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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유명 아이돌, “내 아들 친자 아니다” 눈물의 기자회견

    日 유명 아이돌, “내 아들 친자 아니다” 눈물의 기자회견

    일본 유명 아이돌 출신 배우인 오오사와 미키오의 ‘친자 소동’이 현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오오사와가 직접 입을 열었다. 최근 현지 언론은 오오사와와 전 부인 키타지마 마이 사이의 아들이 미키오의 친아들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또 오오사와의 아들은 한 주간지에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과 학대를 받았다고 폭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오오사와는 자신을 가정사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자 7일 기자회견을 자처, “일련의 소동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그는 “아들이 친자가 아닌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사실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오오사와는 “아들에게 큰 상처가 됐을 것”이라면서 “사과하고 싶어도 사과조차 할 수 없다”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전 부인인 키타지마에게 “아들과 정면으로 부딪히고 엄마로서 애정을 가지고 다가섰으면 좋겠다”고 말할 때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 아들에게 “앞으로도 나를 친아버지라고 생각해준다면 기쁘겠다. 친구도 좋다.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오오사와의 아들은 미국에 사는 키타지마의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친권 역시 오오시마와 키타지마가 아닌 키타지마의 부모님이 가지고 있어 의혹이 커진 상황이다. 오오사와는 친권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말을 흐렸다. 오오사와는 1997년 배우로 활동하던 키타지마와 결혼을 했다. 당시 두 사람은 이미 7살이 된 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5년 오오사와는 키타지마가 아들을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이혼을 했다. 이후 아들은 오오사와와 함께 살았지만 아버지 역시 학대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주간지를 통해 “아버지가 일본도를 꺼내며 내게 ‘이걸로 찔리면 죽는다’고 협박해서 그 길로 가출했다”면서 가정폭력에 시달린 사실을 폭로했다. 보도 직후 오오사와는 자신의 행동을 시인했지만 키타지마는 “학대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오오사와는 1980년대 아이돌 그룹 ‘히카루 GENJI’의 멤버로 큰 인기를 얻었다. 1994년 그룹을 떠난 뒤에는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 배우로서 활약해 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선시대 집주름 관심…‘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 재산축적 도와

    조선시대 집주름 관심…‘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 재산축적 도와

    조선시대 집주름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수현(민준)이 갑부가 된 배경으로 조선시대 집주름이 등장했기 때문. 2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6회에서는 정은표가 조선시대 집주름으로 출연해 김수현이 부를 축적하게 된 과정을 보여줬다. 이날 방송에서 김수현(민준)은 3개월 후 지구를 떠나게 될 것 같다며 김창완(영목)에게 재산 처분을 일임했고, 영목은 정리한 부동산을 민준에게 전달하며 그의 재테크 실력에 감탄했다. 이에 민준은 처음 부동산을 시작한 1753년 당시의 집주름 윤성동(정은표 분)을 떠올리며 그가 추천한 땅과 집을 사들이던 과거를 회상, 집주름을 통한 부동산 투자가 재산 축적의 주요 수단임을 시사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집과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의 매매 임차 및 전당 등을 주로 중개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집주름이라 불렀다고 한다. 1900년대 초 대도시인 서울과 평양 등에서 활동하는 집주름을 칭할 때에는 ‘가쾌’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으며 가쾌들이 모여 사무실을 차린 것이 이른바 ‘복덕방’이라고 한다. 복덕방은 일종의 거간업으로 조선 말기만 하더라도 100여 개의 복덕방과 500여 명의 가쾌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한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제작진에 따르면 ‘집주름’ 윤성동은 당시 실존 인물이다. 박지은 작가는 “조선왕조실록 영조 29년(1753년)에 ‘윤성동은 집주름 노릇을 생업으로 삼았습니다’라는 기록을 바탕으로 윤성동이란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며 “극에 사실감을 부여하고, 우리 주변에 정말로 외계인이 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을 수 있도록 만든 장치”라고 밝혔다. 사진 =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조선시대 집주름 연예팀 seoulen@seoul.co.kr
  • 英 팬들 “벵거, 프리킥이 장난이야?”

    英 팬들 “벵거, 프리킥이 장난이야?”

    “I hope it’s his last free kick in Arsenal shirt.”(이게 그가 아스널에서 차는 마지막 프리킥이었으면 좋겠군요.) 위에 인용한 문구는 아스널 대 카디프 경기 전반전, 바카리 사냐의 프리킥이 벽을 맞고 나온 상황에 대한 현지방송 해설가의 코멘트다. EPL에서 프리킥이 벽에 맞는 상황은 비일비재한데 ‘다시는 안 찼으면 좋겠다’니 어떻게 저렇게 ‘과격’한 해설이 나온 걸까. - “벵거, 프리킥이 장난이야?”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카리 사냐가 프리킥을 찼다는 상황이 그만큼 현지 언론이 보기에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는 뜻이다. 사냐가 프리킥을 시도한 장소는 일명 ‘베컴존’이라고 불리는, 프리킥에 능한 선수라면 얼마든지 득점이 가능한 위치였고, 사냐는 적어도 아스널 입단 이후 단 한 번도 직접 프리킥에서 득점을 한 적이 없다. 아니, 그 위치에서는 아예 프리킥 ‘시도’를 한 적 조차 없는 선수다. 감정을 배제해야 하는 방송 해설가가 저렇게 말할 정도이니, 팬들의 반응이 더 과격한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기사에는 옮기기 힘든 욕설을 하는 팬들부터 시작해서 “아니 이거 무슨 새해 기념 농담인가?”, “내가 아직 잠에서 덜 깬 건가,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카솔라와 아르테타를 두고 사냐가 프리킥을 찬다고? 벵거, 프리킥이 장난이야?”라고 성토하는 팬들까지 다양하다. “2014년, 의외의 장면 제 1호”라고 재치있게 표현한 팬도 있다. 영국의 한 유명 아스널 팬 커뮤니티에서는 사냐가 프리킥을 찬 이유에 대해 토론까지 벌어졌는데, 그 중 재미있는 해석은 재계약을 거부하고 있는 사냐를 설득하기 위해 사냐에게 프리킥 기회를 줬다는 해석이다. 이 말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현재 아스널의 No.1 프리키커인 티오 월콧이 그 자리에 있게 된 시점 역시 지난해 이맘때쯤, 즉, 재계약 여부를 놓고 구단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만 보더라도 아스널 경기에서 이렇듯 이해하기 힘든 프리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승행진에 있어 중요한 승부처였던, 아스널 대 맨유 전에서도 이상한 장면이 나왔다. 이제 막 부상에서 복귀해 경기감각이 떨어져있는 베르마엘렌이 마찬가지로 득점이 가능한 상황에서 프리킥을 찬 것이다. 베르마엘렌의 바로 옆에는 레알 마드리드 시절, 한 때 ‘감히’ 호날두를 제치고 프리킥을 차서 득점을 한 적이 있는 외질이 서 있었다. 도대체 그렇게 프리킥을 잘 차는 외질을 두고 부상에서 복귀한 수비수가 프리킥을 차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물론, 베르마엘렌은 수비수 중 뛰어난 슈팅능력과 득점력을 가진 선수지만, 그 역시 아스널 입단 이후 단 한 번도 프리킥에서 득점에 성공한 적이 없다. 베르마엘렌의 슈팅은 역시나 불발로 그쳤고, 그 날 아스널은 맨유에 결국 1골 차이로 패배했다. 맨유와 아스널의 승부를 가른 1골, 즉 아스널로 하여금 승점 3점을 잃게 한 그 한 골은 어떤 상황에서 나왔을까. 맨유의 코너킥 상황에서 나왔다. 즉, 아스널이 베르마엘렌에게 프리킥 기회를 주고 득점기회를 날려버린 반면, ‘세트피스’ 상황에서 맨유는 득점에 성공했고, 그것으로 승부가 갈렸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코너킥을 득점으로 만든 주인공이, 한 때 아스널에서 전문 프리키커였던 반 페르시였다는 점은 양 팀이 하나의 세트피스를 대하는 태도를 더욱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EPL 우승은 ‘골득실’에 의해 갈릴 수도 있다. 사냐와 베르마엘렌의 2번의 프리킥에 대한 지적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팬들이 있다면,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바로 2시즌 전, 2011/12시즌 1위팀과 2위팀의 승점차이가 몇점인지 기억하느냐고 말이다. 그 해 우승팀 맨시티와 준우승팀 맨유의 승점차이는 ‘0점’이었다. 그들은 19라운드에도 승점이 같았고, 38라운드에도 같은 승점으로 리그를 끝냈다. 결국 맨시티가 ‘챔피언’이 된 이유는 ‘골득실차’였다. 맨시티가 맨유보다 9골 더 높은 골득실을 기록했기 때문에 우승자가 되는, ‘골득실’에 의해 우승팀이 결정되는 상황이 불과 2시즌 전에 EPL에서 있었다는 것이다. 수많은 전문가, 그리고 아스널의 감독 벵거 본인이 “이번 시즌 EPL 우승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고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제 사냐와 베르마엘렌이 득점이 가능한 상황에서 프리킥을 차는 것은 문제가 된다. 그들 대신, 다른 선수가 그 프리킥을 찼다고 해서 그것이 득점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보장은 물론 없다. 그러나, 진짜 심각한 문제는 아스널이 스스로 득점 찬스를 너무도 허무하게 날려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맨유전의 중요성은 두말 할 나위도 없거니와, 이번 카디프 전은 아스널이 승리하지 못할 경우 단숨에 3위까지 떨어질 수도 있는 경기였다. 그런 경기에서 선제골이 중요한 것은 당연한 것인데, 득점을 노려야 하는 팀이 득점찬스에서 ‘한 번도 프리킥으로 득점해본 적이 없는’ 키커에게 프리킥을 맡기는 것은 분명한 실책이다. - ‘최고의 프리키커’를 두고도 안 쓰는 아스널 위에 지적한 사실들을 더 팬들이 이해하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 아스널에 이미 유럽 최고의 프리키커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다른 선수들이 프리킥을 차기 때문이다. 바로, 산티 카솔라다. 카솔라는 아스널 입단 전 말라가 시절 유럽을 통틀어 2011/12시즌 페널티에어리어 밖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즉 중장거리 골을 가장 많이 성공시킨 선수였다(8골). 그 시즌 그는 라리가에서만 4골의 프리킥을 성공시켜 세계 최고의 프리키커 중 한 명이라는 극찬을 들었다. 그런 카솔라가 아스널에 입단했을 때, 이 사실을 아는 일부 팬들은 드디어 카솔라가 아스널의 프리킥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그런 카솔라를 옆에 두고, 티오 월콧이 매번 프리킥을 차는 것도 팬들 눈에는 답답할 노릇이다. 그래도 티오 월콧은 현재 아스널에서 가장 아스널에 오래 있었던 선수 중 하나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점점 프리킥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팬들도 이제 어느 정도 그의 프리킥을 ‘이해’하게 된 상황이다. 그런데 이제 사냐가 프리킥을 차며 득점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는 것은 한마디로 박빙의 우승경쟁을 벌이고 있는 팀답지 못한 모습이다. - 한 순간의 집중력이 승부를 가른다 위에서 설명한대로, EPL 우승팀은 골득실차에 의해 갈릴 수도 있다. 그리고, 프리킥은 무승부로 끝날 것 같던 경기를, 또는 질 것 같던 경기를 단 번에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승부의 세계는, 특히나 EPL처럼 치열한 승부는 한 순간의 집중력이 승부를 가른다. 아스널이 진정한 우승후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번도 프리킥에서 득점한 적이 없는’ 선수가 득점이 가능한 상황에서 프리킥을 차는, 경기결과를 바꿀 수도 있는 프리킥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대처하는 모습은 반복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잘 나가던’ 2007/2008시즌 34라운드, 맨유에게 1점차로 패배를 당하며 무너졌던 그 경기에서 오웬 하그리브스에게 내줬던 프리킥 골을 잊지 않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나의 프리킥’이 우승을 하느냐 아니냐를 가르는 팀 사기 전체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첫번째 사진= 카디프 경기 후 인터뷰를 갖고 있는 벵거 감독(아스널 TV 캡처) 두번째 사진= 사냐의 프리킥에 대한 현지 팬들의 반응. (트위터) 이성모 스포츠 통신원 London_2015@naver.com
  • [2014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타자를 소유하는 두 가지 방식/고광식

