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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빔 정품 아니다” “볼트·너트 덜 썼다” 쏟아지는 의혹들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의 원인을 두고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체육관 지붕에 쌓인 습설(濕雪·수증기를 머금은 눈) 등 하중에 취약한 ‘PEB(샌드위치패널) 공법’으로 지어졌지만 비슷한 강설량을 보인 같은 지역의 PEB 건물들과 달리 10여초 만에 힘없이 무너져 내린 탓에 설계 오류나 부실공사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다. 붕괴사고 직후 나온 가장 두드러진 의혹은 ‘천장의 하중을 견딜 강철 H빔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H빔은 벽면과 천장에 설치돼 지붕의 무게를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체육관 설계도에는 두께 500×400㎜의 철골 H빔 기둥이 가로·세로에 각 7개, 지붕에는 600×400㎜ H빔이 설치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붕괴 현장을 살펴보니 H빔이 아예 없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정부 조사단으로 붕괴현장을 살펴본 박영석 명지대 교수(토목환경공학과)는 “H빔을 안 쓰고 지었다는 언론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고 전 체육관 모습이 담긴 사진에도 천장과 벽면에 설치된 H빔 모습이 보인다. 다만 H빔이 정품이 아니거나 지나치게 얇은 굵기의 철골을 사용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강영종 고려대 교수(건축사회환경공학부)는 “벽면 등에 설치된 여러 개의 H빔 굵기가 달라도 설계도에 나와 있는 대로 썼다면 문제 될 게 없다”면서 “하지만 설계도와 달리 시공했거나 설계도 자체가 구조안전 계산을 잘못했다면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천장의 이음새 부분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건물 구조상 하중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지붕의 가운데 부분이다. 앞쪽부터 무너졌으니 무대 쪽 지붕의 철골 연결 부위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경구 단국대 교수(건축공학과)는 “천장 전체가 힘없이 무너져내린 것을 보면 보와 기둥의 접합부 또는 기둥과 바닥 구조물의 접합부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리조트 측이 울산의 한 건설업체에 체육관 보강공사 견적을 의뢰했다는 의혹도 검증해봐야 한다. 사실이라면 리조트 측이 체육관 구조물의 결함을 알고도 무리하게 부산외대 학생들을 받아 참사를 불렀다고 볼 수 있다. 리조트 소유주인 코오롱 측은 당초 “사실무근의 뜬소문으로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자체 조사해본 결과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더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경주 리조트 체육관붕괴 참사] 잊혀진 희생자, 빈소엔 베트남 아내만

    [경주 리조트 체육관붕괴 참사] 잊혀진 희생자, 빈소엔 베트남 아내만

    19일 부산 수영구의 좋은강안병원. 지난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붕괴되면서 숨진 이벤트사 직원 최정운(44)씨의 빈소에 경성대 연극영화과 동문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환영 행사에서 촬영을 담당했던 최씨는 천장에서 떨어진 H빔에 맞아 숨졌다. 사고 발생 후 4시간 만에 주검으로 경주 중앙병원 영안실에 실려 왔지만, 그의 곁을 지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았던 데다 부산외대 새내기들의 죽음에 묻혀 언론도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성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최씨는 대학 때부터 연극배우로 활동했다. 연극배우가 꿈이었던 최씨는 재수까지 하면서 연극영화과로 진학했다. 친구들은 그를 ‘곱슬머리를 부드럽게 날리며 여성들의 호감을 한몸에 받은 테리우스’로 기억했다. 대학 동창 김영일(43)씨는 “학교에서 ‘권력의 핵’인 연극부장을 맡고 있었지만 늘 자상한 목소리로 후배들을 다독이던 친구”라고 고인을 추억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최씨는 연극을 그만두지 않았다. 생활고에 시달려 입시 철이면 학원 강사는 물론 VJ와 이벤트 대행 행사 등에서 촬영하는 일을 하면서도 연극판을 떠나지 않았다. 한때 대구에서 극단 ‘동성로’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학과 후배 박찬형(43)씨는 “이번에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촬영을 하러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빈소의 한쪽에서는 결혼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아 홀로 남은 베트남 출신의 아내 레 티키에 우오안(25)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최씨는 2012년 베트남에 갔다가 관광 가이드를 하던 아내와 사랑에 빠졌다. 부모의 반대에도 둘은 같은 해 결혼식을 올렸다. 최근 아내가 한국에서 적응이 어렵다고 하자 친정 나들이를 함께 가기도 했다. 우오안은 지난 18일 뒤늦게 사고 소식을 듣고 베트남에서 달려왔다. 그는 “(베트남 친정에 함께 갔던) 남편이 이번 행사 때문에 먼저 한국에 들어가면서 날씨가 풀리면 돌아오라고 해서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최씨의 동문 후배’라고 밝힌 방송인 안선영씨는 “학생들과 달리 홀로 이벤트 업체 직원이라 보상대책회의에서도 배제될까 걱정입니다. 고인들 모두와 유족들에게 두 번의 상처가 되지 않도록 따뜻한 관심과 합당한 보상 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랍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기기도 했다. 최씨의 발인은 20일이다. 부산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또 人災… 14학번 꿈도 묻혔다

