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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먹구름’ 다시 짙어진다

    ‘경제 먹구름’ 다시 짙어진다

    스페인의 전면적인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국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뛰고 경제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으며 경제 전반에 다시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7일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1.01%로 7월 말보다 0.08% 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연체율이 1%를 넘은 것은 2006년 10월(1.07%) 이후 6년여 만이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91%로 한 달 전보다 0.08% 포인트 높아졌다. 집단대출 연체율이 전월보다 0.18% 포인트 높아진 1.90%를 기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권창우 은행감독국 건전경영팀장은 “집단대출 분쟁이 늘어났고 경기 부진으로 가계 소득 증가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1.73%에서 1.98%로 0.25% 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1월 말(1.99%) 이후 가장 높다. 같은 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심리지수도 잿빛이다. 9월 제조업 업황 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3포인트 떨어진 69다. 2009년 4월(67) 이후 41개월 만에 가장 낮다. 제조업 업황 BSI는 3월 84에서 4월 86으로 올라섰으나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70 아래로 떨어졌다. BSI는 100을 넘으면 기업의 경제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나아진 것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를 뜻한다. 기준치 100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은 기업심리가 그만큼 나쁘다는 의미다. 제조업의 10월 업황 전망 BSI도 72로 9월 전망치(75)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불확실한 경제상황, 내수부진 등이 원인이다. 이에 따라 민간 경제주체들의 경제심리를 보여 주는 경제심리지수(ESI)는 8월보다 1포인트 떨어진 89다. 2009년 4월(88) 이후 가장 낮다. ESI는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의 일부 항목을 합성한 지표로 기업과 소비자 모두를 포함한 민간의 체감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 준다. 기준치(100)보다 낮아지면 민간의 경제심리가 평균(2003∼2011년)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바깥 상황도 첩첩산중이다.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26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0.317% 포인트 오른 6.064%를 기록했다. 한때 7%대까지 치솟았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의 위기국 국채 무제한매입(OMT) 발표로 5%대로 떨어진 뒤 다시 스멀스멀 오르고 있다. 국내 사정이 복잡해서다. 27일 긴축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긴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탈루냐 지방정부는 “국세 부담이 너무 지나치다.”며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경제의 20%를 담당하는 중추다. 바르셀로나, 헤로나, 레리다, 타라고나 등 4개 주로 구성돼 있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은 “스페인 헌법이 분리독립과 관련한 국민투표를 금지하고 있고 유럽연합(EU) 체제 아래서의 분리독립은 법적으로도 불가능해 정치적인 타협 가능성이 높지만 정정 불안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26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채 금리가 계속 고공행진하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8일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추가 조정할 예정이다. 현재 등급은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Baa3다. 한 단계만 내려가면 투기 등급이 된다. 시장은 전면적인 구제금융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전경하·이성원기자 lark3@seoul.co.kr
  • “그리스 빚 탕감하라” IMF, 유럽연합 압박

    그리스, 스페인이 긴축 반대 시위로 요동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이 그리스 해법을 놓고 충돌을 빚는 것으로 알려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IMF가 유럽 각국에 그리스 부채를 탕감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이에 반발한 EU와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그리스 관리들과 IMF, EU, 유럽중앙은행(ECB) 등 일명 ‘트로이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한 것으로, 한 그리스 관리는 “문제는 IMF와 그리스 정부 간이 아니라 IMF와 EU 사이에 있다.”고 사태를 요약했다. 트로이카가 그리스에 구제금융 조건으로 제시한 2020년까지 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120%까지 낮추려면 채무 재조정이 필수적이라는 게 IMF의 입장이다. 채무 재조정으로 유럽 각국 정부와 ECB가 그리스 국채 보유에 쏟아부은 2000억 유로(약 288조원)의 손실을 떠안으면 그리스 부채위기가 완화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IMF는 유럽이 지금 당장 포괄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인데 비해 선거 후폭풍 등을 우려하는 유럽 정부들은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상황을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투자자들은 그리스와 스페인의 소요사태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7일 스페인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경제 개혁안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28일에는 무디스의 스페인 국가신용등급 평가가 예정돼 있다. 정크(투자부적격) 등급으로의 강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의회 앞에서는 26일 이틀 연속 긴축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아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수반은 오는 11월 25일 별도의 조기 총선 이후 주민들에게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며 더 강경한 조치로 중앙정부에 맞섰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기이한 ‘흡혈 오징어’ 피 아닌 다른 먹이 먹는다?

    기이한 ‘흡혈 오징어’ 피 아닌 다른 먹이 먹는다?

    일명 ‘뱀파이어(흡혈) 오징어’ 라 부르는 미스터리 해양생물의 새로운 먹이습관 형태가 최초로 밝혀져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명 Vampyroteuthis infernalis, ‘지옥에서 온 흡혈 오징어’라는 뜻의 이 해양생물은 약 100년 전 발견됐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해양 생물로 꼽혀왔다. 8개의 다리가 하나의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고 2개의 작은 다리가 별도로 존재하며, 검붉은 몸체와 푸른색의 큰 눈을 가졌으며 몸집 크기는 축구공과 비슷하다. 기이한 외모 때문에 ‘흡혈 오징어’라는 별칭이 붙었으며, 작은 생명체를 먹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독특한 식습관을 가진 이 생물은 수심 1000~4000m 의 깊은 바다에서 살며, 과거 과학자들은 우연히 수면 가까이 올라온 이 오징어를 포획한 뒤 먹이습관을 알아내기 위해 내장 기관을 열었지만, 놀랍게도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 몬터레이에 있는 몬테레이 베이 수족관의 브루스 로빈슨 등 전문가들은 살아있는 먹이를 먹는 오징어나 문어 등과 달리 이 ‘뱀파이어 오징어’는 두 개의 위협적인 조직을 이용해 유기체의 잔해들만 먹고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 생물체는 먹이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대신 두 개의 긴 조직을 이용해 바다 표면에서 깊은 곳으로 가라앉은 유기체의 잔해들을 먹고 산다는 것. 몬테레이 베이 해양연구소는 깊은 바다에서 사는 생물체를 수면 밖 실험실에서 산 채로 관찰해야 하는 첫 번째 과제를 최초로 해결하고, 몇 달간 관찰한 결과 위와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미스터리 해양생물 중 하나였던 흡혈 오징어를 자세히 관찰한 결과 식습관 뿐 아니라 몸의 정확한 구조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면서 “최소한의 산소만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영구적으로 생존이 가능하며, 포식자가 없어 풍부한 먹이를 섭취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내리막길 ‘해적산업’

    악명 높았던 소말리아의 해적산업이 국제적인 해적 소탕 노력과 해운사들의 자체 방어력 확보 덕분에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고 AP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연합(EU) 해군은 소말리아 해적이 납치한 선박은 2009년 46척, 2010년 47척에서 2011년 25척으로 급감했으며, 올 상반기에는 5척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재클린 셰리프 EU 해군 대변인은 “소말리아 해적의 급감은 EU와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 국제적인 공조 덕분”이라면서 “EU 해군이 최근 소말리아에 상륙해 해적들의 무기와 배, 연료를 파괴하고, 일본 항공기가 해적들의 동향을 주변 군함에 전달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해운사의 자구노력도 해적 감소의 원인 중 하나다. 아덴만을 통과하는 상선들은 해적을 발견하는 즉시 주변을 순찰하는 해군에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특히 무장 보안요원을 배에 태우거나 배 주위에 철조망을 두르고, 물대포, 대피실 등을 설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 때문에 해적들의 선박 납치 성공률이 과거에 비해 낮아지면서 납치 시도 횟수도 줄고 있다. 국제해사기구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적의 공격 건수는 6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3건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유엔은 현재 1045명의 소말리아 해적들이 미국과 이탈리아 등 21개 국가에 구금돼 있으며, 이보다 많은 숫자가 해양 사고나 기상 악화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 해상보험사인 로이드의 피터 돕스는 “전체적인 해적의 납치 횟수는 줄고 있지만 반대로 피랍된 선원들의 몸값은 더 올라가는 추세”라면서 “해적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긴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4월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싱가포르 선박 ‘제미니호’의 한국인 선원 4명은 아직도 풀려나지 못한 채 510일 넘게 억류중이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유로존 다시 ‘反긴축 시위’ 불길

