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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세기를 지배했던 한 명의 엘리자베스가 스러졌다”

    “20세기를 지배했던 한 명의 엘리자베스가 스러졌다”

    “20세기를 지배했던 두명의 엘리자베스 중 한명(다른 한명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스러졌다.” 미국 언론들은 24일 ‘세기의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사망소식을 이렇게 타전했다. 할리우드를 비롯해 세계 전역은 이날 ‘리즈’(테일러 애칭)와의 영원한 이별을 슬퍼하는 애도의 물결로 넘실댔다. 그녀는 20세기를 장식했던 마지막 배우이자 다시는 등장하지 못할 거인, 전설이었다. ☞[포토] ‘세기의 여신’ 엘리자베스 테일러 잠들다 그녀의 오랜 친구였던 영국 팝 뮤지션 엘튼 존은 “할리우드의 거인을 잃어버렸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너무나 훌륭한 한 인간을 떠나 보냈다는 것”이라고 슬퍼했다. 팝스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눈물을 흘리며 리즈의 죽음을 “한 시대의 끝”으로, 머라이어 캐리는 그녀를 “영원히 함께할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전설”로 추모했다. 미국영화협회(MPAA) 크리스 도드 회장은 성명에서 “그의 연기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영화팬들에게 남았다.”면서 “단순히 뛰어난 연기에서뿐 아니라 에이즈와의 싸움에 기울인 노력에서도 큰 발자취를 남긴 진정한 미국의 아이콘이었다.”고 추도했다. 애도는 각계각층에서 이어졌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리즈의 업적과 그에게 영감을 받아 행해진 노력 덕분에 그의 유산은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세계인들 사이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에이즈 연구재단도 “그는 수백만명의 삶을 연장시킨 기념비적 유산을 남겼다.”며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에이즈 투병 중인 미 프로농구(NBA) 스타 매직 존슨은 “엘리자베스, 에이즈와의 싸움에 헌신한 당신에게 감사하며 세계가 당신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유명 인사들의 추모글도 잇따랐다. 7명의 남자와 8번의 결혼으로 숱한 화제를 뿌렸던 그녀는 두번의 결혼 및 이혼으로 인연을 끝낸 영화배우 리처드 버튼을 가장 사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생전에 “내가 죽으면 전 남편인 리처드 버튼의 고향에 뿌려지길 원한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에게서 받은 33.19 캐럿의 크루프 다이아몬드, 물방울 모양의 라 페레그리난 진주는 뭇 여성들의 로망으로 남기도 했다. 리즈의 발언과 행적은 수시로 타블로이드판 신문 1면을 장식했다. 특히 “내가 인생에서 유명하지 않았던 순간이 없었다.”고 한 발언은 두고두고 회자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인터뷰에서 “평생 화려한 보석에 둘러싸여 살아왔지만 내가 정말로 필요로 했던건 그런 게 아니었다. 누군가의 진실한 마음과 사랑뿐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순정파였다. CNN의 전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은 그녀를 이렇게 회상했다. “리즈를 처음 봤을 때 그녀가 너무 작다는 사실에 놀랐다. 스크린 속 그녀는 너무나도 다이나믹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느 누구도 갖지 못한 보랏빛 눈을 갖고 있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너무 예뻤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가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 알지 못한다.” 24일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있는 테일러의 ‘스타 동판’에는 수많은 꽃이 놓였고 팬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페이스북에도 팬들이 그녀를 추모할 수 있도록 헌정 페이지가 따로 마련됐다. 그녀의 장례식은 가족끼리 치러지며 세부적인 장례절차는 추후 공개될 예정이라고 샐리 모리슨 대변인은 전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은퇴 이후 행보

    생전에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사랑은 영화와 남성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녀는 말년에 아가페적인 사랑을 보편적인 인류애로 승화시킨 위대한 배우였다. 테일러는 에이즈와 HIV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아직 생소하던 무렵부터 열정적으로 에이즈 퇴치 및 예방활동을 벌였다. CNN은 그녀가 에이즈 퇴치를 활동 기치로 내세운 최초의 유명인이라고 회고했다. 영화 ‘자이언트’를 함께 한 배우 록 허드슨이 1985년 에이즈로 작고하자 테일러는 같은 해 에이즈 퇴치운동에 발벗고 나섰다. 그때만 해도 에이즈에 대해 사람들은 무지했다. 제대로 된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고 간호사들은 환자 돌보기를 꺼렸다. 하지만 그녀는 “에이즈로 죽음의 문턱에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금을 모으고 잘못된 인식 바로잡기를 돕는 것”이라며 거리낌없이 앞장섰다. 1991년 자신의 이름을 건 에이즈재단을 설립했고 196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입은 드레스를 1999년 경매에 부쳐 낙찰금 15만 달러를 미국에이즈연구재단에 전달하기도 했다. 1997년 2월 65회 생일 축하 프로그램에 출연해선 에이즈 연구기금 모금을 호소했다. 테일러의 이름 아래 모인 에이즈퇴치 기금은 모두 2억 7000만 달러에 이른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런 공로를 인정해 2000년 버킹엄궁에서 데임 작위를 수여했다. 이스라엘의 나치전범 추적기관인 시몬비젠탈센터 창립자 마빈 하이어는 “그녀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널리 알려졌지만, 자선활동에 헌신했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그녀의 공적을 평가했다. 그러나 한때 세기를 주름잡았던 배우도 병마를 비켜가진 못했다. 1997년 뇌종양 수술, 2009년 심장판막수술 등 그녀의 말년은 투병생활로 점철됐다. 특히 1997년 수술은 65세 생일축하 프로그램에서 모금에 나선 지 바로 며칠 뒤 이뤄졌다. 때문에 2009년 오랜 친구인 마이클 잭슨의 장례식에 참석한 것을 빼고 최근엔 거의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04년부터 앓아온 울혈성 심부전증이 심해져 지난달 이후엔 병원신세를 졌다. 생전의 마지막 아카데미 시상식도 병원에서 TV로 지켜봤다. 그녀 옆에선 가족이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다. 6번째 남편인 존 워너는 “우리 커플은 항상 친구였고 마지막까지 그랬다.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도 그녀와 함께 엮여 있었다.”고 전했다. 이를 반증하듯 마이클 와일딩 주니어 등 4명의 자녀가 마지막 순간을 그녀와 함께 했다고 샐리 모리슨 대변인은 전했다. 이밖에 테일러는 슬하에 10명의 손자·녀와 4명의 증손을 남겼다. 아쉽게도 테일러는 한국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 1998년 2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지병인 뇌종양으로 방한 일정을 취소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다국적軍 4차 공습… 美 “방공망 와해”

    다국적軍 4차 공습… 美 “방공망 와해”

