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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이후는 ‘언택트’ 산업… 뉴 노멀 시대 생존전략 찾아야

    코로나 이후는 ‘언택트’ 산업… 뉴 노멀 시대 생존전략 찾아야

    사회적 규범 바뀌고 사업 재편 등 대전환플랫폼 영향력·서비스 혁신 경쟁은 확대소비 변화에 전통 유통기업 몰락 가속화제조·보안·물류 등 디지털 전환 촉진시켜“코로나19는 디지털 세상에 닥친 첫 번째 팬데믹입니다. 위기에도 원격 근무, 온라인 쇼핑, 배송, 홈 엔터테인먼트 등의 발전으로 경제의 여러 부문은 정상을 유지할 수 있었죠. 비상 상황이 지나면 세상은 전과 같지 않습니다. 사회적 규범은 바뀌고 기업은 사업을 처음부터 재편해야 합니다.”(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극명히 가르는 화두는 ‘언택트’다.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가 근무·교육 방식, 소비 패턴 등에서 비대면 활동을 순식간에 확산시키면서 전 세계 산업 지형을 급속도로 재편하고 있다. 애플,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미국 5대 ‘테크 공룡’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 막대해졌다. 소비 무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옮겨 오면서 전통 유통기업의 몰락이 가속화하는 한편으로 온라인 플랫폼들의 영향력과 서비스 혁신 경쟁은 더 확대되고 있다. 전통 제조업처럼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산업과 수혜 산업 간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위기 이후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사투도 가열되고 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시장 선도 기업들은 인수합병(M&A) 등 합종연횡으로 신성장동력 찾기에 속도를 내며 위기 이후 지위 강화를 노리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금은 기업들이 브레이크를 밟기보다 새로운 요구에 부응해 계속해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도권을 쥐기 위한 첨단 기술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보기술(IT) 인프라가 클라우드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기존 빅플레이어들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클라우드 사업 확장이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번 ‘2020 서울미래컨퍼런스´에서는 언택트 시대 환경 변화에 따른 산업계의 지각 변동과 이에 직면한 기업들의 대응과 생존 전략에 관한 혜안이 공유된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석학교수는 디지털 대전환,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 글로벌 가치사슬의 대격변 등 넥스트 노멀 시대에 기업들이 맞닥뜨릴 환경의 주요 변화들을 짚는다. 송 교수는 “중국으로 생산거점을 단일화하는 전략의 위험성을 기업들이 깨달았기 때문에 ‘차이나+1´의 형태로 오프쇼어링(제조 공장을 해외로 이전) 거점을 이원화하거나 지역별로 생산거점을 두는 다원화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따른 미래 모빌리티의 획기적 변화를 압축해 보여 준다. 고 본부장은 “하루가 달리 진화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자동차 산업이 변화에 동참하지 않고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압박하고 있다. 퀄컴, 소니 등 이종산업의 새로운 플레이어까지 가세하며 미래차를 위한 생존경쟁은 더 심화될 것이라 기존 업체는 멸종을 앞둔 동물, 새로운 경쟁자들은 운석, 포유류로 비유되기도 한다”며 미래차가 모든 산업 변화의 핵심임을 강조한다. 이성환 KT 5G·GIGA 사업본부장은 5세대(5G) 통신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와의 결합, 제조·보안·교통·물류·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촉진시키며 기존 산업에 가져다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조망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코로나 이후는 ‘언택트’ 산업… 뉴 노멀 시대 생존전략 찾아야

    코로나 이후는 ‘언택트’ 산업… 뉴 노멀 시대 생존전략 찾아야

    사회적 규범 바뀌고 사업 재편 등 대전환플랫폼 영향력·서비스 혁신 경쟁은 확대소비 변화에 전통 유통기업 몰락 가속화제조·보안·물류 등 디지털 전환 촉진시켜“코로나19는 디지털 세상에 닥친 첫 번째 팬데믹입니다. 위기에도 원격 근무, 온라인 쇼핑, 배송, 홈 엔터테인먼트 등의 발전으로 경제의 여러 부문은 정상을 유지할 수 있었죠. 비상 상황이 지나면 세상은 전과 같지 않습니다. 사회적 규범은 바뀌고 기업은 사업을 처음부터 재편해야 합니다.”(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극명히 가르는 화두는 ‘언택트’다.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가 근무·교육 방식, 소비 패턴 등에서 비대면 활동을 순식간에 확산시키면서 전 세계 산업 지형을 급속도로 재편하고 있다. 애플,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미국 5대 ‘테크 공룡’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 막대해졌다. 소비 무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옮겨 오면서 전통 유통기업의 몰락이 가속화하는 한편으로 온라인 플랫폼들의 영향력과 서비스 혁신 경쟁은 더 확대되고 있다. 전통 제조업처럼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산업과 수혜 산업 간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위기 이후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사투도 가열되고 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시장 선도 기업들은 인수합병(M&A) 등 합종연횡으로 신성장동력 찾기에 속도를 내며 위기 이후 지위 강화를 노리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금은 기업들이 브레이크를 밟기보다 새로운 요구에 부응해 계속해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도권을 쥐기 위한 첨단 기술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보기술(IT) 인프라가 클라우드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기존 빅플레이어들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클라우드 사업 확장이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번 ‘2020 서울미래컨퍼런스´에서는 언택트 시대 환경 변화에 따른 산업계의 지각 변동과 이에 직면한 기업들의 대응과 생존 전략에 관한 혜안이 공유된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석학교수는 디지털 대전환,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 글로벌 가치사슬의 대격변 등 넥스트 노멀 시대에 기업들이 맞닥뜨릴 환경의 주요 변화들을 짚는다. 송 교수는 “중국으로 생산거점을 단일화하는 전략의 위험성을 기업들이 깨달았기 때문에 ‘차이나+1´의 형태로 오프쇼어링(제조 공장을 해외로 이전) 거점을 이원화하거나 지역별로 생산거점을 두는 다원화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따른 미래 모빌리티의 획기적 변화를 압축해 보여 준다. 고 본부장은 “하루가 달리 진화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자동차 산업이 변화에 동참하지 않고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압박하고 있다. 퀄컴, 소니 등 이종산업의 새로운 플레이어까지 가세하며 미래차를 위한 생존경쟁은 더 심화될 것이라 기존 업체는 멸종을 앞둔 동물, 새로운 경쟁자들은 운석, 포유류로 비유되기도 한다”며 미래차가 모든 산업 변화의 핵심임을 강조한다. 이성환 KT 5G·GIGA 사업본부장은 5세대(5G) 통신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와의 결합, 제조·보안·교통·물류·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촉진시키며 기존 산업에 가져다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조망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정부 최종 승인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정부 최종 승인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29일 기획재정부 국제행사심사위원회 심의결과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2013정원박람회 폐막 후 10년 만의 국제정원박람회 재개최다. 이번 승인으로 지난 3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AIPH(국제원예생산자협회)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국제행사 개최 승인을 받은 데 이어 기획재정부까지 모든 심의절차를 마치게 됐다. 국제행사 개최시 10억원 이상의 국고지원을 요청하고 외국인 참여비율이 3% 이상(방문객 200만명 이상)인 박람회의 경우 심의를 받도록 돼 있다. 정부 승인을 계기로 국비 등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정원박람회는 ‘지구의 정원, 순천만’을 주제로 순천만의 항구적 보전을 위한 에코벨트를 조성한 행사였다. 이에더해 2023년 박람회는 시민이 주도하는 일상 속 정원을 테마로 도시전체가 거대한 정원으로 연결된 정원로드가 조성된다. 2023 정원박람회의 중심은 시민 누구나 도시에 본인의 흔적을 남기고 참여하는 시민주도 박람회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 박람회 개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박람회 기획·운영·실행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앞으로 시민추진위원회를 확대하고 24개 읍면동별 시민조직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세계 어디에도 없는 롤모델로 육성할 계획이다. 시는 현재 박람회 종합실행계획과 주제어 및 EI 개발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박람회 실시설계 용역과 시민추진위원회 확대 구성, 조직위원회 설립을 준비중이다. 특히 2023정원박람회가 국가적 사업으로 격상되고 한국판 뉴딜사업의 성공모델이 될 수 있도록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지원 특별법’제정을 건의·협의 중에 있다. 허석 시장은 “정원은 이제 세계·지구·박람회 이야기를 넘어 사람과 삶의 이야기 속에 우리가 생활하고 숨 쉬는 일상 그자체가 되어야 한다”며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생태경제도시로 경제·사회구조를 대전환하는 등 정원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2023년 4월 22일부터 10월 22일까지 순천만국가정원과 도심 일원에서 열린다. 2만 5000명이 넘는 고용효과와 1조 6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예측돼 지역경제활성화에 크게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데이터 댐, 모든 산업 5G·AI와 융합… 코로나 이후 ‘디지털 대전환’ 선도

    데이터 댐, 모든 산업 5G·AI와 융합… 코로나 이후 ‘디지털 대전환’ 선도

    2025년까지 58조 투자 일자리 90만개지능형 정부·스마트 의료 인프라 등 제시정부가 디지털 뉴딜 추진을 통해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행정안전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과 합동으로 15일 디지털 뉴딜을 위한 세부 과제를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의 후속조치 차원이었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로 2020년 추가경정예산부터 2022년까지 총 23조 4000억원(국비 18조 6000억원), 2025년까지 58조 2000억원(국비 44조 8000억원)을 투자해 2022년까진 39만개, 2025년까진 9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디지털 뉴딜은 크게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 강화, 교육인프라 디지털 전환,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 등 4대 분야 12개 추진과제로 구성돼 있다. 데이터 댐, 지능형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디지털 트위 등 5대 대표과제도 제시했다. 데이터 댐은 데이터 수집·가공·결합·거래·활용을 통해 데이터 경제를 가속화하고 5G 전국망에 기반해 모든 산업을 5G와 인공지능으로 융합하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까지 국가 데이터의 수집 및 연계, 활용 정책을 총괄하는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고 내년까진 14만 2000개의 공공데이터 전체를 신속히 개방할 방침이다. 지능형 정부를 위해 인공지능 등 신기술과 디지털 기반을 활용해 비대면 맞춤형 정부서비스를 구현한다. 국가인프라 관리시스템도 디지털 관리체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경북 구미시의 로봇 전문인력 양성 ‘로봇직업혁신센터’ 구축, 전북도의 비대면 여권발급 시스템 구축과 새만금 재생에너지 실증 연구기반 구축사업, 전남의 블루 이코노미, 경남 창원의 스마트 산업단지 조성 등 지방자치단체와 함께하는 ‘맞춤형 뉴딜’ 사업도 소개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160조 ‘한국판 뉴딜’… 국가 대전환 선언