    유로존 경제 위기에 따른 긴축정책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추가 긴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라 발생했다. 그리스에서는 26일(현지시간) 새 연합정부가 구성된 뒤 처음으로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24시간 총파업이 발생해 전국이 마비됐다. 그리스 정부는 2014년까지 115억 유로 규모의 예산을 줄여야 해 임금·연금 삭감, 정년 연장 폐지 등이 불가피한 상태다. 이날 공공과 민간 부문 노총은 임금 동결을 요구하며 버스와 지하철 운행을 멈췄고 항공기 일부도 운항을 중단했다. 교사와 의사 등 전문직이 파업에 가세했으며 유적지, 상점도 전면 파업에 들어가 상당수 관광객이 발길을 돌렸다. 아테네 도심에서는 그리스노동자총연맹(GSEE)과 공공노조연맹(ADEDY) 등 양대 노동단체 소속 노조원과 시민 등 5만명이 의사당에서 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아웃”이라고 쓴 팻말을 흔들었고, 복면한 일부 청년들이 화염병을 던지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막았다. 아테네에서는 지난 2월에도 의회의 긴축안 통과에 반대해 시위자들이 상점과 은행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 시위가 발생했다. 내년도 예산안 발표를 이틀 앞둔 스페인도 25일 대규모 반(反)긴축시위와 카탈루냐의 분리주의 움직임으로 요동쳤다. 이날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시위대 6000명이 “의회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의회 앞에서 긴축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와 진압 경찰의 충돌로 28명이 다치고 22명이 체포됐다.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19%를 차지하는 카탈루냐의 아르투르 마스 수반은 이날 지방의회에서 오는 11월 25일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이는 자치권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사실상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의 성격을 지닌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구제금융에 따르는 조건이 합리적인지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호이 총리는 유럽 각국 정부와 투자자들로부터 전면 구제금융과 국채 매입을 신청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균형재정에 무게…SOC ‘팍팍’ 일자리 ‘인색’

    균형재정에 무게…SOC ‘팍팍’ 일자리 ‘인색’

    25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 나라살림의 두 가지 키워드는 ‘균형 재정’과 ‘경제 활성화’다. 경기를 살리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경기 부양보다는 균형 재정 쪽으로 좀 더 기울어져 있다. 국내외 경기 하강세를 감안할 때 적자 규모가 다소 커지더라도 재정이 좀 더 경기를 떠받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 총수입을 올해보다 8.6% 증가한 373조 1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에 근거해 총지출을 올해보다 5.3% 증가한 342조 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총수입 증가율은 올해(9.3%)보다 낮지만 총지출 증가율은 같다. 정부가 직접 돈을 빌려주지 않고 이자를 지원해 주는 방식(이차보전)을 적용하면 실질적인 지출 증가율은 7.3%로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나라살림의 실질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인 재정수지(지출을 뺀 정부수입에서 사회보험료 등을 뺀 수지)는 내년에 4조 8000억원 적자에 그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0.3% 수준이다. 지난해 세운 ‘2011~2015 재정운용계획’의 2000억원 흑자보다는 후퇴했지만 올해(-1.1% 전망)보다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다.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재정수지 비율이 GDP 대비 ±0.3%이면 ‘균형’으로 본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올해 전망치(34.0%)보다 개선된 33.2%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은 “균형 재정을 포기하면서까지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 “경기 활성화를 첫 번째, 균형 재정을 두 번째, 일자리를 세 번째 목표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정부가 향후 경기에 대해 과도한 낙관론에 빠진 것 같다.”면서 “올해보다 내년 경기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상당한 만큼 재정수지를 -1%까지 늘리더라도 좀 더 적극적인 지출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정 투입을 통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우려다. 분야별로는 보건·복지·노동 분야가 올해보다 4.8% 늘어난 97조 1000억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했다. ▲교육 49조 1000억원(7.9%) ▲일반공공행정 57조 3000억원(4.0%) ▲사회간접자본(SOC) 23조 9000억원(3.6%) ▲연구개발(R&D) 16조 9000억원(5.3%) 등도 대부분 증액됐다. 재정 지원 일자리를 올해보다 2만 5000개 많은 58만 9000개 만들고, 청년 친화적 일자리 10만개를 만드는 데는 10조 8000억원을 투입한다.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국민연금·고용보험료 지원 대상을 월 평균임금 125만원에서 130만원 이하로 확대, 해당 예산을 2654억원에서 4797억원으로 늘렸다. 주거비 부담을 덜고자 전세자금과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도 총 4조원 증액했다. 독도 등 영토주권 수호와 국제법을 통한 국익 증진에도 54억원을 편성했다. SOC 예산이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점도 눈에 띈다. 표면적으로는 23조 9000억원이 책정돼 올해(23조 1000억원)보다 3.6% 상승한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책정치가 전년보다 5.5% 뒷걸음질쳤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증가율은 9.1%나 된다. 4대강 사업이 올해로 끝나면서 당초 재정부는 국토해양부에 19조 9000억원만 SOC에 배정하겠다고 통보했으나 실제 예산안에는 3조 2000억원이 더 늘었다. 4대강 등 하천(1744억원), 고속철도(2800억원), 도로(9100억원) 등 일부 대형 토목회사에 과실이 돌아가는 사업 중심으로 예산이 늘었다. 4대강 유지보수비로는 올해 1997억원보다 많은 2013억원을 편성했다. 4대강이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는 시민단체 등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건설·토목의 경우 일자리 창출 능력이 서비스업보다 떨어진다. 재정부 측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SOC 예산 증액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9000억원 늘어난 8.6% 증가율을 나타냈다. 총지출 증가율(5.3%)보다 높지만 전체 예산 증가분(30조 6000억원)의 3%도 안 된다. 직접 일자리 창출 예산은 2조 5081억원에서 2조 6722억원으로 고작 1641억원(6.5%) 늘었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일자리를 2만 5000개 확충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면서 “향후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자영업자의 사업 실패를 줄일 수 있는 금융 지원이나 소상공인 정책금융 등의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두걸·김양진기자 douzirl@seoul.co.kr
  • 獨 “EU 구제기금 확대 비현실적”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역내 구제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자본금을 2조 유로(약 2910조원)로 대폭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독일 정부가 “비현실적”이라고 부인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대변인인 마르틴 코트하우스는 24일(현지시간) 정례 언론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 “완전히 현혹시키는 보도”라고 일축했다. 전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유로존 당국자들이 다음 달 8일 출범하는 ESM의 자본금을 당초 5000억 유로에서 2조 유로로 4배 증액하는 방안이 유로존 국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면서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이 방안에 호의적이지만 핀란드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본금은 기존 구제기금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처럼 유로존의 신용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거나 추가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회원국들은 추가 자금을 출연하지 않아도 된다. 코트하우스 재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2조 유로라는 숫자는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ESM의 최종 기금 규모에 대해 구체적인 숫자를 정하는 것은 완전히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독일 헌법재판소가 ESM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독일의 분담액을 1900억 유로로 제한했기 때문에 ESM의 자본금 확충 여부는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6일 독일 헌재의 결정 직후 로이터통신 등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부채 규모가 2조 6000억 유로에 이르기 때문에 유로존은 ESM의 증액이 불가피하다.”며 “독일 헌재가 그 길을 차단해 ESM의 구제능력이 앞으로 시장에서 의심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프랑스가 공개적으로 그리스에 개혁을 위한 시간을 더 주자는 견해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장마르크 에로 총리는 프랑스 뉴스웹사이트 미디아파르 회견에서 “그리스가 세제 개편에서 진정성을 보이면 시간을 더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설] 수입쌀 위험물질 기준치 정교하게 마련하라

    음식물의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식인 쌀에 관해서라면 더더욱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미국산 쌀에서 무기비소가 8.7㎍ 검출돼 우리 정부가 수입과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쌀이 우리 식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국민건강을 고려한 당연한 조치다. 농촌진흥청은 비소 검사를 최대한 조기에 실시해 수입·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무기비소는 농약이나 살충제에서 발견되는 위험물질이 아닌가. 물이나 음식물 등을 통해 인체에 들어와 쌓이면 방광, 피부, 신장, 폐 등에 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다. 고혈압, 당뇨, 출생 결함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어린이 지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소비자 정보지 컨슈머리포트가 무기비소 검출 결과를 발표하면서 어린이는 되도록 쌀을 먹지 말라고 권고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어른은 1주일에 두번 이상 쌀 섭취를 피하라고 권고했다. 컨슈머리포트의 자체 조사에서 무기비소가 검출된 대상은 미국 남부지역이고 미국산 수입쌀은 모두 캘리포니아산이어서 무기비소 검출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영국 애버딘 대학 연구진이 미국에서 팔리는 쌀의 비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중남부지역 쌀은 평균농도가 270ppb, 캘리포니아산 쌀은 160ppb인 것으로 드러났다. 안심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쌀의 비소 기준조차 정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은 불안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비소 함량 허용기준치를 정해 놓은 나라는 유럽연합(EU),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중국 정도에 불과하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연말에 무기비소 허용기준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임을 감안하면 비소를 비롯한 위험물질에 대한 경각심은 한시도 늦출 수 없다. 정부는 차제에 위험물질 허용기준치를 정교하게 만들어 국민의 먹거리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 시끄러운 곳 아파트 못 짓는다

