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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활력 되찾기 ‘R&D’에 승부수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6일 연구개발 서비스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경제에는 특효약이 없다.”고 했다.이름도 낯선 연구개발서비스업은 당장 우리 경제에 특효가 있는 처방이 아니다.오히려 효력을 보려면 꽤 기다려야 한다.정부가 온갖 혜택을 내놓았지만 정작 이 ‘당근’을 받아먹을 업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토양을 차근차근 조성해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혀진다.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17대 국회는 이미 관련법 개정을 한번 퇴짜놓았다. ●R&D서비스업 육성 왜?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평가대상 60개국 가운데 35위를 차지했다.지난해보다 2계단 올랐지만 4년전(29위)과 비교하면 6계단이나 밀린 것이다.과학경쟁력이 추락한 탓이 크다.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는 6.6명으로 일본(9.9명) 미국(8.6명)에 크게 못 미친다.R&D서비스업도 불모지나 다름없다.R&D서비스업이란 기술정보나,컨설팅,시험분석 등을 전문으로 제공하는 업체를 말한다.현재 이같은 일을 하는 민간 독립법인은 우리나라에 단 한 곳도 없다.그나마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체 부설연구소도 308개(2002년말 기준)로,전체 기업부설연구소(1만곳)의 3%에 불과하다.상황이 이렇듯 열악하다 보니 신기술을 하나 개발해도 상용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미국의 평균 1.7∼2배다.재경부 관계자는 “기업비밀이 새나갈까봐 기술개발 위탁을 꺼리는 업계 관행도 관련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관련법 개정 국회 협조 필수 정부는 우선 기업부설연구소나 정부출연연구소로 하여금 R&D서비스업체를 창업·분사시키도록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이를 위해 내년부터 관련법을 고쳐 병역특례인정·설비투자 세액공제 등 똑같은 혜택을 줄 계획이다.여기에 기존 연구소에는 없는 신규혜택도 덤으로 얹어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정부의 의도는 현재 ‘절반’만 성공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창업에 한해서만 R&D서비스업의 ‘고용창출 세제지원 혜택’을 인정해주었기 때문이다.대기업이나 기존 연구소에서 떨어져나온 ‘분사 업체’는 이같은 혜택을 누릴 수가 없다.정부는 8월 임시국회나 9월 정기국회때 다시 한번 법 개정안 통과를 시도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정부가 주도하는 연구개발 사업에 이들 창업·분사 R&D서비스업체를 우선 참여시킬 계획이다.컨설팅 업무를 용역줄 때도 ‘일정몫’ 의무 할당할 생각이다.R&D 관련 전문 자격증 제도인 ‘연구기획평가사’ 교육과정은 카이스트(KAIST)에 시범 설치된다.대학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 부총리,“경제특효약 없다” 이 부총리는 이날 경제장관들을 모아놓고 “경제에는 단방약이나 특효약이 없다.”면서 “감기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면 보름,안 가면 2주라는 말이 있다.”고 환기시켰다.앞서 우리 경제를 가장 고치기 힘든 우울증에 비교했던 그는 “이런 때일수록 이미 발표한 정책과 새로 내놓은 정책들을 차분히 실천에 옮겨나가야 한다.”고 장관들에게 주문했다.국회 설득에 실패해 일부 법안의 실행이 지연된 것과 관련해서도 아쉬움을 표시했다.“17대 국회가 초선의원들이 많아 잘 모르면서 진지해진 것 같다.”는 쓴소리도 덧붙였다.장관들이 국회의원들에게 관련내용을 잘 설명하라는 당부였지만 이면에는 불편한 심기가 녹아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어제 취임한 로버트 로플린 KAIST 총장

    “이제부터 KAIST는 미국 대학이 본보기로 삼는 대학이 될 겁니다.” 노벨상 수상자로는 국내에서 첫 총장이 된 로버트 로플린(54)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14일 취임식(오후 2시)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을 본받아 왔지만 앞으로는 미국이 아시아를 본받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국,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의 제조업이 세계경제를 선도하고 있고 성장 가능성도 가장 커 아시아대학들도 이런 역량을 갖고 있으며 “KAIST가 그 중심이 되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로플린 총장은 “교수들과 갈등을 빚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면서 “이들과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대학을 세계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총장은 행정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경험이 없어 걱정된다.’는 질문에 대해 “문제없는 기존 제도는 건드리지 않겠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전에 교수들과 충분히 상의할 것”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경영이란 ‘고양이 키우기’와 같아 일방적 명령하달이 아니라 충분한 경험을 통해 학습효과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해 도전적인 경영에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 현재 KAIST가 정부에서만 지원받고 있는 것과 관련,“연구중심 대학인 KAIST에 걸맞게 우리의 수익성 높은 연구성과를 기업 등에 제공하고 대신 재정을 지원받는 등 재정확보 방법을 다양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정지원의 한계 탓에 대학의 위기이니 이공계 위기이니 하는 얘기가 나왔다.”고 진단하며 “돈은 다른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KAIST의 연구·행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만큼 재정확보 방법을 재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경영참여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입장을 보였다.“내가 재직하던 미 스탠퍼드대학을 비롯,학생들의 경영참여는 전세계적 현상”이라며 “대화를 통해 나는 교수와 학생으로부터 배우고,그들은 나를 통해 배우면서 균형을 잡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과 관련해 “현재 제조업 등의 국제경쟁력에 비해 아시아에서 수상자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노벨상에는 정치적인 면도 작용하지만 상당히 공정하다.”고 설명했다.로플린 총장은 “이론물리학을 이론으로만 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재직기간중 자신의 연구성과를 글로 남겨 과학을 대중화하는데 적극 나서겠다고 역설했다. 오는 가을 책을 발간할 예정이라며 “한국어판도 나오는 만큼 한국인들이 내 책을 즐겨보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그는 15일 노무현 대통령과 만나 ‘대통령이 나에게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와 ‘내가 대통령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을 것인지’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겠다고 귀띔했다. 로플린 총장은 KAIST와 2년 계약을 맺었고 평가에 따라 재계약할 계획이다.스탠퍼드대학에는 2년간 휴직계를 낸 상태다.연봉은 과학기술부와의 약속을 이유로 언급을 피했다. 로플린 총장은 전날 부인 애니타(52)여사,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19,21)과 함께 한국에 와 대전 유성리베라호텔에 묵은 뒤 이날 오전 11시 KAIST 환영식에 참석,“왕이 된 기분이다.모든 노력을 다해 ‘기적’을 일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M&A주간사 외국계 ‘독식’

    증권·은행 등 국내 금융회사들이 미래 핵심사업 중 하나로 꼽는 투자은행(IB) 시장에서 영 힘을 못쓰고 있다.특히 IB업무의 주축으로 국내 시장규모가 연간 1000억원(수수료 기준)에 이르는 인수합병(M&A) 주선은 사실상 외국계가 독식,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고 있다.이에 따라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 불필요한 국부유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국내기업들의 정보가 밖으로 새는 게 아니냐는 말도 없지 않다. ●금융권 3대 주식빅딜 모두 외국계 수임 대한투자증권은 13일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으로 받아 갖고 있는 KT&G 주식(3600억원 규모)의 매각 주간사로 메릴린치증권을 선택했다.살 사람을 물색해서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컨설팅을 해주는 등 매각의 모든 과정을 메릴린치가 책임지는 셈이다.5개 외국계 증권사 외에 삼성,LG,대우,현대 등 국내 4대 대형 증권사들도 수주전에 뛰어들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로써 예금보험공사의 하나은행 지분매각(UBS증권·대우증권,1조 700억원),신한은행의 신한지주 지분 매각(모건스탠리,6300억원) 등 올해 주식매각 3대 빅딜의 주간사를 모두 외국계 증권사가 차지하게 됐다.최근 잇따른 인수합병에서도 매각 주간사는 외국계 일색이다.대우종기의 매각작업을 CSFB증권이 진행하는 것을 비롯해 쌍용자동차는 PwC삼일,하이닉스 블록세일은 모건스탠리가 각각 주간사를 맡고 있다.앞으로 있을 진로의 매각 주간사 선정에서도 국내사는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진로 채권자 중에 외국계가 많기 때문이다.일반적으로 매각 주간사는 매각가격의 3%를 수수료로 받으며 대형 인수합병에서는 통상 1% 정도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외국 불균형 갈수록 심화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수합병 중개 실적 상위 10개사 가운데 9개가 외국계였다.특히 JP모건은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의 하나로통신 지분 인수,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지분인수,신한지주의 조흥은행 지분인수 등을 주도했다.모건스탠리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인수,푸르덴셜의 현대투자증권 인수 등의 주간사로 참여했다.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수수료가 낮은 법정관리 기업의 매각 정도만 겨우 참여하고 있는 수준이다.은행들은 거의 입찰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렇게 인수합병 시장에서 외국계가 각광받는 것은 인수 후보를 많이 끌어들여 국내사가 주간사를 맡을 때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그러나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국내 금융회사들도 외환위기 이후 많은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생겨 지금은 얼마든지 외국계와 경쟁할 능력이 있다.”면서 “특히 해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국내자본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매각에서도 국내 증권사들이 배제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한 기업의 인수합병 작업에서 외국계와 동시에 주간사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 실무는 다 우리쪽에서 했지만 수수료는 외국사 90%,우리회사 10% 정도로 불평등하게 배분됐다.”고 말했다.그는 “매각주간사를 선정하는 채권단이 외국계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면서 “우리 회사의 경우 전체 인수합병 담당부서 실무자의 20% 정도가 미국 MBA(경영학석사) 출신인데도 거의 인정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김태균 박지윤기자 windsea@seoul.co.kr˝
