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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체국금융, 혜택만 챙기고 서민상품 외면

    우체국금융, 혜택만 챙기고 서민상품 외면

    우체국금융이 국가기관으로서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 정작 금융 소외집단에 대한 서비스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체국금융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감사에서 우체국예금과 보험의 공공복리 역할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소외지역이나 소외계층을 고려해 보험 사업을 운영·관리하고, 이들에 대한 금융서비스 제공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경영실적 평가지표를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우체국 예금으로의 쏠림은 안전자산 선호와 압도적인 점포수 덕분이다. 전국 우체국 중 금융업무를 담당하는 점포는 지난해 기준 2700여개로 최대 시중은행인 국민은행(1193개)의 2배를 넘는다. 우체국금융의 예금 수신고는 2008년 40조 9210억원에서 2012년 60조 2660억원으로 늘어났다. 우체국 예금은 원리금 5000만원까지 보장되는 은행과 달리 예금이 전액 보장된다. 보험 총자산은 24조 980억원에서 41조 6652억원으로 늘어났다. 예금 전액 보장에 법인세, 증권거래세, 예금보험료, 지급준비금 면제 등까지 더해져 민간 금융기관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영업을 하는 셈이다. 우체국 금융이 2012년에만 받은 혜택은 예금 부문 1872억원, 보험 부문 1338억원 등 총 3210억원이다. 예수금 규모가 우체국의 2배가 넘는 A은행의 경우 지난해에만 예금보험료로 2360억원을 지급했다. 지급준비금의 경우 원화는 5조원, 외화는 3억 달러 규모다. 이 은행 관계자는 “우체국이 절약한 3000여억원은 시중은행 한 분기 당기순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라면서 “우체국의 예수금이 기업은행과 비슷할 정도로 규모가 큰데 너무 많은 혜택을 받는다”고 말했다. 반면 서민상품은 적었다. 감사원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우체국이 판 보험을 분석·확인한 결과 전체 56개 상품 중 장애인이나 취약계층으로 가입대상을 제한한 서민상품은 5개에 불과했다. 계약건수 기준으로도 서민상품은 전체 5666만건 대비 128만건(2.2%)에 그쳤다. 계약금액도 전체 700조원 대비 12조원(1.9%)에 불과했다. 또 읍·면 등 소외지역보다는 영업하기가 쉽고 편리한 도시 지역에만 치중했다. 보험계약고의 경우 읍·면 지역 비중이 19.6%에 불과했고, 예금수신고도 24.3%에 그쳤다. 반면 우체국과 유사하게 영업점이 전국에 분포돼 있는 NH농협생명의 경우 읍·면 지역의 보유건수가 50.4%로 절반이 넘는다. 이 같은 문제점 등으로 우체국금융을 민영화하자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우체국금융이 민영화되는 추세”라면서 “한국도 공사화, 주식회사화, 완전민영화 등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각종 세금 혜택을 줄이고, 도시 지역의 예금 기능을 제한하는 등 공정경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시중 자금을 과잉흡수해 민간 금융기관의 발전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경제 블로그] 연예인들 저축상 거부 ‘해프닝’

    [경제 블로그] 연예인들 저축상 거부 ‘해프닝’

    제50회 ‘저축의 날’ 기념식이 오는 29일 열립니다. 매년 100여명이 저축 유공자로 선정되는데요, 대통령·국무총리·금융위원장 표창의 단골 수상자들은 연예인입니다. 저축상은 은행 등 저축기관과 각 경제단체의 추천을 받아 금융위원회가 선정합니다. 은행에서는 홍보 효과를 고려해 연예인 고객을 발굴하는 데 심혈을 기울입니다. 고객이 저축상을 받으면 은행으로서도 명예가 됩니다. 지난해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배우 조인성과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아나운서 이지애는 우리은행이 추천했습니다.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배우 이민정은 신한은행,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은 뮤지컬배우 남경주는 국민은행이 추천했습니다. 연예인 입장에서도 저축상을 받으면 깨끗하고 성실한 이미지가 부각돼 굉장히 선호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연예인들이 저축상을 거부하는 사태가 속출했다고 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 때문이라고 합니다. 고소득자에 대한 세무조사가 강화되면서 연예인들이 소득 노출을 꺼리게 됐답니다. A은행 관계자는 “연예인 모씨를 추천했더니 거절해서 당황했다”면서 “딱히 이유를 대지 않지만 찜찜해하는 느낌이 강했다”고 말했습니다. B은행 관계자도 “50주년이라 평소보다 많이 추천하라는 공문이 당국에서 내려왔는데,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손사래를 쳐 미담(美談) 사례 위주로 추천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고소득 자영업자를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3~4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연예인을 포함한 고액 상습체납자 인적사항을 공단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세금이나 공적 보험료를 체납하는 것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죠. 그러다 보니 세원(稅源) 노출을 꺼리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 저축상 후보로는 배우 현빈, 가수 구하라, 야구선수 이대호 등이 올랐습니다. 금융위는 이달 중순쯤 최종 명단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저축상을 거부하지 않은 연예인은 수상에 상관없이 깨끗한 연예인으로 믿어도 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수익성 악화’ 은행들 수수료 올린다

    금융당국이 은행 등 금융권의 수수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키로 하면서 향후 수수료 체계 개편의 방향과 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금융권의 각종 수수료를 적정한 수준으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올리겠다고 직접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지만 금융업계 수익기반 확충 방안의 하나로 언급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심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은행의 수수료 개편에 쏠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은행의 수수료 체계는 복잡하고 천차만별이고 주먹구구 식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타은행 송금의 경우 수수료를 안 받는 은행도 있고 1500원을 받는 은행도 있다. 현금 인출도 면제부터 1000원까지 제각각이다. 체계적인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다른 은행을 따라 수수료를 산정하는 눈치보기 관행도 일반화돼 있다. 예를 들어 A은행이 은행시간 마감 후 현금입출금기(ATM) 인출 수수료를 면제할 경우 B은행도 따라하는 식이다. 금감원도 은행들의 수수료 체계에 대한 분석 자료가 없다. 수수료 개편은 큰 틀에서 인상 쪽으로 가면서 은행별 격차는 줄어들고 면제하는 곳은 없어지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금이나 현금 인출 등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쪽부터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수표를 현금으로 바꿀 때 내는 수수료(장당 1000원), 거래내역서 등 증명서 발급 때 내는 수수료(장당 2000원) 등도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부 수수료의 신설도 예상된다. 소비자들이 당연히 ‘무료’라고 생각했던 부분에 서비스 비용을 받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프라이빗뱅킹(PB·고액자산관리)이나 기업 컨설팅에도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고액 자산가 앞에서는 을(乙)의 입장이라 정당한 서비스를 하고 있음에도 그 대가를 받지 못했다”면서 “은행 수익 확보 측면에서 고액 자산관리 등에 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1.5~2.0%)도 손보겠다고 했지만 인상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와 별도로 금융위원회가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율의 인하를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이미 관련 용역 연구를 맡긴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도상환 수수료율의 경우 너무 높다는 말이 많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中정부, 유동성 경색 예의주시… 곧 금융시장 안정조치 취할 것”

