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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물·성접대’ 김학의 재판 시작… “혐의 전반적으로 부인”

    ‘뇌물·성접대’ 김학의 재판 시작… “혐의 전반적으로 부인”

    1억원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측의 재판절차가 5일 시작됐다. 김 전 차관 측은 받고 있는 혐의들을 대체로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5일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차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혐의를 전반적으로 부인하는 취지”라면서 “다만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사항은 좀 더 확인해 나중에 의견서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김 전 차관은 이날 법정에는 나오지 않았다. 김 전 차관 측은 준비절차를 앞두고 재판부에 “범죄 행위가 일어난 구체적인 일시나 장소가 없는 등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재판이 끝난 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대부분 부인하는 취지이지만 금품 수수 중 일부는 조사받을 때도 인정했다”면서 “그러나 검찰이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가 맞다고 해도 그 부분이 무엇인지 우리가 특정해 인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2007년 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3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비롯해 1억 3000만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3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사업가 최모씨에게 395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2006년부 여름부터 다음해 12월 사이 강원 원주 별장 등에서 받은 13차례의 성접대도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혐의에 추가됐다. 검찰이 성접대와 관련해 성폭행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대신 이를 뇌물로 본 것이다. 검발은 최씨로부터 추가 금품 수수와 또 다른 인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도 수사 중이라며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재판에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김 전 차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요청할 윤씨와 최씨 중 수사가 마무리된 윤씨의 신문일정을 먼저 잡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준비절차에서는 또 검찰이 김 전 차관의 집을 압수수색할 당시 찍은 팬티 사진을 증거로 제출한 것을 두고 변호인이 반발하며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은 “피고인이 별장 동영상에 나오는 남자가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동영상에 나오는 팬티와 비슷한 팬티들을 촬영한 것”이라면서 “사람이 옷을 입을 때 일정한 성향을 지니니 관련성이 있고, 압수한 원본 CD를 검증할 때 사진도 검증된다고 하면 관련성이 부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사진은 이 사건과 관련성이 전혀 없으니 증거로 제출하는 게 맞지 않다”며 재판부에 증거신청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남순건의 과학의 눈] 사고 능력이 마비된 사회

    [남순건의 과학의 눈] 사고 능력이 마비된 사회

    한국의 대학입시 제도는 매우 다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에게는 많은 부담을 주도록 돼 있다. 특히 수학, 과학의 경우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많은 유형의 문제를 2~3분에 하나씩 풀어야 하고 5지선다로 돼 있다. 사고와 논리 추론 과정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반복 연습으로 빨리 답을 찾는 연습을 잘한 사람이 좋은 점수를 받게 돼 있다.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문제를 쉽게 출제하다 보니 실수하지 않는 훈련을 위한 과외는 더 성행하고 ‘진정한’ 창의 인재는 오히려 제도의 피해자가 되고 있으며 부모의 재력에 의해 대학 입학이 정해지는 상황이다.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의 수학, 과학 교육은 완전히 실패했다. 미래에 꼭 필요한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찾을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정보를 얻기 어려웠던 과거에는 암기가 중요했고, 모방 사회에서는 단편적이고 빠른 반응이 필요한 인력이 많이 필요했다. 한국의 경제 성장에도 많은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21세기 중반을 향해 가는 현재 깊은 사고를 하고 융합적이면서 창의적 인재는 더욱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대학입시 제도는 이런 인재 발굴과는 거리가 멀고 입시 행정의 편의성과 허황된 공정성 때문에 헛된 시간과 돈을 쓰는 청소년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문화, 예술, 과학 등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깊은 역사를 갖고 앞서가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라는 입시 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칼로레아는 합격률이 80% 가까운 대학입학 자격 시험으로 이를 통과한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는 시험으로서 절대평가를 하고 있다. 바칼로레아는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같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과학 문제도 깊은 사고 없이는 답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과학 분야도 “무의식에 대한 과학은 가능한가”와 같이 철학적이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고 많은 독서를 통해 쌓은 지식이 있어야만 답할 수 있는 문제들이 나온다. 물론 수학은 논술적인 문제가 아니고 주관식 문제들이다. 인간 사회의 진화를 위해서는 깊은 생각을 경험한 사람들이 보다 많이 필요하다. 앞으로 기계적 업무는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에 사고력과 문장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수학이란 언어는 사고의 과정을 나타낼 때 의미가 있을 뿐 단지 문제에 대한 답을 빨리 낸다는 것은 이제 덜 중요하다. 온갖 답이 가능한 주관식, 서술식 문제들을 어떻게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가 의문이 든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에 아직도 신뢰의 문화가 덜 자랐다는 이야기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들을 복합적, 융합적으로 잘 풀어낼 수 있는 사람들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돈이 얼마 더 있고 어떤 음식을 먹느냐도 중요하긴 하지만, 인간과 사회의 깊은 가치를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국민이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천박한 부자보다는 품격 있는 문화사회를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나라의 수학, 과학 교육은 대학 입시와 연계돼 완전히 잘못돼 있다는 철저한 자성으로 시작해 이를 다 뜯어고쳐야 한다고 하는 양식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이상 묻혀서는 안 되겠다.
  • ‘재선’ 트럼프 vs ‘중도’ 바이든 빅매치 유력… 역대 최고 투표율 찍나

    ‘재선’ 트럼프 vs ‘중도’ 바이든 빅매치 유력… 역대 최고 투표율 찍나

    2020년 11월 3일 제46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16개월의 긴 정치 여정이 이번 주 시작된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약진했던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취임 첫날부터 재선 준비를 해 왔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재선을 향한 출정식을 갖는다. 민주당은 오는 26~27일 1차 후보 TV토론회를 열고 공식적인 경선 일정에 돌입한다. 현재까지는 트럼프 대 조지프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결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긴 대선 여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시동을 건 미국 대선을 이해하기 쉽게 5개 키워드로 정리해 봤다.민주당 대선 경선에는 24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까지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모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연방상원의원과 부통령으로서의 오랜 정치적 경험과 연륜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26~2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첫 경선 후보 TV토론회를 개최한다. 토론회에는 여론조사 지지율과 기부자수 등 민주당 내부 기준을 통과한 20명의 후보만 참여한다. 진보 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상원의원 중 누가 살아남을지, 전체적으로 좌클릭한 민주당 분위기에서 중도 성향의 후보가 경쟁을 뚫고 대선 후보로 뽑힐 수 있을지, 세대교체가 이뤄질지, 6명의 여성 후보들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이 관심사다. 미국의 정치전문가들과 언론은 대체로 5~6명으로 후보가 압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든, 샌더스 또는 워런, 파멜라 해리스, ‘다크호스’로 꼽히는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인 37세의 피트 부티지지, 코리 부커 상원의원 등이 꼽힌다. 경선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에 버금가는 새로운 스타가 탄생할지 주목된다.바이든은 경험과 인품, 중도 성향 등이 장점이지만 76세라는 나이가 변수다. 샌더스도 77세로 바이든보다 한 살 많다. 지난 10일 발표된 로이터와 입소스 공동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48%가 70세 이상 후보들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갖는 것으로 조사돼 고령이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중간선거를 치르면서 복지와 경제정책이 진보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이는 전통적 지지층과 젊은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선에서도 통할지가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암웨이센터에서 재선 출정식을 갖는다. 재선 슬로건은 2016년 대선 때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에서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로 바꾸었다.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지낸 중도 성향의 윌리엄 웰드가 트럼프에게 도전 의사를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 등록 유권자들의 지지가 워낙 공고해 경선 과정을 거치지 않고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먼저 선거자금이 두둑하다. 현재까지 1억 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모금했다. 메시지 전담 직원만 40명이며 앞으로 계속 늘려 나갈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선거전략이나 전문가의 자문보다는 자신의 직관에 의존해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경계선상의 무당파 유권자들을 겨냥해 강경한 이민정책과 낙태금지 등 폭발력 강한 이슈들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된 특별검사 조사에서 보듯,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가족, 사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재선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를 최대 이슈로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3%의 경제성장률, 반세기 만의 최저 실업률 등 경제성적표를 내놓으며 4년 전보다 경제적 상황이 좋아진 점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종신직인 연방 대법관 2명을 보수적인 인물로 지명함으로써 보수적인 사회가치를 지킬 수 있게 된 점을 성과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으로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주요 교역대상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을 개정해 미국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이슬람무장단체를 격퇴하고 북한의 김정은을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한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벌이는 무역전쟁을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이라며 의미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노림수는 ‘사회주의 논란’이다. 민주당 경선 후보들 가운데 자칭 사회주의자 내지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여럿 있어 이를 부각시킬 공산이 크다. 올해 국정연설에서 이미 “미국은 결코 사회주의 국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운을 뗐다. 젊은층에서는 사회주의에 대한 반감이 덜하지만, 냉전을 경험한 65세 이상 유권자들에게는 예상보다 민감한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제, 특히 소득의 양극화 문제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감세 조치로 부가 더욱 편중됐다며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등을 주장한다. 대학등록금 감면과 건강보험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등 친환경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무너진 미국의 전통적인 질서와 위상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이른바 ‘가짜뉴스’가 판을 쳤다면 2020년 대선에서는 ‘딥페이크’(Deepfake)에 대한 우려가 벌써 만만치 않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동영상 편집 기술을 뜻한다.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한마디로 가짜 동영상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편집기술이 뛰어나 가짜와 진짜 동영상을 가려내기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고도의 전문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정도 컴퓨터를 다룰 줄만 알아도 어렵지 않게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 유포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됐던 미국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동영상은 누군가 속도를 75% 수준으로 느리게 작동하도록 조작하는 ‘초보’ 수준이었다고 한다. 펠로시가 마치 술에 취해 말을 하는 듯한 이 동영상은 유튜브가 내릴 때까지 300만명 이상이 봤다. 미 하원 정보위는 지난 13일(현지시간) AI 전문가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청문회를 열었다. 애덤 시프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딥페이크를 이용해 “악의적인 인물이 혼란과 분열, 위기를 조장할 수 있고, 이 기술은 대통령선거를 포함한 선거운동 전체를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정치 전문가들은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2020년 대선 투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표율이 60%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젊은 유권자들과 시민권을 획득한 이민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투표율 상승을 점치는 이유 중 하나다. 밀레니얼세대(1981~2000년 출생한 세대)와 2000년 이후 출생한 포스트 밀레니얼세대가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34.2%와 3.4%다. 이는 베이비부머(28.4%)와 침묵과 대공황을 경험한 세대(9.4%)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젊은층의 투표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나 2018년에는 달랐다고 한다. 45세 이상 유권자들보다는 낮았지만, 투표율이 36%에 달했다. 4년 전의 20%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육박한다. 그리고 이들이 민주당 지지 성향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밀레니얼세대와 여성표 못지않게 고졸 이하 백인 블루칼라층의 투표율에 주목한다. 고졸 이하 백인 블루칼라층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으로 확인됐다. 고졸 이하 백인 블루칼라층의 투표율을 얼마나 끌어올리고, 민주당이 과연 트럼프에게 빼앗긴 전통적인 지지층의 표를 얼마나 되찾느냐가 관건이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위력을 보여 준 여성 유권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최근 주한미국대사관 초청으로 젠더 이슈 취재차 방문한 미국에서 만난 매기 하산 미 연방상원의원(뉴햄프셔주)은 “더 많은 여성이 투표하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결속돼 있으며 조직력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여성들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팬지데이지, 프랑스 몽셸미셸 공식 스토어 진출