    인구 50만명 이상인 4개 도시의 소음지도가 만들어진다. 고속도로나 간선도로 주변 등 소음이 심한 곳에는 아파트를 짓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도시 소음지도가 만들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내년에 4개 도시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20개 도시로 확대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와 환경부는 21일 내년 예산안에 부산·대구·인천·전북 전주 등 4개 도시에 소음지도 제작 비용 9억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자치단체 사업비의 50%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소음지도 제작 지원에 나선 것은 최근 수도권 고속도로 주변에 아무 제재 없이 지어진 아파트의 입주민들이 소음 문제로 잇따라 집단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데다 사후 방음 대책 수립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서다. 올초 발주된 영동고속도로 광교신도시 구간의 방음터널 공사만 해도 1000억원짜리다. 소음지도는 일정 지역을 대상으로 측정 또는 예측된 소음의 정도를 등음선(소음 정도가 같은 점을 연결한 선)이나 색으로 시각화한 지도다. 평면과 3차선 지도로 나뉘어 작성된다. 3차원 지도에는 아파트 층수별 소음도까지 표시된다. 교통량과 인구·주택의 변동에 따라 시간대별로도 소음 정도를 수시로 측정, 업그레이드시킬 작정이다. 올해 경기 수원, 서울 영등포·강남·서초구 등 일부 자치단체가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소음지도를 시범적으로 제작한 적은 있지만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았다. 세계적으로는 유럽연합(EU), 일본, 홍콩에 이어 네 번째다. EU는 2006년부터 인구 25만명 이상 도시의 소음지도 작성을 의무화했다. 일본은 2004년부터 지자체의 소음지도 작성을 지원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소음지도는 친환경적인 도시계획 수립과 무분별한 개발 방지에 활용된다.”면서 “환경부와 지자체 홈페이지에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뉴스&분석]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현명한 투자법

    [뉴스&분석]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현명한 투자법

    금(金)이 돌아왔다. 최근 금값이 크게 오르면서 금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워낙 시중 금리가 낮다 보니 ‘금테크’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자산 분배(포트폴리오) 차원에서는 금 투자를 적극 고려할 만하지만 집중 투자는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은 온스당(31.1g) 1770.43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22일의 사상 최고치(1904.00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1500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올 5월 중순 시세와 비교하면 크게 올랐다. 국제 금값이 급등하는 이유는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대거 돈을 풀면서(양적 완화 조치) 각국의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금·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초강세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지난 13일 3차 양적 완화를 발표하면서 금값은 온스당 1700달러선을 회복했다. 금값이 뛰면서 금 관련 펀드 수익률도 뛰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금 관련 펀드의 이달 평균 수익률(20일 기준)은 11.01%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가 각각 4.96%, -0.14%의 수익률을 보인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하이운용이 운영하는 금 펀드(‘하이골드특별자산1 A 펀드’)는 지금까지의 누적 수익률이 72.83%나 된다. S&P 골든 인덱스에 연동하는 코덱스골드선물ETF도 지난 20일 1만 3550원에 거래되는 등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1일 1만 2060원과 비교했을 때 12.35% 올랐다. 임병효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양적 완화 등의 정책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을 뚫어야 한다.”면서 “아직 불안전성이 진정되지 않은 만큼 주식보다는 금에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임 연구원은 “큰 흐름에서 봤을 때 금은 상승세”라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1~2년 동안 온스당 1900~2000달러 초반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금리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5년을 기점으로 대세가 꺾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단기 투자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금 통장도 인기다. 금 통장으로 대표되는 골드뱅킹은 고객이 원화를 예금하면 은행이 국제 금 시세와 환율을 감안해 금으로 적립해 주는 상품이다. 2003년 은행권 최초로 금 통장 판매를 시작한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상품은 올 8월 말 현재 4793억원어치가 팔렸다. 지난 4월 4737억원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7월 말 4694억원을 찍고 다시 올라오고 있다. 2008년 관련 상품을 내놓은 국민은행의 상승세도 두드러진다. 올 4월 말 356억원(잔액 기준)에서 8월 말 366억원으로 넉달 새 10억원을 빨아들였다. 올 2월에는 우리은행도 가세했다. 자유입출식 우리골드투자와 자유적립식 우리골드적립투자 상품을 내놓았다. 8월 말 현재 잔액은 30억원 선이다. 계좌 수는 2월 말 502개에서 8월 말 1313개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골드뱅킹 상품은 은행에서 팔더라도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원금을 날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수익이 나면 배당소득세(15.4%)도 내야 한다. 임혜정 신한은행 PB역삼센터 팀장은 “금값은 환율 영향을 많이 받아 폭락할 가능성도 있다.”며 집중투자보다는 분산투자를 권유했다. 곽태원 우리선물 연구원은 “금 관련 상품에 투자한다면 장기보다는 단기 투자가 바람직하다.”면서 “펀드보다 상대적으로 수수료율이 낮은 ETF(상장지수펀드)가 더 매력적”이라고 조언했다. 김진아·이성원기자 jin@seoul.co.kr
  • 글로벌 환율전쟁 재점화 한은 김중수의 선택은?

    글로벌 환율전쟁 재점화 한은 김중수의 선택은?

    유럽연합(EU)과 미국에 이어 일본마저도 돈 풀기(유동성 완화)에 나서면서 각국의 통화가 급등락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이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올려 수출 경쟁력이 훼손될 것을 우려한 신흥국들이 자국 통화 방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환율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나라도 다음 달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8.3원 오른 1123.1원에 마감했다. 전날 달러당 3.50원 떨어지며 연중 최저점(1114.8원)을 갈아치운 것과 대비된다. 아직은 외환 당국의 ‘개입’이 뚜렷하지 않지만 시장의 경계감이 감지된다. 그렇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원화 강세(환율 하락)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두현 외환은행 수석 외환딜러는 “지금 추세로는 (환율이) 크게 반등하기 어렵다.”면서 “외환 당국의 개입 여부가 애매하긴 하지만 환율이 계속 내려가면 당국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도 “달러당 1100원이 심리적 저지선”이라며 “이 아래로 내려가면 속도 조절을 위해 당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전날 사실상 시장에 개입했다. 70조엔 규모인 자산매입기금을 80조엔으로 10조엔(114조원) 더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6일 위기국의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겠다고(OMT) 선언하고 이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도 ▲초저금리(0~0.25%) 연장 ▲매달 400억 달러의 주택담보증권(MBS) 무기한 매입 등을 발표하면서 일본 엔화값이 더 올랐기 때문이다. BOJ의 발표 이후 엔·달러 환율은 소폭 상승했다. 연준의 3차 양적 완화 조치에 대해 리우 밍캉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전 위원장은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시장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2차 양적 완화 때보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적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신흥국들도 경기가 안 좋아 수출 부양책을 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흥국 중앙은행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17일 헤알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21억 헤알(1조 1637억원) 상당의 스와프(달러화와의 통화 교환) 반대계약을 체결했다. 미 연준의 양적 완화 조치 이후 미 달러화 대비 0.7% 올랐던 헤알화는 이 조치 이후 0.3%로 상승 폭이 줄어들었다. 그러자 터키 중앙은행은 18일 5~11.5%인 금리 변동 폭 상한선을 10%로 낮췄다. 터키 리라화는 이달 들어 달러화 대비 1.3% 올랐다. 신흥국들이 자국 통화가치에 이렇게 민감한 것은 수출 경쟁력 못지않게 물가 불안을 우려해서다. 선진국에서 대거 풀린 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흥국으로 들어오게 되면 물가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 들어온 돈이 갑자기 빠져나갈 경우 금융시장의 혼란도 피하기 어렵다. 시장이 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연 3.0%) 인하를 강하게 점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통화 당국의 고민은 깊어졌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중앙공무원연수원에서 가진 강연에서 “국제공조를 통해 글로벌 금융 안전망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임승태 금융통화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선진국의 양적 완화는 매크로 툴(거시경제 정책수단) 운용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폭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 때는 인상 때와 달리 ‘베이비 스텝’(소폭 조정)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주장도 있다.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정책카드만 소진한 채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총 1.0% 포인트 내렸다. 전경하·김진아기자 lark3@seoul.co.kr
  • “대마초 성분이 ‘암세포 전이’ 차단한다”