    또 人災… 14학번 꿈도 묻혔다

    이번 참사도 ‘인재’(人災)였다. 지난 17일 붕괴 사고로 10명이 숨지는 등 모두 100여명의 사상자가 난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2009년 준공 이후 5년 가까이 한 번도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다. 1000명을 수용할 건물을 지으면서도 안전성보다 경제성만 우선한 시공법을 택했다. 또 50㎝가 훌쩍 넘는 눈이 지붕에 쌓였는데도 운영 업체는 제설 작업을 하지 않는 등 관리상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 중이던 부산외국어대 학생 9명과 이벤트 업체 직원 등 10명이 숨지고 105명이 중경상을 당했다. 밤샘 수색 작업을 벌인 구조대는 사고 발생 18시간 만인 18일 오후 3시 수색 작업을 마무리했다. 부상자들은 사고 현장에서 가까운 경주와 울산, 부산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이번 사고는 사상자 규모로 볼 때 2003년 2월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최악의 사고다. 소방당국은 지붕에 쌓인 눈의 무게를 체육관 외벽이 견디지 못해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9월 준공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지금껏 한 차례도 공식적인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다. 체육시설로 분류된 데다 연면적 1205㎡(약 364평)로 점검 기준(5000㎡)을 밑돌아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안전진단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별법 관리 대상에 속하는 시설은 정부가 지정하는 전문 기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안전점검과 정밀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마우나오션리조트는 이런 의무가 없었다는 얘기다. 리조트를 소유한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관리팀에서 매월 한 차례 자체 안전점검을 벌였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체육관이 PEB 공법으로 지어진 탓에 사고 위험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 공법은 강철로 골격을 세우고 외벽에 샌드위치 패널을 붙이는 방식으로, 재래식 공법보다 철골량이 적게 들어 비용을 20% 정도 낮출 수 있는 반면 안전성은 떨어진다. 김진호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박사는 “PEB 공법은 작은 공장이나 창고 건물을 지을 때 주로 쓴다”면서 “이 공법으로 지으면 자칫 눈 때문에 한쪽에 힘이 몰려 무너질 수 있어 체육관 등 다중이용시설을 지을 때는 안전성을 더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1주일 동안 경주 지역에 50~70㎝의 눈이 내렸지만 리조트 측은 사고 당일까지 체육관 지붕의 눈을 치우지 않았다. 체육관 지붕(1205㎡)에는 약 120t의 눈이 쌓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코오롱 측은 “리조트 내부 도로 제설 작업을 먼저 하다 보니 건물 지붕에 쌓인 눈은 치우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또 체육관 중앙 부분 기둥을 아예 설치하지 않는 등 설계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과 시공 과정에서 H빔 정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배봉길 경북경찰청 차장을 본부장으로 수사본부를 경주경찰서에 설치하고 사고 원인에 대한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에 진단을 의뢰해 건축법 위반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주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경주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서울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가로수길 같은 명품 테라스 상가, 부산에서 만난다

    가로수길 같은 명품 테라스 상가, 부산에서 만난다

    부산의 대표적 스포츠 메카는 단연 연인원 500만 명이 운집하는 사직동 종합운동장이다. 해마다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비롯 각종 축제와 콘서트 체육행사 등이 치러지는 이 인근 지역은 배후수요만 6만 명 이상의 대형 상권이기도 하다. 부산 4대상권 중 하나인 사직동 종합운동장 지역에 서울 가로수길, 판교 카페거리 등에서만 볼 수 있었던 테라스 형태의 상가가 분양한다는 소식이다. 시행사 ㈜미래랜드는 연면적 23,195㎡(대지면적 3,976㎡), 지하4층~지상11층 규모의 ‘자이언츠파크’의 상가분양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자이언츠파크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명품 테라스 상가를 표방하고 있다. 조경 및 공개공지는 각각 15%, 5%에 달하는데, 이는 한층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미관뿐 아니라 친환경적인 공원 분위기로 방문객들에게 휴식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저층부와 중간층인 5층까지는 길이 최대 6.8M의 광폭테라스로 설계됐다. 또 건물 외관을 24T 투명 로이 복층유리로 시공해 답답한 상가 스타일을 벗어난 자연채광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개방적인 형태를 꾀했다. 방문객들의 쾌적한 쇼핑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만한 요소다. 자이언츠파크의 차별성은 입점주들을 배려하는 다양한 시스템에서도 드러난다. ‘층고절감형 ES철골보 공법’을 도입해 철골구조가 되는 H빔의 아치형태 안쪽으로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 입점주들의 공간활용도를 극대화한 것은 물론 국내 최초로 시행되는 ‘상가관리비 제로화 시스템’ 역시 벌써부터 부동산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상가관리비 제로화 시스템’은 건물 자체의 광고수익금, 태양광 시설을 활용한 전기료 절감분, 주차수익금 등을 관리비에 활용해 관리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자이언츠파크 관계자는 “관리비를 대폭 절감해 일반상가와 비교할 때 상가관리비를 거의 제로에 가깝도록 수렴한다는 의미로 국내최초의 시도가 될 것”이라며 “자이언츠파크는 공신력 있는 KB부동산 신탁에서 자금관리를 맡고 있는만큼 상가분양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의 전화: 051-501-4100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신참 대피시키고 스러진 베테랑 소방관

