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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배우와 거장이 빚어낸 ‘배신의 시대’… 그들은 무엇을 위해 살았나

    명배우와 거장이 빚어낸 ‘배신의 시대’… 그들은 무엇을 위해 살았나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이름만 들어도 ‘명배우’ 수식어가 떠오르는 이들이다. 여기에 거장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연출했다니. 20일 개봉하는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영화는 군인 출신 아일랜드인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니로 분)의 시선으로 1940~70년대 미국의 폭력 세계를 그린다. 실존 인물인 시런은 죽기 직전 “지미 호파를 비롯해 25명을 죽였다”고 주장했다. 호파(알 파치노 분)는 국제트럭운전자조합 ‘팀스터’의 수장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1975년 7월 30일 디트로이트에서 돌연 사라졌다. ‘지미 호파 실종’은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는 백발노인인 시런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트럭 운전사인 시런은 육류를 빼돌리다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한다. 이를 계기로 변호사에게서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 분)를 소개받고, 그의 밑에서 살인 청부업자로 일한다. 영화는 찰스 브랜튼의 논픽션 ‘아이 허드 유 페인트 하우시즈’(I Heard You Paint Houses)가 원작이다. 원작 제목이자 호파가 시런과 통화하며 건넨 첫 마디 “듣자 하니 자네가 페인트공이라는데”에서 ‘페인트공’은 이탈리아 은어로 살인청부업자를 가리킨다. 시런은 버팔리노의 소개로 호파 밑에서 일을 처리하며 신뢰를 얻는다. 그러나 안하무인에다가 독선적인 호파는 버팔리노를 비롯한 마피아들마저 적으로 만든다. 시런은 결국 버팔리노와 호파 사이에서 갈림길에 선다. 영화 상영시간이 무려 3시간 30분이나 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데다 등장인물도 수십 명에 이르지만, 복잡하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일흔을 넘긴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가 저마다 개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면서 축을 단단히 잡은 덕이다. 시각특수효과(VFX)로 구현한 젊은 시절의 모습 역시 자연스럽다. 감독은 관객이 딴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이야기를 끌고 간다. 예컨대 과거를 회상하며 “그놈에게 본때를 보여줬지”라는 대사에 바로 이어 차량 폭파, 총격 살인 장면이 이어지는 식이다. 세련된 장면들도 볼만하다. 시런은 손가락에 버팔리노에게서 받은 커다란 금반지를 끼고 손목에는 호파에게서 받은 금시계를 찼다. 둘 사이에서 방황하는 시런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간간이 터지는 유머러스한 대사를 비롯해 로큰롤, 컨트리 등 당대 미국 대중음악이 영화를 경쾌하게 살린다. 여기에 마피아들이 쿠바 카스트로 정권 전복 시도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당선과 피격,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등 미국 현대사에 연결됐음을 보여주며 현실감을 더한다. 명배우와 거장의 협연으로 빚어낸 영화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배신의 시대’에 이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았던 것일까’라는 묵직한 질문과 공허함이 다가온다. 영화가 끝난 뒤 쉽게 일어나기 어렵다. 209분. 청소년 관람불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일 IT동맹, AI분야 年 1조원 투자… 미중 기술패권에 정면 도전

    한일 IT동맹, AI분야 年 1조원 투자… 미중 기술패권에 정면 도전

    7월 이해진·손정의 만남서 청사진 그린 듯 AI산업 과감한 투자로 시너지 효과 기대 출혈 경쟁했던 핀테크 성장 가속화 전망 전문가 “지역 플랫폼의 한계 뛰어넘어야”일본 최대의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과 대형 포털인 ‘야후재팬’이 18일 통합 경영을 선언한 것은 미국과 중국 인터넷 기업의 전방위 공세에 맞대응하기 위해서다. 현재 글로벌 인터넷 업계는 미국의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과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가 주름잡고 있다. 약 50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야후재팬은 수년 전만 해도 일본 내 1위 포털 사이트였지만 지금은 구글에 밀리고 있다. 웹에서는 뉴스, 지도 서비스 등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어선 이렇다 할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라인도 일본 내에서 8200만명이 이용하며 압도적 1위 모바일 메신저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성장세가 둔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라인과 야후재팬은 경영을 통합함으로써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과 대결을 펼쳐볼 만한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야심을 내비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왓츠앱이나 페이스북 메신저에 밀리지만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서는 1위 업체다. 라인은 동남아 3개국과 일본에 있는 1억 6400만명의 이용자를 바탕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인터넷 기업들과 한판 승부를 벌여 보겠다는 계획이다.한일의 대형 인터넷 기업 동맹은 몇 년 전만 해도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네이버는 2000년에 일찍이 ‘네이버재팬’을 설립했지만 당시 일본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하던 야후재팬에 쓴맛을 봤다. 연달아 실패를 경험하다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전화의 대체 수단으로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라인은 급성장하며 업계 1위로 우뚝 솟았다. 이후 라인과 야후재팬은 각자 모바일 메신저와 포털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라인페이’(이용자 3700만명)와 ‘페이페이’(이용자 1900만명)를 출시해 간편결제 시장 1~2위를 치열하게 다투기도 했다. 두 기업의 동맹 징후는 지난 7월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방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이때 두 회사의 통합 경영에 대한 초안이 잡힌 것 아니냐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더군다나 손 회장은 최근 자신이 주도한 비전펀드가 미국 오피스 공유업체 ‘위워크’의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등 위기를 맞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라인과 손을 잡아 유례가 없는 한일 대형 인터넷 기업의 동맹을 이끌어 내며 분위기 반전을 꾀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 회사가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 통합 경영에 돌입한다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손 회장은 지난 7월 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 관심이 많다. 네이버랩스의 석상옥 대표도 지난달 ‘데뷰 2019’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패권에 대항할 한국 중심의 새로운 글로벌 흐름을 만들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AI 분야에 오랜 시간 공들인 네이버는 한국, 일본, 프랑스, 베트남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AI 연구 벨트’도 계획하고 있다. 동맹을 통해 양질의 데이터가 확보되면 AI 산업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두 회사는 향후 AI를 중심으로 매년 1000억엔(약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핀테크 분야에서도 시너지가 기대된다. 서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대규모 이용자를 바탕으로 시장을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도 소프트뱅크와의 동맹을 발표하면서 “핀테크 분야의 성장을 가속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야후재팬은 ‘재팬넷뱅크’를 가지고 있고 라인은 ‘라인증권’을 발족해 금융 분야에서도 두 기업의 협력이 나올 수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 내에서의 지역 플랫폼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당장의 이슈”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5회] “‘블랙리스트 프레임’ 걸리면 끝장”…겉과 속 다른 행정처에 “선 넘었다”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5회] “‘블랙리스트 프레임’ 걸리면 끝장”…겉과 속 다른 행정처에 “선 넘었다”