    팬지데이지, 프랑스 몽셸미셸 공식 스토어 진출

    종합 디자인 회사이자 관광 및 농축산물 상품 디자인 개발 전문 기업 팬지데이지(주)(대표 권윤상)가 지난 5월, 프랑스의 세계적인 관광지인 몽셸미셸(Mont Saint Michel)의 공식 스토어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노르망디(Normandie)에 위치한 요새 섬인 몽셸미셸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곤도르성의 모티브가 될 정도로 독창적인 모습을 자랑한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으며, 3백만 명이 방문하며 파리를 잇는 프랑스 최대 관광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프랑스는 주요 관광 자원이나 문화유산을 두 개의 공공재단을 통해 관리하며, 몽셸미셸은 개선문이나 노트르담 등 85개의 문화유산과 함께 CMN(Centre des Monuments Nationaux)의 산하에 있다. 루브르 박물관 등 박물관은 RMN(Réunion des Musées Nationaux)에서 담당한다. 팬지데이지는 2009년부터 자체 개발 일러스트 디자인으로 세계 각국의 관광 테마 기념품을 개발해 수출하고 있다. 2012년에는 ‘제1회 서울상징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았으며, 2017년 말에 열린 CMN 품평회에서 팬지데이지의 여행 일러스트 브랜드인 ‘라프레미디’의 제품들이 승인을 받았다. 이후 개선문을 시작으로 팬지데이지의 제품이 입점되었으며, 2018년 개선문 숍 관계자들에게 ‘올해의 상품’이라는 비공식적인 상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반응을 얻었다. 이어 노트르담에도 입점했으며, 2018년 말부터 몽셸미셸 입점 상담이 진행됐다. 권윤상 대표는 “몽셸미셀 공식 스토어에 진출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빠듯한 일정에도 퀄리티 높은 결과물을 창출하기 위해 일러스트레이션을 담당하는 한우란 이사를 비롯한 모든 직원이 구슬땀을 흘렸다”라며 “전시회에서 만난 바이어를 훗날 다시 만났을 때 CMN 본사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적도 있다. 그와 업무 협약을 진행하는 중 IS테러 발생 등 국제적인 문제로 인해 난항을 겪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팬지데이지는 이번 프랑스 몽셸미셸 공식 스토어 진출을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권 대표는 “2019년은 그동안 개척한 영국과 프랑스, 미국, 중동, 동남아 시장의 성과들이 시너지 효과를 이루는 한 해가 될 것이다”라며 ”세계적인 정치 이슈 및 2024년 올림픽을 앞둔 프랑스에서의 반등, 브렉시트 전후 3년 가까이 끊겼던 영국 수출 재개, 2015년 이후 대체 시장 개척을 위해 일궜던 미국, 중동과 동남아 시장에서의 성과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외 유명 관광지에서 팬지데이지의 기념품을 만날 수 있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선진 5대 특허청 4차 산업혁명 기술 특허 협력

    선진 5대 특허청 4차 산업혁명 기술 특허 협력

    전 세계 특허출원의 85%를 차지하는 선진 5대 특허청(IP5)이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응해 글로벌 특허시스템 개선에 협력키로 했다.한국·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EU) 등 5대 특허청장과 프랜시스 거리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사무총장은 13일 인천 송도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제12차 IP5 청장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과 함께 AI 등 혁신기술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 출범에 합의했다. TF는 2년간 활동하며 AI 발명에 대한 특허심사기준 조화 방안과 특허심사 등에 신기술 활용 방안 등을 담은 ‘IP5 협력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다. 또 IP5 청장 회의에서는 ‘선행기술제출 간소화’ 해결방안이 승인돼 외국인 출원인의 미국 특허 출원 편의가 높아지게 됐다. 현재 미국은 출원인이 해외 특허청에서 통보한 선행기술 정보를 별도 제출토록 요구하고 있는 데 제출시마다 평균 300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 특허청 간 전자적 교환으로 대체키로 승인받았다. 5개 청이 시스템을 구축하면 미국 출원 시 비용과 시간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이와함께 기술혁신 트렌드를 반영해 4차 산업혁명 관련기술 분류 개정안이 국제특허분류(IPC) 체계에 최초로 반영됐다. 2020년 1월부터 3D 프린팅·사물인터넷·자율주행차 등 3개 분야, 2021년부터 빅데이터·지능형로봇·블록체인 등 7개 분야가 국제표준에 반영돼 심사 효율성 제고 및 사용자의 특허정보 접근성 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인천 회의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빠르고 편리하게 특허를 취득할 길을 여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지식재산이 산업혁신·경제발전·일자리 창출 등에 핵심적인 기여를 하고 있지만 대중 인식이 충분치 않다는 데 공감하고 공동의 노력을 전개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2007년 출범한 IP5는 글로벌 지식재산권 제도와 시스템 발전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체다. 한국이 세계 4강과 국가 간 협의체를 구성·운영하는 것은 지재권 분야가 유일하다. 지난 12년간 외국에서 특허를 쉽고 빠르게 취득할 수 있도록 서로 다른 제도를 일치하고 심사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 사용자 편의성을 높여왔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미중 틈에 낀 한국… 해법은 ‘로키 외교’

    한국당 “눈치보기” 與 “물밑협상 병행” 정부 모호한 대응 기조 싸고 논란 가중 전문가 “전략적 모호성으로 미중 설득…사드 보복 교훈 삼아 일방 편들기 지양을” 미중 무역 갈등으로 한국 기업에의 압박이 표면화되면서 ‘전략적 모호성’으로 읽히는 한국 정부의 대응 기조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야당과 보수층은 대체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기업을 지키라는 주장을 편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화웨이 사태에 대한 청와대의 발언은 ‘우리는 모르겠다, 빠지겠다’ 이거다”라며 “그저 눈치보기로 이 순간을 모면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정부가 섣불리 나섰다간 미중 갈등의 대표적 타깃이 될 수 있는 만큼 표면적 모호성과 물밑 협상을 병행하는 ‘로키’(low key)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의장 및 4당 대표 회동에서 “민생 입법과 추경을 해서 (미중 갈등을) 조금이라도 방어할 수 있는 시간을 빨리 가져야 한다”며 우회적인 기업 지원 방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전략적 모호성이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중 경쟁은 구조적 문제이고 무역전쟁도 단기간에 끝날 사안이 아니기에 한국은 계속 선택의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고,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기 어렵다”며 “정부는 한국의 핵심 국가 이익을 규정하고 미중에 로키로 한국의 입장을 알리면서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 원칙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 이익 보호를 위해 미중을 모두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2015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국면에서 일방적 선택으로 중국에서 롯데, 현대차 등에 대한 보복을 받은 전례가 있다. 반면 같은 시기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하다 영국, 독일 등 우방들과 비슷한 시기에 가입해 미국의 압박을 완충시켰다. 정부는 이런 전례를 참고해 물밑 협상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反)화웨이를 강조하는 미국의 표면적 이유는 국가 안보 강화라는 점에서 이와 관련된 협의에는 적극 나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을 불러 직접 압박했다는 전날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압박이 아니라) 반도체 담합과 관련해 끊임없이 불러 얘기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최근 주한 중국대사관이 한국인의 비자 심사를 강화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화웨이 건 때문에 중국이 한국인 상용비자 발급을 제한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박기석 기자kisukpark@seoul.co.kr
  • 美대사관 인질극 악연, 친미 중동국들 과장이 ‘이란 혐오’ 키웠다