    160조 ‘한국판 뉴딜’… 국가 대전환 선언

    190만개 일자리 창출… 文 “선도국 도약”“연속성 떨어질 수도… 숫자 놀음” 우려문재인 정부 후반기 최대 역점 사업인 ‘한국판 뉴딜’을 위해 2025년까지 160조원이 투자된다. 경제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는 ‘디지털 뉴딜’, 친환경·저탄소 전환을 가속화하는 ‘그린 뉴딜’, 실업 불안과 소득 격차를 완화하는 ‘안전망 강화’ 등 세 가지 큰 축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19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현 정부 임기(2022년)가 끝난 뒤에도 사업 일정이 잡혀 있는 데다 일자리 창출도 정형화된 산식에만 근거한 것이라 ‘숫자 놀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7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한국판 뉴딜은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대전환’ 선언”이라면서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라고 말했다. 이어 “2025년까지 국고 114조원을 직접 투자하고 민간과 지자체까지 포함해 약 160조원을 투입할 것”이라며 “새로운 일자리도 2022년까지 89만개, 2025년까지 190만개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첫 밑그림을 밝힌 투입 재원(76조원)과 일자리 창출 규모(55만개)를 크게 웃도는 계획이다. 정부는 중점을 두고 추진할 10대 대표과제도 선정했다. 공공데이터 14만개를 개방하는 ‘데이터댐’을 구축한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온라인 투표를 시범 실시하는 지능형(AI) 정부를 추구한다. 사물인터넷(IoT)이 탑재된 스마트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도로와 철도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SOC)에도 디지털을 입힌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가의 틀을 바꾸는 산업정책은 장기 전략으로 추진하는 게 맞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 새 정책을 낼 것이라 연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공공 일자리만 늘리는 데 그치지 말고 기업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민간 일자리를 양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시론] 준비 없는 미래는 없다/이배용 영산대 석좌교수

    [시론] 준비 없는 미래는 없다/이배용 영산대 석좌교수

    신록이 무르익어 가는 계절의 여왕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등 인연의 달이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가족을 예외로 치면 그래도 학창 시절에 맺은 인연들이 인생에서 가장 오래가고 큰 울타리가 된다. 그런데 요즈음 코로나19 여파로 학교가 문을 닫았다. 어릴 적 공부에 꾀가 나면 공휴일만 세기도 한 철부지 시절이 있었지만, 그것도 가끔이지 온라인으로만 교육을 받는다니까 무언지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교과서가 있다고 선생님의 역할이 필요 없는 것이 아니듯이 교육에서 소통의 가장 중요한 수단은 스승과 제자가, 그리고 친구들과 학교라는 한 공간에서 서로 만나고 눈을 마주치면서 따뜻한 교감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기본이 돼야 한다. 지식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이 함께 시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간이 영리하고 지능적이라 해도 이번에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속수무책으로 우왕좌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제 근본을 다시 다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앞으로만 내닫고 성취 위주로만 경쟁사회에서 이기려다 보니 그동안 놓친 것이 너무 많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고 변해도, 예기치 못한 사태가 닥쳐와도 역사에서 교훈을 찾으면 미래를 뚫고 나가는 항심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에 겸허해야 한다. 그래야 통찰력이 생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역사적인 메시지가 있다. 첫째, 지나치고 무리하면 화를 자초한다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어디까지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인지 놓칠 때가 있다. 역사는 시작과 결말을 함께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시작이 아무리 거창해도 초라하게 끝나는 결말과 시작은 작더라도 화려한 결실을 맺는 현상을 수없이 볼 수 있다. 그래서 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 한 것이다. 둘째, 좋은 능력도 좋은 인연으로 얽힐 때 자기 인생에도, 또 역사에도 기여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능력이 있어도 악연으로 얽힐 때 자기도 망치고 역사도 그르치는 일이 허다하다. 특히 지도자는 사람 볼 줄 아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 셋째, 어려운 시절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절대 절망하지 않는 도전과 희망의 정신을 일궈 가야 한다. 우리 역사 속에는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사명과 긍정심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겨왔던 경험이 많다. 준비 없는 미래는 없다. 조선왕조가 여러 우여곡절은 있어도 세계 왕조 역사상 유일하게 500년을 이어 온 배경에는 나름대로 충효정신, 박애정신, 도덕사상이 있었다. 동의보감도 박애정신 속에서 임진왜란 때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서원 9곳도 설립 초부터 정신문화와 자연의 질서를 조화시킨 성리학 유산의 진정성이 계승돼 온 것을 세계가 인정하고 지지한 것이다. 또한 이 귀중한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만들려는 10년 전부터의 준비가 있었기에 등재의 쾌거를 이룬 것이다. 그런데 19세기로 들어서면서 리더십의 부재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문명사적 대전환의 시기에 대처력이 전무했다. 새롭게 해양시대가 열림을 전혀 간파하지 못했다. 돌아가는 세계 정세를 모르면 존립할 수 있는 전략과 지혜를 모두 놓치게 된다. 이러한 국가 존망의 위기 속에서도 한 가지 희망은 교육의 힘이었다. 개화기 선교사들과 민족지도자들이 자발적으로 학교를 세워 애국심을 고취하고 구국운동에 앞장설 인재를 키우는 교육을 중심에 두었다. 1909년까지 선교사와 민족지도자들이 세운 사립학교가 3000개 가까이 된다. 이러한 교육의 열정이 일제의 압박 속에서도 독립투사를 만들어 낸 준비된 미래이다. 역사 속에서 애국심과 나라를 지키는 자긍심을 배웠기 때문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도 구국에 앞장서는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임은 틀림없다. 아울러 부단한 교육현장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창의성을 갖춘 지식기반 사회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매사에 균형감각과 조화의 지혜를 가지고 하드웨어 시대에서 소프트웨어 시대로 진행해 온 과정을 살펴보고 앞으로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배려하고, 나누고, 포용할 줄 아는 하트웨어(heartware)를 보다 더 부각시켜야 인재 양성의 본연의 정신이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AI)도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마음, 영혼, 정신문화를 바로 세워야 할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 당정 “아동·청소년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추진”

    당정 “아동·청소년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추진”

    “처벌 상한 확대하고 재범은 가중처벌 추진”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성 착취물 공유 텔레그램 대화방인 ‘n번방’ 사건 대책으로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를 추지한다. 당정은 5일 국회에서 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 수사 및 처벌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정은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경우 형의 하한설정 및 공소시효 폐지를 추진한다”며 “처벌 법정형 상한을 확대하고, 재범의 경우 가중처벌 및 상한선 폐지 등을 적극 검토한다”고 밝혔다. 20대 국회 회기 내에 형법·성폭력처벌법·정보통신망법 등 n번방 재발방지 3법 및 청소년 성보호법 등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피해자 지원을 위해 AI(인공지능) 기반으로 대검찰청 등 관계부처 공조 체계를 강화하고 디지털 성범죄 지원센터 인력 및 예산 확대 등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성착취 아동·청소년을 피해자화 해서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고, 성범죄 예방 교육 및 인식개선 캠페인도 확대할 계획이다. 당 선대위 산하 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단 단장인 백혜련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와 여당부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인식의 대전환을 할 것”이라며 “현행 법률과 제도에 허점, 사각지대가 없는지 살펴보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피해자 중심의 보호대책, 인권보호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가담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인의 전모를 규명해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게 하고 그들이 취득한 범죄 수익 환수에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유포된 불법 피해영상물을 찾아내 삭제하고 가능한 모든 법률적, 경제적 지원이 이뤄지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은 “피해자의 관점에서 다각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려 한다”면서 “24시간 상담부분을 체계화하고 불법 영상물 확산 전에 모니터링을 해서 차단할 수 있는 추적 조사 대응 체계도 갖추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시론] 다중위기 시대, 문명대전환 계기로/심광현 평론가·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시론] 다중위기 시대, 문명대전환 계기로/심광현 평론가·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세계적 교류가 순식간에 봉쇄되고 병리적, 정치경제적, 문화적, 심리적 공황이 꼬리를 무는 카오스적 상황이 돌발했다. 전쟁과 경제공황을 통해 낡은 시스템이 무너졌던 근래 이행기와는 달리 바이러스 하나가 세계체계의 순환을 일거에 중단시킨 것이다. 병은 바이러스가 숙주의 면역력 약화라는 기회와 마주쳤을 때 나타난다. 사스나 메르스보다 치사율이 낮다는 코로나19가 세계적 카오스를 야기한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촉발한 다중위기가 가속화돼 극도로 취약해진 사회적·개인적 면역력이 이제 임계점에 달했음을 뜻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폭발 직전의 화약고에 던져진 불씨인 것이다. 당장은 방역과 구호와 백신 개발 등에 재원과 노력을 쏟아 불길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지구화와 온난화의 악순환이 촉발한 신종 바이러스나 세균들이 세계적으로 퍼지고 사회적·개인적 면역력 붕괴와 마주친 총체적 위기를 기존의 단선적 방법으로 극복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적 착취와 수탈이 야기한 인간ㆍ자연 신진대사의 구조적 균열과 정치경제적 모순의 폭발이 중첩된 악순환 고리 전체를 직시하는 심층적인 시각과 문명전환을 위한 총체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일수록 붕괴 속도가 가파르고 규모가 광범위하다는 사실은 자본주의 문명 자체가 이제 종결부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21세기 들어 각종 ‘종말론’과 ‘재난영화’가 만연했던 것도 이에 대한 암묵적 불안의 징후였던 셈이다. ‘신천지 현상’도 이런 이데올로기적 파국의 일각일 뿐이다. 그러나 체계의 요동이 커지면 낡은 질서가 해체될 뿐 아니라 새로운 질서가 창발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20년은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문명사적 이행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디서 새로운 희망의 싹을 찾아낼 것인가. 인간과 자연 모두를 착취하면서 기술발전을 몰아가는 자본순환의 폐쇄회로가 무너진 자리에서 인간과 자연의 지속 가능한 공진화를 촉진할 생태문화사회적인 개방회로의 싹을 틔워야 한다. 일각에서는 인간ㆍ자연ㆍ기술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아니라 인공지능(AI) 혁명, 4차 산업혁명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이는 고양이에게 다시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다. 미국과 유럽의 사태가 보여 주듯 문제는 과학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성과를 소수가 사유화하고 그 방향 설정을 독점한 수직적인 사회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3월 23일자 뉴욕타임스 기사 ‘한국은 어떻게 편평한 커브를 만들었나’가 이 차이를 잘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정부의 신속한 조치와 투명한 정보공개, 의료시스템과 정보기술의 적절한 결합을 통한 광범위한 테스트와 연락처 추적, 특히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사회적 신뢰라는 요인들이 삼박자를 이루었다. 중국처럼 언론과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거나, 미국이나 유럽같이 사회경제적 혼란을 유발하는 폐쇄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신규 감염자 곡선을 편평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노력의 바탕에는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에 맞섰던 대중적 저항과 성찰의 경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매개로 연인원 1700만명이 참여했던 2016~2017년 촛불혁명의 경험 등이 있다. 바로 여기서 문명전환의 단서를 끌어낼 수 있다. 과학기술과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선순환 고리 만들기가 그것이다. 물론 이런 마주침은 시작에 불과하다. 인간 뇌의 다중지능 네트워크를 역설계해 AI를 개발하는 과학기술의 성과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면서, 인간ㆍ자연의 공진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거대한 문명전환을 할 크나큰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제는 대중들 각자의 몸과 뇌에 잠재된 다중지능적 역량의 풍부함에 대한 지식의 사회화를 통해 다중지능 네트워크를 수평적으로 확대해 가는 과정에서만 해결할 수 있다. 물리적 거리 두기로 생각할 시간이 주어진 지금, 오랫동안 소진돼 온 몸과 마음의 역량을 충전하고 삶의 의미와 방향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유전적·유년기적·문화적 과거에 매달리던 신경증적인 생활양식과 주체 양식의 낡은 굴레를 깨야 한다. 자연과 교감하며 잠재력의 전면적 발달을 촉진하는 생활·주체 양식을 구성하고 과학기술혁명과 새로운 사회혁명의 선순환 경로를 만들어 민주적인 주체들로 거듭날 수 있다. 이렇게 경쟁의 세계화를 협력의 세계화로 전환해 가는 길만이 오늘의 문명전환의 참된 방향이다.
  • 조주빈 변호인·묵비권 없이 진술… ‘박사’ 꿈꾸던 16세도 잡혔다