    2017년 2월 16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령난 지 일주일 된 한 판사가 사표를 던졌다. 원 소속 법원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겨우 만류됐지만 이 사표는 사법부의 역사를 바꾸는 핵심적인 단초가 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도록 한 이탄희 전 판사의 이야기다. 양 전 대법원장의 법정에 나와 당시 심의관으로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불러 일으킬 만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지시에 순응한 것에 대해 후회를 뱉어낸 판사들이 많았지만 거부하거나 항의한 사람은 없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44회 재판에는 이 전 판사와 함께 기획조정실에 몸담았던 임효량 수원지법 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임 판사는 2016년 2월부터 1년간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당시 기획제1심의관)과 함께 기획제2심의관으로 일했다가 2017년 2월부터 1년간 김 부장판사의 후임으로 기획제1심의관을 맡게 됐다. 이 때 이 전 판사가 임 판사의 후임으로 기획제2심의관으로 발령받았다. ●이탄희 前판사 사직서 전날, 동료 법관 “인권법연구회 겨냥…블랙리스트 프레임 걱정” 이 전 판사가 사직서를 내기 전날인 2017년 2월 15일. 임 판사는 이 전 판사에게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에 대해 설명했다. 바로 사흘 전 법원 내부전산망인 코트넷에 최초 가입한 전문분야 연구회 커뮤니티 외에는 자동 탈퇴 조치가 된다는 공지사항이 게시된 뒤였다. 임 판사는 이 전 판사에게 “중복가입 해소조치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겨냥한 것”이라면서 “‘블랙리스트 프레임’에 들어가면 끝장”이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프레임’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검찰이 묻자 임 판사는 이렇게 답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이해가 부끄럽긴 한데….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당시 문제가 됐는데 당시 인지한 상황은 한 마디로 공식적으로 외관에서는 문제가 안 되지만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형태였습니다. 지원금, 보조금이 등을 특정 예술인을 겨냥해 지원하지 않거나 하는 것이 외관으로는 국가가 지원하는 보조금을 활용하는 재량 범위 안에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불이익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도 당시 중복가입 해소조치는 외관은 예규에서 금지한 중복가입을 이제는 (그동안 지켜지지 않았던) 명문화 된 규정을 시행한다는 것으로 외관상 불법 문제는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한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프레임에 사법부도 자칫 잘못하면 문제가 되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임 판사는 “같이 일할 사람이라서 숨기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처음 만난 날, 제 걱정을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의 주신문에 이어진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반대신문 과정에서는 이렇게도 설명했다. “그 이전까지는 구체적 인식이 없었는데 중복가입 해소조치가 수면 위에 나오고 보니 아직도 기억나는 (당시) 제 생각은 ‘이것은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비슷하게 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의도로 했는지는 드러난 것과 다를 수 있는데 이것은 행정처가 과거 국회에 보냈던 (전문분야연구회 회원수 등의) 자료와 워낙 배치되기 때문에 그게 드러나면 말이 맞지 않게 되고 그걸 해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지 않겠냐 해서 당시 이 전 판사에게는 ‘사법부가 자칫하면 문화계처럼 블랙리스트 프레임에 들면 큰일이다’ 라고 말한 겁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은 “사법부에 파장이 확산될까봐 우려해서 걱정이 되니까 블랙리스트로 확장될 것 같다고 한 것인가, 중복가입 해소조치 자체가 블랙리스트라고 생각한 건가“ 물었다. 임 판사는 “리스트의 개념이 아니고, 실제로 명단이 있는 건 아니니까. 제가 프레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와 비슷한 시대의 비난 같은 게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였다”고 답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한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주는 조치. 임 판사는 행정처에서 근무하던 초반부터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했다고 했다. 임 판사는 “2016년 2월 행정처에 부임하기 전날 주말에 사무실에 갔더니 김민수 부장판사가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인사를 가자’고 해서 휴일인데도 갔더니 임 전 차장이 저보고 ‘인사모를 아느냐’고 물었고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것도 모르냐’는 취지로 얘기해서 뭔데 이렇게 관심이 있나 생각했다”면서 “이후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보낸 메일에도 (인사모 관련) 대법원장에 보고됐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어 되게 관심이 많다는 건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외관은 제도 개선이지만 실질은 특정 모임 불이익…선을 넘었다고 생각” 특히 심의관으로 보임된 지 한 달 만에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에 대해 행정처 간부들이 ‘부정적 인식’이 있다는 생각을 굳혔는데, 당시 기획조정심의관이던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쓴 ‘전문분야연구회 개선방안’(2016년 3월 25일자) 보고서 등을 접하고서였다고 한다. 그는 “3월 말 정도에 박 부장판사의 보고서를 본 시기라 그 무렵에는 인권법연구회나 인사모에 대해 초치를 취하는 거라 알고 있었고 보고서를 보기 전에는 인권법연구회가 인권과 무관한 사법행정 관련 의견을 많이 내서 행정처 간부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임 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이 보고서에 대해 “이후에 있던 경험과 바탕으로 봤을 때 그 보고서는 그런 의미였구나, 결국 외관은 전문분야연구회 개편이지만 실질은 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에 관한 것이었구나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조사 과정에서 뒤늦게 알게 된 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작성한 인사모 폐지 검토 관련 보고서에 ‘인권법연구회 핵심 회원에 불이익을 준다’는 취지로 해외 연수 선발 과정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방안이 담긴 것에 대해 “뒤늦게 보고 당혹스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임 판사는 본격적으로 업무에 들어가며 간부들의 ‘불편함’을 더욱 체감할 수 있었다. 기획2심의관이 된 임 판사는 당시 행정처가 추진한 사법행정위원회를 꾸리기 위한 통합지원단 간사를 맡았다. 사법행정위원회는 사법행정에 법관들의 참여를 넓혀 더욱 많은 법관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한다는 목적으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추진했다. 그러나 막상 위원들이 인권법연구회나 인사모 소속의 법관들로 대거 구성될 것을 우려해 법관 64명을 위원 후보자로 추려 각각의 성향과 특성 등을 파악한 것으로 대법원 진상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법원문화개선위원회, 재판제도발전위원회 등에 각각 1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2016년 4월 11일 사법행정위원회 위촉식을 가졌다. 이 같은 위원회 구성을 두고 임 판사는 검찰의 주신문 과정에서 “정말 (판사들의) 사법행정 참여를 원했다면 더 오픈된 방식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경험한 바로는 위원 구성도 사전에 조율하려고 했던 시도가 보였고 안건도 특정 안건이 제안되면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등의 걱정을 너무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임 전 차장이 (그런 걱정을) 많이 하는 걸로 보여서 사법행정참여에 법관 의견을 반영한다면 좀더 열린 마음으로 하면 좋지 않나, 너무 걱정을 많이 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결국 그게 외관이 (내용보다) 더 관심이었던 것 같다”고 말을 이어갔다. ●“용기내서 적극적으로 나가도 됐는데 너무 걱정해서 오히려 진위 의심받아” 임 판사는 또 “어떻게 보면 용기의 문제라고 해야할까, 어떤 표현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판사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자문기구를 만든다고 할 때 조금 더 당당하게, 적극적으로 나가도 될 텐데 오만 걱정을 하고 그래서 결국에는 실제로 행정처에서 제도를 만들 때 진위가 어떤지 상관없이 의심받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사법행정위원회의 좋은 목적과 취지가 있다면 사법행정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법관들의 참여를 순수하게 넓혀 위원회를 꾸려야 할 텐데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갖고 있더라도 방식이 어긋나면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 아니겠냐는 뜻으로 읽힌다. 임 판사는 이어 “그래서 사법행정위원회라는 것은 결국에는 이제 모양만 갖추려고 하는 전시성 행정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당시 저로서의 걱정이었고,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임 전 차장의 지시가 떨어지고 했을 때는 ‘우리가 위원회를 만들었으니 의견을 잘 들어보자’는 것이 아니라 탈 없이 그냥 (위원회를 통한 의견 반영을) 한다는 것 정도로만 이 아이템을 해소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행정처는 사법행정위원회의 위원 구성 뿐 아니라 위원회에서 다룰 안건도 최대한 행정처에 ‘안정적인’ 내용이 될 수 있도록 검토했다. 임 판사는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사법행정위원회 안건제출 활성화 관련 보고’(2016년 4월 5일자) 문건을 작성했는데 여기에는 검토 배경으로 ‘향후 논의방향에 대한 예측가능성 저하’ 항목 아래 ‘특정 성향 법관이 무리한 안건을 제출하면서 논의를 주도할 경우 위원회가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법관의 의견 대립 장 내지는 특정 성향 법관의 주장 발표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 존재’라는 내용이 담겼다. ‘특정 성향 법관’의 의미를 검찰이 묻자 임 판사는 “(행정처의) 사법행정 방향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법관들을 표현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다만 임 판사는 “(보고서 작성) 지시자가 걱정한다고 해서 보고서에 넣은 것이지 실무지원단에서 그런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특정 성향 법관’이 인권법연구회과 인사모에 속한 판사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행정처 간부들에게는 인권법연구회 등에 속한 판사들이 사법행정 관련 판단에 반기를 드는 경험이 쌓였기 때문이다. 사법행정위원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2016년 2월 ‘법관의 사법행정참여 제도화에 관한 건의문’을 코트넷에 게시한 송오섭 판사도 인권법연구회 회원이었다. 송 판사는 사법행정위원회에 참여할 위원의 3분의 2 또는 과반수를 각급 법원 판사회의에서 선출하자고 제안했다. 이 글이 위원 후보로 추천된 64명의 판사들을 추리고 이들의 특성을 일일이 파악해 나열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된 것으로도 여겨진다. ●“이탄희 사직서 슬프고 안타까워…그런 결정 안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 결국 좋은 목적과 취지로 외관은 그럴싸하게 두면서 내부는 사실상 법관들과의 소통에 두려워하고 비판을 오히려 불이익으로 견제하는 분위기였음을 임 판사는 거듭 언급했다. 자신과 함께 일하게 된 이 전 판사에게 미리 귀띔하고자 중복가입 해소조치가 결국은 인권법연구회 등을 겨냥한 조치라고 얘기해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이 전 판사는 사직서를 냈다. 임 판사는 이 전 판사에게 문자메시지로 ‘새로운 기획조정실을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설득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의 행정처 분위기와 달리 심의관 스스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부서 내 업무처리방식이나 분위기를 충분히 바꿀 수 있다며 두 사람이 함께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자발적인 사직이 아니라 처장님(법원행정처장) 때문에 내린 거라 존중하기 힘들다’는 말을 더했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이 이 말의 의미를 묻자 임 판사는 숨을 한 번 내쉰 뒤 길게 설명했다. “저는 안타까웠던 게 탄희가 만약 기획조정실로 인사발령이 나지 않았으면 안 썼을 사표를, 인생의 계획에 없었던 사표를….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이러이러한 순간에 법관 생활 그만해야지’ 해서 적극적으로 선택한 인생이 아니라 외부의 환경 때문에 내린 결론이라면 그건 저는 본인의 인생에서 슬프고 안 좋은 결정이 아닐까…. ‘내가 이런 것을 하기 위해 사표를 써야지’가 아니라 외부적 조건이, 원하지 않는 조건이 생겨서 썼다는 게 슬프고 안 좋아서 탄희한테 인생에서 그런 결정은 안 했으면 좋겠다, 네가 외부 조건 때문에 안 했을 행동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입니다.” 이 전 판사의 사직서는 반려됐고 이 전 판사는 원래 소속이던 수원지법 안양지원으로 복귀했다. 대학 선후배면서 사법연수원 동기로 가까웠던 두 사람의 운명이 갈렸다. 다만 임 판사는 자신 역시 이후 기획조정실의 핵심 업무에선 배제됐다고 털어놨다. 이 전 판사가 사직서를 낸 뒤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이 전 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나와의 대화내용을 임 판사에게 말하지 말라”면서 “이 판사가 행정처에 온 것은 나의 추천도 있다”, “인권법연구회랑 중복가입 해소조치는 무관하다”는 말을 하며 사직을 만류한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임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기획조정실에서 진행된 일에서 저도 약간 배제됐습니다. 제가 너무 태도가 불량해서인지, 여러 이유에서인지. 업무 진행과정에서 저한테 어떤 내용이 진행되는지 공유된 게 없었고 아마 제 생각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저는 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저랑은 공유하지 말라고 얘기한 듯 합니다.” 임 판사는 2017년 9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뒤 김 대법원장의 지시로 ‘법원행정처(사법행정)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작성했다. 거기에 임 판사는 ‘무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 ‘양립할 수 없는 지위의 혼동’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행정처) 시스템 문제가 크기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자칫 특정 한두 명의 문제라고 치부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적었고, 근본적으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더 큰 문제 아니냐는 생각을 해서 정리해봤다”고 이유를 밝혔다. 일선 법원에서와 달리 행정처에서는 상명하복 위계질서가 있는 구조가 있어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야만 하는 분위기라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도 보인다. 임 판사는 양립할 수 없는 지위에 대해서도 “법원행정처에서 법관끼리 상급자와 하급자로 일하다가 대등한 재판부로 일하면 과거의 위치관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사법행정에 참여하는 법관과 재판에 임하는 법관 사이의 괴리와 혼동을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이 보고서에 증인은 행정처를 법관이 아닌 사람으로 채워야 한다고도 기재했는데 행정처 심의관은 법관인가?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인가?” 물었다. 임 판사는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행정공무원”이라고 답했다. 보고서엔 ‘상고법원 도입 위해 법관들이 전방위적인 입법로비를 했다는 기사도 났다’, ‘(행정처로부터) 해당 재판장에게 전화가 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내용도 언론 보도내용을 참고했거나 자신의 추측이라며 포함시켰다. 다만 임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행정처의 문제점을 알아보라고 한 뒤 이후 별 말이 없어 이 보고서를 김 대법원장에게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열린세상] 심는 대로 거둔다/박주용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열린세상] 심는 대로 거둔다/박주용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심는 대로 거둔다는 점에서 교육은 농사와 비슷하다. 콩을 심었는데 팥이 나지 않듯이 지식을 심었는데 생각이 열매로 맺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은 맞는다. 하지만 지식에서 오는 힘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 지식을 쌓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어렵게 쌓은 지식도 사용하지 않으면 쉽게 망각한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분야에서는 금세 쓸모가 없어지기도 한다. 가장 심각한 한계는 지식이 많다고 해서 저절로 생각을 잘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보여 주는 실증적 연구 중 두 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물리학과의 바오와 동료 연구자들(2009)은 중국과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역학ㆍ전자기와 관련된 지식을 묻는 시험을 보게 했다. 그 결과 미국에 비해 중국 대학생들이 월등하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차이는 수업 시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 한 학기 혹은 두 학기 정도 물리학을 듣고 대학에 진학하는 데 반해 중국 학생들은 10개 학기를 듣는다. 따라서 중국 대학생들의 관련 지식이 더 많다. 그런데 과학적 사고력 시험에서는 두 나라 대학생들 간에 평균은 물론 점수 분포에서 차이가 없었다.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중국 대학생들이 미국 대학생에 비해 생각을 더 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딩과 동료들(2016)의 연구 결과는 이보다 더 놀랍다. 이들은 중국의 대학 순위에서 상위 30위권 이내의 상위권 대학과 100위에서 150위 사이의 중위권 대학의 재학생을 학년별로 나누어 과학적 사고력 시험을 보게 했다. 그 결과 상위권 대학의 평균이 중위권 대학의 평균보다 높았고, 전공에 따른 차이가 관찰됐다. 그렇지만 중위권에서는 물론 상위권 대학에서도 학년이 올라가도 점수 변동이 없었다. 즉 열심히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면서 지식을 쌓았지만, 사고력에서 성장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중국 대학의 교육 방식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우리의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두 나라의 학생들은 모두 많은 시간을 들여 엄청난 양의 지식을 습득하지만, 그 덕분에 생각을 더 잘하게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사고력을 향상시키지 못하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토론과 글쓰기다. 소위 명문 교육 기관들은 토론과 글쓰기를 강조하는 방법으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뉴햄프셔주에 있는 명문 사립 고등학교 필립스 엑스터 아카데미의 하크네스 수업과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튜토리얼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하크네스 수업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원탁에 둘러 앉아 토론한다. 수학 수업도 이렇게 하는데, “사고하라, 토론하라, 그리고 질문하라”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로운 토론이 장려된다. 옥스퍼드대학의 튜토리얼에서는 교수가 제시한 문제에 대해 에세이를 쓴 다음 서너 명의 학생이 교수와 토론을 벌이도록 한다. 좋기는 하지만 교수와 대학원생 튜터가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비싼 방법이다. 이 때문에 영국 내에서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유지되는 한 이유는 ‘옥스퍼드 튜토리얼’이라는 책에 나오는 졸업생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옥스퍼드를 떠날 때 유럽의 다른 지역이나 미국의 대학 졸업생에 비해 적은 지식을 머리에 담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지혜를 함양하게 됐다. 그것은 바로 비판정신이다.” 지금처럼 많이 가르치는 교육은 짧은 시간 내에 박식한 졸업생을 키워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졸업생을 키워 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영국 출신으로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였던 화이트헤드(1929)가 말했듯이 “박식하기만 한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많이 알기는 하는데, 그 지식을 활용하거나 발전시키는 인재를 키워 내지 못하면 인공지능(AI) 대학원이나 빅데이터 연구원을 몇 개 더 만든다고 해도 다른 선진국들과의 교육 경쟁력에서 승산이 없다. 지금이라도 토론과 글쓰기로 생각을 키우는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 한국불교 30년 후 어떤 모습일까