    美대사관 인질극 악연, 친미 중동국들 과장이 ‘이란 혐오’ 키웠다

    미국은 이란을 미워하고 두려워한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은 지난 2월 미국인의 82%가 이란을 대체로 싫어하거나(46%), 몹시 싫어한다(36%)고 밝혔다. 또 미국인 93%가 10년 안에 이란이 미국의 실제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 사회 저변에 이란 혐오와 공포가 깔린 것이다. 왜일까.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했거나, 화학무기로 대량 학살을 저질렀거나, 미국의 국익에 현저한 위협을 가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다.이란은 미국이 경험해 본 적 없는 수모를 안긴 나라다. 이란은 1979년 2월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를 전복했다. 지미 카터 당시 미 대통령은 미국을 등에 업고 민중을 탄압했던 샤(왕) 무함마드 리자 팔레비의 미 입국을 허용했다. 샤의 송환, 재판 그리고 처형을 요구했던 이란인들은 분노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강경파 대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대사관을 점거했다. 대사관 직원 등 52명이 444일간 인질로 붙잡혔다. 미대사관이 점령당하고 미국인이 인질로 잡힌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중동전문가 윌리엄 비먼 미 미네소타대 인류학 교수는 이란인들의 미대사관 점거를 “두 나라 사이에 일어난 가장 파괴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사건 자체가 주는 충격과 이란 혁명에 대한 몰이해가 미국인의 정서 밑바닥에 일종의 이란 혐오를 심었다고 호주 대안언론 더컨버세이션은 분석했다. 더컨버세이션은 “미국인 대다수가 친미 왕정이 폭압적인 정책을 펼친 것을 몰랐다. 미국인들은 그저 성난 군중이 미 외교관을 인질로 잡은 것으로 인식했다”면서 “정신이 나가고, 편협한 사상에 사로잡힌, 미국을 싫어하는 종교적 광신도들이 벌인 일로 평가절하했다”고 설명했다.미국인은 이란이 자국 대사관을 점령한 것은 40년간 기억하면서도, 미국이 이란 민간인 290명을 살해한 사실은 잊었다. 이란과 이라크 전쟁이 막바지였던 1988년 7월 미군 순양함 빈센스호가 이란 영해인 호르무즈해에서 이란 민항기를 격추했다. 탑승자 290명 전원이 사망했다. 미 정부는 민항기를 전투기로 오인해 공격했다고 해명했을 뿐,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미국인들의 대이란 감정과는 무관하게 양국 관계는 정부의 입장에 따라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아주 나빴다. 2002년 부시 대통령은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경제 제재를 강화했다. 버락 오마바 대통령 재임기는 해빙기였다. 특히 2013년 하산 로하니가 이란 대통령으로 집권하면서 이란 핵문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미국과 이란 등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를 체결했다. 2017년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JCPOA에서 탈퇴하고 지난해 11월 이란 경제 제재를 재개했다.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의 JCPOA 탈퇴는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이란에 적대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미 인터넷매체 복스 등은 이란에 적의를 가진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초강경 대이란 정책을 주도한 것으로 봤다. 볼턴 보좌관은 부시 전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당시 국무부 차관으로 대외 강경책에 입김을 미친 ‘슈퍼 매파’다. 볼턴은 백안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되기 약 8개월 전인 2017년 미국으로 망명한 이란인들이 개최한 집회에 참석해 “미국은 테헤란에서 이슬람 학자들의 정권을 전복하는 정책을 선포해야 한다. 이란 정권의 행동과 목표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유일한 해결책은 정권 자체를 바꾸는 것밖에 없다”고 연설했다. 당시 발언과 관련 복스는 “볼턴 보좌관이 어떤 방식으로든 처벌하려 하지 않았던 독재정권은 거의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이란은 볼턴 보좌관의 마음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볼턴 보좌관이 정치적 신념에 따라 움직여 왔다면, 폼페이오 장관은 종교적 믿음대로 결정해 온 것으로 관측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독실한 복음주의 기독교도로 알려져 있다. 더컨버세이션은 “복음주의자들은 근본적으로 신이 이스라엘 땅을 유대인에게 주었다고 믿는다”면서 “타협하지 않는 ‘친이스라엘’적 입장을 취한다”고 설명한다. 이스라엘은 대표적인 이란의 적성국이기도 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3월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이란에 공동 압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닷새 후에는 미국의 거대 유대계 이익단체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행사에 참석해 “이란과 친이란 세력에 역사상 가장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들은 고통을 느끼고 있다”면서 “반(反)시오니즘(유대민족주의 운동)은 반유대주의이며 이란처럼 반시오니즘을 지지하는 모든 국가에 맞서야 한다. 유대 민족의 정당한 조국을 수호해야 한다”며 친이스라엘적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 시사매체 더네이션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친미 국가에 주목했다. 더네이션은 “네타냐후 총리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자신이 벌인 참혹하고 잔혹한 정책에서 눈을 돌리게 할 괴물이 필요하다. 그것이 이란”이라면서 “1980년대 그 괴물은 이라크였다. 미국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을 파기하자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을 이스라엘 우익이 겁내야 할 존재로 만들었다. 이 정책을 미국이 되풀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사우디는 이란이 ‘혁명’을 수출해 자국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최고 성직자가 최고지도자를 맡되 그 아래 대통령을 중심으로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를 분리해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독자적인 정치 체제를 만들었다. 반면 사우디는 1932년 국가를 수립한 이후 지금까지 전제군주제를 고수해 왔다. 사우디 국왕은 왕이자 동시에 이슬람의 수호자로서 입법, 사법, 행정 등 각 방면에 걸쳐서 절대적 권력을 가진다. 이란은 동맹 또는 친이란 세력에 상당한 자율성을 허용하면서 중동에서 세를 급격하게 키워왔다. 미 온라인매체 더인터셉트에 따르면 이란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이라크의 시라아 민병대, 예멘의 반군 후티를 직접 통치하거나 명령하지 않고 독립적인 정치구조를 허용한다. 반면 사우디는 이슬람 근본주의 ‘와하비즘’에 입각해 동맹에도 엄격한 종교적·정치적 기준을 요구한다. 더네이션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정치적인 의도로 이란의 위험성을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네이션은 “이란의 군사력은 미국, 이스라엘 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없는 수준이다. 이란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군 예산의 60%에 불과하다. 군사력으로는 3류 수준”이라면서 “이란의 공포에 떤다는 이스라엘은 80~200개의 핵탄두를 보유했다.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역내에서 급격하게 영향력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그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란이 아랍어가 아닌 페르시아어를 쓰는 데다 또한 종파를 중시하는 이슬람에서 비주류인 시아파 국가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20억 무슬림 가운데 시아파는 약 15%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정부와 이란의 긴장 수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2일(현지시간) 전날 중동 걸프에서 모의 폭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란에 무력시위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군은 이번 훈련에 B52 폭격기, FA18 슈퍼호넷 전투기, MH60 시호크 헬리콥터, E2D 조기경보기를 실은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동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우리는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그러려면 이란이 ‘정상국가’로서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은 협상 조건이 있다면서 조건 없이 대화하자고 하고, 군사 초강대국으로서 위협해놓고 전쟁을 벌이지 않겠다고 말한다”며 비난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회] “법원 사찰·잔인한 수사” 양승태, 25분간 쏟아낸 비난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회] “법원 사찰·잔인한 수사” 양승태, 25분간 쏟아낸 비난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수요일, 금요일 두 차례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 합니다. “그 모든 것이 근거가 없고 어떤 것은 소설의 픽션”이라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29일 첫 공판에서의 발언은 오후 재판에서 더 뜨겁게 불이 붙었다. 40여개에 달하는 공소사실을 한 마디로 일축했던 오전 재판은 그저 간략한 예고편일 뿐이었다.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회 공판기일이 다시 열렸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인 이상원 변호사가 프리젠테이션 화면을 띄우자마자 ‘이 사건 공소장의 문제점‘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지난 2월 26일 보석 심문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이 조물주가 창조해내듯 공소장을 창조했다”고 비판했고 이날 첫 재판에서 밝힌 입장도 “소설”이라고 말했다.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검찰의 공소장을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시작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한 재판들에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지적하는 등 공소장에 대한 문제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지만 누구도 ‘소설’을 언급하진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과 공소사실의 공모관계 불명확성, 죄수(범죄의 수)관계 불명확성을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넘어가겠다”면서 변호인은 “공소장 일본주의가 위반됐다면 공소 기각 판결을 하는 것이 원칙이고 공판절차에서 공소장 변경신청이 허가됐다 하더라도 그 하자가 치유될 수 없다는 계 판례에 따른 법리”라고 짧게 언급했다. 공판준비절차에서 재판부의 요구로 검찰이 일부 공소장을 변경했는데 그걸로도 공소장에 혐의와 직결되지 않은 내용이 너무 많으니 “현재 시점에서라도 실체적인 심리에 나가기 전에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PT 화면에는 대법원 2009도7436 사건의 판례가 요약돼 적혀 있었다. ●양승태, 과거 전원합의체 판결서 “공소장에 배경·정황 설명 기재 불가피” 이 판결은 2007년 대선 당시 창조한국당 후보였던 문국현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다. 문씨는 공소장에 범죄사실과 관계 없고 입증되지 않은 내용이 기록됐다며 공소장 일본주의가 위반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9년 다수의견을 통해 공소장의 특성상 법률이 정한 범위로 공소사실을 한정해서 넣기는 어렵다고 봤다. 범죄사실을 명확하게 정리하기 위해 관련 설명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이 때 김영란·박시환·김지형·전수안 대법관이 공정한 재판의 대원칙을 강조하는 공소장 일본주의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타협이 있어선 안 된다며 반대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다수의견보다 더 강한 취지의 보충의견을 냈다. 