    대마의 성분 중 환각효과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칸나비디올(CBD)이 악성 암세포의 전이를 차단하는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퍼시픽 의료센터의 숀 매컬리스터-피에르 데스프레 연구진은 칸나비디올이 유방암 세포를 전이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ID-1 유전자의 스위치를 차단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0일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보도했다. 연구진은 악성인 삼중음성(triple negative) 유방암 세포를 칸나비디올에 노출한 결과, 암세포가 공격적인 활동을 멈추고 정상 세포 상태로 되돌아갔다고 전했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칸나비디올이 암세포의 ID-1 유전자 과발현을 차단해 암세포가 다른 위치에 있는 조직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 이 과정에서 삼중음성 유방암 세포에서 ID-1 유전자가 과발현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삼중음성 유방암이란 전체 유방암 가운데 약 15%를 차지하는 악성 유방암으로 암세포 표면에 치료의 표적이 되는 에스트로젠(ER), 프로게스테론(PR), 상피세포 성장인자-2(HER-2) 수용체가 모두 없어 치료가 어렵다. 따라서 연구진은 백혈병과 폐암, 난소암, 뇌종양도 ID-1 유전자가 과발현되는 암으로 알려져 다른 암에도 칸나비디올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지난해 유방암 모델 쥐 실험에서도 칸나비디올의 암세포 전이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면서 앞으로 암환자를 대상으로도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발간하는 항암제 전문 저널인 ‘분자종양치료(Molecular Cancer Therapeutics)’ 최신호에 발표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식품 알레르기 표시 확대해야”

    식품 알레르기 사고의 절반 이상이 표시의무 대상이 아닌 재료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소비자원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원인이 확인된 식품 알레르기 사례 437건 가운데 표시의무 대상이 아닌 재료에 의한 알레르기 사고가 전체의 54%인 236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표시의무 대상 품목은 우유·땅콩·밀·메밀·고등어·게·복숭아·토마토·돼지고기·새우 등 13종이다. 표시의무 대상이 아닌 닭고기에서도 81건, 소고기에서는 35건의 알레르기 사고가 발생했다. 굴(19건), 홍합(13건), 전복(10건), 골뱅이(6건) 등 갑각류나 조개류에서도 알레르기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눈에 잘 안 띄는 표시방법도 문제로 지적됐다. 유럽연합(EU) 등은 표시 대상 원재료의 명칭이 나머지 원재료와 구분되도록 활자 크기, 글자체, 배경색을 달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원재료 성분과 같은 크기로만 표기하면 된다. ‘제조공정에서 비의도적으로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들어갔을 수 있다.’와 같은 소극적인 표시도 허용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업자가 책임을 회피하는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소비자원은 우려했다. 표시 대상 품목도 우리나라는 게·새우처럼 단위 품목별로 정하는 데 비해, EU·미국·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갑각류·조개류와 같이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EU 단일 군·경 조직 추진을”

    유럽연합(EU) 핵심 회원국들이 외교·국방 정책을 통합하는 범유럽연합 외무부를 설립해 군대와 경찰 조직을 통합하고 EU 대통령을 직선제로 뽑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력한 통합으로 국제사회의 주역으로 나서기 위한 발판이다. EU 단일 비자를 도입하고 방위산업 시장을 단일화하자는 제안도 나와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결속력 강한 유럽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이 같은 유럽 통합 방안은 독일이 주도한 것으로,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11개국 공동 명의로 발간된 보고서 ‘유럽의 미래’에서 제안된 내용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등 11개국 외무장관들은 지난 9개월간의 논의 내용을 정리한 12쪽짜리 보고서에서 “EU가 세계 무대에서 진정한 주연이 되려면 장기적으로 공통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다수의 결정을 도입하거나 최소한 단일 회원국이 정책 추진을 방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과 벨기에는 특히 EU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유럽군 창설은 11개국 모두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제안이 현실화되면 영국의 EU 탈퇴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장일치가 원칙인 현행 의사결정 과정 대신 외교·안보 정책을 결정할 때 다수결 제도를 확대 도입하자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영국 언론들은 EU 내에서 신재정협약이나 금융거래세 등 번번이 주요 사안을 반대해 온 영국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하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베트남 대표적 휴양지이자 숨겨진 보석 같은 곳 다낭

    베트남 대표적 휴양지이자 숨겨진 보석 같은 곳 다낭

    가을이 오고 있던 어느 날, 베트남을 만나러 갔습니다. 우리 아버지들의 청춘이 지나온 흔적을 되짚는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하고 이런 단어들을 떠올렸습니다. 전쟁, 라이따이한, 베트콩, 자전거, 아오자이….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바람, 구름, 그리고 시간이 머물고 있었습니다. 베트남의 중부도시 다낭은 느리게, 하지만 선명하게 시간을 선물하는 곳이었습니다. 일상에 젖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같은 하루를 삽니다. 바람을 느끼고 구름을 올려다보고 시간에 머물러 보지 못했습니다. 여행을 통해 나를 만나고 내 시간을 선물 받고 있다는 행복, 아시아의 마지막 휴양지라는 베트남에서 느껴지더군요. 다낭은 베트남 제3의 도시로 대표적 휴양지다. 베트남 전쟁 당시엔 미군의 휴양지로 각광받았으나, 지금은 유럽인들에게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 됐다. 공항을 뒤로 한 지 20여분, 끝없이 펼쳐지는 백색 해안선이 다낭의 가치를 설명해주는 듯하다. 해안선 옆으로는 하얏트, 아나만다라 등 고급 호텔들이 이곳이 왜 ‘베트남 속 유럽’인지를 증명하려는 듯 늘어서 있다. 유명 골퍼 콜린 몽고메리의 이름을 딴 골프장 몽고메리 링크스 다낭 (18홀)도 전 세계 골퍼들을 유혹하고 있다. 사실 이곳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 청룡부대가 주둔했던 격전지였다. 지금의 국제공항은 미군의 고엽제 창고가 즐비한 곳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전쟁의 상흔은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여행자를 위한 시간이 머물고 있을 뿐. 다낭은 새로운 문물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길목이기도 하다. 정보통신 등 베트남의 모든 국가적 정책들은 대부분 다낭에서 시험을 거친 뒤 호찌민이나 하노이 등으로 도입된다. 일종의 시범도시인 셈이다. ●다낭, 후에로 이어지는 베트남의 속살 호찌민, 하노이 등의 도시와 사뭇 다른 풍경과 인사하며 오행산(五行山)의 156개 계단을 올라 전망대에 섰다. 다낭 시내에서 20여분 거리의 오행산은 5개의 작은 산이 띄엄띄엄 솟아 있다. 산 전체가 대리석이다. 그래서 ‘마블 마운틴’이라고도 불린다. 조그만 사찰과 불상들을 지나니 발 아래로 펼쳐진 마을과 너른 바다가 가슴 한 켠을 열어준다.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있는 참 박물관에서는 참족(族)이 남긴 300여 점의 아름다운 조각품을 볼 수 있다. 보존도 복원도 제대로 된 유물은 없었지만, 참족의 예술적 감성만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미손 유적지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문화의 향기가 어려 있었다. 하지만 이런 유산들이 관광객이 함부로 만져볼 수 있는 상품으로 방치된 점은 참 씁쓸했다. 다낭에서 후에로 넘어가는 ‘하이번 고개’(1172m)는 ‘세계 8대 비경’으로 꼽힌다. 예전엔 군사적·지리적 거점이었다. 터널을 통해 7분이면 지날 곳을 고개 따라 구불구불 40분 동안 지나는 이유는, 그 이름처럼 바람과 구름이 쉬어가는 곳이기 때문인 듯하다. 훗날 프랑스인들이 고개 꼭대기에 만든 요새는 베트남 전쟁 때 미군의 관측소, 엄폐호로 이용되기도 했다. ●왕들이 잠든 도시 후에 유네스코 관계자가 “건축학적으로 극찬해 마지않을 수 없는 한 편의 시”라고 칭송했다는 후에는 ‘베트남의 경주’라 할 수 있다. 약 150년간 베트남의 수도 역할을 했던 곳으로, 유럽의 고성을 연상케 하는 카이딘 왕릉이 볼거리다. 프랑스풍의 카이딘 왕릉은 고대와 현재의 건축 양식이 혼합된 건축물로, 여행자들은 가파른 계단이 펼쳐진 입구에서부터 위용에 압도당한다. 프랑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면서도 화려한 자신의 왕릉을 짓기 위해 백성에게 고통을 안겼던 카이딘 황제. 그의 비석 뒤엔 후손들이 낙서와 욕을 써놓았다고 한다. 죽어서도 인기 없는 왕이 잠든 곳이 이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1등 관광상품’으로 부활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과거로의 시간여행 호이안 다낭에서 차로 40여분쯤 달리면 또 다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호이안 거리와 만난다. 호이안은 투본강 근처의 작은 도시로 15~19세기 유럽과 중국, 일본 상인들을 맞으며 동남아 최대 무역항으로 번성했다. 투본강 줄기를 가로지르는 내원교는 모양이 독특하다. 다리 위에 목조 지붕을 이고 있다. 이 다리를 사이에 두고 일본인 마을과 중국인 마을이 마주보고 있다. 중국적 색채에 일본, 베트남 문화가 가미되고 서구의 문화까지 덧입혀진 독특한 분위기가 어둠이 지면 더욱 진하게 풍긴다. 여행객들을 위한 카페, 상점 등의 불빛이 과거 그대로의 마을과 어우러져 꿈을 꾸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180년 전 옛 모습 고스란히 남아있는 마을 구석구석을 걷다보면 마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다녀온 듯하다. 글 다낭·후에 박은정기자 eunice@seoul.co.kr ■ 여행수첩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인천~다낭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4시간 30분. 하나투어는 ‘다낭~호이안~후에 5일 관광형’(79만 9000원부터)과 가족여행 등에 적합한 ‘다낭~호이안 6일 휴양형’(109만 9000원부터)상품을 출시했다. ▶화폐는 동(DONG)이다. 한국에서 달러로, 현지에서 다시 동으로 환전하면 된다. 1000동은 약 55원 정도.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2시간 늦다. ▶스콜과 햇빛을 막아줄 전통모자 농은 필수품이다. ▶베트남 특산물인 계피와 다람쥐똥 커피가 인기다.
  • 터키(TURKEY)-바이블보다 오래된 터키 이야기

