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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국토기행] 충남 태안군

    [新국토기행] 충남 태안군

    충남 태안군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해수욕장이 있다. 안면도 두여해수욕장 등 운영을 하지 않는 두 곳을 빼고도 30곳에 이른다. 만리포, 꽃지 등 유명 해수욕장이 포진해 있다.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1978년 지정)이 있는 태안은 559.3㎞의 리아스식 해안선이 끝없이 펼쳐진다. 수려한 바다와 기암절벽, 은빛 백사장을 볼 수 있는 해변길만 170㎞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최근 ‘세계의 국립공원’으로 인정해 2007년 12월 7일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로 기름 범벅이 됐던 바다의 생태 가치와 보전 상태가 사고 전처럼 깨끗해졌음을 공식 인정했다. 바다에는 119개의 이름 모를 섬들이 여기저기 박혀 있다. 항·포구가 곳곳에 널려 있고, 안흥항을 중심으로 전국의 낚시꾼들이 몰려드는 ‘낚시 천국’이기도 하다. 철마다 꽃게, 우럭, 대하 등 바다 먹거리가 넘쳐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풍족한 바다 먹거리는 우럭젓국 등 이곳만의 독특한 음식을 만들어 각광을 받고 있다. 게다가 2018년 이후에는 국내 최장의 해저터널과 교량으로 보령 대천항~안면도 영목이 이어져 주민들은 벌써 국내 최고의 해양관광지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볼거리 ●123만 봉사자의 자취 배어 있는 ‘솔향기길’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123만 자원봉사자들이 기름을 닦아 내기 위해 드나들던 길을 둘레길로 만들었다. 그들의 숭고한 자취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해변을 따라 모두 66.9㎞에 걸쳐 뻗어 있고, 여섯 코스로 나뉜다. 10.2㎞ 길이인 1코스는 가로림만 끝자락 만대항에서 출발한다. 가로림만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갯벌이 펼쳐져 있다. 갖가지 수산물이 풍부하다. 1코스는 꾸지나무골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원북면 대기리 갈두천까지 네 개 코스였으나 2013년 안면도 꽃지해수욕장까지 두 개 코스가 더 만들어졌다. 길 이름대로 소나무가 즐비하게 도열한 길을 걸으면서 아름답고 탁 트인 서해를 감상할 수 있다. 길 아래 해변으로 내려가면 갯바위 또는 갯벌이 맞이한다. 기름 사고를 기억하게 하는 희망변화방조제가 있고 용난굴, 구멍바위, 소코뚜레바위 등 신비한 풍경을 전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트레킹 마니아와 가족단위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자원봉사자도 다시 찾아 되살아난 바다에 환호한다. 정다운 농어촌 풍경과 가까운 항·포구에서 굴과 우럭 등 싱싱한 회를 즐기는 것은 덤이다. 서해안의 대표적 힐링 탐방로다. ●국내 최대 해안 모래언덕 ‘신두리 사구’ 국내 최대 해안 모래언덕이다. 가도 가도 모랫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막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해안선을 따라 길이 3.4㎞, 폭 0.2~1.5㎞ 규모로 있다. 태안반도 북서부 해안인 원북면에 자리잡고 있다. 신두리 사구는 빙하기 이후 1만 5000여년 전부터 서서히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모래가 수북이 쌓여 있다. 바닷바람을 막고 파도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파도를 내쳐 모래를 유실시키는 인공 방파제와 다른 부분이다. 사구가 발달한 해수욕장에서는 해마다 모래를 사다 뿌리는 풍경을 볼 수 없다. 모래 안에 물을 머금어 갖가지 사구 식물이 잘 자라기 때문에 독특한 생태계를 자랑한다. 신두리 사구는 국내 최대 해당화 군락지로 유명하다. 갯완두, 갯방풍 등 희귀한 해안식물들도 자생한다. 이미 다른 데서 보기 힘든 표범장지뱀, 종다리, 맹꽁이, 쇠똥구리, 금개구리 등 희귀 동물도 서식 중이다. 특히 두웅습지는 희귀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신두리는 사구로는 드물게 천연기념물(제431호)로 지정됐다. ●1만 3200여종 식물 천국 ‘천리포수목원’ 국내 첫 민간 수목원이다. 소원면 의항리 62만㎡에 조성된 수목원은 ‘나무와 꽃의 보고(寶庫)’다. 1만 3200여종의 식물이 심어져 있다. ‘귀신 쫓는 나무’로 알려진 호랑가시나무 370여종에 목련 400여종, 동백나무 380여종 등이 있다. 목련 종류는 세계적이다. 2000년 국제수목학회가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했다. 아시아에서 최초였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에는 국내 수목원 중 유일하게 관광명소로 선정됐다. ‘서해안의 푸른 보석’으로 불리는 수목원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잘 가꿔져 있다. 이 수목원을 만든 사람은 ‘푸른 눈의 한국인’ 고 민병갈(미국명 칼 페리스 밀러·1921~2002)씨다. 미 군정 때인 1945년 통역관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전국을 돌아다닌 끝에 이곳을 골라 50년간 사재를 털어 만들었다. 그의 묘도 이 수목원에 있다. 2009년 4월부터 일반에 개방돼 누구나 아름다운 비경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국보 1호 숭례문 복원 일등공신 ‘안면송’ 안면도를 가로지르면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가 끝없이 펼쳐진다. 이른바 ‘안면송(松)’이다. 줄기가 붉은 적송이지만 안면도 것임을 명명해 특별 대접한다. 몸통이 곧게 치솟은 자태가 흡사 빼어난 미인을 연상시킨다. 안면송은 단일 수종으로 500년 넘게 보호를 받으면서 귀하게 쓰였다. 우수한 품질과 장대한 크기로 고려시대부터 궁궐이나 선박용으로 사용됐고, 조선시대 경복궁을 지을 때도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2008년 불에 탄 국보 1호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도 안면송이 쓰여 그 우수성이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요즘은 솔숲이 피톤치드를 뿜어내 심신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인기다. 안면송이 빼곡한 안면읍 승언리의 자연휴양림은 방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산책로가 있어 그윽한 솔향과 솔바람을 즐기며 걷기에 제격이다. 휴양림과 가까운 꽃지해수욕장 앞에 있는 할미할아비바위도 안면도를 상징하는 것이나 안면송이야말로 어디를 가나 아름다운 바다와 산이 펼쳐진 안면도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대표 주자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구불구불한 서해안 풍경을 한눈에 ‘백화산’ 정상에 오르면 리아스식 서해안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태안의 제1경이다. 산세가 험하지 않지만 유적이 여럿이다. 대표적인 것이 백제 최초의 마애불이라 할 수 있는 국보 307호 태안 마애삼존불이다. 환하게 웃고 있는 서산 마애삼존불과 달리 소박한 미소를 지어 친근한 느낌이다. 게다가 중앙에 본존불을 모시고 있는 일반적인 삼존불의 형식과는 달리 보살상을 가운데 두고 좌우에 불상을 배치한 독특한 형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삼존불 옆에 태을암이 있다. 호젓한 작은 절이다. 백화산에는 또 흥주사도 있다. 고려 때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절 앞에 충청도기념물 제156호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다. 음기로 가득한 흥주사에 양기를 채워주는 존재로 여겨져 자식 없는 사람이 나무 앞에서 기도하면 아이를 얻는다는 설이 있다. 수령이 900년이 넘는다. 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먹거리 ●시원한 맛과 담백한 맛의 조화 ‘게국지’ 김장을 할 때 만들어 온 토속음식이다. 김장한 뒤 남은 배추 겉껍질이나 무, 무청 등에 삭힌 게장 국물을 넣어 숙성시키는 게 핵심이다. 게장은 충남 서해안에서 즐겨 먹던 음식이어서 흔했다. 꽃게에 박하지(돌게), 능쟁이, 황발이(농게) 등 각종 게가 갯벌에 널려 있다. 여기에 황석어젓과 밴댕이젓 등 젓갈을 넣어 버무리기도 한다. 호박, 고춧가루도 넣는다. 그런 다음 항아리에 넣어 발효시키면서 끓여 먹으면 겨울철 별미로 입맛을 크게 북돋운다.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고, 구수하면서 칼칼한 맛도 난다. 갈수록 맛이 진해진다. 짭짜름하면서 개운하다. 자칫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 등을 보충하는 데도 제격인 음식이다. 게국지는 겟국지, 갯국지, 깨꾹지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살림이 어려웠던 시절, 먹고 남은 게장 국물과 시래기조차 아까워 반찬으로 활용했던 게 독특한 음식을 창조했다. 서민 음식이지만 요즘은 안면도 등 태안을 찾는 관광객들이 더 열광한다. ●사골처럼 진한국물의 유혹 ‘우럭젓국’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겨울철로 접어들면 태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우럭젓국이다. 사골처럼 뿌옇게 우러나 담백하면서 개운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우럭은 주로 회가 인기지만 말리면 쫀득쫀득하고 구수하다. 갓 잡은 우럭을 대가리부터 몸통을 모두 갈라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2~3일간 햇볕에 말린다. 이를 태안 육쪽마늘을 넣은 쌀뜨물에 4~5시간 끓인다. 여기에 무, 대파, 청양고추, 두부 등을 넣고 다시 끓이면 완성된다. 맛이 은근하고 구수하다. 끓일수록 짜지지만 깊은 맛에 먹고 나면 속이 개운해져 해장용으로도 그만이다. 최근에는 관광객이 태안에 오면 많이 찾아, 갈수록 전국적인 음식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못 생겨도 속 푸는데는 최고 ‘물메기탕’ 옛날에는 잡자마자 바다에 다시 버려 ‘물텀벙’이라고 불린 물고기로 만든 탕이다. 버릴 때 물메기가 물에 빠지면서 내는 ‘텀벙’ 소리를 붙여 이름을 지었다. 물메기는 생김새가 흉해 어민들한테 생선으로 취급을 받지 못했다. 요즘은 스타 물고기다. 특히 차가운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철로 접어들면 술안주는 물론 해장용으로 인기가 대단하다. 각종 양념을 넣고 끓이지만 송송 썬 김치를 넣고 김칫국처럼 끓이기도 한다. 시원한 맛에 속이 확 풀린다. 비린내와 기름기가 없어 담백한 맛이 난다. 회와 찜으로도 판매한다. 물메기는 쏨뱅이목 꼼치과에 속한다. 물메기는 날씨가 추워지는 입동부터 동지까지가 가장 맛있다. 이때쯤 태안반도 항포구 선창가에 물메기를 풀어내는 배들이 북적인다. 겨울철 항포구와 시장 등에는 물메기탕으로 속을 풀려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겨울 되면 더 달콤해지는 ‘호박고구마’ 육질이 호박처럼 노란색을 띤다. ‘꿀 고구마’로 불릴 만큼 당도가 높다. 섬유질과 수분이 많아 소화도 잘된다. 안면도와 남면을 중심으로 태안군 전역에서 재배하고 있다. 서늘한 기후 속에 황토에서 무농약으로 길러 웰빙식품으로 인기다. 가을에 수확하지만 숙성과정을 거쳐 겨울이 되면 맛이 더 좋아지는 특징이 있다. 태안 곳곳에 호박고구마 전용 저온저장 창고가 있어 겨울철 별미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진실과 속설 사이…뇌를 둘러싼 오해 6가지