  • [삶과 경영 이야기] (18)신동렬 성문전자 회장

    성문전자 신동렬(63) 회장은 일생의 절반은 야구를 하고 나머지 절반은 건실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보냈다. 그는 최근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만루 위기에 처한 투수에 비유하면서 “내·외야수들이 마운드에 선 투수의 어깨를 두드려 주듯이 임직원이 어려운 경영 상황을 함께 거든다면 불황은 극복된다.”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자질에 대해서도 까다로운 주문을 빼놓지 않았다. ●시련과 좌절이 패기를 키운다 1965년 성균관대 졸업과 함께 실업 명문팀인 대한통운 야구부에 투수로 입단했다.당시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구호가 온 나라에 퍼질 때다.대한통운은 국영기업이라 야구 선수들도 요즘으로 말하면 구조조정을 겪게 됐다.나는 초년 선수라 야구를 계속할 수 있었지만 일부 선배들은 졸지에 직장을 떠나야만 했다.첫 직장에서 비애감을 느꼈다.어릴 적에는 김응룡(당시 한일은행 선수감독·현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스 감독)씨처럼 야구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선배들의 처지를 보면서 야구가 싫어졌다. 형과 남동생 등 세 형제가 사업을 시작했다.그때는 건설 현장이 많아 유리 수요가 많았다.소자본으로 노동력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유리 공장을 차렸다.그러다 72년 대홍수로 한강물이 범람하면서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동에 있던 유리 공장이 침수됐다.혹독한 첫 시련이었다. 그때 전자산업이 유망하다는 소리를 들었다.벤처산업이었던 셈이다.미국과 일본의 전자부품업체에 편지를 보냈다.‘나는 공장을 갖고 있는데 자본과 기술을 대주면 훌륭한 합작 회사가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수없이 편지를 보냈더니 그중에 한 일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74년 일본의 한 전자부품업체와 합작을 했다. 태동기인 국내 전자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면서 그런대로 사업이 잘 됐는데,79년 터진 2차 석유파동으로 두 번째 시련기를 맞았다.한번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곧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공장 규모나 기계 등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였다.가슴 아프게 일부 직원들도 내보냈다. 80년 석유파동의 여파를 견디지 못해 쓰러진 중소기업을 인수했다.이 때부터 콘덴서에 손을 댔다.콘덴서는 지금도 모든 전자제품에 없어선 안 되는 주요한 부품이다.기능은 전혀 다르지만 지금으로 치면 반도체와 같은 대접을 받았다.그 콘덴서에 들어가는 필름을 만들었다.핵심 공정은 기술이 모자라 일본에서 처리한 뒤 필름을 다시 들여와 국내 전자업체에 납품했다.그 때는 삼성·LG·대한전선 등 국내 대기업도 정신없이 전자제품을 생산할 시기였다.일본에서 중요한 기술은 가르쳐 주지 않아 일본에 건너가 기술을 훔치다시피 몰래 배웠다.3년 만에 국내에서도 100%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자신감이 생겼다.콘덴서에 목숨을 걸자고 다짐하고 한 대에 20억∼30억원이나 하는 콘덴서용 금속필름 증착기를 들여왔다.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으로 금속증착 필름의 독창적인 국산화에 성공했다.로열티를 물지 않아도 됐다.일본 회사로부터 독립도 했다.투자자를 찾아 헤매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의 투자조합으로부터 지원금을 얻었다.5년 만에 회사를 주식 시장에 상장해 자산의 30%를 조합에 주는 조건이었는데,약속대로 5년이 되기 전인 90년에 주식을 상장했다. 그 시기엔 정말 기업할 맛이 났다.우리가 신뢰를 저버린 회사를 먼저 찾아가 신제품의 우수성을 설명했다.그들이 납득할 때까지 매달렸다.힘들 때마다 투수 시절에 위기에 몰린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를 떠올리면서 버텼다. 해외의 유명 전자업체들이 우리 제품을 인정하자 그 다음은 순풍에 돛 단 듯 일이 잘 풀렸다.지금은 금속증착 라인이 15개로 늘었고,머리카락의 1000분의1에 불과한 얇은 필름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생산하고 있다.정부로부터 동탑산업훈장,우수중소기업대상,과학기술훈장 등을 연이어 받았다. ●원칙과 명예를 존중하는 스포츠 부산에서 태어난 나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때 해운대에 살면서 야구를 배웠다.초등학교 주변에 주둔하던 미군들이 주말이면 야구 배트과 글러브를 피란민 청년들에게 나눠주고 함께 야구 시합을 했다.중학교에 입학해서도 취미는 야구뿐이었다.동래고등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큰 키(180㎝)에서 내리꽂는 공을 타자들이 잘 맞히지 못해서 그런지 투수를 맡았다.당시 부산의 야구 명문은 경남고교인데,이 학교를 콜드게임으로 이긴 적도 있다.전국 대회에서 5일 동안 9회까지 완투를 하는 바람에 손가락에 물집도 났다.하지만 나는 원칙과 명예심을 존중하는 스포츠 정신이 좋았다.이는 선수단의 집단 생활에서 익혀진다.성대에 야구 장학생으로 입학했다.당시 성대는 전국 우승을 넘보는 명문 팀이었다. 일본인들은 태평양전쟁 패망후 미 점령군에게서 본격적으로 야구를 배웠다.미군은 패전국 일본의 사회 치안이 불안정하고 거리에 실업자가 넘쳐나자 정책적으로 야구를 보급했다.특히 게임의 룰을 중시하도록 가르쳤다고 한다.지금은 일본에 5000여개의 야구팀이 있지만 유소년 팀에선 경기방법보다 먼저 야구인의 자존심과 매너를 가르친다.야구 선수는 더운 여름에도 긴 소매 옷과 바지를 입는다.타석엔 혼자 서지만 수비석에는 9명이 정교하게 호흡을 맞춰야 멋진 플레이가 나온다. 80년대쯤 평소 존경하던 성대 총장이 만나자고 해서 모교를 찾았다.사무실 비품 등이 함부로 내팽개쳐진 채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고 있었다.총장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총장은 학생들을 탓하기보다 “가라앉은 학교 분위기를 살리고,학생들에게 단합된 애교심을 심어주고 싶으니 야구인 동문회를 활성화시켜 달라.”고 부탁했다.그 뜻을 받아들이고 다시 총장실로 가서 후배 학생들을 호통쳤다.“총장은 너희들 뜻을 받아들일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데,이게 무슨 행패냐.지킬 것은 지키면서 주장하라.”고 다그쳤다.나중에 총장실 점거를 곧 풀었다는 소식을 듣고 흐뭇했다. ●투수와 CEO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희생 정신과 융화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나를 낮추고 동료들과 함께 하려는 정신을 바탕으로 남과 공정한 원칙속에서 경쟁하는 법을 배운다.기업에도 룰이 있다.정확한 물건을 만들어 바르게 팔 때 소비자들이 나를 인정한다.또 동료 기업인들의 본보기가 되면 그들과 언제 어떤 자리에서 만나게 될지 모르는 거래 관계에서 그 이익이 내게 돌아온다.기업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우리 주변의 극단적인 노사관계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도저히 한 배를 탄,한 운명의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내가 아는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직원들을 자기 식구처럼 여기고 있다.제 직원에게 월급을 제대로 못 주는 것처럼 가슴 아픈 일은 없다.노조도 이같은 경영인들의 심경을 조금은 헤아려 주어야 한다. CEO는 끊임없이 앞길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이제는 정보와 기술이 바로 돈이다.내가 갖고 있는 정보와 기술은 곧 다른 이들의 표적이 된다.그래서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CEO는 직원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모 대기업 회장은 첨단기술을 개발한 연구진에게 약속했던 대가의 몇 배를 주고 아낌없이 격려했다.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미사일을 개발하는 국방기술 연구진을 밤에 홀연히 찾아가 만두를 함께 나눠 먹으며 그들을 감동시켰다.CEO는 마운드의 투수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다방면에서 능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기업을 하는 환경이 매우 나쁘다.30년 이상 지속된 중소기업의 생산 환경이 중대한 변화기를 맞았다.대기업에 의존하는 하청관계를 벗어나야만 할 때가 됐다.중국은 방문할 때마다 우리를 놀라게 만드는 나라다.우리는 절대 중국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우리의 권위적인 행정 규제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하다.미국 투자가들은 한국의 노사관계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관적이고,배타적으로 보고 있다.한국 사람들이 다른 민족보다 정(情)과 열(熱)이 많아서 그런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이제는 정확히 해야만 살 수 있다.모 국회의원이 내게 보낸 글을 인용한다.아르헨티나는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선 세계 5대 경제부국이었다.볼펜과 버스,헬리콥터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나라다.그러나 페론 정부의 인기주의 정책과 계층간 갈등 때문에 지금은 세계 5대 채무국으로 전락했다. 한국을 잘 아는 한 일본인이 한국과 일본의 다른 점을 열거한 글이 생각난다.그 일본인은 ‘막히는 고속도로에는 어김없이 나타나 물건을 파는 한국인’에 대해선 호감을 표시한 반면 ‘한국의 버스 정류장에는 반드시 버스가 서지 않는다.’라면서 일본인 방문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또 ‘자동차 접촉사고가 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종종 이긴다.’고 꼬집었다. 한국인이 룰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게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돼선 안 된다.이제 모두 제자리에서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한 때다. ■ 신동렬 회장은 성문전자의 신동렬(辛東烈·63) 회장은 고교·대학 시절 정식 야구선수 출신이면서도 보기 드물게 전자부품 업계에 뛰어들어 회사를 작지만 강한 전문 기업으로 키운 최고경영자(CEO)다.그는 실업야구 초년 시절에 야구를 그만두고 우여곡절 끝에 전기·전자 부품인 콘덴서의 핵심 소재인 금속증착필름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성문전자를 창업했다.경기도 성남과 평택 등 공장 3곳의 연매출액은 500억원.이 분야 국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제품의 65%가 세계 20여개국에 수출된다. 신 회장은 파푸아뉴기니 명예총영사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감사도 맡고 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 한투·대투 제값 받나

