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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인 포커스] 우크라 총리지명자 티모셴코

    지난해 연말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의 결과를 뒤엎은 ‘오렌지혁명’의 주인공은 역전승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빅토르 유시첸코지만 이를 이끌어낸 총감독은 올해 44세의 작지만 불같은 여인이었다. 24일 우크라이나의 새 총리로 지명된 율리아 티모셴코가 바로 그녀. 지난해 11월21일 대통령선거에서 유시첸코가 부정선거 시비 끝에 패배한 것으로 선언되자 티모셴코는 그 작은 체구 어디에서 그같은 격정이 솟구칠 수 있을까 놀랄 정도로 격렬한 저항에 나섰다. 불법선거를 뒤엎기 위한 총파업을 호소하는 그녀의 불같은 웅변에 유시첸코의 지지자들은 너나 할 것없이 거리로 나섰고 정부청사와 의회 점거로 이어진 이들의 시위는 한달여만인 12월26일 치러진 재선거에서 유시첸코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지난 23일 유시첸코가 취임연설을 위해 연단에 섰을 때 ‘유시첸코’를 외치는 환호와 함께 ‘티모셴코’,‘율리아를 총리로’라는 외침이 거의 비슷한 정도로 쏟아져 나올 만큼 그녀는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같은 인기에는 2000년 인터넷 조사에서 우크라이나의 섹스 심벌로 뽑힐 만큼 빼어난 그녀의 매력적인 미모도 한몫했다. 그러나 높은 인기 못지 않게 그녀에 대한 반대도 거세다. 무엇보다도 많은 부정부패 의혹이 그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 아래에서 ‘통합에너지시스템’ 사장과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그녀는 부총리로 재직하던 2001년 사업비리가 불거지면서 쿠치마와 결별했다. 그후 에너지부 장관 시절 공문서를 위조, 수백만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고 러시아 검찰은 그녀에 대한 국제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티모셴코는 모든 의혹을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탄압으로 일축하면서 정면돌파했다. 그녀는 총리로서 자신의 첫 과제는 예산을 재검토하고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노력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美 “중동에 역사적인 날”

    |워싱턴 이도운특파원|9일 실시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선거에서 온건파인 마무드 아바스 PLO의장이 선출된 데 대해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민주적 장래를 위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날은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 전체에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매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항구적인 민주 정부를 수립하려는 팔레스타인 인민의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점령지역에서의 철수 계획을 이행하고 ▲중동국가들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아랍, 유럽연합(EU)도 모두 아바스의 당선을 환영하면서 중동 평화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dawn@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①삼성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①삼성그룹