    신참 대피시키고 스러진 베테랑 소방관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 한 명이 또다시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후배들을 대피시키다 무너지는 건물에 휩쓸려 들어갔다. 경기 고양시 구산동의 한 문구류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31일 오전 10시쯤 출동했던 일산소방서 소속 김형성(43) 소방장이 이날 오후 실종 일곱 시간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난달 초 일산소방서에 배치된 김 소방장은 후배 소방관 2명과 함께 공장 내부로 들어갔다가 위급한 상황이 닥치자 후배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쳤다. 후배들은 빠져나갔지만 곧바로 2층 바닥이 무너져 내렸고 김 소방장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실종됐다. 불은 공장 창고와 인접한 프랜차이즈 음식물 창고 건물 등으로 번져 건물 4동을 모두 태우고 3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 당국은 큰 불길이 잡히자 김 소방장을 구하기 위해 굴착기를 동원해 수색 작업을 펼쳤다. 본관 건물의 H빔이 엿가락처럼 휘고 건물이 주저앉은 상황이어서 실종 지점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허비됐고 김 소방장은 끝내 본관 입구 쪽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 소방장의 외침 덕에 후배 2명은 팔 등에 각각 1, 2도의 화상을 입고 목숨을 건졌다. 1992년 9월 30일 소방관에 임용된 김 소방장에 대해 일산소방서 이필균 예방과장은 “평소에도 늘 후배들을 챙기고 배려심 깊은 직원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소방장은 지난달 29일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김상민 일방과 같은 일산소방서 소속이다. 이틀 만에 같은 소방서에서 순직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변 사람들은 할 말을 잃고 침통해하고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 이야기] (97)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 이야기] (97)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딱히 길 위에 나설 일도 없지만 며칠 만에 한번 길을 나설라치면 집 앞의 큰 나무가 걱정돼 발걸음을 재우쳐 돌아오는 한 노인이 있었다. 서둘러 돌아오는 길에는 반드시 나무 앞에 오래 서서 ‘할배, 잘 있었소?’라고 안부를 물었다. 비가 적어 가뭄이 드는 때면 어김없이 나무의 혼령이 ‘목이 마르다, 물 좀 달라.’고 간절히 하소연하는 꿈에 시달렸다. 나무의 안녕은 곧 할머니의 평안이었고 나무의 영화는 할머니의 명예였다. 경북 안동 길안면 용계리 은행나무 앞 관리사무소에서 살아가는 월로댁 할머니 이야기다. ●‘월로댁’ 할머니 죽는 날까지 나무 곁에 한가위 명절을 지내고 서서히 나무도 가을 채비를 해야 할 즈음 월로댁의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내는 나무 이야기를 듣기 위해 깊은 산골 용계리를 찾았다. ‘은행나무 기념관’이라는 문패가 돋보이는 나무 앞의 아담한 집 한편에 마련된 월로댁의 살림방으로 들어가는 쪽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은행나무를 가족처럼 여기던 월로댁 할머니는 지난봄에 돌아가셨어요. 이제 공식적으로 나무를 관리하는 사람은 없지만 마을 분들 모두가 정성껏 나무를 보살피지요.” 천연기념물 등 안동시의 문화재를 관리하는 문화예술과 이미선(43) 주무관은 마치 제 어머님이 돌아가신 것처럼 서운해하는 목소리로 월로댁 할머니의 부음을 알려줬다. 세상 누구보다 극진하게 나무를 지켜 왔던 나무 지킴이 월로댁 할머니가 그렇게 이승을 떠났다. 어린 시절부터 나무 곁에서 살아왔고 나무가 죽음의 위기에 처했던 1987년부터는 아예 나무 앞 관리소에 보금자리를 잡아 죽는 날까지 나무 곁을 떠나지 않고 홀로 나무를 바라보며 살아온 명실상부한 ‘나무 지킴이’였다. 이태 전 가을에 만났던 월로댁 할머니는 외딴 골짜기에서 홀로 사는 게 무섭지 않으냐며 허투루 던진 질문에 ‘무섭긴 뭐가 무서워! 저리 큰 나무가 지켜주는데!’라고 당당하게 대거리했다. 그때만 해도 건강했건만 세월의 흐름을 따라 월로댁은 나무 곁을 떠나고 말았다. 언제 보아도 크고 융융한 기세의 용계리 은행나무가 사뭇 쓸쓸해 보이는 것도 분명 곁에서 생로병사의 고통을 어루만지며 세월의 흐름을 함께 바라보던 월로댁 할머니의 부재 탓이리라. “어릴 때 제일 재미있었던 놀이가 나무에 기어오르는 일이었죠. 원래 저 나무가 초등학교 운동장에 있었거든요. 제가 그 초등학교 1회 졸업생이에요. 늘어진 굵은 가지에 매달리는 건 물론이고 저 줄기 위쪽에 나 있는 큰 구멍은 숨바꼭질할 때 숨어들기 가장 좋은 명당이었지요.” 월로댁 부재의 아쉬움을 메워 준 건 용계리 이장 권광협(49)씨였다. 수몰된 용계 마을에서 월로댁 할머니와 함께 자라온 그는 월로댁 못지않게 용계리 은행나무의 역사를 고스란히 바라본 산 증인이다. 천연기념물 제175호인 용계리 은행나무는 매우 특별한 나무다. 약간의 호들갑이 허용된다면 ‘세계 어디에서도 이만큼 특별한 나무’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댐 건설 수몰 위기, 마을 청원으로 극복 권씨의 이야기대로 길안초등학교 용계분교장의 운동장 한편에 서 있던 나무는 학교 아이들뿐 아니라 마을 사람 모두의 평안을 지켜준 마을 당산나무이기도 했다. 평화롭게 서 있던 은행나무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1987년, 임하댐 건설 계획이 나오면서부터였다. 댐이 완공되면 창졸간에 마을은 물속에 잠겨야 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지만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댐 근처의 동산 위로 옮겨 갔다. 그러나 고스란히 물속에 갇힐 수밖에 없게 된 나무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마을과 집을 내놓은 사람들은 공사 담당자들에게 나무도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나무는 쉽게 옮겨 심을 수 없을 만큼 컸다. 키 31m에 가슴 높이 줄기 둘레가 14m인 거목으로, 가슴 높이 줄기 둘레만으로는 우리나라 최대의 은행나무다. 끈질기게 이어진 마을 사람들의 간곡한 청원 끝에 공사를 맡은 한국수자원공사는 정부의 지원을 얻어냈고 나무 이식 공사를 결정했다. 정확히 하자면 다른 곳으로 옮겨 가는 이식(利殖)이 아니라 높이만 들어 올리는 상식(上植) 공사라고 해야 한다. ●23억 투입 4년 공사 ‘나무 이식의 표본’ 무모할 정도로 큰 규모의 용계리 은행나무에 대한 상식 공사는 H빔 공법을 이용해 나무를 조금씩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마침내 나무는 원래 있던 자리에서부터 15m 높이까지 들어 올려졌고 나무 주변에는 자연스레 인공 산이 쌓였다. 결코 빠르게 진행할 수 없었던 이 상식 공사는 1990년부터 1993년까지 4년에 걸쳐 이뤄졌고 공사에 들인 비용은 무려 23억원이었다. 단 한 그루의 나무를 살리기 위해 이 정도의 비용을 들인 예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공사를 이후 도시 개발 과정에서 나무 이식의 표본으로 삼게 된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공사 때 뿌리와 가지를 상당 부분 잘라냈어요. 여전히 큰 나무이기는 하지만 옛날에 비하면 무척 왜소해진 겁니다. 그래도 물속에 갇힌 옛 우리 마을을 돌아볼 수 있는 나무가 남아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모릅니다.” 수몰 위기를 이겨내고 우뚝 서 있는 고향의 당산나무를 바라보는 권씨의 선한 눈길에는 세상의 모든 고향, 혹은 이 땅의 모든 사람살이를 향한 지극한 애정이 한가득 담겼다. 글 사진 안동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경북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744. 중앙고속국도의 서안동나들목으로 나가서 안동 시내로 들어선 뒤 반변천을 건너 국도 35호선으로 갈아타고 길안면으로 간다. 길안면사무소 앞에서 지방도로 914호선을 이용해 동쪽으로 3.5㎞ 남짓 가면 오른쪽으로 천지휴게소가 나온다. 고갯길을 2㎞쯤 더 가면 개울가에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좌회전해 마을길로 개울을 끼고 5㎞ 들어가면 임하댐이 나오고 건너편으로 나무가 보인다.
  • ‘수도권 젖줄’ 팔당상수원 오염 논란

