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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에 역대급 위기 온다… 3.6조 ‘마통’ 뚫은 삼성생명

    내년에 역대급 위기 온다… 3.6조 ‘마통’ 뚫은 삼성생명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으로 장기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자 보험사·카드사 등 2금융권이 유사시 쓸 수 있는 단기 차입금 한도를 늘리며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단기자금 차입 한도를 기존 2000억원에서 3조 6000억원으로 3조 4000억원 늘렸다. 삼성생명은 공시를 통해 “유사시 신속한 유동성 대응을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단기자금 차입금이란 1년 이내 만기로 금융기관 등 외부로부터 빌린 돈을 말한다. 이 한도를 늘렸다는 것은 유사시 상황에 대비해 빌릴 수 있는 자금 규모인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늘렸다는 의미다. 삼성생명이 이번에 증액한 차입금액 한도는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 대비 약 8.58%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만큼 자금조달 시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선제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내년에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금융위기가 한 달여간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단기차입 한도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 중 가장 큰 유동성을 확보한 삼성생명이 이처럼 대규모로 단기자금 차입 한도를 늘린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다른 업계에서도 위기감을 갖고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11월 한 달 사이에만 키움증권(1조원), 한화투자증권(5000억원), 현대차증권(3000억원), 유안타증권(937억 3000만원) 등 5개사가 단기차입금 한도를 늘리겠다고 공시했다. 이외 지난 28일 신한카드는 신한은행으로부터 4000억원의 일반자금대출 차입을 결정했다. 2금융권에서 단기차입금 규모를 늘리는 데는 레고랜드 사태에 더해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회사채, 특히 장기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를 의미하는 신용스프레드는 점점 벌어져 2009년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지난 29일 종가 기준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AA- 등급 회사채 간 3년물 금리 격차)는 168.2bp(1bp=0.01% 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27일(177bp)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신용스프레드가 커진다는 것은 시장에서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뜻이다. 단기자금시장도 녹록지 않다. 기업들이 기업어음(CP) 시장으로 몰리면서 91일 만기 기업어음 금리는 연초 1.5% 수준에서 지난 29일 5.51%까지 치솟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기차입금은 금리가 낮은 대신 기간이 짧아 자금 조달의 안정성은 떨어진다”면서 “리파이낸싱(자본 재조달)할 시 금리 상승기라면 이자 비용이 커져 손실이 증가하고 유동성은 더 부족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자금난’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 사의… 롯데케미칼 추가 지원 안 해

    ‘자금난’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 사의… 롯데케미칼 추가 지원 안 해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가 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레고랜드 부도 사태로 불거진 롯데건설의 유동성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건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롯데정밀화학·롯데홈쇼핑·롯데물산 등 그룹 계열사의 도움을 받아 1조 45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한 바 있다. 하 대표의 사직 처리 및 후임 인사 선임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롯데케미칼은 21일 유상증자와 관련한 콘퍼런스콜을 진행, 롯데건설과 관련한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을 일축했다. 앞서 지난 18일 롯데케미칼은 1조 105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공시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공시를 통해 5000억원은 운영 자금으로, 6050억원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에 모두 5875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롯데건설의 대여금은 3개월 만기의 대여로 만기일은 1월 18일자며 현재까지 만기 연장에 대한 계획은 없다”며 “롯데건설 리스크가 상당한 수준으로 해소됐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인수 대금 마련과 계열사 지원으로 롯데케미칼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통상 유상증자는 주식 수 증가에 따라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이 주가 하락이나 주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대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전망을 잇따라 내려 잡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AA+등급’으로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도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AA+ ‘안정적’에서 AA+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 [세종로의 아침] 살얼음판 한국 경제, 극복 지혜 모아야/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살얼음판 한국 경제, 극복 지혜 모아야/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지난달 신용등급이 AA-인 한 대기업 계열사가 3년물 회사채 500억원을 발행하고자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발행금리가 무려 6.168%였지만 주문금액은 0원이었다. 앞서 이 회사가 지난 1월 같은 조건으로 실시했을 때 6350억원이 몰린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인 무역수지가 적자 행진을 계속하는 것도 심상찮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 1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는 376억 달러 적자다.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적자다. 적자 기간이 1997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길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여기에서 멈춰도 연간 적자폭은 국내 무역 통계 사상 최대로 기록된다. 지난달 지방에 설치한 유명 브랜드의 아파트 모델하우스 개장 첫날, 찾아오는 청약 희망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과 맞물린 까닭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후에도 모델하우스를 찾는 이가 거의 없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9월 말 기준 4만 1604가구로, 작년 12월의 1만 7710가구와 비교하면 135% 증가했다. 살얼음판 같은 한국 경제의 현실을 보여 주는 사례들이다. 한 발만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사례들이 수두룩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아파트 미분양이 쌓이면 시공사는 중도금 무이자 대출, 시스템 에어컨 무료 설치, 발코니 무료 확장 순서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때까지는 수익률은 줄지만 손실은 아니다. 준공 후 ‘할인분양’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시행사의 손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한 금융사로 전이된다. 할인분양이 시행되면 PF에서 후순위로 참여한 중소형 금융기관들은 고스란히 손실을 볼 위험이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혹시 모를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고자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 동안 5대 시중은행에서 대기업 대출이 5조 8592억원 늘어났다. 대기업의 대출 증가 규모는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 3월(8조 949억원)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대다. 대기업이 은행으로 달려간 이유는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높은 금리에도 회사채를 사겠다는 수요가 증발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대외 악재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장기화, 미국과 유럽연합 등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긴축 정책에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이다. 탈글로벌화로 이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이 끝날 기약도 없는 초장기전 양상으로 바뀐 것도 대형 악재다. 우리 경제에 드리운 더 짙은 먹구름은 국내 정치다. 이를테면 경제의 핵심인 에너지 정책을 두고 여야가 맞서고 있다. 집권 여당은 전 정부의 실책이라며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벼르고 있다. 거대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집중적으로 미는 원자력발전 관련 예산을 모조리 삭감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이 단견이었듯 신재생에너지의 역할도 외면할 일이 아니다. 석유 수입선 다변화가 필요하듯 에너지원 다양화도 불가결하다. 정치권이 생존에 안간힘을 쏟는 경제 주체들에 신뢰를 주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민이 살기 힘들면 특정 정당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는 미신을 정치권이 믿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의 복리를 위한 일에 여야가 따로 없다. 이게 당국의 신용위기 차단 노력보다 더 중요하다. 다행히 엊그제 돌아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에서 우리 경제에 한 줄기 빛이 들었다. 우리 선배들이 1970년대의 오일쇼크를 중동을 통해 극복했듯 최근의 복합위기를 타개할 수주 낭보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 호젓, 짭조름한 바다 향기 넘실…싱그러운 휴양

