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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부·현대백화점 새활용 ‘지구장’ 운영

    환경부·현대백화점 새활용 ‘지구장’ 운영

    환경부는 27일 현대백화점과 함께 친환경을 주제로 한 새활용(업사이클) 팝업스토어 ‘지·구·장’(지구를 구하는 장터)을 운영한다고 밝혔다.팝업스토어는 신촌점(10월 23∼29일)을 시작으로 목동점(10월 24일∼11월 1일), 성남 판교점(11월 6∼12일), 부천 중동점(일시 미정) 등 4개 지점에서 순차적으로 열린다. 더현대닷컴(www.thehyundai.com)에서도 ‘버려지는 것들을 위한 두 번째 기회’라는 주제로 온라인 특가 기획전을 진행한다. 팝업스토어에는 40개 기업이 참여해 200여개 제품을 판매한다.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제로웨이스트라이프 ‘지구샵’, 폐낙하산을 이용해 가방을 제작하는 ‘오버랩’, 와인 부산물을 활용해 비건뷰티마스크팩 제품을 생산하는 ‘디캔트’, 소방관들이 사용한 폐방화복을 활용해 가방으로 재탄생시키는 ‘119레오’ 등 다양한 새활용 기업이 참여한다. 새활용은 폐자원에 새로운 아이디어·디자인을 더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새롭게 생산하는 재활용 방식이다. 환경부는 녹색신산업인 새활용 산업 육성을 위해 올해 45억원을 배정했다. 110여개 새활용 기업에 신제품 개발, 유통, 생산 고도화 등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한국인 17%, 로봇 연인 사귈 수도 있다고 생각” (국제 연구)

    “한국인 17%, 로봇 연인 사귈 수도 있다고 생각” (국제 연구)

    최근 SF 드라마나 영화 소재로 자주 등장한 덕분일까. 한국인은 로봇과의 로맨스를 다른 나라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트벤테대(UT) 연구진이 유럽연합(EU)이 지원하는 ‘시에나’( SIENNA)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사용해 로봇과 인공지능(AI) 분야 같은 최첨단 기술에 관한 윤리와 의견을 조사했다. 여기서 시에나는 사회경제적·인권적 영향이 큰 신기술에 관한 이해관계자의 정보윤리(Stakeholder-Informed Ethics for New technologies with high socio-ecoNomic and human rights impAct)의 약자를 말한다. 연구진은 네덜란드는 물론 프랑스부터 독일, 그리스, 폴란드, 스페인 그리고 스웨덴까지 같은 EU 국가 7개국 외에도 비 EU 국가로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한민국 그리고 미국 4개국을 더해 11개국에 사는 총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사람들은 ‘로봇을 여자친구나 남자친구 또는 낭만적인 배우자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12%만이 전적으로 동의했으며 15%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72%는 완전히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하지만 이런 입장은 국가에 따라 편차가 컸다. 네덜란드에서는 9%가 전적으로, 21%가 대체로 로봇과의 로맨스를 받아들인다고 동의해 11개국 가운데 가장 수용력이 높은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이 나라 역시 중립적인 태도는 23%, 대체로 반대는 18%, 완전 반대는 27%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다음으로는 대한민국과 스웨덴이 로봇 애인에 대해 관대한 편이었다. 두 국가의 사람들은 똑같이 7%가 전적으로, 10%가 대체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중립적인 태도는 한국인의 경우 16%로 스웨덴인(24%)보다 다소 적다. 반면 반대 입장은 한국인이 66%로(이중 완전 반대가 46%) 스웨덴인의 경우인 57%(이중 완전 반대는 39%)보다 다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14%)과 남아프리카공화국(14%), 독일(13%)에서 10% 이상 찬성하며 그 뒤를 이었다. 이어 브라질과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 그리고 그리스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로봇 청소기부터 조명 조절이 가능한 스마트 스피커 그리고 스마트폰 속 AI 비서 등 지능형 기계와 상호작용하는 데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매일 몇백만 명의 사람이 시리나 알렉사 또는 구글에 숙제를 도와달라거나 날씨를 알려달라하고 또는 멋진 저녁을 위해 레스토랑을 예약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로봇과 AI가 지배하는 세상을 향한 발전과 변화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로봇의 도입으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0%는 20년 동안 로봇과 AI의 혁명이 나라를 크게 변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미만인 46%는 이런 로봇이 자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지만, 3분의 1인 30%는 가능성 있는 영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질문에서는 네덜란드인(61%)과 한국인(55%)이 가장 긍정적이었지만, 프랑스인(31%)은 가장 덜 긍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또 인공 생명체와 지능형 기계 그리고 사람과 닮은 로봇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절반 이상인 55%의 사람들은 이런 기술이 삶에 대한 통제력을 털어지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13%만이 통제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성생활과 별개로 직장에서 사람과 같은 로봇에 대한 우려도 나왔는데 절반 이상인 52%는 로봇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또 절반 이상인 52%는 직장이나 공공장소에서 로봇이 사람처럼 보이거나 행동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분의 1 이하인 29%만이 사람처럼 보이고 행동해도 괜찮다고 답했다. 대다수 사람은 로봇과 AI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사람과 같은 특징을 지닌 로봇에 대한 생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 조사를 주도한 필립 브리 UT 기술철학과 교수는 설명했다. 브리 교수는 또 “우리는 기계와 상호작용하는 것의 이점이 엄청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기술에 관한 의존도를 높임으로써 우리는 또한 우리의 자율성 일부를 잃게 될 것”이라면서 “모든 사람이 같은 조건으로 기술에 접근하지 않는 한 불평등한 사회를 건설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개방형 정보 플랫폼 제노도(Zenodo) 25일자에 게재됐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체험기] “미니링크! 카톡 읽어줘”…운전중 안전하게 카톡 확인되네

    [체험기] “미니링크! 카톡 읽어줘”…운전중 안전하게 카톡 확인되네

    인공지능(AI) 비서에 한번 맛을 들리면 헤어나기 힘들다. TV를 리모컨으로 켜듯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내 목소리가 스마트폰의 리모컨이 된다. 출근 준비를 하는 도중 AI 비서에서 날씨를 물어본 뒤 그날 입을 옷을 정하곤 한다. 퇴근 후 집에 들어와 옷을 갈아 입을 때에는 “음악을 틀어달라”고 말하면 조금이라도 빨리 하루동안의 업무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다스릴 수 있다. 처음에는 제대로 작동이 될까 반신반의했지만 한번 해보고는 이젠 별의 별 것을 다 AI비서에게 시키는 사람이 됐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최근에 새로 내놓은 ‘미니링크’를 사용해보니 카카오톡 송수신 기능에 특화된 AI 음성 인식 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굳이 미니링크로 카카오톡을 보내보면 편리한 데다 신기하기까지 했다. 기기 우측의 버튼을 한번 누르면 카카오톡에 온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미니링크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도 있고 AI스피커·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에서도 재생이 가능하다. 우측 버튼을 짧게 두번 누르면 읽고 있던 카카오톡 대화방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기기가 음성을 제대로 읽지 못해 다른 사람에게 카톡을 보내려 하면 다급한 목소리로 “아니 보내지마”라고 말해 취소해야 한다. 전면에 커다란 호출 버튼을 누른 뒤 ‘카카오톡 읽어줘’라고 요청해도 된다. 누르기 편한 전면 버튼 쪽을 더 많이 이용했다.카카오톡 메시지 보내기 기능은 운전중에 효과가 극대화됐다. 가끔 운전 도중 카카오톡이 오면 신호등 앞에 멈춰서기 전까지 메시지 내용이 너무 궁금했는데 미니링크를 이용한 뒤부터는 그러지 않아도 됐다. 차량용 거치대도 동봉돼 있어서 설치해놨다가 필요할 때마다 전면 호출버튼을 누르니 편리했다.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틀어 달라고 해도 된다. 음악도 들을 수 있지만 카카오 계열 음악 서비스 업체인 ‘멜론’하고만 연동되는 건 아쉽다. 집에 있을 때도 다른 AI비서 대신에 미니링크를 종종 이용하곤 했다.‘나는 배가 고프다’라는 말을 영어로 번역해달라고 명령하면 곧바로 ‘I am hungry’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영어 발음을 귀에 익히는 효과도 있어서 어학 공부를 할 때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좀 긴 문장을 번역해달라고 하면 갑자기 미니링크가 무슨 명령어인지 못 알아듣는 일이 잦아서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에서 운동을 할 때가 많은데 그때도 미니링크에게 ‘스쿼트 하자’라고 명령하니 번호를 붙여가며 ‘20개씩 4세트’의 스쿼트를 독려했다. 홀로 속으로 숫자를 새면서 할 때는 좀만 힘들어도 잠시 쉴 때가 많았는데 미니링크가 구령을 붙여주니 꾀를 안 부리고 운동을 마칠 수 있었다. 팔굽혀펴기나 크런치, 플랭크도 하자고 요청하면 미니링크가 같은 방식으로 도와준다. 또한 명상을 하자고 할 수도 있고, ‘공부용 소리를 틀어줘’라고 하면 그에 맞는 음향이 나와서 집중력이 더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밖을 돌아다닐 때는 동봉된 줄을 이용해 목걸이처럼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의 라이언과 죠르디 모양으로 앙증맞게 생겼기 때문에 액세서리 같은 느낌도 난다. 가끔씩은 ‘어울리지 않게 왜 이렇게 귀여운 것을 목에 걸었냐’는 지인의 비판을 감내해야 할 때도 있었지만 며칠 착용하고 다니니 ‘원래 저런 애’라며 신경을 안 쓰는 분위기가 생겼다. 고성능 마이크가 두 개 내장돼 있어서 엄청 시끄러운 곳이 아니라면 시내 길거리 등에서도 음성 인식이 잘되는 편이었다. 길을 가다 갑자기 내일 장봐야 할 물건이 생각나서 ‘샴푸 메모해놔줘’라고 말하면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 기능으로 해당 메시지가 전달됐다. 무게도 31g에 불과해 목에 걸었을 때 전혀 부담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가벼울 수 있었던 것은 배터리가 300mAh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이 적용돼 한번 충전하면 5일 이상 사용 가능하다.주로 좋은 점을 신나게 열거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헤이 카카오’라고 말로만 부르면 알아듣고 실행되는 게 아니라 처음에 일단 기기의 버튼을 눌러야 반응을 한다는 것이 가끔 번거로웠다. 카카오톡을 보낼 때도 누구에게 보내달라고 하면 미니링크가 제대로 찾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있었다. 무엇이라 번호를 저장해놨는지 기억이 안나서 이름과 직책을 수차례 외쳤지만 ‘XX전자 XXX 부장님’이라는 식으로 복잡하게 저장해놓은 사람에게는 카카오톡이 보내지지 않는 일이 있었다. 휴대성이 강조된 AI 음성 인식 기기이지만 정작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남의 시선이 신경쓰여 미니링크에 명령어를 입력하기 수줍을 때가 많았다. 스마트폰에서 사용중이던 AI비서로는 대체가 안 되는 기능들이 대거 구비돼야 사용성이 더 높아지는데 아직까지는 차별성 있는 기능들이 많이 장착되지는 않았단 점도 향후 풀어야 할 숙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열린세상] AI에 대한 심각한 오해/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열린세상] AI에 대한 심각한 오해/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코로나 시국이 지속되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는 인공지능, 즉 AI다. 앞으로 비대면 상황이 대세가 되면 AI가 그동안 인간이 하던 많은 것을 대신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AI와 관련해 사람들이 크게 오해하는 것이 있어 이번 기회에 밝혔으면 한다. 사람들은 앞으로 AI가 발전하면 인간처럼 생각하고 심지어는 터미네이터 같은 존재가 돼 인류를 절멸시킬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공포가 컸던지 이 주제를 다룬 영화도 적지 않게 나왔다. 예를 들어 윌 스미스 주연의 ‘아이, 로봇’과 같은 영화가 그것인데 이런 영화에서 인공지능 로봇들은 인간에게 집단 항명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런 영화들을 보면 사람들은 AI가 인간처럼 생각하는 능력을 가질 줄로 믿는 것 같은데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동물이 있다. 그 가운데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거두절미하고 인간은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자의식’(自意識)을 가진 존재다. 이것은 인간만이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만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언어를 갖고 있고 문화를 만들어 냈다. 동물은 이 같은 능력이 없다. 그들은 느낄(sense) 수는 있으나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언어도 없고 문화도 없다. 그들의 언어는 기호 같은 것이지 인간처럼 추상화된 언어가 아니다. 또 그들은 본능에만 충실할 뿐이지 인간처럼 본능을 조작하거나 왜곡하는 일을 하지 못한다. 지구상에 인간이 출현한 것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인간 출현의 시기를 대체로 200여만년 전쯤으로 잡는데 인간 출현이라는 사건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알려면 지구 역사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지구 역사에는 두 번의 큰 전환점(turning point)이 있었다. 첫 번째 전환점은 생명의 탄생이다. 지구에는 30여억년 전에 생명이 생기는데 사람들은 이 사건이 얼마나 큰 사건인지 모르는 것 같다. 생명의 기원에 대해 수많은 가설이 있지만 제대로 설명하는 것은 아직 없다. 이 설명들은 매우 복잡하게 돼 있지만 간단하게 보면 이런 것이다. 무생물만 있던 지구에 생명이 출현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질에서 생명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 확률에 대해 켄 윌버는 매우 재밌는 비유를 들었다. 무생물에서 생명이 생길 수 있는 확률은 원숭이가 타이프를 치다가 햄릿 같은 소설을 쓸 확률이거나 폐차장에 있는 자동차 부속품들이 이리저리 쓸려 다니다가 롤스로이스 같은 명차로 조립될 확률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이런 일이 발생할 확률은 제로(0)다. 따라서 생명이 생길 확률도 제로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든 그 일이 일어났다. 일단 생명이 생기자 그다음 진화는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동물까지는 생명이 꾸준하게 진화했다. 이 단계까지 온 것도 대단한 일인데 그 복잡한 것은 생략한다. 감각을 가진 동물까지는 진화했는데 아직 의식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때 의식은 앞에서 언급한 자의식을 말한다. 그러다 200여만년 전에 아프리카에 자의식을 가진 동물이 나타났다. 드디어 인간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본 생명의 출현도 설명할 수 없었지만 이 인간의 출현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이 의식이라는 것이 어디 있다가 이렇게 늦게 나타났는지 알 수 없다. 동물과 인간은 불연속적인 관계에 있다. 그러니까 원숭이가 진화해 인간이 된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이라는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이 점은 진화론도 설명하지 못한다. 이렇게 보면 지구는 물질에서 생명이 생기고 또 의식이 생기는 진화 과정을 거친 것을 알 수 있다. 의식을 가진 인간이 나오기 위해 지구는 그 전체 역사를 소비했다. 그런데 AI는 어떤 수준인가? 그것은 물질에 불과하다. 그것에는 생명도 없고 더군다나 의식은 아예 없다. 진화로 보면 인간보다 2단계 밑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AI가 인간처럼 의식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언컨대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 [밀리터리 인사이드] 해군은 왜 핵잠수함 도입을 원하나