    터키(TURKEY)-바이블보다 오래된 터키 이야기

    바이블보다 오래된 터키 이야기 이름도 생소한 터키의 말라티아Malatya와 샨르우르파 Sanliurfa에 다녀왔다. 태어나 처음 가본 지역들은 신생의 시간으로 충만했고, 낯선 지명만큼이나 생경한 풍경으로 가득했다. 태초의 자연과 신비로운 유적이 새로 태어난 시간 속에서 뒤채였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터키문화관광부 한국홍보사무소 02-336-3030 유프라테스 강변의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유프라테스 강가에 살포시 자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메소포타미아문명을 배출한 강에 저녁노을이 고여 흥덩흥덩 넘칠 것만 같았다. 강안의 풍경은 평화로웠고, 강바람은 선들선들했다. 살구 도시의 건강 밥상 터키 동남부에 위치한 말라티아의 6월 말 날씨는 무더웠다. 낮 기온이 32도로 높았으나 대기는 건조했다. 그늘에 몸을 숨기면 금세 열기가 가라앉았다. 물기가 사라진 공기에서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고, 바싹 메마른 땅에서는 누런 흙먼지가 풀썩풀썩 일었다. 그렇다고 해서 황량한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처에 과실수들이 즐비했고, 군데군데 수풀이 우거졌다. 말라티아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 도시가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살구였다. 시市 관계자들이 한국에서 온 미디어와 여행사 관계자들을 위해 내건 플래카드에는 ‘살구의 도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말라티아는 전세계 말린 살구의 80%가 생산되는 곳이다. 살구 이외에 오디와 체리도 유명하다. 말라티아에 머문 3박 4일 내내 과일의 향기가 진동했다. 예실유르트Yesilyurt의 한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대접받았다. 예실유르트의 ‘예실’은 녹색을 뜻한다고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식당은 연한 녹음에 싸여 있었다. 대여섯 가지의 빵, 서너 가지의 치즈, 올리브와 각종 채소, 살구 잼과 직접 벌치기를 해서 얻은 꿀, 호박튀김, 살구와 체리 등이 식탁에 올랐다. 한눈에도 재료의 싱싱함이 느껴졌다. 이만한 건강 밥상이 또 있을까 싶었다. 누군가 터키 동부 지방 사람들은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를 많이 먹는다고 귀띔했다.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성대한 아침상이었다. 먼 길 달려온 손님을 위해 아침부터 이렇게 많은 음식을 준비했나 싶었지만 다른 상차림을 엿보아도 2인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양과 종류 모두 푸짐했다. 말라티아의 옛 시가지인 에스키 말라티아를 찾았다. 1637년에 지어져 대상들의 숙소로 쓰였던 케르반사라이Kervansaray가 흥미로웠다. 여기서 대상은 ‘大商’이 아니라 ‘隊商’이다. 즉 장사를 크게 하는 상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나 초원과 같이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지방에서 낙타나 말에 짐을 싣고 떼를 지어 먼 곳으로 다니면서 특산물을 교역하는 상인 집단을 의미한다.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이 사라진 오늘날 케르반사라이의 역할도 바뀌었다. 소박한 예술이 숨쉬는 공방으로 변모한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곳은 에브루Ebru 작업실이었다. 터키 전통의 에브루는 마블링 기법의 일종이다. 물이 담긴 네모난 철판 위에 유성물감을 떨어뜨리고 송곳처럼 생긴 도구로 모양을 만든 다음, 종이를 물 위에 덮으면 물감이 묻어난다. 물과 기름과 종이의 상호작용에 전문가의 손길이 보태어지니 어느 틈에 꽃 한 송이가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케르반사라이에서 나와 바탈가지Battalgazi 골목을 걸었다. 바탈가지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공공 미술의 거리였다. 투박하지만 개성 있는 작품들이 살림집의 담벼락을 장식하고 있었다. 조붓한 골목길과 예스런 집들보다 더 마음 밭에 밟혀드는 것은 동네 주민들과 아이들의 얼굴이었다. 스카프로 멋을 낸 여인들은 수줍은 듯 두 뺨에 홍조가 떠올랐으며, 천둥벌거숭이 같은 꼬맹이들은 함께 사진을 찍자며 들까불었다. 아이들의 청량한 웃음소리가 비스듬한 오후 햇살에 실려 나붓거렸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말라티아 시내에서 차로 30~40분을 달려 만날 수 있는 레벤트 협곡은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흡사 미국의 그랜드캐니언과 터키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을 합쳐 놓은 듯한 모습이다 2 다렌데의 소문주바바 사원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신도 3 레벤트 협곡의 동굴 집 4 토흐마 강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 식당 수크르 쿠르트씨의 동굴 집 내부는 조붓했다. 살림에 필요한 가재도구들이 집주인의 검박한 생활을 말해 주는 듯했다. 오랜 세월 대대의 어른들이 살았던 집은 그 자체로 생활사 박물관이라 이를 만했다. 1,000년을 살아온 동굴 집 케르반사라이와 바탈가지, 그리고 기원전 3000년부터 기원전 1600년까지 7개 시대 문명의 흔적이 켜켜이 아로새겨진 아슬란테페Aslantepe 유적지를 돌아본 날 저녁식사를 한 장소는 유프라테스Euphrates 강변의 레스토랑이었다. 메인 요리인 송어 구이가 나올 무렵, 태양은 이미 고도를 한참이나 낮춰 거의 마지막 불꽃을 사르고 있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에 강과 하늘이 불콰해졌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일컬어지는 유프라테스 강의 면모는 평범했다. 도드라진 특징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유프라테스는 풍경의 강이 아니라 의미의 강이었다. 말라티아가 간직한 풍경의 절창은 시내에서 차로 30~40분 떨어져 있는 레벤트Levent 협곡이었다. 직각에 가까운 바위 절벽은 아찔했고, 귀부로 다듬은 듯한 바위기둥은 기기묘묘했다. 지금이야 가장 높은 지점이 해발 1,400m에 이르지만 6,500만년 전 협곡은 바다였다. 어느 순간 거대한 융기 현상이 일어났고 길고 긴 세월 동안 풍화와 침식작용을 겪으며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됐다. 현지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레벤트 협곡에는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포인트가 28개나 있다. ‘지질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레벤트 협곡의 안쪽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트레킹을 해야 한다. 28km와 48km의 두 가지 코스가 있다. 그런데 협곡을 찾았을 때 한쪽에서는 전망대 공사가 한창이었다. 번지점프대를 필두로 각종 레포츠 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라고 했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편일 것이었다. 하지만 자연을 꼭 이런 식으로 소비해야 하는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연을 어디에나 있는 인공 시설에 의지해 감상해야 하는 것일까. 앞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편의 시설 확충을 검토하게 될 것이고, 고육지책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늘지 않는다면 시설물은 흉물로 남을 수도 있다. ‘Let it be’는 위대한 자연 앞에서 가장 절절한 문장이다. 레벤트 협곡 일대에는 9,500년 전부터 사람이 거주했다. 자연 동굴은 물론이고 인공 동굴을 만들어 집, 창고, 무덤, 교회 등으로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요즘도 동굴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퀴추크퀴르네 마을의 수크르 쿠르트씨가 그 주인공이다. 1949년생인 그는 대가족을 거느리고 있다. 자식만 19명이다. “조상 대대로 1,000년 이상 동굴에서 살았다”고 전한 쿠르트씨는 현재 말라티아 시내에 거처를 따로 마련해두고 있다. 자식들 교육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동굴은 주로 여름철에 이용하고, 겨울에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들른다. 동굴 집에 전기가 들어온 것은 1985년의 일이었다. 당시 마을 촌장이었던 쿠르트씨가 말라티아가 고향인 수상에게 편지를 보내 동굴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했던 것이 주효했다. 그전까지는 동굴 내부의 천연 냉장고에 물건을 보관했다. 자신의 동굴 집 내력을 담담하게 밝히는 할아버지의 얼굴은 갑작스런 이방인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일지 않는 강물처럼 고요해 보였다. 그의 일상도 그의 얼굴만큼이나 평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 말라티아와 아드야만 주의 경계에 위치한 넴루트 산. 산 정상의 서쪽 테라스에 안티오코스 1세의 조각상이 있다 2 넴루트 산 유적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기념엽서들 3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에 있는 레벤트 협곡 4 숯불에 구워 먹는 닭고기와 토마토 5 다렌데의 토흐마 강을 따라 만들어진 트레킹 코스 넴루트 산 정상의 주인은 콤마게네 왕국의 통치자 안티오코스 1세의 명을 받들어 조성된 돌무덤과 조각상들이었다. 