    호젓, 짭조름한 바다 향기 넘실…싱그러운 휴양

    베트남 호찌민에서 두 시간 남짓. 바다를 향해 남쪽으로 내려간다. 오토바이 소음은 파도 소리로, 매캐했던 공기는 싱그럽고 짭조름한 바다 향기로 대체된다. 베트남 남쪽의 해안 도시 붕따우는 ‘호찌민의 강릉’이다. 우리 강원 강릉처럼 수도권에서 2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고, 호찌민 주민들이 휴가차 즐겨 찾는다. 붕따우에서 바닷가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호짬(Ho Tram)이 나온다. 거리로 보면 여기는 우리 주문진에 견줄 만하다. 한적한 어촌마을이면서 ‘신상’ 여행지로 뜨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좀더 위로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무이네가 이어진다. 이번 여정의 목적지는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베트남의 남녘 바다다. 먼저 호짬부터. 호찌민에서 남동쪽으로 125㎞쯤 떨어진 바닷가 마을이다. 규모는 붕따우보다 한참 작지만 이제 막 여행지로 눈을 뜨고 있는 곳이다. 호찌민에서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은데 왕복 2차로의 낡은 도로가 대부분이어서 차로 2시간 30분 넘게 걸린다. 휴게소에 들르는 것까지 계산하면 얼추 3시간 가까이 잡아야 한다.코로나19 시기에 국내 여행이 활성화된 베트남에서 호짬은 뜨거운 여행지에 속한다. 모래밖에 없던 바닷가에 대단위 리조트가 들어서는 등 빠르게 휴양지의 모습을 갖춰 가고 있다. 인근 무이네에 발 빠르게 한국 음식점을 낸 한 교민은 “호찌민과 호짬, 혹은 달랏이나 냐짱 등 유명 여행지와 호짬을 묶어 돌아보려는 한국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며 “베트남의 한국 교민들도 이 지역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아직 날것 그대로의 베트남의 모습도 있고 21세기의 편안한 휴식 공간도 갖춘 여행지가 호짬이다. 호짬의 바다는 독특하다. 대한민국 바다의 특징을 고루 가졌으면서 어디와도 닮지 않았다. 모래는 상당히 고운 편이다. 우리 동해와 비슷하거나 좀더 부드럽다. 앞으로는 거침없이 수평선이 펼쳐진다. 웅혼한 우리 남녘 바다를 보는 듯하다. 사방을 둘러봐도 선착장 하나 없어 너른 느낌이 더하다. 수심은 그리 깊지 않은 편이다. 뭍에서 한참을 나가도 바닷물이 무릎 아래에서 찰랑거린다. 딱 우리 서해다. 달이 인력을 달리할 때마다 바닷물이 들고 나는 것도 닮았다. 해변 몇몇 곳엔 바다를 향해 긴 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한 방사제(防砂堤)다. 이 고적한 바다에서도 우리 동해안처럼 모래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놀랍다. 도로가 깔리고 해변 배후지에 건물이 들어서면서 시작된 현상이란다. 새벽의 호짬 해변은 고요하다. 선착장이 없으니 어선도, 어민도 없다. 어부와 갈매기가 어우러지는 왁자한 풍경 대신 무인도 같은 적막감이 감돈다. 이 너른 해변에서 건장한 사내 두 명이 써레질을 하고 있다. 모래를 걷어 올려 미세 그물로 걸러 내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 사금을 채취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베트남을 사금 채취의 성지로 묘사하는 책이 나오고, 한때 사금 채취 체험이 포함된 여행 상품까지 판매됐던 걸 보면 베트남 사금의 역사는 꽤 깊은 듯하다. 동이 트면 여행객의 모습이 하나둘 보인다. 하지만 바다로 들어가는 이는 없다. 베트남 사람들은 맑은 날에 해수욕하는 걸 꺼린다고 한다. 살이 타는 걸 싫어해서다. 반대로 흐린 날일수록 해변은 더 북적댄다.개발 붐이 일고는 있지만 호짬은 여전히 시골 마을이다. 리조트 외에 놀거리가 거의 없다. 그러니 호짬을 간다는 건 이른바 ‘호캉스’를 즐긴다는 것과 사실상 동의어다. 호짬을 근거지로 삼고 인근의 무이네, 붕따우 등을 여행하는 현지인들도 부쩍 늘었다. 호짬 일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은 한국인 여행자다. 베트남의 현 외래 관광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것도 한국인이다. 한때 베트남을 ‘먹여 살렸던’ 중국인이 코로나19로 발이 묶이고 러시아가 전쟁에 휩쓸리면서 한국이 압도적 1위로 올라섰다. 호짬에서 북쪽으로 1시간 30분쯤 올라가면 아름다운 어촌마을 무이네가 나온다. 베트남 최대 ‘느억맘’(피시 소스) 생산지다. 이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건 두 곳의 사구다. 우리 옹진군 대청도의 옥죽동 해안사구처럼 바다에서 날려 온 모래가 쌓여 형성됐다. 각각 화이트 샌드 듄, 옐로 샌드 듄이라 불린다. 우리 여행자들에겐 흰 사막, 붉은 사막으로 더 잘 알려졌다. 규모는 흰 사구가 더 크다. 지프 차량이나 사륜 바이크를 타고 돌아볼 수 있다. 붉은 사구는 모래 빛깔이 다소 붉다. 해넘이 때는 더 붉어진다. 두 곳 모두 ‘사진발’이 좋아 일출이나 일몰에 맞춰 방문하는 이들이 많다. 베트남어로 ‘무이’는 코, ‘네’는 피한다는 뜻이다. 이름처럼 바다를 향해 삐죽 튀어나왔다. ‘무이네곶’이라고 부르면 좀더 알기 쉬울 법하다. 예부터 어선들이 폭풍우를 만나면 피항하던 곳이 무이네다. 이 지역에 ‘피싱 빌리지’가 있는 건 그래서 당연해 보인다. 대부분의 여행서들은 피싱 빌리지를 ‘작은 어촌 마을’ 정도로 표현한다. 포구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방파제나 선착장 등이 없어 ‘작아’ 보이겠지만 사실 베트남 남녘 바다의 최대 어항이다. 현지에선 ‘랑짜이’(Lang chai)라고 부른다.랑짜이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투옌퉁’이라는 바구니 배다. 투옌은 배, 퉁은 둥글다는 의미로, 플라스틱 세숫대야를 튀겨 놓은 듯한 생김새를 가졌다. 투옌퉁은 선착장이 없는 랑짜이 마을에서 계류장에 정박한 어선까지 접근할 때 요긴한데, 이 배를 타고 소규모 조업을 하기도 한다. 해변 위로 반달 형태의 어선들과 투옌퉁이 무수히 떠 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새벽엔 마을 앞에 어시장이 형성된다. 어부와 상인, 먹잇감을 노리는 갈매기 등이 뒤엉켜 한바탕 파시를 이룬다.■ 여행수첩 호짬을 대표하는 리조트는 더 그랜드 호짬스트립이다. 리조트 콤플렉스라고 부를 만한 너른 공간에 호텔 두 곳과 골프장, 외국인 전용 카지노, 극장, 나이트클럽, 스파 등 온갖 시설들이 들어차 있다. 수영장 등 실외 놀이시설도 빼곡하다. 바닷가에 바짝 붙은 호텔은 브이(V) 자 형태로 서로 마주 보고 있다. 하나는 홀리데이인 리조트 호짬 비치, 또 하나는 인터콘티넨털 그랜드 호짬이다. 홀리데이인 호짬 비치는 모던한 감각의 가족 중심 리조트로, 호텔보다는 경쾌하지만 콘도라기엔 우아한 느낌이다.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놀이, 휴식공간도 다양하게 갖췄다. 인터콘티넨털 그랜드 호짬은 전형적인 호텔이다. 중후한 디자인과 묵직한 조명으로 연출됐다.두 호텔을 더하면 객실 수가 1100개를 넘는다. 형태도 다양해 커플부터 대가족까지 수용할 수 있다. 고래 테마 객실 등 어린이 동반 가족을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 무엇보다 저렴한 객실 요금이 장점이다. 우리보다 낮은 숙박비에 두어 등급 업그레이드된 객실을 쓴다고 보면 틀림없겠다. 호텔 뒤 블러프 골프장은 18홀 규모(파 71·7007야드)다. 호주의 그레그 노먼이 설계해 베트남에선 명문 골프장으로 꼽힌다고 한다. 리조트 앞으로는 2㎞가 넘는 모래 해변이 길게 펼쳐져 있다. 사실상 리조트 전용 비치다. 국내 총판(GSA)은 퍼시픽에어인터내셔날(PAA) 그룹이다. 지난 4일 호짬스트립의 월트 파워 대표와 박종필 PAA 회장이 GSA 서명식을 갖고 한국 내 공동 마케팅에 합의했다.
  • [데스크 시각] 신뢰와 타이밍에서 실패한 레고랜드 사태/전경하 수석부장