    [밀리터리 인사이드] 해군은 왜 핵잠수함 도입을 원하나

    “北 SLBM 잠수함 추적·격멸에 용이”수면 위로 떠오르는 ‘스노클’ 불필요수주간 잠항 가능해 적 회피 유리소음도 디젤과 동등 수준으로 줄여넓은 공간 활용한 공격력 강화 가능핵연료를 사용하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이른바 ‘핵잠수함’ 도입 여론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에 대응하기 위해 건조할 예정인 3600t급과 4000t급 차세대 잠수함을 핵잠수함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겁니다. 군은 지난 8월 핵잠수함 개발 가능성에 대해 “현 단계에선 말하기 적절치 않다. 적절한 시점이 되면 말하겠다”고 다소 아리송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올해 7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차세대 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이라고 언급해 여론을 들썩인 터라 국민의 관심은 더욱 집중됐습니다. ‘핵잠수함 개발이 가시화됐다’는 보도도 쏟아졌습니다. 소수이긴 하지만 반대여론도 있습니다. 엔진을 끌 수 없어 소음이 큰 데다 굳이 덩치가 큰 핵잠수함을 한반도 해역에서 운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소음이 큰 중국 ‘상급’ 핵잠수함이 2018년 일본 해상자위대에 탐지돼 이틀간 쫓기다 부상한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가 핵잠수함을 도입하면 북한은 물론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갈등만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군 전문가 “우리도 비대칭 수단 필요” 해군의 입장은 어떨까. 심승섭 전 해군참모총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핵잠수함은 장기간 수중 작전이 가능해 북한 SLBM 탑재 잠수함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격멸하는 데 가장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군 전문가들의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북한 SLBM 도발 대응 간담회’에서 “우리도 다른 비대칭 수단인 핵잠수함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표면적 이유만 언론에 종종 나올 뿐 우리가 도대체 왜 핵잠수함을 도입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설명하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해군이 왜 핵잠수함을 원하는지, 그리고 핵잠수함이 왜 전략적으로 유용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방위사업청 차세대잠수함사업단 전투체계 개발담당인 장준섭 해군 소령은 올해 한국해양전략연구소 학회지에 ‘전쟁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른 잠수함의 역할 변화에 대한 고찰’이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15일 보고서에 따르면 잠수함이 적 잠수함을 잘 탐지하고, 반대로 적 함정에는 탐지되지 않으려면 바다 깊이 내려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수온이 감소하고 밀도는 높아져 음파가 아래로 굴절되는 특징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잠수함이 바다 깊이 내려가면 음파가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탐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잠항능력이 뛰어난 핵잠수함의 유용성이 부각됩니다. 최신 디젤 잠수함은 ‘공기불요추진(AIP) 체계’를 갖춰 수주일 동안 잠항할 수 있지만 ‘스노클’(해상의 공기를 빨아들이고 배기가스를 밖으로 배출하는 것)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 과정에서 심한 소음이 발생하고 적에게 탐지될 위험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또 AIP로 잠항한다 해도 축전지를 사용해야 해 고속기동은 불가능합니다. 연료를 모두 소모하면 육상에서 재보급 받아야 합니다. 반면 핵잠수함은 물과 공기를 계속 만들어 낼 수 있어 스노클이 필요 없고, 원자로로 강력한 추진력을 갖춰 상시적인 수중 고속기동이 가능합니다. 지난해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에 게재된 보고서에 따르면 3500t급 잠수함을 기준으로 디젤 잠수함은 엔진, 발전기, 축전지가 차지하는 공간이 50%나 됩니다. 반면 핵잠수함은 33%에 그쳐 공간활용성이 매우 높습니다. 같은 규모라도 핵잠수함에 무기와 식품 등을 적재할 공간이 훨씬 더 크다는 겁니다. 핵잠수함은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디젤 잠수함보다 큰 규모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2~16개의 수직 발사관을 탑재하고 6~8개의 어뢰 발사관을 갖추는 등 디젤 잠수함보다 훨씬 뛰어난 공격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수전 임무’ 지원도 가능합니다. 6명이 탑승해 ‘수중택시’로 불리는 ‘수송용 추진기’를 장착하면 됩니다. 많은 분들이 꺼지지 않는 원자로의 소음이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40년 전에 디젤 잠수함과 동등한 수준에 올랐을 정도로 핵잠수함의 소음 저감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中·러 등 주변국들도 전략자산 확대 1959년 취역한 미 해군 최초의 탄도미사일 장착 핵잠수함(SSBN) ‘조지 워싱턴호’의 수중방사소음은 155dB 수준이었습니다. 최신 디젤 잠수함의 소음이 100~110dB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1981년 도입하기 시작한 SSBN ‘오하이오급’은 100dB 수준으로 소음 크기를 줄였습니다. 속력은 디젤 잠수함과 비교해 최대 2배까지 낼 수 있는데 소음은 비슷하다는 겁니다. 적 추적과 어뢰 회피기동에도 유리합니다. 최신 공격형 핵잠수함(SSN) ‘버지니아급’도 1990대 개발 당시엔 소음이 115dB을 넘었지만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110dB 아래로 줄었습니다. 핵잠수함을 단순히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만 운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략 정보자산으로 미국 등과의 공동임무를 통해 정보 획득 기능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핵잠수함을 개발하든, 개발하지 않든 북한과 러시아, 중국 등 주변국들은 지속적으로 전략자산 확대를 꾀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핵잠수함 개발이 ‘잠수함 강국’이라는 타이틀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1400t급 잠수함 3척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계약을 따냈는데, 수출액이 1조 1600억원에 이릅니다. 지금 핵잠수함 개발을 시작한다고 해도 1척당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과 7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필요합니다. 오로지 우리 힘으로 만들어야 해 상당한 난관이 예상됩니다. 미 해군 산하 해상체계사령부의 제임스 캠벨 프로그램 분석관은 지난해 전문가 토론회에서 “미국은 한국이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원자로 기술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급하게 나서진 않더라도 이제 ‘첫발’은 떼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5G 기술·디지털 의료·모빌리티’ 기업 생존 화두 될 것

