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정치의 요체는 정책이다/강지원 변호사
전문 방송인도 아닌 사람이 매일 같이 라디오와 TV를 오가며 방송을 진행하고 다닌다. 이런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매일 아침 7시부터는 원음방송 WBS R에서 생방송 시사프로그램 ‘좋은 세상 만들기, 강지원입니다’를 진행한다. 오후에는 한국정책방송 KTV에서 ‘강지원의 정책데이트’를 녹화방송한다.
내가 생각해도 웃기는 것은, 매일 아침 라디오 스튜디오에 앉아 7시 시보와 함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하고 방송을 시작하는데, 그 시각에 KTV에서는 ‘강지원의 정책데이트’를 재방송한다. 그래서 한편으로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한편으론 스튜디오 안에 있는 TV를 통해 TV방송을 모니터하는 것이다. 짝퉁 방송인치고는 진짜 웃기는 짝퉁이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KBS1라디오에서 ‘안녕하십니까, 강지원입니다’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다. 그때도 EBS TV에서 ‘선택 화제의 인물’이라는 토크쇼를 동시에 진행했었다. 이 때는 짝퉁 방송인이 제법 익숙해질 때쯤 되었는데 아내가 느닷없이 대법관이 되는 바람에 얼른 그만둬 버렸다. 아내가 한 나라의 정치적 중립성의 상징적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직책을 맡았는데, 그 남편이란 사람이 매일 같이 정치 이야기를 해대는 것은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6년 봄쯤에 KTV의 PD와 작가들 여럿이 찾아와 정책관련 방송을 하자고 요청했다. 물론 처음엔 위와 같은 이유로 망설였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시사방송이 아니라 ‘정책’ 방송이다, 그렇다면 국민을 위해 좋은 방송이 되지 않을까 싶어 시작했다. 그러다 연말쯤에는 WBS R의 PD도 찾아왔다. 아침시사 프로그램의 정치성을 잘 알고 있는 터이라 물론 사양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립적인 인사 중의 한 사람이라며 거듭 요청했다.
내가 중립적인 사람이라고? 물론 그동안 정치에는 기겁을 하고 발을 들여놓지 않았고 정치적 발언은 단 한번도 안 해 왔기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생활정책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강화하기로 하고 시작했다.
이렇게 두 방송을 오가며 생각되는 것은 내가 아무리 본의 아니게 중립적인 인물로 비쳐진다 해도 나에게 나라를 걱정하는 생각까지 없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정책에 대한 생각은 각별하다. 정책이란 사회공동체 모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것이 보수적인지, 진보적인지에 따라, 그리고 그 시대가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에 따라, 또 그 판단을 시의적절하게 했는지에 따라 나라의 운명까지 바뀔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직자 뽑는 일에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를 하자고 열심히 뛰어 다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정치인들뿐 아니라 우리 국민들도 이젠 더이상 지역감정이나, 이미지나, 선전선동에 휘말릴게 아니라 수준높은 정책적 마인드를 갖춰 나가야겠다고 보는 것이다.
언론도 선정적인 정치기사보다 정책적 접근에 나서 주어야 한다고 본다.TV도, 적어도 케이블 TV정도에는 정책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채널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점에서 KTV의 존재가치를 인정한다. 그러나 KTV에는 아쉬움도 많다.‘정책데이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그 많은 장관들 중에는 꽤 열린 장관들도 있었다. 그러나 많은 장관들은 아래에서 듣기 좋은 말만 하는 패널들을 골랐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듯했다. 오히려 목에 힘이나 주고 그것을 즐기는 자들도 있었다.
정책적 마인드의 개발을 위해서는 각 부처 홍보 담당관들 사고부터 고쳐야 한다. 반대의견을 듣고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려 하지 않고 반대패널들의 출연자체를 원칙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다. 홍보가 아니라 소통이 필요하다. 소통의 기본은 경청이다.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책적 마인드를 개발해야 할 때다.
강지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