    진실과 속설 사이…뇌를 둘러싼 오해 6가지

    ‘인간의 평균 두뇌 사용량은 10%에 불과하다’는 것은 오래된 상식에 속한다. 하지만 이는 속설에 불과할 수도 있다. 뇌과학의 영역은 지금도 미지의 진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세상의 속설과 맞서 싸우면서 말이다. 인간 두뇌에 대한 ‘속설’을 사실로 가정하는 사례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과학전문지 ‘파퓰러사이언스’는 2일(현지시간), 많은 이들이 사실로 믿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뇌에 관한 오해’ 몇 가지를 해명했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 1. 인간은 두뇌의 일부만을 활용할 수 있다.앞서도 언급된 이 유명한 속설의 ‘발단’이 된 사람은 1900년대에 활동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다. 1907년에 그는 “인간은 주어진 정신적·신체적 역량의 극히 일부만을 활용하고 있다”고 발언했는데, 이후 한 기자가 이 말을 ‘평범한 인간은 전체 정신 능력의 10%만을 개발할 수 있다’고 와전한 이래 이러한 오해가 널리 퍼지게 됐다. 그러나 현대 의학 장비를 이용해 개인의 두뇌 활동을 조사해보면 인간이 자기 두뇌의 전 영역을 고루 활용한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다. 두뇌의 일부분만 손상돼도 전반적 정신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2. 클래식 음악은 자녀 두뇌 발달에 좋다이러한 믿음은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연구팀이 진행했던 실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연구팀은 대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모차르트 음악을 듣거나 긴장완화 체조를 실시하거나 침묵 속에서 대기하도록 한 뒤 IQ 테스트를 치르도록 했다. 연구팀은 실험결과 모차르트의 음악을 청취한 학생들의 점수가 가장 높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은 이론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후 여러 과학자들이 이 실험을 반복해 보았지만 이 중 동일한 연구 결과를 얻었던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오히려 1999년 하버드 대학교의 한 연구팀은 유사 연구 16건을 분석한 뒤 이른바 ‘모차르트 효과’가 거짓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3. 성인이 되면 뇌세포 성장이 중단된다1998년, 스웨덴 과학자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장기기억을 관장하는 두뇌영역인 ‘해마’에서 새로운 뇌세포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최근 2014년에도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운동능력 및 자의식에 관여하는 신경조직인 ‘선조체’가 평생에 걸쳐 새로운 뉴런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4. 남녀의 특기가 다른 이유는 두뇌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남녀가 서로 다른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생물학적 이유보다는 사회적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를 잘 드러내는 예시로 1999년 워털루대학교 사회심리학자들이 진행한 실험이 있다. 이 실험에서 연구팀은 남녀 집단에게 동일한 고난도 수학문제를 풀도록 했다. 이 때 첫 시험에서는 여성 참가자들의 성적이 남성들보다 낮았다. 그러나 두 번째 시험에서는 시작 직전 참가자들에게 ‘과거 동일 시험을 진행한 결과 남녀들 사이에 성적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언급했고, 그러자 여성들의 성적이 남성들과 동일해지는 현상이 관찰된 바 있다. 5. 술을 마시면 뇌세포가 파괴된다.과거 덴마크 바톨린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사망한 알코올중독자들의 뇌와 일반인들의 뇌를 서로 비교, 그 뉴런 수가 거의 동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론 과다하게 복용했을 경우 알코올이 뇌세포를 어느 정도 파괴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다른 화학물질의 경우도 마찬가지며, 적당량의 음주는 뇌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6. 좌뇌가 우세하면 논리적 사람, 우뇌가 우세하면 창의적 사람이 된다좌·우뇌 중 더 우세한 쪽에 따라 개인의 성향이 논리적, 혹은 창의적으로 굳어진다는 믿음은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지만 이를 명확히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는 현재까지 제시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부인하는 결과가 종종 발표되는데, 일례로 2012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연구팀은 창의적 사고에 있어 좌·우 중 어느 한쪽이 아닌 두뇌 전체의 신경계가 활용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세뱃돈’에 울고 웃고…韓·中 차이 보니

    [송혜민의 월드why] ‘세뱃돈’에 울고 웃고…韓·中 차이 보니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아이들에게는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으니, 바로 세뱃돈이다. 뿌리는 유사하지만 부르는 이름도, 형식도 그리고 평균적인 액수도 각기 다른 세뱃돈 문화의 과거와 현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세뱃돈은 중국서 유래?…한국의 세뱃돈 역사, 그리 길지 않아 세뱃돈 문화는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보편적이다. 중국은 송나라 때부터 정월 초하루, 즉 음력 1월 1일이 되면 결혼하지 않은 자녀에게 ‘나쁜 일을 물리치는 돈’ 이라는 의미로 덕담과 함께 붉은 봉투에 돈을 넣어줬다. 귀신이나 요괴 등이 어린아이를 해치려고 할 때 돈을 공물로 바쳐 위기를 넘기라는 데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를 압세전(壓歲錢·재앙을 막는 돈이라는 뜻), 현지어로는 ‘야수이첸’이라 부른다. 중국인이 세뱃돈을 건넬 때에는 반드시 악귀와 불운을 물리친다는 의미의 붉은색 봉투를 사용하는데, 이를 홍바오(紅包·붉은 주머니)라고 부른다. 홍바오는 설 뿐만 아니라 다른 명절이나 결혼, 출생, 환갑 등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지폐가 나오기 전에는 홍바오가 아닌 붉은색 끈에 엽전을 꿰어 줬다. 한국에 세뱃돈 문화가 전파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세뱃돈의 역사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민속학자들은 1800년대 조선의 풍습을 모은 ‘동국세시기’에 세뱃돈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밝힌다. 설에 세배를 받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떡이나 과일 등을 내주었다는 기록은 있지만 정확히 돈을 건넸다는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때문에 학자들은 한국의 세뱃돈 문화가 1900년대에 들어 시작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달라지는 세뱃돈 문화 과거 끈에 꿴 엽전이나 과일, 떡 등으로 받았던 세뱃돈은 지폐가 나오면서 현금으로 ‘지급되기’ 시작했고, 최근에 들어서는 다양한 금융 수단의 등장에 힘입어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세뱃돈 관련 금융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현지 매체인 중국망의 보도에 따르면, 이제 갓 5살을 넘긴 야오링허우(10後·2010년 이후 출생자) 세대들은 야수이첸을 붉은색 봉투에 담긴 현금으로 받기 보다는 주식으로 받는 것이 대세다. 취학 전인 어린아이들에게는 당장 쓸 수 있는 현금보다는 시장이 상황을 장기적으로 보고 굴려야 하는 주식이 더 적격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야수이첸을 주식도 현금도 아닌 모바일로 ‘결제’하는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올해 모바일 야수이첸 시장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100억 위안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뱃돈 시장’의 급변하는 기류는 한국도 만만치 않다. 세뱃돈을 각국 외화로 전할 수 있는 ‘외화세뱃돈세트’가 등장한 것은 물론이고, 자녀의 올바른 경제관념을 확립시킬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세뱃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각종 어린이금융상품 광고가 줄을 잇는다. 전문가들은 “자녀명의의 예금통장에 세뱃돈을 그저 예치해 두는 것만으로는 자녀에게 별다른 의미도 없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면서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와 (어린이용)적금·적립식펀드를 이용해 올바른 저축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액운을 물리치고 복과 건강을 받으라고 건네는 세뱃돈에 이리도 ‘엄중한’ 의미를 부여해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요새 아이들이 원하는 혹은 실제로 받는 세뱃돈 액수를 보면 금융회사들이 욕심을 낼 만도 하다. ◆“베이징 어린이 세뱃돈 평균 89만원” 중국 신징바오(新京報)의 지난해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에 사는 10~13세 어린이 90명을 대상으로 세뱃돈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한 명당 평균 세뱃돈은 무려 4867위안(약 89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도인 2013년보다 5% 상승한 것이며, 올해 역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어린아이에게 고가의 세뱃돈을 주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지에 대해 고민할 법도 한데, 중국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세뱃돈이 고위 공직자들의 뇌물로 세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내놓자 자녀의 세뱃돈이 뇌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한 일부 공직자들은 자녀가 일가친척 외에 타인으로부터 세뱃돈 받는 것을 금지시킨다는 보도가 나왔을 정도다. 한국인의 경우, 지난해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3명을 상대로 실시한 ‘2015년 한국인의 설 풍경’ 설문에 따르면 초등학생에겐 1만원, 중학생에겐 3만원 정도의 세뱃돈이 가장 적절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건 어른들의 생각일 뿐이고, 실제 ‘수혜자’인 아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초등학교 6학년을 앞두고 있다는 한 네티즌이 포털사이트 질문란에 ‘내 나이면 보통 얼마 정도의 세뱃돈을 받는지 알고 싶다’는 질문을 올리자, 비슷한 또래라고 밝힌 네티즌은 “5~6학년이면 5~10만원이 일반적”이라고 답변을 달았다. 세뱃돈을 건네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온도차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세뱃돈에 얽힌 웃지 못 할 해프닝 2007년, 중국의 14세 소녀는 관영 CCTV에 '설에 받은 세뱃돈 2800위안을 돌려받기 위해 부모를 고소하려 한다'는 제보를 했다가 네티즌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2011년에는 세뱃돈 100위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10대 아들과 아버지가 다툼을 벌이다 아버지가 사망하는 불행한 사건도 발생했다. 한국 포털사이트에는 이맘쯤이면 ‘세뱃돈 뺏기지 않는 방법’이란 제목의 질문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세뱃돈의 소유권과 액수를 둘러싸고 아이와 어른이 전쟁을 벌이기 보다는, 액운을 물리치고 부와 건강을 기원한다는 본래의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하겠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명대사·유관순·이준 열사… 그 길엔 역사가 있네