    ‘5G 기술·디지털 의료·모빌리티’ 기업 생존 화두 될 것

    코로나 종식돼도 산업 지형 디지털 재편소비활동 변화로 온라인 플랫폼만 성장5G가 자율차·스마트 시티의 핵심 인프라‘언택트’(비대면)는 코로나19 확산 전후를 구분 짓는 대표적인 단어다. 10년 넘게 걸릴 변화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산업 일선에 있는 기업들은 저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원격진료, 온라인교육,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배달 앱, 홈 엔터테인먼트 등 비대면에 기반을 둔 기업들은 산업 지형 재편을 이끌고 있다. 14일 열린 ‘2020 서울미래컨퍼런스’의 마지막 세션인 ‘언택트, 디지털 에필로그’에서는 산업 현장에서 변화의 바람을 그대로 체감하고 있는 기업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이날 세션에서는 디지털 시대 전환을 앞당기는 5G 기술을 비롯해 디지털 의료, 모빌리티가 주요 화두였다. 연설자로 나선 이성환 KT 5G·기가 사업본부장은 “5G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라며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 자동차, 원격의료, 스마트 공장, 스마트 물류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원격진료 이용이 증가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는 원격의료, 의료 데이터를 분석·판독하는 의료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을 통한 치료 등 디지털 치료제가 결합해 발전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정보통신기술(ICT)의 진화가 가져온 ‘탈것’의 변화를 설명한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앞으로 자동차는 자율주행, 초연결, 공유, 친환경이 융합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업체들의 동향을 조망하면서 “테슬라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모빌리티, 에너지, 통신 등을 망라하는 플랫폼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얘기다.연설 직후에는 게임 분야에서의 5G 기술 활용 가능성, 자율주행차가 출연한 뒤 사고 책임 등에 대한 논란, 자율주행 자동차 외 수소자동차의 발전 가능성 등의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전 구글 스타트업 성장매니저 주영민 작가의 사회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연설자로 나선 이들에게 코로나19 이후 산업 지형의 변화를 묻는 질의가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고 센터장은 “블루칼라 직업군이 맡고 있는 일은 로봇, 화이트칼라는 AI가 대체하고, 사람은 창의적인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미래가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본부장은 “사람, 로봇, AI가 서로의 역할을 보완하면서 공존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인천공항 불법드론 사태가 무서운 이유…드론 스트라이크의 위험성

    인천공항 불법드론 사태가 무서운 이유…드론 스트라이크의 위험성

    “드론이다!” 지난해 7월 8일,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 인근 상공. 착륙을 준비하던 A320 여객기 기장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비행기를 향해 빠르게 접근하는 드론 한 대를 발견한 직후였다. 고도 106m, 착륙까지 불과 1분 남짓 남은 거리였다. 승무원들은 기체 왼쪽 날개로부터 20m 떨어진 지점까지 드론이 근접해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기장은 드론 비행 속도가 워낙 빨라 회피 기동을 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만약 자동조종장치가 작동 중이었더라면 비행기와 드론이 충돌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착륙 1분 전, 기장 눈앞에 나타난 드론드론 마니아였던 부기장은 해당 드론이 중국 DJI사의 최신 모델인 인스파이어였다고 말했다. 영국항공청은 항공사명을 특정하지 않았으나 179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항공기였다고 전했다. 영국 근접비행사고 조사위원회(UK Airprox Board) 보고서는 이 사건을 5단계의 비행 준사고(니어 미스·near miss) 중에서 가장 위험한 A등급으로 분류했다. 영국에선 한 달에 평균 서너 건의 공항 드론 비행 사고가 보고되고 있다. 최악의 사고는 성탄절을 앞둔 지난 2018년 12월 19일 오후 9시쯤 개트윅 공항 반경 1㎞ 상공에서 축구공 크기 드론이 발견돼 공항이 전면 폐쇄된 사건이었다. 이 사고로 700편 이상의 항공기 운항이 36시간 동안 차질을 빚었고 승객 12만명의 발이 묶였다. ●인천공항 불법드론은 DJI 매빅에어2공항 드론 사고는 더는 먼 나라 일이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26일 인천국제공항에 2대의 미확인 드론이 발견돼 여객기 1대를 포함한 항공기 5대가 김포국제공항으로 회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오전 11시 23분 인천공항 대테러상황실의 실시간 드론탐지시스템에 드론 1대가 포착됐다. 공항 측이 지난해 9월부터 33억여 원을 들여 구축한 시설이었다. 레이더와 무선주파수(RF) 스캐너 등으로 구성된 이 시스템은 시범 운영을 거쳐 지난달 24일부터 정식 가동 중이었다. 뜻하지 않게 가동 이틀 만에 드론을 잡아낸 것이다. 드론이 인천 중구 영종도 인천대교기념관 근처 1㎞ 지점을 날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인천 중부경찰서 공항지구대는 50대 초반 공인중개사 A씨가 드론을 띄워 아파트 분양 홍보 영상을 촬영한 사실을 확인했다. A씨가 사용한 드론은 570g의 DJI 매빅에어2 모델이었다. 130만원대 가격에 날개를 접을 수 있어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제품이었다. A씨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경찰은 행정처분을 위해 서울지방항공청에 사건을 넘겼다.●드론 때문에 항공기 5대 회항…이틀 후 또 드론 신고 공항 근처에서 드론을 날리면 항공안전법에 따라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단 이번이 첫 규정 위반이라면 최초 과태료 100만원이 부과되고, 2번째라면 150만원, 3번 이상 규정 위반일 때 200만원을 내야 한다. 항공청 관계자는 “A씨의 과거 규정 위반 사례를 조회해 보름 내에 과태료를 사전 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대테러상황실은 같은날 오후 2시 9분에도 한 대의 드론을 더 탐지했지만 드론이나 날린 사람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이틀 뒤인 28일에도 공항 근처에서 드론을 봤다는 112 신고가 들어와 항공기 2대가 착륙하지 못하고 김포공항으로 회항했다. 이날 오후 6시 47분쯤 한 시민이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삼목 선착장 방면으로 드론 같은 물체가 날아갔다며 신고했지만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을 때에는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인천공항도 이날 드론 추정 물체가 레이더에 잡히지는 않았다고 전했다.●공항·휴전선·원전 주변 드론 비행금지 드론은 관제권이라고 부르는 비행장 주변 반경 9.3㎞에서 띄울 수 없다. 이·착륙하는 항공기와 충돌할 위험이 있어서다. 서울 강북지역과 휴전선, 원전 주변도 비행금지구역이다. 국방·보안상의 이유 때문이다. 고도 150m 이상 높이로 드론을 날려서도 안 된다. 항공기 비행 항로가 설치된 공역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역에서는 비행목적과 무게에 관계없이 드론을 날리기 전 반드시 지방항공청 또는 국방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 야간에도 드론을 띄워선 안 된다. 또 인구밀집지역이나 스포츠 경기장, 각종 축제로 인파가 많이 모인 곳에서도 드론 비행이 제한된다. 기체가 떨어지면 인명피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아 적발된 사례는 증가 추세에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항공안전법을 위반한 드론 적발 건수는 185건으로 집계됐다. 2016년 24건, 2017년 37건, 2018년 28건에서 지난해 74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1~7월 적발 건수는 22건이다.●드론 스트라이크, 버드 스트라이크보다 위협적 공항 근처의 관제권에서 승인 없이 비행하던 드론이 적발되는 사례는 매해 1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드론이 공항을 위협하는 사례는 자칫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드론이 항공기와 충돌하는 ‘드론 스트라이크’는 항공기가 새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보다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항공기는 이착륙 시 항공기 엔진이 최대로 가동되는데 이때 새가 가까이 접근하면 엔진이 마치 진공 청소기처럼 새를 빨아들이게 된다. 심할 경우 이로 인해 엔진이 폭파돼 비행기가 추락할 수 있다. 드론 스트라이크도 이론상 발생이 가능하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산하 무인기 안전연구 연합연구소(ASSURE)에 따르면 이착륙 중인 보잉 737급 여객기에 1.2㎏ 무게 드론이 충돌하면 동일한 조건의 버드 스트라이크보다 항공기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됐다.●엔진 4개 보잉 747, 드론 49대로 격추시킬 수도 항공기를 노린 드론테러도 발생할 수 있다. 지상의 지뢰, 해상의 기뢰(적의 함선 파괴를 위해 물속이나 물 위에 설치한 폭탄)처럼 공중에 공뢰(air mine) 개념의 드론을 고의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항에 착륙하는 항공기는 비행계기를 활용해 3도의 강하각으로 공항에 접근한다. 조종사의 기량, 기상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방식으로 착륙하기 때문에 접근 경로 예측이 어렵지 않다. 만약 불순한 의도를 가진 테러리스트가 항공기 테러를 목적으로 이 경로에 군집 드론 형태의 공뢰를 설치한다면 끔찍한 인명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지름 2.8m 크기 엔진이 4개 달린 보잉 747 항공기가 야간에 공항에 착륙한다고 가정해보자. 결심고도(활주로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시각 참조물이 보이지 않을 때 조종사가 정밀한 접근을 시도해야 하는 특정 고도)인 60m(200ft) 높이에 드론을 2.5m 간격으로 배치해 전체 지름 20m의 원형 대형 군집 드론을 조성한다면 이론적으로 항공기 엔진 4대에 드론이 빨려 들어가는 드론 스트라이크가 발생할 수 있다. 49개의 드론만 있으면 항공기 한 대를 격추시킬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위협 때문에 정부와 군당국은 물론 민간기업들도 드론을 무력화하는 이른바 안티드론(카운터드론) 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내년 1월 1일부터 2㎏ 이상 드론 신고 의무화 정부는 드론 위협을 줄이고자 일정 무게 이상 드론은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고 사전 교육을 받은 사람만 드론을 조종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강화했다. 국토부는 지난 2월 최대이륙중량 2㎏을 넘는 드론은 기체를 신고하고 250g 넘는 드론을 조종하려면 사전 온라인 교육을 받도록 하는 항공안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드론 신고제는 내년 1월 1일부터, 조종 자격 제한은 내년 3월 1일부터 시행된다. 국토부는 드론을 ▲완구용 모형비행장치(250g 이하) ▲저위험 무인비행장치(①250g~2㎏, ②2~7㎏) ▲중위험 무인비행장치(7~25㎏) ▲고위험 무인비행장치(25~150㎏) 등 4단계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2㎏ 이상 드론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앱을 통해 기체를 신고해야 한다. 사실상 드론 실명제인 셈인데 이 경우 허가 받지 않은 드론 불법 비행을 추적하기 용이해진다.●소형 드론도 조종하려면 사전 교육받아야 미국, 중국, 독일, 호주는 250g을 초과하는 드론에 대해 드론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스웨덴은 1.5㎏, 프랑스는 2㎏을 초과하는 드론에 신고의무를 부과한다. 우리 정부도 애초 250g 이상 기체의 신고제를 추진했으나 일각에서 드론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와 신고 의무를 완화한 안을 확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드론 위협이 증가한다면 향후 신고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용 대형드론에만 적용했던 조종 교육은 내년 3월부터 취미용 소형 드론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250g~2㎏ 드론을 조종하려면 사전에 온라인 교육을 받아야 하고, 2㎏ 넘는 드론을 조종하려면 비행경력 6시간 및 필기시험 합격이 요구된다. 7~25㎏ 드론은 비행 경력 10시간과 필기 및 약식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조종할 수 있으며 25~150㎏ 드론을 띄우려면 20시간의 비행경력과 필기 및 실기시험 합격증이 있어야 한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김치 유산균, 바이러스 소독 효과”