    어느 시대에나 나라와 집단을 움직이는 인맥은 있다. 과거 권위주의적인 시절에는 권력 중심의 인맥이 조명을 받았지만, 요즘은 자본을 토대로 형성된 인맥집단이 눈길을 모은다. 지난해 말 단행된 주요 그룹 인사에서 창업자의 2,3세들이 사장이나 임원으로 속속 승진하면서 재계의 ‘가계도’가 주목받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다. 사실 재계의 인맥과 가계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계급간 갈등이 악화되는 현실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발전해 왔듯이 90년대 이후 재벌가문의 인맥도는 정략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의 주요 그룹들이 창업에서부터 2세,3세로 내려오면서 어떻게 가업을 승계해 왔고, 총수와 더불어 대그룹을 일군 주역들이 누구인지를 주 1회씩 연중 기획으로 조명해 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후원자인 메디치가, 근세유럽 최고의 명문가로 알려진 합스부르크왕가, 미국의 케네디·부시가 등 서양에는 그 사회가 인정해 주는 명문가가 있다. 한국에도 수백년 내력의 명문가문이 존재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존재가 미약하다. 대신 일제치하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자본을 축적한 ‘재계 명문가’들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권력이 최우선이었던 시대가 지나고 금력의 위력이 커질수록 재계 명문가의 위상도 커지고 있다. 재계 명문가를 일군 창업주들은 대부분 좋은 집안 출신도 아니고 고등교육을 받지도 못했지만 대를 내려오면서 후손들은 명실상부한 상류층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한국의 몇 안되는 ‘상류층 클럽’의 최정점에 재벌 2,3세들이 서 있고 또 그 정상에는 삼성가의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데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이 일군 ‘삼성가’는 오늘날 대한민국 재계의 대표 가문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1938년 29세때 자본금 3만원과 은행자금 20만원으로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만주에 청과물과 건어물을 수출하고 제분업을 병행하면서 1년 만에 두배의 이익을 거뒀고 이를 토대로 연산 7000석 규모의 ‘조선양조장’을 매입하며 삼성의 기틀을 세웠다. 현재 삼성은 자산규모 92조원으로 공기업인 한국전력에 이어 2위다. 하지만 지난해 자산을 꾸준히 늘려 올 4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가 나면 명실상부한 재계 1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매출 136조원, 세전이익 19조원이라는 경이로운 경영성과를 이뤄냈다. 직접 수출만 527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2542억달러)의 21%를 차지했다.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한때 120조원을 넘었다가 현재 94조원에 달한다.2위인 LG그룹(36조원)과 비교해 보면 그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삼성은 또 CJ, 신세계, 한솔, 새한그룹과 연결돼 있고 중앙일보그룹, 보광그룹과도 인연을 맺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신세계 5조 2000억원(21위),CJ 4조 9000억원(23위), 한솔 3조 4000억원(36위), 중앙일보·보광 1조원 등을 더하면 ‘범 삼성가’의 자산은 106조 5000억원에 달한다. ●다양하지만 화려하지 않은 혼맥 이런 위상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혼맥은 의외로 담백하다. 특히 이건희 회장대로 내려오면서 특별한 집안을 ‘간택’하지 않았다. 이미 재계 최고의 반열에 올라선 삼성가로서는 더 이상 혼맥을 통해 뭔가를 기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병철 회장 사후 삼성은 91년 11월 신세계와 전주제지(한솔),93년 6월 제일제당(CJ),95년 7월 제일합섬(새한),99년 중앙일보 등을 독립시키며 세포분열을 거듭했다. 새한을 제외하고는 각자의 영역에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병철 회장은 8명(3남 5녀)이나 되는 자녀를 분가시켰지만 명성만큼 화려한 혼맥은 아니었다. 이맹희씨가 그의 회고록에서도 밝혔듯이 이 회장은 혼사를 통해 권력층과 줄을 잇는 체질이 아니었다. 다만 자유당 시절 법무장관과 내무장관을 역임한 고 홍진기씨 집안과 사돈(이건희 회장)을 맺은 것이나 둘째딸 숙희씨를 LG의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3남인 구자학씨에게 시집보낸 것 정도가 눈에 띈다. ●비운의 장손가, 화려한 부활 장남 이맹희씨는 어릴 적부터 약조가 돼 있던 손영기 전 경기도 지사의 딸 손복남씨와 결혼했다. 한때 17개 계열사 경영을 맡으며 장남의 역할을 다했지만 일찌감치 그룹 경영에서 발을 빼야 했다. 맹희씨의 존재는 항상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묻어둔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 등의 회고록에서 “고 이병철 회장이 제일제당·제일모직 등 ‘제일’자 계열과 안국화재(현 삼성화재)를 나에게 넘기기로 했었다.”고 발언,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맹희씨는 현재 대구와 부산을 오가며 살고 있다. 당대에 이루지 못한 맹희씨의 꿈은 지난 2002년 장남인 이재현씨가 CJ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어느 정도 풀렸다. 고려대 법대 출신인 이 회장은 삼성과 무관한 씨티은행에 공채를 통해 입사했다. 그러나 이병철 회장이 제일제당 경리부로 자리를 옮기도록 했다. 그는 이후 93년 잠깐 현재 이재용 상무 자리인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이사로 일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제일제당과 함께 했다. 이 회장은 비록 CJ그룹이 삼성그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 차이가 나지만 삼성가의 장손으로 그 위상이 만만치 않다. 이병철 회장의 부인인 박두을 여사도 2000년 타계하기 직전까지 서울 장충동에서 이 회장과 함께 살았다.87년 이병철 회장 장례식때 영정을 들고 앞장선 사람도 이 회장이었다. CJ그룹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미국에 머물던 이 회장의 누나인 미경씨를 CJ엔터테인먼트,CJ CGV,CJ미디어 및 CJ아메리카 담당 부회장에 임명했다.CJ는 이 회장의 외삼촌 손경식 회장이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새한의 도전과 좌절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인인 이영자씨와 연애 결혼한 차남 창희씨는 91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비사건(사카린 불법유통사건)으로 한때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고 67년 삼성이 인수한 새한제지(전주제지) 이사로,68년에는 삼성물산 이사로 일했지만 그룹 경영에서는 한발 비켜서 있었다. 창희씨는 고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와세다대 동문이다. 창희씨 사후 새한은 부인 이영자씨를 회장으로 97년 새 CI를 선포하며 독립그룹으로 발을 내디뎠지만 곧바로 경영위기를 겪고 만다.2000년부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했는데 채권단에 따라 ㈜새한 계열과 새한미디어 계열로 나눠졌다. 새한미디어는 현재 론스타로의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새한은 99년 일본 도레이사와 3대7 합작을 통해 도레이새한을 출범시켰다. 2000년 지분을 채권단에 양도한 이영자 전 회장과 아들인 이재관 전 부회장은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한은 삼성의 분가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몰락하고 말았지만 혼사만큼은 화려했다. 장남 재관씨는 동방그룹 김용대 회장가의 딸인 희정씨와 중매로 결혼했다. 재관씨는 ㈜동방 주식 1만 6000여주를 갖고 있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재찬씨는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딸인 선희씨, 재원씨는 김일우 서영주정 사장의 딸과 결혼했다. 막내딸인 혜진씨도 조내벽 전 라이프그룹 회장가로 시집갔다. ●글로벌 삼성을 만든 이건희 회장 3남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2대 회장이 된 것은 유교적 전통과 장자승계가 원칙인 한국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은 70년대에 이미 ‘3남 후계’ 방침을 확정했다. 이병철 회장은 ‘호암자전’에서 “장남 맹희는 주위의 권고와 본인 희망대로 그룹 경영을 일부 맡겨 봤지만 6개월도 못가 맡겼던 기업은 물론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면서 “창희는 그룹 산하의 많은 사람을 통솔하고 복잡한 대조직을 관리하는 것보다는 알맞은 회사를 건전하게 경영하고 싶다고 희망해 희망대로 해주었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와세다대 1학년때 중앙매스콤을 맡아보라고 했더니 본인도 좋다고 했는데 조지워싱턴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그룹 경영에 차츰 참여하기 시작했다. 내가 겪은 기업경영이 하도 고생스러워 중앙일보만 맡았으면 하는 심정이었지만 본인이 하고 싶다면 그대로 놔두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양녕대군, 효령대군 대신 3남인 충녕대군(세종)을 택한 태종의 결단과 닮은 꼴이다. 87년 11월19일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뒤 12일 만인 12월1일 삼성의 2대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7년 만에 삼성의 차원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 회장이 취임한 1987년 매출 13조 5000억원과 비교하면 14년 만에 매출이 10배로 늘어났다. 세전이익은 1900억원에서 19조원으로 100배나 늘었다. 원달러 환율이 100원 이상 절상된 올해도 삼성은 매출 140조원, 세전이익 14조 600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이 회장의 ‘신경영 전도사’라는 평가를 받는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최근 이 회장의 ‘17년 경영’을 이렇게 평가했다. “반도체 투자 같은 천문학적인 액수는 보통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한때 잘나갔던 일본 반도체 업체들도 CEO들이 결단을 내리지 못해 투자시기를 놓쳤다. 반면 삼성은 이 회장이 전략을 제시하고 투자를 결정해 줌으로써 강력한 리더십이 생긴다. 계열사 사장들은 회장의 비전 제시를 책임감 있게 충실히 이행하고 구조본은 이 과정에서 정보분석 등 보좌업무를 수행한다. 삼성의 힘은 이같은 ‘3각 경영시스템’에서 나온다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사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이 ‘우리 회장’을 진심으로 따르고 승복하니까 이같은 영향력이 나오는 것이다.” 이 회장과 홍라희 여사의 만남은 부친들끼리 미리 약조가 돼 있는 상태에서 66년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처음 이뤄진 뒤 7개월 뒤인 67년 5월 결혼으로 이어졌다. 홍 여사는 당시로는 큰 키(165㎝)에 미모와 지성을 갖춘 재원으로 이후 한국 재계의 ‘퍼스트레이디’로 자리매김했다. 서울대 미대(응용미술학과) 출신인 홍 여사는 79년 막내 윤형씨를 낳고 난 뒤인 83년 현대미술관회 이사로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67년 삼성으로 시집온 뒤 이건희 회장의 후계구도가 확정된 71년부터는 삼성그룹의 사실상 ‘안방마님’이었지만 서열상으로 엄연히 형님(맹희·창희씨 부인)들이 있고 위로 시누이가 넷(인희·숙희·덕희·순희씨)이나 있어 편하기만 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홍 여사는 85년부터 98년까지 친정아버지(고 홍진기씨)가 회장으로 있는 중앙일보 상무로 재직했다.95년 호암미술관장으로 취임한 홍 여사는 96년에는 삼성문화재단 이사장까지 맡았지만 98년 이사장직을 남편인 이 회장에게 돌려줬다. 지난해 4월 현대미술관회 부회장으로 선임됐고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 옆에 국내 최고 수준의 미술관인 ‘리움(Leeum)’을 개관, 관장으로 취임했다. 해외활동도 활발해 93년부터 CIMAM(국제근현대미술박물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 현대미술박물관 국제이사회 회원, 영국 테이트갤러리 국제이사회 회원이다. 이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96년 프랑스 문학예술훈장인 ‘코망되르’를 받았고 2003년에는 제57회 자랑스런 서울대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딸들의 맹활약 삼성가는 딸들의 경영활동이 활발하기로 유명하다.5명의 딸 가운데 덕희(숙명여대)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화여대 출신이다. 장녀인 이인희씨는 경북지방의 대지주였던 조범석가로 시집갔다. 남편인 조운해씨는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 원장·이사장 및 병원협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도 맏사위 자격으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일부 갖고 있다. 인희씨는 91년 삼성에서 분리,92년 한솔그룹으로 이름을 바꾸며 새 출발했다. 한때 계열사가 16개에 이르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현재는 8개 계열사로 줄었다. 장남인 조동혁 회장에 이어 현재 그룹 경영은 3남인 조동길 회장이 맡고 있다. 차남인 조동만 전 한솔PCS 회장은 PCS 사업매각 관련 비리로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차녀인 숙희씨는 LG가로 시집을 갔다. 남편인 구자학씨는 해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제일제당, 동양TV 이사, 호텔신라 사장, 중앙개발 사장 등 처가에서도 활발한 경영을 펼쳐 눈길을 끈다. 그는 삼성이 전자사업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본가로 돌아간 뒤 금성사 사장,LG반도체·LG건설 회장 등 굵직한 자리를 맡다 지난 2000년 외식산업인 ‘아워홈’을 갖고 독립했다. 지금도 LG가에서 구자학 회장은 ‘구씨답지 않게 낭만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인물’로 회자된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삽입형 생리대인 ‘탐폰’을 국내 처음으로 내놓는 등 여성적인 섬세함은 ‘LG가’보다는 ‘삼성가’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숙희씨의 아들 본성씨도 한때 삼성 계열사에서 일했다. 딸인 명진씨는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인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과 결혼했다. 3녀 순희씨는 대학교수와 결혼,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4녀 덕희씨는 삼성가의 고향인 경남 의령의 대지주 이정재씨 집안으로 시집갔다. 마산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온 남편 이종기씨는 중앙일보 부회장, 제일제당 부회장을 거쳐 삼성화재 회장까지 지내다 은퇴했다. 그는 지금도 삼성전자 주식 8만주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큰손’이며 동서인 조운해씨와 마찬가지로 에버랜드 주식도 갖고 있다. 삼성가의 딸들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은 5녀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 회장의 시아버지는 4·5대 국회의원과 삼호방직·삼호무역 회장을 지낸 정상희씨로 남편인 재은씨가 차남이다. 남편인 정재은씨는 경기고·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수학한 엘리트. 삼성항공·삼성종합화학 부회장, 삼성전기 회장, 삼성전자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삼성그룹에서 맹활약하다 분가와 함께 삼성을 떠났고 현재 신세계 고문직을 갖고 있다. 신세계가의 후계자인 정용진 부사장은 미스코리아 출신 고현정씨와 결혼했다가 2003년 이혼했다. ●최고의 사돈감,‘소박한’ 결혼 이건희 회장은 홍 여사와의 사이에서 재용(삼성전자 상무), 부진(호텔신라 상무보), 서현(제일모직 부장), 윤형(학생)씨를 낳았다. 이재용 상무는 경복고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거쳐 일본 게이오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마쳤다.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며 차분히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중장기 전략담당인 이 상무는 최근 소니와의 7세대 LCD(액정표시장치)합작사인 ‘S-LCD’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S-LCD는 삼성과 소니가 ‘명운’을 걸고 시작한 사업. 차기 CEO로 꼽히는 구타라기 겐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이사로 내세운 소니는 삼성측에 이 상무의 이사 등재를 특별히 부탁했다. 