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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주도 AIIB 출범… 819조원 아시아 시장 열렸다

    中주도 AIIB 출범… 819조원 아시아 시장 열렸다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사실상 공식 출범했다. 중국 정부는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57개 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AIIB 협정문’ 서명식을 했다. 한국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대표로 서명했다. 향후 국회가 비준 동의하면 공식 창립회원국이 된다. AIIB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0월 제안한 국제금융기구로, 아시아 개도국의 사회기반시설 건설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매년 7300억 달러(약 819조원)에 이르는 아시아 인프라 개발 시장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AIIB의 최대 수권자본금은 1000억 달러이며 이 중 회원국이 당장 내야 하는 납입자본금은 200억 달러다. 아시아 역내국 지분 비중은 75% 이상이다. 중국은 지분율 30.34%로 1위를 차지했고 투표권도 26.06% 확보해 주요 안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의 지분율과 투표권은 각각 3.81%와 3.5%로 37개 역내국 중 4위, 전체 회원국 중 5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금까지 한국이 가입한 국제금융기구 중 가장 높은 순위다. 각국은 AIIB 출범을 중국 주도의 금융질서가 태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의 국력이 부단히 발전함에 따라 국제사회 발전을 위해 힘껏 공헌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고, AIIB는 이런 정신을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메콩강에 돈 보따리 푸는 아베… 中 AIIB 견제 나서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가운데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등 동남아시아 메콩 강 유역 5개국 정상이 다음달 4일 일본 도쿄에 모인다. NHK는 29일 동남아 5개국 정상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다음달 4일 도쿄에서 ‘일본· 메콩 정상 회의’를 열고 이 지역에 대한 인프라 투자 및 경제협력, 안보 문제들을 논의한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전체회의는 물론 각국 정상들과 개별 회동을 하고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도로 및 항만 인프라 건설 등 향후 지원 방안 등이 주요 의제지만, 올해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동남아 국가 간의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안보 관련 협의 내용도 주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NHK 등은 아베 총리가 중국의 남중국해 난사(스프래틀리)군도 인공섬 매립과 활주로 건설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는 것을 비롯해 안보 분야의 협력 강화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아베 총리가 올해 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관세 철폐 실시 등을 계기로 이 지역의 경제성장에 기여할 일본의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재팬타임스도 이날 일본 측이 이들 국가에 중국과 다른 기술 제공과 친환경적인 성장 지원 방안 등을 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약속한 3년 동안 이 지역에 대한 6000억 달러의 투자를 향후 5년 동안 30% 이상 높여 나갈 방침이다. 이 같은 일본의 메콩강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에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에 대한 견제도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다. 빠른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동남아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하는 메콩강 지역 국가들을 놓고 중국과 일본 간 영향력 다툼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북핵·다자외교 전문가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북핵·다자외교 전문가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천영우(63)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요즘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3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한반도 통일 문제를 천착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북핵 및 다자외교 전문가인 천 이사장이 맡고 있는 사단법인 한반도미래포럼은 북한과 동북아시아의 역내 동향을 분석하고 통일 한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전략을 연구하는 싱크탱크이다. 외교관 시절 군축·핵 비확산론자로 원칙을 중시하는 소신파였지만 회담장에선 유연성을 발휘해 성과를 이끌어내는 ‘협상의 달인’이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하고 돌아오자마자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으로 떠나기 직전인 지난 18일 천 이사장을 서울 종로구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한·일 관계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 장관이 일본에 간 것은 잘한 일이다. 교착 상태에 빠진 한·일 관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출구를 찾아야 한다. 일본이 바뀌지 않더라도 우리가 손을 내밀어 현상을 타개해야 한다. 일본이 과거를 정리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것이 미래로 가는 발목을 잡도록 놔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이 밉더라도 일본과는 동북아 안보에 공통점이 많은 만큼 미래의 안보 도전에 공동 대처하기 위한 전략적 소통이 필요하다. 국익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동침을 하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북한이 6·15 공동선언 발표 15돌을 맞은 지난 15일 ‘정부 성명’을 내고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어떻게 평가하나.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복잡한 조건을 붙이는 걸 보면 의지의 표현이 미흡하다. 지난달 북·중 접경지역을 여행하다 실종됐던 2명을 송환했는데, 그것 역시 큰 정치적 의미가 없다. 북한에서 잡고 있어 봐야 도움도 안 되고 그다지 관심도 없으니까 보내 주는 것이다. 과거에는 미국인들을 인질로 잡아 ‘장사’를 한 적이 있다. 그러면 전직 대통령이 북한에 들어가서 데려오기도 했다. 이제는 그런 ‘장사’가 잘 안 된다. 그리고 사람 돌려보내는 문제는 사실 북한이 우리에게 신세 질 일이 더 많다. 표류 등으로 북한 선박이 남한으로 오면 우리는 별다른 일이 없으면 다 돌려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 핵 문제가 큰 걱정이다. -북한 핵 문제는 우리 생존에 위협이 된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 번영의 최대 위협이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20년 이상 지속되다 보니 국민들이 그 위협에 둔감하다. 계속 방치할 상황이 아니다. 핵불용 정책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핵무장한 북한과의 평화 공존은 불가능하다. 우리의 안위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선의나 자비에 의존하는 인질 사태가 돼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무장은 어느 수준인가 -아무도 모른다. 북한이 노리는 목표는 실제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믿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은 사용 가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한·미 양국이 믿게 하는데 이를 경계해야 한다.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핵무기가 있든 없든 간에 있는 것으로 믿어 주면 실제로 없어도 있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만약 북한이 핵탄두를 6~8개만 갖고 있는데 국제 사회가 20개가 있는 것처럼 믿으면 실제 핵탄두 20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북한에 전략적 이익을 안겨 줘서는 안 된다. 북한은 플루토늄 수로 보면 5~6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이론상 최대치를 꼭 가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우라늄 농축기술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과 이란이 20년 이상 실제 농축시설을 가동하고 있지만 가동률은 20%밖에 안 된다. 너무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북핵을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하나. -북한의 전략적 계산 공식을 바꾸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지금까지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바꿀 만큼 대북 제재를 가한 적이 없다. 포괄적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의 5분의1도 안 된다. 북한으로서는 이런 수준의 제재 같으면 핵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제재 대상이 무기와 사치품에만 한정돼 있어 북한 대외무역의 10분의1도 안 된다. 국제사회가 이란에 가한 수준의 대북 제재를 결심하면 북한은 버틸 수가 없다. 중국이 외상으로 북한에 석유를 수출하는 것만 막아도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바꿀 수 있다. → 현재 한국과 미국 등이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북핵은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6자회담이 가장 좋은 틀이다. 하지만 지금은 외교적 해결을 위한 동력을 상실했다. 지금은 외교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북한에 대한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만큼 6자회담을 재개하더라도 효과를 거둘 수가 없다.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는 것은 핵을 포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현상의) 핵을 시비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앞으로 생산할 핵을 놓고 협상하자는 뜻이다. 때문에 기존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 것밖에 안 된다. 이런 식이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연내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북한에 지금 중요한 것은 장거리 핵 운반 능력의 개발이다. 북한의 경우 많은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탓에 핵물질을 가급적 아껴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를 운반하는 미사일 발사 실험이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미사일 발사의 가장 좋은 방법은 인공위성의 발사다. 인공위성 발사의 목적은 실제 인공위성이든 아니든 핵무기 운반능력을 높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정은 체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김정은은 폭압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 아버지 김정일보다 더욱 폭압적이고 무자비하며 무모하고 더 예측불가능하고 더 위험하다. 앞으로도 불충(도전) 세력이 나오면 무자비하게 숙청할 것이다.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 노선’은 북한 군부에는 불만스러운 일이다. 군부는 무역회사·금융회사·건설사 등을 거느린 북한의 최대 재벌이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에 이를 노동당과 내각으로 옮겼다. 군부로서는 돈줄이 끊어진 것이다. 따라서 ‘핵·경제 병진 노선’은 북한 군부를 희생해서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인 탓에 군부로서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정은 체제가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인가. -김정은 체제가 붕괴한다고 보는 것은 너무 안이한 판단이다. 김정은의 권력 장악력은 확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은의 폭압적 행태가 지도부를 불안하게 하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오히려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일반 주민들에게는 불만을 해소해 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김정은이 주민들과 스킨십을 많이 하는 등 인기주의 행보를 하는 점으로 볼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오히려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의 통치술이나 권력 장악력보다 김정은을 과소평가하면 정치적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김정은을 높이 평가할 부분이 있다면. -농업개혁과 경제관리개선 조치 등 김정은의 개혁정책은 과거 어느 개혁조치보다 더 과감하고 폭이 넓다. 집단 농장에서 가족 농장으로 변화시킨 농업개혁은 가히 혁명적이다. 덕분에 식량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 수준에 이른 것 같다. 북한은 작년에도 가뭄을 겪었다. 100년 만의 가뭄인 올해만큼은 아니지만, 식량이 모자란다는 얘기가 없다. 구체적 통계자료는 없지만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인 인센티브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경제관리 개선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기업 경영에 자율권을 주는 이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아직 가시적 효과는 없지만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에 10만명의 인력을 내보내는 것을 보면 난국 돌파 의지를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시장경제를 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남북관계를 풀려면 5·24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5·24 조치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해 책임을 인정해야 하고 다른 하나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압박 조치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핵무장 체력을 키우는 대규모 현금유입 수단만은 막아야 한다. 그런 만큼 5·24 조치 중 남북 대규모 현금거래와 관련이 없는 인적 교류 부문은 막을 필요가 없다. 이 문제는 천안함 폭침 인정 여부와도 관계없이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5·24 조치의 부분 조정은 필요하지만 대규모 현금유입 가능 조치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오는 9월 중국 전승절에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김정은이 갈지 안 갈지는 알 수 없다. 중국도 전승절에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김정은이 간다면 전승절보다는 단독 방중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단독 방중이 어려우면 전승절에 갈 수도 있다. 김정은은 이런 이유와 북한의 내부 사정을 고려해 방중을 결정할 것이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시끌벅적하다. -우리가 AIIB에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굳이 미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지분과 발언권 확보 등의 상황을 미국에 설명하면 된다. 경제적 이해관계는 중국과 충돌할 일이 없다. 우리의 국익을 챙겨야 한다. (한국의 AIIB 참여에 우려를 표명한 것에 대해) 미국 외교안보팀이 오판했다. 사드 문제도 안보상 필요하면 하고 아니면 하지 않으면 된다. 우리 5000만 국민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사드가 군사적 효용성이 있으면 배치를 하고,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사드의 효용성은 어떻게 보나 -북한 핵의 선제공격을 무력화하거나 놓치는 미사일을 막는 데 미사일방어체계(MD)가 필요하다. 북한 미사일을 사드로만 잡지는 못한다. 미사일을 막는데 단층이든 다층이든 요격 확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핵미사일을 막는 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3) 단층막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드와 저고도미사일방어 등 복합 이중 미사일 방어망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PAC3 단층막의 요격 확률이 70%라면 (사드 등과) 결합하면 90%로 올라간다. 현재 재래식 탄두는 막을 수 있지만 핵폭탄이 떨어지면 몇만명의 대량 인명 살상이 일어난다. 대량 인명 살상은 막아야 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1994년 체결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이행 차원에서 설립된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에 파견돼 근무한 데 이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임명돼 2년간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아 북핵 실무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로드맵으로 평가받는 ‘9·19공동성명’의 이행계획인 ‘2·13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도 핵심 역할을 했다. 195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천 이사장은 부산대 불문과를 졸업한 뒤 1977년 외시 11회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유엔대표부 참사관과 국제기구정책관,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외교정책실장 등 정통 다자 외교라인과 영국주재 한국대사, 외교통상부 제2차관,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특히 군축·비확산을 비롯한 안보정책 분야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2003년 국제 핵수출 통제기구 의장직을 수행하고 2004년 유엔 미사일 패널 위원으로 활약하면서 대량살상무기(WMD)의 비확산 분야에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이 같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2006년 몬테레이 비확산전략그룹 위원과 2013년 아·태지역 비확산·군축 리더십네트워크 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 TPA 거머쥔 오바마… TPP 빨라진다

