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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네시아서 세계 최고 동굴벽화 또 발견

    인도네시아서 세계 최고 동굴벽화 또 발견

    최소 4만 5500년 전 황토색 색소로 그린 돼지 벽화인도네시아에서 최소 4만 5500년 전에 그려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가 발견됐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그리피스대의 애덤 브럼 교수 연구팀은 13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석회암 동굴에서 멧돼지 세 마리가 그려진 벽화와 사람의 손도장을 발견했다”며 벽화가 발견된 랑 테동게 동굴은 석회암 절벽으로 둘러싸인 외딴 계곡에 위치해 있었다고 밝혔다. 멧돼지 벽화의 크기는 가로 136cm, 세로 54cm이다. 멧돼지 벽화는 부분적으로 남은 두 마리 멧돼지와 마주 보고 있는 형태다. 검붉은 황토색 색소를 이용해 그렸으며, 얼굴에 사마귀가 그려진 것으로 보아 술라웨시섬 토종 멧돼지로 추정된다. 사람이 손을 대고 물감을 뿌려 만든 손도장도 보인다. 연구팀이 우라늄 동위원소 연대 측정법으로 동굴 광물질의 연대를 측정해보니 벽화는 최소 4만 55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됐다. 브럼 교수는 “멧돼지가 자주 그려진 것은 인간이 현지 동물의 행동 생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다는 증거”라며 “세계 다른 동굴에서 발견된 구상화들을 현생인류가 그렸다는 점에 비춰 이들 그림도 현생 인류가 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술라웨시섬에서는 4만년이 넘는 동굴 벽화가 잇따라 발견됐다. 그리피스대 연구팀은 2019년 역시 술라웨시섬의 한 동굴에서 4만 3900년에 인간이 들소와 멧돼지를 사냥하는 모습을 그린 인류 최고의 사냥도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1만년 전 실존한 육식동물 ‘다이어 울프’ 진짜 멸종 원인은 기후보다 진화적 고립”

    “1만년 전 실존한 육식동물 ‘다이어 울프’ 진짜 멸종 원인은 기후보다 진화적 고립”

    “현존하는 늑대와 외형만 유사한 다른 종생존에 도움주는 유전적 특성 획득 못 해빙하기 끝나면서 멸종 피하지 못했을 것”미국 판타지 작가 조지 R R 마틴이 쓴 장편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는 8부작 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스타크 가문의 상징이 바로 ‘다이어 울프’이다. 다이어 울프는 판타지 소설에서 자주 등장해 상상의 동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약 1만년 전까지 북미 대륙을 중심으로 실존했던 동물이다. 현존하는 회색 늑대와 마찬가지로 개과 개속에 속하고 외모도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중간 크기 다이어 울프의 신장이 150㎝, 몸무게는 50~79㎏으로 회색 늑대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현재 늑대보다 무는 힘도 1.5배 정도 강하고 이빨도 커서 매머드같이 몸집이 큰 동물들을 주로 사냥했던 초(超)육식동물로 알려져 있다. 중생대 백악기 말 공룡을 포함해 지구상 존재했던 전체 생물종 중 75%가 사라지는 제5차 대멸종 이후 시대인 신생대 3기 플라이스토세에 살았던 다이어 울프는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매머드, 스밀로돈, 땅늘보 같은 거대 포유류들이 사라질 때 함께 멸종했다. 이런 이유로 당시 가장 흔한 육식동물이었던 다이어 울프가 회색 늑대의 친척인지, 그리고 멸종 원인이 기후변화 때문인지 인간의 사냥 때문인지는 여전히 고생물학 분야 수수께끼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 더럼대 고고학과, 호주 애들레이드대 생명과학부 고대DNA연구센터,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UCLA) 생태·진화생물학과 연구진을 중심으로 영국, 호주, 미국, 러시아, 스페인, 덴마크, 캐나다, 프랑스, 그린란드, 노르웨이, 독일 등 11개국 43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다이어 울프가 현존하는 늑대들과 외형만 비슷할 뿐 사실상 다른 종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14일자에 실렸다.연구팀은 미국 와이오밍, 아이다호, 오하이오, 테네시주 등에서 발견된 약 5만~1만 2900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다이어 울프 5마리의 뼈 화석, 고대 개 3마리의 뼈 화석에서 채취한 DNA, 북미 지역에서 서식 중인 회색 늑대와 코요테 22마리에서 추출한 DNA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다이어 울프는 약 570만년 전에 회색 늑대와 갈라졌으며 약 510만년 전에는 아프리카 자칼에서 갈라져 진화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현재 늑대와 코요테, 고대 개와는 유전자 공유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도 밝혀졌다. 회색 늑대, 아프리카 늑대, 개, 코요테, 자칼 등은 이종교배 사례가 있어 서로의 DNA를 공유하기도 하지만 다이어 울프는 다른 늑대 종들과 형태학적으로만 유사할 뿐 전혀 교배가 없이 북미 지역에서 단독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진화적 고립이 혈통의 순수성은 지켰을지 모르지만 생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유전적 특성을 획득하지 못해 빙하기가 끝나면서 생긴 거대 포유류 멸종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앤절라 페리 영국 더럼대 박사는 “‘왕좌의 게임’ 덕분에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다이어 울프는 외형 때문에 회색 늑대나 코요테와 가까운 혈연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돼 왔지만 이번 연구로 다이어 울프와 현존 늑대들의 관계는 마치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와 비슷한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종의 진화의 비밀을 푸는 동시에 빙하기와 함께 사라진 거대 포유동물들의 멸종 원인에 대한 힌트를 얻은 게 의의”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전기요금에 반영한다는 ‘연료비 연동제’...어떻게 얼마나?

    전기요금에 반영한다는 ‘연료비 연동제’...어떻게 얼마나?

    올해부터 유가 등 연료 가격에 따라 전기요금이 달라지는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된다. 유가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인상하고, 유가가 하락하면 전기요금도 인하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유가가 올라도 모두 한국전력에서 부담했지만, 올해부터는 유가를 분기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기로 했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여러 나라도 이미 1900년대부터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1년 7월 시행을 목표로 전기공급 약관까지 개정했지만, 시행 직전에 물가 상승 우려 때문에 무산된 적이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나 지난해 12월 17일, 정부와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의 핵심으로 시행하게 되었다.연료비 연동제의 시행은 유가 등락 반영뿐만 아니라 기후환경요금 분리, 할인제도변경, 계시별 요금제 등을 포함하고 있다. 기후환경요금에는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RPS),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ETS),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 시행 등 그동안 전기요금에 명시하지 않고 부과했던 기후환경 요금이 별도로 고지된다. 그동안은 ‘전력량 요금’에 포함되어 소비자들이 기후환경 비용을 알 수 없었다. 현재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에 맞춰, 전기를 쓰는 사람들도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움직임에 공감하게 하자는 취지다. 지금까지 1인 가구 등 전기를 적게 쓰는 약 991만 가구에 매달 4,000원씩 할인된 필수사용공제가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7월부터 월 2,000원 할인으로 변경되고, 2022년 7월부터는 아예 폐지된다. 하지만 정부는 필수사용공제를 축소·폐지하는 대신 약 81만 가구의 취약계층에는 할인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연료비 연동제의 도입으로 올해 1분기는 요금이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국제유가가 기준연료비(50달러)보다 낮은 40달러 선에서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월 350kWh를 쓰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한 달 전기요금은 1,050원 정도 내려가게 된다. 상반기에만 국민과 기업이 부담할 전기요금이 총 1조 원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이 효과를 내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전기요금도 오르게 될 것이다. 유가가 갑자기 폭등해 전기요금도 갑자기 오를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직전 요금 대비 kWh당 3원, 최대 5원까지만 변동될 수 있게 조정 범위에 제한을 두었다. 최대 5원까지 도달하면 그 이상으로 인상되거나 인하되지 않는 것이다. 월 350kWh를 쓰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월 최대 변동 폭은 1,750원이 된다. 정부는 단기 유가 급상승 등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요금조정을 유보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7월부터는 가정에서도 계절·시간에 따라 요금이 다른 계시별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다른 자신의 전기 소비 패턴에 맞춰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계시별 요금제는 시간대별 사용량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미터기(AMI) 보급이 완료된 제주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한국전력은 연료비 연동제가 처음 적용된 전기요금 고지서가 11일부터 발송된다고 밝혔다. 유가에 따라 변동되는 전기요금 고지서. 당장은 요금 인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글 장민주 인턴기자 goodgood@seoul.co.kr영상 김민지·장민주 기자 mingk@seoul.co.kr
  • 나라 빼앗긴 왕의 눈물 이슬되어 참새 발 적신 곳 ‘노작’의 꿋꿋함 이곳에