스스로를 신이라 믿으며 영원불멸을 꿈꿨던 왕의 과대망상은 지진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신의 영역을 넘봤던 왕 레벤트 협곡을 떠나 다렌데Darende의 토흐마Tohma 협곡을 방문했다. 래프팅과 트레킹의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석회질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색깔이 뿌연 강 주변으로 야외 식당과 음식을 직접 해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눈에 자주 띄었다. 그들은 숯을 피우고 부채질을 해가며 닭고기와 토마토를 구워냈다. 맛있는 냄새가 계곡을 지배했다. 군침을 흘리며 지켜보고 서 있으려니 사람 좋은 인상의 한 사내가 고기 한 점을 맛보라며 권했다. 올해 들어 먹어 본 숯불구이 중 단연 최고의 맛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사람들이 대형 고무보트를 실은 차량을 타고 강의 상류로 나아갔다. 안전모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노를 손에 쥐었다. 탑승이 완료되자 이내 보트가 출발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직접 래프팅에 참가하지는 못했다. 다시 차를 타고 하류로 내려와 ‘피니시라인’ 부근에서 보트의 귀환을 기다렸다. 나중에 래프팅을 경험한 이들에게 전해 들으니 생각보다 물살이 빨라 흥미진진했다고 한다. 트레킹 코스는 대략 1.3km에 달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웅장한 절벽을 벽면으로 삼은 야외 수영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협곡의 생김새에 순응하며 조성된 트레일은 신비한 풍경화를 거듭거듭 만나게 해주었다. 바위에 쪼그려 앉은 중년의 사내는 계곡물에 낚싯대를 드리운 채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트레킹이 끝나는 지점에서 차를 타고 5분가량 이동했다. 40m 높이의 균프나르 폭포를 앞에 두고 미리 주문해 놓은 닭고기 요리를 음미했다. 단단한 바위산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물줄기를 바라보자니 자연의 신비가 새삼스러웠다. 말라티아에 작별 인사를 고하기 전, 도심의 재래시장에 잠시 들렀다. 말라티아의 재래시장에는 요즘 우리나라의 전통시장에서도 사라져 가거나 이미 사라진 풍경들이 여전히 자리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대장간이었다. 벌겋게 달궈진 쇠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선 사내들이 번갈아 망치질을 해댔다. 땅, 땅, 대장간의 망치 소리가 저잣거리에 울려 퍼졌다. 말라티아에서 가장 맛있다는 케밥 식당도 이곳 시장에 자리했다. 말라티아는 넴루트Nemrut 산 여행을 위한 거점 도시이기도 하다. 말라티아에서 차로 3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넴루트 산 정상 아래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강풍을 뚫고 해발 2,150m의 정상에 오르니 50m 높이의 돌무덤과 거대한 조각상들이 시야를 막아섰다. 넴루트 산의 유적은 콤마게네 왕국의 통치자 안티오코스 1세에 의해 조성됐다. 신이 되고자 했던 그는 신들과 악수하는 자신의 조각상을 비롯해 대표적인 신들인 아폴론·제우스·헤라클레스 등의 조각상과 사자 및 독수리의 조각상을 세웠다. 자신이 건설한 능과 조각상이 결코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던 안티오코스 1세의 호언장담은 지진에 의해 물거품이 됐다. 조각상의 머리 부분은 몸통에서 떨어져 내렸고, 조각상이 앉아 있던 의자는 무너져 내렸다. 신의 영역을 넘본 인간의 욕망은 한낱 부질없는 꿈에 불과했다. 1 샨르우르파의 할페티 마을. 대형 댐의 건설로 마을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겼다 2 아브라함이 15년간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하란 3 아브라함 탄생 동굴과 메블리드 이 할릴 자미 4 도넛 모양의 빵에 깨를 듬뿍 뿌린 시미트를 머리에 이고 어딘가를 향해 가는 행상들. 터키 사람들이 특히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다 샨르우르파 곳곳에서 아브라함과 관련된 이야기들과 마주쳤다. 그가 태어났다는 동굴을 비롯해 화형을 당하기 직전,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전설을 품은 연못, 그리고 그를 흠모했던 여인이 투신했다는 연못 등에는 관광객들과 순례자들이 끊임없이 모여들었다. 도시에 새겨진 아브라함의 흔적들 넴루트 산에서 내려와 샨르우르파를 향해 길을 재촉했다. 자정이 가까워서야 호텔의 문을 열어젖힐 수 있었다. 이튿날 본격적인 도시 탐험에 나섰다. 아브라함과 관련된 장소들이 주요 볼거리인 샨르우르파는 말라티아에 비해 종교적인 색채가 훨씬 진했다. 아브라함이 태어나 자랐다는 동굴은 남자와 여자가 들어가는 출입문이 각기 달랐다. 내부에는 간단한 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었는데, 사람들은 여기서 나오는 물을 성수로 여기는 듯했다. 동굴의 안쪽은 유리를 통해서만 들여다보게 돼 있었다. 아브라함 탄생 동굴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니 직사각형 모양의 ‘성스러운 연못’이 나왔다. 연못에는 이런 전설이 내려온다. 아브라함이 지역에 만연한 우상숭배를 비난하자 격노한 지배자는 그를 화형에 처한다. 불길이 아브라함을 덮치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불은 돌연 연못으로 변하고 화형에 쓰인 장작은 물고기로 바뀌었다. 한낮의 연못에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노닐었고, 연못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몇몇 사람들이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었다. 한 아이는 바닥에 엎드린 채 연못의 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신성한 연못의 기운을 받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더위를 식히려는 것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 성스러운 연못 남쪽에 또 다른 연못이 자리했다. 님로트 왕의 딸인 젤리하가 평소 연모하던 아브라함이 화형을 당하게 되자 슬픔을 이기지 못해 몸을 던졌다는 곳이다. 공주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구하는 기적을 끝내 보지 못했다. 슬픈 전설을 안고 있는 연못은 아름다웠다. 호수 주변을 푸른 수목이 호위했고, 햇살이 호면에서 자글거렸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룻배를 타고 연못을 유람했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샨르우르파에서 남쪽으로 약 40km 떨어진 하란Harran은 아브라함이 15년 동안 머물렀던 곳이자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가 정착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이 아내가 될 라헬을 만나 사랑을 속삭이던 장소인 야곱의 샘도 이곳에 있다. 하란에서는 원추형 지붕의 흙집이 눈에 띄었다. 지붕 모양 때문에 천장의 공간이 넓어져 여름에는 태양열을 분산시키고 겨울에는 온기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흙집에는 사막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혜가 숨어 있었다. 샨르우르파 일정의 마지막은 외곽의 괴벡리테페Gobeklitepe가 장식했다. 괴벡리테페는 어수선했다. 1963년부터 시작된 발굴 작업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까닭이었다. 육중한 석회암 기둥과 그 위에 돋을새김된 동물들이 앞선 문명의 위엄을 웅변하는 듯했다. 1만2,000년 전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을 지탱했던 돌기둥 중 가장 큰 것은 높이가 무려 5.5m에 달한다. 어떠한 도구도 없었던 그 옛날, 수레나 짐을 나르는 동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어떻게 거석을 운반하고 다듬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인간의 머리로 풀어낼 수 없는 역사의 비밀 앞에 돌연 마음이 숙연해졌다. 선뜻한 바람이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travie info 항공편 터키항공(www.turkisharilines.com)이 매일 인천~이스탄불 구간의 직항 편을 운영한다. 비행시간 약 10시간 50분. 이스탄불에서 말라티아와 샨르우르파까지는 국내선으로 각각 1시간 20분,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화폐 터키의 화폐단위는 리라. 1리라는 약 640원이다. 날씨 터키는 한반도 면적의 3.5배에 달한다. 각 지방마다 기후가 다르지만 대체로 사계절이 뚜렷한 편이다. 여름은 고온 건조하고 겨울은 우기로 비가 많이 내린다. 샨르우르파는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드물다. 바람이 많이 부는 넴루트 산을 오를 때는 한여름에도 긴팔 옷이나 얇은 점퍼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쇼핑 말라티아는 살구, 체리 등의 과일이 풍성하다. 말린 살구는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좋다. 샨르우르파는 고추의 집산지다. 대부분의 음식에 고추를 곁들인다. 호텔 말라티아의 숙소 중에는 아네몬 호텔(www.anemonhotels.com)이 깔끔하다. 말라티아 공항에서 20km, 말라티아 시내로부터는 6km 떨어져 있다. 샨르우르파에서는 힐튼 가든 인(hiltongardeninn3.hilton.com)을 추천할 만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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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eature]오타쿠 여행자 시대