    TPA 거머쥔 오바마… TPP 빨라진다

    버락 오바마(얼굴)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인 무역협상촉진권한(TPA) 부여 법안의 입법화에 성공했다. 이로써 오바마 정부의 대표적인 외교 어젠다인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인 TPP 협상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히 다수당이자 야당인 공화당과 손잡고 ‘친정’인 민주당의 반대를 정면으로 돌파한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로 평가된다. ●日·호주 등 12개국 협상 참여… 연내 비준 목표 미 상원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에게 TPP 신속협상권(패스트트랙)을 부여하는 내용의 TPA 법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 찬성 60표 대 반대 38표로 처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만간 TPA 법안에 정식 서명한다. 상원은 또 TPP 협정을 뒷받침할 2대 법안인 무역조정지원제도(TAA) 법안도 구두표결로 처리해 하원으로 넘겼다. 신속협상권으로 불리는 TPA는 행정부가 타결한 무역협정의 내용을 미 의회가 수정할 수 없고 찬반 표결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해 TPP 협정 조기 타결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져 왔다. TPP 협정의 타결을 국정의 최고 어젠다로 삼아온 오바마 대통령은 늦어도 다음달 중 협정을 체결, 연내 의회 비준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일본·호주 등 다른 협상국들도 TPA를 TPP 협상 타결의 조건이라고 암묵적으로 거론해 왔다. ●한국, 1라운드 협상 마무리 뒤 협정 가입 복안 미국은 TPP를 통해 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환태평양 중심 거대 경제공동체를 탄생시켜 자국 내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한편,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역내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을 계기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TPP 협정 타결은 미국과 일본 간 안보뿐 아니라 경제 신(新)밀월 시대를 열 것으로 보여 한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한국은 현재로서는 1라운드 협상이 타결되면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협정에 가입한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은 이날 TPA 처리가 오바마 대통령의 중요한 정치적 승리이며, 협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임기 1년 반을 남긴 그는 큰 정치적 업적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무역개방 시 일자리 감소와 환경 파괴 등을 우려해 TPP 협정을 반대해 온 노조와 환경단체, 이들의 압력을 받아 TPA 처리의 반대 입장에 섰던 민주당은 타격을 받게 됐다. 앞서 TPA 부여 법안은 친정인 민주당의 발목 잡기로 상·하원 표결에서 각각 한 차례 부결되면서 좌초 위기에 몰렸고, 오바마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권력누수)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TPP 협정을 찬성하는 공화당과 손잡고 하원에서 TPA 부여법안을 재투표해 가까스로 살려낸 데 이어, 이날 상원에서도 통과시키는 집념을 보여 줬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무역 분야에서 대승한 후 할 일’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노동단체, 환경단체, 그리고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이 미국 노동자 일자리 감소, 환경 악화,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혜택 등을 이유로 이 법안에 반대해 온 점을 상기시키면서 “(TPP 협상이) 광범위하고 초당적 지지를 확보하려면 미 정부는 많은 이들이 제기한 정당한 우려를 반영시켜 협정을 타결 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데스크 시각] AIIB와 사드, 감정 또는 시간의 문제/이지운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AIIB와 사드, 감정 또는 시간의 문제/이지운 정치부 차장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을 주도하는데, 한국이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질문을 던졌더니 “그건 그렇다”고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라면서. 그도 나도 피차 전문가가 아니니 당연히 사적인 대화일 수밖에 없다. 한국과 중국의 필부(匹夫) 간에 대화가 이어졌다. “그럼 가입했으니 된 거 아닌가?” “때가 너무 늦었다.” “고마울 일이 없다는 뜻인가?” “….” 중국이 좀 더 필요하고 아쉬워할 때 먼저 나서서 도와주지 않은 것이 서운하다는 눈치였다. “주한 미군이 들여오려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결국 한국에 도입될 것으로들 보고 있다.” “들여와도 된다는 얘기인가?” “솔직히 사드가 어떤 역량을 갖고 있고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치는지 미국조차 잘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러니 중국인들 알겠나?” 그러면서 사드의 도입은 상당 부분 ‘감정의 문제’라고 했다. “많은 중국인들이 사드 도입을 한국이 미국으로 기울어지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사드가 기술적이고 군사적인 부분에서 전문가들의 주장과 의견이 엇갈리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도 하다. 예컨대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우리 국회의원들에게 사드를 반대하면서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의 사정거리가 2000㎞인데 이는 북한 미사일 방어 목적을 넘어서는 거리다. 한국의 사드 배치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을 목표로 했다는 인상을 갖고 있다. 사드 도입은 중국 안전에 해롭고, 중국은 명확히 반대한다”고 했었다. 필부들도 대강은 안다. AIIB 가입 이건, 사드 도입이건 친구의 눈치도 봐야 하고, 이웃의 심기도 살펴야 하는 일이라는 걸. AIIB 문제는 어쨌거나 친구의 체면도 살려 주면서도 이웃의 기분을 크게 상하지 않는 선에서 해결됐다. 남은 건 사드인데 그의 얘기는 종합해 보면 ‘시간의 문제’였다. 그래서 물었다. “그럼 언제쯤 들여오면 되는가? AIIB 가입 때와 비슷한 정도 뜸을 들이면 공평해지는 것 아닌가?” 그러고는 AIIB는 본격 논의된 지 1년쯤 뒤 가입이 결정됐고, 사드는 그 이상 소요됐음을 알려 주었다. 한국의 향후 정치 일정도 전해 주었다. 그가 이 문제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였다. 내년 봄에 총선이 있고, 그 다음해 대선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우리는 또 얼마나 이 문제로 홍역을 치를 것인지 불문가지다. 사드의 기술·군사적 효용성 논란에 더해 미국의 패권과 중국의 부상이 어떻고, 동북아 질서와 균형자론이 어떻고에 더 열을 올리게 될 공산이 크다. 다만 그 논쟁이 지겨워질 어느 시점이면 사드 논의가 ‘북핵’의 위협에서 비롯됐다는 근원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북핵의 해결은 요원하고 북핵의 위협은 증가하는데 아무런 방어 수단이 없다는 데 생각이 미칠 한국의 필부들도 늘어날 것이다. 방어가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김정은 정권과 ‘공포의 균형’이라도 맞춰야 한다는 이들도 생겨날 것이다. 그때쯤이면 우리의 이웃 중국 사람들은 옆집의 절박함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다른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막연히 반대만 하는 이들로 비쳐질 수 있다는 걸 중국의 필부에게 알려 주었다. jj@seoul.co.kr
  • 中, AIIB 분담금 297억弗… 지분 30% 예상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초기 자본금에 대한 참가국들의 분담 내역이 공개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57개 창립 회원국 대표들의 회의에서 합의된 AIIB의 정관을 분석한 결과 초기자본금 1000억 달러(약 112조원) 가운데 중국이 297억 8000만 달러를 분담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출자 규모는 호주와 같은 37억 달러로 중국과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5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은 25~30%의 지분율을 확보, AIIB의 주요 의제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검토되던 50% 가까운 수준에서 줄어드는 것이지만 AIIB의 구조, 회원 자격, 자본 증가 등 주요 결정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주요 의제는 의결권 75% 이상 찬성을 얻어야 통과한다는 정관 조항 때문이다. 자본금 1000억 달러 가운데 750억 달러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250억 달러는 그 외 지역 국가들이 분담한다. 아·태 지역 분담금 상위 10개국은 중국에 이어 인도(84억 달러), 러시아(65억 달러), 한국·호주, 인도네시아(34억 달러), 터키(26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25억 달러), 이란(16억 달러), 태국(14억 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 지역에서는 독일이 45억 달러로 전체 4위이고, 프랑스(34억 달러), 브라질(32억 달러), 영국(31억 달러), 이탈리아(26억 달러), 스페인(18억 달러), 네덜란드(10억 달러) 등의 순이었다. 지분율은 회원국의 출자금, 경제 규모 등이 반영된 공식에 의해 다시 산출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기고] 박근혜 외교의 공백, 한·일 관계/윤덕민 국립외교원장

    [기고] 박근혜 외교의 공백, 한·일 관계/윤덕민 국립외교원장

    국립외교원은 3년 전 차기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가장 어려운 외교안보 환경 속에서 출범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 등에서 모두 새로운 정권이 출범해 어느 때보다 지역 정세의 불확실성이 있을 것이며, 중국의 부상과 이를 견제하는 미국의 재균형 정책으로 우리 외교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됐다. 현실은 예측 이상이었다. 주요 국은 편협한 자국 이익에 매달려 문제를 대화보다는 힘으로 풀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83%, 일본인의 85%가 지역에서의 무력 분쟁을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신뢰외교’를 바탕으로 탄탄한 포석을 두어 왔다. 외교의 핵심축으로 한·미 동맹 관계를 굳건히 다졌다. 한·미 동맹 60주년에 즈음해 포괄적 전략동맹을 글로벌 파트너로 강화했다. 외교적 수사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최상급의 ‘핵심축 관계’로 표명했다. 중국과도 최상의 전략 동반자 관계를 다졌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등 협력 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방한 시 ‘세 잎으로는 집을 사고 천냥으로 이웃을 산다’는 우리 속담을 인용하며 대한(對韓) 중시 자세를 보였다. 한국 외교는 최근 적지 않은 비판에 직면해 있다. AIIB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미·중 사이에서 눈치만 보다가 두 나라의 신뢰를 잃고 고립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국의 AIIB 가입 결정은 중국에 영국의 가입 표명 이상으로 중대한 선물이다. 아시아의 주요 선진 경제인 한국이 참여한다는 것은 유럽 국가의 참여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AIIB 출범에서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고 생각한다. 사드 배치 문제는 점증하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외교 측면보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다. 필요하다면 배치하면 된다. 박근혜 외교의 남아 있는 공백은 한·일 관계다. 국내 비판도 사실 악화된 한·일 관계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명분과 실리’를 살리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처럼 왜 우리 대통령은 일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는 비판도 있다. 아베 정부 출범과 역사수정주의는 기존 한·일 관계의 틀을 크게 흔들었다. 고노·무라야마 담화, 김대중·오부치 공동 성명, 간 담화는 과거사로 민감한 한·일 관계를 지탱하는 양국 지도자의 지혜였다. 그러나 일본의 지도자가 정면으로 이를 부정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직업여성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명분과 실리’를 살리는 교과서적 외교가 가능했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일 관계 복원에서 결정적 변수가 될 ‘위안부 문제’ 협상은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아베 정부의 대한(對韓) 정책에 대해 일본에서는 비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외교관은 만만치 않은 일본을 상대하는 것은 물론 국내 비판에 직면해 안팎으로 힘겨운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들이 소신껏 협상을 마무리할 때까지 힘을 실어 주었으면 한다.
  • “中 없는 G7, 알맹이 없는 조직”