    3·1독립운동 기념탑에서 유관순 열사 동상을 지나 국어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비, 장충단에 이르기까지, 독립과 자유의 역사문화유산을 만나는 거리가 생겼다. 중구가 조성한 ‘장충단 호국의 길’ 코스다. 중구는 장충동 일대에 있는 역사적 명소를 묶어 도보 코스로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3호선 동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만나는 유정 사명대사상에서 시작하는 이 코스는 장충단비~한국유림 독립운동 파리장서비~수표교~이준 열사 동상~이한응 선생비~최현배 선생 기념비~유관순 열사 동상~3·1독립운동 기념탑~국립극장~김용환 지사 동상~자유센터로 이어진다. 장충단은 1900년 고종 황제가 만든 곳으로, 을미사변과 임오군란, 갑신정변 때 순국한 대신과 장병을 기리기 위한 장소였다. 일제는 장충단비를 철거한 뒤 벚나무를 심고 산책로를 만들어 장충단 공원이라 불렀다. 유림이 조선 독립을 전 세계에 호소하는 탄원서를 보낸 사건을 기억하는 한국유림 독립운동 파리장서비, 을사늑약 무효를 알리기 위해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로 파견한 이준 열사 동상, 3·1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유관순 열사 동상 등을 만나면서 일제강점기 한국 독립운동사의 굵직한 사건을 접한다. 장충단 공원 안에서는 숙종과 장희빈이 만난 수표교의 실제 모습을 보고, 국립극장에서 시작하는 남산의 정취도 느낄 수 있다. 장충단 호국의 길을 걷다가 명소에 들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면 역사적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한·중·일·영 4개 국어로 다음달부터 서비스한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지역의 숨은 역사문화자원을 관광 콘텐츠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면서 “1시간짜리 장충동 탐방로는 ‘호국’을 테마로 한 것으로 역사의식을 높이고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독립과 자유의 역사 속으로…중구, 도보탐방코스 개발

    독립과 자유의 역사 속으로…중구, 도보탐방코스 개발

    3·1독립운동 기념탑에서 유관순 열사 동상을 지나 국어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비, 장충단에 이르기까지, 독립과 자유의 역사문화유산을 만나는 거리가 생겼다. 서울 중구가 조성한 ‘장충단 호국의 길’ 코스다. 중구는 장충동 일대에 있는 역사적 명소를 묶어 도보 코스로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3호선 동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만나는 유정 사명대사상에서 시작하는 이 코스는 장충단비~한국유림 독립운동 파리장서비~수표교~이준 열사 동상~이한응 선생비~최현배 선생 기념비~유관순 열사 동상~3·1독립운동 기념탑~국립극장~김용환 지사 동상~자유센터로 이어진다. 장충단은 1900년 고종황제가 만든 곳으로, 을미사변과 임오군란, 갑신정변 때 순국한 대신과 장병을 기리기 위한 장소였다. 일제는 장충단비를 철거한 뒤 벚나무를 심고 산책로를 만들어 장충단 공원이라 불렀다. 유림이 조선 독립을 전 세계에 호소하는 탄원서를 보낸 사건을 기억하는 한국유림 독립운동 파리장서비, 을사늑약 무효를 알리기 위해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로 파견한 이준 열사 동상, 3·1운동 상징과도 같은 유관순 열사 동상 등을 만나면서 일제 강점기 한국 독립운동사의 굵직한 사건을 접한다. 장충단공원 안에서는 숙종과 장희빈이 만난 수표교의 실제 모습도 보고, 국립극장에서 시작하는 남산의 정취도 느낄 수 있다. 장충단 호국의 길을 걷다가 명소에 들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면 역사적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한·중·일·영 4개 국어로 다음달부터 서비스한다. 중구는 또 흥미로운 일러스트로 만든 지도를 만들어 탐방을 돕는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지역에 숨은 역사문화자원을 관광콘텐츠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면서 “1시간짜리 장충동 탐방로는 ‘호국’을 테마로 한 것으로 역사의식을 높이고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근대 일본은 어떻게 강국으로 변모했나

    근대 일본은 어떻게 강국으로 변모했나

    조용한 혁명/성희엽 지음/소명출판/800쪽/5만 2000원 메이지유신과 근대 일본 건국 과정을 중심으로 일본 근대사 100년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식민지강점에 대한 비판과 과거사 문제 중심으로 일본 근대사를 보는 데서 벗어나 서양 침탈에 맞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면서 자립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19세기 중반 서구열강의 동아시아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침탈 속에서 일본만이 유일하게 국가 독립을 유지하고 봉건사회체제에서 근대사회체제로 국가개혁도 성공한 요인이 무엇인지 늘 궁금했다. 이 책은 일본 근대사 연구를 통해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는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저서는 1700년대 후반부터 근대국가 체제가 성립되고 서양 국가들과 체결했던 불평등조약이 개정되는 1900년대 초까지를 다뤘다. 1부 ‘유신과 건국의 기원’에선 사상적인 측면에서 메이지유신으로 이어지는 정신적 기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학(洋學)의 발전, 국학의 체계화, 유학의 근대적 발전 등 다양한 사상적 발전이 메이지유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짚었다. 2부 ‘유신혁명’에선 막부독재체제를 지키려는 세력과 막부독재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국가 체제를 세우려는 변혁 세력 사이의 투쟁 과정을, 3부 ‘건국’에선 메이지정부 성립 뒤 정부를 장악한 개혁 인물들이 22개월간 서구를 순방하고 근대국가를 세워 불평등조약을 개정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 근대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지역의 역사와 지리를 이해하기 위해 가고시마에서 센다이까지 25개 도시를 탐방했다. 그 과정에서 직접 촬영하거나 수집한 방대한 사진 자료들도 책에 실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 감소?…”금수저나 그렇다고 전해라~”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 감소?…”금수저나 그렇다고 전해라~”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의 비율은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내려갈수록 높아진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인 흡연율이 빈곤층은 26.3%인데 반해 그 외 계층에선 15.2%로, 빈곤층 흡연율이 다른 층보다 매우 높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2015년 12월14일 업데이트 기준)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이런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정책 가운데 하나로 ‘담뱃세 증세’라는 카드를 꺼내 들곤 한다. 하지만 미국의 데이터 분석 및 마케팅 전문 기업 ‘프라이스이코노믹스’(Priceonomics)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 증세가 빈곤층 흡연율을 낮추는 데 실제로 기여하는지 그 효과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금연 정책으로 담배 포장지에 그 위험을 알리는 홍보 문구나 그림 등을 붙이거나 흡연 위험성을 인지시키는 공공정책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담뱃세(담배 소비세 포함)를 몇 번이나 증세해 흡연율을 낮추려는 시도를 해왔다. 사실 증세에는 흡연율 저하 외에도 세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담배 소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담뱃값이 오르면 흡연자 중 금연에 성공하는 이들이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미 정부의 증세 캠페인은 계속 반복됐다. 담뱃세의 역사는 흡연에 의한 피해가 널리 인정되기 전인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로부터 받은 담배를 유럽으로 가져간 직후부터 담배는 사치품으로써 높은 세금이 매겨졌다. 미국에서 담배에 세금이 붙기 시작한 시점은 1862년이다. 당시 미 정부는 담배로 징수한 세수를 남북 전쟁의 자금원으로 융통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1883년에는 담배 세수가 미국 전체 세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담배에 세금을 도입해도 담배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1900년부터 1964년까지는 1인당 연간 담배 소비량이 54개에서 4000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다음 그래프는 1960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에서 담배 한 상자 가격(파란색)과 1갑당 담배 소비세(주황색)를 보여준다. 하지만 1970년 이후에는 TV와 라디오에서 광고가 금지되거나 두 번에 걸친 큰 증세가 있어 연간 소비량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었다. 담배에 관한 공공정책의 시행으로 흡연율은 1964년 42.4%에서 2015년 16.8%까지 감소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이 선진국에서는 확인되고 있지만 빈곤층이 많은 개발도상국의 흡연율은 선진국 정도의 감소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선진국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증세를 여러 차례 시행했는데 미국의 담뱃세는 1989년의 3배 이상으로 늘었다. 다음은 1960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에서 담배 1상자 가격(파란색)과 1갑당 담배 소비세(주황색)을 나타낸 그래프다. 2000년을 지난 근처 시점에서 증세가 시작, 담뱃세는 2009년에 1달러 이상 증가했다. 증세에 따라 담뱃값도 급격한 상승을 보였다. 미국 전체로 보면 담뱃세 인상에 비례해 가격이 상승해 그것을 계기로 금연하는 사람은 늘어난 셈. 소득별 흡연율을 보면 1965년부터 1999년까지 고소득 가정에서는 62%의 감소가 있었지만, 저소득 가정의 경우 감소는 9%에 그쳐 소득에 의해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 미 비영리 연구기관 RTI(Research Triangle Institute, 리서치 트라이앵글 인스티튜트)의 매튜 패럴리 연구원이 시행한 2012년 조사에서는 연수입 3만 달러 이하 가정의 흡연율은 33.7%였던 반면 연수입 6만 달러 이상 가정의 흡연율은 12.2%밖에 안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 표는 수익으로 담배 소비액의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연수입 3만 달러 이하 가정은 수입의 14.2%를 담배에 소비하고 있으며, 흡연은 가계를 크게 압박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것을 보여준다. 또 빈곤 수준이 높을수록 금연 성공 비율이 낮아지는 것도 확인됐다. 2012년 시행된 조사에서는 인지행동 요법과 니코틴 패치로 금연에 도전, 금연 치료 시작 뒤 6개월 시점에서의 금연 성공률은 고소득과 저소득층에 2배 이상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TI는 스트레스의 존재와 자신과 같은 저소득자 사이에 흡연자가 많은 것이 담배를 끊기 어려운 이유로 추정하고 있다.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프라이스이코노믹스는 “담배 소비세의 증세는 가난한 흡연자의 금연을 돕기는커녕 그들의 생활을 압박하고만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월부터 담뱃세를 큰 폭으로 올리는 정책으로 담뱃값 또한 크게 상승했지만, 이에 따른 금연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세와 흡연율은 이전 조사 결과에서도 담뱃세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는 일시적이며, 장기적인 흡연이나 감소 등에 관한 효과는 별로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증세가 빈곤층의 흡연율을 낮추지 못함이 분명함에도, 흡연율 저하를 명분으로 담뱃값 인상 정책을 지속적으로 채택하는 각 나라 정부들에 흡연자들의 비판이 쏟아지는 ‘과학적인 이유’다. 사진=프라이스이코노믹스(http://priceonomics.com/how-cigarettes-tax-the-poor/)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담뱃값 인상은 과연 빈곤층의 흡연율을 낮추는가?