특히 “사안이 복잡하거나 범행 수법이 교묘한 경우 또는 상황적 요소에 의해 범죄의 성립 여부가 좌우되는 미묘한 사안에서는 범행에 이르는 과정이나 그 배경 등 전후의 정황에 관한 설명 없이 단순한 범죄구성 요건에 직접 해당하는 행위만을 기재해서는 공소사실을 완성도 높게 특정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이 내용을 당연히 인용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이어 “공모관계 부분은 가장 중요하고 엄격한 증명 대상”이라는 판례를 거론하며 “재판장님께서도 여러 차례 말씀하신 것처럼 세 분 피고인은 실행행위를 직접 한 사람이 없고 검사 주장에 의해서도 지시 내지 보고받는 과정을 거쳐 공모관계에 들어갔다는 취지”라면서 특히 “공소사실의 대부분이 직권남용죄인데 누구의 직권을 남용했는지 전제도 특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한 행위 등’ 이런 식으로 ‘등’이라는 표현이 너무 남용돼서 도대체 ‘등’이라는 표현을 공소사실에서 꼭 써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범죄사실의 정확한 수도 특정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 단순 계산하면 되는데 그걸 지금까지도 특정 안 해주고 있다”며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건지 아니면 검사 스스로도 못하는 건지 상당히 애로사항이 있다”며 재판부에 호소하기도 했다.이후 구체적인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부인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반박한 변호사의 모두진술이 끝나자 드디어 양 전 대법원장의 차례가 됐다. 법정에 있던 모두가 양 전 대법원장의 입을 바라봤다. “대법원장이었던 제가 법정에 선, 오늘의 참담한 마음을 어찌 전하고 싶지 않겠습니까만 모두 생략하고 바로 이 사건에 대해서만 말하겠다”며 그의 발언이 시작됐다. 준비해온 종이나 메모도 없이 25분간 이어졌다. 주요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법률문서 아닌 소설…42년 만에 처음 본다” 검찰 공소장 맹비난 “무려 80명이 넘는 검사가 동원돼서 8개월이 넘는 수사를 한 끝에 300 몇 페이지가 넘는 공소장을 창작했다. 저는 법관 생활을 42년 했지만 이런 공소장은 처음 봤다. 저를 찾아오는 동료 법률가들도 공소장을 보고서는 어떻게 이런 공소장이 다 있냐는 말을 한결같이 한다. 그렇다. 이것은 법률가가 쓴, 법률문서라기 보다는 제가 보기에는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자문을 받아서 한 편의 소설을 쓴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법적인 측면에서 허점과 결점이 너무 많아서 결국 공소 전체를 위법한 것으로 만들거나 이 사건 처리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법원의 절차, 법관의 자세나 이런 것에 대해 너무나 아는 게 없음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사건 공소장 맨 첫머리에 흡사 피고인들이 엄청난 반역죄나 행한 듯이 아주 거창한 거대담론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재판으로 온갖 거래행위를 하고, 있을 수 없는 재판거래를 한 것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가며 모든 것을 왜곡하고 견강부회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서 줄거리를 만들어 내다가 제일 마지막 부분 결론 부분, 공소사실을 축약해야 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재판거래는 어디갔는지 온데 간데 없고 겨우 휘하 심의관들한테 몇 가지 문건과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 직권남용이라는 것으로 끝을 낸다. 저를 찾아오는 여러 법조인들에게 공소사실이 이런 것이라고 하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재판거래는 어디 가고 문서작성 직권남용이냐, 재판거래를 했다고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는 중에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재판거래라고 할 만한 부분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 골라서 재판거래인 듯 포장을 했지만 그것도 재판에 개입한 흔적이 별로 없으니까 결국은 나중에 문건을 작성하게 한 것으로 끝을 낸 것이다.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태산을 울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해놓고 나타난 것은 고작 쥐 한마리라는 말로 요란하게 시작했지만 매우 사소한 결과라는 뜻)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용두사미도 이런 용두사미가 없다. 용을 그리려다 뱀도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 “블랙리스트도 마찬가지다.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온 장안을 시끄럽게 했는데 그런 리스트가 없단 게 밝혀지자 통상적인 인사문건을 갖고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포장이 이 300 몇 페이지에 이르는 공소장에 넘쳐 흐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보잘 것 없는 내용물을 갖고 포장만 근사하게 해놓은 상품이 꽤 있다. 그런 포장들이 다 소비자를 현혹하는 거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러한 포장을 근사하게 함으로써 재판부로 하여금 아주 부정적인 선입견과 예단을 형성하게 하고 그래서 보잘 것 없는 내용물까지 그걸로 커버하는 의도인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소설가적 기질에서 법적 측면은 별로 그렇게 고려하지 않는 게 오히려 맞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법률에 관한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소설식으로 쓰다 보니까 법적인 점에서 허점이 한둘이 아니다.” “아예 공소사실도 특정이 안 됐다는 단적인 예를 보여드리겠다. 공소장 자체에 있는 문장을 인용하겠다. ‘배OO 인사심의관 등으로 하여금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 ‘~등’은 둘 이상을 나타내는 불확정한 단어다. 두 개가 될 수도 있고 세 개가 될 수도, 열 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이 문장에서 ‘배OO 등’이라고 하면 사회통념상 최소 두 사람이다.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이라고 하면 최소 두 개다. 아무리 적어도 이 문장엔 네 개의 행위가 들어간다. 그러나 여기에 알 수 있는 건 한 개밖에 없다. 그럼 나머지 세 개는 뭐냐. 뭘 갖고 우리가 방어해야 하고 재판부는 뭘 갖고 심리해야 하나. 마치 권투할 때 상대방 눈 가리며 이쪽에서는 두 사람 세 사람이 그 사람을 때리는 이런 경우다.” “이 사건은 거의 전부가 공범이라고 작성해놨다. 심지어는 공범이라고 표시한 여러 사람 중에 실행행위를 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그런 공범이 있다. 아주 기묘한 공범이다. 그리고 실행행위가 끝난 훨씬 뒤의 일을 버젓이 공소장에 쓰고 있고 그 실행행위와 전혀 관계없는 제3자 재판에도 버젓이 공소장에 나와있다. 아마도 이야기 줄거리를 더 재미나게 하기 위해서 소설가적 기질을 발휘해서 에필로그를 쓰고 애닉도트(일화)를 쓴 것으로 보면 이해 갑니다만 그 하나하나가 공소장으로서는 위법한 공소장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계속 빨리 심리하자고 재촉을 하고 있다. 피고인이나 변호인들이 뭐를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심리를 하자고 한다. 축구장에 금을 그어놓지 않고 골대를 세워놓지도 않고 축구 경기를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견강부회·용두사미·태산명동 서일필… “공소장 왜곡됐다” 공세 “저는 구금돼 있는 몸이어서 18만쪽에 이른다는 수사기록 중 거의 100분의 1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본 수사기록만 보더라도 깜짝 놀라는 지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여러 사람들의 진술조서나 서면조사를 보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추측성의 진술로 온 조서가 뒤덮여있다. 진술한 사람이 자진해 진술한 게 아니다. 그 사람이 직접 경험자가 아닌 걸 알면서도 의견을 제시하라는 검사의 독촉이나 재촉에 못 이겨서 교묘한 유도신문에 영합하는 그런 진술이 대부분인 것을 우리가 행간으로 충분히 느낄 수가 있다. 제가 처음으로 받아보니 정말 검사의 조서를 조심해서 읽어야겠다고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교묘한 질문을 통해서 전혀 답변과는 다른 내용으로 기재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저는 이번 수사가 정말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법관들이 검찰에서조사를 당하면서 검찰의 조서가 얼마나 경계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을 직접 체감할 수 있게 됐다. 추측성으로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내가 그 조서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통상적 수사가 아니다. 내 취임 첫날부터 퇴임한 마지막 날까지 모든 직무행위를 샅샅이 뒤져서 그 중에 뭔가 법에 어긋나는 것을 찾아내기 위한 수사였다는 것이 곳곳에서 느껴지고 있다. 세상에 이런 것도 다 조사를 했구나 하는 것이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거다. 심지어 제 전임 대법원장 시절에 있던 일까지 들춰냈던 그런 흔적까지도 발견했다.” “이것이 과연 수사입니까. 사찰이 있다면 이런 것이 사찰입니다. 그 사찰의 목적은 무엇일까. 어떤 특정 인물을 반드시 처벌해야 하니 처벌할 거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사찰이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가 지배하는 민주공화국이고, 수사기관이나 검찰은 국민에게 법치주의를 보장하고 지켜주기 위해 수사를 하고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서, 처벌거리를 잡아내기 위해서 하는 수사는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수사다. 그것은 정면으로 헌법에 위배되고 그런 수사야말로 권력의 남용이다. 그러한 사찰을 법원을 향해서 한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삼권분립을 기초로 하는 민주정을 채택하고 시행하는 나라에서 법원에 대해 이토록 잔인한 수사를 한 사례가 대한민국 밖에 어디에 더 있는지 제가 묻고 싶다. 법원에 대해서 이런 수사를 할 지경이라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한테라도 이런 수사를 못 하겠나. 이런 수사가 허용된다면 이것은 우리 국민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그 과정에서 직권남용이라는 효과적 무기를 개발했다. 그런데 일본에는 직권의 남용이라는 거 자체가 공무원의 직권을 남용해서 일반 국민의 권리를 해할 때 범죄가 된다는 확고한 이론이 정립돼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직권남용죄가 공무원 상하 간에 적용된 사례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것을 받아들여서 아주 확대해석하는데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완전히 위배되는 것이다. 만일 이런 게 전부 유죄가 된다면 우리 공직사회 중에 일을 좀 하고 싶은 공직자는 나날이 직권남용죄를 쌓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검찰이 한 번 노려보기만 한다면 그것을 문제삼기는 손바닥 뒤집기 만큼 쉬울 것이다. 공직자 뿐 아니라 온 국민이 마찬가지다. 검찰권 앞에 누구도 이제는 대적할 수가 없다. 프랑스의 한 역사가가 이런 얘기를 했다. ‘증오하는 권력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복종하는 것만큼 비참한 나라가 없다’.“ ●”직권남용은 검찰의 무기“ 25분 토로 끝나자 검찰 ’격앙‘ “대한민국이 정말 법의 지배가 이뤄지고, 법이 모든 사람을 간절하게 보호해서 그 아래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자유민주주의로 유지될 것이냐, 아니면 무소불위로 흐르는 검찰의 칼날에 숨을 죽이고 혹시 그 칼날이 자기한테 향해 있다 전전긍긍하며 떨며 살아야 할 검찰 공화국이 될 것인가, 최근에 이루어지는 몇 건의 재판이 바로 이런 앞날을 결정하게 되리라고 저는 생각을 한다.” “한마디만 더 하겠다. 작년에 입적한 제가 존경하는 조오현 시인이 ‘마음 하나’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그 옛날 천하장수가 온 천하를 다 들었다 다 놓아도 모양도 빛깔도 향기도 무게도 없는 그 마음 하나는 끝내 들지도, 놓지도 못했다.’ 저는 최근에 저를 비롯한 몇몇 사람에게 쏟아지는 도를 넘은 공격에 대해서, 이런 마음 하나로 견뎌왔다. 그러나 요즘 보면 이런 마음 하나로 견뎌야 할 사람이 저뿐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사건 공소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재판부에서 잘 관찰하셔서 피고인들 마음에 지장이 없도록 적절하고도 강력한 소송 지휘를 해주시길 바라겠다. 오랜 시간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25분의 격정 발언이 끝나자마자 검찰석에서 “반박할 기회를 달라”는 요청이 격앙된 목소리로 터져 나왔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에) 반박할 기회를 주신다면 저도 다시 반박할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며 또다시 맞섰다. 재판장은 모두진술 단계에서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양측에 모두 반박 기회를 주지 않았다. 긴장감을 넘어선 뜨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생수병을 들고 물을 마셨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판깨스트] 숙명여고 시험 유출…재판장이 “넉넉히 인정된다”던 정황들