이 상무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첨단기술에 관심이 많아 혼자서도 사업장을 둘러보고 관련 전문가들에게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등 열심히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는 평이다. 이 상무는 98년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장녀인 세령씨와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당시 ‘미원-미풍 전쟁’을 벌였던 삼성과 대상이 사돈을 맺었다는 점과 연세대(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었던 세령씨의 빠른 결혼, 영호남 대표기업의 혼사 등이 화제를 모았었다. 임씨는 삼성가 며느리라는 지위 외에도 ㈜대상 주식 10.22%를 보유하고 있는 등 만만치 않은 재력을 자랑한다. 세령씨의 서문여고 동창들에 따르면 학창시절부터 말수 없이 조용한 데다 미모를 갖춰 일찌감치 ‘최고의 신부감’으로 꼽혔다고 한다. 지난해 초 호텔신라 상무보로 승진한 부진씨는 연세대 아동학과 출신으로 99년 삼성 계열사의 평범한 회사원 임우재씨와 결혼했다. 임씨는 현재 삼성전자 소속으로 미국 유학중이다. 미국 뉴욕의 패션전문학교 파슨스 출신인 둘째딸 이서현 제일모직 부장은 2000년 동아일보 사주인 김병관 회장의 차남인 재열씨와 결혼했다. 재열씨는 지난해 초 제일모직 상무로 승진했다. 아직 미혼인 막내 윤형씨의 배필이 누가될지 벌써부터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화여대 불문과 98학번인 윤형씨는 지난해 싸이월드에 개설한 미니홈피가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었다. 당시 윤형씨는 재벌가의 딸답지 않는 소탈하고 귀여운 글을 많이 남겨 ‘삼성가’에 대한 세인들의 궁금증을 어느정도 풀어줬다. 지금은 활동이 중단됐지만 ‘다음’의 윤형씨 팬카페(이뿌니 윤형이네) 회원수가 1만 2000여명이 넘을 정도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이씨가와 홍씨가 LG가 구씨-허씨의 ‘합작품’이라면 삼성은 이씨와 홍씨가 함께 이끌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 홍진기 회장의 장남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최근 각을 세워왔던 노무현 정부의 주미대사로 내정됨에 따라 현 정권과 중앙일보, 삼성가로 이어지는 관계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과 고 홍 회장의 인연은 4·19 직후 홍 회장이 3·15 부정선거와 관련해 옥고를 치르고 있을 때 이 회장이 면회를 가면서 시작됐다. 전 국무총리 신현확씨의 소개로 이뤄졌는데 신현확씨도 이후 삼성물산 회장까지 지내며 삼성과 돈독한 인연을 유지했다.87년 이병철 회장 사후 이건희 부회장을 2대 회장으로 추대한 회의도 신현확씨가 주재했다. 홍 회장은 65년 라디오서울(동양방송 전신) 개국 4개월 뒤 경영을 맡았는데 80년 신군부에 동양방송을 ‘강탈’당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오늘날의 중앙일보를 일궈냈다. 홍 회장이 삼성그룹에서 직접 경영한 것은 중앙일보(66∼67년,68∼86년)밖에 없지만 그가 삼성에 끼친 영향은 말로 다하기 어려울 정도다. 삼성의 언론사업에는 비화가 있다.‘호암자전’과 ‘삼성 60년사’에 따르면 이병철 회장은 60년대 초 정계 투신을 결심했었다. 기업가의 사회적 공헌이 전적으로 무시되고 오히려 ‘부정축재자’,‘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한비의 국가 헌납 등)에 환멸을 느낀 이 회장이 직접 정치를 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1년간의 고심 끝에 정치보다는 언론사업을 택했다. 이른바 ‘정권은 유한하지만 언론은 무한하다.’는 세간의 ‘이치’를 일찌감치 간파한 셈이다. 홍 회장은 이병철 회장의 타계 직전인 86년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이 회장은 조사를 통해 “당신은 내 일생을 통해 제일 많은 시간을 접촉한 평생의 동지요, 삼성을 이끌어 온 같은 임원이요, 사업의 반려자였고, 가정적으로는 나의 사돈이었다.”며 진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관·언·재의 홍씨 4형제 홍씨 가문은 네 아들을 뒀는데 하나같이 훤칠한 용모에 좋은 머리를 갖고 있다. 주미대사로 내정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미 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의 엘리트로 30대(39세)에 세계은행(IBRD)의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이후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등 정부쪽 일도 수행했다. 홍 회장은 삼성코닝 상무·부사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뛰다 99년 중앙일보의 계열분리를 계기로 중앙일보 회장에 취임했다.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신문협회(WAN) 회장에 올라 국제사회에도 그 이름을 알렸다. 홍 회장의 장인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고 신직수씨다. 사시 18회인 둘째 홍석조 인천지검장은 경기고,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서울지검 남부지청장(현 남부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홍 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홍 지검장의 부인은 양택식 전 서울시장의 동생 양기식씨의 딸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인 홍석준 삼성SDI 부사장은 86년 미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삼성코닝 이사로 입사했다.95년 삼성전관(현 삼성SDI) 상무로 이동, 기획홍보팀장을 거쳐 2002년 부사장(경영기획팀장)으로 승진했다.‘로열 패밀리’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꿰고 있을 정도로 자상한 면모를 갖고 있다. 선친때부터 살아 온 서울 성북동 집을 지키고 있다. 4남인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 오너 경영을 본격화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홍 회장은 79년 제13회 외무고시에 합격, 외무부 의전과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홍 회장 역시 형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95년 외무부 기획조사과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한 홍 회장은 보광 상무이사로 경영활동에 뛰어들었다. 제8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 대한스키협회 부회장, 한국광고업협회 부회장, 서울대 기성회 회장 등 외부활동도 활발하다. 보광그룹은 아직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편의점인 보광훼미리마트, 자판기 유통업체인 휘닉스벤딩서비스, 보광창업투자,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 문화상품권 발행사인 한국문화진흥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PDP(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 부품업체인 휘닉스PDE, 반도체 관련 업체인 휘닉스디지탈테크, 반도체패키지 제조업체인 STS반도체통신 등 전자 계열사들은 사돈기업인 삼성전자, 삼성SDI 등과 거래가 활발하다. 특히 지난해 코스닥에 등록된 휘닉스PDE는 홍 회장이 13.89%, 홍석조 인천지검장, 홍석준 삼성SDI 부사장, 홍라영씨가 나란히 10.89%를 보유해 눈길을 끈다. 홍씨가의 주력은 중앙일보 그룹이지만 실제 ‘자금줄’은 보광그룹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앞으로 보광이 주요그룹으로 성장한다면 정·관계, 언론계를 주름잡은 이 가문이 재계에서도 능력을 검증받게 된다. 막내인 홍라영씨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둘째아들인 철수씨와 결혼했다. 노 전 총리의 장남 경수씨는 현대산업개발 정세영 명예회장의 큰딸 숙영씨, 차녀 혜경씨는 ㈜풍산 류진 회장과 결혼했다. 이대 불문과, 미국 뉴욕대 예술경영학 석사 출신인 라영씨는 95년 삼성문화재단 기획실로 입사, 현재 삼성미술관 부관장직과 한국박물관협의회 부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ukelvin@seoul.co.kr ■ 이병철 회장의 경영어록 ●“사장이라고 하더라도 잘 모르는 경우에는 가리지 말고 물어봐야 한다. 그렇게 해서 2∼3년이 지나면 물어보는 횟수가 차츰 줄어들 것이 아니겠는가. 나 역시 혼자 삼성 전체를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 전체가 과거 오랫동안의 경험을 살려서 움직여 나가는 것이다.”(1983년 6월 반도체회의) ●“인재제일, 인간본위는 내가 오랫동안 신조로 실천해온 삼성의 경영이념이자 경영의 지주이다. 기업가는 인재양성에 온갖 정성을 쏟아야 한다. 인재양성에 대한 기업가의 기대와 정성이 사원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에 전달되어 있는 한 그 기업은 무한한 번영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1982년 10월 기고문) ●“사람을 관찰해 보면 세 부류가 있다. 첫째 어려운 일은 안 하고 쉬운 일만 하며 제 권위만 찾아 남만 부리는 사람, 둘째 얘기를 해도 못 알아듣는 사람, 셋째 알아듣긴 해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1982년 9월 사장단 오찬회의) ●“모든 설비투자계획에 있어서 5년 정도만 내다보고 세우지 말고 10년 이상 50년 정도의 장기 안목 위에서 세워야 한다.”(1977년 6월 삼성조선 건설현장) ●“미국에서는 사람의 후천적 교육에 치중하고 소질은 별로 평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나는 선천적 소질 내지는 능력에 60%를 두고 교육에 40%를 둔다. 사람은 노력 여하에 따라서 달라진다. 하지만 아무나 노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은 따로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1976년 6월 ‘재계회고’) ●“일이 잘돼 나갈 때 오히려 다가올 불행을 각오해야 한다. 기업가도 뜻하지 않은 좌절을 겪어본 기업가가 좌절을 모르고 자라난 기업가보다 훨씬 더 강인한 기업경영 능력을 갖고 있다.”(1975년 9월 ‘최고 경영자와의 대화’) ■ 이건희회장의 경영담론 ●“그동안은 세계의 일류 기업들로부터 기술을 빌리고 경영을 배우면서 성장해 왔으나, 이제부터는 어느 기업도 우리에게 기술을 빌려 주거나 가르쳐 주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기술 개발은 물론 경영 시스템 하나하나까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자신과의 외로운 경쟁을 해야 한다.”(2005년 1월3일 신년사) ●“반도체 사업 진출 당시 경영진들이 ‘TV도 제대로 못 만드는데 너무 최첨단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우리 기업이 살아남을 길은 머리를 쓰는 하이테크산업밖에 없다고 생각해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반도체에서 시기를 놓치면 기회손실이 큰 만큼 선점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2004년 12월 반도체 30년 기념식) ●“4∼5위에서 2∼3위로 가는 것하고 2∼3위에서 1위로 가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2003년 11월 휴대전화사업 격려 자리에서) ●“행정규제, 권위의식이 없어지지 않으면 21세기에 한국이 일류 국가로 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1995년 4월 중국 베이징 특파원 오찬간담회) ●“선친이 장사하는 것을 보며 세살 때부터 주판을 갖고 놀았다. 정치보다 장사를 잘 알고 거기에 맞는 사람으로 키워졌다. 난 양복과 잠옷만 있고 중간 옷이 없다. 잠옷 입고 있는 시간이 더 많은데 잠옷을 입고 정치할 수는 없지 않으냐.”(94년 10월 마이클 헤슬타인 영국 상공부 장관과 만찬자리에서 정치 참여에 대해) ●“변하는 것이 일류로 가는 기초다. 앞으로 5년이면 회장 취임 10년인데 10년 해서 안 된다면 내가 그만두겠다. 자기부터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누라하고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라.”(93년 6월 신경영 선포)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열린세상] 산업과 통상,정책연계 필요하다/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참여정부의 산업정책은 산업 발전의 공동적 기반으로서 혁신을 지향하고, 다양한 정책수요에 부응한 맞춤형 산업지원을 시장적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점, 그리고 혁신과 시장적 접근에 따라 초래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통합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과거 어느 정부의 산업정책보다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을 실제 정책으로 추진함에 있어 보완할 점으로는 우선 기능적 접근으로서 기술혁신 역량을 확충한다고 할 때 구체적으로 어떠한 산업군에 대해 이루어지고 산업간의 연관관계는 어떠하며 일자리 창출과의 연계고리는 어떠한지 등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측면에서 통상정책과 산업정책의 연계 필요성을 지적하고 싶다. 최근 정부는 칠레 및 싱가포르와의 FTA를 끝내고 일본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들과의 FTA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아세안,EFTA와 협상이 시작되고 인도, 캐나다, 메르코수르, 러시아 등과의 공동연구도 예정되어 있으며 멕시코와는 이미 공동연구가 진행중이다. 여기에다가 미국, 중국,EU 등 거대경제권과의 FTA도 검토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70%에 이르는 우리 경제의 구조로 볼 때 적극적인 FTA 추진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하겠다. 그러나 많은 경우 FTA 대상국의 선정과 내용의 확정에 있어 농업을 포함한 산업구조 조정 및 정책과의 연계가 보다 긴밀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FTA든 DDA든 기본적으로는 관세를 철폐해서 무역을 자유화하자는 것인데 문제는 관세철폐가 전세계, 전품목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별, 상품별로 시간적 차이를 두고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특히 FTA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스스로 추진하는 무역자유화이기 때문에 협정 체결 상대국의 선택이나 자유화 품목 및 기간의 선택에 있어서 DDA의 경우보다 훨씬 많은 재량이 주어지며 따라서 어떤 국가와 먼저 체결하느냐, 어떤 상품에 대해 먼저 관세를 철폐하느냐에 따라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이처럼 관세철폐를 수반하는 통상정책은 그 자체가 강력한 산업정책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산업정책적 측면에서의 고려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FTA 체결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있어서도 대상 국가별로 검토하여 정책을 세우기보다는 오히려 산업정책의 큰 밑그림을 토대로 통상·외교 및 기타 측면을 고려하여 FTA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한·칠레 FTA를 예로 들면 정부는 협정 타결을 위해 특별법을 마련해 피해 예상 작목에 대한 보상기금을 마련한 바 있는데 매번 FTA를 체결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보상을 해서는 정부의 부담이 너무나 커질 뿐만 아니라 대상국가에 따라 일관성도 결여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농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 하에서 보상이나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FTA를 추진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예로서 부품·소재 산업 육성과 한·일 FTA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부품·소재의 대일의존 완화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 정책과 한·일 FTA는 상호 모순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부품소재의 대일 의존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일본보다는 미국이나 EU와 FTA를 먼저 체결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일본과 FTA를 추진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이러한 산업정책적 고려가 얼마나 깊이있게 검토되었는지 의문이다. 글로벌화된 경제 여건 속에서, 그리고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선진 경제권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제한된 자원을 어떠한 부문으로 집중시켜야 할지에 대한 방향제시와 여건조성은 향후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산업측면의 깊은 검토가 이루어져야만 그 토대 위에서 통상정책이 올바르게 추진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통상정책과 산업정책의 연계가 매우 중요해지는 것이다. 통상정책은 튼튼한 산업정책의 기반 위에서 추진될 때만이 국민적 지지와 추진력을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 [세계경제 나아질까] 테러·고유가 복병…4%대 성장

