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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줄도 위생도 끊겼다… 바이러스에 ‘고립된 섬’ 쪽방촌

    밥줄도 위생도 끊겼다… 바이러스에 ‘고립된 섬’ 쪽방촌

    노약자·기저질환자 많아 감염 ‘빨간불’ 다닥다닥 붙은 구조 한 명 걸리면 치명타 바이러스 접촉 없어도 스스로 자가격리 무료 급식소 불안하지만 굶을 수도 없어 “찾는 이 없으니 감염 위험 없어” 자조도“노인들은 더 잘 걸린다는데 너무 무서워. 다리가 아픈데 병원도 못 가, 요즘….” 5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쪽방촌에서 만난 김선자(87·가명) 할머니는 방 안에서도 1000원짜리 검은색 부직포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오랫동안 천식을 앓아 온 김 할머니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두려운 존재가 됐다. 김 할머니는 “믿을 건 마스크뿐이라 여기저기에서 받아 쟁여 놓았다”며 “원래 빨아서 쓰고 했는데 그러지 말라고 해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쪽방촌 주민과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의 건강에 ‘빨간불’이 커졌다. 평소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해 체력과 면역력이 약한 데다 위생도 좋지 않아서다. 도심 속 ‘섬’인 이곳 주민들은 감염병에 노출될까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이날 서울신문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주민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는 현장에 동행했다.김 할머니처럼 기저 질환이 있는 노인들은 신종 코로나에 예민한 모습이었다. 정숙혜(79) 할머니는 “10장에 4000원 하는 마스크를 이미 사 뒀다”며 “위장약에 뇌순환 약까지 챙겨 먹어야 하는데 혹시나 싶어 스스로 ‘외출금지’ 중”이라고 말했다. 적지 않은 쪽방 주민이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요즘 같은 때는 솔직히 찜찜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최모(60)씨는 “나도 마찬가지지만 여기 사는 주민들 대부분 위생이 좋지 않다”면서 “급식소 숟가락도 ‘괜찮은가’ 싶어 좀 꺼려지는데 굶을 수도 없어서 그냥 간다”고 밝혔다. 실제 전국천사무료급식소 등 일부 급식소는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감염에 취약한 노숙인 등을 고려한 조치다.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감염병을 무서워할 처지가 못 된다”고 생각하는 주민도 많았다. 찾는 이도, 만날 사람도 없으니 오히려 안전하지 않겠느냐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이모(82)씨도 지급받은 마스크를 쓰면서 “올해 처음으로 끼는 마스크”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씨는 자기 한 몸 겨우 누일 수 있는 좁은 방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잠을 잔다. 그는 “요즘 같은 땐 봉사단체도 잘 안 오는데 마스크도 필요 없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시립영등포쪽방상담소의 김형옥 소장도 “주민들은 나들이를 갈 여력도, 형편도 안 되는 분들이니 역설적으로 해외로부터 오는 감염병에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는 게 참 슬프다”고 밝혔다. 다만 대부분 고령인 데다가 기저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아 감염 예방은 꼭 필요하다. 김 소장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단 한 분이라도 감염되면 쪽방촌 전체가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며 “노령이고 먹는 게 부실해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분들을 우선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자선의료기관인 요셉의원의 신완식 원장은 “영등포 인근은 확진환자가 없는 상황이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봉사자들이 줄어들까 봐 걱정된다”면서 “전염병이 무사히 지나가길 기도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절필 #권리찾기 #원고청탁거부

    #절필 #권리찾기 #원고청탁거부

    문단 “불합리한 관행 깨야” 성토… 자음과모음 소설 공모에도 영향올 초 불거진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6일 김금희·최은영·이기호 작가가 ‘단편 저작권을 출판사 측에 3년간 양도하고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표제작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계약서 조항에 반발해 우수상 수상을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이어 31일에는 전년도 대상 수상자 윤이형 작가가 절필을 선언했고, 동료 작가들이 이에 연대해 이상문학상 주최사인 문학사상사 업무 거부에 나섰다. 이 사태는 여타 문학상에 대한 문제제기, 부당한 원고 청탁에 대한 거부 등 문단 전체에 대한 성토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제대로 사과하라”… 문학계 지지 여론 확산 작가들은 문학사상사의 제대로 된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문학사상사는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문제가 된 조항이 직원 실수로 우수상 수상작에도 포함됐다는 언론 보도가 전해지며 작가들의 공분을 샀다. 급기야 윤이형 작가가 트위터에 “제가 받은 이상문학상을 돌려드리고 싶다. 부당함과 불공정함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며 절필을 알려 문학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윤 작가는 전날 서울신문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제 작품이 누군가를 착취하고 이득을 얻는 것 같아 수치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며 절필 이유를 밝혔다. 그는 문학사상사 대표를 향해 공식 입장 표명과 사과, 운영 개선 등을 요구했다.전년도 우수상을 받은 최은영 작가도 같은 날 트위터에 “분별없이 수상에 동의하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기에 올해 수상 작가들에게까지 피해가 갔으리란 생각에 죄책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모든 책임을 직원 개인의 ‘실수’로 몰아가며 자신들의 부당한 행동을 반성하지 않는 문학사상사에 사과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작가들의 문제 의식에 공감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문학사상사 보이콧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동료 작가들은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해시태그로 의지를 드러내고, 구병모·황정은·조해진·권여선·장류진·정세랑·함정임 소설가, 오은·권창섭 시인 등이 이에 연대했다. 독자들도 ‘#문학사상사_소비_거부’, ‘#문학사상사_독자_보이콧’ 등으로 동참하고, 동네서점 몇 곳은 문학사상사 책을 입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문학사상사 측은 묵묵부답이다. 서울신문은 문학사상사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매년 이상문학상 대상 작가의 커버스토리를 담았던 ‘문학사상’ 2월호는 이번 호를 ‘시 공동 창작’ 특집으로 꾸렸다. 수년간 이상문학상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권영민 미국 UC버클리대 연구 교수는 2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상의 운용에는 관여하지 않아 얘기할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작가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상금=선인세’ NO… 다른 문학상도 내용 정정 문학사상사 보이콧 사태는 다른 문학상 관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출판사 자음과모음은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한 신인문학상 공모 내용을 정정했다. 상금 500만원을 두고 ‘인세가 상금을 상회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인세로 지급한다’고 공지했다가 삭제했다. 상금을 선인세로 공제하고, 출간을 전제로 한 장편소설 공모가 아닌데도 단행본 계약을 강제한다는 데 이의 제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부당한 원고 청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움직임도 나온다. ‘소정의 고료’로만 통용된 출판계 관행에 대한 반기다. 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인 이원석씨는 “올초 고료를 미리 밝히지 않은 원고 청탁을 거절했다”며 “함께 등단한 신인 작가들과 연대해 목소리를 내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를 문학 출판 제도의 현대화가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본다. 양경언 문학평론가는 “예술을 노동과 멀리 떨어뜨린 예술관에 대한 이의 제기가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과거에 비해 문예지가 중심이 된 출판사의 권위 약화, 저작권 개념에 대한 문제 의식 강화로 일어나는 일”이라며 “궁극적으로 해외 사례처럼 저작권을 관리하는 에이전트 시스템을 널리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유출되면 끝 ㅋㅋ”… 알면서도 못 끊는 단톡 성희롱

