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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를 보는 열가지 방법

    청와대를 보는 열가지 방법

    서울관광재단이 74년 만에 개방된 청와대의 건물들과 그 안에 얽힌 이야기들을 정리해 소개했다. ‘핫플’로 떠오른 청와대의 다채로운 역사를 돌아보고 숨은 공간들을 톺아볼 수 있다.1. 청와대의 얼굴 본관 청와대 본관은 조선총독부 관사를 대통령의 집무실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1991년에 조성했다. 한옥에서 가장 격조 높고 아름답다는 팔작지붕을 올리고 15만여 개의 청기와를 얹었으며, 본관 앞으로는 대정원이라고 이름 붙은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청기와는 청자의 나라였던 고려 시대부터 사용되어 조선 전기까지 궁궐 지붕에 쓰였다. 청기와를 만들기 위해선 전략자산이자 화약의 핵심 원료인 염초(질산칼륨)가 다량으로 필요했다. 자연적인 초석 광산이 없던 한반도에서 염초는 생산이 매우 어려웠으며 군사용으로도 늘 재고가 부족했다. 그만큼 청기와는 중요한 건물에만 사용됐다. 현재 남아있는 궁궐의 청기와는 창덕궁에 있는 선정전이 유일하다. 청와대 본관의 지붕에는 잡상 11개가 있다. 경복궁의 근정전에 잡상이 9개가 있는데 청와대가 근정전보다 격이 더 높은 셈이다. 전체적인 건물 구조는 궁궐의 목조 건축양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한국적인 미가 담겨 있으면서도 팔작지붕이 중후한 느낌을 가미한다.2. 아늑한 숲 소정원 넓은 잔디밭인 대정원과 달리 소정원은 아늑한 숲이다. 숲의 나무들도 꽤 울창해 햇빛이 파고들 틈이 없을 만큼 그윽한 그늘을 만든다. 소정원은 청와대 부속 건물 곳곳으로 들고 나는 통로다. 자연과 막힘없이 소통하려는 우리 전통 건축 방식인 차경(借景, 자연을 빌려 정원으로 삼는다)을 떠올리게 한다.3. 경무대의 흔적 수궁터 관저로 넘어가는 길에는 수궁(守宮)터가 있다. 경복궁을 지키던 병사들이 머물던 곳으로 이 일대를 경무대라고 불렀는데, 조선총독부가 전각을 허물고 총독관사를 지었다. 광복 이후에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다가 지금의 청와대 본관을 지으면서 총독관사는 철거했고, 현재는 총독관사 현관 지붕 위에 장식으로 놓여있던 절병통만 옛 자리에 놓아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 아울러 수령이 700년이 넘는 주목도 볼거리다.4. 대통령의 사적 공간 관저 관저는 본관처럼 팔작지붕에 청기와를 얹은 전통 한옥 구조다. 생활공간인 본채와 접견 행사 공간인 별채가 ‘ㄱ’자 형태로 자리 잡고 있고, 그 앞으로 마당이 있다. 마당 한쪽에는 사랑채인 청안당이 있으며, 관저 바로 앞에는 의무실이 있다. 청안당은 ‘청와대에서 편안한 곳’이라는 뜻이다.5. 문화유산 오운정과 미남불 관저 뒤 숲엔 오운정과 ‘미남불’이라 불리는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오운(五雲)은 ‘다섯 개의 색으로 이루어진 구름이 드리운 풍경이 마치 신선이 사는 세상과 같다’라는 뜻이다. 현판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직접 썼다. 미남불은 석굴암 본존상을 계승하여 9세기에 조각된 것이다. 통일신라 전성기의 불교 양식을 보여주는 대표 유물이다. 생김새가 멋스러워 ‘미남불’이라 불린다. 원래 경북 경주에 있었는데, 일제 때 서울 남산의 총독관사에 놓였다가 청와대 자리로 총독관사를 옮기면서 함께 이곳으로 왔다.6. 외국 귀빈을 위한 한옥 상춘재 상춘재는 외국 귀빈들을 맞이하는 의전 행사나 비공식 회의 장소로 사용된 한옥이다. 1983년에 200년 이상 된 춘양목을 사용해 지었다. 상춘재 위로는 1900년대 초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침류각이 있다.7. 청와대의 숲, 녹지원 녹지원은 청와대 최고의 녹지 공간이다. 대통령과 국민이 만나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던 공간이다. 120여 종의 나무가 있으며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식수들이 곳곳에 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녹지원 내 반송(盤松)은 수령이 170년을 넘었다.8. 국빈들을 위한 공식 행사장 영빈관 영빈관은 대규모 회의와 외국 국빈들을 위한 공식 행사를 열었던 건물이다. 우리나라를 알리는 각종 민속공연과 만찬이 열리는 행사장으로 쓰이거나 회의와 연회를 위한 장소로도 사용되었다. 18개의 돌기둥이 건물 전체를 떠받들고 있는 형태이며 특히 앞의 돌기둥 4개는 화강암을 통째로 이음새 없이 만들어 2층까지 뻗어 있다.9. 후궁의 신위가 모인 곳 칠궁 칠궁은 조선의 왕을 낳은 어머니이지만 왕비가 되지 못한 후궁의 신위를 모신 장소다. 조선의 왕과 왕비는 종묘에, 왕을 낳은 후궁 신주는 별도의 공간에 신주를 모셨다. 1908년에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던 다른 후궁의 사당들을 이곳으로 합치면서 모두 7개가 모였다고 하여 칠궁이라 이름 붙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장희빈의 신주와 뒤주에 갇혀 죽었던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 이씨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10. 북악산 청와대 전망대 북한 공비 김신조가 벌인 1.21사태 후 폐쇄됐던 북악산이 전면 개방되고 북악산을 오르는 등산로 2개 코스도 공개됐다. 하나는 칠궁에서 출발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청와대 춘추관 뒤쪽으로 올라가는 길로 두 코스는 중간 거점 장소인 백악정에서 만나 하나로 연결된다. 칠궁 방향 코스는 전체적인 길이는 좀 더 짧지만 가파른 계단 구간이라 다소 힘에 부치고, 춘추관 방향은 오르막길이지만 계단이 없이 경사가 급하지 않아 비교적 순탄한 편이다. 어느 길로 가든지 백악정까지는 약 20분 남짓이면 다다르고, 백악정에서 다시 청와대 전망대까지 약 10분이 소요된다. 전망대에 서면 청와대 아래로 자리한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의 탁 트인 풍경이 반긴다. 오르는 길이 다소 고생스럽더라도 이 풍경을 보기 위해 1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을 서울의 새로운 조망 명소다. 글 손원천 기자·사진 서울관광재단
  • 대구 시내 걷다 만난 네명의 삶…같은 시간 다른 낭만 엇갈린 삶