    나라 빼앗긴 왕의 눈물 이슬되어 참새 발 적신 곳 ‘노작’의 꿋꿋함 이곳에

    “할머니 산소 앞에 꽃 심으러 가던 한식날 아침에/ 어머니께서는 왕에게 하얀 옷을 입히시더이다/ 그러고 귀밑머리를 단단히 땋아 주시며 “오늘부터는 아무쪼록 울지 말아라.”/ 아-, 그때부터 눈물의 왕은!/ 어머니 몰래 남모르게 속 깊이 소리 없이 혼자 우는 그것이 버릇이 되었소이다//(중략)//어머니의 외아들 나는 이렇게 왕이로소이다.// 그러나 그러나 눈물의 왕!/ 이 세상 어느 곳에든지 설움 있는 땅은 모두 왕의 나라로소이다.” (홍사용,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 중에서) 세상 어느 곳이든 설움이 있는 땅은 모두 눈물의 왕이 사는 나라. 어머니께서 그토록 울지 마라 당부했지만 끝내 흐르는 눈물에 어머니와 나를 모두 가두어버린 시인이 사는 나라다. 그리하여 이곳은 여 리고 가여운 왕이자 시인이며 또 ‘나’인 사람이 기어코 흘리고 마는, 아침 이슬 같은 눈물에 다리가 젖어버린 참새의 터다. 빼앗긴 나라의 왕이자 시인인 ‘나’는 혼자 우는 버릇이 단단히 들린 채로 어머니의 당부마저 눈물로 흘려보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이 시를 지은 홍사용 시인은 노작(露雀), 소아(笑啞), 백우(白牛)라고 지은 여러 호들 중에서 ‘노작’을 주로 사용했다. ‘노작’은 이슬 로(露)에 참새 작(雀)자를 쓴다. 선생이 살던 시대는 그를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이면서 독립투사로 만들 수밖에 없던 일제강점기. 나라와 자신의 처지가 원통하여 밤새 흘린 눈물이 새벽이슬이 돼 가녀린 참새의 다리마저 젖게 한다는 뜻을 호로 삼을 수밖에 없던 이의 자리란 또 얼마나 외롭고 애달팠을 것인가.노작은 1900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났다. 부친의 사망 후 백부가 살고 있는 화성으로 이주해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며 자랐다. 서울 휘문의숙을 졸업한 1919년에 기미독립운동에 가담했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휘문의숙 재학 시절에 교우들과 문집을 간행했고, 졸업 후에는 문예지 ‘백조’와 ‘흑조’ 등을 기획해 창간했다. 노작 외에도 박종화, 나도향, 현진건, 이상화, 김기진 등이 합류해 만든 ‘백조’는 3호까지 나왔다. 편집은 노작이 맡았지만 발행인은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1호는 배재학당의 교장이었던 아펜젤러, 2호는 보이스 여사, 3호는 러시아에서 망명한 훼루훼로로 외국인들을 내세웠다.●박종화·나도향·이상 등과 ‘백조’ 발간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선총독부에 의해 검열당한 채 간행된 문예지 ‘백조’ 곳곳에는 출판물에서 내용을 밝히지 않으려고 지운 자리에 ‘O’ 혹은 ‘X’로 표시한 복자(伏字)가 곳곳에 표시돼 있다. 작가의 사상과 문장을 검열한 뒤에 출간을 허가했던 당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난 아픈 역사적 사료인 셈이다. 노작은 ‘백조’의 창간과 함께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이때 ‘나는 왕이로소이다’, ‘묘장’, ‘그것은 모두 꿈이었지마는’ 등의 시를 발표했다. 선생은 시뿐만 아니라 소설 ‘저승길’, ‘뺑덕이네’, ‘봉화가 켜질 때’ 등을 썼고 희곡으로 ‘할미꽃’, ‘출가’, ‘제석’ 등의 희곡이 있다. 수필과 여러 비평문도 발표하면서 다방면의 글쓰기 작업들을 하는 동시에 1923년에는 토월회(土月會)에 가담해 문예부장을 맡기도 했다.“현실에 토착해 있되 이상은 명월같이 높게 가져야 한다”며 발족한 연극문화운동단체 ‘토월회’는 도쿄에서 유학 중이던 김기진, 김복진 등이 매주 한 번씩 모여 시를 낭송하고 그림을 감상하며 토론을 벌이는 것으로 시작됐다. 십일월(十一月)에 결성됐다는 뜻으로 토월회라 부른다는 말도 있다. 당시 조선의 연극은 주로 신파극이었고, 그마저도 제대로 된 극단이 없이 여기저기서 파편화된 채 단발성 공연으로 진행되기 일쑤였다.●‘나는 왕이로소이다’ ‘묘장’ 등 시 발표 노작은 대중 속에 파고들어 깨우치는 데 연극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해 1927년엔 산유화회를 조직해 연극 부흥 운동을 일으켰다. 대중적인 연극을 통해 민족의 아픔과 정한을 표출하고자 한 선생의 의도가 시대의 필요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일제 검열로 대본 전체가 삭제, 압수되고 공연의 막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선생은 조선총독부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끝내 연극운동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번역극과 다채로운 신극 운동을 전개해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토월회는 경영난으로 1931년에 해산하게 된다.노작은 일제에 항거하는 작품들을 활발히 썼지만 저돌적인 투사의 문장이 아닌 1920년대 초에 붐이 일었던 낭만주의운동에 힘입어 향토적 서정, 자전적 전기 등의 감상이 짙은 작품들을 주를 이뤘다. 대다수 낭만주의 시인들이 외국 풍조에 영향을 받은 시들을 쓸 때 선생은 민중의식이 깃든 민요에 관심을 갖고 민족적 서정성을 끝없이 탐구하고 형상화했다. 그런 이유로 민요시, 향토시로 분류되기도 하는 그의 시들은 주로 비애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어 ‘비애의식을 민족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시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통적인 맥락에서 시를 창작하고 민족적인 이념과 독립의 의지를 시와 희곡 및 소설 등을 통해 널리 알리고자 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일제의 감시와 통제 속에서도 꿋꿋하게 독립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던 선생은 해방을 맞이해 근국청년당 운동에도 참여했다. 그러다 1947년에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생전에는 책을 출판하지 않았다가 1976년에 와서야 유족들이 시와 산문을 모아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로부터 한참이 더 지난 2010년에는 유년기를 보내고 그의 묘지가 있기도 한 경기도 화성에 노작 홍사용 문학관이 개관되기에 이른다. ●오늘날 토월극장 이름 ‘토월회’서 비롯 나는 홍사용 시인을 고등학교 3학년 때 언어영역의 지문으로 나왔던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로만 알고 있었다. 사는 곳의 지척인 화성 동탄 신도시에 문학관이 세워진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노작과 홍사용 그리고 시의 제목은 여전히 뇌리에서 각기 따로 놀았다. 그러다 몇 년 후에야 시와 시인, 문예지 ‘백조’와 지금의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이 ‘토월회’에서 비롯된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곳과 인연이 닿아 이 년 넘게 소설창작과 단편소설읽기 강좌를 진행하게 된 후에야 비로소 선생의 발자취에 대해 본격적으로 인지했다. 문학관의 지척에 살면서도 조금 더 빨리 선생의 자리에 대해 숙고하지 않은 것은 내 게으름의 탓일 것이다.오랜만에 그곳을 찾아가 보았다. 신도시의 유일한 문학관답게 문화적인 정취를 원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이었다. 시와 연극, 소설로 대중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자 했던 선생의 뜻에 걸맞게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노작 출판학교, 노작문학제, 노작 문예지 ‘백조’의 발간, 작가의 방 대관사업, 노작홍사용단막극제, 노작문학상 등을 비롯해 문예강좌, 청소년 문예교실, 우리동네 작은 영화관, 문학이 함께하는 음악회, 시인과 함께 걷는 시숲 길, 문학현장답사, 산유화극장 정기공연 등과 시민극단 연극동아리까지 시와 희곡, 수필과 소설을 아우르는 프로그램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최근에는 유튜브까지 진출해 온오프라인을 종횡무진하는 프로그램들의 목록을 보며 1920년대 초에 낭만주의 문학의 선두주자이며 문학사를 주름잡던 선생의 활동을 겹쳐 보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터. 현존하는 여러 문학관 프로그램들 중에서도 가히 손꼽힐 정도로 체계적인 외향과 내실을 다져 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문학관 곳곳에서 선생이 살다 간 발자취와 시대정신, 문학에 대한 열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시도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는 주변의 시민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홍사용’이라는 이름을 신도시의 문화거점으로 우뚝 서게 한 노력의 발로다. 문학관이 시민들과의 소통을 최우선하고 글자와 문장을 넘어서서 그것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아우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손택수 관장의 의지가 특히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에 호응하듯이 주체적으로 문학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이야말로 이 자리를 자리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문장’이 아닐까. 이 모든 일들이 한 세기 전에 노작이 행했던 시대정신과 민족의식에 대한 문학적인 물음에 대한 후대의 답임을 보여 주고 있는 공간이었다. 당대의 호명으로 박제된 이름만이 아니라 오로지 선생의 작품과 민족정신을 일깨우던 자리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돼 생생하게 사람들 곁에서 살아 있는 문장으로 다가서는 그 이름. 그리고 그것을 일깨우는 여러 사람의 땀과 마음들. 나라를 빼앗긴 왕의 눈물이 이제는 동이 틀 무렵의 이슬이 돼 참새의 발을 씻어 주는 곳, 노작 홍사용 문학관이다.소설가 이은선
  • [장인주의 춤추는 세상] 벨 에포크