    미국·영국·프랑스 등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이 22일(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등지에 4차 공습을 가했다. 리비아 정부군은 대공포를 쏘며 격렬하게 맞섰다.터키를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23일부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리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에 들어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트리폴리에서 밤 8시쯤 두 차례 폭발음이 난 뒤 10여분간 대공포탄이 밤하늘을 가득 채웠다.  카다피군은 동부 반군 거점인 벵가지로 가는 관문인 아즈다비야에 진지를 구축하고 반군을 막아내는 한편 서부 미스라타 장악에 힘을 쏟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미스라타를 수주째 포위 중인 카다피군은 탱크와 저격수 등을 시내에 배치한 채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리비아 대공방어망을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군사작전은 앞으로 며칠이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를 내쫓기 위해 우리가 쓸 수 있는 수단이 군사적인 것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야야 한다.”면서 “이미 강력한 국제적 제재를 가했으며 카다피의 자산을 동결했고, 앞으로도 카다피를 압박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군을 지원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리비아 상공을 제압한 상황에서 반군도 그들의 전열을 재조직하고 리비아 국민의 열망을 어떻게 표현하며, 합법적인 정부를 창출하느냐를 협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국적군은 21일 트리폴리 외곽 해군기지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고향인 시르테 등을 폭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 공군 소속 F15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 1대가 리비아 북동부 상공에서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군이 조종사 2명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에게 발포해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채널4 방송에 따르면 반정부군을 지지하는 지역 주민들은 전투기 추락을 목격하고 현장에 달려가 조종사를 찾아내 마실 것과 음식을 주며 보살펴 줬지만 정작 이들을 적으로 오인한 미군 오스프리 헬기가 공격했다는 것이다.  한편 반군의 구심체인 국가위원회가 23일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개혁주의자인 마흐무드 지브릴을 총리로 선임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나토는 이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리비아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해상 봉쇄에 들어갔다. 리비아에 대한 나토의 공습작전에 부정적인 터키는 함정 5척과 잠수함 1척을 파견하기로 합의, 해상 봉쇄에는 참여했다. 또 쿠웨이트와 요르단이 병참 지원을 약속, 리비아에 대한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아랍권 국가는 카타르 등 세 나라로 늘어났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예멘대통령 내전 촉발 경고… 권력이양 거부?

    핵심 지지세력의 잇따른 이탈로 벼랑 끝에 몰린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22일 정부군 사이에 교전이 벌어진 상황에서 내전 촉발을 경고하며 시위대편에 선 장교와 군인들의 귀환을 촉구했다. 당초 대통령의 연내 퇴진 발표 소문이 있었지만 이 같은 그의 발언은 순순히 물러가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의 의중을 놓고 추측만이 무성하다. 당초 아흐메드 알 수피 예멘 대통령 대변인은 21일 “살레 대통령이 연말까지 퇴진할 의사를 밝혔고 이러한 뜻을 정부 관리와 군 간부, 부족 지도자들에게 전달했다.”는 AP통신 보도가 나왔지만 이어 현지 매체들은 이를 부인했다. 살레 대통령은 최근 며칠 동안 야권 등과 권력 이양 방식을 협의 중이었다. 그러나 당장의 사임이나 권력을 군부에 이양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앞서 CNN은 예멘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토대로 “살레 대통령이 현재 군부와 다섯 가지 평화적 정권 이양 방안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다섯 가지 항목에는 ▲살레 대통령의 올해 중 퇴진 ▲국민의 시위권 보장 ▲시위대 유혈진압에 대한 조사위원회 구성 ▲죽거나 다친 시위대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상 ▲정부 주요 보직을 맡은 살레 대통령 친·인척 사퇴를 포함한 헌법 및 선거제도 개혁 추진 등이 포함됐다. 국내외 퇴진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을 지지해 온 군부의 이탈이 가속화됨에 따라 33년째 장기 집권 중인 살레 대통령의 버티기가 어디까지 갈지가 관심사다. 예멘 군부가 정국의 열쇠로 떠오른 상황에서 민주화 시위가 불붙은 아랍국가 중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 실현이 다시 기로에 선 셈이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서방 연합군 3차 공습...카다피 고향 등 폭격

    서방 연합군 3차 공습...카다피 고향 등 폭격

     서방 연합군이 21일 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고향인 시르테 등지를 폭격했다. 공습개시 이후 3번째 작전이다. 이번 공습으로 카다피 원수의 아들인 카미스가 사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연합군은 리비아 비행금지구역을 곧 수도 트리폴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연합군 3차 공습...카다피 고향 포함  AFP 통신 등 주요 외신은 트리폴리에서 대공포가 연이어 발사된 뒤 남부의 카다피 관저 쪽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리는 등 최소 2차례의 폭음이 도시를 뒤흔들었다고 전했다.  리비아 국영TV도 이날 밤 수도 트리폴리 내 여러 곳이 ‘십자군 적(crusader enemy)’의 새로운 공습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공격이 리비아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범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벵가지 동부에 있는 리비아군 레이더 기지 2곳이 연합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21일 보도했다. 트리폴리 동쪽 10㎞ 지점에 있는 리비아 해군기지도 이날 밤 폭격을 받아 불길에 휩싸였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번 공습의 목표물 중에는 카다피가 속한 카다파족이 주로 거주하는 남부의 소도시 세브하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카다피 아들 폭격사망설  이날 공습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아들 중 한명인 카미스가 사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아랍권 언론매체인 아라비안 비즈니스 뉴스는 웹사이트에서 카다피의 관저인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가 폭격당했을 때 카미스가 화상을 입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리비아 정부는 이곳에서 인명피해가 없었다며 사망설을 부인했다.  카다피의 6남 카미스가 이끄는 정예부대인 민병대 제32여단은 속칭 ‘카미스 여단’으로 불리며, 반정부 세력에 대한 공격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작전 참여국 확대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연합군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2차 공습에서는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로 카다피의 관저 단지에 있는 지휘통제본부 등을 파괴했다.  연합군은 지난 19일 첫 공습을 시작한 이후 리비아의 대공방어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해 매일 밤 대공방어기지와 레이더 시설 등을 폭격하고 있다.  작전 참가국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벨기에와 스페인 전투기들이 리비아 상공을 정찰하기 시작했으며 노르웨이 전투기들도 21일 이탈리아 기지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립국인 스위스도 이번 군사작전이 유엔의 승인을 받은 점을 고려, 영국 군용 차량 20대가 자국 영토를 지나는 것을 허용했다.  ●비행금지구역, 트리폴리까지 확대  미군 아프리카사령부(AFRICOM) 카터 햄 사령관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한 리비아 비행금지구역의 실현 범위가 조만간 수도 트리폴리까지 확대돼 1000㎞에 달하는 지역이 영향권 내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에 있는 햄 사령관은 이날 화상을 통해 미국 국방부 기자들과 회견을 갖고 “연합군의 작전 능력을 증강해 비행금지구역 이행 범위를 곧 브레가와 미스라타로 확대하고,다음에는 트리폴리까지 아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군 공습 후 현재까지 리비아 전투기 이륙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군함도 모두 항구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다피의 소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파악한 바가 없다고 햄 사령관은 전했다.  ●불확실한 지휘권 향배  이번 공습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미군 아프리카사령부(AFRICOM)의 카터 햄 사령관은 “특별히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앞으로 공격의 빈도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사흘째 계속된 연합군의 파상적 공습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군이 연합군의 작전 지휘권을 수일 내 영국, 프랑스 등에 이양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F-16 전투기 6대를 파견한 노르웨이는 ‘지휘통제 라인’이 분명해지기까지 본격적인 작전 참여를 유보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취재기자 잇따라 실종·억류  리비아 사태를 취재하던 방송기자 4명과 사진기자 2명, 뉴스통신사 기자 1명이 21일 현재 실종 상태라고 국제사면위원회(AI)가 밝혔다. 알 자지라 방송에서 근무하는 특파원 2명과 카메라기자 2명은 2주 전 실종됐다. 이들은 튀니지 국경 근처인 젠탄에서 리비아를 빠져나오려다가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도 자사 취재기자 1명과 사진기자 그리고 이미지 생산·판매·대여업체 게티이미지의 사진사 1명이 3일 전부터 연락이 끊겼다고 밝혔다.  지난주에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취재진 4명이 리비아 정부군에 의해 억류됐다가 풀려난 바 있다.  폭스뉴스는 카다피의 관저 인근에 언론인들이 있는 바람에 지난 20일 단행된 카다피 관저에 대한 공격이 축소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방송은 영국 공군기들이 당시 7기의 공대지 미사일인 스톰 섀도 미사일 발사 채비를 갖췄으나, CNN 방송과 로이터 통신 및 다른 언론사팀이 인근에 있는 바람에 공격이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고 영국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다음 재앙은 ‘일본産 먹을거리’