    “中정부, 유동성 경색 예의주시… 곧 금융시장 안정조치 취할 것”

    지난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의 비율)을 점검하기 위해 각 은행 담당자들을 소집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의 자금 담당자들도 여기에 참석해 예대율 준수를 채근받았다. 중국 금융당국이 공상, 농업, 중국, 건설 등 자국 4대 은행에 비해 ‘구멍가게’ 수준인 외국계 은행에 대해서까지 대출 총량 규제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회의에서 당국 관계자는 “대출 총량을 (규정보다도 5% 포인트 낮은) 예금의 70% 이내로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내 은행 관계자는 “작은 것 하나까지 자금 흐름을 통제하겠다는 취지로 보였다”면서 “그만큼 중국 당국이 유동성 경색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의 금융 불안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신문은 26일 중국 법인에 나가 활동하고 있는 국내 은행 주재원들을 통해 현지의 금융시장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 이들은 대체로 “시장이 불안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당국의 조치에 따라 조만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라고 말할 수준이냐, 단순한 ‘충격’ 수준이냐의 차이일 뿐 중국 금융시장 불안은 이미 현실화돼 있다. 국내 A은행 상하이 지점 관계자는 “시보(SHIBOR·상하이 은행 간 금리) 금리가 현재 6~7%대로 안정을 찾았지만 은행 간 거래는 거의 끊겼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현지 은행 어디든 지점에 말만 하면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었지만 며칠 전 ‘본점에서 허가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 만기 자금 대출을 거절당했다”면서 “대형 은행들이 외국계 은행이나 중소형 은행과의 돈거래를 끊고 빌려줬던 돈도 회수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허현수 기업은행 중국법인 개인금융부장도 “중국 단오절 연휴(5월 10~12일)가 끝난 후 단기금리 지표인 시보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면서 “지난주 시보 금리가 13%대로 치솟자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은행들이 돈을 비축하기 위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는 “제1금융권은 15%, 제2금융권은 20%까지 웃돈을 얹어 줘도 거래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김경수 외환은행 중국유한공사 부행장도 “지난주 19~21일에는 시보 1일물 금리가 최대 25%까지 올라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향후 금융 시장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시진핑 정부가 출범하면서 개혁과 성장을 위해 금융시장을 규제하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 부행장은 “중국 금융시장이 불안한 것은 정부가 돈줄을 옥죄면서 생긴 일”이라면서 “은행들이 자금 운용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정부의 신호”라고 판단했다. 유재봉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은행장도 “가을에 발표될 신경제정책을 준비하기 위한 경고성 메시지”라고 판단했다. 백광호 국민은행 중국법인 부법인장은 “현지 경제연구소들이 주관하는 토론회에서 만나는 중국 전문가들도 전망이 엇갈린다”면서 “중국 경제가 무너질 리 없다는 희망적인 의견과 그동안 장밋빛 환상에 가려 있던 실체가 드러났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회사돈 160억 횡령 삼성전자 대리 구속

    거액의 회사돈을 빼돌린 간 큰 직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김재훈)는 수백억대의 회사돈을 빼돌려 도박자금 등 사적인 용도로 쓴 삼성전자 대리 박모(32)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박씨는 2010년 4월부터 올 10월까지 삼성전자와 A시중은행 명의의 출금전표와 수출관련 증빙자료용 공문, 타행환 입금전표 등을 위·변조하는 수법으로 모두 65차례에 걸쳐 165억 5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공금 출금전표 위조… 마카오 원정도박에 탕진 삼성전자 재경팀에서 채권매각, 외화 운영 등을 담당했던 박씨는 회사 측에 증빙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보관하고 있던 A은행 명의 ‘수출관련 수수료 정리’ 공문서와 출금전표에서 날짜, 금액 등 필요한 부분만 떼어내 부풀린 금액을 다시 오려붙이는 방법으로 서류를 꾸몄다. 박씨는 인출한 돈을 자신의 계좌나 환치기 업자 계좌로 송금한 뒤 다시 해외계좌로 빼돌리는 치밀한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마카오 원정도박을 하는 등 도박에 빠져 있었던 박씨는 빼돌린 돈을 도박에 탕진하거나 빚을 갚는 등 대부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물품대금 15억 빼돌린 다이소 직원도 구속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조상철)는 1000원 가게 ‘다이소’로 유명한 다이소아성산업의 경리팀 직원 윤모(39)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윤씨는 2007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거래업체 4곳에 실제 지급할 물품 대금보다 많은 돈을 지급한 뒤 다시 자신계좌로 돈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회사돈 14억 8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모았다, 흩어진 범죄 DNA…잡혔다, 미제사건 실마리