    1 ‘소유’라는 욕구 모든 주체들, 즉 소유욕에서 자신의 삶을 출발시켰던 세상의 ‘나’는 본질적으로 ‘타자’를 찾아 방랑하는 보헤미안(bohemian)이다. 소유의 주체는 타자를 만나면서 비로소 기쁨과 쾌락의 감정을 깊이 내면화한다. 그러므로 타자를 소유하는 과정에서 온전한 ‘나’가 세상에 드러나며, 타자에 대한 주체의 접촉은 자연스럽게 목적 자체가 된다. 소유욕에 있어서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2007)’의 시는 놀이하는 인간인 호모루덴스(homo ludens)의 몸짓으로 타자를 포착하기도 하고, 대상과의 합일하는 행위로 타자와 하나 되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시적 주체는 “달과 지구의/포개진 다리 아래 // 그대의 다음 세상 첫 울음 놓일 자리까지 / 이미 보아버린 자여”(‘월식 파티-처용, Shall we love?’)처럼 달과 지구가 포개진 파티를 보게 된다. 대상과 합일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서로 하나가 되어버린 달과 지구를 보며 ‘나’는 춤을 춘다. 달빛 아래 춤을 추고, 다리 아래 춤을 춘다. 춤은 소유욕에 대한 이해이며 환상이다. 때로 소유욕은 “이글거리는 불덩이, 굶주린 호랑이의 둥그렇게 벌린 입속으로 무릎걸음으로 기어들면서야 알았네”(‘여러 겹의 허기 속에 죽은 달이 나를 깨워’)와 같이 두려움의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을 현시한다. 이때 시적 주체는 “살거나 죽었거나 내 몸속으로 들어와 나를 살린 것들 다 이렇게 두려웠겠구나”라고 타자에게 심리적 상태를 투사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나’는 “자옥이 피어오르는 화염을 내려다보며 연꽃을 먹는 사람들이 산다는 어느 평화로운 부족의 마을을 떠올린 적이 있다”(‘주홍 글씨’)고 메타인지(metacognition)적 연민에 빠진다. 자아가 타자를 소유했는지, 타자가 자아를 소유했는지의 불가해성 상태는 “수통 속의 물 부어진/내 몸이 수통인지/수통인 내 몸이/내가 들고 마신 수통인지”(‘水桶’)에 이르러 서로 교차하며 접합되는 휴지 상태가 된다. 반면에 강정(‘키스(2008)’)의 시는 소유하는 과정을 섹슈얼리티하게 그려내어, 대상과의 합일로 소유하기보다는 파토스(pathos)적인 행위로 체현하려 든다. 욕구를 채우기 위해 시적 주체는 타자를 받아들이는 통로인 입을 최대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입술이 닿는 곳, 타자의 내재성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소유욕은 말라붙은 창공 속에서도, 불탄 돌들이 四海의 포말로 부서져 날릴 때에도 타자의 입을 통해 드러난다. 때로는 허공 한가운데 거대한 물고기의 아가미로 고정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소유로 가고자 하는 욕구는 섹슈얼리티한 감응의 상태에서 “태양이 죽은 자리에서/통째로 바스러진/하얀 밤을 들이마시고”(‘죽은 몸에 白夜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발현된다. 시적 주체는 소유욕에 대한 세상의 순례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하혈하는 어머니, 젖은 땅 위에서 “시인이 울 때, 여자는 시인의 눈물을 받아 마신다”(‘영화’)고 감정의 감염을 토로한다. 보드리야르에 의해 그 자체로 현실을 대체한다고 지적된 원본 없는 이미지가 시뮬라크르(simulacre)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입은 끊임없이 시뮬라크르를 생성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육감적이다. 입은 이처럼 타자를 소유하기 위한 도구이며 통로이다. 여자의 총총걸음을 따라 시적 주체는 “꽃들이 오랫동안 빨판 같은 주둥이를 벌려/내 몸을 나눠 받았다”(‘나비 떼가 떠 있는 방’)고 타자인 꽃들의 소유욕을 적시한다. 자신의 존재 안에 타자를 가두려 하는 욕구는 꽃이라 해서 다르지 않다. 꽃내음에 취하고 꽃의 모습에 현혹되는 순간 꽃은 언제든지 주둥이를 들이댈 준비를 하고 있다. 강정의 시적 주체는 “이 오래된 바람의 내력엔 서로 피를 나눠 먹던 종족의 역사가 흐른다”(‘死後의 바람’)고 구명하여 그의 시가 소유욕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김선우의 시는 호모루덴스의 몸짓으로 춤을 추며 타자와 하나 되기를 시도하고, 강정의 시는 섹슈얼리티한 감응의 상태에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대상과의 합일을 시도하는 방식이나, 현란한 시뮬라크르로 타자를 소유하는 방식 모두 타자와 하나 되기를 꿈꾼다는 점에서 동일한 의의를 지닌다. 2 타자와 하나 되기-김선우의 시 존 로크는 오크나무 아래에서 주운 도토리와 숲속의 나무에서 따 온 사과를 먹고사는 사람은 확실히 그런 것들을 자기 것으로 소유하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소유라는 것은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즉 도토리를 줍는 노동과 사과를 따는 노동에서 당위성이 부여된다는 의미이다. 이 경우 타자인 도토리와 사과는 인간에게 희생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사실 이것은 도토리, 사과가 타자와 하나 되기를 원해서 나타난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식물은 동물과 하나가 되었을 때 자기 자손을 널리 퍼트리고, 동물은 그 식물과 하나 돼야 생존할 수 있다. 알수록 무서운 소유욕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밥이어야 한다. 식물은 동물의 밥이 되고, 동물은 결국 식물의 밥이 된다. 이왕 밥이 돼야 한다면, 멜랑콜리(melancholy)한 감정이나 연민을 벗어버리고 따뜻한 밥이 돼야 할 것이다. 때로는 환각제를 복용했을 때처럼 그대와 나 동시에 입을 벌릴 수 있지만, 타자라는 밥상 앞에서 나는 내 몸속의 부드러움이나 딱딱함을 점검해야 한다. 내 몸속에서 그대가 아주 편안히 누워 있을 것에 대한 걱정이다. 내 몸속은 아주 아늑하고 부드럽다. 타자와 하나 되기 위해 준비된 몸이다. 그래서인가 내 몸속에 받아야 할 타자가 이 별에는 끊임없이 태어나고, 나는 그들이 소름 끼치게 그립다. ‘나’는 아, 대상과의 합일을 위해 입을 벌리고 사뭇 괴로운 시늉만 한다. 그러므로 김선우에게 있어서 소유 행위는 타자와 하나 되는 호모루덴스적인 동일시의 몸짓이다. 내 몸속 어디에서 내가 나를 향해 아, 입 벌리네 자기 해골을 갈아 만든 피리를 불면서 몸 사막을 건너는 순례자같이 그대가 아, 입을 벌린 순간에 내가 아, 입 벌리네 어둠 깊으니 그 어둠 받아먹네 공기 속에 살내음 가득해 아아, 입 벌리고 폭풍 속에서 비리디 비린 바람의 울혈을 받아먹네 그대를 사랑하여 아, 아, 아, 나 자꾸 입 벌리네 -‘그 많은 밥의 비유’ 부분 문제는 내가 떨림을 잃어간다는 것인데, 일테면 만년 전의 내 할아버지가 알락꼬리암사슴의 목을 돌도끼로 내려치기 전, 두렵고 고마운 마음으로 올리던 기도가 지금 내게 없고(시장에도 없고) 내 할머니들이 돌칼로 어린 죽순 밑둥을 끊어내는 순간, 고맙고 미안해하던 마음의 떨림이 없고(상품과 화폐만 있고) 사뭇 괴로운 포즈만 남았다는 것. -‘깨끗한 식사’ 부분 시적 주체인 ‘나’는 나를 향해 내 몸속 어디에서 아, 입 벌려 “해골을 갈아 만든 피리”를 불고 있다. 미칠 것 같은 영속성으로 드러나는 대상과의 합일을 위한 소유라는 욕구는 불쌍하고 가련하다. 해골을 갈아서 만든, 피리를 부는 전경화로 ‘나’를 투사하는 모습이 연민을 부른다. 말하자면 유전자 속에 배어 있는 소유욕이 주체의 참된 실체다. ‘자기 해골’이라는 피리는 ‘나’도 한때는 타자의 소유였다는 감각적 지각인 아이스테시스(aisthesis)이다. 이러한 전체성을 바탕으로 주체인 ‘나’는 몸 사막을 건너는 순례자같이 “그대가 아, 입을 벌린 순간에/내가 아, 입 벌리네 어둠 깊으니 그 어둠 받아먹는”다고 진술한다. 입을 벌려 타자를 받아들이는 통로를 자궁처럼 활짝 열고 간절히 드러내는 주체의 욕구는 “그대를 사랑하여 아, 아, 아, 나 자꾸 입 벌리는” 환각적인 상태가 된다. 이것은 타자와 하나가 되기 위한 눈물겨운 호모루덴스적인 소유의 방식이다. 타자와 하나가 되는 방식은 그 당위성을 만들기 위해 자아 성찰의 모습으로 지평을 확장한다. ‘깨끗한 식사’의 시적 주체는 “문제는 내가 떨림을 잃어간다”고 ‘나’의 퍼스낼리티를 규명한 후, 어떤 대상에 대한 의식 작용인 노에시스(noesis) 속으로 잠입한다. 따라서 시적 주체는 “내 할아버지가 알락꼬리암사슴의 목을 돌도끼로 내려치기 전, 두렵고 고마운 마음으로 올리던 기도가 지금 내게 없음”을 골똘히 생각한다. 그것은 무조건적인 하나 되기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자연의 한 조각이 되는 역동성이다. 그 두렵고도 미안한 감정은 타자의 죽음이 상품으로 쌓여 있는 시장에도 없음을 확인하고 시적 주체는 빤히 ‘나’를 쳐다보기 일쑤이다. 천 년 전이나 만 년 전이나 한결같았던 “내 할머니들이 돌칼로 어린 죽순 밑둥을 끊어내는 순간, 고맙고 미안해하던 마음의 떨림”이 ‘나’에게 없어 괴롭다. 즉 시장은 타자와 내가 마주 쳐다보며 꿈틀거리던 욕망이, 고마움이, 두려움이 ‘상품과 화폐’로 거래되는 공간이다. 이런 성찰로 인해 주체는 타자를 현재의 프레임에 가두는 것을 경계한다. 이렇게 정신적 유전자 속에 잠재된 의식을 정치하게 드러내는 것은, 타자와 하나 되기의 당위성에 방점을 찍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되는 타자에 대한 메타인지적 연민 때문이다. 또한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는 나와 타자가 즉자와 대자의 모습으로 고정되게 놓아두지 않는다. 이것은 누가 먼저 소유를 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유동적인 관계이다. 내 밥상 위 “육중한 접시가 언제쯤 깨끗하게 비워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처럼 나도 타자(식물)의 밥상 위에 언젠가는 얹힐 것이다. 시인은 양가적 고민에 빠져 소리친다. “이 무거운, 토막 난 몸을 끌고 어디까지!”라고. 잊고 지난 세월 동안 홀로 된 종이 쓸쓸해서 나무가 쇠종을 품어준 것인지 철사 줄 묶여 어금니 깨물며 오래 아팠던 나무가 팔짱 끼듯 자기의 겨드랑 살 같은 곳을 잠가버린 것인지 겨드랑에 종을 품고 나무가 종 대신 몸을 울어준 것인지 실은 아무도 모르지만 -‘그 나무가 삼킨 종 이야기’ 부분 어린 새끼를 입에 물고 옮기는 호랑이를 보았다 천천히 클로즈업으로 잡은 호랑이 입속의 호랑이를 보다가 밥 먹던 숟가락을 놓치고 말았다 먹잇감을 물었을 때나 새끼를 물었을 때나 이빨! 잡아먹거나 사랑하거나 드러내거나 숨기거나 그곳에 이빨! 입에 물고 옮기는 호랑이나 입속의 호랑이나 어떤 서늘한 갈등이 등골을 버티고 있으리라는 예감이 지나갔다 -‘카르마, 동물의 왕국’ 전문 입이 없는 식물들은 어떻게 타자를 자기 것으로 만들까. 입이 있는 동물들이야 타자를 입에 넣고 강한 이빨로 저작한 다음 위장에 넣고 소화하면 타자와 ‘나’는 완전한 하나가 될 수 있다. 입이 없는 나무가 타자를 소유하려는 방법은 그것을 바라보는 시적 주체를 아프게 한다. 주체는 입이 없는 나무와 종이 하나가 된 기사를 아침에 본 후, 보름이 지나도록 자신의 몸속이 아픈 것을 자각하느라 괴롭다. 입이 없는 것들은 둘이 하나 되는 관계 속에서, 온전한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구를 꿈꾸는 데 열중이다. 자신의 몸에 철사줄로 매단 종을 잊었다는 듯 “나무가 쇠종을 품어준 것인지”, 아니면 “겨드랑에 종을 품고 나무가 종 대신 몸을 울어준 것인지” 실은 아무도 모르지만 둘은 하나가 돼 있다. 이렇게 둘은 나에게 네가 없으면 내가 없다는 관계를 형성해서 한 천 년을 견디려는 모습을 취한다. 둘의 존재가 하나로 보완 관계가 돼 특별해졌기 때문이다. 입이 존재하는 동물들은 타자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있어서 밀착과 얼룩이라는 데칼코마니(decalcomanie)적 행위를 사용한다. 나의 입을 타자에 밀착시킴으로써 소유에 대한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고, 이는 현실 속에서 때때로 부자연스럽고 흉측한 의미체가 되어 시적 주체는 “천천히 클로즈업으로 잡은 호랑이 입속의 호랑이를/보다가 밥 먹던 숟가락을 놓치고”마는 상태에 빠진다. 이처럼 타자와의 관계에서 입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나’의 입이 밥이라는 타자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통로로서의 역할을 했다면, ‘호랑이’의 입은 어린 새끼를 입에 물어 자신과 하나라는 것을 체현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내’가 ‘너’에게로 다가가든지, ‘네’가 ‘나’에게로 다가오든지간에 ‘입’이 차지하는 위치는 의미심장하다. 왜냐하면 나와 타자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 “먹잇감을 물었을 때나 새끼를 물었을 때나” 입은 중요한 상징체이며 동시에 실제적 기능을 하는 도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왕국을 시청하고 있는 시적 주체는 하얗게 드러나는 입속의 ‘이빨!’을 보며 “잡아먹거나 사랑하거나 드러내거나 숨기거나” 하는 입을 기능적인 측면에서 사유한다. 이때 주체에게 다가오는 서늘한 갈등은 나와 타자의 관계성이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관계에서 올 수 있다는 대등적 관계의 깨달음이다. 그러므로 “등골을 버티고 있으리라는 예감”을 할 수 있다.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전문 꽃이 핀다. 봄에도 꽃이 피고, 여름에도 꽃이 피고, 가을에도 꽃이 핀다. 이처럼 꽃들은 시기를 달리하여 경쟁하지 않고 차례대로 그 아름다운 모습을 세상에 드러낸다. 시적 주체는 꽃이 피는 것을 보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그대가 피는 것인데/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라고 의아해한다.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너’의 행위가 나를 떨게 하는 이유가 못내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꽃으로 꽃벌 한 마리가 날아들었는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꽃이 나이고, 내가 꽃 같은 상태에서 나는 아득하다. 부버가 ‘너’ 혹은 ‘그것’이 없이는 ‘나’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이 세상의 모든 ‘나’는 ‘너’라는 대상과의 합일을 추구함으로써 충만한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김선우의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에 대한 물음의 끝에는 타자인 ‘꽃’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이 있는 것들의 진정한 삶은 대상과의 합일인 소유이고, 소유는 나와 타자의 관계에서만 온전하게 성취될 수 있다. 대상과의 합일을 시도할 때의 ‘나’는 자연의 한 조각으로 모자이크돼 생명력을 얻게 된다. 이렇게 타자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진정한 ‘나’를 드러내는 본능적 행위이다. 나와 너의 관계는 언제나 주체와 객체가 바뀔 수 있는 관계이다. ‘너’를 소유할 때의 ‘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나’지만 그것은 너와 내가 하나가 된 전혀 다른 내적으로 충만한 ‘나’이다. 타자를 소유한 나는 존재 속에 존재자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꽃 피는 것이 내 일임을 이제 알겠다. 3 ‘시뮬라시옹’(simulation)하는 느낌-강정의 시 맥루언에 따르면 시대를 주도하는 매체가 무엇인가에 따라 인간의 ‘감각비’(sense ratio)가 달라지고,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도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유비쿼터스 시대를 예로 들면, 각종 노마딕(nomadic) 기기들로 인해 인간의 감각비는 시각 중심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강정의 시적 주체가 ‘입’을 섹슈얼리티하게 사용하여 ‘시뮬라크르 하기’인 시뮬라시옹하는 느낌으로 타자를 소유하는 것도, 인간은 시대를 주도하는 매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보드리야르가 맥루언의 영향을 받아 시뮬라시옹이라는 이론을 만들었듯이, 강정은 시적 주체들로 하여금 이전과 달라진 감각비를 사용하여 지금-이곳의 타자를 시뮬라시옹하고 있다. 너는 문을 닫고 키스한다/ 문은 작지만 문 안의 세상은 넓다/ 너의 문으로 들어간 나는 너의 심장을 만지고 내 혀가 닿은 문 안의 세상은 뱀의 노정처럼 굴곡진 그림들을 낳는다/ 내가 인류의 다음 체형에 대해 숙고하는 동안 비는 점점 푸른빛과 노란빛을 섞는다/ 나무들이 숨은 눈을 뜨는 장면은 오래전에 읽었던 동화가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미래는 시간의 이동에 의한 게 아니라 시간의 소멸에 의한 잠정적 결론, 나의 문 안에서 나는 모든 사랑이 체험하는 종말의 예언을 저작한다/ 너는 내 혀에서 음악과 시의 법칙을 섭취하려 든다/ 나는 네게서 아름다운 유방의 원형과 심리적 근친상간의 전형성을 확인하려 든다/ 그러니까 이 키스는 약물중독과 무관한 고도의 유희와 엄밀성의 접촉이다 -‘키스(1)’ 부분 나는 문을 닫고 너의 몸을 받는다/ 내 안으로 들어온 너는 사뭇 여장부스러운 근골과 큰 키를 과시한다/ 뒷굽이 십 센티미터에 달하는 하이힐을 또박또박 디디며 혓바늘 사이를 배회한다/ 몸 밖으로 빠져나온 네 혀가 나라는 한 세상을 뒤집어 오랫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길몽과 흉몽 사이의 아득한 절대치의 추상화를 구상화한다/ 너는 무용에 어울리는 몸을 가졌다/ 그러나 나는 건축에 어울리는 몸을 가졌다/ 그리하여 너는 내 몸이라는 凶家에서 춤추는 무희가 된다/ 내 혀는 너의 동선을 따라하며 네 가족들의 불편한 심기를 박물화한다/ 이 키스는 한 아이가 태어나고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초현실적 리포트다 -‘키스(2)’ 부분 입은 너를 받아들이는 유일한 통로이다. 단단한 이를 사용하여 타자를 힘으로 소유할 수도, 부드럽고 달콤한 혀를 사용하여 타자를 시뮬라시옹하는 느낌으로 소유할 수도 있다. ‘너’는 주체가 되어 타자인 ‘나’를 소유하기 위한 의식인 ‘키스’를 실행한다. 외부의 문은 이 의식을 치르기 위해 닫혀 있지만, 너로 가는 내부의 문은 아주 넓게 열려 있다. 네 안의 세상에서 나와 너는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분간할 수 없는 “나는 너의 심장을 만지고 내 혀가 닿은 문 안의 세상은 뱀의 노정처럼 굴곡진 그림들”인 카오스의 세계를 경험한다. 우리는 모두 주체가 되어 “나무들이 숨은 눈을 뜨는 장면은 오래전에 읽었던 동화가 현실화되는 순간”인 것처럼 너를 지각하고 소유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를 보고 있는 순간 너도 나를 보고 있으며 우리 과거의 시간은 소멸해 간다. 이렇듯 달콤한 키스는 뼛속을 파고드는 이빨에 의한 강제적 소유의 확인이 아닌 스스로 충만해 오는 파토스로 서로에게 투사되어 나타나는 현실감을 제공한다. 그러니까 키스는 타자를 시뮬라시옹하는 느낌으로 이미지인 허상을 소유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그것(‘키스(1)’)은 입을 접촉하므로 생성되는 생존의 뜨거운 법칙이다. ‘너’에게만 뜨거운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도 세상의 주체인 대자 존재가 되어 세상의 “문을 닫고 너의 몸을” 받을 수 있다. 대상을 깊게 바라보며 몸과 정신을 하나로 통일하여 “하이힐을 또박또박 디디며 혓바늘 사이를 배회”하는 너를 내가 이룩해낸 견고한 프레임 안에 가두는 행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는 하나였던 아주 오래전의 공간으로 돌아가 “길몽과 흉몽 사이의 아득한 절대치의 추상화”를 구상화한다. 나와 너의 경계는 무너지고 무화되어 얽힌 혀로 세상의 맛을 음미하는 존재로 우리 둘은 거듭난다. 이를 통해 세상의 존재자는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튼튼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 경계를 허문 자리에서 너는 “내 몸이라는 凶家에서 춤추는 무희가” 되고, 나는 “너의 동선을 따라 하며 네 가족의 불편한 심기를 박물화”하는 존재가 된다. 키스는 폭력으로 타자를 굴복시켜 만들어내는 일체가 아니라, 그것(‘키스(2)’)은 “한 아이가 태어나고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초현실적 리포트”인 느낌의 시뮬라시옹인 것이다. 실제로 타자에 대한 소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부드럽게 열려 있는 교감 속에서 정신적인 소유가 일어났음을 느낀다. 보드리야르식으로 말한다면 현실은 키스라는 이미지에 의해서 지배받게 된다. 나와 너는 이미지를 통해 “인생의 가장 극적인 순간을 탕진”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을 것이므로. 하늘에서 번쩍 갈라진 번개의 크기는 원근법과 아무 상관없다 내가 본 그대로의 모습과 크기로 지구의 틈이 벌어진다 또 이가 가렵다 최초거나 최후거나 나는 분명 처음과 끝을 한 번의 포효로 발설하는 인류의 조상을 임신한 것이다 번개가 빠져나간 항문, 내 턱이 지구의 문지방에서 깊게, 출혈 중이다 -‘번개를 깨물고’ 부분 시적 주체는 하늘에서 번쩍 갈라지는 번개가 너무 크고 강렬해 원근법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 자신이 본 그대로의 모습과 크기로 지구의 틈이 벌어지는 놀라운 자연현상을 보게 된다. 이는 주체가 상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이때 시적 주체의 이가 가렵다. ‘나’는 번쩍 갈라진 번개를 보고 있었을 뿐인데, “또 이가 가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정신적 유전자 속에 잠재된 소유욕이 타자를 받아들이는 통로의 근육을 움직이게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도끼날처럼 강인한 ‘이’로 번개를 깨물고 저작하고자 하는 불가해성의 소유욕이 ‘나’를 흥분하게 한다. 시적 주체가 번개를 자기 몸속으로 받아들이며 “나는 분명 처음과 끝을 한 번의 포효로 발설하는 인류의 조상을 임신한 것이다”라고 한 진술은 한순간 우리를 지배한 시뮬라크르다. ‘나’는 그렇게 이미지에 지배당하여 “번개가 빠져나간 항문”을 감각적으로 인식하고 번개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상처입은 “내 턱”을 보고 있다. 그녀를 사랑하기 위해선 그녀의 일부를 내 안에 결박해야 한다 만 명의 남자가 입을 댔던 그녀 유방 앞에서 만 명 중의 하나가 되는 일은 만 명의 그녀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일 그녀라는 허구의 몸통 안에서 온몸을 친친 감고 나는 그녀의 바깥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녀라는 커다란 숨구멍, 혹은 시선의 감옥’ 부분 여자는 입술을 핥던 혀로 내 얼굴을 핥았다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기가 심장에 넘쳐흘렀다 여자는 일그러진 내 얼굴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눌렀다 시간이라는 평상에 톡톡 금이 가고 있었다 발라낸 고등어 뼈를 냄새 맡던 고양이와 고등어 냄새를 물씬 풍기는 내가 한 프레임 안에서 여자의 밥이 되었다 -‘고등어 연인’ 부분 첫 번째 시에서는 그녀를 사랑하기 위한 ‘나’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소중한 것은 ‘내’가 그녀를 소유할 가능성 때문이다. 이것은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선 다른 무수한 타자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그녀’는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닌 상태에 있다. 그녀는 내 앞에 있는 즉자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의식을 가지고 있는 대자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녀를 ‘내’가 소유하기 위해선 무수한 경쟁자를 물리친 뒤에, 그녀로 하여금 스스로 모호성에서 벗어나 열정적으로 나를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선 “만 명의 남자가 입을 댔던 그녀 유방 앞에서/만 명 중의 하나가 되는 일”에 두려움을 가져선 안 된다. 그녀에게 있어서 ‘나’는 만 명 중의 한 명일 뿐이고, 나는 그녀의 몸 위에서 태어나는 만 명의 남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숙명적인 존재다. 그녀의 커다란 숨구멍 안에서 내 혀가 가장 부드럽고 달콤하다는 것을 입증시키는 데 실패한다면, 온몸을 친친 감고 있던 내 혀는 그녀에 의해 몸 밖으로 던져지고 말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그녀의 혀에 남아 있던 약간의 침방울을 그리워하며 되새김질하다가 아포리아 속에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데 열중할지 모른다. 그녀라는 허구의 몸통 안을 그리워하며. 그녀가 ‘나’를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반응은 두 번째로 인용한 시에 나타난다. 서로에게 영원한 미지의 소유물로 남을 것 같은 순간, “여자는 입술을 핥던 혀로 내 얼굴을 핥”는 것으로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너와 내가 껴안은 틈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햇빛이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기가 심장에 넘쳐” 흐르는 순간을 클로즈업시키고 있다. 이때 시각적으로 잡히는 지구 밖의 모든 미장센은 심장박동 소리로 대체되었다. 이제 고등어 냄새를 물씬 풍기는 내가 “한 프레임” 안에서 “여자의 밥”이 되어 다시 태어난다. 결과적으로 ‘여자’의 웃는 모습은 소유로써 완벽해지는 인간의 진정한 삶이다. 이는 타자를 소유하는 데 있어서 ‘힘’에 의한 폭력이 아닌 ‘혀’의 달콤함으로도 얼마든지 상대 속에 잠입하여 소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힘을 사용한다면 한순간에 끝낼 수 있지만, 입속의 ‘이’가 아닌 ‘혀’를 사용한다면 서로가 마주한 밥상처럼 행복해질 수 있다. 이처럼 강정의 ‘키스’는 소유하고자 하는 대상을 달콤한 욕구로 이미지화한다. 그것은 주체와 객체가 바뀌어 전개될 수 있는 역동적인 의식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세상의 존재자는 유전자 속에 잠재되어 꿈틀대는 자기 안의 소유욕에 대한 내밀한 외침을 들을 것이며, 소유의 과정은 키스로 시작되어 시뮬라크르인 키스로 완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4 소유 이후, 주(객)체들 세상의 주체인 ‘나’는 오랫동안 격정적인 파토스로 활동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며, 세상에 널려 있는 객체인 ‘너’와 하나가 되기 위해 몸부림쳤다. 밀착의 행위를 통해 ‘너’를 ‘나’로 동일시하고 죄를 짓고, 몸을 탐하고, 참회하고, 때로는 마음의 평화를 약속하는 동의를 얻어낸다. ‘나’는 밀착 행위가 미치는 객체인 ‘너’를 찾아 세상 속에서 수없이 많은 ‘너’를 소유하고, 그때마다 나와 너는 암수 구별이 없는 생물처럼 접합되는 바람에 애증의 희로애락을 경험한다. 김선우의 경우, 소유가 중요한 것은 소유하는 방식 또는 행위라는 결과가 진정한 자신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다. 나와 너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기 위해 ‘나’는 입을 벌려 살 내음 가득한 너를 내 몸속으로 받아들여 하나가 되는 행위를 한다. 그때, 강력한 흡입력을 갖고 있는 입은 너를 온전한 나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하게 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김선우 시의 주체는 객체인 ‘너’ 앞에서 촉각적 감각에 의지해 피리와 노래를 부른다. 식사하는 순간은 아이온의 공간과 시간이 ‘나’에게 열려 있었으므로, 타자의 괴로운 표정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처럼 대상과의 합일을 추구한 주체는 내 행위의 대상인 객체에게 입을 드러내는 것으로 소유의 과정을 정당화한다. 그러므로 김선우 시의 주체에게 소유 행위는 대상과의 합일을 위한 호모루덴스적인 놀이다. 하지만 강정의 경우는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로 객체인 ‘너’를 ‘나’로 동일시하는 호모루덴스적인 놀이를 포기하고, 객체를 시뮬라시옹하는 정신적 소유를 지향한다. 이런 소유의 행위도 ‘소유’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이미지 생산으로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 다른 소유의 방식이 된다. 직접적인 소유로 인한 포만감보다는 새로운 감각비로 대상을 달콤하게 시뮬라시옹함으로써 객체인 ‘너’를 ‘나’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현실 속에 드러난다. 대상을 소유하기 위해 객체를 낱낱이 분해하고 동일시하는 것보다는 문을 닫고 키스하는 섹슈얼리티한 행위로 소유를 실재화한 것이므로 강정이 소유하는 방식은 쾌락적이다. 이렇게 탄생한 주체는 타자를 소유하는 각기 다른 방식대로 접합된 상태에서 소멸의 법칙을 견딘다. 바라보는 대상인 객체를 대상과의 합일로 소유했거나, 아니면 쾌락적으로 소유했거나 모두 동일하게 주체와 객체는 존재의 흔적을 지우는 과정을 밟는다. 존재자의 위치에 따라 빠르고, 느리고, 돌발적이고, 순간적으로 다양한 몸짓을 하며 소멸한다. 마음을 찌르는 푼크툼(punctum)을 통해서 아주 완벽하게.
  • 야호~ 겨울방학… 얘들아, 도서관에 가서 놀자

    야호~ 겨울방학… 얘들아, 도서관에 가서 놀자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다. 하지만 춥다고 마냥 집에만 있을 순 없는 일. 자녀를 데리고 인근 도서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평생학습관이 방학을 맞은 학생들을 위해 모두 64개의 무료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내년 1월 둘째 주부터 남산도서관 등 서울시내 20개 도서관이 ‘겨울독서교실’을 일제히 시작한다. 지난 20년 이상 매년 방학과 동시에 열리고 있는 정규 프로그램으로, 도서관과 친해지는 좋은 기회라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20개관 중 18개관이 초등학생 560여명을 대상으로 도서관 이용법과 도서관 선정도서를 활용한 독후 활동을 운영한다. 강남도서관은 ‘책 속 톡!톡!, 책과 친해지기’를 주제로 책과 친해지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아침독서, 마인드맵 등 강좌가 내년 1월 6~10일 열린다. 개포도서관에서도 1월 6~10일 ‘한글을 지킨 사람들(김슬옹)’, ‘십장생을 찾아서(최향랑)’를 주제도서로 선정해 우리 문화에 대해 강의한다. 고척도서관은 내년 1월 8~10일 ‘동화로 만나는 환경 이야기’, ‘신나는 책 만들기’를 진행한다. 신문기자에 관심이 있다면 ‘독서신문 만들기’에 참여해 보자. 마포평생학습관에서는 시인, 기자, 광고인 등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내 꿈을 한눈에!, 나는야 시인, 나도 기자예요, 나를 광고하라’ 등을 운영한다. 책을 읽고 미래를 생각해 보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동대문도서관을 비롯한 9개 도서관에서는 겨울방학 동안 ‘사서와 함께하는 독서여행’을 준비했다. 어린이팀(초등)과 청소년팀(중학)으로 나눠 열린다. 어린이팀 주제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나!’이며, 청소년팀은 ‘나와 주변 관계를 돌아보고 바람직한 미래 설계하기’다. 사서들이 관련 분야 책을 학생들과 함께 읽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겨울독서교실과 별개로 개별 도서관마다 운영하는 독특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특히 올해는 인문학과 영화 관련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남산도서관은 ‘나는 작가다’를 매주 토요일 운영한다. 어린이도서관은 토요꿈다락문화학교 ‘꾸물꾸물 꾸는 꿈 방학 특강’을, 양천도서관은 유아 및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책 밖으로 나온 이야기’를 1월 중 운영한다. 한자 실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초등 1~2학년과 3~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쏙쏙! 어린이 기초한자’를 진행한다. 어린이 기초한자 8급과 6급 수준의 교육을 진행한다. 노원도서관은 내년 1월 22~23일 이틀 동안 ‘북세통 독서디베이트 대회’를 연다. 256명의 초등학생이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정미연 시교육청 평생교육과 사무관은 “도서관 방학 프로그램은 최소 20년 이상 5만명 이상 참여한 것들로 알찬 프로그램이 많다”며 “동시다발로 열리기 때문에 시교육청 평생학습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보고 계획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해외여행 | 삼색면면을 들여다보다 -마카오, 홍콩, 선쩐