    ‘수도권 젖줄’ 팔당상수원 오염 논란

    경기도가 팔당상수원에 설치된 옛 양수대교 철거 공사를 앞두고 수질 오염이 우려되는 철거 공법으로 설계를 변경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경기도 건설본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산하 한국터널기술협회에 따르면 도 건설본부는 2009년 6월 30일 입찰을 통해 H사를 양수대교 가설 및 철거 업체로 선정했다. 낙찰 금액은 392억 6000만원이다. 공사 중인 새 양수대교는 오는 7월 중 완공 예정이며 개통과 함께 옛 양수대교 철거 공사가 시작된다. 문제는 옛 양수대교 철거 공법이다. 도 건설본부는 조달청 입찰공고 시 시공방법 등을 적은 시방서와 설계도면 등에 TDM(Thermo Drilling Method) 공법을 적용할 것을 명시했다. TDM 공법은 수중 작업 시 교각 양쪽에 차수벽을 설치한 후 물을 완전히 빼낸 상태에서 구조물을 절단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철거업체 선정 이후인 지난해 4월 도 건설본부는 TDM 공법이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 절단에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DWS(Diamond Wire Saw) 공법으로 바꿨다. 교각 절단 작업 중 발생되는 분진 및 파편 등으로 상수원 오염이 우려되고, 바로 옆에 건설된 새 양수대교 통과 차량에 피해를 준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DWS 공법은 차수형 오탁방지막을 설치한 뒤 교각을 다이아몬드 와이어로 절단하는 방식이다. 양수대교 철거 공사 구간은 수도권 광역상수도 공급원안에 있다. 이 지역은 팔당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 1권역에 묶여 개발 행위는 물론 어떤 오염물 투척 행위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TDM 공법 특허권을 보유한 한국터널기술협회는 DWS 공법이 오히려 수질오염을 유발한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DWS 공법을 적용하면 수중 교각 절단 과정에서 시멘트에 섞인 오염물이 유출된다는 것이다. 시멘트 속에는 6가 크롬과 납, 구리 등 특수 유해물질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서울 강서구와 경기 고양시를 잇는 옛 행주대교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시멘트 폐수가 유출돼 한강을 크게 오염시켰다. 당시 철거 업체는 DWS 공법으로 교각을 철거했으며 교각을 잘라 내는 과정에서 시멘트 폐수가 다량 한강에 흘러들어가 비난을 샀다. 한국터널기술협회는 “오탁방지막은 천막 등에 사용되는 방수포 재질로 유해물질 배출을 100% 차단할 수 없어 상수원 오염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며 “이를 강행한다면 공공기관이 폐기물관리법과 수질환경보호법, 공유수면법 등을 스스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어 “TDM 공법은 특별 제작한 환경박스를 작업 부분에 씌워 그 안에서 절단 작업을 하기 때문에 수질오염 차단은 물론 외부에 어떤 피해도 주지 않는다. 국토관리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20여건의 공사에 이 공법을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기도 건설본부 도로건설과 관계자는 “애초 TDM 공법으로 하려 했으나 수심이 깊은 곳에 적용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데다 시공 기간도 길어 공법을 바꿨다.”면서 “DWS 방식은 수중에 H빔을 설치하고 방수막을 이중으로 붙여 공사하기 때문에 오염물 유출을 차단할 수 있고, 절단 과정에서 생성되는 폐기물 등은 수중에서 침전시킨 뒤 적법하게 처리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현대제철 작년 매출 15兆

    현대제철이 지난해 매출 15조원을 돌파했다. 현대제철은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2011년도 경영실적 설명회를 열고 연간 매출액 15조 2599억원, 영업이익 1조 3067억원의 실적을 냈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 대비 각각 49.6%, 24.0% 증가한 것이다. 제품 생산량도 판재류 860만t, 봉형강류(철근, H빔 등) 758만t 등 총 1618만t을 기록, 고로 가동 2년 만에 연간 제품 생산량 1600만t을 넘어서는 성과를 올렸다. 또 자동차산업 호조로 판재류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서 53.1%를 차지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와 건설경기 침체 등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기존 전기로와 신규 고로의 시너지 극대화로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시공사가 붕괴 징조 무시한 ‘人災’

    시공사가 붕괴 징조 무시한 ‘人災’