    [장인주의 춤추는 세상] 벨 에포크

    벨 에포크(La Belle Epoque).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다.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대’ 즉 ‘좋은 시절’이란 뜻이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절은 언제였나요?”1789년 대혁명부터 1871년 파리코뮌까지 무려 80년에 걸친 긴 시간 동안 정치적 격동기를 보내고 평화와 번영의 시간을 맞은 프랑스. 오랜 고통의 시간이 헛되지 않아 드디어 ‘좋은 시절’을 만났다. 19세기 말부터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14년까지 정치·사회·경제·과학·예술 등 다방면에서 크게 번성했다. 역사 속 ‘벨 에포크’는 바로 그 시절을 말한다.수도 파리는 조르주외젠 오스만이 펼친 개조사업 덕에 살기 좋고 아름다운 도시로 탈바꿈했고, 사람들은 몰려들었다. 만국박람회 개최를 맞아 파리를 상징하는 많은 건축물이 만들어졌는데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한 1889년에는 에펠탑, 1900년에는 알렉산더 3세 다리가 세워졌다. 금빛 도금이 찬란한 다리 밑을 흐르는 센강변엔 연인들의 속삭임이 가득했다. 저녁이면 사람들은 세련된 옷차림으로 한껏 꾸미고, 아름다운 도시를 누볐다. 카바레 물랭루주, 레스토랑 막심스는 당시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였다. 힘들고 지쳤던 만큼 춤추고 노래하며 아름다운 인생을 만끽했다. 그 시절 캉캉춤과 샹송도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카페 벨 에포크’에는 과거를 재현해 주는 서비스 업체가 등장한다. 의뢰인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세트장을 만들고, 의뢰인은 본인이 원하는 역사 속 인물이 돼 보기도 하며, 자신의 리즈 시절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 장소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연기 중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렇게라도 그 시절의 사람들과 ‘나’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업체에 주문이 넘친다. 삽화 만화가인 주인공 빅토르는 아내를 처음 만난 1974년 5월로 돌아간다. 우연히 그녀를 만나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 곳 카페 벨 에포크는 그때의 그 모습대로 재탄생했고, 젊은 대역배우는 말 한마디 놓치지 않고 그 시절 아내를 똑같이 재현한다.빅토르가 주문한 시나리오대로 추억 여행은 완벽하다. 빅토르가 잘못 기억해도 상관없다. 빅토르가 그날 비가 왔다고 주장하면 마른하늘에서 금방 비도 내린다. 이렇게 진정한 행복감을 다시 한번 느낀 빅토르는 결국 현실에서도 삶의 활력과 함께 잃었던 아내와의 사랑도 되찾는다.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또 다른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2011년 작)는 좋은 시절을 좇아 ‘벨 에포크’ 시대까지 가게 되는 이야기다. 잘나가는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길 펜더는 파리의 밤거리에서 우연히 마법의 자동차에 오르고, 자신이 가장 흠모하는 예술적 흥취가 풍만한 1920년대로 가게 된다. 당대의 명장들인 헤밍웨이, 피카소, 달리를 만나 꿈만 같은 시간을 보내는데, 아름다운 여인 아드리아나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자신이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해 온 1920년대를 살게 되지만, 아드리아나는 1890년대 ‘벨 에포크’로 가고 싶어 해 둘은 더 과거로 떠난다. 결국 어느 시대, 어느 시절에 살든지 지금의 내가 겪고 있는 힘든 시간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과거로 돌아가려 한다는 내용의 우디 앨런 감독 대표작이다.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암흑기는 새해에도 그리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설렘과 흥분 대신 걱정과 근심만 가득하다. 그래서일까. 과거를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 추억을 재현하는 ‘레트로 감성’이 유난히 우리의 마음을 흔든다. 가요계에 불고 있는 디스코와 트로트 열풍도 같은 이유일 거다. 당신의 마음 속 ‘벨 에포크’는 언제인가요? 어디에서 누구와 무얼 하고 있나요? 아름다운 시절이 다시 찾아오길 기다리며 상상여행을 떠나 본다.
  • 김구·이동녕 등 요인 뒷바라지 26년… 살림 도맡은 ‘임정의 어머니’

    김구·이동녕 등 요인 뒷바라지 26년… 살림 도맡은 ‘임정의 어머니’

    “임정의 살림은 석오장(이동녕)과 백범(김구) 몇 분이 거의 다 짊어지다시피 한 상태였는데 돈이 바닥날 때가 많았고 그럴 때면 그야말로 끼니가 간데없어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면서 한 술씩 얻어 드시기까지 했다.”(‘장강일기’·정정화) 정정화 선생은 1920년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1946년 귀국할 때까지 임시정부 살림을 책임지고 요인들을 뒷바라지한 ‘임시정부의 안주인’이었다. 김구, 이동녕, 이시영 등 임정 요인들 가운데 선생이 지어 준 밥을 먹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김구는 여기저기 다니다가 “나 밥 좀 해줄라우” 하면서 찾아오곤 했다. 그러나 임정의 살림은 늘 궁핍해서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할 정도였고 그럴 때마다 선생은 자신의 잘못인 듯 애간장을 태웠다.선생은 1900년 8월 3일 수원 유수를 지낸 정주영의 2남 4녀 가운데 셋째 딸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고향 충남 예산에 많은 땅을 가진 부자였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신식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그러나 어깨너머로 천자문과 소학을 떼었고 성인이 돼 영어와 신학문을 공부해 신교육을 받은 여성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선생의 인생은 겨우 열 살에 동농 김가진의 3남 김의한과 결혼하면서 완전히 바뀐다. 김가진은 황해도 관찰사, 농상공부 대신 등을 지낸 구한말의 문신이었다. 그러면서 대한협회 회장을 맡아 국권 회복에 앞장서고 경술국치 후에도 대동단을 결성해 총재로 활동한 우국지사였다. 3·1운동 직후인 1919년 10월 김가진은 아들 김의한과 중국 상하이로 망명,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대한제국 대신 가운데 유일하게 독립운동에 뛰어든 인물이다. 시아버지와 남편의 중국행을 뒤늦게 안 스무 살의 ‘겁 없는 여인’은 이듬해 1월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일제의 눈을 피해 단신으로 상하이로 갔다. 가자마자 접한 것은 독립운동이라는 대의명분보다 먹을 것마저 부족한 가난이었다. 상하이 임정 가족들의 생활은 주먹덩이밥과 한두 가지 반찬으로 때울 정도로 어려웠다. 누구나 값싼 천으로 만든 중국 의복 창산(長衫)을 걸치고 헝겊신을 신고 다녔다. “이름, 명예, 자존, 긍지보다는 우선 급한 것이 생활이었다. 포도청 같은 목구멍이었다. 머리를 내밀고 팔다리라도 내놓을 만한 누더기 한자락이 절실했던 것이다.”(‘장강일기’)●외동아들 김자동, 현재 기념사업회장 맡아 홀몸으로 중국에 건너왔듯이 선생은 중국에 온 지 겨우 달포쯤 지난 후 홀로 독립운동 자금을 구하러 국내로 잠입하겠다고 ‘당돌한’ 결정을 내린다. 갓 스물의 당찬 아낙네는 체포의 위험을 무릅쓰고 3·1운동 직후 일제의 서슬이 퍼렇던 국내로 숨어들어 왔다. 임정의 지시를 따라 이곳저곳을 다닌 끝에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돈을 구해 중국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도 돈을 구해 무사히 귀환했지만 세 번째에는 일제에 붙잡히고 말았다. 동행인이 장담하는 바람에 인력거를 타고 압록강을 건너다 체포돼 신의주 경찰서로 끌려가 이틀 동안 고초를 당한 후 풀려났다. 그로부터 얼마 후인 1922년 7월 4일 일흔이 넘은 나이에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시아버지 김가진이 세상을 떴다. 네 번째로 국내에 들어왔을 때 독립운동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던 친정아버지가 별세했고 선생은 상을 치른 후 1923년 7월 다시 상하이로 돌아갔다. 선생은 1928년 외동아들 김자동을 낳았다. ‘영원한 임시정부’ 소년으로 불리는 김자동(92)은 광복 후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을 번역하기도 했다. 현재는 임시정부기념사업회장을 맡고 있다. 망명 10년째이던 1929년 7월 선생은 여섯 번째로 다시 고국 땅을 밟은 뒤 1년 6개월간 체류했다. 하지만 국내의 분위기는 지인들도 선생을 냉대할 만큼 변해 가고 있었다. 1931년 초 선생은 다시 상하이로 돌아가면서 독립이 되기 전에는 귀국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윤봉길 의사 의거 후 임정은 일제의 체포를 피해 상하이를 탈출, 자싱(嘉興)으로 옮겨 갔다. 선생은 그곳에서도 임정 요인들과 식구들을 챙겼다. 김구는 남호라는 호수의 배 안에서 은신했다. 김구에 대한 추적이 강화되자 임정은 김구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를 가흥으로 모셔 왔다. 선생은 곽 여사의 가르침을 따르면서 김구의 식구들을 보살폈다. 한번은 곽 여사의 생신 때 비단 옷을 사다 주었는데 곽 여사는 “지금 우리가 이나마 밥술이라도 넘기고 앉았는 건 온전히 윤 의사의 피값이야. 피 팔아서 옷 해 입게 생겼나”라고 야단을 치며 물려오라고 했다.●20여년 모셨던 이동녕 선생 임종 끝까지 지켜 그 무렵인 1935년 11월 선생은 임시정부 여당으로 창립한 한국국민당에 가입했다. 독립운동 단체에 적(籍)을 두게 된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임정과 지도부는 후난(湖南)성 창사(長沙)로 옮겨 갔다. 선생은 이시영을 모시고 살았다. 그런데 이듬해 5월 우익 3당 통합 회의 도중 이운환이 3당 대표들에게 권총을 발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김구는 중상을 입었고 현익철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절명하고 말았다. 이들을 간호하고 보살핀 것은 선생이었다. 일본의 공격이 거세지자 임정은 또다시 창사를 떠나 광주를 거쳐 포산(佛山)으로 옮겨 갔다. 1938년 가을부터 선생은 임정의 안살림을 본격적으로 맡게 됐다. 딸린 가족이 없는 이동녕 등 국무위원들을 수발하며 살았는데 선생은 혼자 망명 생활을 하던 너덧 사람을 광복이 될 때까지 모셨다. 포산 생활도 잠시였고 임정 식구 100여명은 일본군의 공습을 받으며 기차로, 배로 목숨을 건 피난을 계속했다. 힘든 여정 속의 뒷바라지는 선생의 몫이었다. “밥은 배 위에서 삼시 세끼를 다 해먹을 수밖에 없었다. (…) 국무위원 전원을 돌봐 드려야 했으므로 (…)육지로 올라가서 시장을 봐 오는 것도 일 중의 하나였다.”(‘장강일기’) 임정 식구들은 한 달 열흘을 배 위에서 지내기도 하는 등 장쑤성에서 출발한 후 장장 5000㎞의 대장정 끝에 치장(江)에 도착했다. 치장에서도 선생은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안주인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1940년 3월 선생이 아버지처럼 여기며 20여년 동안 모셨던 이동녕이 별세했다. 마지막 열흘 동안 곁을 지킨 사람도 선생이었다.치장 근처 충칭(重慶)으로 옮긴 임시정부는 1940년 5월 한국독립당을 창당하고 광복군을 창설해 당·정·군 체제를 갖추었다. 정정화도 한국독립당 창립 당원이 됐고 같은 해 6월 한국독립당 여성 조직인 한국혁명여성동맹 창립 간사로 선출됐다. 1941년 1월 임정 가족들은 충칭 근처의 투차오(土橋)로 이사해 5년 동안 모여 살았다. 여기서도 선생의 역할은 컸다. 특히 남편이 일제에 체포된 부인과 가족들의 바느질도 해 주며 보살폈다. 외국 손님 접대 등 임정의 큰일도 총책임을 맡았다. 장준하 등 일본군에서 탈출한 학병 출신 청년 50여명을 위해 선생은 투차오의 교회 강당을 개조해 임시 막사로 제공하고 동생처럼 돌봤다. 1943년 2월 한국애국부인회 재건대회에서 선생은 훈련부 주임으로 선임됐다. 한국애국부인회는 국내외 동포 여성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며 독립운동 참여를 호소하고 광복군을 위문하는 등 독립운동 지원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 갔다. 그러던 중 선생은 투차오에서 광복을 맞았다. 선생은 임정 요인들이 충칭을 떠나고 나서도 투차오에 남아 뒤처리를 마치고 이듬해 5월 9일에야 그리던 조국 땅을 밟았다.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리어 1982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했다. 임정 요인들은 선생의 정성 어린 뒷바라지에 힘든 투쟁 속에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나아가 26년이라는 기나긴 임시정부의 타국살이도 선생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120년 된 초콜릿과 빅토리아 英 여왕, 그리고 호주 시인

