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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 바뀌어도 취업은 힘들어…나와 상관없는 정치엔 무관심

    정권 바뀌어도 취업은 힘들어…나와 상관없는 정치엔 무관심

    “정치? 관심 없어요. 경제라면 모를까”, “대통령까지 끌어내렸는데 왜 우리 일상은 달라지지 않죠?” 1990년대생에게는 특별한 정치 경험이 있다.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은 2012년 대선 때 처음으로 대통령을 직접 뽑게 됐다. 그런데 자신들이 참여한 첫 대선에서 승리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하는 것을 지켜봤다. 단순히 지켜만 본 게 아니라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앞장섰다. 2016년 말 불거진 국정농단 사건에 기름을 부은 것은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대학 특혜 입학 의혹이었다. 치열한 입시 경쟁에 시달렸던 많은 90년대생은 광장에서 분노를 토해냈다. 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이들은 촛불 혁명이 가져온 2017년 ‘벚꽃 대선’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을 뽑았다. 대통령 탄핵과 촛불 정부 수립에 앞장섰던 90년대생이지만, 예전의 20대처럼 정치에는 냉소적이다. 열망이 컸던 만큼 실망도 커서 그런지 이들의 냉소는 앞선 세대보다 오히려 더 깊다. 서울신문과 칸타코리아가 지난 14~15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30.6%가 ‘지지 정당이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90년대생(153명)의 48.2%가 지지 정당이 없다고 밝혀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90년대생의 3.9%는 ‘모르겠다’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내일이 대통령 선거라면 누구를 뽑겠느냐’는 질문에도 20대의 42.7%는 ‘지지 후보가 없다’고 했고, ‘모르겠다’ 또는 무응답은 11.1%였다. 절반 이상이 별 관심이 없는 셈이다. 90년대생의 정치 냉소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90년대생들은 대체로 ‘나’를 중심에 두고 “정치가 내 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가”를 따져 나에게 큰 영향이 없으면 관심을 끊는 경향을 보였다. 취업준비생 황모(24)씨는 “정책이나 정치가 나에게 아무런 이득을 가져다주지 않거나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 굳이 내가 끼어들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면서 “정작 나는 당장 취업이 안 돼 이렇게 힘든데, 정치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회사원 정병국(28)씨는 “정치보다는 경제에 관심이 많다”면서 “대통령이 대북정책은 잘하고 있는 것 같지만, 경제가 어려운데 너무 북한과 외교에만 신경 쓰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제 정치에 관심을 가져볼까 생각 중인 김학인(26)씨는 그 이유로 “정치를 좀 알아야 똑똑해 보이는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고강섭(37)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90년대생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기보다 정치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라면서 “취업 경쟁에 내몰리고 취업 후에도 실적 경쟁으로 사회·경제적으로 착취당하느라 정치에 관심을 두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 연구원은 “자신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에는 20대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폭발력도크다.”고 덧붙였다. 촛불집회를 통한 ‘광장의 정치’를 경험했기 때문에 정치의 효능에도 민감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투 운동’을 계기로 20대 여성들이 주축이 돼 혜화역 집회를 계속 이어 온 것이나 이에 대한 반발로 20대 남성들이 맞불집회를 벌인 것은 20대의 정치적 폭발력을 증명하는 사례다. 90년대생 남성들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유난히 문재인 대통령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것도 현 정부의 정책이 자신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칸타코리아 여론조사에서 90년대생 남성 가운데 51%가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40.4%에 그쳤다. 20대의 부정적인 비율은 60대(57%)와 맞먹는 수준이다. 반면 90년대생 여성들은 55.6%가 ‘잘하고 있다’고 했고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30.7%였다.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을 뽑은 최모(26)씨는 “정부의 대북 정책과 성평등 정책이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다”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공정과 기회의 평등을 기대하며 문 대통령에게 열광한 90년대생 남성들이 ‘미투 운동’ 이후 정부 정책이 여성 쪽으로 쏠려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게임 강제 셧다운처럼 정부 규제도 자신들에게 직접 가해지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90년대생들이 자유한국당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황규환(38) 한국당 청년부대변인은 “정권이 바뀐 뒤 오히려 대학생위원회 참여율이 높아졌고 90년대생 당협위원장도 4명으로 늘었다”면서 “당에서 활동하는 90년대생들이 이전 세대보다 더 강한 보수성향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황 부대변인은 또 “탄핵을 경험한 이후 20대들의 정치적 성향이 더 극단화되고 다른 가치관을 지닌 이들을 경멸하는 현상이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90년대생의 정치 냉소와 극단화 경향은 결국 기성 정치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치에서도 공정함을 중시하고 과정을 인정받고 싶은 90년대생의 욕구를 정치권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용기(28) 더불어민주당 대학생위원장은 “부모세대로부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교육받은 90년대생은 어느 세대보다 개인주의가 강하다”면서 “개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당장은 말이 안 되는 소리여도 기성 정치가 들어줘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국당 황 부대변인도 “어려운 취업 탓에 90년대생이 정당 활동을 할 여유가 없다는 게 청년 정치 위기의 주된 원인”이라면서 “좋은 인재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현실적 여건을 마련해야 하고, 나라 발전과 같은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사소하지만 직접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정책으로 ‘꼰대 국회’를 탈피해야 90년대생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인(34) 경기 성남시의원은 “청년들이 정치가 어렵고 문턱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성세대들이 90년대생의 새로운 시각에 접근하지 못한 채 관성의 벽을 높게 쌓았기 때문”이라면서 “말로만 정치가 젊어져야 한다고 하지 말고 청년들의 낯선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강섭 연구원도 “기성 정치는 아직도 청년을 선거의 거수기나 서포터스 수준으로 여긴다”면서 “청년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정책들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월수금 회식 NO! 지정 좌석 NO! ‘요즘 애들’ 업무 몰입도를 높여라

    월수금 회식 NO! 지정 좌석 NO! ‘요즘 애들’ 업무 몰입도를 높여라

    # CJ그룹의 신입사원 합숙교육에서는 필수 코스였던 행군과 아침 구보가 사라졌다. 이 같은 단체교육이 요즘 20대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저녁 시간에도 이어지던 교육을 없애고 자유 시간을 즐기도록 해 신입사원들은 탁구나 배드민턴, 보드게임 등으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 LG화학이 지난해 9월 진행한 임원 워크숍에서는 신입사원 6명이 ‘밀레니얼 세대’를 설명하는 과외 선생님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자기중심적이다’ ‘정신력이 약하다’ 등 기성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요즘 애들’에 대한 편견을 지적하며 “일방적 지시가 아닌 존중과 배려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90년대생이 속속 입성하고 있는 기업들은 ‘요즘 애들’을 끌어안을 방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상명하복과 집단주의, 근면함이라는 가치를 딛고 성장해 온 우리나라의 기업은 그 어느 세대보다도 ‘나’를 중시하는 90년대생들이 역량을 쏟아내기 어려운 환경을 갖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국내 상장사 직장인 4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급이 낮아질수록 직장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이었다. 자신이 일하는 직장의 ‘업무 합리성’에 대해 임원은 69.6%가 긍정적으로 응답한 반면 말단 사원들은 32.8%만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사원들은 자율성(28.6%), 동기부여(20.6%)에 대해서도 전 직급에 걸쳐 가장 낮은 긍정 응답률을 보였다. 회식으로 단합을 다지고 한밤중 업무지시도 감내하던 관행은 90년대생들의 등장과 ‘주 52시간 근무제’와 맞물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LG유플러스에는 지난해 1월 ‘월수금 회식 금지령’이 내려졌다. 법인카드는 노래방에서 결제 자체가 되지 않는다. 칸막이 너머로 직원이 상사의 눈치를 살피던 사무실 풍경도 머지않아 옛말이 될 듯하다.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은 지난 4월 ‘공유오피스’를 마련해 계열사 직원들이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일하도록 했다. 서서 일하는 좌석, 라운지, 계단 등 직원들이 각자 편한 곳에 자리잡고 일하면서 업무 몰입도가 높아졌다는 게 SK의 설명이다.젊은 사원들의 ‘워라밸’을 회사가 책임지기도 한다. GS샵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자기계발 모임을 지원하는 ‘뭉클’ 시스템을 운영한다. 직원 5명 이상이 모여 배우고 싶은 주제를 정하면 사내에서 강의를 받을 수 있도록 회사가 비용 등을 지원한다. 가구 만들기, 레고 만들기, 수채화 그리기 등 지금까지 60여개 강좌가 열려 400여명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20대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려면 무엇보다 ‘이 일을 왜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해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파편적으로 던지는 업무 지시는 20대들을 스스로 조직의 부품으로 여기게 한다는 것이다. 황미정 대한상공회의소 기업문화팀 과장은 “기업의 리더들은 ‘요즘 애들은 일을 알아서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갖지만 20대 사원들은 ‘뚜렷한 방향 없이 알아서 해오라고 한다’고 불평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신입을 비롯한 젊은 사원들에게 기업의 ‘큰 그림’을 그리도록 힘을 실어 주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신입사원을 ‘주니어 탤런트’로 부르고 있다. 신입사원들의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마음껏 발휘하도록 뒷받침한다는 취지다. ‘주니어 탤런트’들은 교육 과정에서부터 현장에 투입돼 새내기들의 시각으로 현업의 고민을 해결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프로젝트형 교육’을 받는다. 신입사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으로 빛을 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혈액 수급 위기를 해결한다”는 아이디어를 낸 신입사원 세 명이 사내 벤처를 설립하고 대한적십자사와 협업해 헌혈 관리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했다. 헌혈에 참여한 사람이 콜레스테롤과 간 수치 등 혈액검사 결과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관리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꾸준한 헌혈을 유도하는 플랫폼이다.‘청년 중역회의’라는 뜻의 ‘주니어보드(board)’ 제도도 확산되고 있다. KT는 2001년부터 젊은 사원들로 구성된 아이디어뱅크 ‘블루보드’를 운영하고 있다. KT와 28개 그룹사의 ‘10년차 이하·39세 이하’ 직원들이 뭉친 블루보드는 2030세대 직원들과 경영진 사이에서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한편 일하는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향도 제안한다. ‘5G’(5세대 이동통신) 등 역점 사업의 성공 아이디어도 이들이 제시한다. 경영진이 ‘요즘 애들’을 이해하도록 돕는 제도도 주목받고 있다. CJ CGV의 ‘리버스 멘토링’ 제도는 사원들을 멘토로, 경영진을 멘티로 하는 역발상의 멘토링이다. 사원 2~3명과 경영진 1명이 한 팀이 돼 4개월 동안 활동하며 사원들이 경영진에게 젊은 세대의 생활 양식과 최신 트렌드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하반기에 국내 기업 30곳을 대상으로 ‘한국 기업의 세대 갈등과 조직 몰입도 진단 사업’을 진행한다. 기업 내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와 세대 갈등, 젊은 사원들이 느끼는 업무 몰입도 등을 분석하고 기업이 세대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사업이다. 황미정 과장은 “개인주의의 가치가 확산된 사회에서 자라온 20대들은 집단주의의 논리가 견고한 조직에 들어와 괴리감을 느끼기 쉽다”면서 “이들의 행동 양식과 사고방식이 합리적이라면 조직도 유연하게 대응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학원수 늘리기보다 실행 가능한 나만의 계획부터 세워 보세요