    15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동판교 택지개발지구의 SK케미칼연구소 터파기 공사현장은 순식간에 폭삭 주저앉았다. 현장 북쪽 비탈면의 흙더미와 휘어진 H빔이 23m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최고 상판(복공판)에 설치된 컨테이너에서 일하던 인부 3명은 구조물 붕괴로 아래로 떨어지면서 흙더미에 깔려 사망했고,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7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이번 사고는 현장 공사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안전불감증이 부른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는 것이다. ●뚝뚝뚝 소리 후 1분 만에 함몰 이날 오전 7시 조회와 체조를 끝낸 인부들은 7시30분 작업을 시작했다. 1개월간 계속된 암벽 해체 및 땅파기 작업은 2~3일이 지나면 끝날 예정이었다. 최고 상판에서 작업을 하던 이동길(60)씨는 23m 밑에서 땅을 판 흙을 덤프트럭에 옮겨 싣는 크레인에 작업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작업을 시작한 지 10분 만에 바로 밑 H빔을 지지하던 와이어(쇠줄)가 ‘뚝뚝뚝’ 끊기는 소리를 들었다. 차량 담당자가 포클레인을 현장에서 빼는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고 느낀 이씨는 곧바로 탈출했다. 바로 그때 굉음과 함께 구조물이 무너져 내렸다. 미친 듯이 뛰었지만 거의 다 빠져나올 무렵 오른쪽 다리가 돌 틈에 끼었다. 그는 구조될 때까지 추가 붕괴가 없기만을 기도했고 30여분 후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이씨는 “1분도 안돼 모두 무너졌다.”면서 “아래쪽에 있었던 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묻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현장에는 가로 30.5m, 세로 15m, 높이 23m의 구조물과 컨테이너 6개, 그리고 심하게 휘어진 H빔이 뒤엉켜 있었고 그 위로 흙더미가 쌓였다. 바닥에 파 놓은 지름 7.6m의 웅덩이에는 물이 차 있었으며 흙이 쏟아진 북측 옆면은 5m 깊이로 파여 있었다. 현장 관계자들은 시공사인 SK건설측의 안전조치 미흡을 지적했다. 지난해 9월 말 SK건설은 바로 옆 도로를 공사하고 있는 삼성물산(건설부문)측에 공사의 위험성을 감안해 지반에 어스앙카(축대를 지지하는 와이어)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측은 이보다 더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요청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법이 미흡해 도로까지 무너질 염려가 있어 도로와 공사장 지반 사이에 물이 흐르지 않도록 시멘트로 차수벽을 세워 달라는 요청을 했다.”면서 “하지만 오늘 현장에서 무너진 부분을 보니 전혀 보강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상자 “사람보다 차 먼저 대피시켜” 안전장치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상자들은 현장에는 사이렌 등 기본 시설이 없었고, 사람보다는 장비를 먼저 철수시켰다고 주장했다. 중장비에 기름을 넣는 일을 하는 이동익(52)씨는 “인부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장치가 전혀 없었다.”면서 “포클레인 등 상판에 무거운 장비를 너무 많이 올린 것도 구조물이 무너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상자는 “현장 관계자가 며칠 전부터 ‘벽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말했다.”면서 “사람보다 차량을 우선 대피시켰다.”고 전했다. ●사고원인은? SK건설은 “도로 건설 때 생긴 상수도가 파열돼 지반이 붕괴됐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삼성물산측은 “상수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공사현장에서 지반이 붕괴되면서 소화전이 터져 물이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부상자들도 “구조물이 붕괴된 후 상수도가 터졌다.”고 전했다. 사고 발생 이틀 전인 13일 성남 지역에 내린 비(강수량 35.5㎜)와 이상고온(낮 최고 영상 7∼13도)에 지반이 약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장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강한 지반이지만, 지반의 위쪽에 위치한 풍암(부스러졌다가 다시 형성된 암석)이 물을 많이 머금는 성질이 있어 지반 약화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3명의 사망자 시신이 안치된 분당 제생병원은 가족들의 오열로 가득 찼다. 고(故) 노동규(66)씨의 가족은 “어제 저녁을 먹으며 ‘이상하게 내일은 일을 하기 싫다.’고 했는데, 억지로 일하러 가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울부짖었다. ■사망자 노동규(66), 이태희(36), 유광상(51) ■부상자 차승돈(67), 이동길(60), 이동익(52), 박영진(42), 변원석(37), 최일(45), 김연규(50) 이경주 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지반약화로 무너져 3명 사망

    지반약화로 무너져 3명 사망

    판교신도시 택지개발지구 안의 터파기 공사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인부 10명이 매몰, 3명이 숨지고 7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15일 오전 8시25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동판교 택지개발지구 SK케미칼연구소 지하 5층 터파기 공사장에서 지반이 붕괴되며 지하 22m 바닥 등에서 일하던 인부 10명이 흙 속에 파묻혔다. 사고는 지하 공사장의 지반을 떠받치고 있던 H빔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북쪽 비탈면의 흙더미와 지상의 컨테이너가 지하로 쏟아져 들어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컨테이너 사무실에 있던 SK건설 작업반장 유광상(58)씨 등 3명이 죽고 지하에서 일하던 기중기 기사 이동길(60)씨 등 7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경찰은 이상고온으로 얼었던 땅이 녹은 데다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화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SK건설 관계자를 조사했다. 이 연구소는 2010년 4월까지 지하 5층, 지상 8∼9층의 2개 건물(연면적 4만 7650㎡)로 지어진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2009 희망 프리허그] (하)부도 탈출 中企人의 희망가

    [2009 희망 프리허그] (하)부도 탈출 中企人의 희망가

    “부도요? 그 참담함은 겪어 보지 않고는 모릅니다.”부도 당시를 떠올린 최정락(46·경기 고양 정발산동)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말도 떨렸다.최씨는 1989년 자본금 500만원과 대출금 500만원을 밑천으로 지하철 환기구 관련 자재 납품 업체를 차렸다.때마침 그해 서울은 지하철 확장 공사가 한창이었다.사업이 번창했다. 대구,부산 등지의 지하철 공사에도 관여했다.오래잖아 직원 40명에 연매출 5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그러나 성공가도에 제동이 걸렸다.95년부터 건설경기가 위축되기 시작했다.건설업체가 잇따라 무너졌다.최씨가 납품하던 업체들도 쓰러졌고,유동성이 악화됐다.돌려막기와 사채로 어음을 근근이 막았다.하지만 97년 겨울 외환위기 한파는 넘지 못했다.결국 어음 3억원을 못막아 도산했다.셋째를 임신 중이던 아내와 딸(7),아들(5)과 거리로 나앉았다. 최씨는 술에 빠져 지냈다.명성과 돈,사람을 모두 잃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만취 상태에서 다음날 눈 뜨지 않는 게 유일한 희망이었다.최씨는 셋째가 태어난 이튿날에도 술에 취해 잠들었다.늦은 밤 흐느끼는 소리에 눈을 떴다.방 한 귀퉁이에서 아내가 핏덩이를 안고 울고 있었다.아내는 “젖이 안 나와 이대로 가다간 막내가 죽을 것 같아요.”라며 통곡했다.“그때 정신이 퍼뜩 들었어요.아내와 함께 펑펑 울었습니다.” 최씨는 어떻게든 가족을 지켜야겠다고 결심했다.파주 일대 고물상을 드나들며 고물상과 철강업체의 거래를 알선하는 일을 시작했다.8년 동안 악착같이 고물을 팔아 1억여원을 모았다.2006년 은행 대출을 보태 철골구조물(H빔) 대여업체인 나이스스틸을 차렸다. H빔 대여비는 100t당 월 600만원 정도다.2007년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지난해에는 직원 5명에 연매출 30억원,자체 보유한 H빔 규모만도 1500t으로 커졌다.최근 경기침체로 건설 경기가 둔화하며 또 위기가 닥쳤다.97년처럼 건설업체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부도도 좋은 경험이 되더군요.경기침체를 예측하고 그에 대비해 현금을 미리 확보해 두는 지혜와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남는 정신을 얻었으니까요.” 최씨의 첫 번째 꿈은 자체 보유 H빔을 1만t까지 늘려 주식시장에 회사를 상장하는 것이다.그 다음엔 아내에게 예전 집을 되찾아주는 것.“자고나면 넘어가는 기업들이 수두룩해요.절대 좌절하지 말고,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땐 곁에서 손을 내밀고 있는 가족을 생각하세요.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겁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기로에 선 화물파업] 기간산업 2차피해 확산