    “유출되면 끝 ㅋㅋ”… 알면서도 못 끊는 단톡 성희롱

    “여러분의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은 안녕하신가요?” 지난해 11월 청주교대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사회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일부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동기 여학생들의 사진을 올리고 외모를 평가하거나 “엉덩이를 만지고 싶다”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뒤다. 단톡방에서는 돈을 걸고 외모 투표도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뒤에서 자신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단톡방 성희롱은 청주교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경희대 의대, 충북대,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여러 학교에서 비슷한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외부로 알려지지만 않으면 된다. 사적인 이야기라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대화가 재미있는 농담이 아닌 주변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범죄 행위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복되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멈추려면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톡방 성희롱 밝혀진 것 0.1%도 안될 것” “퇴폐업소 에이스 같다.”, “XX 받아먹고 싶다.” 같은 교양 수업을 듣는 여학생들을 상대로 일부 충북대 남학생들이 나눈 단톡방 대화 중 일부다. 지난해 12월 피해 학생이 학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공론화됐다. 가해 학생들은 “이거 알려지면 사망이다”, “우리 쓰레기다” 등 자신들의 성희롱적 발언들이 공개되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듯한 대화도 나눴다. 같은 동아리 동기들을 상대로 “핥고 싶다”거나 “○○랑 XX랑 모텔 가나봐” 등의 성희롱적 대화를 나눈 경희대 의대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학내 학생 자치기구인 인권침해사건대응위원회(대응위)에 따르면 이들은 “(문제가 될 내용을) 다 같이 삭제하자”고 말하거나 실제로 주기적으로 증거인멸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단톡방 성희롱은 공공연히 이뤄졌다. ‘우리끼리’라는 단톡방의 은밀한 속성이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범죄라는 생각을 무뎌지게 한 탓이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의 대화는 걸리지 않을 것이다’ 혹은 ‘우리끼리 이야기일 뿐인데 왜 문제 삼느냐’는 등의 안일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친한 사람들끼리 뭉치는 단톡방의 속성상 또래 사이 이견을 제시하면 따돌림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휩쓸려 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속성 때문에 단톡방 성희롱은 외부로 드러나기 쉽지 않다. 2018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가 발표한 상담통계에 따르면,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서 적용될 수 있는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죄와 관련된 상담은 전체의 19%에 달했다. 하지만 서승희 한사성 대표는 “단톡방 성희롱 중 밝혀진 것은 0.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사적 공간이라는 단톡방의 특성상 내부고발 없이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경희대 의대 남학생들의 성희롱 대화 역시 해당 단톡방에 소속된 한 학생의 제보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가해 학생들과 다시 수업에서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과 폐쇄적인 의대 사회 내에서의 인식 등을 이유로 사건 신고 취하와 재접수를 반복했다고 한다. 여러 번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인식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 대표는 “가수 정준영(31)씨의 단톡방 사건이 터졌을 때조차 일부 네티즌은 ‘사적 대화를 왜 검열하느냐. 사생활침해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면서 “단톡방 성희롱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여성을 성적 도구화하는 문화가 여전히 팽배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윤지영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을 “여성을 성적으로 품평하고 다른 남성에게 공공연히 전시하는 행위가 ‘센 남자’, ‘강한 남자’임을 입증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왜곡된 남성 문화의 단면”이라고 설명했다.●“이 정도 했으면…” 피해자들에게 눈총 보내 자신이 성희롱 대화의 대상이 된 사실을 뒤늦게 안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지난해 11월 군인권센터는 국군간호사관학교 일부 학생들이 동기 여생도를 상대로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은 단톡방의 존재를 공론화했다. 센터에 따르면 일부 남생도들은 남자 연예인의 공연에 환호하는 여생도들을 보고 “회음부간호 】되게 하겠네” 등의 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 11명 중 1명은 퇴교 조치, 나머지는 4~7주의 근신 처분을 받았지만 상처는 여전히 남았다. 학교 측의 미흡한 대처와 공론화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학내 분위기가 원인이 됐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생도들을 모아 두고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음담패설은 성적 희롱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대처가 미흡했다”면서 “주변에서도 ‘이 정도 했으면 되지 않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여 여생도들이 오히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학내 징계 절차가 2차 가해가 되기도 한다. 피해자 처지에서 납득되지 않을 정도로 징계 수준이 낮거나 가해 학생과의 철저한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2018년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심층 인터뷰를 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 A씨는 “가해 학생 8명이 받은 징계 중 가장 높은 수위는 정학 5개월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군입대와 자발적 휴학 기간이 정학 기간에 포함된다는 사실은 A씨를 더욱 무력하게 만들었다. A씨는 “징계가 나오자마자 바로 다음 학기에 군대로, 해외로 가는 가해자들을 보며 ‘믿을 곳이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미정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학교에서는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의 징계 수위를 알리지 않는 등 징계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례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학내 징계를 넘어 법적 대응에 나서는 피해자들도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사례 대부분은 성범죄에 속하지는 않는다. 당사자가 없는 단톡방 내에서 성희롱이 이뤄지는 경우는 성폭력특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진희 변호사는 “단톡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성적 농담을 하고 음란물을 보내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유발했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톡방 내 사람들이 밖에 있는 특정 대상을 희롱하기 위해 일종의 ‘뒷담화’를 나눈 것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청주교대 가해 학생들 2명 역시 최근 모욕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자 측 변호인인 로펌 굿플랜의 강현 변호사는 “핵심은 모욕죄 구성요건 중 하나인 단톡방의 내용이 제삼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지는 공연성”이라면서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볼 때 충분히 모욕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을 가지 못하고 은둔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은 피해자들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가해 학생들의 예비교사로서의 자질, 윤리의식 등에 대해 더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단톡방 성희롱, 새로운 성폭력으로 처벌해야” 일각에선 법적으로 단톡방 성희롱도 새로운 성폭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지영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 역시 변화된 플랫폼 문화 안에서 발생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성폭력으로 인정하고 성폭력특례법 안에서 처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들도 성폭력 피해자로 신분 보장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질 수 있고 피해자들도 지원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 변호사 역시 “성희롱 사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고 그 유형도 다양해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성희롱을 법적으로 성범죄의 영역으로 볼지 등의 입법에 대해 국회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조건 처벌 규정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보다 중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다. 전문가들은 공론화를 통해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더는 우리 사회가 방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인지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계속 해야 한다”면서 “유사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 사회가 이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영 교수도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용기 있게 내부고발을 한 남성들을 새로운 남성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학교에서도 피해자 관점에서 이 문제를 예의주시한다는 선례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포토] ‘브렉시트’ 결정에 환호하는 영국 시민들

    [포토] ‘브렉시트’ 결정에 환호하는 영국 시민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의회광장에서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영국의 EU 탈퇴를 환영하며 기뻐하고 있다. 영국은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3년 7개월 만에 EU를 탈퇴하게 됐다. AP 연합뉴스
  • 숨이 멎을 듯, 풍경 자체가 예술