    120년 된 초콜릿과 빅토리아 英 여왕, 그리고 호주 시인

    호주 국립도서관에서 120년 전에 만들어진 초콜릿이 온전한 형태로 발견돼 화제란 소식이 지난 22일 국내 언론에도 소개됐다. 지난 1900년 벽두를 앞두고 남아프리카 보어 전쟁 당시 빅토리아 영국 여왕이 영연방 군인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하사한 이 초콜릿은 호주의 대표적인 자연 시인 앤드루 바톤 ‘밴조’ 패터슨의 유품 가운데 발견됐다. 호주 국립도서관이 21일 벤죠의 유품을 확인하는 과정에 아이 손바닥 만한 크기의 상자에 든 막대 초콜릿 6개와 포장에 들어간 짚과 은박지가 나왔다고 공개했다. 도서관 직원인 제니퍼 토드는 “‘밴조’ 시인의 습작품·일기·신문기사 더미 가운데 전혀 예상치 못한 초콜릿이 나와 깜짝 놀랐다”면서 “뚜껑을 열자 포장된 초콜릿 막대에서 아주 독특한 냄새가 풍겼다”고 말했다. 100년이 훨씬 넘었지만 외형이 잘 보존돼 있었지만 먹을 만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호주 공영 ABC방송이 전했다. 상자 뚜껑에는 ‘남아프리카 1900’과 ‘빅토리아 여왕이 행복한 새해를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초콜릿은 영국의 유명 초콜릿 회사 캐드베리의 것이었다. 이 회사 창업자는 전쟁을 극도로 혐오해 군인들에게 하사한다는 왕실의 제안을 마뜩찮아했다. 하지만 왕명을 어길 수 없어 결국은 납품하기로 했고, 대신 여왕은 깡통 상자 만드는 비용을 부담해 하사품이 제작됐다. ‘밴조’ 시인은 호주의 두 번째 국가로 쓰인 ‘마틸다와 왈츠를 추며’ 가사를 썼고 10 호주달러 지폐에 얼굴이 들어갈 정도로 이 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1899년 시드니모닝헤럴드의 종군기자로 일년 동안 보어 전쟁을 취재한 적이 있는데 이때 기념 초콜릿을 구해 호주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그가 1941년 사망할 때까지 40년 넘게 이 초콜릿을 먹지 않고 보관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영국 BBC 방송은 이 깡통 상자 디자인이 병사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어 당시로선 20파운드에 거래될 정도였다며 아마도 세월이 지날수록 가치가 오른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짐작했다. 호주 국립도서관은 ‘밴조’ 시인의 초콜릿 등 관련 유품들을 전시하는 한편 온라인으로도 관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사진 호주 ABC방송 홈페이지 캡처
  • 세계 최고령 악어 ‘헨리’ 120세 생일 맞아…새끼만 1만 마리

    세계 최고령 악어 ‘헨리’ 120세 생일 맞아…새끼만 1만 마리

    야생 나일악어의 수명은 평균 45세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주(州)에 있는 ‘크록월드 보호센터’(Crocworld Conservation Centre)에서 살고 있는 한 나일악어는 최근 120번째 생일을 맞이했다고 뉴스24 등 현지매체가 보도했다. 나일악어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나일강 유역 그리고 마다가스카르에 분포한다. 나일악어는 매우 거칠고 사나우며 먹성도 강해 매해 200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졌다.1900년 남아공 이웃 국가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삼각주에서 태어난 나일악어인 ‘헨리’는 당시 매우 사나운 데다가 사람들을 습격해 식인 악어로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두려움을 사기도 했다. 아이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희생되자 한 부족은 헨리 경으로 불리는 한 코끼리 사냥꾼에게 이 악어를 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헨리 경은 1903년 마침내 이 악어를 포획하는 데 성공해 사람들은 이 악어에게 헨리 경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헨리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이후 악어 헨리는 85세가 되던 1985년 크록월드 보호센터로 오게 돼 현재까지 6마리의 암컷 악어와 함께 살며 지금까지 1만 마리가 넘는 새끼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헨리는 현재 몸길이 약 5m, 무게 약 700㎏에 달하는 거대한 체구를 지녀 방문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2017년 전 세계 모든 오래된 것을 소개하는 사이트인 올디스트닷오알지(oldest.org)에서 두 번째 장수 악어로 소개됐던 헨리는 올해 120세를 맞았다. 참고로 역대 최장수 악어는 ‘미스터 프레시’라는 이름의 호주 민물 악어로 2010년 폐사했을 때 나이가 140세였다. 따라서 헨리는 현존하는 최장수 악어다.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봉쇄령으로 한때 문을 닫았던 크록월드도 지난 9월 21일 다시 개장했으며 초등학교 방학 첫날인 지난 12월 16일에는 헨리의 생일 파티가 열렸다. 파티에는 입장객은 물론 직원에게도 케이크 한 조각씩 주어졌으며 헨리에게는 가장 좋아하는 고기 덩어리가 선물로 제공됐다. 매우 사나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헨리는 이제 평온하게 노후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크록월드 보호센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제왕의 위엄’…中 옌벤서 야생 백두산호랑이 포착 (영상)

    ‘제왕의 위엄’…中 옌벤서 야생 백두산호랑이 포착 (영상)

    중국 지린성 옌벤조선족자치주에서 야생 백두산호랑이가 포착됐다. 중궈신원왕 14일 보도에 따르면 동북호랑이·표범국가공원 관리국이 톈차오링임업국 신카이임장에 설치한 원적외선 카메라에 야생 호랑이 한 마리의 모습이 두 차례 담겼다. 호랑이는 10월 25일 오전 4시 39분과 4시 57분 차례로 두 대의 카메라 앞을 지나갔다. 어두컴컴한 숲속을 거니는 호랑이의 걸음에서 제왕의 위엄이 묻어났다. 현지언론은 힘찬 걸음과 보폭이 영락없는 맹호의 것이라고 관심을 보였다.공원관리국 관계자는 “신카이임장에서 야생 호랑이의 실체가 확인된 것은 2015년 이후 이번이 6번째”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지린성 왕칭현 도로 한복판에 야생 호랑이가 출현해 이목을 끈 바 있다. 호랑이가 출몰한 곳은 옌벤주 왕칭현 관광구역과 70㎞ 거리에 있는 국립공원 구역으로, 왕칭현의 작은 시골마을인 지관향에서는 30㎞ 떨어져 있다. 과거 러시아 접경지역에 머물던 백두산호랑이는 점차 중국 내륙으로 향하고 있다.2014년에는 지린성 지린시에서 불과 20㎞ 떨어진 곳에 야생 호랑이가 출몰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야생 호랑이 중 가장 서쪽에서 발견된 개체였다. 호랑이 서식지가 점점 백두산 쪽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에 중국은 국립공원 조성은 물론 고속철도 노선까지 전면 수정하는 등 호랑이 생태 경로 보호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동북호랑이·표범국가공원은 2017년 정식 승인 후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왕칭·훈춘과 헤이룽장성 닝안·둥닝을 아우르는 라오예링 남부지역에 총 1만5천㎢ 면적으로 조성됐다. 서울 면적(605.21㎢)의 24.8배다. 이 중 지린성이 차지하는 면적은 약 1만700㎢(71.3%), 헤이룽장성 면적이 약 4300㎢(28.7%)다.시베리아호랑이, 아무르호랑이, 중국에서는 ‘둥베이후’(동북호랑이)라 불리는 백두산호랑이는 호랑이 중에서도 가장 몸집이 크고 용맹하다. 1900년대에는 한반도를 비롯해 만주와 몽골, 러시아 극동지방에 분포했지만 서식지 파괴와 밀렵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 무차별 학살에 밀려 종적을 감췄다. 1921년 10월 경주 대덕산에서 수컷 한 마리가 붙잡힌 것이 마지막 공식 기록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안녕? 자연] 2020년 11월 지구 기온, 최고 기록 경신…지구온난화의 현실