    대구 시내 걷다 만난 네명의 삶…같은 시간 다른 낭만 엇갈린 삶

    역사 속 인물의 발자취를 되짚어 걸어 보는 여정은 꽤 독특한 느낌을 안겨 준다. 지금과 사뭇 다른 멋, 낭만, 가치관, 회한 등 다양한 감정들과 만날 수 있어서다. 대구에 유명인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여행 프로그램이 생겼다. 대구라는 거대 도시, 그중에서도 중구라는 작은 지역에서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던 한동네 사람들 네 명의 삶을 엿보는 상품이다. 음악가 박태준(1900~1986), 시인 이상화(1901~1943), 기업가 이병철(1910~1987), 화가 이인성(1912~1950)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면 한국 최초의 여류 비행사 권기옥, ‘운수 좋은 날’의 작가 현진건 등 귀에 익은 인물들이 골목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담쟁이덩굴처럼 얽힌 이들의 이야기가 자못 흥미진진하다. ●1900년대 초 걸출한 인물들 ‘대구와 인(人)연을 맺다.’ 대구 인물 기행의 상품 이름이다. 대구관광재단이 기획하고 여행 콘텐츠 업체 한국자전거나라가 설계한 일종의 ‘파일럿’ 상품이다. 시범 운영 뒤 관광객들의 호응 여하에 따라 명운이 갈리게 된다. 여정에 나서기 앞서 각 인물의 등장 순서는 중요도가 아닌 연고지 방문 순서라는 점을 미리 밝혀 둔다. 청라언덕부터 찾는다. 대구 도심 한복판에서 허파 노릇을 하는 풋풋한 공간이다. 청라언덕은 인물 기행 중 음악 투어 코스에 포함된 장소다. 여기에 사연을 새긴 이는 작곡가 박태준이다. ‘오빠생각’ 등 누구나 한번은 불러 봤을 동요들을 작곡한 이다. 가이드가 전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박태준이 경남 마산(현 창원)의 창신학교에서 음악 선생으로 재직할 때다. 당시 국어 선생이었던 노산 이은상과 흉금을 터놓고 지내던 그는 옛 마산의 노비산이라는 곳에 함께 올라 서로의 첫사랑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박태준의 첫사랑은 대구 계산학교(청라언덕 옆 계성중고의 전신) 시절 짝사랑하던 이웃 신명여고 학생이었다. 자두 열매로 엮인 둘의 달달한 얘기를 들은 이은상이 시를 썼고, 여기에 박태준이 곡을 붙였다. 우리나라 초기 가곡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동무생각’은 이렇게 태어났다. 청라언덕에서 20분 남짓 진행되는 몰입형 연극을 통해 대략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투어 참가자를 위해 마련된 연극이다. 배우들이 박태준과 이은상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낸다. 청라언덕에는 세 채의 선교사 사택이 남아 있다. 대구를 대표하는 적벽돌 건물이다. 대구시에서 옛 건물을 돌아보는 ‘브릭 로드’라는 건축문화 기행 프로그램을 따로 내놓을 정도로 공을 들이는 공간인 만큼 차분하게 살펴보는 게 좋겠다.눈이 쌓인 듯한 대구제일교회 앞 ‘현제명 나무’(이팝나무 노거수로 이 교회에서 활동한 작곡가 현제명의 이름을 땄다)를 지나 대구 3·1만세운동길 ‘90계단’을 내려서면 곧 계산성당이다. 미술 투어의 주인공 이인성의 이야기가 담긴 장소다.●한국 대표 건축물 계산성당 이인성은 인물 기행에선 막내지만 한국 화단에선 천재 화가로 이름이 높다. 비운의 총기 오발 사고로 요절하기 전까지 조선미술전 대상작(창덕궁상)인 ‘경주의 산곡에서’ 등 수많은 명화를 남겼다. 화단에선 그의 화풍과 연관 지어 ‘한국의 고갱’이라 흔히 일컫는다. 1902년 세워진 계산성당은 대구를 대표하는 근대 건축물 중 하나다. 국운이 쇠하던 조선 말에 수많은 화가들이 그림의 소재로 삼았을 만큼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하던 곳이다. 계산성당에선 초등학교만 졸업한 가난한 집 아이가 대구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성장하는 이야기와 만날 수 있다.성당 옆엔 ‘이인성 나무’가 있다. 수령 100년을 훌쩍 넘긴 늙은 감나무다. 이인성은 감나무가 어우러진 성당 풍경을 ‘계산동 성당’이란 걸작 수채화에 담아냈다. 투어 도중 대구근대골목단팥빵 본점에선 ‘이인성 아뜰리에’ 연극이 진행된다. 이인성의 삶을 다룬 체험 연극이다. 빵집 자체가 적벽돌의 근대건축물이어서 고풍스런 느낌을 더해 준다. 계산성당 출구쪽 담장에는 여덟 그루의 뽕나무가 자라고 있다. ‘임도 보고 뽕도 딴다’는 고사의 기원이 된 뽕나무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군을 따라왔다가 귀화한 두사충과 조선 과부의 사랑 이야기가 담겼다.●등장인물 이어 주는 무영당 이어 무영당과 만난다. 등장 인물 넷을 하나로 엮어 주는 중요한 장소다. 1937년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근대백화점 무영당은 당시 지역 사회에 신지식을 보급하는 복합문화공간이자 예술가들의 교류 공간으로 기능했다. 박태준은 여기에 음악 연구소를 열었고, 이상화와 이인성은 진부함을 버리고 다시 시작한다는 뜻을 가진 모임 ‘영과회’의 아지트로 활용했다. 기업가 이병철은 결이 다소 달랐다. 예술가였던 셋과 달리 그는 무영당의 소유주였던 이근무와 교유했다. 훗날 그의 아들 이건희 회장이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을 통해 이인성의 작품 ‘노란 옷을 입은 여인상’(1934)을 세상에 돌려줬으니, 이를 대를 이은 인연이라 해야 할까.문학 투어의 핵심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저항시인 이상화 생가 터다. 현재는 ‘라일락뜨락 1956’이란 카페가 들어섰다. 카페 뜨락에는 라일락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이른바 ‘이상화 나무’다. 수령은 200년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 나무 아래에서 이상화가 태어나 성장하고, 들을 빼앗긴 국민으로서 고뇌했을 것이다. 나사처럼 비틀린 검은 둥치에서 시간의 켜가 그대로 느껴진다. 옛 지적도를 보면 이상화 생가는 주변 집들을 아우르는 400평 규모의 대가였다. 현재 카페가 들어선 곳엔 안채 일부가 있었고 사랑채, 문간채 등 여러 건물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이상화는 생가를 32년간 소유하며 창작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페 이름에 쓰인 ‘1956’이란 숫자는 이상화의 실제 생가 규모가 지적도를 통해 확인된 해를 뜻한다. 생가로 알려진 계산성당 옆 ‘이상화 고가’는 사실 그가 말년에 몸을 의탁했던 장소다. 이상화 생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아울러 친일파 아버지 아래 이복동생만 21명이었다는 이장희, 같은 날 세상을 떠난 현진건 등 친구들과의 비화도 흥미를 끈다. ●‘빼앗긴 들’은 남구 앞산 캠프 워커 부지 최근 그의 시의 모티브가 된 ‘빼앗긴 들’이 남구 앞산 앞의 캠프 워커 부지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 사회의 화제가 되고 있다. 종전까지는 수성구 수성못 일대에 있었던 옛 보리밭을 보며 ‘빼앗긴 들’을 떠올렸다는 게 정설이었다. 여러 해에 걸쳐 이상화 문학축제 등을 열던 수성구로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고, 남구로선 엉겁결에 명소를 얻은 셈이다. 주한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남구청에서 고민 중이라고 하니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이상화의 형은 중국에서 광복군, 임시정부 요인 등으로 활동했던 이상정 장군이다. 중국 상하이 훙커우공원 폭탄 의거(1932)의 주인공 윤봉길 의사에게 폭탄을 만들어 준 일화로 유명하다. 대구에 서양화를 처음 들여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화풍은 서동진으로, 다시 이인성으로 이어진다. 그의 아내는 조선인 최초의 여성비행사 권기옥이다. 둘은 결혼 이후에도 함께 독립운동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이제 기업가 투어에 나설 차례다.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을 일군 이병철 선대 회장이 집에서 삼성상회까지 오가던 출퇴근길이 모티브다. 당시 이병철 회장이 살았던 고가는 이건희 전 회장의 생가이기도 하다. 자본금 3만원으로 시작해 1980년대 라면의 시대가 오기 전까지 국수 전성시대를 열었던 ‘별표 국수’ 삼성상회 창업기, 당시 10대였던 이건희 전 회장의 말에 착안해 제일모직 정장과 휴대전화 브랜드인 ‘갤럭시’가 탄생하게 된 비화 등을 들을 수 있다.아, 이 회장 고가의 대문 문고리와 삼성상회 금고가 있었던 자리에 재현한 조형물은 ‘만지면 재복 터지는’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 잊지 마시길. 벌써 표면이 반질반질해졌다.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관광객들은 이미 ‘부자 기운’ 받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거다. ■여행수첩 ←‘대구와 인(人)연을 맺다’는 4개 코스 외에 예술가 3인의 삶을 묶어 돌아보는 전일 코스, 1박 2일 코스 등도 갖췄다. 특히 1박2일 코스는 특급 호텔 숙박 등 가성비가 뛰어나다. 포털 사이트에 상품 이름을 검색하면 곧바로 업체 누리집으로 연결된다. ←계산성당 옆 ‘커피 명가’는 딸기 케이크가 유명하다.  
  • 역대 최대 2900억 복권 주인 나왔다… 5900년치 영국 급여액