    숨이 멎을 듯, 풍경 자체가 예술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파리로 향하는 유럽횡단 기차 안에서 주인공 제시(이선 호크 분)와 셀린(줄리 델피 분)은 처음 만난다. 부부 싸움으로 시끄러운 독일 커플을 피하려고 셀린이 자리를 옮기다가 미국인 청년 제시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잠깐의 인사로 시작된 대화는 서로를 향한 친밀감과 호감을 키우고, 그러다 도착한 빈에서 헤어지기 아쉬운 제시가 셀린에게 하루 동안 빈 여행을 같이하자고 깜짝 제안을 한다. 빈에 함께 내린 둘은 발길 닿는 대로 빈을 여행한다. 아무 카페에 들어가 차를 마시고 도시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랑, 죽음, 인생, 성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 가고 사랑을 싹 틔운다. 아침과 함께 다가온 이별의 순간, 두 사람은 다시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서로를 떠나보낸다. 영화에서 빈은 아름답고 낭만적인 도시로 그려진다. 셀린과 제시가 산책하는 장면에 등장한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 대관람차가 있는 프라터, 알베르티나 박물관 등 이 영화에 등장한 장소를 돌아보는 상품도 많이 나와 있다. 대부분의 장소가 한 번 나오지만 단 한 곳, 알베르티나 미술관은 두 번 등장한다. 첫 번째는 하루 동안 빈 곳곳을 돌아다닌 제시와 셀린이 알베르티나 미술관 2층 발코니에 올라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키스를 나눈 장소로, 두 번째는 다음날 아침 헤어지기 직전 미술관 발코니에 위치한 동상 아래 무릎을 베고 누워 사랑을 속삭이는 장소로. ●미술관에서 보내는 행복한 시간 빈에 있는 수많은 미술관 가운데 알베르티나 미술관은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 신디 셔먼, 모리야마 다이도 등 현대사진 거장들의 작품을 오리지널 프린트로 만날 수 있다. 이들 작품 앞에 서면 사진은 왜 오리지널 프린트로 봐야 하는지 알게 된다. 인터넷이나 잡지, 사진집에서 만나던 사진 작품과는 전혀 다른 아우라를 가진 작품 앞에서 머리칼이 곤두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조금 뜬금없는 말 같지만 제시도 셀린에게 이런 말을 했다. “사진을 찍는 거야. 널 영원히 기억하려고.”‘비포 선라이즈’는 빈을 아주 로맨틱하게 그려 내는 영화다. 실제 빈을 로맨틱하게 만들고 있는 요소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키스’가 아닐까. 빈 남동쪽에 위치한 벨베데레 궁전에는 오스트리아가 배출한 거장 클림트의 ‘키스’ 원화가 걸려 있다. 그림과 실제로 마주하는 감동은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 그림 앞에 서면 숨이 턱 하고 막힌다. 누구나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림 앞에 서지만, 온몸을 덮쳐 오는 감동은 상상 이상이다. 머릿속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만 같은 압도적이고 기이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눈물을 훌쩍이는 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박물관 안은 촬영 금지인데, 굳이 촬영 금지 표지를 붙여 놓지 않아도 될 듯. 셔터를 누를 생각조차 들지 않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현대미술을 논할 때 클림트와 함께 이야기할 예술가가 한 명 더 있다. 에곤 실레다. 스물여덟이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천재.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레오폴트 미술관으로 향해야 한다. 박물관의 원주인이자 미술 애호가였던 루돌프 레오폴트의 이름을 따서 만든 곳으로, ‘박물관 지구’(Museum Quartier) 안에서도 최고로 사랑받는 미술관이다. 실레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그와 가까이 지냈던 클림트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상설전시 외에도 근현대미술과 관련한 특별 전시회가 자주 열리기에 빈 시민들도 새 전시를 보기 위해 미술관을 수시로 방문한다. 빈이라는 도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예술일 것이다. 1273년 루돌프 1세를 시작으로 1918년 카를 1세에 이르기까지 무려 645년 동안 유럽의 절반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는 빈을 본거지로 삼았고 대대로 어마어마한 미술품을 수집했다. 지금이야 합스부르크 왕조는 패망했고 오스트리아 역시 유럽의 소국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남긴 문화의 향기는 아직도 빈 시내 곳곳에 남아 이 도시의 고고함과 우아함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미술사 박물관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컬렉션을 모아 놓은 곳이다. 100여분의 러닝타임에서 3분의2 이상이 빈 미술사 박물관을 무대로 삼은 ‘뮤지엄 아워스’라는 영화가 있을 정도다. 영화의 줄거리는 특별한 것이 없다. 사촌 동생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빈으로 향한 주인공 앤이 미술사 박물관에서 안내원으로 일하고 있는 요한을 우연히 만나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는 것이 내용의 전부다. 그런데 미술사 박물관에 발에 들여놓으면 이 말도 안 되는 영화가 정말로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4세기부터 18세기까지 세계 미술사를 아우르는 눈부신 회화 작품들과 조각 및 공예품, 고대 이집트 유물 사이를 걸어 다니다 보면 하루는커녕 일주일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은 깨닫게 된다.●어깨 위를 흐르는 왈츠의 선율 빈을 찾은 많은 사람이 미술관부터 달려가지만 빈은 음악의 도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 쇤베르크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브람스, 말러와 같은 유명 작곡가들도 빈과 인연을 맺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세계 정상급의 교향악단이며, 빈 국립 오페라 하우스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오페라 하우스 중 하나다. 빈에서는 꼭 무지크페어아인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 보시길. 음악 감상은 빈에서는 놓치기에 너무 아까운 기회다. 빈 필이 들려주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를 듣다 보면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빈의 오페라 극장은 좌석에 앉아 보려면 정장을 해야 하는데, 입석표를 사면 자유로운 복장으로도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요금은 4유로 정도. 공연 약 2시간 전에 가면 입석표를 구할 수 있다. 빈 곳곳에서 열리는 야외공연 역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성 슈테판 대성당 뒤편에 자리한 피가로 하우스는 모차르트 추종자들이 가장 먼저 달려가는 장소다. 모차르트가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를 작곡하기 위해 머물렀던 곳인데, 모차르트는 이곳에서 1784년부터 1787년까지 살았다고 한다. 시내 중심지에는 베토벤 하우스도 있다. 고풍스러운 건물의 좁은 계단을 오르면 4층에 한때 베토벤이 머물렀던 방이 있다. 그 방에는 베토벤이 쓰던 피아노와 편지, 조각상들이 전시돼 있다. 그는 이곳에서 교향곡 4, 5, 7, 8번을 작곡했다. 도시 남동쪽에 자리한 시립공원은 수수한 영국식 정원이다. 이곳에서는 슈베르트를 비롯해 요한 슈트라우스, 레하르, 브루크너 등 빈에서 활동했던 음악가들의 기념상을 볼 수 있다. ■ 별처럼 빛나는, 한겨울 밤의 낭만●합스부르크 왕가의 자존심을 간직한 건축물 빈 시내 곳곳에는 ‘해가 지지 않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이 넘쳐난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합스부르크 왕가의 번영을 만날 수 있는 호프부르크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도 등장한다. 호프부르크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황제인 카를 1세가 퇴위할 때인 1918년까지 황실의 궁전으로 이용되던 곳이다. 지금도 오스트리아 대통령 공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20여개의 박물관과 도서관, 성당, 승마학교, 카페,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다. 13세기 초반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해 20세기 초까지 개축과 증축이 계속돼 각기 다른 시대의 건축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호프부르크로 들어서기 전 미카엘 광장에 주의 깊게 볼 건물이 있다. 미카엘 문 바로 건너편에는 주변의 화려한 건물과는 판이하게 다른 현대적이고 심플한 건물이 서 있다. 100년 전에 지어진 이 건물은 현대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돌프 로스의 작품이다. 이 집이 지어질 당시 빈 시민들과 언론은 당시 빈 건축양식의 전통을 반역했다며 일제히 혹평했고 심지어 아돌프 로스는 경찰청에도 불려 갔다고 한다. 결국 창문틀에 화분을 장식하는 것으로 극적인 타협을 했다고 한다. 로스하우스 바로 옆에는 왕궁에 커피와 과자를 납품하던 데멜 카페가 있는데, 슈테판 대성당을 나와 호프부르크로 가기 전 이곳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잠시 여유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빈의 남서쪽 교외에는 1996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쇤브룬궁전도 있다. 쇤브룬궁전은 합스부르크가의 여름 별궁으로 궁전 안에는 자그마치 1441개의 방이 있다. 이 중 45개 방만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합스부르크 유일의 여제이자 가장 강력하게 왕조를 주도했던 마리아 테레지아 그리고 프랑스 혁명 중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만 그의 딸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용했던 방과 초상화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작은 베르사유궁전이라 불리듯 1.7㎞에 달하는 정원도 볼거리다.●신고딕 양식의 정수를 보여 준 빈 시청 호프부르크 건너편에 자리한 빈 시청은 프리드리히 폰 슈미트에 의해 완성된 신고딕 양식 건물로 보는 이의 찬탄을 불러일으킨다. 여름에는 필름페스티벌,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마켓과 스케이트장 개장 등 1년 내내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시청 가까이 자리한 국회의사당은 옛 그리스의 신전 같은 외관이 매우 독특한데, 그리스에서 발생한 민주주의가 오스트리아에 잘 정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빈을 1박 2일 정도 여행한 후 체코나 인근 도시로 떠난다. 하지만 빈은 사나흘 아니 일주일은 충분히 머물러 있을 만큼 볼거리가 많고 아름다운 도시다. 미술관을 구경하고 빈 필하모닉을 듣고 부드러운 멜랑지 커피를 마시며 영롱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도시다. 빈에서의 마지막 날은 카페 스펄에서 보내 보자. 1880년 문을 연 카페다. 영화에서 두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고백했던 바로 그곳이다. 바로크풍의 실내장식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제시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건 끝이 있어. 그래서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거야.” 인생도 여행도 언젠가 끝이 나니까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자, 그렇다면 헤어진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비포 선셋’을 보면 된다.
  • ‘석별’ 합창하며 EU 떠나는 英… “美서 텍사스 빠진 것과 같아”

    ‘석별’ 합창하며 EU 떠나는 英… “美서 텍사스 빠진 것과 같아”

    EU 영향력 줄고 英 경제순위 日 아래로 외신 “양측 모두 손해”… 존슨은 “기회” 英, 11개월간 합의 못 하면 노딜 가능성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의회에 29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가곡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이 울려 퍼졌다. 한국에서 ‘석별’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하는 가사와 곡조가 익숙한 노래다. 원어 가사는 이렇다. ‘어릴 때 함께 자란 친구를 잊어선 안 된다… 오랫동안 헤어져 있다 다시 만났네. 자 한잔하세.’ 세계적으로 헤어질 때 다시 만나기를 기원하며 부르는 노래다.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압도적 지지(찬성 621표, 반대 49표)로 비준된 직후 유럽의회 의원(MEP)들은 손을 맞잡고 이 노래를 합창했다. 이로써 영국은 31일 오후 11시부로 47년간 함께했던 정든(?) EU를 떠나기 위한 공식 절차를 모두 마쳤다. 의사당엔 환호와 서운함이 교차했다. 영국 브렉시트당 나이절 패라지 대표와 이 당 소속 MEP들은 ‘브라보’를 외쳤다. 노동당의 주드 키어턴 달링 의원은 “내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인 것 같다. 브렉시트는 우리 정체성 근간을 공격했다”고 울먹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표결 도중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EU와 위엄 있는 결별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브렉시트는 위대한 순간이자 희망과 기회”라고 자신했다.그러나 외신들은 EU와 영국 양쪽 모두 ‘손해 보는 장사’라고 지적했다. EU는 유엔 상임이사국이자 핵보유국인 영국을 잃어 영향력이 줄고, 영국의 경제순위는 일본 아래로 떨어진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은 이제 미국·중국·EU 등 강대국들 사이에서 홀로 경쟁해야 한다”고 썼으며, 뉴욕타임스는 “EU가 영국을 잃은 것은 미국이 텍사스를 잃은 것과 같다”고 보도했다. 31일부터 영국은 더이상 EU 일원이 아니지만 올 연말까지 EU 법을 준수하며 관세동맹, 단일시장에 남아 있게 된다. 영국과 EU 사이 무역협정 등을 체결하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기 위해 마련된 과도기 때문이다. 당장 11개월 동안은 브렉시트 충격이 없지만 내년에 다시 ‘노딜’(합의 없는) 브렉시트 위기가 엄습,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영국이 단일시장에서 탈퇴하면 무역 상대국으로서 EU와 체결해야 할 협정이 매우 많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집행위원장은 연말까지 양측이 포괄적 합의를 이루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워싱턴포스트는 시한이 임박하면 존슨 총리가 또 노딜을 들먹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썼다.도널드 트럼프, 혹은 그의 후임 미국 대통령과 무역 협정은 가장 큰 산이다. 트럼프라면 EU의 엄격한 식품안전, 동물복지 규정에 부합하지 못해 수출하지 못했던 농축수산물을 영국에 밀어 넣고 싶어 할 게 뻔하다. 미국 식품 가공업체들은 가금류를 염소 탄 물에 헹구고 항생제를 주사한 소를 도축하는데 EU는 둘 다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국·EU뿐 아니라 168개국과 750개 이상의 협약을 맺어야 하는 것도 영국의 숙제다. 영국인들이 즐겨 먹는 ‘피시앤드칩스’의 재료가 바뀌거나 가격이 뛸 수도 있는 게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변화일지 모른다. 주재료인 대구 값 인상이 예상돼서다. 영국 국내총생산에 극히 일부를 차지하는 수산업은 종사자가 2만 4000명에 불과하다. 그간 영국 바다는 아일랜드, 프랑스, 덴마크 등엔 중요한 어장이었다. 존슨 총리는 연말부터 이들 국가가 마음대로 조업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먼저 처리했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엔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EU 측으로부터 양보를 얻으려면 자국 어장을 다시 열어야 할 수도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브렉시트’ EU 인준... 11개월 뒤 무슨 일이