    [세계경제 나아질까] 테러·고유가 복병…4%대 성장

    올해 세계경제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테러위협과 고유가, 달러약세 등 불안한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경제기관들은 2005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위축될 것이라는 데 같은 의견이다. 그러나 내용은 견실, 경제성장률이 과거 5년간의 평균치(3.5%)를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소비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가 및 고용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자신뢰지수가 지난 11월 현재 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저금리와 감세정책 등 경기부양효과의 약발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수지와 경상수지의 쌍둥이 적자도 미 경제에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견인력 약화 IMF는 미국 경제가 2004년 4.3% 성장한 뒤 올해에는 이보다 떨어진 3.5%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은행,OECD 등 다른 경제기구들도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3%대로 전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도 계속될 전망이다.FRB는 지난해 5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 연방기금 금리를 지난 12월 현재 2.5%로 유지하고 있다. 금리상승이 이어질 경우 그동안 미국 경기를 지탱해왔던 주택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해외 아웃소싱을 선호하고 있어 고용사정도 크게 개선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반면 9·11테러, 회계부정, 이라크 전쟁 등 미국 경제에 충격을 준 돌발사건이 발생해도 성장세를 크게 저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글로벌인사이트가 전망했다. 유럽 전체적으로는 민간소비와 고정투자 등으로 전년도와 비슷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미국과 중국의 소비부진으로 수출에 의존해왔던 유럽 경제의 하향세를 점치는 연구기관들도 있다. ●따로 노는 유럽경제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화 채택 12개국의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8%에서 소폭 오른 1.9%로 전망했다.IMF는 전년도와 같은 2.2%로 예측했다. 양 기관 모두 지난달에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유럽권에서도 국가별 경제성장률 차이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IMF는 독일 1.8%, 프랑스 2.3% 성장을 예상, 서유럽 경제성장률이 전년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국은 경제활성화와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정부주도로 연금, 의료, 노동시장 등의 구조개혁을 실행해왔다. 그러나 아직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신흥시장 국가들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측됐다.IMF는 폴란드는 4.5%, 슬로바키아 4.8%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 가입으로 유럽에 거점을 확보하려는 외국 기업들의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꾸준한 회복세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에서 벗어나고는 있지만 속도가 좀처럼 빨라지지 않고 있다. 민간소비가 꾸준히 늘었지만 고유가와 미국·중국의 경기감소, 정보기술(IT)관련 제품의 재고조정 등으로 지난해보다는 성장폭이 작을 것으로 전망됐다.IMF는 일본 경제가 지난해 4.4%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2.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일본 경제는 상반기에 엔화강세, 고유가 등으로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하반기에는 완만한 회복국면에 접어들어 1.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디플레이션 압력도 올해 중에는 해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도쿄 도심 상업지의 시가총액이 2003년부터 상승세로 전환됐으며 지난해 하반기에는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조금씩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UFJ종합연구소의 다쓰시 시카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수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기대했던 수출마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부진하면서 경기회복 기대가 한풀 꺾인 상태”라고 진단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우크라 유시첸코 시대 열렸다

    26일 실시된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 재투표에서 98.5% 이상의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친서방 성향의 야당 후보 빅토르 유시첸코가 52.3%의 득표율로 43.9%에 그친 여당 후보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를 물리치고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다고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7일 밝혔다. 유시첸코는 앞서 각종 출구조사에서 자신이 최소한 15%포인트 이상 이긴 것으로 나타나자 승리를 선언하고 “우크라이나는 지난 14년간 독립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우크라이나는 자유국가가 됐다.”면서 “오늘 새로운 정치 원년이 시작됐으며, 이것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자 위대한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야누코비치 총리도 “유시첸코가 대통령이 된다면 자신은 강력하고 새로운 야당을 이끌 것”이라고 말해 패배를 사실상 시인했다. 야누코비치는 그러나 문제가 드러날 경우 선거 결과를 법정으로 가져갈 수도 있음을 내비쳐 자칫 이번 대선 재투표를 둘러싼 공방이 장기화할 여지도 남겼다. 유시첸코의 승리가 확정되자 한 달 넘게 키예프 독립광장에서 천막 농성을 벌여온 유시첸코 지지자들은 ‘유시첸코’를 연호하며 폭죽을 터뜨리는 등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독립광장 전체가 유시첸코를 상징하는 오렌지색으로 뒤덮이는 등 키예프는 새 정치시대 개막에 온통 들뜬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선거 부정 의혹에 따른 재투표 실시와 역전 당선이라는 모든 극적 요소 끝에 유시첸코의 당선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우선 유시첸코를 지지한 친서방 경향의 서부와 야누코비치를 지지한 친러시아 성향의 동부간에 분열이 너무 심하다. 유시첸코가 이길 경우 도네츠크주 등 친러 성향의 일부 주들이 분리독립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추측은 벌써부터 나돌았었다. 유시첸코가 이같은 움직임을 어떻게 차단하고 우크라이나를 국민통합 속에 이끌어갈 수 있을지가 최대 과제일 수밖에 없다. 그가 당선되면 가장 먼저 러시아를 방문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기류를 감안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음으론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문제다. 유시첸코는 이 두 가지를 골자로 한 친서방 정책으로 재투표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한편으론 이것이 역설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등지고는 어떠한 일도 진척시킬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유시첸코가 아무리 친서방 성향을 띤다고 해도 당장 경제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는 미국도 유럽도 아닌 러시아이기 때문이다. 까닭에 친러시아 성향의 동부 주민들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차단하더라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EU 가입 등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가입 조건이 까다로워 유시첸코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에도 가입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또 선거에 따른 시위 등 혼란으로 침체기에 있는 경제를 살리는 일도 유시첸코에겐 발등의 불이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오렌지혁명’ 완성될까