    ‘다음 재앙은 먹을거리다.’ 일본산 식품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가 지구촌을 덮치면서 각국 정부가 전면 조사에 나서는 등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식품은 높은 안전성과 질로 아시아는 물론 유럽, 미국 등 전세계의 최고급 식품점을 장악하며 인기를 누려 왔다. 세계 1위의 일본 식품 수입국은 홍콩. 홍콩식품안전센터는 일본산 채소와 육류, 생선 등 34개 식품 샘플을 추려 방사능 검사를 실시했다고 CNN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저우이웨 홍콩 보건부 장관은 “방사능이 우려되는 한 가장 위험한 것이 유제품, 과일, 채소와 같은 신선식품”이라면서 “식품 안전에 한해서는 ‘제로 리스크’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심각성을 경고했다. 중국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AQSIQ)도 지역 보건당국에 수입품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을 면밀히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6일부터 일본산 육류와 우유, 해산물 등을 중심으로 무작위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태국 보건부는 국내 일본 식당에 대한 조사도 검토 중이다. 인도는 지난 15일부터 공항과 항구로 들어오는 일본산 수입 식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실시했다. 타이완 원자력위원회는 2개월 만에 한번씩 일본 수입품 샘플 20개를 조사하던 것을 매일 20개 샘플로 확대했다. 홍콩에서는 부모들이 일본의 유아용 이유식을 박스째 사들이고 있다. 타이완 주부들도 대지진 전에 수입된 고가의 일본 과일을 대거 집어가는 등 방사능 오염을 우려한 사재기 열풍으로 일부 일본 식품은 이미 품절 상태다. 미국 소비자단체인 CSPI의 캐럴라인 드왈 사무국장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채소와 과일, 향신료에서 가장 높은 방사능 수치가 나왔다고 밝히며, “핵 비상사태 기간에 방사능에 가장 취약한 농산물은 유제품과 채소”라고 강조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5년간 피해 지역의 육류, 비육류 수입식품 샘플 8900개에 대해 오염 여부를 조사했었다. 드왈 국장은 또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은 끓이거나 요리를 해도 안전하지 않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뉴에지그룹의 수석전략가 커비 달리는 “벌써 일본 수입품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아직 (위험이)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장기간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에 사는 폴 양은 아직 일본의 먹을거리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우리 가족은 음식 습관을 바꾸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농작물이 후쿠시마에서 멀리 떨어진 따뜻한 지역에서 나기 때문에 걱정 없다.”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원전 3호기 냉각 지지부진·4호기 물 고갈說 ‘산 넘어 산’