    해외여행 | 삼색면면을 들여다보다 -마카오, 홍콩, 선쩐

    실과 바늘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면,마카오와 홍콩, 선쩐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여행지다.홍콩에 간다면 마카오를, 마카오에 간다면 선쩐까지 다녀와야이 지역의 다양한 빛깔들을 다 즐겼다 말할 수 있을 것.마치 묶음 포장된 선물처럼 각양각색의 매력을뽐내고 있는 세 곳을 집중 탐구했다.■마카오 Macau발걸음 닿는 곳 모두가 여행지인 마카오에서는 일상의 모습도 각별하다. 여행자에게 특별한 그곳에서 매일을 꾸려 나가는 마카오 사람들의 모습들.마카오를 마카오답게 하는 풍경들통유리로 짜인 아주 세련된 건물들과 페인트칠이 다 벗겨져 세월이 고스란히 드러난 옛 아파트들이 얼기설기 들어서 있다. 과거와 현대가 무질서하게 엉켜 있는 느낌이다. 과연 저 낡은 아파트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인지. 여행자와 현지인들의 삶에 괴리가 느껴지는 순간이다.물론 여기엔 이유가 있다. 430여 년간의 긴 포르투갈 식민통치가 남긴 문화의 흔적들이 너무나 독특한 나머지 마카오의 특색으로 자리해 버렸기 때문이다. 동양에서 만나는 서양. 마카오는 역사의 굴곡들을 차별화로 승화시켰고 이 모습을 보존하고 남기는 데 집중했다. 물론 카지노로 대표되는 유흥의 이미지도 여행자를 불러모으는 데 한몫한다. 호텔마다 갖추고 있는 카지노에는 밤낮없이 칩을 굴리는 소리가 가득하다. 마카오가 대표적인 카지노 도시인 라스베이거스의 규모를 뛰어넘은 지는 한참 오래됐다. 그만큼 카지노로 벌어들이는 돈이 크다 보니 연말에는 수익에 따라 마카오 시민들에게 인센티브 형식으로 수익을 나누어준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인지 마카오 사람들은 돈에 연연하지 않고 직업에도 집착하지 않는단다.성바오로성당은 우리 앞마당이나 다름없어요예수교 교회로 지어진 성바오로성당은 마카오의 랜드마크나 다름없다. 성당 정면의 계단에는 온갖 포즈를 취한 여행자들이 빼곡하다. 그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돌아가며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한다.여러 번의 화재 때문에 마치 팝업카드처럼 전면만 반듯하게 남은 성바오로성당은 성모상과 함께 용, 사자와 같은 동양식 조각들이 어우러져 있다. 혼합된 문화, 전면밖에 없는 독특한 모습과 역사로 인해 마카오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이곳에서는 마카오인들의 삶을 엿보기 좋다. 성바오로성당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을 살펴보면 보통 5층 내외의 낮은 건물들로 1층은 상가, 그 위층부터는 일반 아파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베란다에 널어놓은 옷가지나, 창 틈으로 보이는 가정집의 모습들이 그것을 증명한다.성당 계단 벽을 사이로 두고 관광객들이 빼곡한 광장과 주민들이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는 골목이 나뉜다. 편한 복장으로 아이를 안고 잠깐 마실을 나온 아주머니는 상가에 무료하게 앉아 망고쥬스를 팔던 점원과 바쁘게 대화를 나누고 떠난다. 관광객들을 태우는 인력거 위에는 어린 남자아이가 홀로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흘려 보냈다.전세계 사람들이 내 빵을 먹었을 걸?포르투갈식으로 지어진 옛 건물들이 즐비한 세나도 광장에는 특유의 물결무늬 바닥이 흘러넘친다. 성바오로성당에서 세나도 광장으로, 육포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호객하는 소리에 거리의 모습에 주의를 기울이기 쉽지 않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이색적인 풍경들이 눈에 띈다. 걷고 있는 길은 마치 타일처럼 균형을 맞춰 이어져 있고 군데군데 해군을 나타내는 표식이 장식되어 있다.세나도 광장에는 온갖 종류의 상점들이 모여 있다. 음식부터 옷가지, 한국 화장품을 파는 가게까지 골목골목을 빼곡하게 수놓았다. 마카오 전 지역이 면세 지역이어서인지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많은 물건들을 사 간다. 특히 육포나 에그타르트 같은 마카오의 유명한 먹거리들은 적은 돈으로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카지노 주변에 만들어진 쇼핑센터에는 주로 명품매장이 입점해 있지만 세나도 광장에서는 소소한 쇼핑을 즐길 수 있어 더욱 좋다. 에그타르트와 육포 냄새가 달달하게 코를 자극하는 가운데 상가 위로는 빨래들이 펄럭이며 나부낀다. 마카오의 건물 베란다는 대체로 창이 없이 돌출된 형태로 만들어져 있어 빨래들이 아무런 가림막 없이 널린 모습을 곳곳에서 목격하게 된다. 마치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생활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는 것만 같아 민망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보면 볼수록 정겨워진다.광장 한 쪽에서 와플을 굽고 있는 아저씨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기계 위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인다. 간결하고 빠른 동작으로 빵을 만들어 내는 것에 오랜 시간의 노하우가 녹아 있다.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육포나 에그타르트는 아니지만 또다른 군것질에 혹한 사람들이 기꺼이 줄지어 선다.travie info물이 춤추는 하우스 오브 댄싱워터 The House of Dancing Water 물과 춤, 둘의 결합은 놀랍다. 물의 현란한 움직임과 무용수들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춤이 공연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기획만 5년이 걸렸다는 <하우스 오브 댄싱워터>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화려하고 웅장했다. 성인 기준 A석 980홍콩달러(약 13만원대), B석 780홍콩달러(약 10만원대), C석 580홍콩달러(약 8만원대).주소 Estrada do Istmo, Cotai, Macau문의 +853-8868-6688 www.thehouseofdancingwater.com더도 말고, 덜도 말고 로얄호텔 Hotel Royal Macau화려하다 칭할 순 없지만 정갈하고 깔끔한 객실과 부족함 없는 서비스는 마카오 여행을 즐겁게 해준다. 비교적 가격도 저렴하다. 마카오 국제공항과 호텔 간, 페리터미널과 호텔 간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좀더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딜럭스룸 기준 1박에 2,130홍콩달러(약 29만원대).주소 Estrada da Vitoria 2-4 Macau 문의 +853-2855-2222 www.hotelroyal.com.mo 일본식 서비스를 즐기다 오쿠라호텔 Hotel Okura Macau 갤럭시 메가리조트 단지에 자리한 오쿠라호텔은 이름에서 풍겨져 나오듯 일본계 호텔이다. 로비의 디자인, 기모노를 입은 직원들에게서 일본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1박 기준 딜럭스룸 2,512홍콩달러(약 34만7,000원), 슈페리얼룸 2,706홍콩달러(약 37만원대).주소 Galaxy Macau™, Cotai, Macau 문의 +853-8883-8883 www.hotelokuramacau.com■홍콩 Hong Kong지금, 축제로 가득 찬 홍콩의 얼굴은 ‘흥겨움’이다. 새롭고 재미있는 것들에 마음을 다 줘 버린 사람이야말로 진정 홍콩을 즐길 줄 아는 자다.와인앤다인 페스티벌 Hong Kong Wine & Dine Festival어느 곳보다도 와인이 잘 어울리는 도시 홍콩. 올해 5회를 맞는 와인앤다인 페스티벌은 세계 10대 축제로 선정되기도 한 홍콩의 대표적 축제다. 와인 주세가 없어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세계의 다양한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작년에는 310여 개의 와인 부스에서 1,040여 종의 와인들이 전시되었다고. 가리비구이, 미니버거, 딤섬, 푸아그라 등이 부스 사이사이에 준비되어 있어 와인과 함께 곁들일 수 있다. 올해 페스티벌은 10월31일부터 11월3일까지 열리며 뉴센트럴하버포인트에서 진행된다. 현장에 테이스팅 룸이 설치돼 와인과 조화를 이룬 디너 코스, 치즈 강좌 등도 체험할 수 있다고. 이와 함께 11월 한 달 내내 온갖 진미를 맛볼 수 있는 다이닝 페스티벌도 함께 진행되니 여유롭게 와인앤다인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다.여러 부스를 바삐 돌아다니며 다양한 와인을 맛보고 싶어하는 사람부터, 마셔 보고 싶었던 와인 한 가지에 꽂혀 여유롭게 즐기는 사람까지. 알코올의 영향 때문인지 약간 흥분된 분위기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전세계 사람들의 다양한 음주문화를 관찰하다 보면 이질감보다는 동질감이 느껴진다. 홍콩 할로윈 축제 Hong Kong Halloween Treats &란콰이퐁 카니발 축제 Lam Kwai Fong Canival10월 한 달간 열리는 할로윈 축제는 여행자들도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축제다. 란콰이퐁과 소호거리에서 펼쳐지는 길거리 행사는 보는 즐거움이, 할로윈 음식 프로모션은 먹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홍콩 디즈니랜드에서는 축제기간 동안 매주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 할로윈 파티를 연다. 꿈과 환상의 세계라는 디즈니랜드에서 만나는 할로윈은 남다를 터.또 한 가지, 란콰이퐁 카니발 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홍콩에서 꼭 한 번은 들러야 하는 란콰이퐁은 축제 때가 아니어도 북적북적하고 화려한 곳이다. 이국적인 가게들과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이곳에서 11월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카니발 축제가 열린다. 여느 카니발 축제가 그렇듯이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무용수들의 퍼레이드와 다양한 캐릭터들의 공연들을 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보는 사람과 공연을 하는 사람 모두 한마음으로 축제를 즐긴다. 축제기간 동안에는 포장마차를 비롯해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선쩐 Shen Zhen선쩐심천을 떠올리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완벽을 향해 달려가는 ‘열정’의 얼굴을 한 선쩐.선쩐에서 중국의 경계를 만나다마카오에서 페리를 타고 한 시간가량 이동하면 중국 선쩐에 닿는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경제특별구역으로 지정된 지 벌써 30여 년이 지났다. 비교적 최근에, 국가 주도 하에 만들어진 도시인 만큼 선쩐은 세련된 면모가 강하다. 높이 솟은 고층건물들과 쭉쭉 뻗은 도로는 중국에 대한 편견들을 한 방에 날려 버린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도시는 서울보다 2배가량 더 크다고. 인구는 1,700여 만명에 다다른다.선쩐을 돌아다니다 보면 남자보다는 여자를 많이 마주하게 된다. 실제로 선쩐은 남녀성비가 불균등하기로 유명한데, 이유는 이곳에 자리한 기업의 공장들이 주로 여성들을 채용하기 때문이라고. 홍콩과 마카오라는 유흥의 도시와 가까운 만큼 전국의 미인들이 선쩐으로 내려온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실제로 홍콩이나 마카오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중국 본토에 붙은 선쩐은 홍콩과 마카오에 비해 월등히 물가가 저렴하기 때문. 페리나 육로를 통해 1시간 내외로 이동할 수 있어서 통근자들의 편의는 더욱 좋아지고 있다.글·사진 차민경 기자 취재협조 투어 마카오 02-5494-222 www.tourmacau.co.kr홍콩관광청 한국지사 02-778-4403 www.discoverhongkong.com/kr☞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travie info 없는 게 없는 동부화교성 테마파크 OCT East버스에서 내리자 멀리 보이는 산 중턱에 놀이기구가 돌아간다. 3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테마파크는 놀이기구와 골프코스, 호텔, 별장, 심지어는 절까지 없는 게 없다. 면적이 너무 넓다 보니 여기저기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 하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동부화교성의 높은 언덕에서 주변을 내려다보면 가히 경이롭다. 테마파크는 크게 놀이공원으로 이뤄진 대협곡과 정원, 식물원 등으로 이뤄진 차협곡, 부처를 모신 대화흥사, 골프장인 운해곡 등 4개 구역으로 나뉜다. 대협곡 입장료는 180위안(약 3만1,000원), 차협곡 입장료는 160위안(약 2만8,000원). 주소 Yantian, Shen Zhen, Guangdong, China 문의 0755-8888-9888 www.octeast.com호화로운 휴식 BHD 국제호텔 BHD international hotel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특징이 그대로 묻어나는 BHD 국제호텔은 높은 천장, 여유로운 공간과 대리석 장식으로 더욱 멋을 냈다.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같은 가격이라면 선쩐의 호텔에서는 좀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정말 잘 대접받는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쾌적하고 호화롭다. 1박 기준 스탠다드룸 1,188위안(약 20만원대), 수페리어룸 1,388위안(약 24만원대).주소 35 Bulan Road, Nanwan Street, Shen Zhen, China 문의 0755-6186-2222
  • 포크 여왕 장필순이 노래하는 ‘이야기’

    포크 여왕 장필순이 노래하는 ‘이야기’

    지난 8월 11년 만에 7집 음반을 낸 가수 장필순이 7일 밤 12시 10분 EBS 스페이스 공감을 찾는다. 이른바 ‘원조 홍대 여신’으로 꼽히는 요조와 최근 미니앨범(EP)를 내고 활동을 재개한 록밴드 H2O는 밤 1시 5분 다음 무대를 채운다. 방송에서 선보일 7집 ‘수니 세븐’(Soony Seven)은 2005년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에 내려간 장필순이 홈 레코딩으로 완성한 음반이다. 함께 제주에 둥지를 튼 음악적 동반자 조동익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고, 포크 음악의 산실이었던 음반기획사 ‘하나음악’ 출신의 이규호와 고찬용, 박용준 등이 참여했다.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도 선정됐던 6집에 비해 일렉트로닉 요소는 줄고 어쿠스틱한 색채는 강해졌다. 예전에 비해 더욱 다양한 악기를 사용해 공간감을 확장했다. 직접 작사·작곡한 타이틀곡 ‘너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이야기’를 노래한다. 조동진의 5집 앨범에 실린 곡을 리메이크한 ‘눈부신 세상’은 장필순이 “앨범에서 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노랫말”이라고 밝힌 곡이며, ‘1동 303호’는 도시인의 고단한 일상을 전한다. 이외 5집 앨범에 실렸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TV, 돼지, 벌레’ 등 대표곡을 들려준다. 2004년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015B의 객원 보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요조는 5년 만에 낸 2집 ‘나의 쓸모’를 선보인다. 1집에서 전 곡을 직접 프로듀싱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요조는 2집에서도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서정적인 가사가 결합한 독특한 음악 세계를 보여준다. 2집을 작업하면서 가장 먼저 만들었다는 타이틀곡 ‘화분’ 등을 노래한다. 4집 ‘보일링 포인트’(Boiling Point) 이후 9년 만에 EP ‘유혹’을 발표한 H2O도 시청자를 찾는다.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던 보컬 김준원과 시나위 출신의 베이시스트 김영진, 기타리스트 타미김, 드러머 장혁이 반가운 신곡들을 연주한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해외여행 | Walker of New York City 엄청나게 매력적인* 믿을 수 없이 다양한