    중국이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미국과 함께 경제·외교·군사적으로 G2 위상을 누리지만 회원국이 아니어서 소외감을 느끼던 차에 올해 회의에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국의 남중국해 암초 매립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자”며 분쟁 중인 남중국해 문제를 G7 테이블에 올려 놓자 폭발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8일자 사설에서 “일본과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G7 회의에서 공론화하려고 하지만 다른 국가의 찬성을 얻지 못할 것”이라면서 “남중국해 문제가 러시아 제재와 함께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면 G7은 미국과 일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적 선전 조직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별도의 기사에서 독일 신문인 한델스브라트와 포커스를 인용해 “중국 없는 G7은 알맹이 없는 조직과 같다”면서 “미국과 일본의 의도와 달리 다른 G7 국가들은 앞다퉈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열린세상] 대한민국, 돌고래의 ‘명민전략’ 구사해야/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교수·남북한문제연구소장

    [열린세상] 대한민국, 돌고래의 ‘명민전략’ 구사해야/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교수·남북한문제연구소장

    동북아시아에는 새로운 세력경쟁 질서가 도래했다.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세력 각축은 19세기 영국과 러시아(독일), 20세기 미국과 소련 간의 ‘제국경쟁’에 버금가는 21세기 패권경쟁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동북아 재균형 전략에 중국의 시진핑은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주창하며 냉전종식 이후 유일 초강대국의 위상을 구가한 미국에 맞서기 시작했다. 최근 미·중은 구체적인 정책 사안에까지 힘겨루기가 구체화되고 있다. 주한 미군기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예민한 반응이 가시화됐고,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으로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응함으로써 동북아 및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에 접어들었다. 미·중의 각축에 일본의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해 평화국가에서 ‘보통국가’로 나가기 위한 예비적 조치를 강구했고, 대미 편승전략 적극화로 미·일 안보 지침을 개정해 대중 견제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일의 강화된 해양 동맹은 대륙 연합으로 표면화되는 중·러의 경제 및 군사협력의 확대를 자극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의 역학은 해양 동맹과 대륙 연합의 양극화로 동북아를 ‘신냉전적 대립’으로 격화시킬 소지마저 안고 있다. 이에 더해 우리는 핵으로 무장한 광기 어린 폭압 전제로 동포의 인권을 유린하고 대한민국을 겁박하는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에 직면해 있다. 동시에 21세기 미·중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과 번영을 확보하고 통일을 촉진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다양한 층위와 복합적인 이슈를 놓고 주변 4강의 각축과 마찰이 전개되는 가운데 남북한 간의 긴장도 지속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갈등과 마찰, 긴장이 곧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아니다. 유동적인 질서 변동기에는 위기와 기회가 병존하기 때문에 우리는 열국의 싸움 속에서 국가 발전과 통일의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동북아 ‘세력경쟁체제’의 전개에 대한 엄밀한 현실 인식과 국론 통일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 사회에는 구한말 제국주의 열강의 싸움에 국권을 상실함으로써 시작된 ‘새우 콤플렉스’가 재현되고 있다.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외교장관과 대통령마저도 ‘고래싸움’이 벌어져도 새우 등이 터지는 것이 아니라는 발언을 했을 정도다. 물론 노무현 정부 때 ‘동북아 균형자론’으로 인해 ‘탈미접중’(脫美接中)의 동맹 변경을 타진한 적도 있었다. 우리는 위험스런 패배주의와 모험주의적 환상과 같은 극단주의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산업화·민주화를 거쳐 발전한 세계의 모범 국가이자 군사·경제적으로 세계 10위 전후의 종합국력을 가진 중견 국가가 됐다. 구한말 제국주의적 고래싸움에 희생될 ‘새우’가 아닌 것이 자명하고, 급성장한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미국과의 동맹을 변화시켜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한·미 동맹은 핵으로 무장하고 모험적인 북한의 도발을 실효적으로 억제하고 자유민주주의적 평화통일을 추동하는 전략적 지렛대인 것이다. 한·미 관계는 군사부문을 넘어 민주주의적 가치와 제도를 공유하며 과학과 기술·교육 부문의 교류가 심화되고, 자유무역협정에 의한 경제적 결속이 지속될 세계적으로 가장 견고하고 포괄적인 동맹이다. 한·미의 포괄적 동맹은 실효적 대북 군사억제와 대중·대일 관계의 협상력을 제고하는 전략적 자산인 것이다. 반미(反美) 내지 탈미(脫美) 정책은 진정한 자주가 아니라 위험한 고립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미화중’(以美和中) 전략이 답이다. 더이상 대한민국은 구한말의 낙후된 ‘은둔의 왕국’도, 냉전 시기 자유 진영의 군사적 전초기지도 아니다. 중견 국가로서 능히 중국과 미국의 대립을 완화시키는 중재 능력을 배양하고 한반도 통일을 완수함으로써 해양과 대륙의 21세기적 공영 발전을 중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 구한말 이후의 ‘새우 콤플렉스’를 벗어던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돌고래의 명민함으로 ‘거인고래’들의 싸움을 말리고, 남북한 평화통일을 완수함으로써 동북아시아의 평화공존과 공영질서 형성의 주도자가 돼야 한다.
  • [구본영 칼럼] 북핵 막아낼 ‘마지노선’이란 없다