    모았다, 흩어진 범죄 DNA…잡혔다, 미제사건 실마리

    서울 금천구 독산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하 유전자감식센터는 ‘범죄자들의 DNA 은행’이라고 불린다. 매년 10만건이 넘는 DNA 감정 의뢰를 처리하기 위해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했던 국과수 본원 유전자감식센터를 확장 이전한 곳이다. 2010년 ‘DNA 보관법’ 개정으로 흉악범 및 강력범죄 현장에서 채취된 DNA 실물 및 분석정보를 통합, 영구 보관하는 일이 이곳의 주된 업무다. 25일 독산동 유전자감식센터를 찾았다. 범죄자들의 DNA 은행인 독산동 센터가 언론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DNA 감정 의뢰. 발신 서울 금천경찰서’. 유전자감식센터에 투명한 비닐봉지 하나가 배달됐다. 봉지 속에는 한 남성의 구강 세포를 채취한 면봉이 들어 있었다. 연구원이 조심스레 면봉 일부를 잘라 DNA 채취 작업을 시작했다. 면봉 속 DNA는 바로 유전자 증폭기(PCR)로 보내졌다. 유전자 증폭기는 소량의 DNA를 분석 가능할 정도의 양으로 늘려주는 기계다. 잠시 후 모니터 위에는 개인 식별이 가능한 13개의 선이 나타났다. 이른바 DNA 지문(DNA fingerprint)이다. DNA의 염기서열 중 반복해서 나타나는 이 13개 구간이 완벽히 일치하면 과학적으로 동일 인물로 판정한다. “결과가 잘 뽑혔어요.” 연구원이 전산망에 DNA 정보를 입력하자 ‘유전정보 일치 3건’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남자의 DNA는 과거 발생한 3건의 특수강도강간 사건 현장에서 채취된 DNA와 완벽히 일치했다. 해당 DNA의 주인은 경찰을 폭행해 구속된 중국 국적의 교포 이모(45)씨. 2004, 2006, 2008년 서울 관악구 등에서 여성 혼자 있는 집에 침입해 강간한 뒤 현금을 훔쳐 달아났다. 단순 공무집행 방해범이 연쇄강도 강간범으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센터는 외부인의 접근이 철저히 봉쇄돼 있다. 자칫 보관 중인 DNA 샘플에 외부인의 DNA가 섞이면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는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센터 안은 온도부터 습도, 먼지 하나까지 봉쇄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대형 냉동 창고가 있다. 액화 질소를 이용해 영하 20.6도 속에서 범죄자들의 DNA를 보관하는 DNA 스토리지 시스템이다. 가정용 대형냉장고 10대 정도(가로 5대, 세로 2대)를 연이어 붙여놓은 듯한 크기지만 용량은 기대 이상이다. 대당 가격이 5억원인 DNA 스토리지는 최대 2000만명의 DNA 샘플을 보관할 수 있다. 기계 속에는 과거 범죄 현장 등에서 수집한 정액이나 침, 타액 등에서 뽑아낸 숨은 범죄인의 DNA 정보가 새끼손가락 반만 한 크기의 하얀 튜브에 담겨 보관된다. 빠른 검색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모든 정보는 13자리 영문숫자 조합으로 코드화한다. 현재 영구 보관을 위해 정리를 마친 DNA 정보는 8만 2864건. 국과수는 앞으로 수십만 개에 이르는 성폭행범의 DNA와 현장 증거물을 정리해 보관할 예정이다. 이경룡 독산동 유전자감식센터 팀장은 “범죄자 DNA 은행이 완전히 구축되면 흉악범이 재범을 저지를 경우 현장에서 발견된 1ng(나노그램, 10억분의1g)의 미세 증거만으로도 범인을 특정할 수 있게 된다.”면서 “수년간 미제로 묻힌 사건 속 범인들을 법의 심판대 위에 세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시시콜콜 인적사항도 고객 신용평가 반영

    시시콜콜 인적사항도 고객 신용평가 반영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A은행 지점을 찾았다. 직장인 신용대출을 받고 싶다고 했더니 창구 직원은 ‘대출(상담) 신청서’ 한 장을 내밀었다. 대출받는 것과 관계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세한 인적정보를 요구하는 서류였다. 결혼 여부, 동거가족, 맞벌이 여부, 심지어 결혼기념일까지 적게 돼 있었다. “이런 것까지 적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정보를 빠뜨리면 대출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급한 돈이 필요한 소비자는 은행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직장 자주 옮기면 신용 위험 커 불이익” 최근 감사원은 신한은행이 고객의 학력을 신용평가에 반영해 대출금리를 차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돈을 빌려줄 때 학력까지 본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은행들은 대출을 받으러 온 고객의 시시콜콜한 인적사항을 수집해 신용평가 점수에 반영하고 있다. 직장인 신용대출은 말 그대로 소득과 금융거래이력 등을 바탕으로 돈을 빌리는 것인데도, 은행은 신청자가 얼마나 넓은 집에 사는지, 배우자의 소득은 얼마인지, 고급차를 타는지 등의 정보를 대출 승인 및 금리 산정과 연결시키고 있다. 이날 국민·우리·신한·농협 등 4개 은행의 대출신청서를 받아 살펴보니 결혼 여부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 은행은 한 곳이었다. 하지만 4곳 모두 배우자의 소득, 배우자의 주택소유 여부를 물었다. 사실상 결혼 여부를 신용평가에 반영한다는 뜻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소득이 많은 배우자가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상환능력이 좋다고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은행은 아파트, 주택, 오피스텔, 기숙사 등 주거형태를 표시하게 한 뒤 면적과 거주기간 정보도 요구했다. 자동차 소유정보를 물어본 은행은 3곳으로 보유 차종의 배기량을 적도록 하고, 이 가운데 1곳은 몇년 식인지도 물었다. 전 직장 정보는 필수기재 사항으로 분류돼 있었다. 전 직장의 이름과 최종직위, 재직기간 등을 요구했다. 은행 관계자는 “직장을 자주 옮기는 사람은 신용위험이 크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대출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말했다. ●“평가체계 불투명해 대출거부 설명 못해” 은행들은 대출신청서상의 개인정보가 모두 신용평가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는 참고용일 뿐이고 금융거래 실적과 외부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등을 주로 따져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신용평가 항목과 가중치 여부는 영업기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은행들이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받거나 대출이 거절된 고객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 주지 않는 것은 자체 신용평가체계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높은 금리를 물리기 위해 사사로운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금융의 공공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하반기 별 호전 없거나 악화”

    “하반기 별 호전 없거나 악화”