    ‘오렌지혁명’ 완성될까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 결선 재투표가 26일 치러졌다.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3시) 시작돼 오후 8시 끝난 선거의 당선자 윤곽은 밤 11시 이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1일 대선 결선 투표 결과, 여당 후보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가 당선됐지만 야당의 빅토르 유시첸코 후보측이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고 서방 진영이 이에 동조하면서 동서분열 등 선거 후유증을 앓았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러시아는 야누코비치 후보 편을 들어 미국·유럽 대 러시아의 ‘힘겨루기’ 양상을 띠기도 했다. 결국 우크라이나 대법원이 선거 무효 판결을 내렸고 이날 재투표가 실시된 것이다. ●유시첸코 우세 전망 인구 4800만명 중 3760만명이 유권자로 등록한 이번 재투표를 앞두고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시첸코가 10%포인트 이상 지지율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두 후보의 TV토론에 앞선 우크라이나 여론정보센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시첸코가 53.3%의 지지율로 야누코비치를 11.6%포인트 앞섰다. 유시첸코가 부정선거 예방을 목적으로 국제사회에 요청한 선거감시단의 활동 강화도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야누코비치는 현 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두며 개혁적 이미지를 새롭게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승부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의사를 밝혀온 유시첸코에 반해 러시아와의 유대관계를 강조해온 야누코비치는 최근들어 나토 가입 찬성 입장을 밝히는 등 서방과의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투표일 직전인 25일 헌법재판소가 최근 개정된 선거법에서 ‘심각한 장애인에 한해서만 재택투표를 허용한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향후 투표의 합법성 논란이 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투표합법성 논란 여지 남아 장애나 고령으로 인해 투표소에 가기 어려운 유권자들의 경우 신청을 받아 재택투표를 모두 허용해야 한다고 헌재가 판결했지만 투표를 24시간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이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노인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야누코비치측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회는 재택투표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자행됐다는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택투표를 제한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헌재 판결의 적용을 받는 유권자는 300만명 가량으로, 지난 결선 투표에서 두 후보간 표 차이가 100만표 미만이었다는 점에서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한편 야누코비치의 텃밭인 동부의 도네츠크주(州) 등이 그가 패배할 경우 분리독립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주지사와 시장의 임면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황장석기자 외신 surono@seoul.co.kr
  • [2004 결산] 북핵·남북관계

    [2004 결산] 북핵·남북관계

    2004년 한반도의 안보정세는 최근의 강추위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었다. 북핵문제는 해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했고, 남북대화도 이렇다할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핵폐기와 체제보장의 선후를 놓고 북·미가 팽팽하게 맞선 데다 미국 대선이라는 초대형 변수가 맞물리면서 불가피하게 초래된 교착국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은 ‘개성공단산’ 냄비 3종 1000세트가 처음으로 생산돼 6시간만에 서울시내 백화점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은 그나마 작은 위안이었다. 지난 1년 동안의 한반도 안보정세를 북핵해법과 남북관계로 나눠 살펴본다. ■ 북핵논란 “미국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으며 검증가능한 해체를 위한 주요 요소를 담은 로드맵을 제안했으나, 북한은 미국안이나 자신들의 안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6자회담이 진행 중이지만 대화를 계속한다는 합의 외엔 거의 진전이 없었다.” 미국 국무부가 작성한 ‘2004 회계연도 평가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실질적인 북핵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에는 이견이 있겠지만, 보고서는 북핵과 6자회담의 현주소를 간결하면서도 설득력있게 진단했다. 보고서는 “북핵 문제의 교착상태가 지속될 경우 위기해소 수단으로서 양자, 혹은 다자협상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이같은 교착상태는 탄도미사일 문제의 진전도 가로막고 있다.”면서, 북핵과 미사일 문제가 정책목표에 ‘미달(below)’했다고 평가했다. 북·미는 지난 6월 3차 6자회담에서 각각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고 실질문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함으로써 본격적인 협상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은 3차회담에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핵의 선 폐기를 전제로, 단계별로 상응조치를 취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놓았다. 상응조치에는 한·중·일·러 4개국의 대북 중유제공, 불가침보장을 포함한 다자안보보장, 비핵에너지 제공, 테러지원국 해제 논의, 국교정상화 등 그간 북측의 요구사항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HEU 존재에 대해 북·미간의 이견도 드러났지만 남북한과 미·중·일·러 등 6개국은 한반도 비핵화원칙 재확인 등을 담은 의장성명을 채택했고,9월 말 이전 4차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비핵화를 위한 초기 단계 조치들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회의를 조속히 개최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하지만 회담 직후 북한은 이례적으로 “회담에서 진전을 가져다줄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는 외무성 대변인의 긍정적인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4차회담을 앞둔 8월23일 “도저히 회담에 나갈 수 없게 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 마주 앉을 초보적인 명분조차 가질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면서 태도 전환의 불길한 전주곡을 울렸다. “북한은 HEU 계획을 인정하고, 리비아 모델을 수용하라.”는 미 네오콘들의 대북 압박 발언, 미 하원의 북한인권법안 통과, 수백명의 탈북자 입국사태, 남한의 핵물질 실험문제 등이 어떻게든 시간을 끌며 더 많은 대가를 받아내려는 북한측에 좋은 빌미가 됐다. 하지만 북한이 6자회담을 중단시킨 보다 근원적인 원인은 미국 대선 상황이었다. 치열하게 맞붙은 미국 대통령 선거전의 와중에 북측 인사들이 부시 행정부의 관리들과 태평스럽게 마주 앉아 핵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기대한 것이 애시당초부터 무리였다고 할 수 있다. 어찌됐건 올 하반기 6자회담이 더 이상 열리지 못했고, 공식적인 북핵 논의도 중단됐다.11월 미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7월 방한 때 “북한은 HEU 계획을 인정하라.”고 목청을 높였던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온건파인 파월 국무장관의 후임으로 지명됐다. 북한으로선 결코 달갑지 않은 사태진전이었다. 이에 북한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6자회담을 연다 해도 아무런 결과물도 없이 공회전만 하게 될 것”이라며 부시 2기 행정부의 정책기조를 지켜보겠다고 선언, 미측에 공을 떠넘겼다. 결국 본격적인 북핵 논의는 해를 넘겨, 빨라야 부시 대통령이 2기 행정부의 대내외 정책기조를 담은 연두교서를 발표할 새해 1월20일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 남북관계 통일부 인터넷 홈페이지(unikorea.go.kr)에 접속하면 첫 장에 ‘대북정책초점’이란 제목 아래 ‘남북관계 추진현황’이 뜬다. 그때그때, 적어도 월 1회 이상 업그레이드되던 이 자료가 ‘9월 말 현재’에서 멈춰 섰다. 올해 남북관계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개성공단 관련 협의를 제외하고는 9월 이후 추가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을 만큼 남북 당국간 공식 대화가 끊겼다. “올해 6월까지만 해도 북남관계는 좋게 발전하고 통일분위기는 어느 때 없이 고조됐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인터넷판에 게재한 올해의 남북관계에 대한 총평이다. 조선신보는 두 차례의 경제협력추진위원회(3월 서울,6월 평양)와 6월 장성급회담에서의 합의서 채택,6·15공동선언 발표 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 등 당국 및 민간교류 등을 성과로 꼽았다. 특히 4월 말 용천역 열차폭발사고 이후 남측에서는 동포애가 발휘되고 정부와 민간이 지원사업을 추진했으며,8월 아테네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선수들이 공동입장한 점을 들었다. 7월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불허를 시작으로 탈북자 대거 입북, 남한 핵물질 실험 등이 불거져 나오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여기까지의 평가와 진단은 있는 그대로 옮겨 적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객관적이다. 하지만 다음 대목부터 사정이 달라진다.“남한은 말로는 협력이요, 뭐요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에 가담해 북남대결을 격화시켰다.” 남북관계가 하루아침에 수포로 돌아간 것은 남한이 민족의 협력보다 미국의 입장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조선신보의 이런 일방적 결론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북한이 때때로 이런 억지주장과 함께 빗장을 걸어 잠그기 때문에 정상회담이니 장관급회담이니 하는 갖은 회담과 교류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진전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8월3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을 비롯해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무산됐다. 장성급회담에서 합의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또한 중단됐다. 이후 단 한 차례도 당국간 회담이 열리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경협 프로그램만은 착실하게 진행됐다. 북측은 외화관리 및 광고, 부동산 등 개성공단 사업을 위한 법적 인프라를 구축했고, 전력공급 협상도 타결하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다. 이 결과 리빙아트는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개성공단산’ 냄비 3종 1000세트를 생산하며 남북 경협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금강산 관광사업도 육로관광이 2003년 9월 시작된 이후 꾸준히 나아져 숙소가 모자라 관광객을 받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남북을 잇는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연결사업도 모든 공사를 마치고 개통식만 기다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핵문제 해결 지연과 미국의 대통령 선거 등의 요인으로 인해 북한이 대남·대외정책에서 유연성을 보이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정부는 새해 부시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핵의 돌파구를 열어나가면서 동시에 남북관계도 병행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철 통일·안보전문기자 ickim@seoul.co.kr
  • 김한규·룽융투 한·중 전문가 대담