    [판깨스트] 숙명여고 시험 유출…재판장이 “넉넉히 인정된다”던 정황들

    -“검찰조사에서 ‘실력으로 좋은 성적을 받았는데 아버지가 교무부장이라는 이유로 다른 학부모나 학생에게 모함을 받는 거라고 주장했는데 맞나요?”(검사), “네, 맞습니다.”(쌍둥이 자매 중 첫째) -“아직도 아버지가 재판받는 이유를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맘카페, 국회의원, 교육감 세력이 이 모든 상황을 조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나요?”(검사), “무슨 취지로 말씀하시는 건지 다시 한 번 물어봐주시겠습니까?”(쌍둥이 자매 중 둘째) 지난달 23일 아버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쌍둥이들은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며 또박또박 모든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상위권으로 성적이 올랐는데 왜 자신들을 모함하는지에 대한 억울함이 경찰 및 검찰 조사에서부터 이어져 왔다고 합니다. 검찰이 지적하면 의심스러운 정황들에 대해서도 아주 똑부러지게 반박을 해냈습니다. 시험 답안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모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들의 이야기입니다. 한 달 뒤인 23일 현씨는 시험답안을 쌍둥이들에게 유출해 성적을 올리게 한 혐의(업무방해)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할 수 있다”, “각 범죄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정기고사에서 선생님들의 수업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의 모든 수업 내용을 녹음해 복기를 하며 열심히 복습을 했고, 쌍둥이 자매이기에 선생님들의 성향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취합해 결국 뛰어난 내신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는 쌍둥이 자매들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1월 17일 재판준비절차를 거쳐 2월 12일부터 시작된 현씨의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그리고 유죄로 인정된 판결 내용을 통해 숙명여고 시험유출 사건을 돌아볼까 합니다. ●‘내신 지옥’ 숙명여고서 121등→1등 가능?…변호인 “원래 잘하던 아이들 공부 열심히 해” ‘내신 성적 경쟁이 매우 치열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숙명여고에서 쌍둥이 자매가 나란히 인문계 1등과 자연계 1등을 차지했다.’ 일부 학부모들과 대치동 학원가에서 시작된 이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교육청의 감사, 경찰 및 검찰 조사를 거쳐 급기야 현씨는 구속됐고 쌍둥이 자매는 학교를 떠나게 됐습니다. 1학년 1학기 전체 459명 중 121등과 59등이었던 쌍둥이 자매는 한 학기 만에 종합 석차 전체 5등과 2등으로 성적이 급격히 올랐습니다. 그리고는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를 합쳐 두 자매가 문과 1등과 이과 1등이 된 것인데요. 시험 문제 한두 개 차이로도 내신 등급이 갈린다는 숙명여고에서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판 과정 내내 현씨의 변호인은 자매들이 대치동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A등급 상위권이었고, 숙명여고에서 내신 성적을 위해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며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집중적으로 강조했습니다. 원래도 공부를 잘 하는 데다 엄청난 노력을 더했으니 아무리 숙명여고라도 쌍둥이들의 성적이 급격히 뛸 수 있었다는 거죠.그런데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들이 같은 시기에 같은 폭으로 성적이 오른 것부터 의심스럽다고 봤습니다. 아무리 두 자매가 서로 의지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열심히 했다한들 어떻게 1학년 1학기 중상위권에 있던 성적이 동시에 1학년 2학기부터 최상위권으로 오르냐는 겁니다. 내신 성적이 그렇게 갑자기 확 오르는 사이 모의고사 성적은 그 상승폭 만큼 오르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학생의 기초실력의 지표로 꼽히는 국어·영어·수학 과목의 성적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1학년 1학기 내신성적과 2학기 내신성적, 2학년 1학기 내신성적과 1학년 9월 모의고사, 2학년 3월 모의고사를 비교했는데요. 첫째인 A학생의 경우 1학년 1학기 국어과목 석차가 82등에서 2학기에 7등으로, 다음해 1학기에 1등으로 올랐는데 모의고사는 1학년 9월 130등에서 2학년 3월 301등이 됐습니다. 수학과목 내신석차는 1학년 1학기 265등에서 2학기에 갑자기 4등이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수학과목은 모의고사도 300등에서 96등으로 성적이 올랐습니다. 둘째 B학생은 국어가 1학년 2학기 101등에서 2학년 1학기 1등으로 올랐는데, 비슷한 기간 모의고사는 68등에서 459등으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시기 같은 폭 성적 오른 쌍둥이… “모의고사 성적은 안 올라” 재판부는 “물론 통상적인 학생의 경우를 전제할 때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아니라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대비한 모의고사에서 전력을 다하지는 않을 수 있어 모의고사 성적과 내신성적의 차이가 결정적인 부정행위의 정황이라고까지 볼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이어 “지문 독해력이 중요한 국어 과목, 평소 실력이 중요한 수학 과목 등에 한정해 본다면 교내 성적이 최상위권이었다는 자매의 교내 정기고사 및 국어 및 수학과목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 사이에 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난다”면서 “교내 정기고사 성적이 진정하게 실력에 기한 것인지를 의심할 만한 정황임에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재판에는 숙명여고 선생님들도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주로 쌍둥이 자매의 ‘답’이 쟁점이 됐는데요. 수사과정에서부터 논란이 된 ‘정정 전 오답’을 쌍둥이 자매들이 똑같이 써서 똑같이 오답 처리가 된 것들이 있었고, 수학이나 물리 과목에서는 매우 어려운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풀이과정이 전혀 없거나 어떤 문제는 풀이과정이 잘못됐는데 답을 맞게 쓴 문제들이 있었던 겁니다. 검찰은 각 과목을 출제한 교사들에게 풀이과정을 적지 않고 답안 도출이 가능한 것인지, 애초에 제출한 답안을 정정하게 된 경위 등을 자세히 물었습니다. 시험문제를 낸 교사들에게 논란이 된 문제들을 직접 풀어보고 풀이과정을 설명하라고 해 교사들이 5분 남짓 여러 개의 시험문제를 직접 풀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물리Ⅰ 과목의 경우 오히려 배점이 낮은 쉬운 문제에는 풀이과정이 있는 반면 교사가 “풀이과정이 없이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지목한 어려운 문제들에는 문제를 푼 아무런 흔적이 없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그런데도 만점을 받았거든요. 수학Ⅱ 과목에서는 중간 수식 전개가 없이 풀이과정의 일부만 시험지에 적혀 있었는데 답을 써낸 것도 있었습니다. ●판사 “오류 줄일 수 있는 풀이과정 없어…천재 아니면 불가능” 재판부는 “풀이과정을 쓴다는 것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문제풀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면서 “최상위권 학생으로서는 오류의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낮추기 위해서라도 풀이과정을 어느정도 기재하게 되고, 암산을 할 경우 오류의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아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생들과 성적을 경쟁하는 학생이 암산 방법을 고집하며 오로지 암산에 의존해 풀이과정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것은 교사들의 진술에도, 상식에도 전혀 맞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능성은 B양이 교사들을 비롯한 일반인의 상식을 넘는 천재일 가능성인데 압수된 시험지 등에 의하면 1학년 1학기에는 대체로 풀이과정을 기재했고 만점을 받지도 않았다”며 “선천적인 천재가 아닌 사람이 단지 공부를 하여 후천적으로 약 1년 만에 오로지 암산만 하여 물리과목 시험에서 만점을 기록할 수 있을 정도로 상식을 넘는 천재적인 실력을 갖게 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쌍둥이 자매들이 시험지와 메모장에 아주 작고 연한 글씨로 ‘13324, 54414’ 등으로 ‘깨알 정답’ 숫자를 나열한 것에 대해서도 쌍둥이 자매들은 “시험이 끝나고 반장이 불러준 모범답안을 받아 적은 것”이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시험이 끝난 학생에게는 자신이 푼 문제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그래서 자신이 그 과목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가 훨씬 중요한데 바로 채점하지 않고 숫자부터 받아적을 이유가 설명이 안 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일부 숫자 나열은 중간에 끊겼는데, 정답을 받아적다 멈춘 것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깨알 정답’과 ‘정정 전 정답’은 가장 의심을 키운 정황들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한 듯 합니다. 일부 문제에선 시험지에 복수정답 3개를 맞게 표시해놓고 정정 전 정답인 2개에만 체크를 하는 등 오히려 정정 전 정답 대로 표기하느라 틀린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교육현장 신뢰 바닥…피고인이 가장 원하지 않았을 결과도 발생” 결국 재판부는 ①현씨가 숙명여고 교내 정기고사 답안 등 출제서류 접근 가능성, ②현씨의 숙명여고 교내 정기고사 기간 무렵의 의심스러운 행적, ③의심스러운 성적 향상, ④쌍둥이 자매들이 시험 과정에서 남긴 의심스러운 흔적들을 근거로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교사들이 각 과목의 시험지나 답안 등 시험 관련 서류를 모두 교무부장인 현씨가 받은 뒤 결재라인에 있었던 점과 1학년 2학기부터 시험 며칠 전쯤 현씨가 교무실에 혼자 남아있는 시간들이 있었고, 그것을 야간근무나 주말근무에 등록하지 않은 점, 현씨의 자리 바로 뒤에 출제서류를 보관한 금고가 있었는데 이 금고의 비밀번호를 현씨가 교무부장이 될 때부터 알고 있었던 점도 모두 시험답안에 접근해 유출한 정황으로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두 학기 이상 은밀하게 이뤄진 범행으로 인해 숙명여고의 업무가 방해된 정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매우 크다”면서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 중요한 절차로 사회적 관심이 높고 투명성·공정성이 높게 요구되는 고등학교 내부 성적처리에 대해 숙명여고 뿐 아니라 다른 학교들도 의심의 눈길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다. 이어 “국민의 교육현장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고 다른 교사들의 사기도 떨어지게 됐다”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일체 부인하며 경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증거를 인멸하려는 모습도 보여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양형이유를 설명하며 현씨에게 유리한 점으로 언급한 내용이 눈에 띄는데요. “대학입시에서 고등학교 내부 정기고사 성적의 비중과 위상이 매우 높아졌음에도 시행 과정이나 성적 처리절차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은 정밀하게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도 이 사건의 원인 중 하나라고 꼬집은 대목입니다. 재판부는 또 “딸들이 이 사건으로 퇴학돼 학적을 갖기 어렵게 됐고 학생으로서의 일상생활도 잃어버리는 등 피고인이 가장 원하지 않았을 결과가 이미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현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구형했는데 이보다는 적은 형을 선고하게된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단독]필리핀서 성매매 유인 뒤 체포되게 하고 석방금 뜯어냈다가

    [단독]필리핀서 성매매 유인 뒤 체포되게 하고 석방금 뜯어냈다가

    50대 男, 比 여행가이드·경찰과 특수강도 공모성매매 알선→경찰 단속·체포→단속 무마 대가법원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5년 실형 선고 필리핀 여행가이드, 필리핀 경찰들과 짜고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뒤 현지 경찰에 체포되게 한 뒤 석방금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5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손동환)는 특수강도 및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4)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2014년부터 한 포털사이트에 마닐라 여행 관련 카페를 운영하던 A씨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필리핀 여성과의 성매매를 알선한 뒤 현지 여행 가이드들을 통해 필리핀 경찰들과 공모해 한국인 관광객을 성매매 사범으로 단속, 체포하는 상황을 만들어 석방 대가로 금품을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지 여성과의 성매매가 포함된 ‘황제 골프’ 여행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들의 일정을 현지 가이드들을 통해 진행하다가 호텔에서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해주고 그 직후 필리핀 경찰들이 호텔 객실로 들이닥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눈 것으로 조사됐다. 필리핀 경찰은 단속된 한국인 관광객들을 유치장에 가두고 “필리핀에서는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했을 경우 징역 20년을 살 수 있다. 합의를 보지 않으면 한국에 돌아가지 못한다”고 겁을 주며 단속을 무마하고 석방하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다. 한 관광객에게는 경찰이 머리에 권총 총구를 들이밀며 위협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관광객들의 연락을 받고 성매매를 알선한 현지 가이드들도 통역을 해주는 것처럼 행세하면서 합의하지 않으면 석방되지 못하고 국내로 돌아가지 못할 것처럼 말했다. 50~60대의 관광객들은 석방금 명목으로 2000~2600만여원의 돈을 냈다. A씨는 또 이들에게서 돈을 계좌로 받으면 출처나 사용처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환전상 등에게 부탁해 자금을 세탁해 필리핀 페소화로 받은 혐의도 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필리핀 여행 가이드들에게 경찰들을 섭외하게 해 단속 무마 대가를 받은 것은 공갈로 볼 수는 있어도 특수강도는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내 피해자들을 필리핀에서 성매매하도록 유인한 뒤 필리핀 경찰들로 하여금 피해자들을 경찰서 유치장에 감금하게 하고 석방 대가로 금품을 강취하면서 범죄수익을 은닉한 것으로 범행 경위와 수단, 피해 금액 등에 비춰 죄질이 나쁘다”면서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손해배상을 위한 노력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대체로 범행의 사실 관계를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2015년부터 필리핀에서 체포돼 수용소에 구금된 뒤 지난해 재판을 받고 추방됐다고 주장하면서 각 범행에 대한 형사재판 절차가 이뤄졌으니 양형에 참작돼야 한다고 요청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타인 얼굴 보면 아픈지 안다?…“인간은 전염병 피하도록 진화”(연구)

    타인 얼굴 보면 아픈지 안다?…“인간은 전염병 피하도록 진화”(연구)

    사람은 다른 이의 얼굴을 보고 건강하거나 아픈지를 대체로 알아맞힐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아픈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 전염성 질병의 확산을 막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다양한 동물이 동료를 보고 아픈지 알 수 있다는 기존 연구가 사람에게도 적용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건강한 지원자 22명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눈 뒤 각각에 대장균과 위약(플라세보)을 주사했다. 그리고 이들에게서 혈액 표본을 채취했다. 이는 감염으로 체내에서 면역반응이 시작됐는지 염증 지표 검사를 통해 알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두 시간이 지난 뒤에는 각 참가자에게 긴장을 풀고 편히 쉬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하고 이들의 얼굴 사진을 촬영했다. 이렇게 마련한 각 사진을 또 다른 지원자 49명에게 보여주고 사진 속 인물이 얼마나 아파 보이는지 -5점부터 0점 그리고 5점까지 평가하도록 했다. 여기서 -5점은 ‘매우 아파 보인다’이며 0점은 ‘아프거나 건강해 보이지도 않는다’이다. 그리고 5점은 ‘매우 건강해 보인다’이다. 이 밖에도 이들 지원자에게는 사진 속 인물의 얼굴에서 행복이나 두려움 또는 분노 같은 감정이 느껴지는지를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놀랍게도 사진 속 인물의 얼굴을 보고 실제로 누가 더 아픈지를 유의미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평가자들은 대장균 주사를 맞았던 참가자들에게서 창백한 피부와 입술 또는 처진 입꼬리와 눈꺼풀 등의 특징을 발견했다. 연구진 역시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대장균 주사를 맞았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입가의 처짐뿐만 아니라 눈꺼풀이 주사를 맞기 전보다 얼마나 내려왔는지 측정했고, 사람들의 평가가 유의미하게 맞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대장균에 감염된 참가자들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슬픔이나 혐오 등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런 부정적 감정 상태와 연관성이 있는 염증을 유발하는 감염 때문에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은 회복을 위해 피로감 등 에너지를 비축하는 행동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연구진이 대장균 주사를 맞은 환자들이 혐오감 징후를 드러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더러운 변기 같은 역겨운 장면을 보면 사람의 몸에서는 잠재적인 감염을 대비하기 위해 면역체계가 활성화될 수 있다. 또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감염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이런 부정적인 감정적 행동을 보이도록 진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도 연구진은 아픈 참가자들이 덜 놀란다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특징도 발견했다. 이는 이들 대상자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없거나 더욱 심한 혐오감 탓에 눈살을 찌푸리는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생각한다. 끝으로 연구진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아픈 징후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피하도록 하는지를 알아내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이미 눈과 입이 처져 있을 수 있는 나이 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미국 정신신경면역학 연구학회(Psychoneurolimmunology Research Society) 학술지 ‘뇌·행동·면역학’(Brain, Behavior and Immunit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카롤린스카 연구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베니스에 초대받은 최비오, 세계인들에 한국미술 뽐내