    원전 3호기 냉각 지지부진·4호기 물 고갈說 ‘산 넘어 산’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의 전력선이 복구됐지만,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사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충분한 전력을 확보할지도 알 수 없는 데다 3호기 냉각 작업은 여전히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4호기 상황에 대한 의혹과 우려마저 높아지는 등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18일 지상에서 3호기 냉각 작업을 실시했던 자위대는 “오후 2시쯤 작업을 일단 종료했다.”면서 “물이 (원자로) 본체에 도달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수증기가 나왔기 때문에 (방수로) 연료봉 보관 수조에 물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증기가 나오는 점으로 미뤄 수조에 물이 있더라도 연료봉 일부가 공기 중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앞서 에다노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1호기에 대한 방수 작업도 고려 중”이라면서 “하지만 3호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전날 전력선 복구 작업이 완료된 2호기에는 3호기 물 투입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전력이 공급될 예정이다. 전기가 공급되면 노심 냉각장치 등을 가동할 수 있어 방사능 억제 작업은 한결 쉬워진다.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전기 설비 손상이 비교적 적은 2호기와 함께 1호기까지 19일 전원 복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 날에는 3호기, 4호기 전원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력선을 복구하더라도 곧바로 전력 공급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안원은 “전력을 다시 공급하는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아직은 낙관할 상황이 아님을 시사했다. 또 워싱턴포스트는 “원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치 않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원자력 교육·연구 기관인 오브닌스크 물리에너지공학연구소의 겐나디 샤킨 소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지에 있는 디젤 발전기와 이동식 발전기로는 출력이 충분치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에 원자로를 공급한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에 이동식 발전기 10대를 요청했지만 GE는 발전기 공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그레고리 야스코 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원전 위기를 통제하는 것에 대해 “아마도 수 주일쯤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도 상황을 낙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용 후 연료봉이 보관돼 있는 4호기를 놓고 국제사회와 대립을 거듭하고 있다. 전날 야스코 NRC 위원장은 “4호기 물이 고갈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일본 정부가 지난 14일 이후 4호기 수조의 온도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IAEA의 그레이엄 앤드루 선임 고문은 “1~3호기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면서 “하지만 4호기가 주된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4호기 수조에 물이 들어 있는 동영상이 있다.”며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지만 의혹은 커지고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방사능에 가려진 또 다른 재난 ‘방사능 트라우마’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로 일본 열도가 ‘방사능 공포’에 휩싸였지만 이에 못지않게 무서운 게 또 있다. ‘정신질환’과 ‘전염병’이다. 1957년 스리마일섬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사고 피해자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연구한 미국 스토니브룩대 메디컬센터의 에블린 브로멧 의학박사는 지난 16일 CNN에 보낸 기고문에서 “방사능 공포로 인한 일본인들의 정신 건강이 방사능 노출만큼이나 심각하다.”고 말했다. 특히 브로멧 박사는 스리마일섬 사고의 경우 방사능 유출보다 정신질환이 더 심각했던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방사능 유출보다 그 공포심이 장기적 후유증을 낳았다는 것. 이 사고 이후 수년간 어린 자녀를 둔 발전소 인근 거주 어머니 집단과 그러지 않은 지역의 일반인 집단을 비교한 결과 전자가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보이는 비율이 두배나 높았다. 우울증 증세를 보인 사람들의 75%는 10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체르노빌 사고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사고 직후는 물론, 19년 뒤에도 정밀조사를 한 결과 정신질환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두배 높았다. 브로멧 박사는 “일본 역시 이런 정신적 후유증이 널리 확산될 뿐만 아니라 오래갈 수 있다.”면서 “일본 정부와 의학계는 대중에게 방사능 노출에 대해 정직하게 알리고 정신 건강과 신체적 건강 문제에 대해 똑같이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염병 확산 우려도 높다. 리처드 웨크포드 영국 맨체스터대 의학박사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만일 지진이 난 곳이 개발도상국이었다면 지금쯤 수천명이 전염병으로 쓰러졌을 것”이라면서 “만일 내가 일본 공중보건 관리자라면 방사능이 아니라 이 문제에 최대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42만명의 이재민이 생활하고 있는 임시 대피소에는 고령자를 중심으로 스트레스와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와테현 가미이시의 초등학교 대피소에는 한 어린이가 인플루엔자 의심 판정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물과 식량이 부족하다 보니 영양 상태가 악화돼 저항력도 떨어진다. 하지만 원전 폭발에 대한 두려움 탓에 일본의 시선은 온통 방사능에 쏠려 있다. 웨크포드 박사는 “일반인의 경우 현시점에서 매우 낮은 수준의 방사능을 과도하게 염려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진과 쓰나미의 직접적인 결과인 전염병 문제이며, 우선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日대지진 영향…3월 21일 지구 종말론 또 고개

    日대지진 영향…3월 21일 지구 종말론 또 고개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규모 9.0의 대지진으로 지구 자전축이 10cm가량 이동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이 거세다. 이러한 혼란과 공포를 틈타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지구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구 멸망설’이 또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탈리아 지구물리학 화산학연구소는 “이번 지진으로 지구 자전축이 4인치(10cm)가량 이동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전축 이동규모로 놓고 보면 1960년 칠레 지진에 이어 2번째로 큰 셈이다. 이와 함께 미국 지질조사국 측은 “이번 지진으로 일본 영토가 2.4m가량 움직였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자전축의 이동으로 지구 자전 시간이 1000만분의 16초 정도 짧아지면서 하루의 길이도 그만큼 짧아지고 장기적으로는 지구의 전체 기후에도 변화를 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과학계에는 반론이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지진은 진원이 지하 24.4㎞로 비교적 앝아 일본 열도를 이동시키기 어려웠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며, 지진 때 발생한 에너지는 지구 자전 에너지의 2천억 분의 1에 불과해 지구자전축 변화를 일으키기엔 부족했다는 분석도 있다. 대지진과 쓰나미 등 대재앙의 원인과 영향이 논란을 거듭하는 사이 공포와 혼란 속에 ‘지구 종말론’이 또 고개를 들고 있다. 영화 ‘2012’의 인기 등으로 멸망설에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일부 종교단체 및 점성가들이 혼란을 틈타 일본 대지진을 ‘종말의 시작’으로 현혹시키고 있는 것. 일부 종교계는 ‘3월 21일’, ‘10월 21일’ 등을 지구 종말의 날짜로 지목해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 또 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한 일명 ‘슈퍼문’(Super moon)현상이 또 다시 지진, 화산폭발, 쓰나미 등 대재앙을 일으킬 것이란는 이른바 ‘문나겟돈’ 루머도 인터넷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주류 과학계는 음모론자나 일부 종교단체에서 퍼뜨리는 루머는 자연재해와 천체현상을 억지로 연관지은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지진학자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지구멸망설에 현혹되기 보다는 지진재해 대비대책이 더 시급하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http://twitter.com/newsluv)
  • 지진난민 신음…물·식량 부족에 통신두절

    강진과 쓰나미로 일본 열도가 패닉상태에 빠진 가운데 ‘지진 난민’들이 식량과 물부족, 통신두절 속에 신음하고 있다. 센다이시 등 일본의 강진 피해지역들은 지진 발생 사흘째인 13일에도 여전히 아수라장이었다. 쓰나미가 논밭과 집 등 마을을 통째로 삼켰고 지진으로 불이 난 건물에는 여전히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또 진흙을 뒤집어쓴 생존자들은 쓰러진 고목 사이를 넋나간 듯 헤매며 가족들을 찾았고 전력과 전화는 여전히 끊긴 상태였다. 센다이에 사는 사타코 유사와(69·여)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마을을 잠시 비운 사이 쓰나미가 덮쳐 새로 지은 집과 차, 보트 등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면서 “그나마 살아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이것이 인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통신두절로 전화통화가 되지 않자 가족과 연락이 끊긴 피해지역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애를 태웠다. CNN의 프리랜서 도쿄 특파원인 루시 크래프트는 센다이 근처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이틀이 지나도록 연락이 닿지 않아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또 식수 등 생필품이 바닥나면서 이재민들은 편의점 앞에 길게 늘어서 마실것을 구하려고 애쓰고 있다. 상점에서 음식과 물, 휘발유를 사려는 사람들은 차분했지만 선반 위 물건들이 빠르게 동나고 휘발유도 곧 떨어질 기미가 보이자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13일 “식량과 물, 모포 등을 (끊긴 육로 대신) 비행기와 배를 이용해 피해지역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co.kr
  • 태평양 연안 20개국 50개지역 쓰나미 경보 ‘초비상’