    역대 최대 2900억 복권 주인 나왔다… 5900년치 영국 급여액

    3월부터 당첨자 안 나와 눈덩이 누적당첨자 유명가수 아델보다 재산 많아져영국에서 역대 최대인 약 1억 8400만 파운드(약 2900억원) 복권 당첨자가 나왔다. 당첨금 규모는 영국 평균 급여의 5900년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은 10일(현지시간) 유로 밀리언 복권 추첨에서 7개 숫자를 맞춘 당첨자가 나왔다고 11일 보도했다. 이번 당첨금은 영국에서 역대 최대 금액으로 유로 밀리언은 3월부터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서 당첨금이 계속 쌓여왔다. 당첨금은 영국 평균 급여(3만 1285파운드·4918만원)의 약 5900년치에 해당한다. 이로써 당첨자는 미국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2017년)했던 유명한 영국 가수 아델(1억 3000만 파운드)보다 자산이 많아진다. 기존 최대 금액은 2019년의 1억 7000만 파운드인데 당시 당첨자들은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2011년에 1억 6000만 파운드를 받은 스코틀랜드 부부는 평소 응원하던 축구팀 지분을 인수해 화제를 모았으나 이후 이혼했다.  유로밀리언은 유럽 9개국에서 2004년부터 공동 판매되는 복권이다.
  • [달콤한 사이언스]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 분석했더니…

    [달콤한 사이언스]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 분석했더니…

    2019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망자도 전 세계적으로 628만명이나 발생했다. 그렇지만 인류 역사상 최악의 감염병은 1918년 시작돼 1919년까지 전 세계를 휩쓸면서 5000만~1억 명 사망자를 발생시킨 ‘스페인 독감’이다. 스페인 독감이 어떻게 시작되고 종식됐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독일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를 중심을 한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미국,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9개국 18개 연구 기관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매년 겨울 발생하는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 H1N1이 1918년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 변종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5월 11일자에 실렸다.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던 당시에는 바이러스를 분리해 보존하는 기술이 없어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5년 미국 연구진이 스페인 독감 유행 당시 사망해 알래스카에 묻힌 한 여성의 폐 조직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해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A형(H1N1)의 아형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좀 더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1918~1919년에 수집된 바이러스 6개 샘플과 1901~1931년 사이에 수집돼 독일과 오스트리아 박물관 역사기록 보관소에 보관된 서로 다른 사람의 폐 표본 13개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1918년 6월 베를린에서 수집한 샘플과 뮌헨에서 수집된 샘플에서 완벽한 게놈을 찾아 시퀀싱할 수 있었다. 또 바이러스의 진화적 시간 척도를 추정할 수 있는 분자 시계 모델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계절성 독감 H1N1 바이러스 게놈 모든 부분이 1918년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직접 전달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스페인 독감 대유행 정점 전후 게놈을 비교한 결과 바이러스에 대한 적응이 가능하게 한 핵단백질 유전자에 변이가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세바스티앙 칼비냑 스펜서 코흐연구소 박사는 “기존에는 현재 유행하는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가 다른 바이러스들의 게놈이 재배열돼 형성됐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계절성 독감 게놈 모든 부분이 스페인 독감 게놈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펜서 박사는 이어 “이번 연구는 스페인 독감의 소멸은 물론 현재 계절성 독감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적응할 수 있게 된 이유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어머, 저게 역사 되네

