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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ekly Health Issue] 사람 피부 완전재생 ‘ESS’ 세계 최초 개발

    화상은 전문적인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흉을 최소화하거나 지지 않게 할 수 있지만, 잘못된 치료 때문에 감염이 발생해 상처를 쉽게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화상을 입으면 무엇보다 전문 치료역량을 갖춘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화상에 대한 일반적인 대처법은 없다고 보는 게 옳다. 대부분의 자가 대처가 상태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옷을 벗기려다 진피까지 훼손시키거나 열을 식히겠다고 화상 부위에 얼음을 얹고 와 손상을 더 심각하게 하는 등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키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이런저런 자가처치를 고민하기보다 한시라도 빨리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화상은 대부분 부주의가 문제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에서 1998∼2001년 치료를 받은 환자 5688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세 미만에서 화상 발생빈도가 31%로 가장 높았으며, 뜨거운 물이나 국물, 가정용 온수기, 커피포트 등에 의한 열탕화상이 가장 흔한 원인이었다. 또 중년층에서 발생한 전기화상의 경우 작업장에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와 개인적인 방심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일반적으로 화상, 화재라고 하면 가스폭발이나 우연, 사고 등을 떠올리지만 이런 통계에서 보듯 대부분 부주의가 문제임을 알 수 있다. 화상치료는 최근 10년 사이에 놀랄 만큼 발전했으며, 국내 화상 전문의료진의 수준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욱 교수는 “동종 피부이식술·상피세포 성장인자·섬유모세포 성장인자·생물학적 드레싱·동종 유래 배양 상피세포치료제·자기 유래 배양상피세포치료제 등이 국내에서 개발되어 임상에 도입되었다.”면서 “한강성심병원의 경우 사람의 피부를 완전히 재생시키는 ‘ESS’(Engineered Skin Substitute)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28)부러진 뼈의 모양이 일러준 사고의 진실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28)부러진 뼈의 모양이 일러준 사고의 진실

     2004년 4월 28일 경기도 안성시 외곽의 도로변 산자락. 나물을 뜯던 동네 여인들이 뼈만 남은 사람 팔을 발견했다. 바로 옆 헤집어진 흙바닥 틈으로는 역시 백골이 된 머리뼈도 보였다. 주변엔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굶주린 산짐승들이 누군가의 묘소를 건드렸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소름이 돋았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추슬러 쏜살같이 산을 내려왔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동네 어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상적으로 묘를 썼다면 그렇게 동물이 시신을 훼손할 정도로 얕게 묻을 리도, 근처에 썩는 냄새가 진동할 리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쇄골모양으로 부러진 뼈…메세레르 골절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 감식반은 엎어진 채 매장돼 있는 여성의 사체를 발견했다. 시신은 땅바닥에서 30㎝ 정도 깊이에 묻혀 있었다. 마음이 급한 누군가가 시신을 숨기려 한 정황이 역력했다. 최초 팔이 발견된 곳으로부터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서는 다른 신체의 일부도 발견됐다. 산짐승들 때문에 비록 주검은 여기저기 흩어졌지만, 결과적으로 그 덕에 여성은 억울함을 풀 기회를 얻었다. 여성은 분홍색 반소매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키는 170㎝가량, 작지 않은 체구였다. 하지만 그 이상을 알아내기는 어려웠다. 신분증이나 지갑이 없었고, 손가락은 심하게 부패해 지문 채취가 불가능했다. 감식반은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긴 뒤 실종자 명단을 뒤지기 시작했다.  시신은 숨을 거둘 당시의 정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사인은 다발성 손상. 부러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갈비뼈는 무려 17곳이 나갔다. 부검의는 여성의 왼쪽 넓적다리 뼈와 아래위 팔 뼈를 유심히 살폈다. 부러진 곳은 하나같이 쐐기 모양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충격에 순간적으로 휘어지던 뼈가 더 버티지 못하고 충격의 반대방향으로 비스듬하게 갈라진 모습이었다.  메세레르 골절(Messerer´s fracture).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으로 신체가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생기는 손상이다. 경찰은 일단 그녀가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으로 숨진 뒤 이곳에 매장된 것으로 추리했다.  그렇다면 추락과 교통사고 중 어느 것이 원인이었을까. 비밀은 부러진 넓적다리 뼈에 숨어 있었다. 부검의는 뼈를 추스러 부러진 부위의 정확한 높이를 쟀다. 사인이 교통사고였다면 그녀의 다리 뼈에는 자동차 범퍼와 부딪힐 때 생긴 골절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 범퍼의 높이는 차종마다 다르다. 일반 세단형 승용차는 50㎝ 안팎이고 소형트럭이나 소형버스는 6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대형트럭, 버스 등은 이보다 높다.  여기에는 물론 변수가 있다. 급제동 여부다.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는 순간, 자동차 앞부분이 아래로 숙여지기 때문에 손상 부위가 실제 범퍼의 높이보다 낮은 곳에 자리잡게 된다. 사고 당시 신발의 높이도 변수가 된다. 숨진 여성의 넓적다리 뼈는 발바닥으로부터 65㎝ 정도 높이에서 부러져 있었다. 결론적으로 여성은 승용차보다는 범퍼가 높이 달린 트럭이나 SUV 등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여기서 잠깐, 보행자가 차와 부딪혔을 때 뼈가 견뎌낼 수 있는 강도를 따져보자. 흔히 예상하는 것보다 세지 않다. 건강한 성인 남자라도 시속 25㎞로 서행하는 경차(약 650~700㎏)와 부딪혀 뼈가 부러질 수 있다. 경차의 속도가 시속 45㎞까지 올라간다면 부딪힌 사람은 예외 없이 뼈가 부러진다. 물론 뼈가 약한 여자나 노인, 아이들은 더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진다.  여성의 신원이 확인됐다. 열 달 전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인근 동네 새댁 A씨(당시 33세)였다. 이가 빠진 모양과 키, 사라질 당시 입고 있던 옷, 나이 답지 않게 많았던 새치까지 모든 것이 일치했다.  2003년 7월 초 A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구멍가게 여주인이었다.  “아마. 가게 문닫을 시간이었죠. 밤 10시 20분쯤 남편 끓여준다며 라면을 사갔어요. 아…새댁이 나간 후 쿵하는 소리가 났어요. 무슨 일이 있나 나가봤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고요.”    ●10개월전 현장에 떨어진 손톱크기의 증거  강력반 형사들은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사고차량의 운전자가 시신을 숨겼다고 판단했다. 이제 10개월 전 인적드문 시골길에서 뺑소니를 낸 범인을 찾을 차례. 막막해 하는 형사들에게 반장은 호미를 하나씩 건넸다. “다들 현장에 나가서 후딱 증거 찾아와.”  산도적 같은 덩치의 강력반 형사들은 투덜거리며 호미를 들고 A씨의 예상 경로를 따라 길가를 뒤졌다. 그렇게 현장을 뒤지기를 몇시간. 저쪽에서 “찾았다.”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두께 5㎜, 지름 2~3㎝ 정도의 엄지손톱 크기만한 플라스틱 조각 3개였다. 그곳에서는 몇년 동안 한 건의 교통사고도 없었다. 경찰은 차량정비 전문가들을 통해 그 조각들이 1991년~1996년식 SUV 갤로퍼의 방향지시등 덮개임을 알아냈다.  당시 안성과 충북 진천 등 그 일대의 해당 차종 소유자는 286명이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A씨가 사라진 당일의 행적과 차량 보험처리 여부, 방향지시등 교체 여부 등을 조사했다.  한 명씩 용의선상 인물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범인이 먼저 움직였다. 최근 방향지시등은 물론 엔진까지 교체한 같은 동네주민 B씨(43)였다. 그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바로 잠적해 버린 것이었다. 그는 도주과정에서 가족에게 뺑소니와 암매장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안성 시내를 뒤져 B씨를 검거했다.  그런 독한 짓을 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날 밤 B씨는 시내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앞에서 오는 대형 트럭의 전조등이 시야를 가리는 순간. 차량 오른쪽이 뭔가를 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그는 “들짐승이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차를 몰았다고 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몇 시간 후 다시 돌아와 살펴보니 논두렁에 A씨가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논두렁에서 새댁을 꺼내 차에 실은 그는 차를 몰았다. 우선 달아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갈림길이 나왔다. 한쪽은 병원을, 다른 한쪽은 산을 향하는 길이었다. 핸들의 방향에 따라 그의 운명이 바뀌는 자리였다. 잠시 후 그의 차는 산쪽을 향하고 있었다.  유영규기자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흔해서 더욱 잔인한 교통사고 위장 살인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살인현장 속 왠 대변(?)검사…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진실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엽기살인마는 피가 다르다(?) 혈흔 속 性염색체가 ‘악마의 姓’ 을 지목하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물 마신던 A씨의 갑작스런 사망 왜?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엄마…알고보니 생활반응은 죽음의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성형수술 자국이 일러준 주검의 주민번호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20대 여성이 남긴 마지막 글씨…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 살인…‘전류반’은 못 숨겼네 몸에 남은 전기충격 자국이 완전범죄 밝혀내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참혹한 죽음…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여성 시신 2구의 잔인한 진실게임…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그 남자 노리는 ‘한밤 통증’… 동양인의 저주? 청장년 급사 증후군 22) 70% 부패한 시신… 말없이 증언하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의 240㎜ 운동화…60대 노인의 트릭이었다 별무늬 자국의 비밀 24) 택시에 튄 흙탕물이 살인자를 뒤바뀌 놓다 돈 버리고 납치… 이상한 택시 강도 25) 담배꽁초에 묻은 립스틱 DNA 검사해보니 살인 현장에 남은 ‘그 남자’의 립스틱 26) 목졸려 숨진 60대 시신 크게 훼손됐는데…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흉기에 17번 찔려 죽은 여자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부러진 뼈의 모양이 일러준 사고의 진실…범퍼가 남긴 ‘메세레르 골절’
  • ‘정치·경제·세대·이념’ 서울 4대 중간층이 표심 갈랐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4대 중간층’이 승부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적 중립층(무당파)과 경제적 중산층, 이념적 중도층, 세대적 중년층(40대)이 바로 그들이다. ●정치적 중립층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92년 대선 당시 중립층 비율은 22.7%였다. 이후 대선에서 30%대를 유지하던 중립층 비율은 2002년 대선에서는 40.5%까지 상승했다. 2008년 18대 총선 이후 중립층 비율은 40% 안팎으로 평가된다. 이는 보수·진보를 대표하는 그 어떤 정당의 지지율보다 높은 것이다. 중립층 증가의 원인으로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해 줄 정당을 찾지 못하는 ‘대표성의 위기’가 꼽힌다. 그러나 이들이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이유로 선거에서 기권하는 것은 아니다. 선거 때마다 새로운 인물을 찾아내고 바람을 일으켜 한 표를 행사한다. 사실상 중립층이 ‘대한민국 제1당’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정치평론가인 박상훈 후마니타스출판 대표는 “중립층은 투표 무관심층이 아니라 정치 비판층”이라면서 “선거 때마다 중립층의 향배에 따라 극단적인 쏠림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중산층 서울시가 지난 4월 발표한 ‘2010 서울 서베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시내 중산층 가구 비율은 전체의 50.3%였다. 고소득층은 19.3%, 저소득층은 30.4%였다. 중산층은 전체 가구 중 중간 소득을 기준으로 70~150% 범위에 속한다. 지난해의 경우 중간 소득이 월 300만원이었으며, 월 210만~450만원의 소득을 올리면 중산층으로 분류됐다. 문제는 ‘수치’가 아니라 ‘의식’이다. 지난 18일 서울 잠실올림픽경기장에서 음식점 주인 7만 5000여명이 벌인 ‘솥뚜껑 시위’가 여실히 증명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체감 경제에 대한 불만이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리게 만든 이유”라면서 “한강 르네상스 사업(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보다 무상급식·임대주택(박원순 시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대적 중년층(40대) 40대는 1980년대 민주화 이후 늘 선거의 주역이었다. 진보와 보수 성향이 혼재한 40대는 선거 때마다 지지세력도 달랐다. 2002년 대선에서는 ‘변화’를, 2007년 대선 때는 ‘실용’을 각각 선택하며 노무현·이명박 정부를 탄생시켰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 시장에게 ‘몰표’를 줬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40대 유권자 3명 중 2명꼴인 66.8%가 박 시장에게 표를 던졌다. 정당정치에 대한 염증과 생활정치에 대한 요구로 해석된다. 치솟는 물가와 날개 달린 전셋값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가 이들이다. ‘하우스 푸어’(house poor·집 가진 빈곤층)’, ‘하우스리스 푸어’(houseless poor·집 없는 빈곤층) 등도 쏟아진다. 박 대표는 “박 시장의 개인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변화에 대한 강한 욕구를 지닌 40대가 20~30대와 유권자 동맹을 형성한 점이 선거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이념적 중도층 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과 나 후보는 오차 범위 안에서 각축을 벌였다. 하지만 투표 결과는 박 시장(53.4%)이 나 후보(46.2%)를 7.2% 포인트 차로 크게 이겼다. 여론조사에는 반영되지 않았던 ‘숨은 표’, 즉 부동층이 박 시장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18~19일 서울신문·엠브레인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았던 부동층(‘모름·무응답’ 답변층)은 8.8%였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 시장을 지지한 숨은 표를 3~7% 정도로 제시한다. 지난 24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 시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점도 부동층 표심을 움직이는 데 한몫했다. 박호성 서강대 교수는 “부동층은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다. 정치권에 몸담지 않았던 시민후보가 나왔고, 이는 (부동층에게) 새로운 정치 국면이 열리는 것으로 비춰졌다.”고 설명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잡스, 후계자 양성엔 실패했다