    담뱃값 인상은 과연 빈곤층의 흡연율을 낮추는가?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의 비율은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내려갈수록 높아진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인 흡연율이 빈곤층은 26.3%인데 반해 그 외 계층에선 15.2%로, 빈곤층 흡연율이 다른 층보다 매우 높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2015년 12월14일 업데이트 기준)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이런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정책 가운데 하나로 ‘담뱃세 증세’라는 카드를 꺼내 들곤 한다. 하지만 미국의 데이터 분석 및 마케팅 전문 기업 ‘프라이스이코노믹스’(Priceonomics)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 증세가 빈곤층 흡연율을 낮추는 데 실제로 기여하는지 그 효과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금연 정책으로 담배 포장지에 그 위험을 알리는 홍보 문구나 그림 등을 붙이거나 흡연 위험성을 인지시키는 공공정책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담뱃세(담배 소비세 포함)를 몇 번이나 증세해 흡연율을 낮추려는 시도를 해왔다. 사실 증세에는 흡연율 저하 외에도 세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담배 소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담뱃값이 오르면 흡연자 중 금연에 성공하는 이들이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미 정부의 증세 캠페인은 계속 반복됐다. 담뱃세의 역사는 흡연에 의한 피해가 널리 인정되기 전인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로부터 받은 담배를 유럽으로 가져간 직후부터 담배는 사치품으로써 높은 세금이 매겨졌다. 미국에서 담배에 세금이 붙기 시작한 시점은 1862년이다. 당시 미 정부는 담배로 징수한 세수를 남북 전쟁의 자금원으로 융통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1883년에는 담배 세수가 미국 전체 세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담배에 세금을 도입해도 담배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1900년부터 1964년까지는 1인당 연간 담배 소비량이 54개에서 4000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다음 그래프는 1960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에서 담배 한 상자 가격(파란색)과 1갑당 담배 소비세(주황색)를 보여준다. 하지만 1970년 이후에는 TV와 라디오에서 광고가 금지되거나 두 번에 걸친 큰 증세가 있어 연간 소비량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었다. 담배에 관한 공공정책의 시행으로 흡연율은 1964년 42.4%에서 2015년 16.8%까지 감소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이 선진국에서는 확인되고 있지만 빈곤층이 많은 개발도상국의 흡연율은 선진국 정도의 감소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선진국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증세를 여러 차례 시행했는데 미국의 담뱃세는 1989년의 3배 이상으로 늘었다. 다음은 1960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에서 담배 1상자 가격(파란색)과 1갑당 담배 소비세(주황색)을 나타낸 그래프다. 2000년을 지난 근처 시점에서 증세가 시작, 담뱃세는 2009년에 1달러 이상 증가했다. 증세에 따라 담뱃값도 급격한 상승을 보였다. 미국 전체로 보면 담뱃세 인상에 비례해 가격이 상승해 그것을 계기로 금연하는 사람은 늘어난 셈. 소득별 흡연율을 보면 1965년부터 1999년까지 고소득 가정에서는 62%의 감소가 있었지만, 저소득 가정의 경우 감소는 9%에 그쳐 소득에 의해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 미 비영리 연구기관 RTI(Research Triangle Institute, 리서치 트라이앵글 인스티튜트)의 매튜 패럴리 연구원이 시행한 2012년 조사에서는 연수입 3만 달러 이하 가정의 흡연율은 33.7%였던 반면 연수입 6만 달러 이상 가정의 흡연율은 12.2%밖에 안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 표는 수익으로 담배 소비액의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연수입 3만 달러 이하 가정은 수입의 14.2%를 담배에 소비하고 있으며, 흡연은 가계를 크게 압박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것을 보여준다. 또 빈곤 수준이 높을수록 금연 성공 비율이 낮아지는 것도 확인됐다. 2012년 시행된 조사에서는 인지행동 요법과 니코틴 패치로 금연에 도전, 금연 치료 시작 뒤 6개월 시점에서의 금연 성공률은 고소득과 저소득층에 2배 이상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TI는 스트레스의 존재와 자신과 같은 저소득자 사이에 흡연자가 많은 것이 담배를 끊기 어려운 이유로 추정하고 있다.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프라이스이코노믹스는 “담배 소비세의 증세는 가난한 흡연자의 금연을 돕기는커녕 그들의 생활을 압박하고만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월부터 담뱃세를 큰 폭으로 올리는 정책으로 담뱃값 또한 크게 상승했지만, 이에 따른 금연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세와 흡연율은 이전 조사 결과에서도 담뱃세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는 일시적이며, 장기적인 흡연이나 감소 등에 관한 효과는 별로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증세가 빈곤층의 흡연율을 낮추지 못함이 분명함에도, 흡연율 저하를 명분으로 담뱃값 인상 정책을 지속적으로 채택하는 각 나라 정부들에 흡연자들의 비판이 쏟아지는 ‘과학적인 이유’다. 사진=프라이스이코노믹스(http://priceonomics.com/how-cigarettes-tax-the-poor/)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어제 한강 첫 결빙… 작년보다 18일 늦어

    최근 계속된 매서운 겨울 한파로 21일 아침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한강이 얼었다. 한강 결빙은 지난해(1월 3일)보다 18일이 늦고 평년(1월 13일)보다는 8일이 늦은 것이다. 기상청은 이날 “18~21일까지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이번 겨울 들어 처음 한강이 얼었다”고 밝혔다. 서울은 지난 토요일 최저기온이 영하 2.1도, 일요일은 영하 0.7도를 기록했으나 18일은 최저기온 영하 12.3도, 19일 영하 15.1도, 20일 영하 14.5도를 기록했다. ●한강대교 노량진 쪽 교각이 관측 기준 1906년부터 시작한 한강 결빙 관측은 한강대교 노량진 방향 두 번째와 네 번째 교각 사이에서 상류 쪽으로 100m 부근 남북 간 띠 모양의 범위에 얼음이 얼었는지 여부를 가지고 판단한다. 이 지점을 결빙 기준으로 보는 것은 1900년대 초부터 1998년까지 기상청이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 위치해 한강대교와 멀지 않아 관측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또 한강대교 부근은 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깊어 얼음이 쉽게 얼지 않는 곳이라 이곳이 얼어 강물이 보이지 않는다면 다른 곳도 결빙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어서다. ●가장 빨랐던 때는 1934년 12월 4일 한강 결빙이 가장 빨랐던 때는 1934년으로 12월 4일 한강이 얼었다. 1906년 관측을 시작한 후 결빙이 관측되지 않은 해도 7번이나 있었다. 이번 추위는 오는 24일 일요일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보이며 절정을 이룬 뒤 차츰 누그러들어 다음주 수요일부터는 평년 기온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서울 아침 기온은 영하 10도, 23일은 영하 8도, 24일은 영하 16도 분포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3~25일 사이에 충청 이남 서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리우올림픽 메달 전망 ③ 골프] 112년 만의 빅매치…박인비·리디아 고 ‘金전쟁’

    [리우올림픽 메달 전망 ③ 골프] 112년 만의 빅매치…박인비·리디아 고 ‘金전쟁’