    어머, 저게 역사 되네

    ●조선민속학회 창립 90주년 기념 e스포츠와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30~40대에게 PC게임 ‘스타크래프트’는 일종의 ‘민속놀이’로 통한다. 조상들이 삼삼오오 모여 윷놀이를 한 것처럼, 이들은 PC방에 모여 스타크래프트를 했고 세월이 흘러서도 가끔씩 PC방을 찾는다. 100년쯤 시간이 흐른 후 역사책에는 21세기를 전후해 한국에 PC방이 대거 생겼고, 많은 사람이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민속이 있었다고 나올지 모른다.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민속이란 삶이다’는 특정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향유한 문화와 일상을 접할 수 있는 전시다. 우리나라 최초 민속학회인 ‘조선민속학회’ 창립 90주년을 맞아 준비됐다. 관람객들은 ‘이런 것도 민속이야?’ 싶을 정도로 다양한 전시품을 통해 국립민속박물관이 무엇을 다루는 곳인지 파악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풍속 사진 486장 공개 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일렬로 정렬된 486장의 흑백 사진이 눈길을 끈다. 민속학자 송석하(1904~1948)가 일제강점기에 정리한 ‘민속 현지조사 사진카드’다. 민속 사진자료 공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형주 학예연구사는 “당대 민간신앙과 연희, 민속 내용을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라면서 “사진은 빛 노출 등에 민감해서 이렇게 많은 양이 전시되는 건 이번뿐”이라고 귀띔했다. 흑백의 작은 사진을 보기 힘든 관람객들은 빅데이터 기반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컬러로 확대한 사진을 키오스크로 볼 수 있다.●시대 따라 자주 쓰인 용품 전시 전시에는 특정 세대에 익숙한 물건들도 민속의 이름으로 등장해 시선을 끈다. 삼성전자가 1989년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겜보이’도 그 시기의 민속을 보여 주는 유물로 전시됐다. 지금은 보기 어려운 과거 주황색 공중전화나 두꺼운 전화번호부, 3.5인치 디스켓,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286컴퓨터, 버스 토큰 등 특정 시기 일상에 녹아 있던 물건을 통해 시대상을 보여 준다. 온라인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민속 물품도 전시관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모자의 나라로 각인시킨 갓, 미국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서 대박 신화를 쓴 영주 호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달고나 등이 그것이다. 특히 영주 호미는 제작자 석노기씨의 작업 모습과 인터뷰도 화면을 통해 관람할 수 있어 세계 속의 우리 민속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현재 진행형인 한국인 삶 다뤄” 1900년대 초반 시작된 한국 민속학은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동시대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연구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분야보다 생생한 학문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역시 “이번 특별전은 민속은 과거만 다루는 것이 아닌, 현재 진행형인 우리의 삶을 다루는 것임을 재차 확인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전시관 끝에서 만나는 가게 간판들은 ‘민속은 현재이자 우리의 삶이 담긴 그릇’임을 일깨워 준다. 7월 5일까지.
  • ‘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 박물관 유물 되겠네… ‘민속이란 삶이다’

    ‘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 박물관 유물 되겠네… ‘민속이란 삶이다’

    e스포츠와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30~40대에게 PC게임 ‘스타크래프트’는 일종의 ‘민속놀이’로 통한다. 조상들이 삼삼오오 모여 윷놀이를 한 것처럼, 이들은 PC방에 모여 스타크래프트를 했고 세월이 흘러서도 가끔씩 PC방을 찾는다. 100년쯤 시간이 흐른 후 역사책에는 21세기를 전후해 한국에 PC방이 대거 생겼고, 많은 사람이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민속이 있었다고 나올지 모른다.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민속이란 삶이다’는 특정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향유한 문화와 일상을 접할 수 있는 전시다. 우리나라 최초 민속학회인 ‘조선민속학회’ 창립 90주년을 맞아 준비됐다. 관람객들은 ‘이런 것도 민속이야?’ 싶을 정도로 다양한 전시품을 통해 국립민속박물관이 무엇을 다루는 곳인지 파악할 수 있다.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일렬로 정렬된 486장의 흑백 사진이 눈길을 끈다. 민속학자 송석하(1904~1948)가 일제강점기에 정리한 ‘민속 현지조사 사진카드’다. 민속 사진자료 공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형주 학예연구사는 “당대 민간신앙과 연희, 민속 내용을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라면서 “사진은 빛 노출 등에 민감해서 이렇게 많은 양이 전시되는 건 이번뿐”이라고 귀띔했다. 흑백의 작은 사진을 보기 힘든 관람객들은 빅데이터 기반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컬러로 확대한 사진을 키오스크로 볼 수 있다.전시에는 특정 세대에 익숙한 물건들도 민속의 이름으로 등장해 시선을 끈다. 삼성전자가 1989년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겜보이’도 그 시기의 민속을 보여 주는 유물로 전시됐다. 지금은 보기 어려운 과거 주황색 공중전화나 두꺼운 전화번호부, 3.5인치 디스켓,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286컴퓨터, 버스 토큰 등 특정 시기 일상에 녹아 있던 물건을 통해 시대상을 보여 준다. 온라인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민속 물품도 전시관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모자의 나라로 각인시킨 갓, 미국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서 대박 신화를 쓴 영주 호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달고나 등이 그것이다. 특히 영주 호미는 제작자 석노기씨의 작업 모습과 인터뷰도 화면을 통해 관람할 수 있어 세계 속의 우리 민속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1900년대 초반 시작된 한국 민속학은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동시대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연구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분야보다 생생한 학문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역시 “이번 특별전은 민속은 과거만 다루는 것이 아닌, 현재 진행형인 우리의 삶을 다루는 것임을 재차 확인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전시관 끝에서 만나는 가게 간판들은 ‘민속은 현재이자 우리의 삶이 담긴 그릇’임을 일깨워 준다. 7월 5일까지.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우리 식물을 사랑한 신부, 표본 유출한 ‘십자군’?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우리 식물을 사랑한 신부, 표본 유출한 ‘십자군’?