    김한규·룽융투 한·중 전문가 대담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지난 3년 동안에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세계 경제지도를 바꿔 놓았다. 급부상하는 중국과 어떻게 상생의 보완적 경제협력관계를 지속시켜 나갈 수 있을까. 지난 7일부터 시작된 ‘한·중지도자 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룽융투(龍永圖) 버오 아시아포럼 대표와 김한규 21세기 한·중교류협회 회장의 대담을 통해 한·중 경제현안과 ‘동반상승’을 위한 방안을 진단했다. 룽 대표는 전 중국 상무부 부부장을 지낸 대표적인 대외통상 전문가로 1992년부터 10년 동안 WTO 가입 협상 대표를 지냈다. 룽융투 대표 11일로 중국의 WTO 가입이 3돌을 맞는다.3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은 25%, 교역액은 5000억달러에서 1조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시장이 조기 개방되면 자동차산업, 농업 등 일부 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반대했던 가입 불가론자 설득도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론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시장개방이 확대되면서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기회가 늘고 중국과 한국의 무역량이 급성장하는 계기도 됐다. 두 나라 무역액의 1000억달러 돌파도 2006년쯤이면 조기 달성이 가능하다. 모두 WTO 가입 덕이다. 김한규 회장 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의 투자환경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다만 워낙 국토가 넓다 보니 중앙과 지방, 각 지방 사이의 제도, 관행 등 투자환경 차이가 적지 않다.‘지방정부는 경제적 독립국가’란 말을 실감할 정도다. 법적·제도적 일관성과 투명성 확보가 꾸준히 확대돼야 한다. 무엇보다 한·중 양국이 상생의 상호보완적 발전의 길을 찾아야 한다. 공동연구·생산 및 시장공유의 원칙 아래 원자력·항공기 분야에서 양국이 시도했던 ‘협력의 제도화’가 좋은 예다. 룽 대표 동감이다.‘협력의 제도화’는 양국관계에서 필요하다. 교역량 급증, 보완적 분업구조의 확장 등 경제가 일체화되고 있다. 따라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중국은 동북아 FTA 체결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농업문제를 비롯해 한·중·일 3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현재는 논의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 유럽연합(EU) 등 각 지역이 무관세 경제공동체로 묶여지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에 뒤지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동북아지역도 FTA를 체결해야 한다. 김 회장 세계적 조류인 지역주의 확산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선 룽 대표와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높은 무역·투자장벽에 부딪혀 앞으로 수출 및 해외투자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동북아 3국은 전세계 GDP의 17.7%, 무역의 13.2%를 차지한다. 하지만 동북아 FTA 체결을 통한 역내 교역확대는 고통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FTA를 언제까지 미룰 수도 없지만 체결을 서둘러서도 안 된다. 룽 대표 제가 대표(비서장)를 맡고 있는 버오 아시아포럼도 역내 교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의 기틀을 닦아 나가자는 취지에서 중국·필리핀·호주 등의 주도로 2001년에 만들어졌다. 아시아인의 목소리를 알리자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 세계는 미국의 목소리만을 들을 수 있었다. 중국 하이난다오 버오에서 매년 열리는데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지도자는 물론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밥 호크 전 호주 총리 등 세계 전·현직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김회장 동북아 경협확대에서 걸림돌은 고립된 북한이다. 경협과 동북아 FTA 진전과정에서 북한 개방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국∼북한∼중국을 연결하는 육로 물자수송로가 개통되면 3국간 교차무역과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유엔개발계획(UNDP) 주관 아래 한국·북한·중국·러시아 등이 추진해 온 두만강개발 사업도 다시 불을 지필 때다. 룽 대표 맞다. 동북아공동체 형성과 협력 심화를 위해선 북한을 동북아지역 공동체 일원으로 끌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에 실질적인 이익을 줘야 한다. 북한은 우수한 인력과 풍부한 자원을 갖추고 있다. 동북아지역 공동체의 진전 차원에서 중국은 에너지·교통·중공업 등에서 북한과의 경협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달 UNDP 베이징 대표와 두만강 개발문제를 협의했는데 사업재개 의지가 확고했다. 북한·중국·러시아 국경이 만나는 두만강 지역에 도로·항만 등을 건설하고 투자 유치로 ‘동북아의 암스테르담’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김 회장 동북아 경협 확대는 역내 평화안정에 기여하고 중국 동북3성, 러시아 연해주 및 시베리아 발전까지 선도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동북아지역 경제공동체의 시너지 효과를 누리려면 먼저 핵 및 대규모 살상무기와 관련한 투명성을 확인하고 군사적 신뢰구축에 가시적인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룽 대표 1985년부터 1년8개월 동안 평양의 UNDP 대표로 근무하며 체험한 것이지만 북한도 여러 차례 개혁·개방 실험을 하며 국제사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오도록 주변 국가들이 도와야 할 때다. 당시 한해 400명이 넘는 북한 관리들이 중국과 동독 등 유럽으로 ‘개혁개방 시찰’을 나가도록 돕고 준비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김 회장 중국은 적어도 몇년 동안은 고속성장을 지속할 것이다.2008년 베이징올림픽,2010년 상하이박람회, 두 행사만도 70조원 이상의 투자 수요가 예상된다. 서부개발, 동북3성 진흥계획을 추진중인 중국은 2020년까지 평균 7% 성장과 GDP 4배(2001년 기준) 확대를 장담하고 있다. 룽 대표 성장하는 중국은 주변 국가들에 기회다. 역내 교역의 잠재력이 충분히 현실화되지 못한 만큼 협력 여지는 많다. 기술력에 바탕을 둔 한국의 첨단제품은 세계시장과 상대적으로 발전한 중국 연해지역에서도 살아 남을 것이다. 반면 중·하위 기술 제품들은 낙후된 중국 중·서부지역으로 무대를 옮겨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 김 회장 무역역조가 한·중 경협 쟁점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지만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빠른 성장으로 부품·플랜트 등의 분야에서 수입대체 효과가 확대되고 있다. 룽 대표 동감이다. 무역역조는 구조적인 문제고 무역관계의 발전속에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다. 수출 구조 및 기술력 차이가 원인인 만큼 무역량 증가, 기술력 차이의 감소 등 몇년 안에 시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룽융투 버오아시아포럼 대표 ▲구이저우대학 영어과 졸업 ▲영국 런던경제대 국제경제학과 수료 ▲중국 상무부(전 대외경제무역부) 국제국 국장 ▲중국 상무부 차관보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 ▲WTO 가입 협상 수석대표 ● 김한규 21세기 한·중교류협회 ▲명지대 행정학과 졸업 ▲미국 캘리포니아대 국제행정학 석사 ▲러시아 국립사회과학원 정치학박사 ▲총무처장관 ▲13·14대 국회의원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 정리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中, EU와 손잡고 美 협공작전

    中, EU와 손잡고 美 협공작전

    |베이징 오일만특파원|‘국제 다극질서’를 모색하는 중국이 EU(유럽연합)와의 전략적 접근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의 일방주의적 세계질서와 대(對)중국 ‘포위전략’을 돌파하면서 미 동맹국인 일본과의 아시아 ‘주도권’ 다툼을 위한 장기 포석이다. 중국의 전통적 외교 노선인 ‘이이제이(夷以制夷·오랑캐를 이용해 오랑캐를 제압한다)’의 현대판 전략인 셈이다. 지난 6일 기업인 100여명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의 중·독 정상회담에 이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7일(현지시간)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7차 중국-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 참석한다. 카를로 참피 이탈리아 대통령도 현재 베이징을 방문 중이며, 지난 10월에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합의했다. 관영 신화사가 6일 “중국은 EU와의 광범위한 현실적 기초를 토대로 활발한 정치·경제외교를 통해 새로운 국제질서를 건설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위안쭝쩌(沅宗澤) 부소장은 “중국과 EU는 상이한 정치체제를 갖고 있지만 ‘구동존이(求同存異·다름 속에 같음을 구함)’의 정신 속에서 전략적으로 손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對)EU 접근에는 ‘위안화(元貨) 외교’가 핵심 수단이다. 경제성장으로 축적된 국부(國富)를 지렛대 삼아 중국시장에 접근하려는 EU국가들을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6일 원자바오 총리는 슈뢰더 독일 총리와 에어버스 여객기 22대와 철도차량 180대 등 13억달러에 달하는 구매계약에 사인했다. 프랑스 시라크 대통령 방중 시에는 에어버스 여객기 26대와 12억 3000만달러에 달하는 철도차량 60대를 사들여 푸짐한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기도 했다. 중국의 이러한 ‘선물 공세’는 단기적으로 EU의 대중 무기금수 해제와 맥이 닿는다.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단행된 EU의 대중국 무기금수 조치를 조속히 해제시켜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이라크 전쟁 이후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EU간의 틈새 속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프랑스와 독일을 ‘자기 편’으로 만들겠다는 계산이 자리잡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6일 슈뢰더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EU의 무기금수령은 냉전시대의 산물”이라며 조속한 해제를 강력히 촉구했고, 이에 슈뢰더 총리는 “독일 내에서도 찬반 논란이 거세지만 나는 금수 해제를 지지한다.”며 중국측에 화답했다. 앞서 중국측의 대규모 구매공세를 받은 시라크 대통령도 비슷한 발언으로 중-프랑스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확인했다. EU 의장국인 네덜란드의 베르나르드 보트 외무장관도 최근 “미국과 인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5년간 유지돼 온 무기금수령을 해제하는 적극적인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밝혀 중국의 기대감을 높였다. oilman@seoul.co.kr
  • 佛 동포간담회 “한국경제 미국이론에 편중”

    |파리 박정현특파원|프랑스를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6일 제시한 메시지는 변화와 진보다. 노 대통령은 프랑스에 무한한 존경심을 표시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모델로 프랑스 혁명과 유럽연합(EU)을 제시했다. ●“파리에서 공부하고 싶다” 노 대통령은 이날 동포간담회에서 “우리 한국의 경제가 너무 미국식 이론에 강한 영향을 받고 있어 약간은 걱정하고 있다.”면서 유럽의 좋은 제도나 사고도 많이 받아들여서 한쪽에 기울어지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균형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아직 미흡하지만 점차 사회 보장을 확대해 가고 사회 안전망을 치밀하게 정비해서 낙오하는 사람을 정부가 확실하게 책임져 나가는 정책을 더욱더 확충할 생각”이라고 복지정책 확대 방침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한국 사회가 경쟁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사회로 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여러 가지 중요한 가치들을 파리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옛날에는 주류라고 하면 언제나 위에 있고, 중심에 서서 힘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면서 “지금은 실력으로 경쟁하는 많은 새로운 세대의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주류로 등장하고 있다.”고 변화를 강조했다.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려고 하느냐 아니냐가 새로운 시대에서 성공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에서)진보의 속도는 세계 최고의 속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도자 개인의 개성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제도와 규범, 공유하는 가치가 뭔지가 중요한 시대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류 발명 역사중 혁명이 가장 훌륭” 노 대통령은 “인류가 발명한 역사 중 가장 훌륭했던 게 혁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프랑스 혁명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하나의 발명이 필요하다.”면서 “강대국과 약소국이 있고 힘의 질서가 지배하고 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만한 역량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성공사례로 유럽연합(EU)모델을 꼽았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자정(현지시간) 소르본(파리 4)대학에서 가진 강연을 앞두고 미리 배포한 자료에서 “나는 프랑스를 존경한다.”면서 “프랑스는 역사의 고비마다 인류에게 창조적 미래를 제시하고, 미래가 실현가능한 것임을 역사로 증명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어 “오늘날 냉전체제는 종식됐지만 세계 도처에는 여전히 분쟁이 있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힘의 질서가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불안이 있다.”고 지적하고 평화와 공존의 가능성을 EU에서 찾았다. 노 대통령은 “EU의 질서를 보면서 프랑스에 대한 존경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면서 프랑스가 강대국임에도 불구하고 패권적 질서를 거부하고 이웃 나라들에 불안감을 주지 않으면서 통합의 질서를 만들어냈다고 진단했다. jhpark@seoul.co.kr
  • 유시첸코 “국제사회 재투표 감시를”