    [데스크 시각] 신뢰와 타이밍에서 실패한 레고랜드 사태/전경하 수석부장

    금융시장은 현재 행동이 아니라 미래 행동에 대한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를 시장의 예상대로 결정하는 행동은 시장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기준금리를 결정한 뒤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미래에 어떻게 할지 말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 신뢰를 쌓아 가며 돈을 움직인다. 신뢰를 지키지 못하면 금융시장의 반응은 예측 불가능하다. 강원도는 지난 9월 28일 빚을 보증하기로 한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해 회생신청을 했다. 회생신청은 기업을 파산시키는 것보다 영업을 계속하는 가치가 클 때 하는 조치다. 강원도가 회생신청 이후 채권시장이 발작하자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못 갚는 빚을 대신 갚아야 하는 보증 책임을 회피할 의도가 없다’고 밝힌 까닭이다. 김진태 강원지사의 진심은 모르겠으나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타이밍은 가혹스럽게 안 좋았다. 강원도가 회생신청을 하기 며칠 전 만난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차라리 큰일이 났으면 좋겠어. 자금 경색이 심한데 당국이 영 신경을 안 쓰네.” 김 지사는 울고 싶은 금융시장, 특히 채권시장의 뺨을 때렸다. 연준의 도발적인 금리인상에, 자금을 빨아들이는 최우량(AAA) 신용등급인 한국전력의 대규모 채권 발행에 시장은 살얼음판이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은 떨어지고 시중의 자금은 마른다. 금융시장에 대한 무지도 더해졌다. 강원중도개발공사는 BNK투자증권에서 2050억원을 빌렸고, BNK증권은 이 빚을 기초자산으로 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팔았다. 그런데 기초자산이 불안정해졌다. 법원이 회생신청을 받아들인다는 보장도 없고, 받아들인다 해도 내년에야 결정된다. 강원도의 보증을 믿고 ABCP를 산 19개 법인고객에게는 신뢰가 흔들리는 일이다. 금융은 특정 상황에 대한 반응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영향권이 넓어지는 특징이 있다. 이 가속성은 우리의 ‘빨리빨리문화’와 더해져 더 두드러진다. 회생신청이 채권시장을 강타했던 이유다. 금융사건 부동산개발사건 어떤 민간기업도 지자체장 아무개와 계약하지 않는다. 지자체와 계약했다. 전임 지자체장이 아무리 미워도 현재 지자체장은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 이행 방법을 바꾸려면 상대방이 손해를 입지 않도록 조율한 뒤에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자체가 소송당한다. 용인시는 2010년 용인경전철 건설·운영사에 최소운영수익보장(MRG)을 약속했다가 철회했다. 이에 건설·운영사는 국제중재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용인시는 약속했던 돈에 이자까지 물어 줬다. 용인 주민 일부는 이 부분도 포함해 전직 용인시장 3명(이정문ㆍ서정석ㆍ김학규)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민소송을 했다. 대법원은 2020년 용인경전철 도입이 지자체의 재무회계 행위라 주민소송이 가능하다고 파기환송했다. 오는 25일이 파기환송심 선고일이다. 임기 동안 ‘내가 만들었다’고 자랑하기 위해 벌인 치적 사업이 퇴임 이후 70세가 넘어서 법정에 서야 할 이유가 됐다. 금융사들은 앞으로 지자체는 물론 지방공기업 등이 발행한 채권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거나 사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맞는 일이지만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광역이건 기초 지자체건 사업을 지자체 돈만으로 할 수는 없다. 이참에 지자체, 지방공기업 등에 신용등급을 매기는 방안을 강구하자. 지역 상황이 다르고 재정자립도가 다른데 모두 중앙정부의 뒷배 덕분에 같은 신용등급을 갖는 것은 부당하다. 지자체나 지방공기업의 장(長)이 기관의 살림살이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유인이 될 것이다.
  • 중소 증권사 ABCP 만기·기업신용등급 줄하향 예고... 자금경색 ‘2차 쓰나미’ 덮치나

    중소 증권사 ABCP 만기·기업신용등급 줄하향 예고... 자금경색 ‘2차 쓰나미’ 덮치나

    정부가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고자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연말을 기점으로 유동성 위기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2차 쓰나미’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실 중소형 증권사 리스크부터 기업 신용등급 줄하향에 따른 경영악화까지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는 우려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가 보증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전체 규모는 20조 2867억원이다. 이 중 중소형 증권사가 보증한 A2 등급 ABCP는 1조 5226억원으로 73.5%에 해당는 1조 1244억원이 연말 만기를 앞두고 있다. 전체 PF ABC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이 중 차환에 실패하는 증권사가 발생할 경우 전체 자금시장 불안으로 퍼질 수밖에 없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중소형 증권사가 보증한 A2 등급 ABCP를 우선 매입하는 1조 8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지원책을 통해 불씨를 사전에 차단하고 나섰다. A2 등급 ABCP를 우선 매입하고, 연말 자금시장 유동성 부족으로 차환이 어려울 경우 A1 등급 ABCP까지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자금시장 경색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회사채 투자 위험의 척도인 신용스프레드는 연일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AA-’등급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연 5.407%로 국고채 3년물(3.833%)과의 금리 차이 157.4bp(1bp=0.01%)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4월 28일 159.3bp 이후 최대치다.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크레디트 채권과 국고채 간의 금리 차이로 스프레드가 확대될수록 기업 신용 리스크가 커진다. 연말 기업 신용등급 재조정 시 ‘무더기 강등’ 가능성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보통 기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에 대해서는 6월 말까지,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은 12월 말까지 정기평가를 마친다. 올해 말 현재의 유동성 위기 등이 반영되고 나면 내년 신용등급이 하향되는 기업들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업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 회사채나 CP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이 때문에 또다시 경영 상황이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국고채 일제 하락에도... 기업어음 불안 여전