    김치에서 바이러스 소독에 효과가 있는 유산균이 확인됐다. 코로나19 발생 후 수요가 늘고 있는 소독용 알코올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8일 김치에서 분리한 자생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엔아이비알(NIBR) 97’ 배양액이 바이러스 소독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생물자원관은 NIBR 97 배양액의 바이러스 소독 효과를 실험했다. 연구진은 병원성을 제거한 에이즈(HIV) 바이러스 등에 처리했을 때 대부분 바이러스가 파괴됐고 A형 독감 바이러스(H3N2)에서도 최대 99.999%의 소독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화재와 인체 손상 등 사고 위험이 있는 소독용 알코올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약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파마슈티컬스’에 지난 23일 발표됐다. 생물자원관은 지난해 3월 셀텍에 NIBR 97 배양 특허기술을 이전했다. 그린바이오와 엔피코리아는 셀텍에서 제공한 배양액으로 무알코올 세정제를 만들어 설치류에 발생하는 마우스 코로나바이러스와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99.99%) 효과를 검증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막노동 뛰던 이 남자 위해 ‘고스트’ 주인공을 늘렸다

    막노동 뛰던 이 남자 위해 ‘고스트’ 주인공을 늘렸다

    당초 주원·김우형으로만 확정됐었던 배역 앙상블 지원한 김진욱 매력에 캐스팅 변경 “첫 대극장 오디션서 얻은 믿기지 않는 기회” 지난해 9월 열린 뮤지컬 ‘고스트’ 1차 오디션에는 1500명이 몰렸다.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한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매지컬’로 불릴 만큼 화려한 무대로 그리는 작품에 뮤지컬을 꿈꾸는 배우들의 관심이 높았다. 제작사는 초연에 함께한 배우 주원과 김우형을 샘 위트로 확정하고 나머지 배역을 캐스팅할 계획이었다. 그 결심을 무너뜨린 건, ‘뮤지컬 엑스칼리버 대학생 앙상블’이 뮤지컬 경력의 전부였던 김진욱이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진욱은 1년 전 이야기를 하는데도 눈빛이 떨렸다. “믿을 수 없었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당시 앙상블에 지원했던 그는 “대극장 오디션은 처음이라 그저 좋은 경험 한다고 생각하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가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넘버 ‘둘 만의 이야기’를 부르고 오디션장을 떠난 뒤 제작진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대체 누구냐며 수소문을 하는데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며칠 뒤 김진욱은 다른 배우 8명과 다시 오디션 기회를 얻었고, 자정쯤 캐스팅 확정 전화를 받았다. 극 중 샘은 잘생기고 능력 있고, 사랑스런 연인까지 둔 ‘다 가진 인물’이다. 김진욱의 첫인상도 그리 보이지만 그는 “제 삶에서 쉽게 얻은 건 아무것도 없다”며 많이 다르다고 했다. 2012년 연습생부터 시작해 3년 만에 겨우 가수(그룹 하트비)가 됐는데 잘 안 풀렸다. 친구들은 벌써 취업하는데 할 줄 아는 게 노래밖에 없으니 막막할 뿐이었다. 유튜브에 커버 영상도 올리고 프로듀싱·작곡도 배우며 어떻게든 음악을 해 보려 했다. 생활비는 새벽 6시마다 건설현장에 나가 일하거나 에어컨 설치 작업을 도우며 벌었다. 앞이 너무 캄캄하니 오히려 다시 처음부터 하기로 했다. 법학을 전공하다가 2018년 연극영화과로 재입학하면서 뮤지컬 무대를 꿈꾸기 시작했다. ‘고스트’ 오디션 이후 그의 경력에는 ‘원모어’와 ‘베어 더 뮤지컬’ 주연 배우가 더해졌다. 대학로 소극장과 중극장을 한 작품씩 한 뒤 다음달 9일 ‘고스트’ 무대에 선다. 김진욱은 “사실 이제부터가 더 두렵고 어렵다”고 말했다. 두 달째 모든 일상을 작품 준비로 채우며 땀을 한 바가지씩 쏟는 이유다. “연출님이 ‘좀더 당당하게 연기해도 된다’고 해 주시는데, 겸손할 수밖에 없어요. 아무것도 없던 저를 믿고 뽑아 주셨으니 기대에 부응해야죠.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고 작품을 함께하는 많은 분들의 노력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겸손하게 조곤조곤 말하면서도 “열심히 할 테니 잘 봐 달라”며 웃어 보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앙상블 지원했다 주연 발탁…김진욱 “아무 것도 없던 저에 대한 믿음 부응해야죠“

    앙상블 지원했다 주연 발탁…김진욱 “아무 것도 없던 저에 대한 믿음 부응해야죠“

    지난해 9월 열린 뮤지컬 ‘고스트’ 1차 오디션에는 1500명이 몰렸다.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한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매지컬’로 불릴 만큼 화려한 무대로 그리는 작품에 뮤지컬을 꿈꾸는 배우들의 관심이 높았다. 제작사(신시컴퍼니)는 초연에 함께한 배우 주원과 김우형을 샘 위트로 확정하고 나머지 배역을 캐스팅할 계획이었다. 그 결심을 무너뜨린 건, ‘뮤지컬 엑스칼리버 대학생 앙상블’이 뮤지컬 경력의 전부였던 김진욱이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진욱은 1년 전 이야기를 하는데도 눈빛이 떨렸다. “믿을 수 없었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당시 앙상블에 지원했던 그는 “대극장 오디션은 처음이라 그저 좋은 경험 한다고 생각하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가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넘버 ‘둘 만의 이야기’를 부르고 오디션장을 떠난 뒤 제작진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대체 누구냐며 수소문을 하는데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며칠 뒤 김진욱은 다른 배우 8명과 다시 오디션 기회를 얻었고, 자정쯤 캐스팅 확정 전화를 받았다. 극 중 샘은 잘생기고 능력 있고, 사랑스런 연인까지 둔 ‘다 가진 인물’이다. 김진욱의 첫인상도 그리 보이지만 그는 “제 삶에서 쉽게 얻은 건 아무것도 없다”며 샘과는 많이 다르다고 했다. 2012년 연습생부터 시작해 3년 만에 겨우 가수(그룹 하트비)가 됐는데 잘 안 풀렸다. 친구들은 벌써 취업하는데 할 줄 아는 게 노래밖에 없으니 막막할 뿐이었다. 유튜브에 커버 영상도 올리고 프로듀싱·작곡도 배우며 어떻게든 음악을 해 보려 했다. 생활비는 새벽 6시마다 건설현장에 나가 일하거나 에어컨 설치 작업을 도우며 벌었다.앞이 너무 캄캄하니 오히려 다시 처음부터 하기로 했다. 법학을 전공하다가 2018년 연극영화과로 재입학하면서 뮤지컬 무대를 꿈꾸기 시작했다. ‘고스트’ 오디션 이후 그의 경력에는 ‘원모어’와 ‘베어 더 뮤지컬’ 주연 배우가 더해졌다. 1년 만에 대학로 소극장과 중극장을 한 작품씩 한 뒤 다음달 9일 ‘고스트’ 무대에 선다. 뮤지컬을 하기로 결심하고선 마치 그를 기다렸다는 듯 모든 단계가 착착 이뤄졌다. 아마도 그 속에 수많은 노력과 고민들이 담긴 이유일 것이다. 김진욱은 “사실 이제부터가 더 두렵고 어렵다”고 말했다. 두 달째 모든 일상을 작품 준비로 채우며 연습을 할 때마다 땀을 한 바가지씩 쏟는 이유다. 몸을 더 키우라는 해외 연출의 당부에 몸무게도 10㎏도 늘리며 샘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연출님이 ‘좀더 당당하게 연기해도 된다’고 해 주시는데, 겸손할 수밖에 없어요. 아무것도 없던 저를 믿고 뽑아 주셨으니 기대에 부응해야죠.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고 작품을 함께하는 많은 분들의 노력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겸손하게 조곤조곤 말하면서도 “열심히 할 테니 잘 봐 달라”며 웃어 보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가을 중턱에서 봄의 향연 국내 음악가들과 채운다

    가을 중턱에서 봄의 향연 국내 음악가들과 채운다

    매년 5월 봄을 화사하게 꾸몄던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가을 중턱에 열린다. 계절이 두 차례 바뀌는 동안에도 코로나19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가까스로 열리는 무대는 아주 많은 것을 바꿔야 했다. 애초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외국 연주자들의 입국이 어려워졌고 공연장 대관마저 쉽지 않아 프로그램을 줄줄이 바꿀 수밖에 없었다. 상황에 맞춰 많은 것을 조정하다 보니 오히려 올해로 15주년을 맞는 축제가 조금 새로워진다.“이번 축제는 온전히 한국 음악가들과 함께하는 첫 페스티벌입니다.” 서면으로 만난 강동석 예술감독은 “외국 아티스트들이 한국 음악가들과 함께 무대를 만드는 것이 SSF엔 매우 중요한 일인데, 불행하게도 올해는 명백한 이유로 불가능하다”면서 “한국에 있는 음악가들로 외국 아티스트들을 대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다행히 훌륭한 한국인 음악가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40여명 중 외국 연주자는 단 두 명으로, 이들도 각각 서울대 교수와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으로 국내를 기반으로 활약하는 음악가들이다. 다음달 9일 사전행사를 시작으로 10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축제는 ‘15주년을 회고함’을 주제로, 계절이 바뀌어 열리는 무대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기로 했다. 가을로 연기되면서 당초 대관했던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롯데콘서트홀 등 대형 무대에서 영산아트홀, 윤보선 고택 등으로 공연장 규모만큼 프로그램도 줄여야 했다.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2중주를 비롯해 2~3명만 연주를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등 봄을 노래하는 음악들로 ‘잃어버린 봄’(Forgotten Spring) 등 지금 우리 모습을 노래하는 무대도 이어진다. 하루만 사용할 수 있게 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를 활용하고자 다음달 13일 서울체임버오케스트라와 두 명 이상의 독주자들이 협연하는 ‘신포니아 콘체르탄테’가 축제 중 가장 큰 규모다. 강 감독은 “여건이 어렵더라도 위기 상황에서 길을 만들어 인내하고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지금은 모두가 단단하게 힘을 모아야 하는 때인 데다 음악이야말로 우리의 정신을 치유하고 고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올리니스트로 유럽에서 주로 활동해 온 강 감독은 그 자신에게도 올해가 악몽이었다고 한다. 그는 축제를 이어 가야만 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콘서트를 꾸리는 게 어려운 일이 돼 버렸지만 정작 이 격변의 시기에 사람들이 위로받으려면 그 어느 때보다 음악에 의지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음악가들이 같은 날 여러 차례 콘서트를 했다고 하듯 지금이야말로 음악의 역할과 존재감을 잘 알 수 있는 때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北 관련자 콕 찍어… 美, 이란 제재 복원