    한국 및 대한투자증권의 유력 인수 후보군이 동원금융지주,영국계 프루덴셜(PCA)로 각각 좁혀진 가운데 한투·대투를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을지에 또다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국내외 상관없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곳으로 매각한다는 방침이다.동원지주는 한투,PCA컨소시엄은 대투 인수에 무게를 두고 인수가격을 높게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국민은행-JP모건 컨소시엄의 불참이 매각 가격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하나은행이 파트너인 골드만삭스와 결별,독자적으로 참가한 것도 같은 맥락.국민은행 컨소시엄은 인수 방법 등에서 이견을 드러낸 것이,하나은행 컨소시엄은 실사 이후 인수효과 및 가격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 입찰을 포기한 원인으로 알려졌다. 국민·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판도는 동원지주와 우리금융,PCA-소로스펀드-올림푸스캐피털 컨소시엄,칼라일-AIG 컨소시엄 등 국내 지주회사와 외국계 컨소시엄의 경쟁으로 짜졌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판도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현투증권(현 푸르덴셜증권)에 이어 한·대투 중 한 곳을 외국계로 넘기면 자산운용시장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최종입찰자가 줄어들 경우 가격도 정부가 목표한 것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도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종입찰자가 써낸 가격이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라면서 “2주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가격 재협상에 들어가면 매물 가치에 따라 가격을 더 올려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후세인 재판 비공개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재판 과정이 앞으로는 공개되지 않을 전망이다.살렘 찰라비 특별재판소장은 “지난 1일 후세인의 첫 법정 출두 때는 재판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에서 언론의 취재경쟁을 허용했으나,앞으로 특별재판소의 모든 심리는 언론의 취재를 불허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찰라비 소장은 후세인과 그의 측근 11명을 각각 독방에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3일 전까지는 후세인만 독방에 수감돼 있었다.찰라비 소장은 “수사가 시작되면 그들이 입을 맞춰 진술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죄를 시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형량을 감해주는 ‘유죄답변교섭(plea bargain)’을 위해 서로 협상할 기회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특별재판소는 앞으로 몇 주 동안은 판사를 지명하고 다른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는 피고 개개인을 만날 계획이다.이와 함께 각각의 혐의에 대한 조사와 증거수집도 진행한다. 재판 비공개는 양날의 칼이 될 전망이다.이라크 임시정부는 후세인의 영향력을 차단하길 원하지만 이는 특별재판소의 적법성을 훼손할 수 있다. 특별재판소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은 등 첫 재판에서 보여준 후세인의 도발적 태도는 이라크 임시정부에 큰 부담이다.이를 차단하지 않을 경우 그를 추종하는 저항세력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실제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전범 재판을 추종자들의 반미정서를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했었다.또 후세인의 혐의 중 쿠르드족과 시아파에 대한 억압은 조사가 진행되면서 종파·종족간 폭동을 야기할 수도 있다. 반면 루이즈 아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비공개 진행에 우려가 많다.”고 밝혔다.또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이란 대통령은 재판의 완전공개를 요구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Seoulites]‘우리집 맛자랑’ 30개팀 경쟁

    [Seoulites]‘우리집 맛자랑’ 30개팀 경쟁

    ‘3대가 함께하는 우리집 맛자랑 경연대회’가 지난 26일 오후 성동구청 구민광장에서 열렸다. 제9회 여성주간을 기념하기 위해 성동구(구청장 고재득)가 마련한 이 행사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우리의 먹을거리 중 각 가정에서 대대로 이어져오는 조리비법들을 이웃과 나누는 뜻깊은 자리였다. 대회에는 30개팀이 참가,경쟁을 벌였는데 특이한 것은 3대 이상의 가족이 골고루 참여해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날 경연대회에 출품된 음식은 독특한 비법이 전해진 가풍 음식으로 온 가족이 함께 만들고 즐겨먹는 음식이어야 했으며 간단한 밑반찬이나 김치 종류는 제외됐다. 금호동의 한조옥씨 일가는 아주 독특한 ‘이북식 콩비지’를 선보였고 행당동 주민은 시어머니,아들 며느리,손자가 어우려져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기도 했다.궁중 떡볶이에서 영양 콩떡,화전,구절판 등 저마다의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했고 구경하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팀 이름도 아따맘마,30년 우정친구들,방실이네 복터졌네,마님과 머슴 등 이색적으로 지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요리시간은 90분으로 제한됐으며 요리에 필요한 모든 재료와 기구는 각자 준비했고 재료비는 팀별로 구청에서 5만원씩 지원됐다. 심사는 웰빙시대에 맞는 맛과 영양이 중시됐다.출품요리는 심사를 거쳐 으뜸맛상 1팀,버금맛상 2팀,화목상 3팀이 각각 선정됐는데 나머지 팀들도 아차상과 참가상 등을 받아 서운함을 달랠 수 있었다. 최고상인 으뜸맛상은 4대가 함께 만든 ‘4대팀(박남지씨 가족)’의 ‘해물 가지찜’이 차지했다. 진복수 가정복지과장은 “단순 요리경연대회가 아니라 패스트푸드나 각종 인스턴트 식품에 잠식당한 우리 전통의 먹을거리를 알리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이숙 시민기자 cleverkis@hanmail.net
  • [Seoulites]‘우리집 맛자랑’ 30개팀 경쟁

    ‘3대가 함께하는 우리집 맛자랑 경연대회’가 지난 26일 오후 성동구청 구민광장에서 열렸다. 제9회 여성주간을 기념하기 위해 성동구(구청장 고재득)가 마련한 이 행사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우리의 먹을거리 중 각 가정에서 대대로 이어져오는 조리비법들을 이웃과 나누는 뜻깊은 자리였다. 대회에는 30개팀이 참가,경쟁을 벌였는데 특이한 것은 3대 이상의 가족이 골고루 참여해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날 경연대회에 출품된 음식은 독특한 비법이 전해진 가풍 음식으로 온 가족이 함께 만들고 즐겨먹는 음식이어야 했으며 간단한 밑반찬이나 김치 종류는 제외됐다. 금호동의 한조옥씨 일가는 아주 독특한 ‘이북식 콩비지’를 선보였고 행당동 주민은 시어머니,아들 며느리,손자가 어우려져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기도 했다.궁중 떡볶이에서 영양 콩떡,화전,구절판 등 저마다의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했고 구경하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팀 이름도 아따맘마,30년 우정친구들,방실이네 복터졌네,마님과 머슴 등 이색적으로 지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요리시간은 90분으로 제한됐으며 요리에 필요한 모든 재료와 기구는 각자 준비했고 재료비는 팀별로 구청에서 5만원씩 지원됐다. 심사는 웰빙시대에 맞는 맛과 영양이 중시됐다.출품요리는 심사를 거쳐 으뜸맛상 1팀,버금맛상 2팀,화목상 3팀이 각각 선정됐는데 나머지 팀들도 아차상과 참가상 등을 받아 서운함을 달랠 수 있었다. 최고상인 으뜸맛상은 4대가 함께 만든 ‘4대팀(박남지씨 가족)’의 ‘해물 가지찜’이 차지했다. 진복수 가정복지과장은 “단순 요리경연대회가 아니라 패스트푸드나 각종 인스턴트 식품에 잠식당한 우리 전통의 먹을거리를 알리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이숙 시민기자 cleverkis@hanmail.net˝
  • 방카슈랑스 시장 외국계 ‘독무대’

    방카슈랑스(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 시장에서 외국계 보험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져 지난달 전체 판매액의 60%에 육박했다.판매규모 1∼3위를 ING생명,AIG생명 등 외국계가 장악했다.특히 국민·하나 등 대형은행에 지분참여를 한 외국계 보험사나 국내-외국 합작 보험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보험사들이 외국계에 영업기반을 잠식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계 6개사 시장점유율 60% 육박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은행들의 방카슈랑스 판매실적 집계 결과,네덜란드계 ING생명이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251억 4000만원(계약 1055건)어치를 판매,시장점유율 17.3%로 전체 보험사 중 1위를 차지했다.2위는 신한은행과 프랑스계 카디프생명이 합작한 SH&C생명으로 188억 7000만원(시장점유율 13.0%)의 실적을 올렸다.미국계 AIG생명이 177억 6000만원(12.2%)으로 뒤를 이었다.여기에다 영국계 PCA생명,미국계 메트라이프 및 하나은행과 독일계 알리안츠가 합작한 하나생명을 합하면 6개 외국계 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은 57.7%에 달한다. 반면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169억 3000만원(11.6%)으로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4위를 했고,2∼3위인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79억 2000만원(5.4%)과 158억 7000만원(10.9%)으로 8위와 5위에 그쳤다. ●ING생명,국민은행 판매액의 41% 차지 외국계 보험사의 방카슈랑스 약진에 대해 국내 업계와 당국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방카슈랑스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보험사들은 지분참여,합작 등 국내은행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들”이라면서 “공정경쟁이 아닌,특수관계 때문에 외국사들의 파이가 커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실제로 ING생명은 국민은행 지분을 3.8% 갖고 있는 ING그룹의 계열사로 방카슈랑스 판매의 대부분을 국민은행에 의존하고 있다.ING생명 상품은 지난달 국민은행의 전체 방카슈랑스 판매액(601억 8000만원)의 41.6%인 250억 3600만원에 달했다. SH&C생명도 대주주인 신한지주 소속인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각각 전체 방카슈랑스 판매액의 35%와 65%로 전부를 차지했다.그 덕에 합작사인 카디프생명은 국내 영업조직 없이 상품개발 등 노하우 전수만으로 거액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알리안츠(하나은행 지분 5.13% 보유)가 합작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하나생명도 하나은행 한 곳을 통해서만 지난달 138억 5000만원(시장점유율 9.5%)의 실적을 올렸다. ●외국계 약진에 중소형 생보사 고사 우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올초까지만 해도 방카슈랑스는 일시납 연금보험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능을 했으나 최근에는 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경쟁사의 기존 고객을 빼앗아 오는 분위기로 반전됐다.”면서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국내 보험사의 고객이탈이 더욱 심화돼 특히 중소 보험사들의 타격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생보사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가 국내 은행에 지분참여,합작 등으로 관계를 맺어 쉽게 영업망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은행을 판매조직으로 활용하게 만든 방카슈랑스는 조직력이 국내사보다 약한 외국계에 태생적으로 유리한 제도”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은행들에 대해 볼멘 소리를 내기도 한다.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최근 국민은행이 자회사인 KB생명을 출범시킨 것을 비롯,국내 은행들이 거의 모두 보험 자회사를 갖게 될 것”이라면서 “은행들이 향후 경쟁에 대비해 미리부터 국내사를 견제하려는 심리가 상대적으로 외국계의 상품판매에 더 비중을 두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카슈랑스 상품의 내용이 외국계쪽이 더 낫다는 의견도 많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상품은 내용이 대개 엇비슷한 데 반해 외국계들은 상품의 종류도 더 다양하고 보장의 내용도 우수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국내 생보사 관계자 역시 “국내사는 예정이율(보험료에 대한 이자)이 4.5% 수준인데 반해 외국계는 5% 이상을 쳐주기도 한다.”