    국고채 일제 하락에도... 기업어음 불안 여전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크게 하락했지만 기업어음(CP) 금리는 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물가상승이 정점을 찍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긴축정책도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11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9.9bp(1bp=0.01%포인트) 내린 연 3.834%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3.894%로 17.6bp 하락했다. 20년물은 연 3.892%로 15.7bp 내렸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15.5bp 하락, 15.7bp 하락으로 연 3.856%, 연 3.819%를 기록했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20.3bp 하락, 21.0bp 하락으로 연 3.894%, 연 3.902%에 마감했다. 금리 하락은 채권가격 상승을 뜻한다. 미국 노동부는 이날 10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 9월(8.2%)은 물론 시장 전망치(7.9%)보다 낮은 7.7% 올랐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이 발표를 인플레이션이 꺾였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물가 정점이 확인된 만큼 미국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했다. 이런 기대감에 이날 한국 시장에서는 주식·원화·채권의 가격이 모두 ‘트리플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37% 오른 2483.16에 장을 마쳤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59.1원이나 급락한 1318.4원에 마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10월 CPI 결과가 나오면서 미 국채금리가 만기별로 20bp 이상씩 내렸고 한국 시장도 영향을 받았다”며 “또 국내 원달러 환율이 내리며 외환시장이 안정되자 금리가 떨어진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6bp 오른 연 5.15%를 나타내 연일 최고치를 경신, 국고채 금리 방향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무보증 3년 회사채 AA-등급의 금리와 BBB-등급의 금리는 각각 전날보다 19bp, 19.4bp씩 하락한 연 5.361%, 연 11.208%를 나타냈다.
  • 트럼프 “대피 안 해!”…‘최악의 허리케인’ 경고 불구, 대피령 무시

    트럼프 “대피 안 해!”…‘최악의 허리케인’ 경고 불구, 대피령 무시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州를) 향해 돌진 중인 허리케인 ‘니콜’의 모습이 우주에서 포착됐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가 공개한 위성 이미지는 지난 8일 바하마 북서부와 플로리다 대서양 해안선을 향해 접근하는 ‘니콜’의 맹렬한 모습을 담고 있다. 마이애미에 있는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허리케인 니콜의 영향으로 플로리다 대서양 해안선 240마일(약 387㎞) 구역 및 바하마에 있는 그랜드바하마섬 등에 허리케인 경보가 발령됐다”고 전했다 이어 “최대 풍속 112㎞의 바람을 동반한 니콜은 9일 밤에서 10일 아침 사이에 플로리다 동부 해안을 따라 미국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바하마 북서부와 플로리다 연안 대부분에는 해일 주의보도 발령됐다”고 덧붙였다.현재 1등급 허리케인인 니콜이 플로리다주에 근접함에 따라 대피령도 내려졌다. 9일 플로리다에 있는 디즈니월드는 니콜의 접근으로 기상 상황이 나빠지자 일찍 폐장했고, 관람객들은 우비를 입은 채 서둘러 놀이공원을 빠져나갔다. 국립허리케인센터 측은 “(니콜에 따른) 현재 상황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각별히 주의를 당부했다. 플로리다주 벨에어에서 열릴 예정인 LPGA 투어 펠리컨 챔피언십도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현지시간으로 14일 예정됐던 아르테미스 1호 로켓 발사도 니콜의 영향 탓에 16일로 연기됐다. 현지에서는 니콜을 두고 약 40년 만에 미국에 상륙하는 '최악의 11월 허리케인'이 될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도 나온 가운데,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택을 떠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이후 플로리다주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를 주거지이자 별장으로 사용해 왔으며, 마라라고 리조트가 있는 팜비치에도 필수 대피령이 내려진 상황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 고문 측은 워싱턴포스트(WP)에 “(니콜의 영향으로) 리조트 일부 시설은 문을 닫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택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치러진 지난 8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지지자와 기자들이 참여하는 파티를 열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니콜은 11월에 미국을 강타하는 매우 이례적인 허리케인으로 꼽힌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기상 관측 역사상 11월에 허리케인이 강타한 것은 1975년과 1985년 이후 약 40년만”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미국의 허리케인은 시즌은 10월까지로 보며, 11월에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일은 드물다고 입을 모았다.
  • 채권시장 ‘블랙홀’ 한전채… 금융위 “분산발행은행 대출 논의”

    채권시장 ‘블랙홀’ 한전채… 금융위 “분산발행은행 대출 논의”

    금융당국이 채권시장의 ‘블랙홀’인 한전채(한국전력공사채권)를 분산해 발행하고, 필요한 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게 해 자금 경색을 풀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임시변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한전채 지원 방안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채권시장이 굉장히 불안하다. 한전채 물량이 갑자기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게 공사채, 은행채, 지방채까지 얘기해서 분산하고 있다”면서 “한국전력공사(한전)도 자금이 필요한데 한전채로 조달하면 채권시장이 서로 어려워진다. 발행 분산 외에도 은행 대출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채는 신용등급 AAA급인 최우량 채권이다. 미국의 긴축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발생한 과도한 적자를 메꾸려고 과다 발행된 한전채가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그 결과 다른 회사채가 외면받는 ‘구축효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시장 유동성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전은 올 초부터 10월 31일까지 한전채를 23조 9000억원 발행했다. 2018년 4조 7000억원, 2019년 6조 3400억원, 2020년 3조 3900억원, 지난해 10조 700억원임을 감안하면 지난해부터 급증한 것이다. 문제는 시장 유동성 고갈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경색이 본격화된 11월 1일부터 8일까지 한전은 연 5.88~5.99% 금리의 2·3년물 한전채를 9900억원 발행했다. 같은 기간 발행된 전체 회사채는 5496억원에 그친다. 회사채 전체 규모가 특수채 중 하나로 분류되는 한전채 하나에도 못 미친 것이다. 한전채 대량 발행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천문학적 적자 때문이다. 한전의 올 상반기 적자 규모는 14조 3000억원이다. 창사 이래 최대로 올 한 해 전체 적자 규모는 4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현재 한전은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오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판매하는 전기 요금을 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올해 이미 세 차례 총 17.9%를 인상했지만 역부족이다. 한전이 채권 발행이 아닌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면 채권시장은 잠시 숨 고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한전은 시중 대형은행에서 총 2조원을 대출받고 이후 자금 상황에 따라 1조원 정도를 추가로 대출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전히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전채 발행액 규모가 월 2조~3조원이다. 한전이 2조원을 대출받으면 한 달 정도는 한전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한전 적자라는 근본적인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전기 요금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 채권시장 ‘블랙홀’ 틀어막기 특급작전

