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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잉글랜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잉글랜드

    잉글랜드의 북서부를 여행했다. 만나기 전 설레었고, 만나서는 빠져들었고, 지금 그 도시들의 기억을 열병처럼 더듬고 있으니, 이건 사랑이 분명하다. London 런던 섬광과 같던 런던의 밤 북반구의 겨울 해는 오후 3시를 넘긴 런던을 벌써 어둠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버스는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 옆을 천천히 지나간다. 엘리자베스 2세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엘리자베스 타워Elizabeth Tower로 개명한 빅벤Big Ben의 당당한 위용, 푸른빛을 뿜고 돌아가는 런던아이London Eye도 템스강과 제법 잘 어울렸다. 빨간 2층 버스가 사람들을 활기차게 실어 나르고 저녁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트라팔가 광장으로 모여들 무렵, 우리가 향한 곳은 샤드The Shard다. 2013년 2월에 개장한 서유럽에서 가장 높다는 약 310m의 이 빌딩은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작품으로 1만1,000장의 특수 유리가 6도의 경사를 이루며 빌딩을 감싸고 있다. 이름처럼 날카로운 조각을 연상시키는 외관이 고풍스러운 런던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었다지만 샤드는 이미 런던의 명소로 급부상 중이다. 68층에서 내려다보는 런던의 야경 속에 템스강, 타워브리지, 세인트폴 성당도 함께 반짝인다. 영국에 가면 밥은 굶어도 뮤지컬은 보라는 말이 있다. 웨스트엔드West End는 뉴욕 브로드웨이와 함께 세계 뮤지컬의 중심이다.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은 모두 영국 뮤지컬이다. 런던에는 연극과 뮤지컬 전용극장만 100개가 넘는다. 그중 500석 이상의 대규모 뮤지컬 극장 40여 개가 이곳 웨스트엔드에 몰려 있다. 저녁 7시면 런던의 모든 뮤지컬 극장에서 일제히 공연이 시작된다. 그중 우리가 선택한 것은 10년간 롱런하고 있는 <위키드Wicked>다. 서둘러 도착한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Apollo Victoria Theatre은 초록 마녀 엘파바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1부 끝 무렵, 마법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며 부르던 ‘중력을 넘어서Defying Gravity’는 화려한 무대효과와 엄청난 가창력이 어우러져 소름끼칠 정도다. 본토에서 오리지널 뮤지컬을 대하는 이 감동이라니. 더 샤드 www.the-shard.com oxford 옥스포드 옥스퍼드 대학은 없다 런던에서 1시간 30분 거리의 옥스퍼드는 고풍스럽고 온화한 기품이 넘쳐 흘렀다. 흐린 날씨는 옥스퍼드의 클래식함을 더 고고하게 받쳐 줄 뿐 일정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하버드, 캠브리지와 함께 세계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역사와 전통 속에서 무수한 인재를 배출한,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장학금인 로즈 장학금을 수여하는 대학. 일반적으로 기억하는 옥스퍼드 대학은 이렇다. 더하자면 12세기 헨리2세가 영국 학생들의 파리 유학을 금지하면서 옥스퍼드에 흩어져 있던 대학들을 통합해 설립한 것이 옥스퍼드 대학의 시작이다. 옥스퍼드 대학University of Oxford College은 옥스퍼드에 있는 37개 칼리지와 6개의 사설학당의 연맹체를 통틀어 일컫는 것일 뿐, 옥스퍼드 대학교라는 것은 없다. 그러나 영국 문예부흥운동의 중심이자 빅토리아 여왕 때는 종교적 논쟁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곳으로 아웅산 수치, 마가렛 대처, 토니 블레어, 간디, 빌 클린턴 등 46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25명의 영국 총리를 배출한 곳도 옥스퍼드다. 세계를 움직이는 엘리트들의 산실인 만큼 도시를 관통하는 학문적인 자부심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걷는 것만큼 옥스퍼드를 잘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옥스퍼드 공인 가이드로 자랑스럽게 그린 배지를 가슴에 단 하이디 선생은 걷는 것이야말로 옥스퍼드 최고의 여행법이라고 했다. 옥스퍼드 공식 가이드 워킹투어 College & Historic City Centre Tour 다양한 종류의 테마투어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투어라고 할 수 있다. 셀도니언 극장, 보들리안 도서관, 크라이스트처치 등을 약 2시간 이상 돌아본다. www.visitoxfordandoxfordshire.com Stoke-on-Trent 스톡 온 트렌트 영국 도자기의 본고장 런던 북서쪽에 자리한 스톡 온 트렌트는 영국 도자기의 주요 생산지다. 지역에만 25개가 넘는 도자기 팩토리 숍이 있고,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웨지우드, 포트메리온, 버리, 앤슬리, 무어크래프트 등의 브랜드가 이곳에서 나왔다. 1759년 창립된 웨지우드는 가장 영국적인 품위를 지닌 도자기다. 특히 여왕의 자기Potter to Her Majesty라고 불리는 ‘웨지우드 파인 본차이나’ 제품은 세계적으로 웨지우드의 명성을 증명하는 제품이 됐다. 영국 자기 본차이나Bone China는 중국 자기의 우수성을 캐기 위한 영국 도공들의 집념의 결과다. 장석과 고령토에 동물의 뼛가루를 섞어 반투명한 백색을 띠고 단단하다. 천재적인 도공 웨지우드Josiah Wedgwood가 훗날 영국 도자기산업의 중심지가 된 스톡 온 트렌트에 도자기 공장을 세운 것이 1759년. 웨지우드를 아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재스퍼Jasper를 떠올린다. 재스퍼는 유약 대신 산화물을 첨가해 만들어낸 매혹적인 색깔의 바탕에 고전적인 무늬나 초상화를 장식한다. 웨지우드 박물관에서는 웨지우드 홈 세라믹 생산의 250년 역사를 볼 수 있고, 팩토리 숍에서는 웨지우드의 다양한 브랜드를 최대 7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웨지우드에서 약 20분 거리에 자리한 1851년 설립된 버얼리Burleigh는 웨지우드와는 다른 분위기다. 세월이 느껴지는 삐걱대는 건물도 그대로다. 대량생산이 아니라 영국 전통기법으로 핸드프린팅하고 무독성 제품을 고집한다. 수작업이라 문양도 일정하지 않다. 잔잔하거나 고풍스러운 꽃문양 패턴으로 덮인 제품들은 아주 세련되고 우아하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할지 모르지만 영국 왕실에서도 사용하는 유명제품으로 특히 영국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다. 그 명성이 한국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웨지우드 방문자센터 & 박물관 www.wedgwoodvisitorcentre.com 스톡온트렌트 www.visitstoke.co.uk Chester 체스터 중세로의 여행 맨체스터에서 불과 30분,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라는 체스터는 기대 이상이었다. 대영제국의 상흔과 영광을 모두 품은 이 작은 도시의 역사는 1세기로 거슬러 오른다. 체스터는 웨일즈 지방 침략을 위한 로마인들의 거점도시였다. 곳곳에 당시의 유적들이 남아있는데, 가장 체스터다운 풍경은 튜더양식의 상가건물이다. 하얀 벽과 검은 나무가 어우러진 튜더양식의 건물들은 헨리7세부터 시작된 튜더왕조 때 지어진 것으로, 고딕양식에 르네상스 건축의 화려함이 더해졌다. 체스터는 구 시가지를 에워싸고 있는 성벽에 동, 서, 남, 북으로 자리한 네 개의 성문과 이스트게이트 스트리트Eastgate St., 워터게이트 스트리트Watergate St., 노스게이트 스트리트Northgate St. 그리고 남쪽의 브릿지 스트리트Bridge St. 네 개의 메인거리로 되어 있다. 이 4개의 거리가 교차하는 크로스The Cross를 중심으로 로우즈The Rows가 있다. 로우즈는 13~19세기에 형성된 쇼핑가로 소위 중세시대의 아케이드 거리라 할 수 있다. 비가 와도 우산을 사용하지 않고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보통 2층까지는 상가이고 위층은 주택인데 로우즈 안으로 올라가면 거리로 면해 있는 발코니와 중앙 복도 그리고 안쪽으로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겉과 달리 내부는 사뭇 현대적이다. 노르만, 로마네스크, 고딕 등 다양한 건축양식이 혼재되어 있는 체스터 대성당Chester Cathedral과 로마시대부터 있어 왔던 성벽City Walls 주변은 고즈넉했다. 이 성벽의 동쪽 문에는 체스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정교한 시계탑이 서 있다. 1897년, 빅토리아 여왕 즉위 60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것으로,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건축물과 사람들의 행렬은 아무리 봐도 지루하지 않다.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영국항공 www.britishairways.com, 잉글랜드관광청 www.britholic.com ▶travie info 체셔 오크 디자이너 아웃렛 빌리지 Cheshire Oaks Designer Outlet Village 맨체스터 사람들이 체스터까지 와서 쇼핑을 하는 이유는 8개국 총 21개 아웃렛 매장을 운영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맥아더글렌 아웃렛McArthurGlen Designer Outlets 중 하나로 영국에서 가장 큰 체셔 오크 디자이너 아웃렛 때문이다. 버버리, 폴로, 마이클 쿠어스, 휴고 보스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부터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스포츠 브랜드와 마크 앤 스펜서, 넥스트 등의 하이스트리트 브랜드까지 145개의 브랜드를 최대 6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 가능하고, 10개가 넘는 레스토랑과 카페도 산재해 있다. 쇼핑마니아라면 유럽에서는 쇼핑만 잘해도 본전을 찾고도 남는다는 말을 체스터에서는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 www.mcarthurglen.com
  • [씨줄날줄] 고령 운전/최광숙 논설위원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Driving Miss Daisy)는 주인공 데이지(제시카 탠디 분)가 70세가 넘는 고령에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에 아들은 사람 좋은 흑인 운전기사인 호크(모건 프리먼 분)를 고용해 어머니를 모시게 한다. 그러나 인종차별이 심했던 남부지방 출신인 데이지는 흑인 운전기사를 무시하고 냉대하다 못해 내쫓으려고 갖은 애를 쓰지만 결국 진실한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데이지처럼 부잣집 할머니야 운전기사를 고용하면 되지만 현실 속 노인들의 교통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평생을 내 손으로 직접 운전하면서 살다가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운전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생활 편의를 위해, 혹은 생업을 위해 고령임에도 여전히 운전대를 놓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필자의 외삼촌만 해도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운전을 한다. 가까운 거리의 시내 운전만이 아니라 친구들과 2~3시간 이상의 장거리 여행도 거뜬히 다닌다. 체력도, 판단력도 자신 있어 하는 외삼촌은 그래도 “운전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80세가 넘으면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최근 서울 중구 신라호텔의 출입구 회전문을 들이받아 4명의 호텔직원과 투숙객을 다치게 한 택시운전기사 홍모씨도 82세의 고령 운전자였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65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들이 늘면서 이들의 교통사고 사망도 2011년 31명에서 2012년 43명, 2013년 51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올 들어 1~2월에만 16명이 숨졌다. 서울시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가 해마다 줄어드는 현상과는 정반대다. 경찰은 이에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을 찾아 교통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령 운전자임을 표시하는 ‘실버마크’를 자체 제작해 차량에 붙이도록 할 계획이다. 국토부와 서울시 등 관련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일정 연령이 되면 운전 자격 여부를 심사하는 등 관련법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은 이미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늘면서 70세 이상의 운전자는 면허증 갱신 시 강의를 듣거나 인지 지능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2008년부터 면허를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들에게 대중교통비를 대폭 깎아주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80세가 되면 운전면허가 자동으로 말소되며, 갱신하려면 2년마다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노인들의 이동권과 행복 추구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안전이다. 요즘 규제개혁이 대세이긴 하나 고령 운전자들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필요할 것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기고] 22일 물의 날… 물 없어 전기 못쓰고, 전기 없어 목마른 시대/김경식 국토부 차관