    학원수 늘리기보다 실행 가능한 나만의 계획부터 세워 보세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윤모(43·여)씨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일주일에 세 번 수업을 하는 영어학원 특강에 아들을 등록시켰다. 학기 중 다니던 수학과 태권도 학원도 쉬지 않고 보낼 계획이다. 연산 문제집 풀기와 책 읽고 독서록 쓰기도 매일 체크하려고 한다. 윤씨는 “방학 동안 마음껏 놀게 하고 싶지만 맞벌이를 하고 있어 학원에라도 보내야 한다”면서 “숙제를 매일 내주지 않으면 집에 혼자 있는 동안 TV만 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여름방학, 충전의 시간 vs 보충의 시간 지난 19일을 전후로 전국의 초등학교가 방학에 접어들면서 부모들은 긴 시간을 어떻게 채워 넣을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학기 중 부족했던 과목의 보충과 선행학습, 책읽기, 운동에서부터 체험학습과 가족여행 등 수많은 퍼즐 조각들을 이리저리 배치하며 고민하게 마련이다. 25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온라인 상담소 ‘노워리 상담넷’에 따르면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문의하는 것은 방학 중 학습 보충 방법이다. 윤다옥(한성여중 상담교사) 노워리 상담넷 소장은 “‘학원 뺑뺑이’에 지친 초등학생들은 방학을 충전의 시간으로 생각하지만, 부모들은 반대로 자녀의 부족한 학습을 보충할 시간으로 여긴다”면서 “방학으로 생겨난 시간의 여유가 학원으로 채워져 아이들이 지쳐버리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름방학을 학기 중 하기 어려운 체험이나 경험을 통해 초등학생들이 한 단계 성장할 기회로 삼을 것을 강조한다. 평소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독서 습관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학습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면 2학기 수업에 적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초등 스마트러닝 기업인 아이스크림에듀의 최형순 초등학습연구소장은 “방학 동안 학습 습관을 잃어버린 아이들은 2학기가 시작되면 새 학년을 맞이하는 것과 같은 스트레스를 겪는다”면서 “방학 동안 적은 양이라도 꾸준히 학습을 해 학습 공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알찬 방학을 보내기 위한 첫 단추인 방학 계획은 자녀와 부모가 함께 세우도록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연산 문제집 풀기’, ‘한자 급수시험 준비하기’ 같은 목표를 먼저 세우고 자녀가 따라오기를 바란다. 윤 소장은 “방학 계획을 스스로 세우고 실천하는 것에서부터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기를 수 있다”면서 “자녀가 방학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스스로 말하게 하고 2~3일 동안 할 것, 이번 주에 할 것 등으로 목록을 구체화하도록 도와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먼저 자녀에게 이번 방학 동안에 이룰 ‘나만의 목표’를 세우도록 해 보자. 지난 학기 복습, 체험, 운동, 악기, 여행 등 큰 목표를 먼저 세우고 그에 맞는 세부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다만 자녀 혼자 목표를 세울 경우 실천할 수 없는 계획을 세우기도 하기 때문에 부모가 적절히 개입할 필요가 있다. 이장선 천재교육 초등수학팀장은 “초등학교 시기에 잘 길들여 놓은 공부 습관은 평생 자리잡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실천 가능성과 구체성을 고려해 계획을 짜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등학생들이 생활계획표를 짤 때는 ‘1시간 공부하기’, ‘30분 책 읽기’ 등 구체적이지 못한 내용을 넣는 경우가 흔하다. 그보다는 ‘A 수학 문제집 20문제 풀기’처럼 미리 학습할 과목과 해당 문제집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면 실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꼼꼼하게 세운 계획도 생활 리듬이 한 번 흐트러지면 유야무야되기 쉽다. 지난 15일 아이스크림에듀가 7~13세 어린이 60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2421명·39.9%)은 “방학 계획을 잘 지키지 못하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인터넷·게임 등에 시간을 뺏겨서”(524명·21.6%)였으며 “계획한 것이 많아 정해진 시간 안에 할 수 없어서”(424명·17.5%),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더 많아서”(328명·13.6%)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때문에 스마트폰과 TV시청 등은 부모와 자녀 간에 사용 규칙을 세워야 한다. 자녀가 소화하기 힘든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 계획에 없던 학습을 시키는 것도 금물이다. ●학년 올라갈수록 독서 시간 부족해 독서와 체험 학습은 학기보다 자유 시간이 많은 방학 시기에 하기 좋은 활동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녀가 책을 읽을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방학 때 독서 습관을 잡아 두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도서관에서는 여름방학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책과 연결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 책을 깊이 있게 읽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자녀의 호기심을 충족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활동도 중요하다. 박물관과 전시관, 캠프, 봉사활동 등 방학 동안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활동은 무궁무진하다. 전문가들은 독서와 체험 활동 등을 기록으로 남길 것을 강조한다. 이 팀장은 “체험한 내용과 읽었던 책에 대한 소감을 직접 글로 표현하면 개념 이해와 논리력, 문장력이 필요한 서술형 문제에 대비할 수 있다”면서 “신문,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며 지식을 쌓고 기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체험 활동을 다녀온 뒤에는 경험에만 그치지 말고 체험 보고서를 만들어 두면 좋다”면서 “사진과 안내문을 활용하고 아이의 생각과 소감을 기록한 체험 보고서는 이후 체험 활동과 관련된 공부를 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교육청에서는 도서관과 제2서울창의예술교육센터 등 산하기관을 통해 방학 동안 초등학생과 학부모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래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는 독서 토론을 비롯해 독서 논술, 코딩 교실, 문화 공연, 서울 곳곳을 누비는 역사 투어 등 독서 습관을 기르고 예술적·지적 소양까지 채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에서는 초등학생들의 독서 토론 프로그램인 ‘북세통 독서디베이트교실’(8월 5~8일)과 도서관 선정도서 20권을 함께 읽으며 독서력을 키우는 ‘도서관에서 여름나기’(7월 25일~8월 31일)를 진행한다. 컴퓨터 없이 강의와 실습 중심으로 코딩의 기초 원리를 학습하는 ‘어서와, 컴퓨터 없는 코딩은 처음이지?’(양천도서관), 책놀이와 북아트·보드게임 등 10개 강좌를 무료 수강할 수 있는 ‘노원 여름희망 놀이터’(노원평생학습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를 고민하는 ‘여름 독서교실’(영등포평생학습관) 등의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서울 시민이라면 평생학습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에서 신청하거나 해당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코딩·독서교육·AI 등 프로그램 다양 성동구에 위치한 제2서울창의예술교육센터에서는 예술과 기술의 융·복합을 주제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한여름, 예술가의 실험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구글 인공지능(AI)과 함께 나만의 멜로디를 작곡하고 노래를 발표하는 ‘인공지능 멜로디’, 전기회로를 이용해 손가락이 맞닿으면 여러 가지 빛이 나는 발광다이오드(LED) 장갑을 만드는 ‘슈퍼히어로 LED 글로브’, 드로잉 로봇을 직접 만들어 작품을 제작하는 ‘비주얼 드로잉 로봇’ 등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두 손 놓고 한눈판다, 2025년 교통 혁명

    두 손 놓고 한눈판다, 2025년 교통 혁명

    스마트폰의 원조인 미국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보급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초창기 휴대전화에 인터넷 통신이 결합된 단말기, 즉 ‘손안의 작은 컴퓨터’였던 스마트폰은 10년 만에 ‘만능 스마트 기기’로 진화했다. 게임기, 카메라, 캠코더, 웹하드, 각종 악기, 내비게이션, 신용카드, 자동차 키의 역할까지 하는 건 이미 예삿일이 됐다. 그런 스마트폰이 이제는 사회의 산업과 경제를 변화시키고 우리 삶의 방식까지 송두리째 바꿔 놓으려 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의 핵심 축은 ‘모빌리티’(mobility·이동성)다. 스마트폰의 앱 하나로 자동차를 움직이고, 물건을 배달하고, 언제 어디서든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시대, 이른바 ‘모바일포테이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미래 스마트 모빌리티의 대표 주자는 ‘자율주행차’다. 운전자가 운전대, 가속 페달, 브레이크를 제어하지 않아도 입력한 목적지까지 알아서 이동하는 자동차를 뜻한다. 차량에 탑재된 5G(5세대) 이동통신 단말기가 차량과 차선, 도로 주변 시설물과 연결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기 때문에 ‘커넥티드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자율주행차의 3대 핵심 기술은 카메라와 레이더 등 각종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인지 기술’, 차량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측위 기술’, 인지·측정된 정보로 주행 상황을 판단하고 핸들과 브레이크를 움직이는 ‘제어 기술’로 나뉜다. 이 기술이 완벽하게 구현돼 하나로 합쳐지면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움직이는 자동차가 탄생하게 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RM은 커넥티드카 시장 규모가 2025년 245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까지 고속도로와 스마트 도로 내에서, 2030년까지 일반도로를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1일 러시아 최대 포털업체인 얀덱스와 손잡고 개발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로보택시’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로보택시는 올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시범 주행에 나선다. 내년부터는 러시아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최근 ‘자율 주행’ 기능이 탑재된 자동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키 버튼을 누르면 자동차가 앞뒤로 7m까지 움직이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RSPA) 기능이 가장 눈길을 끈다. 좁은 주차 공간에 주차할 때 유용한 기능으로 신형 쏘나타에 최초로 적용됐다. BMW 7시리즈에 탑재된 ‘후진 어시스턴트’도 일종의 자율주행 기능이라 볼 수 있다. 막다른 골목이나 주차장에 들어갔을 때 버튼을 누르면 운전대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최대 50m까지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는 기능이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충돌 직전 자동으로 멈추는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 고속 주행 시 앞차와 멀어지면 자동으로 가속 페달을 밟아 속도를 높이고 가까워지면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는 ‘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HDA),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 설정된 속도로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달리는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 운전대를 자동으로 움직여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차선유지보조’(LFA) 혹은 ‘차선이탈방지보조’(LKA) 시스템은 새로 출시되는 많은 차량에 이미 장착됐다. 하지만 이런 기능들은 아직은 운전을 보조하는 역할만 할 뿐 운전은 여전히 운전자의 몫이다. 미국자동차기술학회(SAE)는 자율주행차의 발달 수준을 0에서 5까지 총 6단계로 분류한다. 레벨0은 사람이 자동차 운행의 모든 과정을 제어하는 단계다. 레벨1은 자동긴급제동, 차선유지보조, 차선이탈경보 기능 가운데 한두 가지만 작동하는 단계이고, 레벨2는 운전은 운전자가 하지만, 두 가지 이상의 자율주행 기능이 작동해 부분적인 자동화를 이룬 단계다. 현재 국내외에서 출시되는 신차 대부분 레벨1~2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레벨3은 자동차 스스로 차선 변경과 추월 등을 할 수 있는 단계다. 운전 주체가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레벨2와의 격차가 상당하다. 운전자는 운전석에 앉되 전방을 주시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의 테슬라와 독일의 아우디 등 일부 자동차 업체가 레벨3 수준의 차량을 내놓긴 했지만 아직 5G 통신 인프라와 관련법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레벨4~5는 사실상 완전 자율주행 단계다. 레벨4는 비상시 운전자가 개입하는 단계, 레벨5는 아예 운전대가 없는 무인자동차 단계로 보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자동차 선진국이 확보한 자율주행 기술력은 대부분 레벨4 수준에 도달했다. 레벨4의 상용화는 2025년쯤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는 5G 네트워크 구축이 핵심이기 때문에 KT와 협력관계를 구축했고, 올해 안에 차량과 사물 간 통신(CV2X)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면서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활보하는 데 앞으로 10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도입이 사회적 갈등을 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차량 운전자가 필요 없어지므로 택시·버스·화물차 등 운수업 종사자는 대거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발레 파킹 요원, 대리운전 기사와 같은 일거리도 없어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보험 관련 업종 역시 더는 필요없게 된다.아울러 자율주행 시대에 대중교통은 24시간 가동될 수 있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개인이 차량을 보유할 필요성이 점점 떨어지게 돼 자동차산업이 타격을 입게 된다. 또 자율주행차는 대부분 전기차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정유·석유화학 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자율주행차와 미래의 도시관광업’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소개하며 “자율주행차 안에서 성매매나 마약 복용과 같은 불법 행위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를 일으켰을 때 책임 소재 논란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탑승자, 인공지능(AI), 자동차 제조사, 통신사,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누구에게 사고의 책임을 물을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용어 클릭 모바일포테이션(Mobileportation) 휴대전화와 이동성을 뜻하는 ‘모바일’(mobile)과 운송, 교통을 뜻하는 ‘트랜스포테이션’(transportation)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운송과 이동이 자유로워진 것을 의미.
  • 휘청이는 한국 반도체… 일본이 때리고 미국이 웃는다?