    베니스에 초대받은 최비오, 세계인들에 한국미술 뽐내

    2년에 한번씩 열리는 세계최고의 국제미술전시회인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전에 초대된 최비오(Vio Choe)작가의 전시가 지난 11일 시작했다.개막 첫날부터 지구촌 최고 미술축제답게 수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이는 이곳은 ‘퍼스널스트럭처(Personal Structure)’라고 명명한 특별전이 열리는 전시장 팔라조 벰보이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1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데 여기에는 쟈르디니 중앙관, 아르세날, 특별전 등으로 구분되며 올해 여기 특별전 전시장인 팔라조 벰보 에는 한국의 서양화가 최비오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등장한 최비오 작가의 작품을 본 관람객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미술 회화작품으로 이런 감흥과 느낌을 느끼기는 처음”이라는 칭찬과 “평생 그림을 봐 왔으나 이런 스타일의 그림은 처음 경험한다”같은 감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베니스 현장의 뜨거운 반응과 관심 덕분인지 최비오의 전시관은 개막 첫날부터 수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이고 있는데 이 모습은 한국미술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떨치는 것이며 동시에 같은 한국인에게는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최비오(Vio Choe) 작가가 참가하는 특별전인 ‘Personal Structure’전은 비엔날레 측이 공인하는 전시로 네덜란드 비영리재단인 글로벌 아트페어재단(GAAF)과 유럽피안 컬쳐센터(European Cultural Centre)의 주관아래 전세계의 유망 작가들을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하며, 이곳에서 지금까지 회화부분으로 특별전에 참여한 한국 작가는 이우환 등 3명 정도이다. 자신만의 체계적인 우주관을 구축하고 있는 최비오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인간과 우주의 연결성을 주제로 하는 “Universe in my mind”, “Super String” 그리고 “Blue note of creator”라는 타이틀을 가진 회화작품 3점을 전시하고있다. 한국에서 공대를 졸업하고 1993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에서 대학원 석사과정(MFA)을 취득한 이후 뉴욕 맨하튼에서 수년간 활동하였는데 이때 그는 다수의 미디어 회사와 아트분야에서 활약하며 자신만의 세계관 및 독특한 조형언어를 발전시켰다. 그는 자신의 작가노트를 통해 “언어는 우리의 생각을 3차원적 시간의 공간 안에서 생각하도록 제한한다. 나는 언어로 생각하기 이전에 원천적으로 내 안에 내재되어있는 잠재의식을 통해 나를 표현하기에 내 그림을 언어나 말로 설명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 이유는 보는 이들마다 전부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라고 밝히고 있다 세계에서 50만명 이상 관람이 예상되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특별관 전시에 초대된 최비오 작가의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는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아르눌프 라이너(Arnulf Rainer), 로렌스 와이너(Lawrence Weiner) 등 현대미술의 거장들도 이곳 특별전에 초대 되에서 전시해 세계적인 작가로 활동하는 발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들은 5월 11일부터 11월 24일까지 6개월 동안 베니스의 명소인 리알토 다리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15세기 베니스의 명문귀족인 벰보 가문에 의해 지어진 팔라조벰보( Palazzo Bembo) 전시장에서 전시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할시, 방탄소년단과 ‘빌보드’서 환상 퍼포먼스 ‘대체 누구?’[종합]

    할시, 방탄소년단과 ‘빌보드’서 환상 퍼포먼스 ‘대체 누구?’[종합]

    그룹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무대에 섰다. 팝 가수 할리와 함께 환상적인 퍼포먼스로 전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방탄소년단은 1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진행된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2019 BillBoard Music Awards)’에서 할시와 함께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무대를 꾸몄다. 최초 공개된 이번 합동 무대에서 방탄소년단은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전 세계 음악 팬들에게 최고 보이그룹다운 매력을 어필했다. 할시는 방탄소년과의 무대 이후 자신의 SNS에 “평생 기다려왔다(I’ve waited all my life)”는 글과 함께 방탄소년단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할시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백스테이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특히 할시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에 할시에 대한 관심도 쏟아지고 있다. 할시는 지난 1994년생으로 지난 2012년 유튜브와 텀블러에 노래 작업 영상을 올리며 이름을 알렸다. 2015년 정식 데뷔한 할시는 ‘배드 앳 러브(Bad at Love)’를 통해 빌보드 TOP10에 진입하는 쾌거를 거뒀다. 2017년에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댄스·일렉트로닉 송 부문, 톱 콜라보레이션 톱 핫 100송 부문에서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솔로곡 ‘위드아웃 미(Without Me)’가 빌보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2관왕에 올랐다. ‘톱 듀오/그룹’, ‘톱 소셜아티스트’ 부문에서 수상했다. 방탄소년단은 팬들인 아미에게 영광을 돌리며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함께 나눈 작은 것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BTS 아미 파워 대단하다”고 전했다. 또 “6년 전 우리와 지금 우리는 같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다. 같은 꿈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 꿈꾸며 나아가자. 감사하다. 사랑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AI 스피커, 이젠 화면으로 승부

    AI 스피커, 이젠 화면으로 승부

    KT, 셋톱박스 결합 ‘테이블TV’ 출시 SKT 어린이에 적합 ‘누구네모’ 내놔 LG는 마블 활용 ‘U+AI 어벤져스’ 준비인공지능(AI) 스피커가 저마다 화면(디스플레이)을 달고 나왔다. 음성 명령을 하면서도 내용을 눈으로 즉각 확인하려는 게 사용자의 심리이기 때문이다.KT는 29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화면과 셋톱박스를 결합한 일체형 AI TV ‘기가지니 테이블TV’를 공개했다. 기가지니 테이블TV는 화면을 단 AI 스피커를 ‘개인형 TV’ 형태로 만들었다. 대체로 7인치(17.8㎝)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타사 제품과 달리 11.6인치(29.5㎝) 화면을 적용했으며, 특히 올레tv 이용료를 내면 IPTV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전원만 있으면 와이파이로 침실, 주방, 서재 등 어디서나 TV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KT 관계자는 “정보를 청각으로만 얻는 것엔 한계가 있어 스크린과 결합된 AI 스피커가 시장에 나오게 된 것”이라며 “보이는 AI를 통해 이용자는 빠르고 편리한 이용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면을 단 AI 스피커 ‘원조’는 2017년 아마존이 자사 AI 비서 알렉사 기반으로 출시한 스마트 디스플레이 ‘에코쇼’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구글 홈허브’를 선보였으며,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도 지난달 일본에서 디스플레이형 AI 스피커 ‘클로바 데스크’를 공개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이런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SK텔레콤은 최근 국내 이통사 중 처음으로 디스플레이를 단 AI 스피커 ‘누구네모’를 내놨다. 누구네모는 특히 아이들이 보는 키즈콘텐츠에 적합하게 제품을 만들었다. 시력 저하 예방을 위해 아이들이 너무 가까이 오면 영상 재생을 멈추고 뒤로 가기를 안내한다. LG유플러스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AI 스피커를 출시하기 위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 마블 지적재산권 사용 계약을 지난달 체결했다. LG유플러스는 영화 ‘어벤져스4: 엔드게임’ 개봉에 맞춰 마블 캐릭터를 활용한 차세대 AI 스피커 ‘U+AI 어벤져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10년 뒤엔… 고령화로 간병인 뜨고 저출산에 웨딩업 지고

    10년 뒤엔… 고령화로 간병인 뜨고 저출산에 웨딩업 지고

    건강 관심에 보건·의료 증가 두드러져 소폭이라도 취업자수 증가 직업 87개 단순노무·세탁원·인쇄업 등 감소 뚜렷저출산·고령화가 미래에 일자리의 명암을 가르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5일 고령화로 건강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간병인 등 보건·의료 분야 일자리가 앞으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 웨딩플래너 등 결혼 관련 직종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2018년부터 2027년까지 10년간 국내 대표 직업 196개의 고용 전망을 담은 한국고용정보원의 ‘2019 한국직업전망’에 따르면 소폭이라도 취업자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은 87개다. 특히 보건·의료·생명과학 분야 일자리 수요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고령화로 개인의 건강한 삶과 정부의 복지 정책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간병인 외에도 간호사·간호조무사·물리치료사·생명과학연구원 수요가 앞으로도 꾸준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금도 인기 있는 전문직종인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일자리 전망도 좋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늘고, 생태계 보전 필요성이 커지면서 동물 관련 전문지식을 갖춘 수의사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사회복지가 강화돼 전달체계의 중간고리 역할을 하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직업 전망도 밝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 환경 구축 요구가 커지면서 산업안전 분야 취업자수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술 발달로 특허 건수가 늘어 지적재산권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변리사의 전망도 좋다. 소득 수준 향상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고 취항 노선이 많아지면서 항공기 조종사나 객실 승무원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고용정보원은 내다봤다.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 직종도 있었다. 인공지능(AI)이나 로봇 등 새로운 기술로 일자리가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이 대부분이다. 단순노무종사자·텔레마케터·세탁원·철도기관사·계산원·매표원·인쇄 및 사진현상 관련 조작원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결혼상담원과 웨딩플래너 등 결혼 관련 산업 종사자의 수요가 줄어들 전망이다. 취업난으로 생계가 팍팍한 청년들이 결혼을 꺼리면서 이들 직종도 내리막길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5만 7600건으로 1972년 이후 4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박가열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일자리 증감은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환경, 정부의 정책과 제도의 상호작용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직업 전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고용정보원 웹사이트(www.kei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성대모사 자유자재 AI 유튜브 열풍 올라탔죠