    [기고] 22일 물의 날… 물 없어 전기 못쓰고, 전기 없어 목마른 시대/김경식 국토부 차관

    우리가 먹는 식수나 생활용수가 더 많을까, 아니면 에너지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물이 더 많을까. 미국의 경우 총 물 소비량 가운데 식수와 생활용수는 전체의 13%에 불과하지만, 발전소의 냉각수로 소비되는 물은 39%를 차지한다는 통계가 있다.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우리가 평소에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많은 양의 물이 소비되고 있다. 특히 인류의 생존과 문명을 떠받치고 있는 양대 축인 물과 에너지가 상호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어, 물 부족으로 에너지 위기가 올 수 있으며, 반대로 에너지 부족으로 물 위기가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물 1t을 취수하여 수요자에게 공급하는 데는 약 0.5㎾h의 전기가 필요하고,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화력발전소에서 초당 약 35t, 원자력발전소는 초당 약 50t의 물을 냉각수로 사용한다. 화력발전의 원료인 원유와 가스 채굴 과정에서는 초당 265ℓ의 물이 필요하다. 물이 없으면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하고, 에너지가 없으면 정수 및 하수처리는커녕 물을 공급하지도 못한다. 물과 에너지는 서로 별개의 자원이 아닌 것이다. 최근 환경보호를 위해 사용이 늘어나는 신재생에너지 역시 오히려 물 부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수소 자동차의 경우 1㎞를 달리기 위해 물 60ℓ가 필요하며, 에탄올 자동차는 1㎞를 달리기 위해 90ℓ에서 300ℓ의 물이 필요하다. 세계은행은 2035년까지 국제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은 35% 증가하고, 에너지 관련 물 소비는 8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급격한 기후변화도 물과 에너지 관리에 큰 어려움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았다. 물 부족으로 인한 에너지 문제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물 부족으로 인한 에너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물은 부족해지는데 에너지 소비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우리나라가 2025년 물 기근 국가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3% 수준으로 여전히 높고, 대외 에너지 의존도는 97%에 달한다. 오늘은 유엔이 정한 제22회 세계 물의 날이다. 올해는 ‘물과 에너지’를 주제로 선정해 물과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게 된다. 물과 에너지의 위기는 한 국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국제사회가 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공동 과제이다. 물이 부족하고 대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년 대구·경북에서 열리는 제7차 세계 물포럼의 성공적인 개최도 그래서 중요하다.
  • ‘2014 영국 미국 예술 유학박람회’, 크리에이티브 설명회 개최

    ‘2014 영국 미국 예술 유학박람회’, 크리에이티브 설명회 개최

    영국미국아트유학은 오는 29일 오후 2시 강남 섬유센터에서 열리는 ‘2014 영국 미국 예술 유학박람회’에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크리에이티브 교육과 미래 직업’이라는 주제로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설명회는 예술학과를 전공 중이며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 중•고등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앞으로의 예술 교육과 직업에 대해 탐색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로 마련된다. 설명회에는 다년간 예술유학의 경험을 가진 영국미국아트유학 최영신 대표가 직접 강사로 나서 창조성이 중시되는 현재 예술 교육 추세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또한 순수미술, 디자인, 패션, 음악, 연기 등 모든 예술 문화 산업과 크리에이티브 교육과의 긴밀한 연계성 그리고 미래 직업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 출신으로 현재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바운더리 랩’의 대표 홍승표 작가가 참석해 오랜 기간의 유학생활을 바탕으로 터득한 미술계의 교육 변화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영국미국아트유학 최영신 대표는 “영국과 미국은 전통적으로 창조성을 중시하는 교육법을 통해 예술 크리에이티브 산업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디자이너, 건축가, 예술 문화 관련 종사자 등을 배출해왔다”며 “영국 미국 예술 유학박람회에서 개최되는 이번 설명회는 크리에이티브 교육의 중요성을 통찰하고 예술 교육분야의 미래를 예측해 한 발 앞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설명회는 선착순 15명에 한해 참가 가능하다. 참가비는 5만원이며, 자녀 1인까지 동반 가능하다. 영국 미국 예술 유학 박람회 및 설명회 참가 신청은 공식 홈페이지(www.artsedufair.com) 또는 전화 (영국미국아트유학 홍대 센터 02-336-1602, 강남 센터 02 554-1602)를 통해 할 수 있다. 한편 오는 29, 30일 양일에 걸쳐 개최되는 이번 2014 영국 미국 예술 유학 박람회에서는 다양한 설명회와 더불어 영국 유명 예술 대학 관계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또 영국과 미국 어학연수 및 유학 일대일 개별 맞춤 상담도 진행된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기고] 공무원이여, 세계로 출근하라!/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

    [기고] 공무원이여, 세계로 출근하라!/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

    “정해진 것은 없다.”(Nothing is written) 아랍민족운동을 도운 영국군 장교 T E 로렌스(1888~1935)의 일생을 그린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주연을 맡았던 피터 오툴이 던진 유명한 대사다. 주인공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고정관념을 깨고 사막을 가로질러 터키군을 격파한다. 이 영화는 철저한 준비만 갖춰진다면 기존 상식의 틀을 넘어서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는 교훈을 준다. 스크린 속에서 모래 바람으로 휩싸여 있던 아랍이 변하고 있다. 로렌스가 횡단했던 광활한 사막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가 우뚝 섰고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스키시설이 갖춰졌다. 2020년 중동 최초로 두바이에서 세계 엑스포가 개최된다. 석유자원을 팔아 외화벌이를 하던 곳이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기반을 갖춘 미래의 ‘기회의 땅’으로 바뀌고 있다. 2011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민혁명은 아랍 정권의 변화를 가져왔고 수천 년 이어져 온 중동의 권위주의 문화를 변화시켰다. 세계 인구의 5%, 세계 경제의 8.2%를 차지하는 아랍에 변화의 물결이 휘몰아친다. 그곳에 우리나라가 최초로 행정 서비스를 수출한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우리나라 특허청이 특허심사 대행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UAE는 아랍의 중심국가로 1인당 GDP가 우리나라의 약 3배에 달하고, 경제구조 다변화를 통해 지식재산을 국가핵심 자원으로 인식하고 포스트 석유시대를 대비해 ‘UAE 비전 2021’을 수립하는 등 중동에서도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곳이다. 국가의 핵심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특허에 대한 심사업무를 우리나라 특허청에 위탁했다는 사실이 여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나아가 UAE 특허청을 설립하고 지재권 관련 법·제도 구축을 컨설팅한다. 삼성이 부르즈 할리파를 건설한 것 이상의 획기적인 ‘사건’에 다름 아니다. 단순 행정서비스를 수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의 특허제도를 설계하고 마무리까지 그리고 그 속에 신뢰까지 심어놓는 것이다. 드라마, K팝으로 시작된 한류가 음식, 패션, 언어를 넘어 행정한류로 새 장을 열어가고 있다. 특허청과 UAE의 협력은 행정한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심사인력 ‘수출’과 심사결과 ‘납품’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연간 220만 달러의 외화수입, 고용창출과 함께 행정의 우수성을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다. 외교 측면에서도 양국 신뢰를 바탕으로 아랍지역에서 우리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협력모델의 정착뿐 아니라 이를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쪽만 이득을 보는 ‘제로섬’(zero sum)이 아닌 ‘플러스섬’(plus sum) 모델로 누가 알아주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알리고 직접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함께 성장할 제2, 제3의 UAE를 찾아야 한다. 정해진 상식의 틀과 국경을 넘어 우리 공무원들이 ‘세계로 출근’하게 될 때에 국격은 높아지고 행정한류가 아랍을 넘어 세계를 달궈 나갈 것이다.
  • 여유 즐기는 여행자의 꿈, 스페인의 모든 것

    여유 즐기는 여행자의 꿈, 스페인의 모든 것

    스페인의 정식 국명은 스페인 왕국(Kingdom of Spain)으로 스페인어로는 에스파냐 왕국(Reino de Espana)이다. 일반적으로 스페인어라고 하면 카스티야 지방의 방언을 가리키지만, 스페인 카탈루냐, 바스크 등에서는 각각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스페인의 관광을 즐기는 관광객들 중 ‘여유’를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이들에게 대서양과 맞닿아 있는 이베리아반도 북서부에 위치한 스페인 북서부의 휴양도시 비고를 추천한다. 비고는 대서양ㆍ북해ㆍ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덕분에 고대 로마 시대부터 번성했다. 오랜 세월 변화를 거듭한 유럽 건축 양식의 진수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기에 비고를 찾는 모든 이들은 ‘과거와 현재가 함께 흐른다’는 착각에 빠진다. 해가 긴 스페인 특유의 자연 환경과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한 비고 사람들의 역사는 관광객들에게 여유를 더해준다. 늦은 밤 카페에 앉아 맥주, 혹은 와인 한 잔과 함께 갈리시아 전통 음악 ‘즉석’ 연주를 듣는 것도 비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다. 비고 항구에서 범선을 타고 가다 보면 만나는 비고의 ‘보석’ 시에스섬(Cies Islands) 휴양지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과 절경을 간직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비고가 감춰둔 ‘히든 카드’다. 현지 사람들은 시에스섬 해변을 ‘갈리시아의 카리브 해변’이라고 부른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해변에서는 사파이어보다도 아름다운 빛깔의 물결이 밀려든다. 또한 스페인 관광 중 자신이 선택한 여행 목적과 상품이 차이가 나더라도 관광객들이 마드리드에서 꼭 만나야 할 것은 ‘미술관‘과 ‘박물관‘이다. 마드리드에는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프라도 국립미술관과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가 있다. 엘 그레코, 고야, 벨라스케스, 루이스 데 모랄레스, 안젤리코, 뒤러, 라파엘로, 루벤스, 피카소, 모네 등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프라도 미술관은 고야 등 유명화가들의 고미술품이 주류를 이룬다. 8000점이 넘는 미술작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중 3000점만을 전시한다. 현대미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에는 한국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전시돼 있다. 1만점이 넘는 현대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지만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것은 피카소의 ‘게르니카‘. 피카소가 나치 독일 공군이 게르니카를 무차별 폭격한 것에 격분해 그린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작품이다. 마드리드 중심부의 스페인 왕궁은 화려한 예술품과 역사적 사료들로 차 있다. 왕궁 내 무기 박물관에는 중세시대 쓰인 국왕의 갑옷 등 각종 무기가 전시돼 있어 당시 스페인의 국력을 알 수 있다. 온누리투어(http://www.onnuritour.com/)에서는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광광지 특전’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하여 확인이 가능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순경 필기시험 D-24… 주요과목 마무리 공부 어떻게

    순경 필기시험 D-24… 주요과목 마무리 공부 어떻게

    2017년까지 경찰관 2만명을 증원하려는 정부 계획에 따라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을 통한 순경 선발인원이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 상·하반기에 걸쳐 일반공채와 전·의경 및 경찰행정학과 특채로 선발할 예정인 순경직 인원은 총 6542명으로 지난해 최종 선발된 5714명보다 14.5%가 늘어난 규모다. 치안 수요 증가에 따라 채용되는 순경 선발 인원수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해부터 일반공채 필기시험 과목이 필수·선택과목 체제로 바뀌면서 고교 이수과목이 편입된다. 따라서 이전보다 응시자가 더 몰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행정학과 특채 필기시험 과목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음 달 15일로 예정된 순경 일반공채 및 경찰행정학과 특채 필기시험일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험 과목별 학습법을 박문각 남부경찰학원 강사들을 통해 점검한다. 한국사를 가르치는 이운우 강사는 “시대별로 보면 고대사(삼국시대~남북국시대)의 출제 비중이 높고 분야별로는 정치사와 관련한 문제가 많다는 점이 순경 채용시험 한국사 과목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사 관련 내용을 먼저 충분히 숙지해야 경제·사회·문화사를 원활하게 학습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시행된 제2차 순경 채용시험의 한국사는 문화사를 다룬 문제가 많이 나왔다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종합적인 역사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가 늘어나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이 강사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발생하게 된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원인 및 결과를 두루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면서 “문화사의 경우 외워야 할 내용이 많으므로 한 번 깊이 공부하는 것보다는 반복학습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철호 강사는 “순경 채용시험의 영어 과목은 문제 유형 측면에서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말한 뒤 “독해 문제는 최근 지문 길이가 길어지고 있고 적게는 3개, 많게는 7개까지 출제되는 문법 문제의 경우 하나의 단편적인 문법 지식을 묻거나 두 가지 이상의 문법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가 모두 등장한다”고 분석했다. 예비 순경을 뽑는 시험인 만큼 경찰과 관련한 어휘가 지문과 선택지에서 두루 등장한다. prosecution(기소), probation(보호관찰), assailant(폭행범), felony(중범죄) 등 기본적인 어휘 학습은 필수다. 정 강사는 “기본적인 영문 구조를 파악하면 모든 유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마지막까지 문법 학습을 강조했다. 형법 과목은 판례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서 판가름이 난다. 김현 강사는 “최신 판례를 정리하지 않으면 형법 과목에서 결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면서 “최신 판례 비중이 높은 출제경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부부강간을 인정한 판례(2012도14788), 베트남 국적 여성이 남편 몰래 자식을 베트남으로 데려간 경우를 ‘약취’라고 볼 수 없다는 판례(2010도14328), 의사가 전화를 통한 진찰을 내원진찰로 허위 기재해 진찰료를 부당하게 챙긴 사기죄 판례(2011도10797), 소비자 불매운동과 관련한 판례(2010도410) 등이 최신 판례로서 출제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강사는 “형법 개정으로 강간죄의 객체가 부녀에서 사람으로 변경되고 성범죄에서 친고죄가 사라진 부분, 그리고 약취·유인·인신매매죄와 관련된 부분은 주목할 만한 내용”이라면서 “판례를 비롯해 중요 학설, 중요 법조문 정리도 필요하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과목은 크게 수사·재판·증거 영역으로 나뉜다. 김승봉 강사는 이 중 수사 영역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수사 영역에서는 피의자 신문, 긴급체포 현행범 체포, 압수수색 등을 중요 판례가 가미된 형태로 골고루 묻고 있다. 그는 “수사 영역 외에도 증거 보전과 증인 신문 등을 다루는 증거 영역, 국민참여재판, 상소의 기본원칙, 불이익 변경금지(항소·상고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할 수 없다는 원칙), 즉결심판 등 재판 영역에 속하는 개념들도 알아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사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안태영 강사는 “지난해 시험을 돌이켜보면 수사 기초이론과 현장 수사활동 부분을 활용한 문제가 많았던 반면 절도 사범, 지능범죄, 풍속사범 부분에 해당하는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다”면서 “총론 영역에서 문제가 여럿 등장해서 전체적인 난도는 낮은 편이었다”고 했다. 안 강사는 불량식품을 제외한 4대 사회악(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과 관련한 강력범죄 수사, 경찰 내사, 수사 첩보, 긴급체포 대상 범죄, 통신수사, 유치·호송, 수사권 독립 등이 이번 필기시험에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수사 과목은 관련 법률과 규칙이 문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고득점을 노리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법령 학습이 불가피하다”면서 “기본서 중심으로 그동안 배운 내용을 정리해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떠오르는 달님, 타오르는 달집…소원 다 이루리