    한국 경제가 올해 상저하고(상반기에는 낮지만 하반기에는 높은) 성장을 할 것이라는 게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의 공통된 전망이지만 금융권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는 훨씬 나쁘게 나타났다. 하반기에도 상반기보다 나아지지 않거나 나아지더라도 기대만큼은 아닐 거라는 것이다. 서울신문이 4일 11명의 시중 은행장을 대상으로 올해 국내 경제 전망에 대한 긴급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저하고’라고 예상한 은행장은 3명에 불과했다. 은행장들은 대외적으로는 유럽 재정 위기 확산, 대내적으로는 내수 부진과 가계 부채를 하반기 우리 경제를 뒤흔들 요인으로 꼽았다. 은행장 6명은 ‘상저하중’이라고 답했고 3명은 ‘상저하고’로 전망했다. 상반기에도 낮고 하반기에도 낮은 ‘상저하저’(‘점진적 하향’ 포함)라는 비관적인 예측을 한 은행장도 2명 있었다.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행장들은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으나 실무진 사이에서는 ‘상고하저’의 시각이 우세하다.”면서 “상반기 사정이 그나마 나았고 유럽 위기가 실물 경기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는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경기는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명의 행장은 유럽 재정 위기 확산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최대 위협 요인이라는 데 동의했다. 단 1명만 중국 경착륙을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A은행장은 “글로벌 경제는 유럽 지도자들이 재정 위기 해결을 위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대내적인 위협 요인에 대해서는 내수 부진이라는 답이 5명으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3명)와 가계 부채(1명)가 뒤를 이었다. 이는 최근 은행의 주 수익원인 주택담보대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연체율은 증가하는 상황에 대한 행장들의 걱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나머지 2명은 11월 대선 일정 등 정치적 리스크를 우려 요인으로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정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동결론이 8명(73%)으로 우세했다. 인하해야 한다는 답변이 2명, 인상해야 한다는 답변이 1명이었으나 이들도 0.25% 포인트 미만(2명)의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장들은 하반기에 가계 대출 증가율 조절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가계 대출을 하지 않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9곳 가운데 6곳의 행장이 가계 대출 증가율을 조절하겠다고 답했다. 서민·실수요 대출은 계속하되 적정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답변이 2명, 줄이지 않겠다는 답변은 1명이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설문에 참여하신 분 강만수 산업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리처드 힐 한국SC은행장, 민병덕 국민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신충식 농협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가나다순)
  • 금융권도 ‘블랙 컨슈머’ 골머리…행태 어떻기에

    #1 A은행 창구에서 10만 9원을 출금해 달라고 요청한 B씨. 창구 여직원은 10만 10원을 B씨에게 건넸다. B씨는 “왜 1원짜리 9개를 주지 않고 10원으로 주느냐. 고객 말이 말 같지 않으냐.”라면서 고성을 지르며 소란을 피웠다. B씨는 지점장을 불러 꾸짖으면서 5만원의 보상금 지급을 요구했다. #2 C은행에서 3건의 대출을 받은 D씨. 그는 은행 측에 자신의 휴대전화로 대출 이율을 알려주는 문자를 매일 보내라고 요구했다. 은행은 개별 고객에게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으니 인터넷 홈페이지와 콜센터에 문의를 하면 그때마다 이율을 안내해 준다고 답변했다. D씨는 “조회할 때마다 대출 이율이 달라지니까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문자를 보내 주지 않을 거면 정신적인 피해보상을 해 달라.”고 수차례 은행에 민원을 제기했다. 은행들이 ‘블랙컨슈머’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블랙컨슈머는 보상금을 받으려고 일부러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뜻하는 말이다. 전국의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억지 민원으로 돈을 뜯어낸 ‘백화점 진상녀’, 식품에 이물질을 넣어놓고 신고하겠다고 기업을 협박하는 소비자처럼 블랙컨슈머는 유통 및 식품업계만 있는 게 아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여러 은행의 지점을 돌아다니며 상습적으로 보상금을 뜯어내는 악성민원인이 200~3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279명의 악성민원인 명단을 갖고 있을 정도다. 시중은행 민원 업무 담당자는 “은행에 접수되는 민원의 5% 정도가 악성으로 분류된다.”면서 “수가 많지는 않지만, 같은 은행의 여러 지점과 다른 은행까지 넘나들며 동일한 수법으로 금품을 뜯어내는 ‘상습범’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민원 담당자들에 따르면 블랙컨슈머들의 상당수가 전직 통신사, 은행 콜센터 직원 또는 텔레마케터들이라고 한다. 과거에 악성민원인을 직접 대응해 봤기 때문에 어떤 식의 요구를 하면 보상금이나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은행들은 악명 높은 민원인들의 특징과 활동지역 등을 적은 ‘블랙리스트’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유형의 은행권 블랙컨슈머는 비상식적인 요구를 한 뒤 직원이 받아주지 않으면 말꼬투리를 잡아 어떻게든 실수를 하게 만든다. 이들은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피해보상금으로 요구한다. 시중은행의 한 지점장은 “요구 금액이 소액이면 지점 활동비에서 빼주고 돌려보낸다.”면서 “올바른 대응은 아니지만 돈을 안 주면 다른 손님에게 피해가 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콜센터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도 다반사다. 스토커처럼 매일 전화를 걸어 “목소리가 예쁘니 만나자.”며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성 고객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여직원의 사례가 있을 정도다. 악성민원인에 대해 은행은 업무방해죄, 모욕죄 등의 혐의로 고소할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 업종의 특성상 법적 대응을 하는 은행은 거의 없다. 금융감독원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경영진이 소비자 보호에 더 관심을 가져야 민원 담당 직원들의 업무환경도 좋아질 것”이라면서 간접적인 지도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개인정보보호법 30일부터 본격 시행인데… 중소사업자들 ‘체감 부족’

    개인정보보호법 30일부터 본격 시행인데… 중소사업자들 ‘체감 부족’