면서 “자산운용에서 해외 본사의 지원을 받고 고정경비가 덜 들어가는 등 경영상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또 은행에 보험상품 판매대가로 지불하는 수수료도 외국계가 국내사들보다 높게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휴대전화업계 ‘다윗’ 팬택&큐리텔 송문섭 사장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팬택&큐리텔이란 회사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통신기기 제조업체인 팬택에 인수된 뒤 3년도 채 안 돼 삼성전자·LG전자와 함께 휴대전화 시장의 ‘빅3’로 성장한 데는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살려낸 송문섭(宋文燮·53) 사장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있었다. ●공대생이 경영인 된 사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를 밟은 뒤 대기업,연구소 등을 거쳐 뒤늦게 유학길에 올랐다.2년쯤 지났을 때 담당교수가 미국 통신장비회사로부터 받은 연구용역을 맡아보라고 했다.회사측이 제품개발을 하다가 풀리지 않는 문제를 가져온 것이다.전공분야는 아니었지만 몇개월간 씨름했더니 문제가 풀려 회사에서 즉시 제품화했다.곧바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졸업 전이라 망설였지만 일을 시작했다. -통신분야의 경력이 쌓이니 국내 대기업의 스카우트 대상이 됐다.삼성전자에 채용돼 89년 귀국했다.삼성종합기술원 연구소장으로 있을 때 회사측의 권유로 삼성의 사업 중 문닫을 위기에 처한 컴퓨터용 데이터저장장치(HDD)사업을 맡았다.허허벌판에 공장을 짓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다.힘들었지만 재미도 있었다.미국지사를 만들어 보름씩 한국과 미국을 왔다갔다 하면서 몇 년을 보냈다.일에만 매진하다 보니 가족도 못챙기고 몸도 피곤했다.대기업은 그만 다니고 작은 회사를 직접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친분이 있는 정몽헌 회장과 하이닉스(구 현대전자) 박종섭 사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캐피털을 세워 기술발굴·투자사업을 하려는데 사업을 맡아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지금까지 했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지만 도전키로 하고 삼성을 떠났다.3평 남짓한 사무실에 혼자 앉아 몇 개월간 준비를 했다.그때 미국 지사장으로 있던 박 사장이 현대전자 사장이 돼 귀국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2000년 5월 벤처캐피털을 접고 현대전자의 통신부문 사업을 맡아 다시 귀국했다. -현대전자 부사장으로 통신사업을 맡았는데 상황이 너무 어려웠다.사업을 지속하기 힘들 만큼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휴대전화 시장은 호경기라서 모든 휴대전화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낼 때였지만, 우리는 매월 100억원씩 적자를 냈다.후발주자인 데다 인지도도 낮아 경쟁이 되지 않았다.때마침 시장도 조금씩 침체기로 접어들었다.워낙 적자를 많이 보니까 통신장비사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휴대전화 사업을 전담했는데 치명적인 상황변화가 생겼다.그해 5월 말 정보통신부에서 단말기 보조금 금지결정을 내린 것이다.6월1일부터는 한 대도 팔리지 않아 재고가 눈덩이처럼 쌓였다.그때만 해도 내수는 조금 이익이 나고 수출은 적자였는데 내수가 사라지니 막막했다. 돌파구를 찾다가 수출로 눈을 돌렸다.개발·판매를 수출 중심으로 바꾸고 해외 마케팅 업무를 직접 맡았다.수출이 어느 정도 이뤄져 그럭저럭 버텼지만 수출품은 국내용 기존 자재들로 만들 수 없었다.수출도 경쟁력 있는 제품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려 적자 상태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그런 상황이 몇 년 지속되자 종업원들의 의욕이 떨어졌고,휴대전화 사업은 회사 내에서 찬밥신세가 됐다.반도체사업은 나날이 성장하는데 통신은 ‘천덕꾸러기’가 됐다. -당시 현대전자도 부채가 많아 외자 유치를 추진했다.외국 자문사가 실사를 한 뒤 반도체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특히 휴대전화 사업은 당장 문을 닫자고 제안했다.청천벽력 같았지만 회사측도 통신부문의 퇴출 또는 매각을 받아들였다.문은 닫지 말고 분사해서 회생시킨 뒤 매각하자고 제안했다. 사업계획상 연말부터 개선되는 것으로 돼 있었고,적자폭도 절반 정도로 줄었다.다행히 이듬해 1월에는 흑자가 났다.실적이 개선되자 회사측도 몸값을 올려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살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휴대전화 시장이 침체돼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었는데 일본 도시바가 인수 의사를 밝혔다.동시에 분사도 진행했는데 노조에서 강력히 반대하는 등 어려움이 컸다.직원들도 분사하면 곧 망할 것이라며 버티자고 했다.회사의 생존전략을 만들어 직원들을 모아놓고 수 차례 설득했다.급한 대로 자본금 5000만원을 만들어 독립하려 했지만 직원이 1300명이나 됐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고객사를 찾아가 “우리를 믿고 돈을 빌려주면 나중에 갚겠다.”고 했다.그 회사가 선뜻 자금을 빌려줘 결국 직원들 모두 퇴직서를 쓰고 새로운 입사서류를 만들었다.결국 2001년 5월 퇴직금도 한푼 받지 못한 채 ‘눈물’의 분사를 했다. ●적자회사 떠안고 눈물의 분사 -사명을 현대큐리텔로 짓고 홀로서기를 시작했다.2개월쯤 지나 영업이 이뤄지면서 직원들의 퇴직금을 해결했다.뜻을 모은 직원들을 이끌고 회사를 살리는 것이 관건이었다.도시바와의 협상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지만 도시바는 회사 상장 등에 뜻이 없었다.문득 그동안 투자했던 것 등 회사의 가치를 따져보니 해외에 매각하는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서 살 사람이 없는지 찾아나섰다.당시 주변의 지인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원매자를 찾아주면 좋겠다고 했다.그렇게 연결된 분이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이다.결국 도시바와 이스라엘 회사,팬택컨소시엄이 입찰해서 팬택으로 가게 됐다.매각이 이뤄지니 회사가 안정을 찾아 매월 이익을 냈다.재정적으로 신용이 생겨 대출도 받고 물건도 신용으로 팔게 됐다. -사명을 팬택&큐리텔로 바꾸고 진열을 정비했다.수출 위주로 영업했지만 국내시장이 앞서가다 보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신제품을 만들어 내수시장에 다시 들어와야겠다고 결심했다.2002년 가을쯤 국내시장에 재진입했지만 사명도 알려지지 않았고 과거 이미지에서도 벗어나기 힘들었다.특히 삼성·LG 등 수십년 된 브랜드와 경쟁하는 것은 무모한 일 같았다.고민하던 중 우선 회사를 알리기 위한 광고에 승부를 걸었다.특히 타사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가수 윤도현을 모델로 세웠더니 합리적인 가격에다 이미지도 호응이 컸다. ●카메라폰에 주력… 시장점유율 15%로 -그러나 아무리 광고를 해도 타사와 비슷한 제품을 팔아서는 승산이 없었다.차별화 전략을 세워 카메라폰을 주력상품으로 택했다.당시 카메라폰의 해상도는 11만화소였는데,30만화소 이상으로 목표를 세우고 기술을 개발했다.2002년 10월쯤 30만화소 카메라폰을 최초로 출시했다.당시 삼성·LG는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알려지지 않은 회사 브랜드로 재진입하는데 큰 호재가 됐다. 매출이 급증하면서 거의 제로였던 시장 점유율도 15%까지 상승했다.첫 타석에 홈런을 쳤지만 한 번으로 끝나면 안 되니 적정한 기간내 매번 화제가 되는 신제품을 내놓기로 결심했다.도청방지 비밀통화폰,64화음 벨소리폰 등도 타사보다 먼저 내놨다.우리를 잘 모르던 메이저사들이 경계하기 시작했다.130만화소 휴대전화에서는 절대 지지 않겠다고 내부 방침을 정한 삼성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 결국 우리가 삼성보다 2시간 먼저 출시했다.간발의 차이로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쓰게 된 것이다.‘골리앗’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수 차례 승리하자 회사 인지도도 많이 높아졌고 수익도 커졌다. -기술자 출신으로 마케팅 전문가는 아니지만 과거 시장에서 상품의 질로 승부할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휴대전화 사업은 기술력이 중요하지만 기술만으로 경쟁할 수 없다.원천기술은 삼성이나 우리나 같기 때문이다.서로 비슷한 제품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고 결국 마케팅 게임이 될 것이다.늘 고객을 찾아다니면서 어떤 제품을 만들어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밤낮으로 고민하고 있다.1년에 50가지가 넘는 휴대전화 모델을 내놓고 있다.경쟁사들도 그만큼,아니 그 이상 만들어 내니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을 제대로 마케팅해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계 골리앗 되는 일만 남았다” -휴대전화 시장은 세계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노키아·모토롤라 등 세계적인 회사들보다 국내 업체들이 다양한 제품을 더 빨리 출시하고 있다.국내 회사들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결국 큰 회사만 살아남을 것이다.작은 회사가 생존하는 것은 불투명하기 때문에 규모를 키워야 한다.그동안 ‘다윗과 골리앗’ 싸움으로 버텼지만 이제는 골리앗이 죽지 않는다.결국 다윗에서 벗어나 골리앗이 돼야 한다.규모뿐 아니라 시장 평균 성장률보다 2배는 성장해야 한다.그래야 끝까지 살아남아 세계시장에서 5위권 내로 진입할 수 있다. -카메라폰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음악·영화·게임·교육 등 각종 콘텐츠를 소화할 수 있는 ‘종합 멀티미디어 단말기’로 거듭나고 있다.개개인이 편리하게 들고 다니면서 많은 일을 처리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능을 갖추게 될 것이다.향후 한국 휴대전화 업체들이 세계시장의 40∼50%까지 차지할 자신감이 있다. 글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송문섭 사장은 국내외 휴대전화 시장에서 ‘팬택&큐리텔’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장본인.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정통 기술자 출신 전문경영인이다.중앙고와 대학 동창인 정몽준 의원과의 인연으로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다가 연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국방과학연구소로 옮겨 국방 관련 전자장비를 개발했다.미국 유학시절 인연을 맺은 통신장비업체인 커뮤니케이션 코포레이션에서 6년간 일한 뒤 삼성전자에 스카우트돼 11년간 몸담았다. 안정된 대기업 생활을 접고 새로운 일을 찾던 중 문닫을 위기에 처한 현대전자 통신부문을 맡아 탄탄한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을 발휘,회사를 분사시킨 뒤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1조 4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매출 2조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300만화소 카메라폰 출시와 미국·유럽시장 공략을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이 송 사장의 올해 목표다.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디카폰’ 자고나면 새CF