    [구본영 칼럼] 북핵 막아낼 ‘마지노선’이란 없다

    미국 상원이 심의 중인 국방수권법에 ‘북한은 핵무장국’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우발적 실수가 아니라면 세계의 경찰국가 격인 미국이 으르고 혈맹이었던 중국이 달래도 북한은 핵 개발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열 경찰이 도둑 한 명 못 잡는다’는 속설 그대로다. 하긴 김정은은 얼마 전 러시아 전승 70주년 행사 참석 약속을 펑크 내면서까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 시험을 했다. 문제는 만일의 사태 시 최대 피해자일 우리에게 지렛대가 없다는 거다. 답답한 노릇이다. 생각해 보라. 이웃에 칼을 든 강도가 있다면 내려놓도록 설득하거나, 제압하든가 양단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전자는 번번이 실패했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적잖은 현찰을 쥐여 주면서까지 달랬지만 북한 핵 개발에 전용됐다는 의심만 사고 있다. 후자도 여지껏 주효하지 못했다. 북의 도발 때마다 국제 제재에 나서지만 중국이 늘 뒷문을 열어 주면서 별무효과다. 한국형미사일방어 체계(KAMD)도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북한의 SLBM 시험과 핵 소형화 움직임이 빌미가 된 걸까. 미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카드를 빼들 태세다.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며칠 전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북한의 위협에 관한 ‘최신 정보’에 따라 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은 관영 환구시보를 통해 “사드 배치로 한국은 미국의 총알받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오만불손한 으름장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과 미국이 바라는 사드 배치로 한국은 미·중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과 달리 자칫 미·중 사이에서 샌드위치 꼴이 될 판이다. 안보 정책의 코페르니쿠적 대전환이 절실하다. 북한의 도발과 미·중 등 주변국의 훈수에 끌려다니지 말고 선제적으로 대비하라는 얘기다. 북한이 들쑤실 때마다 허겁지겁 이 무기, 저 무기를 사들이는 대응보다 공세적 방어로 전환해야 한다. 스포츠에서도 상대 공격을 우르르 몰려다니며 막아도 골을 먹기는 일쑤다. 난공불락이라던 프랑스의 마지노선도 독일 기갑부대의 기습에 한순간에 뚫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남북 협력의 대도로 나오면 우리로선 최상이다. 그러나 핵으로만 세습체제를 지킬 수 있다는 미망에 사로잡힌 김정은이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북한의 핵·미사일을 무력화하는 게 차선이다. 냉전 시기 미 레이건 행정부는 천문학적 비용으로 우주 공간에서 소련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스타워스 계획’을 추진했다. 당시 경제가 거덜난 소련이 군비 경쟁을 감당하기란 뱁새가 황새를 쫓는 격이었다. 결국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감축 협상에 응하고 개혁·개방을 택했다. 사드 도입도 만사 불여튼튼이란 견지에선 이해된다. 다만 중국의 압력보다 우리 경제 여건에서 엄청난 비용이 더 문제일 수 있다. 그렇다면 북이 감히 핵을 쓸 엄두도 못 내게 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다. 이를 위해 우리도 핵을 보유해 이른바 ‘공포의 균형’을 추구한다고? 우리의 핵 기술력으론 가능하지만, 한·미 동맹의 와해까지 각오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까닭에 유사시 북 핵·미사일 기지는 물론 북한 지도부를 핀포인트로 직격할 능력을 갖추는 게 선택 가능한 차선의 대안이다. 어제 우리 군이 사거리 500㎞ 이상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단다. 북 핵·미사일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 구축의 첫 단계 개가다. 이에 자족할 게 아니라 사거리가 더 긴 순항미사일과 스마트탄 등 정밀유도무기(PGM)를 확보해야 한다. 무고한 사람들을 사지로 내몰고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는 전쟁광도 자신의 안위는 두려워하는 법이다. 이달 중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가 주목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 구상을 설명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인다면 나쁜 그림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어쩌라고?”란 의문이 남는다면 공허하다. 물밑에서 미국의 PGM 증강과 전진배치 등 실효성 있는 북핵 대응을 논의하는 정상회담이길 바란다. 화려한 외교적 수사는 다음 문제다.
  • 중·일 해빙 모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최근 시 주석을 만난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총무회장이 전했다. 31일 요미우리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니카이 회장은 지난 30일 TV도쿄에 출연해 시 주석이 방중 중이던 자신을 만났을 때 “‘아베 신조 총리와는 두 번 만났다. 다음에 어딘가에서 또 만나고 싶다. (아베) 총리에게 안부 전해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니카이 회장은 중국과 일본의 총리의 상호 방문에 대해서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양측)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두 정상의 두 차례 회담은 국제회의라는 기회를 잡아서 활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유화적인 자세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일본의 참가를 이끌어 내고, 미·일 군사동맹 강화 등에 대한 견제를 위해 일본을 감싸 안으려는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아베 총리 집권 뒤 2년여 동안 냉랭했던 중·일 관계는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시 주석과 아베 총리 간 정상회담, 올해 4월 인도네시아 반둥회의에서의 회동 등 2차례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진전되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일본의 중국 방문단에 대한 시 주석의 환영회 및 만찬 참석도 이례적인 환대로 평가되고 있다. 양국은 ‘대화 없는 갈등 관계’에서 ‘대화하는 갈등 관계’ 또는 ‘갈등 속에 해빙 모색’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씨줄날줄] 시진핑의 외교술/오일만 논설위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6월 첫 미·중 정상회담에서 놀랄 만한 발언을 한다. 회의 도중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태평양은 미국과 중국이 나눠 써도 될 만큼 충분히 넓다”며 넌지시 운을 뗐다. 세계 1, 2위 국가인 미·중 양국이 싸우지 말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공존하자는 메시지다. 이른바 시진핑 외교 전략의 핵심인 ‘신형대국 관계론’을 설파한 것이다.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아시아 회귀전략, 즉 중국 포위전략에 대한 중국의 반론이기도 하다. 포장은 그럴듯하지만 기득권을 쥔 미국의 입장에서는 태평양 지역의 절반을 달라는 중국의 요구를 들어줄 리 만무하다. 미·일 정상회담 이후 2년의 세월이 지났다. 이 시기를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중국의 모든 외교 전략은 신형대국 관계론으로 수렴된다. 이 전략은 덩샤오핑과 후진타오의 외교 전략인 ‘때를 기다리라’는 도광양회와 ‘할 말을 하겠다’는 유소작위의 절충선으로 보면 된다. 한마디로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과 당분간 일전(一戰)을 피하면서 경제 대국의 길을 찾겠다는, 2등 국가 중국의 노련한 외교 안보 전략인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미국과 대등한 군사력을 갖기 위해 최소한 15~2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중국의 야심 찬 계획인 ‘일대일로’(一帶一路)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역시 신형대국 관계론의 구체적 실천 수단이다. 육지와 바다를 가로질러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하나로 잇는 범중국 경제권이 목표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달러 중심의 경제에서 탈피해 경제의 중심을 중국으로 이동시키려 대미 경제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냉전에 버금갔던 중·일 관계가 화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일본 대표단 3000명에게 만찬을 베풀면서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乎)라며 환대했다. 당나라 시절 일본 유학생 아베노 나카마로를 언급하면서 “시인 이백 등과 깊은 우정을 나눴다”는 말로 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전했다. 최근까지도 노골적으로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비판하던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들도 일제히 ‘중일 우호증진’을 합창하고 나서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하지만 일본과의 관계개선은 시 주석의 원모심려 계책이다. 중국 언론들은 지난달 23일 중·일 정상회담 직후 “중국의 평화굴기 과정에서 중·일 관계가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와 AIIB 구상에 경제 대국인 일본이 동참하는 것이 중국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는 사설도 실었다. 비록 미국과 한 편이 돼서 군사적으로 중국과 대결 하고 있는 일본마저 활용하겠다는 중국의 외교 전략은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日은 구조개혁 성과… 韓은 국회에 발목”