    ‘브렉시트’ EU 인준... 11개월 뒤 무슨 일이

    ‘석별’ 노래하며 인준, 31일 23시 英 퇴장 충격완화용 과도기 지나면 한 치 앞 몰라‘피시 앤드 칩스’ 재료 대구 값 변동부터 청정 EU 규정 없이 트럼프와 무역 협상 168개국과 750개 협정 수십만 쪽 봐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의회에 29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가곡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이 울려 퍼졌다. 한국에서 ‘석별’이란 제목으로 알려져 있고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하는 가사와 곡조가 익숙한 노래다. 원어 가사는 이렇다. ‘어릴 때 함께 자란 친구를 잊어선 안 된다… 오랫동안 헤어져 있다 다시 만났네. 자 한 잔 하세.’ 세계적으로 헤어질 때 부르며 다시 만날 수 있길 기원하는 노래다. 노래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 협정이 압도적 지지(찬성 621, 반대 49)로 비준된 직후 유럽의회 의원(MEP)들이 손을 맞잡고 불렀다. 이로써 영국은 31일 밤 11시부로 47년 함께 했던 정든 EU를 떠나기 위한 형식 절차를 모두 거쳤다.회의장엔 환호와 서운함이 교차했다. 영국 브렉시트당 나이젤 패라지 대표와 이 당 소속 MEP들은 ‘브라보’를 외쳤다. 노동당 주드 키어턴-달링 의원은 눈물을 참으며 “내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인 것 같다. 브렉시트는 우리 정체성 근간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치인인 데이비드 사솔리 의장은 비준을 확인하는 서명을 하면서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 중 극우 인사의 총탄에 숨진 조 콕스 전 영국 노동당 의원의 말을 언급하며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보다 단합시키는 것이 더 많다”는 점을 인식하자고 말했다. 31일부터 영국은 더 이상 EU 일원이 아니지만 올 연말까지 EU 법을 준수하며 관세동맹, 단일시장에 남아 있게 된다. 영국과 EU 사이 무역협정 등을 체결하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기 위해 마련된 과도기 때문이다. 당장 11개월 동안은 브렉시트 충격이 없지만 내년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과도기가 끝나면 분명히 일어나는 일들을 정리했다. 일단 영국인들이 즐겨 먹는 ‘피시 앤드 칩스’의 재료가 바뀌거나 가격이 뛸 수도 있는 게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변화일지 모른다. 주재료인 대구 값 인상이 예상돼서다. 영국 국내총생산에 극히 일부를 차지하는 수산업은 종사자가 2만 4000명에 불과하다. 대신 영국 바다는 아일랜드, 프랑스, 덴마크 등에게 중요한 어장이었다. 영국 어민은 이를 상당히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존슨 총리는 연말부터 이들 국가가 마음대로 조업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엔 수산업에서 다시 통 크게 양보해야만 주력인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EU 측으로부터 양보를 받을 수 있다.도널드 트럼프, 혹은 그의 후임 미국 대통령과 무역 협정을 맺어야 한다. 트럼프라면 EU의 엄격한 식품안전, 동물복지 규정에 부합하지 못해 수출할 수 없었던 농축수산물을 영국에 밀어 넣고 싶어 할 게 뻔한데, 이는 대구 값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WP에 따르면 미국 식품 가공업체들은 닭 등 가금류를 염소 탄 물에 헹구고 항생제를 주사한 소를 도축하는데 EU는 둘 다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다시 ‘노딜’(합의 없는) 브렉시트 위협이 찾아올 수 있다. 영국은 단일시장에서 탈퇴하며 무역 상대국으로서 EU와 체결해야 할 협정이 매우 많다. 우르슐라 폰 더 라이엔 유럽 집행위원장은 11개월 내에 양측이 포괄적 합의를 이루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시한이 임박하면 또 노딜을 들먹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런데 미국, EU와의 무역협정은 단지 영국이 맺어야 할 수많은 협정 목록 맨 위에 있을 뿐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이 EU 소속이 아닌 168개국과 750개 이상의 협약을 맺어야 하는데 분량은 수십만 쪽에 달한다”고 집계하면서 “그 내용은 현대 경제의 거의 모든 대외 기능에 걸쳐 있다”고 썼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독일 법원 “북한 대사관이 위탁 운영하는 베를린 호스텔 문 닫아라”

    독일 법원 “북한 대사관이 위탁 운영하는 베를린 호스텔 문 닫아라”

    독일 베를린의 저유명한 찰리 검문소에서 돌팔매하면 닿을 곳에 자리한 ‘시티 호스텔 베를린’은 이 도시를 찾는 배낭여행객들에게 꽤나 사랑 받는 숙박시설이다. 그런데 여느 숙소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 시설은 사실 북한 정권이 소유한 건물로 대사관저에 붙어 있다. 1960년대 옛 동독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과 친인척들의 숙소로 활용되다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문을 닫았다가 2001년에 대사관이 먼저 문을 열었다. 소비에트 양식의 5층 건물의 아래 층과 주차장 일부를 리모델링해 2007년 다시 문을 열어 배낭여행객들을 받아들였다. 터키 기업 EGI이 위탁 경영하고 있다. 2017년 베를린 시 미테 구청은 더 이상 안되겠다고 판단했다. 앙겔라 메르켈 정부도 북한 정권에 자금을 대는 젖줄이 되고 있으며 외교관은 다른 상업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사실상 미테 구청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런데 베를린 행정법원이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 EGI가 미테 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폐쇄 가처분 불복 소송을 기각하고 즉각 문을 닫으라고 판결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2016년 유엔의 북한 제재를 실행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취한 행정 명령을 위반했다는 것이 판결 이유다. 물론 EGI는 항소할 수 있다. 이 호스텔이 북한 대사관에 지불한 돈은 매월 3만 8000 유로(약 4900만원)였다고 AFP는 전했다. 최근 들어 일박에 17유로 밖에 받지 않고 바로 근처에서 인공기가 펄럭이는 점도 배낭여행객들에게 신기한 경험이 돼 배낭족들의 인기를 끌었다. 더불어 이 숙소의 자산 가치도 급등했다. 지난해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이 세상 어느 곳도 베를린 만큼 손쉽게 북한 정권에 돈을 대주는 곳도 없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EGI는 해당 구청이 시설을 폐쇄하도록 명령할 권한이 없다며 2017년 4월 이후 한 푼도 북한 대사관에 전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입장을 밝혀달라는 AFP의 주문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콘텐츠 키운다면서 캐릭터 저작권 외면…불공정 계약한 ‘구름빵’ 끝까지 싸울것”

    “콘텐츠 키운다면서 캐릭터 저작권 외면…불공정 계약한 ‘구름빵’ 끝까지 싸울것”

    뮤지컬 등 2차 창작물 부가가치 수천억 추산계약금·추가 지급분 1850만원만 받아 “후배들 계약 때 자신 깎아내리지 말아야”“기업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었기 때문에 시작할 때부터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스테디셀러 ‘구름빵’을 쓴 백희나(49) 작가는 28일 출판사와 제작사 등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의 패소 소식이 전해지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는 한국 그림책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다. ‘달 샤베트’ 등 내는 책마다 연이어 히트시켰고, 2005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는 픽션 부문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그러나 작가의 오늘을 있게 한 첫 작품 ‘구름빵’은 두고두고 아픈 손가락이다. 현재 태국에 체류 중이라 전화로 만난 백 작가는 “제가 주장했던 주요 내용들이 판결문에서 하나도 다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구름빵’의 저작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오랜 역사를 가진다. 2003년 신인 작가였던 백 작가는 한솔교육에 저작권을 일괄 양도하는 이른바 ‘매절계약’을 맺었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디피에스는 한솔교육과 계약을 맺고 ‘구름빵’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이 2차 창작물은 수천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백 작가에게는 계약금 850만원과 추가 지급분 1000만원이 들어왔다.작가는 2016년 책의 공동저작자로 표기된 사진작가 김모씨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는 법원으로부터 단독 저작물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월 한솔교육과 한솔수북 등 4개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는 패소했고 이어 항소했다. 2심에서 백 작가는 일체의 권리를 한솔교육에 양도하도록 한 계약서 조항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계약 체결 당시 백씨가 신인 작가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적절히 분담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캐릭터 저작권이나 2차 창작물에 대한 권리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창작자가 존중되지 않은 채 발전시킨 창작물이 ‘오리지널’이 될 수 있나”고 되물으면서 “콘텐츠 산업을 강조하면서 캐릭터 저작권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 작가는 1950년대 미국 워너브러더스사와 작가 대시 해밋 간의 분쟁을 언급했다. 소설 ‘말타의 매’에 대한 영화 판권을 가져간 워너브러더스는 방송사 CBS가 기존 캐릭터를 활용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려고 하자 작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가 졌다. 저작권을 양도했더라도 캐릭터까지 양도한 건 아니라는 판단이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매절계약을 금지한 ‘백희나 표준 계약서’를 만들었지만, 아직도 출판계 저작권 논의는 갈 길이 멀다. 올초 수상 시 저작권을 양도하라는 문항 탓에 수상 거부 움직임이 일어난 ‘이상문학상 사태’만 봐도 그렇다. “그런 권위 있는 상조차 작가들 권리를 빼앗았다니, 아직도 많이 멀었습니다. 저처럼 완전 초짜였던 신인 작가의 계약 내용은 더욱 암울할 수 밖에 없죠. 이런 판례가 남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후배들에게 계약을 맺을 때 절대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자신의 혼을 갈아 넣은 작품이잖아요. ‘내 작품이 세계 최고’라는 자신감을 잃지 말고, 주위에서 깎아내리는 말을 절대 믿지 마세요.” 곧 상고장을 법원에 제출해 소송도 계속할 생각이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가 보겠습니다.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2심 판결 결과를 알리며 작가가 트위터에 적은 말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이성민 “이번 설 연휴 영화 보실 땐 꼭 ‘조미모남’ 하세요”