    휴대전화 업계에 광고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단연 ‘디카폰’이 중심이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계열로 삼분됐던 시장에 SK텔레텍·KTFT 등 이동통신회사 자회사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든 데다 제품 사이클이 짧아지면서 광고도 숨가쁘게 바뀌고 있다. 최근 휴대전화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애니콜과 싸이언의 200만화소 폰 출시 경쟁은 두 회사의 광고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00만화소 폰은 삼성전자가 지난 2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3GSM 세계회의’에서 먼저 선을 보였다.하지만 국내 출시는 LG전자가 빨랐다. 지난달 15일 전파를 탄 싸이언 ‘디카폰’ 광고는 국내 최초 200만화소 폰 출시를 알리고 싶은 광고주의 의도를 팝 아트와 실크 스크린 기법 등을 이용한 감각적인 영상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이다.‘마침내 200만화소’라는 자막에서도 이를 강조하고 있다. 원빈,김디에나,테이 등이 총 동원됐다.특히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에 원빈을 덧씌운 장면이 압권이다.특이한 배경음악은 몬도그로소의 ‘waiting for T’. 이 시대 최고의 ‘몸짱’ 이효리와 권상우를 앞세워 130만화소 130분 동영상폰을 광고했던 애니콜은 권상우 단독 모델로 200만화소 캠코더폰 광고를 새로 내놓았다. 권상우가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며 “200만화소다.자세부터 다르다.이 건 시작일 뿐이다.”라며 자신만만한 멘트를 날린다.광고는 싸이언 광고가 나온 지 9일 만인 24일 온 에어됐다.광고속에 소가 나오는 장면은 조만간 선보일 스페인 투우 장면의 ‘예고편’이다. 특급모델 보아를 통해 ‘지갑편’과 ‘플래시 몹편’으로 재미를 본 팬택&큐리텔은 지난 5일부터 윤도현을 다시 불러 130만화소 카메라폰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KTF 광고에서 강동원이 들고 나온 것과 같은 모델이다. 휴대전화 5사 가운데 가장 후발주자인 KTFT는 박지윤의 섹시한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너무 야하다.’는 비난도 있지만 ‘머릿속에 콕콕 박힌다.’는,제작 의도에 꼭 맞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슬라이드 디카폰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박지윤이 박카스 광고에 나왔던 ‘바른생활맨’ 최성준을 눈빛으로 쓰러뜨려 눕히는 내용.배경음악도 홍대 클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From Disco to Disco’로 젊은 층 공략에 공을 들였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화제를 몰고 다닌 SK텔레텍의 스카이는 ‘히치하이킹편’에 이어 ‘무림남녀’를 앞세워 코믹 바람을 이어가고 있다.얻어맞기만 하던 남자모델이 코피를 멎게 하려고 머리를 드는 순간 상대를 쓰러뜨린다는 설정이다.카메라 렌즈가 본체 위로 튀어나온 특이한 디자인을 강조하기 위해 ‘머리’를 좀 썼다. 광고대행사 관계자들은 “일반 제품의 광고주기가 3∼6개월인 반면 최근 휴대전화 광고는 1∼2개월 만에 바뀌고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하나로’ 브랜드 싸고 신경전

    유선통신업체 KT와 하나로통신이 회사 이미지와 브랜드를 한데 묶기 위한 발걸음을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룹 전체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이용경 KT사장과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제2창업 기치를 내건 윤창번 하나로통신사장이 진두지휘하는 양상이다. 하나로통신은 최근 KT가 갖고 있는 ‘하나로’ 상표권을 넘겨달라며 KT와 협상 중이다.‘하나로’ 상표권은 하나로통신 설립 전인 93년부터 KT가 종합정보통신망(ISDN) 상표로 등록,소유하고 있다. 윤 사장 체제의 하나로통신은 새달 초 시작하는 시외와 국제전화(005) 서비스에 맞춰 회사명과 같은 ‘하나로’ 상표를 사용하기로 한 것.하나로통신은 이에 맞춰 새달 초에 이미지통합(CI) 선포식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협상은 아직 평행선을 긋고 있다.KT로서는 유선시장 경쟁자로서 하나로통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로통신은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외자를 투자한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이 1대 주주가 되면서 재도약을 해야 하는 입장.데이콤 중심의 LG그룹과의 일전도 벌여야 하지만 ‘거함 KT’와도 힘겹게 싸워야 한다.초고속인터넷,시내전화에다 이들 상품군을 접목시켜 종합통신업체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회사 이미지와 상품을 통일해야 한다. 하지만 ‘이용경호’의 KT로서는 이 제의가 썩 내키지 않는다.시내전화 ‘95.5 대 4.5’ 등 여타 시장 점유율에서 큰 차이는 나지만 7∼8월 하나로통신과 데이콤이 “신발끈을 다시 매겠다.”고 밝히고 있어 협공 가능성이 있다.KT는 이뿐 아니라 그룹의 브랜드 파워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회사와의 이미지 통합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KT커머스가 최근 인터넷쇼핑몰인 ‘바이엔조이’를 ‘KT몰’로 바꾼 것이 대표적 사례다.바이엔조이가 고객 호응을 얻지 못하고 KT의 이미지를 높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KT커머스를 업계 10위에서 6위로 올려놓겠다는 계획이다. KT는 KTF와도 8월에 ‘K머스-윈츠’란 그룹 통합 멤버십 카드를 선보인다.KT의 유선전화 마일리지와 KTF 이동통신 멤버십을 통합한 것이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글로벌 한국차 (5)춘추전국시대 맞은 ‘공룡시장’] 중국은 지금 ‘세계 新車 각축장’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은 세계 자동차의 각축장이다.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빅 메이커들도 최신 모델과 첨단 기술로 ‘무장’하지 않으면 곧바로 경쟁에서 탈락한다.중국 자동차 시장은 약육강식과 정글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사활을 건 빅 메이커들의 생존 전략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들이 중국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것은 중국 내수시장이 오는 2010년 최소한 1000만대 규모로 늘어나는 등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미국·유럽 시장과 달리 중국의 자동차시장은 차종에 따라 매년 20∼70%까지 급증세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 유일한 시장이다.용이한 공장용지 확보,저렴한 생산원가,각종 규제 철폐 등의 요인으로 인해 수출기지로서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세계의 빅 메이커들은 활로 개척은 물론 자사의 생존을 걸고 중국 시장에서 ‘올인’ 전략을 세우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지난해 중국에서 70만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30%를 기록하자 세계 메이커들의 집중 견제가 시작됐다. 자동차 산업의 지존으로 불리는 미국의 포드가 중국 자동차 시장 공략전에 포문을 열었다.최근 포드는 충칭(重慶)의 창안(長安)자동차에 뒤이은 제2 공장을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 건설한다는 방침을 발표,GM을 비롯한 경쟁사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앞으로 매년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생산량도 수년 안에 현재의 약 3배 이상인 5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지난해 12만대에 그친 포드의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올해 20만대,내년 35만대 등으로 매년 큰 폭의 신장이 예상된다. 전통적 라이벌인 GM과 다임러 크라이슬러도 자극을 받았다.상하이(上海)에서 중형차 뷰익을 생산 중인 GM은 조만간 캐딜락을 현지 생산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GM은 연간 생산대수를 현재의 2배가 넘는 130만대로 늘려 중국 내 1위 업체인 폴크스바겐을 추월한다는 전략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보도했다.필 머토 GM 중국현지법인 사장은 “중국 자동차시장은 2011년 약 1000만대 규모로 커질 것”이라며 “연간 130만대를 생산해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인 ‘벤츠’를 앞세워 중국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내년부터 수도인 베이징(北京)을 기점으로 중국 대륙에서 생산을 시작한다는 장기 청사진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자동차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의 도요타(豊田)와 닛산(日産) 등 일본차나 독일의 BMW,폴크스바겐 등도 늦을세라 경쟁 전선에 뛰어들었다.도요타는 2010년까지 50만대 생산 계획을 확정,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2009년이 되면 외국 업체들의 자동차 생산대수만도 연간 70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1000만대 생산시장으로 전체 인구 13억명의 5%(6500만명)인 고소득층 사이에서 최근 ‘명품차 붐’이 불면서 세계 최고의 자동차들이 한판 대결 중이다.현재까지 선점의 효과를 누리는 기업은 아우디로 꼽힌다.1988년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 제일기차(第一汽車)와 합작생산 법인을 설립,경쟁자들보다 무려 15년 앞서 중국 시장을 진출했다.아우디는 특히 중국 전역 57개 도시에 96개의 최다 판매망을 갖춰 연 12만대로 추산되는 중국의 명품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하지만 후발 주자인 BMW 등 경쟁사들의 추격전도 볼 만하다.BMW는 지난해 중국 판매 대수를 1만 8000여대로 전년대비 2.7배로 늘었다.최고급 760Li 모델은 1000대가 팔려 사양별 판매량 기준으로는 전세계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최고 명품차들의 경연장 BMW는 지난해 10월부터 선양(瀋陽)에 브릴리언스 기차와 합작공장을 설립해 3.5 시리즈 현지 생산에 들어갔다.수년 내 연 3만대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현지 딜러망도 24개에서 55개로 확대한다.벤츠로 세계 시장을 제패한 다임러 크라이슬러도 올해 안에 베이징기차(BAIC)와 합작으로 현지 벤츠 생산 공장을 착공하는 등 중국 진출을 본격화 할 계획이다.올 1분기 벤츠 판매실적에서도 미국시장에서 마이너스 10%의 부진을 겪은 반면 중국에서 판매량은 3100대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 GM도 자사 고급차 브랜드인 캐딜락을 올해 중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시장분석 업체인 월드마켓리서치센터(WMRC)는 “현지 명품차 생산능력을 감안할 때 아우디의 독주가 앞으로 수년은 계속되겠지만 장기적으로 BMW가 아우디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자동차 산업 대형화 유도 중국 정부는 업체의 대형화를 유도하는 ‘자동차산업 발전정책’을 지난 1일 발표했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급속한 신장세에도 불구, 중국 기업들의 문어발식 진출로 현재 100여개의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난립 중이다.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자동차 회사의 제조 허가권 양도를 금지,소규모 자본 진입을 규제하고 나선 것이다.중국 정부는 2002년 수십개의 자동차 업체에 대해 3개 그룹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을 발표,대형화가 정부의 강력한 의지임을 천명했다. 중국 정부는 하나의 자동차 회사가 최소 10%의 점유율을 유지하도록 합병과 제휴를 독려키로 했다.점유율이 15%를 넘어서는 업체에 한해 추가 투자가 보다 용이하도록 규정을 고쳤다.그러나 신규 진입이 어려워진 만큼 기존 업체의 생산능력 확장은 수월해졌기 때문에 중국 최대의 자동차 업체인 독일 폴크스바겐도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oilman@seoul.co.kr˝