    올해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지난 대회와 다른 것 중 하나는 골프의 복귀다. 골프가 올림픽에 처음 선을 보인 건 1900년 파리대회 때다. 하지만 4년 뒤 세인트루이스대회를 끝으로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이후 한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꾸준한 발전을 거듭한 골프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대중성의 부족함을 채워 내면서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에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하는 영예를 안았다. 리우올림픽의 골프 종목에는 남녀 개인전 각각 1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단체전은 없다. 단 2개뿐인 112년 만의 금메달은 남녀 1명씩 가져가게 된다. 한국이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여자 부문이다. 올림픽 출전 자격은 세계 랭킹을 환산해 국가별로 쿼터를 결정하는 국제골프연맹(IGF)의 올림픽랭킹에 의해 좌우된다. 남녀 각 1위부터 60위까지, 60명만 출전할 수 있다. 이 예순 명의 명단, 즉 최종 엔트리는 오는 7월 11일 발표되는 올림픽랭킹에 의해 결정된다. 단 가능한 한 모든 나라가 대회에 참가해야 한다는 ‘올림픽 정신’을 존중해 국가별로 정해진 출전 쿼터는 최대 2명이다. 그러나 세계 랭킹 15위 안에 여러 명이 포함될 경우 4명까지 출전 티켓이 주어진다. 남자 가운데는 지난해 5월 유러피언프로골프(E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BMW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안병훈(25)이 19일 현재 올림픽랭킹 18위로 출전이 유력하다. 지난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왕이자 최우수선수에 오른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도 세계 랭킹을 60위까지 끌어올리며 2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둘 외에는 현재까지 올림픽 랭킹 60위 이내에 든 선수가 없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이들의 리우행은 이미 7부 능선을 넘었다는 게 중론이다. 여자의 경우 남자에 견줘 치열하기 짝이 없다. 랭킹 2위의 박인비(28)와 5위 유소연(26), 7위 김세영(23), 8위 양희영(27)이 ‘톱10’ 안에 버티고 있다. 이 밖에 세계 랭킹 9위의 김효주(21),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6시즌 새내기인 10위의 전인지(22), 14위의 장하나(24),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를 평정한 15위의 이보미(28) 등 상위 세계 랭커들이 즐비하지만 올림픽 랭킹 60위권 밖에서 떠돌고 있다. 6개월 뒤를 상상하기란 어렵다. 극단적으로 60위권 밖의 선수들이 매번 우승하고 유력한 이 네 명이 매 대회 때마다 컷 탈락하면 출전 명단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설사 치열한 경쟁 끝에 60위 밖의 선수들이 치고 올라온다 해도 랭킹 2위 정도면 ‘안전지대’다. 200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골프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을 때만 해도 한국여자골프의 에이스가 과연 누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던질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올림픽의 해가 밝은 지금 박인비가 아니면 다른 정답을 찾을 수가 없다. 박인비를 평가하는 가장 큰 잣대는 메이저 우승이다. 2008년 US여자오픈 이후 지난해까지 7개 메이저 우승컵을 수집했다. 각 봉우리를 한 차례 이상씩 오르는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작성하며 이제 ‘명예의 전당’ 헌액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해당 포인트를 충족시키고 올 시즌 10개 대회에 출전, ‘투어 10년 이상’을 채우는 5월 말쯤이면 박인비는 ‘명예의 전당’ 명찰을 달고 올림픽에 나설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러나 박인비에게도 강력한 라이벌이 있다. 지난해 치열하게 랭킹 경쟁을 펼친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19·뉴질랜드)다. 지난해 박인비와 나란히 LPGA 투어에서 5승을 올리며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 타이틀을 차지한 리디아 고는 올해 만 19세가 됐다. 어린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침착한 플레이와 강인한 정신력, 정교한 아이언샷을 갖춘 그는 올림픽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박인비도 “나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리디아 고가 가장 상대하기 힘든 선수”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근 해외의 베팅업체 ‘스카이벳’은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리디아 고의 우승 배당률을 3분의1로 잡아 박인비의 5분의1보다 더 낮게 평가했다. 또 ‘377벳’이라는 업체 역시 리디아 고에게 4.35, 박인비에게 6.00의 배당률을 매겨 리디아 고가 금메달을 따내는 쪽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큰 무대에서의 굵직한 경험과 우승 전력에서는 박인비가 한 수 위라는 데 국내외 골프계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누가 되든 112년 만의 빅매치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발기약은 혈관·협심증약 함께 먹으면 위험

    발기부전은 모든 연령에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이다. 성인 남성의 약 6~10%에 해당하는 200만명 이상이 발기부전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는 1900년대 초 영국에서 개발됐다. 웨일스 지방의 한 병원에서 고혈압과 협심증 치료 신약의 임상시험을 하던 중 엉뚱하게 남성의 발기부전증이 좋아지는 효과를 발견했다. 1998년 이 약은 최초의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바로 ‘비아그라’의 등장이다. 비아그라를 비롯해 시알리스, 자이데나, 엠빅스, 제피드 등 발기부전 치료제는 성기 주변의 혈액의 흐름을 늘려 발기를 돕는다. 우리 몸에는 ‘포스포디에스테라제’(PDE)라는 효소가 있는데 약 11종류의 PDE 가운데 발기에 관여하는 효소는 PDE5다. 발기부전은 성 기능 장애만 의미하는 건 아니다. 심혈관 질환,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과 우울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치료제 복용 시 반드시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상담 시 현재 앓고 있는 질병이나 복용하고 있는 약이 있다면 꼭 알려야 한다. 특히 협심증 치료제(니트로글리세린), 혈관확장제(아밀나이트레이트), 협심증·심근경색약(질산이소소르비드)과는 함께 복용하면 안 된다.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먹는 무좀약은 혈중 농도를 상승시키고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독사조신·탐스로신·알푸조신 등)는 저혈압을 유발한다. 혈관 확장을 유도하는 술도 과하면 해롭다. 비급여 품목인 발기부전치료제는 약국에서 마진을 붙여 팔기 때문에 약국마다 가격 차가 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新국토기행] (53) 경기 양평군