    잡스, 후계자 양성엔 실패했다

    애플사의 전임 최고경영자(CEO)인 고(故) 스티브 잡스가 많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후계자를 양성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아직 잡스의 후광으로 애플사의 실적은 굳건하지만 머지않아 후계자의 부재가 실적에도 반영될 수 있다고 지적됐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애플 사례를 통해 장기적인 승계 계획(Succession Plan)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배성오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7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잡스는 2004년부터 췌장암으로 투병했기 때문에 승계 계획을 세울 시간이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면서 “팀 쿡은 제품을 만드는 리더이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가 아니기 때문에 이는 향후 회사의 심각한 리스크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이날 ‘잡스의 죽음을 통해 본 위기관리 경영’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요 경영진의 승계 계획 실패로 경영위기를 맞았다고 했다. 월트디즈니사는 1966년 CEO인 디즈니의 사망으로 리더십 공백기를 맞았고 경영정상화에 20년이 소요됐다. 소니는 1999년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가 사망한 후 혁신제품 개발에 실패한 바 있다. 배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CEO 승계 실패로 폐업하는 기업 수가 연간 7만개에 달한다.”면서 “최근 중국의 하이얼(가전제품 제조업체), 화웨이(통신장비 제조업체), 레노버(컴퓨터 제조업체) 등도 CEO 승계가 핵심 이슈”라고 전했다. 그는 “아직은 잡스의 후광으로 애플이 건재하지만 노키아, 구글 등 반대전선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추후 애플도 비슷한 경영위기를 겪을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승계 계획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계 계획’은 후임자를 단순히 지명해 놓는 ‘대체 계획’이 아니라 후임자 후보군을 사전에 선정하고 CEO에게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해 체계적으로 CEO를 길러내는 개념이다. 배 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60세 이상 경영자 비율이 1993년 10.6%에서 2007년에는 17%로 급격히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승계 계획 도입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기업 GE의 유명한 CEO인 잭 웰치나 제프리 이멜트는 6년 정도의 승계 계획을 통해 육성 및 선발됐으며, 인텔은 현직 CEO가 직접 승계 후보자를 대상으로 직무 훈련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배 연구원은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창업자의 리더십 부재가 경영위기가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후계자의 경영능력을 검증하고 장기적인 육성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사랑을 나누는 기업들] 현대그룹

    [사랑을 나누는 기업들] 현대그룹

    현대그룹이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선포한 ‘4T’(Trust·신뢰, Talent·인재, Tenacity·불굴의 의지, Togetherness·혼연일체)를 기반으로 공생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4T의 핵심가치 중 ‘혼연일체’가 협력업체나 다른 기업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계열사별로 상생협력위원회를 구성해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지원 중이다. 아울러 동반성장에 대한 임직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 가운데 현대상선은 중소 협력업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선박의 유지 관리 및 운항과 관련, 협력업체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경영상태를 자문한다. 양사의 경영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다. 현대증권은 지난해부터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직원으로 채용, 영등포지역 노인들의 건강 증진을 돕고 있다. 서울맹학교로부터 학교 졸업생의 취업을 부탁받은 뒤 안마사 자격증을 갖춘 졸업생을 직원으로 고용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원자재를 공동구매하면 원가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 협력업체들이 사용할 원자재와 부품을 한꺼번에 주문받아 구매한다. 협력사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기술 및 안전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자격증 취득을 의무화해 협력사들과 공동으로 품질 향상을 도모한다. 물류기업인 현대로지엠은 대리점과 협력사가 참가하는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열어 효율적인 협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저소득층 노인을 택배직원으로 고용하는 실버택배 서비스도 운영한다. 현대아산은 통일부로부터 대출받은 남북협력기금을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재정난을 겪는 협력업체에 지원하기도 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데스크 시각] 페어플레이/김영중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페어플레이/김영중 체육부장

    지난 9월 17일 미국 뉴욕 맨해튼 증권거래소 근처의 주코티 공원에서 시작된 ‘1%에 대한 99%의 분노’ 시위가 전 세계로 번졌다. 미국에서 폭발한 분노는 이제 유럽을 휩쓸고 아시아를 들끓게 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전 세계에서 이에 동조하는 집회가 열렸다. 분노의 근원은 월가로 상징되는 미국 금융계의 행태였다. 사상 유례없는 금융위기를 촉발해 세계 경제를 불황의 수렁에 빠뜨리고 서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어 놓고는 정작 책임은 지지 않는 이들의 행태에 사람들의 쌓였던 화가 폭발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공적자금을 받고도 천문학적인 급여에 보너스 잔치까지 벌이며 흥청망청한다는 소식에 할 말을 잃게 한다. 이들은 손실을 공익화하면서 이익은 사유화한 것 아닌가. 모럴 해저드란 단어는 이럴 때 쓰라고 마련됐을 터다. 스포츠의 영역으로 옮긴다면 정정당당한 대결로 해석하는 ‘페어플레이’(Fair Play)의 실종이라 할 수 있겠다. 스포츠에서는 선수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게 페어플레이다. 페어플레이가 실종된 스포츠는 경기가 아니다. 단지 진흙탕에서 싸움을 벌이는 꼴이다. 월가의 시위는 1%의 금융계가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직도 경제위기의 고통 속에서 헤매고 있는 ‘99%’ 시민들이 반발하는 것이라고 해석해도 될 것이다. 고개를 안으로 돌려보면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현 정부가 내건 공정사회 구호가 무색하게 사회 곳곳에선 페어플레이가 실종된 모습을 수없이 목도할 수 있다. 대기업이 자신들의 우월한 자금과 지위를 내세워 중소기업 영역까지 진출하고, 골목상권에까지 침범하고 있지 않은가. 서민들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떡볶이마저 대기업의 체인 사업이 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축구 경기에서 발생한 집단 난투극이 오버랩됐다. 지난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수원과 알사드(카타르) 간의 경기에서였다. 상대 선수를 배려하지 않은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경기 중반에 난투극이 벌어졌다. 알사드가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축구에서는 선수가 부상으로 쓰러지면 공을 가진 팀이 공을 아웃시켜 경기를 중단시킨다. 선수를 치료하고 나서 경기가 재개되면 상대방이 다시 공을 라인 밖으로 차내 공격권을 상대방에 넘겨주는 게 경기 관례인 신사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알사드는 이를 무시하고 갑자기 공격을 개시했고, 당황한 수원은 골을 허용했다. 결국 수원은 0-2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렇다면 이런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법치 운운하면서 사회의 모든 것을 규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념과 소득 등이 다원화되고 자유화된 요즘 사회에선 법이나 제도만으론 모든 것을 통제하기는 불가능할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규제가 많을수록 사회적인 낭비가 더욱더 커진다는 것은 흔히들 지적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인간의 본성을 믿는 수밖에 없다. 바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다. 월가 금융계의 탐욕은 경제위기를 일으키고, 배려가 없어져 버린 스포츠는 난투극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알았으면 한다. 그래서 페어플레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강조하는 것이다. 공생하자는 의미에서 더 그렇다. 기업은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하고 개인은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는 게 자본주의에서의 경쟁이다. 하지만 페어플레이를 밑바탕으로 깔고 이뤄져야 한다. 무한 경쟁의 현대 사회에서 배려는 감동을 주고 정정당당한 승부가 이뤄진다면 패자의 사회에 대한 불만도 상당부분 누그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월가 시위대가 행사 마지막에 부르는, 우디 거스리가 가사를 붙인 미국의 유명한 포크송인 ‘이 땅은 너의 땅’(This Land Is Your Land)을 마음속에 되새기면서 마무리하고 싶다. “이 땅은 너의 땅, 이 땅은 나의 땅이다.…이 땅은 너와 내가 만들었다.” jeunesse@seoul.co.kr
  • [영화프리뷰] ‘레스트리스’

    [영화프리뷰] ‘레스트리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숨진 뒤 에녹은 세상과 담을 쌓는다. 학교도 관둔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장례식장을 기웃거리는 게 전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 가미카제(자살특공대)로 숨진 유령 히로시가 유일한 친구다. 어느 날 장례식장에서 한 소녀가 에녹을 보고 미소 짓는다. 말기암 환자인 애나벨은 한눈에 에녹의 정체를 알아차린다.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애나벨과 에녹은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으면서 연인으로 발전한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레스트리스’(Restless)는 지난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의 화제작이었다. 1989년 두 번째 장편영화 ‘드럭스토어 카우보이’(1989)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이후 20여년 동안 줄곧 대중과 평단을 실망시킨 적이 없는 감독이기 때문일 것. 죽음과 청춘에 대한 감독의 관심은 여전하다. 하지만 심각하거나 무겁지는 않다. 어른들에 대한 에녹의 반항이나 젊은 연인의 다툼 등 감정의 진폭을 끌어올리는 순간도 있지만 불편하지는 않다. 외려 담담한 편이다. 죽음을 경험한 소년(부모의 교통사고 때 에녹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났다)과 죽음을 앞둔 소녀의 사랑 얘기인데도 보는 이들은 대체로 마음이 편안하다. 예컨대 이들은 곧 죽을 연인의 추도식 음식을 생일파티 메뉴를 정하듯 재잘거리며 고른다. 많은 걸작을 쏟아낸 구스 반 산트의 커리어 때문인지 칸 영화제 이후에도 평단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지, 만듦새가 부실한 건 아니다. 외려 구스 반 산트의 20여편 가운데 가장 따뜻하고, 귀여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창백한 낯빛과 쓸쓸한 눈빛은 미국 할리우드 고전영화 속 방황하는 청춘의 표상일 터. 에녹의 캐릭터와 딱 떨어지는 마스크를 가진 헨리 호퍼(아래·19)는 지난해 타개한 대배우 데니스 호퍼의 아들이다. 1960~70년대 베트남전 반대시위와 민권운동 등 기성세대 가치관을 배격하는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상징이었던 아버지의 유전자는 아들의 눈빛과 어깨에 흔적을 남겨 놓았다. 애나벨 역을 맡은 미아 바시코프스카(위·22)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브리바디 올라잇’ ‘제인 에어’로 할리우드 캐스팅 1순위에 오른 청춘스타다. 3개월 남짓 생을 남겨뒀음에도 씩씩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다가도 어느 순간 “눈빛으로 표출되는 영혼의 울림”(팀 버튼은 바시코프스카를 “앨리스의 환생”이라며 극찬했다)을 내비친다. 하긴 청춘스타 발굴에 남다른 안목을 지닌 감독이니 그럴 법도 하다. ‘드럭스토어 카우보이’에선 맷 딜런을, ‘아이다호’(1991)에선 고(故) 리버 피닉스와 키애누 리브스를, ‘굿 윌 헌팅’으로는 맷 데이먼을 발굴한 이가 바로 구스 반 산트다. 팀 버튼과 찰떡 호흡을 이뤘던 영화음악가 대니 앨프먼이 선곡한 음악들도 귀에 착착 감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내조여왕 김남주 ‘현명한 아내’ 홍보대사 발탁