    北 관련자 콕 찍어… 美, 이란 제재 복원

    미국이 2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의 전적인 반대에도 대이란 제재를 독자적으로 복원하면서 핵·탄도미사일·재래식 무기 개발과 관련해 북한과 협력해 온 기관 및 인사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 보낸 연설문에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서상이지만 직접 메시지를 통해 FFVD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란 때리기와 함께 다음달 10일 열병식을 앞둔 북한에도 미 대선(11월 3일) 전까지 도발을 삼가라는 우회적 압박을 한 것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고 재무부가 발표한 행정명령에는 이란 국방부, 원자력과학기술연구소(NSTRI), 이란 핵 기술자 등 27개 단체 및 개인이 포함됐다. 친이란 행보를 보여 온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들어갔다.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이들과 거래하는 것이 금지된다. 특히 탄도미사일 관련 제재 명단에서 북한과 협력 작업을 해 온 이란 인사들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이란 항공우주산업기구(AIO)의 하부조직으로 유엔 제재 대상인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에서 연구센터장을 지낸 아스가르 에스마일퍼와 역시 이곳의 고위 관리였던 모하마드 골라미 등 2명은 북한 미사일 전문가들의 지원과 도움으로 이뤄진 우주발사체 발사에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또 2016년 제재 명단에 포함됐던 세예드 미라흐마드 누신 이란 AIO 국장과 SHIG 연구소도 직책과 명칭 변경이 반영됐다. 누신 국장은 북한과의 장거리 미사일 사업 협상의 핵심이었고 SHIG 연구소도 이란·북한 커넥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명시됐다. 미 정부는 대이란 제재 문서에 북한과의 관계를 적시하면서 북한·이란 간 커넥션 의혹에 예의 주시하는 모양새다. 전날 로이터통신은 ‘이란이 북한과 협력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는 엘리엇 에이브럼스 미국 국무부 이란·베네수엘라 특별대표의 발언을 전했다. 구체적인 근거나 물증은 거론되지 않았으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에 대한 간접 경고의 성격으로 해석됐다. 미국 정부가 공식 확인한 적은 없지만 미국의 여러 기관은 보고서를 통해 1980년대부터 양국이 미사일 거래를 했으며 핵기술 협력 가능성도 있다는 등의 내용을 지속적으로 전해 왔다. 이날 IAEA 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FFVD를 촉구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FFVD는 2018년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에 북한이 극도의 거부감을 보여 대체된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 명의의 자료에 언급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사설] 화웨이 제재, 국내 반도체 위기돌파 출구 찾아야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그제부터 발효됐다. 미국 반도체 기술을 활용하는 전 세계 모든 반도체 기업이 미국 상무부의 사전허가 없이 일체의 관련 제품을 화웨이에 판매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문제는 우리 관련 산업에 미칠 영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당장 화웨이라는 거대 고객을 잃게 됐다. 미중 양국의 패권 다툼으로 인한 불똥이 ‘샌드위치’ 신세에 놓인 국내 기업으로 튄 것이다. 이번 제재 대상엔 D램, 낸드플래시 등 매출 비중이 큰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도 모두 포함돼 파장은 더 크다. 지난해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삼성전자는 3.2%(7조 3000억원), SK하이닉스는 11.4%(3조원) 정도다. 이번 화웨이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연간 10조원의 시장이 날아갈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화웨이에 스마트폰용을 비롯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해 온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도 이번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에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칩(드라이브 IC)이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패널을 통째로 납품할 수 없다.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도 마찬가지다. 반면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으로부터 8조원 규모의 5G 장비를 수주한 것이나, 화웨이의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하락 등으로 국내 업체가 일종의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화웨이를 대체할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의 다른 스마트폰 생산 업체로 수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우리 기업에는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화웨이 제재는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다툼의 성격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반도체, 인터넷,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전반에 걸쳐 양국의 다툼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의 다툼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업체에 타격을 주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갖추는 데 정부와 업계가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당장의 손익에만 일희일비해선 우리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렵다. 반도체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키우는 미국과 중국, 일본에 맞서 정부는 세제 지원이나 규제 완화 등으로 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해 주는 데 노력하고 반도체 인력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 업계도 화웨이 제재의 여파를 극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공급처와 시장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 왠지 익숙한 대사들… ‘숨은 뮤지컬’을 찾아라

    왠지 익숙한 대사들… ‘숨은 뮤지컬’을 찾아라

    “될까, 봐도, 살짝?” 극 중 셰익스피어의 대사로 나오는 이 엉뚱한 질문을 낯선 작품을 두고 주저하는 이들이 한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다. “된다, 봐도, 마음껏!” 지난해 내한공연에서 인기를 얻은 뒤 지난달 7일 국내 라이선스 초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썸씽로튼’ 얘기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부 공연이 중단됐다가 지난달 25일부터 3주간 완전히 멈췄던 무대가 15일부터 다시 열렸다. 낭만의 르네상스 시대에 인류 최초의 뮤지컬이 탄생한다는 참신한 상상에서 시작되는 극은 유쾌함으로 가득하다. 당대 최고 작가인 셰익스피어를 극단에서 내쫓은 뒤 얘기 안 되는 작품들로 후원이 뚝뚝 끊겨 힘겨운 극단 리더 닉 바텀. 셰익스피어의 성공에 배가 아파 어떻게든 흥행작을 만들고 싶은데 쉽지 않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조카인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를 만나 대박 칠 작품을 물었더니 이런 답을 내놓는다. “뮤우~지컬.” “연기를 하면서 노래를 한다고요?” 도대체 갈피를 못 잡는 닉이 다시 노스트라다무스에게 셰익스피어의 미래 역작을 알려 달라고 하자 ‘오믈릿’(Omelette)이라는 점괘가 나왔다. ‘햄릿’(Hamlet)을 잘못 본 거다.배우들에게 프라이팬을 쥐여 주고 뮤지컬 ‘오믈릿’을 만들어 가는 과정부터는 그야말로 ‘숨은 뮤지컬 찾기’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맘마미아’, ‘시카고’, ‘렌트’를 비롯해 ‘서편제’, ‘광화문연가’ 등 25개의 뮤지컬 작품이 대사와 넘버 가사로 곳곳에 패러디돼 녹았다. 우스꽝스럽게 뮤지컬을 표현했지만 그 안에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았다. 여러 뮤지컬 속 장면들이 무대에서 연출되며 탭댄스를 비롯한 군무와 재기 발랄한 퍼포먼스도 속도감 있게 이어져 정신을 쏙 빼놓는다. 입에 착착 붙는 말장난 같은 대사들도 묘미인데, 그냥 우스운 말들이 아니라 ‘햄릿’, ‘베니스의 상인’, ‘로미오와 줄리엣’ 등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이 반영된 것들이다. 무대에 서는 캐릭터들도 개성과 역할이 뚜렷해 어느 하나 놓칠 것이 없다. 최고의 스타 작가, 허세 가득한 셰익스피어의 능청스러움을 박건형·서경수가 더욱 매력 있게 살렸고, 마이클 리와 김법래는 무릎을 마구 돌리며 점을 치는 노스트라다무스를 재치 있게 연기했다. 극작가인 닉의 동생 나이젤이 형 몰래 써 둔 시와 대사들은 셰익스피어가 탐낼 만큼 훌륭하다. 자존심을 지키느라 아닌 척 선심 쓰듯 묻는 셰익스피어의 대사가 바로 “될까, 봐도, 살짝?”이다. 공연장을 찾는 게 어느 때보다 주저되지만 또 어느 때보다 웃음이 간절한 시기, 마스크를 잘 쓰고 옆 사람과 살짝 떨어져 앉아 본다면 얻을 수 있다, 충분히, 웃음을.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리뷰] 무대 위 유쾌·발랄한 상상, 뮤지컬 ‘썸씽로튼’… “된다, 봐도, 마음껏!”

    [리뷰] 무대 위 유쾌·발랄한 상상, 뮤지컬 ‘썸씽로튼’… “된다, 봐도, 마음껏!”

