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급등 배경과 전망/“바닥쳤다”너도나도 매수 가담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29일(현지시간) 일제히 5%이상 급등했다.다우지수는 이날 미국 주가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매수세가 집중돼 지난 주말보다 5.41%나 올랐다.나스닥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도 각각 5.79%와 5.41% 급등했다.지난 24일 7702.34로 5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던 다우지수는 4일(거래일 기준)간 1009포인트(13%)급등했다.1933년 이후 4일 상승폭으로는 최고다.증시 전문가들은 거래량이 2억주를 유지하고 변동성도 커 주가가 바닥을 쳤거나 아니면 적어도 바닥에 근접했다고 보고있다.
■美증시 급등 배경과 전망
◇급등 배경- 우선 미국 주가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도이체 자산관리회사의 수석 투자전략자 로버트 프로리히는 “투자자들 사이에 바닥을 쳤거나 최소한 바닥 근처에 와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미국 달러화 강세다.이달 중순 달러당 115엔대까지 떨어졌던 달러 가치는 29일 120엔대까지 올라섰다.
유로에 대해서도 달러 강세로 반전했다.유로화에 대해서도 유로당 1.02달러까지 떨어졌던 달러 가치가 29일 현재 0.9792달러로 안정됐다.달러화 강세반전은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회복을 의미하며 국제투자자금이 미국시장으로 유입,미국 증시 상승으로 이어졌다.
투자자 심리도 진정됐다.SEC의 조사를 받고 있는 통신업체 퀘스트가 2000∼2001사업연도 회계보고서에 문제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발표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기업실적 개선추세도 한 요인이다.
◇전망-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 증시가 바닥에 근접했다고 보고 있다.아직은 불안정성이 높아 언제든지 다우지수의 경우 8000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난 24일 장중 최저치인 7533포인트가 저지선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실적이 좋아지고 회계관행이 믿을 정도로 개선됐다고 투자자들이 확신할 때까지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말리 캐피털매니지먼트의 수석투자가 수잔 말리는 “최근의 급등세가 이어지길 기대하는 건 욕심”이라며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며 완만한 상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힘을 받고있는 미 경제의 이중침체(더블 딥)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미 은행협회 산하 경제자문패널은 미국이 올 하반기 3.0∼3.5%의 성장세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주 발표되는 소비자신뢰지수,2분기 GDP 성장률,실업률,개인지출과 소득 등 각종 경제지표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관건이다.
김균미기자 kmkim@
■기고/ 경제 펀더멘털과 주가반등은 비례
미국 증시의 첫 대폭락은 1929년 대공황 때였다.그해 9월3일부터 내림세로 돌아선 다우지수는 2년 6개월 동안 무려 85%나 하락했고,공급과잉에 따른 수요를 유발하지 못해 장기 침체로 이어졌다.반면 87년의 블랙먼데이(10월 19일) 때는 하루에 22.6%나 하락했지만,곧바로 반등에 성공했다.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했던 때문이다.98년 러시아의 루블화 폭락 위기 당시에도 미국 증시는 블랙 먼데이와 유사한 주가 움직임을 보였다.
결국 주가의 하락폭이 큰가,작은가보다는 당시의 경제 구조에 따른 펀더멘털 측면의 비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경제 펀더멘털이 강할수록 하락에서의 탈출은 빨리 나타났으며 경제 위기가 전세계적이고 공급 과잉을 유발하는 경우에는 회복속도가 상당히 지연됐다.
현재 미국 증시는 IT(정보통신) 산업의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이라는 공황적 측면과 ‘중기적 경기 펀더멘털은 회복 중’이라는 다소 긍적적 요인이 교차하고 있다.특히,기업의 가치대비 주가 수준은 거품이 걷혀가고 있는 상태다.결국 미국 증시는 IT 산업의 회복 여부에 달려있다.이를 확인하기 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주가의 거품이 걷혀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바닥에 가까와 졌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성국 대우증권 부장
■전문가 진단 엇갈려
미국 증시의 폭등세는 우리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증시의 폭등이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바닥을 치고 있다는 신호탄의 의미를 담고 있어 우리 증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경제지표 등이 개선되지 않아 추가 급락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김경신 브릿지증권 상무- 미국 증시의 반등은 바닥을 확인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의 반등도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그러나 한국과 미국간의 지수동조화가 강한 점을 고려하면 국내 증시의 반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미 다우지수가 9200선을 돌파하느냐가 국내 증시의 상승 탄력 여부의 변수가 될 것이다.
지난 4월 이후 20일 이동평균선이 계속 낮아지고 있고,750선에 매물이 많아 800선 돌파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장만호 대한투자신탁증권 경제연구소 소장- 국내 증시의 상승탄력이 예상된다.과대낙폭에 따른 반등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미국의 회계부정단절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형성됐고,달러화 약세 행진이 주춤한 것이 미 증시를 상승세로 돌아서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국내 증시도 기술적 반등 이후 다소 출렁거리면서 조정을 받겠지만,전반적으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 증시가 공황심리를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증권 정태욱 상무- 미 증시의 급락세가 일단 꺾인 점은 국내 증시의 호재다.
그러나 미국의 설비투자와 내구재주문 증가율 등이 둔화되는 등 경제지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기업의 만족할 만한 이익실현에 따라 일시적 반등 여부를 가려줄 것이다.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 국내 기업들의 이익모멘텀이 6월부터 급락하고 있어 큰 기대를 걸 수 없다.1994년 폭락장세 때는 종합주가지수 고점대비 주당순익(EPS) 증가율이 18개월동안 상승했다가 이후 19개월간 하락했다.99년에는 12개월 상승했다가 14개월 하락한 적이 있다.따라서 이번 하락기에도 7개월 가량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특히 미 증시와 D램가격 등이 시장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주가는 최악의 경우 600선이 붕괴된 580선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거꾸로 주변 여건이 좋다면 880까지도 넘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주병철기자 bc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