    해외여행 | Walker of New York City 엄청나게 매력적인* 믿을 수 없이 다양한

    뉴욕커New Yorker는 워커Walker다. 뉴욕은 사람들을 걷게 만드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남북으로 뻗어 있는 애비뉴를 따라 걸으면 1분마다 새로운 블록, 즉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경쾌하고 빠르다. 그 느낌을 아는 사람들에게 버스와 지하철은 재미를 놓치는 막대한 손실이고 한없는 지루함일 수밖에. 뉴욕은 정말이지 믿을 수 없이 다양하고,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엄청나게 시끄러운 믿을 수 없이 가까운> Extremely Loud & Incredibly Close 9·11테러로 아버지를 잃고 혼란스러워하는 9살 소년 오스카의 시선으로 테러 이후 미국 사회의 상처와 치유 과정을 담아낸 장편소설. 기존 소설책의 형식을 파괴하는 실험적인 텍스트 배열과 독창적인 구성으로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천재라는 찬사까지 들었다. 2005년 출판된 소설은 2012년 톰 행크스, 산다라 블록이 주연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9·11테러의 상흔이 남은 그라운드 제로에는 새로운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2014년 완공을 목표로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다. New York, Times 뉴욕에 도착하는 순간, 사람들은 드높은 마천루에 압도당하고 말지만, 다음 순간 그 긴장을 내려놓게 하는 것은 거리의 코너마다 자리잡은 핫도그 가게다(그래서 뉴욕핫도그가 그렇게 유명한가). 깐깐할 것만 같은 뉴요커를 구성하는 것은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보통의 지구인들이다. 뉴욕의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 혹은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들. 앙키스 구장 앞에서 만난 꼬마 “양키스도 아이스크림도 좋아요” 저 혼자 여기서 뭐하냐고요? (턱으로 양키스 기념품점을 가리키며) 엄마랑 아빠 기다려요. 그만 나오실 때도 됐는데 말이죠. 누나 야구 잘 모르죠? 설마 베이브 루스가 누군지 모르는 건 아니겠죠? 야구가 처음 시작된 곳이 뉴욕(1842년에 최초의 현대야구 경기가 있었다)이라는 것도 모르시나? 뉴욕에 온 김에 메츠나 양키스 중에 한 팀 골라 봐요. 오늘 구장 안에 들어가는 가이드투어는 매진인 것 같던데, 저처럼 양키스 유니폼 한 벌 장만하시든가요. 혹시 안에서 저희 엄마아빠 보면 좀 전해 주세요. 저 아이스크림 다 먹었다고요. JJ 모자가게 점원 지미Jimmy Broadlick “꿈을 좇아서 왔어요” 모자 어디서 샀느냐고요? 사실 저 근처의 모자가게에서 일해요. 뉴욕에 온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됐어요. 우리 가게에서 50m 거리에 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아직 못 가봤어요. 여자 친구가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같이 뉴욕으로 이사했어요. 그녀도 오자마자 인턴자리를 구해서 어제부터 유명한 매거진의 화보촬영 어시스턴트를 하고 있죠. 대단한 여자예요! 저는 모자 디자인을 배워서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작가가 되고 싶은 꿈도 있는데 이미 써 놓은 원고가 있어요. 여긴 뉴욕이잖아요. 두드려 볼 문이 많아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도어맨 “밤에는 엠파이어, 낮에는 록펠러!”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어디냐고요? 바로 이 문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빌딩 첨탑이 너무 높아서 여기서는 안 보여요. 한번은 저 위에서 뛰어내린 여자가 있었는데 바람에 밀려 다시 올라갔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도 있답니다. 제가 중요한 팁을 하나 드리죠. 뉴욕에는 꼭 가봐야 할 전망대가 두 개 있어요. 낮에는 GE빌딩에 있는 전망대 ‘탑 오브 더 록’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고, 밤에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381m의 야경이 죽여줍니다. 당신 손에 쥐고 있는 시티패스로 야간입장이 가능하니까 새벽 2시 전까지만 다시 오세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도어맨 “밤에는 엠파이어, 낮에는 록펠러!”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어디냐고요? 바로 이 문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빌딩 첨탑이 너무 높아서 여기서는 안 보여요. 한번은 저 위에서 뛰어내린 여자가 있었는데 바람에 밀려 다시 올라갔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도 있답니다. 제가 중요한 팁을 하나 드리죠. 뉴욕에는 꼭 가봐야 할 전망대가 두 개 있어요. 낮에는 GE빌딩에 있는 전망대 ‘탑 오브 더 록’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고, 밤에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381m의 야경이 죽여줍니다. 당신 손에 쥐고 있는 시티패스로 야간입장이 가능하니까 새벽 2시 전까지만 다시 오세요. 네이키드 카우보이걸 ‘‘굴 때문에 벗었어요” 타임스퀘어*의 명물, 네이키드 카우보이Naked Cowboy는 아시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팬티 한 장만 입은 채 기타를 메고 노래하는 그 근육질의 남자 로버트Robert John Burck말예요. 2009년 뉴욕시장 선거 때도, 2010년 미국대통령 선거 때도 입후보를 해서 화제를 모았으니 그를 모를 수가 없겠죠. 우리는 로버트에게 ‘네이키드 카우보이’ 상표 사용 허가를 취득한 네이키드 카우보이걸이고 오이스터를 홍보하는 중이예요. 우리 덕분에 블루 아일랜드 오이스터 컴퍼니의 매출이 급성장했죠. 같이 기념사진 한번 찍어요! 타임스퀘어의 반짝 플래시몹 “인종차별은 말도 안 됩니다!” 우리는 지금 플래시몹Flash mob을 하는 중이랍니다. 얼마 전에 히스패닉계 백인이 비무장 상태의 흑인 소년에게 총을 쏴 소년이 죽은 일이 있었는데 그 자경대원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항의하는 의미죠. 후드티를 입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라고 생각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SNS를 통해 뜻을 모았고 그 소년이 즐겨 입었던 후드티를 입고 나와서 분노, 좌절, 기쁨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어요. 첼시바버스Chelsea Barbers “뉴욕 최고의 이발사랍니다” 들어들 오십시오. 우리 이발소가 좀 특이하긴 하죠. 여기 주인인 베티Betty는 최고를 추구하거든요. 벽면에 걸린 아티스트 페페Pepe Villegas의 강렬한 작품들은 당신들처럼 멋을 아는 사람들을 사로잡죠. 마피아와 함께 사라져 간 뉴욕의 이발소들이 몇년 전부터 복고풍으로 돌아왔지만 우리 첼시바버스는 1997년부터 자리를 지켜 왔답니다. 멘솔 향기 솔솔 풍기는 스팀 타월의 느낌을 알아야 진짜 남자죠! 보시다시피 우리 고객들은 GQ 잡지의 모델처럼 말끔한 직장인들이고, 그들은 우리를 뉴욕 최고의 이발사라고 불러 줍니다. 이발 40달러, 옛날방식 면도도 40달러니까 헤어살롱에 비하면 엄청 싼 거랍니다. 주소 465 W 23rd St. New York 문의 212-741-2254 www.chelseabarbers.com 뮤지컬 <원스> 주인공 아서 다빌Arthur Darvill “참, 열정적이시네요!” 와우, 오늘 관객분들은 마치 토요일 밤의 관객분들 같네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실 줄 몰랐다는 뜻이에요. 네. 네. 한 분 한 분 모두 사인해 드릴게요. 우리 뮤지컬 <원스ONCE>가 <맘마미아>, <시카고>, <록 오브 에이지>처럼 화려한 공연은 아니지만 2012년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8개 부분의 상을 휩쓸었죠. 대사마다 빵빵 터져 주시고 영화를 통해 히트한 노래들을 따라 불러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참, 브로드웨이공연과 오프브로드웨이공연의 차이는 실력이 아니랍니다. 사실상 좌석규모만 다를 뿐이니 소극장 공연도 많이 봐 주세요. *타임스퀘어 Time Square 타임스퀘어는 뉴욕 면적의 0.1%도 안 되는 넓이지만 뉴욕시 수입 11%, 일자리의 10%가 이곳에서 창출되는, 세계에서 가장 ‘생산적인’ 광장이다. 매일 이곳을 지나가는 통행인구가 35만명에 이를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으며 새벽 2시에도 인파로 불야성을 이룬다. 타임스퀘어 주변의 건물들은 의무적으로 대형 광고판을 부착해야 하는데, 광고판만으로도 연간 수입이 200억이다. 삼성과 LG도 큰 몫을 하고 있다. Public Architecture Tour 건축은 도시의 입이다 째깍째깍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시계탑이 2시 정각을 가리켰다. 어디가 미팅 장소인지를 몰라 네거리를 두리번거리는 사이 대각선 모퉁이에서 피터Peter Laskowich 선생이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뉴욕에서 가장 인간적인 건축물 100년이나 된 기차역, 그랜드 센트럴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을 가이드답게 피터 선생은 현명한 눈빛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그는 오늘 이야기를 들려 줄 장본인은 자신이 아니라고 말했다. 누가 또 등장한다 말인가? 아르데코 스타일의 크라이슬러 빌딩을 포함해 위엄을 간직한 근대 건축물들을 가리키며 그가 외쳤다. “Buildings always tell us things!” 예를 들면 이런 이야기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로 들어가는 통로는 점점 좁아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거의 뛰다시피 걸음이 빨라지게 된다. 쏟아져 들어온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은 교회를 연상시키는 대형 홀이다. 노란 조명으로 채워진 홀은 일순간 사람들을 차분하게 만들지만 정중앙에 위치한 시계탑과 티켓부스는 다시 각자의 길을 재촉하게 만든다. 100년 전 설계된 이 건물은 조명의 밝기, 천장의 높낮이, 실내 온도의 변화를 통해 인간의 무의식에 명령(걷는 속도, 장거리 여행자와 통근자의 동선)을 내리고 있었다. 그저 고풍스럽다 여겨졌던 터미널이 인공지능을 지닌 첨단 건물로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가운 현대의 인텔리전트 빌딩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그랜드 센트럴은 뉴욕에서 가장 인간적인 빌딩입니다. 뉴욕이 어떤 곳입니까? 평방인치로 땅을 쪼개서 파는 곳입니다. 여러분이 서 있는 중앙홀은 10층짜리 빌딩을 무려 10개나 세울 수 있는 면적이죠. 그러나 현재 이 땅에서 나오는 수익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공공장소로 유지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것은 사람을 우선시했기 때문입니다. 뉴욕에 아직은 인본주의가 남아있다는 증거죠!” 박수갈채를 받았던 연설(?)에 덧붙은 이야기는 안타까움이었다. 그랜드 센트럴을 시작으로 100년 전 파크 에비뉴 일대에 추진됐던 터미널 시티 프로젝트는 1,000개의 빌딩을 잉태했지만 지금 살아남은 생존자는 5%도 안 된다. 조만간 또 하나의 빌딩이 허물어지고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가 거듭 당부한 이야기 하나를 더 전한다. “근사한 곳에 가서 식사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지불한 돈은 1달러짜리 달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색감, 선, 질감, 스타일을 위한 것이니까요. 오감을 만족시켜 주는 기회는 흔하지 않습니다.” 오감이 모두 민감한 여행자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비밀스러운 장소 두 곳을 이 기사의 마지막 페이지에 소개해 두었다. 다음 번 뉴욕에서 기자를 마주치게 될지도 모를 장소들이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리 재활용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는 걷기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다. 그러므로 뉴욕에 3층 높이의 고공 산책로가 조성됐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처럼 높은 곳 말고, 브룩클린이나 자유의 여신상에서처럼 먼 곳이 아닌, 딱 3층 높이에서 만나는 맨해튼은 어떤 모습일까? 맨해튼 웨스트사이트에 위치한 하이라인High Line은 원래 화물전용 철도가 다니던 지상 10m 높이의 고가였다. 1980년 운행 중단 이후 30년간 잡초만 무성한 상태로 방치되면서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뜻있는 시민과 예술가들의 열정이 더 높았다.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구조물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10년간의 기획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3년 이상의 공사 끝에 2009년, 하이라인은 뉴욕 시민들이 사랑하는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 2.3km의 버려진 철도를 통째로 재활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금의 하이라인은 생태적이고 예술적인 공원으로 탈바꿈됐다. 낡은 철로를 그대로 남겨 둔 채 일광욕 데크와 벤치, 전망대 등을 설치하고 다양한 수종의 야생화를 심었다. 그리고 공원 곳곳에 조각상, 설치미술 작품들을 전시했다. 지상 약 10m 위의 산책이 제공하는 종합선물은 뉴저지의 전망과 허드슨강의 노을,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의 야경이다. 여름에는 각종 공연과 이벤트가 진행되고 별 관측 행사도 가능하다. 하이라인의 변화는 주변 환경의 변화도 몰고 왔다. 낡고 지저분했던 고가 주변의 건물들은 새단장에 들어갔고, 아예 고가 위를 가로지르는 부티크 호텔이 지어져 젊은 뉴요커 사이에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고가 주변에 카페와 펍, 레스토랑이 늘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맵(www.thehighline.org)을 통해 고가로 진입할 수 있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편리하다. 그랜드 투어Grand Tour | 무료로 진행되는 그랜드 투어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100주년을 맞아 2013년 한 해 동안 진행되는 이벤트다. 어플리케이션($4.99)을 구입하면 셀프 오디오 투어도 가능하다. www.grandcentralterminal.com 해박한 피터 선생의 또 다른 가이드투어, 특히 야구와 접목한 뉴욕 역사를 듣고 싶다면 그의 사이트를 참고할 것. www.newyorkdynamic.com 뉴욕 시티패스New York City Pass | 구겐하임뮤지엄(또는 탑 오브 더 록), 미국자연사박물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현대미술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전망대, 자유여신상 유람선 등 6개의 뉴욕 관광명소 입장권으로 구성된 패키지 패스. 낱장 구입보다 $79 할인된 $104(17세 이하 청소년 $79)에 구입할 수 있다. 앞에 언급한 장소에서 티켓을 구입할 수 있으며 첫 개시 후 9일 동안 유효하다. www.citypass.com 그레이라인 이층버스Gray Line New York Sightseeing | 버스여행은 양날의 칼 같다. 편리하지만 수박 겉핥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뉴욕처럼 볼 것 많은 도시를 개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이층버스다. 브로드웨이 45번가의 정류소를 기점으로 북쪽을 도는 업타운 루프, 남쪽을 도는 다운타운 루프는 기본이고 브룩클린 루프, 브롱스 투어는 선택이다. 원하는 정거장에 내렸다가 재탑승이 가능하다. 각 루프의 티켓가격은 $49, 전 루프를 다 이용할 수 있는 48시간 패스는 $59다. www.newyorksightseeing.com 212-445-0848 Chelsea Gallery 욕망의 쇼룸 뉴욕에서 활동 중인 사진가 김아타는 뉴욕을 ‘가장 화려하지만, 가장 야만적인 도시’라고 했다. 그리고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그 도시를 야누스의 얼굴로 치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예술가들은 저마다 발견한 뉴욕의 얼굴을 하나씩 꺼내고 있을 뿐이다. 첼시의 갤러리에서 그 얼굴들을 대면할 수 있었다. 세계 미술 시장을 주도하는 70여 개 이상의 갤러리들이 그곳에 모여 있으므로.짐켐프너파인아트Jim Kempner Fine Art 정원에 들어서면 중용The Golden Mean이라는 제목의 조각상이 서 있는 짐켐프너갤러리. 실험적인 현대작품들과 복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주소 501 West 23rd St, New York 문의 212-206-6872 www.Jimkempnerfineart.com 두산 갤러리 Doosan Gallery 두산 연강 재단이 운영하는 곳이다. 한국의 젊은 현대미술 작가들을 발굴하여 6개월간 첼시에 머무는 레지던스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주소 533 West 25th St. New York 문의 212-242-6343 www.doosangallery.com 레일라 헬러 갤러리 Leila Heller Gallery 중견 현대미술 작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특히 중동작가들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아 이란, 터키, 중동의 미술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소 568 West 25th, New York 문의 212-249-7695 www.leilahellergallery.com 더 페이스 갤러리 The Pace Gallery 베이징의 유명한 아트지구인 따산즈에도 분점이 있는 갤러리.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예술품, 판화 갤러리, 사진 갤러리가 나뉘어 있으며 한국의 이우환 작가도 후원하고 있다. 주소 534, 510, 508 West 25th, New York 문의 www.thepacegallery.com 브루스 실버스타인 Bruce Silverstein 앨프리드 스티글리츠 같은 근대 사진작가들을 주로 다루는 사진전문갤러리. 주소 535 West 24th, New York 문의 212-691-5509 www.brucesilverstein.com 요시밀로 갤러리 Yossi Milo Gallery 일본계 사진전문갤러리로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는 신진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나무’시리즈로 유명한 한국의 이명호 작가도 이곳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었다. 주소 245 Tenth Ave, New York 문의 www.yossimilo.com 글래드스톤 갤러리Gladstone Gallery 매튜 바니, 아니슈 카푸어, 알로라 & 칼자딜라 등 스타 작가를 키워낸 곳. 공장 건물을 개조한 2개의 갤러리가 있는데 규모가 큰 21번가에는 설치작품을 주로 전시하고 개인전은 24번가의 갤러리에서 진행한다. 주소 515 West 24th St. New York 문의 212-206-9300 www.gladstonegallery.com Brooklyn & Williamsburg 브룩클린에서 찾은 비상구 내 머릿속에 브룩클린은 먼지 푹푹 날리는 공장지대에 땀에 찌든 노동자들이 술 한잔으로 일상을 위무하는 디스토피아였다. 영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Last Exit To Brooklyn(1989년, 올리 에델 감독)>에 비친 더럽고 음울한 뒷골목이 전혀 가상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말이다. 그러나 2013년의 브룩클린은 전혀 달랐다. 인구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신흥 주거타운. 그곳이 브룩클린이었다. 젊음의 비상구,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 모든 것은 맨해튼의 살인적인 집세 때문에 시작됐다. 비공식 집계에 의하면 20만명쯤 된다는 뉴욕의 아티스트들은 저렴한 곳을 찾아 방치된 공장이나 창고로 스며들곤 했었다. 큰 창문과 높은 천장은 대형 작품을 옮기기 좋았고, 월세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빈 공장이 많았던 소호와 첼시가 그랬다. 예술가들의 안목은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그 분위기에 반한 사람들이 몰리면서, 그 사람들을 겨냥한 자본이 따라 들어오는 수순. 꿈과 열정이 가득하지만 정작 주머니가 비어 있는 예술가들은 이제 더 이상 맨해튼 내에서는 짐 풀 곳을 찾기 어려워졌다. 동네의 집값만 올려준 채 다시 짐을 싸야 했던 가난한 예술가들이 찾은 다음 번 비상구는 다리 건너,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였다. 베드포드 애비뉴Bedford Ave를 따라 도열한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 개성적인 숍들에 활기가 더해지면서 현재 가장 ‘핫hot하고 펀fun한’ 장소로 떠올랐다. 새 책과 헌 책을 모두 취급하는 스푼빌 & 슈가타운 서점Spoonbill & Sugartown Booksellers은 디자인과 아트 관련 책으로 유명하지만 판매대 위에서 천연덕스럽게 잠을 자는 검은 고양이로도 유명하다. 윌리엄스버그를 찾아가기 가장 좋은 때는 주말이다. 많게는 150개 부스가 줄지어 선 난장이 펼쳐지는 벼룩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브룩클린에서 개최되는 주말 벼룩시장은 여러 곳이지만 윌리엄스버그 벼룩시장의 규모가 가장 크다(www.brooklynflea.com). 요즘 뉴욕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샌드위치와 음식들을 판매하는 부스도 있으니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브룩클린 하이츠 브라운스톤붉은 사암으로 주택의 전면(파사드)를 장식하고 계단 아래 반지하 공간을 두었던 19세기 주택건축양식은 뉴욕의 주거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지만 지금은 그리니치와 할렘, 브룩클린 일대에만 집중적으로 남아있다. 오드리 헵번의 출세작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 트루먼 커포티Truman Capote가 살았던 집은 윌로우 스트리트 70번지에 남아 있고,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을 쓴 아서 밀러Arthur Miller가 살았던 집은 그레이스 코트Grace Court에 남아 있다. 뉴요커가 사는 곳, 브룩클린 하이츠 메트로폴리탄에는 베드타운이 필요한 법이다. 브룩클린 하이츠Brooklyn Heights는 뉴요커들이 사랑했던 미국 최초의 교외suburb였다. 다리만 건너면 맨해튼의 소음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고, 또 하루가 멀다하고 솟아오르는 마천루는 나름대로 봐줄 만한 전경이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 범죄가 늘고 인구가 줄어들면서 한때 공동화되다시피 했던 브룩클린은 세월의 부침을 거쳐 다시 드라마틱하게 부활하고 있다. “맨해튼 자치구는 자기들이 세금에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아요. 맨해튼에는 이민자, 실업자들이 많이 살지만 브룩클린은 깨끗한 주거지죠. 우리 입장에서는 젊은 처녀가 희생하는 느낌이라고요. 하하. 어쨌든 맨해튼과 브룩클린은 쌍둥이 같은 운명인 거죠.” 쌍둥이는 운명공동체가 맞다. 브룩클린 다리를 건너오고 있는 것은 젊은 부부들만이 아니다. 대형 쇼핑몰이 건너오고, 증권사도 건너오고, 이제 호텔들도 다리를 건너오고 있다. 그들을 수용하기 위해 낡은 건물들을 철거하면서 중요한 근대 건축 유산을 잃어가는 것은 쌍둥이의 씁쓸한 운명이다. 다행인 것은 무분별한 개발을 견제하는 시민활동가들의 노력이 활발하다는 것. 브룩클린 하이츠 지역은 1965년 역사보존지구로 지정됐고 주택개조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다. 유명한 재즈가수 노라 존스가 코블 힐Cobble Hill에 타운하우스를 구입한 후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일부 창문을 막으려 했을 때 온 동네가 떠들썩했던 일화가 있다. 브룩클린에서 진행되는 빅어니언워킹투어의 파트너는 브룩클린역사협회(www.brooklynhistory.org)다. 그저 평범해 보였던 동네 풍경을 가치 높은 건축물로 다시 보게 해 준 사람은 티나Tina Rivers였다. 플로리다에서 자란 그녀는 할아버지의 고향인 브룩클린으로 혼자 돌아왔다. 콜롬비아대학에서 예술사 박사과정을 마친 후 현재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틈틈이 가이드로 봉사활동을 하는 중이다. 역사연구가답게 오래된 신문 등의 정확한 사료를 근거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지금은 브룩클린역사협회가 위치한 건물에만 들어가도 뉴욕공공도서관에서 받았던 감동을 되살려 주는 황홀한 도서관이 숨어 있다. 한때 2,632개의 객실로 뉴욕 최대 규모의 호텔이었던 세인트 조지St. George Hotel는 지금은 저렴한 숙소를 찾는 학생들의 차지가 됐다. 밋밋하게 느껴지는 휘트먼 공원도 브룩클린 데일리 이글Brooklyn Daily Eagle 신문의 기자로 이곳에 살았던 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을 기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달라 보인다. 티나가 ‘쿠키 같다’고 표현한 브라운스톤* 하우스들도 마찬가지다. 투어는 맨해튼의 경치가 바라보이는 언덕의 강변 산책로에서 끝이 났다. 아래쪽 부두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종합휴양시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어린이 공원, 수영장, 야간영화제를 위한 스크린, 바비큐 피크닉장, 와인바, 카약보트 등을 내려다보며 왜 이곳이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베드타운인지를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travie info 빅어니언워킹투어스Big Onion Walking Tours 빅어니언투어는 뉴욕시민들도 잘 모르는 뉴욕의 역사와 가치를 소개하는 다양한 워킹투어를 20년 이상 진행해 오고 있다. 투어를 진행하는 가이드들은 대부분 관련 분야에서 석사학위 이상을 취득한 교사 혹은 연구원 출신. 지역과 주제별로 30여 개나 되는 워킹투어는 보통 2시간여가 소요되며 비용은 1인당 $20다. 미리 예약할 필요 없이 미팅장소로 가면 된다. www.bigonion.com 888-606-9255 Bronx & East Harlem 할렘을 넘어서 우리가 도전한 것은 할렘 너머 미지의 땅이었다.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가이드북 <타임아웃>에는 상세지도조차 없는 브롱크스Bronx를 향해 맨해튼 북단의 헨리 허드슨다리Henry Hudson Bridge를 건넜다. 보통의 뉴욕여행자에게는 북방한계선이 있다. 바로 할렘이다. 선입견은 무서운 것이라 할렘이라는 이름 앞자리를 오래 차지했던 ‘우범지역’의 잔상은 쉽게 사라지지가 않는다. 강남만, 혹은 강북만 보았다면 서울을 다 본 것이 아니듯 맨해튼만 보았다면 그건 뉴욕의 5개 자치구 중에서 하나만을 보았다는 뜻이다. 감히 말하건대 뉴욕을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할렘에서 꼭 해봐야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재즈뮤직을 듣는 일이고 두 번째는 흑인들의 소울 푸드를 맛보는 일이다. 혹시 일요일에 방문하게 된다면 아무 교회나 들어나 성가대의 합창을 들어 보는 일 또한 부지런한 여행자에게 근사한 보상이 된다. 할렘이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밀집한 곳이라면 북쪽의 브롱크스는 더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아프리카계뿐 아니라 유태계, 푸에르토리칸Puerto Rican, 히스패닉Hispanic 인구가 많고 북유럽에 뿌리를 둔 후손들의 흔적도 강하다. 200여 개국에서 이주한 300만명 이상의 이민자들이 거주한다는 뉴욕의 인구통계학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브롱크스라는 지명도 스웨덴에서 이민 온 농부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지금은 미국 힙합문화의 일부가 되어 버린 그래피티Graffiti가 1970년대에 처음 시작된 곳도 브롱크스였고, 그 주인공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소년들이었다. 브롱크스를 찾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은 대부분 사우스 브롱크스의 양키 스타디움Yankee Stadium으로만 몰린다. 경기가 없는 시즌이라고 해도 구장투어는 항상 만석이다. 투어마저 놓친 사람들은 경기장 코앞의 양키스 터번Yankees Tavern에 자리를 잡는다. 구단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수십년 동안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아 온 스포츠 바bar다. 낮부터 맥주를 기울이며 스포츠채널에 시선을 고정한 손님들도 오래된 풍경이다. 브롱크스 가장 큰 대로인 그랜드 콘코스Grand Concourse 양쪽으로는 아르데코풍의 아파트와 빌딩들이 도열해 있다. 이 거리를 두고 뉴욕의 ‘샹젤리제 거리’라는 과장된 미사여구를 시도하는 브롱크스 시의 마음은 알겠지만 쉽게 동의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브롱크스는 알려지지 않은 만큼 새로운 곳이다. 사회적 사실주의 미술가 벤 샨과 그의 부인 베르나르다가 1938~1939년에 그린 벽화는 브롱크스 중앙 우체국Bronx General Post office의 로비에서 만날 수 있다. 1930년대 미국 노동 계급을 묘사한 13점의 벽화 아래로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색다르다. 센트럴 파크보다 면적이 크다는 2개의 공원이나 동물원Bronx Zoo은 어떨까. 맨해튼의 박물관에 견주어 손색이 없다는 뮤지엄과 미술관들은 어떨까. 이런 궁금증은 여행 개척자들의 원동력이 된다. 매달 첫 번째 수요일에 운행한다는 브롱크스 컬처 트롤리를 이용하면 브롱크스 지역의 주요 문화명소를 안내해 준다니 노려 볼 만하다. 노동자 계급의 친구들 ‘카마라다스Camaradas El Barrio’ 카마라다스Camaradas를 강추한 사람은 데스말이었다. 뮤지션이 추천하는 라틴뮤직 라이브 바라니, 우리는 황금 같은 토요일 밤을 그의 말대로 카마라다스에 올인하기로 했다. 역에서 내려 바를 찾아가는 10여 분의 보도 여행은 할렘에 대한 두려움과 선입견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 은근한 스릴을 만끽해 보시길. 바에 앉아 맥주 한잔을 시키자마자 초저녁의 한산함을 뚫고 멋들어진 양복에 건장한 체구를 감춘 사장 올란도Olrando Plaza가 시가를 물고 등장했다. 만나자마자 금방 친구가 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름 그대로예요. 카마라다스. 친구들이란 뜻이죠. 여기는 라틴계, 아프리카계, 히스패닉 사람들의 네이버후드죠. 제 선조는 푸에르토리칸이고요. 그런 노동자계급들을 위한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에 벽돌과 강철을 주로 사용한 것도 아버지, 할아버지처럼 이 땅을 개척했던 이민자들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역 아티스트들을 후원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입니다. 저기 그림들은 지역 예술가들의 것인데 매달 바꿔서 겁니다.” 결과부터 보고하자면 우리는 오래 기억할 만한 즐겁고도 특별한 토요일 밤을 보냈다. 우연히 바 옆자리에 앉게 된 인테리어 디자이너 애슐리Ashley Geissinger는 나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1년 전 직장 때문에 플로리다에서 건너온 그녀가 이곳을 단골집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는 TV가 없어서 좋아. 멍청하게 앉아서 TV를 보는 건 집에서도 할 수 있잖아. 여기는 좋은 사람들이 있고, 맛있는 푸에르토리코 음식이 있지. 사랑방 같은 곳이랄까. 게다가 수준 높은 라틴뮤직 라이브공연도 있고 가끔 유명한 DJ들도 오니까 좋지.” 그녀와 뉴욕의 그래피티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두 번째 밴드 이스마엘 리베라가 연주를 시작했다. 무대 앞 좁은 홀은 이미 타고 난 리듬감으로 몸을 흔드는 ‘친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소 2241 First Avenue, at 115th St. 문의 212-348-2703 www.camaradaselbarrio.com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취재협조 브랜드USA 한국사무소 02-777-2733 www.thebrandusa.com, 유나이티드항공 www.united.com ■interview프레고네스 극장 전속작곡가 겸 음악감독 데스말 게바라 Desmal Guevara 스물 한 살에 이곳에 정착했으니 브롱크스에 온 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었네요. 원래 피아니스트라서 예전에는 일본, 태국 등지로 공연을 다녔었는데 지금은 극장 전속 작곡가 겸 음악 감독으로 바쁩니다. 우리 프레고네스 극장Teatro Pregones은 124석의 작은 극장이지만 수준 높은 라틴공연을 올리고 로비에는 지역 작가들의 그림을 전시하죠. 브롱크스에는 히스패닉, 도미니칸, 페루인, 러시안, 유태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서 살고 있는데 우리 극장은 라틴 커뮤니티의 중심역할을 합니다. 이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들도 많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곳에서 아이들을 낳고 키우며 살고 있다는 것이에요. 더 좋은 곳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죠. 이미 밖에서 보는 것과는 많이 달라요. 여기서 가까운 링컨병원에만 가도 지역주민들을 위한 갤러리, 극장이 있어요. 싱글맘이나 유방암 환자들을 지원하는 문화 프로그램 등도 활발하고요. www.pregones.org ▶travel info New York City [에이미 브레드] 뉴욕 치즈 샌드위치의 감동 에이미의 빵집Amy’s Bread을 찾아낸 것은 순전히 운이었다. 2층 버스 티켓을 사러 갔던 날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할 만한 장소를 찾던 나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이 바로 에이미였다. 갓 구워낸 빵과 군침을 돌게 만드는 케이크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빵집은 아침부터 손님들로 북적거렸고 테이블에 앉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 했지만 잘 구워낸 뉴욕 치즈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무는 순간 그런 수고로움은 모두 잊고 말았다. 헬스키친의 본점이 멀다면 첼시마켓과 블리커 거리Bleecker St.에 더 넓은 분점이 있으니 참고할 것. 본점┃주소 Hell’s Kitchen 672 9th Avenue BTWN 46th & 47th St. 문의 212-977-2670 www.amysbread.com [그랜드 센트럴 캠벨아파트먼트] 90년 전의 호사 유럽에서 실어온 최고급 가구와 집기들로 꾸며진 캠벨아파트먼트The Campbell Apartment에서 칵테일을 한잔을 마셔 보자. 한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가장 큰 면적의 사무실이 필요했던 SF소설가 캠벨John W. Campbell은 1923년 그랜드센트럴터미널의 남서쪽 귀퉁이를 개조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은 뉴욕에서 가장 호화스러운 이탈리아 피렌체궁 스타일의 사무실이다.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한 호사스러움은 웨딩이나 파티, 이벤트 공간으로 대여해서 만끽할 수 있다. 주소 Grand Central Terminal, 15 Vanderbilt Entrance, New York 문의 212-953-0409 www.hospitalityholdings.com [맥넬리잭슨 서점 & 카페] 나도 저자가 될 수 있다! 뉴욕 놀리타에 위치한 이 서점은 독서애호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곳이다. ‘책을 얻는 가장 갸륵한 방법은 직접 책을 쓰는 것’이라는 발터 벤야민의 말을 실행에 옮기고 싶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던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셀프 출판 코너가 있다. 40페이지 분량의 소책자부터 800페이지 분량의 두툼한 책까지, 약 3만부의 책이 셀프 프린팅으로 탄생했다. 패키지 프로그램의 비용은 적게는 $19(권당 $7 추가)부터 많게는 $349(권당 $7 추가)로, 조건에 따라 다양하다. 주소 52 Prince Street, New York 문의 212-274-1160 www.mcnallyjackson.com [그랜드 센트럴 오이스터 바 & 레스토랑] 기차를 타고 온 해산물 중세 예배당을 연상시키는 낮은 돔 천장의 오이스터 바에 앉아 와인 한잔에 신선한 굴을 곁들이는 것은 어떤가. 그날그날 배달되는 72종의 해산물 재료에 따라서 메뉴마저 바꾼다는 오이스터 바 & 레스토랑Grand Central Oyster Bar & Restaurant을 그랜드 센트럴터미널에서 발견했을 때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1913년에 오픈하자마자 뉴욕명사들의 단골집이 된 것. 오이스터 바는 지금도 퇴근 후에 신선한 굴과 와인으로 기분전환을 하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중독성 높은 아지트다. 주소 Grand Central Terminal, New York 문의 212-490-5210 www.oysterbarny.com [JJ 모자센터JJ Hat Center] 뉴욕 최고最古의 모자가게 페도라는 뉴욕 멋쟁이의 필수 아이템이다. 미트패킹이나 윌리엄스버그에서 꼭 마주치게 되는 ‘새앙쥐’ 같은 멋쟁이들의 공통점은 페도라에 선글라스, 문신이라고. 거리에서 $10~20에 살 수 있는 모자가 수십만원씩이라면 사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100년 전통의(1911년 오픈) JJ 모자센터의 진열대 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물욕이 절로 꿈틀거린다. 차원이 다른 2,000여 종의 모자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310번가에 위치한 본점 외에 이트빌리지와 윌리엄스버그에도 분점이 있다. 주소 310 Fifth Ave &t 32nd St. New York 문의 212-239-4368 www.jjhatcenter.com [Hotel] 쉐라톤 타임스퀘어Sheraton New York Times Square Hotel 단언컨대 완벽한 호텔 여행자에게 지구는 숙소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같은 이유로 맨해튼의 호텔 요금은 상식을 넘어선다. 센트럴 파크,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현대미술관을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는 쉐라톤호텔이라면 그 가치는 얼마나 더 크겠는가. 그래서 쉐라톤은 언제나 사랑받는 호텔이다. 1억6,000만 달러 예산의 개보수 공사는 외관 정리를 남겨둔 상태. 스타우드 프리퍼드 게스트Starwood Preferred Guest일 경우 클럽라운지에서 맨해튼의 마천루를 감상하며 여유로운 아침식사를 즐길 수 있다. 쉐라톤의 자랑인 스위트 슬리퍼Sweet Sleeper 침구류에 안겨서 보내는 뉴욕의 밤은 달콤하기만 하다. 주소 811 7th Avenue 53rd Street, New York 문의 212-581-1000 www.starwoodhotels.com Z Hotel 맨해튼을 바라보는 자세 창고와 공장을 이웃으로 둔 부티크 호텔이라니,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삭막함을 상쇄하는 노력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모던한 외관과 인테리어, 힙한 소품들은 젊은이들이 취향에 완벽히 부합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Z호텔은 숨은 진가를 발휘한다. 주변의 황량함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퀸스버러 다리를 포함하는 건너편 맨해튼 미드타운의 야경이 객실 유리창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면 호텔을 떠나고 싶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다리를 하나 건넜을 뿐인데 호텔 요금은 한결 저렴하고 호텔에서는 맨해튼 미드타운까지 매시간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주소 11-01 43rd Ave, Long Island City, New York 문의 212-319-7000 www.zhotelny.com [NYC Restaurant Week] 미식가의 달력을 훔쳐라 일년에 두 번, 미식가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즌이 있다. ‘브런치’ 문화가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뉴요커에게 너무나 중요한 레스토랑 위크다. 20여 일에 이르는 여름과 겨울 기간 동안 뉴욕시를 대표하는 300여 개의 레스토랑이 제공하는 3코스 요리를 1인당 점심 $25, 저녁 $38의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단 주말은 제외인 경우가 많으니 참고할 것. 워낙 인기 높은 행사이므로 예약은 필수인데 그 절차는 놀랍도록 간단하다. 노부 뉴욕Nobu New York, 블루 워터 그릴Blue Water Grill, 팜 트라이베카Palm Tribeca 등을 놓치지 말자. 참고로 식당 입구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푸른색 A는 위생등급을 표시한 것이다. B, C 순으로 낮아진다. www.nycgo.com/restaurantweek NYC Restaurant 1. The Mercer Kitchen 김치 맛을 아는 미슐랭 셰프 2001년 문을 연 메르세르 호텔 1층에 자리잡은 이 레스토랑은 트렌드세터들의 집합소다. 소호에 자리잡은 첫 번째 부티크 호텔이라는 명성에 어울릴 만한 시크함이 이 레스토랑의 압도적인 분위기. 프랑스 출신의 미슐랭 3스타 셰프인 장 조지jean georges vongerichten는 2011년 아내와 한국을 방문해 한식조리법을 배우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적도 있다. 한층 품격 높은 미국식 캐주얼 다이닝에서는 전형적인 미국 노동자 음식인 햄버거가 메인코스가 될 때는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준다. 주소 99 Prince st. New York 문의 212-966-5454 www.mercerhotel.com NYC Restaurant 2.The Dutch 낯선 만족과 포만감 로칸다 베르데Locanda Verde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히트시킨 적이 있는 3인방이 다시 의기투합한 프로젝트는 미국식 레스토랑이다. 경험의 폭이 넓은 카르멜리니Andrew Carmellini 셰프는 토끼 팟 파이, 건조 숙성시킨 스테이크, 벗겨 먹는 새우 등 조금은 낯설고 난해한 요리를 내놓지만 어느 것 하나 만족감을 놓치지는 않는다. 오크 바에 앉아서 간단하게 와인 한잔에 신선한 굴을 즐기는 기쁨도 가능하다. 흔하게 먹을 수 있는 튀김닭 요리도 이곳에서는 육즙이 살아 있는 요리가 된다. 전체 요리는 $15 내외, 메인은 $20 내외다. 주소 131 Sullivan St & Prince St. New York 문의 212-677-6200 www.thedutchnyc.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el info New York City 뉴욕시는 뉴욕주의 주도로 5개의 자치구로 이루어져 있다. 익숙한 이름인 맨해튼 외에도 브롱크스, 퀸즈, 브룩클린, 스태튼 아일랜드가 뉴욕시를 구성하고 있다. 뉴욕시는 세계에서 가장 북적거리는 도시지만 길을 찾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단순한 격자형 구조를 가진 도시에서 가로는 스트리트고 세로는 애비뉴다. 남에서 북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숫자가 늘어난다. [Rent-a-Car] 뉴욕 알라모 렌터카 대리점 뉴욕시를 벗어나 뉴욕주 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북쪽으로 캐나다 국경과 만나는 나이아가라 폭포까지가 모두 뉴욕주다. 위치 JFK 국제공항지점JFK Intl Airport 주소 149-05 131st Street, Jamaica, NY 전화번호 718-553-8640 영업시간 오전 6시~밤 11시59분 예약 및 문의 알라모 렌터카 한국사무소 www.alamo.co.kr [United Airlines] about 유나이티드항공 유나이티드항공과 유나이티드익스프레스는 한 해 1억4,000만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항공사다. 2012년에 국제선 9개 노선과 국내선 18개 노선을 신설하여 현재 6개 대륙에 걸친 370개 이상의 공항으로 매일 5,446편의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보유 항공기는 약 700여 대이며 2013년에도 24대의 보잉항공기를 추가하고 있다. 2012년에는 <비즈니스트래블러Business Traveler> 매거진이 선정한 북미 최고 항공사상을 수상했으며 마일리지 플러스Mileage Plus는 9년 연속 <글로벌트래블러Global Traveler> 매거진이 선정한 최고의 상용고객프로그램으로 뽑혔다. www.kr.united.com [유나이티드항공과 함께하는 뉴욕 여행] 뉴왁 리버티 국제 공항 Newark Liberty Int’l Airport, EWR 유나이티드항공의 새로운 허브공항인 뉴왁Newark 공항EWR은 맨해튼 시내까지 25분밖에 걸리지 않아서 기존의 케네디John F Kennedy Inti’l Airport(JFK) 공항보다 접근이 쉽다. 유나이티드 이코노미플러스United Economy Plus 여유로운 공간의 이코노미플러스에서는 레그룸이 최대 약 12cm 넓어서 좀더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으며, 이코노미석 앞쪽에 위치하여 신속하게 내릴 수 있다. 유나이티드항공 홈페이지를 통해 109~149달러의 추가요금을 내면 예약할 수 있다. 프리미엄 서비스 미주 대륙 횡단 노선인 뉴욕 JFK-LA, 뉴욕 JFK-샌프란시스코 노선에서 새롭게 제공되는 유나이티드항공만의 프리미엄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비즈니스퍼스트Business First에는 여유로운 공간의 180도 침대형 평면좌석을, 새로운 이코노미좌석에는 레그룸을 넓혔다. 또 전 좌석에 주문형 엔터테인먼트 및 전원 공급장치가 구비되어 있다. 유나이티드 프리미엄 캐빈 서비스┃ 글로벌퍼스트Global First & 비즈니스퍼스트Business First 침대형 평면좌석과 공항에서의 우대 서비스, 주문형 개인 엔터테인먼트 및 프리미엄 기내식을 특징으로 하는 유나이티드 글로벌퍼스트와 비즈니스퍼스트와 함께라면 여행 내내 보다 업그레이드된 편안함과 편리함을 경험할 수 있다.
  • 해외여행 | seattle-시애틀에 대한 두 가지 시선