    화물연대의 총파업 3일째인 15일 부산항과 평택항,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 등 주요 물류지역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들어갔다. 물류 기능의 중단으로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기간산업에 대한 2차 피해도 가시권에 진입했다. ●부산 포화… 신항으로 입항 변경 부산항의 컨테이너 장치율은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 컨테이너 반출입 물량은 평소(3만 4288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의 29.3% 수준(1만 53TEU 기준)에 그쳤다. 일부 컨테이너 부두는 장치율이 90%를 훌쩍 넘어서 사실상 부두 운영이 마비된 상태다. 감만 BGCT(대한통운+허치슨)의 장치율는 97.2%에 도달, 더 이상의 컨테이너 하역 및 반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감만 BICT(한진+세방)와 신감만 부두도 장치율이 각각 94.5%와 92%로 포화 상태다. 장치 능력이 5만 5000TEU로 부산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신선대부두도 장치율이 86.9%를 기록해 컨테이너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항도 컨테이너 장치율이 71.4%로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다만 광양항과 평택항은 컨테이너 장치율이 각각 31.4%,45%로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 “8일밖에 못버틴다” 경북 포항에서는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체들의 제품 출하가 전면 중단됐다. 화물연대 포항지부 소속 800여대와 비조합원 차량 2500여대는 운행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이날부터 포스코의 하루 2만 5000t에 이르는 육상운송용 제품 출하가 중단됐다. 포스코는 10곳의 비상 야적장(5일분 13만t)과 회사내 빈창고(3일분 7만t) 등으로 8일정도 버틸 수 있으나 파업이 장기화되면 조업 단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지난 13일부터 철근,H빔 등 제품 출하가 중단되고 있다. 하루 출하량이 9000t에 이르는 현대제철은 사내 야적장 3곳에 제품을 쌓아놓고 있으나 4일 정도밖에 버틸 수 없다. 강원도에 몰려있는 시멘트 업체도 물류난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삼척 동양시멘트는 하루 1000t을 수송했으나 이 날은 시멘트운송트레일러(BCT) 운행이 중단됐다. 현대시멘트와 쌍용양회 영월공장도 평소 각각 BCT 250여대와 200여대가 운행됐지만 이날 10대와 4대만이 각각 가동됐다. LG화학 등이 자리잡은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도 재료 공급과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 출하가 중단되면 식품포장용 필름가공업체의 생산이 중단되고, 이어 식품업체의 완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는 등 연쇄 피해가 발생한다 전국종합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물류대란 ‘비상’] 주력산업 줄줄이 ‘직격탄’

    13일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산업의 혈맥이 막히면서 전국적으로 물류대란이 빚어졌다. 사업장 곳곳에서 철강·유화 등 제품들이 출고되지 못하고 마당에 쌓였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공장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포스코는 이날 내수용 철강제품의 육상수송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육상운송이 하루 물동량 3만 8000t의 3분의2를 차지하지만 공급업체에 화물트럭이 들어가지 못하면서 물건들이 대거 공장으로 되돌아왔다. 오전 한때 화물연대 일부 노조원들이 철강공단 안에 위치한 운송사 하치장과 고객사 출입문을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내에 비상 야적장을 확보하는 등 파업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지난 12일 철근,H빔 등 하루 9000t 중 30% 정도의 출하가 차질을 빚었으나 이날은 완전히 중단됐다. 하루 1만 3000t을 출하하는 동국제강 포항공장도 대부분의 출하가 중단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운송도 문제지만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반입이 중단돼 며칠간의 여유분이 바닥나면 조업마저 중단될 위기”라고 말했다. 유화업계에서는 이미 조업중단이 시작됐다.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KCC는 지난 9일부터 재고가 누적되고 원료 수급이 어려워지자 석고보드 공장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삼성토탈과 LG화학, 롯데대산유화 등 같은 단지 내 업체들도 출하중단이 6∼7일 지속되면 공장 가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운송률이 50∼60%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루 평균 200∼250대 정도 컨테이너를 내보내 왔지만 지난 10일부터 화물연대 광주지부 파업이 시작돼 운송에 심한 차질을 겪고 있다. 수출물량의 70% 정도를 처리하던 광양항이 봉쇄되면서 부산항 등 다른 항만으로 물량을 돌리고 있다. LG전자는 내수제품을 운송하는 차주들과는 운송료 인상에 합의해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차질 등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비상운송 체제에 돌입했다. 중소기업들의 피해도 잇따랐다. 중소기업인 경기 양주시 A물산의 경우 서울에 있는 파이프 제품을 부산까지 수송할 컨테이너 운송차량을 구하지 못해 오는 16일로 예정된 과테말라행 선적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경기 성남의 전자제품 생산업체 B사도 평택항으로 수입된 부품을 운송할 화물차량을 구하려다 실패, 결국 12일 직원들이 직접 평택항으로 차량을 몰고 가 제품을 회사로 옮겼다. 한편 한국무역협회는 12일까지 이어진 화물연대의 산발 파업으로만 28개사에서 660만달러어치의 제품이 수출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입도 12개사에서 116만달러어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태균 주현진기자 windsea@seoul.co.kr
  • 트럭 올스톱…주요 항만 포화