    ‘30년 후 한국불교는 어떤 모습일까. 또 불교는 무슨 역할을 담당해야 할까.’ 한국불교 맏형 격인 조계종단이 30년 뒤 한국불교의 미래와 역할을 스님들에게 직접 묻는 대대적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불교사회연구소는 오는 연말까지 법랍 10년 이상 조계종 모든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국불교의 미래설계를 위한 설문 조사에 돌입한다고 12일 밝혔다. 조계종을 포함한 한국불교의 중장단기 과제와 전략 수립에 대한 기초적인 여론을 스님들에게 직접 묻는 종단 차원의 첫 설문 조사다. 지금 한국불교는 출가자 감소와 인공지능(AI)의 등장, 수행체계의 변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번 설문 조사는 그런 위기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시행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선 설문 대상이 방대하다. 전국 25개 모든 교구, 법랍 10년 이상인 스님 9455명이 해당된다. 설문 조사는 결계와 포살법회 등 대중 모임이 열릴 때 방문 조사를 통해 이뤄진다. 설문 내용도 무려 102개나 된다. ‘스님이 바라는 신도상’, ‘시대변화에 따른 사찰의 역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출가자 감소’, ‘종단의 미래지향적 종책’, ‘시대에 맞는 신행과 계율’, ‘청규와 수행’ 등이다. 조계종은 교구, 법랍, 연령, 거주공간, 성별 교차 분석을 시행한 뒤 연내 결과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장 원철 스님은 “지금은 급속하게 진행되는 출가자 감소와 탈종교화 등 개개인의 위기가 아닌 종단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라면서 “불교의 지속가능한 존립과 발전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가늠하고 종책을 개발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AI 국가 실현에 필수” vs “개인정보 침해 우려”

    “AI 국가 실현에 필수” vs “개인정보 침해 우려”

    文대통령 “데이터경제 실현 위해 필요”시민단체, 사생활 침해 부작용 더 커 “국가·기업의 국민 감시·차별 심해질 것”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둔 ‘데이터 3법’을 놓고 시민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데이터 3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데이터 경제’와 ‘인공지능(AI) 국가’ 실현에 필수라며 연내 처리 의지를 명확히 한 법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사회적 논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크다”고 주장한다. 12일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는 국회 정론관에서 ‘정보인권 침해하는 데이터 3법 개악 중단’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을 포괄하는 말이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에는 기업이 수집, 활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 범위를 확대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줄곧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개인정보 처리 때는 정보 주체의 개별 동의를 받아야 해 기업이 고객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는 고객 데이터를 클라우드 업체로 옮기거나 다른 업종의 데이터와 결합해 활용하는 일이 모두 불가능하다”면서 “고객에게 일일이 이메일을 보내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한다. 이에 대통령과 여당이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고, 쟁점법안도 아니라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사생활 침해, 데이터 관련 범죄 증가, 국가와 기업의 국민 감시 및 차별 심화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상희 참여연대 정보인권사업단장은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쓰는 한국은 개인정보가 유출되기 쉬운 구조다. 지금도 국내에선 대량의 정보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서 “민감한 개인정보를 경제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가공·판매하게 한다는 건 국민의 사생활을 모두에게 노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보유한 환자의 질병 정보가 무방비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가명 정보’로 처리한다 해도 개인 정보를 드러내는 ‘재식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성병, 정신병 등 개인이 숨기려는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강릉에 모인 국제영화제 수장들 “콘서트 같은 영화제 어떤가요”

    강릉에 모인 국제영화제 수장들 “콘서트 같은 영화제 어떤가요”

    지난 9일 강원 강릉의 명주예술마당에서는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중심으로 세계 9개국 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예술감독 14명이 한자리에서 21세기의 첫 20년을 돌아보고 향후 80년을 내다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올해 첫발을 내디딘 강릉국제영화제의 국제포럼 ‘20+80’에서 이들은 넷플릭스 같은 OTT(실시간 동영상 서비스)의 풍랑 등 격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영화와 영화제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고견을 전했다. ●한일 갈등으로 日영화제서 한국 작품 위축 세계 각국의 영화제들이 자국 정부의 검열과 정치적 압박, 예산 문제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은 대동소이했다. 첫 개막 후 4년간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은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는 그 대가로 중국·대만 영화와 정치적인 내용이 담긴 영화를 상영 금지하는 등의 전방위적 압력을 받았다. 마에다 슈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한일 정치 갈등 등으로 초청한 한국 영화에 대한 관객수가 더욱 줄어들어 예산 감축에 들어갔다”고 했다. 1990년대 옛 소련 정부의 만성적인 검열에 시달렸던 모스크바국제영화제는 이후에도 정부보다는 스폰서의 보조에 기대고 있다. 키릴 라즐로고프 모스크바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그러나 2008년부터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예산이 삭감됐다”며 “영화제 기간을 10일에서 8일로 줄이고 경쟁 부문에서도 각 작품의 감독들만 초청하기로 했다. 영화제 기간을 다시 늘리고 싶어도 못했다”고 말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영화제 위상이 추락한 것에 대한 진단도 줄을 이었다. 히사마쓰 다케오 도쿄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20여년 전 도쿄영화제에서 영화 ‘타이타닉’을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제작 국가를 제외한 첫 상영)로 선보일 정도로 일본은 할리우드의 ‘넘버원 시장’이었다”며 “지금은 불법 복제된 영화들이 이미 상영 전에 유포돼 더이상 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도쿄에 오지 않고 있다”고 한탄했다. ●함께 보는 영화… 4D 넘어 5D 극장 필요 각국의 영화인들은 영화제가 여전히 영화를 함께 보고 감상을 공유하는 축제의 장으로 기능한다는 것에는 공감대를 같이했다. 마르틴 테루안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오늘날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도, 젊은 세대들은 콘서트나 공연장에 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영화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영화제가 콘서트와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더욱 주목해야 할 역할로 영화의 인간적인 면모,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라즐로고프 집행위원장은 젊은 세대와도 소통할 수 있는 키워드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예로 들며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극영화라든지, 실험적인 작품들을 영화제에서 어떻게 소개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영화 스스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윌프레드 웡 홍콩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향후 AI의 활약으로 번역이 자동으로 이루어져 자막 작업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며 “4D를 넘어서는 5D의 도입 등 모든 영화관들이 콘텐츠나 외형 모두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세계화” vs “지역성 강화 ” 이날 연사들 간에 영화제가 콘텐츠 세계화에 더욱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과 지역성에 기반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눈길을 끌었다. 웡 조직위원장은 홍콩에서 이뤄지는 중국과의 영화 공동 제작 작업을 소개하며 “훌륭한 예술 영화임에도 배급 시스템이 미비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제가 전 세계적인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는 창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뮤얼 하미에르 뉴욕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역적으로 가까운) 동아시아의 경우에도 역사 문제로 소통에 제약이 있다”며 “미국에서는 볼 수 있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한국에서는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각기 다른 시장에 제공하려고 하는 초파편화 현상, 로컬리제이션(지역화)이 추세”라고 지적했다. 강릉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AI 예술혼… 갤러리를 채우다