    해외여행 | seattle-시애틀에 대한 두 가지 시선

    인기 여행책의 저자이자 나름 여행 베테랑인 두 사람에게 의외의 공통점이 있었다. 아직 미국본토를 한 번도 밟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 사실 미국은 그 자체로 새로운 챕터를 열어야 하는 곳이므로. 그런 그들에게 추천한 미국 여행 1번지는 시애틀이었다. ●그 女子 봉현 나를 웃게 만드는 도시 영화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에서 보았던, 상상해 오던 그 풍경이었다. 바다가 보이고, 산이 보이고 항구에는 배가 가득하며 그 안쪽으로 빼곡히 들어찬 빌딩 숲들. 그 사이사이에 크고 푸른 나무와 거리를 걷는 사람들. 하지만 어디에도 정체된 길이 없었다. 빌딩과 건물이 가득찬 것처럼 보였지만 여백이 많았다. 하늘을 가리지 않았고 바다를 남겨두었다. 내가 이곳에 와 있다는 명확한 풍경. 사람들의 시선에는 시애틀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낯선 이방인이지만 이 벅찬 풍경에 대한 시선으로 무언의 기억을 공유한다. 여행에서 본 풍경은 그래서 더욱 오랫동안 기억된다. 가을바람이 선선히 불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내렸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언제나 이런 것이다. 여행지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 또한 이런 장소 때문이다. -김봉현 작가 시애틀은 생각했던 미국과 달랐다. 그동안 유럽과 중동, 인도 등을 오랜 시간 구석구석 여행했었지만 사실 미국 땅은 처음이었다. 아침에 출발해 아침에 도착한, 만 하루를 거슬러 온 기분으로 마주한 시애틀은 선선하다 못해 쌀쌀했다. 서울의 더운 여름을 한번에 씻어 내려주는 기분, 얼마 만의 가을바람이었을까. 두껍지 않은 가디건을 꺼내 입었다. 시애틀은 크지 않았다. 하염없이 걷거나 버스를 조금만 갈아타면 웬만한 장소를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 시애틀 끝에서 끝까지 가도 택시로 30분 이상 걸리지 않았다. 영화 <만추>에 등장했던 ‘라이드 덕’이라는 오리를 닮은 수륙양용 투어버스도 탔다. 한 시간 반 가량의 유쾌한 도시 투어로, 센스만점의 운전기사의 장난과 신나는 노래와 함께 시애틀 전체를 돌아볼 수 있었다. 도심의 도로를 달리다가 그대로 강에 들어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나왔던 수상 가옥과 항구의 풍경을 감상한 뒤 다시 육지로 올라오는 경험은 시애틀다운 ‘기발한’ 시간이었다. 마치 책의 목차를 파악하듯 도시를 빠르게 스캔하는 동안 마음에 드는 장소를 점찍어 둘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두 발로 걸어다니는 동안 시애틀은 또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천천히 걸으며 스타벅스 외에도 개성 있는 카페와 초콜릿 가게, 로컬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펍을 거리 곳곳에서 발견했다. 지미 헨드릭스가 기타를 샀다는 전당포(지금은 카페가 되었다), 갤러리와 꽃집,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 언덕을 넘어 뻗은 길 사이사이로 바쁘지 않게 걸어가는 사람들. 시애틀은 그렇게 평화로웠다. 미국 록 음악과 영화의 온갖 기록을 담은 EMP박물관, 망치를 든 조형물이 있는 시애틀 아트뮤지엄 사이로 인디언이라 불리웠던 이들의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천천히 걷다가 큰 나무들이 그늘진 광장에 앉아, 트럭에서 파는 스프와 짭짤한 핫도그를 먹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졌다. 금세 세찬 비가 오는데도, 우산도 쓰지 않고 여유롭게 걷는 시애틀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걷기 편한 운동화와, 변덕스런 날씨를 대비해 비에 젖지 않는 옷을 입고 가방을 매고 한손엔 꽃과 책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 짧은 기간이었지만 시애틀을 여행하는 동안 본 거리의 풍경은…. 많은 사람들이 차 대신 자전거를 탔고 누구든지 대화를 나누었으며 커피를 자주 마셨다. 사람들은 변덕스런 날씨에도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오히려 이것이 시애틀의 매력이라며. 여행이란, 내가 태어나 살고 있는 곳을 떠나 잠시 낯선 이들과 살아보는 경험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다시 오게 될지, 평생에 단 한 번의 방문일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다른 문화와 다른 일상을 가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평범한 음식을 특별한 기분으로 맛보며, 낡은 것들에 놀라워하고, 익숙하기에 더욱 설레는 공간을 돌아보며 ‘이 곳에서 산다면 어떨까’ 하고 상상해 보는 찰나의 기쁨. 그런 시간이 길지 않기에 더욱 아쉽고, 짧기에 더욱 값진 여행이 된다. 언제나 여행자로 살아간다는 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속에 세계 곳곳의 사랑하는 도시를 담아두고 그리워할 수 있는 추억. 꽃향기 속에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지던, 바다와 하늘의 파란 빛이 가을바람 타고 불어오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봉현 작가는 2년 동안 세계여행을 하며 그린 그림과 단상을 모아 지난 8월 그림 에세이집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를 묶여 냈다. 2013년 1월부터 <트래비>와 인연을 맺어 ‘봉현의 온더카미노’를 매월 연재하고 있다. blog www.bonh.kr ●그 남자 최갑수 시애틀에서 보낸 향기롭고 달콤한 가을의 며칠 여기는 시애틀이고 지금은 가을이다. 나는 지금 시애틀을 즐기고 있고 시애틀의 가을에게서 위로를 받고 있다. 어디에선가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이마를 벤 듯 스치고 지나간다. 심호흡을 하면 가슴 속 가득 차오르는 가을의 분위기. ‘어쨌거나 가을이 왔어.’ 해질녘의 가을 햇살은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이고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생활에 지쳤거나, 일에 지쳤거나, 사람에 지쳤거나, 혹은 자기 자신에게 지쳤을 때. 세상과 불화할 때, 사랑하는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때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은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이,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낯선 풍경이, 낯선 이가 건네는 따뜻한 차 한잔이 엉망진창인 우리 인생을 위로해 준다고 믿고 있다. 그러니까 떠나는 거다. 머물러야 할 이유는 없지만 떠나야 할 이유는 넘쳐난다. -여행작가 최갑수 10월이다. 10월은 뭐랄까, 9월처럼 심각하지 않아서 좋고, 11월처럼 허망하지 않아서 좋고,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아무도 나를 비난하지 않을 것 같아서 더 좋다. 그리고 여행. 10월만큼 여행에 어울리는 달이 있을까. 인디언식으로 10월을 이름짓는다면 아마도 ‘그대와 함께 여행하기 좋은 달’이라고 했을 거다. 어쨌든 10월엔 여행을 떠나는 거다. MP3에 좋아하는 음악을 가득 담고 소설 한 권 들고서 비행기를 타는 거다. 우리가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도서관에 가는 것과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래서 온갖 핑계를 대고 시애틀에 갔다. 비행기를 타고서 10시간을 훌쩍 날아 바다를 건넜다. 누군가 묻는다. 왜 하필 시애틀이냐고. 회색빛의 우중충한 구름이 뒤덮고 있는 도시. 빌딩숲 저편에서 습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불어와 머리칼을 눅눅하게 만드는 도시. 1년 중 화창한 날이 불과 55일에 불과한 도시 시애틀. “시애틀이라…, 꽤 괜찮은 도시지. 하지만 뭔가 하이라이트가 없지 않아? 차라리 샌프란시스코가 어떨까?” 시애틀에 간다고 하니 어느 선배 여행작가가 이렇게 말했다. “시애틀은 기타의 전설 지미 헨드릭스가 나고 자란 곳이자 너바나와 펄잼의 주무대였죠. 여러 영화의 배경이 됐던 도시기도 하구요. 그리고 정말 맛있는 와인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 정도면 제가 시애틀을 찾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하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냥 웃고 말았다. 아참, 커피도 있었지. 스타벅스가 탄생한 곳이 바로 시애틀이지. 아무튼 우리가 시애틀을 찾아야 할 이유는 찾지 않아야 할 이유보다도 많구나. ‘시애틀’에는 ’조정자’란 뜻이 담겨 있다. ‘시애틀’은 워싱턴 주가 되기 이전 이 지역 원주민 인디언 추장의 이름이기도 하다. 1852년 미국정부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 지역에 거주하던 인디언 추장에게 땅을 팔 것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이에 추장은 다음과 같은 편지로 미국정부에 답한다. “우리에게 땅을 사겠다는 생각은 이상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맑은 대기와 찬란한 물빛이 우리 것이 아닌 터에 그걸 어떻게 사겠다는 것인지요? (중략) 우리는 땅이 사람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땅에 속한다는 것을 압니다. (중략) 우리는 우리의 신이 그대들의 신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땅은 신에게 소중합니다. 그러므로 이 땅을 상하게 하는 것은 창조자를 능멸하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당시 미국 14대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는 이 편지에 감동해 그의 이름으로 도시를 이름지었다고 한다. 시애틀에서는 놀았다. 나는 여행의 본질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풍경을 보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다행히 우울하던 시애틀의 날씨는 둘째 날부터 화창하게 개었다. 어깨에는 찬란한 가을햇빛이 내려앉았고 도시 저편 바다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먹고 마시고 놀기 충분히 좋은 날씨였다. 반바지에 스니커즈, 야구모자를 쓰고 이어폰을 꽂고 골목을 쏘다녔다. 손에는 스타벅스 커피잔 그란데 사이즈를 들고서 말이다. 이어폰에서는 커트 코베인이 흘러나왔다. 시애틀 펑크 록의 아이콘이었던 커트 코베인. 1994년 4월 8일 자택에서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던 그. 시신은 가루가 되어 위스카 강Wishkah River에 뿌려졌지. 시애틀에서 듣는 그의 음악은 감회가 새롭다. 워터프론트의 어느 야외 레스토랑에 앉아 있다. 잘 익은 시애틀 와인이 내 앞에 놓여 있고 나는 바다를 향해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찰칵. 시애틀에서의 어느 한때가 가을 공기 속에서 인화하고 있다. 마음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다정한 것들이 돋아나고 있는 것을 느낀다. 행복이라는 건 세상에 살아가는 인간의 수만큼 많다. 그리고 내게는 내게 꼭 어울리는 행복이 있다. 나는 노을에 물들어 가는 와인잔을 빙글거리며 앉아 있다. 여기는 시애틀이고 지금은 10월이다. 시애틀의 몽환적인 숲, 올림픽 국립공원Olympic National Park 시애틀의 또 다른 별칭은 ‘숲의 도시’다. 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올림픽 국립공원.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숲의 몽환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트와일라잇>, <트윈픽스>, <씬 시티>, <다크 엔젤> 등의 초현실 판타지들을 찍은 곳이기도 하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은 허리케인 릿지Hurricane Ridge. 해발 1,600m의 전망대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올림픽 공원 내의 최고봉인 올림푸스산2,430m을 바라볼 수 있다. 길을 가며 심심찮게 만나는 야생 노루가 국립공원에 왔음을 실감케 해준다. 가는 방법 올림픽 국립공원은 자동차가 없으면 제대로 즐기기 힘들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시애틀에서 올림픽 국립공원을 자동차로 가려면 타코마와 올림피아를 경유해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워터프론트에 자리한 시애틀 페리 터미널에서 도항선을 이용해 배에 차를 싣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 유류비, 시간비용 등을 고려할 때 저렴하다. 요금은 차 한 대당 11.25달러.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여행작가 최갑수는 시인으로 등단한 뒤 여행잡지 에디터를 거쳐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잘 지내나요, 내 인생> 등 인기 여행저서를 출간한 베테랑 여행작가다. blog blog.naver.com/ssoochoi ●봉현’s Pick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 파이크 플레이스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다양한 음악가들이 길거리 곳곳에서 연주를 했다. 오래 전부터 한자리에서만 오르간을 연주했다는 할아버지와 바이올린을 켜는 여자와 기타를 치는 남자, 영화 <원스>를 연상시키게 하는 두 사람이 노래하고 있었다. 기분 좋은 음악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고 설레게 한다. 유명한 장소나 유적지의 기념품도 좋지만 나는 오래된 가게에 들르는 것을 좋아한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찾아낼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빈티지 상점을 꼼꼼히 둘러보면 현지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문화를 가졌는지 엿볼 수 있다. 바랜 가방과 구두, 식탁을 장식했던 컵과 그릇, 천 조각 들은 마치 낯선 그들의 집에 방문한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는 시애틀 사람들의 생명력이 그대로 느껴졌다. 사람들의 손때와 세월이 묻은 일터에는 날마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활기를 돋운다. 해가 뜨면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 해가 지면 잔잔한 항구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그렇게 삶을 영위해 가며 청년도 노인도 함께 어우러져 그곳에 살고 있었다 -김봉현 작가 시장 초입에서부터 화려한 색과 향기의 꽃 가게가 가득하다. 커다란 꽃 한 다발에 10달러 남짓, 한 송이 한 송이가 생기 가득한 빛깔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근하지만 실제로는 보기 힘든, 얼굴만한 크기의 샛노오란 해바라기였다. ‘한 송이에 겨우 2달러’라는 말에 동행한 미국 친구에게 선물하고자 1송이를 주문하자 신문지로 대충 감은 해바라기를 건네준다. 친구는 자기 얼굴보다 더 큰 해바라기를 받아들고 너무너무 해맑게 웃는다.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일은 소박하지만 행복하다. 파이크 플레이스를 안내해 주는 프로그램을 따라, 10여 명이 일행이 되었다. 유쾌한 청년에게 파이크 플레이스의 역사와 규모 등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친절한 배려와 함께 한 시간 남짓 동안 파이크 플레이스를 돌아볼 수 있었다. 시애틀의 메인 관광명소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멋진 곳이었다. 다양한 가게와 사람들, 음악과 미술, 레스토랑이 어우러져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활기가 넘쳤다. 관광객뿐만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도 과일을 사거나 꽃을 사고,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해산물 요리를 먹고,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카페에 앉아 친구를 만났다. 아이들은 파이크 플레이스의 상징인 돼지 동상에 올라타기도 하고 가족들은 저녁식사로 먹을 생선과 과일을 고른다. 식탁에 놓을 꽃 한 송이도 잊지 않는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1층의 프리마켓과 꽃과 과일, 생선가게 외에도 지하 3층에 걸쳐 여러 가게들이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할머니가 입었을 것만 같은 드레스와 아이에게 직접 만들어 입혔을 바랜 옷가지를 비롯해, 연인에게 썼던 러브레터와 졸업 앨범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오래된 서점에는 어린 시절 엄마아빠가 자기 전에 읽어 주었을 법한 그림책에, 1달러짜리 소설책과 유명한 미술가의 두꺼운 화집까지 빼곡했고 수염이 헛헛한 아저씨가 그곳에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상점들은 각자의 개성과 목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상점 주인들의 시끄러운 목소리와 사람들 틈에서 정신없이 구경해야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인상을 쓰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다. 오래되었지만 현재까지도 고스란히 활기를 간직한 시장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었다. 봉현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Must Go Place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 1907년 문을 연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시내 1번가라 할 수 있는 퍼스트 애비뉴와 파이커 스트리트 사이 엘리엇만을 끼고 위치해 있다. 원래 어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종합시장으로 변모해 시애틀 시민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유명한 치즈가게와 스프가게도 있다. 파이크 플레이스 기념품이나 공예작품, 직접 만든 화장품이나 꿀과 잼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입구에는 꽃을 파는 상점들이 가득하다. 해바라기 1송이 $2, 제철 꽃 한다발 $10 안팎으로 구입 가능. 신선한 해산물과 과일들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주소 85 Pike st. Seattle, Washington 가이드 투어 |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진행된다. 1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가이드를 따라 이어폰을 끼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시장을 한바퀴 구경할 수 있다. 언어는 영어만 사용한다. 17세 이하와 65세 이상은 $13, 성인은 $15이다. 해설사를 따라 주요 상점을 돌며 전통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푸드 투어 프로그램은 $45. 홈페이지 www.publicmarkettours.com 껌벽Gum wall | 1990년대 초 젊은 관광객들이 건물 한쪽에 껌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너도나도 씹던 껌을 벽에 붙여 엄청난 규모의 껌벽이 탄생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관광지라는 오명을 얻었지만, 다양한 색의 껌이 예술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만화전문상점Golden age collectables | 마블이나 디즈니, 장난감, 기념품 등 1971년부터 미국 만화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판매하는 가게. 파이크 플레이스 401호에 위치해 있다. www.goldenagecollectables.com 빈티지 종이가게Paperworks | 오래되고 낡았지만 의미 있는 종이들을 판매한다. 세밀한 세계지도나 오래된 잡지, 신문, 공연 포스터 등 다양한 아이템이 있으며 상태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무조건 하나에 1달러’ 짜리가 가득한 서랍에서 보물을 찾아보는 재미도. www.oldseattlepaperworks.com 오래된 책방(BLMF) used book shop | 파이크 플레이스 322호. 중고 책을 사고파는 곳. 아이들 동화책에서 전공서적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시장갈비Market Galbee | 한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한국식 불고기와 비빔밥, 도시락을 판매. 간판의 손글씨가 센스만점. 양도 많고 맛도 좋다. ▶갑수’s Tip 어딜 가나 시장 구경은 빼놓을 수 없다. 시애틀에서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이다. 생선가게 ‘파이크 플레이스 피시 마켓’은 ‘나는 물고기’로 유명하다. 막 판매된 팔뚝만한 참치가 점원의 손에서 손으로 날아다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입구에 ‘레이철’이라는 대형 돼지저금통을 만들어 놓고 기부를 받아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도 한다. ▶봉현’s Pick 원조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커피 스타벅스 1호점 Starbucks First Store 세계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로운 커피 문화를 만들고 있던 피츠 커피Peet’s Coffee에 영향을 받아, 시애틀에 첫발을 내딛었다. 1971년 시애틀의 웨스턴 애비뉴에 1호점은 오픈했다가 1977년에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자리를 옮겼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한 켠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은 생각보다 더 작았다. 입구에 1912라고 적힌 건물 설립 년도와 낯선 스타벅스 로고 외에는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스타벅스 1호점을 구경하고 기념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바깥까지 길게 줄이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입구 한쪽에서는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뮤지션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고, 그 덕분에 더더욱 주변은 혼잡스러웠다. 시장의 불이 꺼지고, 가게가 문을 닫고 길거리의 음악가들도 가방을 매고 집으로 돌아가고서야 스타벅스 1호점은 조금 한산해졌다. 여느 카페, 보통의 스타벅스와는 달리 빵도 케이크도 없었다. 한쪽 벽면에 빼곡히 진열된 여러 모양과 재질의 텀블러와 머그컵에는 전세계 유일하게 남아있다는 스타벅스 초창기 오리지널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주문대에서 젊은 청년이 어김없이 ‘오늘 하루 어땠어요?’ 하면서 메뉴판을 내민다. 메뉴판에는 에스프레소, 카페라떼가 아닌 텀블러 1번, 텀블러 2번, 머그컵 3번 등등 기념품만이 빼곡하게 안내되어 있다.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서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곳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기념품만을 사 간다. 가게는 넓지도 세련되지도 않았지만 오리지널 로고의 색처럼 갈색 빛의 따뜻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마치 커피원두의 향과 색처럼. 시애틀에 가면 꼭 사다 달라던 지인의 선물로 하나, 그리고 나의 첫 미국, 시애틀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하나 더 구입했다. 가을의 시애틀과 아주 잘 어울렸다. 사실 유명한 스타벅스 1호점 때문에 스타벅스 체인점의 숫자는 많지 않으리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시애틀 다운타운에만도 100여 개의 스타벅스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점마다 특색과 분위기, 규모와 인테리어가 달라서 스타벅스를 스케치하면서 시애틀을 여행해도 ‘재미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치 파이크 플레이스 스트리트 중간에 위치. 1971년 스타벅스가 처음 오픈했을 때의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추천아이템 로고가 그려진 텀블러는 $15~20 정도. 커피는 테이크아웃만 할 수 있다. ▶갑수’s Tip 스타벅스 1호점의 인기는 너무나 높아서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20평 남짓의 작은 가게가 비좁아 밖까지 줄을 서야 한다. 하지만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은 입구 옆의 거리악사가 달래 준다. 최고 인기 상품은 스타벅스 1호점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이다. 전세계 스타벅스 중에서 유일하게 가슴을 드러낸 갈색의 인어 로고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 ▶봉현’s Pick 나는 걸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파이오니어 광장까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둘러본 후 파이크 스트리트에서 1번가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면 보고 구경하고 맛볼 곳들이 많다. 갤러리와 꽃집,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 언덕을 넘어 뻗은 길 사이사이로 여유롭게 걸어다니는 사람들처럼 시애틀은 평화로웠다. 해가 져도 외진 골목이 아니면 위험하지 않고 항구는 눈부시게 반짝였다. 팰리스 쥬얼리 & 론Palace Jewelry & Loan | 지미 헨드릭스가 전당포에서 기타를 구입한 것처럼 기타와 악기, 카메라 등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전당포.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가 아니라 재미난 주인아저씨가 운영한다. 주소 1420 1st Ave, Seattle, WA 시애틀 아트 뮤지엄 SAM Seattle Art Museum | 세계의 예술작품과 유물 2만5,000여 점을 소장. <망치질을 하는 남자>는 광화문 근처에 있는 익숙한 조형물과 동일하다. 운영시간 수, 금, 토,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목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월 화요일 휴무 입장료 성인 $17 주소 300 1st Ave, Seattle, WA 홈페이지 www.seattleartmuseum.org 패도 아이리시 펍 & 레스토랑Fado Irish Pub & Restaurant | 오후 4시부터의 해피아워에는 모든 음식과 음료가 할인된다. 17가지 종류의 생맥주가 있고 분위기도 굉장히 독특하다. 추천 메뉴는 연어를 올린 크랩케이크와 삽겹살 맛이 나는 타코, 기네스 맥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애플파이. 주소 801 1st Avenue, Seattle, WA 파이오니어 광장Pioneer Square | 1번가를 계속 따라 내려오면 숲처럼 나무가 우거진 파이오니어 광장이 있다. 밤이 되면 클럽과 술집으로 가장 번화한 장소가 된다. 낮에는 한가로이 그늘아래에서 트럭에서 파는 핫도그를 먹어도 좋지만 관광객과 홈리스들이 뒤섞여 있으니 유의할 것. 인디언 추장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시애틀’ 곳곳에는 추장 시애틀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언더그라운드 투어를 통해 지하도시를 구경할 수 있다. ▶갑수’s Pick 몰라봐 주어 미안한 시애틀 와인 시애틀 여행이 즐거운 또 다른 큰 이유는 최고의 와인이 있기 때문이다. 시애틀 시내에서 약 20km 정도 떨어진 우딘빌에는 소규모 부티크 와이너리들이 늘어서 있다. 매일 오후 출근하듯 와이너리로 갔다. 한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와인은 쉽게 맛볼 수 있지만 시애틀 와인은 맛보기 힘들다. 그래, 시애틀에 머무는 동안 실컷 마시고 가자. 피노누아며 쉬라, 리즐링, 피노 그리지오 등등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시음했다. 저녁이면 와이너리에서 사온 와인을 마시며 시애틀의 야경을 감상했다. 어두운 창밖 밤하늘 가득 돋아나던 시애틀의 별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아내를 잃고 외롭게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시애틀의 건축가 톰 행크스가 문득문득 떠올랐다.. -최갑수 작가 와인처럼 달콤한 시간을 감각하다, 우딘빌Woodinville 시애틀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우딘빌은 샤토 생 미셸과 콜럼비아 와이너리가 들어선 이후, 워싱턴주 와인의 허브로 재탄생했다. 워싱턴주는 캘리포니와주와 오리건주, 뉴욕주와 함께 미국에서 와인을 생산해내는 지역. 캘리포니아 와인은 우리에게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워싱턴 와인도 최근 들어 그 영역을 조금씩 넓혀 가고 있다. 워싱턴주는 동쪽의 야키마 밸리에 포도밭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이 지역은 강우량이 극히 적어 인근 콜롬비아 강에서 강물을 끌어다 관개를 한 후 포도를 생산하는데, 이곳에서 생산된 포도는 시애틀로 옮겨져 와인으로 재탄생한다. 우딘빌에 자리한 수많은 와이너리 가운데 ‘샤토 생 미셸Chateau Ste. Michelle’은 시애틀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다. 매년 25만명 이상이 찾는다고 한다. 포도밭에 자리잡은 4,300명 규모의 대형 원형 극장에선 해마다 여름이면 콘서트를 볼 수 있는데 케니 지,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핑크 마티니 등이 무대를 꾸민다. “샤토 생 미셸 포도밭은 캐스캐이드 산맥 동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맥이 서쪽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을 막아 주는 데다, 연간 강수량이 200mm 이하입니다. 위도가 높아 캘리포니아보다 여름 평균 일조량이 2시간 이상 길죠. 건조한 날씨와 척박한 토양이 포도의 풍미를 높이고, 따뜻한 기후와 일조량은 포도를 완숙하게 하죠. 여기에 큰 일교차로 인한 서늘한 기온은 산도가 탁월한 와인을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그 결과 보르도, 부르고뉴와 견줄 만한 와인이 탄생한 것입니다.” 한잔 맛을 본다. 2009년 빈티지. 잘 밸런스되어 있고 피니시도 괜찮은 편. 미국 와인답게 적당한 중량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드럽다. 그리고 캐주얼하다. 까다로운 프랑스 와인처럼 열리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열자마자 꽃이 피듯 향이 환하게 올라온다. 치즈도 좋고 고기도 어울릴 듯. 안내하는 이는 ‘어메리칸 그랑 크뤼’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다. <와인 스펙테이터>지가 매년 선정하는 ‘톱 100 와인’에서 11년간 14개 와인이 수상한 경력을 내세운다. 기본적으로 무료 테이스팅이지만 5달러를 더 내면 중가의 와인까지 추가 테이스팅이 가능하다. 샤토 생 미셸┃주소 14111 NE 145th Street woodinville, WA 전화 425-488-1133 홈페이지 www.ste-michelle.com/ ▶갑수’s Pick 시애틀의 육해공 공략법 시애틀 여행의 출발점은 스페이스 니들이다. 시애틀 어디에서건 보인다. 스페이스 니들에서 출발해 EMP박물관과 치훌리 가든을 우선 본 후 라이드 덕을 타고 시티투어를 즐겨 보자. 수륙양용차 타고 시애틀 시티 투어 라이드 덕Ride The Duck of Seattle 치훌리 전시관을 나오니 어느새 날이 갰다. 화창하다. 하늘은 푸르게 빛난다. 자, 이제 라이드 덕을 탈 차례다. 라이드 덕은 시애틀에서만 탈 수 있는 시티투어버스다. 오리 모양으로 생긴 수륙양용버스다. 90분간 시애틀 시내 곳곳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본다. 라이드 덕, 이거 참 재미있다. 운전사는 ‘Wacky Captain’이라고 부른다. 그냥 차만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각 여행지에 대한 해설도 곁들인다. 복장도 요란하다. 우스꽝스런 모자로 탑승객을 즐겁게 한다. 하드록 카페 앞을 지날 땐 시애틀의 록 역사를 설명해 준다. 그냥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요란한 록음악을 귀청이 떨어질 듯 크게 틀어댄다. 스타벅스 앞을 지날 때는 커피에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 준다. 버스에 탄 사람은 운전사의 리드에 따라 박수도 치고 노래도 함께 한다. 투어 내내 차가 들썩인다. 길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도 손을 흔들며 호응을 해준다. 시내를 빠져 나온 라이드 덕은 레이크 호수Lake Union로 풍덩 빠져든다. 차에서 배로 변신. 호수는 마냥 평화롭다. 유유자적 카누의 노를 젓는 사람들. 부드러운 가을 햇빛이 수면 위로 내려앉고 있다. 유니언 호수는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톰 행크스의 보트 하우스가 있던 곳. 톰 행크스는 밤이면 쓸쓸히 베란다로 나와 호수를 바라보곤 했었다. 유니온 호수에는 아직도 선상 가옥이 있는데, 이는 1890년대 어부와 선원들이 처음 지어 살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것. 1930년대 대공황 때 세금을 아끼고 값싼 주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와 2,000가구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지금도 500가구 정도가 남아 있다. 라이드 더 덕┃탑승장소 웨스트레이크 주소 4th Avenue & Pine Street, Seattle 소요시간 90분 요금 $22 ▶봉현’s Tip 톰 행스크보다는 현빈으로 기억되는 프로그램이다. 현빈과 탕웨이 주연의 영화 <만추>에도 등장하기 때문. 하지만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재미는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고 재치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운전수 가이드와 신나는 노래를 다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것. 마스코트인 오리 인형을 비롯, 모든 탑승객에게 오리소리가 나는 피리를 주며 모든 시애틀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반겨준다. 참고로 이 오리를 닮은 수륙양용차는 전쟁을 대비해 만들었지만 쓸모가 없어져서 관광용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시애틀을 한눈에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 나는 그렇다. 어느 도시로 여행을 가든, 랜드마크로 먼저 달려가야 직성이 풀린다. 시애틀의 랜드마크는 스페이스 니들이라고 들었다. 196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였던 시애틀 센터에 자리한 곳으로 약 185m 높이의 전망대다. 이곳에 서면 시애틀 시내뿐만 아니라 푸른 태평양과 유니언 레이크, 흰 눈을 덮어쓴 해발 4,392m의 레이니어 산봉이 한 눈에 바라보인다. 스페이스 니들은 ‘우주 바늘’이라는 이름 그대로 괴상하게 생겼다. 높다란 마천루들이 무표정하게 서 있는 도시. 아마도 그 사이에는 감색 정장을 입고 푸른색 또는 붉은색 넥타이를 메고 서류가방을 옆구리에 낀 직장인들이 빠른 걸음으로 뛰듯 걸어다니겠지. 카메라 파인더에 눈을 대는 순간 오른쪽편 태평양에서 커다란 유람선이 미끄러지듯 화면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주소 400 Broad St, Seattle 홈페이지 www.spaceneedle.com화려한 유리 공예품의 향연, 치훌리 가든Chihuly Garden and Glass 데일 치훌리Dale Chihuly는 세계적인 유리 조형의 거장이다. 미국 최초의 무형문화재인 그의 작품들은 전세계 관광객이 찾는 주요 도시의 200개 이상의 유명 박물관과 정원에 전시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그의 전시가 열린 적이 있다고 한다. EMP박물관 옆에 자리한 치훌리 가든 & 글라스 전시관에는 치훌리의 유리 조형물과 그림을 만나 볼 수 있다. 그의 대표작인 유리공예 시리즈와 개인 컬렉션까지 볼 수 있다. 전시관 밖에 자리한 높이 13m, 넓이 418㎡의 글라스하우스 역시 웅장하고 화려한 그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전시관 옆에 자리한 컬렉션 카페Collections Cafe에도 가보자. 그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카니발 쵸크웨어Carnival Chalkware, 오래된 아코디언, 라디오와 카메라 등을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치훌리 가든┃주소 305 Harrison St, Seattle(스페이스 니들 타워 바로 옆) 입장료 성인 $19. 스페이스 니들을 포함한 할인 패키지도 판매한다. 홈페이지 www.chihulygardenandglass.com▶봉현’s Tip 스페이스 니들 바로 옆의 치훌리 가든은 아직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는데 아주 놀라웠다. 유리공예 아티스트 치훌리의 작품을 정원을 비롯한 갤러리에서 볼 수 있었다. 실용적인 유리공예가 아닌, 형태와 색을 자유로이 만들어 이야기가 담긴 예술작품을 만들어 낸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갑수’s Pick 마니아를 위한 시애틀 시애틀은 마니아의 도시. 커피 마니아, 록 마니아, 와인 마니아들에겐 천국이다. 하루 종일 EMP박물관에 있어도 좋고, 캐피톨 힐로 커피 순례를 떠나도 좋다. 찬란한 가을볕은 덤이다.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를 만나다 EMP박물관 스페이스 니들을 내려와 그 옆에 자리한 EMPExperience Music Project 박물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록 음악 박물관이다. 이곳은 시애틀 여행시 가장 가보고 싶던 장소. 록 마니아들 사이에 성지라 불리는 곳이다. 시애틀은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태어난 곳이다. 1942년 시애틀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 영국 런던에서 만 27세로 요절한다. 주요 무대 활동 4년, 스튜디오 음반 3장 발매. 지미 헨드릭스의 약력은 이것이 전부이지만 그는 영원한 전설로 남아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흰색 팬더 스트라토캐스트가 반긴다. 헨드릭스가 생전에 연주했던 기타다. 그 뒤로는 500여 개의 기타로 만든 대형 조형물이 시선을 빼앗는다. 너바나의 흔적도 더듬을 수 있다. 이들의 손때 묻은 악기와 의상, 유품도 전시되어 있다. 시애틀은 너바나, 앨리스 인 체인즈, 사운드가든, 펄잼 등 1990년대 그런지grunge 열풍의 진원지기도 하다. 여성 록 뮤지션의 연대기를 훑을 수 있다. 마돈나의 의상과 조니 미첼의 친필 노트,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피아노 등이 전시돼 있었다. 체험관에서는 기타와 드럼을 비롯해 각종 이펙터와 턴테이블을 연주할 수 있다. EMP박물관┃주소 325 5th Avenue, Seattle 입장료 성인 $20 홈페이지 www.empmuseum.org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자유로운 영혼들의 거리, 캐피톨 힐Capitol Hill 시애틀은 커피향으로 가득한 도시였다. 골목마다 거리마다 커피향이 스며 있었다. 시애틀은 미국에서 커피로 가장 유명한 도시. 한집 건너 스타벅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애틀 커피의 진수는 스타벅스가 아닌 캐피톨 힐Capitol Hill이라는 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이 시애틀을 커피의 도시라 부르는 진짜 이유는 이곳에 자리한 수많은 독립 카페들 덕분이다. 우리나라 홍대와 비슷한 분위기다. 이 카페들은 직접 해외 유명 커피 산지에서 농장 단위로 원두를 구매해 독특한 커피들을 재생산해서 공급한다. 헌책방도 많고 거리도 잘 정비되어 있어 한나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예술가와 게이, 자유분방한 캐피톨 힐 사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여유로움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곳에는 스타벅스가 아닌 독립 카페들이 많다. 비바체 등 로스팅 실력이 쟁쟁한 카페들이 숨어있다. 시애틀의 진정한 커피 마니아들은 스타벅스가 아니라 캐피톨 힐에서 커피를 마신다. 독립 카페는 농장 단위로 원두를 구매해 지역 커뮤니티에 밀착해 다양한 개성을 만들어내는 로스터리와 카페를 말한다. ▶travie info 시애틀 알라모 렌터카 대여점 시애틀에서 렌터카를 빌리면 서부 해안도로를 따라 남하하며 캘리포니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위치 시애틀국제공항SeaTacIntl Airport 주소 3150 S 160th St Suite 509, Seatac, WA 전화번호 206-433-0182 영업시간 24시간 예약 및 문의 알라모 렌터카 한국사무소 www.alamo.co.kr
  • 국정원, “민간인 보조요원에 매달 280만원 지급” 시인