    트럭 올스톱…주요 항만 포화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가 13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와 전국의 항만 등 화물수송 기간망이 사실상 마비됐다. 부산항, 광양항, 평택항 등과 포스코 등 주요 산업체의 물류가 중단되면서 수출 차질 등 파장이 우려된다. 파업으로 수출상품의 선적중단 등이 계속되면 하루 1280억원(한국무역협회 추산)씩 산업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화물연대가 정부와 화주인 컨테이너 운송사업자측에 요구하고 있는 운송료 30% 인상 등 5개항의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파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연대는 이날 전국 15개 지부별로 1만 3000여명의 조합원이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화물수송 거부 등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오전 10시 수도권 물류의 중심인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 화물터미널에서는 서울·경기지부 조합원 250여명이 출정식을 가졌다. 부곡IC∼컨테이너1기지 1㎞구간 4차선 도로에는 운전자 없는 트레일러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출하된 컨테이너는 긴급화물 7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 그쳤다. 5일째 운송을 거부 중인 경기 평택항에서는 화물터미널 정문 앞에 트레일러 100여대가 진출입을 차단했다. 평택항을 운행하는 컨테이너 차량 1022대 가운데 34.9%(357대)만 화물연대 소속이지만 비조합원들도 대부분 파업에 동조한 상태다. 국제여객터미널 컨테이너 적치장은 적정물량(1400TEU)을 넘어 장치율이 103%(1443TEU)에 이르면서 물류가 ‘올스톱’된 상태다. 평소 3단으로 쌓던 적치장 컨테이너가 파업후 5단으로 올려지면서 안전 사고마저 우려되고 있다. 전국 컨테이너 물동량의 75%를 차지하는 부산항에서는 오후 2시30분 출정식이 열렸다. 하지만 대체 적치장인 부산 신항이 있어 며칠간은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다. 주요 산업체의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포스코는 하루 물동량 3만 8000t 가운데 육상 운송분 2만 5000t의 수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이날부터 철근,H빔 등 하루 출하량 9000t 출하가 전면 중단됐다. 국방부는 이날 컨테이너 수송차량을 의왕기지로 파견, 회사별로 배정했으나 물류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평택항만청도 국제여객터미널 근처 1만 300㎡ 부지에 임시 적치장을 마련해 컨테이너를 옮겨 넘치는 화물량을 해결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오식 화물연대 대구·경북지부장은 “운송료 30% 인상 등이 이뤄질 때까지 파업은 흔들림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종합 의왕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Local] 달사람 로봇 조형물 설치

    국립중앙과학관은 16일 야외 광장에 거대한 달사람(月人) 남녀 로봇 전시물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로봇들은 높이 14m, 폭이 6m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로, 무게만도 한 개당 14t에 달한다. 재질은 철재 H빔에 은색 알루미늄으로 마감처리했다. 국내 유명 설치예술작가인 장승효씨가 우리 관념 속에 존재하는 달사람을 이미지화한 예술작품이다.
  • 가좌역 사고 전날까지 발파작업

    지난 3일 발생한 경의선 가좌역 철로지반 침하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 마포경찰서는 선로 인근 지하 공사장에서 사고 전날까지 발파 작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 옹벽 붕괴와의 관련성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특히 사고 5일 전인 지난달 31일부터 이미 사고 현장 주변 건물에는 금이 가고 바닥이 내려앉는 등 붕괴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발파 책임자를 불러 조사한 결과, 공사장 바닥을 폭파하는 작업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진행됐으며, 사고 당일에는 발파 작업을 쉬고 바닥에 폭약을 넣을 구멍을 뚫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발파가 옹벽 붕괴의 주요 원인인지 알 수는 없다.”면서도 “옹벽이 발파에 의한 진동을 견뎌낼 수 있도록 지반에 맞게 설계됐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옹벽이 붕괴된 지반은 암석보다 강도가 낮은 규석질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 책임자인 장모씨는 경찰에서 “지하 4m 아래에서 H빔과 암벽에 드릴로 구멍을 내는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30분에 걸쳐 ‘땅’ 하며 옹벽을 지지하는 강철선이 끊어지는 소리가 5∼10분 간격으로 들려 현장에 있던 인부 17명과 포클레인 등 장비 5대를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장씨는 “옹벽이 무너지는 도중 수색역을 출발한 서울 방향 열차를 사고 3분 전인 오후 5시11분쯤 사고지점 150m 앞에서 다급하게 손을 흔들어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철도공사는 이 열차가 가좌역장으로부터 무선으로 정지명령을 받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주민 김모씨는 “지난달 28일부터 창문이 떨어지고 2층 건물 곳곳에 금이 가고 바닥도 내려앉았다.”고 말했고, 주민 노모씨는 “집 내부의 바닥 타일에 균열이 생겨 몇차례 시공사인 쌍용건설에 신고했으나, 지난달 31일 직원이 현장에 다녀갔지만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모 가좌역장은 경찰조사에서 “하행선만 다소 불안정하나 열차 전체적인 운행 상황을 감안하면 무리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 서행 조치만 한 채 4대의 열차를 지나가게 했다.”고 시인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7시20분쯤 가좌역 직원으로부터 ‘복구 현장에서 흙이 내려온다.’는 신고를 받고 급히 출동해 조사했으나 ‘2차 붕괴’의 우려는 아니라고 판단해 현장에서 철수했다.철도공사는 6일 오후 6시쯤 3개 선로를 복구, 7일 첫차부터 모든 열차의 운행을 정상화한다고 밝혔다.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한강에 ‘물에 뜨는’ 자전거도로 만든다

    한강변에 ‘물 위에 뜨는’ 자전거도로가 생긴다. 서울시 한강시민공원사업소는 4일 한강변 강변북로의 광진교∼구리 시계(市界) 구간에 2008년까지 설치할 자전거도로를 물에 뜨는 부교(浮橋)로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전거도로는 지상 구간 0.2㎞에 부교 1.86㎞를 포함, 총 연장 2.06㎞에 폭 5m 규모다. 구리시 부담분 22억원을 포함해 모두 104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사업소는 강화 플라스틱으로 물에 뜨는 부력통을 만들고 그 위에 강재 프레임을 연결시켜 부교를 완성한다. 부교 위에는 강철판을 덮고 0.8㎝ 두께의 특수 아스팔트를 포장해 자전거도로를 만든다. 이 도로는 아차산대교 교각 4곳에 H빔으로 고정돼 수위에 따라 높낮이가 조절된다. 사업소는 “부력재가 물살을 흡수하는 구조여서 자전거 이용자는 큰 흔들림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전을 위해 일반 보행교(1.2m)에 비해 높은 난간(1.5m 이상)을 설치한다. 서울 시내에는 강남 41.4㎞, 강북 39.3㎞ 등 총 80.7㎞의 자전거도로가 있다. 시는 개통되지 않은 시계 구간 3곳(구리 1.84㎞, 하남 4.12㎞, 김포 3.02㎞)의 자전거도로를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철강기술상에 김상헌 포스코 팀리더