    휘청이는 한국 반도체… 일본이 때리고 미국이 웃는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감광재),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기존 포괄수출허가를 개별수출허가로 전환한 것이다. 일본은 이어 안보 우방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 체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앞선 얘기”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현재로선 ‘시계 제로’에 가깝다.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파는 얼마인지, 규제 이면에 깔린 숨은 의도는 무엇인지 등을 짚어 봤다.●규제 대상·수위·기간에 따라 충격파 달라져 반도체는 한국 경제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1%, 수출 성장 기여율은 92%다. 그만큼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높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반도체 산업은 물론 경제 전체에 충격파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가장 먼저 불을 지핀 곳은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0일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 세미나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로 반도체 핵심 소재 공급이 30% 부족할 경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2.2%, 소재 부족이 45%로 확대되면 GDP는 4.2~5.4%가 각각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틀 뒤인 지난 12일 현안 토론회에서 한경연의 분석이 ‘무리한 가정’에 근거한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서진교 KIEP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반도체와 LCD 패널 연간 수출액을 합치면 1000억 달러 정도”라면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수출의 절반인 500억 달러가 줄었다고 하고, 전후방 산업에 영향을 미쳐서 1000억 달러 손실이 났다고 가정하자. 지난해 우리나라 GDP가 1조 5000억 달러인데 1000억 달러 손실은 대략 0.5~0.6%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도 지난 14일 “반도체 공급 차질로 인한 영향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 생산이 10% 줄어들 경우 한국 GDP는 0.4%, 경상수지는 100억 달러(약 11조원)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본의 수출 규제가 가전 등 비반도체 부문과 자동차·화학 등의 분야로 확산한다면 경상수지 감소 폭은 135억 달러로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출 규제의 대상과 수위 못지않게 기간도 중요한 변수다. KB증권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국의 수출 물량이 10% 감소한다고 가정했을 때 수출 규제가 3분기까지만 이뤄지면 경제성장률이 0.19% 포인트, 3~4분기에 지속되면 0.37% 포인트, 내년 말까지 유지되면 0.74% 포인트 각각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재철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한일 양국 간 신뢰 관계가 상당히 훼손됐다는 점, 한일 양국의 정치 일정,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 기조 등을 고려할 때 한일 무역 갈등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 주도권 경쟁 속셈? 수출 규제의 원인을 놓고 일본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를 내세우고, 국내에서는 한일 역사 갈등에 대한 경제 보복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안보상의 이유나 역사 문제가 해소되면 무역 갈등이 사라질까.일본 정부가 규제 대상에 올린 극자외선(EUV) 레지스트를 보면 속단하기 어렵다. EUV 레지스트는 우리 정부가 지난 4월 30일 야심 차게 비전과 전략을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와 연관이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중심의 편중 구조다. 메모리 반도체가 정보 저장을 담당한다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정보 처리에 사용된다. 지금까지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성장세가 메모리 반도체의 전성시대를 만들어냈다면 자율주행차와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폭발적인 수요를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계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 ‘시스템 반도체 2010’, 2011년 ‘시스템 반도체 2015’ 계획이 각각 추진되기도 했다.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근본 체질을 바꾸지는 못했다. 지금도 비메모리 반도체의 세계 시장 규모가 메모리보다 2배가량 큰 상황에서 이번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전략은 반도체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자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더욱이 반도체 분야는 일반적으로 대규모 시설 투자가 전제돼야 하는 ‘머니게임’이자 경쟁 기업이나 국가보다 앞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속도 전쟁’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지난 4월 EUV 공정으로 생산한 7나노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에 돌입했다. EUV 레지스트 수출 규제는 결국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볼모로 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의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계획이 외부에선 ‘약자의 몸부림’이 아닌 ‘강자의 포효’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고, 조만간 꽃망울을 터뜨릴 것으로 예상되는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한 정치 보복 차원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또는 차세대 산업을 둘러싼 갈등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전략적 규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재 대신 침묵하는 미국, 차도지계?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미국의 역할론에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나 개입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그 이유를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에서 살펴볼 필요도 있다. 2017년 기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58%,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미국이 70%로 절대 강자다. 또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게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용 CPU인 AP다. 이 중 CPU 분야는 미국 기업인 인텔과 AMD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라 다른 기업이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 AP 분야는 퀄컴(미국), 미디어텍(대만), 애플(미국), 삼성전자(한국) 등의 순이다. 또 비메모리 분야는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와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로 분업 구조를 갖는 게 특징인데, 현재 세계 1위는 각각 퀄컴과 TSMC(대만)다. 하지만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AP 설계 기술은 퀄컴 수준을 따라잡았고 공정 기술에서는 AP 파운드리 3사(TSMC·글로벌파운드리·삼성) 중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한국을 비롯해 기술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부품·소재를 내다 파는 처지에서 재도약을 꿈꾸는 일본, 강력한 정부 지원을 토대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중국, TSMC라는 글로벌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대만 등의 각축장인 셈이다. 1984년 촉발돼 1996년까지 13년 동안 지속된 미일 반도체 분쟁 사례도 있다. 핵심은 급성장하는 일본 반도체 산업에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건 것이다. 이 과정에서 1987년만 해도 반도체 시장 점유율에서 10위였던 인텔이 1992년부터는 1위로 도약했다. 반대로 NEC와 도시바, 히타치 등 수년간 1~3위를 점유했던 일본 기업들은 속절없이 무너져내렸고, 지금은 존재감마저 지워졌다. 미중 무역분쟁 역시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천문학적인 무역적자(2017년 기준 3750억 달러)가 깔려 있고, 본질적으로는 중국의 급성장에 대한 견제가 자리하고 있다. 김학주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단순히 감정적이라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일본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반도체 주도권을 삼성전자에서 미국의 마이크론으로 옮기려는 전략적 계획이 숨어 있다면 우리에게는 심각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shjang@seoul.co.kr
  • 넥슨, 전시·체험으로 즐기는 국내 온라인게임의 역사

    넥슨, 전시·체험으로 즐기는 국내 온라인게임의 역사

    국내 최초 온라인 게임 ‘단군의 땅’ 25주년을 기념해 넥슨재단이 18일 국내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돌아보고 색다른 시각으로 게임을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전시회를 개막한다. 넥슨 컴퍼니의 사회공헌재단인 넥슨재단은 오는 9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온라인게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형상화한 전시회 ‘게임을 게임하다/invite you_’를 개최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 주고, 게임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전시다. 전시에서는 온라인게임의 핵심 특성인 ‘참여’와 ‘성장’을 체험할 수 있다. 관람객은 각각 다른 플레이를 통해 쌓여 가는 데이터를 확인하고 해석할 수 있다. 온라인게임의 채팅창 명령어로 사용하는 슬래시(/)를 차용한 전시명은 지금까지 온라인 게임을 즐겼거나 즐기고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을 소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시 기획 전반은 컴퓨터와 게임문화의 역사를 전시하는 넥슨컴퓨터박물관이 맡았다. 2013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보는 전시에서 탈피, 관람객이 참여하며 소통·교감하는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또 넥슨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연구조직 인텔리전스랩스도 전시 기획에 함께 참여해 게임 속 다양한 기술 콘텐츠를 예술적 문맥으로 시각화해 온라인게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LG, 올레드TV·로봇·5G…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 무기로 수익성 높인다

    LG, 올레드TV·로봇·5G…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 무기로 수익성 높인다

    LG는 하반기에도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 등 주력 사업군을 중심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대하고 자동차부품, 인공지능(AI), 로봇 차세대 디스플레이, 5G(5세대 이동통신) 등 성장엔진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올레드TV와 프리미엄 가전 등 고부가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수익성을 제고하고 자동차부품, AI, 로봇 등 성장 사업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앞세워 성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독자 개발한 ‘2세대 인공지능 알파9’ 프로세서를 적용한 올레드TV를 확대하고, 8K 올레드TV 등 초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여 글로벌 TV 시장을 지속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세이프가드 발동 등으로 관세 장벽이 높아진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테네시주에 세탁기 공장을 건설해 지난해 12월 초 가동에 들어갔고, 가전의 메카인 창원 공장을 스마트공장으로 조성하기 위해 2023년 완공 목표로 총 60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 하반기 대형 OLED 시장을 확대하고 중소형 P-OLED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차별화된 상업용·자동차용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대형 OLED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한국을 제외한 다른 업체들이 양산단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OLED로 중국과 같은 후발주자들과의 기술 격차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 월 6만장(유리원판 투입 기준) 규모 8.5세대 광저우 OLED 공장을 본격 가동한다. 이 공장이 가동되면 월 7만장 규모의 생산량을 월 13만장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LG이노텍은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광학솔루션, 차량전장, 기판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소재부품 시장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5G 및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패러다임 변화를 새로운 사업기회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광학솔루션사업은 카메라모듈 및 3D센싱모듈로 글로벌 일등 지위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자동차, AR·VR(증강·가상현실),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적용 영역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 등 기존사업에서 역량 강화 및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선제적인 연구개발(R&D)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사업 경쟁력을 지속 강화한다. 특히 석유화학 분야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여 폴리올레핀, 고기능 ABS, 차세대 고흡수성 수지, 친환경 합성고무 등 고부가 제품의 매출을 늘려 갈 예정이다. 자동차전지 사업에서 3세대 전기차(500㎞ 이상) 중심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적극 공략, 확실한 1위를 수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 3월 말 기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액은 110조원을 돌파했다. LG유플러스는 5G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 서울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광역시와 85개시 지역 중심으로 연내 8만개 기지국을 촘촘히 구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LG유플러스는 구글을 비롯해 VR제작업체 벤타VR, 글로벌 VR영상 제작자인 미국 어메이즈VR, 360도 입체 영상촬영 기술을 보유한 미국 8i, 5G게임 특화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핀란드 해치 엔터테인먼트와 북미와 서유럽 등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엔비디아 등과 5G 협력 체계를 이루고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게임을 예술로’… 온라인게임을 재해석한다