    “이번 방문이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풀어 가는 계기가 된 것으로 생각한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공조할 부문이 많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도 협조를 요청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한·일 재무장관회담 직후 도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실·국장들까지 참여한 회담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공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논의 등 후속 프로그램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며 해빙 분위기를 전했다. 최 부총리는 “일본의 AIIB 초기 가입은 힘들어졌지만 일본도 언젠가는 참여할 것”이라며 “두 나라가 AIIB의 지배구조 개선 등에서 공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농업, 의료, 경제특구 조성, 관광 등 구조개혁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우리나라도 노동·교육·금융·공공 혁신을 통한 4대 분야 구조개혁 없이는 미래가 없다”며 야당의 협조를 요구했다. 그는 “옛날엔 한국이 대통령 중심제라서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일본 사람들이 부러워했다”며 “지금은 일본이 정치적 안정을 기반으로 ‘뭔가 할 수 있는’ 구조가 됐고, 한국은 국회선진화법 등에 발목이 잡혀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게 됐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최 부총리는 엔화 약세와 관련, “이웃 나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면서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아소 부총리에게 우려를 표명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엔저 정책이 아베노믹스의 핵심”이라며 상황 변화가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그는 TPP 가입과 관련, “협상 막바지 단계여서 지금은 가입할 수 없고, 타결이 되면 가입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20∼2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AIIB 회의에서 결정된 한국의 지분율은 한국에 가장 유리한 비율”이라며 “한국은 참가국 가운데 역내 4위, 전체 5위”라고 말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특파원 칼럼] 한·미 동맹은 미·일 동맹과 달라야 한다/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한·미 동맹은 미·일 동맹과 달라야 한다/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 또 한 명의 6·25전쟁 참전 미군 용사가 65년 만에 돌아와 묻혔다. 1950년 12월 북한 장진호 전투에 육군 하사로 참전했다가 행방불명된 프랜시스 노벨이 주인공이다. 그는 1954년 유해 인도 후 60년 만인 지난해 신원이 확인돼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날 안장식을 접한 기자는 한국전 참전 미군 용사 중 7852명의 신원이 아직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슬픔을 느꼈다. 한·미 동맹을 말할 때 ‘혈맹’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수많은 미군이 피를 흘리며 함께 싸웠기 때문일 것이다.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한국전 참전 노병들과 전직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들은 한·미 동맹의 상징적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특별한 한·미 동맹이 최근 시험대에 올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로 미·일이 신(新)밀월 관계를 과시하는데 한·미 동맹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미·일 동맹 강화는 곧 한·미 동맹 약화라는 ‘제로섬’적 시각이 작용한다. 게다가 한·일 관계는 과거사 문제로 최악인데 중·일은 정상회담 등 접촉을 계속하면서 한국만 왕따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미·중은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갈등을 지속해 한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신세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른바 한국 외교의 총체적 위기론이다. 과연 그럴까. 이 같은 패배주의적 시각은 한·미 동맹의 실체와 한국의 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 중국 견제용으로 보이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펼치는 미국에 막대한 자금과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일본은 최고의 파트너일 수 있겠지만, 아베 총리는 이번 방미에서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과를 외면하면서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리더십을 보여 주지 못했다. 한국 대통령이 여섯 차례 했던 미 의회 합동연설의 기회를 처음으로 잡았던 아베 총리의 방미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에게 한국은 어떤 존재일까. 중국·북한과의 관계 등 지정학적 중요성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미국의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대폭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한·미 동맹을 동북아 린치핀(핵심축)을 넘어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윤병세 외교장관, 안호영 주미대사 등이 “한·미 동맹은 빛 샐 틈이 없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아무리 입을 모아 외쳐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는 국민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새달 방미가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미·일 동맹이 아니라 한·미 동맹만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동북아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에서 한국의 역할을 통해 한·미의 경제적 이익도 확대할 수 있음을 보여 줘야 한다. 물론 한국전 참전 용사들과 그들 가족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chaplin7@seoul.co.kr
  • [뉴스 플러스-국제] 日 “아시아에 1100억 달러 투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향후 5년간 아시아 지역 인프라에 1100억 달러(약 12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1100억 달러에는 일본과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을 통한 대출이 포함되며, 현재 투자 수준에서 약 30% 증액되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이처럼 통 큰 아시아 인프라 투자 구상을 밝힌 것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항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 [커버스토리] 주춤하는 판다… 질주하는 코끼리

    [커버스토리] 주춤하는 판다… 질주하는 코끼리