    사례1 지난 주말 직장인 박모(31)씨는 느지막하게 일어나 동네 족발집에 전화를 걸었다. 가게 사장은 “네, 족발 큰 것! 알겠습니다.” 하더니 주소도 묻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역시 단골을 알아보는군.’ 하며 내심 흐뭇하다가 문득 자신의 전화번호와 주소는 모두 개인정보인데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족발집에서 개인정보를 묻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사례2 어쨌든 족발을 다 먹은 박씨는 체크카드를 써야 연말 소득공제에 유리하다는 얘기가 떠올라 A은행의 체크카드를 신청하려 했다. 하지만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아예 회원 가입을 할 수 없게 만들어진 것을 보고 기분이 나빠 카드 신청을 포기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제3자 제공에 동의하지 않아도 되는데 실정법을 버젓이 무시하고 있었다. 지난해 9월 30일 발효된 개인정보보호법이 6개월의 계도 기간을 마치고 30일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그동안 행정안전부는 공공기관 및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권역별 순회교육을 실시했다. 각종 사업자협회·단체를 직접 방문 교육하고, 민간기업의 개인정보보호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특별 교육을 실시하는 등 각계각층 2만여명에게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해 설명했다. 또 대리운전, 동네 치킨집 등 생활밀착형 27개 업종 255개 업체에 컨설팅을 진행했다. 여기에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기술지원센터’를 열어 백신소프트웨어 4000개를 무상지원하고 1만 5070개에 이르는 공공기관 웹사이트의 본인 인증에 아이핀을 도입하도록 했다. 하지만 중소사업자들에게 개인정보보호법은 여전히 잘 모르거나 귀찮고 까다로운 제도로만 여겨지고 있다. 또한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큰 폐쇄회로(CC)TV의 경우 공공기관에서 설치한 것만 50여만대며, 민간에서 설치한 것까지 합치면 최소 35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설치 목적과 장소, 촬영 범위와 시간, 관리책임자 이름, 연락처 등을 안내표지판에 반드시 명기하고, 녹화된 영상의 접근권을 제한해야 하지만 대부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법규 위반에 따라 1000만~5000만원의 벌금 또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는 만큼 자칫 ‘민생사범’을 무더기로 양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셈이다. 서필언 행안부 1차관은 “계도 기간은 끝났지만 단순 절차위반 행위 등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 시행보다는 계도와 홍보 등을 중심으로 탄력적으로 법을 집행하며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는 한편, 개인정보 불법 수집 및 제3자 무단제공 등 악의적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는 투 트랙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근저당 설정비 환급 법정서 가린다

    은행들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근저당권(담보권) 설정비 환급 결정에 불복, 결국 법정에서 환급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은행도 연합회 차원에서 공동으로 대응할 예정이어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소비자원 “소비자 1만명 소송 참여 예상” 소비자원 관계자는 16일 “지난달 분쟁위가 총 7건 6개 금융기관에 대해 근저당 설정비 환급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현재까지 저축은행 1곳을 포함해 6건 5개 금융회사가 불복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나머지 1개 금융회사도 조만간 이의를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준사법적 권한이 있는 분쟁위의 결정은 당사자 모두 승복할 경우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지만 한쪽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소비자원은 지난달 말부터 상담센터를 통해 근저당 설정비 피해구제 신고를 받고 있으며, 소송 참가자도 모집하고 있다. 현재까지 2만 6645명이 상담을 받았으며, 1772명은 소송에 참가하기로 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소비자원은 자문 변호인단을 통해 지원할 예정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오는 23일 접수가 완료되면 1만명 정도가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승소 시 1억원가량을 대출받은 사람은 45만원 정도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인 소비자원이 소송 지원에 나서면 금융회사들에는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패소할 경우, 유사 소송이 줄지어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막대한 부담을 지기 때문이다. 부당이득 반환에 관한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10년인 점을 감안하면, 은행권 전체의 환급 대상 금액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1조~2조원의 순이익을 내는 대형 은행도 버거운 비용이다. 소비자원과 별도로 법무법인과 시민단체도 금융기관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법무법인 태산은 지난달 설정비 반환을 요구하는 소비자 490명을 모집해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해 3054명을 모아 근저당 설정비 51억 2400만원을 환급하라는 소송을 냈으며,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은행들, 은행연합회 중심 공동 대응키로 은행들은 전국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7월부터 근저당 설정비를 아예 받지 않고 있으며, 이를 소급적용해 과거 실행된 대출에 대해 환급하라는 소비자원의 결정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A은행 관계자는 “대출 시 고객이 근저당 설정비 부담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던 만큼, 되돌려줄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임주형·오달란기자 hermes@seoul.co.kr
  • 마그네틱카드 시범 퇴출 첫날 표정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회사원 박모(52)씨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무교동 A은행 지점을 찾았다가 분통을 터뜨렸다. 급하게 현금을 찾으려 했으나 자동입출금기(ATM)에서 카드가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구에 문의했더니 “마그네틱 카드는 오늘부터 은행 영업시간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집적회로(IC) 칩을 넣은 카드로 바꿔야 한다는 설명도 따라 나왔다. 이 얘기를 들은 박씨는 기가 막혔다. 불과 몇 달 전에 카드를 새로 교체 발급받았기 때문이다. 화가 치밀었지만 박씨는 꾹 참고 “그럼 IC카드로 바꿔달라.”고 했다. 그러자 어이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카드사의 사정으로 IC 칩이 준비돼 있지 않아 (교체하려면) 한 달 반쯤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씨는 “‘불과 몇 달 후에 못 쓰게 될 (마그네틱) 카드를 아무런 설명 없이 버젓이 교체해준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당장 카드를 쓸 수 없는데 새 카드가 한 달 반 뒤에나 나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행태”라고 성토했다. 은행 측은 “다른 곳도 사정이 모두 똑같다.”고 해명했다. 마그네틱 카드의 ‘퇴출’ 첫날인 이날, 은행 창구 곳곳에서는 비슷한 실랑이가 벌어졌다. 앞으로 8월 말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마그네틱 카드로는 자동화기기(CD·ATM)에서 돈을 넣거나 뽑을 수 없다. 금융감독원의 소비자 보호 조치에 따른 것이다. 마그네틱 카드는 복제가 쉽고 보안에 취약해 그동안 사고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해킹이나 위·변조가 어려운 IC카드로 대체할 것을 각 은행과 카드사, 증권사 등에 지시했다. 지금은 시범운영 기간이어서 은행 영업외시간에는 마그네틱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9월 1일부터는 현금 입출금 기능이 완전 퇴출된다. 24시간 내내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물건을 사고 결제하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 금융사들은 이 같은 사실을 고객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알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박씨는 “이메일만 달랑 보내고 안내전화 한 통 없었다.”면서 “해당 고객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사전 홍보와 (카드)교체 준비에 소홀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현재 보급된 IC카드는 4000만장(은행권 사용실적 기준)으로 전체 사용 카드의 82.5%다. 금융사들은 “문제는 IC 칩이 없는 마그네틱 카드인데 해당 카드 소지자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관련 내용을 안내해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해명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강경한 美 “한국, 이란제재 동참 선택 여지 없다”