    ‘게임을 예술로’… 온라인게임을 재해석한다

    욕설 탐지·제거 과정 빛으로 구현 ‘눈길’ 아트선재센터서 9월 1일까지 무료 진행단군의 땅, 쥬라기공원으로 태동한 대한민국 온라인게임의 25주년을 맞이해 넥슨이 넥슨재단 주최로 18일 기획 전시 ‘게임을 게임하다/invite you_’를 개막한다. 9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무료 체험형 전시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전시를 총괄 기획한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장은 17일 개막 전 간담회에서 “온라인게임은 현대사회의 가장 진보된 커뮤니케이션 방법 중 하나”라면서 “문화예술 콘텐츠로서의 온라인게임에 대해 다양하고 성숙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실제 유저에게는 몇 년 동안의 추억을 소환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하지 않는 이에게는 게임의 다양한 면모를 탐색하는 방식으로 전시가 구성됐다. 유저는 전시장 곳곳 체크포인트에 ID밴드를 대면 자신의 게임 성향에 맞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 안쪽으로 11개 작품을 관람하며 가상공간 속 온라인게임을 체험한 뒤 전시장 안에서 출구를 향하며 설치된 9개 작품을 통해 온라인게임을 해석해 보는 동선으로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등을 모티브 삼은 전시물과 온라인게임의 25년사를 기록한 연대기와 실물 잡지 등이 전시물이 됐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연구하는 넥슨 인텔리전스랩스는 이번 전시에서 유저 데이터 분석, 욕설 탐지, 시선 추적 등의 기술을 예술적으로 녹여 냈다. 이 가운데 욕설 탐지 프로그램 ‘초코’는 인간의 대화 방식을 학습해 이미지를 기반으로 3초에 100만건의 욕설을 탐지해 제거하는데, 이 처리 과정을 빛으로 구현해 관람객이 다이얼을 돌려가며 처리 속도를 조작해 빛을 욕설로 다시 바꿔 보는 전시물이 주목받았다. 넥슨코리아 인텔리전스랩스 강대현 부사장은 “데이터가 게임과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전시로 보여 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중요한 건 ‘나’…거창한 성공? 재미있게 사는 거죠

    중요한 건 ‘나’…거창한 성공? 재미있게 사는 거죠

    “부모님 세대가 만들어 놓은 길이 정작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으면 갈 이유가 없지 않나요?” 90년대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다. 86세대든 X세대든 모든 20대가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며 기성세대를 향해 당돌한 목소리를 냈지만, 90년대생의 ‘나’에는 좀더 많은 무게가 실렸다.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어디서든 그저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하지만 꼭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불러 줘야만 내가 의미로운 존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90년대생들은 스스로 나의 이름을 부르며 나의 의미를 채워 가고 있었다. 서울신문이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지난 13~14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와 자체적으로 온라인에서 80년대생과 90년대생만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90년대생이 갖고 있는 ‘성공’과 ‘공동체’에 대한 생각이 다른 세대와 크게 달랐다.칸타코리아 조사 결과를 먼저 살펴보면 ‘성공과 가장 가까운 모습’을 묻는 질문에 30대 이상의 모든 연령대가 ‘건강하고 평온하게 주변 사람들과 행복한 것(안정된 삶)’을 1위로 꼽았다. 이 항목을 선택한 비율도 50.1~80.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유독 20대 이하에서만 ‘내가 꿈꾸던 직업을 갖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자아실현)이 29.5%로 가장 높았다. 바로 위 세대인 80년대생은 50.1%가 ‘안정된 삶’을 꼽아 대조를 이뤘다. 90년대생 20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에서는 차이점이 더욱 도드라졌다. 무엇보다 90년대생은 ‘성공’이라는 단어를 낯설어했다. “어떻게 살면 잘 사는 것일까”라고 질문을 바꾸자 “재미있게 사는 것”,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안정적인 직장, 원하던 직업을 갖는 것이 자아실현에 가깝다는 80년대생과 달리 90년대생은 ‘재미있는 순간’들이 쌓이는 게 바로 자아실현이었다. 청년 협동조합 활동을 하는 조웅희(22)씨는 “기성세대가 성공이라고 느끼는 삶의 시나리오가 이젠 무너졌다”면서 “4인 가족을 꾸려 집과 차를 장만하고 1년에 두어 번 해외여행을 가는 식의 시나리오는 당장 결혼을 해야 하는지조차 의문인 우리에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남미(28)씨도 “우리는 열심히 해도 과거만큼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는 세대”라면서 “항상 낭떠러지를 등지고 사는 느낌이라 ‘현재라도 쟁취하자, 지금을 즐기자’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든 사회든 나의 현재를 망친다면 미련 없이 뛰쳐 나올 수 있다”고도 했다.90년대생들은 이루고 싶은 꿈(목표)을 이야기하면서도 ‘안 될 가능성’을 먼저 꺼냈다. 그렇다고 걱정하거나 한탄하는 것도 아니었다. 건축 분야에서 2년째 일하며 웹툰 작가를 꿈꾸고 있는 정병국(27)씨는 “웹툰이 대박 나면 좋겠지만 꿈을 못 이룰 수도 있다. 그래도 노력하는 과정이 즐겁고 재미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음반제작회사에 다니는 김종섭(28)씨도 “어릴 때부터 유명한 밴드 멤버로 활동하는 게 꿈이었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히니 막연한 희망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면서 “그동안 열심히 해봐서 후련하고 지금 일도 적성에 맞아 적당히 돈을 벌면서 다른 데서 재미를 찾는다”고 말했다. ‘실패’에 대한 생각도 90년대생과 다른 세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칸타코리아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면 30대 이상 모든 세대가 ‘건강하지 못한 것’을 ‘실패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고 꼽았지만, 20대 이하는 ‘경제적 결핍(31%)’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20대는 특히 ‘도움받을 친구나 동료가 없는 소외된 인간관계(18.4%)’를 실패한 모습 2위로 올려놓았다. 30대에서 소외된 인간관계를 실패한 모습으로 규정한 비율은 7.2%에 불과했다. 90년대생 집중 인터뷰에서 공통으로 나온 단어는 ‘나’, ‘의미’, ‘재미’, ‘행복’ 등이었다. 재미있는 것을 하며 행복을 느끼는 삶이 곧 성공이고, 그 과정을 방해하는 ‘꼰대’, ‘옛날 방식’, ‘불공정’에는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이충현(22)씨는 게임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다가 능력을 인정받아 정규직이 됐지만 곧 사표를 던졌다. 청년문화 관련 기획을 하고 있는 그는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재미있는 것”이라면서 “돈은 적당히 먹고살 만큼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국악공연을 하고 있는 김예빈(28)씨는 “무조건 단체 위주로 움직이고 그 속에 ‘나’는 없는 기성세대 문화에 가장 큰 이질감을 느낀다”고 했다. ‘꼰대’들이 부당하게 대우하면 당장에라도 직장을 떠날 수 있다는 90년대생들의 ‘결심’은 즉흥적인 게 아니라 ‘나’의 행복을 위해 많은 것들을 저울질한 결과로 보였다. 이른바 ‘가성비’(비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지면 빨리 포기하고 나에게 더 의미 있는 일과 조직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특전사에 입대했던 김준영(27)씨는 “남들과 똑같이 가는 대학이라면 굳이 왜 가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면서 “학비도 비싼데 그 시간에 하고 싶은 경험이나 경력을 쌓는 게 인생에 훨씬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5년째 휴학 중인 김성현(24)씨도 “어른들이 닦아 놓은 길을 따라갈 이유를 찾지 못해 휴학했고 여행을 다니며 더 넓은 세상을 경험했다”고 자부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입시가 과거에는 고등학생들의 최대 목표였지만, 지금 20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입시를 위해 뛰었다”면서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오래 경쟁을 하다 보니 목표가 흐려지고 성취를 하고도 만족하지 못해 곧바로 다음 단계를 찾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경제 성장이 정체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을 20대들이 빨리 체화했다”면서 “큰 희망이나 거창한 꿈을 갖는 것보다 당장의 목표 달성, 순간의 즐거움과 경험을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사진 박지환·박윤슬 기자 popocar@seoul.co.kr
  • FINA 유일 한국직원 “광주와 나는 닮은꼴”

    FINA 유일 한국직원 “광주와 나는 닮은꼴”

    16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챔피언십 빌리지(선수촌) 입구. 작달막한 키의 여성이 자신보다 몸집이 두 배는 될 법한 남자 선수들을 상대로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여러분에게 허락된 약물들입니다. 이 중에 금지된 약이 무엇인지 지목해 보세요”. ●“기본기·전문성 갖춘 뒤 국제기구 도전을” 이경언(32)씨는 스위스 로잔에 본부를 둔 FINA의 유일한 한국인 직원이다. 그는 FINA의 도핑방지 프로그램을 기획해 예산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주관한다. FINA에 입사한 후 반도핑부에서만 4년째다. 진입이 어렵기로 악명 높은 스포츠 국제기구에 취업한 이씨의 ‘성공기’는 다소 눈에 튄다. 그가 해외스포츠인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건 ‘기본기’와 ‘전문성’이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주관 해외 봉사활동을 인도 파트나에서 하면서 FINA행의 첫발을 뗐다. 2011년 졸업 후 대한체육회의 도움을 받아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ITU)에서 1년간 인턴으로 일하면서 그는 반도핑을 비롯한 스포츠 행정가의 길을 밟기 시작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의 도핑관리팀 담당관에 이어 이듬해 국제체육아카데미(AISTA)를 졸업했다. ●국제수영 첫걸음 뗀 광주에서 내 모습 보여 2016년 여름학기 졸업 후 마침내 FINA를 노크했는데, 80여명 지원자 중 아시아인은 이씨 혼자였다. 그는 “스포츠 국제기구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무조건 모험하고 도전하라는 이야기는 무책임하다”면서 “스포츠 행정의 폭넓은 이해와 끊임없는 배움, 그리고 자신의 전문성을 기르고 이 모든 것을 연결할 때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씨는 입사 후 다섯 번째 출장 짐을 꾸려 지난 3일 일찌감치 광주에 도착했다. 광주 생활 3주째에 접어든 이씨는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려 더욱 기쁘고 각별한 마음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면서 “도전이라는 의미에서 보면 국제 수영에서 첫 걸음마를 뗀 광주와 지금의 제가 닮은꼴이 아닐까요”라고 활짝 웃었다. 광주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세계적 체스 거장, 화장실서 휴대전화 부정행위

    세계적 체스 거장, 화장실서 휴대전화 부정행위

    세계 최상위급 체스 선수가 대회 중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으로 부정행위를 하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13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등 유럽 언론은 국제체스연맹을 인용해 경찰이 ‘그랜드마스터’ 이고스 라우시스를 체포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연맹은 지난 12일 트위터에서 “라우시스의 모든 증거가 윤리위원회에 제출됐으며 우리는 체스 부정행위에 결연하게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만 58세인 라우시스는 1992년에 연맹의 최상위 선수 칭호인 그랜드마스터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며, 수년간 라트비아와 방글라데시, 체코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체스는 30대 이후에는 기량 성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기도 할 만큼 젊은 두뇌 스포츠다. 그런 분야에서 중년의 라우시스가 연맹의 그랜드마스터 수준 점수인 2500점 안팎에 도달했을 때 세계 체스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는 6년 뒤 무려 2700점대에 도달했다. 현재 2686점으로 세계 랭킹 53위를 달리고 있으며, 100위권 선수들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순위권에서 나이로 그의 바로 뒤를 따르는 선수도 무려 7살이 어릴 정도다. 젊은 스타들이 장악한 경기에서 중년에 그랜드마스터를 초월하는 수준으로 뛰어오른 경우는 전례 없는 일이라, 그는 항상 부정행위 의심을 샀다. 영국 그랜드마스터 대니 고멀리와 인터내셔널마스터 로렌스 트렌스는 지난해 라우시스를 직접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트위터에서 의구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연맹 페어플레이 위원회의 유리 가렛은 이날 “컴퓨터 부정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고안한 통계학적 프로그램이 라우시스의 비정상적 성과에 대해 경고한 뒤로 우리 관계자들은 몇 달동안 선수 한 명을 가까이 따라다녔다”고 밝혔다. 그 뒤 라우시스는 프랑스 파리 스트라스부르 오픈에 참가, 상금 1000 유로(약 133만원)가 걸린 경기 도중 연맹 관계자에게 적발됐다.그는 화장실 칸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여다 봤으며, 이 모습이 사진으로 촬영됐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인공지능(AI) 체스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의심된다. 관계자에게 적발된 뒤 그는 화장실 칸에 두고 나온 휴대전화가 자신의 것이라고 인정했다. 라우시스는 웹사이트에 “경기 중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라면서 “나는 이미 마지막 체스 게임을 했다”고 적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급변하는 문화콘텐츠산업… 들쭉날쭉 ‘영상물 등급 규제’ 개선돼야