    내조여왕 김남주 ‘현명한 아내’ 홍보대사 발탁

    ‘내조의 여왕’ 배우 김남주가 대한민국의 남편들을 위한 스타일 멘토로 나선다. 남성복 대표 브랜드 제일모직 갤럭시는 ‘갤럭시 타임리스 클래식’(Timeless Classic) 시리즈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현명한 아내’(Smart Wives)캠페인의 홍보대사로 연예계 최고의 패셔니스타 김남주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갤럭시는 스타일이 남자의 인격과 사회적 파워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시대를 맞아 아내의 현명한 스타일 내조로 남편의 성공을 응원하자는 취지로 ‘현명한 아내’ 캠페인을 전개했다. 김남주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국내에 거주하는 3040주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남편의 패션 스타일링을 위한 스타일 멘토로 영입하고 싶은 연예인’ 부문 1위로 뽑힌 바 있다. 김남주는 다음달 21일과 24일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여는 갤럭시 주최 토크쇼 ‘더 타임리스 토크’(The Timeless Talk)에서 총 2000명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김남주가 말하는 내조, 패션, 그리고 클래식’을 주제로 그녀만의 세련된 스타일 팁을 공개할 예정이다. 갤럭시 측 관계자는 “사회적 리더의 옆엔 리더를 만드는 아내의 현명한 내조가 있어 왔다.”면서 “내조가 ‘희생’이란 전통적 관점이 아닌 남편과 아내가 동시에 성공하는 ‘윈윈’(Win Win)의 현대적 개념으로 이번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편 MBC 드라마 ‘역전의 여왕’ 이후 휴식기를 갖고 있는 김남주는 지난달 1인 기획사 더 퀸을 설립해 독자적인 연예활동에 돌입했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기고] 글로벌 공생발전의 길/김성태 한국정보화진흥원장

    [기고] 글로벌 공생발전의 길/김성태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지금은 학교나 학원 등에서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울 기회가 많지만, 필자가 중학교에 다니던 1960년대만 하더라도 보통의 사람들이 원어민에게 직접 영어를 배우기는 어려웠다. 필자는 운이 좋게도 중학교 시절 1년 동안 미국의 ‘평화봉사단’(Peace Corps)을 통해 원어민 영어 학습을 받았다. 영어 학습은 물론 바깥세상 이야기를 듣고 받은 문화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돌이켜 생각하면, 이러한 경험이 세상을 사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6·25 전후 피폐한 상황에서 선진국의 도움을 받았던 대한민국은 2009년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2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함으로써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바뀐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재난구호, 물자지원, 초청연수, 전문인력 파견, 봉사단 파견 등 다양한 형태의 공적개발원조(ODA)를 시행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미국의 평화봉사단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여러 봉사단을 통합하여 ‘WFK’(World Friends Korea)라는 이름으로 한 해에 4000여명의 봉사단을 파견하여 수혜국에 다양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마침 오는 11월 29일부터 4일간 부산에서 ‘세계개발원조총회’(Fourth High Level Forum on Aid Effectiveness: HLF-4)가 아시아 최초로 개최된다. 이를 계기로 ODA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한 세계 152개국의 정보통신기술 발전지수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차지한 사실에서도 드러나듯이, 세계가 인정하는 정보화 강국의 이점을 살려 정보기술(IT) ODA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 IT 봉사단은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원 아래 지난 2001년부터 10년간 약 3500여명이 파견되어 다각적인 방법으로 IT ODA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에도 대학생, 교수, IT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대한민국 IT 봉사단원 612명이 22개 개발도상국에서 IT 교육은 물론 한국문화도 전수함으로써 개도국에 IT 발전의 씨앗을 뿌리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주로 대학생들로 구성된 봉사단은 하루 5시간씩의 교육을 준비하고자 밤을 새워 교안을 작성하고 효과적인 강의방법을 고민하기도 한다. 봉사단의 열정에 현지 담당자들은 감탄하며, 자국의 젊은이들도 배워야 할 덕목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흔히 우리는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 말은 마치 국제관계가 정글의 법칙만이 지배하는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를 보면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공존과 공생발전을 추구하는 나라들이 존경을 받고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도 더 커진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도 국제사회에서 한층 강화된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다해야 한다. 최첨단의 IT 기술이 적용되는 스마트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IT ODA의 확대는 개도국 발전의 핵심적인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IT ODA는 바로 글로벌 공생의 길이며, IT 홍익인간의 이상을 구현하는 길이다.
  • 한국戰 참전 의원 일일이 부르며 감사… 기립박수

    한국戰 참전 의원 일일이 부르며 감사… 기립박수

    45분간 45차례…. 1분에 한 번꼴로 박수가 터졌다. 이 가운데 다섯 번은 기립박수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미 의원들로부터 열렬한 환영과 박수갈채를 받았다. 연설은 당초 30분으로 예정됐었다. 그러나 한두 마디 할 때마다 박수가 나왔고, 결국 연설은 45분으로 길어졌다. 45차례의 박수는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한 외국 정상 가운데 최다 기록이다. 오바마 정부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외국 정상은 이 대통령까지 모두 6명이다. 이전 최다 기록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세운 26차례였다. 박수 인심이 후한 미 의회로서도 이례적일 정도로 박수가 많이 나온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대한민국 국가원수로는 13년 만에 이뤄지는 연설인 데다 진솔한 내용을 많이 담았고, 전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법안이 통과되면서 고무된 분위기 등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분석했다. 검은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이 미 하원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의원들은 열렬한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부인 김윤옥 여사는 차녀 승연씨와 귀빈석에서 이 대통령의 연설 모습을 지켜봤다. 이 대통령은 연단에 오르면서 의원들과 반갑게 악수를 했고, 연단에 오른 뒤에도 기립박수가 계속되자 손을 흔들며 영어로 ‘생큐’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소개를 받은 뒤 연설을 시작했고 미 의회가 한·미 FTA를 신속히 비준한 것을 높이 평가하자 첫 번째 갈채가 터졌다. 이어 의원들과 미국 국민을 향해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신의를 지켜 나가고 있는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한 대목에서 두 번째 기립박수가 나왔다. 이 대통령이 한국전에 참전했던 의원 4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감사의 뜻을 밝히자 상·하원 의원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존 코니어스 의원, 찰스 랭글 의원, 샘 존슨 의원, 하워드 코블 의원께 각별한 사의를 표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전 참전 의원들에게 영어로 “여전히 젊어 보인다. 소년 같다.”(You are still young. You look a young boy.)는 덕담도 건넸다. 미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북한의 핵 포기를 촉구한 대목과 퇴장 전 연설 말미에 영어로 “신의 가호가 있기를”(God bless you, God bless America)이라고 덕담한 대목에서도 역시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연설이 끝나자 상·하원 의원들은 앞다퉈 이 대통령에게 몰려와 사인을 받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연설을 마친 뒤 이 대통령은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국빈 만찬을 가졌다.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한국적 정서로 상징되는 ‘정’(情)을 주제로 주로 환담을 나눴다. 오바마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한·미 동맹의 핵심은 아주 한국적 개념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쉽게 번역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이 개념은 깊은 애정과 쉽게 끊어지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는 건 바로 ‘정’”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때 ‘정’을 한국어로 발음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론 하와이에서 정을 경험했다. 다문화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면서 “이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도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매우 존경하고, 아주 좋아하고 친구와 같은 관계에서 특별한 느낌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보면서 동양적 좋은 정을 함께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만찬 헤드테이블에는 한국계 배우 존 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내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이 앉았다. 앞서 이 대통령 내외는 낮에는 국무부 벤저민 프랭클린룸에서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내외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주최 국빈 오찬에도 참석했다. 바이든 부통령이 건배사를 통해 “이 대통령이 예전에 불도저 개선 방법을 찾기 위해 완전히 해체했다가 재조립해 별명이 ‘불도저’”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 불도저가 미국 캐터필터사 제품”이라면서 “실은 써 보지도 않은 새것을 해체했다가 재조립했다.”고 말해 웃음을 이끌어 냈다. 워싱턴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서울시장 보선 D-11] 서울시장 후보 기업 경영 활용 SWOT 분석 적용해 보니…

    [서울시장 보선 D-11] 서울시장 후보 기업 경영 활용 SWOT 분석 적용해 보니…

    중반전으로 접어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초빅빙으로 흐르고 있다. 보수·진보, 여성·남성, 정당세력·시민세력 등 다양한 대결 구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판세 분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선거전에서는 특정 후보의 강점이 상대 후보의 약점과 일맥 상통하는 동전의 앞뒤 면과 같은 만큼 두 후보가 지닌 장단점과 선거 여건이 승부를 가를 변수가 될 것 같다. 기업 경영에 자주 활용되는 SWOT(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요소·Opportunity, 위협요소·Threat) 분석을 통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장단점과 선거여건을 살펴봤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최대 강점은 수려한 외모와 높은 대중적 인지도이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단시간에 메우는 압축 학습 능력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실제 박원순 범야권 후보와 맞붙은 세차례 TV 토론 등에서 보여준 토론·설득 능력은 지난해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당시에 비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약점으로는 지난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올인’했던 보수적 이미지가 꼽힌다. 대중적 인지도에 비해 서민층과의 스킨십은 다소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 후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정권발 악재’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구입 논란과 이국철 SLS그룹 회장발(發) 정권 실세 비리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외생 변수라 통제도 불가능하다. “박 후보보다 X맨(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별다른 악재 요인 없이 보수·진보 간 대결 양상으로 치러진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와 달리 대형 악재는 보수층 이완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박근혜 효과’는 기회 요인이다.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이 갖는 결집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보수층 결집을 이끌어 낼 여지가 남아있다는 얘기다. 박 후보의 강점은 시민운동가 출신으로서 깨끗한 이미지다. 그만큼 기존 정당에 염증을 느끼는 중도층과 부동층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에서 ‘변수’(變數)를 넘어 ‘상수’(常數)가 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박 후보의 텃밭이다. 정당 조직력 못지않다. 지난 3일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트위터는 박 후보의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는 등 맹위를 떨쳤다. 약점은 지지층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으로부터 ‘빌려온 지지율’은 휘발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등 야권 지지층이 소극적으로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빙 승부에서 이러한 결집력 약화는 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 후보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인은 학력·병역·시민단체 경력 등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내세운 나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세’다. 박 후보는 ‘네거티브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잔매에 장사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안철수 바람’은 여전히 기회 요인이다. 잠시 잦아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으나,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게릴라식 개입’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TV 토론 결과 정책이 두 후보의 승부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면서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유권자들은 감성적으로 투표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만큼 네거티브 공세와 정권발 악재의 폭발력이 가장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문제가 새로운 돌발 변수”라면서 “보수·진보층이 결집된 상황에서 중도층이 한·미 FTA에 어떻게 반응하고, 여야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등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샤넬 패션의 거장이 찍은 사진들