    11일 일본을 강타한 쓰나미가 태평양 연안국까지 집어삼킬 기세다. 북미와 남미 서부 해안가를 비롯, 사이판·괌·타이완·인도네시아·호주·뉴질랜드·하와이·러시아 등까지 쓰나미의 영향권에 들면서 태평양 연안국들이 잇따라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최소 20개국 50개 지역에 경보를 내렸다고 CNN이 보도했다. 각국 정상은 일본 국민을 위로하고 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쓰나미 위협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자국민 보호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中·칠레·페루 등 쓰나미 경보 하와이 태평양 쓰나미경보센터는 미국 본토와 캐나다를 제외한 호주, 남극대륙, 남미 등 태평양 전체로 경보 발령을 확대했다. 미국 하와이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오전 3시 24분 카우이섬에 첫 쓰나미가 발생, 하와이 열도를 덮치기 시작했다. 쓰나미경보센터 관계자는 “마우이섬에 밀려든 파도가 최대 2m를 기록했다.”면서 “파도가 밀려들면서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 오후 11시쯤에는 리히터 규모 4.5의 지진이 하와이 남동부 힐로에서 50㎞ 떨어진 빅아일랜드에서 발생했으나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하와이는 일본 강진 직후 주민과 관광객을 긴급 대피시켰고 마우이, 카우이, 빅아일랜드 등 주요 섬 3곳의 공항도 폐쇄했다. 러시아 쿠릴 열도에서도 쓰나미가 관측됐다. 러시아 비상상황부 공보관은 이타르타스통신에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전 10시 5분쯤 말로쿠릴스크 마을에 도착한 첫번째 쓰나미 파도는 높이 0.5m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도 11일 남부 말라쿠섬에 10㎝가량의 약한 쓰나미가 관측됐다. 타이완 정부도 10㎝ 높이의 파도가 타이완 동부와 북동부 해안가에 밀려들었으나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타이완 해안 도시에 위치한 학교와 사무실은 오전 쓰나미에 대비, 문을 닫았다. 필리핀 루손섬 북동부 해안과 남쪽 최대섬 민다나오 동부 해안에도 차례로 0.3~1m의 쓰나미가 밀려들었으나 피해는 없었다. 지난달 22일 지진 피해의 상처가 아직 가시지 않은 뉴질랜드도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뉴질랜드 당국자는 “쓰나미 예측모델을 보면 사상 최대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 동부 연안에도 낮은 단계의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남미 칠레, 페루도 경보를 내렸고 에콰도르는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포토]최악의 대지진…일본열도 아비규환의 현장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엄청난 시련의 시기에 놓여 있는 일본 국민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즉각적인 구호활동에 나설 뜻을 밝혔다. 그는 “(아내) 미셸과 나는 일본 국민, 특히 이번 지진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자국민들에 대해 “일본과 태평양 연안의 쓰나미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영향권에 드는 지역의 모든 국민은 지역 당국의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연방긴급사태관리청(FEMA)에 하와이와 다른 미국 지역을 지원할 수 있도록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각국 구호활동 착수 중국 지진관리청(CEA)도 “구조팀이 언제든지 일본으로 떠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유엔과 유럽연합(EU) 등도 일본의 비극에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총장은 유엔 본부에서 “이 어려운 시기에 놓인 일본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리비아 내전] 광기의 카다피 막가파식 행태

    끝이 보이지 않는 리비아 내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막가파식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CNN 등에 따르면 카다피 정부는 9일(현지시간) 국영방송을 통해 반정부 세력이 만든 국가위원회의 수장인 무스타파 압둘 잘릴 전 법무장관을 스파이 혐의로 수배한다며 파격적인 현상금을 내걸었다. 압둘 잘릴 전 장관을 붙잡을 경우 50만 리비아디나르(LD·약 4억 6000만원), 체포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경우 20만 LD를 주기로 했다. 리비아의 지난 2009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9714달러(약 1000만원)이다. 이는 국가위원회가 지난 5일 유엔 총회에 서한을 통해 “국가위원회를 리비아의 유일한 대표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이날 공개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그동안 반군이 장악하고 있던 자위야에서 정부군이 우세를 보이자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리비아 국민들의 인도주의적 지원 필요성이 절박한 가운데 카다피 정부군이 어린이를 학살하고 병력으로까지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분쟁지역 아동보호 담당 유엔 사무총장 특사인 라디카 쿠마라와미는 “어린이를 죽이고 전투병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확인되지 않은 보고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카다피 친위 병력은 외신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폭행과 감금까지 자행하고 있다. BBC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 기자들에 대한 모욕적인 대우에 강력히 항의한다.”며 보안군과 비밀경찰이 지난 7일 자위야 취재를 시도했던 자사 기자 3명을 구타하고 21시간가량 감금한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취재팀은 자위야로 가다가 제지를 당했고 수도 트리폴리로 끌려가 눈이 가려지고 수갑을 찬 상태에서 폭행을 당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카다피측·반정부세력 ‘협상설’ 공식 부인

    리비아 사태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와 반정부 세력의 힘겨루기 속에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양쪽이 협상 문제를 놓고 혼선에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협상 가능성이 처음 제기된 것은 자달라 아주스 알탈리 전 총리가 지난 7일 국영방송을 통해 대화를 촉구한 직후다. 알자지라는 카다피가 알탈리 전 총리를 반군 쪽에 보내 협상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자신과 가족의 안전 보장과 사면을 조건으로 내걸고 ‘의회’를 통해 논의하자는 내용이었다. 반정부 시위대 대표기구인 국가위원회를 이끄는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확인했지만 대화를 거부하고 역제안을 내놨다.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리비아를 72시간 내에 떠나고 폭격을 중단한다면 리비아인들은 죄를 묻기 위해 그를 뒤쫓지 않을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다른 반정부 단체인 ‘2월 17일 연합’은 이런 내용의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국가위원회 위원들과 대변인은 카다피 쪽과 협상하고 있다는 주장은 물론 잘릴 전 장관의 최후통첩 발언에 대해서도 부인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여기에 카다피 정부 대변인은 “(시위대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협상을 제안한 적도 없다고 발끈했다. 반정부 세력이 만든 국가위원회는 카다피 축출이라는 목적을 가진 각 지역 대표 31명으로 이뤄진 조직이라 통일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일화된 기구가 아니다. 카다피 쪽에서는 정황상 알탈리 전 총리의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위임을 받았는지는 불분명하다. 만약 카다피의 특명을 받고 협상을 제안했음에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했다면 반정부 세력에 혼선을 주기 위한 시간끌기 전술로 볼 수 있다. 카다피는 이날 외신기자 100여명이 대기하고 있던 트리폴리의 한 호텔을 깜짝 방문, 건재함을 과시하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9일 현지방송이 내보낸 네 번째 TV 연설에서 카다피는 “반정부 세력이 영국과 프랑스, 미국에 새로운 식민시대를 열어 주려는 것”이라고 규탄했고, 전날 친정부 성향인 청년들과의 대화에서도 알카에다 배후설을 다시 꺼냈다. 9일 리비아 고위 정부 관리는 카다피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집트를 방문했다. 이집트 공항 당국자는 리비아군의 병참을 담당하는 압둘라만 빈 알리 알사이드 알자위 장군이 이날 리비아에서 출발, 그리스와 몰타 상공을 거쳐 카이로에 도착했다고 AP에 말했다. 지난달 15일 리비아 사태 이후 이집트와 리비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접촉하거나 정부 소속 비행기가 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군이 6일째 자위야를 공격하면서 반정부군은 이날 후퇴해야 했다. 정부군 대변인은 “자위야 대부분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정부군은 중심광장을 탱크로 에워싸고 주요 건물 옥상에 다수의 저격수를 배치,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이브라힘이라는 이름의 한 반정부군은 “중앙광장은 여전히 반정부군이 통제하고 있지만 주요 도로와 교외지역은 정부군의 손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정부군이 광장의 누구든지 쏴 죽이고 있다.”면서 “대학살과 파괴의 현장”이라고 전했다. 카다피의 고향인 시르테 인근 라스라누프에서도 격렬한 포격이 계속됐고 빈자와드에서도 정부군의 공습이 이어졌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카다피고향 ‘시르테’ 피의 공방전