    떠오르는 달님, 타오르는 달집…소원 다 이루리

    14일은 ‘휘영청∼달밝은’ 정월대보름이다. 한 해의 액운을 몰아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집단 놀이판이 열리는 날이다. 전국 관광명소마다 줄다리기, 지신밟기, 별신굿 등 민속행사와 쥐불놀이, 부럼깨물기 등 전통놀이가 어우러진 축제가 펼쳐진다. 뭐니뭐니해도 대보름 축제의 백미는 달집태우기. 생솔가지와 대나무를 쌓아 만든 ‘달집’에 불을 놓아 액을 쫓고 복을 기원한다. 이른바 제액초복(除厄招福)이다. 달이 가장 크다는 날, 달 구경을 빼놓으랴. 대보름 축제장 인근의 달맞이 명소도 함께 묶었다. 달집에 불이 붙는 순간 가장 먼저 달을 본 이가 복도 많이 받는다니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고 동쪽 하늘을 주시할 일이다.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에선 ‘달빛가득 정월대보름’ 행사가 14일 열린다. 다양한 세시풍속 프로그램이 함께 이어진다. 하이라이트는 달집태우기. 오후 7시에 시작된다. 서울의 대표적인 달맞이 명소이기도 해 날씨만 좋다면 달도 보고 달집도 태우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성동구의 ‘갑오년 정월대보름 한마당 축제’도 눈길을 끈다. 서울 정도 600년 이래 가장 성대한 달집태우기 행사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13일 오후 6시 살곶이체육공원에서 열린다. 경기 여주시는 14일 남한강 일대에서 ‘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를 마련했다. 여주대교 아래 둔치가 행사 주 무대다. 쥐불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여주대교에서 영월루까지 이어지는 지신밟기 행사도 볼만할 듯. 달집태우기는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달맞이는 강월헌(江月軒)이 으뜸이다. 남한강의 아름다움을 가장 여실히 볼 수 있다는 6각형의 정자로 신륵사 옆 남한강변 절벽 위에 있다. 달빛 받아 희게 빛나는 강변 모래사장과 검푸른 강물이 인상적이다. 가남읍 본두리 해촌마을에선 낙화놀이도 열린다. 낙화놀이는 소나무 껍질과 숯을 섞어 만든 낙화순대를 긴 줄에 연결해 불태우는 ‘한국판 불꽃놀이’다. 오는 15일 오후 5시 40분부터 본두2리 마을회관 앞에서 달집태우기 행사와 함께 진행된다. 한국도자재단(www.kocef.org) 주최로 오는 15일 광주 곤지암도자공원에서 열리는 대보름 행사도 알차다. 곤지암도자공원은 조선시대에 왕실도자를 만들던 곳. 토기에 문양을 새겨 달집에 넣어 소성하는 토기 만들기, 쥐불놀이 등 전통 놀이가 풍성하게 준비됐다. 한 해의 소원을 적은 풍등 날리기, 하늘에서 도자공원을 굽어보며 소원을 비는 열기구 체험 등 다양한 소원 수리 체험도 할 수 있다. 아울러 인천시는 14일 오전 11시~오후 7시 인천도호부청사에서, 용인의 한국민속촌은 16일 오후 3시 30분 달집태우기 등 대보름 행사를 각각 연다. ‘눈폭탄’이 쏟아진 강원권은 대보름 관련 축제가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강릉 남대천변에서 14일 열릴 예정이던 ‘강릉 망월제’는 취소됐다. 이름 난 대보름 축제가 취소돼 아쉽지만 경포호로 달 구경 가는 것으로 대신해야 할 듯하다. 경포호는 동해안 제일의 달맞이 명소로 꼽히는 곳. 하늘의 달과 호수에 비친 달, 파도에 어른거리는 달, 술잔 속의 달, 그리고 연인의 눈동자에 비친 달 등 다섯 개의 달이 뜬다는 호수다. 삼척에서는 오는 21~23일 엑스포광장 일대에서 대보름 행사가 열린다. 애초 예정일에서 1주일 뒤로 연기됐다. 기줄다리기를 비롯해 살대세우기와 달집 태우기, 별신굿, 닭싸움 등 민속놀이와 우리 술 선발제전 등 부대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기줄다리기는 게줄싸움이라고도 불리는데, 기둥이 되는 큰 줄에 작은 줄이 매달려 마치 게의 발처럼 보인다 해서 이름지어졌다. 달 구경 명소는 단연 새천년도로다. 너른 바다 위로 휘영청 뜬 달이 해안가 기암괴석과 그럴싸하게 어우러진다. 충남 서산과 태안, 당진 등의 갯가 마을에서도 대보름 행사가 열린다. 태안 조개부르기제는 안면도 고남면 옷점포구 앞에서 13일 열린다. 오래전부터 지역에 전해 오는 풍어제 등 민속행사가 재현된다. 볏가릿대 세우기로 유명한 이원면 볏가리마을과 원북면 매화둠벙마을 등에선 15일 달집태우기 행사가 열린다. 당진의 기지시줄다리기축제도 볼만하다. 500년을 이어왔다는 줄다리기 축제다. 13일 오후 3~8시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시연장에서 펼쳐진다. 달 구경은 서산 간월암(看月庵)이 좋겠다. 이름 그대로 달 보는 절집이다. 충남 지역에서는 달맞이 명소로 첫손에 꼽힌다. 하늘과 바다 위에 뜬 두 개의 달이 간월암을 비추는 광경이 숨 막힐 듯 아름답다. 안면도 들어가는 초입에 있다. 부산은 해운대 등 대표적인 관광명소마다 달집태우기 행사를 연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선 14일 ‘해운대 달맞이·온천축제’가 펼쳐진다. 올해 32회째를 맞는 연륜 깊은 행사다. 이날 낮부터 민속경연대회 등 행사가 열리고, 오후 3시 해운대구청 앞에서 진성여왕 피접행렬, 취타대 퍼레이드가 거리를 수놓는다. 절정은 달이 뜨는 시간인 오후 5시 35분께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달집태우기가 진행되고 오후 6시 5분에는 어선들이 고기잡이를 끝내고 해운대로 돌아오는 오륙귀범이 재현된다. 같은 날 송정해수욕장에서는 ‘제16회 송정 정월 대보름 미역축제’가 열린다. 오전 10시 시작된 축제는 오후 5시 북소리 공연을 시작으로 달집태우기에서 절정을 이룬다.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서도 오후 4시부터 ‘제18회 수영전통달집놀이’가 열린다. 전통 줄연 띄우기를 비롯해 200m 소망포 소원 적기 등이 펼쳐지고, 오후 6시 높이 18m의 대형 달집을 태우며 지난해의 묵은 액을 씻고 올 한 해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한다. 송도해수욕장에서도 30m, 지금 25m 크기의 대형 달집을 태울 예정이다. 달을 보려면 달맞이 고개로 가야 한다. 해운대에서 송정으로 가는 고갯길인데, 와우산 능선을 열다섯 번 돌아 넘는다고 해서 예부터 15곡도(曲道)라고 불렸다. 달맞이 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해월정. 오른쪽으로 부산시내와 해운대 백사장의 현란한 불빛이 넘실대고, 정면으로는 달빛을 받은 해송들의 늘씬한 각선미가 관능으로 꿈틀댄다. 울산은 함월산 백양사와 일산해수욕장, 삼호다목적광장 등에서 14일, 15일 달집태우기 등 대보름 행사가 열린다. 특히 백양사와 일산해수욕장 등은 달맞이 명소로 소문난 곳. 덕현리 가지산과 간절곶 등도 달 구경하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광주의 고싸움축제 등 전남권의 대보름 축제들은 조류독감(AI) 여파로 대부분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담양 창평슬로시티의 삼지내마을과 남극루 일원에선 오는 15일 풍요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제5회 정월대보름 창평동제’가 열린다.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비키니 모델 항공사 선전 광고…너무 섹시해” 파문

    “비키니 모델 항공사 선전 광고…너무 섹시해” 파문

    호주의 ‘뉴질랜드항공사’가 자사 광고와 함께 비행기 안전을 위해 제작한 비디오가 유명 여성 모델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등장해 일부 여성 단체 등에서 너무 선정적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고 영국의 텔레그래프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공개에 앞서 유튜브에 먼저 올라온 이 비디오는 ‘천국에서의 안전’이라는 제목으로 유명 여성 모델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등장해 뉴질랜드항공사 소속 비행기가 경유하는 ‘쿡 섬(Cook Island)’ 해변을 배경으로 이 지역의 아름다움에 대한 자랑과 함께 해당 항공사를 광고하고 있다. 뉴질랜드항공은 호주 오클랜드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취항하는 항공편을 선전하기 위해 유명 잡지사와 함께 이 광고 비디오를 공동으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광고 비디오를 접한 일부 여성들과 여성인권 단체 등은 여성 모델들이 전부 비키니 차림으로 등장하는 이 광고는 너무 선정성을 노린 광고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여성 인권운동가인 뉴질랜드 메시대학 데브라 러셸 교수는 “나도 업무적으로 이 항공사를 자주 이용하지만, 이 광고는 모델들이 자신의 섹시함을 선전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런 종류의 광고물은 보고 싶지 않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뉴질랜드항공사 측은 “그러한 비난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며 “이 비디오는 해당 잡지사 발간 50주년 기념으로 아주 멋지게 제작되었으며 12일, 비행기 탑승 승객에게 첫 공개를 시작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동영상 보러가기 사진=비키니 모델이 등장하는 항공사 광고 (유튜브 캡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배 위로 날아든 돛새치 피해 낚시꾼들 바다로 ‘풍덩’

    배 위로 날아든 돛새치 피해 낚시꾼들 바다로 ‘풍덩’