    샤넬 패션의 거장이 찍은 사진들

    눈부신 백발에 까만 선글라스. 목 부분이 두드러지는 하얀 셔츠에 폭주족이 좋아할 법한 손가락이 뻥 뚫린 검은 장갑까지.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군가가 떠오를 법하다. 50년간 브랜드 펜디를 이끌었고 28년간 샤넬을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73)다. 그의 사진전 ‘워크 인 프로그레스’(Work In Progress)가 내년 3월 18일까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해서 눈길을 잡아끄는 작품은 2층을 가득 채운 모델들. 모델들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비유해 놓고 관능적인 누드 사진을 찍었다. 시선이 절로 간다. 단순히 ‘벗겨서’라기보다는 그만큼 집요한 탐미적 시선이 느껴져서다. 인물 사진이 전부는 아니다. 3층에 올라서면 미국 뉴욕에 존재하는 복잡한 철골구조, 혹은 단순한 건물 외벽 같은 사진들도 여럿 있다. 패션쪽 일을 하다 보니 사진까지 찍게 된 거 아니냐 라는 질문은 맞다. 패션화보 작업을 하는데 사진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이럴 바엔 직접 하겠다고 작정하고 나선 게 계기란다. 패션계 명성에 기대어 쉽게쉽게 작업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은 약간 다르다. 1989년, 그러니까 49살 때부터 시작해 20년 넘게 작업해 왔고 이 가운데 400여 작품을 골랐다. 꽤 오랜 시간, 많은 작업이 쌓였음에도 전시 제목을 그렇게 지은 것도 그런 뜻에서다. 여전히 진화하고 있는 작업, 그러니까 자신의 작업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란 얘기다. 그가 한국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그렇다. 사진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카메라를 통하되 카메라에 집착하지 않고 작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가르칠 수도 없고, 가르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개성과 관점을 찾아내라는 것 외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답했다. 스스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한국 전시는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은 것으로 대림미술관 전시가 마무리되면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로 옮겨간다. (02)720-0667.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서호주 카리지니 국립공원 ‘아홉개의 붉은 협곡’

    서호주 카리지니 국립공원 ‘아홉개의 붉은 협곡’

    척박하고 위험한 땅이 되레 아름다운 경우가 있습니다. 극한의 기후와 생존 여건이 빚어낸 극한의 풍경들. 호주의 ‘아웃백’(Out Back)이 그렇습니다. 아웃백의 사전적인 의미는 ‘건조한 내륙부에 사막을 중심으로 뻗어 있는 넓고 인구가 매우 적은 지역’입니다. 서(西)호주 사람들은 그 풍경을 ‘익스트로더네리’라고 표현합니다. 상식을 넘어서는, 기이한 풍경이라는 뜻이지요. 그 광활한 곳이 인간의 땅임을 설명해 주는 건 실핏줄 같은 길 하나뿐이었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길이었지만, 단언컨대 그 길에서 생략해도 좋을 풍경은 없었습니다. 팝업북처럼 책장을 넘기면 같으면서도 다른 풍경들이 튀어 나왔습니다. 우리가 시골이나 고향 등의 단어에서 먹먹한 느낌을 갖듯 호주 사람들도 아웃백에서 여러 감정들이 섞인 풍경을 떠올릴 겁니다. 붉은 암석과 흰 유칼립투스 나무,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들개 ‘딩고’와 수줍은 캥거루가 퍼뜩 떠오르겠지요. 브루스 산(1235m)에서 내려다보는 장쾌한 풍경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거대한 철광석 광산과 수 ㎞에 달하는 화물열차가 평원을 오가는 그런 풍경 말입니다. 아웃백이란 이런 여러 느낌과 풍경들이 씨줄날줄로 얽힌 표현이지 싶습니다. 서호주의 대표적인 아웃백인 필바라 지역에 카리지니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아홉 개의 붉은 협곡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각 지역을 색깔로 표시한 현지 지도조차 붉은 색으로 칠해 놓은, 척박한 미개척지입니다. 카리지니야 아무 때고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협곡 아래로 내려가 35억년 전의 세계를 맨살로 부대낄 기회는 늘 있지 않습니다. 우기가 시작되면 협곡 사이를 흐르는 물의 양이 많아지고 발 디딜 공간도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우기가 끝나고 여름이 시작된 요즘, 카리지니는 모험을 즐기는 세계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노 폰, 노 인터넷, 노 스트레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아웃백. 사방이 붉다. 철광석이 함유된 토양이 산화되며 생긴 현상이다. 그리고 넓다. 홍두깨로 땅을 두들겨 편평하게 펼쳐 놓은 듯하다. 지평선을 접할 기회가 흔하지 않은 한국인에게 붉은 땅은 그래서 더없이 넓게 느껴진다. 그 땅 위로 드문드문 나무가 자라고 있다. 사방 몇백 리에 크기를 견줄 만한 대상이 없어 나무가 큰 건지 작은 건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서호주 주도(州都) 퍼스에서 두 시간 가까이 날아온 비행기가 붉은 먼지를 휘날리며 내려섰다. 활주로 하나와 간이 건물 하나 달랑 서 있는 황량한 땅, 파라버두 공항이다. 여느 공항처럼 탑승교를 통해 나가는 건 언감생심이다. 트랩에서 내려 곧바로 땅 위를 걸어가야 한다. 햇볕이 어찌나 강한지 모자와 선크림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구운 오징어가 될 판이다. ‘게이트 1’이라 적힌 철문이 유일한 출입구다. 그냥 게이트라고 하면 될 걸 굳이 ‘1’ 자를 붙여 멋을 냈다. 수하물이 자동으로 돌아 나오는 시스템도 당연히 없다. 철망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짐차가 와서 짐을 내려놓는다. 거기가 곧 ‘수하물 찾는 곳’이다. 낯선 풍경에 웃음이 새어 나오고 가슴은 미지의 땅에 대한 기대감으로 두방망이질을 친다. 호주 원주민을 ‘애버리지니’라 부른다. 그 가운데 서호주 원주민인 눙아(Noongar)족은 일년을 6계절로 나눈다. 계절의 양태가 우리와 달라 4계절로 환치하긴 어렵지만 각 계절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그들의 생활 습관과 계절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서호주의 봄’은 ‘캄바랑’(Kambarang)이라 불리는 10~11월부터 시작된다.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시작되고 야생화들이 절정을 이룬다. ‘비락’(Birak)은 12~1월로 ‘첫 번째 여름’이다. 건조하고 뜨거운 계절이다. 아이들에게 사냥 기술을 가르치기 시작하는 것도 바로 이때다. ‘브누루’(Bunuru)는 2~3월이다. ‘두 번째 여름’으로 일년 중 가장 뜨겁다. ‘제란’(Djeran)은 4~5월이다. 슬슬 차가운 계절이 시작된다. 6~7월은 ‘마쿠루’(Makuru)라고 부른다. 비가 가장 많이 오는 계절이자 생식의 계절이다. 영어로는 첫 번째 우기라는 뜻에서 ‘First Rain’이라 쓴다. ‘질바’(Djilba)는 8~9월이다. ‘두 번째 우기’라 불린다. 수태의 계절이다. 종종 일년 중 가장 추운 날이 기록되곤 한다. 그들의 셈법에 따르면 지금은 ‘캄바랑’이다. 아쉽게도 아까시꽃 등 일부를 제외하고 야생화들은 상당수 자취를 감췄다. 그 빈자리는 스피니펙스가 채워준다. 열기가 더해질수록 성장하는 녀석으로 야생화처럼 들녘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사초와 닮았으나 가시는 여간 뾰족하지 않다. 스피니펙스 주변엔 유칼립투스 나무가 서 있다. 표피가 흰색이어서 현지인들은 ‘화이트 껌’이라 부른다. 나무는 저 하나가 생명이려니와 다른 생명을 보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유칼립투스 위엔 새가, 아래엔 흰개미가 집을 짓고 살아간다. 비포장길을 달려 얼굴이 붉은 먼지로 뒤덮일 즈음에야 카리지니는 이방인의 발걸음을 허락했다. 별이 총총한 밤, 팝송 제목처럼 그야말로 ‘스타리 스타리 나이트’(Starry starry night)다. 현지 가이드 피트 웨스트는 세 문장으로 카리지니를 설명했다. “노 폰, 노 인터넷, 노 스트레스!”(No Phone, No Internet, No Stress) ●맨발로 부대낀 35억년 전의 세계 카리지니의 외관은 참 독특하다. 너른 평지가 펼쳐지다 느닷없이 아래로 푹 꺼진다. 영화 ‘2012’에서 지각변동으로 갈라진 로스앤젤레스 시가지를 연상하면 알기 쉽다. 각 협곡 위의 전망대에서 보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갈라져 있다. 원주민의 전설대로 왈루(Wahlu)라는 거대한 뱀이 인도양에서 올라와 붉은 땅을 헤집으며 지나간 듯하다. 전체 면적은 약 63만㎢로 우리나라 충북도보다 약간 좁다. 아래서 보면 협곡은 100m에 달할 만큼 높지거니 솟아올랐다. 우사인 볼트라면 채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주파할 거리지만 100m가 주는 위압감은 대단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붉디붉은 협곡의 빛깔이다. 황토처럼 부드러울 것 같은데 만져보면 딱딱한 암석이다. 꼭 키 100m짜리 근육질 붉은 거인들이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듯하다. 불퉁한 외모와 달리 카리지니는 원주민 말로 ‘만남의 장소’란 뜻을 갖고 있다. 건조하고 뜨거운 협곡 위에 견줘, 유칼립투스가 그늘을 만들고 군데군데 오아시스 같은 폭포와 연못들이 있는 협곡 아래야말로 사람들이 쉬고 모이기에 최적의 장소였을 것이다. 카리지니 방문객 센터 안내판 등에 따르면 45억년에서 35억년 전 사이 카리지니는 원시 지구의 바다 밑바닥이었다. 그러다 해수면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지상으로 드러났다. 이후 물과 비바람이 깎고 세월이 조탁해 오늘날과 같은 기이한 풍경이 만들어졌다. 시루떡같이 쌓인 협곡 층 사이사이 원시 지구의 정보가 빼곡히 담겨 있는 건 그런 까닭이다. 카리지니 안에는 모두 9개의 크고 작은 협곡이 있다. 해머슬리를 제외하면 핸콕, 조프리, 레드, 데일스, 위노, 녹스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협곡들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몰려 있다. 깎아지른 벼랑을 어떻게 내려갈까 싶지만 절묘하게도 협곡마다 내려갈 만한 길이 하나씩은 꼭 있다. 협곡 트레일은 난이도에 따라 1~6단계로 나뉜다. 어느 단계든 조심해야 하지만 5~6단계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각 협곡은 저마다 특징을 갖고 있다. 데일스 협곡은 평이한 난이도에 수채화 같은 유려한 풍경을 갖췄다. 계곡 물이 모여 서큘러 풀과 포테스큐 폭포 등 예쁜 풍경을 만들고 있다. 유칼립투스 나무 위에 조롱박처럼 매달려 낮잠을 자는 박쥐 등 이국적인 풍경과도 조우할 수 있다. 조프리 협곡은 거대한 원형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조프리 폭포가 매력적이다. 붉은 암석들이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는 녹스 협곡은 장엄미가 단연 돋보인다. 핵심은 핸콕 협곡이다. ‘지구의 중심’을 숨겨둔 곳. KBS 2TV ‘남자의 자격-배낭여행’ 편에 등장하며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른 협곡과 달리 헬멧과 스위밍 수트, 암벽등반을 위한 하네스 등을 갖춰야 할 정도로 험한 편이다. 하지만 꼭 남자뿐이랴. 다소의 모험을 즐길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자격’은 충분하다. 출발은 다른 협곡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전화번호부처럼 촘촘하게 쌓인 암석들을 딛고 내려간 뒤 계곡길을 따라 걷는다. 물에 잠겼거나 미끄러운 부분도 있지만 어려울 건 없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은 리건 풀 바로 앞까지다. 여기서부터는 장비를 갖춘 참가자(가이드 2명 포함 최대 10명)들만 갈 수 있다. 서로의 몸을 자일로 묶고 하켄 박힌 암벽을 따라 오르내려야 한다.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까닭에 적잖이 힘도 든다. 그러나 붉은 거인의 심장, ‘지구의 중심’이 멀지 않은데 예서 멈출 사람은 없다. 핸콕 협곡의 마지막 코스인 ‘지구의 중심’은 핸콕과 조프리, 레드, 위노 등 네 협곡이 만나는 곳이다. 당연히 물줄기도 합류돼 큰 호수를 이룬다. 핸콕 협곡의 묘미는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지구의 중심’이 전하는 풍광도 좋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만나는 근육질의 풍경은 그보다 몇 곱절 뛰어나다. 무엇보다 위험한 곳들을 참가자들이 합심해서 건너가는 과정이 정말 짜릿하고 즐겁다. 서호주 관광청이 내세운 슬로건 ‘기이함을 경험하라!’가 설득력을 갖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핸콕 협곡 위의 ‘옥서 전망대’는 반드시 들르길 권한다. 9개 협곡에 조성된 전망대 가운데 가장 도저한 풍광과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발 아래 ‘지구의 중심’을 두는 맛이 각별하고, 네 협곡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경이롭다. 옥서 전망대 유칼립투스 나무 아래엔 십자가가 하나 세워져 있다. 핸콕 협곡의 아름다운 연못 ‘리건 풀’의 이름으로 남은 남자, 지미 리건의 묘다. 구조대원으로 자원해 활동하던 그는 2004년 안전장비 없이 협곡 위를 걷던 사람을 구하다 서른여섯의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스스로의 안위를 빚졌다는 기분으로 그의 묘에 돌 하나 얹어 놓고 오는 것도 좋겠다. 글 사진 톰 프라이스(호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이것만은 잊지 마세요 ▲싱가포르 항공(www.singaporeair.com)이 매일 3회 싱가포르를 경유해 퍼스까지 오간다. 총비행 시간은 11시간 남짓. 퍼스~파라버두는 국내선, 파라버두~카리지니는 지프 등 차량(약 3시간 소요)을 이용한다. 퍼스~카리지니 약 1600㎞ 거리를 4륜구동 차량으로 이동하는 여행객들도 많다. 운전석이 오른쪽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호주정부관광청 한글 사이트(www.westernaustralia.com), 호주정부관광청( www.australia.com) 참조. ▲카리지니 1일 패스는 차량 1대당 11호주달러(약 1만 2000원)다. 1호주달러=약 1150원. ▲하루 종일 따가운 햇살이 내리쬔다. 자외선 차단제, 선글라스, 모자 등을 챙겨 가는 게 좋다. 아울러 협곡마다 노천 풀이 형성돼 있으니 수영복을 준비해 가는 것도 좋겠다. ▲카리지니 국립공원 내 숙박업소는 에코 리트리트가 유일하다. ‘에코 텐트’ 안에 침대, 샤워기가 딸린 화장실 등 기본적인 시설만 설치했다. 취사는 불가. 식사는 사무실 겸 레스토랑에서 해결한다. ▲현지 ‘웨스트 오즈 액티브 어드벤처’(www.westozactive.com) 프로그램으로 핸콕 협곡을 돌아볼 경우 장비 일체가 제공된다. 215달러. 개별 여행자는 레스톡 투어(www.lestoktours.com.au/karijinipark)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퍼스 시내 국제선과 국내선은 터미널이 떨어져 있다. 오전 4시부터 50분 간격으로 셔틀 버스가 양 터미널을 오간다. 택시 요금은 25달러가량. ▲콘센트 형태가 일자형 세 개다. 별도 어댑터를 가져가야 한다. ▲퍼스 시내 팬 퍼시픽 호텔은 스완강에 인접해 있는 데다 시내 접근성이 좋다. 자전거를 빌릴 수도 있다. 1시간 6달러. ▲퍼스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프리맨틀이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맛집, 시장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애버리지니 문화센터에서는 풍속화와 민속악기 디저리두 등을 배울 수 있다. ▲워너투어(www.wannatour.com, 02-3477-7555)와 코코스여행사(02-318-1998) 등에서 서호주 아웃백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 금융권 사회공헌 늘린다