    “될까, 봐도, 살짝?” 극 중 셰익스피어의 대사로 나오는 이 엉뚱한 질문을 낯선 작품을 두고 주저하는 이들이 한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다. “된다, 봐도, 마음껏!” 지난해 내한공연에서 인기를 얻은 뒤 지난달 7일 국내 라이선스 초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썸씽로튼’ 얘기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부 공연이 중단됐다가 지난달 25일부터 3주간 완전히 멈췄던 무대가 15일부터 다시 열린다. 낭만의 르네상스 시대에 인류 최초의 뮤지컬이 탄생한다는 참신한 상상에서 시작되는 극은 유쾌함으로 가득하다. 당대 최고 작가인 셰익스피어를 극단에서 내쫓은 뒤 얘기 안 되는 작품들로 후원이 뚝뚝 끊겨 힘겨운 극단 리더 닉 바텀. 셰익스피어의 성공에 배가 아파 어떻게든 흥행작을 만들고 싶은데 쉽지 않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조카인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를 만나 대박 칠 작품을 물었더니 이런 답을 내놓는다. “뮤우~지컬.” “연기를 하면서 노래를 한다고요?” 모두가 황당해 하는 이 장르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도대체 갈피를 못 잡는 닉이 다시 노스트라다무스에게 셰익스피어의 미래 역작을 알려 달라고 하자 ‘오믈릿’(Omelette)이라는 점괘가 나왔다. ‘햄릿’(Hamlet)을 잘못 본 거다. 배우들에게 프라이팬을 쥐여 주고 뮤지컬 ‘오믈릿’을 만들어 가는 과정부터는 그야말로 ‘숨은 뮤지컬 찾기’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맘마미아’, ‘시카고’, ‘렌트’를 비롯해 ‘서편제’, ‘광화문연가’ 등 25개의 뮤지컬 작품이 대사와 넘버 가사로 곳곳에 패러디돼 녹았다. 우스꽝스럽게 뮤지컬을 표현했지만 그 안에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았다. 여러 뮤지컬 속 장면들이 무대에서 연출되며 탭댄스를 비롯한 군무와 재기 발랄한 퍼포먼스도 속도감 있게 이어져 정신을 쏙 빼놓는다. 입에 착착 붙는 말장난 같은 대사들도 묘미인데, 그냥 우스운 말들이 아니라 ‘햄릿’, ‘베니스의 상인’, ‘로미오와 줄리엣’ 등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이 반영된 것들이다. ‘베니스의 상인’ 샤일록도 등장한다.무대에 서는 캐릭터들도 개성과 역할이 뚜렷해 어느 하나 놓칠 것이 없다. 닉 대신 가계 살림을 책임지는 가장의 역할을 자처하며 남장을 하고 돈을 벌어오는 닉의 아내 비아, 청교도 집안의 딸로 닉의 동생 나이젤 바텀과 사랑에 빠지는 포샤는 사랑스러우면서도 당시 전형적인 여성의 역할을 깨는 목소리를 내는 당당함까지 가졌다. 최고의 스타 작가, 허세 가득한 셰익스피어의 능청스러움을 박건형·서경수가 더욱 매력 있게 살렸고, 마이클 리와 김법래는 무릎을 마구 돌리며 점을 치는 노스트라다무스를 재치 있게 연기했다. 극작가인 닉의 동생 나이젤이 형 몰래 써 둔 시와 대사들은 셰익스피어가 탐낼 만큼 훌륭하다. 자존심을 지키느라 아닌 척 선심 쓰듯 묻는 셰익스피어의 대사가 바로 “될까, 봐도, 살짝?”이다. 공연장을 찾는 게 어느 때보다 주저되지만 또 어느 때보다 웃음이 간절한 시기, 마스크를 잘 쓰고 옆 사람과 살짝 떨어져 앉아 본다면 얻을 수 있다, 충분히, 웃음을.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美, ARM 품고 화웨이 제재… 위기 속 기회 엿보는 삼성·SK

    美, ARM 품고 화웨이 제재… 위기 속 기회 엿보는 삼성·SK

    미국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을 인수하고 중국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끊는 미국 제재가 발효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굵직한 대외변수로 ‘악재´와 ‘기회´를 동시에 직면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커지는 불확실성 속에서 거래 승인 요청, 대체 수요처 발굴 등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며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영국에 본사를 둔 자회사 ARM을 400억 달러(약 47조 4000억원)에 엔비디아로 매각한다고 14일 밝혔다. 반도체 업계 인수합병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PC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최강자인 엔비디아와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 최강자인 ARM이 합병하면 강력한 시너지가 발생한다. GPU에 중앙처리장치(CPU)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추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의 강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경쟁사들은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경쟁관계인 삼성전자나 퀄컴, 애플 등에서는 기술 유출 우려로 ARM 설계를 쓰기 껄끄러울 수 있다. 엔비디아가 ARM의 설계 기술 사용료를 인상하거나 독점 사용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장 15일부터 미국 기술과 장비를 사용한 반도체는 미국 승인 없이 중국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게 하는 미국의 제재가 발효되면서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못 하게 됐다.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칩도 제재 대상에 들어가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화웨이에 대한 패널 공급을 멈춘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반도체를 많이 사는(지난해 구매액 208억 달러) ‘큰손´ 화웨이의 수주 물량을 잃게 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 타격이 한동안 불가피하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5대 고객사로 지난해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7조 3000억원)였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에서 화웨이의 비중은 11.4%(3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정부에 수출 승인을 요청한 상태이나 업계에서는 승인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본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단기간은 매출 악화가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재근(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화웨이가 최근 제재 막판까지 반도체를 사 모으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올라갈 것”이라며 “화웨이가 6개월~1년가량 쌓아 둔 반도체 재고를 소진하고 난 뒤에도 미중 무역 갈등 지속으로 스마트폰을 팔지 못한다 해도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특히 화웨이가 수출을 많이 하는 유럽, 인도,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타 제조사 제품으로 수요가 대체되면서 장기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쪽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화웨이 부진에 따른 기회 요인도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스마트폰,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을 가져오며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이슈가 장기화하면서 화웨이는 5G 시장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글로벌 점유율 하락이 예상된다”며 “삼성전자는 선진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제품, 신흥 시장에서는 중저가폰인 갤럭시A 시리즈 중심으로 판매가 늘며 스마트폰 부문의 실적 호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 3분기 7분기 만에 영업이익 10조원대 벽을 뚫으며 ‘깜짝 실적´을 낼 거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미국의 제재로 8월 이후 화웨이의 긴급 주문이 증가하면서 3분기 반도체에서 영업이익 5조원을 기록하고 소비자가전(CE) 부문에서 TV 출하량 증가 등으로 역대 최고치 영업이익을 경신할 것(1조 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화웨이 제재, 인도·중국 간 분쟁 등으로 3분기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영업이익이 2016년 2분기 이후 최고치(4조 2000억원)를 찍을 거란 전망(대신증권)도 나온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되며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37% 오른 6만 400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가 6만원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 2월 20일 이후 7개월 만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美 화웨이 제재에 엔비디아 ARM 인수..격랑의 반도체 시장 국내기업 득실은

    美 화웨이 제재에 엔비디아 ARM 인수..격랑의 반도체 시장 국내기업 득실은

    14일 미국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을 인수하고 15일부터는 중국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끊는 미국 제재가 발효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간 패권전쟁도 더 요동치게 됐다. 미국은 자국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인 엔비디아가 전 세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설계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ARM을 품으면서 반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 확대하게 됐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대표 기업 화웨이의 손발이 묶이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까지 제재 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어 ‘반도체 굴기‘(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에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 굵직한 대외변수로 ‘악재’와 ‘기회‘에 동시에 직면하게 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커지는 불확실성 속에서 거래 승인 요청, 대체 수요처 발굴 등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며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이날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영국에 본사를 둔 자회사 ARM을 400억달러(47조 4000억원)에 엔비디아로 매각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인수합병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엔비디아는 GPU에 중앙처리장치(CPU)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추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의 강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경쟁사들은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경쟁관계인 삼성전자나 퀄컴, 애플 등에서는 기술 유출 우려로 ARM 설계를 쓰기 껄끄러울 수 있다. 엔비디아가 ARM의 설계 기술 사용료를 인상하거나 독점 사용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장 15일부터 미국 기술과 장비를 사용한 반도체는 미국 승인 없이 중국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게 하는 미국의 제재가 발효되면서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못 하게 됐다.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칩도 제재 대상에 들어가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화웨이에 대한 패널 공급을 멈춘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반도체를 많이 사는(지난해 구매액 208억 달러) ‘큰손’ 화웨이의 수주 물량을 잃게 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 타격이 한동안 불가피해졌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5대 고객사로 지난해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7조 3000억원)였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에서 화웨이의 비중은 11.4%(3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정부에 수출 승인을 요청한 상태이나 업계에서는 승인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본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단기간은 매출 악화가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재근(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화웨이가 최근 제재 막판까지 반도체를 사 모으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올라갈 것”이라며 “화웨이가 6개월~1년가량 쌓아 둔 반도체 재고를 소진하고 난 뒤에도 미중 무역 갈등 지속으로 스마트폰을 팔지 못한다 해도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특히 화웨이가 수출을 많이 하는 유럽, 인도,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타 제조사 제품으로 수요가 대체되면서 장기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쪽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화웨이 부진에 따른 기회 요인도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스마트폰,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을 가져오며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이슈가 장기화하면서 화웨이는 5G 시장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글로벌 점유율 하락이 예상된다”며 “삼성전자는 선진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제품, 신흥 시장에서는 중저가폰인 갤럭시A 시리즈 중심으로 판매가 늘며 스마트폰 부문의 실적 호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 3분기 7분기 만에 영업이익 10조원대 벽을 뚫으며 ‘깜짝 실적‘을 낼 거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미국의 제재로 8월 이후 화웨이의 긴급 주문이 증가하면서 3분기 반도체에서 영업이익 5조원을 기록하고 소비자가전(CE) 부문에서 TV 출하량 증가 등으로 역대 최고치 영업이익을 경신할 것(1조 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화웨이 제재, 인도·중국 간 분쟁 등으로 3분기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영업이익이 2016년 2분기 이후 최고치(4조 2000억원)를 찍을 거란 전망(대신증권)도 나온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되며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37% 오른 6만 400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가 6만원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 2월 20일 이후 7개월 만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해군은 왜 ‘핵잠수함’을 원할까