    [新국토기행] (53) 경기 양평군

    경기 양평군은 한반도 중서부 지점인 경기 북동부에 있다. 북동쪽으론 강원 홍천군, 동쪽으론 횡성군, 남동쪽으론 원주시, 남쪽으론 경기 여주시, 남서쪽으론 광주시, 서쪽으론 남양주시, 북쪽으론 가평군과 연접해 있다. 면적은 877㎢로 도내에서 가장 넓은 기초자치단체이지만 74%가 산림지역이다. 인구는 지난달 현재 10만 9576명이다. 4만 8575가구 가운데 17.9%인 8443가구가 농업에 종사한다. 연간 예산 규모는 4182억원이며 각종 중첩 규제로 재정자립도가 20.2%에 불과하다. 수도권 및 서울시민의 젖줄인 한강(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남한강 합류)이 동서로 관통하면서 일부 지역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중첩 규제를 받는다. 2009년 용문역까지 전철 중앙선이 개통되면서 전원생활을 갈망하는 도시인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1908년 9월 당시 양근군(楊根郡)과 지평군(砥平郡)을 합병, 양평군(楊平郡)이라고 부르게 됐다. 양근군은 고구려시대에 항양군(恒楊郡), 신라시대에 빈양(濱陽)으로 불리다 고려 초기에 다시 양근으로 바뀌었다. [볼거리] ●1500년 파란만장 역사 품은 은행나무 동양의 은행나무 가운데 가장 크고 우람하며 용문사 대웅전 앞에 있다. 수령이 1100~15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 42m, 밑동 둘레가 11m에 달한다.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이 그의 스승인 대경 대사를 찾아와서 심은 것이라고 한다. 그의 세자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에 심은 것이라고도 하고 신라의 고승 의상 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두었는데 거기에서 뿌리를 내렸다는 말도 있다. 많은 전란으로 사찰은 여러 번 피해를 입었지만 은행나무는 피해를 면했다. 정미의병이 일어났을 때 일본군이 의병의 본거지라 해 사찰을 불태웠으나 이 은행나무만은 불타지 않아 천왕목(天王木)이라고도 불렸다. 조선 세종 때는 정3품 벼슬인 당상직첩을 하사받기도 했다. ●북한강·남한강 상봉하는 두물머리 두물머리(양수리)는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는 의미다. 이곳은 양수리에서도 나루터를 중심으로 한 장소를 가리킨다. 예전에는 이곳 나루터가 남한강 최상류의 물길이 있는 강원 정선군과 충북 단양군, 물길의 종착지인 서울 뚝섬과 마포나루를 이어주던 마지막 정착지였기 때문에 크게 번창했으나 팔당댐 건설로 육로가 생긴 뒤 쇠퇴했다. 1973년 일대가 그린벨트로 지정돼 어로 행위 및 선박 건조가 금지되면서 나루터 기능이 멈췄다. 이른 아침에 피어나는 물안개, 옛 영화가 얽힌 나루터와 황포돛배, 수령이 400년 이상 된 느티나무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으로 인해 각종 촬영장소로 이용된다. 특히 겨울 설경과 일몰이 아름답다. ●제주 올레길 안 부러운 30.2㎞ 물소리길 제주 올레길을 빼닮은 ‘물소리길’은 양평군 양수역~국수역 13.8㎞ 1코스, 국수역~양평시장 16.4㎞ 2코스 30.2㎞이다. 강산과 마을이 어우러진 트레킹 코스다. 이 길을 만드는 데는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참여했다. 제주올레 탐사팀원 10여명이 지난해 석달 동안 양평군에 상주하면서 코스를 개발했다. 남한강과 북한강을 낀 지리적 이미지와 어감을 고려해 물소리길로 정했다. 일부 농로와 산길을 빼곤 대부분 포장길이란 점이 아쉽지만 길을 만들기 위해 또 다른 인위적인 작업을 하지 않아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수도권에서 접근하기 쉽고 아름다운 풍광을 지녀 농촌문화를 체험하고 일상의 피로를 푸는 명소로 성장하고 있다. ●강바람 맞으며 달리는 18㎞ 양평자전거길 남한강자전거길 양평구간은 2011년 10월 개통됐다.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양평군의 폐철도 활용 사업이 합쳐져 조성됐다. 양서면 북한강철교를 시작으로 남한강변을 따라 양평읍내를 관통, 여주 이포보로 연결된다. 길이가 18㎞에 이른다. 시원한 남한강변과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시설이 근거리에 있어 레저·관광·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시원한 강변 풍경과 강바람이 인상적이다. ●마음 정화되는 수상 정원 세미원 물과 꽃의 정원으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잡은 광활한 수상 정원이다. 세미원의 어원은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뜻이다. 면적 18만㎡ 규모에 연못 6개를 설치해 연꽃과 수련, 창포를 심었다. 연못을 거쳐 간 한강물은 중금속과 부유물질이 거의 제거된 뒤 팔당댐으로 흘러들어 가도록 설계됐다. 공원은 크게 세미원과 석창원으로 구분된다. 항아리 모양의 분수대인 한강 청정 기원제단,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는 관란대(觀瀾臺), 프랑스 화가 모네의 흔적을 담은 모네의 정원, 풍류가 있는 전통 정원시설을 재현한 유상곡수(流觴曲水), 수표(水標)를 복원한 분수대 등도 있다. 상춘원에는 수레형 정자인 사륜정과 조선 정조 때 창덕궁 안에 있던 온실 등이 전시돼 조상들이 자연환경을 지혜롭게 이용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황순원의 삶 간직한 문학촌 ‘소나기마을’ 어린 시골 소년과 도시에서 온 소녀의 순수한 마음과 추억을 아름답게 그려낸 황순원 문학의 백미 ‘소나기마을’도 볼만하다. 소설 속 아름다운 장면들을 추억할 수 있도록 꾸몄다. 황순원의 작품 생활을 집대성해 놓은 문학관, 황순원 묘역 등이 있다. 소나기마을에서 가장 먼저 가봐야 할 곳은 역시 문학관이다. ‘작가와의 만남’ 방에서는 선생의 육필 원고와 시계·만년필·도장 등 유품들과 미당 서정주 시인이 선생에게 써 보낸 ‘국화 옆에서’ 서예 작품, 복원된 서재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모두 90여점의 유품이 전시돼 있다. 문학관을 나서면 오른쪽 끝에 황순원 묘역이 조성돼 있고 앞으로 소나기광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숲 속 힐링 쉬자파크·숲 속 장터 트리마켓 가족과 함께 조용한 교외에서 건강도 챙기고 마음까지 치유하는 여행을 떠나 보면 어떨까. 예부터 ‘경기도의 금강산’이라고 불리는 용문산 자락의 쉬자파크가 그곳이다. 푸른 청정자연 숲 속에서 상쾌한 피톤치드를 마시며 힐링할 수 있다. 숲 속의 장터 ‘트리마켓’이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 열린다. 참여 분야는 임산물 및 농특산물, 공예품 및 예술품, 퓨전 전통음식 및 음료 등이다. 쉬자파크는 1월 1일과 설 및 추석 명절을 제외한 연중 개장한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무료. ●용문산 산나물 유명한 양평 5일장 1900년대 초·중반부터 시작된 5일장으로, 매달 3·8·13·18·23·28일에 열린다. 양평역 근처 기찻길 아래 공터와 도로변에 장이 선다. 인근 용문산에서 캔 산나물과 집에서 재배한 채소가 특히 유명하다. 양평 해장국과 족발 등의 음식도 인기 있다. 주민들뿐만 아니라 용문산 등산객을 비롯해 5일장을 구경하기 위해 일부러 찾는 도시인들도 많다. ●토종 야생화 200여종 핀 들꽃수목원 남한강변에 있어 강변 정취와 꽃들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야생화 전시원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토종 야생화 200여종이 있다. 자연생태박물관에는 생태계 표본과 실물을 함께 전시했다. 허브정원에는 50여종이 있다. 수목원 한가운데 있는 떠드렁섬, 강변산책로, 열대식물의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열대식물원, 자녀에게 각종 식물을 연구할 수 있게 해 주는 연구소 등을 갖추고 있다. 야간개장도 한다. [먹거리] ●건강한 맛 한가득 차린 자연밥상 양평에는 옥천냉면, 신내해장국, 용문산가든 등 유명 음식점들이 많다. 그중 산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웰빙’을 테마로 한 ‘건강맛집’이 수두룩하다. 양평군은 20개 음식점을 건강 맛집으로 지정했다. 이 중 용문산가든은 산채비빔밥과 곤드레정식이 유명하다. 각종 나물을 넣고 참기름을 술술 뿌린 뒤 고추장 한 숟가락을 넣어 살살 비비면 입맛이 살아난다. 용문산 입구에 본점이 있으나 딸이 강상면에 새로 건물을 짓고 분점을 냈다. 산채비빔밥부터 더덕불고기산채정식까지 종류와 가격대가 다양하다. 양서면 산마늘밥 식당도 모범음식점과 건강 맛집으로 이름 났다. 삼나물골뱅이무침, 산나물녹색전이 잘 나간다. 산채도시락, 산채메밀쟁반이 맛있는 두메향기 산 식당도 양서면에 있다. 더덕소스샐러드, 솥뚜껑 닭전골, 용문시래기밥이 맛있는 산앤들은 용문면에 있다. ●국물에 내장·고기 찍어 먹어봐! 신내해장국 해장국 하면 양평해장국이 유명하다. 그중 개군면 공세리에 있는 2곳의 신내해장국밥집은 선지와 국물 맛이 뛰어나 먼 길 마다치 않고 달려오는 미식가들로 늘 북적인다. 45년 전통의 신내 강호해장국집부터 원조인 신내서울해장국집이 이웃한다. 메뉴는 해장국, 내장탕, 해내탕, 수육 등 단출하다. 해장국 치고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지만 먹어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작은 접시에 나오는 절인 고추 및 국물에 탕 속 내장과 고기를 찍어 먹으면 신내해장국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황해도 60년 손맛 이어온 원조 옥천냉면 미사리를 지나 양평길로 차를 타고 20여분 달리면 한화콘도 가는 방향으로 옥천냉면 마을이 나타난다. 원조는 한 집이지만 현재 10여곳이 비슷한 이름으로 영업한다. 심심한 듯하면서도 조금 단맛이 나는 육수에 굵은 면발이 특징이다. 처음 먹는 사람들은 ‘무슨 맛인가’ 할 수 있다. 냉면 맛을 모르는 젊은 사람이나 어린이들에게는 두툼한 완자가 차라리 낫다. 여러 냉면집 중 황해도 출신 이건협씨가 50년대 초 문을 연 황해식당이 원조 옥천냉면으로 알려졌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세계 과학논문 첫 장 쌓으면 ‘킬리만자로산’ 높이

    세계 과학논문 첫 장 쌓으면 ‘킬리만자로산’ 높이

    2014년 전 세계에 발표된 논문은 146만 5814편에 달한다. 이 숫자는 SCI급 저널에 실린 과학분야 논문에 한정된 것이기 때문에 비SCI 저널에 실린 논문을 비롯해 사회과학논문과 예술 및 인문과학논문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연구자가 자신의 성과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대표적인 수단이 논문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연구자는 좋은 논문, 영향력 있는 논문을 쓰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톱 100위에 드는 우수한 논문을 쓰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연구자의 대표적인 성과지표인 논문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흔히 과학논문을 이야기할 때 거론되는 ‘SCI’는 학술정보전문 민간기관인 톰슨로이터가 매년 전 세계에서 출판되고 있는 과학기술저널 중 엄격한 전문가 심사를 거쳐 등록된 국제학술지 목록이다. SCI 등록 여부는 전 세계의 학술지 평가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에 과학논문의 질뿐만 아니라 국가 및 기관 간 과학기술 연구수준을 비교하고 연구비 지원, 학술상 심사, 학위인정 등의 자료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자는 SCI 지수가 높은 우수한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는 학술정보전문 민간기관인 톰슨로이터의 자료를 바탕으로 1900년부터 2014년 10월까지 나온 과학논문의 첫 페이지만 모아 쌓을 경우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킬리만자로산(해발 5895m)의 높이에 육박하는 5800m에 가깝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중 다른 연구자에게 전혀 인용되지 않거나 10회 미만 인용된 논문을 쌓은 높이가 절반을 훌쩍 넘는 4400m나 된다. 반면 1만 2000회 이상 인용된 ‘Top 100’에 속하는 논문을 모아놓은 높이는 1.5㎝에 불과하다. ●2014년에는 17.5%가 제목에 ‘낚시성 단어’ 사용 수백만 건의 논문이 매년 발표되면서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를 더 눈에 띄도록 하기 위해 ‘논문 제목 낚시질’도 서슴지 않는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의대 크리스티앙 빈커스 교수팀은 1974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의 논문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에 등록된 논문을 전수조사한 결과 ‘놀라운’(novel), ‘획기적인’(amazing), ‘혁신적인’(innovative) ‘전례없는’(unprecedented) 등 자극적인 25가지의 형용사들이 제목에 많이 들어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영국의학저널’ 14일자에 발표했다. 특히 1974~1980년에는 이런 단어가 쓰인 논문이 전체 논문의 2%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낚시성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논문이 17.5%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빈커스 교수는 “그동안 많은 연구자가 과학논문은 제목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최근 1년 사이에 나오는 논문이 140만편 넘게 발간되면서 자신의 성과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이 같은 제목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과학 영재’로 주목받았던 송유근(17)군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 ‘저작권 위반’에 따른 표절 문제로 철회됐다. 지도 교수인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의 학회 발표자료(프로시딩) 상당 부분을 그대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용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표절은 다른 연구자의 독창적 아이디어나 논문을 인용하면서 적절한 출처 표시를 하지 않아 제3자에게 본인의 창작물인 것처럼 인식하도록 만드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내용 표절, 아이디어 표절, 번역 표절, 2차문헌 표절, 말바꿔 쓰기 표절, 짜깁기 표절, 논증 구조 표절 등 7가지 기준으로 표절을 판단하고 있다. 말바꿔 쓰기 표절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 문장 구조를 일부 변형 또는 단어를 추가하거나 동의어로 대체해 사용하면서도 출처를 표시하지 않거나 일부만 하는 경우를 말한다. 짜깁기 표절은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조합해 활용하거나 자신과 다른 사람의 문장을 결합하는 표절이다. 논증 구조 표절은 구체적인 연구대상이나 문장은 다르더라도 결론 도출 방식 등 논리전개구조를 다른 사람의 저작물에서 그대로 사용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전체 33쪽 중 24쪽이 ‘저자 이름’으로 채워진 경우도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는 100명 이상 공동 저자가 참여한 논문은 거의 없었지만 2009년 이후 100명이 넘는 저자가 등재된 과학논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5월 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는 5154명이 저자로 참여한 힉스입자 검출 실험 관련 논문이 실렸는데 전체 33쪽 중 24쪽이 저자 이름만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논문의 저자는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 연구자를 1저자로 하고 2저자, 3저자 순으로 배열하되 연구를 주도한 1저자가 여러 명일 경우는 알파벳 순서로 배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학논문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영국의 출판윤리위원회(COPE)의 저작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장 앞에는 연구에 기여도가 가장 큰 사람으로 배치하고 ‘공동 저자의 공동결정’에 따라 순서를 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저자 간 합의만 이뤄지면 순서를 정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의 일부 논문 저자는 종신 교수직(테뉴어)을 얻을 가능성에 따라 저자 순서를 정하거나 저자끼리 볼링이나 크로켓 등 스포츠 경기를 열어 순위에 따라 1저자를 정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고전물리학 풀던 가설 현대물리학 문을 열다