    10일 금융업계가 사회공헌활동사업 지출을 확대하고 고졸 인력 채용을 늘리기로 했다. 이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간부회의에서 금융권이 ‘리셰스 오블리주’(Richess Oblige·부의 사회적 책임)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반자본 시위와 관련해 경제 불황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국내 금융업계의 자구책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대내외 경제 불안을 감안, 은행권이 2011년도 사회공헌활동 사업에 전년보다 15% 증가한 약 6800억원을 지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회공헌활동사업 지출액의 증액률을 전년의 10%보다 5% 포인트 높였다. 업권별 지출액은 은행권 5923억원, 생명보험업계 888억원, 손해보험업계 363억원, 여신금융업계 347억원, 금융투자업계 332억원, 저축은행업계 32억원 등이다. 한편 은행장들은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사회를 열어 내달 열리는 공동 사회공헌활동인 은행사랑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액을 10억원으로 종전보다 5억원 늘리기로 결의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김석동 “금융권 리세스 오블리주 필요”...금융업계 사회공헌활동 확대

     10일 금융업계가 사회공헌활동사업 지출을 확대하고 고졸 인력 채용을 늘리기로 했다. 이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간부회의에서 금융권이 ‘리셰스 오블리주’(Richess Oblige·부의 사회적 책임)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반자본 시위와 관련해 경제 불황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국내 금융업계의 자구책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대내외 경제 불안을 감안, 은행권이 2011년도 사회공헌활동 사업에 전년보다 15% 증가한 약 6800억원을 지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회공헌활동사업 지출액의 증액률을 전년의 10%보다 5% 포인트 높였다.  업권별 지출액은 은행권 5923억원, 생명보험업계 888억원, 손해보험업계 363억원, 여신금융업계 347억원, 금융투자업계 332억원, 저축은행업계 32억원 등이다.  보험업계는 저소득층 대학생의 고금리 학자금 대출상환과 교통사고 유자녀 생활안정 등을 위해 400억원을 지원한다. 은행권과 보험업계 등 금융업계는 고졸 직원의 야간대학, 사이버대학 진학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와 양해각서(MOU) 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학력 인플레와 고졸인력 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고졸인력 약 83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는 총 채용 예정인원 5만 1000명의 16% 수준이다.  한편 은행장들은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사회를 열어 내달 열리는 공동 사회공헌활동인 은행사랑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액을 10억원으로 종전보다 5억원 늘리기로 결의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팬택 “LTE폰 올인”

    팬택이 국내 시장에서 일반 휴대전화 사업을 중단한다. 팬택은 6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4세대 이동통신망인 ‘LTE(롱텀에볼루션) 올인 전략’을 선언하면서 국내 첫 출시 LTE폰인 ‘베가 LTE’를 공개했다. 임성재 마케팅본부장(전무)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팬택은 현존 최고 네트워크인 LTE 시대로 넘어가는 변혁의 중심에서 ‘LTE 올인’을 선언한다.”며 “2013년까지 스마트폰 25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전 세계 7위 스마트폰 제조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팬택은 올해부터 국내 시장에서는 더 이상 신형 일반 휴대전화를 출시하지 않고 앞으로 개발하는 스마트폰도 모두 LTE 기반 제품군으로 특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서는 내년까지 일반 휴대전화를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현재보다 10% 이상 끌어올려 30%대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팬택은 이날 세계 최초로 ‘손을 대지 않고’(Touchless)도 통화할 수 있는 동작 인식 기능이 탑재된 베가 LTE를 선보였다. 동작 인식 기능은 LTE폰 전면의 카메라가 사용자의 동작에 따라 작동하는 기능으로,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도 손을 좌우로 흔들면 전화를 받을 수 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Shopper’s Paradise Hong Kong 홍콩에 없으면 세상 어디에도 없다