    조주빈 변호인·묵비권 없이 진술… ‘박사’ 꿈꾸던 16세도 잡혔다

    텔레그램 집단 성폭력 사건을 주도한 ‘박사’ 조주빈(25·구속)이 26일 처음 검찰에 불려가 범행 전 생활 등에 대해 10시간 동안 조사받았다. 경찰은 가상화폐 거래소 압수수색 등을 통해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성착취물을 관람한 유료 회원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한때 박사방 운영진으로 활동한 10대 청소년 ‘태평양’(대화명)도 붙잡아 검찰에 구속 송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조씨를 불러 조사했다. 조씨 변호인이 사임계를 제출했지만 조씨가 “변호인 없이 조사받겠다”고 해, 신문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검찰은 첫 조사에서 조씨의 성장 배경과 범행 전 생활, 혐의를 인정하는지 여부를 주로 물었다. 경찰이 조씨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총 12개에 달한다. 수사기록은 약 1만 2000쪽 분량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가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27일 오전에도 조씨를 다시 불러 조사를 진행한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지난 13일 빗썸, 업비트, 코인원 등 가상화폐 거래소 3곳을 압수수색하고 19일 가상화폐 구매대행 업체인 ‘베스트코인’도 압수수색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또 다른 대행업체 ‘비트프록시’에 수사 협조를 요청해 관련 자료도 확보한 상태다. 조씨는 텔레그램에서 3단계의 유료 대화방을 운영하면서 입장료 명목으로 가상화폐를 받은 다음 성착취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조씨의 가상화폐 거래 내역 분석을 통해 유료 회원 명단을 파악하고 조씨가 숨겨 둔 범죄수익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사방 운영진으로 활동한 이모(16·구속)군도 지난 4일 구속기소됐다. 이군은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태평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태평양 원정대’라는 대화방을 만들어 성착취물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이군의 재판은 오는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었는데 검찰이 조씨와 공모한 혐의를 더 들여다봐야 한다며 재판을 미뤄달라고 신청했다. 법무부도 이날 5개팀 15명으로 구성된 디지털 성범죄 대응 TF를 꾸렸다. 검찰 내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47·사법연수원 33기)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가 대외협력팀장을 맡았다. 서 검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주빈에 대해 범죄 단체 조직죄를 적용해 무기징역이 가능하다”며 “디지털 성범죄를 가볍게 여겼던 것이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가디언 “한국서 몰카 일상, 대통령도 인정”... 文 관련발언 보니

    가디언 “한국서 몰카 일상, 대통령도 인정”... 文 관련발언 보니

    스페인 마드리드 500명 몰카 보도하며“韓 ‘molka’는 일상 일부… 대통령 인정” 文, 2017년부터 3차례 엄중 수사 주문뿐 英독자 “한국 몰카천국?” 왜곡 인식 우려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일어난 ‘몰카’ 사건을 보도하며 한국에 대해 왜곡된 보도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디언은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 지하철에서 500명 이상 여성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53세 콜롬비아인 남성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각국이 이런 범죄에 대응하는 방식을 비교했는데 한국에서는 몰카범죄가 일상이며 대통령도 이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한국에서는 ‘molka(몰카)’로 알려진 이런 행위가 고질병이 됐으며, 심지어 대통령도 그것을 ‘일상의 일부(a part of daily life)’라고 인정(acknowledged)했을 정도”라고 썼다. 하지만 이런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상 곳곳에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이런 범죄에 대해 강력 대응을 주문했으며, 지금까지 수사·처벌 강도가 낮았다는 건 인정했지만 한국에서 몰카가 일상의 일부라고 인정한 적은 없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몰카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 대책을 주문했으며, 국무회의에서 종합대책도 내놨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초소형 카메라, 위장형 카메라 등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 몰래카메라 범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사내 화장실이나 탈의실, 공중화장실, 대중교통 등 일상생활 곳곳에서 누구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어 여성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몰카범죄, 데이트폭력 등은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다. 우리 수사당국의 수사 관행이 조금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수사기관들이 조금 더 중대한 위법으로 다루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옛날에 살인, 강도, 밀수나 방화 같은 강력 범죄가 있었다면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몰카범죄 등도 중대하다”며 “과거에는 있을 수 있는 범죄로 보거나 관념이 약했기 때문에 처벌의 강도가 낮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미국 등을 보면 가정폭력을 신고하면 곧바로 접근을 금지하고 제대로 피해자를 보호한 뒤 사실이 확인되면 엄하게 처벌한다. 이런 식으로 성차별적 사회를 바꿔나간다”며 “우리도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 사건을 다루는 관점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에도 “여성들의 문제의식은 몰카범죄 및 유포에 대한 처벌이 너무나 가볍고 미온적이라는 것”이라며 “수사가 되면 (가해자의) 직장이라든지 소속 기관에 즉각 통보해 가해를 한 것 이상의 불이익이 가해자에게 반드시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준영, 최종훈 등 연예인들이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몰래 찍은 성관계 영상을 공유하고 김성준 전 SBS 앵커가 여성 신체부위를 몰래 촬영하다가 경찰에 붙잡히는 등 수많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국 독자들이 한국에서는 몰카가 일상의 일부라고 인식할 수 있는 보도 내용은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가디언은 한국에 관해 “범법자들은 많은 벌금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지만 인권운동가들은 매년 수천명이 검거됨에도 불구하고 실제 처벌 받는 사례는 거의 없으며 경찰은 여성의 고소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면서 “지난해에는 여성 2만명 이상이 엄중한 단속을 요구하며 서울 거리로 나왔다”고도 했다. 한편 가디언에 나온 콜롬비아 출신 남성은 여성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치마 속을 촬영해 ‘업스커트’라 불리는 영상을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영상물 중 적어도 283개를 다수의 포르노 사이트에 올렸으며, 영상은 수백만회 이상 노출됐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경찰이 지금까지 확인한 피해자는 555명이며 일부는 미성년자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남성은 최소 2018년 여름부터 이 같은 영상을 매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가 지역 철도역, 슈퍼마켓 인근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며 피해자들을 미행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더 나음 품질 영상을 얻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최대한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남성을 구속했으며 그의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영상 수백개가 저장된 노트북, 하드디스크드라이브 3개를 발견했다. 그가 만든 사이트 가입자는 3519명이었으며, 그가 올린 영상은 각각 100만건 이상 조회됐다. 영국에서 이런 수법의 ‘업스커트’ 영상은 작가 지나 마틴이 음악축제에서 피해를 당한 뒤 이를 불법화하는 캠페인을 하면서 범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남의 옷 속을 몰래 촬영할 경우 최고 2년 징역형에 처해진다. 스페인에서도 이런 행위를 성학대로 분류하고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정의선, 명실상부 ‘현대차 대표’로 우뚝

    정의선, 명실상부 ‘현대차 대표’로 우뚝

    정의선 부회장, 현대차 대표이사로 취임현대차, 스마트 모빌리티 업체로 대전환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22일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해 명실상부한 현대차 대표 자리에 올랐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 대표이사직은 유지하지만 정 부회장 중심으로 경영진이 꾸려졌기 때문에 사실상 ‘ES 시대’가 본격 출범한 것이다. 정 부회장이 1999년 자재본부 구매실장으로 현대차에 입사한 지 20년 만이다. 정 회장은 1999년 3월 현대차 경영권을 장악한 지 20년 만에 아들인 정 부회장에게 모든 실권을 넘겨주게 됐다.‘정의선의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스마트 모빌리티(이동) 솔루션업체’로의 대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인도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의 기조연설에서 “자동차산업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당시 정 부회장은 모빌리티의 3대 전략 방향으로 친환경과 이동의 자유로움, 연결된 이동성 등을 제시했다. 정 부회장은 수소전기차(FCEV) 개발을 직접 지휘해 2013년 투싼 FCEV를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지난해는 FCEV 전용차인 넥쏘를 출시하며 수소차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현재 3%(13만 5000대)에서 2025년에는 16%(103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 가운데 수소차는 지난해 3000대에서 2030년에는 50만대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정 부회장은 또 그동안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상품 기획과 디자인, 섀시 등 기존 사업부터 공유경제, 모빌리티 등 미래 비즈니스까지 국내외 전문가를 영입해왔다. 특히 앨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 비어만 사장은 BMW에서 30여년간 고성능차 개발을 담당한 전문가로 정 부회장이 지난 2015년 현대차로 영입했고, 지난해에는 외국인 최초로 연구개발본부장을 맡겼다. 또 이달에는 5세대(5G) 이동통신 전문가인 윤경림 전 KT 부사장을 영입해 현대차 전략사업부장을 맡겼다. 앞서 전략사업부를 이끌던 삼성전자 출신인 지영조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생긴 공석을 외부에서 채운 것이다. 최근에는 네이버에서도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이 잇따라 현대차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19일 ‘인도의 우버’인 올라에 역대 최대 단일투자 규모인 3억달러(약 3384억원)를 투자하는 등 모빌리티 기업과의 제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동남아 최대 모빌리티 기업인 그랩에 2억 7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2021년 국내 자율주행 친환경 로보택시 시범운영을 목표로 글로벌 선도업체와의 제휴를 활발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는 2021년 세종시에서 시범운영을 거친 뒤 2022년 싱가포르에서도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文정부 2기 내각 관심사는 ‘성과’… 전문가·실무형 리더 기대감

