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축제’ 수니파 ‘냉담’
30일 반세기 만에 실시된 이라크 총선에서는 선거에 찬성하는 이슬람 시아파와 반대하는 수니파 주민들의 표정이 극명하게 나뉜 가운데 저항세력의 테러공격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현지시간)부터 전국 5220개의 투표소에서 일제히 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시아파 주민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비교적 차분하게 투표가 진행됐다. 시아파의 성지인 나자프의 주민 모하메드 후세인은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쿠르드 자치지역에서도 투표 행렬이 줄을 이었다. 가지 알 야와르 이라크 임시정부 대통령과 이야드 알라위 총리도 바그다드에서 투표를 마쳤다. 알라위 총리는 “이라크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집권이 확실시되는 시아파는 이라크 인구 2600만명의 60%를 차지하는 다수파이면서도 바트당 집권 30여년 동안 차별과 박해를 받아왔다.
●선관위 “잠정 투표율 72%”
반면 팔루자, 라마디, 사마라 등 수니파 거점도시들은 ‘유령도시’처럼 한산했다. 이들 도시에서는 순찰을 도는 미군들만 눈에 띌 뿐 투표소에서 주민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며 간간이 폭발음이 들려 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조그비의 여론조사에서도 투표를 하겠다는 수니파는 9%에 불과했다.
당초 이라크 정부는 57% 정도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수니파의 선거불참 선언과 잇따르는 테러에도 불구하고 오후들어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가 늘어나면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측은 오후 2시 현재 72%의 잠정투표율을 기록했고, 바그다드 인근에서는 최고 95%의 투표율을 보인 지역도 있다고 밝혔다. 유엔측 선거관리 고문인 칼로스 발렌주엘라도 예상보다 투표율이 높아질 것같다고 말했다.
●유권자 위장 투표소서 폭탄테러
30일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저항세력이 공격이 이어져 민간인 30명과 경찰관 6명 등 모두 36명이 숨지고 96명이 다쳤다고 이라크 내무부가 밝혔다. 테러범들은 유권자로 위장, 폭탄벨트를 두르고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 터트리는 수법을 주로 이용했다. 바그다드 서부와 동부에서 8건의 자폭테러로 2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바그다드의 시아파 밀집지역인 사드르시티의 투표소에서는 포탄공격으로 4명이 숨졌다. 바그다드 주변 지역의 투표소에서는 수류탄 공격으로 3명이 숨졌고, 수니파 지역인 마하윌에서는 버스에서 폭발물이 터져 5명이 숨졌다. 이밖에 모술, 사마라, 바쿠바, 바스라 등지에서도 수십 차례의 폭발음이 들렸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알 카에다 이라크 지부는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이 이날 테러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30만명 동원 경계 강화
이라크 정부는 29∼31일 사흘 동안을 임시 공휴일로 선포하고 국경 봉쇄, 공항 폐쇄, 야간 통행금지 등 치안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바그다드를 비롯한 대부분 도시에서는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도로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또 정부는 다음달 8일 만료 예정이었던 비상사태를 한 달간 연장하기로 했다. 투표소 주변에는 경찰이 배치됐고 이라크 방위군이 외곽경계를 맡았으며 미군·이라크 정규군이 주요 도시에 2차 포위망을 구축하는 등 모두 30만명이 동원돼 경계활동을 펼쳤다.
장택동기자 외신 taeck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