    유시첸코 “국제사회 재투표 감시를”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26일(현지시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를 다시 실시한다고 4일 밝혔다. 여당 후보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가 당선된 것으로 나타난 지난달 21일 결선투표 결과에 대해 3일 대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대규모 시위를 불러온 부정선거 파문이 재투표 실시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야당이 요구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여당이 대통령 권한 축소를 뼈대로 한 헌법 개정안 요구로 맞불을 놓고 있어 이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4일 열린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집권 여당연합의 의원들이 야당측이 내놓은 선거법 개정안의 통과를 막고 10일간 휴회를 선언하자 야당 지지자들은 그동안 요구해온 재투표 실시 요구가 받아들여졌음에도 불구, 정부청사 봉쇄를 풀지 않고 시위를 이어갔다. 빅토르 유시첸코는 선거법 개정안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5일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선거가 투명하게 치러지도록 국제사회가 선거 감시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독립된 감시단을 다시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계 캐나다인 1000여명이 26일의 결선 재투표를 감시하기 위해 고국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시첸코의 야당이 선거 공정성 강화 방안을 담아 의회에 상정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여당측은 대통령의 일부 권한을 의회로 이양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헌법 개정안에 합의할 경우 통과시켜 주겠다고 버티고 있다. 유시첸코는 여당측이 재투표에서 패배할 경우에 대비해 대통령의 권한 축소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이 선거법 개정을 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쿠치마 대통령은 유시첸코가 지난 1일 유럽연합(EU) 중재로 열린 여야 대선 후보 협상에서 선거법과 헌법 개정안의 동시 통과에 합의하고도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물러나기로 약속한 쿠치마 대통령이 측근들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 권한을 강화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은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2006년 총선 때까지는 발효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를 붙여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6일 EU의 중재로 열릴 예정인 후보간 3차 협상에서 선거법 개정안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 온 미국과 러시아는 재투표 결정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 대법원 판결을 가리켜 “우크라이나 국민의 승리”라고 반기면서 선거의 공정성 감시를 위해 유럽 등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보리스 그리즐로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대법원의 결정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편 야누코비치가 아닌 제3의 인물이 26일 결선 재투표에 여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야누코비치가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대법원의 당선 무효 판결로 인해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어 출마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를 대신할 후보로는 대선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한 올렉산드르 모로즈 사회당 대표가 거론된다고 AFP 통신이 5일 보도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美·러 ‘우크라 갈등’ 첨예화

    |키예프 AFP 외신|우크라이나 사태가 재선거로 가닥이 잡혔으나 여야 후보를 각각 지지한 러시아와 미국 및 유럽연합(EU)이 선거방식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서 다시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한 레오니트 쿠치마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야당이 주장한 3차 결선투표에 분명히 반대하면서 서방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지 말 것을 강력히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두 후보만을 상대로 한 결선투표를 치르면 한쪽이 만족할 때까지 3,4차에 이어 25차까지 결선투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선투표로는 어떠한 것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나 EU, 어떠한 국제조직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는 중재만 할 뿐 최종 해결은 우크라이나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여야간 협상을 중재한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도 3차 결선투표를 지지했다. 야당 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는 쿠치마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권력의 원천은 우크라이나에 있으며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비난했다. 그는 “전면적인 재선거를 치르자는 것은 우크라이나 경제를 붕괴시키겠다는 것과 같다.”며 “그같은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쿠치마 대통령은 전면적인 재선거를 주장하며 이를 위해 헌법을 개정하고 현 각료들은 일괄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8명의 법관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대법원은 부정선거 여부에 대한 결정을 3일(현지시간) 내릴 예정이다.
  • 우크라 결선 재투표 합의

    ‘국가분열’의 우려까지 제기됐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대통령선거 재선거와 정치개혁이라는 ‘카드’를 통해 전환점을 맞았다. 대법원도 2일(현지시간) 빅토르 유시첸코 야당 후보가 제기한 부정선거 소송에 대한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상황이 급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를 전격방문했다. 러시아정부 대변인도 “쿠치마 대통령이 실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법원이 부정선거로 결정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여당 후보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의 승리를 취소하고 향후 선거 일정을 논의해야 한다. 앞서 유시첸코 후보와 야누코비치 총리는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일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의 중재로 협상을 갖고 결선 재투표를 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양측은 국가를 쪼갤 수 있는 어떠한 행동이나 폭력사태를 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일정은 대법원 결정이 나온 뒤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유시첸코 후보는 오는 19일 자신과 야누코비치 후보간의 결선투표를 다시 치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쿠치마 대통령은 대선을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실시하자고 맞서고 있다. 솔라나 대표는 유시첸코가 주장한 3차 결선투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 의회는 2차 투표를 통해 내각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야당 지지자들은 ‘승리’로 받아들이며 환호했으나 정부청사 봉쇄를 풀지는 않았다. 야누코비치 총리는 의회 결의가 법적인 효과가 없다며 사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백문일기자 외신 mip@seoul.co.kr
  • 야누코비치도 대선무효 요청

    지난달 치러진 대통령선거 결선 투표 결과를 둘러싼 부정선거 파동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재선거 실시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의회가 대통령 당선자로 공표된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1일(현지시간) 통과시키자 곧 이어 현재 선거부정 심리를 진행중인 대법원이 야누코비치가 야당 후보 유시첸코의 요구와 같이 선거 무효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 대통령인 레오니트 쿠치마 역시 재선거 입장을 천명해온 터여서 새로운 재선거를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야누코비치와 유시첸코, 그리고 쿠치마 대통령은 유럽연합(EU) 등의 중재로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이날 우크라이나 의회는 야당이 제기한 내각 불신임안을 이날 2차 투표에서 450명 정원 가운데 찬성 229명으로 통과시켰다. 의회는 현 정부를 대체할 거국 내각 출범을 공식 요청했다. 앞서 1차 투표에선 불신임안이 부결됐었다. 쿠치마 대통령은 불신임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는 성명을 통해 “의회의 결정은 정치적 상황에 반응한 것이지만 대통령은 헌법을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다.”고 했지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이 의회의 내각 불신임 결정을 거부할 경우 이를 의회가 다시 뒤집기 위해서는 의원 정원의 3분의2 이상이 필요하지만 야당은 과반수에도 못미치는 상황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재선거와 관련해서 유시첸코는 결선 투표를 다시 치르자는 입장이지만 쿠치마 대통령 등은 완전 새로운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쿠치마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양 후보측에 제안한 재선거가 ‘또 다른 결선 투표가 아닌 완전한 재선거’를 의미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었다. 한편 야누코비치의 지지 기반인 동부 도네츠크주(州)가 잠정 연기했던 자치공화국 수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다음달 9일 강행키로 해 우크라이나의 국가 분열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佛대권주자로 뜨는 ‘우파의 별’