    국정원, “민간인 보조요원에 매달 280만원 지급” 시인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12월 대선개입 댓글 활동을 하다 적발된 국정원 직원 김모(29·여)씨를 도와준 ‘민간인 보조요원’(PA·Primary Agent) 이모씨에게 11개월 동안 매달 280만원씩 지급한 사실을 처음 시인했다. ☞☞(서울신문 2013년 8월 28일 9면 단독보도) 관련기사 보러가기 클릭 4일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마친 뒤 진행된 브리핑에서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에 따르면 남재준 국정원장은 “검찰 수사에서는 9244만원을 지급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11개월간 3080만원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심리전단 예산이 아니라 특수활동비에서 지급됐다”라고 말했다. 남재준 원장은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연계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사이버사령부의 예산은 국정원이 편성권을 가지고 2011년 30억원, 2012년 42억원, 2013년 55억원을 예산편성해줬다”면서 “6월 7일, 13일 회계감사를 했다”고 밝혔다. 또 “2011년 8월 사이버사령부 직원 3명, 2012년 9월 사이버직원 5명, 2013년 사이버직원 2명을 교육했다”고도 답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관련해 남재준 원장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수 없다. 검찰이 무리하고 있다”면서 검찰을 비판했다고 정청래 의원은 전했다. 남재준 원장은 “직원 7명이 1차로 다음주 검찰 소환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브리핑에서 “‘(박근혜)대통령이 대선에 개입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남재준 원장이 ‘없다’고 답했다”고 전하면서 남재준 원장이 “대북심리전 지침이 없어 일탈했다. 지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남재준 원장은 야당의 대공수사권 폐지 주장에 대해서도 “제3국을 통한 침투가 많아서 수사 착수가 어렵다”면서 “대공수사권을 검찰이나 경찰로 이관하는 것은 어렵다”고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남재준 원장은 북한이 정찰총국 소속 사이버 관련 연구소를 중심으로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했으며 국방위원회와 노동당 산하에 1700여명으로 구성된 7개 해킹조직을 두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남재준 원장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사이버전은 핵·미사일과 함께 우리 인민군대의 무자비한 타격 능력을 담보하는 만능의 보검”이라고 언급했다는 내용도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청정한 온라인 세계/김정기 한양대 교수·언론정보대학원장

    [열린세상] 청정한 온라인 세계/김정기 한양대 교수·언론정보대학원장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라는 노래다. 톤이 낮아 노래방 점수는 잘 나오지 않지만 수업 시간에 유용해서 유튜브를 통해 들은 다섯 번째로 좋아하는 노래이다. 천문학적인 숫자의 조회를 기록한 조시 그로번의 노래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은 힘들 때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상기케 하고 청정함과 그리움에 대한 가치를 내게 일깨운다. 이뿐인가. 인터넷, 소셜 미디어, 댓글 등 컴퓨터와 유·무선을 활용하는 온라인 미디어 세계는 불확실한 대상에 대해 언제 어디서든 검색해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류에게 온라인 이전의 세계와는 다른 상상할 수 없던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선물한 것이다. 매우 제한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던 외국의 지인들과도 공식·비공식적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눈다. 미지의 나라들과 사회 풍속, 아름다운 경치와 신기한 삶들을 쉬지 않고 날라 준다. 사람들과 접촉하고, 맛있는 음식을 느껴보고, 유명 인사들의 근황과 동태를 얻고 본다. 기존 언론이 제때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정보와 해설도 풍성하여 대처의 필요성을 시의성 있게 헤아리게 한다. 온라인 세계와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시대, 지구촌이라는 개념이 동시 공존감(co-presence)으로 실재하게 된 것이다. 온라인 세계는 역사상 유례없이 전광석화의 속도로 탄생한 제국이다. 온라인을 리드하는 한 유형인 페이스북은 가입자가 2012년 9억명, 2013년 11억 1000만명을 기록하여 세계 2위 인구 대국 인도를 넘어섰다. 매년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2020년에는 20억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되어 중국을 훌쩍 추월하고 세계 제1의 대국이 된다. 이를 능가할 제국의 출현은 어떤 상상력으로도 현실적이지 않다. 우리나라 온라인 환경과 이용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온라인 세계의 핵심 미디어가 되고 있는 모바일은 2012년 가입자 5504만명, 스마트폰 가입자 4280만명으로 보급률로는 포화상태이다. 한국인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은 2013년 6월 15일 현재 1073만 2724명이다. 인간이 만든 창조적인 정보 생산 유통 소비 기술 중에서 온라인이 이처럼 가장 적극적으로 선택되는 이유의 핵심은 사적 및 공적 커뮤니케이션 욕구 때문일 것이다. 사적 차원은 자기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려는 행위이고, 공적 차원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얻고 공유감과 영향력을 추구하려는 욕구 충족행위이다. 정보 생산과 분배를 독점해 온 엘리트집단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정보주권을 행사하여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가고, 세상의 중심으로서 자기존재감의 지향인 것이다. 편안한 구술양식과 다양한 형태의 텍스트, 노래, 사진, 비디오, 동영상 등 특별한 제작기술 없이 손쉽게 인간의 오감에 부합하는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온라인 세계는 매력적인 일상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런 표현의 자유 행위와 대중화는 개인의 욕구 충족을 넘어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문제는 부정적인 이용에 따른 역기능이다. 오프라인의 범죄를 멋진 신세계로 가꿀 수 있는 온라인으로 옮겨와 오염시키는 행위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온라인 범죄도 마찬가지다. 유명인, 무명인을 가리지 않고 비방, 허위사실, 비속어, 욕설, 악담, 저주, 독설, 인신공격, 명예훼손, 게시판도배, 협박, 성희롱 등 온갖 공격행위로 개인과 가족을 파탄으로 몰아넣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온라인 활동을 통해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는 논란도 철저하게 사실을 규명하고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이제 구별할 수 없는 인간의 일상적인 현실 공간이다. 거의 무제한으로 정보가 확산되고 머무르는 개방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온라인에서 사실이 아닌 정보, 특정 권력을 위한 정보, 민주적 공동체를 부정하는 행위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청정 온라인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법 정비가 시급하다.
  • [김문이 만난사람] 클래식음악 대중화 이끄는 성악가 바리톤 김동규