    한국철강협회(회장 이구택)는 제23회 철강기술상에 포스코 김상헌 팀리더를, 철강기능상에는 포스코 조길동 주임을 수상자로 각각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김 팀리더는 도금조직 미세화 용융아연도금강판을 개발, 제조원가를 높이지 않고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조 주임은 고급강의 용강 청정도 향상을 위해 ‘탈린 더블슬래그 조업기술’ 등의 조업기술을 개발했다.철강기술장려상에는 초고장력 H빔을 개발한 현대제철의 이형철 부장을, 철강기능장려상에는 후판 생산공정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스케일 불량을 개선한 포스코의 배명호 주임을 각각 수상자로 선정했다.
  • [가슴 속 그림 한 폭] ‘살아있음과 희망’의 여백

    [가슴 속 그림 한 폭] ‘살아있음과 희망’의 여백

    한 지인의 추천으로 손광영(55) 현대스틸산업 대표이사를 만나러 가면서 은근히 걱정이 앞섰다. 차갑고 딱딱한 쇳덩이를 다루는 회사 대표가 그림을 좋아하기는 할까? 고맙게도 손 대표는 이런 걱정을 단 한 마디로 날려버렸다.“‘붓질에 의한 형상과 색채가 작가의 몫이라면, 여백은 보는 사람의 몫이죠.” 서양화가 김정수의 ‘진달래 꽃’을 소개하면서 대뜸 내뱉은 말이다. 보는 이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작품이란다.2년 전 한 전시에서 처음 그 그림을 보고나서, 흔하디 흔한 진달래의 새로운 진면목을 보았다고 했다. 김정수의 진달래꽃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흐드러지게 피어있지 않다. 그렇다고 김소월의 진달래꽃처럼 서럽지도 않다. 징검다리 위에 막 내린 눈처럼 불면 날아갈 듯 연약해보이지만, 결코 밟히지 않겠다는 듯 생기가 넘친다. 잿빛 도시 위로 눈꽃처럼 떨어져 내리지만, 체념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눌한 듯하면서도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는 손 대표의 그림 감식안이 예사롭지 않다. 그가 김정수의 그림에서 찾아낸 것은 ‘살아있음’과 ‘희망’이다. 작품속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백에 그는 ‘살아있음과 희망’이라는 마음속의 그림을 그린다. 손 대표는 이를 ‘화사하되 격조가 담겨있는 풍경’이라고 표현한다. 자칫 천박해지기 쉬운 연분홍빛에서 격조를 담아냈다며 작가를 칭찬한다. 투명한 듯하면서 아스라한 진달래꽃 특유의 색깔을 내는 데 3년이나 걸렸다는 작가의 변까지 소개하면서. 손 대표는 현대건설에서 홍보통으로 부장과 전무를 지낸 뒤 최근 계열사인 현대스틸산업 최고 경영자가 됐다. 홍보맨 출신으로선 매우 드문 일. 그만큼 어깨가 무거울법한 데도 얼굴에 자신감이 넘친다. “인간사회에서, 특히 조직문화에서 경직됨은 금물입니다. 유연한 사고, 인간 중심의 판단이 중요하지요.” 철골이나 H빔 등을 생산하는 회사이다 보니, 사내 분위기가 경직되어 보인다는 손 대표. 그래서 사원들이 문화예술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전시든 공연이든 자주 접하다보면 사내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그 또한 퇴근하면 거실 한쪽 벽에 피어 있는 ‘진달래꽃’을 응시한단다. 팍팍한 업무로 자신도 모르게 강퍅해진 마음에 너그러움을 충전하면서.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주택·도로 침수등 곳곳 피해

    26일 오후부터 서울과 경기·인천 등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가 27일까지 이어져 주택·도로침수와 감전사고, 빗길 교통사고 등 비피해가 잇따랐다. 경기도 고양시에선 아파트 축대에 균열이 발생,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26일 오전 9시24분쯤 인천시 중구 전동 부근 도로에서 친구와 함께 빗길을 걷던 여고생 이모(16)양이 한전의 맨홀 뚜껑 위를 지나다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경찰은 이양이 전선이 매설된 맨홀뚜껑을 밟으면서 감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오전 6시40분쯤 경기도 고양시 성사동 미도아파트 9동 옆 길이 10m, 높이 3∼5m 축대와 축대위 높이 2m의 벽돌담에 30㎝ 폭의 균열이 발생, 주민 20가구 80여명이 인근 성사초교로 한때 긴급대피했다. 고양시는 돌담을 철거하고, 축대에 H빔을 세우는 긴급 보강공사를 폈다. 같은 날 오전 8시30분쯤 강원도 춘천시 온의동 88공원앞 경춘국도에서 유모(51)씨가 몰던 누비라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 마주오던 라노스 승용차, 레조 승합차와 잇따라 충돌해 유씨가 그자리에서 숨졌다. 경찰은 유씨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집중호우로 인한 하수구역류현상 등으로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 다세대주택 등 주택 39가구가 침수됐고, 경기도 구리시 교문 1동 H오피스텔과 수택동·인창동 저지대 주택 3곳도 물에 잠겼다.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장암동간 중랑천 자동차 전용도로 4㎞가 8시간 동안 침수돼 한때 통행이 중단됐고, 인천 남구 용현동 인하대 후문도로와 도양장 사거리, 부평 십정사거리 등의 도로도 한때 통제됐다. 제주공항에 분 돌풍으로 오전 8시대에 출발, 도착예정이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기 4편이 결항되는 등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항공기 64편이 결항됐다. 인천과 서해 섬을 잇는 13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중단됐고, 포항∼울릉도 정기여객선 운항도 통제됐다.정리 의정부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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