    이성민 “이번 설 연휴 영화 보실 땐 꼭 ‘조미모남’ 하세요”

    국정원 요원부터 박정희 前대통령까지설 영화 2편 동시 개봉·브라운관도 점령 “‘박통’ 싱크로율 위해 손가락까지 따라해” 올 설 연휴 극장가는 이성민(52)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국가정보국 요원으로 분한 ‘미스터 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박통’ 역을 맡은 ‘남산의 부장들’이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동시 개봉했다. tvN 드라마 ‘머니게임’에서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열연하며 브라운관까지 점령했다. “남들이 보면 욕할 텐데, 촬영한 시점도 다 다른데 어떻게 몰려가지고… 참 민망합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성민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사라진 외교 특사 팬더의 행방을 쫓는다는 내용의 ‘미스터 주’는 한국 최초로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는 설정을 가미한 영화다. 바로 그 시도가 이성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쥬만지’(1995)처럼 외국 영화들에선 굉장히 익숙한 소재인데 한국엔 없었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에 없던 시도를 하면서 그가 가장 중점을 뒀던 건 ‘앙상블’이다. 함께 팬더를 쫓는 개 ‘알리’하고도, 컴퓨터그래픽(CG)하고도, 다른 인물 배우들과도 연기 앙상블을 맞춰야 했다. “사람이면 말로 설명해 가며 할 수 있는데, 살아 있는 동물이니까 늘 긴장했다”는 그는 쓰러진 알리가 계속 움직이는 바람에 어이 없어서 즉흥 연기를 했던 것이나, 공 하나를 두고 동물들과 대화하는 듯 연기했던 얘기를 신나게 풀어냈다. 동물 영화를 찍는 노하우도 생겼다. “후반 작업으로 동물들 목소리를 더빙하고 그걸로 CG를 만들었는데 오히려 이걸 선행했으면 영화가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촬영을 먼저 하니까 CG 동물들이 특징적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리액션이 없어서 아쉽더라고요.” 흥행에 성공해서 후속편을 찍게 되면 김태윤 감독에게 그렇게 조언할 참이다. 1979년 박 전 대통령 사살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남산의 부장들’에서 이성민은 우민호 감독이 꼽은 가장 ‘싱크로율’(일체감)이 높은 캐릭터다. “사극 속 인물도 아니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을 맡은 건 처음이에요. 워낙 유명한 배우들이 그 역할을 했었기 때문에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특수분장으로 대통령의 귀와 입을 모사하고, 직접 ‘박통’의 옷을 제작했던 이에게서 옷을 맞췄다. 그는 “악수할 때 손을 높게 들지 않는 것, 뒷짐 질 때의 손가락 모양까지 세심하게 따라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작에 지칠 법도 하지만 늘 전작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는 이성민은 요즘 ‘조미모남’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아침에는 ‘미스터 주’, 저녁에는 ‘남산의 부장들’”이라고 홍보하느라. “아이들과 함께하면 ‘미스터 주’, 부모님 모시고는 ‘남산의 부장들’” 식으로 연신 두 영화를 짝짓더니 “‘미스터 주’의 유일한 반려작은 ‘남산의 부장들’”이라며 우스개를 던졌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브렉시트·나토 무력화에 흩어지는 유럽… 더 복잡해진 ‘생존셈법’

    브렉시트·나토 무력화에 흩어지는 유럽… 더 복잡해진 ‘생존셈법’

    31일 英 공식탈퇴… EU, 27개국 체제로 존슨 총리 ‘대영제국’ 회귀를 꿈꾸지만 스코틀랜드 분리 등 연방 갈등 큰 숙제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도 여전히 변수 ‘뇌사’ 나토 무용론, 트럼프가 불 댕겨 중동 문제 개입 두고 또다시 갈등 확산 잇단 동맹체 균열로 유럽국 혼돈의 길 인류 최초로 전쟁을 통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국가가 통합하는 역사를 보여 준 유럽연합(EU)이 결국 분열을 눈앞에 두게 됐다. 바로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유럽공동체(EC)의 새로운 이름으로 1994년 1월 출범한 EU는 오는 31일 예정대로 브렉시트가 시작되면 영국이 빠진 27개국의 연합 체제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유럽의 현안은 브렉시트만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고립주의 행보와 맞물려 창설 70년 만에 무용론에 휩싸였다. 특히 ‘70살 생일잔치’나 다름없었던 지난해 12월 초 정상회의는 인류 역사상 최대 군사동맹 체제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회원국 간 갈등과 이기주의로 점철되며 미래를 암울하게 했다. 브렉시트가 경제동맹체로서 유럽의 한계를 드러냈다면, 나토 문제는 안보동맹체로서 유럽의 위기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EU와 영국 ‘합의 이혼’… 세부 협상 1년 걸릴 듯 기존 EU 회원국으로서의 법률을 국내 법률로 대체하는 브렉시트 법안이 지난 9일(현지시간) 하원과 20일 상원을 통과하며 영국과 EU는 ‘합의 이혼’을 눈앞에 두게 됐다. 상원 표결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돼 하원에서 다시 표결을 시도해야 하지만, 영국의 EU 탈퇴는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영국은 31일 당일 보리스 존슨 총리의 대국민연설이 예정돼 있는 등 대영제국 시대로 되돌아갈 꿈에 한층 들떠 있는 모습이다. 2월부터 시작하는 브렉시트 전환 기간에 영국과 EU는 무역협정 체결 등 양측 관계를 재설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존슨 총리는 가능한 한 빨리 이 협상을 끝내기를 원하지만, EU는 현실적으로 올해 말까지 마무리 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이먼 코브니 아일랜드 부총리는 BBC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EU는 존슨 총리가 설정한 ‘시간표’가 지나치게 야심 차다고 경고해 왔다”면서 “협상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U로부터 홀로서기에 나선 영국이지만, 이제는 스코틀랜드 등 영연방들의 ‘각자도생’ 문제를 풀어야 할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존슨 총리는 지난해 12월 조기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의 과반 확보를 이끌며 승리를 거뒀지만, 그와 같은 결과가 영국 모든 지역에 걸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스코틀랜드 지역의 59석 가운데 48석을 휩쓸었고, 이를 바탕으로 분리독립을 위한 새로운 주민투표를 추진할 태세다. EU 전문 매체 EU옵서버는 “12월 조기총선은 스코틀랜드와 영국이 정치적으로 확연하게 다른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 줬다”면서 “브렉시트가 이뤄지더라도 EU에 남고 싶어 하는 스코틀랜드의 친(親)유럽적인 정치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 14일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분리독립 주민투표 요구를 공식 거부하며 이 같은 움직임을 일단 차단했다. 지난해 브렉시트 협상의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였던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도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영국은 앞서 자국령 북아일랜드가 법적으로 영국 관세 체제 적용을 받지만, 실질적으론 EU 관세규칙과 절차를 따르도록 EU와 협상을 마무리한 바 있다. 하지만 가디언은 올해 말까지 북아일랜드 관련 특별 협정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담긴 영국 싱크탱크 정부연구소(IFG)의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IFG는 이 보고서에서 북아일랜드 관련 탈퇴 협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 영국과 EU 간 사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렉시트는 나머지 EU 회원국들에도 위기감을 주고 있다. 영국이 향후 미국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관계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유럽의 또 다른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같은 상황을 예상했다는 세계적인 국제정세분석가 조지 프리드먼은 최신 저서 ‘다가오는 유럽의 위기와 지정학’에서 EU의 다음 문제를 독일과 다른 EU 국가 간 갈등이라고 예측했다. EU는 이미 2008년 금융위기을 겪으면서 독일과 채무불이행 상황에 놓인 남유럽국가 간 마찰을 경험했다. 프리드먼은 EU가 앞으로 독일과 나머지 유럽 국가들 간 경제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실과 마주할 것이라며 “점점 통합을 유지하기 힘든 지점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6일 유럽의회 녹색당 의원인 스콧 아인슬리는 “EU를 탈퇴하겠다는 또 다른 회원국이 나오기 전에 우리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70년 美·유럽 군사동맹도 붕괴되나 2008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무력 병합 당시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던 나토의 모습을 보면 ‘뇌사 상태’라는 자조 섞인 비판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터키의 시리아 공격이 나토와의 사전 상의 없이 이뤄졌다는 것을 문제 삼으며 “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일갈했는데, 이미 12년 전부터 나토는 러시아 경계지역 문제 등에 제대로 개입하지 못했다. ●잔칫상 재 뿌린 트럼프… 유럽은 ‘동상이몽’ 오래전부터 잠복해 있던 나토 회원국 간 문제는 지난해 70주년 정상회의를 통해 수면 위로 터져 나왔다. 정상회의 시작 전부터 마크롱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설전을 주고받았고, 정상회의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총생산(GDP) 2% 이상 방위비 지출 약속을 지킨 회원국들과 따로 오찬을 하는 독자 행보를 이어 갔다. 나토는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서 중국의 군사대국 부상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새로운 결의를 발표했다. 하지만 잇따른 서진(西進) 행보 등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도 대응하지 못하는 나토가 새로운 공동의 적을 만든다고 달라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올해 나토 내 갈등을 다시 표출시킨 또 다른 이슈는 바로 중동 문제다. 이란과의 갈등이 커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가 중동에서 더 많은 비용과 부담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나토는 추가 파병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격 이후 회견에서 “나토가 중동 지역의 안정과 국제 테러리즘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동의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테러리즘에 대한 최선의 방법은 동맹군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병력을 훈련시켜 스스로 테러리즘과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나토에 중동에서의 부담 규모를 구체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지난해 정상회의에서 이미 사분오열한 나토 유럽국가들이 이 같은 트럼프의 압박에 맞서 단일대오를 형성할지는 미지수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 클라우디아 마요르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에 “방위동맹체로서 나토는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지역의 도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동맹국들 간에도 현재 현안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할지, 심지어 나토가 (이 같은 분쟁지역에)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끊이지 않는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당신의 단톡방은 안녕하신가요?”