    [김문이 만난사람] 클래식음악 대중화 이끄는 성악가 바리톤 김동규

    자연이 온통 가을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들에도 산에도 바쁜 도심에도 그렇다. 광화문 사거리 교보문고 빌딩에 내걸린 글판이 눈에 띈다. ‘또로 또로 또로/책속에 귀뚜라미 들었다/나는 눈을 감고/귀뚜라미 소리만 듣는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도 귀뚜라미…. 한번쯤 누구나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겠다. 옷깃에 선선하게 닿는 바람, 떨어지는 낙엽, 노랗고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 감미로운 노래가 내면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렇다면 10월에는 무슨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저마다 좋아하는 곡이 있겠지만 결혼식 때 축가로 널리 불려지는 사랑의 세레나데가 문득 떠오른다. 그 유명한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다. 가사를 잠시 음미해 본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저 하늘이 기분 좋아/~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사랑은 가득한걸/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모두가 너라는걸/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저녁 무렵 반달이 얄밉게 모습을 드러낼 때 들으면 더욱 낭만적이다. 지난 11일 저녁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는 10월을 맞아 ‘참 좋은 음악회’가 열렸다. 무대 첫 순서로 등장한 사람은 성악가 김동규(49)씨. ‘박연폭포’, ‘홀로 아리랑’을 부른 다음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불렀다. 김씨 특유의 감성적인 목소리에 서정적 노랫말이 깊어가는 가을밤의 선율을 아름답게 선사한다.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큰 박수와 함께 앙코르 소리가 객석에 울려퍼졌다. 그도 그럴 것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은 10월에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이기도 하지만 계절과 관계없이 각종 행사 때 축가의 단골 레퍼토리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김씨는 재치 있는 입담과 호탕한 웃음소리로 늘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등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열정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이날 무대에 오르기 직전 김씨와 잠시 만났다. 출연자 대기실에서 도시락으로 저녁 식사를 막 마친 상태였다. 콧수염은 여전했다. 언제부터 콧수염을 길렀을까. 오페라에 출연하면서 무대 역할에 맞게 콧수염을 길렀고 벌써 20년이 됐다고 했다. 매일 크기와 모양이 일정하게 콧수염을 관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지 묻자 “아침에 세수할 때 1~2분 정도면 된다”며 웃었다. 공연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달에만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라는 제목으로 독창회가 여러 차례 열렸다. 앞으로도 큰 무대가 세 번 더 있다. 17일 세종문화회관, 28일 예술의전당, 30일 부산시민회관 공연이다. 그는 집에서 조용하게 쉴 틈이 거의 없다. 1년에 130회 정도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을까. 원래는 노르웨이의 뉴에이지그룹인 시크릿가든이 만든 ‘봄의 소야곡’(Serenade to Spring)이라는 연주곡에 한혜경씨가 가사를 붙였고 김씨가 편곡하고 불렀다. 개인적인 사연도 있다. “1999년 가을에 부인과 헤어졌어요. 20~30년 동안 유럽 무대에서 활발하게 생활하고 싶었지만 그 꿈이 깨졌어요. 한국에서 초청 공연도 자주 오고 또 이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굉장해서 서둘러 귀국하게 됐지요. 일생의 꿈이 이루어지는구나 하고 생각할 즈음에 결혼의 실패로 부인, 아들과 헤어져 혼자 돌아왔습니다. 한국에 와 쪽방에서 지내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지요. 1년 가까이 노래를 하지 않으면서 ‘인생이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좌절감에 빠져 있을 때 한 지인이 찾아왔습니다.” 그 지인은 다름 아닌 당시 MBC 라디오 ‘골든디스크’ 진행자 김기덕 국장이었다. 김 국장은 김씨에게 “클래식이 아닌 좀 쉬어가는 노래, 편안하게 가는 노래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 형태의 음악을 말하는 것이었다. 김씨는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며칠 동안 고민하던 중 우연히 시크릿가든의 ‘봄의 소야곡’을 듣게 됐다.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한 김씨는 작사가한테 부탁하고 봄 노래를 가을풍으로 바꿔 부르게 된다. 돈을 벌거나 인기를 얻고 싶다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우울증이 있을 때라 다시 일어서겠다는 일념에서 ‘10월의 어느 멋진 날’로 다시 시작하게 된다. 제목을 ‘10월의 어느 멋진 날’로 정한 까닭은 그가 사계절 중 가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 ‘10월의 어느 멋진 날’은 예상치 못할 만큼 빠르게 인기가도를 달려 결혼식은 물론 생일, 돌잔치에 단골로 등장하게 됐다. 특히 조수미와 김동규의 환상적인 듀오를 비롯해 임태경과 박소연, 휘진 등 여러 대중가수들이 잇따라 부르면서 국민 애창곡으로 인기를 굳히게 된다. 아울러 2002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시크릿가든과 함께 호흡을 맞춰 주목을 끌었다. “제자들이 많은데 만날 때마다 고맙다는 인사를 자주 받아요. 처음에는 영문을 몰라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아르바이트로 축가를 부를 때 항상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부른다고 하더군요. 어떤 학생은 계절에 맞게 10월을 3월, 5월, 9월 등으로 달만 바꿔 불러도 다들 좋아한다고 말하더군요. 하긴 노래방에도 나올 정도가 됐으니 말입니다. 매년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캐럴을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잖아요(웃음).” 그는 10월을 대표하는 대중가요 중에 이용의 ‘잊혀진 계절’도 있다고 하자 “그 노래에는 ‘10월의 마지막 밤을’이라는 가사가 있어 언제든지 숫자만 바꿔 부를 수 있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보다는 음반이 덜 팔리지 않을까요”라며 웃는다.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가을은 정서적으로 뭔가를 생동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또 가을이 되면 여름에 많았던 더운 습기를 가져가고 자연만물이 쉴 수 있는 겨울을 앞두고 있어 좋다”고 대답한다. 또 있다. 가을이 되면 노래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잊어버릴까봐 곡을 쓰든 노래를 부르든 곧바로 행동에 옮긴다고 했다. 장르는 무의미하다. 오페라는 오페라대로, 재즈는 재즈대로 음감이 생각나면 일단 그림을 그려 놓는다. 그는 작곡가인 아버지와 성악가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 어릴 적부터 음악을 자주 접했다. 중학생 때부터 오페라를 좋아한 그는 어머니의 제자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었고, 집에 있던 오페라 관련 책과 자료들도 자연스럽게 보게 됐다. 고등학교 때 삶의 목표를 이미 오페라 가수로 정했다.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을 졸업하고 1991년 오페라 ‘토스카’를 시작으로 10여년 동안 유럽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오페라 40작품을 외워 부르기도 했고 어떤 오페라든 사흘 정도 시간을 주면 바로 공연할 수 있도록 말 그대로 피나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1년에 10작품 정도 출연했다. 1995년 이탈리아 베니스 오페라극장 등에서 남자 주인공 루돌프의 친구인 마르첼로 역으로 ‘라 보엠’ 무대에 여러 차례 오르기도 했다. 그는 오페라를 좀 더 쉽게 감상하려면 성악가들의 음성에 따른 전형적인 캐릭터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테너, 소프라노, 바리톤, 메조소프라노 등 다양한 성부에 따라 연기하는 배역과 성격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왜 바리톤이 됐을까. 그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성대가 바리톤으로 타고났기 때문이다. 그는 바리톤은 노래와 연기의 폭이 넓어서 좋고 목소리 때문에 노심초사 걱정하지 않아도 돼 편안하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얘기로 돌아섰다. 앞으로 계속 혼자 살 거냐고 물었다. “집에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운명적으로 누군가 다가오면 (다시 결혼해서)같이 살고 싶다”면서 라디오를 진행할 때마다 청취자들이 결혼 생활에 대해 얘기할 때면 정말 부럽다고 한다. 그는 요즘 KBS 제2라디오(FM) ‘매일 그대와 김동규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17일 세종문화회관 공연 때 작곡한 노래를 새로 선보일 것”이라는 그는 제2의 음악인생에서는 노래도 노래지만 작곡가로 더 많은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음악적 아이디어를 얻고 싶어 시간이 나는 대로 ‘대니보이’가 나온 아일랜드 같은 곳으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바리톤 김동규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성악과를 거쳐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음악원을 졸업했다. 1991년 베르디 콩쿠르 1위에 입상했고 그해 오페라 ‘토스카’로 데뷔했다. 한국인 최초로 라 스칼라좌 오디션에 합격했다. 유럽 무대에서 10여년 동안 오페라에 출연했다. 1995년 이탈리아 베니스 오페라극장 등에서 남자 주인공 루돌프의 친구 마르첼로 역으로 ‘라 보엠’ 무대에 수차례 올라 명성을 얻었다. 주요 수상으로는 1997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음악 부문’, 2008년 제25회 ‘코리아 베스트 드레서 스완어워드 문화인 부문’ 등이 있다. 현재 강남대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KBS 제2라디오 FM ‘매일 그대와 김동규입니다’(오전 9~11시)를 진행하고 있다.
  • 英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의 노벨문학상 배당률 공식

    英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의 노벨문학상 배당률 공식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10일로 다가왔다. 영국의 온라인 도박 사이트 래드브록스(Ladbrokes)는 8일 현재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상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치고 있다. 고은 시인은 10대1의 배당률로 7위에 올랐다. 매년 이맘때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래드브록스는 어떻게 수상 가능성을 내다보는 것일까.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발표 직전까지 철통 보안이 유지되지만 래드브록스는 2006년 터키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수상을 정확히 예견하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와 그전 해에도 각각 수상자였던 모옌(중국)과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스웨덴)의 수상 가능성을 2위에 올려 정답에 근접했다. 후보와 배당률을 정하는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래드브록스에 따르면 매년 여름 ‘전문가 그룹’이 전 세계의 서평과 블로그, 트위터 등을 검색해 후보 목록을 작성한다. 이들의 구체적인 배당률은 전문가 한 명이 산정한다. 알렉스 도노휴 래드브록스 대변인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배당률을 계산하는 문학 전문가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나 산정 방법 등은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지만 1년 내내 노벨문학상 후보를 조사한다는 점은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인적 네트워크 등을 통한 스웨덴 아카데미 ‘취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식으로 최종 후보를 좁힐 수 있는 것은 선정 과정의 특성 때문이다. 노벨문학상은 18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스웨덴 아카데미가 선정하는데, 이 중 6명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는 매년 초 전 세계에서 약 200명에 대한 추천서를 받아 최종 후보 5명을 뽑는다. 원칙적으로는 후보자 명단조차 비공개이지만 보안이 완벽히 유지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위원회 명단이 공개되어 있는데다 선정 작업에 외부의 번역가 등도 간접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현재 래드브록스에서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고 있는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5대2)와 캐나다 소설가 앨리스 먼로(4대1), 미국 소설가 조이스 캐럴 오츠(8대1) 등이다. 흥미로운 점은 래드브록스가 최초로 배당률을 공개한 뒤에는 도박사들의 베팅에 따라 배당률이 변한다는 것이다. 도박사들도 나름대로 믿을 만한 ‘내부 정보’를 통해 베팅하는 만큼 돈의 움직임에 따라 실제 후보를 추측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초 50대1의 배당률로 순위권 밖이었던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에게 베팅이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베팅이 중지됐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벨문학상 선정과 도박사들의 베팅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정치적, 문화적 상황이 고려된다. 지난해 아시아 소설가인 모옌이 수상한 만큼 하루키보다는 1993년 토니 모리슨 이후 수상자를 내지 못한 북미권이나 중동, 아프리카에서 수상자가 배출될 거라고 예상하는 것은 이런 근거에서다. 물론 2010년 순위권 밖이었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수상자로 선정된 것처럼 최종 수상자가 누가 될지는 발표 직전까지 알 수 없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부고]

    ●이영흠(대일공사 대표)광흠(유원ENF 대표)대흠(시인·천관문학관장)씨 부친상 2일 전남 장흥병원, 발인 4일 오전 10시 010-9333-7935 ●최봉식(사업)윤식(금융경제신문 발행인)씨 모친상 차재권(공무원)씨 장모상 2일 강동성심병원, 발인 4일 오전 8시 20분 (02)2224-2193 ●천경석(광주 광산경찰서 형사3팀장)씨 모친상 1일 광주 스카이장례식장, 발인 4일 오전 9시 (062)951-1004 ●박일형(경북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씨 부친상 이인규(경북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씨 장인상 2일 경북대병원, 발인 4일 오전 8시 (053)200-6145 ●최성호(신한은행 월곡동지점장)씨 모친상 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4일 오전 9시 (02)2227-7594 ●김진홍(진홍물산 대표)씨 별세 정은(디자인바이제이 대표)영은(국민연금관리공단 연구원)씨 부친상 오병욱(진홍물산 과장)씨 장인상 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4일 오전 6시 30분 (02)3410-6917
  • 돈,돈,돈 하는 청춘들이여 더 가치 있는 걸 찾아보게

    돈,돈,돈 하는 청춘들이여 더 가치 있는 걸 찾아보게

    “지금 사회는 젊은이에게 시장에서 소비자가 되라는 것 이외에 어떤 가치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세계를 지배하는 돈의 가치, 사적인 이익에 대항해 다른 보편적인 가치를 찾아내야 합니다.” 현대 철학의 중요한 사상가 중 한명인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76)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진리와 주체의 철학자이자 세계적 명성의 좌파 지식인인 그는 경희대와 지제크-바디우 네트워크, 유령학파가 새달 2일까지 여는 철학 축제 ‘멈춰라, 생각하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5일 방한했다. 20대에 사르트르주의자였고 68혁명을 계기로 1970년대 내내 마오주의 운동에 투신했던 그는 현실사회주의 실패 이후 새로운 정치적, 철학적 대안을 모색해 왔다. 2000년대 들어 신자유주의 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슬로베니아 출신의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와 함께 공산주의 이념을 설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바디우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교육이나 의료처럼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을 소수의 권력 집단이 결정하는 의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에 복무하는 가짜 민주주의”라면서 “모든 인민에게 권력이 주어지는 공산주의만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분단 국가인 한국의 현실과 관련해선 “현재 북한 체제는 군국주의와 민족주의일 뿐 사적 소유와 금융의 지배로부터 벗어난, 완전히 다른 형태의 사회인 공산주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은 뒤 “앞으로 건설될 한국은 남한이나 북한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한국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은 가능한 것일까. 그는 “금융 독재가 이뤄지고 개인주의를 부추기는 자본주의는 확실히 절망적인 세계이며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정치를 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그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사뮈엘 베케트처럼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희망을 갖고 있어야 하며 절망을 선전하는 프로파간다에 넘어가선 안 된다”면서 “새로운 생각 없이 새로운 세계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詩)적인 말하기’를 통한 시적 진리를 옹호해 온 바디우는 28일에는 심보선, 진은영 시인과 같은 장소에서 ‘시인과의 대화’를 가졌다. 불어로 번역된 진 시인의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을 바디우가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한 이날 행사에서는 시와 철학, 시와 현실의 관계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뤘다. 바디우는 “시와 철학은 두 가지 다른 양식이자 실천인데, 나의 작업은 둘 사이에 보편화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라면서 “시야말로 인간성을 건축하고 구성할 수 있는 훌륭한 양식”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철학은 개념을 설명하거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지만 시는 언어를 통한 창의적 실천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며 두 시인에게 시와 철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철학을 전공한 진 시인은 “시와 철학은 연인의 관계에 가깝다”면서 “시가 난관에 빠지면 철학적인 고민을 통해 어떻게 언어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철학의 난관에 부딪히면 시로 도망가 바디우가 말했던 ‘사건적 사유’를 발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 문제에 대해 심 시인이 쓴 ‘스물세 번째 인간’을 두고는 시와 현실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바디우는 “시는 현실을 새롭고 창의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면서 “(심 시인이 시를 통해 전하는) 위로가 어떻게 새로운 기능을 실천하는지에 시의 중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바디우는 30일 경기 마석 모란공원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단식농성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며 새달 1일 오후 7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문화와 보편성’ 강연을 끝으로 첫 방한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이어령 前장관·소설가 조정래 등 각계 조문 이어져

    지난 25일 별세한 소설가 최인호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는 26일 각계 인사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고인과 오랜 친분을 유지했다는 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오후 빈소를 찾아 “늘 바르게 살아온 고인이 그립다”면서 “하느님이 고인에게 재능을 주셨고 이제 편안히 쉬게 하실 것”이라며 추모했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고인은 청춘·애정 소설에서 역사·종교 소설로 자기 세계를 확대시켜 나간 모범적 장인”이라면서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키며 건강하고 건전한 문학의 대중화 길을 연 최초의 예술가였다”고 애도했다. 고인과 호형호제하며 ‘가족’을 월간 교양지 샘터에 연재했던 김형영 전 편집장은 “샘터가 없어지거나 고인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족’을 연재하자고 했다”면서 “여러 가지로 천재적인 작가”라고 회고했다. 소설가 김승옥씨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뇌졸중 투병으로 말하기가 편치 않은 김씨는 수첩에 ‘별들의 고향 원작 최인호 각본 김승옥 감독 이장호’라고 적으며 1970년대부터 계속된 고인과의 친분을 회고했다. 소설가 출신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연세대 동문회장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빈소에 다녀갔다. 정현종 시인과 김홍신 소설가, 전병석 문예출판사 대표, 배창호 감독, 배우 안성기·신성일·강석우·윤유선씨 등이 조문했다. 정진석 추기경,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피아니스트 백건우·배우 윤정희 부부, 강우석 감독 등은 조화를 보냈다. 온라인에도 추모의 물결이 넘쳤다. 고인과 더불어 197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혔던 박범신씨는 이날 새벽 트위터를 통해 “그이는 작가로 태어났고, 그렇게 살았고, 살고 있다고 나는 느낀다”면서 “떠나고 남는 게 뭐 대수겠는가. 내겐 아직도 타고 있을 그이의 불꽃이 보인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천재성이 번득이는 작품들을 많이 쓰셨다. 아직 더 활동할 수 있는 나이인데 너무도 안타깝다”고 적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별들의 고향’ ‘겨울나그네’ 등 제 젊은날, 최인호 작가님의 소설을 벗하며 인생의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당신의 글이 이 땅에서 별처럼 빛날 것”이라고 추모했다. 고인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며 판매량도 급증했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까지 산문집 ‘최인호의 인생’,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등 최근작을 위주로 평소보다 14배 많은 600여권(온·오프라인 합산)이 판매됐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시를 쓴다는 목표 있기에 절망 안해”

    “시를 쓴다는 목표 있기에 절망 안해”

    ‘숭고한 노이로제’는 낯설고 불온한 책이다. 책보다는 책의 형태를 띤 실험 예술에 가까워 보인다. 쪽수 표기도 없다. 쪽마다 서체도, 활자의 크기도 다르다. 새빨간 배경 위에 인쇄된 ‘白日夢’이라는 제목의 글은 상하 좌우가 바뀌어 있다. 콜라주처럼 삽입된 이미지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쾌(快)보다 불쾌에 근접한다. “우레탄 군홧발로 팔각궁륭형 천장을 마구 돌아다닌다”, “인간은 외롭고 의롭고 야해야 한다” 같은 난해한 문장들이 적혔다. 이런 문장도 있다.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제정신이 아닌 짓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다.” ‘성귀수 내면일기’라는 부제가 붙은 ‘숭고한 노이로제’는 말 그대로 성귀수(52) 시인의 내면을 옮겨 놓은 책이다. 시인이기도 한 까만양 출판사의 신종호(49) 대표가 처음으로 내놓은 ‘내면일기’ 시리즈다. 지난 12일 서울 창천동의 한 카페에서 시인과 함께 만난 신 대표는 “가장 순수한 모습을 위해 자기검열 없이 사유와 상상력의 극한을 분출하고자 한다”고 책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내면’은 에세이 등의 형식을 통해 보기 좋게 정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폭발하듯 분출된 내면의 모습은 난삽하고 불편하다. ‘숭고한 노이로제’는 언어와 이미지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그것들과 불화하고 긴장하면서 규범적 한계에서 부단히 멀어진다. 시인은 이 책을 두고 “자기를 정의하고 규정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일상성과 규범을 초월하려는 것이 노이로제라면 진정한 노이로제의 본질은 숭고하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1991년 ‘문학정신’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2003년 ‘정신의 무거운 실험과 무한히 가벼운 실험정신’이라는 시집을 발표했다.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전집과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 조르주 심농의 추리 소설 등을 한국어로 옮기고 지금은 마르키 드 사드의 전집 번역을 준비하고 있는 불문학 번역가이기도 하다. ‘숭고한 노이로제’는 그가 아르센 뤼팽 홈페이지를 만들어 ‘성귀수 작전실’이라 이름 붙인 공간에서 2004년부터 기록한 글들을 묶은 책이다. 그가 “몇 번이나 그만두려는 생각도 들었다. 발가벗는 것 같았다”면서도 이 책을 만든 이유는 뭘까. 책의 말미에 시인은 “존재의 오지랖일랑 집어치우고, 자네 속에 용쓰는 코모도 왕도마뱀과의 사투에 사활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적는다. “크게 보면 책에는 삶이나 감정, 욕망에 관한 글이 있고 시와 미학에 관한 글이 있다. 전자를 존재의 오지랖이라고 한다면 책을 씀으로써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자. 시인과 신 대표는 “이 책은 시집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선을 긋는다. 시인에게 시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언어체계가 존재한다는 신념”을 구현하는 것이고 “증축을 통해 미학적 형태를 개념으로 만드는 일”이며 “신(神)을 위해” ‘순수한 관념’을 쓰는 일이다. 나머지 글은 불필요한 과잉에 지나지 않지만 불완전한 시인은 불완전한 글로 자신의 불완전함에 대해 부연하고 변명할 수밖에 없다. ‘숭고한 노이로제’는 불완전함에 대한 자기 고백인 동시에 완전함을 향한 강박적 갈구다. “시는 죽기 직전까지만 쓰면 된다. 시를 써야 한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절망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신 대표는 “앞으로 다른 시인들과 김기덕 감독, 이현세 만화가의 내면일기 시리즈를 내보고 싶다”는 희망을 밝힌다. “사회적인 관계에서 가면을 벗는 처절한 자기 고백”을 듣고 싶다는 것이다. ‘숭고한 노이로제’는 신 대표에게는 시리즈의 출발점이고, 시인에게는 종착점이다. 시인은 “어떤 책을 쓸 때 그 책을 쓰는 이유는 그 책 속에 모두 담겨 자폭해야 한다”고 적었다. “책을 쓰면 존재의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해방될 것 같았다. 중요한 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나는 하나의 문으로서 이 책을 만들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호텔따라 떠나는 그리스