    AI 예술혼… 갤러리를 채우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아이아갤러리의 작품들은 꼭 작가가 누군지 알고 나서 봐야 한다. 그러지 않고 언뜻 갤러리를 둘러봐선 여느 회화전과 차이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캔버스 옆에 적힌 작가의 이름을 보면 대부분 ‘페인틀리AI’, ‘이메진AI’라고 돼 있다. 화가가 외국인이거나 특이한 예명을 지닌 것이 아니다. 아이아 갤러리에 걸려 있는 작품들은 인공지능(AI) 화가가 예술혼을 불태운 결과물들이다. ●인공지능·인간 화가 협업 ‘독도’ … 펜화 1000만원, 채색화 2000만원에 팔려 AI를 활용한 그래픽 스타트업 기업인 ‘펄스나인’은 지난달 31일 국내 최초로 AI의 작품을 전문으로 하는 갤러리를 열었다. 펄스나인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엔진들의 작품을 전시한 곳이다. 2018년 10월 인공지능 화가 ‘오비우스’의 작품 ‘에드몽 드 벨라미’가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예상 낙찰가 1만 달러보다 40배 높은 43만 2000달러(약 5억원)에 낙찰돼 큰 화제를 모은 것처럼 국내에서도 AI 작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단 12월까지만 시범 운영한 뒤 향후 AI 작품 갤러리의 운영 방향을 고민할 방침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여겨볼 작품은 이메진AI와 두민(43) 작가가 협업해 만들어 낸 독도 연작이다. 독도가 바닷물에 비친 모습을 AI가 한지에 푸른색 잉크로 표현해 냈고 두민 작가는 그 위쪽에 붉은색 펜으로 독도를 그려 내 작품을 완성했다. 독도는 붉은색, 그것이 물에 비친 모습은 파란색으로 표현돼 태극 문양이 연상되기도 한다. 작품을 가까이서 보면 두민 작가가 그린 부분은 획 하나하나에 인간이 펜으로 그렸다는 점이 확연히 느껴지는데 이메진AI가 맡은 부분은 정제된 형태로 인쇄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코뮨위드 펜화)은 아트 펀딩을 통해 1000만원에 팔렸다.●이메진AI, 이미지 2000장 학습… 홀로 독도 여름·가을 추상화 완성 코뮨위드 채색화 작품도 이메진AI와 두민 작가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위쪽의 독도는 두민 작가가 서양화풍으로 그렸고 바닷물에 비친 독도의 모습은 이메진AI가 동양화풍으로 그려 대비를 이루고 있다. 펄스나인 개발자들이 이메진AI에게 수많은 동양화 이미지를 보여 주며 학습시킨 뒤 그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도록 한 것이다. 인간과 AI가 각자 그려 낸 독도는 한 캔버스 안에서 서로 닮은 듯, 아닌 듯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코뮨위드 채색화는 펀딩을 통해 2000만원에 판매됐으며 현재는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에 전시돼 있다. AI와 협업해 작품을 만드는 일을 개척한 두민 작가는 “기사를 통해 AI아트에 대해 알고는 있었는데 실제 제안이 들어오자 호기심이 생겼다.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이 자극됐다”면서 “AI가 동양화풍 독도를 수백장 그려 내면 그것이 한 개도 똑같은 게 없었다. 그중에 나의 생각과 맞는 것을 한 가지 골라 작품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AI라는 새로운 도구가 생겨서 자극된다. 앞으로 이를 시대에 맞게 활용하는 작가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한 가지 주제로 AI와 인간이 그림을 그려 한 전시관에서 보여 주는 2인전이 가능하다. 아니면 한 작가의 철학과 기술을 학습한 AI가 해당 작가 사후에 이어서 그림을 그리도록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아 갤러리에는 이메진AI가 홀로 그린 독도 작품도 있다. 2000여장의 독도 이미지를 학습해 여름과 가을의 독도를 표현해 냈다. 물방울 같긴 하나 무엇이라고 꼬집을 수 없는 이미지가 화면을 가득 채운 추상화다. 두민 작가와 협업한 코뮨위드에서는 동양화풍으로 독도를 그려 달라고 주문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굴레를 주지 않으니 학습 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 같은 화면을 뽑아냈다. ●창작자의 도구로 개발된 ‘페인틀리AI’… 수첩 등 기념품 제작에 활용도 페인틀리AI는 이메진AI보다는 덜 도전적이지만 좀더 대중적인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이번에 전시된 페인틀리AI의 작품은 주로 기존에 있는 이미지에 변주를 가하는 방식이었다. 멕시코의 여성 화가인 프리다 칼로나 스페인 출신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초상화에 부분적으로 다시 채색을 하는 방식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재창조해 냈다. 팝아트나 후기인상주의 화풍으로 그린 작품들도 있다. 해당 작품들은 20만~30만원선에 책정돼 있다. 펄스나인은 연예기획사와 협업해 가수들을 모델로 한 AI 작품들을 판매하거나 의뢰인의 반려동물 사진을 AI 작품으로 만들어 이를 활용해 머그컵이나 수첩 등을 제작하는 방향으로도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AI 작품을 프린트로 인쇄하는 방식이지만 해외의 AI 화가들처럼 로봇팔을 이용해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방식도 시도해 볼 수 있다.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는 “페인틀리AI는 창작자의 도구로 개발됐다. 창작자가 의도한 바를 명확히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발전한 형태의 포토샵과 같은 기능으로 키우려 한다. 이메진AI는 사유할 수 있는 예술가로서 다른 예술가들과 영감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하도록 했다”면서 “AI가 예술 분야에서도 인간을 능가한다기보다는 앞으로는 하나의 미술 사조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시진핑 ‘블록체인 굴기’ 야심… 안보·통제 도구로 쓰는 첨단기술