    끊이지 않는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당신의 단톡방은 안녕하신가요?”

    잊을만 하면 반복되는 ‘단톡방 성희롱’···왜?피해자 트라우마 되는 가해자의 말 한 마디전문가들 “우리 사회가 가벼이 여기지 않음을 보여줘야”“여러분의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은 안녕하신가요?” 지난해 11월 청주교대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사회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일부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동기 여학생들의 사진을 올리고 외모를 평가하거나 “엉덩이를 만지고 싶다”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뒤다. 단톡방에서는 돈을 걸고 외모 투표도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뒤에서 자신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톡방 성희롱은 청주교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경희대 의대, 충북대,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여러 학교에서 비슷한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외부로 알려지지만 않으면 된다. 사적인 이야기라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대화가 재미있는 농담이 아닌 주변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범죄 행위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복되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멈추려면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밀한 우리만의 대화?…단톡방 성희롱 왜 반복되나 “퇴폐업소 에이스 같다”, “XX 받아먹고 싶다” 같은 교양 수업을 듣는 여학생들을 상대로 일부 충북대 남학생들이 나눈 단톡방 대화 중 일부다. 지난해 12월 피해 학생이 학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공론화됐다. 가해 학생들은 “이거 알려지면 사망이다”, “우리 쓰레기다” 등 자신들의 성희롱적 발언들이 공개되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듯한 대화도 나눴다. 같은 동아리 동기들을 상대로 “핥고 싶다”거나 “OO랑 XX랑 모텔 가나봐” 등의 성희롱적 대화를 나눈 경희대 의대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학내 학생 자치기구인 인권침해사건대응위원회(대응위)에 따르면 이들은 “(문제가 될 내용을) 다 같이 삭제하자”고 말하거나 실제로 주기적으로 증거인멸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단톡방 성희롱은 공공연히 이뤄졌다. ‘우리끼리’라는 단톡방의 은밀한 속성이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범죄라는 생각을 무뎌지게 한 탓이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의 대화는 걸리지 않을 것이다’ 혹은 ‘우리끼리 이야기일 뿐인데 왜 문제 삼느냐’는 등의 안일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친한 사람들끼리 뭉치는 단톡방의 속성상 또래 사이 이견을 제시하면 따돌림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휩쓸려 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속성 때문에 단톡방 성희롱은 외부로 드러나기 쉽지 않다. 2018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가 발표한 상담통계에 따르면,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서 적용될 수 있는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죄와 관련된 상담은 전체의 19%에 달했다. 하지만 서승희 한사성 대표는 “단톡방 성희롱 중 밝혀진 것은 0.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사적 공간이라는 단톡방의 특성상 내부고발 없이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경희대 의과대학 남학생들의 성희롱 대화 역시 해당 단톡방에 소속된 한 학생의 제보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가해 학생들과 다시 수업에서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과 폐쇄적인 의대 사회 내에서의 인식 등을 이유로 사건 신고 취하와 재접수를 반복했다고 한다. 여러 번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인식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 대표는 “가수 정준영(31)씨의 단톡방 사건이 터졌을 때조차 일부 네티즌은 ‘사적 대화를 왜 검열하느냐. 사생활침해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면서 “단톡방 성희롱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여성을 성적 도구화하는 문화가 여전히 팽배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윤지영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을 “여성을 성적으로 품평하고 다른 남성에게 공공연히 전시하는 행위가 ‘센 남자’, ‘강한 남자’임을 입증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왜곡된 남성 문화”라고 설명했다.●피해자의 트라우마가 된 가해자의 ‘농담’ 자신이 성희롱 대화의 대상이 된 사실을 뒤늦게 안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지난해 11월 군인권센터는 국군간호사관학교 일부 학생들이 동기 여생도를 상대로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은 단톡방의 존재를 공론화했다. 센터에 따르면 일부 남생도들은 남자 연예인의 공연에 환호하는 여생도들을 보고 “회음부간호 X되게 하겠네” 등의 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 11명 중 1명은 퇴교 조치, 나머지는 4~7주의 근신 처분을 받았지만 상처는 여전히 남았다. 학교 측의 미흡한 대처와 공론화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학내 분위기가 원인이 됐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생도들을 모아 두고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음담패설은 성적 희롱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대처가 미흡했다”면서 “주변에서도 ‘이 정도 했으면 되지 않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여 여생도들이 오히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학내 징계 절차가 2차 가해가 되기도 한다. 피해자 처지에서 납득되지 않을 정도로 징계 수준이 낮거나 가해 학생과의 철저한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2018년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심층 인터뷰를 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 A씨는 “가해 학생 8명이 받은 징계 중 가장 높은 수위는 정학 5개월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군입대와 자발적 휴학 기간이 정학 기간에 포함된다는 사실은 A씨를 더욱 무력하게 만들었다. A씨는 “징계가 나오자마자 바로 다음 학기에 군대로, 해외로 가는 가해자들을 보며 ‘믿을 곳이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미정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학교에서는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의 징계 수위를 알리지 않는 등 징계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례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단톡방 성희롱’은 성범죄가 아니다? 학내 징계를 넘어 법적 대응에 나서는 피해자들도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사례 대부분은 성범죄에 속하지는 않는다. 당사자가 없는 단톡방 내에서 성희롱이 이뤄지는 경우는 성폭력특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진희 변호사는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톡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성적 농담을 하고 음란물을 보내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유발했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톡방 내 사람들이 밖에 있는 특정 대상을 희롱하기 위해 일종의 ‘뒷담화’를 나눈 것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청주교대 가해 학생들 2명 역시 최근 모욕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자 측 변호인인 로펌 굿플랜의 강현 변호사는 “핵심은 모욕죄 구성요건 중 하나인 단톡방의 내용이 제삼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지는 공연성”이라면서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볼 때 충분히 모욕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을 가지 못하고 은둔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은 피해자들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가해 학생들의 예비교사로서의 자질, 윤리의식 등에 대해 더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법적으로 단톡방 성희롱도 새로운 성폭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지영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 역시 변화된 플랫폼 문화 안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여성대상 성폭력으로 인정하고 성폭력특례법 안에서 처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들도 성폭력 피해자로 신분보장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가해자에 대한 처벌수위도 높아질 수 있고 피해자들도 지원서비스를 더욱 더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 변호사 역시 “성희롱 사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고 그 유형도 다양해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성희롱을 법적으로 성범죄의 영역으로 볼 지 등 입법론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조건 처벌 규정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보다 중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다. 전문가들은 공론화를 통해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더는 우리 사회가 방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인지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계속 해야 한다”면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 사회가 이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영 교수도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용기 있게 내부고발을 한 남성들을 새로운 남성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학교에서도 피해자 관점에서 학교가 이 문제를 예의주시한다는 선례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동의 없는 가명정보 활용 합법화 개인 보호·기업 효율 사이 딜레마