    “이번 한국의 대(對)이란 제재 동참 문제는 사실상 한국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본질적으로 미국이 결정하면 따를 수밖에 없는 강제적 성격이다.” 미국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8일(현지시간) 현 상황은 지난해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 지점을 제재할 때와 같이 한국이 미국의 제재 권고를 수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당시엔 미 행정부 차원이었지만, 이번엔 미 의회가 제재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미 상원은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한 강력한 추가 경제제재 법안을 만장일치(100대0)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은행은 미국 은행과 거래를 못 하도록 못 박는 것이다. 금융권에서 미국 은행과 거래가 끊기는 것은 달러의 거래나 결제가 일체 불가능해지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예컨대 국내 A은행 명동 지점이 코앞에 있는 국내 B은행 명동 지점으로 달러화를 이체시킬 때도 그 거래는 반드시 미국 은행을 통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결제를 거쳐야 한다. 미 하원도 다음 주 이와 유사한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이 굳이 한국에 이란 제재에 동참해 달라고 부탁할 필요가 없다. 이란과 거래를 계속하면 한국은 외환거래가 마비되기 때문에 스스로 이란과의 거래를 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강력한 제재안에 미 행정부도 내심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국, 러시아 등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고 한국 등 이란과 거래가 많은 동맹국들도 피해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석유 수출 봉쇄에 따른 유가 급등도 우려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입김 아래에 있는 상·하원이 거의 만장일치로 제재안을 통과시킨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없다. 제재안이 끝내 발효된다면 한국은 원유 수입량의 10%에 이르는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비롯해 대이란 거래가 전면 중단되는 ‘비상상황’을 맞게 된다. 현재 한국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원유 생산을 늘리면 그쪽으로 도입선을 바꾸는 시나리오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도 한국으로서는 이란산 원유를 쓰는 게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제재안에 들어 있는 ‘대통령 서명 후 최장 6개월까지 시행 유보’ 조항을 활용해 미 행정부 시행규칙에 한국의 원유수입만은 예외로 해달라고 요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미국 내 기류가 워낙 강경해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종편 ‘대포광고’ 압력에 기업·기관 속앓이

    지난 1일 개국한 종합편성채널들이 국가 공공기관에까지 ‘무료 광고’ 공세를 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0%대의 저조한 시청률로 정상적인 광고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편 4개사들은 광고의사가 없는 기업이나 기관에 돈을 받지 않고 무료로 광고를 실어주는 속칭 ‘대포광고’ 영업에 나서고 있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 관계자는 8일 “종편 광고 담당자가 ‘광고 시간도 비고 하니까 이번 달에는 무료로 광고를 넣어주겠다’고 제안했다.”면서 “하지만 일반 기업이면 몰라도 정부 기관은 함부로 대포광고를 할 수 없기에 완곡하게 거절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렇게 대포광고를 한 번 하면 내년 예산에는 반드시 종편 관련 광고 예산을 편성하라고 달려들 것이 뻔하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일반 기업과 금융권에 대한 종편의 압력은 더욱 거세다. 금융권에 대한 대포광고는 지난 1일부터 시작돼 8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내년부터는 ‘수십억원의 유료 광고’를 하라는 무언의 압력이다. A은행 관계자는 “개국 시점부터 오늘까지 광고비를 집행하지도 않았는데 계속 광고가 나오고 있다.”면서 “내년 광고 예산을 늘리기도 쉽지 않은데 지상파의 70% 수준을 요구하는 종편 4개사의 입맛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종편 측에서 이처럼 광고문제로 직·간접적인 압박을 계속해 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7일간 시청률이 1%가 넘는 프로그램이 2~3개도 안 되는 수준이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종편의 과도한 광고단가 등이 불만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종편의 가장 큰 문제는 지상파 광고단가의 70%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인데 시청률 대비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종편 관계자는 “초기에는 어느 매체나 광고주를 위해 이런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비정규직 늘리고 무기계약직 축소…거꾸로 가는 은행 고용 ‘빈축’

    비정규직 늘리고 무기계약직 축소…거꾸로 가는 은행 고용 ‘빈축’

    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무기계약직 전환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내 은행들은 이와 반대로 비정규직을 늘리고 무기계약직은 줄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무기계약직은 급여 수준은 정규직보다 낮지만 자녀 학자금 지원, 육아 휴직 등 복지 혜택은 정규직과 동등하다. 또 비정규직과 같이 2년마다 고용 재계약을 안 해도 돼 고용안정성이 높다. 지난 28일 고용노동부는 공공기관에서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계약직(비정규직) 9만 700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이들의 급여와 복지수준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민간 기업에도 합리적인 고용 관행이 확산되길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의 바람이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민간 기업 가운데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가장 좋다고 알려진 은행권도 최근 2년 새 비정규직 채용을 크게 늘리고 무기계약직은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외환·SC제일·씨티은행 등 8개 은행의 비정규직은 지난해 말 1만 7788명에서 올해 9월 말 현재 1만 8434명으로 3.6%(646명) 증가했다. 전체 직원 가운데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20.0%에서 올 9월 말 20.6%로 0.6% 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정규직 비중은 79.9%에서 79.3%로 0.6% 포인트 감소했다. 서울신문은 이날 이들 8개 은행에 무기계약직 현황을 요청했지만 3개 은행만 답을 해 왔다. 나머지 5개 은행은 ‘경영 비밀’이라며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3개 은행의 무기계약직 인원은 올해 11월 현재 7328명으로 지난해 말 7831명보다 6.4%(503명) 줄었다.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비율도 크게 낮아졌다. A은행의 경우 2008년에는 대상자의 94%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지만 2009년 전환율이 61%, 올해 51%로 3년 전보다 반 토막이 났다. 이들 은행의 무기계약직은 2008년 1582명에서 2009년 9292명으로 폭증했었다. 2007년 7월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이 2009년 7월 발효된 영향이 컸다. 이 법의 뼈대는 비정규직 근로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2년이 지나면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06년 12월 우리은행이 비정규직 31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을 시작으로, 각 은행이 계약기간이 끝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대거 전환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은행들이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무기계약직 전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전세금·대출금리↑… 서민 이중고