    성대모사 자유자재 AI 유튜브 열풍 올라탔죠

    “뉴스를 말씀드립니다. 딥러닝 칼리지에서 수강생을 모집합니다. 자세한 내용 들어 보시겠습니다.” 앵커 멘트 뒤 애니메이션 캐릭터 보노보노 목소리가 접수일을 알렸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산타클로스의 음성이 모집요강을 안내했다.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며 감각적으로 채용 정보를 알린 2분짜리 동영상에 출연한 목소리는 총 5개. 하지만 실제로 더빙에 참여한 인원은 0명이다. 다양한 개성의 인공지능 성우로 음성 컨텐츠를 만들수 있는 네오사피엔스의 타입캐스트(TypeCast) 서비스를 활용해 음성을 입혀 제작했다. 서울 양재R&CD혁신허브에 입주한 네오사피엔스 기술을 활용해 이웃 입주사인 모두의연구소가 수강생 모집 공고용으로 제작한 동영상은 유튜브 네오사피엔스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계정에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목소리로 한글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는 영상, 배경음악·자막으로만 구성됐던 영상에 성우 더빙을 입힌 콘텐츠 등이 있다. 네오사피엔스 김태수 대표는 음성합성 기술에 몰두해 온 개발자다. 2007년 LG전자에서 여러 사람의 목소리 가운데 특정인 음원을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010년부터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보이스액티베이션’을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퀄컴이 2013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개해 주목받은 이 기술은 스마트 기기에 내장된 AI를 음성으로 깨우는 기술이다. “OK 구글”, “하이 빅스비”라며 스마트폰이나 AI스피커와 대화하는 게 지금이야 일상이지만 당시엔 시대를 너무 앞선 기술이란 평가도 있었다. 역으로 유튜브 동영상이 모든 콘텐츠를 빨아들이고 있는 요즘 ‘글을 읽어 주는 AI’는 다소 뒤늦은 기술이 아닐까. 김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영상의 발달로 음성의 역할이 위축될 것이라는 ‘비디오 킬 더 라디오스타’식 지레짐작은 팽창하는 영상 콘텐츠·온라인 영상서비스(OTT) 산업을 표면적으로 이해해서 나온 오해란 것이다. 네오사피엔스의 아이스픽 기술은 유명인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 같은 일반인 목소리까지 구애 없이 재생해 낸다. 30분~1시간 정도 목소리를 들려주면 기계학습을 통해 고품질 음성학습이 가능하다. 문자화된 원고를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읽고, 이를 동영상 더빙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 기술을 이용해 영상을 제작할 때 여러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혼자서도 여러 명이 출연한 것처럼 팟캐스트 방송을 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문자로 구현하는데 익숙한 작가들이라면 진행자 없는 영상 콘텐츠 제작마저 가능하다. 잼라이브와 같은 라이브 퀴즈쇼의 진행자를 유명인 목소리로 대체하는 일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여전히 텍스트 위주인 각종 정보를 음성·영상화해 새로운 미디어 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다. 워크맨, CD, MP3처럼 통신과 연결되지 않는 기기들로만 음성 콘텐츠를 소비해야 했던 제약이 사라지고 하루 24시간 휴대하는 스마트폰에 접속해 영상·음성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물리적 이유 때문에 활자 위주의 정보 유통이 이뤄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책, 신문 기사, 블로그 등에 있는 수많은 양질의 정보를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일일이 수동으로 음성화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타입캐스트(TypeCast) 서비스가 활자화된 유용한 정보를 음성화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빙 없이 자막으로 구성된 영상에 비해 음성이 더해진 영상은 훨씬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 역시 스마트폰이 몰고 온 변화 중 하나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볼 때엔 과거 TV·스크린에 몰입하듯 뚫어지게 스마트폰을 주시하기보다 귀로 듣다 흥미가 생기는 부분에서 화면을 주시하거나 스크롤로 해당 장면을 돌려 보는 식으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일이 흔해졌기 때문이다. 목소리라는 매체는 새로운 감성 산업시장을 열 도구로도 주목받는다. 김 대표는 “음성합성 기술을 활용해 AI스피커가 엄마·아빠 목소리로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거나 돌아가신 부모님의 목소리로 자신의 다짐을 되새겨 볼 수도 있고 좋아하는 스타가 AI스피커 모닝콜을 해 줄 수도 있다”고 예를 들었다. 수요자인 팬 입장이 아닌 공급자인 스타 입장에서는 사용 범위가 더 넓어진다. 예컨대 케이팝 스타라면 자신의 목소리로 각국 팬과 그 나라 말로 소통할 수 있고 ‘목소리 굿즈’라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한국어·영어 음성합성이 가능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목소리로 한국말 연설을 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등 10개국어 실험을 끝냈다”고 귀띔했다. 네오사피엔스는 여러 한류 스타들과 협업해 목소리 상품화 채널을 모색 중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외국인과 대화하듯… ‘알파고 원어민’과 언제 어디서든 영어 수업

    외국인과 대화하듯… ‘알파고 원어민’과 언제 어디서든 영어 수업

    “7번 대화 부탁해.”(Conversation number 7 please) “그래, 준비됐어? 주말에 일정 있니?(OK, are you ready? Do you have any plans this weekend?) “글쎄. 하이킹을 갈까 하는데.”(Not really, I may go for a hike)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에 인공지능(AI) 영어교사가 등장했다. AI 스피커가 학생과 영어 대화를 하거나 동화를 들려주고, 단어의 의미를 짚어주기도 한다. 이 ‘알파고 원어민’은 서울교육청이 지난해 실시한 정책연구의 결과물인 ‘AI 기반 영어학습 플랫폼 프로토타입(기본모델)’이다. 서울교육청은 학생들이 원어민과 대화하듯 교실과 집에서 AI 스피커와 영어로 대화하며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AI 영어학습 플랫폼을 연구하고 있다.정책연구 책임자인 임완철 성신여대 교수는 이날 AI 영어학습 플랫폼을 소개하고 일부 기능을 시연했다. 음성인식 AI로 아마존의 ‘알렉사’를 채택한 이 플랫폼은 영어 교과서에 수록된 대화(dialoge)를 챗봇으로 구현해 학생이 수업 시간에 배운 대화를 AI와 시연해볼 수 있다. 이야기(storybook)를 들려달라고 하면 동화 등 MP3 파일로 저장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영화 ‘아이언 맨’에서 토니 스타크를 돕는 AI 비서의 이름은?” 같은 퀴즈도 낸다. 사전도 탑재돼 있어 학생이 단어의 의미를 AI와 대화하며 찾아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정보기술(IT)을 교육에 적용하는 시도가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영어학습에서는 ‘음성인식 AI와 영어로 대화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임 교수는 “사람처럼 말하는 음성인식 AI가 늘고 있어 원어민과 영어로 대화하는 수준으로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겠다는 데서 착안했다”면서 “모든 학생이 일상생활에서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의 설명처럼 학생들은 집에서 스마트폰이나 PC로, 또는 교실에 설치된 AI 스피커로 ‘AI 영어교사’와 대화할 수 있다. AI 스피커와 연결된 영어학습 플랫폼 서버에는 교사와 콘텐츠 제작사들이 만든 영어학습 콘텐츠가 저장돼 있다. AI는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학습자료들을 토대로 수업을 이어간다. 교사는 개별 학생들의 학습 현황을 확인하고 맞춤형 과제를 제시한다. 임 교수는 “학교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이 말을 했는지를 일일이 살피기 어렵지만 AI 플랫폼을 통해서는 학생이 실제로 말을 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현재까지 개발된 AI 스피커들이 가끔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것처럼 AI 기반 영어학습 플랫폼도 기술적으로는 아직 미완성 단계다. 학생이 대화를 하다 맥락에서 벗어난 말을 하거나 말문이 막혔을 때 AI가 유연하게 대응하며 대화를 바로잡아 가지는 못한다. 연구진은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히 쌓이면 이 같은 기능도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학생이 말을 정확히 하지 못했을 때 “뭐라고? 아까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어”(Pardon? I couldn´t understand what you just said)와 같은 말로 대응할 수는 있다. AI 기반 영어학습 플랫폼은 학생들이 ‘알파고 원어민’과 언제 어디서든 영어로 대화하는 환경을 공교육에서 구축한다는 취지다. 학생들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10년 동안 영어를 공부하지만, 학교 정규 수업에서는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과 원어민과 대화하는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유아기부터 영어 사교육을 받았거나 영어권 국가 거주 경험이 있는 학생과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하는 학교 영어수업에만 의존하는 학생 간 수준차는 공교육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초등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은 충분한 입력(input)과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노래나 챈트(chant), 파닉스 등 외우고 따라하는 학습에 치우쳐 있다”면서 “AI가 영어수업에 도입되면 학생이 사람과 소통하듯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교육청은 보완 작업을 거쳐 올해 하반기 10개 안팎의 초등학교에서 AI 기반 영어학습 플랫폼을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원어민 교사 배치 확대 등 관내 초등학교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의 일환이다. 이날 AI 기반 영어학습 플랫폼의 시연을 본 조선형 서울 화곡초등학교 수석교사는 “말을 하려 하지 않는 학생들과 ‘더 말하고 싶은데 말할 기회가 없다’는 학생들이 있는 등 서로 다른 수준차가 학교 영어수업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서 “AI 플랫폼을 통해 개별 수준에 맞게 말하는 기회를 줄 수 있다면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알파고 원어민’을 영어교육에 상용화한 사례는 아직 많지 않지만, 기술 개발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9년에 걸쳐 ‘대화형 영어 말하기 학습기술’을 개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음성인식 AI의 핵심 기술인 ▲자연어 음성인식 ▲대화 처리 ▲음성 합성 등이 적용돼 있어 학습자와의 자연스러운 대화와 피드백 등이 일정 정도 가능하다. 주제 기반 대화와 챗봇 대화를 결합해 학습자가 주제에 대한 대화에서 어긋난 말을 하면 챗봇이 즉각 대응해 주제 기반 대화로 이끌 수 있다. 한국인이 흔히 범하는 문법 오류들을 빅데이터로 구축해, 학습자가 잘못된 문법으로 한 말을 그대로 텍스트로 변환해 바로잡아 준다. 학습자의 발음과 억양을 원어민과 비교해 들어보며 교정하는 기능도 있다. 대화형 영어 말하기 학습기술의 공동연구기관인 한 교육콘텐츠 제작업체는 해당 기술을 학교 교실수업에 적용한 ‘인클래스’(inClass)를 개발해 지난해 서울의 중학교 2곳에서 시범서비스를 진행했다. 학생용 애플리케이션(앱)과 교사용 앱, 토론용 앱 등을 상호 연동해 학생들은 토론 수업에 사용할 단어와 문장, 표현을 집에서 미리 학습하고 수업 시간에 앱을 활용해 영어로 토론하며, 교사는 개별 학생들의 학습 내용을 평가, 관리했다. 인클래스를 활용하기 전과 후 각각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영어 말하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말하기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다” 등의 문항에 긍정적인 응답을 한 학생의 비율이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전규 ETRI 책임연구원은 “AI가 원어민 교사를 일부 대체해 외국어 말하기 학습이 가능해질 수 있다”면서 “과중한 사교육비와 영어격차 등의 사회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AI를 학교 수업에 도입하는 데에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음성인식 AI ‘테이’의 ‘막말 파문’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 AI의 부작용을 차단할 교육학적 연구와 기술적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 교실에서 AI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통신 인프라와 기기 보급도 뒷받침돼야 한다. 교사와 교육 콘텐츠 제작사 등이 영어학습 자료들을 자유롭게 서버에 등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개방성도 필수다. 임 교수는 “AI를 통해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거나 국민 누구나 영어학습을 할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면서 “민간의 AI 자원을 영어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양회서 사라진 ‘제조2025’… 中, 5G 굴기로 기술혁신 이끈다