    채권시장 ‘블랙홀’ 틀어막기 특급작전

    금융당국이 채권시장의 ‘블랙홀’인 한전채(한국전력공사채권)를 분산해 발행하고, 필요한 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게 해 자금 경색을 풀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임시변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한전채 지원 방안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채권시장이 굉장히 불안하다. 한전채 물량이 갑자기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게 공사채, 은행채, 지방채까지 얘기해서 분산하고 있다”면서 “한국전력공사(한전)도 자금이 필요한데 한전채로 조달하면 채권시장이 서로 어려워진다. 발행 분산 외에도 은행 대출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채는 신용등급 AAA급인 최우량 채권이다. 미국의 긴축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발생한 과도한 적자를 메꾸려고 과다 발행된 한전채가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그 결과 다른 회사채가 외면받는 ‘구축효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시장 유동성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전은 올 초부터 10월 31일까지 한전채를 23조 9000억원 발행했다. 2018년 4조 7000억원, 2019년 6조 3400억원, 2020년 3조 3900억원, 지난해 10조 700억원임을 감안하면 지난해부터 급증한 것이다. 문제는 시장 유동성 고갈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경색이 본격화된 11월 1일부터 8일까지 한전은 연 5.88~5.99% 금리의 2·3년물 한전채를 9900억원 발행했다. 같은 기간 발행된 전체 회사채는 5496억원에 그친다. 회사채 전체 규모가 특수채 중 하나로 분류되는 한전채 하나에도 못 미친 것이다. 한전채 대량 발행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천문학적 적자 때문이다. 한전의 올 상반기 적자 규모는 14조 3000억원이다. 창사 이래 최대로 올 한 해 전체 적자 규모는 30조원을 훌쩍 넘겨 4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현재 한전은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오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판매하는 전기 요금을 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올해 이미 세 차례 총 17.9%를 인상했지만 역부족이다. 한전이 채권 발행이 아닌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면 채권시장은 잠시 숨 고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한전은 시중 대형은행에서 총 2조원을 대출받고 이후 자금 상황에 따라 1조원 정도를 추가로 대출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전히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전채 발행액 규모가 월 2조~3조원이다. 한전이 2조원을 대출받으면 한 달 정도는 한전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한전 적자라는 근본적인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전기 요금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 4대 금융지주 최대 흑자인데… 부도 위험 1년 만에 3배 늘었다

    4대 금융지주 최대 흑자인데… 부도 위험 1년 만에 3배 늘었다

    사상 최대 흑자에도 불구하고 4대 금융지주의 부도 위험이 급등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차주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레고랜드, 흥국생명 등의 악재까지 연달아 터진 게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평균은 75bp(1bp=0.01% 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CDS 프리미엄 22bp에 비해 3배 넘게 뛰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 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 주는 보험 성격의 금융파생상품이다. 즉 CDS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해당 채권의 부도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지주별로는 KB금융지주가 22bp에서 75bp로, 신한금융이 24bp에서 73bp로, 하나금융이 22bp에서 77bp로, 우리금융이 22bp에서 77bp로 각각 상승했다. 2017년 말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사상 최대인 13조 8544억원이다. 개별 금융지주별로도 3분기 누적 수익이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그럼에도 한은의 급격한 금리 인상, 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조기상환권(콜옵션) 미행사 공시가 준 충격이 더 컸다. 비록 흥국생명이 지난 7일 “예정대로 9일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번복했지만 그림자는 여전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 CDS 프리미엄이 올랐다는 것은 대한민국 대외신인도가 떨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잇따른 악재와 맞물려 경색된 회사채 시장이 풀릴 기미가 안 보이자 기업들은 기업어음(CP)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재계 2위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10일 3년물(연 5.629%)과 5년물(연 5.745%) 등 장기 CP를 각각 1000억원씩 발행하기로 했다. 이날 91일물 CP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bp 오른 연 4.98%로 전날에 이어 또다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는 초우량등급(AAA)인 한전채가 연 6% 안팎의 금리에 매주 쏟아져 나온다. 그마저 일부 유찰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이 단기간 내에 안정화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당분간 기업들의 자금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대한민국 국가 신용도 떨어졌다”

    “대한민국 국가 신용도 떨어졌다”

    사상 최대 흑자에도 불구하고 4대 금융지주의 부도 위험이 급등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차주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레고랜드, 흥국생명 등의 악재까지 연달아 터진 게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대한민국 국가 신용도가 떨어졌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평균은 75bp(1bp=0.01% 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CDS 프리미엄 22bp에 비해 3배 넘게 뛰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 주는 보험 성격의 금융파생상품이다. 즉 CDS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해당 채권의 부도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지주 별로는 KB금융지주가 22bp에서 75bp로, 신한금융이 24bp에서 73bp로, 하나금융이 22bp에서 77bp로, 우리금융이 22bp에서 77bp로 각각 상승했다. 2017년 말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사상 최대인 13조 8544억원이다. 개별 금융지주별로도 3분기 누적 수익이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그럼에도 한은의 급격한 금리 인상, 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조기상환권(콜옵션) 미행사 공시가 준 충격이 더 컸다. 비록 흥국생명이 지난 7일 “예정대로 9일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번복했지만 시장에 남은 그림자는 여전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 CDS 프리미엄이 올랐다는 것은 대한민국 대외신인도가 떨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잇따른 악재와 맞물려 경색된 회사채 시장이 풀릴 기미가 안 보이자 기업들은 기업어음(CP)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재계 2위 SK그룹의 지주사인 SK㈜ 10일 3년물(연 5.629%)과 5년물(연 5.745%) 등 장기 CP를 각각 1000억원씩 발행하기로 했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는 초우량등급(AAA)인 한전채가 연 6% 안팎의 금리에 매주 쏟아져 나온다. 그마저 일부 유찰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이 단기간 내에 안정화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당분간 기업들의 자금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데스크 시각] 퍼머크라이시스/주현진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퍼머크라이시스/주현진 경제부장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 ‘permanent’(영구적인)와 ‘crisis’(위기)의 합성어로 영국 콜린스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푸틴의 핵 위협으로 이어져 핵위기가 확산되고, 코로나19 변이의 거듭된 출현으로 팬데믹이 지속되는 등 하나의 악재가 다른 악재를 낳아 위기가 재생산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 경제도 영구적 위기에 빠진 모양새다. 지자체 보증 채권의 부도가 시장에 타격을 주면서 가시화했다. 춘천 레고랜드 건설 시행사(강원중도개발공사)가 설립한 유동화 전문회사에서 2020년 발행한 2050억원의 자산유동화증권(ABCP) 만기가 도래했지만 지급보증을 선 강원도가 지난 9월 28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해당 ABCP가 지난달 5일 최종 부도 처리된 게 발단이 됐다. 당국이 50조원 플러스 알파의 유동성 지원책을 발표하고, 사태를 촉발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입장을 바꿔 연내 빚을 갚겠다고 수습에 나섰으나 혼란을 잠재우진 못했다. 한전이 조 단위 적자를 메꾸기 위해 역대급으로 채권을 찍어 내면서 시장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온 게 문제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한전채는 AAA등급의 최우량 채권이지만 한전이 과도한 적자에 시달리면서 올 들어 이달까지 전년의 두 배가 넘는 23조원이 발행됐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유동성 감소가 시작된 상황에서 6% 수준의 초우량 채권이 대거 발행되자 일반 회사채는 설 자리를 잃었고, 이에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몰리면서 채권금리를 상승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당국은 이를 해결하겠다며 5대 금융지주가 95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추가 대책을 내놓으면서 은행은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고 한전은 채권 발행 대신 은행 대출이나 해외 채권을 발행토록 했다. 다만 달러 채권시장도 경색된 상황이어서 문제 해결엔 역시 역부족이다. 최근 흥국생명이 해외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콜옵션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이번 조치로 영구채를 떠안으면서 다른 금융사들의 신종자본증권 가격이 급락하고 호가도 사라진 상황이다. 레고랜드 ABCP에서 다른 채권으로 유동성 위기가 계속 전이되고 있다. 한전의 과도한 회사채 발행으로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 우려가 나온 게 연초의 일인데,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당국은 왜 손을 쓰지 않았을까. 돌이켜 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레고랜드 사태 대책을 묻는 기자단의 질문에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에서 대응해야 할 것 같다. (시장 전반으로 불안심리가) 확산될 단계는 아니다”라며 문제를 ‘강원도의 일’로 치부했다. 시장이 당국의 이 같은 안일한 현실 인식 수준에 놀랐는지, 대기업과 공기업마저 채권 발행에 실패하는 돈맥경화 사태가 본격화했고, 결국 발언 엿새 만에 1조 6000억원의 채권안정펀드 여유 재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미봉책을 시작으로 지금껏 사후약방문식 처방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퍼머크라이시스는 악재의 연발로 현재의 위기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과 공포를 담고 있다. 미국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 이후에도 강한 긴축이 예고되면서 채권시장 유동성 쇼크에 더해 우리 경제는 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진입하고 있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어떤 위기에도 끝은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고통과 피해를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핵심이다. 당국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 내년 만기 외화채권 35조… 시장 위축에 DB생명도 콜옵션 연기