     산거머리가 콧속에 자리잡은 것도 모를 정도로 선교보다 식물 채집에 몰두했다. 프랑스 신부 위르뱅 포리(1847~1915년)는 콧속에 들어간 두 마리의 산거머리 때문에 호흡을 못해 대만에서 세상을 등졌다. 1915년 7월 4일의 일이다. 그의 삶은 식민지 확장과 선교가 한몸으로 굴러가고, 과학적 호기심 역시 그 목적에 복무하며, 종자 회사의 자원 선점 노력에 복무하는 제국주의 시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책 제목 ‘식물십자군’(여름언덕)은 양립하기 어려울 것 같은 두 단어의 결합이 의미심장하다. 식물과 십자군이라니 말이다.  포리 신부는 봄이면 온 나라를 화사하게 장식하는 왕벚나무의 자생지를 처음으로 밝힌 프랑스 신부 에밀 타케(한국 이름 엄택기, 1873~1952년)의 스승이었다. 저자인 정홍규 은퇴신부는 2019년 ‘에밀 타케의 선물’을 같은 출판사에서 냈으니 이번 책은 후속작이면서 동시에 ‘프리퀄’인 셈이다. 타케 신부는 1900년대 초 제주를 거점으로 활동하다 1908년 4월 왕벚나무를 발견해 그 표본을 유럽에 보내 세계에 알린 인물이다. 정 은퇴신부는 타케 신부가 발견한 왕벚나무 자생지가 서귀포 호아천(지금의 신례천)임을 밝혀냈다.  타케 신부에게 식물 채집과 표본 제작을 가르친 인물이 바로 포리 신부다. 두 신부는 한라산에 자생하는 구상나무를 함께 찾아냈다. 포리 신부는 20대 중반 사제 서품을 받고 선교사로 일본에 파견됐다. 일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다 돌파구로 식물 채집을 시작했다. 평생 동안 아시아 지역을 돌며 식물을 채집하고 표본을 제작했다.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을 1901년, 1906년, 1907년 등 세 차례 찾아 16개월 동안 머무르며 서울, 목포, 원산, 평양, 제주도 등을 돌았다. 꽃 피는 식물은 물론 양치식물과 선태류, 지의류 표본을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  그가 소장했던 식물의 표본 수는 6만 2440점. 유럽에 보낸 셀 수 없이 많은 표본을 더하면 그가 평생 제작한 표본 수는 실로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정교하게 설계된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타케 신부 등을 통해 일본 온주 밀감과 아오모리 사과 등을 한국에 전파하기도 했다.    이 책은 포리 신부의 전기이기도 하지만 포리와 타케 두 신부가 소속된 파리외방선교회 얘기가 엄연히 한 축을 이룬다. 조선의 천주교 박해 때, 많은 순교자가 이 선교회 소속 신부였다. 일제강점기 한국 천주교의 친일 행적도 이 선교회와 관련돼 있다. 저자는 2014년부터 타케에 대해 연구하다 그의 스승인 포리에 대해 알게 됐고, 두 신부를 연구할수록 당사자들이 의식했든 안했든 이들이 식민주의 경쟁의 한 방법으로 자원을 연구했고, 식물을 연구했음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책의 34쪽이다. “제일 먼저 지질학자를 보내고 그다음은 선교사를 보내고 마지막으로 군대를 풀어라!” 동시에 바티칸에서도 전 세계 가톨릭 선교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포교성성(布敎聖省, 지금의 인류복음화성)은 모든 대표자들에게 회람을 보내 “교회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것을, 각 나라의 자연사, 특히 식물학, 광물학 및 동물학 관련 자료를 수집하도록 요청한다.”라고 지시하였다. 수도회 박물학(博物學, natural history)의 시작이었다.  부끄럽게도, 너무도 부끄럽게도 개나리, 미선나무, 벌개미취 등 우리에게도 낯익고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한반도 고유 식물의 명명자는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1882~1952년)이다. 나카이는 조선 총독부의 도움을 얻어 한반도에서 500종 가까운 신종을 발견하고 자신의 이름을 학명에 붙였다. 주권 뿐만 아니라 식물 주권을 일본에게 넘겼음이다.  그에 앞서 한반도의 식물을 세계에 알린 이들이 포리와 타케 신부였다. 좋게 표현하면 세계에 알린 것이고, 삿되게 표현하면 제국주의 침탈 목적에 이용당했다고 봐야 한다. 타케 신부는 십자군처럼 옳지 않은 목적이 배태돼 있는지 모른 채 이용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포리 신부는 어렴풋이라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정 신부는 분석했다.   책장을 넘길수록 부끄러움은 우리 몫이다. 그런데 정홍규 은퇴신부가 이런 도발적인 책 제목을 약간의 망설임 끝에 받아들였다는 점도 놀라운 대목이다. 제주에 감귤 재배를 권한 타케 신부의 ‘선물’이란 인식에서 제국주의 침탈의 한 방법으로서 ‘십자군’이란 제목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고뇌했을까? 분명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해서 은퇴신부의 뒤늦은, 용기 있는 자기 성찰로도 이 책은 읽힌다.  사단법인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김찬수 소장의 지적은 뼈아프기만 하다.그들은 우리의 자원을 유출한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가만히 당한 것인가? 그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우리의 자원을 탐구하지 못하고, 자원화하지 못했을까? 또한 아직도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연장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언제까지 우리는 지식 분야의 식민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들의 통제 하에 살아갈 것인가.  책의 나가는 말 가운데 끝 대목, 223쪽부터 225쪽 단 네 문단은 지은이의 마지막 가르침처럼 들린다. 길어 옮기지 못하니 각자 새기고 또 새겼으면 한다.
  • [서울인싸] 세운지구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구상’ 기대/조병수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

    [서울인싸] 세운지구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구상’ 기대/조병수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1일 침체된 구도심을 녹지축으로 조성하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지상에는 도심 공원을, 지하 공간에는 상가와 주차장 등 입체 복합 공간을 조성한다, 지하철역 등과 연결해 지하 보행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서울 사대문 안 상당 부분은 높이 등의 다양한 규제로 인해 개발이 지연됐다. 오 시장은 종묘에서 한강에 이르는 축 일부의 높이 규정을 완화해 건물을 고층화·슬림화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여로 녹지와 보행길을 제공해 쾌적한 생활 환경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건물을 좁고 높게 올려 녹지를 확보하자는 개념은 1900년대 초 산업화로 피폐해진 자연환경을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대도시의 도심 외곽 녹지가 건물들로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심 중심부의 용적률을 더 높이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세운 재정비 촉진지구의 경우 이런 고층화 녹지 확보 전략은 지지부진했던 개발을 촉진하고, 녹지면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강북 도심권에 녹지축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다. 북측의 종묘, 창덕궁, 경복궁 그리고 북악산, 북한산으로부터 남측의 남산, 용산공원, 한강과도 어우러진다. 이는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제인 ‘땅의 도시, 땅의 건축’과도 일맥상통한다.개발 방식으로는 기존의 가치 있는 건물과 장소를 잘 살리거나 부분적으로 활용해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다층적 녹지공간’ 구성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건물의 저층부는 문화·상업시설로 활용하는 동시에 녹지 공간을 수평·수직적으로 확보해 연결 공간을 만들어 준다. 상층부는 사적인 오피스나 주거 공간으로 만드는 등 입체적 디자인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건물의 저층부는 건축법에 따라 건폐율에 산입된다. 건물과 대지가 아우러지는 계획이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1~3층 혹은 5층까지의 저층부를 완만한 경사면으로 처리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보행로나 쉼터로 제공한다면 건폐 면적의 30~50% 정도만을 건폐율로 산정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도시에 창의성과 탄력을 불어넣을 것이다.이럴 경우 저층부의 용적률이 늘어나 건물의 높이를 일부 낮추는 효과가 있어 사대문 안의 역사성에 부합하는 개발도 가능해진다. 또 해당 지역에서만 개발이 이뤄져 섬처럼 국한되지 않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도로 상부의 녹지 보행 연결 통로 등을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조례와 법규를 완화한다면, 주변 지역과 긴밀히 연계돼 도심 전체를 녹지생태도심으로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 터키서 ‘세계 최대 추정’ 고대 지하도시 발견 “7만 명까지 살았다”