    리비아 정부군은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 사수를 위해 7일 거침없는 공습을 이어 나갔다. 시르테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마지막 요새인 수도 트리폴리로 향하는 관문인 데다 친정부 세력의 집결지여서 이곳을 둘러싼 정부와 반정부군 간 피의 공방전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정부군 전투기는 이날 반정부 세력이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시르테 인근 라스라누프에 로켓포를 발사했다. 시르테에서 160㎞ 떨어진 빈 자와드를 점령한 데 이어 이곳에서 50㎞ 거리에 있는 라스라누프까지 재탈환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반군은 대공포로 응수했다고 CNN은 전했다. 전날 반군은 빈 자와드에서 카다피 친위세력에 매복공격을 당해 퇴각했다. 시위대가 카다피 친위군에 밀려 점령지를 내줬다고 밝힌 것은 지난달 15일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뒤 처음이다. 특히 민간인들까지 무차별 폭격했고 탱크와 박격포로 십자포화를 가해 최소 2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 카다피 친위세력이 탱크와 헬기 등 중화기를 총동원해 역공에 나선 것은 시르테가 함락되면 사실상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시르테는 반정부 세력의 거점인 벵가지와 카다피가 머물고 있는 트리폴리 사이에 있다. 파죽지세로 서진(西進)해 온 반군이 시르테마저 점령한다면 트리폴리로 향하는 지름길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시르테 함락에 실패해 우회로를 택한다면 사하라사막을 횡단하는 ‘고난의 행군’을 감수해야 한다. 카다피 역시 고향이자 군사 요충지인 시르테를 반드시 수성해야 하는 입장이다. 가난한 사막도시였던 시르테는 1969년 카다피가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뒤 급성장, 이곳 주민들은 카다피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을 갖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 타임이 전했다. 또 카다피가 속한 알카다파 부족의 심장부이기도 해 지역민 5만~6만명이 카다피가 최후를 맞을 때까지 정부를 위해 싸울 것으로 예상된다. 카다피는 고향에 수많은 군부대를 밀집시켜 놓았다. 알자지라 방송은 “앞으로 1~2일 안에 반군이 시르테를 장악하지 못하면 트리폴리로 진격하는 것은 물론 대세를 장악하기 위한 동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전날 트리폴리 인근 대도시인 미스라타에서도 카다피군과 반군 간 격전이 벌어져 모두 26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했다고 이 지역 의료진이 전했다. 미스라타는 반정부 세력이 장악한 곳으로, 카다피 군이 탱크를 동원해 포격을 가했으나 반정부군 역시 반격에 나서 정부군이 사격 개시 5시간 만에 퇴각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자위야 교전, 친정부 탱크 반정부 박격포

    리비아 곳곳에서 정부군과 반카다피 세력이 하룻밤 사이에 도시의 주인이 바뀔 정도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양측이 가장 격렬하게 맞붙은 곳은 수도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관문도시 자위야, 석유수출항 브레가, 교통 요충지 아즈다비야 등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6일 오후 현지 주민의 말을 인용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아들 카미스를 사령관으로 하는 카미스 특수여단이 중형 대포로 도시를 포격하고 탱크를 앞세워 시내로 진입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반정부 시위대가 박격포와 대전차화기로 맞서면서 격렬한 시가지전투가 벌어졌다. 한 목격자는 “15대가 넘는 장갑차가 탱크와 함께 진입해 시내 전역에서 포격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전기와 통신선, 인터넷 등은 두절된 상태다. 자위야는 트리폴리의 서쪽 관문이자 정유시설이 위치한 요충지여서 이곳을 차지하려는 카다피 친위부대와 시위대 간의 전투가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전날 전투에서도 50명 이상이 숨지고 300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트리폴리 동쪽에 위치한 미스라타도 탱크와 각종 중화기를 동원한 정부군의 공격을 받고 있다. 국영TV는 리비아 정부군이 리비아 3대 도시인 미스라타와 라스 라누프를 이틀 만에 반군에게서 빼앗았으며, 반군이 차지했던 동부 투브루크도 정부군에 넘어왔다고 보도했다. 반면 BBC방송은 국영TV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 지역들은 여전히 반카다피 세력이 장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과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반카다피 진영은 정부군 공격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격추시키는 전과를 거뒀다. 6일 새벽 수도 트리폴리 중심부에서는 기관총과 중화기 발사음이 몇 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트리폴리에서도 카다피 반대 불길이 옮겨붙은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리비아 정부의 무사 이브라힘 대변인은 정부군이 주요 도시를 반군으로부터 탈환하자 카다피 지지자들이 이를 자축하기 위해 허공으로 총기를 발사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알자지라방송은 친정부 세력이 벌이는 자축 행사 총소리와 새벽의 총소리는 확연히 달랐다고 보도했다. BBC방송은 반카다피 진영이 5일 정부군을 몰아내고 라스 라누프를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라스 라누프는 원유 정제소가 있을 뿐 아니라 카다피가 태어난 곳인 시르테와 인접해 있는 요충지다. BBC방송은 현지 주민들은 시르테를 차지하면 카다피도 무너질 것으로 믿고 있지만 정부군 전투기들이 폭격을 계속하면서 교전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무바라크 부패 단죄 착수