    급변하는 문화콘텐츠산업… 들쭉날쭉 ‘영상물 등급 규제’ 개선돼야

    영화 ‘독전’, ‘마녀’는 마약 흡입, 여성 신체 노출, 잔혹한 살해 장면 등 수위가 높거나 자극적인 장면이 있다는 지적에도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반면 비슷한 수준이던 ‘신세계’와 ‘아수라’ 등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부여되었다. ‘악마를 보았다’는 2차례에 걸쳐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가, 일부 장면을 삭제한 다음에야 개봉이 가능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을 기준으로 등급을 결정하는데, 성인물 전용관이 없는 한국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은 곧 상영금지에 해당한다. 제한상영가 영화는 영화제와 같은 제한된 공간에서만, 그것도 영화제에 출품된 경우에 한해서 잠시 선보이는 데 만족할 수 있을 뿐이다. 영상물에 대한 납본과 검열의 악몽은 여전히 존재한다.한때 한국 영화사들은 공보처 사전 검열을 받으려고 필름 통이나 비디오테이프, CD와 DVD를 들고 충무로며 광화문을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그때 그 시절 영상물 납본의 억압이 지금 2019년 대한민국에서 새삼스럽게 논의되고 있다. 영화를 비롯하여 뮤직비디오, 웹툰, 웹드라마 등 웹콘텐츠, 스마트폰 모바일 숏컷 클립 등도 원시적인 납본 행위를 연상케 하는 등급 규제를 계속 받도록 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1922년 ‘흥행 및 취체에 관한 법률’로 시작된 영화에 대한 검열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사전심의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존속되다가 1996년 10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막을 내렸다. 1997년 ‘영화진흥에 관한 법률’(영진법)이 개정되면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영화와 비디오를 대상으로 전체관람가부터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상영가로 구분된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 이런 분류체계는 지난 20년 동안 그 나름의 역할을 해왔으나 극장상영을 전제로 한 ‘구 영화진흥법’과 비디오물을 수록한 음반의 오프라인 유통을 전제로 한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에서 기원한 등급분류제도는 콘텐츠 시장의 급속한 변화 탓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비디오, DVD 등으로 유통되던 콘텐츠는 인터넷망을 통해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환돼 OTT(Over-The-Top) 플랫폼에 기반한 서비스로 변모하고 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아마존과 애플, 네이버와 카카오 그리고 올드 미디어 제국인 디즈니도 이젠 OTT 방식 플랫폼 비즈니스를 주력으로 설정하고, 플랫폼 기반 사업자로 변모하는 중이다. 유통되는 콘텐츠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콘텐츠의 형태도 과거의 정형적인 구분이 적용되지 않는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방송프로그램, 영화, 뮤직비디오, 1인 방송 콘텐츠 등이 각각의 플랫폼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플랫폼이 서비스되는 것이 오늘날 콘텐츠 유통과 소비의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급분류라는 제도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등급분류 대상은 영화, 비디오물, 예고편·광고영화, 광고·선전물 등이고, 영화와 비디오가 주 대상이다. 2017년에 영화는 2286편, 비디오물의 경우 8189편이 등급분류를 받았다. 특히 비디오물은 2015년 4339편, 2016년 6580편, 2017년 8189편으로 급증하였다.([그림 1] 참조) 등급분류 대상이 급증함에 따라 일차적으로 독점적으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등급분류가 지연돼 출시 지연 및 해적판 불법 사전 유통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점은 동일한 영상 콘텐츠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나 네이버, 카카오 등의 플랫폼은 사전등급분류를 받는 반면, 유튜브의 경우 이러한 절차 없이 바로 소비자에게 공급된다는 형평성 문제다. 향후 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의 양은 폭증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독점적 등급분류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게 예측할 수 있다. 특정 영역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콘텐츠의 증가도 등급분류체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가상현실(VR) 영화로 취급받는 ‘화이트 래빗’의 경우 PC에서 구동된다는 이유로 게임으로 분류되어 영상물등급위원회 등급을 받지 않아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니 앞으로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콘텐츠가 등장할 때마다 이런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사실 현행 등급분류제도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념을 적용하지만, 실제로는 독점적인 지위를 지닌 특정 조직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국제적으로 살펴보면 많은 국가는 등급분류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림 2] 참조) 하지만 대부분 선진국은 직접적인 규제가 아닌 자율규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자율규제의 유형은 명령적 자율규제, 승인적 자율규제, 조건부 강제적 자율규제, 자발적 자율규제 등 다양한 형태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자발적 자율규제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는 형태이며 국가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개입과는 전혀 관계없이 사업자 또는 사업자 단체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따른 규제방식을 말한다. 자발적 자율규제는 콘텐츠 생산자들의 자발적 책임에 기초하여 최대한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제도라고 볼 수 있으며, 현행 등급분류 제도는 결국 자발적 자율규제로 이행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상적인 구조는 국가별로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조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인도에서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양대 글로벌 콘텐츠 공급업체들이 보여준 모습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공해주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6년 인도 시장에 진출한 이래로 OTT 플랫폼을 통해 인도 및 해외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사전 검열하지 않고 방영하며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예술 표현의 자유를 부여해왔다. 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세이크리드 게임’(Sacred Games)은 폭력 및 욕설이 자주 등장한다는 이유로 인도 내에서 비난 여론이 제기되었으며, 특히 이 드라마가 라지브 간디 전 총리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봄베이 고등법원에 소송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넷플릭스는 2019년 1월 인도인터넷모바일연합회(IAMAI)의 ‘온라인 큐레이팅 콘텐츠 공급자 시행 규정’에 합의 서명했다. 인도의 주요 플랫폼 업체들도 동참한 이 규정은 인도 형법 제도에 어긋나거나 사회적 및 종교적 분노를 살 수 있는 폭력, 테러, 아동 성(性) 문제, 외설적 내용, 인도 국가에 대한 모욕 그리고 특정 종교에 대한 비난을 담은 내용의 경우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유통시키지 않도록 하는 자율적 규제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아마존 프라임은 이미 관련 정보기술법안규정과 형사법의 관리를 통해 충분한 통제를 받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러한 규정의 시행은 창작의 자유를 축소시키고 콘텐츠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로 참여를 거부하였다. 대신, 콘텐츠에 일반(Universal Viewership), 보호자 지도(Parental Guidance), 성인(Adult Viewership) 범주로 구분된 시청코드를 부여하여 연령에 따른 시청 기준을 마련함과 동시에 자율적인 시청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동시에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시청자의 종교적 신념을 훼손하는 콘텐츠는 게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함으로써 그 나름대로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기술적 진보의 속도와 사회적 수용성이 충돌하는 사례는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갈등 역시 확산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사전 검열이나 규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은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새로운 미디어의 탄생과 확산은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논의를 불러일으켜 왔다. 제공되는 정보의 양과 속도의 변화는 이용자 계층의 변화는 물론 이용하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콘텐츠를 둘러싼 기존 질서와 관행을 변화시켰다. 현재 벌어지는 OTT로 대표되는 새로운 플랫폼 역시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관행과 패턴을 고수하기보다는 새로운 방향으로의 변화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한 정보유통 속도와 방식의 변화는 음악과 영상을 포함한 콘텐츠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영원할 것만 같던 대형 음반회사들은 대부분 몰락하여 사라졌으며, 수동적 존재로 머무르던 콘텐츠 소비자들은 이제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인 콘텐츠 생산자로 나서고 있다. BTS의 세계적인 인기 역시 ‘아미’로 대표되는 팬들이 만들어내는 자발적 콘텐츠의 활발한 유통에 힘입은 바가 크다. 콘텐츠의 생산, 유통, 소비되는 방식은 크게 변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도는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소비는 이미 영화관이나 비디오 등 특정 미디어와 공간을 떠나 이루어지고 있지만, 등급분류를 비롯한 각종 제도는 과거에 머무르고 있으며,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어린이들을 포함한 10대들은 더이상 TV도, 포털과 음원사이트도 찾지 않고 모든 필요한 것을 유튜브에서 찾고, 즐기고 있지만, 여기에 대한 규제는 기업의 자율적인 영역으로 맡겨놓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영화와 비디오물, 그리고 뮤직비디오 같은 특정 영역에 대해서만 단일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케이팝의 뮤직비디오가 아직도 사전심의를 통해 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다른 나라의 팬들이 안다면 뭐라고 생각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다행히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기존 등급분류제도를 신뢰도가 높은 민간을 중심으로 한 자체등급 분류제도로 전환하되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공적 완충장치로서 일정 역할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분류기준의 객관성과 공신력을 확보함으로써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콘텐츠 생산 및 유통 주체에게는 자체등급제를 허용하되, 사후 관리 감독을 강화함으로써 사업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은 자율성과 책임성을 공존시키는 방안으로 이루어지는 논의는 OTT를 둘러싼 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있는 좋은 기회이다.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믿고, 자율성과 책임성이라는 가치를 실현할 때가 되었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한국문화경제학회장 ■심상민 교수는 현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융합문화예술대학 학장으로 재직한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위싱턴대에서 MBA,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이사,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이해’와 ‘컬처 비즈니스’ 등이 있다.
  • [법서라] 30년간 이어진 동거… “끝내자”는 법원 vs 말 없는 검찰 속내는