    |파리 함혜리특파원|28일 프랑스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중도우파) 총재에 취임한 니콜라 사르코지(49) 경제재무장관은 우파 진영의 ‘떠오르는 별’이자 2007년 대선의 가장 유력한 주자이다. 지난 주 당원 투표에서 85.1%의 압도적 지지로 3년 임기의 총재에 당선된 사르코지는 이날 취임 일성으로 ‘변화’를 강조했다. 헝가리 이민 2세로 22세의 약관에 파리교외 부자 동네인 뇌이쉬르센 시의원에 당선됐으며 38세에 예산장관을 지내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93년 대선 때 에두아르 발라뒤르를 지지,UMP내 시라크 대통령 지지세력으로부터 배척당하기도 했지만 우파의 선거 승리 이후 내무장관을 지내면서 강력하고 단호한 치안정책으로 대중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었다. 사르코지 총재는 이민, 노동 정책 등에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다른 노선을 내세우며 이견을 빚어왔다. 그는 치안, 이민, 국가와 종교 관계 등에서 미·영식 실용주의적 자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나치게 합의를 중시, 진정한 개혁 추진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받는 시라크 노선과는 대조되는 스타일이다. 시라크 대통령과 같은 드골 계보 출신이지만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공공연히 대통령의 주요 정책에 대립각을 세우며 정치적 라이벌로서 입지를 굳혀왔다. 시라크 대통령이 강력 견지하는 정교 분리 정책의 일부 완화를 주장했으며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최근 출간된 저서 ‘공화국, 종교, 그리고 희망’에서는 이슬람 소수민족의 프랑스 사회 통합을 위해 종교적 관용이 필요하다며 교내에서 종교적 상징물 착용을 금지한 정부의 조치에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미디어를 활용한 이미지 관리에도 능숙하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중도우파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76%가 사르코지가 2007년 대선에서 훌륭한 후보가 될 것으로 답할 정도가 가장 인기있는 우파 정치인으로 꼽힌다. 프랑스 언론들은 사르코지 총재의 취임으로 집권당 총재와 대통령이 경쟁하는 새로운 ‘동거’가 시작됐다고 논평했다. lotus@seoul.co.kr
  • 우크라 친러파 “분리독립” 강수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 대해 의회가 선거무효를 선언하고 유럽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면서 재선거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남·동부 지역들이 이에 반발, 독립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어 국가가 둘로 나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여당 후보인 빅토르 야누코비치를 지지하는 남·동부 17개 주의 의회 대표와 주지사·관료 등 3500여명은 28일 루간스크주의 북도네츠크시에 모여 회의를 갖고, 자치공화국 수립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재정 분리를 추진할 실무그룹을 만드는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야누코비치와 유리 루슈코프 모스크바 시장이 회의에 참석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 회의에서 이들은 다음달 자치공화국 수립과 지위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치르는 것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보리스 콜레스니코프 도네츠크 주의회 의장은 “우크라이나 의회(라다)가 선거 무효를 선언한 것은 불법”이라고 전제한 뒤 새 국가의 수도로 동부의 하리코프시를 제시했다. 야누코비치는 “국가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의회는 27일 “대선에 많은 부정이 있었으며 유권자의 의사를 대변하는 데 실패했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회 결의문은 법적 효력이 없지만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재선거 논의에 힘을 보태주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빅토르 유시첸코 야당 후보는 유럽안보협력회의(OSCE)의 협조 아래 다음달 12일까지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재선거를 지지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순번제 유럽연합(EU) 의장국인 네덜란드의 벤 보트 외무장관은 27일 “새로운 선거를 치르는 것이 가장 훌륭하고 이상적인 대안”이라고 말했고,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도 “의심할 것도 없이 재선거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EU의 적극적 개입에 불쾌해하면서도 재선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6일 “유럽 정부들이 우크라이나 선거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유니언통신은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러시아는 재선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정국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가운데 양 진영은 27일 사태수습을 위한 실무그룹을 구성, 협상을 시작했다. 야누코비치측은 초대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지낸 레오니트 크라프추크, 유시첸코측은 이반 플류시치 전 우크라이나 국회의장을 협상 대표로 내세웠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한국核’ 의장성명으로 매듭

    |빈 함혜리특파원|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는 26일(하오) 한국 핵물질 실험에 대해 7개항의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IAEA의 문제제기로 촉발된 한국 핵실험 파문은 3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막판 진통 끝 최종합의 이사회는 당초 이날 속개된 회의에서 이사국간 합의를 기초로 한국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하지 않되 정오(한국시간 오후 8시쯤) 미신고 사항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포함한 의장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의장이 이사국들과 문안을 놓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국가가 특정 문안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회의를 일시 중단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이사회는 이날 채택한 의장 성명에서 한국의 핵물질 실험과 이를 IAEA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은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실험들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았고 ▲그동안 모든 미신고사항들에 대한 시정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졌으며 ▲한국이 적극 협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사무총장이 이사회에 적절한 방식으로 보고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례적인 결정 빈의 외교 소식통들은 이번에 이사회가 한국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보고하지 않기로 결정한 점을 이례적인 결정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안전조치 위반으로 IAEA에서 의제로 다룬 나라 가운데 안보리에 회부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막판까지도 불투명했던 한국 핵실험 처리 방향이 최종 단계에서 미국 등 주요국들의 입장변화로 이사회 차원의 종결로 급선회한 것은 우리 외교 관계자들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이는 우리 정부가 외교망을 총동원해 ‘원자력 외교’를 펼친 것이 효과를 발휘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 문제를 안보리에 보고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도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추가확인 작업 적극 협력” 국제사회는 그동안 한국문제를 접하면서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실험이 실시된 것을 한국정부가 몰랐을 리 없고 이는 정부차원에서 핵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이사회의 결론으로 이같은 의혹은 벗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이며 핵발전율 세계 6위의 국가로서 투명성 측면의 신뢰도에 금이 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IAEA 이사회가 앞으로 미진한 부분에 대해 추가적인 사찰을 실시해 적절한 방식으로 보고할 것을 주문한 것은 한국정부에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오는 12월 실시될 추가 핵사찰 등 앞으로의 사찰결과 지금까지 확인된 사항 이외의 심각한 사안들이 드러날 경우 안전조치 위반에 대한 논의 강도는 이번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 대표인 최영진 외교통상부 차관은 “우리로선 핵실험 문제가 공정하고 균형있고 적절한 방식으로 IAEA 내에서 평가됐으며 일단락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이어 “앞으로 IAEA 이사회 틀 내에서 미확인 안전사항 등의 확인작업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며 “그러나 추가 조사에서 새롭고 특별한 사항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otus@seoul.co.kr ■ IAEA 이사회 의장성명 7개항 ▲공정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진행된 IAEA의 사무총장 보고서에 감사한다. ▲한국의 핵실험 보고 누락이 심각한 우려 사안이라는 사무총장의 보고서에 동의한다. ▲그러나 한국의 핵실험 관련 물질이 소량이고 실험이 계속된 징후가 없다는데 주목한다. ▲한국정부의 시정조치를 환영한다. ▲한국정부는 IAEA 핵투명성 관련조치에 계속 협력해 달라. ▲추가의정서의 효과와 유용성을 입증한 사례다. ▲사무총장은 추후 조사결과를 적절한 방식으로 이사회에 보고해 달라.
  • 우크라시위대 정부청사 봉쇄

    ‘신 냉전’ 양상을 띠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대법원의 선거결과 공표금지 결정으로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26일로 닷새째 대선 부정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위대는 대법원의 결정에 고무돼 정부청사 등 주요 건물들을 둘러싸고 출입을 봉쇄했다.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법원은 25일(현지시간) 야당 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가 제기한 부정선거 소송을 심리할 때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결과 공표를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의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선거결과는 유효하지 않으며, 이와 관련된 양측의 어떤 행위도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선관위는 여당 후보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가 21일 치러진 대선에서 유시첸코를 2.85% 포인트차로 앞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극심한 혼란으로 치닫던 우크라이나 정국은 일단 대법원의 공표금지 결정으로 한 고비 넘겼지만 법원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양측의 대립과 시위는 계속될 전망이다. 유시첸코측은 “선거무효를 위한 시작”이라고 환호한 반면, 야누코비치측은 “대법원이 선거 결과의 취소를 요청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야누코비치는 대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 당선자로서 유시첸코측에 야당 당직자들의 사면과 소수당 보호 등을 제안하며 협상을 시도했으나 유시첸코측은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유시첸코측은 26일 새벽부터 정부청사와 국회, 중앙은행 건물을 포위하고 공무원들의 건물 진입을 막고 있다. 이에 대해 야누코비치쪽인 쿠치마 대통령은 시위진압을 위해 경찰력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레오니트 그라츠 대통령 정책보좌관이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라츠는 “유시첸코 지지자들이 대통령 집무실과 정부청사를 점거하려 한다면 곧바로 경찰력이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시첸코 측근인 보리스 타라슈크 의원은 키예프에 진주한 러시아군이 폭력이 발생할 경우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평화적인 해결을 모색하려는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5일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에 이어 26일 알렉산드르 크바스니예프스키 폴란드 대통령과 발다스 아담쿠스 리투아니아 대통령,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도 키예프에 도착, 중재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쿠치마 대통령이 유시첸코와 면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테르팍스통신도 쿠치마 대통령이 유시첸코, 솔라나 EU대표, 야누코비치 총리, 아담쿠스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과 5자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우크라 내분 ‘동서 신냉전’ 우려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둘러싼 미국·유럽과 러시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신(新)냉전’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또 야당이 총파업을 촉구하고 일각에서는 쿠데타설까지 흘러나오면서 우크라이나 내분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우크라이나 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현지시간) 오후 총리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후보가 49.46%의 득표율로 46.61%를 얻은 빅토르 유시첸코 야당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친서방 성향의 유시첸코를 지지해온 미국과 유럽은 ‘야누코비치의 승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이번 선거는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고 부정선거 사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적법성이 없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미국·유럽과의 관계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유럽연합(EU)-러시아 정상회담이 끝난 뒤 의장을 맡은 얀 페터 발케넨데 네덜란드 총리는 “EU는 우크라이나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거듭 밝혔다. 앞서 주제 마누엘 바로수 신임 EU 집행위원장,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등도 선거 결과 재검토를 요구했다. 반면 유시첸코가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이 위축될 것을 걱정하는 러시아는 야누코비치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 야누코비치에게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발케넨데 네덜란드 총리는 “EU-러시아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모든 부분에 동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혀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했다.AFP통신은 “냉전시대에 벌어졌던 것 같은 동서 갈등이 러시아와 서방국가들 사이에서 재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선관위의 발표 뒤 유시첸코 지지자 수만명이 키예프의 독립광장에서 밤샘시위를 벌인 데 이어 25일에도 나흘째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대는 대통령 행정실 건물 일부를 점거했다. 유시첸코는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정치적 파업’을 벌여 철도와 공항을 봉쇄해야 한다.”면서 “재선거를 치를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유시첸코가 이날 우크라이나 대법원에서 선거무효 소송을 냈다고 보도했다.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은 “야당이 쿠데타를 획책할지 모른다.”면서 모든 정치세력이 즉시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편에서는 사태 수습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은 알렉산드르 크바스니예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전권 중재자 자격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야누코비치는 선관위 발표 뒤 “곧 유시첸코와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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