    文정부 2기 내각 관심사는 ‘성과’… 전문가·실무형 리더 기대감

    행안·중기부 거물 수혈에 위상강화 기대 내부출신 내정된 국토·문체부는 잔칫집 통일부 소신·반대의견 절충안 찾기 숙제 학구파 해양·과기부 후보 현장능력 과제문재인 대통령의 ‘3·8 개각’에 따라 7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정책 추진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치인과 정통 관료, 학계 전문가 등이 고루 포진해 있지만 집권 중반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최대 관심사는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제재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자신의 기존 소신을 유지하면서도 정책 수장으로서 반대 진영의 목소리까지 수렴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실제 김 후보자는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제가 전문가 때 얘기했던 부분들은 공직 후보로서 검토해야 할 부분들이 있을 것 같다”면서 “초당적인 협력뿐만 아니라 세대 간 대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센 장관’이 수혈된 행정안전부와 중소벤처기업부도 위상 강화에 대한 기대가 역력하다. 진영 행안부 장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인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국민안전을 보장하고 편리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정책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지방분권 지원’과 ‘안전사회 구축’이라는 행안부 업무의 두 축을 모두 소홀히 다루지 않겠다는 노련함으로 읽힌다. 행안부 고위 관계자도 “박근혜 정부 시절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아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 지급 정책을 반대하는 등 소신을 지키려고 애썼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 후보자도 개각 명단 발표 직후 “중소벤처기업 중심 경제로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 등 부드러운 리더십이 아닌 강한 리더십을 예고했다. 중기부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부부처 중 막내인 탓에 정책 조율 과정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았다”면서 박 후보자의 역할에 기대를 나타냈다. 내부 출신이 모처럼 수장으로 내정된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잔칫집’ 분위기다. 실제 국토부 노조는 이례적으로 최정호 장관 후보자에 대한 환영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최 후보자는 “30여년 동안 국토교통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역량을 녹여내겠다”면서 “국토 균형발전과 한반도 신경제 실현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이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30여년을 문화예술계 안팎에서 활동한 박양우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체육계 성폭력과 블랙리스트 문제 등 시급한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문체부 관계자는 “박 후보자는 기획력과 조직 경영 능력, 업무 추진력 ‘3박자’를 갖춘 정통 관료”라고 치켜세웠다. 학계에서 공직으로 옮길 채비를 마친 장관 후보자를 향해서는 비전문 분야까지 아우를 수 있는 ‘그릇’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해운·항만 분야 최고 전문가로 해운 산업 재건을 위한 적임자로 꼽힌다. 실제 문 후보자가 미국·유럽 등 원양항로 확대 등 해운 물류망 복원에 힘쓸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다만 수산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선진 해양수산 동향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교수 출신인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과감한 투자와 실질적 성과를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인프라와 정책적 틀을 바탕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가 창출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5G, 인공지능(AI), 바이오, 수소경제, 자율주행 인프라 등 유망 분야에 대한 전략적 연구개발(R&D) 투자를 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서울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서울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KB국민, 디지털 부문 2조 투자

    허인 행장 “변화는 선택 아닌 숙명” KB국민은행이 2025년까지 디지털 부문에 총 2조원을 투자하고 관련 인재 4000명을 키우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점에서 창립 17주년 기념식 겸 ‘KB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선포식’을 열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디지털 혁신 조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국민은행은 영업점의 디지털 창구 확대, 인공지능(AI) 챗봇 개발, 갤럭시 KB STAR폰 출시, 디지털 전문인력 200명 채용 등을 추진하며 디지털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디지털 전환을 달성하기 위한 ‘4대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전면적인 대전환 ▲디지털 신기술 역량 확보 ▲글로벌 디지털 기업·핀테크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강화 ▲변화혁신 프로그램 지속 추진 등이다. 허 행장은 “대형 플랫폼 기업이 은행들의 최대 경쟁자로 떠오르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변화는 선택이 아닌 우리의 숙명”이라면서 “국내외 디지털 선도 기업을 방문하는 ‘디지털 탐험대’, 혁신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통한 ‘사내벤처 육성’, 디지털 전문가 양성 코스인 ‘디지털 아카데미’ 같은 다양한 활동과 연수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데스크 시각] 우리 집 인공지능이 똑똑하지 않은 이유/안동환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우리 집 인공지능이 똑똑하지 않은 이유/안동환 문화부 차장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13조 7000억원을 기록했다. SK가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이전, 이후를 통틀어 최대 실적이다. 반도체 제조사가 영업이익률을 46%나 기록하며 거대 인터넷 기업들을 추월한 건 이례적이다. 눈부신 실적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초호황 추세) 덕이다. 주력인 D램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다. D램 매출 비중은 스마트폰이 PC를 앞선 지 오래됐고, 현재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 분야에서 폭발적 수요를 보인다. 정신이 번쩍 드는 건 D램을 싹쓸이하는 국가가 한국이 아닌 미국과 중국이라는 현실이다. SK그룹 인사의 얘기다. 지난 1월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출한 50여쪽의 업무보고에는 딱 한 문장으로 기술된 연구개발 계획이 포함됐다. ‘국어거대자료(말뭉치) 구축 사업’, 이 한 줄짜리 보고가 일으킨 파급력은 적지 않다. 국립국어원은 ‘잃어버린 10년’을 반추했고, 한국어 처리 기술 기반의 국내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은 큰 기대를 품고 있다. 국어거대자료로 불리는 ‘말뭉치’(Corpus)는 컴퓨터가 우리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전산화한 말과 글의 집합체다. 신문·잡지 기사, 소설부터 SNS에 쓴 글 같은 웹 말뭉치까지 전부 활용 가능한 언어 자원이다. 아마존이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점유율 1위가 된 건 ‘알렉사’라는 뛰어난 자연어(영어) 처리 기술과 미국 ‘ANC’가 1990년부터 구축해 온 2000억 단어 이상의 방대한 ‘영어 말뭉치’의 존재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학습된 말뭉치 양이 많을수록 똑똑해진다. 말뭉치가 ‘인공지능 진화의 씨앗’으로 불리는 이유다. 우리도 일찌감치 국가 말뭉치 구축 프로젝트에 나섰다. 1998년부터 150억원을 투입해 국립국어원이 진행했던 ‘21세기 세종계획’이 그것이다. 예산 지원이 중단된 2007년까지 2억 어절을 구축했다. 당시 일본 정부가 우리 연구자들을 초청해 말뭉치 구축 방안을 청취할 정도로 한국은 아시아에서 선두 주자였다. 세종계획 중단 후 한국어 말뭉치 규모는 정체됐지만 중국, 일본은 지속적인 투자로 각각 100억 단어가 넘는 대규모 언어 자원을 확보했다(김한샘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 교수의 ‘말뭉치 구축의 세계 동향과 한국어 말뭉치’). 그 ‘잃어버린 10년’이 AI 대전환기를 맞는 현재 한국어 인공지능의 ‘치명적 공백기’로 평가된다. 국립국어원이 10년 만에 말뭉치 구축 사업을 되살려 냈지만 확정된 예산은 올해 11억원에 불과하다. 대통령에게 보고한 구축 목표는 5년간 현대어 154억 7000만 어절이다. 말뭉치 구축이 재가동된 건 고무적이지만 올해 예산으로 구축 가능한 분량은 3100만 어절이다. 이 예산과 속도로 앞질러 간 국가들을 따라잡긴 벅차다. 말뭉치 구축은 기초 연구다. 그 자체로는 상업적 가치가 크지 않고, 초기 구축 비용이 커 대학과 민간 기업에 의존하기엔 한계가 있다. 국가 말뭉치 구축을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할 이유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한국형 알파고’ 개발을 부르짖으며 5년간 1조원 예산 투입을 운운하지만 말뭉치 데이터가 빈약하면 한국어 인공지능은 그리 똑똑하지 않을 게다. 우리 집도 AI 스피커를 쓴 지 1년이 흘렀다. 출시 초기보다 기능이 추가되고 업그레이드됐다. 하지만 명령을 엉뚱하게 알아듣거나 씹는 등 ‘말귀’는 어둡다. “레베카 ‘상어가족’ 틀어줘”라고 외치는 7살 딸은 종종 으름장을 놓는다. “너 말 안 들으면 갖다 버릴 거야!” ipsofacto@seoul.co.kr
  • 2030년까지 5명 중 1명, 로봇에 일자리 뺏긴다