    내년 만기 외화채권 35조… 시장 위축에 DB생명도 콜옵션 연기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채권 규모가 올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35조원에 달할 것으로 파악됐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단기자금 시장 경색이 외화유동성 조달 시장으로까지 번지며 ‘흥국생명 콜옵션(중도상환) 미행사’와 같은 유사 사례가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한국계 외화채권 규모는 약 249억 220만 달러(약 35조 3000억원)로 올해 204억 3929만 달러보다 21.8% 증가한다. 2015∼2019년 외화채권 발행 규모는 100억 달러대에 머물렀지만 2020년 253억 9000만 달러, 지난해 361억 1000만 달러, 올해 281억 500만 달러 등 200억∼300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한 상태다. 전날 흥국생명이 오는 9일 예정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신종자본증권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실질 만기가 5년에서 10년으로 짧은 데다 금융사가 조기상환한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상품으로 꼽혀 왔는데, 이런 신뢰가 깨진 것이다. 그만큼 시장 상황이 위축됐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외화채권 시장 전반의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한구 금융투자협회 채권부 전문위원은 “흥국생명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인식이 나빠져 앞으로 차환 발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흥국생명의 콜옵션 포기 소식에 생명보험 업계 2위인 한화생명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가격은 매도세가 한꺼번에 몰리기도 했다. 내년 4월 10억 달러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일을 앞두고 우려가 나오자 한화생명은 “예정대로 콜옵션을 행사해 내년 4월 상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채권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미국의 긴축정책 강화로 원달러 환율까지 올라 외화채권을 상환하거나 발행하는 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실제 발행 비용에 해당하는 외화채권 신용 스프레드는 연초 145bp(1bp=0.01% 포인트)에서 지난달 말 기준 192bp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외화채권 신용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외화채권의 시장 매력도는 떨어진다. 외화채권은 아니지만 DB생명도 콜옵션을 연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장이 들썩였다. DB생명은 오는 13일 예정된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일을 사전에 투자자들과 협의해 내년 5월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DB생명과 투자자 간 쌍방의 사전협의를 통해 조기상환권 행사 기일 자체를 연기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흥국생명처럼 콜옵션을 미이행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올해 말까지 생명보험사들의 유동성 평가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보험사 경영실태평가(RAAS) 시 유동성 지표의 평가등급을 2등급이라도 1등급으로 간주하는 등 1등급씩 상향 적용한다.
  • 내년 만기 돌아오는 외화채권 35조…‘제2흥국생명 나올라’

    내년 만기 돌아오는 외화채권 35조…‘제2흥국생명 나올라’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채권 규모가 올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35조원에 달할 것으로 파악됐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단기자금 시장 경색이 외화유동성 조달 시장으로까지 번지며 ‘흥국생명 콜옵션(중도상환) 미행사’와 같은 유사 사례가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한국계 외화채권 규모는 약 249억 220만 달러(약 35조 3000억원)로 올해 204억 3929만 달러보다 21.8% 증가한다. 2015∼2019년까지 외화채권 발행 규모는 100억 달러 대에 머물렀지만 2020년 253억 9000만 달러, 지난해 361억 1000만 달러, 올해 281억 500만 달러 등 200억∼300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한 상태다. 전날 흥국생명이 오는 9일 예정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신종자본증권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실질 만기가 5년에서 10년으로 짧은 데다 금융사가 조기상환한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상품으로 꼽혀 왔는데, 이런 신뢰가 깨진 것이다. 그만큼 시장 상황이 위축됐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외화채권 시장 전반의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한구 금융투자협회 채권부 전문위원은 “흥국생명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국내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인식이 나빠져 앞으로 차환 발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흥국생명의 콜옵션 포기 소식에 생명보험 업계 2위인 한화생명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가격은 매도세가 한꺼번에 몰리기도 했다. 내년 4월 10억 달러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일을 앞두고 우려가 나오자 한화생명은 “예정대로 콜옵션을 행사해 내년 4월 상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채권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미국의 긴축정책 강화로 원달러 환율까지 올라 외화채권을 상환하거나 발행하는 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실제 발행 비용에 해당하는 외화채권 신용 스프레드는 연초 145bp(1bp=0.01% 포인트)에서 지난달 말 기준 192bp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외화채권 신용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외화채권의 시장 매력은 떨어진다. 외화 채권은 아니지만 DB생명도 콜옵션을 연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장이 들썩였다. DB생명은 오는 13일 예정된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일을 사전에 투자자들과 협의해 내년 5월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DB생명과 투자자 간 쌍방의 사전협의를 통해 조기상환권 행사 기일 자체를 연기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흥국생명처럼 콜옵션을 미이행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올해 말까지 생명보험사들의 유동성 평가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보험사 경영실태평가(RAAS) 시 유동성 지표의 평가등급을 2등급이라도 1등급으로 간주하는 등 1등급씩 상향 적용한다.
  • 올해 한전채 23조 자금 시장 ‘블랙홀’… 한전 적자 해소가 문제 해결의 열쇠 [2022 쟁점 분석]