    [법서라] 30년간 이어진 동거… “끝내자”는 법원 vs 말 없는 검찰 속내는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지난 3월 25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법원종합청사 외벽에 대형 현수막 4개가 걸렸습니다. ‘법원과 검찰의 유착의혹으로 철수한 법원 내 공판검사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기에만 있습니다’, ‘기소하는 검사와 재판하는 판사가 한 곳에서 근무하는데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전국 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에서 법원청사 서관 12층에 있는 공판검사실의 퇴거를 요구하며 설치한 현수막들입니다. 청사 외벽에 20일 동안이나 걸려 법원을 오가는 많은 법조인들과 시민들의 눈에 담겼고 서초동에서도 많은 화제가 됐습니다. 현수막이 떼어진 지 어느덧 석 달. 겉으로는 조용했지만 법원과 검찰은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주고받은 공문과 전화 통화도 여러 차례. 그런데 공판검사실을 철수하라는 요구는 물론 정확한 입장이라도 밝혀달라는 법원의 요청에 검찰이 아무런 답을 하고 있지 않으면서 조용했던 신경전은 곧 수면 위로 드러날 조짐입니다. 다시 전운이 감도는 서초동 법원청사. 공판검사실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속내를 정리해 봤습니다. ●법원 건물에 판사와 검사 한 건물에… “유착 의혹 심각” 공판검사실은 말 그대로 재판에 들어가는 검사들이 일하는 사무실입니다. 법원청사 서관 12층에 413.98㎡(125평) 규모로 마련돼 있고 서울중앙지법 공판1부 검사들과 수사관 등 26명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법원노조는 공판검사실의 철수를 요구하는 데엔 매우 중요한 명분과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공판검사들은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의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피고인, 변호인과는 또 다른 재판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재판을 심리하는 판사들과 판사를 설득시켜야 하는 검사들이 한 건물에 모여있는 자체가 부적절한 동거라는 지적이 철수를 요구하는 가장 큰 명분입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과 형사재판부 판사실, 그리고 서울고등법원 판사실이 모여있는 서관 12층에 공판검사실이 있다 보니 재판을 오갈 때 검사와 재판부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기도 합니다. 검사들에게는 법원 내 모든 층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출입증도 지급돼 있습니다. 물론 검사들이 판사실을 찾아다며 법정 밖에서 재판에 영향을 주는 행동이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게 서초동 안팎에도 인식이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은 그 자체로 재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습니다.변호사들이 판사실에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와 의견을 피력하던 시절이 끝났다고 여겨진 것도 불과 10년 안팎이라고 합니다. 전관예우, 법조비리 등 많은 파문을 일으켰던 사법파동이 사실은 사적인 친분과 가벼운 만남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대다수의 법조인들은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 재판까지 이르게 되면서는 판사들은 서로 간의 대화에도 많은 주의를 기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가짐과 태도를 법조계 밖의 국민들은 알기가 어렵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사법부와 재판을 바라보는 눈도 더욱 매서워졌습니다. 지난 3월 재판에 넘겨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들도 1심 재판을 하는 서울중앙지법 판사들과 한 건물을 사용하는 게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거세져 결국 사법연수원으로 사무실을 옮겼습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중요한 명분이 담긴 요구가 왜 올해 본격적으로 나왔을까요. 여기엔 법원 내부의 상황들이 얽혀있습니다. 공판검사실은 그동안에도 법원 안에서 오랜 숙제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지난해 법원노조 서울중앙지부가 최완주 당시 서울고등법원장과 단체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공판검사실을 철수시킨다는 합의를 이룬 것입니다. 서울고법은 올해 2월 청사 내 사무실 등을 전면 재배치하는 ‘청사 종합 재배치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6층에 있는 도서실 공간이 부족해 일부 서고가 등기국에 보관돼 있는가 하면 형사국 사무실 가운데 일부는 형사재판이 주로 열리는 곳이 아닌 다른 공간에 위치해 있는 등 건물이 매우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어 이를 바꾸겠다는 계획입니다. ●서울고법 ‘2020 청사 종합 재배치’ 계획…법원노조와 ‘검사실 철수’ 협약도 여기엔 공판검사실 철수를 촉구하는 법원 직원들의 현실적인 고충들이 담겼습니다. 서울법원청사는 동관과 서관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재판이 모두 서관에서 열리고 형사재판부 판사들도 모두 서관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데, 재판업무를 지원하는 직원들의 형사단독2과 사무실이 동관 7층에 있는 것입니다. 전자법정이 아닌 서류로 재판이 이뤄지는 형사재판이다 보니 형사단독2과 직원들은 수많은 서류뭉치를 올린 카트를 밀고 동관과 서관의 연결 통로가 있는 6층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서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각 법정이나 판사실에 오가야 합니다. 공판검사실에서 일부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고 또 수사기록을 복사하기 위해 민원인이나 변호인들이 드나들 수 있는 스마트열람복사실까지 12층에 마련돼 있으니 직원들의 불만이 더 쌓여갔습니다. 노조와 법원의 단체협약 사항에 포함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공판검사실 철수가 공식적으로 올해 풀어야 할 과제가 되자 법원장은 관련된 기관들에 공문을 보내며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법원과 검찰, 각 기관에서 주고받은 공문 등을 토대로 어떤 신경전이 벌어졌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3월 5일 법원노조로부터 공판검사실 철수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은 서울고법은 김창보 법원장 명의로 3월 20일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에게 공문을 보냈습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12층 공판1부 검사실 상주와 관련한 자료를 파악한 바, 우리 법원에서는 상주와 관련한 공문이나 협약서 등 자료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귀 기관에 관련 공문서 등 자료가 있으면 송부하여 주시고, 이와 관련한 귀 기관의 의견도 조속한 시일 내에 함께 보내주시기를 협조 의뢰합니다.’ 법원 안에 공판검사실을 두고 있는 객관적인 근거를 설명해 보라는 것이죠. 그러자 3월 28일 서울중앙지검에서 다음과 같은 답이 옵니다. ‘법원청사 내 공판부 사무실 사용은 과거 대법원과 법무부 상호 간 검찰 부지 일부는 법원에서 사용하고, 법원 건물 일부는 검찰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양해되어 그 때부터 검찰이 법원 서관 12층을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중략) 앞으로도 이 문제는 당시 양해 당사자인 대법원과 법무부에서 실질적으로 협의해야 할 사항임을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검찰은 1984~1986년 법무부와 대법원이 주고받은 기안을 근거 자료로 첨부했습니다. 당시 법원과 검찰청 건물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구속 피고인들이 머무는 구치감을 법원 뒤쪽에 만들어 지하 통로를 연결하려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공간적인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구치감에 들르지 않고 바로 법정으로 갈 수 있도록 호송차 진입로를 법원에 마련해 달라고 법무부가 요청했고, 대법원은 땅의 일부를 내줄 테니 비용과 운영은 검찰에서 하라는 취지의 답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몇 차례 협의를 거쳐 검찰 부지를 침범해 만들어진 호송차 진입로와 법원 건물 내 공판검사실을 사실상 맞바꿨다는 게 검찰의 얘깁니다. 그런데 법원 입장에서는 호송차 진입로는 애초에 법원의 관할이 아니어서 그 부지를 지킬 이유도 없고 공판검사실 역시 법원 12층의 일부를 차지하며 오히려 동선을 꼬이게 했으니 골칫거리가 된 셈입니다. 또 과거 자료를 보더라도 서로 양해해서 땅을 나눠가진 게 아니라 검찰 쪽 필요에 의해 법원이 땅과 사무실을 내주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과거의 협의 대상이었던 법무부와 대법원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는 서울중앙지검의 답이 왔으니 서울고법은 다시 법원행정처에 4월 1일 검토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 법원행정처는 ‘법원청사 관리내규에 의하면 청사의 관리책임자는 각급 법원의 법원장이고, 동일 청사를 2이상의 기관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최상급 청사관리관이 관리하므로 서울법원종합청사의 관리 책임자는 서울고등법원장’이라면서 서울고등법원장이 해결하라는 답을 줬습니다. 다시 김창보 서울고등법원장 명의로 법원노조와 검찰에 공문이 전달됐습니다. 4월 23일 서울고법은 법무부 장관에게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습니다. 법무부도 법원행정처처럼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청사관리 문제는 서울고검에서 처리하는 게 맞다며 법원의 공문을 서울고검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이어 서울고검에서 공판1부가 속해있는 서울중앙지검에 5월 9일 의견제시 요청 공문을 다시 보냈고, 서울중앙지검은 5월 21일쯤 법원에 “법무부와 의견 조율을 거쳐 종합적으로 서울고검에서 공문에 대해 답변할 예정”이라면서 “현재 법무부와 서울고검, 중앙지검이 협의중”이라는 답을 실무진을 통해 전달했습니다. 그런데도 뚜렷한 입장이 돌아오지 않자 서울고법은 5월 20일 다시 법무부에 ‘공문을 접수해 5월 10일까지 회신을 요청하였습니다. 회신 기한이 경과함에 따라 다시 요청을 드리니 귀 기관의 의견을 조속한 시일 내에 밝혀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독촉을 했습니다. 기관장들의 명의로 된 공문은 여기서 멈춰졌습니다. ●검찰 “인사청문회와 검찰 인사 앞두고 있어 결정 못 해” 그 뒤 한 달간 법원과 검찰의 실무진들의 핑퐁게임이 이어졌습니다. 5월 29일, 6월 11일, 6월 18일, 6월 24일, 그리고 7월 2일까지 서울고법의 관리담당 실무진은 서울고검 관리담당 실무진과 매주 통화를 했습니다. 5월 29일에는 “을지태극연습이 끝난 뒤 윗분들께 보고드려 지침을 받을 예정”, 6월 11일에는 “법무부와 중앙지검과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6월 18일에는 “보고를 마쳤고 이번주 중으로 서울고검에서 회신 공문을 보낼 것”, 6월 24일에는 “최대한 빨리 보낼 것”이라는 답이 전달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2일. 서울고검 실무진은 “오는 8일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문제로 공문 회신이 어렵다고 합니다”라면서 “인사청문회 결과에 따라 고검장, 지검장 인사이동이 있을 것이고 현재 고검장이 답변할지, 후임 고검장이 답변할지 결정되지 않아 공문을 언제 보낼 수 있을지 특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 법원으로 돌아왔습니다. 결국 검찰 쪽으로부터 어떠한 입장도 듣지 못한 채 다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더라도 후속 검찰 인사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겁니다. 법원노조는 “기관장끼리의 협의는 더 이상 어렵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판검사실 철수를 위해 “강력한 조치들을 해나가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수막을 내걸고 기자회견을 했던 수준을 넘어 7~8월 본격적으로 싸워보겠다는 건데요.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광준 법원노조 서울중앙지부장은 “법원이 신뢰를 회복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공판검사와 재판하는 판사들과의 유착 의혹을 심각하게 불러 일으키는 부적절한 동거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얼른 방을 빼달라며 재촉하는 집주인과 아무런 말이 없는 세입자. 법원과 검찰의 여름은 좀 더 뜨거울 것으로 보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文 “혁신벤처 창업가에 투자를” 손정의 “한국,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

    文 “혁신벤처 창업가에 투자를” 손정의 “한국,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

    文 “AI 전문인력 양성 분야 지원 바라” 孫 “세계가 한국 AI에 투자하게 돕겠다” 예정 50분 넘겨 90분 진행… 재회 7년 만“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AI)입니다.”(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대기업은 자금력이 있어 스스로 투자가 가능하지만 혁신벤처창업가들은 자금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젊은 창업가들에게 투자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프트뱅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세계 시장 진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합니다. 인공지능 전문인력 양성 분야에도 관심과 지원을 바랍니다.”(문재인 대통령) “네. 세계가 한국의 AI에 투자하도록 돕겠습니다. 한국도 세계 1등 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한국이 AI 1등 국가가 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입니다.”(손 회장)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접견하고, 한국의 혁신벤처창업가들과 인공지능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를 당부했다. 2012년 이후 7년 만에 재회한 문 대통령과 손 회장의 면담은 예정된 시간을 50분 넘겨 90분 동안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2012년 소프트뱅크 본사를 방문해 손 회장의 아시아 슈퍼그리드(전력망 연결) 구상을 듣고 큰 영감을 받았던 것을 언급하며 반가움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철도 공동체가 에너지 공동체로, 다시 동북아 경제공동체와 다자안보공동체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제2 벤처붐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손 회장이 김대중 대통령 당시 초고속 인터넷망 필요성과 노무현 대통령 당시 온라인게임 산업 육성을 조언했었다”며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과거 김 전 대통령을 만나 한국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고속 인터넷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 조언을 소개하며 “구체적인 정책과 전략은 다른 사람들이 해도 되지만 대통령은 비전을 갖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비전 제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AI는 인류 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하고, 이렇게 투자된 기업은 매출이 늘고, 일자리 창출을 가져오며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했다. 손 회장은 1981년 24세의 나이에 창업자금 1000만엔을 갖고 지하 차고에서 소프트뱅크를 설립, 일본 최대 소프트웨어 유통회사이자 정보통신(IT) 투자기업으로 키워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대구 출신으로 18세 때 일본 규슈로 건너가 탄광노동자로 일했다.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는 차량공유 기업 우버의 최대 투자자이고,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공유 기업인 그랩, 영국 반도체 기업 ARM 등 전 세계 혁신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In&Out] 북한판 ‘이스칸데르’ 정말 신출귀몰한가/권재상 공군사관학교 명예교수