    [feature]오타쿠 여행자 시대

    언제 어디로든 떠날 수만 있다면 좋겠다. 그러나 지금부터 목적 없는 ‘무색무취의 여행’은 접어두자. 오타쿠 여행자의 시대가 왔다. 에디터 구명주 기자 사진 트래비 CB Activity 국가대표를 능가하는 열정 ‘스쿠버다이빙은 최고의 레포츠이자 명상이며, 삶에 대한 예배요, 자기계발 코스’라 고백하는 이가 있었으니…. 책 <그랑블루, 스쿠버다이빙 트래블>의 저자 유채씨는 쿠바, 멕시코, 팔라우 등 스쿠버다이빙 명소를 찾아다니며 해저 탐험을 했다. 유채씨뿐만 아니다. 스쿠버다이빙 여행이 우주여행과 맞먹는 감동을 준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배우 김태희, 소녀시대 유리 등 연약해 보이는 여인도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땄을 정도니 열정만 있다면 스쿠버다이빙 도전은 어렵지 않다. 자격증을 딴 그들은 강원도 양양, 고성, 속초, 제주도 등으로 국내 여행을 떠나고 세부, 괌, 사이판까지 원정 여행을 떠난다. 이미 외국에서는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여행 코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어디 바다뿐이랴. 어떤 이는 하늘을 나는 현대판 이카로스를 꿈꾼다. 스위스나 네덜란드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호주에서 열기구를 탄다. 육지 위에서 두 발로 타박타박 뛰는 사람도 있다. 마라톤의 ‘마’자도 모르는 마라톤 문외한은 “그저 앞만 보고 뛰는데 장소가 무슨 상관일쏘냐”고 말하겠지만 열혈 마라토너는 “장소에 따라 피부를 스치는 공기의 감촉이 다르다”고 반박한다. 비록 아마추어지만 꾸준히 전국 각지의 마라톤 대회를 찾아다니고 해외까지 날아가 뛰고 또 뛴다. 언젠가 그들은 보스턴, 뉴욕, 런던, 로테르담 마라톤과 같은 유명 대회에서 달리고 있을 것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el Agency 에코원디스커버리 해외 마라톤에 도전하고 싶지만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마라톤을 위해 태어난 여행사가 있으니 걱정은 금물. 에코원디스커버리는 마라톤 전문 여행사로 미주, 유럽, 일본, 대양주 등 전세계 마라톤 대회를 꽉 잡고 있다. 그렇다면 마라톤 전문 여행사가 추천하는 하반기 꼭 노려야 할 마라톤 대회는 무엇일까. 베를린 마라톤(9월30일), 베이징 마라톤(10월14일), 괌 코코로드 레이스(10월14일), 오사카 마라톤(11월25일), 싱가포르 마라톤(12월2일)으로 에코원디스커버리는 마라톤 신청부터 현지 여행까지 컨설팅해 준다. 문의 02-508-3933 marathontour.co.kr Music 선율에 몸을 맡기고 기자의 친구 A군은 스스로를 ‘록·페 중독자’라 부른다. 그는 지금 9월22일·23일 양일간 한강 난지공원에서 열리는 ‘렛츠 록 페스티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 페스티벌에는 평소 A가 동경해 온 옥상달빛, 브로컬리너마저, 짙은, 검정치마 등 유명 인디밴드가 총출동한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에도 그는 록 페스티벌에서 살았다. 7월 말 라디오 헤드와 스톤 로지스 등이 내한한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3일이나 버티며 ‘록 스피릿’을 발산했던 것. 심지어 내년에는 일본으로 떠날 계획이다. 동양의 글라스톤베리로 불리는 ‘후지 록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서다. 평소 여행을 싫어하는 그지만,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기간만큼은 유목민을 자처한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도 여행을 떠난다. 그들의 목적지는 대개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 베토벤 애호가는 청력을 잃어 가던 베토벤이 요양했던 하일리겐슈타트Heiligenstadt를 꼭 들르며, 모차르트 애호가는 잘츠부르크에서 모차르트 광장과 그의 생가를 방문한다. 베토벤, 모차르트를 포함해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 슈트라우스가 잠들어 있는 오스트리아의 ‘빈 중앙묘지’는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꼭 들러야 할 공간으로 손꼽힌다. Travel Agency 유로자전거나라 유럽 뚜벅이 여행자 중에서 ‘유로자전거나라’를 모르면 간첩이다. 항공권이나 숙박권이 아니라 ‘지식’을 판매하는 이 여행사는 다양한 가이드 투어를 갖추고 있다. 유럽에서 클래식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일단 음악의 고장으로 불리는 체코, 오스트리아, 독일 등을 찾자. 그리고 유럽 현지에서 “자전거나라 도와주세요” 하고 외치면 실력파 가이드가 짠하고 나타날 것이다. 가이드가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운다면 훨씬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터. 가이드 투어는 일찍 마감되는 편이니, 유럽 여행 전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미리 예약하는 건 필수. 문의 02-723-3403 romabike.eurobike.kr Coffee & Tea 코끝을 자극하는 향, 혀끝을 두드리는 맛 2006년 우리나라 최초로 커피 박물관을 만든 박종만 관장은 ‘커피 여행’의 선구자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카페 ‘왈츠와 닥터만’의 사장님이자 책 <닥터만의 커피로드> 저자인 그는 아랍, 아프리카, 유럽이라는 세 대륙을 직접 누볐다. 여행의 원동력은 바로 커피 한잔이었다. 박 관장은 커피로 이름 좀 날렸다는 이집트, 예멘, 에티오피아, 스페인, 프랑스 등을 넘나들며 혀끝으로 커피를 느끼고 커피와 관련된 물품을 수집했다. 커피 여행의 매력을 일찌감치 알았던 그는 ‘커피 여행 전도사’가 됐다. 커피 역사 탐험대를 결성한 것이다. 매해 커피 역사 탐험대를 선발해 2007년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2008년 아랍 3개국, 2009년 유럽 7개국, 2010년 브라질로 탐험대를 보냈다. 올해 8월에는 한국 커피의 역사를 찾아가는 탐방대를 모집하기도 했다. 커피의 영원한 경쟁자인 ‘차’를 추종하는 여행자도 빼놓을 수 없다. 보이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이차 생산지인 윈난성을 찾는다. 일반 관광객은 윈난성의 쿤밍곤명, 따리대리 등을 여행하지만, 차 마니아들은 시상반나서쌍판납로 향한다. ‘월진월향越陳越香,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이 더 좋아진다’ 이라 했던가. 차마고도의 출발지이기도 한 보이차의 원산지에서 사람들은 시간이 정지하는 기적을 경험한다. 한편,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홍차 여행지로 도쿄가 뜨고 있다. 도쿄에선 실버팟, 루피시아, 카렐차펙, TWG, 마리아쥬 플레르 등 유명 홍차 브랜드를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el Agency 다도심행 (주)스페셜씨티엠의 테마 브랜드인 다도심행은 오직 ‘차Tea’를 위한 여행을 선보인다. 다도심행이 만든 세계 차문화 탐방지는 중국, 일본, 타이완, 스리랑카, 베트남, 인도, 유럽을 넘나든다. 또한 비상시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이야기가 있는 찻자리’ 상품을 이용하면 문경, 순천, 구례 등지로 당일치기 차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다도심행 홈페이지에는 차 여행과 관련된 양질의 콘텐츠가 일목요연하게 집약돼 있다. 홈페이지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차 한잔을 마신 기분이 든다. 문의 02-737-7750 www.teaium.com, www.specialtours.co.kr 오타쿠 여행을 위한 추천 Book 유럽 음악축제 순례기 테마가 있는 음악 여행을 꿈꾸는 당신에게 묻겠다. 호수 위 무대에서 공연을 즐기는 브레겐츠 음악축제나 고대 야외극장에서 펼쳐지는 오랑주 음악축제는 어떤가. 책 <유럽 음악축제 순례기>가 음악 여행의 나침반 역할을 해줄 것이다. 책 속에는 저자가 직접 탐방한 유럽의 크고 작은 음악 축제 27곳이 숨어 있다. 저자인 박종호 교수는 클래식 복합 문화공간인 ‘풍월당’의 대표이자 음악평론가다. 박종호┃시공사┃2만5,000원 닥터만의 커피로드 커피가 한 남자의 인생을 바꿨다. 책 <닥터만의 커피로드>에는 저자가 지독하게 쫓아다닌 커피의 매력이 응축돼 있다. 커피 여행기를 읽노라면, 에스프레소를 한 입 문 것처럼 머리가 띵했다가 라떼 한 모금을 넘긴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덧, 책을 읽은 후 ‘커피와 사람을 사랑하는 왈츠와 닥터만’(cafe.naver.com/cofexpedia) 방문은 필수다. 커피 역사 탐험을 떠난 이들의 풍성한 후기를 볼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사설] 중·일 갈등이 부른 동북아 먹구름 걷어내야