    시진핑 ‘블록체인 굴기’ 야심… 안보·통제 도구로 쓰는 첨단기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블록체인 띄우기’에 나섰다. 블록체인을 핵심 기술로 삼아 혁신의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강조한 것이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달 24일 열린 집권 2기 제18차 공산당 중앙위원회(당중앙) 정치국 집단학습을 주재하는 자리에서 “블록체인 기술 적용이 디지털금융과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제조, 공급망 관리, 디지털 자산거래 등의 분야로 확대됐다”며 “세계 주요국들도 블록체인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중국도 블록체인 기술개발과 산업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 주석이 직접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중국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적극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당중앙정치국 집단학습은 국가 주요 현안에 대해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초빙해 강의를 듣고 난상토론을 벌이며 ‘열공’하는 행사다. 당의 결속과 일체감을 강화하고 국가 주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서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체제가 출범한 2002년 12월 공식화된 뒤 후 전 주석이 집권한 10년 77차례, 시 주석이 취임한 이후 61차례를 포함하면 이번이 138번째 행사다. 시 주석의 독려에 관련 당국은 앞다퉈 후속 조치를 내놨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6일 블록체인 기술 확산과 육성을 핵심으로 하는 ‘미마법’(密碼法)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블록체인 기술을 2종류(핵심·보통, 상업용)로 나눠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핵심·보통 블록체인은 국가 기밀을 담은 정보처리에 해당하는 기술로 정부 통제하에 둔다는 계획이다. 상업용은 민간 대상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활용되는 기술을 뜻한다. 법안은 내년 1월부터 발효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선제적으로 블록체인 분야의 법제화를 통해 관련 산업 육성을 촉진하는 한편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리스크 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나섰다고 평가했다. 쩡랴오위안(曾遼原) 전자과기대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관련 규정이 없을 경우 통제 불능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우유쥔(周友軍) 베이징항공항천대 교수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술 관리에 대한 당국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국유기업도 설립했다. 국유기업인 국가전망공사(國家電網·State Grid)의 자회사 국망전자상무(國網電子商務)는 27일 100% 출자해 국망블록체인(國網區塊)과기공사를 설립했다. 중국 최대 전력회사인 국가전망은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國資委)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국가전망은 이전부터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주도해 왔다. 블록체인 기술을 전력 IoT 등과 같은 분야에 접목해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계약과 전력결산, 공급망 금융, 전기료 금융, 빅데이터 신용정보 등의 핀테크(기술금융) 상품을 잇따라 내놨다. 국망블록체인은 전력 IoT를 위한 슈퍼 네트워크, 시장 공정거래 안전 인프라, 디지털경제 신용 보장 등 분야의 블록체인 기술을 본격 개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 주석은 블록체인 산업 측면보다 ‘블록체인 플러스(+)’, 즉 민생 분야에 끼치는 영향에 더 주목한다. 그가 언급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블록체인 기술을 공산당원 당성(黨性) 강화교육에 활용하는 웹사이트가 등장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인민일보 웹사이트 인민망(人民網)은 26일 “초심을 잊지 않고 사명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다”(不忘初心 牢記使命) 당원교육 웹사이트 ‘블록체인 위의 초심’(上初心)을 개설했다. ‘초심’은 2017년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시 주석이 늘 강조하는 말이다. 처음 당원이 됐을 때 가졌던 “인민을 위해 봉사하겠다”(爲人民服務)는 마음을 잊지 말라는 ‘엄명’이다. 당원의 초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다잡기 위한 ‘툴’(도구)인 셈이다. 당원이 사이트에 들어가 자신의 ‘초심’을 기록하면 ‘초심’ 블록이 생성돼 영구히 보관된다. 당원은 자신의 온라인 비밀 열쇠를 받으며 세 개의 선택권이 주어진다. 첫 번째는 자신이 적은 초심을 인터넷 ‘타임캡슐’에 보관하다가 자신이 입당한 날이나 당 창건일 등 특정한 날에 온라인 비밀 열쇠로 타임캡슐을 열어 초심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사이트 내 ‘초심벽(wall)’에 직접 초심을 적어 대중에 공개하는 하는 방법이다. 다른 당원들이 초심을 지켜보기 때문에 나의 초심이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세 번째 방법은 초심을 미래의 나에게 메일로 보내는 것이다. 자신이 수신하고자 하는 메일의 미래 날짜를 미리 설정한다. 미래에 받아 볼 메일은 ‘인민당건운’(人民黨建云)이라는 플랫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때는 온라인 비밀 열쇠는 필요 없다. ‘블록체인 위의 초심’은 9056만명(2018년 기준)에 이르는 공산당원의 당성을 강화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생활에 접목하는 시 주석의 ‘블록체인+’ 주문은 “블록체인 표준화 연구를 강화하고 국제적인 발언권과 규칙적인 제정권을 높이라”는 그의 언급에서 보듯 차세대 첨단산업에서 헤게모니를 거머쥐겠다는 야심이 숨어 있는 것이다. 자본유출 상황을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점도 블록체인 개발에 속도를 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황이핑(益平) 베이징대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에 접목되면 실시간으로 자본유출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며 “국가외환관리국이 추진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자본 유출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중국이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가상화폐 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투기 광풍 속에 가상화폐공개(ICO)를 금지하고 거래소를 폐쇄하는 등 규제 고삐를 조였다. 지난해엔 가상화폐 채굴업체에 전기 공급을 차단하고 개인 간(P2P) 거래도 금지시켰다. 중국 내에서는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나 플랫폼 접근이 불가능하며 거래를 위한 은행 서비스도 전면 금지된 상태다.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AI),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등과 함께 핵심기술 중 하나다. 중앙서버(대형 컴퓨터)가 아닌,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 컴퓨터에 리얼타임으로 거래 내역을 남김으로써 누구나 거래 과정의 문제를 즉시 파악할 수 있다. 수많은 복사본을 한꺼번에 조작하는 것도, 중앙서버를 해킹하는 것도 불가능해 가장 안전한 보안기술로 꼽힌다. 때문에 세계 각국과 기업들이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중국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 왔다. 중국 국무원은 2016년 말 내놓은 13차 5개년 국가정보화계획(2015~2020년)에 블록체인을 IoT, 빅데이터, AI, 클라우드컴퓨팅 등과 함께 중점 육성해야 할 신기술에 포함시켰다. 중국 인민은행은 2017년 디지털화폐를 발행해 시범 운영했고 지난 3월 블록체인등록오픈플랫폼(BROP)도 설립했다. 올 들어선 푸젠(福建)성과 충칭(重慶), 후난(湖南)성 창사(長沙) 등 중국 10여개 성·시가 블록체인산업을 중요 업무에 포함시켰다. 알리바바(阿里巴巴)와 텅쉰(騰訊) 등 인터넷 대기업들도 블록체인 개발에 동참다. 알리바바는 2016년 미 블록체인 스타트업 심비온트에 400만 달러(약 47억원)를 투자했고 현재 식품안전과 모조품 방지, 의료정보 지원, 자선기부금 관리 분야 등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다.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도 2016년 5개를 시작으로 블록체인 관련 특허 27개를 획득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KISDI, ‘디지털 전환과 포용사회’ 심포지엄 11월 8일 개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김대희)은 오는 11월 8일(금) 양재동 스포타임 멜론홀에서 ‘디지털 전환과 포용사회’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포용사회 구현을 위한 디지털의 기능을 구체화하는 한편,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사회 역동성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를 논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포용’은 우리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경제저성장 추세와 소득격차, 기회 불균등으로 인한 사회지속가능성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추구하는 핵심 가치이며, 포용사회는 그러한 가치가 실현되는 사회이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디지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 디지털에 의해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이들을 어떻게 포용할지, 디지털로 인한 새로운 기회와 혁신의 혜택이 고루 분배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논한다. 세부 발표 주제는 ‘포용적 성장과 사회이동성 제고를 위한 디지털 전략’, ‘디지털 포용 전략 도출을 위한 프로파일링’, ‘디지털 포용 정책을 위한 재원 조달 다변화 방안’, ‘지능정보기술 기반의 공공서비스 혁신 방안’ 등이다. 첫 번째 발표자인 주병기 서울대 교수는 경직된 사회이동성 완화와 교육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을 연결한다. 특히 교육격차완화 및 저소득층 돌봄의 일환이기도 한 기존의 방과후학교 제도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 등을 통한 선순환 모델을 구상한다. 조성은 KISDI 연구위원은 새롭게 정의되는 디지털 격차를 조망하고 전통적 디지털 소외계층이 아닌 일반 이용자 집단에서의 새로운 소외 요인을 찾아본다. 이와 함께 기존의 정보격차해소정책사업을 검토하고 낡은 정책에 대한 새로운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선지원 KISDI 부연구위원은 ‘디지털 포용 정책을 위한 재원 조달 다변화 방안’을 제시한다. 이 주제는 자동화된 불평등을 비롯해 여러 지능정보기술 역기능 대처에 필요한 사회 정책과 그에 따른 사회비용 발생을 고려한, 추가 재원 확보 방안과 연결된다. 최근 이슈가 된 로봇세, 디지털세 등의 적정성을 고찰하고 재원 조달 다변화를 위해 추진할 수 있는 장단기 정책과제를 짚어낸다. 마지막으로 문정욱 KISDI 부연구위원이 발표하는 ‘지능정보기술 기반 공공서비스 혁신 방안’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모든 국민이 공공서비스의 혜택을 고르게 누릴 수 있는 방안을 고찰한다. 국민의식의 성장, 각 집단 및 개인의 특성이 반영된 다양한 사회적 수요, 그리고 공공서비스의 고도화를 기대하는 국민눈높이에 맞춘 공공서비스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서비스 단계별 개선 방안을 제안한다. 개별 발표 후 마지막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디지털 전환과 포용사회’라는 화두 아래 토론 시간을 갖는다.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를 좌장으로 하여 “모든 사회구성원이 급속한 디지털 전환에서 배제되지 않고, 디지털 기반으로 구현되는 사회적 혜택을 함께 누리는 사회 구현”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지를 폭넓게 논의한다. 이 자리에는 발표자들뿐만 아니라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손상영 KISDI 선임연구위원, 성욱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이은정 인제대학교 박사가 참여해 공학, 경제학, 행정학, 법학, 커뮤니케이션학 등 다양한 사회과학적 시각의 토론을 전개한다. 또한 심포지엄에 온 일반 시민 모두가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 본 심포지엄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홈페이지(http://www.kisdi.re.kr) 및 온오프믹스(https://onoffmix.com/event/199037)에서 무료 사전등록을 통해 참여 가능하며, 당일 현장등록도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수능 대박을 바라옵고 비옵나이다 - 경산 갓바위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수능 대박을 바라옵고 비옵나이다 - 경산 갓바위

    #경산갓바위 #수능대박 #기도발 ※ <보기>를 읽고 괄호 안에 들어갈 알맞은 단어를 고르시오. (보기) 설악산 봉정암, 팔공산 갓바위, 석모도 보문사,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 여수 향일암, 운문사 사리암, 안성 칠장사, 영천 돌할매, 청도 운문사 사리암 (문제) “우리나라 곳곳에는 ( )이/가 잘 받는 영험(靈驗)한 곳이 많아!” 1번. 약발 2번. 구둣발 3번. 스트레스 4번. 기도발 5번. 옷발당연히 정답은 ‘4번, 기도발’이다. 물론 지역이나 종교, 개인마다 보는 관점 혹은 바라는 바에 따라 ‘기도(祈禱)발’이 잘 듣고 받는 공간은 다르겠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사찰’을 중심으로 기도 장소는 이름난다. 이중에서도 유독 ‘시험 합격’을 바라는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이 즐겨 찾는 ‘기도발’ 좋은 곳으로는 팔공산 갓바위를 포함하여 문경새재 책바위, 의성 비봉산 적조암, 김제 성모암, 관악산 불꽃바위 등이 유명하다. 이맘때쯤이면 수능을 앞둔 수험생 학부모들의 간절함과 염원이 모여 드는 곳, 경산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 보자. #소원성취 #통일신라시대 #의현대사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경산에 위치한 ‘갓바위’는 늘상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나 학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특히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 등 전국적인 고사(考査)가 있는 경우라면 해발 850m 팔공산 남쪽 관봉(冠峰) 정상 80평 좁은 마당은 인파로 가득 찬다.갓바위가 있는 팔공산 선본사(禪本寺) 공용주차장에서 갓바위 정상까지 올라오는 길은 가히 고문수준이다. 63빌딩 계단 오르기는 준비 운동 수준이라고나 할까. 관봉(冠峰) 정상 갓바위에 빨리 올라가는 다른 요령이나 지름길은 없다. 나랏님이 아니라 옥황상제가 오셔도 묵묵히 첫 계단부터 밟고 올라야 한다. 더구나 정성을 다해야만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계단을 거의 기어오른다. 그래도 세상 공평하게 누구나 똑같이 자기발로 한발 한발 딛고 오르니 마음만큼은 편하다. 오체투지(五體投地)가 눈앞에서 이루어지고 삼보일배(三步一拜)가 아니라 일보일배(一步一拜)의 기적(?) 끝에 만나는 불상이 ‘갓바위’다. 갓을 쓰고 있다고 해서 갓바위인지, 아니면 요샛말로 ‘갓느님’의 ‘갓(God)'바위인지도 모를 만큼 심장은 터질 듯 다리가 흔들린다. 그래도 자녀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정성스레 새긴 ‘합격 소원지’는 구김 하나 없이 가슴에 품고 있다.사실 ‘갓바위’는 바위가 아니라 팔공산 관봉(冠峰, 해발 850m)에 위치한 5.48m 크기의 석조여래좌상(보물 제 431호)을 말한다. 선비나 과거 급제를 한 사람이 머리에 쓴다는 ‘관(冠)’ 모양의 두께 15cm, 지름180cm 판석이 머리 위에 올려진 불상을 예로부터 그냥 '갓바위'로 불렀다.지금도 ‘갓바위’의 정확한 조성 연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민머리 위 상투 모양이라든지 굵고 짧은 목에 나있는 3줄 주름인 삼도(三道), 풍만하지만 경직된 얼굴, 형식화된 옷주름, 탄력성이 없는 평판적인 몸통은 전형적인 8세기의 불상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9세기 통일신라시대 불상의 투박한 특징만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선덕여왕 시절 원광법사의 수제자였던 의현대사가 어머니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갓바위’는 누구든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전설이 지금껏 내려오고 있다. 부모에게 남은 오직 ‘한 가지 소원’은 자녀를 위해 남겨 둔다 . 갓바위 계단길은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계단길이 아닐까. <팔공산 갓바위에 대한 방문 10문답> 1. 방문 추천 정도는? - ★★★☆( ★ 5개 만점) - 등산 목적으로 올라도 좋은 코스다. 2. 누구와 함께? - 부모님들이, 시험을 앞둔 수험생, 등산을 좋아한다면 3. 가는 방법은? - 경북 경산시 와촌면 갓바위로 699 - 첫 번째는 동화사를 지나 대구 시내버스가 들어오는 <갓바위 시설지구>에서 올라오는 방법인데 도보로 약 50분 정도가 걸린다. 두 번째는 관봉 동쪽의 선본사에서 올라오는 방법으로 승용차를 이용하는 경우나 하양에서 시내버스(803번)를 이용하는 경우 주차장에서 도보로 약 30분 정도로, 첫 번째 방법보다 좀 더 짧은 도보 시간으로 갓바위를 오를 수 있다. 4. 갓바위의 특징은? - 시험 합격을 바라는 부모님들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주로 어머님들이 많다. 5. 유명도는? - 수능을 앞둔 11월이면 인파가 몰린다. 평소에도 사람들이 많이 오른다. 6. 갓바위 관련 다른 여행정보는? - 공용주차장에서 도보로 일주문까지 오지 말고,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셔틀버스는 양초나 커피를 구입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7. 토박이들로부터 확인한 추천 먹거리는? - 선본사 아래에 여러 식당들이 많다. 옻닭 ‘부자백숙’, 닭백숙 ‘시골집’, 호박전 ‘솔매기식당’, 능이버섯 ‘산채식당’, 미나리삼겹살 ‘가마솥논매기’. 8. 홈페이지 주소는? - 요금 및 운영 관련 자세한 내용은 http://www.seonbonsa.org/index.html 으로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동화사, 삼성현역사문화공원, 경산 최무선과학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오르는 길이 정말 가파르고 힘들다. 호흡곤란으로 실신하는 경우가 실제로도 많다. 갓바위가 있는 산 정상까지 오르는 것만으로도 정성은 다 한 듯하다.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면서 자녀가 수험준비를 하면서 느꼈던 고통을 부모님들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열린세상] 정치는 문화를 통해야만 구원?/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치는 문화를 통해야만 구원?/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요즘은 유튜브 영상이 워낙 많아 이리저리 보는데 우연히 장기표씨의 유튜브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한국의 여타 정치인과 너무도 다른 발언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그에 대해서는 운동권의 신화적 존재라든가 수억원이나 되는 민주화 보상금도 마다한 지조 있는 분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영상으로 그의 정치철학을 들어 보니 철학은 물론 종교까지 아우르는 경지에 올라가 있었다. 이것은 그가 세운 ‘신문명 정경 아카데미’라는 단체의 이름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정치인이 세운 단체의 이름에 ‘문명’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게 자못 신기했다. 이 단체의 취지는 간단하다. 한국 사회는 앞으로 정치와 경제, 그리고 과학기술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는다. 인공지능(AI)의 창궐 같은 것인데, 이런 변화에 부응하려면 새로운 문명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한국인들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고, 개벽시대를 열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이 생각에 동의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가 문명이나 자아실현과 같은 인문학적인 개념을 주장하고 더 나아가 개벽시대를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본 정치인 가운데 자아실현이나 개벽시대 같은 개념을 말한 사람은 없었다. 자아실현은 심리학 내지는 철학적인 개념이고 개벽은 종교적인 개념이다. 개벽은 19세기 말에 남학(南學)을 세운 김일부가 주창한 이래 동학 등의 신종교에서 계속해서 회자(膾炙)된 개념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제 인류는 문제 많은 선천시대를 뒤로하고 새로운 시대인 개벽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이런 종교적인 이야기를 장기표씨 같은 정치인이 거론하고 있어 신기했는데 그 참에 정치와 종교, 혹은 정치와 문명(문화)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정치와 종교의 관계에 대해서 원불교를 세운 소태산은 이 둘은 수레의 양 바퀴처럼 같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는 엄부, 즉 엄격한 아버지로서 사람들을 엄중하게 대하지만 종교는 자모, 즉 인자한 어머니로서 사람들을 다독거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와 문화도 마찬가지다. 이 둘 역시 한 쌍이라 어느 하나만으로는 인간을 구하지 못한다. 우선 정치는 인간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지만 스스로를 구원하지는 못한다. 실제적인 구원은 문화가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화 자체는 아무 힘이 없다. 정치가 힘을 실어 주지 않으면 문화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해주는 것은 좋은 문화이지 정치가 아니다. 이것은 종교도 마찬가지다.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종교 안에 있는 좋은 문화이지 종교 그 자체는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교회에 가면 우선 건축에서 종교적인 감정을 갖는다. 그리고 찬송가를 부르며, 다시 말해 음악 문화를 통해 감동한다. 그런가 하면 ‘성서’는 대단히 훌륭한 문학 작품이다. 이렇듯 우리는 종교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표현된 문화에서 구원의 실마리를 찾는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좋은 정치를 느끼는 것은 그 정치를 표현하는 좋은 문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좋은 정치는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인간으로 하여금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자아실현이 가능하게 된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의 인본주의 심리학자였던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 단계 이론으로 유명하다. 그가 제시한 마지막 단계가 바로 자아실현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이 단계까지 가야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단계까지 가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다. 자아실현의 욕구는 우리가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해 반드시 충족돼야 하는 욕구다. 그런데 이 단계까지 가려면 환경이 받쳐 주어야 한다. 문화는 그 단계가 어떻다는 것만 알려줄 뿐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한다. 이 환경은 정치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실행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노상 국회의원을 욕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들이 아니면 현실을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을 국회의원(그리고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는 것 아닐까?
  • “디지털 시대 전환점 선 한불, 기술 교류 파트너십 기대”