    갑자기 날아든 돛새치로 인해 보트 위 낚시꾼들이 바다로 점프하는 순간이 포착돼 화제다. 지난 28일 크로커다일베이닷컴(http://www.crocodilebay.com)은 유튜브에 ‘돛새치가 보트에 점프, 낚시꾼 바다로 줄행랑(Crocodile Bay Costa Rica, Sailfish Jumps in the boat - Anglers jump out!)’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1분 24초 가량의 이 영상에는 코스타리카의 바다에서 트롤낚시(troll fishing: 배를 타고 가면서 이동중인 어류는 잡는 낚시의 일종)중인 보트 한 척이 보인다. 저 멀리 미끼를 문 돛새치가 수면 위로 튀어오른다. 낚시바늘이 성가셨는지 돛새치는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배 위에 탑승해 있던 낚시꾼이 줄을 감기 시작하자 점프하던 돛새치는 있는 힘을 다해 꼬리 반동을 이용해 보트로 다가와 보트 위로 점프한다. 족히 2m가 넘는 크기와 주둥이가 뽀족한 돛새치의 갑작스런 승선(?)에 당황한 낚시꾼들은 낚시대를 버리고 바다로 줄행랑을 친다. 하마터번 바다에서 가장 빠른 물고기 돛새치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한편 돛새치는 인도양과 태평양의 온대해역에 주로 서식하며 시속 110km로 헤엄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영상=유튜브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獨 굿게임 스튜디오, ‘엠파이어: 포 킹덤(Empire: Four Kingdom)’ 한국시장 첫 선

    獨 굿게임 스튜디오, ‘엠파이어: 포 킹덤(Empire: Four Kingdom)’ 한국시장 첫 선

    독일을 대표하는 게임 개발사인 굿게임 스튜디오(Goodgame Studios)는 27일 이들의 모바일 게임 ‘엠파이어: 포 킹덤’을 한국 시장에서 처음 선보인다고 밝혔다.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엠파이어: 포 킹덤’은 기존에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과는 차별화 된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전략적인 사고와 치밀한 전략을 통한 두뇌 싸움이 매력적인 게임이다. 이는 단순한 패턴의 모바일 게임 그 이상을 찾는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엠파이어: 포 킹덤’은 2012년 독일 최대 게임 시상식 ‘BAM!(BÄM! Der COMPUTEC Games Award)’어워드 및 2012년 3개 부문 MMO 어워드를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상당한 매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는 ‘굿 게임 엠파이어’의 모바일 버전으로 게임 속에서 이용자들은 나만의 요새를 쌓고, 설계하며 이를 확장해나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동맹을 맺거나 나만의 부대를 키워, 네 개의 각기 다른 왕국들을 지켜나가는 박진감 넘치는 중세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독일, 프랑스, 영국에서 출시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엠파이어: 포 킹덤은 특히 독일의 애플 앱스토어 순위에서 두 달 연속 상위권을 유지하며 독일을 대표하는 모바일 게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굿게임 스튜디오의 COO이자 공동 설립자, 크리스티앙 바르체네크(Christian Wawrzinek)박사는 “한국시장은 세계 게임 산업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핵심적인 시장이다”라며 “선도적인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첫 해외 게임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유저들이 굿게임 스튜디오에 대해 보다 더 잘 알아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엠파이어: 포 킹덤’은 안드로이드 구글 플레이(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air.com.goodgamestudios.empirefourkingdoms)를 통해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3600년 전 ‘잃어버린 파라오’ 무덤 최초 발견

    3600년 전 ‘잃어버린 파라오’ 무덤 최초 발견

    3600년 전 ‘미지의 파라오’ 무덤과 유골이 발견돼 고고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 해외언론의 22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집트의 고대도시인 아비도스(Abydos)에서 발견한 무덤의 주인은 ‘세넵카이 파라오(King of Woseribre Senebkai)로, 3600년 간 단 한 번도 알려진 적이 없는 이집트의 왕이다. 이를 발견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고고학자 요셉 웨그너는 “카이로에서 수 백 마일 떨어진 곳에 있었던 고대도시에도 왕들의 계곡 같은 곳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면서 “현재 우리는 이곳에서 파라오 약 20명의 흔적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넵카이 파라오의 무덤에 처음 들어갔을 때 웨그너 박사 연구팀은 고대에 이미 약탈자들이 침입한 흔적을 발견했다. 그의 시신을 싸고 있던 덮개도 분리된 상태였으며 무덤을 꾸미고 있는 일부 장식품들도 사라진 후였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집트 유물부와 협동으로 세넵카이 파라오의 흩어진 유골들을 모을 수 있었으며, 그의 무덤 안쪽에 그려진 상형문자를 해독해 무덤의 주인을 밝혀냈다. 뿐만 아니라 세넵카이 파라오의 키는 175㎝이며 40대 후반에 사망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그는 이집트의 제2중간기(the Second Intermediate Period, 기원전 1759~기원전 1528년)에 통치한 왕이며, 이 시대에 세넵카이를 포함한 일부 왕들의 기록이 발견되지 않아 ‘잃어버린 왕조’로 부르기도 한다. 고고학계는 세넵카이 파라오 무덤의 발견을 시작으로, 인근 지역에서 더 많은 ‘미지의 파라오’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하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V로 엿보는 세상살이> 나도 모르는 내 관심사? TV 리모콘에 물어봐!

    <V로 엿보는 세상살이> 나도 모르는 내 관심사? TV 리모콘에 물어봐!

    요즘 빅데이터가 여기저기서 화제다. 빅데이터는 간단히 말해 수많은 정보더미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는 일이다. 예컨대 청담동 며느리 맛집 같은 정보는 강남 일대에서 30~50대 여성들의 반복적인 신용카드 이용 패턴을 통해 맛집 정보를 추출해낸 경우다. 이처럼 신용카드로 소비 패턴을 알 수 있다면 TV로도 사람들의 관심사를 예측해볼 수 있다. 월화드라마 선택 패턴으로 따져 본다면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사는 어떠할까? 흥미롭게도 최근 방영중인 월화드라마가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사를 몇 갈래로 나누고 있다. 시청률로만 본다면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가 단연 선두. 월화드라마 중 유일하게 20%가 넘는 시청률로 안방을 공략중이다. 하지만 시청자 게시판 등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는 SBS의 ‘따뜻한 말 한마디’이다. 시청자게시판 등에는 김지수(미경), 한혜진(은진), 지진희(재학), 이상우(성수) 등 주인공들에 대한 연기평뿐 아니라 한 회 한 회 방영될 때마다 다양한 ‘따말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따말’은 소재로만 보면 불륜드라마. 그러나 불륜이 드러난 것을 드라마의 출발점으로 삼은 드라마는 불륜 그 이후에 주목한다. 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됐을 때의 심리상태와 말, 그리고 행동 하나하나가 그려지며 사랑에 대한 신뢰와 배신의 고통 문제를 되짚고 있다. 하명희 작가는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을 3년간 집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밀도 있게 논쟁거리를 툭툭 던진다.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한혜진의 고해성사에 남편 이상우의 첫 마디는 이랬다. “그래서 잤어? 잤냐구?” 이처럼 잤을까 안잤을까부터 불륜의 기준, 넘어선 안 될 선, 이혼할지 말지, 고백하는게 나을지 말지, 누가 더 사랑했는지 등등 ‘세상의 모든 미경이들’과 ‘세상의 모든 은진이들’이 주축이 되어 주인공들의 사랑을 평가하고 결혼 지속 여부를 놓고 시청자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특히 올라오는 글들로만 보면 ‘미경’에 대한 응원과 연민이 으뜸. 이어서 ‘은진과 성수’ 커플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또 다른 응원 대상이고 소수의견으로 ‘은진과 재학’의 재회문제를 조심스럽게 꺼내는 시청자들도 있다. ‘따말’이 30~50대 여성층의 관심을 받는다면 2030 여성층을 사로잡기 시작한 드라마는 tvN의 월화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 3이다. 이제 2회분을 방영한 상태이지만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알파걸들의 일과 사랑이 감각적 터치로 그려지며 눈길을 끌고 있다. 불륜과 이혼의 전제는 결혼. 그런 점에서 ‘로필’은 결혼의 관문을 저만치 둔 상태에서 연애 초보와 연애 베테랑, 그리고 거듭된 연애실패로 더 까칠해진 여주인공의 연애이야기와 직장에서의 업무 경쟁이 펼쳐지며 20~30대 여성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말문이 열리기 시작한 시청자게시판 등에서도 당연히 연애전략, 패션, 직업 등이 상위 관심사이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새로운 엘리트 여성의 탄생을 알파걸로 지칭한 것처럼, ‘로필’ 속 알파걸들의 관심은 곧 우리시대 진짜 알파걸들의 관심과 고민인 점에서 더 기대를 모으고 있기도 하다. 반면 아직 동화 같은 사랑을 꿈꾸는 10~20대와 굳이 드라마에서까지 골치 아픈 현실 속 사랑이야기를 보고 싶지 않은 중장년층은 MBC ‘기황후’나 KBS 2TV ‘총리와 나’로 시선을 돌린다. 이에 따라 관련 게시판 등에는 머리 아픈 논쟁거리보다는 제작진에 대한 요구사항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 주인공들의 드라마 속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쏟는다. 해외 한류팬들의 발걸음도 종종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렇다면 ‘나’도 잘 모르는 ‘나의’ 관심사는 무엇일까. TV리모콘이 더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윤정 객원기자 emily0717@gmail.com
  •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일제에 독살당한 맹수들… 그날밤, 동물도 사람도 울부짖었다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일제에 독살당한 맹수들… 그날밤, 동물도 사람도 울부짖었다

