대학과 지식인을 엘리트 이기주의니 먹물이니 하면서 공격하고 조롱하는데 최근 10여년 정치권은 바빴다. 대학이나 지식인과 먼 거리에 있는 것이 건강한 민중성으로 자랑되었고, 각종 선거의 출마자들은 그것을 미덕처럼 강조하였다. 배운 자들은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자처럼 매도되어, 설령 지식인들이라도 이러한 ‘시대정신’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민중주의에 편승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그들 중 다수는 나름대로 ‘출세’하기도 했다.IMF 환란을 전후해 전통적 지식인들은 밀려나고 돈 잘 버는 사람들이 ‘신지식인’으로 우대되었다. 이후 엘리트, 일류 등의 낱말들이 타기해야 할 용어들로 기피되었다. 문학에서조차 소수문화로서의 ‘하위문화’가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하면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전통은 수구적인 것으로 평가절하되는 문화단절의 현상마저 나타났다. 그러나 대저 축적없는 새로움이 어디 있겠는가. 전통과 문화에 무지한 ‘진보’가 과잉 행보하면서 전통적인 지식인의 설 자리는 사실상 사라진 듯하였다. 이 판에 지식인들 스스로의 ‘자기 투매(投賣)’현상이 일어났다. 대학교수라는 사람들이 떼를 지어 수백명, 수천명씩 소위 대선캠프라는 곳을 찾아든 것이다. 정책을 조언한다는 것이 명분인데, 결국 자신을 사달라는 말 아니겠는가. 이래저래 지식인이라는 낱말은 우리 사회에서 실종의 위기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지식인의 이러한 위상 추락은 먼저 우리 사회, 그것도 정치권에 그 책임이 있다. 건국 이후 지금까지 위정자들은 그 누구든 대학, 문화, 지식인들을 존중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많은 조건들이 결여된 탓이었는지 걸핏하면 대학을 공격하고 대학교수나 지식인들을 못마땅해 왔다. 군사독재 시절은 그렇다치고, 민주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최근에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우수한 인재라든가, 수월성 같은 말만 나오면 깜짝깜짝 놀라는 정치권과 교육당국 아래에서 지식인들의 창의성, 비판성이 주눅들지 않고 맑은 음성을 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회현실의 비우호성에도 불구하고 지식인들의 왜곡되고 타락한 풍속에는, 지식인들 스스로의 책임 또한 무겁다는 사실이 똑똑히 인식되어야 한다. 몇해 전 ‘사악한 지식인’이란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가볍다면 가벼운 책인데, 제목만큼은 오랜 생각 끝에 붙여 본, 이를테면 회심작이라고 내심 즐겼다. 아닌게 아니라 친구들은 나를 사악한 지식인이라고 놀렸다. 왜냐고?무엇보다 지식인에게는 아무 힘이 없는데도 힘이 있는 척 행세하는 모습이 그렇다. 칭찬을 받으면 고래도 춤춘다고 했던가. 우리의 지식인들은 그러나 대학을 통해서든, 온갖 문화기관을 통해서든 칭찬은커녕 격려조차 못 받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지식인들 스스로 행여 잘난 척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일까. 그 지적 천덕꾸러기들이 대선주자들을 돕겠다고 줄을 섰다니 민망하기 짝이 없다. 캠프에 찾아간 대학교수들이 혹시라도 한표 이상의 영향력이 있다고 스스로 믿는다면 부디 거두어 주기 바란다. 차라리 철저한 자기고립을 통한 고전적 연마만이 다소의 권위라도 찾는 길이라면 지나친 자학일까.‘역사를 위한 변명’의 사학자 마르크 블로크의 나치 항거를 위한 군입대는 얼마나 겸손한 사회참여인가. 현실적 이해관계를 제외한다면, 복수(複數)의 지적 허세로서 이루어질 지성적 과제는 없어 보인다. 김주연 문학평론가ㆍ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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