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보너스 회수법 가결
미 하원이 AIG를 비롯, 정부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이 지급하는 보너스에 대해 최대 90%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19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로 정부의 금융안정화 노력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선 구제금융 프로그램 실패 거론
2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하원은 찬성 328표, 반대 93표로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수혜 기업 보너스에 대한 중과세 법안을 가결했다.
하원은 토론 시작 40분만에 표결처리를 하는 ‘신속함’을 보여, 이 문제에 대한 국민 여론을 의회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날 서비스업 노동자 단체로 미 최대 규모인 SEIU 등이 전국 곳곳에서 AIG 보너스 지급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하원 법안은 50억달러 이상을 지원받은 기업의 개인 보너스에 대해 중과세하는 것으로, 가계소득이 25만달러 이상인 경우 지급된 보너스의 90%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주 정부의 세금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전액이 환수된다. 씨티그룹 등 11개 기업의 지난해 12월31일 이후 보너스가 부과 대상이다. 상원은 1억달러 이상을 지원받은 기업에 대해 개인 보너스와 회사에 각각 35%, 총 70%의 세금을 부과하는 별도의 법안을 검토 중이다. 상하원의 중재를 거쳐 최종안이 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자 정부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재를 받지 않기 위해 공적 자금을 포기하는 기업이 생길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이 업계 임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금융개혁을 목표로 한 정부의 프로그램에서 이탈하는 기업이 늘면 금융안정화는 요원해진다는 논리다. 이미 몇몇 은행들은 정부 지원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 이들은 보너스에서 출발한 정부 규제가 월급으로까지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이트너 “책임은 있지만 사퇴 안해”
AIG의 보너스 지급 계획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CNN과의 대담에서 보너스 사태에 대한 책임은 인정했지만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NBC ‘투나잇쇼’에 출연해 “가이트너는 아주 잘하고 있다.”며 그를 거듭 옹호했다. 하지만 하원에서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정부가 과세 대상을 향후 지급될 보너스로 제한하도록 제안한 사실이 드러나, 가이트너에 대한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
보너스를 수령한 직원 명단을 검찰에 제출하는 등 AIG는 뒤늦게 여론 잠재우기에 나섰지만, 수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블룸버그통신은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받은 씨티그룹도 약 1000만달러의 비용이 드는 본사 임원사무실을 개조할 계획이라고 보도, 구제금융 수혜 기업에 대한 비판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