    [안녕? 자연] 2020년 11월 지구 기온, 최고 기록 경신…지구온난화의 현실

    지난 11월 지구의 평균기온이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지구온난화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유럽연합(EU) 산하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2020년 11월 지구의 평균기온은 1891~2010년 11월 평균기온보다 약 0.8℃ 높았으며 특히 유럽지역은 2.2℃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가장 뜨거웠던 2016년과 2019년 11월 기록보다는 0.13℃ 높았다. 북유럽과 시베리아에서 특히 이상기온이 관측됐는데, 노르웨이는 1900년 이후 가장 더운 11월을 보냈고, 스웨덴과 핀란드도 기록을 갱신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측은 “이번 기록은 지구의 장기 온난화 추세와 일치한다”면서 “알프스를 포함한 북유럽의 많은 지역의 기온이 매우 높았다. 유럽의 2020년 11월은 기록상 두 번째로 따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캐나다와 알래스카에서 비정상적인 높은 기온이 기록됐고, 시베리아와 북극해의 많은 곳이 예외적으로 따뜻했다”면서 “남미 동부와 호주 지역에서도 폭염이 있었고, 말라위와 모잠비크를 포함한 아프리카 지역의 11월도 특히나 높은 기온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측은 2019년 12월~2020년 11월까지 12개월 동안 거의 모든 유럽에서 평균 이상의 기온이 기록됐으며, 특히 1979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지난 11월 북극 해빙의 범위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이전보다 천천히 얼고 늦봄과 여름에 더 많이 녹는 현상 때문이다.이에 반해 인도와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브라질 및 남극 대륙을 포함한 일부 지역의 11월 기온은 평균보다 낮았다. 이는 지난 9월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엘니뇨현상으로 태평양 동부 및 중부 열대의 해수면 온도가 정상보다 낮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지구 평균기온이 1℃만 높아져도 산불과 열대성 폭풍 등의 극심한 기상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정체돼 있는 동안 탄소배출량이 급격히 감소했지만, 이는 일시적일 현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국 정부가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명시된 국제공약을 잘 준수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이러한 추세는 북극이 다른 지역보다 온난화의 영향을 더 빨리,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북극에 대한 포괄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올해 지구 기온 ‘역대 TOP3’… 세계 곳곳 이상기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2020년은 전 지구적으로 가장 따뜻한 3년 중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기상청이 6일 번역한 세계기상기구(WMO)의 ‘2020년 지구기후 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10월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2도가량 높았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따뜻한 해는 2016년이었고, 그다음으로 2020년과 2019년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또 2011∼2020년은 역사상 가장 따뜻한 10년이 되고, 2015∼2020년은 가장 따뜻한 6년이 될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봉쇄에도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는 계속 상승했고, 앞으로 여러 세대를 걸쳐 지구온난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1월 전국 평균기온이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2.8도를 기록했다. 평균 최고기온(7.7도)과 평균 최저기온(영하 1.1도)도 동시에 가장 높은 기온을 나타냈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도 발생했다. 북극에서는 새로운 기온 극값이 나타났고, 대형 산불로 호주, 시베리아, 미국 서해안, 남미 등 광대한 지역이 황폐해졌다. WMO 페테리 탈라스 사무총장은 “2024년까지 적어도 한 해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첨단기술로 푼 1900년 전 미라의 비밀…아이 배 속에서 풍뎅이 발견

    첨단기술로 푼 1900년 전 미라의 비밀…아이 배 속에서 풍뎅이 발견

    미국 과학자들이 손상 없이 미라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25일(현지시간) CNN은 시카소 노스웨스턴대 의과대학과 아르곤국립연구소, 덴버 메트로폴리탄 주립대학교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이 1911년 이집트 하와라에서 발견된 미라의 주인공에 대해 몇 가지 단서를 알아냈다고 보도했다. 2017년 무렵부터 실험을 진행한 연구팀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미라의 주인공을 밝혀내는 데 집중했다. 마이크로-컴퓨터단층촬영(CT) 기술과 싱크로트론 X레이 회절분석을 조합한 첨단 기술을 활용했다. 첨단 방사광가속기 APS(Advanced Photon Source) 고성능 엑스레이 빔을 쏴 의료용CT의 100배에 달하는 3차원(3D) 이미지를 얻었다.마이크로CT와 방사광 X레이 회절분석을 활용한 뼈와 치아 구조 분석 선구자인 스튜어트 R. 스톡 노스웨스턴대학교 교수는 “CT 스캔을 통해 미라 내용물의 3차원 로드맵을 만들었다. 사람 머리카락 직경보다 작은 X선 빔을 미라 위에 비추며 내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 세기 가까이 미라 내부는 침습적 방법을 통해 확인했다. 비파괴검사를 적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1911년 이집트 하와라에서 발견된 미라는 1900년 전 로마 시대 때 만들어진 것으로 ‘하와라 초상화 미라 4번’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하와라 초상화 미라’는 1888~1889년과 1910~1911년 고대 이집트 하와라 지역에서 발견된 미라들로 윗부분에 초상화가 그려진 점이 특징이다. 발견 당시 마 소재로 둘러싸여 있었던 미라는 초상화에 성인 여성이 그려져 있는 것과 달리 크기가 매우 작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과학자들은 미라가 몸무게 23㎏, 신장 94㎝ 상당의 여자 어린이의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신기술을 이용해 두개골과 치아 상태 등을 살핀 결과 영구치도 나지 않은 어린이의 나이는 5세 정도로 추정됐다.특히 장기를 모두 꺼낸 미라의 배 부분에서 발견된 탄산칼슘 덩어리가 눈길을 끌었다. 분석 결과 방해석으로 만들어진 7㎜짜리 풍뎅이 조각이었다. 스톡 교수는 “풍뎅이는 부활의 상징”이라면서 내세에서 고인의 영혼을 지켜달라는 의미의 부적으로 넣은 것으로 판단했다. 또 시신을 미라로 만들고 조각품까지 넣은 것으로 보아 상류층이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미라의 주인이 왜 죽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일단 미라 속 어린이는 특별한 외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내조 아닌 외조, 최초의 퍼스트레이디 ‘닥터 B’가 온다

    내조 아닌 외조, 최초의 퍼스트레이디 ‘닥터 B’가 온다

    “퍼스트레이디 대신 ‘닥터 B’로 불러 주세요.” 내년 1월 백악관 입성이 확실시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질 바이든(69)에 대해 앞으로는 이런 소개말이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돌아왔다”며 당선 일성을 내지른 바이든 당선인과 함께 질 바이든은 36년 경력의 교사이자 ‘대통령의 일하는 부인’이라는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역할 모델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시 ‘세계의 지도자’를 자처하고 나선 미국에서 퍼스트레이디는 시대 변화에 따라 어떻게 모습을 달리하고, 여성들에게 영감의 원천과 본보기가 돼 왔는지 살펴본다.250년에 이르는 백악관 역사에서 ‘안주인’에게 으레껏 기대됐던 역할과 키워드는 가부장 제도에 충실한 보살피는 능력, 현명한 부인과 어머니, 가족 지향, 지혜로움 등이었다. 공식 석상이나 정상외교 무대에 등장할 때도 ‘패션 외교’라는 이름 아래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가십성 관심이 대부분이었다. 미국이 1920년에야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역사와 무관치 않게 퍼스트레이디는 직접 정치에 참여하기보다 대통령 뒤에서 그림자처럼 조언하거나 내조하는 역할을 이상형으로 쳤다. 1900년대 초반 재임했던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는 “아내 그레이스가 정치에 참견하는 것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말하곤 했다. 부인이 대중 앞에서 시사 문제를 토론하는 것도 내키지 않아 했다. 미국 작가 캐슬린 크럴에 따르면 그녀 역시 “남편이 그런 것들을 나와 상의하지 않고 자유로이 결정한다는 사실이 차라리 자랑스럽다”고 밝힌 적도 있다. 비단 현실 정치에 관심이 없어도 대중과 교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1800년대 퍼스트레이디도 예외는 아니었다. 14대 프랭클린 피어스 대통령의 부인 제인 피어스는 정치를 싫어하는 성정으로 인해 미 역사상 가장 불행했던 퍼스트레이디로 꼽힌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의 취임식 직전 막내아들이 기차 사고로 숨지자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재임 기간 내내 ‘백악관의 그림자’로 알려진 2층에 은거하며 지냈다. 시아버지가 2대 대통령 존 애덤스, 남편인 존 퀸시 애덤스는 6대 대통령이었던 루이자 애덤스는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했지만 사석에선 백악관을 일컬어 “이 위대한 비사교적인 집에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고 한탄할 정도였다. 하지만 일찍부터 내조자 역할에 안주하지 않고 본인만의 영역을 개척한 여성들이 있었다. 존 애덤스 대통령의 부인 애비게일은 남편이 헌법 기초 작업을 하는 동안 ‘여성 권한이 포함돼야 한다’고 촉구하는 당대 드문 여성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 32대 플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는 새로운 대통령 부인상을 제시한 선구적 인물로 꼽힌다. 정치를 시작한 남편이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해지자 함께 정치 활동을 시작했고, 1940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자로도 나섰다. 백악관 생활을 끝낸 1945년부터 1951년까지 유엔 인권대사를 지내며 1946년 세계인권선언 작성을 주도했다. 지적이면서 우아하고도 검소했던 그녀는 일간지에 칼럼 ‘나의 나날’을 연재하며 친근한 영부인 이미지를 심었다. 기고·강연으로 벌어들인 7만 5000달러를 자선기금으로 내놓아 국민적 인기를 누렸다. 1970년대 초반 집권했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대통령의 아내에 대해 “지능은 있지만 너무 총명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의 부인 팻은 남편이 훗날 사임하게 되는 정치 스캔들 ‘워터게이트’ 사건의 유죄를 입증하는 테이프를 ‘불태우라’고 충고하고, 여성 평등권 수정안도 요구할 만큼 정치적 수완이 대단했다. ‘전쟁광’으로 폄하됐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대조적인 가정적 이미지로 인기가 높았던 로라 부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재선 구호를 ‘베티의 남편을 대통령으로’라고 만들었던 베티 포드, 직업난에 ‘퍼스트레이디’라고 쓰고 점술가 조언을 받아 남편 일정을 잡았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부인 낸시 레이건, 린든 존슨 대통령의 애인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며 자문역을 자처한 레이디 버드 존슨 등이 20세기의 대표적 영부인들로 꼽힌다. 그러나 본인 고유의 경력보다는 대통령의 조력자 혹은 정치적 치맛바람을 날리는 역할에 한정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은 패션 스타일과 남편 사후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와의 재혼 등 부수적인 화제들로 이름을 남긴 경우에 가깝다. 1990년대부터는 보조적인 성 역할과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여성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인물들이 등장했다. 대통령과 동등한, 혹은 한발 더 나아가는 ‘야망 넘치는 정치가’로서의 영부인은 42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 최초다. 남편과 똑같이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생활을 하는 동안 남편의 정치적 동지가 됐으며, 석사 학위를 가진 최초의 영부인이었다. 그녀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 윙’에 자신의 사무실을 갖고 건강보험 개정 작업에 관여하는 등 정치력을 확장했다.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 여론으로 인해 그녀의 인기는 한때 곤두박질쳤지만, 클린턴의 성 추문 탄핵 사건으로 인기가 반전되는 웃지 못할 일도 겪었다. 연방 상원의원을 거쳐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흑인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석패했지만 민주당 대선 압승 직후 오바마 행정부의 첫 국무장관직을 맡았다. 2016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바이든 새 행정부의 유엔대사 발탁설이 나오는 등 정치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미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는 전통적인 영부인 역을 외면하지 않되 적극적이고 균형감 있는 역할상을 제시한 것으로 꼽힌다. 힐러리처럼 유능한 변호사 출신인 그는 시카고 대학병원 부원장을 지낸 보건행정 경력을 살려 소외계층을 보듬는 데 주력했다. 결식아동 방지 및 식생활 개선을 위한 아동결식방지건강법 주도, 소아 비만 퇴치 운동 ‘레츠 무브!’ 캠페인, 백악관 텃밭 가꾸기 등 먹거리 운동이 그녀의 성과다. 데이비드 예르마크 뉴욕대 교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그녀에 대해 “강인한 여성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가정을 이끄는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제 질 바이든은 남편의 이력과 별개인 자신만의 커리어를 구축해 가는 새로운 퍼스트레이디상을 안착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최근 전했다. 앞서 질 바이든은 남편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봉직하는 8년 동안 ‘세컨드레이디’ 칭호를 받았지만 36년간 교편을 잡았던 경력을 포기하지 않고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칼리지(노바)에서 영작문 강의를 계속했다. 학생 대부분은 학기가 끝날 때까지 그녀가 부통령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심지어 그녀는 함께 출근하는 비밀경호국 요원들에게 “학생으로 위장해 와 달라”고 부탁하거나 남편의 출장에 동행하는 전용기 안에서 시험지를 채점한 뒤 기일에 맞춰 학생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질 바이든은 저서 ‘빛이 들어오는 곳’에서 “모든 사람이 내가 가르치는 것을 멈추고 전업주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 가르치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노바 학장에게 채용되고 있었다”고 썼다. 그녀는 올해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남편의 직업에 전적으로 의존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하이오대 캐서린 젤리슨 교수는 “질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21세기로 가져올 것”이라며 통상적인 내조에 대한 고정관념을 뿌리째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니퍼 롤리스 버지니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그녀가 (영부인의 특권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남편 더그 엠호프 변호사가 최초의 ‘세컨드젠틀맨’이 돼 직장을 그만둔 것처럼 그녀는 미국 정치의 진화를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씨줄날줄] 백신 ‘입도선매’와 평등/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백신 ‘입도선매’와 평등/이종락 논설위원