    2030년까지 5명 중 1명, 로봇에 일자리 뺏긴다

    인건비 싼 인도는 새 일자리 늘 것 노동자 9%, 새 직업군서 일할 것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의 싱크탱크인 매킨지글로벌연구소(MGI)가 “로봇이 향후 13년간 3억 7500만~8억명의 근로자를 대신할 것”이라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8억명은 전 세계 노동력의 5분에1에 달하는 규모다. 매킨지는 46개 국가, 800여개 일자리를 8개월간 분석해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보고서는 자동화는 기술 수준이 높은 선진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과 독일의 일자리는 3분의1 이상, 일본의 일자리는 절반이 사라질 전망이다. 절대적인 실직자 수는 중국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약 1억명의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술 수준이 낮은 국가는 자동화할 능력이 없어서 종전 일자리 위협을 덜 받을 전망이다. 특히 인도에서는 오히려 1억 3800만명이 새 일자리를 찾을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이나 멕시코보다 인건비가 저렴해 굳이 자동화할 필요가 없고 인도의 정보기술(IT) 발전과 지속적인 인프라 사업 등으로 일자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직종별로는 업무 범위가 예측 가능하고 변수가 적은 회계사, 패스트푸드 점원, 법률 보조원 등이 자동화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원사, 배관공, 어린이·노인 돌보미 등의 직군은 자동화로 인한 타격이 적다고 분석했다. 이들 직업은 업무를 획일화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이들에 대한 인건비가 높지 않아 로봇 자동화를 추진할 동기가 떨어져서다. 반면 IT 개발, 재생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5억 5500만∼8억 90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령화로 인한 건강관리와 관련된 일자리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점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는 2014년에 비해 65세 이상 인구가 약 3억명 증가한다. 의사, 간호사뿐만 아니라 노인 돌보미, 간호 보조원 등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매킨지는 전 세계 노동자의 8~9%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 직업군에서 일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일자리 대전환’에 대한 대비를 촉구했다. 매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일자리가 부족해지는 위험을 줄이려면 정부는 투자를 확대하고 노동자 개개인은 새 직종에서 일할 수 있게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면서 “준비하지 않으면 실업률 증가와 임금 폭락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킨지는 또 “소득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임금 분배의 최고 수준에 있는 직종에서는 고용이 늘어날 것이며 ▲간호 조무사와 같은 저임금 일자리 역시 늘어나는 반면 ▲중급 소득의 다양한 직업이 가장 큰 고용 감소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의 일자리 위협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와 마이클 오즈번 교수는 2013년 논문 ‘고용의 미래’에서 “자동화로 20년 내에 미국의 직업 중 47%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 3월 “2030년까지 영국 직업의 30%가 자동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자동화를 통한 일자리 축소를 실천하고 있다. 반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영국 런던 정경대 교수는 지난 5월 학술포럼에서 “현재 820개 주요 직업 중 34%가 AI와 로봇으로 대체되겠지만 새로운 일자리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면서 우려를 일축했다. IT 컨설팅서비스업체 코그니전트테크놀로지솔루션은 향후 15년 동안 노인들을 도와주는 등의 새로운 직업 21개가 생겨 고용을 촉진할 것이라고 지난 15일 주장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 “2021년 1등 유무선 미디어 플랫폼 도약”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 “2021년 1등 유무선 미디어 플랫폼 도약”

    이형희 사장 “디지털 대전환 추진” 새 ICT 모든 사업영역에 활용23일 창립 20주년을 맞는 SK브로드밴드가 2021년까지 국내 최고의 유무선 미디어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 ‘디지털 대전환’을 추진한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21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을 모든 사업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 2021년에는 1등 유무선 미디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매년 1조원씩 5년간 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미디어사업을 빅데이터와 AI 기반으로 혁신하고 클라우드 등 신규 특화시장도 개척한다. 구체적으로 올해 안에 AI 셋톱박스를 상용화하고 인터넷 TV인 ‘B tv’는 대화형으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이 입고 있는 옷을 바로 주문하는 기술도 선보일 예정이다. SK브로드밴드는 2021년에 유무선 미디어 가입자를 2700만명까지 확장하고, 매출도 지난해 2조원 수준에서 매년 10%씩 확대해 4조 5000억원까지 끌어 올리는 목표를 세웠다.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다음달 31일까지 기존 고객 중 2200명을 선발해 ‘인터넷 1년 무료 이용권’, SK텔레콤의 AI스피커 ‘누구미니’, B포인트 5만점 등을 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옥수수’ 이용고객에게는 옥수수 콘텐츠 이용료의 20%를 포인트로 돌려준다. 또 ‘초고속+B tv’(3년 약정) 신규 가입 고객 가운데 2220명을 추첨해 ‘초고속+B tv’ 상품 10년 무료 이용권, 삼성전자 65인치 TV, 누구 미니, B 포인트 5만점 등을 경품으로 준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이사람 e향기] “꽉 막힌 한·중관계? ‘혁신 협력’으로 풀어야죠”

    [이사람 e향기] “꽉 막힌 한·중관계? ‘혁신 협력’으로 풀어야죠”