    중국과 일본 간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갈등이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까지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에서는 일본의 총영사관과 기업은 물론, 민간인까지 시위대의 공격을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부에서는 중·일 간의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충돌의 가능성이 중·일뿐만 아니라 한·일, 한·중 간에도 잠복돼 있다는 사실이다. 역사와 영토 문제에서 시작된 동북아 세 나라의 갈등은 경제와 통상 분야로까지 전이되면서 무역 전쟁이 벌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북아의 중심인 한·중·일 세 나라는 2010년 기준으로 전세계 인구의 22.3%, 국내총생산(GDP)의 19.6%, 교역량의 17.6%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과 맞먹는 규모다. 여기에 최근 시베리아 개발에 공을 들이는 러시아와 아시아로의 복귀를 공언한 미국을 감안하면 동북아는 전세계 정치·경제의 핵심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들어 중국이 이른바 G2로 부상하고,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이 하락세를 보이며, 한국의 경제적·문화적 역량이 상승하는 상황 등이 맞물리면서 동북아 정세는 더욱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의 안정은 한반도의 안정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이해관계가 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동북아의 불안정성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과거사와 영토에 대한 일본 극우세력의 막무가내식 태도와 중국 내에서 부상하는 대국굴기의 민족주의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보다 정교한 전략을 갖고 동북아 문제에 접근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계속 굳건히 유지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지만 중국과의 정치·안보 관계 강화, 일본·러시아와의 협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야만 우리가 동북아 정세의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한·중·일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지역의 안보와 경제 문제를 조정해 나갈 수 있는 다국적 협의기구를 논의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 네덜란드 총선 중도파 승리 힘 받는 EU 추가 긴축정책

    유럽연합(EU) 지속 여부의 바로미터로 꼽혀 온 네덜란드 총선에서 친유럽 성향의 좌우 중도파 정당들이 승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 위기 타결에 청신호가 켜졌다. 12일(현지시간)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에서 전체 150석 가운데 중도우파인 자유민주국민당(VVD·이하 자민당)과 중도좌파인 노동당(PvdA)이 각각 41석과 39석을 차지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이번 총선의 원인이 된 극우 성향의 자유당(PVV)은 1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총선에서 1, 2위를 차지한 자민당과 노동당은 모두 친유럽 성향인 데다 유로존 재정 위기 탈출을 위한 긴축재정 필요성도 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 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연정을 구성할 경우 그동안 네덜란드 안에서 일었던 ‘반(反)EU’ 분위기도 사그라질 전망이다. 두 당의 연정에 관한 공식 논의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마르크 뤼터 자민당 총리는 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가능한 빨리 안정적인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네덜란드는 유럽이 채무 위기에서 탈출하는 것을 돕겠다.”고 밝혔다. 디데릭 삼솜 노동당 대표도 “총선으로 확인된 민심을 새로 출범할 정부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해 뤼터 총리의 성명에 화답했다. 이번 총선은 지난 4월 극우 자유당이 EU의 추가 긴축 정책을 거부하면서 내각에서 총사퇴하는 바람에 조기에 이뤄졌다. 특히 총선 직전에는 EU의 재정 협약과 유럽 통합에 부정적인 급진 좌파 사회당이 급부상하면서 유로존 위기 해결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EU 가스프롬 반독점 조사 거부

    EU 가스프롬 반독점 조사 거부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의 조사 문제를 둘러싸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유럽연합(EU)이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다. 세계 천연가스 시장의 5분의1을 차지하는 러시아 최대 에너지 기업에 대해 EU가 독점 혐의를 문제 삼아 칼을 빼들자 푸틴(얼굴) 대통령이 외부단체의 국내 기업 조사를 금지하는 법령을 통과시키는 강수를 둔 것이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푸틴 대통령이 자국의 전략적 기업이 정부 승인 없이 외국이나 외부 조사기관에 정보 공개, 자산 처분, 계약 수정 등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령에 서명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4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가스프롬의 반독점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지 1주일 만에 나온 것이다. 이번 법령 통과로 가스프롬은 EC의 조사에 응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앞으로 외국과의 계약 때도 반드시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EC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에 따른 유럽 국가들의 재정부담을 러시아에 떠넘기려 한다.”면서 이번 조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EU 조약 제10조 2항은 시장의 우월적 지위에 따른 남용을 막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스프롬의 반독점 위반 혐의가 확인되면, 지난해 총 매출(1580억 달러·약 177조원)의 10%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게 된다. 유로존 위기로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상황과 재선 이후 ‘반(反) 푸틴’ 여론을 맞닥뜨린 상황에서 벌금 폭탄까지 맞을 경우 푸틴의 정치력에 큰 타격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푸틴이 법적 조치를 동원해서라도 EC의 조사를 막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스프롬은 현재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의 천연가스 시장을 100% 독식하고 있으며 폴란드·헝가리·체코 시장도 70% 이상 장악해 사실상 독점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을 중단해 막대한 피해를 준 전례가 있는 만큼 EU 차원에서는 이번 기회에 가스프롬을 반드시 손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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