    소아마비는 말 그대로 소아(小兒), 어린이들에게 발생하는 아주 무서운 병이었다. 인체를 마비시키는 ‘폴리오바이러스’가 근육의 신경세포를 파괴한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팔이나 다리가 평생 마비된 채 지내거나 죽기도 했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매년 50만명의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도 39세에 소아마비에 걸려 평생 왼쪽 다리의 장애를 겪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50년대까지 매년 2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1984년 이후로는 소아마비 환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바로 조너스 소크 박사가 1955년 백신을 개발한 덕분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제약회사에 백신을 판매해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던 소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특허권은 없어요. 태양에도 특허권이 없잖아요”라며 특허권을 포기하고 백신 생산법을 공개해 많은 사람들이 쉽고 값싸게 백신을 구할 수 있었다. 소크 박사가 자신 혼자만의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선택해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더이상 소아마비로 인해 고통받지 않게 됐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 독일 바이오엔테크 등이 최근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효과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코로나 종식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백신 개발 소식이 잇따르면서 세계 각국에서 백신 확보 전쟁이 시작됐는데 이미 미국 정부가 6억회분을, 일본이 6000만회분을 확보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사실일 경우 백신이 시장에 나와도 선진국이 싹쓸이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최근 ‘백신 평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빈부의 차이 없이 세계 각 나라에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백신을 배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화상회의 형태로 어제와 그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모든 사람을 위한 적당한 가격과 공정한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백신을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한 자금을 지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들도 20일 채택한 ‘2020 쿠알라룸푸르 선언’에서 “진단검사, 필수 의료 물품과 서비스의 개발, 생산, 제조와 분배 등에 건설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면서 “백신 등 의학대책에 공평한 접근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2일 현재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5800만명을 넘었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138만여명을 기록했다. 코로나로 고통을 받고 있는 전 세계가 기업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앞세운 ‘소크의 정신’을 기대한다. jrlee@seoul.co.kr
  • 성유린·노동착취 위에 자란 ‘뷰티 산업’

    성유린·노동착취 위에 자란 ‘뷰티 산업’

    로레알, 유니레버 등 글로벌 뷰티 기업들이 화장품 원료 생산을 위한 농장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운영하면서 만연한 성적 학대, 노동착취에 노출돼 온 현지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를 눈감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시·감독의 책임이 있는 현지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 일탈 행위가 구조적 범죄로 뿌리내리는 데 일조했다. AP는 20개 다국적 화장품 기업이 운영하는 야자유(팜유)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30여명을 비밀리에 인터뷰한 뒤 이 같은 사실을 18일(현지시간) 폭로했다. 여성들을 돕는 200여명의 활동가, 정부 관계자, 변호사들을 광범위하게 취재해 이들에게 가해진 잔혹행위 등을 밝혀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팜유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원료를 공급받는 화장품 기업은 로레알, 유니레버, 프록터앤드갬블 등이 있다. 팜유는 주름 방지 크림, 마스카라, 치약, 감자칩 제조는 물론 애완동물 사료에까지 광범위하게 쓰인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전 세계 팜유 생산량의 85%를 맡고 있는데,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약 760만명의 여성들이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AP에 따르면 여성들이 농장에서 하루 노동으로 받는 돈은 고작 2달러다. 어린 나이부터 일터로 내몰린 여성들은 감독관의 성희롱, 성폭행을 견뎌야 하고 심한 경우 인신매매까지 당한다. 인도네시아의 16세 소녀 인드라는 조부모가 1900년대 초반부터 일한 농장에서 자신도 숙명처럼 일했지만, 할아버지뻘 감독관에게 지속적인 성폭행에 시달렸고 출산까지 했다. 피해 호소에 돌아오는 건 가족에 대한 살해 협박과 공권력의 무관심이다. 15세 때부터 일한 이타는 하루 400㎏에 이르는 화학비료를 보호장구 없이 등짐으로 나르는데, 그동안 세 번 유산했다. 살충제를 뿌리고 나면 어김없이 고열과 코피가 엄습한다. 시력을 잃은 동료들도 있다. 이들이 다루는 파라콰트 등 살충제는 유럽연합(EU)이 사용 금지한 약품이다. 이들은 일일 하청 노동자로 일하거나 남편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무보수로 동원된다. 팜유 관련 화장품·생활용품 산업 규모는 연간 5300억 달러(약 591조원)에 이르지만 종사자들의 환경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유니레버·로레알 등이 전 세계에서 여성 권익 증진 캠페인을 펼치는 대표 회사들이라는 것이다. ‘미모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유니레버), ‘성희롱 근절을 위해 노력한다’(로레알) 등 기업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용하는 홍보 문구는 여성들의 비참한 처지와 극한 대비를 이룬다. 현지 정부 역시 문제를 애써 덮으려는 분위기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농장 강간사건에 대해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발뺌했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농장의 신체적·성적 학대가 점점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애매하게 인정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글로벌 뷰티기업의 두 얼굴, 팜유산업에 희생되는 동남아 여성들

    글로벌 뷰티기업의 두 얼굴, 팜유산업에 희생되는 동남아 여성들

    로레알, 유니레버 등 글로벌 뷰티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화장품 원료 생산 농장에서 원료를 공급받으면서 만연한 성적 학대, 노동착취에 노출된 현지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를 눈감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시·감독의 책임이 있는 현지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 일탈 행위가 구조적 범죄로 뿌리내리는 데 일조했다. AP는 12개 다국적 화장품 기업에 야자유(팜유)를 공급하는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30여명을 비밀리에 인터뷰한 뒤 이 같은 사실을 18일(현지시간) 폭로했다. 여성들을 돕는 200여명의 활동가, 정부 관계자, 변호사들을 광범위하게 취재해 여성들에게 가해진 잔혹행위 등을 밝혀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팜유 플랜테이션 농장으로부터 원료를 받는 화장품 기업은 로레알, 유니레버, 프록터앤드갬블, 에이본, 존슨앤드존슨 등이 있다. 팜유는 주름 방지 크림, 마스카라, 치약, 감자칩 제조는 물론 애완동물 사료에까지 광범위하게 쓰인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전 세계 팜유 생산량의 85%를 맡고 있는데,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약 760만명의 여성들이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AP에 따르면 여성들이 농장에서 하루 노동으로 받는 돈은 고작 2달러다. 어린 나이부터 일터로 내몰린 여성들은 감독관의 성희롱, 성폭행을 견뎌야 하고 심한 경우 인신매매까지 당하기도 한다. 농장에 퍼진 유독성 살충제로 인한 장기 손상 등은 차라리 애교다. 인도네시아의 16세 소녀 인드라는 조부모가 1900년대 초반부터 일한 농장에서 자신도 숙명처럼 일했지만, 할아버지뻘 감독관에게 지속적인 성폭행에 시달렸고 출산까지 했다. 피해 호소에 돌아오는 건 가족에 대한 살해 협박과 공권력의 무관심이다.15세 때부터 일한 이타는 하루 400㎏에 이르는 화학비료를 보호장구 없이 등짐으로 나르는데, 그동안 세 번 유산했다. 살충제를 뿌리고 나면 어김없이 고열과 코피가 엄습한다. 시력을 잃은 동료들도 있다. 이들이 다루는 파라콰트 등 살충제는 유럽연합(EU)이 사용 금지한 약품이다. 이런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AP는 전했다. 이들은 일일 하청 노동자로 일하거나 남편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무보수로 동원된다. 팜유 관련 화장품·생활용품 산업 규모는 연간 5300억 달러(약 591조원)에 이르지만 종사자들의 환경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유니레버·로레알 등이 전 세계에서 여성 권익 증진 캠페인을 펼치는 대표 회사들이라는 것이다. ‘미모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유니레버), ‘성희롱 근절을 위해 노력한다’(로레알) 등 기업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용하는 홍보 문구는 여성들의 비참한 처지와 극한 대비를 이룬다. AP는 크리니크·아베다 브랜드를 소유한 에스티로더 컴퍼니와 베이비 로션이 대표 제품인 존슨앤드존슨에 ‘자사 특정 제품에 팜유 파생 원료가 사용됐는지’ 확인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현지 정부 역시 문제를 애써 덮으려는 분위기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농장 강간사건에 대해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발뺌했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농장의 신체적·성적 학대가 점점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애매하게 인정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그린란드 3대 빙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빠르게 녹을 것” (연구)