    [밀리터리 인사이드] 해군은 왜 ‘핵잠수함’을 원할까

    바다 깊이 잠항 가능해 적 탐지 회피디젤 잠수함과 소음 비슷한데 ‘고속기동’원자로는 공간 33%만 차지…공격력 강화해외수출 영향 ‘잠수함 강국’ 타이틀에 날개핵연료를 사용하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이른바 ‘핵잠수함’ 도입 여론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에 대응하기 위해 건조할 예정인 3600t급과 4000t급 차세대 잠수함을 핵잠수함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겁니다. 군은 지난달 핵잠수함 개발 가능성에 대해 “현 단계에선 말하기 적절치 않다. 적절한 시점이 되면 말하겠다”고 다소 아리송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 7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차세대 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이라고 언급해 여론을 들썩인 터라 국민 관심은 더욱 집중됐습니다. ‘핵잠수함 개발이 가시화됐다’는 보도도 쏟아졌습니다. 소수이긴 하지만 반대여론도 있습니다. 엔진을 끌 수 없어 소음이 큰 데다 굳이 덩치가 큰 핵잠수함을 한반도 해역에서 운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소음이 큰 중국 ‘상급’ 핵잠수함이 2018년 일본 해상자위대에 탐지돼 이틀간 쫓기다 부상한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가 핵잠수함을 도입하면 북한은 물론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갈등만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우리도 비대칭 수단 ‘핵잠수함’ 갖춰야” 해군의 입장은 어떨까. 심승섭 전 해군참모총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핵잠수함은 장기간 수중 작전이 가능해 북한 SLBM 탑재 잠수함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격멸하는데 가장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밝혔습니다. 군 전문가들의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북한 SLBM 도발 대응 간담회’에서 “우리도 다른 비대칭 수단인 핵잠수함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표면적 이유만 언론에 종종 나올 뿐 우리가 도대체 왜 핵잠수함을 도입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설명하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해군이 왜 핵잠수함을 원하는지, 그리고 핵잠수함이 왜 전략적으로 유용한 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방위사업청 차세대잠수함사업단 전투체계 개발담당인 장준섭 해군 소령은 올해 한국해양전략연구소 학회지에 ‘전쟁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른 잠수함의 역할 변화에 대한 고찰’이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보고서에 따르면 잠수함이 적 잠수함을 잘 탐지하고, 반대로 적 함정에는 탐지되지 않으려면 바다 깊이 내려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수온이 감소하고 밀도는 높아져 음파가 아래로 굴절되는 특징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잠수함이 바다 깊이 내려가면 음파가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탐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잠항능력이 뛰어난 핵잠수함의 유용성이 부각됩니다. 최신 디젤 잠수함은 AIP(공기불요추진) 체계를 갖춰 수주일 동안 잠항할 수 있지만, ‘스노클’(해상의 공기를 빨아들이고 배기가스를 밖으로 배출하는 것)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 과정에서 심한 소음이 발생하고 적에게 탐지될 위험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또 AIP로 잠항한다 해도 축전지를 사용해야 해 고속기동은 불가능합니다. 연료를 모두 소모하면 육상에서 재보급 받아야 합니다. 반면 핵잠수함은 물과 공기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어 스노클이 필요없고, 원자로로 강력한 추진력을 갖춰 상시적인 수중 고속기동이 가능합니다. ●“적에 탐지되지 않고 수중 고속기동 가능” 지난해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에 게재된 보고서에 따르면 3500t 규모 잠수함을 기준으로 디젤 잠수함은 엔진, 발전기, 축전지가 차지하는 공간이 50%나 됩니다. 반면 핵잠수함은 33%에 그쳐 공간활용성이 매우 높습니다. 같은 규모라도 핵잠수함에 무기와 식품 등을 적재할 공간이 훨씬 더 크다는 겁니다. 핵잠수함은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디젤 잠수함보다 큰 규모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2~16개의 수직발사관을 탑재하고, 6~8개의 어뢰 발사관을 갖추는 등 디젤 잠수함보다 훨씬 뛰어난 공격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수전 임무’ 지원도 가능합니다. 6명이 탑승해 ‘수중택시’로 불리는 ‘수송용 추진기’(SDV)를 장착하면 됩니다.많은 분들이 꺼지지 않는 원자로의 소음이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40년 전에 디젤 잠수함과 동등한 수준에 올랐을 정도로 핵잠수함의 소음 저감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1959년 취역한 미 해군 최초의 탄도미사일 장착 핵잠수함(SSBN) ‘조지 워싱턴호’의 수중방사소음(URN)은 155dB 수준이었습니다. 최신 디젤 잠수함의 소음이 100~110dB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1981년부터 도입하기 시작한 SSBN ‘오하이오급’은 100dB 수준으로 소음 크기를 줄였습니다. 속력은 디젤 잠수함과 비교해 최대 2배까지 낼 수 있는데 소음은 비슷하다는 겁니다. 적 추적과 어뢰 회피기동에도 유리합니다. 최신 공격형 핵잠수함(SSN) ‘버지니아급’도 1990대 개발 당시엔 소음이 115dB을 넘었지만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110dB 아래로 소음이 줄었습니다. ●왜 우리만 주변국 눈치를 봐야 할까 핵잠수함을 단순히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만 운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략 정보자산으로 미국 등과 공동임무를 통해 정보 획득 기능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핵잠수함을 개발하든, 개발하지 않든 북한과 러시아, 중국 등 주변국들은 지속적으로 전략자산 확대를 꾀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핵잠수함 개발이 ‘잠수함 강국’이라는 타이틀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1400t급 잠수함 3척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계약을 따냈는데, 수출액이 1조 1600억에 이릅니다. 지금 핵잠수함 개발을 시작한다고 해도 1척당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과 7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필요합니다. 오로지 우리 힘으로 만들어야 해 상당한 난관이 예상됩니다. 미 해군 산하 해상체계사령부의 제임스 캠벨 프로그램 분석관은 지난해 전문가 토론회에서 “미국은 한국이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원자로 기술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급하게 나서진 않더라도 이제 ‘첫 발’은 떼야 할 시기는 왔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누구보다 뜨거웠던… 그 여름을 틀어줘