    양회서 사라진 ‘제조2025’… 中, 5G 굴기로 기술혁신 이끈다

    중국은 1년여 전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발발한 이후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대신 “혁신으로 발전을 선도하면서 신성장 원동력을 육성하고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자극해 중국 위협론을 불러일으킨 ‘중국제조2025’를 내세우기보다는 제조업의 고품질 발전을 통해 빅데이터, 인공지능, 차세대 정보기술 등을 육성해 디지털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과학기술 인재 집단을 바탕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혁신 현장을 들여다보았다.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만든 텐센트의 선전 본사를 비롯해 호텔, 법원 등 많은 다중 이용시설 로비에는 ‘지치런’(機器人)이라 불리는 로봇이 있다. 안내 로봇들의 기능은 대체로 단순해서 호텔에서는 방 번호를 누르면 엘리베이터를 작동시켜 객실 앞까지 안내해 주고 다시 원래 있던 로비로 돌아간다. 텐센트 로비의 로봇 이름은 작은 텐센트란 뜻의 ‘샤오T’로 특히 회사를 방문하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공공기관의 로봇은 어디서 어떤 민원을 볼 수 있는지 안내한다.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는 지난해 베이징에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공원인 ‘하이뎬 공원’을 건설했다. 하이뎬 공원은 원래 2003년 문을 연 오래된 공원인데 여기에다 자율주행차 등 각종 인공지능 장치들을 설치하고 지난해 12월 개장했다. 하이뎬 공원이 있는 곳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 한복판이다. 중관춘은 중국을 비롯한 다국적 정보통신 기업뿐 아니라 대학, 창업공간, 전시관 등이 모여 있는 거대한 산업단지다.1일 인공지능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달리기 트랙에 설치된 카메라다. 카메라에 일단 얼굴을 비춰 인식하게 한 다음 1㎞의 트랙을 달린 뒤 다시 모니터에 얼굴을 인식하면 달린 거리, 소모 열량, 평균 속도 등이 표시된다. 공원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바이두가 개발한 인공지능 무인 자율주행 버스 ‘아폴로’다. 세계 첫 상용 자율주행 버스인 아폴로는 한 번 충전으로 100여㎞를 달릴 수 있다. 이 버스는 공원 서문과 놀이터 사이를 오가며 위챗으로 예약한 뒤 탈 수 있다.증강현실을 이용해 태극권을 배우는 장치도 인기가 많다. 스크린 앞에서 인공지능 장치가 일러 주는 대로 태극권 동작을 따라할 수 있다. 바로 옆에는 발로 작동하는 피아노 건반도 있다. 공원에 마련된 미래체험관은 역시 위챗으로 예약해야만 입장이 가능한데 로봇 등이 설치돼 있다. 정협 위원으로 양회에 참가한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회장은 지난달 “미래 스마트 사회의 발전 기반인 인공지능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며 “지난 20년은 휴대전화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졌고, 앞으로 20년은 휴대전화 의존도가 낮아지고 인공지능이 거의 모든 업종에 심각한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심각한 견제를 받고 있는 차세대 정보기술인 5세대 이동통신(5G)에 쏟아붓는 중국의 노력도 상당하다. 중국에서 5G 통신 관련 투자는 2019~2025년 1조 5000억 위안(약 25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5G를 사용하는 인구는 2025년 5억 7600만명에 이르러 전 세계 5G 사용 인구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미 양회에서는 미디어센터에 5G를 구축한 컴퓨터가 마련됐으며, 베이징의 관광 명소인 톈안먼광장에도 5G가 설치됐다. 상하이는 훙커우 지역에 5G 기지국을 228개 건설했다. 올해 안에 상하이에는 1만개가 넘는 5G 기지국이 만들어지고 2021년까지 여기에 3만개가 더 생길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상하이 훙커우 축구장에서 열린 5G 개통식에서 우칭(吳淸) 상하이 부시장은 5G 기술을 사용해 영상 통화를 했다. 5G는 기존 휴대전화의 심 카드를 교체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5G 통신망 지역에서 5G 지원 단말기만 있으면 된다. 5G를 통해 고화질 영상 통화, 고속 인터넷 접속, 로봇 안내, 로봇 음식 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후베이성은 중국 최초의 5G 스마트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스마트 고속도로에서는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loT), 인공지능 등 차세대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교통 상황을 측정하고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중국의 5G 굴기는 공업화신식화부(공신부)가 맡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3대 통신사에 전국 범위의 저주파 5G 시험 사용 허가를 발급했다. 5G는 정부의 적극적 육성책에 통신 3사와 화웨이, ZTE 양대 통신장비 회사가 시너지효과를 내는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통신사는 장비업체의 적극적인 기술 지원에 힘입어 장비업체는 통신사의 대규모 발주를 등에 업고 5G 인프라를 확장하고 시장을 키워 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양회를 앞두고 열린 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5G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과 함께 ‘신형 인프라’로 정의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미진했던 3G, 4G 투자와 비교할 때 5G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기술적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혁신을 통한 제조업의 고품질 발전에서 중국의 가장 큰 장애는 역설적으로 기술 부족이다. 양회의 마지막은 항상 총리의 기자회견으로 장식되는데, 질문은 중국 외교부와 국무원에서 사전에 모두 정해진다. 국력을 과시하는 잘 짜인 시나리오와 같은 기자회견에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기자가 던진 중국의 단점을 지적하는 질문이 외신기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인민일보 기자는 지난달 15일 “지난해부터 일부 기업은 정리해고를 실시했으며 일부 국내외 기업은 외국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일부 기업은 적절한 숙련 근로자를 채용하기 어렵다고 보고했다”며 일자리 정책과 기술 부족에 따른 기업의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총리에게 물었다. 리 총리의 대답은 ‘혁신’이었다. 그는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증진하고 혁신 플랫폼을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과학기술 혁신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창조적 활동”이라며 “과학기술 인원들이 일심전력으로 연구에 몰두해 혁신적 돌파를 가져올 수 있도록 번거롭고 까다로우며 불필요한 규정·제도들을 대거 취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중창업과 대중혁신을 심화하기 위해 부가가치세 기초공제액 기준을 월매출액 3만 위안(약 500만원)에서 10만 위안으로 올려 조세 특혜 정책의 효과를 골고루 퍼뜨리겠다고 덧붙였다. 총리는 각 부류의 인재를 널리 모으고 적절히 등용하면 중국의 혁신은 더욱 좋은 발전을 이루고 “인류의 문명과 진보를 위해 응분의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경제연구소의 순쉐궁(孫學工) 소장은 “중국 자체의 혁신 능력과 핵심기술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지만 중국은 발전에 필요한 강인성과 거대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양호한 경제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사진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전남 고흥에도 스마트팜 생긴다

    전남 고흥에 유리온실과 정보통신기술 등이 융합된 대규모 ’스마트 팜’이 생긴다. 29일 전남도에 따르면 고흥만 간척지 일대가 농림축산식품부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됐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스마트팜에 청년 인력 양성과 기술 혁신 등을 집약해 농업과 전후방 산업의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농산업 단지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전국에 혁신밸리 4곳을 조성한다는 방침으로, 지난해 1차 공모에서는 경북 상주와 전북 김제가 각각 선정했다. 이번 2차 공모에서는 고흥과 경남 밀양이 선정됐다. 고흥은 ‘남방형 스마트팜’을 통해 아열대 작물을 수입 대체 품목으로 육성하겠다는 모델을 제시했다. 특히 전남도는 따뜻한 기후, 전국 최대 일조량 등으로 스마트팜에 적합하고, 넓은 간척지를 활용해 토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혁신밸리 인근에 창농·창업 지원이 가능한 창농 예비단지(30㏊)를 조성, 다수의 청년농업인들에게 스마트팜 창농을 유도하겠다는 전략도 주효했다. 이에 따라 고흥군 도덕면 가야리와 신양리 등 간척지 일대 29.5㏊에 오는 2022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등 1056억원을 투입, 각종 시설을 조성한다. 실습농장 등을 갖춘 청년보육단지(4.5㏊)와 기후변화에 대비한 아열대 작물(만감류), 지역특화작물(멜론), 수출품목(스페셜T토마토, 메리퀸 딸기) 등을 생산하는 생산시설(13.5㏊), 실증온실과 전시체험 등이 가능한 실증단지(4.5㏊) 등이 들어선다. 현재 수입에 의존하는 양액의 국산화, 농업용 드론과 AI 로봇을 활용한 노동력 절감도 혁신밸리 내에서 연구할 계획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역 농업인, 산·학·연과 공동으로 농업 분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며 “전남형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세계적 청년 창업 모델로 거듭나도록 행정력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노숙인 고객도 받는 낮은 문턱…조합원 52만명 모여 만든 자산 262억달러

    노숙인 고객도 받는 낮은 문턱…조합원 52만명 모여 만든 자산 262억달러

    폐쇄적 구조 아닌 누구나 가입 가능 저소득자 대출·지역발전 상품 ‘두각’캐나다의 최대 신협 밴시티는 노숙인이 많은 밴쿠버 동쪽 지역에 ‘비둘기공원 지점’을 운영한다. 이곳은 정부가 만든 은행도 손실만 보고는 문을 닫은 지역이다. “당신의 예금을 이로운 자본이 되게 하고, 이로운 곳에 쓰여지도록 하겠다”는 구호에 딱 들어맞는 이 지점은 소외된 자를 위한 금융의 가장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이곳에서 밴시티신협은 대출은 취급하지 않고 한 달 수수료 5달러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계좌와 정기예금 상품만을 제공한다. 캐나다 일반은행 고객들이 거래당 0.5~2달러가량 수수료를 내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한 상품이다. 밴시티에 따르면 현재 5000명의 주민들이 비둘기공원점을 이용하고, 그중 1500명가량은 노숙인으로 추정된다. 밴시티는 조합원 52만 5506명, 지점수 59곳, 자산규모 262억 달러(약 29조 7000억원)로 ‘신협 강국’인 캐나다에서도 최대 규모다. 우리나라 신협의 평균 조합원 수는 1만명 안팎이다. 밴시티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밴시티가 조합원만을 위한 폐쇄적인 신협이 아닌 지역사회의 금융기관으로 발돋움한 데에는 ‘사회적 금융’이 큰 몫을 차지한다. 14일 동작신협 주세운 과장은 “신협이 규모가 커지면 관계형 금융을 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담보대출 위주로 운영하면서 은행과 차이 없는 금융기관으로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밴시티는 사회적기업에 대출해주거나 친환경빌딩에 우대 대출을 하는 등 윤리경영을 하면서 신협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찾으려고 한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 금융을 끊임없이 고민하기 때문에 조합원의 충성도가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1946년 만들어진 밴시티신협은 도시에 사는 금융소외 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기관으로 출발했다. 특히 직장이나 인종, 종교단체 등을 중심으로 조직되던 신협과 달리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조합으로 설립됐다. 재산이나 담보가 아닌 신뢰와 관계를 기초로 대출해주는 신협의 기본 구조상 폐쇄적인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구정옥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시 은행도 평범한 직장인에게 쉽게 대출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밴시티로 사람이 몰리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때부터 밴시티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금융상품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1961년 남성의 동의 없이도 여성에게 처음으로 대출을 했고, 밴쿠버의 저소득층 지역에서 처음으로 부동산담보대출을 취급했다. 1967년 시작한 일일금리예금 ‘플랜 24’도 큰 호응을 얻으며 캐나다 내 소매금융의 시작을 알렸다. 당시 캐나다 시중은행에서도 하루만 예치해도 이자가 붙은 상품은 거의 없었다. 이들 모두 2011년 밴시티가 주창한 ‘착한금융’의 모태 격이다. 현재 밴시티는 저소득자를 위한 대출과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대출에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 중 저소득자를 위한 ‘직업 되찾기 융자’는 최대 7500달러 한도로 전직 의사 등 전문직 신규 이민자들이 국내에서 동일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빌려준다. 예체능 분야 졸업생들이 전공을 살려 창업할 수 있도록 기자재 구입 비용을 대출해 주기도 한다. 2014년부터 시작된 서민 소액대출인 ‘페어&패스트’(Fair & Fast) 대출은 캐나다 직장인들이 이용하던 단기 고금리 무담보대출 ‘페이데이론’의 대체재로 뜬 상품이다. 페이데이론이 2주 안에 갚지 못할 경우 연 600%로 금리가 급격히 높아지는데 반해, 이 대출은 100~2500달러를 2달에 걸쳐 갚을 수 있고 연이율은 19%다. 밴시티는 2017년 9180만 달러 순이익을 냈지만 그중 30%인 2750만 달러는 다시 조합원 배당, 지역단체 지원에 활용했다. 이현배 주민신협 상임이사는 “밴시티의 핵심 키워드는 ‘열린 공동유대’”라면서 “국내에서도 공동유대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공동유대란 신협법에 규정된 영업범위로 지역조합은 원칙적으로 같은 시·군·구로 한정돼 있고 금융위원회 승인이 있어야만 인접 행정구역으로 영업을 확대할 수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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