    터키서 ‘세계 최대 추정’ 고대 지하도시 발견 “7만 명까지 살았다”

    고대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데린쿠유’ 지하도시 보다 더 큰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고대 지하도시가 터키에서 또 다시  발견됐다. 데일리사바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터키 동남부 마르딘주(州) 미디야트 지구에서 기원후 2세기쯤 지어진 거대 지하도시가 발견돼 발굴 작업이 진행중이다. 지하도시 ‘마티아테’(동굴의 도시라는 뜻)는 2년 전 미디야트 역사 지구 보전 사업 중 동굴이 발견돼 존재를 드러냈다. 고대 동굴 정도로 여겨졌던 자리가 지하도시의 통로로 밝혀지면서 본격 발굴 작업이 시작됐다.마티아테에서는 49개의 방과 통로, 예배당, 우물, 식량을 저장하는 공간이 발견됐다. 또 다수의 공간에서 유물과 벽화도 나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굴된 성과는 전체의 약 3%에 지나지 않는다. 발굴 책임자인 가니 타르칸 마르딘 박물관 관장은 “마티아테는 무려 1900년 동안 사용됐다. 원래는 피란처로 만들어졌다”면서 “당시 기독교는 공식적인 종교가 아니었기에 신도들은 로마인의 박해를 피하고자 지하로 숨어 도시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6만 명에서 7만 명까지 살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미디야트는 터키 남동부의 석회암 고원 중심에 있다. 80여 개의 마을과 100여 개의 교회, 70여 개의 수도원이 있는 시골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아시리아 시대부터 사람들이 정착해 살았으나, 미타니와 아시리아, 아람, 아르메니아, 메디아,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비잔틴, 아바스, 셀주크, 오스만 등의 지배를 받았다. 석회암 지역이 많은 터키에서 지하도시가 발견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이미 40개 이상의 복잡한 지하도시가 발견됐다. 카파도키아에 있는 데린쿠유는 깊이 80m, 8층이나 되는 규모다. 환풍구와 우물, 수조, 마구간, 방, 공용 공간, 무덤 등이 완비됐으며 안에서만 열 수 있는 무게 450㎏의 돌문으로 침입을 막는다. 각 층은 서로 왕래할 수 있지만 독립적이다. 지상으로 나오는 출입구는 600개 이상이지만 대부분 꽁꽁 숨겨져 있다. 그러나 고고학자들은 마티아테를 역사상 가장 큰 지하도시라고 보고 있다. 타르칸 관장도 마티아테는 지금까지 발견된 다른 모든 지하도시의 규모를 능가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발굴이 완료되면 전 세계가 충격을 받을 정도다. 역대 이렇게 큰 지하도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 얼굴 바꾼 팰리세이드, 안전해진 텔루라이드, ‘미래형 쿠페’ 제네시스

    얼굴 바꾼 팰리세이드, 안전해진 텔루라이드, ‘미래형 쿠페’ 제네시스

    팰리세이드는 얼굴을 바꾸고 등장했다. 텔루라이드는 더 안전해졌다. 제네시스는 쿠페형 콘셉트카 모델을 선보였다. 현대자동차, 기아, 제네시스 세 브랜드를 거느리는 현대차그룹은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제이콥재비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각 브랜드의 신차를 공개했다. 현대차의 ‘더 뉴 팰리세이드’와 기아의 ‘더 뉴 텔루라이드’는 오토쇼 현장에서, 제네시스의 콘셉트카 ‘엑스 스피디움 쿠페’는 뉴욕에 있는 ‘제네시스하우스’에서 소개됐다.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는 모두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관심이 뜨겁다. 더 뉴 팰리세이드는 오토쇼가 열리기 전 전면부의 바뀐 디자인이 현대차 직원의 실수로 유출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면부의 ‘캐스케이드 그릴’을 더 넓게 디자인했다.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을 하나로 이어 통일감을 줬다고 한다. 기아의 텔루라이드는 북미 전용 모델로 국내에는 판매되지 않는다. 이번에 공개된 더 뉴 텔루라이드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부분변경된 모델이다. 내·외장 디자인의 큰 틀은 거의 계승하면서 트림(X-Line·X-Pro)을 새로 추가하고, 첨단 안전 사양 등을 적용하는 등 상품성 개선에 주력했다는 설명이다.제네시스의 콘셉트카 엑스 스피디움 쿠페는 오토쇼가 아니라 별도 마련된 공간에서 현지 미디어를 대상으로 공개됐다. 일반적 콘셉트카는 양산 차종을 생각해두고 제작되지만, 엑스 스피디움 쿠페는 차량의 형태나 체급이 정의되지 않은 모델이라고 한다. 쿠페 특유의 곡선이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 ‘역동적인 우아함’과 만나면서 적재적소에 배치된 깔끔하고 정제된 선이 고급스러움을 드러낸다는 게 브랜드의 설명이다. 1900년 시작된 뉴욕 국제 오토쇼는 올해로 120회를 맞았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모터쇼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열리지 않았다. ‘엔데믹’ 국면을 맞이해 3년 만에 열린 뉴욕 국제 오토쇼는 현지시간 기준 15일부터 24일까지 열린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화가의 시력/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화가의 시력/미술평론가