    누구보다 뜨거웠던… 그 여름을 틀어줘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내 베를린 생활은 어땠을까? 겨울에 꼭 다시 가자던 ‘바발리’(베를린의 유명 혼욕 사우나)에 가서 뜨끈한 사우나를 즐겼을 거고, 예정대로 3월에는 서울에도 다녀왔을 것이다. 설날만큼 큰 명절인 부활절에는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뵈러 갔을 테고, 프랑스 남부나 이탈리아 바사노로 둘만의 여름휴가를 갔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봄과 여름에 열리는 베를린의 페스티벌들을 빼놓지 않고 즐겼으리라. 베를린에 살면서 꼭 가 보고 싶었던 축제들을 드디어 가 보는구나 설는데, 이제는 내년에도 열릴지 알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모든 것들이 취소되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때로 미뤄졌다. 이제 우리에겐 엄청난 인파의 페스티벌도, 음악이 골목골목을 메우던 베를린의 여름도 정말 사라지게 되는 걸까?●35년 전통, 브레메어 삼바 카니발코로나가 터지기 전 마지막으로 갔던 페스티벌은 브레멘에서 열린 ‘브레메어 삼바 카니발’이었다. 세계적으로 보면 명함도 못 내미는 작은 축제이지만, 유럽의 여러 도시와 독일 전역에서 삼바 드럼팀이 참가하는, 나름 유럽 최대의 삼바 카니발이다. 브라질 리우의 삼바 혼이 살아 있고 수많은 색과 재치 넘치는 가면들, 장대 예술가와 삼바 댄서들이 퍼레이드를 펼친다. 여기에 다양한 삼바 드럼을 연주하는 밴드들이 생생한 리듬을 들려주며 축제의 주인공이 된다.이곳에 간 이유는 남자친구가 베를린의 삼바팀인 ‘사푸카유 노 삼바’(사푸)의 멤버이기 때문이었다. 목요일마다 하는 삼바 드럼 연습이 취미 정도인 줄 알았건만, 브레멘에 가서 보니 매년 1, 2등을 놓치지 않는 유명한 팀이었다. 이 축제에 독일에서만 80여팀이 참가하고 유럽까지 포함하면 100여팀, 참가하는 멤버가 1500명이나 되는 규모를 생각하면, 결코 그저 그런 팀은 아니었다. 카니발에 참가한 모든 팀이 이틀간 거리 퍼레이드에 나서고 그중 잘하는 몇몇 밴드는 저녁 공연 무대에도 서는데, 사푸는 메인 밴드답게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공연장에는 “사푸카유 노 삼바”를 외치며 환호하는 팬들이 많았다. “일렉트릭 기타 리드 너무 멋지던데! 프란시가 한 랩도 최고였어!” 오랜만에 만난 다른 도시의 삼바팀들이 다음날까지 찾아와 응원의 말을 남겼다. 서로가 연대하고 지지하는 모습에 코끝이 찡할 정도였다. 관객의 입장이 아니라 카니발에 참여하는 팀의 일원으로 보는 축제는 또 달랐다. 숙소부터 백스테이지, 식사 장소, 메인 공연까지 팀과 함께한 3일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사푸 팀 숙소는 브레멘의 한 공공 유치원이었다. 모두가 익숙하게 침낭을 싸왔고, 아침엔 아이들이 앉는 의자와 테이블에 모여 앉아 아침을 먹었다. 이를 닦는 세면대도 아이들용이라 다들 무릎을 꿇고 이를 닦았다. 마치 일곱 난쟁이들 집에 놀러 온 거인 같았달까. 그 모습이 웃기면서도 너무 자연스러워 인상적이었다. 축제에 참가한 다른 삼바 팀도 브레멘의 공공 교육시설이나 기관을 숙소로 빌려 이용한다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35회째를 맞은 올해까지 브레멘 카니발은 100% 비상업적인 축제로 운영됐다. 모든 참가자들이 축제를 위해 무보수로 참가하고 독일 전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와 예술가들이 힘을 보태고 있었다. 축제 운영진도 수익을 이듬해 행사에 재투자했다. 마지막 날, 독일 각지에서 온 삼바 팀은 모두 한데 모여 아침식사를 했다. 장소는 브레멘의 한 초등학교 로비다. 임시로 긴 테이블과 의자들을 붙여 놓고, 뷔페처럼 한쪽에는 토스트와 수프, 햄과 치즈, 커피 등을 두었다. 소박했다. 축제의 모든 것이 비상업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브레멘까지 오는 교통비나 진행비는 각자가 부담하되 브레멘에 머무는 3일 동안의 숙소와 식사는 운영팀이 제공했다.카니발에서 인상적인 점은 또 있었다. 공연을 하는 많은 팀원들이, 한눈에 보기에도 나이가 많은 시니어들이었다. 적게는 몇 년, 많게는 십몇 년씩 삼바 드럼을 배우고 함께 공연을 해 온 이들이었다. 드러머뿐만이 아니었다. 많은 카니발 댄서와 장대를 타는 예술가 중에도 중년이 훌쩍 넘은 사람들과 부모님 나이대의 어르신들이 있었다. 한두 해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이미 오랜 시간 실력을 갈고닦은 전문가였다. 브레메어 삼바 카니발에는 인종과 나이를 뛰어넘는 사람들의 하모니가 있었다. 22세의 장대 예술가에서 40대 중년의 삼바 댄서, 60세가 넘은 드러머까지 모두가 함께 팀을 이루고 서로를 지지해 준다. “5년째 이 카니발에 왔는데, 올해 우리 팀 공연이 최고였어!” 브라질 출신의 브루노가 말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몇 달 전 사랑하는 독일인 아내를 암으로 잃었다. 독일 말을 아직 능숙하게 못하는 브루노를 사푸 멤버들은 정말 가족처럼 대하고, 따로 장례식까지 치렀다고 들었다. 아내를 잃고 참가한 올해 카니발에 브루노는 아들을 데리고 왔다. 이미 사푸 멤버 모두를 알고 있는 아이는 유치원 안을 제 집처럼 뛰어다니며 사푸 팀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브레멘 공연을 한 사푸 멤버는 총 25명 정도. 건설 노동자, 이벤트 회사 대표, 정보기술(IT) 소프트 엔지니어, 변호사 등 직업도 가지각색인 사람들이 20년 넘게 한 팀이자 큰 가족을 이루고 있다. 1996년에 팀을 만든 리더 ‘디디’와 딱 10년째를 맞이한 남자친구, 5년째 사푸와 함께하고 있는 브루노, 그리고 이제 막 멤버들과 얼굴을 트기 시작한 내가 모두 함께한 축제였다. 브레멘 삼바 카니발은 매년 주제가 있다. 각 팀들은 그 주제에 어울리는 의상과 깃발, 소품들을 직접 만들고 준비한다. 올해의 주제는 ‘In The Intoxication of Love’, 즉 ‘사랑의 한가운데에서 느끼는 최고의 열정’이었다. 이틀간의 퍼레이드에서 ‘사랑’을 갖가지 방식으로 표현한 아이디어를 볼 수 있었다. 거리 어딜 가나 ‘하트’ 모양이 떠다녔고, 히피 차림의 삼바 드러머들이 거리를 누볐다.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 상황으로 ‘사랑’은커녕 얼굴도 보기 어려워진 시대, 나는 유치원 의자에 모여 앉아 서로의 커피를 따라 주던 사푸 사람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떠올랐다. ●줄줄이 취소된 베를린 페스티벌 5월을 기다렸다. 베를린의 가장 큰 축제인 ‘카니발 데어 쿨투어렌’이 열리는 달이다. 여기서도 사푸 팀이 매년 선두에 서서 축제를 이끈다고 했다. 4일 동안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에서 열리는 이 문화 카니발에는 평균 50만명 이상이 참가한다. 퍼레이드에 직접 나서는 참가자만 5000명 이상. 브라질 삼바에서 중국 사자춤, 서아프리카의 드럼, 한국의 사물놀이까지 각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행렬이 줄을 잇는 카니발이다. 올해 축제는 당연히 열리지 못했다. 낮이 가장 긴 날, 하지. 유럽에선 이 날에 맞춰 ‘페트 드라 뮤지크’ 행사가 열린다. 1981년에 파리에서 시작한 이 축제는 독일에선 뮌헨에서 먼저 시작했고(1989년), 베를린에서는 1995년부터 열렸다. 독일에서는 원래 길거리 공연을 하려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페트 드라 뮤지크’ 때만큼은 허가 없이 누구나 어디서나 연주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날은 거리를 걸으면 어디서나 일렉트로닉 음악과 버스킹, 거리 예술가들의 퍼포먼스, 댄스 등을 볼 수 있다. 많은 뮤지션들이 줄줄이 공연하는 오버바움 브리지에는 매년 10만명이 모인다고 했다. 6월에 열리는 이 행사 역시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됐다. 대신 베를린의 상징인 TV타워 안에서 댄서들이 춤추는 것을 라이브 방송으로 보여 줬다. 많은 음악 공연은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대체됐다. 이런 와중에도 게릴라 공연을 시도한 버스커들이 있었다. 에바스발더역 아래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디선가 경찰이 득달같이 나타났고, 사람들에게 빨리 흩어지라고 손짓을 했다. 어딜 가나 한산한 요즘이라 30명 정도만 모여 있어도 금방 눈에 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도로 반대편에서 기웃거리다 곧 제 갈 길을 갔다. 나도 이내 트램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베를린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장면이었다. 무엇보다 화려했던… 그 예술을 깨워줘 매년 여름이면 베를린은 음악 페스티벌과 테크노 파티로 각 공연장과 클럽들이 바빠진다. 몇천 명씩 모이는 페스티벌 역시 올해는 모두 취소됐다. ‘롤라팔루자 베를린’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년 여름, 거의 매주 페스티벌을 찾아다니던 친구 멜도 올해는 풀이 죽었다. 빌리 엘리시, 마틴 게릭스, 칼리드,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 등 세계무대를 휩쓰는 뮤지션들이 총출동하는 ‘롤라팔루자’도 결국 내년을 기약하며 취소됐다. 록과 일렉트로닉, 힙합, 인디뮤직이 어우러지는 10만명 축제가 사라지면서, 베를린의 여름도 광기를 잃었다. 내로라하는 클럽과 파티가 없는 베를린은 이제 무엇으로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도시 물들인 이벤트 회사들의 ‘적색경보’ 크고 작은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가장 직격탄을 입은 건 이벤트 업계였다. 기획자부터 조명 기술자, 사운드 엔지니어, 무대 설치가,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 케이터링 담당자 등 행사에 관련된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파산 위기에 처했다.한 달 전쯤, 베를린에서는 이 업계 사람들의 고통과 파산 직전의 상태를 알리는 작은 이벤트가 열렸다. 이벤트 산업 종사자들이 베를린의 상징적인 건물들을 모두 빨간색 조명으로 쏘아 ‘빛의 밤’(night of light)을 만들었다. 이벤트가 열려야만 일을 할 수 있는 분야의 특성상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은 독일 정부의 보조금이나 대출을 받는 부분에서도 제약이 많았다. 이를 알리고 도움과 지지를 구하는 단발성 행사였다. 이벤트 종사자들은 도시의 상징이 되는 건물에 빨간 조명을 쏘아 일종의 ‘적색경보’를 보냈다. 관람객도, 홍보도 없는 조용한 이벤트였다. 거리를 지나다 우연히 본 사람들은 저게 뭘까 궁금해하다 말았을 것이고, 뉴스를 들었던 사람들은 잠깐이나마 이벤트 종사자들을 응원하며 지나갔을 것이다.붉은 조명의 건물들을 찾아나서 봤다. 전기로 가는 공유 오토바이를 타고 한밤중의 베를린을 질주했다. 동남쪽 끝에서 브란덴부르크문까지 텅 빈 도시를 달리며 빨간빛을 찾아다녔다. 파티가 많이 열리는 크로이츠베르크의 클럽들은 외벽부터 클럽 안까지 빨간 조명을 설치했다. 란트베르 운하를 지나 조너선 보롭스키의 ‘분자맨’이 보이는 슈프레강 앞에도 길고 가느다란 빨간빛이 이어졌다. 베를린 프리드리히슈타트 팔라스트 예술극장 외관도, 브란덴부르크문 앞의 건물들도 온통 빨갰다. 화려한 이벤트 뒤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처지와 심정이 한편으론 나와 다르지 않기에 빨간빛은 더 위태롭게 보였다.●자유 멈추고 ‘룰’ 따라야 하는 베를린의 밤 베를린은 괴짜들이 살기 좋은 도시다. 금요일 밤에 클럽에 들어가 월요일 아침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고, 남에게 피해만 안 끼치면 무슨 유별난 짓을 해도 상관없는, 자유의 도시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베를린도 큰 손상을 입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무엇보다 중요시해 온 베를린은 이제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기며, 정해진 ‘룰’을 따라야 하는 도시가 됐다. 춤추는 사람들이 없는 베를린 클럽이나 파티를 상상할 수 없겠지만, 이제 내로라하는 클럽들은 새로운 규칙에 따라 ‘비어 가든’으로 임시 문을 열었다. 새벽까지 여는 클럽과 바로는 아직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베를린스러운 ‘클럽 비지오네레’와 노이쾰른에 있는 옥상바 ‘크룽커 클라니히’처럼 야외 공간이 있는 곳은 그 야외 공간만 오픈해 맥주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했다. ‘우주 최강’의 하드코어 클럽인 ‘베르크하인’도 계속 문을 닫고 있다가 새로운 콘셉트로 오픈 소식을 알렸다. 거칠고 거대한 클럽 공간이 음악과 전시,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새로운 미술관으로 탄생했다. 한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수를 제한해 내부에서는 가이드투어를 하며 전시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아티스트 듀오인 ‘탐탐’의 사운드 설치 전시 마지막 날, 친구와 나도 베르크하인에 갔다. 전시가 보고 싶었다기보다는 베르크하인 클럽에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겨울에도 두세 시간씩 줄을 서야 하고, 차례가 돼도 아무나 들여보내지 않는 걸로 악명이 높기 때문에 베르크하인은 못 가 본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줄만 서면 세상에서 가장 들어가기 힘든, 최고의 클럽을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전시 마지막 날이어서 그랬는지,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500m는 이어진 듯했다. 줄의 뒤꽁무니에 섰던 우리는 남은 네 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클럽 관계자가 와서 이 줄 뒤부터는 들어가기 힘드니 돌아가라고 했다. 계속 줄을 서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서게 되니 줄을 만들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줄은 바로 우리 앞에서 끊겼다. 우리는 위용 넘치는 베르크하인의 외관만 구경하다 돌아섰다. 그래도 다행인 건 베르크하인이 9일부터 ‘스튜디오 베를린’이란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베르크하인은 앞으로도 베를린에서 작업하는 아티스트 100명의 사진과 조각, 회화, 비디오, 사운드, 퍼포먼스 등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 보로스 재단과 베르크하인의 협업으로 선보이는 이 예술 전시는 베르크하인 내부에 있는 파노라마 바와 거대한 시멘트 기둥이 우뚝 선 조일레 공간, 할레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는 한 베를린의 파티는 여전히 물음표 상태이지만 이렇게라도 음악을 듣고 클럽에 갈 수 있어서,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하이선 북상에 결항 속출…정보없는 11호 태풍 노을 관심(종합)

    하이선 북상에 결항 속출…정보없는 11호 태풍 노을 관심(종합)

    제10호 태풍 ‘하이선’(Haishen)이 7일 오전 9시 울산 남쪽 해안에 상륙했다고 기상청 국가태풍센터가 밝혔다. 하이선은 동해안을 따라 북상해 한반도를 빠져나갈 예정이다. 하이선 여파로 전국 14개 공항 306편의 항공기가 결항됐다. 공항별로 살펴보면 제주공항은 121편, 김포 91편, 김해 47편, 울산 12편, 광주 10편, 청주 9편, 인천 8편, 여수 5편, 대구 3편 등이다. 이선 북상으로 전국 모든 공항에는 태풍 특보가 발효됐으며, 인천공항과 제주공항, 울산공항에는 이·착륙 방향 모두 윈드시어(돌풍 특보)가 내려졌다. 태풍 영향권에 든 부산과 경남에는 각종 시설물 붕괴사고와 정전,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제11호 태풍 ‘노을’의 이동 경로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북한에서 제출한 태풍의 이름으로 2002년 제명된 봉선화를 대체한 이름이다. ‘노을’은 태풍위원회에서 미리 정해둔 이름일 뿐 아직 발생하지 않은 태풍이다. 기상청도 하이선 이후 발생한 열대저압부나 태풍은 없다고 밝혔다. 기상청과 기상 정보 앱 ‘윈디’ 등도 노을과 관련한 정보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기상청은 “기상 이변으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10월 말까지 태풍이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기상산업협회 관계자 또한 “당장 열흘 안에 제11호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그 이후는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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