    과학기술 대한민국 최고 ‘중국통’ 홍성범(59)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는 중국과학기술정책과 한중과학기술협력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1998년부터 28년간 중국과학기술 관련 연구와 대중국협력사업을 추진해 오면서 중국 관련 보고서와 저서 46권, 중국 관련 논문 및 기고 127건을 발표하는 등 독보적이다. 특히 홍 박사는 1990년부터 정부 차원의 한·중기술협력 프로그램 기획과 평가 활동, 중국의 기술혁신시스템과 기술경쟁력, 중화권 기술혁신네트워크, 체제전환국(구 사회주의권 국가)의 국가혁신시스템 비교, 기술지식의 국제이전 메커니즘, 과학기술협력정책, 민군기술협력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다. 특이한 점은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국가와 북한까지 아우르는 동북아 문제에 정통하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신동아가 분야별로 ‘중국통’으로 선정한 10명 가운데 과학기술분야 ‘중국통’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직함도 동북아사업 단장, 동북아미래기술포럼 간사, 한·상해글로벌혁신 센터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추진위원 등 다양하다. 경력 역시 중국 과기발전촉진연구중심 객원연구원, 한·중과학기술장관회담 실무위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대외정책연구부장, 상명대 정보통신대학원 기술경영학과 주임교수(학연프로그램), 한국과학재단 한·중기초과학교류위원회 전문위원, 국가과학기술위 정책조정전문위원, 혁신클러스터학회 회장 등 화려하다. 특히 중국이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해가던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칭화대학 고급방문학자,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으로 중국의 심장부인 북경에 파견 근무하며 현장을 지켜본 한·중관계의 산증인이다. “한·중 협력, 사드가 전부가 아니다”는 홍 박사. G2시대의 미·중간 힘겨루기 틈새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밝혀 줄 홍 박사와 같은 ‘중국 전문가’가 있어 우리나라는 희망적이다. 편집자주●중국 내수시장 점유율 10배로 늘려야 “무역흑자 1위 국가는 중국입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2016년 기준 연간 43조원을 벌어들였습니다. 문제는 중국이 한국의 최대시장입니다만, 중국 내수시장 점유율에서 보면 0.5%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2020년에 중국 내수시장이 약 1경원으로 커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최소한 중국 내수시장 점유율을 5% 수준, 500조원까지 10배로 더 끌어올리자는 주장입니다.” 홍 박사의 눈빛이 반짝거리며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앞으로 중국에서 10배 더 벌어들이기 위한 정책과 전략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에서 사드가 전부는 아니다”며 말문을 열었다. “사드와 상관없이 이미 중국 시장환경 변화와 로컬기업들의 기술력 향상으로 우리 기업의 중국진출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이유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중국은 인공지능(AI) 논문 1위, 로봇 1위 시장인데도 200조원을 투입해 빅데이터를 위한 데이터베이스(DB)화 추진 등 자본투자와 인재투입”을 하고 있다며 중국의 기술력은 일취월장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공산당 일당독재에 의한 정책의 일관성으로 뒷받침하는 것도 중국의 장점이다. “중국과학원의 백인계획(百人計劃), 중국공산당 조직부 주도의 천인계획(千人計劃) 등으로 1978년 개혁개방 이후 해외로 나갔던 유학생들을 본국으로 유치하는 정책을 펼치며 인재대국에서 인재강국의 위용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홍 박사는 “중국의 해외인재 유치는 투트랙으로 하나는 대학과 연구소이고, 다른 하나는 창업으로 이 둘의 자격조건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트랙의 자격은 특허가 확실히 있을 것, 실리콘 밸리 등 외국기업에서 10년 이상 근무 경력이 있을 것 등”이라며 “중국은 전역에 이들을 위한 유학생 창업파크 250여 곳을 갖춰 두고 적극 지원한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기술경쟁력은 기초과학, 거대과학, 국방기술 등 기존의 강점분야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통한 해외기술 이전, 강력한 정부정책의 일관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세계의 공장으로서 글로벌생산네트워크(GPN)의 거점이 되었습니다. 최근 중국은 다국적기업들의 중국 내 연구개발센터 확대, 혁신적 로컬기업들의 등장, 그리고 해귀(海歸)라 불리는 해외유학파들의 대거 귀환 등으로 글로벌혁신네트워크(GIN)의 센터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특히 귀국한 해외파들은 실질적인 연구뿐 아니라 국가연구개발프로젝트의 기획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홍 박사는 “해외 대학과 연구소에서 20~30년 동안 근무한 경력자들이어서 세계 트랜드를 알고, 중국이 뭘 해야 할지를 알아 기가 막히는 기획을 하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홍 박사에 따르면 “국가주도로 G2까지 오른 중국이 다음 단계의 발전을 위해 민간창의와 시장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면서 “대중창업, 만중창신” 정책으로 창업열풍을 불러오고 있다. 결국 정부 정책에 의한 프로젝트에다 창업열풍이 조화를 이루며 로컬기업들의 기술경쟁력이 올라가게 됐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사드문제로 유통과 콘텐츠 분야에서 영향을 받고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대중기술경쟁력 문제라는 점이다. 실제로 기술력 있는 한국기업들은 사드 와중에서도 중국과 활발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고 홍 박사는 최근 한 벤처기업의 중국진출을 지원해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험이 있다. 홍 박사는 “중국이 강조하는 역지사지와 구존동이 전략을 활용해 비정치적인 분야에서의 ‘한·중혁신협력 그랜드 디자인’의 제시와 같은 새로운 출구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존동이란 중국의 정치가 저우언라이(周恩來·주은래)가 주창한 ‘이견이 있으면 일단 미뤄 두고 의견을 같이하는 분야부터 협력한다’는 정치노선이다. ●중국 진출 성공하려면 기술경쟁력이 핵심 “우리나라의 대 중국 평균 50조원 무역수지 흑자가 취약한 것은 완제품 30%와 중간재 70%라는 수출 비중입니다. 미국과 독일, 일본은 완제품 비중이 60%가 넘습니다. 1경원으로 커지는 중국 내수시장에 들어가려면 중간재 수출만으로는 안 됩니다. 중간재 부문은 중국 로컬기업의 기술력이 제고되면 큰 타격을 받고 수출은 추락합니다. 시장이 아무리 커도 의미는 작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수출의 위기라고 하는 겁니다.” ‘가끔 우리 자식들은 뭘 먹고 살지를 생각한다’는 홍 박사의 목소리는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잠시 멈칫하며 심호흡을 한 다음 “우리는 수출을 대부분 대기업 위주로 합니다. 수출 중소기업과 벤처들은 상품의 30%만 수출합니다. 중국시장 진출이 어려운 이유입니다”라고 말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중 양국은 15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상호 상생의 윈윈관계를 유지했다. 당시 한국은 원자재와 중간재를 중국에 보내 현지공장에서 값싼 중국 임금을 활용, 완제품을 제조해 중국과 제3시장에 수출하는 가공무역으로 수출을 견인했다. 중국도 현지공장 운영을 통한 고용창출, 경영기법과 기술이전 등의 경제적 실익을 얻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한국은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가격 우위의 중국기업들이 기술과 품질, 유통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되레 세계시장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중 관계의 일대전환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홍 박사는 이를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 세계시장에서 경쟁”으로 진단한다. ‘협력과 경쟁’의 새로운 패러다임일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말하자면, 우리 기업이 중국과 협력과 경쟁의 벽을 넘어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핵심은 ‘우리의 기술력이 좌우한다’는 것이다. 즉 “사드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힘은 기술경쟁력 있는 기업”이란 분석이다. ●‘협력’과 ‘경쟁’의 쌍방향 전략 필요 “지난해 중국은 550만개 기업을 창업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에서 창업이 되는 데는 6개 정도의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단순 수치로 3300만개의 아이디어가 지난해 쏟아져 나왔다는 말입니다. 웬만한 아이디어는 다 나온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우리 기업이 이 어려운 곳에 진출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기업이 1경원 규모의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제가 내린 결론은 ‘중국향의 협력과 협업’전략이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는 탁월한 기술력에 바탕을 둔 수출중소기업을 집중해 육성하는 올인 정책으로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입니다.” 홍 박사는 ‘중국통’답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했다. 중국 이외의 시장 다변화도 필요하지만, 당장 거대한 내수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국을 대체할 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홍 박사의 이 같은 두 가지 전략에는 “아직은 한국의 대중국 진출 아이템이 존재”한다는 판단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또 3% 성장률이 어려운 국내경제 상황도 감안됐다. 특히 한중 양국 12만 명의 유학생과 2만여 명의 중국 관련 국내 대학생의 ‘한중 공동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일대일로 참여를 통한 해외수출벤처 지원’을 포함한 상세한 진출로드맵 작성도 필요하다. “한중혁신협력 플랫폼을 통해 현지취업, 한중공동청년창업, 수출중기벤처 고용 확대 등 연간 5천여 명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이유다. 홍 박사는 “이제 파편식 프로그램으로는 안 된다”며 “첨단 기술로 발전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이든 중소벤처든 뽑은 다음 멘토와 기술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중국현지 전문가 등 10명 정도의 ‘멘토단’을 붙여 올인정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1년에 선발된 ‘수출형 중소기업’에 연간 5억씩 3년간 15억원을 투자하면, 이렇게 육성된 수출형 중소기업이 중국시장으로 진출해 500억원,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창출된다, 중국시장 진출의 성공모델을 육성하기 위한 홍 박사의 애국 열정이 느껴졌다. 사드의 장벽을 넘어 중국 내수시장에서 성공의 깃발을 꽂을 수출중소기업의 팡파르가 벌써부터 울리는 듯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희망의 나라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경제적 의미에서 한국에 중국은 무엇인가요.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등장하면서 전자·기계부품 등 중간재 위주의 대중수출은(2016년 77.4%) 완제품 중국 내수시장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2020년 1경 규모로 확대되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우리의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입니다. 2015년 -18.4%, 2016년 -4.9%로 사상 처음으로 오히려 2년 연속 대중국 수출증가율이 감소하였습니다. 중국의 내수시장전략에 따른 중간재 수출의 축소, 중국 로컬 기업의 기술력 급상승, 중국정부의 보이지 않는 기술무역장벽(TBT) 강화 등이 주요인으로 보입니다. 특히 가격 우위의 중국기업들이 기술, 품질, 유통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세계시장에서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 세계시장에서 경쟁,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가 큰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방금 제기한 중국의 기술경쟁력 추격이 만만치 않은데 중국 과학기술만 30년 가까이 연구한 전문가 입장에서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중국은 작년 8월, 독자 개발한 세계 최초 양자통신위성 ‘묵자호’를 발사한 바 있고 올해 6월 16일 이 위성을 이용하여 1203km 떨어진 칭하이성과 윈난성 지상관측소 사이에 양자정보를 순간 이동시키는 데 성공한바 있습니다. 가장 안전한 정보보안수단으로 알려진 미래의 양자인터넷 시대로 진입할 결정적인 순간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유인잠수정 자오룽호는 세계 최초로 7,000m 심해탐사를 성공한 바 있습니다. 무주공산인 우주, 바다, 극지 등 이른바 경제영토 확장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 분야의 지난 20년간 논문 수를 보면, 양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이 13만여 건으로 11만여 건 수준인 미국을 추월한 상황입니다. 질적인 측면에서 상위 10% 수준 논문은 미국 1만8746건, 중국 8688건입니다. 한 국가의 기술경쟁력은 투자, 투입인력, 그리고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달려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프라인 5세대 이동통신(5G)에 중국은 향후 7년간 200조 투자예정입니다. 2020년까지 중국 반도체산업 투자규모가 120조원입니다. 해외유학 중국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천인계획’은 외국 국적 인재영입을 위한 ‘외국인 천인계획’으로 확대되면서 인재 블랙홀이 되고 있습니다. 국가주도로 G2까지 오른 중국은 다음 단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간 창의와 시장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창업 열풍과 혁신을 위한 “대중창업, 만중창신”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일 1만 50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창업되고 ‘혁신’은 13차 5개년 규획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최근 사드문제로 한·중, 한·미·중 간의 외교안보문제가 이슈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드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2012년 일본의 센카쿠열도 국유화계획 발표 이후 급감한 관광객은 11개월이 지나서야 원상복구 되었습니다. 올가을 시진핑 2기 정부가 시작되는 19차 당대회 이후까지는 전향적인 해결책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몇 가지 대응방안이 논의될 수 있습니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 요청은 북한이 갖는 버퍼 역할을 중국이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변수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사드의 본질에 대해서는 중국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좀 더 진정성 있는 설명과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설득이 필요합니다. 중국이 강조하는 ‘역지사지’와 ‘구존동이’전략을 우리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대중국 한국민의 여론도 적극 전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은 반관반민 1.5외교채널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사드문제 관련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할 내용은 서구인과 아시아인의 사고체계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옳고 그름의 논리를 따지는 미국과 시시비비보다 상황을 중시하는 중국, 리처드 니스벳이 분석한 <생각의 지도>는 우리에게 유용한 전략적 틀을 제시해 줄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실은 한반도에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 고착화는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사드국면전환을 위한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한·중혁신협력 그랜드 디자인’을 제시, 새로운 출구전략을 추진해야 합니다. →‘한·중혁신협력 그랜드 디자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최근 G20 한·중 정상회담의 시진핑 주석 발언과 제8차 한·중 차관급 전략대화에서 중국 측이 강조한 소통 강화와 갈등 해결의 행간을 읽어본다면 좀 더 적극적인 출구프로그램 제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일례로 외교·경제·산업·과학기술·문화 등이 융합된 시진핑 정부의 최대 역점사업은 일대일로사업입니다. 중국만의 사업이 아니라 중앙아시아, 중동, 유럽 등 65개 국가가 포함된 200조 규모의 메가 프로젝트입니다. 문제는 지리적 특성상 한국과의 연계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연계 플랫폼 구축은 절실합니다. 플랫폼은 한국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의 중국 진출에 필요한 기술가치평가, 기술이전연계, 중국향 제품개발, 중국정책·아이템분석, 표준 및 인증, 한중청년창업 등 서브플랫폼으로 구성되고 중국 내 일대일로 핵심 18개 도시에 구축해야 합니다. 중국 내 국가급 하이테크파크에 하드웨어는 중국 측이 소트프머니는 한국 측이 분담하는 철저한 공동추진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플랫폼은 중국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 지원, 일자리 창출, 사드국면전환 프로그램, 일대일로 참여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략적인 청년일자리 창출을 보면 현지 플랫폼 및 창업팀을 통한 500명, 수출벤처 고용 확대를 통한 4,500명 등 매년 5,000여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동북아사업단은 이러한 구상을 어떻게 실현해 나가고 있나요. -2015년 상해푸동 지역에 상해과학원·상해산업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한·상해글로벌혁신센터’라는 명칭으로 공동설립 후 중국 진출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임무는 한국의 제품을 상해 측과 중국향 제품으로 공동개발하고 개발된 제품을 기반으로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방법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측은 현금투자를 최소화하고 특허, 기술력, 브랜드 등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평가를 극대화하여 지분참여를 하고 혁신의 가치사슬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연구개발과 IPO, M&A를 한국 측이 주도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실험실안전 필터링기술과 IoT연계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의 중국 진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추후 중국 내 혁신창업도시 및 일대일로 핵심도시로 이 모델을 확산할 계획입니다.→마지막 제안이 있다면요. -한·중 관계는 사드가 전부가 아닙니다. 사드문제가 없었더라도 이미 중국시장 환경은 우리 기업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 이외의 시장 다변화도 필요하지만 당장 거대한 내수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국을 대체할 나라가 없습니다. 아직은 한국의 진출 아이템이 존재할 때 기존의 진출패러다임과는 다른 새로운 진출전략이 필요합니다. 3% 성장률이 어려운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 내수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한·중 유학생 및 중국 관련 국내 대학생 15만 명을 대상으로 한 한·중청년공동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일대일로 참여를 통한 해외수출벤처 지원 등 상세한 진출로드맵 작성이 필요합니다. 사드국면전환 프로그램 또한 비정치 분야에서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또한 중국은 단순히 대륙이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등과의 신중화권이라는 사실, 그리고 일대일로를 통해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 유라시아 및 중동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주요 프로필 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국제과학기술 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전 중국과학기술촉진발전센터(NRCSTD) 객원연구원 전 한·중 과기장관회담 실무위원 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대외정책연구부장 전 상명대 정보통신대학원 기술경영학과 주임교수(학연프로그램) 전 중국 칭화대학 경제관리학원 기술경제·관리학과 고급방문학자 전 한국과학재단 한·중기초과학교류위원회 전문위원 전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센터장(과학기술부 북경파견근무)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정책조정전문위원 전 한국과총국제협력위원 전 혁신클러스터학회장 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동북아사업단장 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한·상해글로벌혁신센터장 현 동북아미래기술포럼 간사 현 상해복단대 객좌연구원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추진위원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기금운용심의위원
  • [월요 정책마당] 에너지신산업에 푹 빠져야 하는 이유/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신산업정책단장