    동의 없는 가명정보 활용 합법화 개인 보호·기업 효율 사이 딜레마

    정부가 가명 처리된 개인 정보의 산업적 활용을 허용한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의 실행을 앞두고 하위법령 마련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데이터 3법은 기업이 신원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가명 처리된 개인정보를 개인 동의 없이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산업계에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산업의 촉매가 될 것이라고 환영하고 있지만, 정보인권에 대한 보호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채 지난 9일 법률 개정이 이뤄져 시민단체 등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어 데이터 3법 후속 조치 계획을 발표했다. 새로 도입되는 ‘가명정보’의 활용범위, 데이터 결합 방법과 절차 등을 명확히 해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담기로 했다. 이르면 오는 7월 데이터 3법 시행 전까지 후속 입법을 서두르고자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2~3월 마련하고 3~4월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아울러 유럽진출 기업들의 부담을 덜도록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적정성평가 절차도 법 시행에 맞춰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개인정보 활용 환경이 급변하게 된다. 현재는 개인 동의를 받아야만 개인정보를 쓸 수 있지만 앞으로는 법이 정한 수집 목적에 부합하면 동의 없이도 가명정보를 통계 작성, 산업적 목적을 포함하는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법 해설서를 개편해 가명정보 처리 목적의 구체적 예시를 제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A회사가 성인병과 운동량의 상관관계 연구에 쓸 목적으로 가명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허용하고, 가명정보를 데이터 브로커 등이 판매하는 행위는 금지한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 일부를 삭제하거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하는 방법으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된 정보다. 가령 ‘32세 홍길동’이란 개인정보를 ‘43세 이팥쥐’로 바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하는 식이다. 개인을 보호하려면 정보를 많이 가려야 하고, 기업이 정보를 유용하게 쓰도록 하려면 좀 더 완화된 형태의 가명화가 필요해 보호와 활용 사이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윤종인 행안부 차관은 “일방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위주로만 흐를 것이라는 판단은 예단”이라며 “보호를 더 잘함으로써 활용이 강화되는 쪽으로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감독은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한다. 법안은 개인을 알아볼 목적으로 가명정보를 재식별하면 연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해 기업이 가명정보를 오남용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의료정보는 워낙 민감한데다 추가 정보를 입력했을 때 재식별될 여지가 있어 정부는 특별법 제·개정도 고려하고 있다. 윤 차관은 “의료분야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특정의료정보는 가명 처리를 못하도록 하는 등 입법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유재수 구하기’ 백원우·박형철 직권남용 공모관계에 무게

    ‘유재수 구하기’ 백원우·박형철 직권남용 공모관계에 무게

    법조계 일각 “김경수는 증거불충분” 관측 조국 측 “공소 내용 허구성 재판서 밝힐 것” ‘하명수사’도 임종석·황운하 조사만 남아23일로 예정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들도 속속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모양새다. 지난 8일 고위간부 인사에 이어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된 만큼 검찰은 수사팀 전면 교체를 염두에 두고 수사에 막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사 대상자의 부임 시기인 다음달 3일 전까지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 등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유재수(56·구속 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조만간 백원우(54)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52) 전 반부패비서관을 조국(55·불구속 기소) 전 법무부 장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공범으로 기소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유 전 부시장 감찰이 중단된 과정에서 책임자를 어느 선까지로 볼 것인가를 고심하며 마무리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일단 김경수 경남지사 등 청와대 감찰라인이 아닌 외부 인사보다는 조 전 장관과 함께 직접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을 감찰하고 살핀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의 공모관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외부 인사인 김 도지사 등이 전화한 것만으로 직권남용을 할 고의가 있었는지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수사팀은 보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은 특히 유 전 부시장이 구명 운동을 펼쳤다고 지목된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과 조 전 장관 사이에서 백 전 비서관이 주요 통로가 됐다고 보고 있다. 감찰 업무의 주무 비서관이었으면서도 “유 전 부시장 감찰을 중단하라”는 윗선의 요구에 결국 응하고 만 박 전 비서관도 공범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조 전 장관 측 김칠준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백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이 억울하니 사정을 들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이를 조 전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이는 민정비서관의 업무”라고 주장했다. 또 외부로부터 유 전 부시장에 대한 부탁을 받았거나 그의 거취와 관련해서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검찰의 공소제기 내용이 허구임을 재판에서 밝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도 사실상 임종석(54)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황운하(58)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에 대한 조사만 남겨 둔 상태다. 임 전 실장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황 전 청장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의 핵심 책임자로 각각 꼽힌다. 검찰은 임 전 실장과 황 전 청장에게 소환조사에 응할 것을 통보했으나 이들은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일정을 협의하지 못해 출석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3일 인사를 통해 관련 수사팀 교체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점을 노려 조사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전날 12시간가량 송철호(71) 울산시장을 조사하며 확보한 자료와 진술들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새로운 수사팀에 전달할 수 있게 그동안의 수사 자료를 총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미스터리 제왕의 과학 에세이?… 히가시노 게이고 ‘사이언스?’

    미스터리 제왕의 과학 에세이?… 히가시노 게이고 ‘사이언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해외 작가의 자리에서 10년 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을 낸 일본 미스테리의 제왕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 출간된 에세이집만 3권인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최근 출간된 에세이집 ‘사이언스?’(현대문학)은 그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잡지 ‘다이아몬드 LOOP’와 ‘책의 여행자’에 연재했던 짧은 글들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추리소설 작가이자 이공계 출신 전직 엔지니어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들려주는 생활 밀착형 과학 이야기를 표방한다. 제목에 붙은 물음표처럼 본격 과학 이야기는 아니다. 환경 오염, 기술을 악용하는 지능 범죄의 출현, 저출산 문제 등 현대사회가 직면한 과학적 이슈들에 대한 가벼운 에세이라고 보는 게 맞다. 특히나 히가시고 게이고의 팬이라면 궁금해할 법한 집필 뒷이야기들이 재밌다. 예를 들면 동료 문인들 사이에서 이과 출신 작가로서 느끼는 이질감(‘이공계는 장점인가′), 이른바 ‘커트앤드페이스트’(데이터의 일부를 잘라내어 다른 위치에 붙이는 일’) 방식으로 원고를 썼던 작가가 별 거부감 없이 육필에서 워드프로세서로 갈아탄 일화(‘도구의 변천과 창작 스타일’) 등이다. ‘과학기술은 추리소설을 변화시켰는가′라는 대목에서는 과학기술의 진보로 달라진 추리소설을 조망한다. 그 대표 주자는 바로 휴대전화의 보급이다. 작가는 ‘중요 인물과 아깝게 엇갈리거나 연락할 수 없는 상황에 몰아넣는 것’이 ‘휴대전화가 등장해 몹시 까다로워졌다’(25쪽)고 말한다. 이같은 전개는 독자들에게 ‘있을 수 있는 일’로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기술의 진보가 추리소설을 쓰기 힘든 환경을 만든 건 아니라고 작가는 말한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지능 범죄들이 숱하게 탄생한 탓이다. 15~17년 전에 쓰여진 에세이들이라 다루는 소재들이 지금과의 시차가 느껴지는 건 좀 아쉽다. 그러나 세상 만사로 뻗어가는 추리소설 작가의 논리회로, 스키 등 스포츠를 향한 그의 남다른 열정 등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면면을 보는 재미가 있다. 232쪽. 1만 3000원.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브렉시트 닮은 멕시트…갈라진 英 여론

    브렉시트 닮은 멕시트…갈라진 英 여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놓고 둘로 나뉘었던 영국의 여론이 또다시 양분됐다. ‘로열 패밀리’ 해리·메건 부부의 독립선언, ‘멕시트’(메건의 왕실 탈출)를 두고 나뉜 영국 내 여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사라 샌즈는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쓴 기고문에서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문화전쟁’이 해리 부부의 독립선언으로 다시 불붙었다고 전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해리 부부의 모습이 왕실의 문제가 아닌 한 젊은 부부가 가진 스트레스 등 정신적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여론처럼 멕시트에 대한 시각도 정치성향에 따라 나뉜다. 뉴욕타임스는 영국이 유럽연합에 남기를 바랐던 젊은층과 진보층은 상대적으로 해리 부부에 동정적인 반면, 브렉시트 지지자나 보수층은 이들에게 부정적이라고 보도했다. 전통보다는 개인의 자유가 중요한 입장에서는 해리 부부의 결정에 찬성하지만, 보수층은 왕실이라는 조직의 ‘권위’에 거슬리는 행동을 지지하기는 어렵다.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조직에 대해 기여도나 충성심이 약한 개인을 보는 것처럼 이들 해리 부부의 독립선언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브렉시트와 멕시트 모두 이민 문제에 대한 영국 사회의 상반된 시각이 투영된다는 점도 비슷하다. 브렉시트의 경우 동유럽 등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본 계층은 이에 찬성했고, 반대로 이민 문제에 열린 입장을 가진 이들은 영국의 EU 잔류를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이민에 열린 사고를 가진 이들은 캐나다 등 북미에 가서 살겠다는 해리 부부의 입장에 찬성한다. 반면 EU와 결별한 뒤 국민여론을 단속할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해리 부부와 같은 갑작스런 이탈 움직임이 그리 달갑지 않다.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작가 아푸어 허시는 “영국의 민족주의적 정체성과 대영제국에 대한 향수를 가진 이들이 브렉시트를 지지했는데, 이런 사람들이 (해리부부에 대해) 적대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1997년 다이애나를 죽음으로 내몬 황색언론의 지나친 취재관행이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어머니의 비극을 경험한 뒤 트라우마를 가진 해리 왕자는 자기 가족에 대한 영국 언론의 지나친 관심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앞서 8일 해리 왕자 부부는 왕실에서 재정적으로 독립하고, 영국과 북미를 오가며 살겠다는 ‘폭탄 선언’을 한 뒤 여왕은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해리 왕자의 직위나 공무 수행 문제, 재정독립 방법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터키서 에게해 건너던 난민선 가라앉아 어린이 8명 등 11명 참변