    “디지털 시대 전환점 선 한불, 기술 교류 파트너십 기대”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세드리크 오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이 방문 이틀째를 맞은 5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 대사관 관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적인 프랑스 방문에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답방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2020년 이 답방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보좌하다 지난 4월 디지털부 장관으로 발탁된 오 장관은 1982년 오영석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교수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나는 프랑스인이고 프랑스에서 자랐지만 한국은 내게 특별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 프랑스에서는 한국계 장관 임명이 유행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한국계가 많이 입각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오 장관은 이날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점에 선 한국과 프랑스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프랑스는 자국의 경제 주권 수호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기술 혁신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은 5세대(5G)와 배터리, 반도체 영역에서, 프랑스는 인공지능(AI)과 항공우주 영역에서 강점을 보이기에 전략적인 파트너십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프랑스 사회의 갈등이 드러난 대목이라 할 수 있는 노란 조끼 시위와 택시와 차량공유업체 간의 갈등에 대해서는 “경제 전반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많은 선진국이 겪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라면서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할 수는 있지만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이 보안 위협을 들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에 대해 오 장관은 “프랑스는 (화웨이 문제에)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다”면서 “중국 투자자들을 언제나 환영하지만 안보와 직결된 분야의 투자는 약속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경제보복이라고 주장하는 ‘디지털세’(구글세)에 대해서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프랑스 기업도 과세 대상”이라고 일축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음원 스트리밍 시장 치열한 2위 쟁탈전

    음원 스트리밍 시장 치열한 2위 쟁탈전

    플로, 203만명 급성장… 2위 바짝 추격 지니뮤직, 엠넷닷컴 통합 등 수성 나서 5G시대 열리면서 초고음질 대결도 가속KT의 지니뮤직과 SK텔레콤의 플로가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치열한 2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5일 통계·분석 사이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음원 스트리밍(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기준)을 즐긴 ‘순 이용자’(1회 이상 해당 앱을 사용한 사람)는 카카오의 멜론이 365만 771명으로 가장 많고 지니뮤직이 227만 3642명으로 2위, 플로가 203만 2841명으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8월만 해도 ‘순 이용자’가 185만 2421명에 불과했던 플로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니뮤직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플로는 후발 주자임에도 이동통신시장 1위인 SK텔레콤을 등에 업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 이용자에게는 가격 할인을 제공하거나 신규 가입자(8~10월)에게 3개월간 월 100원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잠식했다. 플로는 최근 서울 시내 버스에 ‘저 이번에 갈아타요’라는 문구에다 멜론·지니 그림을 함께 그려 넣은 광고를 내보내 시장을 더욱 달아오르게 하기도 했다. 지니뮤직도 지난달 CJ디지털뮤직의 음악 서비스 엠넷닷컴과 통합해 서비스를 하며 콘텐츠를 다양화했다. 엠넷닷컴 이용자들이 사용하던 아이디는 물론이고 음악 플레이리스트까지 지니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앞으로도 음원 시장의 경쟁은 격화될 전망이다. 통신·포털 회사마다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내놓고 있는데 이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연계해 판매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메신저나 커넥티드카(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차량)에서 음원 스트리밍을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경쟁을 가중시켰다. 더군다나 올해부터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이 열리면서 초고음질 스트리밍 서비스 대결도 가속화됐다. 음원 스트리밍 업계 관계자는 “일단 음원 서비스를 이용하면 매월 자동결제가 돼 해지를 하지 않는 ‘록인’(Lock in) 효과를 업체마다 노리고 있다”면서 “앞으로 AI에서 추천해 주는 맞춤 플레이리스트가 정교해지면 다른 업체로 옮기는 것이 더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지금 사용자를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시론] 광장은 차별하지 않고 꿈꾸게 한다/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시론] 광장은 차별하지 않고 꿈꾸게 한다/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광장을 가득 채운 인파. 그들은 춤을 추고 있다. 격렬한 동작의 춤이다. 얼마나 환희에 차 있으면 저런 자세가 나올까. 그것도 모든 사람이 같은 모습으로. 바로 이응로 화백의 ‘군상’ 작품이다. 대형 화면을 속도감 있는 붓질로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 채웠다. 거기에는 남녀노소 구별도 없고, 계급도 없고, 빈부 차이도 없다. 그냥 즐거운 통일의 춤이다. 이는 개관 50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의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의 포스터 작품이기도 하다. 이응로 화백의 작품은 대동 세상을 꿈꾸듯 ‘차별’이 없다. 거기는 이데올로기의 쟁투도 없고, 갈등도 없고, 반목도 없다. 모두들 동등한 입장의 존재들이다. 오늘의 광장은 춤을 필요로 하고, 또 춤은 광장을 필요로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 미술관은 반세기의 전통을 바탕으로 삼아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 분기점에 와 있다. 게다가 지난해 말 청주관까지 개관해 덕수궁관, 과천관, 서울관과 더불어 4관 체제에 진입했다. 이는 세계적 규모의 현대미술관이다. 하지만 ‘외형적 확장에 버금갈 만큼 내실을 다졌는가’라고 질문한다면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규모에 걸맞은 인력과 예산 그리고 직제 등 아직 갈 길은 멀다고 본다. 물론 다양한 성향의 관객이 요구하는 미술관 역할도 채워야 할 부분이다. 현대미술이란 장르는 국제적 보편 언어로 각광받고 있고, 또 미술시장의 역할로 짐작할 수 있듯 경제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스타 작가의 작품 한 점은 자동차 수천대 이상 수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미술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한국 미술의 확장 기회와 잠재성은 매우 크다.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은 덕수궁, 과천, 서울 3관에서 대대적으로 개최하는 대형 전시다. ‘미술과 사회’라고 부제를 달았듯이 이 전시는 한국 근현대 역사를 바탕으로 꾸며졌다. 1900년부터 1950년대를 조명한 1부는 덕수궁에서, 1950년대부터 지금의 한국 사회를 정리한 2부는 과천에서, 광장과 개인의 관계를 살피는 3부는 서울관에서 진행 중이다. 20세기의 한국은 격동의 역사, 정말 변화무쌍한 세기였다. 일제 강점에 저항한 독립운동, 해방에 이어진 전쟁, 그리고 군부정권 등장과 민주화 운동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은 역사의 현장에서 미술가들은 무엇을 보았는가. 달리 말한다면 ‘광장’은 미술작품으로 엮은 한국 현대사라고 할 수 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이제 4차 산업의 인공지능(AI)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은 전쟁을 치르고 해외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 해외 원조를 해주는 나라로 급성장했다. 물론 급성장은 갈등과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20세기는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온 시대다. 봉건사회의 밀실에서 민주사회의 광장이다. 광장은 민주주의를 상징한다. 같은 종류의 나무들끼리만 있는 숲은 건강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다양한 나무의 종류가 섞여 있는 숲이 훨씬 건강하다는 것이다. 단일 색깔보다 변화를 주는 색채 환경이 생산성을 더 좋게 한다는 연구도 있다. 획일화 현상보다 다양성이 훌륭하다. 특히 민주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 말을 나는 이렇게 해석한다. 이웃과 함께 어울리기는 하되 각자 개성은 갖도록 하자. 우리 민족은 오방색을 선호한다. 원색의 색깔들은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까망이 있으니까 하양이 돋보이는 것이다. 지옥이 있으니까 천국이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했다. 같은 사물도 주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이슬을 소가 먹으면 젖이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 그렇다면 어느 쪽에 설 것인가. 소인가, 뱀인가. 오늘날 갈등의 현장으로 바뀌고 있는 광화문 광장에서 언제 환희의 춤을 볼 수 있는가. 광장은 극단적 주장으로 갈등의 현장으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주인공은 제3의 공간을 선택했다. 왜 그랬을까.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사한 ‘광장’ 전시는 아픈 과거를 헤아려 보면서 미래를 희망하게 한다. 다양한 작품과 주제로 격렬하게 움직인 한국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광장의 역사를 써야 하는 미래를 안고 있다. 전시장에서 무지개를 볼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행복이다. 무지개는 여러 색깔들로 조화를 이룬 결과다. 바로 화이부동이다. 네가 있어 내가 있다. 바로 광장이 주는 의미다.
  • KISDI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에 따라 ‘법제 정비 방안’ 마련 시급”