    1945년 7월 25일 이왕직(李王職·일제강점기 조선 황실과 관련한 사무 일체를 담당하던 기구) 회계과장이었던 일본인 사토는 느닷없이 직원들을 죄다 불러 모아 “사람을 해칠 만한 맹수류를 모두 죽여야 한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미군이 창경원을 폭격할 경우, 동물들이 우리를 뛰쳐나와 사람을 해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라는 지령을 일본 본토에서 받았다는 것이다. 극비리에 정체불명의 극약이 배부돼 먹이에 타 동물들에게 먹였다. 여느 때처럼 맛있게 저녁을 먹은 코끼리, 사자, 호랑이, 곰, 뱀, 악어, 독수리 등 21종 38마리가 조용히 영원한 침묵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녀석들이 죽던 날 밤 창경원 일대는 최후를 고하는 맹수들의 울부짖음이 처량한 곡소리같이 울려퍼졌고, 전 직원도 함께 울었다는 말이 전해 내려온다. 그러나 결국 창경원에는 폭격이 없었기 때문에 무고하게 희생된 동물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지금까지 갈수록 커지기만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비극은 비단 한국에만 일어난 게 아니다. 타이완과 만주에 있는 동물원들도 예외일 순 없었다. 일제 또한 미국으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1940년대부터 여러 동물원의 동물들도 수난을 겪게 되는 잔혹사가 있었다. 미국과 힘겹게 전쟁을 치른 일본은 패전 쪽으로 기울자 본토에 있는 우에노 동물원, 고베 동물원, 오사카 동물원 등 여러 동물원 동물에 대한 조치계획인 ‘동물원 비상조치요강’을 발동했다. 여기에는 동물원이 공습을 받을 경우에 대한 조치 방법을 적어 놓았다. 먼저 위험 정도에 따라 동물종을 4등급으로 분류했다. 곰, 대형 고양잇과 동물과 코끼리·하마·들소 같은 대형 초식동물, 늑대, 하이에나, 개코원숭이, 독사, 왕뱀류는 가장 위험한 1종이다. 이런 동물들은 청산가리, 스트리키닌 등의 극약으로 살처분하거나 총살하도록 돼 있었다. 6·25전쟁 때도 참혹하긴 마찬가지였다. 애끊는 노력으로 전쟁 초기인 1950년 동물들은 다행히 목숨을 지켰지만 이듬해 중공군 개입으로 1·4후퇴를 할 땐 사육사들도 빠짐없이 짐을 싸야만 했다. 그해 3월 서울 재수복 뒤 창경원 동물원 풍경에 대해 옛 창경원 사육사는 이렇게 떠올렸다. “동물사는 모두 열려 있었지만 살아 움직이는 동물은 새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낙타, 사슴, 얼룩말은 머리통만 남아 있었다. 여우나 너구리, 오소리, 삵 등은 굴과 돌 틈에 끼여 죽어 있었다. 모두 그렇게 굶어 죽고, 얼어 죽었다.” 창경원은 일제에 의해 ‘한국 깎아내리기’ 차원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제는 이곳에 동물원과 식물원, 놀이시설을 들여놓아 놀이터로 만들고 말았다. 조선시대 궁궐인 창경궁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제대로 된 동물원을 국민들에게 안긴 계기는 1977년 확정된 ‘서울대공원 건설계획’이다. 당시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비춰 대공원 건설은 엄청난 규모의 사업 구상이었다. 만약 그때 서울대공원을 건설하지 않았다면, 수도권 어느 곳이라도 지금처럼 좋은 위치에 대형 복합공원을 건설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서울대공원 건설계획에 따라 창경원에서 1980년부터 소속을 서울시로 옮긴 한국 동물원 역사의 증인이 바로 지난해 말 별세한 오창영(1928~2013) 초대 서울동물원장이다. 창경원 때부터 직위는 원래 관리직이 아니라 수의관이다. 1차적으로는 동물 진료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었지만 고인만큼 야생동물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겸비한 사람은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새롭게 조성될 동물원 디자인에 대한 구상과 더불어 각 동물사의 세부설계에도 크게 기여했다. 초기 서울동물원은 400여종에 이르는 동물을 대대적으로 수입했다. 창경원 당시엔 해외종, 국내종을 통틀어 모두 130여종에 불과했다. 오 원장은 기린, 사자, 하마 등 익숙한 동물 말고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동물들에게 한글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국어학자, 생물학자, 식물학자, 대학교수, 동물원전문가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열성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남미에 서식하는 ‘자이언트 앤트 이터’(Giant Ant Eater·길이 50㎝를 웃도는 혀를 가진 희귀종)에겐 ‘큰개미핥개’라는 이름을 붙였다. ‘링 테일드 리머’(Ring Tailed Lemur·긴 꼬리에 선명한 테 모양의 검은 털과 여우처럼 생긴 얼굴 모양을 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원숭이)엔 ‘꼬리여우원숭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당시로선 아주 낯설었을 법하다. 오 전 원장에 뒤이어 곧바로 동물원을 이끈 인물이 ‘동물의 왕국’이라는 텔레비전 프로 해설을 오래 진행한 고 김정만(1934~2010)씨다. 그 또한 창경원에 수의사로 발을 들여놓았다. 본격적인 영상매체 시대에 각종 프로에 출연, 대중과 친해져 동물박사로 이름을 알리면서 동물원의 위상을 드높였다. 오 전 원장과 함께 한국동물원계의 큰별로 불린다. 동물원 수준은 그 나라의 동물복지를 가늠하는 잣대다. 이런 맥락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2002년 캐나다 토론토 동물원에서 6개월간 연수를 받았다. 어느 날 동물원장 윌리엄 래플리 박사와 대화하다가 오 전 원장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래플리 원장이 수의사로 일하던 젊은 시절 한국에서 손님이 왔다고 해서 며칠씩이나 동물원을 안내했단다. 두꺼운 스케치북에다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려가며 동물사 구석구석의 시설들을 낱낱이 조사했는데 세부적인 질문이 얼마나 많았던지 애를 먹었다고 한다. 올해로 서울대공원은 개원 30주년을 맞는다. 여러 시설의 노후화 문제를 안고 있지만 노력한 점도 적잖다. 유인원관·열대조류관을 성공적으로 리모델링했으며, 올해 개관을 목표로 기존 맹수사 전시 지역을 ‘백두산 호랑이 숲’과 새로운 전시개념을 도입한 ‘소동물 트위닝(twinning) 전시관’으로 바꾸는 공사도 한창이다. 앞으로 외형적인 변화뿐 아니라 가장 안전한 동물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여러 분야의 외부 전문가 자문을 통해 관리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바꾸는 혁신을 계획하고 있다. 선진국 동물원들처럼 종 보전 센터로서의 역할에도 더욱 충실할 것이다. 좋은 동물원을 만들려면 시민들도 함께 관심을 보여야 한다. 잘못된 게 있으면 실망과 비난에 그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할 때다. 시민들의 요구를 달게 받겠다는 각오를 새삼 다진다. vetinseoul@seoul.go.kr
  • 늘어나는 미술교육기관… 살아남는 법은?

    늘어나는 미술교육기관… 살아남는 법은?

    그 어느 시대보다 창의력이 중요한 지금, 아동 미술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이에 학부모의 미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다양한 형태의 미술교육소가 많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주입식 교육을 받아 온 세대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미술교육을 제대로 하기란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영어나 수학 학원은 학교 시험 성적이 올라가면 소기에 목적을 달성하지만 미술교육은 그렇지 못하다. 학교성적을 올려서 학부모들에 어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반적인 학원창업과 미술창업이 분명이 차별화 돼야만 하는 점이 여기 있다.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아동미술학원만의 차별화된 마케팅 노하우가 필요하다. 맞춤방문교육 ‘아이지미술’을 대표 브랜드로 하는 ㈜한국방송영재교육원은 이러한 아동 미술교육기관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고자 10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술학원용 프로그램들을 론칭하고 다양한 경영지원을 서비스하고 있다. 인터넷 카페인 미술학원경영연구회(http://cafe.naver.com/painterplay)에서 창업과 운영에 필요한 법무, 세무 등 다양한 운영상의 어려움을 무료로 상담해주며 그 노하우를 공유한다. 또 미술 전공자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교육 창업을 지원해주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상담 모두 가능하며 상담료는 물론 무료이다. 미술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거나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국방송영재교육원(www.edu2003.co.kr)은 가정 방문미술 ‘아이지미술’을 필두로 미술학원을 위한 ’그미술‘, ’상담기록부‘, 화가놀이터’,‘상담기록부’외에도 교육심리검사 ‘다슬아이’, 학원솔루션 ‘스터디79’ 등 다양한 교재와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팝콘 브레인/정기홍 논설위원

    휴대전화 제조사인 노키아가 스마트폰 중독증후군 사례들을 내놓은 적이 있다. 스마트폰을 하루 16시간 동안 150번 들여다보는가 하면 열에 일곱은 울리지 않는 단말기에서 진동이나 벨소리를 느끼기도 한다고 한다. 이른바 ‘유령진동 증후군’이다. 수면 중에도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고, 심지어 공포감까지 갖게 되는 ‘노모포비아’ 현상의 단면들이다. 스마트폰 신조어는 더 있다. 지적 능력은 갖췄지만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사회적응력이 떨어지는 ‘아스퍼거 증후군’, 옥수수 튀김 팝콘이 곧바로 튀어오르는 것처럼 스마트폰의 즉각적이고 강한 신호에만 반응을 보이는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현상’도 그런 예다.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이 뇌의 피로도를 높여 기억력 감퇴 등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실험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어린이에게 깜빡이는 불빛에 맞춰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도록 했더니 반응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한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자의 뇌를 연구해 봤더니, 좌우 뇌 활동의 불균형으로 시각과 청각반응이 일반인보다 현저히 낮았다는 결과도 있다. 뇌 기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면 생각과 인지, 예측과 행동을 지시하는 우측 뇌의 기능이 지극히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신년 벽두에 ‘스마트폰 감옥’에서 탈출하자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첨단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인한 독을 빼자는 ‘디지털 디톡스’가 금주와 금연, 살빼기와 더불어 화두로 등장했다. 스마트폰의 편리함에 밀려 뒤편으로 밀려난 아날로그 감성을 되찾는 한편, 탈진한 뇌를 쉬게 하자는 것이다. 디지털 금식 혹은 단식운동인 셈이다. ‘잃어버린’ 2G(2세대)폰을 손에 다시 쥐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흐름 때문인지 최근 지하철과 버스에서는 책을 든 승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요약해 메모하고, 인물 등의 관계도를 그리는 등 좀 더 깊고 길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자는 움직임이다. 미국 CNN 방송은 ‘팝콘 브레인 퇴치법’으로 스마트폰 내려놓고 최소 2분간 창밖 응시하기, 업무가 끝난 오후 6~9시 온라인에서 해방된 자유시간 갖기, 문자와 메일 대신 전화걸기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아날로그적인 것과의 조화로운 교류만이 첨단 스마트 시대를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역설적인 뜻이 담겼다. ‘역사는 아(我) 비아(非我) 간 투쟁’이라는 명제는 비단 역사이론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님을 실감케 하는 요즘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2014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타자를 소유하는 두 가지 방식/고광식