    이집트의 ‘포스트 무바라크’ 체제를 위한 각종 조치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집트 군 최고위원회는 4일 성명을 통해 개헌위원회가 지난달 26일 마련한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오는 19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또 전날 CNN은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다음주 카이로로 소환돼 부패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무바라크를 비롯, 다른 정부 관료들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한 무스타파 바크리 전 국회의원은 압델 마기드 마흐무드 검찰총장실에서 수사 진전 상황을 전해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무바라크는 홍해의 휴양도시 샤름 엘셰이크에 계속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크리 전 의원은 무바라크 일가가 비밀 은행 계좌에 1억 4700만 달러(약 164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서류를 지난달 27~28일 검찰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포스트 무바라크’ 체제를 상징하는 새 총리도 임명됐다. 무바라크가 임명한 아흐메드 샤피크가 급작스럽게 사퇴하면서 이집트 군부는 에삼 샤라프 전 교통장관을 신임 총리로 지명했다. 샤라프 총리는 이날 혁명의 상징인 수도 카이로 도심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여러분의 요구에 답하기 위해 나의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민주국가의 꿈을 키워 가는 이집트가 한국을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유대계 미국인 지도자들과 만나 “이집트는 한국, 인도네시아, 칠레 같은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중동혁명과 소프트파워] 알자지라에 치이고 CCTV에 밀리고 힐러리 ‘미디어 공공외교’ 자아비판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정권 초부터 외교방향을 ‘소프트파워’ 구축으로 정했다. 군사력을 앞세운 하드파워 시대가 저물고 정보·문화와 같은 소프트파워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됐음을 간파한 것이다. 하지만 임기 후반에 접어든 지금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경쟁력을 잃었다는 진단이 다른 누구도 아닌 힐러리의 입을 통해 나왔다. 2일(현지시간) 힐러리가 의회에서 내뱉은 진단을 곱씹어 보면 미국 외교의 위상과 고민을 확인하게 된다. 힐러리는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의 돈을 앞세운 ‘초청 외교’ 앞에서 갈수록 초라해지는 미국의 현주소를 전했다. 그는 “중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피지나 파푸아뉴기니에 국제개발처(USAid·미국의 국제원조기관)의 깃발을 꽂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힐러리가 정보 전쟁에서 졌다고 자인한 것도 충격적이다. 돌이켜보면 튀니지 민주혁명 이후 중동에서 미국이 보인 행보엔 결함이 있었다. 처음부터 사태의 향배를 제대로 예견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다 뒤늦게 민심을 좇기에 바빴다. 민심에 밀착하지 않고 기존 관행에 안주하다 정보전에서 쓴맛을 본 것이다. 힐러리가 아랍권의 CNN으로 불리는 알자지라를 극찬하면서 미국 방송을 혹평한 것은 귀를 의심할 정도다. 알자지라는 9·11테러 이후 오사마 빈 라덴 등을 인터뷰하면서 명성을 떨친 탓에 미국인에게는 사실상 적국의 매체로 각인돼 왔기 때문이다. 힐러리는 진지한 뉴스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알자지라에 경박하기 짝이 없는 미국 상업방송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힐러리 장관이 지적한 것은 결국 미국이 추진해온 ‘미디어 공공외교’가 중국이나 러시아에 밀리고 있다는 자아비판이나 다름없다. 상대국 정부뿐 아니라 상대국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외교에서 뒤처지고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의 이념과 호감도를 높이는 일은 외교관뿐 아니라 각 정부기관, 개인, 비정부기구 등을 포괄한다. 특히 미디어 역할의 중요성은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미국이 중국에 뒤처지기 시작한 것에 대한 위기의식을 토로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전 민주·공화를 아우르는 원로들로 구성된 스마트파워위원회는 스마트파워 활성화를 선언했지만 이라크·아프간 전쟁에 경제위기까지 겪으면서 이의 해결에 몰두하느라 결과는 답보 상태다. 힐러리의 토로는 최근 들어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확산시킬 미디어의 전쟁에서도 밀리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언론매체들은 규모에서나 활동력에서나 중국의 CCTV, 신화통신 등에 이미 따라 잡힌 상태다. 힐러리의 문제 제기가 지금의 외교·정보 전쟁에서 밀리기 시작한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일신시킬 계기가 될지 아니면 단순한 자괴감의 표출일지 주목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서울 강국진기자 carlos@seoul.co.kr
  • [리비아 내전] 세계의 눈·귀 쏠린 벵가지 미디어센터

    [리비아 내전] 세계의 눈·귀 쏠린 벵가지 미디어센터

    리비아의 제1 해방구가 된 벵가지는 시위 상황을 즉각 나라 밖으로 전파하는 미디어 요충지다. 아랍언론 알자지라 방송은 27일(현지시간) 세계의 눈과 귀가 향하고 있는 벵가지의 미디어센터를 돌아봤다.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22일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지역 본부 역할을 했던 법원 꼭대기 층에 미디어센터를 열었다. 총책임자 격인 아흐메드 사날라와 ‘사이버 전사’들은 각자 노트북 앞에서 손가락을 분주히 움직였다. 민간 항공사 컴퓨터 엔지니어 출신인 아흐메드 셰이크(42)는 인터넷 시스템을 까는 역할을 맡았다. 지난 17~21일 정부군과 시위대의 격렬한 전투 때문에 벵가지 시내 인터넷은 완전히 끊겼었다. 셰이크는 임시로 인터넷 시스템을 복구하고 26일 위성전화 연결에 성공했다. 덕분에 CNN, BBC 등 해외 언론에 접속하게 됐다. 그는 ‘혁명의 도구’가 된 페이스북 계정 ‘Libyans’와 트위터 계정 ‘endtyranny01’을 통해 외부에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편에선 벵가지 가리우니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아흐메드 야코브(26)가 아랍어 블로그 ‘2월 17일 혁명의 소리’를 만들고 있었다. 사날라는 “이집트인들이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억압적인 정부에 전술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일러줬다.”고 전했다. 법원 옆 불탄 건물에서는 새로운 역사가 기록되고 있었다. 12명의 남녀가 흐린 전구 불빛 아래에서 시위대가 수집한 동영상과 사진을 모으고 극적인 음악과 함께 편집해 슬라이드쇼를 만들고 있었다. 이들은 40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했다. 바로 옆방에서는 모하메드 알-자완(25)이 건축사무소에서 뜯어온 산업용 프린터로 걸개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가 꺼내 든 대형 걸개에는 “자유선거와 만인의 평등을 요구한다”고 쓰여 있었다. 사날라는 “바깥 사람들에게 우리가 누구인지, 왜 시위를 하고 있는지 알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리비아 피의 금요일]기도중 무차별 로켓포… 최악 유혈사태