    “그린란드 3대 빙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빠르게 녹을 것” (연구)

    그린란드에서 가장 큰 빙하 3곳이 최악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보다 훨씬 더 빨리 녹을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 3대 빙하는 지구의 해수면을 약 1.3m까지 높일 수 있을 만큼 많은 얼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까지 해수면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는 빙하의 융해 외에도 해수온 상승에 의한 해수 팽창이었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에는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을 덮고 있는 빙상이 해수면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 됐다. 덴마크와 영국의 공동 연구진은 그린란드의 3대 빙하로 알려진 야콥스하븐 빙하와 캉에를루수아크(Kangerlussuaq) 빙하 그리고 헬헤임 빙하에서 지난 세기 동안 얼음이 얼마나 소실됐는지를 추정하기 위해 과거 역사 사진 등 여러 자료를 사용해 추정했다.그 결과, 1880년부터 2012년까지 132년간 야콘스하븐 빙하에서 사라진 얼음의 양은 1조5000억t 이상이고, 1900년부터 2012년까지 112년간 캉에를루수아크 빙하와 헬헤임 빙하에서 사라진 얼음의 양은 각각 1조4000억t과 310억t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그린란드 3대 빙하의 융해는 이미 지구 해수면을 8㎜ 이상 높이는 데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슈파카트 아바스 칸 덴마크공대(DTU) 교수는 “인공위성 관측 시대 이전 촬영한 기존 사진 자료의 활용은 지난 세기의 얼음 소실을 재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또 다른 도구”라면서 “19, 20세기에 걸친 역사적 측정은 우리의 미래 예측을 크게 넘어설 수 있는 중대한 정보를 감추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유엔(UN)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 위원회(IPCC)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2100년까지 전 세계 해수면이 얼마나 상승할지를 예측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재 추세로 저감 노력 없이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RCP8.5)를 가지고 이번 연구에서 그린란드 3대 빙하에 대해 적용한 결과, 2100년까지 해수면을 9.1~14.9㎜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으로의 해수면 상승폭이 지난 세기의 상승폭을 4배 이상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칸 교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과소평가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고려한 빙하 융해는 이전 예측보다 3, 4배 정도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11월 17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미국 대통령 선거 승패 가른 ‘인종·지역·교육수준의 분절’

    미국 대통령 선거 승패 가른 ‘인종·지역·교육수준의 분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아직 많은 우여곡절이 남아 있지만,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정리되고 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관심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높았다. 방송을 비롯한 주요 언론사들은 실시간으로 미국의 개표 동향을 보도했다. 미국이 전 세계에 큰 영향을 주는 국가임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독특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대선에 대한 과도할 정도의 관심은 미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세계가 4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어 왔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부터 시작해 세계무역기구(WTO), 세계보건기구(WHO) 등 다자간 국제기구의 무력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결정과 기존 체계의 무시가 지속되면서 세계 각국은 미국이 주도했던 종전의 국제질서가 모두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민주주의와 인권, 다양성, 다자간 협력 등 보편적 가치들 위에서 움직이던 그 시기가 소중했음을 새삼스럽게 인식하게 됐다.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굳어지면서 향후 미국 정책의 변화 및 이러한 변화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한 예측과 분석 보고서가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매번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사실 돌이켜 보면 이러한 예측과 전망은 큰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수많은 돌발 변수들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정책이 가져오는 파급효과와 이에 대한 반작용 등이 등장하고, 미국 내 정치권의 교착상태 등이 어우러지면서 흐지부지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변화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는 선거를 통해 확인된 미국 사회의 변화와 특성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정치에서 인물 위주의 접근에 익숙한 관계로 후보자 개인이 아닌 사회의 변화 자체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국민의 의식과 힘의 균형을 보여 주는 창문 역할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16년 미 국민의 선택으로 선출됐기 때문에 무엇이 그를 대통령으로 이끌었으며, 2020년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미국 사회의 향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대선 투표율 66.9%… 120여년 만에 최고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전체 유권자 2억 3900만명 가운데 66.9%인 1억 6000만 2000명이 투표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이는 1900년 공화당 소속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민주당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을 때의 73.7% 이후 120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높은 투표율은 유권자의 적극적 참여를 상징하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양측 지지자들의 동원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통해 본 미국 사회의 모습은 ‘분절’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인종, 지역 및 교육수준 등에 따라 미국 사회는 철저하게 분절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첫 번째 분절은 인종이다. 통상적으로 민주당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의 지지율이 높으며, 공화당은 백인 지지율이 높은 정당으로 인식돼 왔다. 특히 2016년 트럼프는 고졸 이하 백인 유권자들의 열광적인 지지에 크게 힘입어 당선됐다. 이러한 인종에 따른 분절 현상은 2020년에도 큰 틀에서는 유지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인종에 따른 투표 성향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지속되는 백인 인구 비중의 감소는 장기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투표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 주었다. 비백인 유권자 가운데 고졸 이하의 학력을 보유한 경우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2016년 20%에서 25%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플로리다와 텍사스에 거주하는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트럼프는 예상 외의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히스패닉계 전체로는 트럼프와 바이든이 30% 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였지만 쿠바에서 이주해 온 히스패닉계는 트럼프에게 과반의 지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각종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2016년 이후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8% 이상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은 점차 내부적으로 계층 분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자산을 축적해 교외 지역으로 이주한 경우 백인과 유사한 행태를 보여 주었다. 특히 종교적으로 낙태를 인정하지 못하는 가톨릭과 백인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묘한 연합이 이루어지면서 히스패닉계가 백인과 유사한 투표 행태를 보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반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민주당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계속 유지하면서 비백인 유권자 사이에서의 분절과 변화 추세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애플·MS 진출한 네바다 민주 지지층 확대 두 번째 분절은 지역이다. 미국 정치의 도시와 농촌이라는 지역적 차원의 분절이 상당한 수준임을 극적으로 드러내었다. 전통적으로 2000년 이후 동부와 서부의 해안 지역은 민주당, 중부와 남부는 공화당으로 양분돼 왔다. 승자 독식제의 선거제도를 채택한 상황에서 일부 경합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주는 20년간 변함없는 색깔로 표시되면서 정치적 역동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었다. 하지만 단조로운 색깔 밑에서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인구의 이동 등에 따라 지속적인 정치적 환경의 변화가 지속됐다. 1990년대 이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경제성장이 집중되면서 대졸 이상의 젊은층이 유입됐으며, 점차 대도시의 정치적 성향은 민주당 쪽으로 변화해 왔다. 반면 소규모 도시와 농촌은 인구 감소 및 기존 산업의 약화 등으로 인해 보수화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2200개 선거구의 득표율을 살펴보면 인구밀도가 평방마일당 100명 미만인 선거구 가운데 바이든은 평균 30% 내외의 득표율을 얻은 데 비해 인구밀도가 평방마일당 2000명이 넘는 170개 선거구에서는 55% 수준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선거구별로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1992년 선거에서는 특정 후부가 80% 이상을 득표한 선거구 비중은 1% 미만이었다. 또한 전체 선거구 가운데 민주, 공화 어느 한쪽에 60% 이상의 쏠림 현상을 보인 비중 역시 1992년에는 35%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전체 선거구의 절반 수준으로 증가했다. 후보들이 비슷한 수준으로 표를 나눠 가진 경합 선거구는 40%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변화는 민주당 쪽에 보다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0년간 민주당은 농업 지역의 정당에서 도시 중심의 정당으로 변화해 왔으며, 1980년대 이후 진행된 대도시의 성장은 더욱 유리하게 작용하게 됐다. 1916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우드로 윌슨에 대한 농촌 지역의 지지는 도시 지역의 지지보다 훨씬 높았다. 정확히 1세기 이후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10대 대도시 가운데 9곳에서 승리했으며, 그 가운데 뉴욕·보스턴·덴버·애틀랜타·필라델피아·시카고에서는 과반 득표를 했다. 2020년 선거에서 바이든은 이러한 추세에 더해 대도시와 인접한 교외 지역의 지지를 이끌어 냄으로써 트럼프가 농촌 지역에 대한 장악력을 더욱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주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지역적으로 보면 전통적으로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간주됐던 지역들에서 민주당으로의 변화 흐름이 강하게 나타났다. 네바다주의 경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의 기업들이 진출한 지역을 중심으로 대학을 졸업한 젊은층이 증가하면서 민주당 지지층이 확대되고 있다.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던 텍사스주의 경우 댈러스, 휴스턴, 오스틴 등 대도시에 동부와 서부에서 이주한 대졸 젊은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과거와 다른 접전 양상을 보여 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 번째 분절은 교육수준이었다. 교육수준에 따른 투표율 변화는 극적으로 나타났다. 유권자의 20% 이상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보유한 선거구의 경우 바이든에게 투표한 비중이 2016년보다 3.4% 증가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바이든에 대한 투표율이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대졸 유권자들의 민주당 지지는 2016년에도 뚜렷하게 드러난 바 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대졸 비율이 가장 높은 50개 선거구에서 2012년보다 9% 가까운 지지율 상승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20년에도 반복됐다. 일반적으로 투표 성향과 소득수준의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되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소득보다는 대학 졸업 여부로 대표되는 교육수준에 따른 투표 성향의 차이가 보다 두드러지면서 교육에 따른 분절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인구밀도가 낮은 교외 지역과 소도시에 위치한 고졸 이하의 히스패닉 및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인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고졸 이하 백인과 좀더 비슷한 투표 양상을 보인 반면, 도시에 거주하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소득수준은 낮은 20대들은 소득수준이 높으며 대학을 졸업한 유권자들과 유사한 투표 패턴을 보여 주었다. 세 가지 분절 가운데 시간의 경과에 따라 완화될 것으로 보이는 분절은 가장 분명하게 느껴지는 구별인 인종이다. 이제 백인 노조원들은 민주당의 확실한 지지자가 아니며, 자산을 축적해 교외에서 거주하고 있는 히스패닉 유권자 역시 점차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임을 이번 선거는 보여 주었다. 반면 지역적 분절은 대도시 중심의 성장이 진행되면서 향후에도 계속 강화되며, 이러한 성향은 고학력자들의 대도시 선호로 인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트럼프 닮은 포퓰리스트 재등장 가능성 바이든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당선을 가능하게 했던 사회적 환경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유사한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다시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1990년 이래 지속돼 온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소외돼 왔던 계층과 지역들은 상실감에 시달려 왔으며, 기존 질서에 대한 불만을 키워 왔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남미 등의 지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은 이러한 포퓰리즘 등장의 흐름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조직화되고 더욱 강력한 발언권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된다.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점차 다양한 측면의 분절이 강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영·호남 지역갈등 구조가 계속 유지되고 있지만, 수도권의 압도적인 영향력 강화 속에서 점차 수도권과 지방의 대립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는 교육 및 거주 공간의 분절로 이어지고 있으며, 과거 존재했던 공통의 경험과 기억 대신 적대감을 키우고 있다. 복지 수요의 증가는 이미 문화적으로 단절된 세대들을 더욱 대립 구도로 몰고 갈 것이다. 정치가 이러한 분절의 확대 속에서 이를 부추길 것인지, 아니면 다시 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따라 많은 것이 결정될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멜라니아, 트럼프 불복에 ‘패배 승복’ 설득전 합류”(종합)