  • [열린세상] 로플린 효과와 이공계의 경쟁력/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OECD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1년도 인구 10만 명당 이공계 대학 졸업생이 380명으로 가장 많다.이는 미국과 독일의 6배,일본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또한 박사학위자의 경우는 인구 10만 명당 3.7명인 영국 다음으로 높은 3.5명이나 된다.요즈음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이공계 위기의 실체를 짐작할 수 있다.단순한 통계지표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공계 기피로 인한 공급부족의 문제는 아닌 게 분명하다.그러면 이공계 위기의 실상은 무엇인가.적어도 지금까지의 논의를 보면 많은 전문가들이 이공계 인력의 질,즉 이공계 교육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창의성 교육의 취약과 이공계 교육의 낙후는 그나마 이공계로 진학한 학생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우리가 혁신주도형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과학기술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지금의 이공대학교육시스템에서는 우수인력을 양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KAIST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로플린 교수를 총장으로 선출했다.이공계 위기가 이슈화되고 있는 시점에 이공교육의 발전을 위한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개방과 글로벌화라는 화두에서 가장 먼 것처럼 느껴졌던 상아탑의 생태계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인력의 이동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아직 우리 기업,학교,정부에서는 낯이 설다.특히 최고 경영자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사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외국인재를 등용한 일이 많았다.고려 때 광종이 중국의 쌍기라는 학자를 등용하여 개혁정책을 수행한 일은 대표적인 사례이다.또한 국내의 많은 학교들이 외국인에 의해 설립되었고,지금도 훌륭한 사학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어떤 대학은 외국재단이 설립하여 선진교육기법을 적용하여 단기간에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으로 성장까지 하였다.최근 몇몇 대학에서도 외국인을 학장이나 교수로 채용하고 있으며,기업과 연구소에서도 외국인의 채용이 늘어나고 있다.이제 경쟁의 무대가 세계라는 것을 우리 대학이 실감하고 있다. 따라서 로플린의 KAIST 총장 기용이 특별난 것이 아닐 수 있지만,이공교육 발전에 우리가 거는 기대는 크다.KAIST는 그동안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이나 각종 특혜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고,국내 연구대학을 선도해 왔었다.KAIST 마피아라고 할 정도로 국내 이공대학에서 KAIST출신의 뿌리가 깊다.그러나 아직도 세계적인 대학과 비교하면 KAIST는 그만 그만한 대학의 하나일 뿐이다.정부라는 온실에서의 탈피와 세계적인 이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KAIST가 새로운 발전 모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나왔다.로플린의 총장 기용은 KAIST뿐만 아니라 우리 이공교육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국가나 기업과 마찬가지로 대학도 훌륭한 총장의 리더십이 성공의 열쇠가 되기 때문에 로플린의 효과가 기대되는 것이다.비록 로플린이 관리자로서의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하더라도,그는 내국인보다 선진 교육시스템을 도입하여 국내대학의 변화를 일으키는데 유리할 수 있다. 성공적인 로플린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우선 대학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나 규제가 최소화되어야 한다.선진대학의 운영기법을 도입하여 적용할 수 있을 만큼의 대학운영의 자율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둘째로 우리 기업의 대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사실 MIT,칼텍,스탠퍼드 등 세계적인 미국대학의 설립기반이 기업가의 기부금이었고,대학 연구비에서 기업가들의 기부금으로 조성된 자체 연구비의 비중이 가장 크다.셋째로 대학 내부의 혁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연구대학은 기업이 본받을 만큼 혁신적이어야 하고,기업에 못지않은 경영전략과 위기관리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대학행정과 교육프로그램의 개혁이 로플린을 위한 것이 아니라 KAIST의 발전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로플린의 개혁프로그램에 KAIST 교직원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이 있어야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제2금융 ‘M&A위기’

    한국투자증권,대한투자증권,LG투자증권 등 3개 대형 증권사의 매각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증권·보험 등 제 2금융권 구조조정이 앞으로 급류를 타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60개가량의 업체가 난립한 증권업계는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구조조정 필요성이 더욱 강도높게 제기되고 있다. ●한투·대투 다음달 중 새 주인 윤곽 드러날 듯 한투증권과 대투증권 인수전에는 현재 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금융,동원증권,영국계 PCA,미국계 칼라일-AIG 등 6곳이 참여하고 있다.인수 희망업체들은 오는 18일 실사를 끝내고 정부측에 최종 인수제안서를 낸다.다음달 중순쯤 우선협상 대상자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3일 “국민은행과 동원증권이 각각 대투나 한투 중 한곳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나은행은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듯하고,PCA는 가격이 안 맞으면 언제든 포기할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또 우리금융은 LG투자증권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있어 상대적으로 대투·한투 인수에는 적극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는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이 증권사를 인수하면 촘촘한 전국 영업망을 기반으로 업계에 돌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고 있다.이미 국민은행은 한일생명을 인수,지난 2일 KB생명으로 출범시키면서 보험업계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업체 수 너무 많다.” 국내 증권사 수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 34개에서 현재 44개로 10개나 늘어났다.금융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은행·보험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업체 수가 줄었지만 증권사는 반짝 증시호황과 온라인 보험사 출현 등으로 늘면서 구조조정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여기에다 외국계 증권사 15개까지 포함하면 59개에 이른다. 이에 따른 과도한 경쟁에다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수수료 인하 바람,은행·보험 등 경쟁업종의 자산관리서비스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증권사들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증권사와의 경쟁에서도 크게 밀리고 있다.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의 자산은 52조 6000억원으로 외국계 증권사(2조 4000억원)의 22배나 되지만 순이익(세후)은 550억원 적자를 기록,2096억원 흑자를 본 외국계에 크게 뒤졌다.자기자본 이익률은 외국계가 18.33%인 반면 토종 증권사들은 -0.48%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사에서는 꾸준히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그러나 증권사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곳이 거의 없어 시장자율의 인수합병은 전무하다시피 했다.올 2월 미래에셋그룹이 SK투신운용을 인수한 것 정도가 고작이었다.지난해 자진폐업한 건설증권이나 곧 폐업할 예정인 모아증권은 오랫동안 인수희망자를 찾았지만 결국 실패했다.대투나 한투에 인수희망자들이 모인 것도 증권업 자체에 대한 매력보다는 두 회사의 자산운용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중소형은 모두 잠재적 매물” 보험업계에도 구조조정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방카슈랑스(은행창구에서의 보험상품 판매)의 등장과 저가(低價)경쟁,자산운용의 어려움 등으로 영업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중소형 손해보험사들이 특히 어려움이 심하다. 현재 인수합병 시장에 공식적으로 나와 있는 매물은 SK생명 한곳뿐.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생보사 중 상당수가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안다.”며 “중소형 손보사 가운데 몇 곳은 생존차원에서 합병을 추진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론이 나온 상태가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는 특히 내년 4월 자동차보험을 은행창구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2차 방카슈랑스 시행을 전후로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KAIST 신임총장 로버트 러플린 이메일인터뷰

    “마치 스톡홀름(노벨상위원회 소재)에서 전화를 받았던 때와 기분이 비슷했습니다.” 199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미 스탠퍼드대 로버트 러플린(54) 교수는 1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임 총장으로 선임된 소감을 이 같이 밝혔다.그는 “KAIST는 몇가지 변화의 필요성을 빼고는 방대하고 잘 체계화된 교육기관”이라면서 “점진적 변화를 통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KAIST는 유진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총장업무준비위원회를 구성,이번 주중 미국에 머물고 있는 러플린 신임 총장과 접촉할 예정이다.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과학기술계의 기대가 크다. -큰 기회를 줘 영광이다.거대한 조직의 수장으로 일해본 경험이 없어 우려는 되지만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지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KAIST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 -취임 후 먼저 KAIST 교수들과 만나 학교를 파악한 뒤 몇주 동안은 캠퍼스를 둘러보며 학생들의 학교생활이나 분위기를 알고 싶다.그리고 예산을 찬찬히 들여다 볼 생각이다. 총장에 지원한 동기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과학기술계의 고위 관료들로부터 적극적인 제안을 받았다. 이공계 기피 문제 등을 안고 있는 한국 과학교육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한국 학생들이 과학분야에 관심이 없는 것을 문제삼아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고 경쟁할수 있도록 하면 된다.돈이 있는 곳으로 학생들이 모여들 것이다. 한국에는 언제쯤 오게 되나. -한국의 과학기술부나 현재 몸담고 있는 대학과 협의 중이다.지금으로서는 모든 것이 확실히 결정되지 않았다.그렇지만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생각이다. 연합˝