    올해 한전채 23조 자금 시장 ‘블랙홀’… 한전 적자 해소가 문제 해결의 열쇠 [2022 쟁점 분석]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채권시장의 시중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경우 장외시장에서 최고 20%의 금리에 거래되고 있다. 중소기업이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발행하는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금리도 10%에 육박하고 있다. 채권시장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해 정부는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채권시장에 공급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를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16조원)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채권시장의 경색은 춘천시에 위치한 레고랜드와 관련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처리 과정에서 시작됐다. 레고랜드 건설을 주도한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설립한 유동화전문회사인 아이원제일차에서 2020년 발행한 2050억원의 ABCP 만기가 도래했지만 412억원에 대해서는 자체 상환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지급 보증을 했던 강원도가 상환 대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해당 ABCP는 지난달 5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지자체 보증 채권의 부도가 채권시장에 큰 심적 타격을 줘 채권시장이 극도로 경색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하지만 평상시 상황이었다면 레고랜드와 관련된 상황이 큰 사태로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다.연초부터 한국전력 관계자들은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을 우려했다. 한전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에 걸쳐 총 48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한전 채권은 AAA등급의 최우량 채권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한전의 채권 발행은 지난해 11조 7700억원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올해 들어 폭증했다. 지난 1월 2조 3600억원을 시작으로 매달 2조원 이상의 채권을 발생하면서 시중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올해 한전이 신규 발행한 채권은 단기채권을 제외하고도 23조 4000억원에 이른다. 월평균 2조 3000억원씩 신규 채권을 발행한 것이다. 한전이 발행한 채권 누적 잔액은 53조 9000억원이다. 대규모 채권 발행이 이어지면서 발행금리도 1월 연 2.71%에서 4월 3.48%로 상승했으며 10월에는 5.68%로 뛰면서 연초 대비 2배 이상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한전이 부담해야 하는 채권이자도 내년 상반기가 되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佛 전력공사·獨 에너지기업 국유화 최상위 신용등급 AAA의 채권이 대규모로 발행되면서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은 예견된 일이었다. AAA 채권의 금리가 5%대를 넘어서면서 일반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격감할 수밖에 없었고,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이 은행 대출에 몰리면서 은행채 발행이 급증했고 채권 금리는 대폭 상승했다. 연간 2500조원 규모의 국내 채권시장 규모를 감안해 보면 20조원대의 채권은 충분히 소화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유동성 감소가 시작된 상황에서 AAA급 우량채권의 대규모 발행은 시장 전체에 큰 부담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발생한 레고랜드 사건은 이를 가시화했던 것이지 그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채권시장의 근본적 문제해결은 전력요금 인상을 통한 한전의 채권 발행 감소로 가능하다. 하지만 전력요금은 6월 4.3% 소폭 인상되는 데 그쳤다. 한전이 전력시장에서 구매하는 전력도매가격은 지난해 당 60~80원 수준에서 266.91원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전력요금 인상은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한전의 적자는 확대됐고, 채권 발행이 증가하면서 채권시장의 경색으로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주게 된 것이다. 가스 및 석탄가격 급등에 따라 많은 국가들 역시 전력요금 급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독일의 경우 연초 ㎿h당 34.98유로였던 전력도매요금이 8월에는 469.35유로까지 치솟았다. 9월에는 360유로로 소폭 하락했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상승했다. 프랑스의 경우도 37.97유로에서 393.55유로로 대폭 상승한 상황이다. 도매요금 상승분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각국은 가계에 대한 보조금 지급 및 전기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의 대폭 인하를 통해 전력요금 인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이달 1일부터 올해 1월 가격으로 전력요금을 되돌리고 저소득 가구에 대해 1300유로의 일회성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며, 모든 가구에 대해 11월과 12월에 걸쳐 190유로의 에너지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프랑스의 경우도 ㎿h당 부가되는 세금을 22.5유로에서 1유로로 대폭 내려 가계가 부담하는 상승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소매와 도매 요금의 차이는 전력 및 에너지 사업자의 대규모 적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프랑스는 지난 7월 97억 유로(약 14조원)를 투입해 우리나라의 한전에 해당하는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완전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의 경우도 최대 에너지 공급기업인 우니페르를 80억 유로를 들여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전력 및 에너지 공급을 위해 국가가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이다. ●한전 자체적 재원 확보 방법은 없어 이러한 유럽 국가들의 필사적인 노력과 비교해 보면 우리 정부의 대책은 지극히 소극적이다. 연료비 인상 요인을 전력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 전력요금에 부가되는 부가가치세 10%와 전력산업기반기금 3.7%를 낮추고자 하는 노력도 없다. 한시적으로라도 이들 세금과 부담금을 면제해 원가상승 요인을 반영하고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한전은 국내 유일의 전력망사업자로서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의무가 있다. 증가하는 전력 수요 충당을 위한 추가적인 송전선로 건설이 시급한 상황이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변동성을 수용할 수 있는 차세대 전력망 구축을 위한 책임 역시 한전에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한전이 이를 위한 재원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방법은 없으며 결국 이는 더 큰 경제 전반의 부담과 미래 경쟁력 약화로 돌아올 것이다.●전기료 대폭 인상·가계 보조금 필요 유럽과 같은 전력요금의 대폭 인상과 이를 상쇄하기 위한 가계 보조금 지급, 한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 또는 국유화를 통한 전력사업구조의 근본적 개편 등 특단의 조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과감한 결단보다는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을 통한 채권 발행한도 증액과 같은 일시적 조치에 골몰하고 있다. 한전채의 추가 발행은 결국 채권시장 불안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 요금 인상은 단기적 고통이며 향후 인상 요인이 해소될 경우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채권시장의 동요와 경색은 경제 전반에 대한 타격과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는 명확하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보유재산 팔고 CP 발행… “내년 문 닫는 중소형 증권사 나온다”

    보유재산 팔고 CP 발행… “내년 문 닫는 중소형 증권사 나온다”

    ETF 등 팔아 현금 확보 매달려기업어음 8~9% 금리도 안 팔려대형 증권사 ABCP 매입에 한계기업 자금조달, 13년 만에 최악 정부, 금융사 해외채권 발행 확대공공기관에 회사채 발행 자제령정부와 금융당국이 ‘돈맥경화’를 해소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대책을 쏟아냈지만,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가 불을 붙인 ‘동맥경화’ 사태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놓인 중소형 증권사들이 사실상 구조조정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증권가에 따르면 부실이 누적된 중소형 증권사들은 기업어음(CP)을 연 8~9% 금리에 발행해도 팔리지 않는 등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보유 재산을 팔아 현금 확보에 매달리는 등 사실상 구조조정에 내몰린 가운데, 내년 1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도산이나 회생절차에 직면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가 유동성 위기를 겪는 증권사에 3조원 이상을 지원하고, 국내 9개 대형 증권사들이 자금을 모아 중소형 증권사가 보유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는 등의 대책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의 자금이 기업의 신용등급에 따라 고르게 배분되는 게 아니라 AAA 등급의 초우량채가 아니면 흘러가지 않을 정도로 리스크 위험에 움츠려 있다”면서 “정부 대책으로 급한 불을 끄고 나면 ‘약한 고리’부터 터져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AA-등급) 3년물 간 차이인 신용스프레드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책 발표 이후에도 상승해 1.4% 포인트에 육박하며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8월(1.38% 포인트) 이후 13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신용스프레드 수치가 클수록 시장이 회사채의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의미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50조원 플러스 알파(+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등 대책을 내놓은 뒤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등 채권시장이 진정되고 있지만, 기업들에 대한 투자 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단기 자금시장의 경색을 풀기 위해 금융사들의 해외 채권 발행 확대를 추진한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해외 채권 발행이 환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자제시켜 왔으나, 원화 가치가 하락할 때는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한 후 환헤지를 통해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이점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정부는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에 회사채 발행을 자제하고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AA등급의 한전이 올해 들어 23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 블랙홀’ 역할을 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 강원發 자금경색 후폭풍… 지자체·지방공기업 비상