    [월요 정책마당] 에너지신산업에 푹 빠져야 하는 이유/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신산업정책단장

    1경 4000조원. 국제에너지기구가 전망한 2030년 에너지신산업 세계시장 규모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1600조원)의 10배에 가깝다. 에너지신산업은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부터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에너지절약 시스템 등 에너지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넓은 혁신과 도전을 모두 아우른다. 에너지신산업이 왜 필요할까.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친환경·저탄소 에너지원으로의 대전환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에너지의 특성상 원활한 수급의 확보는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조건이다. 너무 비싸진 사용자 요금으로 경제에 주름이 가는 것도 막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상충되는 이 문제들을 한번에 해결하는 완벽한 솔루션은 아직 없다. 이를 찾기 위한 숱한 실험과 시도에 에너지신산업이 필요하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ESS를 개발하거나 마을 단위로 에너지 자립을 구현하고 사물인터넷(IoT), AI와 같은 신기술을 에너지에 융합하면서 환경·에너지·경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찾아야 한다. 구글, 테슬라와 같이 혁신의 아이콘 기업들이 에너지 분야에 뛰어들어 신재생에너지, 배터리 부문 등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을 보면 이 분야가 가진 매력적인 성공 보상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어느 정도 준비돼 있을까. 삼성SDI는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세계 최대 규모의 ESS 배터리를 공급했고, 한화큐셀은 지난 3월 터키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수주했다. LS산전은 일본 최초로 홋카이도에 ESS를 결합한 태양광발전소의 준공을 앞두고 있다. 나름대로 글로벌 경쟁에서 선전하고 있다.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이 의욕적으로 이 분야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낡은 에너지 인프라를 시급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에너지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수집·활용하기 위한 스마트계량기(AMI)를 2020년까지 전국 모든 가정·상가에 설치할 계획이다. 또 신재생에너지의 대규모 보급을 위해 송변전·배전설비를 대폭 보강하면서 IoT, AI 등의 신기술을 접목해 전력계통의 모든 단계를 스마트하게 바꿀 예정이다. ESS도 유통·물류센터, 병원, 아파트 등으로 시장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민간 기업들이 창의적인 시도를 많이 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를 공공자원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스마트하게 탈바꿈하게 될 에너지 인프라를 바탕으로 새로운 혁신 기업들이 앞다퉈 참여할 수 있도록 에너지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제도 개선도 꼭 필요하다. 제도개선, 인센티브 지원과 함께 개인이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이웃에게 직접 판매하는 프로슈머와 같은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도록 에너지 시장의 진입규제를 완화해가야 할 것이다. 성장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도 연구개발(R&D) 투자 등의 지원을 확대해주며 대·중소 상생모델을 만들어 나간다면 에너지산업의 생태계도 열린 구조로 바뀔 것이다. 에너지신산업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누구나 햇빛과 바람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저장고에 담아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쓴다. 마을 주민들은 자신이 만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쓰며, 남은 전기는 팔아서 돈을 벌거나 전기차를 충전한다. 가전기기들이 IoT 기술로 연결돼 최적의 에너지 사용 패턴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놀고 있는 배터리와 신재생설비를 모아서 하나의 발전소처럼 파는 가상발전사업자, 동네의 신재생에너지를 사고파는 에너지중개사업자, 전기차 폐기물 배터리를 ESS로 재탄생시켜 주는 서비스사업자, 개개인의 소비 패턴을 최적화시켜주는 에너지설계사 등 전혀 새로운 직업도 등장할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에너지신산업을 새로운 성장사다리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새 일자리를 만들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면서 친환경적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적어도 20~30년간은 에너지신산업에 푹 빠져야 할 것 같다.
  • “올 美 경제 ‘쌍둥이 적자’ 재현… 韓, 규제·노동개혁 토양 마련을”

    “올 美 경제 ‘쌍둥이 적자’ 재현… 韓, 규제·노동개혁 토양 마련을”