    [In&Out] 북한판 ‘이스칸데르’ 정말 신출귀몰한가/권재상 공군사관학교 명예교수

    북한이 발사한 ‘신형 단거리 미사일’이 공포의 대상이 되어 가는 듯하다. 미사일 방어체계를 뚫을 수 있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회자되기 때문이다. ‘신형 단거리 미사일’이 진짜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가정해 보자. 이스칸데르는 일반 탄도미사일과 다른 공기역학 탄도미사일로 상승 및 중간 단계에서 50㎞ 이하로 비행해 조기경보 레이더와 SM3와 같은 중간 단계 요격체계를 회피한다. 종말 단계에서는 고도를 재상승(pop-up)해 비행궤적 수정이 가능하며 표적 주변 상공에서 강하한다. 이는 종말 단계 비행궤적 예측을 어렵게 하고 공기밀도가 높은 저고도 비행으로 인해 감소된 사거리와 정확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MD체계를 무력화하는 ‘게임 체인저’라고 한다. 그들은 이스칸데르에 4개의 방향 전환 노즐핀이 장착돼 회피기동이 가능하고 종말 단계 속도가 마하 10에 달해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방향 전환 노즐핀은 추력방향제어용 ‘제트베인’(Jet Vane)이다. 이 노즐핀은 상승 단계에서 미사일의 추력 방향을 조정해 일반적인 고탄도가 아닌 저탄도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추력이 종료되는 상승 단계에서 그 기능을 다한다. 사실 공격 목표 전방에서 기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4개의 작은 테일핀(Tail Fin)이다. 이 작은 테일핀 4개로 ‘신출귀몰한 회피기동’을 한다는 것은 공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스칸데르의 최고 속도는 마하 6~7 수준이며 이 또한 추력이 존재하는 상승 단계의 속도이다. 비행 과정에서 공기 마찰력으로 속도가 줄어 정작 종말 단계에서는 마하 2~3 수준으로 급감된다. 이는 스커드 C의 종말 속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저고도로 날아와 기동을 하면서 낙하하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분명 발전된 것이다. 그러나 요격미사일도 꾸준히 발전해 왔다. 최신 요격미사일은 ‘자세제어용 로켓’과 개선된 ‘공력제어 핀’을 장착하고 있다. 패트리엇 미사일의 경우 ‘2차 추진 로켓모터’를 추가해 방향 제어 능력과 추적 속도를 증가시켰다. 국내 개발한 M-SAM도 유사한 기능을 적용했다. 이스칸데르가 작은 테일핀으로 기동을 해도 이들 최신 방어체계를 피할 수는 없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능력에 대한 공포는 일부 전문가들이 만든 ‘허상’이다. 우리에게 북한의 미사일 능력보다 무서운 것은 이 허상 즉 ‘공포’다. 본래 군은 상대 무기체계의 성능에 대해 파악한 사실과 자신들의 무기체계의 성능에 대한 공개를 꺼린다. 우리의 정보력과 기술력, 나아가 방어능력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침묵이 미덕’인 지대에서 일부 전문적이지 않은 전문가들의 허언과 이를 검증하지 않는 일부 언론이 국민들의 ‘공포’와 우리 군 능력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 [박성민의 게임체인저] 배달의민족, 베트남서 ‘그랩’ 잡을 수 있을까

    쇼핑몰 애플리케이션(앱) G마켓엔 배달음식 주문서비스 앱인 요기요가 입점해 있다. 원래 G마켓에 입점했던 배달 서비스 업체 ‘앤팟’을 요기요를 서비스하는 알지피코리아가 인수하면서 2017년 3월부터 G마켓에서 요기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방식의 앱 간 제휴는 소비자와의 접점, 즉 채널을 늘리기 위해 시도된다. 요기요 앱뿐 아니라 G마켓 앱 사용자까지 고객이 되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바일 앱, 다시 인공지능(AI) 스피커로 쇼핑 채널 기술의 급변 속도를 따라잡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국의 또 다른 배달 앱 배달의민족(배민)이 베트남에 진출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2월에 2011년 설립된 베트남 현지 주요 배달 업체인 베트남엠엠(Vietnammm)을 인수했고, 일단 호찌민에서 ‘BAEMIN’이란 명칭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0년 시작한 배민의 최근 월 주문 수는 3000만건, 연간 거래액은 5조원을 넘는다. 10년 만에 ‘국민 앱’이 됐다. 그런데 2010년 한국과 다르게 2019년 베트남엔 배민보다 선발 주자가 있었다.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공유 플랫폼인 그랩의 음식 배달 서비스 ‘그랩푸드’다. 지난해 6월 베트남에 진출한 그랩푸드는 1년 만에 주문 건수를 25배 늘렸다. 2012년 콜택시 앱에서 출발한 그랩은 현재 동남아 8개국에서 서비스된다. 그랩의 별칭은 ‘동남아 우버’였지만, 지난해 3월 이 지역에 진출했던 미국 우버가 싱가포르 기업인 그랩에 동남아 사업 부문을 넘기는 일이 벌어졌다. 그때 동남아시아에서는 세계 최단 기간에 최대 규모, 200만명의 이직이 발생했다. 철수 결정 몇 달 전인 2017년 연말까지도 우버 관계자는 그랩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장담하며 동남아 사업 철수를 부인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버는 미국·중국 같은 주요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앱을 지닌 동남아 신생 업체의 경쟁력을 고민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세계 최초 혁신의 중요성, 글로벌 점유율, 표준화된 사업수행 노하우 등 제조업에서 현지 진출을 꾀할 때 강점이 되는 자질들이 서비스·유통·플랫폼 산업 현지 진출에서는 큰 강점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우버는 간과했다. 플랫폼 산업에서는 명성이나 글로벌 스탠더드 같은 세계화적 요소가 아니라 현지화·지역밀착 전략이 더 중요하다. 1980년대식 코카콜라의 표준화 전략을 지금 코카콜라 배달 앱 현지화 전략에 대입하면 사업 철수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인터뷰에서 “동남아 시장이 가진 잠재력을 개발하기에도 부족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랩 창업자인 말레이시아 출신 안토니 탄은 플랫폼 산업의 속성을 궤뚫고 있었던 셈이다. 그랩과 배민을 비교해 보자. 배민에는 음식 및 음료 배달 한 가지 기능만을 탑재했다. 그랩 앱에는 11가지 기능이 있다. 다양한 차량호출뿐 아니라 그랩페이, 그랩포인트, 그랩리워드, 그랩스페셜딜, 그랩푸드 등이다. 한국인 관광객이야 다를 수 있겠지만, 베트남 현지 소비자들은 어떤 앱을 선호하게 될까. 순수하게 음식 및 음료배달만이 가능한 배민 앱일까, 아니면 11가지 기능이 작동하는 그랩 앱일까. 한국에서의 성공이 베트남에서의 성공을 담보할 수는 없다. 이미 약 600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한 베트남에 지난해 700여개 기업이 추가로 진출했다. 진출 열기에 가려진 베트남에서의 한국 기업 성공 확률, 그것이 현재 20% 정도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배화여대 교수
  • “관세폭탄 피하자” 엑소더스…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 끝나나

    “관세폭탄 피하자” 엑소더스…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 끝나나

    미국 애플과 구글에 이어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도 ‘차이나 엑소더스’(중국 대탈출) 행렬에 가세했다. 미중이 25% 보복관세 난타전을 벌이는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생산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애플은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훙하이커지(鴻海科技)그룹(Foxconn) 등 주요 공급업체들에 15∼30%의 생산시설을 중국에서 동남아로 이전하는 데 따른 비용 영향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요 공급업체는 폭스콘을 비롯해 아이폰 조립업체인 페가트론·위스트론, 맥북 제조업체인 콴타컴퓨터, 아이패드 조립업체 콤팔일렉트로닉스, 아이팟 제조사 인벤텍·럭스셰어ICT·고어테크 등이다. 이번 요청은 무역전쟁에 따른 것이지만 무역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애플은 이를 번복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생산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 너무 리스크가 크다는 게 애플 측의 판단인 셈이다. 이에 따라 폭스콘은 중국 밖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방안을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류양웨이(劉揚偉) 폭스콘 반도체부문 대표는 앞서 지난 10일 “애플이 생산라인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도록 요구한다면 폭스콘은 애플의 이런 요구에 완전히 대처할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는 고객 요구에 따라 전 세계 공장에서 생산을 할 수 있다”며 “이미 생산라인 25%는 중국 밖에 있다”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전쟁이 더 악화돼 2500억 달러(약 296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미국이 나머지 3000억 달러 이상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폭스콘은 언제든지 애플 제품의 생산공장을 중국 밖으로 옮길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추가 관세부과 대상 품목에는 스마트폰과 게임콘솔, 컴퓨터가 포함돼 있는 만큼 폭스콘 중국 공장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 역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폭스콘은 현재 중국을 비롯해 대만과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 멕시코, 브라질,미국, 체코, 호주 등 전 세계 15개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허난성 정저우와 쓰촨성 청두 등이 폭스콘의 주력 공장이다. 폭스콘이 중국에서 고용하고 있는 인력만 130만명에 이르고 폭스콘 전체 매출액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안팎이다.구글은 미국에서 판매할 네스트 온도조절기와 서버 하드웨어의 일부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대만과 말레이시아로 이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 밝혔다. 구글은 이미 미국 시장에 판매할 서버 머더보드(메인보드)의 생산시설 대부분을 중국에서 대만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서버 머더보드는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 사용되는 기기로, 구글의 하드웨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장치다. 구글의 이 같은 결정은 중국 당국이 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려는 태도를 보이는 까닭에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5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한 이후 미 포드자동차에 1억 6280만 위안(약 278억원) 규모의 반독점 벌금을 매기고, 배송업체 페덱스에 대한 ‘화웨이 화물배송 오류’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구글의 중국 내 하드웨어 생산량은 애플 아이폰과 비교하면 적은 규모지만, 구글이 그동안 중국 검색시장 재진입을 위해 매우 노력한 것을 감안하면 중국 시장에 대한 집착을 버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구글의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는 대만이 떠오르고 있다. 릭 오스텔로 구글 제품서비스 담당 수석 부사장은 지난 3월 기자회견을 통해 수도 타이베이 교외에 충분한 공간의 사무공간을 짓고 2000명 수준인 직원을 두 배로 늘려 인공지능(AI) 부문을 집중 육성하는 등 대만을 아시아의 최대 연구개발(R&D)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토니 푸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애널리스트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이 아닌 곳을 선택해야 한다면 일본이나 한국, 대만 중에 골라야 할 것”이라며 “대만은 나머지 국가와 비교해 인건비와 부지 비용, 심지어 전기료까지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닌텐도는 가정용 게임기 ‘스위치’ 생산 일부를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옮긴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닌텐도는 지금까지 중국 위탁생산(OEM)업체에 게임기 생산을 맡겼으며 2017년 출시한 스위치도 그중 하나다. 닌텐도는 앞서 3월 올해 2종의 새로운 스위치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는 현행 모델과 비슷하지만 부품이 좀더 업그레이드됐으며 다른 하나는 새로운 디자인의 저가형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WSJ는 현 모델과 새로운 2개 모델 모두 동남아에서 일부 생산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닌텐도 측은 새 모델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으며 스위치 생산과 관련해서는 “게임기 대부분을 중국에서 만들고 있으며 우리는 항상 생산공장에 대해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미 정부가 3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게임제품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비디오게임 업체들은 소프트웨어로 더 많은 매출을 창출하고자 하드웨어에 대해서는 거의 이익을 남기지 않는다. 미국의 보복관세가 부과되면 스위치를 손해 보고 판매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더욱이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내년 연말 쇼핑시즌에 차세대 ‘엑스박스 원’을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에 닌텐도로서는 올 하반기가 스위치 판매에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일본 샤프 역시 PC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대만이나 베트남으로 옮기는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이들 기업뿐 아니라 현지에 진출한 상당수 다른 외국업체들도 중국을 떠나거나 짐을 꾸리고 있다. 최근 중국 주재 미상공회의소가 회원사 25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 기업의 40.7%가 무역전쟁 탓에 제조 시설을 중국 밖으로 옮겼거나 이전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75%는 미중 관세보복전이 경영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으며 미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7년까지 핸드백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제조했던 미 패션브랜드 스티브매든은 미국이 중국산 핸드백을 추가 관세 대상에 포함시키자 지난해 공장을 캄보디아로 이전했다. 미국 브랜드 코치의 모회사인 테이프스트리 역시 중국 핸드백 생산 비중을 5% 미만으로 낮추면서 베트남, 인도에서의 생산을 확대할 방침이다. 유니클로 브랜드를 소유한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미국 50개 매장으로 수출하는 중국 공장을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카시오도 주력 제품인 지쇼크 손목시계와 전자악기 생산을 중국에서 태국, 일본 등으로 옮기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카시오는 무역전쟁에 따른 관세부담 증가로 손목시계 사업에서 7억엔(약 76억 7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엡손은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손목시계 공장을 2021년 3월 폐쇄하기로 했다. 이 업체는 인건비 상승과 판매 부진, 환경 규제 강화로 이미 1700명의 직원을 감원했다. 이에 당황한 중국 정부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장 해외 이전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 공업정보화부는 이달초 주요 글로벌 기업들을 불러 경영 다각화 차원을 넘어서는 생산기지 해외 이전을 응징하겠다고 경고했다. 당시 중국이 부른 기업에는 한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국 MS·델,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등이 포함됐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육군 간부 ‘AI 면접’ 선발