    [리비아 피의 금요일]기도중 무차별 로켓포… 최악 유혈사태

    25일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 주변 외곽도시에서는 사실상 피의 내전이 펼쳐졌다.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 등 중부와 동부 지역을 장악한 반정부 세력은 이날 카다피가 있는 서부 트리폴리를 두고 서쪽과 동쪽에서 일제히 진격해 들어가며 카다피를 압박했다. 치열한 교전 끝에 트리폴리에서 단 50㎞ 떨어진 자위야를 반정부 진영에 넘겨준 카다피는 트리폴리 주변에 7만여명의 병력을 배치, 피할 수 없는 ‘최후의 일전’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전날 자위야에서는 친정부군이 많은 신도들이 모여 있던 이슬람 사원에 자동화기 등으로 무차별 총격을 가해 100여명이 숨졌다. 임시 의료센터에서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는 의사들은 공격에 가담했다가 붙잡힌 군인 6명이 “시위대가 장악한 도시를 해방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카다피는 전날 반정부 시위대에 이곳에서 떠나지 않으면 대량학살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자위야는 원유 수출과 생산의 주요 거점인 데다 수도와 가까워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이 때문에 이날 군은 자위야의 사원 이외의 장소에서도 시위대를 향해 기관총과 로켓 추진 유탄발사기를 사용하는 등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아들이 총에 맞았다는 한 여성은 “온 사방이 피투성이”라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반정부 세력도 그냥 당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시위대가 카다피에게 등을 돌린 군인들의 지원과 밀수하거나 군으로부터 빼앗아온 무기를 소지면서 불과 일주일여 사이에 ‘반군’으로 변모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소형무기뿐 아니라 로켓 추진형 유탄발사기, 대공포 등 중화기와 자동화 무기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200㎞ 떨어진 제3의 도시 미스라타의 경우 시위대와 외국인 용병으로 구성된 무장 병력이 교전을 벌였고 결국 시위대가 승리했다. 한때 친정부 신문이었던 한 현지 언론은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진 타주라에서 아프리카 용병들이 비무장 상태인 민간인들을 향해 발포했다고 전했다. 카다피가 이날 지지세력에게 시위대에 대응할 것을 주문했고 결국 내전 양상의 국지전이 곳곳에서 벌어진 것이다. 같은 시간 트리폴리 거리에는 각기 다른 군복을 입은 비정규군 수천명이 배치됐다. 특히 카다피의 용병부대인 ‘이슬람 범아프리카 여단’ 2500명도 동원됐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목격자들은 “외국인 용병을 포함한 카다피 친위병력이 트리폴리 주요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을 겁주기 위해 공중에 총을 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정부 건물 주변의 경호는 더욱 삼엄해졌고 시위 가담자를 찾기 위해 가정집과 병원을 불시에 검문하고 있다. 한 주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집에 앉아 있는 게 마치 감옥에 있는 느낌”이라면서 “집 밖으로 나갔다가는 총에 맞을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이와 관련, 카다피 호위 세력인 리비아혁명위원회가 트리폴리에 있는 한 병원에 침입, 치료 중인 시위대원을 살해했다고 이탈리아 통신 MISNA가 보도했다. 특히 이들은 외신들을 의식, 살해 후 시신까지 가져가는 용의주도한 면을 보였다. 카다피 정부가 외부의 시선에 신경쓰는 정황은 다른 곳에서도 포착된다. 수도 트리폴리 거리에 시신이 나뒹굴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정부는 이날 일제히 거리를 깨끗하게 치웠다. 이처럼 정부군의 압박 수위가 높아짐에도 시위대는 오히려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다. 카다피는 트리폴리 주변 북서쪽에 대한 통제력을 많이 상실한 상태다. 시위대가 가장 먼저 장악한 벵가지가 정부 기능을 대신할 자치위원회를 만든 것을 비롯, 구심점이 없었던 시위대는 나름대로 질서를 확립해 가고 있다. 이날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자위야의 경우 시위대는 군의 공격이 끝난 뒤에 다시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우리는 더 이상 당신들의 총알이 무섭지 않다.”면서 카다피를 향해 “떠나라.”고 외쳤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정부군과 시위대의 충돌을 통해 리비아 혁명이 튀니지나 이집트와는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독재 정권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데 성공한 두 나라의 경우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젊은이들이 혁명의 중심이었다면 리비아에서는 좀 더 성숙하고, 반정부 활동을 해오던 이들이 시위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비아 시위는 헌법 제정과 법치를 요구하는 운동을 2~3년간 평화적으로 이끌어 온 변호사 연합체가 시작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포위된 카다피 ‘운명의 주말’

    포위된 카다피 ‘운명의 주말’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42년 철권 통치를 끝장내려는 반정부 무장세력이 25일 수도 트리폴리 외곽 도시를 장악하면서 카다피가 머물고 있는 트리폴리를 에워쌌다. 반정부 세력은 트리폴리 점령전을 위한 진격 속도를 내고 있어 리비아 사태가 다시 전환점을 맞았다. 반정부 세력은 동부 지역 베이다와 데르네에서 ‘이슬람 에미리트’ 성립을 선언하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카다피 친위대가 트리폴리 시내에서도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하는 등 살육전을 벌여 수백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AP 통신은 “민간인 복장의 병사들이 예배를 마치고 거리로 나선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았으며 수그알조마 거리에는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다피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은 “자위야·미스라타 등 동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리비아의 대부분은 평온하고 정부 통제 아래 있다.”면서 “원유 시설을 파괴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알이슬람은 터키TV CNN-튀르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반군이 ‘이슬람 에미리트’ 성립을 선언했음을 확인했다. 그는 이어 카다피 가문은 리비아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정부 무장세력은 이날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자위야까지 진격, 카다피 친위대 및 용병 수만명과 치열한 교전을 벌인 끝에 도시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트리폴리 동쪽으로 200㎞ 떨어진 제3의 도시 미스라타와 트리폴리 서쪽의 전략도시 주아라 등도 반정부 세력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위야·주아라·미스라타 등 교전이 벌어진 트리폴리 주변 도시들에서는 미사일과 로켓 포탄, 수류탄 등이 동원된 사실상의 내전이 펼쳐졌다. 뉴욕타임스는 “자위야에서 반정부 세력이 카다피 친위대와 용병을 격퇴하면서 트리폴리의 관문에 교두보를 확보했다.”면서 “반정부 세력은 전투에서 100여명이 전사했지만 예상외의 강력한 화력을 과시하면서 혁명군의 위용을 과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이날 두 번째 긴급회의를 갖고 카다피 정권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별개로 미국 등 서방세계도 무력 개입을 포함한 다각도의 대응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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