    Shopper’s Paradise Hong Kong 홍콩에 없으면 세상 어디에도 없다

    Shopper’s Paradise Hong Kong 홍콩에 없으면 세상 어디에도 없다 홍콩 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이미지 중 가장 일반적인 것 중 하나는 쇼핑이다. 홍콩은 ‘쇼핑의 천국’이라 불리며 지금도 전세계 쇼핑객의 열정을 더욱 뜨겁게 태우고 있다. 오로지 쇼핑만을 위한 거대한 매장이 곳곳에 널려 있고, 그와는 노선을 달리하는 콧대 높은 아티스트 제품도 고유의 아우라를 내뿜는다. 저렴한 가격부터 명품 브랜드를 아우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이나 홍콩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의 현지 제품은 왜 사람들이 홍콩을 향하고 있는지를 실감케 해주는 지표와 같은 것. 이처럼 쇼핑의 매력으로 가득 채워진 홍콩에서 아시아 패션퀸을 선발하는 대회가 열렸다. 뜨거운 여름을 더 뜨겁게 달군 참가자들과 주요 쇼핑 지역을 만나 봤다. 글 김명상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김하영 홍콩 패션퀸 콘테스트란? 8월29일부터 31일까지 3일 동안 홍콩에서 열린 ‘2011 아시아 패션퀸 콘테스트’는 총 11개 아시아 국가가 참여해 홍콩의 쇼핑정보, 패션 노하우, 트렌드 등을 소개하고 홍콩의 명소와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이벤트다. 각국에서 선정돼 홍콩에서 본선을 치르는 후보들은 일정 중 8시간 동안 각 팀의 주제에 맞는 쇼핑 아이템을 2만 홍콩달러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구매하는 쇼핑미션을 수행하고, 이를 무대에서 소화해 보여줘야 한다. 쇼핑 테마도 제비뽑기로 골라야 하는데, 참가자들은 각 주제에 맞는 아이템을 찾아 홍콩 시내 곳곳을 누비며 구매할 수 있다. 최종 우승팀에게는 콘테스트를 위해 구매했던 모든 아이템과 한화 약 3,000만원 상당의 비자 크레딧 보너스VISA Card Credit Bonus가 제공됐다. 올해는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출전자가 공동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Korea 한국의 패션퀸, 아시아에 우뚝서다 interview●●● Q. 이번 대회에서 공동우승하게 됐는데 예상했는지? 사실 주제 중에서 의상 선택이 비교적 자유로운 파티룩을 원했는데 다행스럽게 그걸 하게 돼서 좋았어요. 또 무대 프리젠테이션에서 노래를 불러서 더 흥미롭게 만들고 싶었어요. 홍콩이다보니 원래 ‘첨밀밀’을 부를 예정이었지만 저희 의상과 맞지 않아 고민을 했죠. 그래서 ‘썸씽스페셜’이라는 곡을 즉석에서 불렀던 것이예요.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워서 다행이었어요. Q. 자신의 패션에 대해 말한다면. 효연 | 원래 액세서리를 좋아하는데, 뭐든지 꾸미는 아이템이 좋아요. 좋아하는 브랜드도 딱히 없어요. 길 가다가 맘에 드는 옷이 있으면 관심 있게 보거든요. 지아 | 전 살짝 튀고 싶은 스타일이예요. 세세한 것에 신경을 쓰고, 포인트 있는 색감을 중요시 하죠. 단정하면서도 믹스매치해서 입는 것을 좋아해요. Q. 파트너가 구매한 것 중 마음에 드는 것은? 지아 | 약간은 미래지향적이면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자 했어요. 효연이 걸친 검은색 스톨은 로컬숍에서 구입한 것이예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입을 수 있고 독특해서 굉장히 맘에 들어요. 효연 | 지아의 소품 중 맘에 드는 것은 목걸이예요. 가격 대비 너무 괜찮은 제품이고 홍콩 현지 브랜드라서 다른 곳에서 구하기도 쉽지 않아요. 또한 신발은 징이 박힌 터프한 디자인으로 감각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었어요. Q. 쇼핑 천국 홍콩의 느낌은? 효연 | 사실 중국은 많이 갔었기에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싶었어요. 하지만 직접 와 보니 영화나 TV에서만 봤던 것이 너무 많으니까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죠. 특히 쇼핑에서는 천국과 같은 곳이라는 느낌이었어요. 사실 중국도 많이 발전했고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홍콩에는 엄청나게 큰 쇼핑몰들이 곳곳에 있고 브랜드나 규모에 있어서도 차원이 다르다고 느꼈죠. 원하는 모든 것이 다 있는 곳이 바로 홍콩이예요! 바로 여기! 추천 쇼핑지 몽콕 Mong kok 야시장과도 어울리는 현대적 공간 1. 랭함플레이스 Langham Place 야시장으로 유명한 몽콕에도 현대적인 건물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랭함플레이스 쇼핑몰이다. 15층 건물의 국제 및 로컬 패션 브랜드, 식음료 매장, 영화관 등을 포함한 곳으로 몽콕의 랜드마크로 꼽히고 있다. 몽콕지역에서도 유일하게 5성급 호텔에 직접 연결되고 원스톱 쇼핑도 가능하며, 다양한 레스토랑과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 200m 높이를 자랑하는 4층의 그랜드 아트리움은 유리벽 디자인으로 구성됐고 몽콕 시내 전경을 밤낮으로 파노라마뷰로 즐길 수 있다. 또한 천장의 디지털스카이에서는 다양한 효과를 통해 환상적인 시각효과를 전달해 쇼핑의 즐거움 외에도 기묘함과 신선함을 더했다. 홈페이지 www.langhamplace.com.hk/eng/ 홍콩의 동대문이랄까? 2. 레이디스마켓Ladies’ Market 홍콩에서 유명한 거리 시장 가운데 한 곳인 레이디스마켓은 우리나라의 남대문이나 동대문 시장 정도를 연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몽콕역 근처의 Tung Choi Street에 자리해 있으며 길이 약 2km 정도로 각종 의류와 소형 가정용품, 액세서리 등 주로 여성 용품을 취급하는 노점이 산재해 있어 레이디스마켓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편리하고 대규모 시설을 자랑하는 메가쇼핑몰과 달리 천막이 쳐진 길가에 외국인과 현지인이 한데 뒤엉켜 흥미로운 눈을 반짝이며 이국적 물품을 구경하며 흥정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재밌는 볼거리다. 이곳에서 가까운 운동화 거리도 명물. 위치 MTR 몽콕역에서 E2 출구로 나와 넬슨Nelson Street을 따라 걸으면 3분 정도 소요 T clip. 와인 면세지 홍콩에서 와인을 3. 왓슨스 와인Waston’s Wine Cellar 홍콩 최고의 와인 스토어로 꼽히는 왓슨스 와인 셀러는 와인 전문 체인점이다. 와인 면세지 홍콩에 왔는데 그냥 가자니 서운한 노릇. 그렇다고 와인을 잘 아는 것도 아니라면 뭘 어떻게 골라야 할지 난감하다. 그러나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와인의 세계로 빠져보자. 왓슨스 와인 매장 내에서는 무료 시음도 할 수 있으며, 매장 직원으로부터 세부 정보와 조언을 들을 수 있다. 매장 직원들이 그냥 판매에만 바쁠 것이라는 오해는 말 그대로 오해. 모두 영국의 와인전문교육기관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에서 트레이닝을 받았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은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좋은 와인을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이벤트도 종종 벌이고 있으니 할인 상품도 잘 살펴보자. 홈페이지 www.watsonswine.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Japan 걷기 힘들 정도의 쇼핑지 홍콩! interview●●● Q. 대회 의상은 어떻게 구성했는지. 저희가 맡은 주제가 ‘특별한 상황’에 대한 것이었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소품을 준비해야 했죠. 하버시티에는 ‘토이즈러스’라는 장난감백화점이 있어요. 그곳에서 저희가 원하는 것들을 많이 찾았죠. 또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검색해 쇼핑 관련 정보를 얻고 이를 활용하기도 했어요. 지금이라도 파티에 갈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나요? Q. 안타깝게 우승은 하지 못했는데. 저희는 남들과 다르게 기모노 같은 일본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감각을 섞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모노를 착용했는데 대회 규정상 홍콩에서 정해진 시간에 구매한 것만 허용된다고 해서 안타까웠어요. 본 대회에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한국팀을 비롯한 다른 팀의 프리젠테이션을 보고 나니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죠. 서운하지만 매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소품은 어디서 구매했는지. 옷부터 가방 등은 H&M, 마크제이콥스, 알렉산더왕, 루이비통 등에서 구입했어요. 가격이 저렴한 것부터 럭셔리 고가까지 두루 섞고자 했습니다. 첫 번째 제품을 사는 데만 거의 3시간을 보냈을 만큼 신중하게 선택했어요. 마지막 1시간 남았을 때는 제한 금액을 다 쓰지도 못하고 있었죠. 그래서 고가 브랜드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Q. 쇼핑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홍콩은 거리를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쇼핑 장소가 있어서 쇼퍼홀릭에게는 정말 좋은 곳인 것 같아요. 사람들도 친절해서 뭔가를 물어보면 어디에서 뭘 구입할 수 있는지 알려줬답니다. 다녀본 곳 중에서 인상 깊은 브랜드는 H&M이었어요. 합리적이고 만족스런 제품들이 많았기에 추천합니다. 하지만 몽콕의 레이디스마켓 같은 비싸지 않지만 홍콩 현지인이 즐겨찾는 곳도 주의해서 고른다면 흥미있는 제품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몽콕에는 랭함플레이스 같은 대형몰도 있는 만큼 함께 둘러보며 차이를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바로 여기! 추천 쇼핑지 하버시티 Habour City 한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 하버시티Harbour City 대체 이 많은 쇼핑몰 중 어디로 가야 할까? 홍콩에 오면 누구나 난감해하며 질문하는 것이다. 편리함을 원한다면 침사추이Tsim Sha Tsui의 중심에 자리한 하버시티로 가보자. 하버시티에는 50개의 레스토랑과 2개의 극장을 포함해 총 700여 개의 매장이 있으며 패션과 최신 유행 브랜드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만큼 국제적 유명 브랜드의 플래그십 매장이 곳곳에 자리해 지나는 이들을 유혹한다. 하버시티는 총 4개 구역으로 나뉜다. 그중 오션터미널OT은 다시 3개 분야로 나뉘는데 1층의 KidX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토이즈러스나 어린이용 아르마니 주니어, DKNY 키즈 등 40개가 넘는 어린이브랜드가 들어서 있다. 2층의 SportX에는 홍콩 최대의 스포츠 매장 기가스포츠 외에 뉴발란스, 아디다스 등의 플래그십 매장이 있고, 200개 이상의 화장품 및 뷰티 브랜드로 채워진 Faces & 레인크로포드도 자리하고 있다. 3층의 LCX는 젊은이들을 위한 브랜드와 레스토랑이 가득한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다. 또한 마르코 폴로 홍콩 호텔 아케이드HH는 남성 및 여성을 위한 하이엔드 패션과 가구를 제공하며, 그랑오션은 시내에서 몇 안 되는 대규모 영화관 중 하나이다. 쇼핑에 영화에 호텔까지 갖추고 있다는 말씀. 아울러 오션센터OC는 버버리, 샤넬, 루이비통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최정상급 브랜드를 아우른 곳이자 오디오 및 비주얼 장비 전문 상점과 시계, 보석 상점 등이 어우러져 있다. 이 밖에 게이트웨이 아케이드GW는 아르마니, 코치, 프라다 등 인기 디자이너의 패션 부티크를 제공하는 쇼핑 및 레저 구역으로 네 개의 영화관과 씨푸드 레스토랑, 카페, 베트남 식당 등도 있어 쇼핑도 하고 다양한 음식을 맛보기에도 적합하다. 홈페이지 www.harbourcity.com.hk 위치 스타 페리, MTR 침사추이역 A1 번 출구에 인접 interview 하버시티에는 모든 것이 다 있죠! 하버시티 프로모션 및 광고매니저 앤드류 양Andrew Yeung 하버시티는 홍콩에서 가장 큰 쇼핑몰입니다. 45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패션브랜드를 아우르고 있는 곳이죠.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부터 일반적인 제품까지 두루 갖추고 있으며 LCX에는 젊은이들을 위한 브랜드가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하버시티에만 오더라도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죠. 식당 또한 미슐랭가이드에 소개된 맛집부터 종류로는 중식, 일식, 동남아식, 양식 등을 구비해 쇼핑의 즐거움을 한층 더 높이고 있습니다. 호텔이나 극장도 함께 있기에 하버시티에 오시면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을 만큼 편리합니다. 최근에는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찾아주십니다. 저희도 그 중요성을 고려해 홈페이지에 한국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죠. 앞으로 더 많은 한국인의 방문을 희망합니다. Singapore 패션을 알기 위해 홍콩에 오다! interview●●● Q. 어떻게 이번 대회에 출전하게 됐는지? 저는 모델과 DJ를 하고 있고요, 같이 온 셀레스티는 제 친동생으로 패션디자이너인데 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해서 함께 이번 홍콩패션퀸 대회에 참여하게 됐어요. Q. 홍콩의 느낌은? 이미 홍콩에 5번 정도 와봤어요. 홍콩은 패션 관련 쇼핑에 정말 최적화된 관광지 같아요. 저는 반짝거리는 소재를 선호하는데 홍콩에는 창의적인 쇼핑숍도 많고 독특한 아이템도 두루 갖춰져 있어 즐겨찾고 있어요. Q. 남자친구와 데이트할 때 입는 스타일은? 동생 셀레스티는 스타일로 보면 로맨틱하고 섹시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예요. 타이트한 옷과 로맨틱한 소품으로 남자친구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어하죠. 그러나 저는 동생과 달리 섹시한 것이 싫어요. 반짝이는 소재의 롱드레스나 단순하지만 멋진 옷을 좋아합니다. 많이 드러내는 옷들은 제 스타일이 아니예요. Q. 쇼핑에서의 팁이 있다면? 홍콩에서는 작은 가게라도 좋은 품질을 갖췄으면서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하나뿐인 아이템을 종종 찾을 수 있어요. 게다가 저렴하기까지 하니 정말 좋죠. 물론 대형 쇼핑몰은 굉장히 편리하고 다양한 브랜드를 갖추고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그러나 다양하고 소소한 상품을 만나고 싶다면 홍콩에서만 찾을 수 있는 로컬숍에 가보시길 권합니다. Q. 우승을 위한 전략을 말한다면? 저희는 별도로 구성된 팀 없이 저희끼리만 왔어요. 그래서 좀더 스마트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파티와 관련된 주제가 주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운 좋게 그렇게 됐어요. 이번 저희 주제는 대변신이라고 할 수 있어요. 패션쇼니까 가장 눈에 띄고 색다르고 이색적인 주제를 찾아 나섰습니다. 신발부터 가방까지 모두 개성이 강한 것들이죠. 홍콩 로컬숍에서 산 것으로 모두 싱가포르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라 더욱 애착이 가요. 바로 여기! 추천 쇼핑지 소호 SOHO 동양과 서양의 수상한 만남 1. 피터 라우 Peter Lau 얼핏 봐도 분위기 한번 이상하다. 속옷 같은데 외출용이고, 중국 전통 무늬가 수놓아진 교복에 중국풍 무늬가 수놓아진 서양 드레스까지. 전통적인 중국 드레스를 재해석한 피터 라우는 20년간 홍콩 패션 산업에 몸 담은 디자이너로 서양풍 드레스에 오리엔탈 스타일을 적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창출했다. 이후 파티 등 특별한 장소에 어울리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설립했고 차이나 돌China Doll이라는 청소년 대상의 라인도 개설한 바 있다. 깃털 소재의 활용, 꽃무늬 패턴, 소매 없는 디자인, 코르셋 장착 등을 결합한 파격적인 실험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그의 제품은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섹시함과 묘한 앙상블을 통해 깜짝 놀랄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주소 Shop 2, Ug/F, 168 Queen’s Road, Central, Hong Kong 한곳에서 만나는 세계의 패션 2. AB부티크 ABoutique 소호에는 해외 각국에서 수입한 브랜드 중 공식 입점하지 않은 브랜드만 모아서 판매하는 편집숍이 곳곳에 널려 있다. 그중에서도 AB부티크는 지난 9월 개장한 따끈한 곳으로 미국, 프랑스,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 들여온 의류나 구두 등을 판매하고 있다. 한곳에서 세계 각국 여성의류를 만날 수 있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여성의류가 대부분이며 우아하면서도 여성미를 강조한 오피스레이디룩, 포근하고 질감 좋은 니트, 20대 여성의 상큼함과 어울리는 옷, 30대의 세련미를 강조하는 라인 등 유명하지 않지만 매력적이고 잠재력 있는 브랜드가 다채로이 걸려 있어 방문객을 행복하게 만든다. 주소 G/F, 19 Aberdeen St, Central, Hong Kong 아~옛날이여 3. 뱅뱅Bang! Bang! 70’s 입구는 잠겨 있다. 벨을 누르면 얼마 후 아무 말도 없이 문이 열린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은 삭막해서 왠지 밀거래를 하러 가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그러나 문을 열고 매장에 들어가는 순간 고양이가 방문객을 반기고 이소룡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60~70년대 풍 세계가 펼쳐진다. 뱅뱅은 70년대에 태어난 사장이 20년간 직접 수집해 모은 패션 아이템을 판매하는 곳으로 일부는 1개뿐인 희귀 아이템이다. 취급 품목도 다양하다. 명품백부터 옷, 선글래스, 액세서리, 향수, 컵, 책, 방석, 손수건, 커튼, 비누까지 그 시절에 있었던 것들을 죄다 망라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수입해 온 제품들은 지금은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것들이며 홍콩에서 직접 제품을 만들던 ‘Made in Hong Kong’ 시절의 물품도 빼곡하다. 주소 1/F, No. 16A Aberdeen St. Central, Hong Kong 집을 잃은 것은 상상의 날개 4. 홈리스 Homeless 홍콩에는 매력적인 아이디어 상품들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홈리스가 있다. 어른들의 장난감 가게라 칭할 만한 이곳의 제품들은 하나같이 흥미를 유발하게 하는 그 무엇을 담고 있다. 모두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 수집된 제품으로 상상의 나래를 상업적으로 승화시켰다는 찬사마저 일게 한다. 외관부터 감성을 자극하는 홈리스는 아이디어상품과 인테리어 소품, 각종 생활편리기구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하버시티, 코즈웨이베이, 센트럴 등에 총 9개 매장이 운영중이며, 센트럴에는 한 골목에만 3개의 매장이 들어서서 테마별로 분류돼 있다. 남들과 다른 소품을 저렴한 가격에 가지고 싶다면? 홈리스에서 실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주소 | 센트럴 본점 29 Gough St, Central 침사추이점 8/F, The One, no.100 Nathan road, tst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데스크 시각] ‘측근비리’ 서둘러 뿌리뽑아라/김성수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측근비리’ 서둘러 뿌리뽑아라/김성수 정치부 차장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몰아친 ‘안철수 바람’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평가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8일 밤 가진 TV 간담회에서다. “스마트시대가 왔는데, 정치는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지 않으냐.”고도 했다. 평소 지녔던 ‘여의도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즉각 정치권의 반발을 불러왔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직설적으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들이 정치를 극도로 불신하게 된 원인은 주로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데, 한가하게 “네 탓이오”만 외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의 이런 비난과는 무관하게 이 대통령은 평소에도 정치보다는 국정운영에만 매진하겠다는 뜻을 자주 밝히고 있다. ‘일하는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임기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하다가 떠나겠다는 것이다.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은 없다.”, “친인척 비리, 권력비리는 없다.”는 발언에서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인 신념과 함께 자신감도 묻어난다. 하지만 올 초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권력 주변 인사들의 비리가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둘씩 불거지면서 이미 적잖은 내상(內傷)을 입었다. 지난 1월엔 함바비리 연루 의혹으로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이 물러났다. 2월에는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이 줄줄이 구속됐다. 5월에는 2007년 대선 때 ‘BBK대책반장’을 맡았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급기야 지난 21일엔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검찰에 불려갔다. 이런 와중에 현 정권의 또다른 실세인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차관으로 일하던 시절을 포함해 지난 9년여 동안 한 기업인으로부터 10억원이 넘는 금품을 지속적으로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신 전 차관은 지난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됐지만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사실이 인사청문회에서 밝혀져 낙마했다. 입각에 실패한 이후에도 인사철마다 청와대 정무수석, 민정수석 후보에 꾸준히 거론됐을 만큼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결국 검찰수사로 밝혀지겠지만, 이런 비리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집권 4년차이지만 우리는 다른 정권처럼 무슨무슨 게이트는 없지 않으냐.”는 청와대의 자신감도 급속히 무너지면서 빠르게 레임덕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청와대 내부에서는 ‘레임 덕’(절름발이오리)이 아니라 ‘다리가 없는’(legless) 오리가 된 지 오래됐다는 자조 섞인 한탄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주변의 측근 인사들이 연루된 비리가 속속 드러난다면 현 정권의 국정운영 기조인 ‘공정사회’, ‘공생발전’을 아무리 외쳐봐야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썼던 사람만 다시 돌려쓰고, 자기사람만 챙기는 인사를 반복하다 보니 몇몇 사람에게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됐고, 이런 인물들을 청와대가 사전에 인사검증 시스템 등을 통해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15개월여가 남아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비롯해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측근 비리를 이참에 서둘러 뿌리 뽑지 못한다면 다른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했고,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유치하면서 국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공적들도 측근 비리에 묻힐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서 흐트러진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기왕에 드러난 비리는 명명백백하게 진위를 밝혀서 국민들의 의혹을 말끔히 불식시켜야 한다. 그것이 사태의 재발을 막는 지름길이면서 동시에 정권의 부담도 더는 일이다. 책임을 진 정권이 잘못한 일에 대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좌고우면만 한다면 결국엔 올 것이 올 수밖에 없다. sskim@seoul.co.kr
  • 238명 동시에 입을 수 있는 ‘마법 드레스’ 공개