    1 ‘소유’라는 욕구 모든 주체들, 즉 소유욕에서 자신의 삶을 출발시켰던 세상의 ‘나’는 본질적으로 ‘타자’를 찾아 방랑하는 보헤미안(bohemian)이다. 소유의 주체는 타자를 만나면서 비로소 기쁨과 쾌락의 감정을 깊이 내면화한다. 그러므로 타자를 소유하는 과정에서 온전한 ‘나’가 세상에 드러나며, 타자에 대한 주체의 접촉은 자연스럽게 목적 자체가 된다. 소유욕에 있어서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2007)’의 시는 놀이하는 인간인 호모루덴스(homo ludens)의 몸짓으로 타자를 포착하기도 하고, 대상과의 합일하는 행위로 타자와 하나 되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시적 주체는 “달과 지구의/포개진 다리 아래 // 그대의 다음 세상 첫 울음 놓일 자리까지 / 이미 보아버린 자여”(‘월식 파티-처용, Shall we love?’)처럼 달과 지구가 포개진 파티를 보게 된다. 대상과 합일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서로 하나가 되어버린 달과 지구를 보며 ‘나’는 춤을 춘다. 달빛 아래 춤을 추고, 다리 아래 춤을 춘다. 춤은 소유욕에 대한 이해이며 환상이다. 때로 소유욕은 “이글거리는 불덩이, 굶주린 호랑이의 둥그렇게 벌린 입속으로 무릎걸음으로 기어들면서야 알았네”(‘여러 겹의 허기 속에 죽은 달이 나를 깨워’)와 같이 두려움의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을 현시한다. 이때 시적 주체는 “살거나 죽었거나 내 몸속으로 들어와 나를 살린 것들 다 이렇게 두려웠겠구나”라고 타자에게 심리적 상태를 투사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나’는 “자옥이 피어오르는 화염을 내려다보며 연꽃을 먹는 사람들이 산다는 어느 평화로운 부족의 마을을 떠올린 적이 있다”(‘주홍 글씨’)고 메타인지(metacognition)적 연민에 빠진다. 자아가 타자를 소유했는지, 타자가 자아를 소유했는지의 불가해성 상태는 “수통 속의 물 부어진/내 몸이 수통인지/수통인 내 몸이/내가 들고 마신 수통인지”(‘水桶’)에 이르러 서로 교차하며 접합되는 휴지 상태가 된다. 반면에 강정(‘키스(2008)’)의 시는 소유하는 과정을 섹슈얼리티하게 그려내어, 대상과의 합일로 소유하기보다는 파토스(pathos)적인 행위로 체현하려 든다. 욕구를 채우기 위해 시적 주체는 타자를 받아들이는 통로인 입을 최대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입술이 닿는 곳, 타자의 내재성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소유욕은 말라붙은 창공 속에서도, 불탄 돌들이 四海의 포말로 부서져 날릴 때에도 타자의 입을 통해 드러난다. 때로는 허공 한가운데 거대한 물고기의 아가미로 고정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소유로 가고자 하는 욕구는 섹슈얼리티한 감응의 상태에서 “태양이 죽은 자리에서/통째로 바스러진/하얀 밤을 들이마시고”(‘죽은 몸에 白夜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발현된다. 시적 주체는 소유욕에 대한 세상의 순례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하혈하는 어머니, 젖은 땅 위에서 “시인이 울 때, 여자는 시인의 눈물을 받아 마신다”(‘영화’)고 감정의 감염을 토로한다. 보드리야르에 의해 그 자체로 현실을 대체한다고 지적된 원본 없는 이미지가 시뮬라크르(simulacre)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입은 끊임없이 시뮬라크르를 생성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육감적이다. 입은 이처럼 타자를 소유하기 위한 도구이며 통로이다. 여자의 총총걸음을 따라 시적 주체는 “꽃들이 오랫동안 빨판 같은 주둥이를 벌려/내 몸을 나눠 받았다”(‘나비 떼가 떠 있는 방’)고 타자인 꽃들의 소유욕을 적시한다. 자신의 존재 안에 타자를 가두려 하는 욕구는 꽃이라 해서 다르지 않다. 꽃내음에 취하고 꽃의 모습에 현혹되는 순간 꽃은 언제든지 주둥이를 들이댈 준비를 하고 있다. 강정의 시적 주체는 “이 오래된 바람의 내력엔 서로 피를 나눠 먹던 종족의 역사가 흐른다”(‘死後의 바람’)고 구명하여 그의 시가 소유욕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김선우의 시는 호모루덴스의 몸짓으로 춤을 추며 타자와 하나 되기를 시도하고, 강정의 시는 섹슈얼리티한 감응의 상태에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대상과의 합일을 시도하는 방식이나, 현란한 시뮬라크르로 타자를 소유하는 방식 모두 타자와 하나 되기를 꿈꾼다는 점에서 동일한 의의를 지닌다. 2 타자와 하나 되기-김선우의 시 존 로크는 오크나무 아래에서 주운 도토리와 숲속의 나무에서 따 온 사과를 먹고사는 사람은 확실히 그런 것들을 자기 것으로 소유하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소유라는 것은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즉 도토리를 줍는 노동과 사과를 따는 노동에서 당위성이 부여된다는 의미이다. 이 경우 타자인 도토리와 사과는 인간에게 희생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사실 이것은 도토리, 사과가 타자와 하나 되기를 원해서 나타난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식물은 동물과 하나가 되었을 때 자기 자손을 널리 퍼트리고, 동물은 그 식물과 하나 돼야 생존할 수 있다. 알수록 무서운 소유욕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밥이어야 한다. 식물은 동물의 밥이 되고, 동물은 결국 식물의 밥이 된다. 이왕 밥이 돼야 한다면, 멜랑콜리(melancholy)한 감정이나 연민을 벗어버리고 따뜻한 밥이 돼야 할 것이다. 때로는 환각제를 복용했을 때처럼 그대와 나 동시에 입을 벌릴 수 있지만, 타자라는 밥상 앞에서 나는 내 몸속의 부드러움이나 딱딱함을 점검해야 한다. 내 몸속에서 그대가 아주 편안히 누워 있을 것에 대한 걱정이다. 내 몸속은 아주 아늑하고 부드럽다. 타자와 하나 되기 위해 준비된 몸이다. 그래서인가 내 몸속에 받아야 할 타자가 이 별에는 끊임없이 태어나고, 나는 그들이 소름 끼치게 그립다. ‘나’는 아, 대상과의 합일을 위해 입을 벌리고 사뭇 괴로운 시늉만 한다. 그러므로 김선우에게 있어서 소유 행위는 타자와 하나 되는 호모루덴스적인 동일시의 몸짓이다. 내 몸속 어디에서 내가 나를 향해 아, 입 벌리네 자기 해골을 갈아 만든 피리를 불면서 몸 사막을 건너는 순례자같이 그대가 아, 입을 벌린 순간에 내가 아, 입 벌리네 어둠 깊으니 그 어둠 받아먹네 공기 속에 살내음 가득해 아아, 입 벌리고 폭풍 속에서 비리디 비린 바람의 울혈을 받아먹네 그대를 사랑하여 아, 아, 아, 나 자꾸 입 벌리네 -‘그 많은 밥의 비유’ 부분 문제는 내가 떨림을 잃어간다는 것인데, 일테면 만년 전의 내 할아버지가 알락꼬리암사슴의 목을 돌도끼로 내려치기 전, 두렵고 고마운 마음으로 올리던 기도가 지금 내게 없고(시장에도 없고) 내 할머니들이 돌칼로 어린 죽순 밑둥을 끊어내는 순간, 고맙고 미안해하던 마음의 떨림이 없고(상품과 화폐만 있고) 사뭇 괴로운 포즈만 남았다는 것. -‘깨끗한 식사’ 부분 시적 주체인 ‘나’는 나를 향해 내 몸속 어디에서 아, 입 벌려 “해골을 갈아 만든 피리”를 불고 있다. 미칠 것 같은 영속성으로 드러나는 대상과의 합일을 위한 소유라는 욕구는 불쌍하고 가련하다. 해골을 갈아서 만든, 피리를 부는 전경화로 ‘나’를 투사하는 모습이 연민을 부른다. 말하자면 유전자 속에 배어 있는 소유욕이 주체의 참된 실체다. ‘자기 해골’이라는 피리는 ‘나’도 한때는 타자의 소유였다는 감각적 지각인 아이스테시스(aisthesis)이다. 이러한 전체성을 바탕으로 주체인 ‘나’는 몸 사막을 건너는 순례자같이 “그대가 아, 입을 벌린 순간에/내가 아, 입 벌리네 어둠 깊으니 그 어둠 받아먹는”다고 진술한다. 입을 벌려 타자를 받아들이는 통로를 자궁처럼 활짝 열고 간절히 드러내는 주체의 욕구는 “그대를 사랑하여 아, 아, 아, 나 자꾸 입 벌리는” 환각적인 상태가 된다. 이것은 타자와 하나가 되기 위한 눈물겨운 호모루덴스적인 소유의 방식이다. 타자와 하나가 되는 방식은 그 당위성을 만들기 위해 자아 성찰의 모습으로 지평을 확장한다. ‘깨끗한 식사’의 시적 주체는 “문제는 내가 떨림을 잃어간다”고 ‘나’의 퍼스낼리티를 규명한 후, 어떤 대상에 대한 의식 작용인 노에시스(noesis) 속으로 잠입한다. 따라서 시적 주체는 “내 할아버지가 알락꼬리암사슴의 목을 돌도끼로 내려치기 전, 두렵고 고마운 마음으로 올리던 기도가 지금 내게 없음”을 골똘히 생각한다. 그것은 무조건적인 하나 되기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자연의 한 조각이 되는 역동성이다. 그 두렵고도 미안한 감정은 타자의 죽음이 상품으로 쌓여 있는 시장에도 없음을 확인하고 시적 주체는 빤히 ‘나’를 쳐다보기 일쑤이다. 천 년 전이나 만 년 전이나 한결같았던 “내 할머니들이 돌칼로 어린 죽순 밑둥을 끊어내는 순간, 고맙고 미안해하던 마음의 떨림”이 ‘나’에게 없어 괴롭다. 즉 시장은 타자와 내가 마주 쳐다보며 꿈틀거리던 욕망이, 고마움이, 두려움이 ‘상품과 화폐’로 거래되는 공간이다. 이런 성찰로 인해 주체는 타자를 현재의 프레임에 가두는 것을 경계한다. 이렇게 정신적 유전자 속에 잠재된 의식을 정치하게 드러내는 것은, 타자와 하나 되기의 당위성에 방점을 찍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되는 타자에 대한 메타인지적 연민 때문이다. 또한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는 나와 타자가 즉자와 대자의 모습으로 고정되게 놓아두지 않는다. 이것은 누가 먼저 소유를 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유동적인 관계이다. 내 밥상 위 “육중한 접시가 언제쯤 깨끗하게 비워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처럼 나도 타자(식물)의 밥상 위에 언젠가는 얹힐 것이다. 시인은 양가적 고민에 빠져 소리친다. “이 무거운, 토막 난 몸을 끌고 어디까지!”라고. 잊고 지난 세월 동안 홀로 된 종이 쓸쓸해서 나무가 쇠종을 품어준 것인지 철사 줄 묶여 어금니 깨물며 오래 아팠던 나무가 팔짱 끼듯 자기의 겨드랑 살 같은 곳을 잠가버린 것인지 겨드랑에 종을 품고 나무가 종 대신 몸을 울어준 것인지 실은 아무도 모르지만 -‘그 나무가 삼킨 종 이야기’ 부분 어린 새끼를 입에 물고 옮기는 호랑이를 보았다 천천히 클로즈업으로 잡은 호랑이 입속의 호랑이를 보다가 밥 먹던 숟가락을 놓치고 말았다 먹잇감을 물었을 때나 새끼를 물었을 때나 이빨! 잡아먹거나 사랑하거나 드러내거나 숨기거나 그곳에 이빨! 입에 물고 옮기는 호랑이나 입속의 호랑이나 어떤 서늘한 갈등이 등골을 버티고 있으리라는 예감이 지나갔다 -‘카르마, 동물의 왕국’ 전문 입이 없는 식물들은 어떻게 타자를 자기 것으로 만들까. 입이 있는 동물들이야 타자를 입에 넣고 강한 이빨로 저작한 다음 위장에 넣고 소화하면 타자와 ‘나’는 완전한 하나가 될 수 있다. 입이 없는 나무가 타자를 소유하려는 방법은 그것을 바라보는 시적 주체를 아프게 한다. 주체는 입이 없는 나무와 종이 하나가 된 기사를 아침에 본 후, 보름이 지나도록 자신의 몸속이 아픈 것을 자각하느라 괴롭다. 입이 없는 것들은 둘이 하나 되는 관계 속에서, 온전한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구를 꿈꾸는 데 열중이다. 자신의 몸에 철사줄로 매단 종을 잊었다는 듯 “나무가 쇠종을 품어준 것인지”, 아니면 “겨드랑에 종을 품고 나무가 종 대신 몸을 울어준 것인지” 실은 아무도 모르지만 둘은 하나가 돼 있다. 이렇게 둘은 나에게 네가 없으면 내가 없다는 관계를 형성해서 한 천 년을 견디려는 모습을 취한다. 둘의 존재가 하나로 보완 관계가 돼 특별해졌기 때문이다. 입이 존재하는 동물들은 타자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있어서 밀착과 얼룩이라는 데칼코마니(decalcomanie)적 행위를 사용한다. 나의 입을 타자에 밀착시킴으로써 소유에 대한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고, 이는 현실 속에서 때때로 부자연스럽고 흉측한 의미체가 되어 시적 주체는 “천천히 클로즈업으로 잡은 호랑이 입속의 호랑이를/보다가 밥 먹던 숟가락을 놓치고”마는 상태에 빠진다. 이처럼 타자와의 관계에서 입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나’의 입이 밥이라는 타자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통로로서의 역할을 했다면, ‘호랑이’의 입은 어린 새끼를 입에 물어 자신과 하나라는 것을 체현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내’가 ‘너’에게로 다가가든지, ‘네’가 ‘나’에게로 다가오든지간에 ‘입’이 차지하는 위치는 의미심장하다. 왜냐하면 나와 타자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 “먹잇감을 물었을 때나 새끼를 물었을 때나” 입은 중요한 상징체이며 동시에 실제적 기능을 하는 도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왕국을 시청하고 있는 시적 주체는 하얗게 드러나는 입속의 ‘이빨!’을 보며 “잡아먹거나 사랑하거나 드러내거나 숨기거나” 하는 입을 기능적인 측면에서 사유한다. 이때 주체에게 다가오는 서늘한 갈등은 나와 타자의 관계성이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관계에서 올 수 있다는 대등적 관계의 깨달음이다. 그러므로 “등골을 버티고 있으리라는 예감”을 할 수 있다.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전문 꽃이 핀다. 봄에도 꽃이 피고, 여름에도 꽃이 피고, 가을에도 꽃이 핀다. 이처럼 꽃들은 시기를 달리하여 경쟁하지 않고 차례대로 그 아름다운 모습을 세상에 드러낸다. 시적 주체는 꽃이 피는 것을 보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그대가 피는 것인데/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라고 의아해한다.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너’의 행위가 나를 떨게 하는 이유가 못내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꽃으로 꽃벌 한 마리가 날아들었는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꽃이 나이고, 내가 꽃 같은 상태에서 나는 아득하다. 부버가 ‘너’ 혹은 ‘그것’이 없이는 ‘나’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이 세상의 모든 ‘나’는 ‘너’라는 대상과의 합일을 추구함으로써 충만한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김선우의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에 대한 물음의 끝에는 타자인 ‘꽃’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이 있는 것들의 진정한 삶은 대상과의 합일인 소유이고, 소유는 나와 타자의 관계에서만 온전하게 성취될 수 있다. 대상과의 합일을 시도할 때의 ‘나’는 자연의 한 조각으로 모자이크돼 생명력을 얻게 된다. 이렇게 타자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진정한 ‘나’를 드러내는 본능적 행위이다. 