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 하원의원 이색 후보들
퇴임하는 현직 대통령, 세계 최고의 권투 챔피언, 사치의 여왕.
2010년 5월에 실시되는 필리핀 하원 의원에 이색 후보들이 줄지어 지원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왼쪽·62)은 1일(현지시간)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을 공식 선언하고 고향인 팜팡가주(州) 제2 선거구 출마 후보 등록을 마쳤다. 필리핀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하원의원직에 도전한 것이다. 아로요 대통령의 임기는 상·하원 및 지방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로 끝나기 때문에 이 같은 도전이 가능하다.
이에 야당은 “아로요가 권력을 유지하면서 퇴임 뒤 직면하게 될 부정부패 수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출마를 선언했다.”며 비난을 가하고 있다.
세계 프로권투 7개 체급(‘링 매거진’ 페더급 포함)을 석권한 필리핀의 국민 영웅 매니 파퀴아오(가운데·31)는 자신이 창당한 국민챔피언운동(PCM)소속으로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이미 2007년 출마해 패배의 쓴잔을 마신 파퀴아오지만 미국의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2)와 함께 세계 권투의 1인자 자리를 겨루게 되면서 필리핀에서는 “대통령 선거에 나와도 당선”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국민적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파퀴아오는 후보자 등록을 마친 1일 선거관리위원회 밖에 운집한 지지자들에게 “나는 이미 준비가 됐고 더 이상 후퇴는 없다.”며 선거 승리를 확신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제빵사와 건설 노동자로 일하던 파퀴아오는 지난 3월 한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고향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며 정계 진출의 뜻을 밝힌 바 있다.
한편 3000켤레의 구두로 대표되는 ‘사치의 여왕’으로 알려진, 필리핀 독재자 페르난드 마르코스의 아내 이멜다 마르코스(오른쪽·80)도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구두 및 보석 수집광으로 알려진 이멜다는 남편의 고향이자 자신의 지지 기반 세력이 남아있는 북부 일로코스 지역에 출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멜다는 1986년 민중 봉기로 마르코스 정부가 전복되기 전까지 20여년을 영부인으로 지내며 구두 및 보석 외에 미켈란젤로, 보티첼리와 같은 거장들의 그림들을 대거 수집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고 각종 횡령과 인권 탄압 혐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