    강원發 자금경색 후폭풍… 지자체·지방공기업 비상

    채권시장을 얼어붙게 한 이른바 ‘레고랜드발(發) 쇼크’의 불똥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으로 튀고 있다. 27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강원 춘천시 산하기관인 봉명테크노밸리가 동춘천산업단지 조성 사업비 조달을 위해 금융사에서 빌린 채무의 이자율이 최근 5.6%에서 13%로 크게 올랐다. 당초 춘천시와 봉명테크노밸리는 채무 상환 기한을 지난 26일에서 내년 1월 말로 3개월 연장한 뒤 그사이 들어올 동춘천산단 분양대금 등으로 채무를 완납할 계획이었으나 금융사가 만기 연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춘천시 관계자는 “앞서 금융사와 어느 정도 연장 합의가 끝난 상태였는데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자 갑자기 금융사에서 너무 리스크가 크다면서 연장이 안 된다고 알려 왔다”고 말했다. 춘천시는 고육책으로 채무 이자율을 높여 상환 기한을 3개월 늘렸다. 이로 인해 이자는 3억원에서 5억 3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강병헌 춘천시 투자유치과 주무관은 “레고랜드 사업처럼 디폴트가 되는 것을 막으려면 만기를 연장해야 해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렸다”며 “늘어난 이자 부담은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해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도시공사는 최근 500억원 규모로 3년물 공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으나 투자자를 찾지 못해 계획을 접었다. 인천도시공사 채권 신용등급은 ‘AAA’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AA+’로 우량 공사채에 속하지만 목표액의 20%인 100억여원의 자금만 들어왔다. 경기도 과천도시공사 또한 3기 신도시 사업 중 하나인 과천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자 최근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이 중 400억원은 유찰됐다. 다른 지자체들도 채권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자구책을 세우고 있다. 산업단지 조성 등 지역개발 사업을 위해 채무보증을 선 지자체는 전국에서 13곳이고 보증액은 총 1조 701억원에 달한다. 채권시장 자금 경색으로 인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강원도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중도개발공사 보증채무 2050억원의 상환 시기를 애초 발표한 내년 1월 말에서 오는 12월 15일로 앞당기겠다고 했다. 자금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충당한다. 정광열 경제부지사는 “이 결정은 기획재정부와 사전 협의한 것”이라며 “강원도는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성실하게 대처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 [사설] 높아 가는 경제 불확실성, 여야 위기 직시하라

    [사설] 높아 가는 경제 불확실성, 여야 위기 직시하라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3분기 성장률을 0.1%로 전망한다. 성장이 거의 멈췄다는 얘기다. 구체적인 수치는 한국은행이 오늘 발표하지만 크게 다를 것 같진 않다. 무역수지는 이달까지 7개월 연속 적자가 확실시된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처음 낮춰 잡았을 때만 해도 ‘피치 특유의 한국 깎아내리기’로 해석됐으나 이제는 1%대 전망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천하가 굳어지면서 ‘차이나런’(차이나+뱅크런·중국 탈출)이 생겨났다. ‘시진핑 리스크’에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과 채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위안화 가치는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엔화 가치도 달러당 150엔선이 무너지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예전에는 두 통화의 약세가 우리나라 수출경쟁력에 도움이 됐으나 지금은 동조 현상에 따른 쏠림을 더 걱정해야 할 처지다. 국내 자금시장도 살얼음판이다. 정부가 50조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트리플A(AAA) 등급 채권도 잘 소화되지 않고 있다. 한은이 시장에 직접 돈을 푸는 카드가 남아 있으나 이는 고물가·고환율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려 온 그간의 긴축정책과 충돌한다. 이 충돌로 영국은 44일 만에 총리가 바뀌기까지 했다.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 안팎 경제위기에 대처해도 불안불안한 형국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극한 대치를 풀 기미가 없다. 야당 대표의 대선자금 의혹은 이제 검찰의 수사를 지켜볼 일이다. 정치권은 내년 예산안 심사와 경제 현안 해결에 눈을 돌려야 한다. 639조원의 내년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이 12월 2일인데 벌써부터 ‘준예산’ 얘기가 나와서야 되겠는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전년도 예산에 준해 나라 살림을 짜네 마네 하는 구태를 또 반복한다면 그 누구도 민생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기초연금 증액, 지역화폐 존치, 병사 월급 인상 등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디 예산안뿐인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엊그제 “법대로”를 외치며 한국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에 난색을 표시했다. 미 행정부가 새달 초까지 인플레감축법(IRA)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 모두 ‘한국차 예외 인정’을 끌어내는 데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삿대질만 하고 있기에는 나라 안팎 경제 여건이 너무 위태롭다.
  • 당국, 3조·2조 퍼붓지만… “내년 초 더 겁난다”

    당국, 3조·2조 퍼붓지만… “내년 초 더 겁난다”

    금융당국이 자금시장 경색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자금난에 처한 증권사에 3조원의 추가 유동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돌입했다. 금융위원회는 26일부터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자금이 급히 필요한 증권사에 대해 환매조건부채권(RP)과 증권 담보대출 등의 방식으로 3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날만 약 3000억원을 투입했다. RP와 증권 담보대출 대상 증권을 기존 국공채나 통안채, 은행채뿐만 아니라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 이상)로 확대한 것이다. 또 산업은행을 통해 10조원 규모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중 우선 2조원을 증권사 CP 매입에 투입한다. 금융시장에서는 산업은행·기업은행의 기존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대상에 금융회사가 발행한 ‘A3 등급 이상’ CP를 포함한 것이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형 증권사의 유동성 고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은행채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은행채가 채권시장 자금을 빨아들여 자금 경색을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조성을 위해서라도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은행채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정부가 11월 초까지 채안펀드를 20조원 규모로 키우려면 은행에 추가 출자를 요청(캐피털 콜)해야 한다.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가 포함되면 은행은 이미 보유 중인 은행채를 담보로 한은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KB국민은행 등 5대 시중 은행 부행장들이 이날 금융위, 금융감독원 등 당국과의 회의에서 채안펀드 조성에 협력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논의가 전제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주요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에서 1조원 규모의 ‘제2 채안펀드’ 조성,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등 중소형 증권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정부의 유동성 지원 발표에도 A등급 회사채 유통량은 일주일 만에 반토막 났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지난 14∼20일 장외 채권시장에서 체결된 A등급 회사채의 유통 규모는 705억원에 그쳤다. 직전 주(지난 7∼13일)의 1660억원에 비해 57.5%, 약 한 달 전(9월 16∼22일)의 3655억원에 비해 80.7% 급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1분기쯤 금리가 정점으로 치솟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내년에 대규모 유동성 위기가 두어 차례 올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위기 대응 매뉴얼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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