나와 너의 관계는 언제나 주체와 객체가 바뀔 수 있는 관계이다. ‘너’를 소유할 때의 ‘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나’지만 그것은 너와 내가 하나가 된 전혀 다른 내적으로 충만한 ‘나’이다. 타자를 소유한 나는 존재 속에 존재자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꽃 피는 것이 내 일임을 이제 알겠다. 3 ‘시뮬라시옹’(simulation)하는 느낌-강정의 시 맥루언에 따르면 시대를 주도하는 매체가 무엇인가에 따라 인간의 ‘감각비’(sense ratio)가 달라지고,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도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유비쿼터스 시대를 예로 들면, 각종 노마딕(nomadic) 기기들로 인해 인간의 감각비는 시각 중심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강정의 시적 주체가 ‘입’을 섹슈얼리티하게 사용하여 ‘시뮬라크르 하기’인 시뮬라시옹하는 느낌으로 타자를 소유하는 것도, 인간은 시대를 주도하는 매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보드리야르가 맥루언의 영향을 받아 시뮬라시옹이라는 이론을 만들었듯이, 강정은 시적 주체들로 하여금 이전과 달라진 감각비를 사용하여 지금-이곳의 타자를 시뮬라시옹하고 있다. 너는 문을 닫고 키스한다/ 문은 작지만 문 안의 세상은 넓다/ 너의 문으로 들어간 나는 너의 심장을 만지고 내 혀가 닿은 문 안의 세상은 뱀의 노정처럼 굴곡진 그림들을 낳는다/ 내가 인류의 다음 체형에 대해 숙고하는 동안 비는 점점 푸른빛과 노란빛을 섞는다/ 나무들이 숨은 눈을 뜨는 장면은 오래전에 읽었던 동화가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미래는 시간의 이동에 의한 게 아니라 시간의 소멸에 의한 잠정적 결론, 나의 문 안에서 나는 모든 사랑이 체험하는 종말의 예언을 저작한다/ 너는 내 혀에서 음악과 시의 법칙을 섭취하려 든다/ 나는 네게서 아름다운 유방의 원형과 심리적 근친상간의 전형성을 확인하려 든다/ 그러니까 이 키스는 약물중독과 무관한 고도의 유희와 엄밀성의 접촉이다 -‘키스(1)’ 부분 나는 문을 닫고 너의 몸을 받는다/ 내 안으로 들어온 너는 사뭇 여장부스러운 근골과 큰 키를 과시한다/ 뒷굽이 십 센티미터에 달하는 하이힐을 또박또박 디디며 혓바늘 사이를 배회한다/ 몸 밖으로 빠져나온 네 혀가 나라는 한 세상을 뒤집어 오랫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길몽과 흉몽 사이의 아득한 절대치의 추상화를 구상화한다/ 너는 무용에 어울리는 몸을 가졌다/ 그러나 나는 건축에 어울리는 몸을 가졌다/ 그리하여 너는 내 몸이라는 凶家에서 춤추는 무희가 된다/ 내 혀는 너의 동선을 따라하며 네 가족들의 불편한 심기를 박물화한다/ 이 키스는 한 아이가 태어나고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초현실적 리포트다 -‘키스(2)’ 부분 입은 너를 받아들이는 유일한 통로이다. 단단한 이를 사용하여 타자를 힘으로 소유할 수도, 부드럽고 달콤한 혀를 사용하여 타자를 시뮬라시옹하는 느낌으로 소유할 수도 있다. ‘너’는 주체가 되어 타자인 ‘나’를 소유하기 위한 의식인 ‘키스’를 실행한다. 외부의 문은 이 의식을 치르기 위해 닫혀 있지만, 너로 가는 내부의 문은 아주 넓게 열려 있다. 네 안의 세상에서 나와 너는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분간할 수 없는 “나는 너의 심장을 만지고 내 혀가 닿은 문 안의 세상은 뱀의 노정처럼 굴곡진 그림들”인 카오스의 세계를 경험한다. 우리는 모두 주체가 되어 “나무들이 숨은 눈을 뜨는 장면은 오래전에 읽었던 동화가 현실화되는 순간”인 것처럼 너를 지각하고 소유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를 보고 있는 순간 너도 나를 보고 있으며 우리 과거의 시간은 소멸해 간다. 이렇듯 달콤한 키스는 뼛속을 파고드는 이빨에 의한 강제적 소유의 확인이 아닌 스스로 충만해 오는 파토스로 서로에게 투사되어 나타나는 현실감을 제공한다. 그러니까 키스는 타자를 시뮬라시옹하는 느낌으로 이미지인 허상을 소유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그것(‘키스(1)’)은 입을 접촉하므로 생성되는 생존의 뜨거운 법칙이다. ‘너’에게만 뜨거운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도 세상의 주체인 대자 존재가 되어 세상의 “문을 닫고 너의 몸을” 받을 수 있다. 대상을 깊게 바라보며 몸과 정신을 하나로 통일하여 “하이힐을 또박또박 디디며 혓바늘 사이를 배회”하는 너를 내가 이룩해낸 견고한 프레임 안에 가두는 행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는 하나였던 아주 오래전의 공간으로 돌아가 “길몽과 흉몽 사이의 아득한 절대치의 추상화”를 구상화한다. 나와 너의 경계는 무너지고 무화되어 얽힌 혀로 세상의 맛을 음미하는 존재로 우리 둘은 거듭난다. 이를 통해 세상의 존재자는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튼튼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 경계를 허문 자리에서 너는 “내 몸이라는 凶家에서 춤추는 무희가” 되고, 나는 “너의 동선을 따라 하며 네 가족의 불편한 심기를 박물화”하는 존재가 된다. 키스는 폭력으로 타자를 굴복시켜 만들어내는 일체가 아니라, 그것(‘키스(2)’)은 “한 아이가 태어나고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초현실적 리포트”인 느낌의 시뮬라시옹인 것이다. 실제로 타자에 대한 소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부드럽게 열려 있는 교감 속에서 정신적인 소유가 일어났음을 느낀다. 보드리야르식으로 말한다면 현실은 키스라는 이미지에 의해서 지배받게 된다. 나와 너는 이미지를 통해 “인생의 가장 극적인 순간을 탕진”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을 것이므로. 하늘에서 번쩍 갈라진 번개의 크기는 원근법과 아무 상관없다 내가 본 그대로의 모습과 크기로 지구의 틈이 벌어진다 또 이가 가렵다 최초거나 최후거나 나는 분명 처음과 끝을 한 번의 포효로 발설하는 인류의 조상을 임신한 것이다 번개가 빠져나간 항문, 내 턱이 지구의 문지방에서 깊게, 출혈 중이다 -‘번개를 깨물고’ 부분 시적 주체는 하늘에서 번쩍 갈라지는 번개가 너무 크고 강렬해 원근법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 자신이 본 그대로의 모습과 크기로 지구의 틈이 벌어지는 놀라운 자연현상을 보게 된다. 이는 주체가 상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이때 시적 주체의 이가 가렵다. ‘나’는 번쩍 갈라진 번개를 보고 있었을 뿐인데, “또 이가 가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정신적 유전자 속에 잠재된 소유욕이 타자를 받아들이는 통로의 근육을 움직이게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도끼날처럼 강인한 ‘이’로 번개를 깨물고 저작하고자 하는 불가해성의 소유욕이 ‘나’를 흥분하게 한다. 시적 주체가 번개를 자기 몸속으로 받아들이며 “나는 분명 처음과 끝을 한 번의 포효로 발설하는 인류의 조상을 임신한 것이다”라고 한 진술은 한순간 우리를 지배한 시뮬라크르다. ‘나’는 그렇게 이미지에 지배당하여 “번개가 빠져나간 항문”을 감각적으로 인식하고 번개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상처입은 “내 턱”을 보고 있다. 그녀를 사랑하기 위해선 그녀의 일부를 내 안에 결박해야 한다 만 명의 남자가 입을 댔던 그녀 유방 앞에서 만 명 중의 하나가 되는 일은 만 명의 그녀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일 그녀라는 허구의 몸통 안에서 온몸을 친친 감고 나는 그녀의 바깥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녀라는 커다란 숨구멍, 혹은 시선의 감옥’ 부분 여자는 입술을 핥던 혀로 내 얼굴을 핥았다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기가 심장에 넘쳐흘렀다 여자는 일그러진 내 얼굴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눌렀다 시간이라는 평상에 톡톡 금이 가고 있었다 발라낸 고등어 뼈를 냄새 맡던 고양이와 고등어 냄새를 물씬 풍기는 내가 한 프레임 안에서 여자의 밥이 되었다 -‘고등어 연인’ 부분 첫 번째 시에서는 그녀를 사랑하기 위한 ‘나’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소중한 것은 ‘내’가 그녀를 소유할 가능성 때문이다. 이것은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선 다른 무수한 타자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그녀’는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닌 상태에 있다. 그녀는 내 앞에 있는 즉자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의식을 가지고 있는 대자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녀를 ‘내’가 소유하기 위해선 무수한 경쟁자를 물리친 뒤에, 그녀로 하여금 스스로 모호성에서 벗어나 열정적으로 나를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선 “만 명의 남자가 입을 댔던 그녀 유방 앞에서/만 명 중의 하나가 되는 일”에 두려움을 가져선 안 된다. 그녀에게 있어서 ‘나’는 만 명 중의 한 명일 뿐이고, 나는 그녀의 몸 위에서 태어나는 만 명의 남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숙명적인 존재다. 그녀의 커다란 숨구멍 안에서 내 혀가 가장 부드럽고 달콤하다는 것을 입증시키는 데 실패한다면, 온몸을 친친 감고 있던 내 혀는 그녀에 의해 몸 밖으로 던져지고 말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그녀의 혀에 남아 있던 약간의 침방울을 그리워하며 되새김질하다가 아포리아 속에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데 열중할지 모른다. 그녀라는 허구의 몸통 안을 그리워하며. 그녀가 ‘나’를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반응은 두 번째로 인용한 시에 나타난다. 서로에게 영원한 미지의 소유물로 남을 것 같은 순간, “여자는 입술을 핥던 혀로 내 얼굴을 핥”는 것으로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너와 내가 껴안은 틈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햇빛이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기가 심장에 넘쳐” 흐르는 순간을 클로즈업시키고 있다. 이때 시각적으로 잡히는 지구 밖의 모든 미장센은 심장박동 소리로 대체되었다. 이제 고등어 냄새를 물씬 풍기는 내가 “한 프레임” 안에서 “여자의 밥”이 되어 다시 태어난다. 결과적으로 ‘여자’의 웃는 모습은 소유로써 완벽해지는 인간의 진정한 삶이다. 이는 타자를 소유하는 데 있어서 ‘힘’에 의한 폭력이 아닌 ‘혀’의 달콤함으로도 얼마든지 상대 속에 잠입하여 소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힘을 사용한다면 한순간에 끝낼 수 있지만, 입속의 ‘이’가 아닌 ‘혀’를 사용한다면 서로가 마주한 밥상처럼 행복해질 수 있다. 이처럼 강정의 ‘키스’는 소유하고자 하는 대상을 달콤한 욕구로 이미지화한다. 그것은 주체와 객체가 바뀌어 전개될 수 있는 역동적인 의식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세상의 존재자는 유전자 속에 잠재되어 꿈틀대는 자기 안의 소유욕에 대한 내밀한 외침을 들을 것이며, 소유의 과정은 키스로 시작되어 시뮬라크르인 키스로 완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4 소유 이후, 주(객)체들 세상의 주체인 ‘나’는 오랫동안 격정적인 파토스로 활동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며, 세상에 널려 있는 객체인 ‘너’와 하나가 되기 위해 몸부림쳤다. 밀착의 행위를 통해 ‘너’를 ‘나’로 동일시하고 죄를 짓고, 몸을 탐하고, 참회하고, 때로는 마음의 평화를 약속하는 동의를 얻어낸다. ‘나’는 밀착 행위가 미치는 객체인 ‘너’를 찾아 세상 속에서 수없이 많은 ‘너’를 소유하고, 그때마다 나와 너는 암수 구별이 없는 생물처럼 접합되는 바람에 애증의 희로애락을 경험한다. 김선우의 경우, 소유가 중요한 것은 소유하는 방식 또는 행위라는 결과가 진정한 자신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다. 나와 너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기 위해 ‘나’는 입을 벌려 살 내음 가득한 너를 내 몸속으로 받아들여 하나가 되는 행위를 한다. 그때, 강력한 흡입력을 갖고 있는 입은 너를 온전한 나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하게 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김선우 시의 주체는 객체인 ‘너’ 앞에서 촉각적 감각에 의지해 피리와 노래를 부른다. 식사하는 순간은 아이온의 공간과 시간이 ‘나’에게 열려 있었으므로, 타자의 괴로운 표정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처럼 대상과의 합일을 추구한 주체는 내 행위의 대상인 객체에게 입을 드러내는 것으로 소유의 과정을 정당화한다. 그러므로 김선우 시의 주체에게 소유 행위는 대상과의 합일을 위한 호모루덴스적인 놀이다. 하지만 강정의 경우는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로 객체인 ‘너’를 ‘나’로 동일시하는 호모루덴스적인 놀이를 포기하고, 객체를 시뮬라시옹하는 정신적 소유를 지향한다. 이런 소유의 행위도 ‘소유’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이미지 생산으로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 다른 소유의 방식이 된다. 직접적인 소유로 인한 포만감보다는 새로운 감각비로 대상을 달콤하게 시뮬라시옹함으로써 객체인 ‘너’를 ‘나’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현실 속에 드러난다. 대상을 소유하기 위해 객체를 낱낱이 분해하고 동일시하는 것보다는 문을 닫고 키스하는 섹슈얼리티한 행위로 소유를 실재화한 것이므로 강정이 소유하는 방식은 쾌락적이다. 이렇게 탄생한 주체는 타자를 소유하는 각기 다른 방식대로 접합된 상태에서 소멸의 법칙을 견딘다. 바라보는 대상인 객체를 대상과의 합일로 소유했거나, 아니면 쾌락적으로 소유했거나 모두 동일하게 주체와 객체는 존재의 흔적을 지우는 과정을 밟는다. 존재자의 위치에 따라 빠르고, 느리고, 돌발적이고, 순간적으로 다양한 몸짓을 하며 소멸한다. 마음을 찌르는 푼크툼(punctum)을 통해서 아주 완벽하게.
  • ‘피임약 먹는 걸 깜박했을 땐?’ 여우지 미혼여성 대상 모바일 지식공유 앱 출시