    터키서 에게해 건너던 난민선 가라앉아 어린이 8명 등 11명 참변

    여덟 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열한 명의 이민 희망자들이 터키 서부 에게해 해상에서 보트가 가라앉는 바람에 익사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빚어졌다. 터키 해안경비대는 11일(이하 현지시간) 밤 8시 30분쯤 바다로부터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보니 에게해를 사이에 두고 그리스 치오스 섬과 마주 보는 휴양 도시 체스메 해상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해 다른 여덟 명은 구조됐지만 열한 명이 희생됐다고 밝혔다고 국영 통신이 전했다. 사고 지점은 치오스 섬으로부터 15㎞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었다. 치오스 섬에는 이미 몇천 명의 이민 희망자들이 수용 한계를 넘겨 수용돼 전혀 위생적이지 않은 여건에서 지내고 있다고 영국 BBC는 12일 전했다. 희생자들의 국적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터키는 유럽에 건너오려는 이민 희망자들이 주요 기점으로 삼는 곳이며 대부분 그리스로 건너와 유럽에 첫발을 내딛는다. 이 때문에 인신매매되거나 위험한 바닷길을 건너 목숨을 위협받는다. 2016년에도 터키는 유럽연합(EU)의 재정 지원을 받는 대가로 이민과 난민 유입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터키를 통해 유럽 땅을 밟으려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대다수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시리아 등 분쟁과 내전, 정치적 박해가 횡행하는 곳이다. 터키 당국은 지난해 지중해를 건너려고 시도한 6만명 정도를 구금하고 있고, 인신매매에 연루돼 체포된 사람만 9000명에 이른다고 아나돌루 통신은 전했다. 터키는 이미 난민 400만명에게 문을 열어줘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민 숫자를 거느리거 있는데 그 중 시리아 난민만 360만명이 넘는다. 한편 터키의 참사가 일어나기 몇 시간 전 다른 이민 보트가 그리스의 팍시 섬 남서쪽 이오니아 해상에서 침몰해 적어도 열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스 관리들은 스물한 명은 구조됐으며 얼마나 많은 인원이 배에 타고 있었는지 밝혀내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국적과 연령 역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사이다] 90년대생 정당이 온다, ‘누구나 매월 60만원’ 내건 기본소득당

    [사이다] 90년대생 정당이 온다, ‘누구나 매월 60만원’ 내건 기본소득당

    “선거 때만 위하는 척하는 기성 정치인들에게 요구하기도 지쳤습니다. 이제 저희가 직접 나설래요.” 여성, 비정규직 종사자, 백수가 절대다수인 정당 탄생이 임박했다. 오는 19일 중앙당 창당대회로 공식 출범하는 기본소득당의 이야기다. 기본소득당 창립준비위원회는 지난해 9월 발기인대회를 시작으로 약 100일 만에 중앙선관위 등록 요건을 갖추는데 성공했다.‘누구나 매월 60만 원’ 창당 당원들의 평균 연령은 27세, 20대 총선 당선자 평균 연령인 55.5세에 비하면 딱 절반만큼 산 나이다. 정치권이 규정한 청년이 아닌 진짜 날 것 그대로 청년이 모인 이 당의 요구는 명료하다. 누구나 매달 60만 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당명을 기본소득당으로, 슬로건을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로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5가지 종류의 기본소득 개념을 제시했다. 시민 기본소득, 탄소 기본소득, 토지 기본소득, 데이터 기본소득, 정치 기본소득이다. 생태 환경 자원과 인공 자원을 사회구성원의 ‘공통부’로 인식해 모두에게 무조건 배당하자는 개념이다.기본소득당 창준위 용혜인(30) 대표는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이 한국사회에서 어색한 이름이잖아요. 당명이라고 하면 자고로 ‘민주, 자유, 평화, 정의, 평등’과 같이 큰 이야기가 들어가야 될 것 같지만 의제나 내용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이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기본소득당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 “기본소득으로 만들고자 했던 사회를 위해 계속 정치활동을 할 계획이며 기본소득 외에도 마땅히 모두의 몫으로 돌아가야 할 것들이 많다”면서 기본소득이 기본소득당이 추구하는 가치의 출발점임을 설명했다. 기본소득당 창준위는 1년에 약 360조 정도의 세금으로 모든 국민에게 매월 6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최저생계급여가 60만 원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하고 시민배당(30만 원), 탄소배당(10만 원), 토지배당(20만 원)을 기준으로 삼아 제안한 금액이다.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전국 10여 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청년들에게 지급 중인 청년수당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서울 기본소득당 신민주 상임위원장(33)은 “부모 소득을 물어보는 질문에 가정폭력이나 부모의 사망으로 인해 답할 수 없는 청년들도 분명 존재한다”며 청년수당을 신청시 직접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총선을 향해 바쁘게 달려가는 기본소득당 창준위원들은 “의석수 확보는 물론 진보와 보수를 넘어 ‘기본소득 지지세력’이라는 제 3지대를 이번 총선을 통해 형성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목표와 포부를 밝혔다. 박지은 PD jieun1648@seoul.co.kr
  • 저작권 양도 논란 ‘이상문학상’ 수상자 공개 무기한 연기

    저작권 양도 논란 ‘이상문학상’ 수상자 공개 무기한 연기

    문학사상사 “소통을 통해 개선하겠다” 문학계, 출판사 전횡 비판 목소리 높아 계약서상의 저작권 양도를 둘러싸고 수상 거부 논란을 빚은 제44회 이상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전격 연기됐다.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사는 6일 낮 12시로 예정됐던 수상자 공개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전날부터 불거진 우수상 수상 거부가 원인이 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수상 거부자는 김금희·최은영·이기호 작가다. 이들은 계약서상에 ‘단편 저작권을 출판사 측에 3년간 양도하고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표제작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조항을 문제 삼았다. 김 작가는 지난 4일 트위터에 “수정 요구를 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표제작으로는 쓰게 해 주겠다고 했는데 내가 왜 그런 양해를 구하고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적었다. ‘경애의 마음’, ‘너무 한낮의 연애’ 등의 소설을 쓴 김 작가는 현대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이 작가도 6일 페이스북에 “우수상이라는데 3년 동안 저작권 양도 이야기를 하길래 가볍게 거절했다”며 “비단 이 문제뿐만 아니라 작가의 권리가 특정 회사나 개인에 의해 침해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비판했다. 문학사상사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계약서상에는 3년이라 명시했지만, 개인 작품집 출간 시기가 수상집 출간 시기와 겹치지만 않는다면 양해해 왔다”며 “대상에 한해서는 계속 유지됐던 조항이고, 후보작에 한해서는 지난해 부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가들이 느끼는 불합리함을 알게 됐으니 향후 소통을 통해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학계에서는 출판사 측의 전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명인 문학평론가는 이날 페이스북에 “다른 메이저 출판사들의 경우에도 작가들에게 강제하는 유무형의 강제나 불이익은 없는지 살펴보고 적절한 대응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작가단체에서 조사하고 문제 삼았어야 할 일을 작가 개인이 감당하고 있어 안타까운 노릇”이라고 썼다. ‘이상문학상’은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77년 문학사상사가 제정했다.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수상작과 후보작을 매년 초 ‘이상문학상 작품집’이라는 작품집을 통해 발표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하루 6시간, 주 4일 근무...’꿈의 직장’ 추진하는 핀란드 30대 총리

    하루 6시간, 주 4일 근무...’꿈의 직장’ 추진하는 핀란드 30대 총리

    30대 여성 총리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핀란드 총리가 하루 6시간, 주 4일 근무를 골자로 한 탄력근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EU 전문매체 ‘뉴유럽’은 2일(현지시간) 산나 마린(34) 핀란드 총리가 노동자의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Work and Life Balance)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마린 총리는 “근로자가 가족 및 연인과 함께 취미, 문화생활 등 삶의 다른 측면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마린 총리는 지난해 교통커뮤니케이션 장관 재직 시절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줄기차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린 총리는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도 근로시간 단축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핀란드는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가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리 안데르손(32) 교육장관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안데르손 장관은 “근로시간 단축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여성 지도자의 집권 스타일의 문제를 떠나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행보”라고 지지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핀란드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555시간, 주당 근로시간은 30시간 정도다. 마린 총리는 여기서 주당 근로시간을 6시간 더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 같은 총리의 행보에는 인접 국가인 스웨덴의 선례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은 주 40시간인 근무시간은 주 30시간으로 줄이기 위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2015년 2월 스웨덴 제2 도시 예테보리는 ‘스발테달렌’이라는 노인요양원 간호사 68명을 대상으로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임금은 동일하게 유지했다. 실험 결과 간호사의 병가 사용 일수는 줄고 환자들 건강은 호전됐지만, 추가 고용에 따른 비용 지출이 늘어났다. 초반에는 비용 부담에 대한 불안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예테보리 시의회는 2년 후 “직원의 건강이 호전된 것은 물론, 행복지수와 생산성도 높아졌으며 환자의 만족도도 높아졌다”라고 밝혔다. 고용률이 높아지고 세수도 늘었다. 한편 2018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993시간, 주당 38.2시간 정도로 OECD 국가 중 뒤에서 3번째로 길었다. 일본(1680시간)보다 313시간, OECD 평균(1734시간)보다 259시간 더 일한 셈이다. OECD 회원국 중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긴 나라는 멕시코(2148시간)이었으며, 그다음은 코스타리카(2121시간)였다. 다만 주52시간 근무제 도입과 더불어 ‘워라밸’ 중시 문화가 반영되면서 초과근로 시간은 줄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일, 가정 양립 지표’를 보면 2019년 초과근로 시간은 9.5시간으로 전년(10.1시간) 대비 0.6시간 감소했다. 근로자의 월평균 초과근로 시간이 10시간 아래로 떨어진 건 1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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