  • [효섭 엄마의 孟母리포트] 美명문대 5곳서 합격통지 받은 이효섭군

    ‘초등 홈스쿨링→중학교 입학→민족사관고 입학→중퇴→미 명문대 5곳 합격’ 이효섭(18)군의 우여곡절 학창시절이다.보통 학생들처럼 학교생활을 하지 못했다.값비싼 유치원에 다니지 않았고,초등학교 과정은 집에서 엄마에게 배웠다.중학교는 ‘물’ 좋다는 강남 지역도 아니었다.남들이 보내고 싶어 안달복달하는 민족사관고는 1년만에 자퇴했다.하지만 학교를 그만둔 지 1년.효섭이는 미 명문대 5곳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다.효섭이가 합격 통지서를 받은 대학은 워싱턴 세인트루이스(Washington University in Saintlouis)와 노스웨스턴(Northwestern),터프츠(Tufts),칼튼(Carleton),스워스모어(Swarthmore) 등 모두 5곳.국내에서는 하버드나 옥스퍼드 등 아이비리그 대학만 알려졌지만 미국 내에서는 아이비리그 못지않게 명성이 있는 명문대들이다.효섭이는 현재 워싱턴 세인트루이스대 생의학·화학 복수전공과정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몸과 마음을 다 치료하는 의료선교사가 되고 싶어서다. 원하는 대학에 쉽게 합격했지만 효섭이는 너도나도 앞다퉈 시키는 학원이나 고액과외 등 사교육의 ‘축복’은 받지 않았다.‘무너져가는’ 공교육의 혜택을 받은 것은 중학교 3년이 전부였다.남들이 부러워하는 외국 대학에 진학하게 된 데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아들의 특성을 이해해 재능을 맘껏 펼치게 조용히 뒷바라지한 어머니 윤영(46)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이의 재능은 만들어진다 어떻게 공부를 시켰을까? 윤씨는 “어려서부터 아이의 특성과 재능을 파악하고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환경만 만들어준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네살 때였다.테이프가 딸린 동화책을 앉은 자리에서 혼자 10차례나 되풀이해 듣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효섭이가 가장 좋아한 것은 책이다.“서점에 갈 때마다 효섭이는 5만∼6만원어치씩 책을 사달라고 졸랐어요.당시 29만원에 불과한 남편 월급으로는 큰 부담이었지요.” 이후 윤씨는 책을 사는 대신 교회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을 활용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와 이문열의 ‘삼국지’는 효섭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되풀이해서 읽을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이처럼 효섭이가 ‘책벌레’가 된 데는 윤씨의 결심이 결정적이었다. 텔레비전을 치워버린 것.윤씨는 결혼 1년 뒤 효섭이를 가진 뒤부터 혼수로 장만해온 텔레비전을 시부모께 드렸다.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였다.윤씨는 대신 매일 육아일기를 쓰고 책을 읽었다. 효섭이는 이같은 윤씨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윤씨는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대신 하루종일 효섭이와 함께 책을 읽었다.어려서부터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방법을 배운 효섭이의 호기심은 날로 늘었다.외출이라도 하는 날이면 윤씨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효섭이의 물음에 일일이 답해주느라 목이 하얗게 쉬었다.대답할 때는 어른을 대하듯 정성을 다했다.“오죽했으면 친정 어머니가 ‘쓸데없는 애들 질문에 일일이 대답한다.’며 절 구박했겠습니까.하지만 전 효섭이를 하나의 어른,인격체로 대하고 싶었습니다.” 이같은 교육의 영향인지 효섭이는 여느 아이들과는 달리 부모와 ‘말이 통하는’ 신세대다.윤씨는 효섭이가 가끔 마음을 상하게 할 때도 있지만 용서를 구하며 보내온 앙증맞은 e메일 한 통에 서운함은 눈녹듯이 사라진다고 했다.“여느 수험생 엄마들처럼 저는 맘 고생 한 번 없었습니다.어려서부터 공부보다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지요.” 당연히 집안 청소와 설거지에 효섭이가 빠질 리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 말.효섭이네 생활에 크게 변화가 생겼다.효섭이의 아버지 이희명(46)씨가 베트남 합자회사인 ‘비나파이프’의 포스코 대표로 파견됐다.주변에서는 모두 ‘아이들 교육을 생각하라.’며 남편을 따라가는 것을 적극 말렸다.그러나 윤씨는 ‘가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엄마가 직접 가르치는 홈스쿨링(Home-Schooling)을 결심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홈스쿨링 발령지인 항구공업도시 하이퐁은 교육시설이 거의 없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외국인학교는 아예 없었다.윤씨는 미리 초등학교 2∼6학년 교과서와 참고서,명화와 디즈니시리즈 비디오테이프 100여개를 한꺼번에 구입해 들어갔다.베트남에서의 홈스쿨링이 시작된 것이다.그는 한국 초등학교처럼 일주일의 공부 시간표를 만들어 효섭이를 가르쳤다.국·영·수는 물론 사회,과학,미술,음악에 도덕까지….교과서를 가르친 뒤 문제집을 풀게 하는 방식이었다.학교처럼 매일 숙제도 냈다.생물학을 전공하고 사범대 교직과정을 이수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음악은 윤씨가 20여년간 교회 오르간 반주를 해온 경험이 있어 직접 가르쳤다.체육은 한 달에 5만원을 들여 태권도와 배드민턴을 가르쳤다. 문제는 영어였다.나중에 국제학교라도 보내려면 영어를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마침 적당한 과외교사가 나타났다.남편 회사에 통역사로 지원했던 베트남 하이퐁 해양대 교수였다.윤씨는 알파벳도 모르는 효섭이에게 대학생들이 회화교재로 쓰는 ‘스트림라인’으로 가르치게 했다.문법은 필요할 때마다 윤씨가 통역을 해서 가르쳤다.매일 2시간씩 매주 4차례 강의에 한 달 강의료는 300달러가 채 들지 않았다.베트남의 싼 물가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발음이 문제였다.발음 교정을 위해 마침 하이퐁 해양대 교수로 와 있던 87세의 미국인 노 교수를 매주 한 차례 집으로 모셔 한 시간씩 발음을 가르쳤다.어린이 영어성경을 읽어주면서 교리 공부까지 하는 방식이었다.윤씨는 “뭐든 말하기를 좋아하는 효섭이가 말도 안 되는 영어로 얘기하는 것을 참을성 있게 들어준 그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면서 “영어를 강요하기보다 흥미를 느끼도록 돕기만 했다.”고 했다. 홈스쿨링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았다.사교성이 떨어질까 걱정이었다.그는 남편과 잠시 헤어져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로 나가 유엔에서 운영하는 국제학교인 ‘유니스’에 효섭이를 편입시켰다.이번엔 집이 말썽이었다.시청 임대아파트가 너무 낡아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일어났다.그는 효섭이를 호치민에 있는 호주계 국제학교인 IGS로 전학시켰고,남편 회사의 도움으로 가족이 합칠 수 있었다.효섭이는 6학년때 학년 대표로 선출될 정도로 적응을 잘 해 나갔다. 윤씨의 노력과 효섭이의 탁월한 언어적 재능,그리고 뭐든 영어로 떠들기 좋아하는 성격 덕분에 효섭이의 영어실력은 갈수록 향상됐다.하노이 ‘유니스’에 편입하기 전 영어 실력을 평가받기 위해 치른 영어어학원(ESL) 테스트에서는 ‘ESL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4학년때였다. 효섭이의 언어적 재능을 알아차린 윤씨는 프랑스어도 가르치기로 했다.호치민에서 만나 사귄 이웃집 스위스계 여성을 선생님으로 모셨다.타고난 언어능력 덕분인지 효섭이는 불과 여섯달 만에 웬만한 회화가 가능할 수준에 올랐다.윤씨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5학년때 잠시 귀국,친정이 있는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청강생 자격으로 시험을 치르게 한 결과 전교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윤씨는 “친정 부모님께 잠시 아이를 맡기려고 했지만 학교측에서 ‘이렇게 뛰어난 아이를 우리 학교에서는 맡을 자신이 없다.엄마가 계속 가르치는 게 낫겠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외국대학에 미련 없다 6학년 2학기.효섭이는 5년여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서울 광진구 광장중에 입학한 효섭이는 윤씨의 철저한 홈스쿨링 덕에 학업 공백 없이 새로운 생활에 잘 적응했다.성적도 최상위권이었다.한국에서 과외는 받지 않았다.지난해 미 SAT시험을 치르기 위해 화학 개인과외를 1주일 정도 받은 것이 전부였다. 중3때인 어느 날,남편이 원서 한 장을 들고 퇴근했다.민족사관고를 보내자는 것이었다.효섭이는 인문계 특차에 응시했고,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이후 국제계열로 과를 바꿨지만 학교생활은 만족스럽지 못했다.결국 효섭이는 1년만인 지난해 2월 자퇴를 결심했다.윤씨는 “혼자 알아서 공부하는 효섭이와 학생들의 모든 생활을 규제하는 학교 분위기와 맞지 않았고,1년에 최소 1500만원 이상 드는 학비가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됐다.”고 털어놨다.효섭이는 이후 혼자 공부했고,미국 검정고시인 GED에 응시해 합격했다.미 수능시험에서는 SATⅠ 만점,SATⅡ 물리·화학·수학Ⅱ·작문에서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효섭이와 윤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장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달 16일부터 시작하는 워싱턴대 생의학 계열 여름캠프에 참가해야 하지만 아직 진학을 최종 결정하지 못한 탓이다.1년에 4만3000달러에 이르는 학비도 큰 부담이다.장학생으로 뽑혔지만 통지를 늦게 받아 장학금을 신청하지 못했다. “외국 대학에 보내지 못하더라도 후회는 없습니다.효섭이가 어떤 대학을 가서 어떤 일을 하든 제 스스로 잘 해낼 자신이 있으니까요.” 윤씨는 끝까지 효섭이를 믿고 있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사설] KAIST 첫 ‘노벨상 총장’에 거는 기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인 과학자 로버트 러플린 교수를 새 총장으로 선임하였다.‘이공계 위기론’이 온나라를 걱정에 휩싸이게 하고 있는 이때 그의 선임소식은 자못 큰 기대를 갖게 한다.사상 최초의 노벨상 수상 총장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모험과 도전,예술적 감성을 강조한다는 그의 독특한 연구·교육관이 우리 과학기술교육에 새로운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국책 과학기술 연구·교육기관인 KAIST는 지난 30여년간 우수한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로 국가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그러나 아직도 노벨상 수상자 한 명 못 내고 있는 세계적 수준과의 연구격차,IMF 사태이후 우수인력의 이공계 지원 기피로 인한 활력 감소 등으로 새로운 도약의 전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그런 만큼 러플린 교수의 영입은 연구·교육의 국제화,창의력 진작의 극대화,선진적 교육시스템 도입 등으로 KAIST가 ‘월드클래스 수준의 초일류 연구중심 이공계대학’으로 성장하는 데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러플린 교수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있지만 KAIST의 풍부한 인재풀을 활용할 경우 커다란 문제점은 되지 않으리라 본다.오히려 세계 초일류 수준의 전문가를 국적 불문하고 영입한 과감성은 다른 기관들에 새로운 전범이 되리라 보며 이를 계기로 대학 간의 일류 경쟁이 점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러플린 교수는 또한 대중과의 과학소통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대학의 사회적 기여 차원에서 한국 대중의 과학화 등 과학기술진흥에도 앞장서주기 바란다.˝
  • [‘생활고 허덕’대학 시간강사]전체 강의 절반담당 ‘교원아닌 교원’

