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후보 TV토론(미 대선열전 현장:8)
◎고어 우열속 “퀘일도 선전”/“클린턴은 못믿을 사람”… 자질론 시비/퀘일/경제실정 들춰가며 신중하게 대응/고어
13일 저녁(한국시간 14일 상오)미국 동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부통령후보들의 TV토론은 시종 불꽃튀는 「입(구)의 결투장」을 연출했다.
90분동안 ABC방송 홀 브러노의 단독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현직 부통령인 공화당의 댄 퀘일과 상원의원인 민주당의 알 고어는 지도자의 리더십과 신뢰성,경제,환경,의료,방위비,낙태문제등 당면 쟁점에 관해 삿대질과 인신공격적인 언사까지 동원하며 열띤 공방전을 벌였다.무소속 페로의 러닝메이트인 해군제독출신의 제임스 스탁데일은 정치문외한임을 자처,말솜씨에는 미숙함을 보였으나 일반인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토로해 박수와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고어는 시종 부시대통령의 경제운용실패에 초점을 맞춘 반면 퀘일은 민주당의 대통령후보인 빌 클린턴이 믿을 수 없는 인물이라며 지도자의 자질로서 신뢰성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했다.
이날 토론가운데 부통령의 역할과 관련,퀘일은 『부시대통령이 몰타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을 때 필리핀에 쿠데타가 발생했으나 나는 대통령을 대신해 「위기」를 적절히 처리했다』고 말했으며 고어는 『클린턴이 팀웍과 동반자정신을 잘 알고 있어 대통령부재시 위기관리등 부통령직을 수행하는데 있어 부시퀘일보다는 훨씬 잘할수 있을 것』이라고 맞섰다.지도자의 자질문제를 두고 퀘일과 고어가 서로 상대방의 말을 가로막으며 입씨름을 벌일때는 스탁데일이 나서 『미국이 왜 진퇴유곡에 빠져 있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고 촌평,청중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경제문제에 관해 고어가 TV보도내용을 인용하며 『부시대통령이 임금이 저렴한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려는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주고있다』고 비난하자 퀘일은 『전혀 그런 일이 없으며 TV에 나온 것을 전부 다 믿지는 말라』고 충고했다.퀘일이 『클린턴의 경제정책은 한마디로 「세금을 더 걷는것」이며 그의 계획대로 하면 연간 1천5백억달러의 세금을 더 올려야 한다』고 공격하자 고어는 『전혀 근거없는 수치』라고 부인했다.
퀘일은 평소의 나약한 인상을 씻고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작심한듯 계속 적극 공세를 폈으나 다소 불안했고 고어는 시종 신중한 자세로 담대하게 대응했다.
이날 부통령후보들의 토론은 차분한 정책대결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일방적 선전,상대방에 대한 무조건적인 성토가 대부분이었고 특히 상대방 대통령후보를 공격하고 자기편을 옹호하는 대이전의 양상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이 TV중계를 지켜본 시청자들의 중평이었다.이날 토론이 끝난뒤 AP통신이 의뢰한 토론학 교수등 5명의 전문가가 논리성,증거제시,논박,추궁력 등의 요소별로 평점을 매긴 결과 고어가 1백50점 만점에 1백18점,퀘일이 1백6점,스탁데일이 88점을 얻은 것으로 나탔났다.
미국의 역대선거투표성향을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부통령을 보고 표를 찍지는 않지만 싫은 부통령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던진다」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그동안 부시대통령에게 짐이 되어왔던 퀘일은 이날 자기몫은 일단 해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