    중국(China)과 인도(India)는 ‘친디아’로 묶인다. 2000㎞에 이르는 국경을 맞댄 데다, 2000년 이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인구 대국이란 점이 닮았기 때문이다. 친디아의 현재와 미래를 중국의 상징 ‘판다’와 인도의 표상 ‘코끼리’가 서로를 소개하는 내러티브 형식으로 풀어 봤다. 우리는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두 기둥이야. 흔히들 귀여운 ‘판다’와 듬직한 ‘코끼리’로 부르지. 지난주 우리들의 주인인 시진핑(왼쪽·習近平)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오른쪽) 총리가 시 주석 고향 시안(西安)에서 만난 것을 잘 알고 있겠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거든. 시 주석은 “중국과 인도는 세계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두 개의 엔진”이라고 치켜세웠지. 다음날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모디 총리와 100억 달러에 이르는 24개의 정부 간 계약을 체결했어. 그러면서 “하늘에서부터 땅속까지 협력하자”고 말했지. 찰떡궁합이 되자는 말을 증명하듯 그다음 날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등 중국의 대표 기업 회장 20여명은 모디 총리에게 220억 달러에 이르는 ‘돈 보따리’를 쥐여 줬어. 우리가 원래부터 이렇게 사이가 좋았던 것은 절대 아냐. 우리는 1962년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지역에서 큰 전쟁을 벌였고, 여전히 한반도보다 넓은 지역을 놓고 땅따먹기 싸움을 하는 중이야. 지난해 우리들의 교역 규모는 한·중 교역액의 28%에 불과한 706억 달러에 그쳤지. 우리의 잠재력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모디 총리가 개설한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인도는 중국의 개”라는 비방글이 쇄도할 정도로 판다는 코끼리를 싫어해. 그런데 왜 시 주석은 모디 총리를 미국 대통령보다 더 극진히 대접했을까. 전 세계 정상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콧대 높은 중국 기업인들은 왜 모디 총리에게 달려갔을까. 판다의 ‘모디맞이’에서 중국 경제의 현실적인 고민을 읽을 수 있어. 또 금고에 3조 73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을 쟁여 둔 판다에게 달려간 코끼리도 고민이 많기는 마찬가지야. 판다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돈으로 세계를 평정하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어. 세계 어느 국가도 따라올 수 없지. 판다가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세계 각국이 줄을 선 것에서 드러나듯이 판다 돈을 먹지 못하는 나라는 ‘바보’나 다름없어. 그중 코끼리는 대형 인프라 건설에 무려 1조 달러가 필요한 국가야. ‘실크로드’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판다에게 코끼리는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이지. 코끼리는 낙후된 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돈이 필요해. 각종 경제 수치로 비교해 보면 판다의 5분의1 정도밖에 안 되는 꼬마 코끼리야. 인프라 개발에 박차를 가한 모디 총리에겐 판다가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어. 코끼리는 철도 등 인프라 개발에 외국인 직접투자 한도를 상향 조정하고 올해 인프라 개발 예산을 전년보다 25%나 더 늘렸어. 주요 도시 간의 산업회랑을 만들고 아마다바드~뭄바이의 543㎞ 구간에 초고속 열차를 건설하고 있지. 판다는 현금뿐만 아니라 기술 자부심도 대단하단다. 가장 대표적인 게 고속철이야. 이번의 협정 1호는 고속철이었지. 10만㎞에 이르는 인도 철도망을 일본을 제치고 판다가 까는 기회를 잡은 거야. 지난 18일 남미로 날아간 리 총리는 브라질·페루와 안데스 횡단철도를 놓기로 했고 말이야. 취임 1년이 된 코끼리의 주인인 모디 총리에게는 ‘모디노믹스’가 있어. 핵심은 인프라 개발과 함께 낙후된 제조업을 살리는 ‘인도에서 만들어라’(Make in India)라는 정책이야. 브라만부터 불가촉천민까지 있는 카스트 제도가 엄격했던 코끼리는 전통적으로 노동을 천대하면서 제조업이 발전하지 못했어.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불과한 제조업 비중을 25%로 늘리는 것이 당면 목표야. 법인세를 30%에서 4년간 25%로 낮추고 화학, 정보기술(IT), 자동차, 항만 등 25개 분야를 선정해 지원하는 등 고성장·친기업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지. 불과 1년 만에 모디노믹스의 효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어. 2012년 4.9%의 재정 적자가 2014년 4.1%로 떨어졌어. 코끼리의 과도한 재정 적자를 경고하던 신용평가회사는 국가 신용등급을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어. 무역 적자는 2012년 1929억 달러에서 2014년 1415억 달러로 축소됐단다. 해외직접투자는 모디 총리 취임 후인 지난해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77% 상승한 295억 달러가 순유입됐지. 해외의 좋은 기업들도 속속 인도에 진출하고 있어. 폭스바겐은 인도를 자동차 생산 허브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2억 4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더군. 에어버스는 인도 아웃소싱을 현재 4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늘리기로 하고 자체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검토 중이더라고. 한때 귀여운 판다의 얼굴에 먹칠을 하며 ‘아마존 짝퉁’, ‘애플 짝퉁’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알리바바와 샤오미는 이제 오히려 본고장 미국을 공략하고 있어. 샤오미는 최근 미국에 온라인몰을 세웠고, 알리바바는 미국 온라인 소매업체 줄릴리를 인수했지. 레노버가 미국 컴퓨터의 자존심이었던 IBM 사업 부문을 인수한 것은 10년 전 일이야. 하지만 판다가 자신만만하게 세계로 뻗어 나가는 데 일말의 불안감이랄까, 위기감이 짙게 배어 있는 게 사실이야. 샤오미가 인도에 공장을 짓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야. 내수시장만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거지. IT 분야 시장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올 1·4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감소했어. ‘마르지 않는 샘에서 땅 짚고 헤엄치던’ 중국 기업들은 이제 또 다른 시장을 찾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게 됐다는 말이지. 정말 충격이야. 판다가 빚을 제대로 갚을 리 없는 개도국을 위해 AIIB를 설립하는 것도 ‘실크로드 제국’의 부활이라는 목표 때문만은 아니야. 살짝 귀띔해 줄게. 점차 꺾이는 성장률을 떠받쳐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야. 떼일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여야 중국 기업이 활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4%를 찍은 이후 계속 주저앉아 이제 ‘바오치’(保七·7% 성장 유지)도 버겁거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6.8%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어. 기분 나쁘지만 2017년엔 6.0%까지 주저앉는다고 했어. 반면에 코끼리는 올해 무려 7.5%로 오른 뒤 2020년까지 7.8%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해. IMF는 올해 코끼리의 성장률이 판다를 앞지를 것으로 예측했지. 판다는 늙어 가고 있어.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15~60세) 감소는 ‘인구 보너스’라는 특유의 성장 방식에 조종을 울리고 있어. 2014년 말 현재 중국의 노동인구는 9억 158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67%를 차지해. 2011년 72%를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이지. 값싼 노동력의 대명사였던 농민공도 더이상 증가하지 않은 채 늙어 가고 있단다. 지난해 말 기준 농민공 수는 2억 7395만명이었지. 5년 전까지만 해도 4%대였던 농민공 증가율은 이제 정체 상태야. 40대 이상 농민공이 절반에 달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농민공 신화’가 꺼져 가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동력은 없다”고 우울하게 전했어. 반면 코끼리의 평균 나이는 24살이야. 젊다는 거고, 젊은 사람이 끊임없이 노동시장에 들어가고 있다는 거야. 젊음이 코끼리의 힘이지. 이런 시장을 보고 달려들었다가는 느려 터진 행정에다 특유의 카스트에 걸려 늪에 빠질 수 있어. 그래도 한 10년 정도만 올해 같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면 코끼리는 현재의 판다 수준으로 자라 있을 거야. 그땐 세상이 우릴 ‘슈퍼 코끼리’라고 부르겠지.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日 정·재계 인사 3000명 ‘7일간의 중국 일주’