    ‘낮은 소리’는 사회의 그늘진 곳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다수의 큰 목소리에 가려 외면받고 있는 소외층의 목소리를 드러내 보이려는 것입니다.방치할 경우 사회의 대형 갈등요인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을 미리 공론화함으로써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것입니다.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제보를 기다립니다.서울신문 편집국 사회교육부(02)2000-9173,www.seoul.co.kr 또는 www.kdaily.com으로 연락 주십시오. 서울의 한 대학에서 국문학(고전문학) 박사학위를 딴 최주영(38·가명)씨.최씨는 6년째 이 대학 저 대학을 전전하며 시간강사를 하고 있다. 이번 학기는 그나마 운좋게 서울과 경기도의 세 군데 학교에서 주당 15시간의 강의를 맡았다.시간당 강사료가 많은 곳은 3만 5000원,형편없는 곳은 1만 5000∼1만 6000원이다.이렇게 ‘보따리 장수’로 일해서 버는 돈은 한달 150만원 남짓. 그러나 이 정도 벌이로는 생활비는 고사하고,자동차 기름값 대기도 빠듯하다.그래서 불법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과외나 논술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자란 생활비를 메우고 있다. 강의에 하루종일 시달려 몸은 천근만근 물먹은 솜처럼 무겁지만,짭짤한 ‘수입’을 생각하면 과외나 논술 쪽을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문제는 이런 이중생활이 조만간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데 있다. ●피곤한 ‘시간강사’의 삶 시간강사들은 피곤하다.대부분 박사나 이에 버금가는 높은 학력을 지녔지만 당장 경제적으로 궁핍하다.대학강의로 돈을 벌기는 해도 고정적인 수입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당 20시간 넘게 강의해도 교통비로 수입의 약 3분의1을 날리다 보니 빚밖에 남지 않더라는 하소연을 하는 사람들도 허다하다.그래서 ‘집안에 돈이 없으면,아예 공부할 생각도 못한다.’는 말을 어느 때보다 절감하고 있다. 특히 방학 때가 되면 더 괴롭다.수업이 없으니까 수입도 없다.생활인으로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수입은 철저하게 수업시간과 비례해서만 지불된다.예컨대 연구를 위해 드는 시간,강의준비를 위해 드는 노력,시험출제를 위해 할애한 시간 등에 대한 임금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그저 시간당 1만 5000∼3만 5000원(그나마 높은 곳)으로 책정된 강사료가 수입의 전부다. 그래서 다른 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과외를 할 수 있다면 최상이다.그것도 안되면 택시운전,신문배달,우유배달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래봤자 앞날을 예측할 수 없으니까 장기적인 계획도 짜기 어렵다.이번 학기에는 어떻게 운좋게 강의를 맡았다 하더라도 다음 학기에 강의를 또 따낸다는 보장도 없다. 더구나 요즘에는 강사들끼리 경쟁도 치열해졌다.일종의 공급과잉 상태다. 더구나 생활 자체도 정규직 교수들과 비교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교원이 아니니까 국민연금,건강보험도 직장가입자로 인정이 안된다.연구실도 없고,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도 없다. 전공도 이미 잊은 지 오래다.대충 비슷한 전공이면 됐지,세부전공까지 따져가며 강의를 맡겠다는 ‘사치스러운’ 생각은 이미 버렸다.연구 프로젝트도 돈벌이가 되니까 전공에 상관없이 악착같이 맡으려고 기를 쓴다. 요즘에는 강의평가제라는 ‘복병’까지 등장했다.정규직 교수와 달리 시간강사에게는 더 엄격하다.학생들로부터 D이하의 낮은 평가를 받은 시간강사는 1년 동안 강의를 못 맡는다. 사실상 강사로서 그 학교에서는 끝났다는 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만 두고 딴 거 하지…” 이런 저런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최씨는 ‘차라리 그만 두고 다른 거나 해볼까.’하는 갈등을 많이 했다.아이가 커가는 요즘에는 더욱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게 재미있고,공부하는 게 천직이라고 생각했지만 ‘교수’가 되겠다는 희망만을 부여잡고 사는 게 ‘욕심’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전공이 전공인 만큼 책을 써서 인세로 생활하든가,연구직 등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만 있다면 언제든지 시간강사를 그만둘 각오다. 하지만 입맛에 맞는 자리가 쉽게 나올지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경영학박사로 5년째 시간강사를 하는 김미강(36·여·가명)씨도 사정은 비슷하다.“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기업의 연구소 등 웬만한 곳은 충분히 취직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강의는 일종의 경력 관리 차원에서 가능한 한 많이 맡아왔고요.” 하지만 그 역시 요즘은 불안하다. 경기가 안좋아서 기업쪽으로 진출하기도 어려워졌고,몇 군데 지방대학의 전임강사 공채에 신청했지만 번번이 떨어진 뒤에는 이렇게 평생 시간강사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자꾸 들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은 사기극” 시간강사들은 “교육당국과 대학 등이 만들어낸 제도적인 모순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분개한다. 일례로 대학강의의 절반 가까이를 시간강사들이 맡고 있는데,정작 이 시간강사들은 ‘교원’의 지위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선생도 아닌 사람이 대학생을 버젓이 가르치는 곳,그래서 ‘대학교육은 사기극’이라고 극단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한국비정규직교수 노동조합 변상출(영남대 독문과) 위원장은 “지금까지의 대학 교육은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돈을 받아온 비정규직 교수(시간강사)들의 일방적인 희생 위에 지탱되어 왔다.”면서 “대학에서부터 이런 모순을 없애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소한의 생활 보장해야” 노조는 전국에 시간강사들이 약 6만명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이들이 현실적으로 대학강의를 통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다 현실적인 개선책을 당국이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예컨대 형식적인 국립대 강의료 인상이라든가,강의전담 교수의 확대 등으로 ‘무늬만 교수’들을 늘리는 식의 미봉책으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정규직 교수의 10분의1에 불과한 시간강사의 처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대학교육의 질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별도의 재원을 따로 마련할 필요도 없이 현재 두뇌한국(BK)21 사업 등 대학에 지원되는 각종 국고지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재원을 시간강사들에게 효율적으로 돌리면 이들이 방학까지 포함해 월 250만∼300만원 정도의 수입은 보장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상대적으로 혜택이 크게 줄어드는 정규직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 시간강사 노조 연혁 한국비정규직교수 노동조합(www.kipu.or.kr·비정규교수노조)은 ‘전국대학강사 노동조합’의 바뀐 이름이다. 노조는 지난 88년 강사협의회로 출범,89년 노조로 전환한 뒤 94년에서야 합법노조로 인정을 받았다.지난 2002년 4월 대의원 대회에서 현재의 명칭으로 바꿨다. 노조에는 경북대,성공회대,성균관대,영남대,전남대,조선대가 분회로 가입해 있으며,19일 대구대 분회가 출범식을 갖는다. 조합원은 모두 1500여명이다.520여명이 가입하고 있는 영남대 분회가 최대 규모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영남대 분회는 지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연속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 [데스크 시각] 생명 지속적인 발전/황진선 문화부장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2기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경제정책의 방향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아마 지구가 존속하는 한,먼저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성장론자와 빈부격차 해소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분배론자의 입씨름은 계속될 것이다.그러나 지구촌의 발전 전략과 관련해 최근에 제시되는 대안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창비에서 3월 말에 낸 ‘21세기의 한반도 구상’은 그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필자 중 한 사람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새로운 사회발전의 패러다임’에서 세계화가 무작정 지속될 수는 없고, 현재가 ‘전 지구적 근대’의 마지막 단계일 수 있다는 가설을 내세운다.주요 근거는 생태계의 위기이다.그리고 개발에 무게를 두는 ‘지속 가능한 발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장기 전략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북돋는 일에 중심을 두면서 합당한 발전의 가능성을 찾는 ‘생명 지속적인 발전(life-sustaining development)’을 제시한다.그는 끊임없이 자본축적을 강제하는 경제성장은 자연환경을 파괴해 점점 더 인류가 생존하기 힘든 상태로 만든다고 본다.따라서 자본주의를 넘어 ‘생명’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세계적 석학 이즈쓰 도시히코(1914∼1993)도 ‘전 지구 사회화’ 과정이 인류의 행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그는 최근 국내에 번역된 저서 ‘의미의 깊이(意味の深みヘ)’에서 지구촌의 ‘단일화’는 세계의 생활방식,가치관 등 일체의 존재양식에 획일화·평균화를 가져오지만,인간 내면이 무기력한 단일성에 지배되면서 인간 소외를 일으킨다고 얘기한다.아울러 ‘전 지구 사회화’는 단일화와 정반대로 부조화,불일치,투쟁으로 돌진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이미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인간집단 사이에 정치적·경제적·종교적 갈등과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1979년 게이오대학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이 글은 요즘의 상황과 거의 일치한다.그 통찰력이 놀랍다.저자는 인간 소외와 집단간 대립을 극복하는 해결책을 ‘공시론적 통합’이라는 동양철학에서 찾는다.그는 지구 사회화를 위해서는 철학의 지구화가 첫 이정표라고 보았다. 스웨덴 출신의 여성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는 비슷한 이념과 논리들을 알기 쉽게 전해준다.1975년부터 인도의 오지인 라다크에서 16년 동안 살며 쓴 생생한 현장 보고서이자,인류 위기의 본질을 바로 보게 하는 현대의 고전이다.저자는 500여년 동안 정서적·심리적으로 안정과 평화를 누리며 살던 ‘오래된 미래’ 라다크가 서구식 개발에 휩싸이면서 그 생태계와 인간본성이 파괴되는 과정을 꼼꼼하게 살폈다.그리하여 수세기 동안 서구문화가 주도해온 직선적인 진보관과 과학기술의 패권적 지배에 근거한 산업문명이 본질적으로 폭력성과 파괴성을 내포하고 있으며,산업문화의 전 지구적 확산으로 인류의 대재앙이 임박했다고 결론짓는다.라다크사람들이 그동안 삶의 한방식으로 수용해온 티베트 불교의 연기(緣起)론이 ‘공시론적 통합’과 일맥상통하는 것은 흥미롭다. 물론,갈수록 빨라지는 삶의 속도와 익명성,경쟁,부(富)에 대한 욕구 등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감염된 인류에게 이런 얘기들이 설득력있게 들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또 백낙청 교수의 말대로 중·단기적으로는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길을 찾는 작업도 계속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 지구적 근대’와 생태계의 종말이 가깝다는 가설을 근거 없다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그것이 바로 ‘생명 지속적인 발전’이 우리의 담론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황진선 문화부장 js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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