    전세대란 여파로 주택 전세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중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 잔액도 2년새 급증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마저 껑충 올라 서민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 등 5개 시중은행의 자체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4조 3142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약 6.2%(2501억원) 늘어났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가이드라인인 0.6%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전세 대출 잔액은 2009년 말 8765억원, 2010년 말 1조 9610억원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9년 말과 지난달 말을 비교하면 5배나 늘어난 셈이다. 또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 실적은 11만 4832건, 3조 66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만 9582건, 2조 6571억원보다 각각 15%, 38% 껑충 뛰었다. 이런 현상은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전세금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2004년 7월 60.1%를 찍은 이후 가장 높은 60.0%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출 금리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같이 움직이는 A은행의 자체 전세론은 지난해 1월 4.06~5.56%에 고시됐으나 지난달 말 금리는 4.55~6.05%였다. 산술적으로 5000만원의 추가 전세금을 대출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1년 이자부담은 25만원이 늘어난다. 서민 사정이 어렵다는 사실은 연체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전세자금대출 연체율을 포함한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09년 말 0.48%에서 지난 9월 말 0.71%로 뛰어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에 추가로 전세금이 오르고 여기에 금리까지 더 오르면 서민들은 더 큰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한국은 수수료 공화국] ‘1년에 7조’ 은행 수수료가 욕 먹는 4가지 이유

    [한국은 수수료 공화국] ‘1년에 7조’ 은행 수수료가 욕 먹는 4가지 이유

    한국금융연구원이 국가별로 3대 은행그룹의 수익구조를 분석했다. 국내 은행그룹의 전체 이익에서 수수료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7.1%로 미국(26.0%), 스페인(21.6%), 일본(28.4%) 등보다 낮게 집계됐다. 미국 일부 은행에서 받는 계좌유지 수수료 같은 제도도 국내에는 없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은행 수술에 대한 국민적 저항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 7조원 규모가 넘는 수수료 부과 정책이 최근 화두였던 ‘공정사회’나 ‘상생발전’과 거리를 두었기 때문이라고 은행권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① 전당포식 금융서비스 금융 전문가들은 국내와 해외 은행그룹 간 수수료 이익 비중 격차가 커진 이유를 서비스의 질적인 차이에서 찾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은행그룹의 경우에는 인수·합병 중개, 기업상장, 채권 발행과 같은 금융 전문가로서 역할을 한 뒤 받는 수수료가 대거 포함됐다.”면서 “단순 판매수수료 위주인 국내 은행의 징수 체계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은행들이 금융 전문가로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고 하기보다 ‘전당포식 영업’을 통해 손쉽게 수수료 이익을 챙기고 있다.”면서 “이런 영업방식은 소비자 편익은 물론 은행 발전에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② PB·스마트폰엔 자진 면제 은행들이 자진해서 수수료를 면제 해 주는 게 오히려 수수료 부과 체계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수수료 인하 불가 방침이던 은행들이 마케팅적인 필요가 생기면 돌연 입장을 바꿔 수수료 면제 상품을 내놓곤 한다. 예컨대 은행마다 유치 경쟁이 한창인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은 수수료를 면제 받는다. 창구에서 수수료가 1000~4000원씩 부과되는 반면 수수료에 민감한 고객층이 주로 쓰는 스마트폰 뱅킹에서는 거래 수수료 대부분이 면제된다. 이와 관련,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은 “직접 은행창구에 찾아가 송금하는 게 죄는 아니지 않으냐.”고 항변했다. 권 의원은 오히려 창구 이용이 잦은 노인층에게 수수료 면제 계좌를 터주는 캐나다 토론토의 예를 들며 “취약계층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③ 부과·변경 은행 마음대로 고객마다, 거래시간마다 달라지는 복잡한 수수료 징수체계도 불만을 사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A은행 자동입출금기(ATM)에서 B은행 고객이 인출하면, B은행이 A은행에 건당 450원씩 지급한다.”고 밝혔다. 반면 은행이 타행 ATM 입·출금 고객에게 받는 수수료는 500~2100원. 그나마 업무 마감시간을 전후해 금액에 차등이 생기는데, 이에 대한 이유는 뚜렷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은행들은 마음대로 수수료를 부과하고 변경하면서, 소비자들은 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라면서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강요하는 데 대해 금융 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④ 국감 질타 다음날 수수료 인하 은행 수수료를 흔들 수 있는 또 하나의 숨은 카드는 ‘정치권’이다. 지난달 국정감사 기간에도 국회 정무위원들이 “서민대출 이용자들에 대해 고율의 수수료가 부과된다.”고 지적하자 이튿날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차상위계층의 ATM 수수료 면제 정책을 내놨다. 서비스의 질이나 원가 계산보다는 당국과 정치권의 향방에 따라 은행 수수료가 휘둘리자 은행권에서조차 “수수료 문제만큼은 관치를 넘어 정치”라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은행 중도금 회수 못한 은행들 건전성 ‘악재’

    은행 중도금 회수 못한 은행들 건전성 ‘악재’

    신도시 입주를 거부하는 분양권자와 시공사 간 분쟁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 불똥이 은행권으로 튀고 있다. 지난달 중순 A은행이 인천 검단지구 아파트 입주 거부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했고, B은행도 경기도 일산 덕이지구 입주 거부자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시공사와의 계약 무효를 주장하는 입주 거부자들은 은행이 시공사와 보증 계약을 맺고 집행한 중도금 대출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입주 거부자들이 공사 하자나 열악한 기반시설 등을 표면적인 이유로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분양 당시 시세보다 아파트값이 30% 이상 떨어진 게 억울해 입주를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관련 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분양때보다 30% 떨어져” 분쟁 잇따라 이런 이유로 은행들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자,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연체율이 높아졌고 가계대출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에 비해 8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19% 포인트, 집단대출 연체율은 0.46% 포인트가 각각 상승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수도권에 신규로 5만여 가구가 입주 예정된 내년 상반기에 입주 거부 공포가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입주 거부 관련 법률 컨설팅을 하는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 지역에서 입주를 거부하는 가구가 2만여 가구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금융위기 직전 부동산 호황이 끝날 무렵 분양이 이뤄진 신도시에서 입주 거부가 만연했는데 단지별로 경기도 김포 4~5곳, 파주 2곳, 용인 4~5곳, 청라·검단 등 인천 7~8곳에서 입주가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이 전문가는 “2007년 분양 당시 시공사가 중도금 이자 대납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건 경우가 많았고, 직원 분양을 실시하기도 했다.”면서 “드문 경우이지만 분양률을 높이려고 시공사 직원 명의로 분양을 해서 중도금 대출을 받은 뒤 망한 건설사도 있다.”고 귀띔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직후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을 때에도 일시적으로 입주 거부 현상은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입주 거부는 더 장기적이고, 회복이 더딜 것으로 은행들은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과거에는 집값이 폭락해도 1~2년 뒤 다시 폭등했지만, 이번에는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강한 데다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 상황이 열악하다.”면서 “대형 건설사라도 큰 사업장에서 분양대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연쇄적으로 다른 사업장에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초 수도권 5만가구 입주 예정 시중은행 임원은 “연체가 3개월을 넘는 (고정 이하 여신) 비율이 8% 이하가 되도록 건전성 관리를 하고 있는데, 내년 초에 한꺼번에 입주 거부 사태가 생기면 집단대출 연체율이 급상승해 은행 건전성이 악화되고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임원은 “대규모 입주 거부가 생기면 은행은 시공사와의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속수무책이라 분쟁이 2~3년 이상 이어진다면 그때까지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무조건… 은행들 내년 상반기까지 버틸 달러 확보하라”