    호텔따라 떠나는 그리스

    좋은 호텔은 좋은 여정을 만든다. 아테네와 펠로폰네소스반도의 이오니아해, 에게해에 자리한 좋은 호텔 세 군데를 소개한다. ●Athens 아테네 올림픽을 기억하는 신의 도시 ▶hotel 고대 도시의 품격을 품다 호텔 그랜드 브르타뉴Hotel Grande Bretagne 공항에서 아테네 시내로 접어드는 길은 혼잡하다. 얼키설키 얽힌 도로 위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노라면 신들의 도시 아테네에 대한 막연한 로망은 흐려지고 만다. 로망 이전에 아테네는, 전 세계에서도 매연으로 이름 높은 그리스 제일의 도시인 것이다. 호텔 그랜드 브르타뉴는 그런 아테네의 심장부에 자리하면서도 혼잡한 도심의 기운을 뒤로하고 당당하게 서 있다. 그랜드 브르타뉴가 문을 연 건 1874년. 140년이 넘는 세월은 호텔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은 현재에서 과거로 흘러 고대 도시 아테네로의 여정을 알린다. 로비의 와이파이 존을 찾아다니며 현실의 끈을 놓지 못하는 현대인은 그래서 그랜드 브르타뉴에서 초라해진다. 그랜드 브르타뉴가 세워진 이래 아테네에서는 두 번의 올림픽이 열렸다. 최초의 근대 올림픽인 1896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그것이다. 그랜드 브르타뉴는 두 번의 올림픽 당시 모두 공식 호텔로 지정됐다. 전 세계에서 유례 없는 기록이다. 호텔의 유명세에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소피아 로렌 등 왕족들과 할리우드 스타들의 방문도 한몫 했다. 그랜드 브르타뉴는 클래식과 디럭스 타입의 객실을 비롯해 7개 타입의 스위트 객실을 선보인다. 비교적 좁은 편인 낮은 등급의 객실이라도 고풍스럽기는 한결같다. 완벽한 조망을 바란다면 디럭스 스위트가 제격이다. 객실은 디럭스 타입과 동일하지만 아크로폴리스를 조망하는 넓은 발코니를 지녔다. 세세한 배려 또한 잊지 않았는데, 객실에는 각각 다른 5종류의 베개가 비치돼 있다. 부대시설로는 인도어 수영장과 아웃도어 수영장, 스파 등이 자리했다. 압권은 레스토랑이다. 멀리 아크로폴리스를 품은 ‘GB 루프 가든’의 풍경은 시간과 빛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진다. 그곳에서는 한낮에는 태양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어두운 밤에는 조명으로 환하게 물든 아크로폴리스를 맞게 된다. GB 루프 가든에서의 식사는 맛을 음미하고 배를 채우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여행의 참맛을 되뇌게 하는 행복한 각성이다. 그랜드 브르타뉴에는 GB 루프 가든을 포함해 7개의 레스토랑이 자리했다. 찾아가기 아테네 국제공항에서 호텔까지는 차로 45분 정도 걸린다. 신타그마 광장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면 호텔까지 쉽게 닿을 수 있다. 시내에서 이동한다면 지하철 신타그마역을 이용해도 된다. 호텔의 위치는 호텔을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 그런 의미에서 그랜드 브르타뉴는 백 점 만점에 백 점이다. 호텔은 국회의사당과 신타그마 광장 바로 옆에 자리했다. 신타그마 광장은 아테네의 트렌드와 미식 중심지인 에르무, 미트로폴레오스 거리와 이어진다. 아크로폴리스, 제우스 신전, 판아테나이코스 근대 올림픽 경기장 등 아테네의 굵직굵직한 볼거리 또한 차로 10분여 거리로 가깝다. 홈페이지 www.grandebretagne.g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h Drive 코린토스Corinth 그리스 본토와 펠로폰네소스 반도 사이에는 코린토스 운하가 흐른다. ‘육지에 파 놓은 물길’이라는 운하의 뜻 그대로 코린토스 운하는 인공적으로 판 물길이다. 1881년에 시작된 공사는 1893년에 끝나 코린토스에서 살로니코스까지 700km 바닷길을 단 6.3km로 줄였다. 운하를 파려는 노력은 기원전부터 있어 왔지만 매번 여러 반대에 부딪쳤다. 신이 막아 놓은 것을 왜 파느냐는 종교적인 이유도 있었고, 살로니코스에 비해 코린토스의 해수면이 높아 살로니코스가 잠기고 말 거라는 비과학적인 이유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었다. 67년, 네로 황제는 포로 6,000명을 동원해 공사에 착수했지만 그들은 모두 수장되고 만다. 이리저리 한눈에 담기는 코린토스 운하는 펠로폰네소스를 찾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지나는 길이다. 코린토스 운하만 스쳐 지나기 섭섭하다면 루트라키 해변이나 아크로코린트로 향하는 것도 괜찮다. 한적한 루트라키 해변에는 그리스 대중 음식점인 ‘타베르나’가 줄지어 서 있다. 입맛 당기는 해산물 요리는 시끌벅적하게 그리스 스타일로 즐겨야 그 맛이 배가 된다. 아크로코린트는 아크로폴리스의 3배 높이인 해발 575m에 세운 도시국가다. 코린토스와 살로니코스를 모두 굽어보는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해 여러 차례 땅의 주인이 바뀌는 비극을 겪었다. 사람이 오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쌓았던 아크로코린트의 성벽은 길이가 4.6km, 두께가 무려 두께 7m에 달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0min Drive 아크로폴리스Acropolis 아크로폴리스는 폴리스의 높은 곳이라는 의미다. 각 폴리스에는 아크로폴리스가 존재하지만 오늘날 아크로폴리스는 흔히 아테네를 일컫는다. 아테네는 1,000여 개에 이르는 도시국가 중 하나인데, 대표적인 도시국가로는 아테네, 스파르타, 테베 등이 있다. 아크로폴리스로 향하기 전 여행자들은 으레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들른다. 이전에는 파르테논 신전 옆에 자그마하게 자리했지만 지금은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웅장하게 변모했다. 아크로폴리스의 변천사와 출토 유물 등의 전시물도 볼 만하지만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가 참여한 박물관 건물은 그 자체로도 유명하다. 아크로폴리스는 이름 그대로 높은 언덕에 자리했다. 박물관에서 나와 언덕까지는 걸어야 하고, 그 길 중간에는 음악당인 헤로데스 아티쿠스가 있다. 닫힌 문 사이로 일부 모습을 드러내는 음악당은 아크로폴리스에 입장한 후에야 제대로 된 반원형의 모습을 보여 준다. 불레의 문을 통과하면 양쪽으로 선 에레크테이온 신전과 파르테논 신전을 보게 된다. 에레크테이온 신전은 남쪽 벽의 여인 조각상 가리아티드로 유명하다. 파르테논은 아크로폴리스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도리아식 기둥의 황금 비율을 선사해 최고의 신전이라는 찬사를 받지만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 늘 그래 온 것처럼 파르테논 신전은 공사 중이다. 입장료┃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5유로 아크로폴리스 전망대 12유로 ●Pylos 필로스 이오니아 해의 숨결 ▶hotel 상상 그 이상의 리조트 코스타 나바리노Costa Navarino 코스타 나바리노는 단순한 리조트가 아니다. 오랜 열정과 땀의 결실이다. 코스타 나바리노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는 1987년. 그리스의 해운 선주 바실리스는 펠로폰네소스 남서쪽에 자리한 메시니아 주의 땅을 일부 구입하며 코스타 나바리노의 서막을 올렸다. 코스타 나바리노가 첫 손님을 맞이한 해는 2010년. 2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리조트에는 1만6,000그루가 넘는 올리브 나무와 8,000그루가 넘는 과실수가 옮겨 심어졌다. 황량했던 황톳빛 땅은 나무가 우거진 푸른 땅으로 변모했다. 코스타 나바리노의 골프 코스는 일대를 더욱 푸르게 꾸민다. 2009년에 선보인 코스타 나바리노의 듄 코스는 푸르름의 결정판이다. 티박스에 서면 골프 코스와 조화를 이룬 바다와 강, 언덕의 푸르름이 한눈에 담긴다. 듄 코스는 US 마스터스 챔피언인 베른하르트 랑거와 골프 매니지먼트 회사인 트룬 골프가 설계했다. 듄 코스 외에 코스타 나바리노에는 2011년에 완성된 베이 코스가 하나 더 있다. 코스타 나바리노의 골프 코스가 특별한 이유는 코스타 나바리노는 골프 리조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름하며 내세우지 않은 시설조차 코스타 나바리노에서는 이리도 훌륭하다. 코스타 나바리노는 그 밖에도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수영장은 기본. 리조트 내에는 워터 슬라이드를 갖춘 아쿠아파크까지 자리했다. 정규 테니스 코트에 어린이 전용 테니스 코트까지 갖췄으니 기타 스포츠 시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이오니아 해를 마주한 1km 길이의 해변이 자리했지만 리조트에 머물며 해변에 나갈 일은 흔치 않다. 코스타 나바리노의 건물은 돌로 된 성채를 연상케 하는 메시니아의 전통 양식을 따랐다. 건물들이 미로처럼 연결된 까닭에 무심코 길을 나섰다가는 헤매기 일쑤다. 리조트 지도는 필수. 리조트 내 시설은 상상을 초월한다. 코스타 나바리노에는 18곳에 달하는 레스토랑이 자리했다. 그리스 정통 요리에서 아시아 요리까지, 전 세계 맛 기행이 리조트 내에서 이뤄진다. 스시 등 아시아 요리를 선보이는 라운지 바인 ‘인비’와 야외극장과 인접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다 루이지’는 특히 인기다. 조식은 뷔페 레스토랑인 ‘모리아스’에서 진행된다. 코스타 나바리노에서 직접 만드는 신선한 요구르트와 다양한 종류의 꿀과 잼이 특징이다. 객실은 로마노스 리조트에 320개, 웨스틴 코스타 나바리노에 444개가 마련돼 있다. 모든 객실에는 리조트 시설과 바다가 조망되는 넓은 발코니가 딸려 있다. 일부 1층 객실은 전용 인피니티 수영장을 갖췄다. 찾아가기 아테테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2시간 45분 거리다. 아테네 공항에서 출발하는 리조트 전용 택시는 한 대에 280유로. 국내선을 이용, 칼라마타 공항에서 리조트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칼라마타 공항에서 48km 거리로 리조트 전용 택시는 한 대에 70유로다. 홈페이지 www.westincostanavarino.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3h 20min Drive 모넴바시아 Monemvasia 육지에서 섬이 됐다가 다시 육지와 연결된 모넴바시아. 필로스에서는 3시간, 칼라마타에서는 2시간 30분 거리다. 아테네에서 모넴바시아로 가려면 무려 5시간이 걸리지만 당일치기로 모넴바시아를 찾는 이들도 꽤 된다. 길에 버리는 시간조차 아깝지 않을 만한 가치가 모넴바시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넴바시아는 펠로폰네소스 남동쪽 라코니아 주에 우뚝 선 섬이다. 본디 반도에 속한 땅이었지만 375년의 대지진을 겪으며 섬으로 분리됐다. 이 섬은 수백 년이 지난 6세기, 다시 육지와 400m 둑으로 연결된다. 모넴바시아는 그리스어 ‘모네Mone’과 ‘엠바시Emvassi’가 합쳐진 말로 ‘하나의 입구’라는 뜻이다. 실제 모넴바시아로 들어가려면 단 하나의 입구를 지나야 한다. 그렇게 닿은 모넴바시아는 식물의 뿌리처럼 뻗은 고샅으로 이어진다. 입구의 고샅은 중앙 광장으로, 또다시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연결된다. 모넴바시아는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구분된다. 아랫마을을 굽어보며 선 윗마을은 옛 모습을 잃은 지 오래. 여행자들의 발길이 잦은 아랫마을에는 보수를 거친 800여 채의 옛집과 4곳의 교회가 남아 있다. 중앙 광장에서 바다 쪽 절벽을 굽어보면 절벽에 매달린 집들의 모양새에 모넴바시아는 역시 그리스 섬이구나 싶다. 그러다가 눈을 돌려 고샅을 훑으면 육지의 어디인가 싶기도 하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조금이라도 얻어 먹겠다고 얌전히 테이블 옆을 지키니 여행자들에게 길들여진 ‘섬 고양이’인가 싶다가도 다가서면 흠칫 놀라 몸을 낮춰 피하니 ‘육지 고양이’인가 싶다. 육지 혹은 섬. 풀리지 않는 숙제다. 모넴바시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고샅을 훑고 바다를 감상하고, 레스토랑과 카페,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는 일이 전부라면 전부다. 하루 이틀 더 묵어 간다 해도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고샅을 품은 그 집, 바다를 안은 저 집의 정취가 모두 달라 며칠 머물며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모넴바시아는 그런 곳이다. 스페체스 섬은 자동차가 없는 곳이다. 천천히 오가는 마차가 이곳의 예스러운 정취를 더해 준다. ●Spetses 스페체스 오토바이가 넘실거리는 섬 ▶hotel 그리스 최초의 리조트 호텔 포세이도니온 그랜드 호텔The Poseidonion Grand Hotel 정기선이든 전셋배든 수상택시든, 스페체스로 향하는 배들은 크기와 형태를 막론하고 다피아 선착장Dapia Port으로 향한다. 멀리, 배에서 바라보는 스페체스는 늘 바라 온 그리스 섬이다. 에게해를 비추는 햇빛은 청록빛에 물들고, 바다로 쏟아질 듯 섬의 언덕에 다닥다닥 붙어 자리한 집들은 파스텔톤 황톳빛을 머금었다. 선착장에서 내려다본 스페체스의 풍경은 또 다르다. 선착장에서 걸어서 1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포세이도니온 호텔이 떡 하니 자리하고 있어 스페체스의 전형과는 조금은 다른 스카이라인을 그려 낸다. 포세이도니온 호텔은 프랑스 남동부, 지중해 연안의 휴양지인 코트다쥐르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아테네의 호텔 그랜드 브르타뉴와도 동일한 양식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빌리자면 ‘그리스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급히 지은, 외견만 고급스런 호텔이 아니라 제대로 정성을 들여 세운 품격 있는 본격적인 호텔이다.’ 비즈니스 개념의 호텔만이 존재했던 19세기. 포세이도니온은 그리스 최초의 리조트호텔로 1914년에 문을 열었다. 유럽 각국의 왕족들이 호텔을 다녀갔고 그들의 흔적은 호텔의 옛 장부에 생생하게 남았다. 숙박객들의 이름과 숙박료를 꼼꼼하게 적은 옛 장부는 로비 한 편을 장식하며 호텔의 역사를 말해 준다. 포세이도니온 호텔은 웅장하고 화려하다. 방과 거실을 분리한 듯한 형태의 로비는 고급스러운 소파와 테이블로 꾸몄다. 로비 천장은 화려한 샹들리에로 장식하고 층과 층은 나선형 계단으로 연결했다. 포세이도니온은 6층은 됨직한 3층 건물이다. 현대의 실용성만 놓고 본다면 형편없는 건물이겠지만 사치스럽기에 웅장하고 화려할 수 있었다. 다만 1914년에 머물렀다면 호텔은 낡아 버렸을 것이다. 호텔은 2004년부터 5년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시행해 2009년 6월에 다시 문을 열었다. 타일, 벽돌 등의 자재는 기존의 것을 유지했기에 웅장하고 화려한 옛것과 깨끗하고 편리한 새것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포세이도니온 호텔은 히스토릭 윙Historic Wing과 포세이도니온 뉴 윙Poseidonion New Wing으로 구분된다. 각 건물에는 슈피리어, 디럭스, 스위트 등급의 객실이 자리한다. 정원, 바다의 조망에 따라 객실 등급은 또다시 세분화된다. 낮은 등급의 객실은 아담한 침실과 욕실이 있는 단출한 시설이지만 편안한 침대와 침구를 갖췄다. 반면 스위트 등급의 객실은 사치스러울 정도로 고급스럽다. 그중 전용 엘리베이터로 닿을 수 있는 로열스위트는 호텔에서도 단 하나뿐인 객실이다. 3개의 침실에는 각각 욕실이 딸려 있으며, 넓은 거실은 값비싼 가구로 채웠다. 압권은 에게 해를 끌어안은 발코니. ‘발코니의 넓이가 부의 기준’이라는 그리스의 문화를 몸소 깨닫게 하는 장소다. 포세이도니온 그랜드 호텔은 ‘베스트 클래식 부티크 호텔Best Classic Boutique Hotel In The World’ 등 2012년에만 호텔 어워드 3관왕을 차지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찾아가기 펠로폰네소스 아르골리스 주 남동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코스타 항에서 스페체스까지 가는 페리를 매일 4회 운항한다. 소요 시간은 15분. 운항 시간은 수시로 바뀌므로 호텔에 문의하는 게 좋다. 수상 택시는 코스타 항을 비롯해 포르토 헬리 등지에서도 이용 가능하다. 24시간 운항하지만 늦은 밤이나 새벽에 타려면 따로 문의해야 한다. 아테네에서 스페체스 섬으로 바로 간다면 피레에프스(피레우스) 항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면 된다. 배의 종류에 따라 2시간 30분~3시간가량 소요된다. 홈페이지 www.poseidonion.com 유의사항 그리스의 2,000여 개의 섬 중 사람들이 살아가는 섬은 200여 개다. 그리스 섬 사람들은 연중 섬에 살지만 11~4월에 여행자들이 섬을 찾기는 힘들다. 이 시기에는 호텔은 물론 카페나 레스토랑 등 여행자 편의시설이 모두 문을 닫는다. 이유는 다름아닌 날씨 때문. 강수량이 집중되는 시기라 그리스의 찬란한 햇빛은 고사하고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진다. 포세이도니온 호텔 또한 같은 이유로 이 시기에 문을 닫는다. 1~10min Walk 스페체스Spetses 스페체스 섬에는 차가 없다. 호텔에서 짐을 나르는 데 사용하는 개조 트럭이 존재하지만 일상적으로 운행되는 차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섬이라는 단어는 고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법. 자동차마저 사라져 버린 섬의 정적은 가보지 않고는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스페체스 섬의 실상은 정적과는 거리가 멀다. 섬은 차가 없는 대신 오토바이로 넘쳐난다. 10초에 한두 대의 오토바이는 반드시 보게 되니 하릴없이 섬을 왔다갔다 하는 이들이 있음이 분명하다. 여행자에게 오토바이를 빌려 주는 가게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오토바이를 타면 섬 구석구석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겠지만 작은 섬에서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천천히 섬을 걷다 보면 섬의 풍경과 일상이 느리지만 여유롭게 눈에 담긴다. 조금 멀리 이동할 일이 있다면 마차를 타면 된다. 섬의 정취에 예스러운 정취를 더하는 아주 멋진 교통수단이다. 포세이도니온 호텔에서 걸어서 1분이면 다피아 선착장이고, 다피아 선착장 인근에는 스페체스 섬의 다운타운이 형성돼 있다. 말이 다운타운이지 걸어서 10분이면 훑을 만한 기념품 가게, 카페, 레스토랑 등이 모여 있다. 기념품 가게의 단골 메뉴는 마차, 집, 고양이 등 스페체스의 풍경이 새겨져 있는 마그네틱이다. 여기에 영어로 휘갈겨 적은 ‘스페체스’라는 글씨는 기념만 되지 않는다면 지워 버리고 싶을 정도로 조악하다. 신발, 의류, 모자,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도 많다. 무언가를 사고 말고를 떠나서 모든 가게들은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스페체스의 풍경에 녹아 있다. 카페와 레스토랑은 점심이나 저녁 시간을 제외하면 한산하다. 스페체스의 ‘그리스’ 할아버지들은 한산한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나른한 그들의 일상은 여행자들에게 그리스를 말하는 풍경이 된다. 지금은 아니지만 17~18세기의 스페체스는 ‘부富’로 대변되는 섬이었다. 스페체스의 작은 섬에는 범선을 만드는 큰 조선소가 있었고 이곳에서는 화물과 대포를 모두 실을 수 있는 범선을 생산했다. 17세기 이전, 그리스는 해적으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이러한 범선이 생산되며 순조로운 무역이 가능해졌다. 스페체스 섬에 부를 가져다준 본거지는 올드하버다. 오늘날 제일 항구의 명예는 다피아 선착장에 내줬지만 당시 올드하버의 영화로운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올드하버에는 요트 등 개인 소유의 배들이 즐비하고, 인근에 자리한 부유한 선박 소유주들이 지은 호화로운 집들이 스페체스 특유의 풍경을 만든다.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 가옥은 그리스에서 가장 비싼 집들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올드하버는 다피아 선착장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다. 다피아 선착장과 가까운 락사리나 부부리나Laksarina Bouboulina의 집도 스페체스 섬이 풍요로웠던 시절에 지어졌다. 부부리나는 1821년 투르크와 맞선 독립전쟁에 전 재산을 내어 놓고 독립군을 이끈 여걸이다. 그리스에서 그녀의 이름을 듣는 건 어렵지 않은 일. 유로를 쓰기 이전 그리스의 화폐인 드라크마에도, 거리 이름에도 부부리나는 살아 있다.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이 부부리나를 존경하는 그리스인들 덕분에 스페체스는 풍요로움과와 더불어 영광의 섬으로 불리게 됐다. 부부리나의 집은 1991년에 부부리나 박물관으로 선보였다. 집 안에 오래된 무기와 책, 도자기, 편지와 문서, 그림, 개인 소장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부부리나의 후손이 40분간 영어가이드 투어를 진행하며 6유로의 입장료는 옛 집을 유지, 보수하는 데에만 쓰인다고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h 15min 에피다브로스Epidaurus 에피다브로스는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병의 치유를 기원하던 장소다. 에피다브로스에 모인 환자들은 일상의 즐거움을 찾았고, 대규모 반원형 극장은 그렇게 탄생했다. 에피다브로스는 그리스, 로마의 오케스트라 극장 가운데 유일하게 온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기원전 4세기경에 지어진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음향 시스템 또한 완벽하다. 에피다브로스의 무대에는 당시의 음향 시스템을 시험하고자 전 세계 여행자들이 줄을 선다. 소리를 치는 이들도,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있다. 객석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도 소리는 잘 들린다. 소리가 벽을 치고 증폭돼 울리는 것마냥 아주 잘 들린다. 에피다브로스의 반원형 극장은 1만4,0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입장료 6유로 1h 30min 나프플리온Nafplion 펠로폰네소스 반도 아르골리우스 주에 자리한 나프플리온. 투르크와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후 그리스 임시정부가 들어선 곳이기도 하다. 나프플리온은 아테네와도 2시간 30분가량 거리로 가까워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 나프플리온을 기점으로 삼고, 에피다브로스를 함께 돌아보면 된다. 타운 홀이 자리한 신타그마 광장은 나프플리온 여정의 출발점이다. 여유가 된다면 나프플리온이 한눈에 조망되는 아크로 나프플리온과 팔라미디 성채에 올라 본다. 아크로 나프플리온의 언덕 아래로는 바다 혹은 골목으로 이어지는 길이 여러 갈래로 펼쳐진다. 카페와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가 늘어서 있는 나프플리온의 골목은, 일상이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그런 일이 늘 그렇게 일어나는 것처럼 골목 사람들은 여유롭다. 나프플리온의 개들도 골목 개 행세를 한다. 원색의 꽃이 흐드러지게 핀 나프플리온의 골목에서는 여행자가 아닌 척, 그들의 생활에 녹아 들어 골목 사람처럼 굴고 싶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꽃보다 화려하게 치장한 기념품 가게에서 꺾이고 만다. 어느 관광지에나 있는 그저 그런 기념품이 아니라 꽤 괜찮은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몇 있어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골목을 벗어나 바다로 난 길로 향하면 바다 위에 떠 있는 성채가 보인다. 부르지 섬이다. 베네치아인들의 요새였던 곳으로 19세기에는 사형 집행인들이 은퇴 후 이곳에서 생활했다 한다.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 터키항공 02-3789-7054 www.turkishairlines.com ▶travie info 항공 한국에서 그리스로 가는 직항은 없다. 터키항공을 이용해 인천, 이스탄불, 아테네를 연결하면 빠르고 편리하다. 인천과 이스탄불 구간은 매일 1회, 이스탄불과 그리스 구간은 매일 4회 운항된다. 시차 그리스가 한국보다 6시간 느리다. 화폐 유로를 사용한다. 2013년 7월 기준, 1유로는 1,477원. 전압 220V, 50HZ. 한국의 전기 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 檢 “원세훈이 민간요원 동원·관리한 몸통”… 국정원법 위반 추가

    檢 “원세훈이 민간요원 동원·관리한 몸통”… 국정원법 위반 추가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이 ‘민간인 보조요원’(PA·Primary Agent)들을 동원해 국내 정치에 개입하도록 지시하고 이들을 관리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는 한편 원 전 원장과 PA들의 커넥션을 파헤치고 있다.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A연대 소속 B씨 등 3~4명이 국정원의 지시를 받고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인터넷 사이트에 반정부 게시글에 비방글을 다는 등 ‘정치 댓글’로 선거와 정치에 개입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B씨 등의 배후로 원 전 원장을 특정하고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법원으로부터 관련 PA들에 대한 계좌 추적 영장을 발부받았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을 통해 직접 PA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고 관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B씨 등에게 댓글 활동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1월부터 B씨 등과 A연대 법인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PA들에게 건너간 활동비 내역, 원 전 원장과 PA들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B씨 등 PA들의 금융 거래 내역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PA와 관련해 원 전 원장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검찰 수사를 통해 여직원 김모씨 등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이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고 야당을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을 단 PA들에게 활동비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었다. 검찰은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첫 공판에서 “외부 조력자(PA)들은 매일 이슈와 논지를 시달받고 공유해 글 게시, 찬반 클릭 활동을 조직적으로 수행했다”면서 “2011년 12월부터 1년간 외부 조력자 활용 사안을 발견했는데 내부 보고를 거쳐 매달 200만~450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됐다. 매달 평균 300만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국정원 직원 김모씨와 함께 일한 외부 조력자 이모씨의 경우 29차례에 걸쳐 4900여만원이 현금지급기를 통해 입금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들이 동원한 PA의 규모와 활동비 지급 내역 등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 당시 “PA는 수사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밝혔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이 직접 PA 동원, 관리와 활동비 지급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나면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 개입에 이어 또 한 차례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보기관 수장이 불법으로 민간인들까지 대규모로 동원해 여론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원 전 원장은 국정조사에서 자신이 직접 심리전단을 확충했다고 시인했는데 확충 과정에서 민간인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정원장이 직접 민간인들에게 돈을 주고 그들을 불법 행위에 동원한 게 검찰 수사에서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단독] 檢 “원세훈, 댓글 민간요원 동원·관리 직접 지시”

    [단독] 檢 “원세훈, 댓글 민간요원 동원·관리 직접 지시”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이 ‘민간인 보조요원’(PA·Primary Agent)들을 동원해 국내 정치에 개입하도록 지시하고 이들을 관리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는 한편 원 전 원장과 PA들의 커넥션을 파헤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A연대 소속 B씨 등 3~4명이 국정원의 지시를 받고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인터넷 사이트에 반정부 게시글에 비방글을 다는 등 ‘정치 댓글’로 선거와 정치에 개입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B씨 등의 배후로 원 전 원장을 특정하고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법원으로부터 관련 PA들에 대한 계좌 추적 영장을 발부받았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을 통해 직접 PA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고 관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B씨 등에게 댓글 활동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1월부터 B씨 등과 A연대 법인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PA들에게 건너간 활동비 내역, 원 전 원장과 PA들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B씨 등 PA들의 금융 거래 내역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PA와 관련해 원 전 원장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검찰 수사를 통해 여직원 김모씨 등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이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고 야당을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을 단 PA들에게 활동비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었다.  검찰은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첫 공판에서 “외부 조력자(PA)들은 매일 이슈와 논지를 시달받고 공유해 글 게시, 찬반 클릭 활동을 조직적으로 수행했다”면서 “2011년 12월부터 1년간 외부 조력자 활용 사안을 발견했는데 내부 보고를 거쳐 매달 200만~450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됐다. 매달 평균 300만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국정원 직원 김모씨와 함께 일한 외부 조력자 이모씨의 경우 29차례에 걸쳐 4900여만원이 현금지급기를 통해 입금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들이 동원한 PA의 규모와 활동비 지급 내역 등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 당시 “PA는 수사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밝혔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이 직접 PA 동원, 관리와 활동비 지급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나면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 개입에 이어 또 한 차례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보기관 수장이 불법으로 민간인들까지 대규모로 동원해 여론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원 전 원장은 국정조사에서 자신이 직접 심리전단을 확충했다고 시인했는데 확충 과정에서 민간인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정원장이 직접 민간인들에게 돈을 주고 그들을 불법 행위에 동원한 게 검찰 수사에서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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