    KISDI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에 따라 ‘법제 정비 방안’ 마련 시급”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김대희)은 최근 KISDI Premium Report(19-07) ‘인공지능 시대의 법제 정비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최근 AI 강국 실현을 위한 국가간·기업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의 자율적 능력으로 인한 법적 불확실성으로부터 초래되는 다양한 법적 이슈를 조명했다. 보고서에는 법적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 규율 공백으로 인한 산업 활성화 제약, 사회적 수용에 따른 윤리규범 문제 등을 검토·분석함으로써 AI 활성화를 위해 고려해야 할 법제도적 개선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기술개발 촉진 및 산업 진흥을 위한 효율적 법체계 정비가 요구된다. AI 기술개발 촉진 및 산업 진흥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향후 AI로 인한 다양한 이슈 대응 차원에서 기본법제 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분야별 신규 법적 이슈 대응을 위한 합리적 규율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각 개별 분야에서 혁신적 창출에 대한 적절한 이익 및 책임 분배가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사회적 수용을 위해 법적 규율에 앞서 안전하고 신뢰 가능한 AI 윤리 정립이 전제돼야 한다. AI 기술의 설계에서 실제 서비스 이용에 이르는 단계를 절차별로 도식화하는 등 각 절차별․행위자별 적용이 중요할 것이다. 더불어 AI의 예측불가능성에 따른 법적 불명확성 해소를 위하여 다학제적 연구 추진 및 표시·등록제도 운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AI의 자율성 수준에 따라 주체성, 책임 소재가 인간에서 시스템으로 이전될 것이므로 세분화된 기술 분류에 따라 법적 효력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정원준 연구원은 “AI 시대의 법제 정비 시 규제 완화로의 일의적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기술·산업적 측면의 진흥과 합리적 규제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규율 체계를 유연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VR 쓰고 AI 코치 받는, 나는 ‘홈트족’ 헬스왕

    VR 쓰고 AI 코치 받는, 나는 ‘홈트족’ 헬스왕

    TV만 켜면 비용·시간 절약하며 운동 설문서 성인 57% “나는 홈트족” 응답 LGU+, 유명 선수 지도 ‘스마트홈트’ KT, 슈퍼VR 서비스 1대1 강습 효과 요가·체조 등 망라… 정자세·의지 중요대형 마트에서 근무하는 김미숙(47·가명)씨의 삶은 2019년 5월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체중이 72㎏까지 늘었다. 김씨는 “고관절에 무리가 가고 두통과 불면증, 위염, 식도염 등 각종 성인질환에 시달렸다”면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난생 처음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헬스클럽을 가자니 비용도, 시간내기도 부담이 됐다. 퇴근 후 동네 한 바퀴라도 뛰겠다 했지만 미세먼지 뉴스에 주저하게 됐다. 이리저리 고민하다 집 안에서 뭐라도 해야겠다며 시작한 게 홈트레이닝(Home Training), 이른바 ‘홈트’였다. 김씨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오전 시간을 정해 규칙적으로 TV 홈트 영상을 따라 운동한다. 주로 유산소운동인 다이어트 댄스다. 김씨는 “운동 강도는 약하게, 운동 시간은 길게 하는 것으로 설계해 날마다 1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 운동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하다 보니 재미가 붙었고, 자연스럽게 야식을 줄이는 식습관 개선도 병행했다. 효과는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웠다. 김씨는 “당장 3개월 만에 10㎏, 반년 만에 15㎏을 줄였다”면서 “혈액 순환도 잘되고 골반 틀어진 것도 좋아지고 몸이 쑤시지 않게 됐다. 이젠 운동이 즐겁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워킹우먼 조현정(42)씨는 3주 전 홈트의 세계에 입문했다. IPTV에서 서비스하는 요가 프로그램을 매일 30분에서 1시간가량 따라 한다. 예전에 요가와 필라테스 수업을 받은 경험이 있는 조씨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비용부담 없이, 집에서 편하게 하는 게 홈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꼽는다. 그는 “스트레칭을 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뉴스가 신문과 방송에 다시 등장하는 시절이다. 지난달 31일 미세먼지 농도는 수도권·충청권을 중심으로 ‘매우 나쁨’까지 치솟았다.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이 돼 버린 시대에 건강한 운동 생활을 포기할 순 없다. 동네 피트니스나 스포츠센터를 찾자니 시간이 부담이다. 타인의 시선에 부담 느낄 필요 없이, 몸치라는 자격지심 없이 운동을 하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해답으로 찾는 게 바로 홈트다. TV를 켜고 운동을 시작하는 순간 당신도 ‘홈트의 여왕’이 된다. 지난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8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7.3%가 ‘나는 홈트족이다’고 밝혔을 정도다.홈트 인구가 늘면서 이동통신사들도 홈트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시작은 다양한 콘텐츠 개발 경쟁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스마트홈트’ 서비스를 발표했다. 스마트홈트는 손연재(리듬체조 동작), 양치승(근력 운동), 황아영(요가), 김동은(필라테스) 등 유명 선수와 트레이너들의 전문 지도 프로그램을 200편 넘게 제작해 서비스한다. 또 인공지능(AI) 코치가 실시간으로 이용자의 자세를 교정해 주고, 운동시간과 동작별 정확도를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KT는 지난 6월 증강현실(VR) 기능을 활용한 홈트 기기인 ‘슈퍼 VR’ 서비스를 시작했다. KT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슈퍼 VR을 직접 사용해 봤다. 안경을 쓴 상태에서도 전혀 불편하지 않게 슈퍼 VR을 머리에 쓸 수 있었다. 영상 초점을 맞추는 조작을 하자 요가 강사가 눈앞에 나타났다. 요가 강사가 직접 1대1로 요가 방법과 주의사항, 운동별 특성을 설명하는데 생생한 입체 화면 때문에 실제로 강사가 바로 눈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KT 관계자는 “와이파이가 가능한 곳에선 어디든 사용이 가능하다”면서 “국내 최대 요가센터를 운영하는 젠요가와 협력해 ‘젠요가 VR’ 카테고리를 신설한 것을 비롯해 근력운동, 골프 강의, 요가 강의 등 다양한 콘텐츠를 계속 늘려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보다 훨씬 좋아진 화질과 180도 3차원 증강현실 콘텐츠로 제작했기 때문에 몰입감과 생동감이 운동 효과를 한층 높여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람에 따라선 처음에 어지러운 느낌이 들 수 있다. 그 부분은 계속 개선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SK브로드밴드는 Btv를 통해 홈트 서비스인 ‘B tv x FitDay’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인기 모바일 앱인 ‘핏데이’를 TV 형태로 새롭게 개발한 것으로 정확한 운동 자세와 동작을 음성으로 설명하고 맞춤형 추천 기능을 탑재했다는 게 장점이다. 유명 강사진과 함께하는 8주 과정의 홈트레이닝 프로그램 ‘홈트여신’ VOD도 서비스하고 있다. 필라테스, 요가, 피트니스 운동을 운동별 전문가에게 집에서 직접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무료 프로그램이다. CJ헬로는 지능형 케이블TV 플랫폼 ‘알래스카’(ALASKA)를 서비스하며 홈트 시장에 출전 중이다. 지난해 1월 선보인 방송 플랫폼인 알래스카 플랫폼을 CJ헬로를 포함한 6개 케이블TV가 공동 적용해 640만 지역 가입자라면 누구나 홈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CJ헬로 관계자는 “2016년 베트남 유료방송 시장에 진출해 1위 사업자에 방송 기술을 수출하는 등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홈트는 여러모로 유용한 생활 체육이지만 주의할 점도 물론 있다. 무엇보다 잘못된 자세인지 모르고 운동하거나 자신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따라 하다가 다칠 위험이 있다. 특히 코어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은 동작 하나하나를 신경 써야 하는데 자칫 숫자 채우기에 급급하다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조현정씨는 “나는 필라테스와 요가 수업을 받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기본 자세를 알지만 그런 게 없는 사람이라면 자칫 잘못된 자세가 굳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홈트로 운동을 하려다 작심삼일에 그친 경험이 있는 라희진(41·가명)씨는 “아무래도 돈을 내고 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혼자 하는 거라 며칠 해 보고 그만두는 사례를 주변에서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하다 보면 조금 힘들어도 참고 계속하기도 하는데 집에선 금방 포기할 수 있다”면서 “결국 시간이 부족하다느니 돈이 없다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의지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4차 산업혁명시대 도서관,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탈바꿈해야”