    日 정·재계 인사 3000명 ‘7일간의 중국 일주’

    대규모 일본 대표단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친서를 들고 중국을 방문했다. 또 중국과 일본 재무 당국은 3년 2개월 만인 다음달 6일 재무대화를 재개한다. 지난달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양국 정상이 전격적으로 회담을 한 이후 양국 관계가 한결 부드러워지고 있다. 일본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 총무회장이 중·일 관광문화교류 대표단 3000여명을 인솔해 지난 20일 중국으로 들어왔다고 홍콩 명보 등이 21일 보도했다. 대규모 일본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12년 9월 일본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한 이후 약 3년 만이다. 의원 20명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관료와 기업인으로 꾸려진 대표단은 일주일간 중국에 머물며 광저우·베이징·톈진·허베이 등 7개 지역에서 교류를 전개한다. 대표단은 21일 첫 일정으로 광저우에서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당서기를 만났다. 후 서기는 차세대 지도자의 선두로 꼽힌다. 23일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의 정치·경제계 인사들과 만난다. 대표적인 친중파인 니카이 회장은 방중 하루 전에 아베 총리를 찾아가 친서를 받았다고 BBC 중문망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자신을 비판해 온 니카이 의원을 당3역 중 하나인 총무회장으로 임명했다. 니카이 회장은 2000년 처음으로 문화교류단을 꾸릴 때 “인민대회당에서 만찬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각계 인사 5000여명을 모은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었다. 니카이 회장은 방중 전 일본에서 가진 중국 국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중의 최대 의의는 민간 교류의 확대에 있지만, 민간 차원을 넘어서는 대화가 활발해지길 바란다”면서 “중국도 현재의 중·일 관계를 당연히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량윈샹(梁雲祥) 교수는 “중·일 양국 간 영토분쟁이나 과거사 문제 등 구조적 모순은 변한 게 없지만 누구도 양국관계가 더 경색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이 무력 충돌을 하지 않는다는 공감대 아래 민간교류를 바탕으로 관계를 개선해 나가길 희망하고 있다”면서 “이번 방문이 명목상으로는 민간교류지만 집권당인 자민당 관료가 조직한 만큼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과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이 참석하는 양국 재무대화에는 중국 주도로 설립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지배구조와 일본 참가 여부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서울광장] 메르켈 외교, 박근혜 외교/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메르켈 외교, 박근혜 외교/최광숙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연배가 비슷한 데다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이공계 출신이어서 종종 닮은꼴 지도자로 비교된다. 하지만 국제 무대에 드러나는 외교 스타일을 보면 딴판이다. 메르켈이 소신 있으면서도 유연하게 실리를 취하는 반면 박 대통령은 앞뒤가 꽉 막힌 듯한 행보로 외교적 고립을 자초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 기념 행사에 서방 국가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항의로 러시아 방문을 보이콧했다. 사실 메르켈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공연하게 서로를 물어뜯는 앙숙으로 묘사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다. 메르켈에게 먼저 ‘악동’ 짓을 한 것은 푸틴이다. 2006년 메르켈의 총리 취임 후 첫 러시아 방문 시 푸틴이 내민 선물은 개 인형이었다. 개에게 물린 이후 개 공포증이 있는 메르켈에게는 부적절한 선물임을 푸틴이 모를 리 없었다. 이듬해 푸틴은 메르켈과의 정상회담장에 자신의 애견을 풀어 놓았다. 갑자기 나타난 이 검은 개는 메르켈에게 다가와 킁킁 냄새를 맡고 발을 핥았다. 메르켈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두 다리를 바짝 끌어당겨야 했고, 푸틴은 이를 느긋하게 바라보았다. 특히 회담에서 푸틴은 호통을 치거나 거칠게 구는 등 마치 KGB 장교처럼 행동하곤 해 메르켈을 경악하게 했다고 한다. 이러니 메르켈이 푸틴을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메르켈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외교 현안을 다루기 위해 푸틴을 결코 멀리하지 않았다. 다른 정상보다 더 자주 만나고, 더 자주 통화했다. 올 들어 3번 정상회담, 16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크게 악화된 지난해는 4번 정상회담과 34번의 전화통화가 있었다. 이번 메르켈의 러시아 외교가 돋보인 것은 명분과 실리를 다 얻는 전략적인 행보 때문이다. 메르켈은 지난 11일 푸틴과 2차 세계대전 무명용사 묘를 헌화하는 것으로 전범국으로서의 과거사 반성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전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가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으로 5000명 이상 숨진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메르켈은 푸틴과의 회담에서는 우크라니아 사태의 해결을 촉구함으로써 유럽의 문제 해결에 독일이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 줬다. 과거사와 외교 현안을 철저히 분리 대응하는 실리 외교를 펼친 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은 과거사에만 ‘올인’하고 다른 것은 고려하지 않는 원리주의적 방식을 취했다. 지난해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전 아베 총리가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며 악수를 청했을 때 무뚝뚝한 표정으로 외면했다. 2013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도 바로 옆에 앉은 아베와 눈길 한번 나누지 않았다. 아베가 박 대통령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 하늘을 쳐다보며 ‘투명인간’ 취급했다. 이런 박근혜식 ‘얼음외교’는 누가 봐도 결례로 비춰진다. 뒤늦게 정부가 과거사와 경제·외교는 분리 대응한다지만 이미 대일 외교에서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상태다. 그렇다고 미국·중국과 더 친해진 것도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주도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를 놓고 눈치만 보다가 결국 두 나라 모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 사이 미·일은 신밀월 시대를 활짝 열며 갈수록 밀착되고, 과거사로 아베를 멀리하던 중국도 일본과 손을 잡았다. 한국만 외로운 ‘섬’처럼 외교적 고립 위기에 몰리고 있다. 메르켈의 거침없으면서도 실리를 취하는 외교 행보는 독일이 유럽의 최대 경제국이기에 가능한 측면이 있지만 메르켈 개인의 외교 능력도 크게 작용했다. 그동안 세계 외교무대에서 미국·프랑스에 비하면 변방에 머물던 독일의 위상은 메르켈의 등극 이후 높아졌다. 강국에 둘러싸인 우리는 더더욱 인근 국가들과 연대하며 국익을 챙기는 실리 외교를 펼쳐야 한다. 지도자의 외교력에 따라 국가의 위상만이 아니라 국가의 흥망성쇠까지도 달렸는지 모른다. bori@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의 외교전략, 쿠오바디스?/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한국의 외교전략, 쿠오바디스?/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대한민국이 자리잡고 있는 지정학적(地政學的) 및 지경학적(地經學的) 공간을 흔히 ‘동북아’라고 표현한다. ‘동북아’는 보다 상위 지역 구분인 동아시아에 속해 있으면서 동남아와 함께 동아시아라는 전략 공간을 양분하고 있다. 글로벌 안보전문가들은 전 세계에 걸쳐 대략 12~13개 정도의 지역적 완결성을 가지는 외교안보 지역군(地域群)을 설정하고 있는데, 동아시아는 이 중 하나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 하위 단위인 동북아와 동남아는 최근 들어 괄목할 만한 안보상황의 구조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중국의 부상’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동북아는 물론 동아시아 역내(域內) 모든 국가들은 각자의 전략적 고민과 선택에 따라 매우 적극적으로 정책을 생산해 내고 있다. 