    19세기 전반만 해도 화가들이 바깥에 나가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드물었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실제 존재하는 풍경을 화폭에 담았으나 밖에서는 스케치 정도를 했을 뿐이다. 그림은 그것을 토대로 스튜디오에서 그렸다. 프랑스에서는 1830년대에 바르비종 화파가 밖에 나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스튜디오 작업을 병행했다. 19세기 후반 들어 화가들은 스튜디오를 벗어나 야외로 쏟아져 나갔다. 인상주의는 ‘사생’과 떼어놓을 수 없다. 모네는 ‘현장에서 마무리’라는 원칙을 세우고 작업의 전 과정을 밖에서 진행했다. 사생을 통해 인상주의 화가들은 계속 변하는 빛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부산하고 활기찬 도시 생활을 미술의 소재로 만들었다. 르누아르는 튜브형 물감이 없었더라면 인상주의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는데 옳은 말이다. 치약처럼 짜서 쓰는 휴대용 물감의 발명은 화가들에게 야외 작업을 가능하게 해 준 기술적 토대였다. 그러나 눈부신 햇살 아래 장기간 그림을 그리는 것은 눈에 치명적이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시력 약화와 눈병으로 고생했다. 모네와 드가는 말년에 시력을 거의 상실했고, 카사트는 완전히 실명해 붓을 놓아야 했다. 피사로도 예순을 넘기고부터 안과 질환에 시달렸다. 의사가 준 약을 넣고 있지만 고름이 나오고 고통스럽다고 하소연하는 편지가 남아 있다. 카미유 피사로가 한때 점묘파에 가담했다가 인상주의로 회귀한 것은 점묘파의 리더인 조르주 쇠라와 의견이 맞지 않은 점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는 눈 상태 때문이기도 했다. 약해진 시력으로 주의력을 굉장히 집중해야 하는 점묘 기법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야외 작업을 할 수 없게 된 피사로는 파리, 루앙 등의 호텔 방에 묵으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그렸다. 1900년 피사로는 시테섬 서쪽 끝에 있는 한 건물에 세를 들어 190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다. 이 그림은 아파트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왼쪽 아래에 앙리 4세의 기마상이 있는 작은 공원인 베르갈랑광장 끄트머리가 있다. 앞쪽에 보이는 다리는 퐁데자르. 센강 오른쪽 기슭 저 멀리 루브르미술관이 보인다. 뽀얀 봄기운이 가득하다.
  • 확진자 본투표는 차분했다… 산불 이재민은 임시신분증으로 한 표

    확진자 본투표는 차분했다… 산불 이재민은 임시신분증으로 한 표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9일 전국은 투표 열기로 뜨거웠다. 엿새째 화마가 덮친 경북 울진군·강원 삼척시 등 동해안 지역 이재민들도 임시 신분증을 발부받아 투표에 참여했다. 다만 일부 소방대원 등은 산불과 사투를 벌이느라 주권을 행사할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오후 6시부터 이뤄진 코로나19 확진자 대상 투표에서는 나흘 전 사전투표 때와 같은 아수라장은 펼쳐지지 않았다. 비확진자 투표가 끝난 뒤 확진자 투표가 이뤄져 장시간 대기하는 일이 없었고, 확진자들도 이번에는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었기 때문에 항의 소동도 일어나지 않았다. 투표소마다 자가격리자는 계단, 확진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등 동선을 철저하게 구분했다.●산불로 가득한 연무 뚫고 투표소로 산불 피해가 집중된 울진 주민 중에서는 집이 전소되는 과정에서 신분증까지 타 버린 경우도 있었다. 해당 주민들은 면사무소 등에서 임시 신분증을 만들어 투표에 참여했다. 북면 부구초등학교에 투표하러 간 한 이재민은 “불이 나는 바람에 집에서 신분증을 못 가져왔는데 다행히 주민증 발급신청 확인서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울진읍 울진국민체육센터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들도 경북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한 미니버스를 타고 투표소가 있는 울진초등학교로 가 한 표를 행사했다. 삼척시 원덕읍 주민들은 마을과 골짜기마다 가득 찬 연무를 헤치고 원덕읍 제4투표소가 마련된 산양1리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이곳의 한 주민은 “오늘 아침 일찍 동네 사람들과 다 같이 투표하러 왔다. 오늘은 집에서 마음 편히 쉴 것”이라고 말했다. ●“산불 비상상황에 투표 엄두 못 내” 다만 산불 진화를 위해 지난 4일부터 비상 소집된 군 장병이나 소방대원 중 일부는 이날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기도 했다. 지난 4~5일 사전투표 기간에는 산불 진화 탓에 투표 시기를 놓친 데다, 이날 본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주소지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진 지역에 투입된 소방대원 A씨는 “5일 사전 투표할 계획이었지만 산불 진화로 시기를 놓쳤고, 주소지도 경남이어서 본투표도 못 하게 됐다. 나와 같은 처지의 부대원들이 100여명은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1900년생으로 만 121세인 할머니도 오전 9시쯤 경기 평택시 신평동 제3투표소에서 가족들의 부축을 받고 투표를 마쳤다. 이 할머니는 경기도 내 최고령자, 전국에서 세 번째 고령자다. 광주 지역 최고령자인 박명순(118) 할머니도 가족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타고 북구 문흥1동 제1투표소를 찾았다. 박 할머니는 취재진에 “투표를 하니 마음이 좋소”라며 짤막한 노래 한 소절을 부르기도 했다. ●“내 표로 세상 바뀌길” 생애 첫 투표 선거권이 생긴 후 생애 첫 대선 투표를 하는 20대 유권자들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서울 강남구 투표소에서 만난 직장인 김아연(25)씨는 “마음에 꼭 드는 후보는 없었지만 청년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차선의 후보를 선택했다”며 “내 한 표로 세상이 달라질까 싶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투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최연희(62)씨는 “새 대통령은 방역 정책을 완화해 주고 서민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경제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했다. ‘비호감 대선’이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후보들에 대한 네거티브 논란이 많았던 만큼 시민들은 신중하게 한 표를 행사했다. 영등포구 당산동 투표소를 찾은 이구(45)씨는 “초등 3학년생 딸이 있어 특히 교육 정책을 중요하게 봤다”며 “평등과 균등의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전 6시가 되자마자 성동구 왕십리제2동 투표소를 찾아 첫 번째 표를 행사한 유재운(68)씨는 “경비 일을 하고 있어 어젯밤을 새우고 퇴근하기 전 투표소에 들렀다”며 “얼른 집에 가고 싶었지만 국민으로서 깨끗한 나라를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를 하려고 5시 30분부터 기다렸다”고 말했다. ●투표용지 교체 요구하다 용지 찢기도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가 너무 과열된 나머지 소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한 곳도 많았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 투표소에서는 ‘국민의힘 공명선거추진위원회’ 소속이라고 밝힌 남성 2명이 “부정선거가 벌어지지 않도록 감시하겠다”며 투표소 입장 인원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계수기로 측정하다가 경찰에 신고당했다. 경기 하남시의 한 투표소에서 50대 여성이 “도장이 제대로 찍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표용지 교체를 요구하다가 선거사무원이 거부하자 투표용지를 찢어버렸다. 경기 수원의 한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에 참관인 도장이 없다는 이유로, 성남 분당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선거참관인 수가 적다는 이유로 각각 유권자들이 소란을 일으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 확진자 본투표는 차분했다… 산불 이재민은 임시신분증으로 한 표