    육군이 앞으로 인공지능(AI) 면접체계를 도입해 군 간부를 선발한다. 육군은 18일 “미래 첨단과학기술군을 이끌어 갈 우수인재 선발을 위해 AI 면접체계를 이달부터 시범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육군이 이번에 도입하는 시스템은 육군사관학교나 학사장교 등 간부 선발 과정 또는 현역의 장기복무 시험 면접 시 AI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간부 지원자의 이메일로 면접응시 안내문이 발송되면 첨부된 인터넷 주소로 면접체계에 접속한다. 지원자는 웹캠과 마이크가 설치된 인터넷 PC에서 얼굴을 등록한 후 자기소개와 자신의 장단점 등 간단한 기본 질문에 답을 한다. 이어 주어진 인물 사진의 표정을 판단하는 등 분야별 5개 내외의 게임을 수행한다. 또 제시된 상황에 대한 질문을 통해 상황판단력을 측정하고 핵심질문을 통해 지원자별 특성과 성향을 파악한다.이렇게 60분 동안 면접이 진행되면 면접 결과를 자동으로 분석해 선발부서에 제공하는 식으로 이뤄지게 된다. 육군은 이달부터 1만여명을 대상으로 시범적용에 들어간다. 시범적용 결과를 분석해 2020년 이후 AI의 정확도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평가 배점에 반영해 나갈 예정이다. 육군은 최근 민간 공공기관 및 기업 등 120여개 기업 및 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는 AI 면접체계를 간부 선발에 적용해 평가의 공정성과 시간 및 예산 절약, 지원자의 편익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시론] 혁신성장에 없는 세 가지, 정비공/박용성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혁신성장에 없는 세 가지, 정비공/박용성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

    살다 보면 ‘세상에는 다음의 세 가지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답’이 없고, 영원히 감출 수 있는 ‘비밀’도 없으며, 무엇보다 ‘공짜’가 없다는 걸 말이다. 이른바 ‘정비공’(正秘空)이다. 극심한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저성장 절벽을 극복할 수 있는 모멘텀이 바로 ‘혁신성장’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성장에도 정답과 비밀, 공짜는 없다. 혁신성장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해답을 준비하고, 개인의 자유를 지킬 수 있도록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해야 하며, 기꺼이 사회적 갈등 비용을 치를 준비도 해 놓아야 한다. 첫째, 혁신성장은 그 어느 나라도 정답을 갖고 있지 않다. 말 그대로 전인미답의 길이다.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나 대량 실업이 생길 수도 있고, 산업 간 경계와 직종 간 칸막이가 사라져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최근 중국은 빅데이터에 기반해 인공지능(AI) 의사에게 상담한 뒤 자동판매기에서 약을 구입하고 없는 약은 모바일로 주문해 1시간 안에 배송되는 서비스를 내놨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공중파 방송 3사가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봤지만, 유튜브에서는 억대 고수익을 올리는 유튜버가 대거 탄생했다. 오프라인 대형할인매장 매출액은 해마다 줄어들지만 온라인 쇼핑 매출액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의료와 바이오, 정보통신기술(ICT), 금융, 게임 등이 한국을 먹여 살릴 신사업 분야로 떠오르고 있지만, 기존 사업자들의 저항과 정부의 규제에 막혀 있다. 전기차 전용 충전소에 가지 않고도 기존 플러그에 꽂기만 하면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서비스는 전기사업법에 막혀 시작도 못하고 있고, 유전자 검사만으로 맞춤형 질병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막혀 있다. 자동차 혁신성장은 공유자동차와 자율주행차를 결합한 융복합서비스 사업을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지만 한국은 자동차 공유서비스 자체가 불법이다. 혁신성장의 성공 여부는 기술 그 자체보다도 기술이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느냐를 가늠할 정부의 제도에 달려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과거 산업화 시대의 부처별로 파편화된 정답을 찾고자 몰두하고 있다. 이제라도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혁신을 가로막는 산업화시대 걸림돌을 모두 치워 버리고 새로운 규범 체계를 찾아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해답을 찾아야 한다. 둘째, 혁신성장에는 사생활의 비밀이 없다. 개인의 모든 정보가 AI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기술에 사용되면서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 기업과 공공 영역에서 무차별적으로 개인 데이터를 활용해 정부나 기업이 ‘빅브러더’가 될 수 있다. ‘만인에 의한 만인의 감시’ 시대가 오면 그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셋째, 혁신성장에는 공짜가 없다. 산업혁명으로 세계 첫 자동차를 상용화한 영국에선 정작 혁신성장의 꽃을 피우지 못했다. 혁신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서였다. 자동차가 많아지면 마부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이 컸다. 1865년 영국 의회는 ‘붉은 깃발법’을 제정해 자동차 때문에 사라진 마부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마차를 타고 앞서고 보조기사 1명이 더 있어야만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게다가 의회는 자동차가 도심에서 시속 3㎞ 이상 속도를 낼 수 없게 규제했다. 이 법은 31년이나 유지되다가 폐지됐다. 영국의 자동차산업 기반도 독일과 미국으로 넘어갔다. 혁신에 대한 전방위적 저항은 당연한 일이다. 창조적 파괴를 거부하는 혁신은 성공할 수 없다. 아픔과 고통과 처절함이 동반돼야 혁신이 이뤄진다. 특정 소수가 혜택을 보려고 혁신을 거부할 때 정부는 표를 의식하지 말고 국민에게 이를 정확히 알려 줘야 한다. 정부가 기득권 저항에 굴복해선 안 된다. 혁신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준비를 해야 한다. 정부가 혁신성장의 불을 댕기고 디딤돌이 될 때 우리나라는 비로소 희망이 있다. 한국의 미래는 우리가 마주한 성장절벽과 인구절벽, 격차절벽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달려 있다. 산업화시대의 낡은 칸막이 규제와 시스템을 부수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혁의 파고에 올라타야만 성공할 수 있다.
  • 하츠, 기말고사 맞이 자녀 공부 집중력 높이는 팁 공개

    하츠, 기말고사 맞이 자녀 공부 집중력 높이는 팁 공개

    기말고사를 앞둔 6월은 중·고등학생들의 집중력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학기 중에 쌓인 피로와 때이른 더위가 겹치면서 공부에 몰입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럴 때일수록 부모가 곁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실내 공기질 관리 전문 기업 ㈜하츠가 우리 아이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생활 속 노하우를 한 데 모아 소개했다. ◆ 산소 농도·조명 등 제대로 된 공부 환경 조성해야 우리 뇌는 공부 중 많은 칼로리와 산소를 소모하는데, 밀폐된 공부방에 오래 있으면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해져 피로가 쉽게 쌓이고 암기력이 떨어지거나 졸음이 밀려올 수 있다. 이 경우 자녀가 언제나 신선한 산소를 들이마실 수 있도록 창문 근처에 책상을 비치하고 수시로 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창문을 여는 것조차 번거롭다면 기계식 환기 장치를 활용해보자. 하츠의 청공조기 ‘에어프레셔(AIR FRESHER)’는 환기와 공기청정을 동시에 해결, 대기오염 등으로 창문을 직접 열 수 없을 때에도 자연의 건강 산소를 깨끗하게 걸러 실내로 공급해 준다. 또한 색 온도(K·캘빈) 조절이 가능한 LED 조명으로 공부 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다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푸른빛인 7600~8000K에선 수리력을 높이는 중간 베타파(Mid-β)가 30% 더 강해지고, 일반 조명의 밝기인 4200~4600K의 빛은 언어적 측면의 사고력을 돕는 베타파 생성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음악, 미술, 창작 등 상상력을 발휘하는 예술 부문의 과목엔 2200~2600K 정도의 붉은빛이 좋다. ◆ 시력과 체력 두 마리 토끼 잡아주는 건강 식단 챙기기 학생에게 체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시력이다. 체력과 시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면 블루베리, 자색고구마 등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진한 보라색 또는 검은색을 띈 음식을 활용해 보자. 안토시아닌은 눈의 모세혈관 속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모양체근의 긴장을 풀어주어 시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항산화 작용 덕에 기억력 및 집중력 향상에도 효과적이다. 고단백·고지방에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견과류도 수험생에게 제격이다. 땅콩, 호두, 잣, 아몬드 등 견과류의 무기질에는 지방 분해를 도와 장을 가볍게 하고 뇌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레시핀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비슷한 효능을 가진 음식으로는 콩류와 곡물류가 있는데, 특히 렌틸콩과 볶은 귀리를 넣은 요거트나 볶은 검은콩을 간식 대용으로 섭취하면 저작근이 활발히 움직이며 뇌를 자극, 공부 중 졸음을 예방할 수 있다. ◆ 공부의 적 ‘휴식 부족’… 최소 7시간 이상 수면 필수 청소년기의 휴식 부족은 주의력과 신체 수행능력을 떨어트리는 ‘공부의 적’이다. 미국 수면의학회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권장 수면 시간은 8~9시간, 최소 수면시간은 7시간이다. 뇌는 수면 중에도 끊임없이 정보를 처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낮에 배운 수업 내용을 복습해 장기 기억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개인별로 스트레스 해소법은 상이하지만 무엇보다도 신체·정신적인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랫동안 경직된 자세로 공부를 하다 보니 신체에 피로감이 자주 몰려오거나 근육이 쉽게 뭉칠 수 있기 때문에 매일 30분씩 걷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휴대폰 게임이나 웹 서핑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면 시간을 정해두고 적당히 즐기는 편이 바람직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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