    “멜라니아, 트럼프 불복에 ‘패배 승복’ 설득전 합류”(종합)

    ABC “트럼프 설득 위해 영부인 대화 나서”멜라니아 “모든 합법 투표 개표해야”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역대 최다 투표를 기록하며 승리했음에도 자신의 대선 패배에 불복한 가운데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승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CNN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멜라니아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선 패배 수용을 얘기하는 이들 중 한 명이라며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할 때가 왔다고 조언하는 핵심부의 의견이 커지고 있으며, 멜라니아 여사도 여기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CNN은 멜라니아 여사가 선거에 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비공개적으로는 자신의 의견을 제시해 왔다고 소식통을 인용했다. 이 소식통은 “그녀가 종종 그러는 것처럼 이를 제안해 왔다”고 말했다. ABC방송의 조너선 칼 기자는 “가족을 포함해 핵심부에 있는 모든 이들은 이것이 끝났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우아한 출구’를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대화가 영부인을 포함해 이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멜라니아·이방카도 나서트럼프 승복 설득 앞서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선거 결과 승복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쿠슈너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결과 수용을 촉구해 왔다는 점을 다른 이들에게 언급해 왔다고 보도했다. 멜라니아 여사와 쿠슈너 보좌관은 장녀 이방카 트럼프,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승복 결심을 설득할 인사로 꼽힌다. 다만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국민은 공정한 선거를 가질 자격이 있다”며 “불법이 아닌, 모든 합법적 투표는 개표돼야 한다. 우리는 완전한 투명성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라고 적었다. 듣기에 따라선 우편투표를 사기투표라고 규정하고 투표소 현장투표 개표만 허용해야 한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트럼프 “선거 전혀 안 끝났다” 불복 선언 트럼프 캠프, 소송비용 마련 모금 운동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승리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낸 성명에서 “이번 선거가 전혀 끝나지 않았다”고 불복하며 소송전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의 글을 트위터에 리트윗하며 여전히 대선 결과에 관한 불만과 불신을 표시했다. 또 “언제부터 주류언론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 정했느냐”고 적었다. 개표가 끝나지 않았는데 언론이 자체 분석을 통해 당선인 확정 보도를 낸 데 대한 불만으로 해석된다. AP는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 소송을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견과 어조를 바꿔 원활한 정권인계를 약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보도했다.트럼프 대선 캠프는 소송과 집회 비용 마련을 위해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AP는 측근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승복할 것으로 예상되진 않지만 임기 말에 마지못해 백악관을 비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충성 지지층에게 여전히 싸우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노력으로서, 이는 다음 단계의 싸움에서 지지층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승복할 계획은 없다며 측근을 인용해 분위기를 전했다. 로이터는 “측근들은 비공식적으로는 선거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인정한다”면서도 “그들은 법적 소송이 진행되도록 할 시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외신 “공화당 분열돼 있다” 홀리 “재검표 끝나면 승자 알 것”개츠 “지금 안 싸우면 공화 미래 없다”반면 부시 “대선 공정, 결과는 분명” 공화당 출신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이날 ABC방송에서 사람들이 불법 행위를 목격했다는 진술이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했다.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전날 트위터에 “재검표가 끝나고 사기 혐의가 다뤄지면 승자가 누군지 알 것”이라고 썼고, 맷 개츠 하원의원은 “이 중요한 순간에 트럼프를 위해 일어나 싸우지 않으면 공화당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인 밋 롬니 상원의원과 로이 블런트 상원의원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광범위한 선거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의문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당 소속이면서도 껄끄러운 관계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대선은 공정했고 결과는 분명하다”고 언급한 성명을 냈다. 그러나 공화당의 1인자로 통하는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바이든의 당선 확정 이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며칠째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공화당이 분열돼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7535만표역대 최다 투표 당선… 50.5% 투표율 66.8% 120년 만에 최고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로 끝난 11·3 미국 대선에서는 최고령 대통령, 여성 부통령 등 적지 않은 최초의 기록을 쏟아냈다. 바이든 당선인은 역대 최다 득표로 당선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124년 만에 처음으로 선거 결과에 ‘불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대선 엿새째인 8일(현지시간) CNN 집계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7535만 표(50.5%)를 얻었다. 미 대선 역사상 가장 많은 표로, 7000만 표를 넘긴 것도 처음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6950만 표였다. 패자로 기록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7108만 표(47.7%)를 얻었다. 불복을 분명히 한 트럼프는 전날 트위터에 “7100만 합법적인 투표. 현직 대통령으로는 역대 최고!”라는 글을 올렸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지만, 최다득표자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전 역대 최다 득표 탈락자는 6590만 표를 얻었던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바이든 당선인을 제외하고는 최다 득표를 기록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패배한 트럼프는 124년 만에 선거 결과에 불복한 첫 대통령이 됐다. 투표율도 역대 최고다. NBC방송에 따르면 비록 잠정이긴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최소 1억 5980만 명이 투표했다. 투표율도 66.8%로 추정돼 1900년 이후 1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공화당 부시, 트럼프 ‘불복’에 “사기? 대선 공정했고 결과는 분명”

    공화당 부시, 트럼프 ‘불복’에 “사기? 대선 공정했고 결과는 분명”

    “7000만 표, 놀라운 정치적 성과”“트럼프, 재검표 요구·소송할 권리 있어”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진영인 공화당 출신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대선은 공정했고 결과는 분명하다”고 밝히며 민주당 출신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7000만 표가 넘은 바이든 당선인의 역대 최다 득표에 대해 “놀라운 정치적 성과”라고 추켜 세웠다. 다만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검표를 요구하거나 소송할 권리는 있다고 밝혔다. “미국인들, 미래 위해 바이든 잘 되길 기원하고 힘 합쳐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바이든 당선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같은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한 가운데 부시 전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한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껄끄러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정치적 차이는 있지만 나는 바이든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면서 “(바이든은) 우리나라를 이끌고 통합할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이 7000만 표가 넘는 득표를 한 데 대해 “놀라운 정치적 성과”라고 평가하고 “그들(유권자)은 의사를 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선의 높은 투표율에 대해 “민주주의 건강성에 대한 긍정적 신호”라고 해석하고 “어떤 방식으로 투표하든 유권자의 표는 계산된다”고 말했다.또 “미국 국민은 이번 선거가 근본적으로 공정했으며 진실성은 유지될 것이고 그 결과는 분명하다는 점에 신뢰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우편투표가 사기투표라면서 인정할 수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우편투표 역시 정당한 투표일 뿐만 아니라 선거나 개표 과정에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재검표를 요구하고 법적 소송을 추진할 권리가 있다”며 “해결되지 않은 어떤 문제도 적절히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민을 향해 “우리는 우리 가족과 이웃, 우리나라와 미래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며 “다음 대통령과 부통령이 중요한 임무를 맡을 준비를 할 때 잘 되기를 기원하는 데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바이든, 7535만표역대 최다 투표 당선… 50.5% 투표율 66.8% 120년 만에 최고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로 끝난 11·3 미국 대선에서는 최고령 대통령, 여성 부통령 등 적지 않은 최초의 기록을 쏟아냈다. 바이든 당선인은 역대 최다 득표로 당선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124년 만에 처음으로 선거 결과에 ‘불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대선 엿새째인 8일(현지시간) CNN 집계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7535만 표(50.5%)를 얻었다. 미 대선 역사상 가장 많은 표로, 7000만 표를 넘긴 것도 처음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6950만 표였다. 패자로 기록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7108만 표(47.7%)를 얻었다. 불복을 분명히 한 트럼프는 전날 트위터에 “7100만 합법적인 투표. 현직 대통령으로는 역대 최고!”라는 글을 올렸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지만, 최다득표자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전 역대 최다 득표 탈락자는 6590만 표를 얻었던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바이든 당선인을 제외하고는 최다 득표를 기록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패배한 트럼프는 124년 만에 선거 결과에 불복한 첫 대통령이 됐다. 투표율도 역대 최고다. NBC방송에 따르면 비록 잠정이긴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최소 1억 5980만 명이 투표했다. 투표율도 66.8%로 추정돼 1900년 이후 1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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