    “무조건… 은행들 내년 상반기까지 버틸 달러 확보하라”

    세계경제가 위기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전 세계가 달러 확보 전쟁에 돌입했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은행들이 안전자산인 달러 확보에 나선 가운데 금융 당국은 23일 은행 외환담당자들을 긴급히 불러 무조건 달러 확보를 주문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시중·지방은행 외환담당 임원 소집령을 내렸다. 한 시간 뒤 서울 여의도 금융위 청사에서 열린 ‘외환유동성 확보 긴급회의’에 참석한 15명의 은행 외환담당자들에게 금융위 당국자는 “현재 시중은행들이 연말까지 신용경색이 생겨도 버틸 정도의 외화유동성을 갖추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금융불안이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어 내일 신용경색이 현실화돼도 내년 상반기까지 버틸 수 있는 외화유동성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회의에 참석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달러 확보 비용에 연연하지 말고 무조건 늘리라고 했다.”면서 “특히 외화 채권 발생에 있어 금리에 연연하기보다 성사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외화유동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하던 금융 당국이 전격적으로 달러 확보 전쟁에 뛰어든 것은 신용경색이 유럽과 미국 등에서 우리나라까지 전이됐기 때문이다. 국내 시중은행들도 외국계 은행에서 달러를 차입하기가 힘들어졌다. A은행은 2주 전 10억 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다. 당시 조달 금리는 미국 국채금리에 2.45%의 가산 금리를 붙인 수준이었는데, 현재 이 채권의 가산금리는 0.55% 포인트 급등한 3%까지 치솟았다. 금융시장이 불안하니 외국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 투자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B은행은 독일계 은행과 늘 해왔던 단기 외채 만기 연장에 실패했다. 유럽계 은행이 국내 은행과 만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이 은행의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사실상 단기 자금의 만기 연장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대부분의 유럽과 미국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산 줄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신용경색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시중은행이 국내에서 외화 대출을 줄이면서 중소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은행업계는 최악의 경우 정부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10시 30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두산중공업 등 주요 수출업체 재무담당 임원들을 과천청사로 불러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협조해 달라고 주문했다. 쥐고 있는 달러를 내놓으라는 강력한 지침인 셈이다. 재정부는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쌓아 놓고 환전을 미룰 경우 기업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하고 달러 매도를 늦추는 래깅 전략을 구사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증권시장 안정을 위해 외국으로 자금이 이탈되는 징후가 나타나면 일일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서민대출 ‘새희망홀씨’ 고정금리 전환 추진

    서민대출 ‘새희망홀씨’ 고정금리 전환 추진

    은행권의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를 고정금리 상품으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된다. 일정 기간 이자만 내는 거치식 상환 방식도 퇴출된다. 가계 빚이 900조원에 육박하면서 저신용, 저소득자가 빌려 쓰는 서민 대출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13개 시중 은행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새희망홀씨 상품을 개조할 예정이다. “변경된 상품은 이르면 추석 직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 나올 새희망홀씨는 은행권 서민금융상품의 3번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16개 시중 은행은 2009년 3월 신용등급이 낮고 소득이 적어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희망홀씨대출을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대출 대상과 한도를 확대한 새희망홀씨를 내놨다. 신용등급 3등급 이하 또는 5등급 이하이면서 연소득이 3000만원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최대 2000만원을 빌려주는 새희망홀씨를 통해 지난 6월 말 기준 9만 5725명이 7623억원을 빌렸다. 3번째 버전의 은행 서민금융상품은 부실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새희망홀씨의 연체율은 올 들어 1~4%까지 치솟았다. 은행의 일반 가계 대출 연체율이 0.77%인 점과 비교하면 최대 5배가 넘는 수치다. A은행 관계자는 “기존의 대출자가 돈을 잘 갚아야 또 다른 서민에게 대출을 해주는 선순환이 일어나기 때문에 상품 구조를 변경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계 부채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금융 당국의 의지도 반영됐다. 고정금리 대출과 비거치식 분할 상환이라는 정부의 가계 부채 관리 코드를 서민 대출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13개 시중 은행의 실무자로 구성된 ‘새희망홀씨 실무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3~12개월 주기로 바뀌는 변동금리형 새희망홀씨를 고정금리로 바꾸고, 대출한 다음 달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내는 비거치식 분할 상환을 도입하라는 구두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나올 새희망홀씨는 국민은행의 상품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새희망홀씨는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연 12·13·14%의 확정금리를 적용하고 최대 10년 동안 비거치식 분할 상환 방식을 채택했다. 연체 없이 돈을 잘 갚으면 3개월마다 금리를 0.2% 포인트씩 깎아주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은행들은 상품 변경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도 보였다. B은행 관계자는 “향후 경기 침체로 기준금리가 동결되거나 내려가면 고정금리로 돈을 빌린 고객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했고 C은행 관계자는 “당장 생계자금이 없어서 새희망홀씨를 대출받는 서민들에게 다음 달부터 월 10만~20만원씩 상환하라고 하면 연체가 불가피해진다.”고 지적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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