    [사이언스 톡톡] 고전물리학 풀던 가설 현대물리학 문을 열다

    우리가 어떤 물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그 물체가 스스로 빛을 내거나 외부의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겠지. 그렇다면 외부에서 오는 빛을 반사하지 않고 완벽히 흡수해 버리고 자기 스스로 빛을 내는 ‘흑체’(black body)라는 상상 속의 물체를 생각해 보세. 흑체가 내는 빛은 온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네. 왜 물체의 온도에 따라 다른 색깔의 빛이 나올까. 이 문제가 바로 19세기 물리학자들을 괴롭힌 그 유명한 ‘흑체복사’ 문제라네.이런 내 소개가 늦었군. 나는 독일 베를린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가르치는 막스 플랑크(1858~1947)라네. 당대 최고 학자라는 빌헬름 빈이나 존 윌리엄 레일리, 제임스 진스 등도 흑체복사 문제를 풀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어. 이 사람들은 몰랐겠지만 고전물리학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나 역시 몇 년 동안 고민한 끝에 실험과 이론적 예측값이 완벽하게 맞는 공식을 얻었다네. 문제는 에너지가 고전물리학에서 생각했던 것처럼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디지털처럼 불연속적이라는 양자화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어. 어쨌든 내 이름을 딴 ‘플랑크 상수’가 들어간 에너지 모델을 1900년 12월 14일 베를린과학아카데미 회의에서 발표했다네. 흑체복사 문제를 깔끔하게 설명하는 이 모델이 고전물리학을 뒤흔든 혁명을 가져오고 1918년 노벨물리학상을 안겨 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 양자역학 대부분 공식에 플랑크 상수가 들어가지 않는 게 없을 정도지. 그래서 많은 학자가 12월 14일을 ‘현대 물리학의 시작’, ‘양자혁명의 출발점’이라고 부른다네. 고등학생 때 물리학이라는 학문에 마법처럼 끌렸어. 그래서 뮌헨대 물리학과의 필립 폰 졸리 교수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더니 “물리학은 이제 더이상 발전할 수 없을 거야. 남은 것이라곤 몇 개의 사소한 구멍을 메우는 일뿐이니 다른 학문을 해 보게”라고 하시더군. 나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싶지 않고 알려진 것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라고 답했지. 그렇게 시작한 물리학이었는데 양자역학이라는 현대 물리학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할 줄은 몰랐다네. 자네한테 비밀 하나 알려 주지. 나는 열역학을 전공한 전형적인 고전물리학자였다네. 양자론도 고전물리학에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잘 설명해 주는 하나의 가설 정도로 생각했었다네. 내 생각과 달리 끊임없이 발전하는 양자역학을 보고 있노라니 좀 불편하더군. 양자역학의 기초를 마련한 사람이 양자물리학을 거부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지 않나. 그러나 과학은 그렇게 발전해 나가는 거라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왕들의 초상’ 근엄함 뒤에 숨겨진 역사·예술

    ‘왕들의 초상’ 근엄함 뒤에 숨겨진 역사·예술

    현실의 왕과 다름없이 높은 위상을 가졌던 조선 왕실 어진(御眞·왕의 초상화)의 위엄을 보여주는 전시가 마련됐다. 8일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조선 왕실의 어진과 진전(眞殿·어진을 봉안하고 의례를 행하는 건물)’ 특별전이다. 최종덕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조선 왕실 어진은 1954년 피난지인 부산의 보관 창고에서 일어난 화재로 대부분 소실돼 없어지고 일부 어진만 손상된 채로 남아 있다”며 “주요 어진들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 작품으로서의 어진의 가치뿐 아니라 조선 왕실 어진이 갖고 있는 위상과 상징적 의미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6부로 구성됐다. 조선 왕실 어진 등 유물 100여점이 소개된다. 1부 ‘우리나라 어진과 진전의 역사’에선 관련 기록이 많이 남아 있는 고려와 조선 시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어진과 진전의 역사를 짚는다. 2부 ‘조선 시대 어진 제작 체계’에선 조선 시대 어진 제작 방식과 과정, 어진을 직접 그린 ‘어진화사’에 대해 살펴본다. 대표적 어진화사인 장경주의 ‘윤증 초상’과 이한철의 ‘흥선대원군 이하응 초상’, 이명기의 ‘채제공 초상’, 그리고 사대부 화가로 어진화사들을 감독했던 조영석의 ‘조영복 초상’을 통해 어진 제작 화가들의 인물화 실력도 감상할 수 있다. 3부 ‘또 한 분의 왕, 어진들’에선 현재까지 진전에 봉안된 유일한 어진인 전주 경기전의 ‘조선 태조 어진(청룡포본)’, 왕위에 오르기 전 젊은 영조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잉군 초상’, 영조의 51세 초상인 ‘영조 어진’, 철종의 31세 초상인 ‘철종 어진’, 채용신이 그린 것으로 전하는 ‘고종 어진’이 전시된다. 홍룡포본 ‘태조 어진’(1900년 모사본)과 ‘원종 어진’(1936년 모사본), ‘문조 어진’, 순종 서거 후인 1928년 김은호가 그린 ‘순종 어진’도 최초로 공개된다. 4부 ‘어진 봉안 공간 진전’에선 태조 진전, 영희전, 창덕궁 선원전 등 주요 진전들을, 5부 ‘어진 봉안용 회화’에선 2005년 국립고궁박물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전시되는 ‘모란도 병풍’과 ‘일월반도도 병풍’을 접할 수 있다. 6부 ‘진전 의례’에선 태조 진전인 개성 목청전과 창덕궁 선원전 등 진전 의례에 사용됐던 다양한 종류의 의물과 기물들을 영상과 유물을 통해 소개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지구 온도 2도 이상 오르면 ‘인류생존 위험’