    핀란드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가 만든 독특한 드레스가 세계인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디자이너 아무 송(Aamu Song·송희원)이 제작한 이 드레스는 238명이 동시에 입을 수 있는 특별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강렬한 붉은색 디테일이 살아있는 이 드레스는 덴마크 섬유업체 코바드랏(Kvadrat)의 울 페브릭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둥글게 퍼진 밑단에는 ‘입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드레스 제작에 들어간 천은 무려 550m. 붉은색 천에서 이름을 따 ‘레드 드레스’(REDDRESS)로 불리고 있다. 2008년 아무 송 디자이너가 ‘레드드레스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하기 시작했으며, 현지에서 공개되자마자 큰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드레스 시연에 나서는 사람들은 4단 레이어 된 밑단 하나하나에 몸을 넣고 독특한 드레스 착용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이너는 규모가 매우 큰 음악 공연이 열리는 콘서트홀에서 수 백 명의 사람이 동시에 입을 수 있는 드레스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디자이너는 “레드드레스는 무대에 서는 사람과 무대 위 사람을 바라보는 청중의 경계에 의문을 던지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소개한 해외 언론들은 이 드레스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만큼 매우 독특하고 아름답다고 평가했다. ‘레드드레스’는 22일부터 런던에서 펼쳐지는 런던디자인페스티벌에서 전시됐으며, 23일 밤 238명이 동시에 이 드레스를 입는 모습이 공개될 예정이다. 사진=멀티비츠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Canada West & East ① I Love Victoria 실크처럼 몸에 감기는 빅토리아