최근의 예만 들더라도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 미·일 동맹 강화, 동남아 국가들의 적극적인 개방정책, 심지어 대만 국내 정치의 복잡성 등도 모두 각국의 입장에서 변화에 맞서기 위한 진지한 노력들인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제대로 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관련하여 요즘 말로 ‘가성비’(價性比) 높은 효과적인 전략들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즉 ‘한국 외교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둘러싼 각종 논쟁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각종 언론매체나 정치권 등에서 제기한 문제들을 중언부언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차제에 문제가 제기된 이상 한국 외교가 안고 있는 핵심 과제를 좀 더 정확하게 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사람의 경우처럼 한 국가도 성장을 하고 또 비슷한 무리들 속에서 보다 나은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다. 우리보다 먼저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들의 과거 행적을 살펴보면 거의 예외 없이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산업화’, ‘민주화’, 그리고 ‘외교강국’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국가성장 프로세스를 매우 체계적으로 밟아 왔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수백 년에 걸쳐 또 때로는 훨씬 단기간에 산업화의 과제를 수행하고, 여기서 축적된 국부(國富)가 정치사회적 민주화 달성을 위해 적절하게 활용됐으며, 나아가 경제발전과 정치사회적 발전이라는 두 축을 자양분 삼아 한결같이 국제사회에서 외교 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미국처럼 국가 탄생의 순간부터 민주주의를 내재적 가치로 안고 있는 사례도 있지만, 보편적인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거의 정확하게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이 흥미롭기까지 하다. 아시아에서 보기 드물게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개의 거대 국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이를 토대로 국제사회에서 외교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롭게 출발선에 서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외교 강국이 된 기존 강국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한마디로 각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외교자산(外交資産)을 계발하고 그러한 자산이 가지는 ‘자산특수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로에 서 있는 우리 외교 정책의 차원에서 설명하자면 한마디로 우리의 전략적 고민인 북한 문제, 대미·대중 외교, 동북아 공동체 정신, 동북아 다자주의 등에 우리의 외교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유형 혹은 무형의 인적, 정신적, 물리적 자산을 특정 사안에 집중 투자하는 국가 전체 차원의 프로젝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 이 순간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리의 외교적 난제를 현 외교안보팀 탓으로 돌리는 것이 유일한 정답은 아닐 것이다.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의 국가 정체성이 반영된 외교자산을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를 중심으로 동북아 및 세계 전체의 외교판을 그려 본 적이 없다. 늘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대응적으로 반응하고, 수동적으로 계산하는 데에만 익숙했던 것이다. 자기 정체성이 녹아들지 않은 외교로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는 법, 이제는 북한, 중국, 일본, 그리고 세계를 정면으로 마주할 때다.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한 번 더 역지사지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 [글로벌 시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정해문 전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전 주태국·그리스 대사

    [글로벌 시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정해문 전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전 주태국·그리스 대사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 간의 기 싸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미·중 간 역내 전략적 경쟁 구도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과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을 들 수 있다. 금년 말 AIIB 창립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후 출범한 브레턴우즈 체제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시스템의 장래가 걸려 있는 문제로 국제금융 질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 제1, 제3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은 AIIB의 거버넌스 미흡을 이유로 불참하고 있다. 한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시아 회귀’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TPP 협상을 앞으로 수주 내 매듭짓기 위해 의회로부터 ‘신속처리권한’을 부여받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일 포함 12개 TPP 참여국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며 TPP를 21세기 세계무역 질서를 선도할 높은 수준의 차세대형 자유무역지대를 실현하는 지렛대로 삼고 있다. 세계 제2 경제대국 중국은 여기서 배제되어 있다. 미국과 중국이 AIIB와 TPP에서 협력할 수 있으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평화 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영·독·불·한국·호주 등 G7 국가 또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을 포함한 57개국이 AIIB의 창립회원국으로 참여, AIIB의 거버넌스 체계에 대해 논의 중이다. 중국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거버넌스 도출을 독려함으로써 아시아 국가들의 호감을 살 수 있으며 나아가 자국의 소프트파워를 신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미·일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2009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구보고서는 2010~2020년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 재원을 8조 달러로 전망했다. AIIB는 중국 출자 초기 자본금 500억 달러로 시작하여 수권 자본금 1000억 달러를 갖추게 된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실크로드 기금’ 400억 달러를 조성했다. 세계은행의 연간 대출 가능 300억 달러와 아시아개발은행 자본금 1500억 달러 등을 모두 합하여 인프라 건설 수요에 기동성 있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TPP 조기 체결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의회에 ‘무역촉진권한’을 신속히 부여해 주도록 촉구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 세계경제에 편입됨으로써 전 세계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미국은 중국이 TPP 의무를 수용하는 한 중국 가입 환영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중국의 TPP 가입은 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가 추구하는 아·태 자유무역지대 설립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TPP가 중국만을 배제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미·중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역내 공동 번영과 안보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미·중 간에 공동의 이해를 넓혀 나가는 데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가 AIIB 창립회원국으로 가입하는 만큼 글로벌 수준의 거버넌스 도출 협의에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 시대를 열어가는 데 인프라 확충은 필수 불가결하다. AIIB 회원국 확대는 추가 재원 확보 측면에서도 환영할 일이다. 다른 한편 TPP 가입은 우리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새로운 역내 무역질서 형성에 우리 입장을 반영할 수 있으므로 조기에 가입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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