    다케나카 헤이조 교수는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여전히’ 개혁과 혁신을 강조했고, 이를 위한 규제 개혁과 국가전략특구의 과감한 활용을 역설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경제재정상·금융상 등 여러 각료 자리를 옮겨 가면서 불량 채권 정리, 우정개혁 등 각종 구조개혁을 완성시켰던 그를 지난 2일 도쿄 중심가 오테마치의 파소나그룹 사무실에서 만났다. →2017년 새해는 어떤 한 해가 될까. -한국,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하이퍼 포퓰리즘’(초대중 영합주의)이 일어나고 있다. 흡사 거대한 지각의 단층선(fault line)이 사회를 단절시키는 듯한 형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를 지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가 6년 전 ‘단층선’이란 책에서 계층으로 단절된 사회에서 불만세력들이 과도한 요구를 쏟아내고, 대중영합적인 정책들이 난무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격차, ‘갈라진 단층’들 안에서 국민 불만이 여러 형태로 폭발했다. 영국에선 브렉시트로, 미국에서는 예상 밖의 지도자 선출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한국 국민의 격한 반발도 이와 관련이 없지 않을 듯하다. 올해 프랑스,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주요 선거들이 예정돼 있다. 선거를 통해 이런 현상이 고조될지, 완화될지, 매우 중요한 국면이다. 민족주의 고조는 장기적인 경제 이익을 저해한다. →갈등과 불확실한 요소들이 어느 때보다 돌출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과 (미·중 갈등 등) 아·태지역의 평화질서 구축 여부 등이 대표적인 불확실 요소다. 1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다보스포럼에 간다. 그 직후 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다. 두 사람이 각각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 무게를 지닌다. 성장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중국의 상황과 대응도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이 구체화된 것은 아직 적다. 향후 행보를 봐야 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은 국제경제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거시경제적으로는 앞으로 진행될 상황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1980년대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정책이었던 ‘레이거노믹스’의 초기 단계와 비슷해질 것이다. 레이거노믹스는 재정 확대와 금융 긴축을 조합으로 한 정책이었다. 당시 재정과 무역수지 양쪽의 ‘쌍둥이 적자’ 발생으로 금리가 뛰고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났다.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것이다. 엔화와 원화가 약세가 되고, 주가는 오를 것이다. 2017년은 일본경제도, 세계경제도 전반적으로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런 정책을 오래 지속할 수는 없다. 당시에도 적자가 크게 늘자, 미국은 1985년 일본을 압박해 엔화 가치를 올린 플라자합의를 맺었다. 당시 4년 만에 조정이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1~2년 안에 (엔화·원화 가치를 높이려는) 조정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조정 국면이 한국, 일본 경제에 충격을 주진 않을까. -조정 국면이 닥치면 통화 가치가 오르고, 수출기업에 부담을 주게 돼 관련주가가 내려가게 된다.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재정, 금융 모두 확대정책으로 가게 된다. 1985년 당시 일본도 이런 정책을 쓰다 결국 버블에 빠졌다. 버블은 세계 어느 곳에선가 진행돼 왔다. 1980년대 후반 일본 버블, 1997년 한국 등이 포함된 아·태지역 버블, 2001년 IT 버블, 그 뒤 미국 부동산 버블 및 이로 인한 2008년 리먼 쇼크 등…. 신흥국들에서 버블에 가까운 상황이 생겼다. 인도, 중국 등은 어떻게든 버텼지만 브라질, 러시아는 벌써 왔는지 모른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중국을 주의해서 봐야 한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6% 경제성장을 지속 중인 중국의 성장률이 2030년 2.8%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성장은 모순을 감춘다”는 말이 있는데, 성장률이 곤두박질치면 소득격차, 부패, 정치 불안정 등 여러 모순이 드러나게 된다. 사회 불안정 가능성도 있다. 성장이 지속될 때의 버블은 견딜 수 있지만 성장률이 떨어지면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 높아진 자산가격 및 대차대조표 조정 등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도 일본의 지난 20년의 저성장 상황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이노베이션, 혁신이 필요하다. 명확한 법의 지배, 창의적인 인재 및 교육제도, 자유 등이 불가결하다. 자유가 없으면 혁신은 없다. 한국에 시급한 것은 정치적 안정과 정상화다. 안정성이 떨어지면 미래 예측가능성도 낮아져 경제도 정체한다. 국가가 사회에 어떤 정책과 행동을 취하려는지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중소 기업 문제와 관련, 한국은 과거 재벌에 대한 우대정책을 펴 왔는데 이제는 공정한 정책으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 결국 공정 경쟁 정착 문제다. 독과점 규제도 필요하고, 경쟁 정책과 공정거래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 →공공 개혁의 권위자로서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구조개혁 조치들이 필요한가. 한국 정부의 공공 구조개혁 국제위원으로 활동했는데, 한국에 필요한 공공·구조개혁은 무엇인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부문이 비대하다고 판단, 내가 우정민영화담당대신으로서 민영화를 이뤄낸 것에 관심을 보였다. 인구가 주는 상황에서 물류사업인 우정을 글로벌화시키려면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는 국영기업으로는 불가능했다. 성장 여력이 큰 아시아물류사업의 매력도 컸다. 독일의 도이치포스트는 유럽연합(EU) 전체를 보고 민영화를 단행했고, DHL을 매수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저축은 늘고 투자는 둔화 추세다. ‘자연이자율이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는 추계도 나왔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투자 기회가 줄고 있다”면서 “방치할 경우 장기 침체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내리고, 각 분야의 규제개혁을 단행해 투자 기회를 늘려야 한다. 규제개혁으로 민간 투자와 공항시설 등 인프라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일본)국가전략특구의 제안자로서, 아베 신조 총리에게도 경쟁력 강화와 성장을 위한 많은 전략을 조언하고 있는데. -아베 총리에게 두 가지 제안을 했다. 민간투자설비를 늘리기 위해 규제를 혁파하라는 제안은 국가전략 특구를 만들어 실행되고 있다. 규제개혁에는 반대 세력이 많아 특구를 만들어 우선 그 안에서 규제 개혁을 시작해 보려는 시도다. 도쿄권·오사카권을 중심으로 투자가 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공공투자를 늘리기 위해 인프라의 ‘컨세션’(concession)제도의 도입이다. 국가가 도로, 항만, 공항 등 주요 인프라의 소유권을 갖되, 운영권은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센다이 공항, 간사이 공항 등이 이 방식을 취했다. 후쿠오카공항, 홋카이도 지토세 공항 등도 도입을 논의 중이다. 현금이 도는 인프라 운영권 이용은 활용도가 높다. →경쟁력과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선 어떤 조치들이 또 필요한가. -일본의 경우 산업과 기업의 신진대사를 높여야 한다. 창업률, 개업률이 미국의 절반 수준이고, 기업 폐쇄율도 마찬가지이다. 신진대사를 높이려면 기업 거버넌스를 강화해 경영 효율화를 높여야 한다. 지난해 도쿄증권거래소에서 기업거버넌스 코드를 만들어 이에 따라 사외이사를 늘리기 시작했다. 수익성 없는 사업에서는 손을 떼게 하고, 경영능력이 떨어지는 경영자는 그만두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고용의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 노동시장의 개혁이 필요하다. 종신·연공서열이 일본의 표준방식이 돼 있는데, 이를 유연하게 해야 한다. 여러 형태의 노동과 근무형태를 수용하고 가능케 해야 한다. →노동개혁의 방향은 무엇인가.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비정규직이 늘고 직업의 질은 떨어져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베 정부는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올해의 핵심 목표로 삼았다. 이 안에서 비정규직의 급여와 대우를 높이는 방안도 들어 있다. 입법을 추진 중인 ‘동일(同一)노동 동일임금’도 이를 위해서다. 올 3월쯤 정부 가이드라인이 완성되고, 관련 법안은 연내 국회 통과가 예상된다. 임금 부담이 큰 기업들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서는 정규직의 임금 하향 조정도 고려해야 한다. 노조 반발이 클 수밖에 없어 정치력이 발휘돼야 한다. 증가 추세인 비정규직의 임금이 오르고, 대우가 나아져야 소비도 살고 경제도 활성화된다. 다양한 노동형태를 수용해야 한다. 한국도 더 노력해야 한다. 해고의 규범, 룰도 분명해져야 한다. 일본은 쉽게 해고할 수 없게 하는 도쿄고법의 1979년 판결 등 판례에 따라 이를 결정해 왔다. 해고 시 금전 보전 등이 확립돼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해고할 때 금전 보상 제도가 없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이다. →지난해 대기업들의 실적이 나아져도 소비는 살아나지 않았다. -가계 소득이 크게 늘지 않은 것이 근본 이유였다. 소득을 늘리려면 임금이 올라야 하는데 늘어난 부분이 정부 세금으로 흡수됐다. 지난 3년 동안 국민들의 국내총생산(GDP)은 30조엔이 늘었지만, 그 가운데 70%가 세금으로 흡수됐다. 국민 주머니 사정이 그만큼 나아지지 않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베 정부는 대규모 추경을 통해 이를 다시 가계와 국민에게 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안이하게 세금을 늘려서는 안 된다. 증세 없이 가능하냐는 반문도 있지만, 재정 건전화 방안을 모색하면 된다. 일본은 매우 큰 사회보장 예산을 쓰고 있다. 나도 올해부터 연금을 받게 됐다. 게이단련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도 그렇다고 한다. 대기업 사장 등 연금을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 주는 돈 등 절약할 부분이 많이 있다. 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65세에서 더 올려야 한다. 지금 제도는 1960년 일본인의 평균수명이 66세일 때 만들어졌다. 지금은 남성 81세, 여성 87.4세가 평균수명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다양한 노동형태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도 활성화되고, 연금재정 수요도 준다. 사회보장비용을 합리적으로 절감해 양육 지원, 보육원 대기아동 해소 등 젊은 세대를 위한 재정을 더 써야 한다. 사회보장개혁으로 얻은 여유 재정을 인프라에 더 투자할 수도 있다. →일본 사회의 당면 과제에 어떤 해법이 있나.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 수용과 GDP의 200%를 넘어선 정부부채 해결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방향성은 분명하다. 사회보장 개혁을 통한 예산 절감, 성장을 위한 규제개혁, 컨세션과 특구를 활용한 규제개혁의 활성화 등이다. 도쿄에서는 20개 이상의 대형 도시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5~7년 정도가 걸리던 대형도시개발 심의를 특구에서는 20개월 만에 해결했다. 기초의학 연구, 의료관광 등 글로벌화를 겨냥해 38년 만에 신규 의대도 세우게 됐다. 나리타 공항 부근 특구에 산노병원의 의과대학이 들어선다(의사협회의 반대로 신규 의대를 세우지 못해 왔다). 공동조합들의 더 자유로운 경쟁 등 농업개혁도 필요하다. 3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도 일본에는 커다란 정비와 개혁의 기회다. 이를 잘 활용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자동운전, 로봇을 활용한 건설 등을 한 단계 올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1965년 도쿄올림픽 개막 9일 전에 도카이도 신간센이 개통됐고, 도쿄를 대표하는 뉴오타니호텔, 프린스호텔 등이 세워졌다. 오쿠라호텔도 개막 2년 전에는 문을 열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란 계기를 활용한 4차 산업혁명의 활성화를 지적했는데. -자동차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lot), 빅데이터, 그리고 우버와 에어비엔비 같은 공유경제활동 등 5가지 요소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일본은 AI와 자율주행 기술은 있지만 ‘차는 사람이 운전해야 한다’는 법규 탓에 공공도로에서 이를 실험할 수 없다. 영국이 핀테크를 위해 만들고, 싱가포르가 도입한 샌드박스(모래상자)형 특구를 활용하면 된다. 자율주행을 위해 올해 중 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빅데이터 등의 활발한 활용을 위해서도 개인정보보호 등을 해결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역시 아마존, 구글 등을 앞세운 미국이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유럽의 에스토니아와 같은 작은 나라의 성취도 연구 대상이다. 글 사진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다케나카 헤이조 도요대 교수는 고이즈미 前총리의 ‘경제 선생’… 구조 개혁 불도저처럼 밀어붙어 게이오대 교수로 있다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에서 주요 각료를 지내며 불량 채권 정리, 우정개혁 등 핵심 개혁을 추진·성사시켰다. ‘총리의 가정교사’, ‘구조개혁의 사령탑’ 등으로 불리며 2001년 4월 고이즈미 1차내각에 경제재정상으로 입각해 2006년 9월 3차 내각까지 5년 6개월 동안 금융상·총무상 등을 맡으며 총리와 임기를 함께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전폭적인 신임 속에서 공공 개혁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각료 퇴임 후에도 각종 자문을 하며 일본정부의 개혁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베 신조 정부의 산업 경쟁력회의, 국가전략특구자문회의, 미래투자회의 등의 위원으로 왕성한 자문 활동을 펴고 있다. 2016년 게이오대 퇴임(명예교수) 후, 도요대 글로벌·이노베이션학 연구센터 소장 겸 교수로 있다. 2009년부터 파소나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세계대변동과 일본 부활: 2020년 대전환 플랜’(고단샤)을 비롯해 40여권의 저서를 통해 일본경제의 혁신 및 재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1951년 와카야마현 출생 ▲히토쓰바시대 졸업 ▲오사카대 박사 ▲일본개발은행 근무 ▲대장성 재정금융연구실 주임연구관 ▲ 하버드대 객원교수 ▲컬럼비아대 일본경영연구센터 연구원 ▲도쿄재단 이사장 등 역임
  • 2017년 경영은[ ]이다.

    2017년 경영은[ ]이다.

    SK “딥 체인지로 새 가치 창출” LG “남들과 다른 길 개척하자” 롯데 “준법경영 위한 장치 강화” 금융 CEO들 “현장에서 답 찾자” 2017년 업무 첫날인 2일 재계 총수들은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신년사로 새해를 열었다. 재계가 여전히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홍역을 치르는 와중임을 감안한 듯 신뢰 회복을 다짐하는 신년 메시지도 많았다. 총수들은 올해를 ‘혁신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기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지난해 치른 (갤럭시노트7 단종의) 값비싼 경험을 교훈 삼아 올해 완벽한 쇄신을 이뤄 내야 한다”면서 “철저한 미래 준비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자”고 주문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딥 체인지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고 했는데 ‘딥 체인지’란 직원 한 명 한 명의 마음과 자세를 바꾸는 것을 말한다고 SK 측은 설명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면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길을 개척하고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경 받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독려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대중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일제히 ‘탈(脫)통신’을 외쳤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대한민국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새로운 사업 모델을 혁신해 내고 글로벌 성장을 이뤄 낼 수 있도록 새로운 ‘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혁신기술 1등 기업으로 도약하자”라면서 “지능형 네트워크 기반의 플랫폼 회사, 미디어 소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미디어 플랫폼 회사”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IPTV 등의 분야에서 1등의 꿈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윤리경영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자성도 어느 때보다 높았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준법경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장치는 임직원의 도덕적 판단과 자율적 행동이 수반돼야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패러다임 대전환기를 맞아 새 시대에 부응하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새로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눈앞의 이익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소신을 갖고 업무를 추진해야 고객 신뢰를 얻는다”고 독려했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돌파하고 대내외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권 CEO들의 발길은 새해 업무 첫날 ‘현장’으로 향했다. 3연속 내부 출신인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이날 시무식을 생략한 채 자신의 첫 지점장 발령지점인 인천 서구 원당지점을 비롯한 영업점 2곳과 거래기업 2곳을 찾아 초심을 되돌아봤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임직원들과 남산에 올라 일출을 본 뒤 본점 1500명 전 직원과 ‘인증샷’을 찍으며 지난해 이룬 민영화 달성의 기쁨을 나눴다. 이 행장은 “‘노적성해’(이슬이 모여서 바다를 이룬다)란 말처럼 전 직원이 하나 돼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재도약을 향해 나가자”고 격려했다. 지난해 ‘빅배스’(대규모 부실 정리)를 단행했던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경섭 NH농협은행장 등과 함께 현충원을 참배했다. 수익 창출을 위해 다시 결연하게 뛰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시무식 후 ‘지속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은행 경영진 워크숍’에 참석, 곧바로 ‘열근’(열심히 근무) 모드에 들어갔다. 경제가 비상인 만큼 잠시라도 쉬어 갈 짬이 없다는 마음이 행보에 묻어난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본점 건물 1층에서 출근하는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새해 덕담과 함께 소통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신한금융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는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직원들에게 떡국을 나눠 주는 행사 이외에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았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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