    Canada West & East ① I Love Victoria 실크처럼 몸에 감기는 빅토리아

    여행 중에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은, 마치 자신이 불청객이 된 듯한 느낌이 들 때다. 도시에 흡수되지 못하고 부유하는 듯한 이물감... 해협을 끼고 내항에서 다시 내항으로, 빅토리아는 캐나다 서부의 가장 안락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Canada West & East 이 달에 <트래비> 특집에서는 캐나다의 세 여인을 만났다. 꽃처럼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빅토리아Victoria는 서부 해변의 여인이다. 세련되었지만 새침하지 않는 밴쿠버Vancouver는 멋내기를 좋아하는 아가씨다. 상냥한 매력으로 사람을 매혹시키는 퀘벡Que′bec은 프랑스에서 왔다. 당연히 세 여인과 데이트하는 법은 달랐다. 쿵쿵 뛰는 심장을 살짝 눌러주어야 했던 달콤한 기억. 미처 전하고 오지 못한 ‘사랑의 고백’을 이제야 털어놓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I Love Victoria 실크처럼 몸에 감기는 빅토리아 여행 중에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은, 마치 자신이 불청객이 된 듯한 느낌이 들 때다. 도시에 흡수되지 못하고 부유하는 듯한 이물감. 하지만 브리티시 콜롬비아British Columbia의 주도 빅토리아에서라면 그런 불쾌함은 잊어도 좋다. 오히려 몸에 착착 감기는 안락함. 심지어는 일체감. 사실 빅토리아는 태생적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그래서 방문객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으며, 자연스레 ‘친여행자 도시’로 성장했다. 그러니 가서 그녀와 친해지기만 하면 된다. 탐색에 앞서 잠시 역사를 살펴보자. 도시의 설립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북미의 가장 큰 소매업체로 무역을 주도했던 허드슨 베이 컴퍼니였다. 1843년 창설 당시 포트 빅토리아의 풍경은 지금보다 영국풍이 더 짙었으며 해군들이 대거 주둔하고 있었다. 이후 1858년 골드 러시 기간 동안 도시는 유럽인과 아시아인들을 적극 받아들이며 성장했고, 다양한 문화가 조화롭게 뒤섞여 발전한 흔적들은 지금까지도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캐나다BC주관광청 www.hellobc.com Beautiful Harbour 잊지 못할 해변의 여인 빅토리아 여행은 항구에서 시작됐다. 미국 시애틀에서 출발한 배는 3시간의 질주 끝에 캐나다 빅토리아의 내항에 사람들을 내려놓았다. 엄밀히 말하면 빅토리아는 밴쿠버 아일랜드라는 섬의 남쪽에 자리잡은 도시다. 아직 메인랜드에 도착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 섬의 규모가 남한 면적의 3분의 1정도이니 이미 충분히 크다. 짐을 챙기고 입국절차를 마치고 나자 부두에서 호텔까지는 걸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웠다. 이 도시에서의 여행이 이렇게 순탄하고 편안하리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빅토리아 다운타운의 구조는 간단하다. 내항의 가장 안쪽 코너를 끼고 있는 주정부청사Legislature Buildings와 페어몬트 호텔은 고풍스러운 외관으로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관광안내소에 들러 즉석에서 계획을 짜고, 부차든 가든처럼 유명한 곳을 방문하기 위해 몇 가지 교통편을 예약하는 일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 지갑을 열 만한 호텔과 쇼핑점, 카페, 레스토랑 등은 대부분 항구쪽에 집중되어 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19세기 영국풍 상점들이 남아있는 메인 쇼핑거리인 거버먼트 스트리트Government Street가 200m쯤 이어지고, 그 너머에는 차이나타운이 있다. 빅토리아 차이나타운은 작지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비밀문이라도 되는 양, 한 사람만을 겨우 통과시키는 좁은 골목길인 판 탄 앨리Fan Tan Alley을 통과하자 모습을 드러낸 차이나타운은 조금 퇴색한 모습이었다. 아편과 도박이 유행했던 시절에 대한 기록들도 남아있었다. 빅토리아는 유럽과 아시아뿐 아니라 캐나다 원주민들의 문화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거리에는 전세계에서 온 사람이 넘치고, 물 위에는 온갖 종류의 배가 항해하고, 물 아래에는 돌고래가 헤엄치는 다양하고 활기찬 도시다. 1 빅토리아에 가장 먼저 발을 들여 놓았던 영국 탐험선 제임스 쿡 선장의 동상 너머로 밤마다 화려한 불빛을 두르는 BC주정부 청사가 보인다 2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크레이그다로슈저택의 다이닝룸. 1800년대 말 빅토리아 최고 부호의 저택은 식탁마저도 예사롭지 않다 3 작은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빅토리아 내항의 평화로운 풍경 4 황폐한 채석장에서 세계 최고의 정원으로 변신한 부차트 가든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항구 도시의 안팎을 거닐다 스치며 구경하는 대신 공을 들여 관람해야 하는 곳들이 있다. 그 첫 번째는 BC주의 역사를 독특한 방식으로 전시한, 로열 BC 뮤지엄(www.royalbcmuseum.bc.ca)이다. 1886년부터 운영해 오면서 방대한 규모의 자료를 소장하게 되었는데 특히 퍼스트 네이션first nation이라고 부르는 캐나다 원주민들의 신앙과 생활유물이 흥미롭다.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BC주의 비공식 예술 수호성인’으로 추앙받는 화가, 에밀리 카Emily Carr의 작품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원주민의 삶에 대한 그녀의 애정이 읽힌다. 뮤지엄 관람 후에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도 마련해야 한다. 1940~50년대에 세워진 원주민들의 토템폴Totem Pole과 목조주택, 공룡발자국 주형물, BC주 고유 수종으로 이뤄진 가든, 1852년에 축조된 BC주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 등 볼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BC주에 사는 독일인들이 선물했다는 네덜란드 편종Netherlands Carillon에서 울려 퍼지는 62개의 종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른다. 1898년에 세워진 주정부청사Legislature Buildings도 입장이 가능하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주회의장이라든가 BC주의 정치역사를 보여주는 각종 사진과 자료들, 그리고 100년 전 건축의 특징들을 찬찬히 돌아보면 캐나다라는 나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까다로운 절차 없이 출입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캐나다의 정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내항의 풍경에 익숙해졌다면 수상택시를 타고 외항으로 나가 보자. 수시로 이륙하고 착륙하는 경비행기와 작은 보트들, 요트들로 가득한 항구를 가로질러 피셔맨스 와프Fisherman’s Wharf를 찾아갔다. 보트하우스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배를 개조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살림살이가 궁금한 또 다른 사람들이 배를 타고 찾아오는 곳, 그래서 관광명소가 되어 버렸다. 관광객들은 밥스Barb’s 레스토랑의 인기 메뉴인 피시앤칩스를 먹은 후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들고 남의 집을 기웃기웃하다가 물개에게 먹이를 주기도 한다. 누군가 물고기 바구니를 들고 접근하면 귀신처럼 알고 수면으로 올라와 먹이를 조르는 물개들의 재롱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힘들다. 극과 극 체험이라고 할까. 크레이그다로슈저택Craigdarroch Castle은 보트 하우스와 대극을 이루는 초호화 저택이다. 4층의 가옥 안에는 오크나무로 만들어진 87개의 계단이 있고 창문은 멋진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됐으며, 가구들은 하나하나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교하다. 석탄 채광으로 BC주 최고의 부자가 된 로버트 던스뮤어Robert Dunsmuir가 원했던 것은 빅토리아 시대의 건축 기술과 공예기술이 총동원된 최고의 주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집이 완성되기 한 달 전인 1889년에 사망했고 그 모든 호사를 누리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은 아내 조안Joan이었다. 아르마딜로(북미에 사는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바구니, 하녀와 소통하기 위해 벽에 설치했던 튜브 모양의 인터컴, 사진 감상용 안경, 당구실에 설치된 망원경, 사람의 머리털과 말의 털로 만든 화환장식 등 흥미로운 물건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타워에 올라가면 빅토리아 시내의 전망도 눈앞에 펼쳐진다. 조안의 사망 이후 고택은 퇴역군인병원, 대학 사무소, 음악 학교 등으로 사용되었다가 현재 일반에게 개방되고 있다. 비영리기구가 운영을 맡아 매년 15만명에 이르는 방문객들의 후원으로 살림살이를 하고 있다. 던스뮤어 가문과 다르게 위대한 유산을 대를 이어 잘 지켜 온 가문을 대라면, 이견 없이 부차드 가문을 떠올릴 수 있다. 100년 전 로버트 부차트와 제니 부차트 부부는 황폐한 채석장에 나무와 꽃을 심기 시작했다. 그들은 세계를 여행하면서 수집한 수목들을 조화롭게 가꾸어 선큰 가든Sunken Garden을 조성했다. 이후 이탈리아 정원, 장미 정원, 일본 정원 등으로 차츰 규모를 늘려 왔고, 이제 그 후손들의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가 22만 평방미터에 이르는 부차트 가든Butchart Gardens이다. 천천히 꽃을 감상하며 전체를 돌아보기 위해서는 사실 한나절도 부족하다. 부차트 가든의 특징은 꽃과 나무에 이름표가 전혀 없다는 것. 궁금증이 있으면 직원들에게 문의하거나 사진을 찍어 온라인으로 질문하면 답을 얻을 수 있다. 단, 아무리 궁금해도 후손들이 살고 있는 사택의 문을 두드려서는 안 된다. 대신 꼭 해봐야 하는 것이 있다면 ‘다이닝룸 레스토랑’에서의 우아한 애프터눈 티다. 본고장인 영국이 무색할 만큼 격식을 갖춘 티세트(1인당 26.65캐나다달러, 세금 별도)는 디저트용 위를 따로 보유하지 않은 이상 다 소화하기 힘들 만큼 푸짐하다. 스폰지 케이크, 홈메이드 소시지, 라스베리 마지판, 초콜릿 마카롱, 각종 샌드위치, 생강 스콘, 다즐링 홍차 등으로 이뤄져 있다. 부차드 가든(www.butchartgardens.com)은 시내에서 북쪽으로 21km 정도 떨어져 있으므로 CVS 크루즈 빅토리아(www.cvscruisevictoria.com)에서 운영하는 차편과 부차트 가든 입장권이 포함된 패키지(3시간 30분, 48캐나다달러)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Things to do 빅토리아를 만나는 법 빅토리아는 혼자서도 씩씩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둘이라면 더 좋다. 효율적인 여행 계획을 위한 몇 가지 교통 팁과 해볼 만한 액티비티를 소개한다. 혼자라도 상관없다. 물론, 둘이라면 더 좋겠지만. Clipper & Ferries 바다 건너 그녀에게 가는 길 빅토리아가 미국과 멀지 않다는 지리적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시애틀 같은 북미의 도시를 여행의 관문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시애틀에서 빅토리아 내항까지 3시간 만에 주파하는 빅토리아 클리퍼Victoria Clipper가 있기 때문이다. 국경을 넘는 것이므로 체크인, 체크아웃의 과정이 있지만 시원하게 달리는 뱃길 여행을 즐길 만하다. 빅토리아로 향하는 동안 왼쪽 시야를 장악하는 웅장한 산맥은 워싱턴주의 올림픽 마운틴이다. 클리퍼 요금은 온라인 예약시 100미국달러 내외이며 조기예약 할인을 이용하면 저렴하다. www.clippervacation.com 빅토리아와 밴쿠버 사이를 이동하는 방법도 배다. 페리에 탑승하는 시간은 95분 내외. 페리의 규모가 커서 푸드코트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편도 요금은 15캐나다달러 내외. 이 밖에도 BC 페리는 25개 항로에서 최대 478개 항구까지 차량과 승객을 운송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www.bcferries.com Big Bus 보는 만큼 알게 되리라 도시를 집중 학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처 걷거나 달려 보는 것이다. 빨간색 빅버스는 올드 타운, 차이나타운, 록랜드, 오크베이 빌리지 등 23개의 정류소를 90분 안에 이동하며 대략의 분위기를 스캔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매일 10~20분 간격(비수기에는 45분 간격)으로 운행하므로 홉 온 홉 오프hop-on-hop-off 버스의 장점을 잘 살려서 원하는 곳에서 내려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트롤리 스타일의 이층 버스에 앉아 바람을 맞는 기분도 좋고 이어폰으로 한국어(7개 국어를 서비스한다) 안내를 듣는 것도 흐뭇하다. 빅토리아 빅 버스 2일권은 37캐나다달러, 밴쿠버 2일권은 45캐나다달러이며, 2개 도시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은 72캐나다달러다. 티켓은 기사에게 직접 구매할 수 있다. www.bigbus.ca Walk + Run 시속 4km로 만나는 빅토리아 걷기 여행의 트렌드를 빅토리아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건강한 여행자라면 튼튼한 두 발로 빅토리아 다운타운뿐 아니라 외곽지역까지 여행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방법을 모를 뿐. 그래서 우연히 발견한 <Walk+Run Downtown Vitoria> 지도는 횡재에 가까웠다. 왕복 혹은 편도를 기준으로 4~6km 거리로 설계된 7개의 도보여행 코스는 규모가 작은 다운타운을 과감히 벗어나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야 할지를 명확히 알려준다. 어퍼 하버 워크웨이, 시크릿 패시지, 하버 뷰, 후안 데 푸카, 아트 & 앤티크 등의 코스가 있다. 준족의 여행자라면 6~12km 사이의 조깅코스에 도전해도 좋다. 남쪽의 비콘힐 파크Beacon Hill Park는 해변을 끼고 있어서 최상의 풍경을 약속한다. 하나 더, 빅토리아는 50km에 이르는 사이클링 코스도 갖추고 있다. Spinnakers Brewpub 영혼은 양조장에, 심장은 부엌에 스피나커스 가스트로 브루펍Spinnakers Gastro Brewpub은 빅토리아에서 유일하게 식사와 양조맥주 시음을 함께할 수 있는 곳이다. ‘수공예 맥주’라고 불리는 정교한 맛의 맥주뿐 아니라 요리 실력으로도 최고를 인정받고 있다. ‘스피나커스의 영혼은 양조장에, 심장은 부엌에 있다’는 누군가의 표현이 그럴싸하다. 그 비결은 아무래도 세월의 내공에 있는 것 같다. 스피나커스는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의 하나다. 북미 지역에 소규모 양조장이 유행처럼 생겼던 양조장 르네상스의 시대에 스피나커스는 최일선의 개척자였다. 일례로 빅토리아에는 에일 트레일 셀프 투어가 있는데 스피나커스는 그중 가장 인기 있는 명소다. 100%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생산된 재료들만 사용하는 것도 이 집의 자랑 중 하나다. 주소 308 Catherine Street, Victoria, British Columbia V9A 3S8 문의 1-877-838-2739 www.spinnakers.com Fairmont Empress Hotel 아침과 오후의 갈등 빅토리아 최고의 티타임 장소는 페어몬트 엠프레스 호텔Fairmont Empress Hotel이다. 호텔이 워낙 고가라 숙박은 엄두를 내지 못하더라도 애프터눈 티 정도는 욕심을 내볼 만 하다. 19세기에 빅토리아로 이주해 온 영국인들이 함께 가져온 오후의 티타임은 이곳에서도 익숙한 시간이다. 사라사 무명으로 둘러싸인 티 로비에는 100년 역사를 증명하는 앤티크 가구들이 거만하게 앉아서 손님을 기다린다. 역사가 오랜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전해 온다. 1908년 개보수 공사 중에 나온 목재로 현재 티 로비의 테이블을 만들었으니 어찌 보면 바닥목재 위에서 차를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약은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며 비수기 요금은 51캐나다달러 내외. 주의할 점은 최소한 스마트 캐주얼 이상의 복장 격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소 721 Government Street Victoria, BC V8W 1W5 문의 250-384-8111 www.fairmont.com Kayak Tour 생애 첫 카약에 도전하기 카약은 한국에서 그리 대중적인 레저 스포츠가 아니지만 빅토리아에서는 친숙하고 일상적인 운동이다. 그 첫 경험지로 빅토리아 항구만큼 적합한 곳도 없다. 피셔맨스 와프에 위치한 켈프 리프 어드벤처Kelp Reef Adventures에서는 가이드가 있는 카약 투어를 해볼 수 있다. 장비와 복장을 제공하기 때문에 선글라스, 모자, 카메라만 준비하면 된다. 오전 9시에 출발하는 3시간 동안의 패들Paddle 프로그램은 후안 데 푸카 해협을 따라 천천히 패들을 저어 나가다가 켈프 포레스트에서 간단한 피크닉 시간도 갖는 일정이다. 밴쿠버 아일랜드의 생태계와 해양생물들을 가까이 관찰할 수 있는 기회. 오후 7시에 시작하는 해질 무렵의 이브닝 카약도 낭만적이다. 저녁 식사를 위해 떠오르는 물개, 수달들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모닝 패들(3시간)은 90캐나다달러, 2시간 투어나 이브닝 패들은 각각 59캐나다달러다. 문의 250-386-7333 www.kelpreef.com 1, 2, 3 항구도시 빅토리아에는 요트, 수상택시, 조정, 수상 경비행기, 마차, 2층 버스, 관광용 자전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관광객을 싣고 하루 종일 분주히 움직인다 4 수상가옥이 모여 있는 피셔맨스 와프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곳이다 5 피셔맨스 와프에서는 물고기가 든 바스켓을 들고 물가에 접근하자마자 물개들이 환호하며 수면으로 떠오른다 6 위풍당당한 BC주정부 청사는 일반 관광객에게도 개방되어 있다 7 로열 BC 뮤지엄에서는 캐나다 원주민의 생활상과 유물을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다 8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넌이 소장했던 차를 뮤지엄 로비에서 만났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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