    “4차 산업혁명시대 도서관,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탈바꿈해야”

    정보기술(IT) 업계의 대부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건 마을 작은 도서관이었다”고 말했다. 지식의 보고인 도서관은 시대를 막론하고 소중한 인류의 자원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성인의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2013년 30.3%, 2015년 28.2%, 2017년 22.2%로 하락 추세다. 도서관의 위기라 할 만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대표 도서관이자 ‘도서관의 도서관’으로 불린다. 변화와 도전에 직면한 국립중앙도서관의 첫 개방형 수장으로 서혜란(64) 관장이 취임한 지 31일로 꼭 두 달이 됐다. 사서로 일했고, 34년간 대학 강단에 서는 등 현장과 정책에 두루 능한 대표적 전문가인 서 관장에게 도서관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첫 전문가 국립중앙도서관장이다. 밖에서 보던 것과 비교해 어떤가. “학자 입장에서 그간 굉장히 비판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 왔다. 막상 안에서 일해 보니 새로운 시각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가령 시대적 흐름에 맞춰 왜 빨리 변화하지 못할까 답답했는데, 효율적이지 못한 조직 관리와 인력 운용 등 구조적인 장애물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다. 해결이 쉽지 않지만, 국립중앙도서관의 위상 제고를 위한 근본적 문제인 만큼 최선을 다해 바꿔 보려고 한다. 외부에서 바라보던 비판적 시각을 잃지 않으면서 내부의 시각을 조화시켜 발전 방향을 모색하겠다.” -임기(3년) 내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 가장 큰 임무는 국가 문헌의 수집과 보존이다. 1945년 28만권의 장서로 출발해 현재 1240만권의 오프라인 자료, 1600만건의 온라인 자료를 소장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1965년부터 납본 제도를 통해 모든 출판물의 수집을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으나 아직 100% 이뤄지는 건 아니다. 2016년에 납본이 법제화된 전자책과 전자저널 등 온라인 자료 수집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美 등 선진국보다 인력·예산 지원 부족 핵심은 1965년 이전 근현대 자료와 고문헌 수집이다. 1910년 이전 자료를 고문헌으로 규정하는데, 현재 보유한 고문헌 장서는 28만권이다. 한국국학진흥원 51만권, 서울대 규장각 25만권인 점을 감안하면 부족한 측면이 있다. 1911~1965년 출판된 근현대 자료들도 많이 빠져 있다. 해외에 흩어져 있는 한국 관련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한국 자료 소장 현황을 파악해 보니 14개국 130여개 기관으로 집계됐다. 우선 미국 국가기록원 소장본을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이어 중국과 일본·러시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원본을 달라고 할 순 없고, 디지털로 복제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디지털 자료의 체계적 구축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국립중앙도서관은 1995년부터 소장 자료의 디지털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디지털화 사업은 국가 문헌의 영구 보존과 정보의 적극적 활용을 통한 지식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단순히 스캐닝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료 검색 기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예산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현재 원문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비율이 27%에 그치고 있다. 단행본뿐 아니라 악보, 도록, 비매품 자료 등을 망라해 디지털화 사업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디지털 자료의 보존도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첫 5G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등 IT 강국이라지만 디지털 자료 구축과 보존 등 기초적인 연구와 투자가 많이 부족하다. -국가문헌보존관 건립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서고의 수장 비율이 84%에 달해 2023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별도의 국가문헌보존관 건립이 시급하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국제방송센터로 쓰였던 유휴 건물을 리모델링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국가문헌보존관을 짓기로 올 초에 결정하고,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최적의 시설과 환경을 갖춰 아날로그 자료와 디지털 자원의 보존에 힘쓰겠다. -공공도서관 이용률이 감소하고 있다. “도서관의 전통적인 역할은 정보 생산자와 이용자를 단순히 매개하는 통로였다. 이제는 정보기술 환경의 변화로 생산자와 이용자의 경계가 깨졌다. 이용자의 기호에 맞춰 도서관이 변하지 않는다면 찾는 발길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도서관이 스스로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바뀌어야 한다. 생산자와 이용자, 이용자와 이용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나. “우선은 디지털도서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 보려고 한다. 이용자들이 컴퓨터에서 콘텐츠를 열람하는 수준을 벗어나서 1인 미디어나 유튜버 등 예비 창업자를 위한 소규모 스튜디오를 10여개 만드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역삼동에 있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1층에 창작공간을 시범적으로 열었다.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코딩 같은 정보기술을 체험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전국 도서관에 보급해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겠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이용자 맞춤형 추천 정보 서비스 등도 고민하고 있다. 도서관이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용자를 찾아가는 동적인 기관으로 변모해야 한다.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 사서 교육과 연구 기능도 중요한데. “전국의 사서 교육과 역량 강화를 담당하는 임무가 있지만, 현실적 여건이 쉽지 않다. 자체 교수 인력이 없어서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형편이다. 전담 연구 인력도 없다. 앞으로 교육과 연구 기능을 확대해 온라인 교육 강화와 양질의 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전국 도서관의 사서 역량을 키우는 데 매진하겠다. -해외 국립도서관은 어떤가. “미국은 의회도서관이 국립도서관 역할을 한다. 직원이 3000명으로 우리 도서관의 10배다. 인력도 풍부하고, 예산 규모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난다. 지식기반사회에서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해도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 ●“도서관 서비스 격차 줄이는 데 힘쓸 것” -국가의 도서관 정책이 왜 중요한가. “정책 결정자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막상 기본에는 소홀한 것 같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1957년 미국이 ‘스푸트니크 쇼크’를 겪고 나서 펼쳤던 정책 가운데 도서관진흥법이 있었다. 소련이 자국보다 먼저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뼈아픈 실패를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 도서관 지원책을 생각한 발상이 놀라웠다. 독서와 도서관은 창의력을 키우는 기본 인프라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8년간 대학도서관장을 지냈다. 대학의 위기를 가장 체감하는 곳이 도서관이다. 예산과 인력이 제일 먼저 감축되기 때문이다. 대학의 가치는 교육과 연구에 있는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 대학도서관과 협력할 수있는 방안을 찾아보려고 한다.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별, 소속 기관별 도서관 서비스의 격차를 줄이는 데도 힘쓰겠다. coral@seoul.co.kr ■서혜란 관장은 ▲연세대 문헌정보학 석·박사 ▲신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1985~2019) ▲대통령 소속 정보공개위원회 위원(2004~2008) ▲한국기록관리학회 회장(2013~2014) ▲한국도서관협회 부회장(2015~2017)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6기 위원(2018~2019)
  • “AI, 단순 일자리 대신할 것… 인간은 창조적 업무로 이동”

    “AI, 단순 일자리 대신할 것… 인간은 창조적 업무로 이동”

    토비 월시 UNSW 교수·손미나 작가 대담 인간 존엄 지키기 위한 디지털 규제 필요 단기적으론 무기 전용 가능성 가장 우려“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손미나 작가) “그동안 디지털 분야 기술에 대해서는 규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혁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AI가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지 않는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토비 월시 교수)10월 마지막 날인 31일 열린 ‘2019 서울미래컨퍼런스’의 대미는 아나운서 출신 손미나 작가와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토비 월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교수가 장식했다. 이들은 ‘빠른 시대, 느리게 생각하기’라는 주제로 점점 가까워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AI의 시대를 맞아 사회 전체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차분히 생각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관해 진지하지만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다양한 사례를 들며 논의를 이어 갔다. 지난해 초 전 세계 57명의 인공지능 전문가와 함께 카이스트의 인공지능 무기화 연구에 우려를 표명하고 공동연구 보이콧을 주도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월시 교수는 “AI는 분명히 장기적으론 긍정적 측면이 크지만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면이 눈에 많이 띄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기로 전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기술 접근성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불평등 문제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단언했다.월시 교수는 이날도 “인공지능이나 기계가 자율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도록 한다면 전쟁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져 이전보다 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자율주행 기술과 드론이 결합돼 무기까지 장착되면 테러 위험이 상시화돼 지금보다 위험한 사회가 될 것이 너무나도 뻔하다”고 말했다. 손 작가가 ‘많은 사람이 AI가 등장하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걱정을 한다’고 지적하자 월시 교수는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지고 사람의 할 일이 없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현재도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 앞으로도 그런 부분들이 늘어날 겁니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한 산업혁명 때를 생각해 봅시다. ‘주말’이란 개념도 산업혁명 때문에 생긴 겁니다. 인간이 하기 싫어하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신해 주는 겁니다. 그러면 사람은 좀더 창의적이고 로봇이나 인공지능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될 겁니다.” ‘생각하는 기계’인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월시 교수는 호주 언론에서 디지털 혁명을 이끄는 ‘100명의 대중스타’에 선정되는 등 과학 대중화에도 열심인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서울미래컨퍼런스 통해 대한민국 인공지능 시대 초석 다져갈 것”

    “서울미래컨퍼런스 통해 대한민국 인공지능 시대 초석 다져갈 것”

    “오늘 ‘서울미래컨퍼런스’에서 나온 의견을 잘 경청해 대한민국이 열어갈 인공지능(AI) 시대의 초석으로 삼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대독한 격려사에서 “상상력은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처럼, 앞으로도 서울미래컨퍼런스가 ‘상상의 힘’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데 앞장서 주길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서울미래컨퍼런스의 주제 ‘무한한 디지털 세상이 열어갈,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는 기술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모색한다”면서 “인공지능이 사회·경제·문화 전 분야에 걸쳐 확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주제”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혈압 증세로 쓰러진 어르신이 인공지능 스피커에 ‘살려 줘’라고 외쳐 119의 구조를 받고, 시각장애인 마라토너 한동호씨가 센서로 감지한 영상정보를 소리로 바꿔 방향과 거리를 알려 주는 웨어러블 기기 덕분에 홀로 10㎞ 마라톤 완주에 성공한 사례를 들며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의 해결 방법으로서의 인공지능에 주목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인공지능은 자율주행차와 스마트 공장의 확산, 딥러닝 같은 데이터 처리기술로 산업혁신을 이끌고 있지만 기존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으로 인류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령화사회의 국민 건강, 독거노인 복지, 홀로 사는 여성의 안전, 고도화되는 범죄 예방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해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까 하는 등의 우려도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각별하게 일자리 변화와 인공지능 윤리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부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을 3대 혁신 분야로 지원해 왔다”면서 “올해 안으로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제시하고, 개발자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도록 규제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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