    전 세계인의 눈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 쏠리고 있다. COP21은 1997년 교토의정서를 대신해 2020년 이후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정립하기 위해 열리는 것이다. 구체적인 목표는 이미 설정돼 있다.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인류가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과 해결에 대한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과연 ‘2도’의 의미는 무엇일까.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지난해 발표한 ‘IPCC 제5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기온 대비 2도 이상 오르면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구 기온이 1도만 상승해도 생태계 파괴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폭염, 폭우, 연안 홍수 등 기상 재해가 늘어나고, 기후로 인한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 약간의 온도 변화가 생태계를 얼마나 위험하게 하는지는 최후의 빙하기였던 1만 8000년 전 지구의 기온이 지금보다 고작 6도밖에 낮지 않았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현재 지구 온난화는 인간에서 비롯됐으며,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온실가스는 지난 133년간(1880~2012년) 지구 평균기온을 0.85도 올렸고, 지구 평균 해수면은 지난 110년간(1901~2010년) 19㎝ 상승시켰다. 지구의 기온이 1.6도 상승하면 생물의 18%가 멸종 위기에 놓이고 2.2도 상승하면 24%, 2.9도 높아지면 35%의 생물종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바닷속 산호는 1도만 상승해도 멸종 가능성이 커지고 북극 생태계도 위험에 처한다. 2100년에 지구 평균기온이 3.5도 이상 높아지면 기온 상승에 가속도가 붙어 걷잡을 수 없게 돼 그린란드의 빙상이 거의 완전히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전 지구의 해수면이 최대 7m 높아질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2도 상승을 막는 것은 가능할까. IPCC 보고서와 전문가들은 전 세계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는 1.8도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감 정책 없이 현재 추세로 배출할 경우 지구 평균온도는 3.7도 상승하게 된다. 목표인 2도 상승의 2배 가까이 되는 것이다. 느슨한 온실가스 저감정책을 시행할 경우에도 지구 평균온도는 목표치인 2도를 넘어서 2.2도까지 오른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상승폭이 2도 미만이라고 해서 안전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라며 “2도는 지구 생태계가 온난화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기준 온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2도 이상 상승할 경우 많은 생물종이 적응할 시간 없이 빠르게 멸종해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머리’ 좋은 영국, 데이비스컵 79년 한풀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세계 랭킹 2위 앤디 머리가 세 경기를 휩쓴 영국이 남자 테니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결승에서 벨기에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영국은 30일 벨기에 헨트에서 열린 2015 데이비스컵 결승(4단1복식)에서 3-1로 벨기에를 제치고 1936년 이후 79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1900년 미국 보스턴에서 미국과 영국의 대항전으로 시작된 이 대회 통산 우승 횟수도 10회로 늘렸다. 머리는 이날 두 팀 에이스끼리의 제4단식 대결에서 다비드 고핀(16위)을 3-0(6-3 7-5 6-3)으로 완파하고 우승을 확정했다. 50분 만에 1세트를 6-3으로 따낸 머리는 2세트 고핀에게 5-5까지 따라잡혔지만 결국 7-5로 리드를 놓지 않았고 3세트마저 어렵지 않게 매조지해 낙승했다. 두 팀은 앞서 이틀 전 열린 1, 2단식에서 고핀이 카일 에드먼드(영국·100위)를 3-2(3-6 1-6 6-2 6-1 6-0)로, 머리가 루벤 베멜만스(벨기에·108위)를 3-0(6-3 6-2 7-5)으로 이겨 한 경기씩을 나눠 가졌다. 영국은 그러나 이튿날 복식경기에서 머리가 한 살 많은 형 제이미와 호흡을 맞춰 벨기에의 스티브 다르시스-고핀 조를 3-1(6-4 4-6 6-3 6-2)로 이겨 균형을 깼고, 이날 제4단식까지 머리가 승리를 보태 1936년 호주에 3-2승을 거두고 우승한 뒤 79년 만에 데이비스컵을 들어 올렸다. ‘인터내셔널 론 테니스 챌린지’로 불렸던 1903년 대회 당시 첫 결승에 올랐다가 로런스 도허티가 이끈 영국에 0-5 참패해 준우승에 그쳤던 벨기에는 101년 만에 다시 결승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네 경기에서 3승을 따낸 머리에 막혀 또 준우승의 쓴잔을 들었다. 2012년 US오픈에서 남녀를 통틀어 영국 선수로는 1936년 이후 첫 메이저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던 머리는 우승 인터뷰에서 “우리가 우승을 차지하다니 믿을 수 없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열린세상] 통합과 배려의 리더십이 절실하다/장영철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통합과 배려의 리더십이 절실하다/장영철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1900년대 초반, 일본의 침략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만들어진 애국가는 일본의 침략을 막을 수 없었던 조선이 하느님께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를 외치면서 도움을 구하는 소망을 담고 있다. 애국가의 간절한 소망은 비록 바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후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의 폐허를 거치면서 세계 빈곤국 중 하나로 전락하였음에도 이를 비교적 단기간에 극복하고 성공한 것은 선조들의 애국심 덕분이 아닌가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난 나라들이 많지만 우리처럼 아무런 자원이나 산업기반이 없으면서도 이렇게 발전한 나라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우리는 인적 자산을 중요시해 왔으며, 위기 때마다 국민들이 응집하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국가 발전을 이루겠다는 리더십과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하였다. 그 결과 이제는 외국으로부터 부러움과 배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나라로 바뀐 것은 우리 모두의 커다란 업적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우리의 주력산업이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기업의 수익성도 크게 약해져서 이자도 제대로 못 갚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산업은 아직 정착되지 않다 보니 일자리에 대한 근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발전과정에서 나타난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추세이고,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성장 잠재력과 일자리 창출 능력은 더 저하되고 국가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살기가 어려워졌다고 생각하는 계층이 늘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이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어 국가의 미래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하나의 현상을 놓고 상반된 해결 방안이 제시됨에 따라 신속한 타협이 어려워져 사회적으로도 큰 비용이 발생한다. 마치 임진왜란 직전 일본에 다녀온 사신들이 각기 상반된 보고를 하여 혼선을 빚은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최근의 급격한 환경의 변화는 과거와는 질적으로 크게 다른 것 같다. 정보기술(IT)이 다른 산업을 지원하던 차원을 넘어섰다. 이제는 IT업체가 다른 산업의 제품인 시계, 자동차, 결제지불수단을 직접 만들겠다고 하니 기업 간 경쟁의 양상이 과거처럼 산업 내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니라 산업 간의 경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어 대응 전략도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중국의 주요 2개국(G2) 부상 등 세계적인 환경변화 요인이 커지는 상황에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생존을 위해서도 이러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과거 급속한 경제발전과정에서 정립하였던 시스템들을 새롭게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재편하여야 함은 물론 소외된 계층의 불만을 보듬어 나가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미래를 향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은 사실 쉽지 않다. 사공은 많지만, 배가 산으로 가지 않고 순항하도록 하는 어려운 일인 것이다. 집단이나 계층 간의 이해관계가 과거보다는 훨씬 더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어 공동의 미래를 같이 설계하도록 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우리 사회에 절실하다. 다양성을 포용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가는 통합과 배려의 리더십은 열린 마음을 가지고 리더십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이루어질 것이다. 진정한 리더십에는 남을 이끄는 역할뿐만 아니라, 대의를 위하여 리더를 존경하고 겸허히 협력해나가는 팔로십의 자세도 포함된다. 우리의 과거 경제발전도 사실 무일푼에서 어렵지만 서로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는 열린 마음의 자세를 가졌기 때문에 이룩한 성과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그때보다 나쁠 수는 없다. 통합과 배려의 리더십이 잘 구현되어 국가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하느님이 보우하는’ 나라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씨줄날줄] 명예의 전당/임창용 논설위원

    4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한 기억 한 토막이 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받아쓰기 첫 시험을 보았다. 모두 10문제였는데 30점을 받았다. 내가 쓴 3개의 단어에 빨강 색연필로 동그라미가 ‘예쁘게’ 쳐져 있었다. 틀린 단어에 쳐진 빗금은 적어도 내 눈엔 보이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자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가 어머니께 시험지를 내밀었다. 어머니의 노기 띤 눈빛에 난 몹시 당황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 이후 사회적 관계와 경쟁의 의미를 배운 것 같다. 뛰어남은 상대적이라는 것, 누군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타인으로부터 승인받고 존경과 칭찬의 대상이 됐을 때 우리는 흔히 명예를 얻었다고 한다. 존경과 승인도 결국은 남보다 뛰어날 때 받는 것이고, 결국 명예도 경쟁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일찍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명예를 중요한 가치로 여겼고, 생활의 목적으로 삼았다. 동시대를 풍미했던 스토아학파에서는 명예를 건강, 부(富)와 더불어 가장 높은 선에 이르기 위한 수단으로 보았다. 사람들이 명예를 중시하면서 이를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통해 기념하려고 만든 것이 ‘명예의 전당’이다. 그렇다 보니 도덕적 가치를 중시한 예전의 의미보다는 한 분야에서 쌓은 뛰어난 업적에 비중을 두는 쪽으로 명예의 의미가 약간은 변질된 감이 있다. 명예의 전당이라는 말은 ‘위대한 미국인 명예의 전당’에서 처음 쓰였다고 한다. 뉴욕시립대 중 하나인 브롱크스 커뮤니티 칼리지에 세워진 이 명예의 전당에는 선정된 인물들의 흉상이 놓여 있다. 1900년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등 29명이 처음으로 헌액돼 현재 102명이 명단에 올라 있다고 한다. 이후 명예의 전당은 주로 스포츠, 예술 등 특정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의 ‘야구 명예의 전당’, 미국 스프링필드 ‘NBA 명예의 전당’, 캐나다 토론토의 ‘아이스하키 명예의 전당’이 유명하다. 음악 분야에선 ‘로큰롤 명예의 전당’이 유명한데, 지난 4월 비틀스의 드러머였던 링고 스타가 70대 중반의 나이에 입회해 화제가 됐다. 박인비가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명예의 전당 입회를 사실상 예약해 눈길을 끌고 있다. 투어 데뷔 9년 만에 가입에 필요한 포인트 27점을 모두 채웠다. 데뷔 10년차가 되는 내년에 10경기 이상 출전하면 10년 이상 활동 요건을 갖춰 가입이 완료된다. 박인비는 가입 포인트를 모두 채운 뒤 “오늘은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기뻐했다. 그녀의 명예의 전당 가입 예약은 박세리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다. 박세리도 9년차인 2004년 명예의 전당 가입 점수를 채웠고 이듬해 요건을 갖춰 가입했다. 박인비 선수가 내년에 거뜬히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기를 기대한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110년 전 송만갑 명창 육성 찾았다

    110년 전 송만갑 명창 육성 찾았다

    구한말 미국 음반사가 우리 국악을 녹음한 음반이 대거 발굴됐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형태의 궁중음악, 삼현육각(민간 기악음악)이 발견돼 한국 전통음악 복원과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국악학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국립예술자료관에서 열린 ‘2015년 하반기 국악학 전국대회’에서 ‘20세기 초 유성기음반 녹음 연구-1906년 녹음 미국 콜럼비아와 빅터 레코드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이 발표됐다.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소의 배연형 소장과 석지훈(연세대 사학과 석사과정)씨가 발표한 이번 연구는 대한제국 시절이던 1900년대 초 미국 빅터사가 녹음한 국악 음반 중 11장의 실물을 새롭게 확인했다. 기존에 알려진 빅터사의 국악 녹음 음반이 11장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확인된 음반의 수가 2배로 늘어난 셈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대한제국 황실 악공 9명이 연주한 ‘황실대취타’와 ‘국거리’, ‘별가락’ 등이 새롭게 발견됐다. 이 녹음들은 모두 어가 행차 등에 쓰인 행진곡들로 대한제국 황실 악공이 연주한 녹음으로는 유일하다. 이 밖에도 지금은 거의 전승이 끊어진 전통 기악 음악인 삼현육각을 담은 음반 3장도 새롭게 발굴됐다. 관청 풍류연회음악인 ‘육각거상’과 ‘육각향단교주’, 민간 풍류음악인 ‘영산도드리’가 이들 음반이다. 육각거상과 육각향단교주는 20세기 초까지 전승되던 궁중·관청에서의 연회 음악이며 영산도드리는 부산 동래 지역의 민간 음악가들이 녹음한 것으로 당시 사대부 사회의 풍류를 잘 보여주는 음반이다. 근대 판소리 5명창 가운데 한 명인 송만갑(1866~1939)의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도 새롭게 발굴됐다. 판소리를 담은 음반으로는 최초의 녹음이며 송 명창의 젊은 시절 육성을 들을 수 있어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 음반은 1906년 12월 미국인 녹음 기사 윌리엄 가이스버그가 대한제국을 방문해 서울에서 녹음한 것으로 당시 미국 빅터사를 통해 총 96장이 발매됐다. 이 중 1960년대 이래 학계에 총 11장이 보고됐으나 그 제작과 유통 경로 등 전모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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