    ‘피임약 먹는 걸 깜박했을 땐?’ 여우지 미혼여성 대상 모바일 지식공유 앱 출시

    미혼여성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스타일의 뉴미디어 ‘여우지’(www.yeowooji.com)가 모바 일 지식공유 플랫폼을 출시했다. 형식 상 네이버 지식인이나 다음 미즈넷, 네이트 판 등 Q&A게시판과 유사하지만 집단지성 뿐 아니라 전문성과 인지도가 높은 전문가 집단의 참여율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2013년 12월 27일 안드로이드폰 용 앱 출시에 맞춰 미혼여성들의 최대 관심사인 뷰티와 헬스분야에서 현직 대통령 주치의인 이병석 강남세브란스병원장(산부인과)을 비롯해 명성과 권위를 전문의들이 대거 참여한다. 불임치료의 대가로 손꼽히는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석현 교수, 갑상선 수술의 개척자인 박정수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외과 교수, 국내에 수면내시경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 ‘국민주치의’로 통하는 유태우 닥터U와 함께 몸맘삶훈련 원장이 전문 답변가로 나섰다. 또, 성형과 피부에 관한 질문은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과 김병건 BK성형외과 대표원장, 허창훈 서울대분당병원 피부과 교수와 정혜신 퓨어 피부과 원장 등이 답변해준다. 박광성 전남대병원 비뇨기과 교수와 김세웅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 등 성의학 전문가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정신과 상담은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젊은 층에서 급증하고 있는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에 대해서는 천재희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상담해 줄 예정이다. 전문가 Q&A 서비스는 건강과 뷰티를 시작으로 연애/결혼, 쇼핑 정보, 맛집 추천, 패션 등 미혼여성들의 다양한 관심분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혼여성들의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맞춤형 정보 큐레이 션과 회원들이 자유롭게 지식을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게시판도 제공한다. 전문가들에게 답변을 얻으려면 포인트가 필요한데, 회원가입, 출석, 답변 올리기, 질문 읽기, 추천 등의 지식공유 활동으로 포인트를 습득하면 된다. 정보의 질적 차별화 추구하는 차세대 Q&A 플랫폼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의 발달로 정보가 넘쳐나지만 정작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지식공유 즉, Q&A 플랫폼의 높은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정보 홍수시대의 풍요 속 빈곤이라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방증한다. 그뿐 아니라, 인터넷공간의 상업화로 인해 믿을 만한 정보가 점점 부족해지고, 정보의 불균형화도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미혼여성들이 영양가 있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이 사실상 없는 실정. 이런 점에 착안해 여우지는 만족스러운 지식과 정보의 교류가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미혼여성 대상 모바일 지식공유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많은 전문가들이 무료 지식 나눔 활동에 참여의 뜻을 밝혔다. ios 폰 용 앱은 2014년 2월 초에 출시될 예정이다. 다운로드는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air.com.yeowooji.yeowooji) 에서 받을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홍석우 딴생각] 한글 때문에 조선이 발전할 것이다

    [홍석우 딴생각] 한글 때문에 조선이 발전할 것이다

    “중국 글자로는 모든 사람이 빨리 알 수도 없고 널리 볼 수도 없는데 조선 언문은 본국의 글일 뿐더러 선비와 백성과 남녀가 널리 보고 알기 쉽다. 슬프다. 조선 언문이 중국 글자에 비해 크게 요긴하건만 사람들이 요긴한 줄도 알지 못하고 업신여기니 어찌 안타깝지 아니하리오.” 조선의 선각자가 쓴 글 같지만 호머 헐버트 박사가 1890년 ‘사민필지’에 쓴 글이다. “200개가 넘는 세계의 문자를 검토해본 결과 한글은 현존하는 문자 중 가장 훌륭한 문자임이 분명하다. 누구라도 한글을 대하면 배운 지 나흘 만에 책을 읽을 수 있다” 라고도 했다.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고종의 특사로 참가하는 등 조선의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그는 쉽게 배울 수 있는 한글 보급이 조선 근대화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했다. 한글 때문에 조선이 발전할 것으로 보았다. 그런 그의 판단이 결국 옳았다. 해방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던 나라가 한 세대 만에 15대 경제 대국이 되었다. 전후에 원조를 받다가 원조를 주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인구 5000만명이 넘는 나라 중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는, 세계에서 오직 일곱 나라에 불과한 ‘5020클럽’에도 가입했다. 이를 기적이라고도 하고 원인으로 교육열, 창의력, ‘빨리빨리’ 문화, 리더십 등을 꼽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한글이라고 믿고 싶다. 19세기 말엽에 한글 때문에 조선이 발전하리라고 내다본 헐버트 박사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다. 헐버트 박사는 배운 지 나흘 만에 한글을 읽었다고 했지만 2008년도 노벨문학상 작가인 장마리 구스파프 르 클레지오는 한글을 배운 지 하루 만에도 잘 읽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이러니 60년대 수출입국을 시작할 때도 우리 근로자들은 작업지침을 읽을 수 있어 좋은 제품의 생산이 가능했다. 2007년도 UNDP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의 문자 해독률은 99.8%로 세계 최고이다. 한글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꼽는 교육열도 그 원천이 한글에 있는지 모른다. 어린 나이에도 글자를 읽을 줄 아는 자식을 보면 어느 부모가 가르치고 싶지 않겠는가. 한글은 어떤 언어보다도 표현이 다양하다. 빨간 색깔 하나를 표현하는데도 불그레하다, 볼그무레하다, 볼그댕댕하다, 검붉다, 연붉다 등이 가능하다. 글자와 생각이 서로 순환적이라면 이런 문자를 사용하는 우리의 생각이 창의적이 아니면 이상하다. 디지털 시대를 맞으면서 한글은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느 글자보다도 빠르게 자판을 통해 의미 전달이 가능하니 ‘빨리빨리’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글로벌 언어인 영어를 구사하는 데 어느 민족보다 어려움이 크다. 한글의 어순 체계가 영어와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에 핸디캡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계 7대 무역대국이 되었으니 핸디캡이 없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KAIST 이민화 교수의 책을 읽어 보면 창조경제를 이렇게 정의했다. 기업의 비즈니스 단계에서 예전에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핵심 요소였다. 지금은 워낙 생산기술이 발전해 품질에서 차별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특허를 중심으로 아이디어 단계가 중요하고 마지막 단계인 고객과의 접점이 중요하다. 이런 것이 창조경제이며 애플의 모습이 바로 그러한 모습이다. (요약에 오류가 있다면 이민화 교수의 양해를 바란다) 언어를 여기에 대입해 보았다. 지금 세계는 완전한 하나의 경제권으로 좁혀져 가고 있는 창조경제시대이다. 우리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한글을 갈고 닦아야 하며, 글로벌 고객 접점을 넓히려면 영어 구사 능력을 획기적으로 키워야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비교적 확률이 높은 방법이 아닐까. 성균관대 석좌교수·전 지식경제부장관
  • [열린세상] 탈주술에서 재주술로/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열린세상] 탈주술에서 재주술로/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고대 중국의 민간가요 중에 한 젊은이가 하늘을 두고 사랑을 맹세하는 노래가 있다. ‘하늘이시여’(上邪)라는 제목의 노래인데, 그 가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한겨울에 천둥이 치고, 한여름에 눈이 내리고, 하늘과 땅이 맞붙는 날, 우리의 사랑이 다하겠나이다.”(冬雷震震 夏雨雪 天地合 乃敢與君絶) 그런데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절절한 사랑이 아니라 고대에는 한겨울에 천둥이 치는 것을 있어서는 안 될 불길한 현상으로 여겼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 큰 눈이 내렸을 때였다. 사위(四圍)가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번갯불이 번쩍이고 조금 후 “우르릉 꽝” 천둥이 쳤다. 한겨울에 천둥, 번개라니? 그때 문득 들었던 생각은 “무슨 변고가 있으려나?”하는 불안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튿날 아침 북한에서 2인자인 장성택을 즉결 처형했다는 뉴스특보가 전해져 혹시 며칠 전의 기상이변이 우리 한반도의 뒤숭숭한 정세를 예고한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 내지 확신으로 이어졌다면, 우리의 심중에는 고대인을 지배했던 이른바 ‘천인감응설’(天人感應說)이라는 주술적 사고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고대에는 자연현상과 인간의 행위 또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물질, 물질과 물질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기운 같은 것이 흐르고 있어 “비슷한 것끼리 서로 통한다”는 주술적 사고가 보편적이어서 하나의 자연법칙처럼 간주되고 있었다. 풍수에서는 이러한 사고를 정당화하기 위해 ‘동기감응’(同氣感應)이라는 가설을 자주 거론한다. 예컨대 구리 광산에 지진이 나면 그 영향으로 그 광산에서 나온 구리로 만든 천하의 동종(銅鐘)들이 동시에 울린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아마도 인간이 자연 속에서, 자연력의 지배하에 살아가던 고대에 이러한 주술적 사고는 피할 수 없는 우주의 원리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래서 가뭄이 오래 계속되면 비를 오게 하기 위해 불을 피워 연기를 뭉게뭉게 일으켜 강우(降雨)의 주술적 여건을 조성하였다. 경험적으로 구름이 많이 낄 때 비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우(祈雨)의 주술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레인 메이커(rain maker)인 무당을 발가벗겨 뜨거운 한낮의 태양 아래 두어 비를 빌게 하거나(볕에 그을려 타 죽을 때까지 내버려 두었다고 한다) 애꿎은 청개구리를 잡아다 구타하는 흥미로운 사례도 있었다. 청개구리는 영문도 모른 채 붙들려 와서 얻어맞고 울게 될 것이다. 그러면 비가 오리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비가 올 때 청개구리가 울더라는 경험으로부터 유추한 주술적 행위였다. 즉, 청개구리의 울음과 비 사이에는 모종의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그것과 비슷한 여건을 만들어주면 비가 내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인간과 자연이 교감한다는 생각에 기초한 주술적 사고는 근대 이후 과학이 발달하고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 자연을 단순한 물질로 보는 생각이 보편화되면서 서리를 맞는다. 보들레르는 그 시점에서 ‘상응’(相應, Correspondence)의 시를 읊으며 이제는 사물과의 교감이 단절된 인간의 상황을 못내 아쉬워했고, 막스 베버는 바야흐로 인류가 주술의 시대를 벗어나 탈주술의 시대, 곧 근대로 진입했음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과학이 질주하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심중에서 주술적 사고는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 중의 상당수는 여전히 어젯밤에 용꿈을 꾸면 오늘 복권을 사러 간다. 무엇보다도 문학, 예술의 세계는 예나 지금이나 주술적 사고가 지배한다. “비슷한 것끼리 서로 통한다”는 이 생각이 직유와 은유의 기법을 낳지 않았는가? 한겨울의 천둥소리로부터 생각이 너무 멀리 나아갔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의 인식구조는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그렇게 졸지에 이성적이고 과학적이기만 한 단선적인 구조로 변화되지 않았다. 오늘 우리는 천재지변이 있을 때 인간의 행위에 무슨 잘못이 있나 삼가고 반성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던 선인들의 마음가짐을 되새겨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왜인가? 이제 세상은 탈(脫)주술의 시대에서 다시금 자연과의 교감,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감성을 필요로 하는 재(再)주술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천재지변이 있을 때 인간의 행위에 무슨 잘못이 있나 삼가고 반성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던 선인들의 마음가짐을 되새겨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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