    확진자 본투표는 차분했다… 산불 이재민은 임시신분증으로 한 표

    비확진자·확진자 동선 철저 구분확진자가 직접 투표함에 표 넣어동해안 산불 지역민들 투표 행렬121세·118세 할머니도 한 표 행사진화 바쁜 소방대원은 기회 놓쳐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9일 전국은 투표 열기로 뜨거웠다. 엿새째 화마가 덮친 경북 울진군·강원 삼척시 등 동해안 지역 이재민들도 임시 신분증을 발부받아 투표에 참여했다. 다만 일부 소방대원 등은 산불과 사투를 벌이느라 주권을 행사할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오후 6시부터 이뤄진 코로나19 확진자 대상 투표에서는 나흘 전 사전투표 때와 같은 아수라장은 펼쳐지지 않았다. 비확진자 투표가 끝난 뒤 확진자 투표가 이뤄져 장시간 대기하는 일이 없었고, 확진자들도 이번에는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었기 때문에 항의 소동도 일어나지 않았다. 투표소마다 자가격리자는 계단, 확진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등 동선을 철저하게 구분했다.●산불로 가득한 연무 뚫고 투표소로 산불 피해가 집중된 울진 주민 중에서는 집이 전소되는 과정에서 신분증까지 타 버린 경우도 있었다. 해당 주민들은 면사무소 등에서 임시 신분증을 만들어 투표에 참여했다. 북면 부구초등학교에 투표하러 간 한 이재민은 “불이 나는 바람에 집에서 신분증을 못 가져왔는데 다행히 주민증 발급신청 확인서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울진읍 울진국민체육센터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들도 경북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한 미니버스를 타고 투표소가 있는 울진초등학교로 가 한 표를 행사했다. 삼척시 원덕읍 주민들은 마을과 골짜기마다 가득 찬 연무를 헤치고 원덕읍 제4투표소가 마련된 산양1리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이곳의 한 주민은 “오늘 아침 일찍 동네 사람들과 다 같이 투표하러 왔다. 오늘은 집에서 마음 편히 쉴 것”이라고 말했다. ●“산불 비상상황에 투표 엄두 못 내” 다만 산불 진화를 위해 지난 4일부터 비상 소집된 군 장병이나 소방대원 중 일부는 이날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기도 했다. 지난 4~5일 사전투표 기간에는 산불 진화 탓에 투표 시기를 놓친 데다, 이날 본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주소지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진 지역에 투입된 소방대원 A씨는 “5일 사전 투표할 계획이었지만 산불 진화로 시기를 놓쳤고, 주소지도 경남이어서 본투표도 못 하게 됐다. 나와 같은 처지의 부대원들이 100여명은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1900년생으로 만 121세인 할머니도 오전 9시쯤 경기 평택시 신평동 제3투표소에서 가족들의 부축을 받고 투표를 마쳤다. 이 할머니는 경기도 내 최고령자, 전국에서 세 번째 고령자다. 광주 지역 최고령자인 박명순(118) 할머니도 가족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타고 북구 문흥1동 제1투표소를 찾았다. 박 할머니는 취재진에 “투표를 하니 마음이 좋소”라며 짤막한 노래 한 소절을 부르기도 했다. ●“내 표로 세상 바뀌길” 생애 첫 투표 선거권이 생긴 후 생애 첫 대선 투표를 하는 20대 유권자들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서울 강남구 투표소에서 만난 직장인 김아연(25)씨는 “마음에 꼭 드는 후보는 없었지만 청년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차선의 후보를 선택했다”며 “내 한 표로 세상이 달라질까 싶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투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최연희(62)씨는 “새 대통령은 방역 정책을 완화해 주고 서민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경제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했다. ‘비호감 대선’이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후보들에 대한 네거티브 논란이 많았던 만큼 시민들은 신중하게 한 표를 행사했다. 영등포구 당산동 투표소를 찾은 이구(45)씨는 “초등 3학년생 딸이 있어 특히 교육 정책을 중요하게 봤다”며 “평등과 균등의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전 6시가 되자마자 성동구 왕십리제2동 투표소를 찾아 첫 번째 표를 행사한 유재운(68)씨는 “경비 일을 하고 있어 어젯밤을 새우고 퇴근하기 전 투표소에 들렀다”며 “얼른 집에 가고 싶었지만 국민으로서 깨끗한 나라를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를 하려고 5시 30분부터 기다렸다”고 말했다. ●투표용지 교체 요구하다 용지 찢기도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가 너무 과열된 나머지 소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한 곳도 많았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 투표소에서는 ‘국민의힘 공명선거추진위원회’ 소속이라고 밝힌 남성 2명이 “부정선거가 벌어지지 않도록 감시하겠다”며 투표소 입장 인원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계수기로 측정하다가 경찰에 신고당했다. 경기 하남시의 한 투표소에서 50대 여성이 “도장이 제대로 찍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표용지 교체를 요구하다가 선거사무원이 거부하자 투표용지를 찢어버렸다. 경기 수원의 한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에 참관인 도장이 없다는 이유로, 성남 분당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선거참관인 수가 적다는 이유로 각각 유권자들이 소란을 일으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 “가뭄으로 세계 40억명 물부족… 생물종 3분의2는 멸종 불가피”

    빙하 녹는 속도 1.5~2배 빨라져 현 수준으로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가뭄 빈도는 잦아지고 강도는 더 세져 전 세계 절반 이상인 40억명이 물부족에 시달리고 3분의2에 가까운 생물종은 멸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14일부터 27일까지 제55차 총회 및 제12차 제2실무그룹 회의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 보고서’와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을 승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해 8월에는 2040년까지 지구온난화 마지노선인 평균온도 1.5도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IPCC 제1실무그룹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번 제2실무그룹 보고서는 지구 평균기온이 인간의 영향이 거의 없었던 산업화 이전(1850~1900년)에 비해 2~3도 정도만 높아지더라도 60% 이상 생물종이 멸종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절반 이상의 종은 서식지를 지금보다 북쪽이나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되고 식물의 3분의2는 봄철 생육이 빨라져 웃자랄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1950년대 이후 해양 생물은 10년마다 59㎞씩 북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는 속도는 전 세계적으로 1.5~2배 빨라지고 있다. 폭우가 잦아지면서 연간 총강수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지역 간 편차가 커지면서 인류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40억명이 물 부족을 겪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 인구 증가에 비해 기후 적응대책 속도가 따라가질 못해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할 경우 도시 인구 3억 5000명, 2도 상승할 경우 4억 1000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극한 기온 발생과 강수 변동성이 커 심각한 식량, 물 안보 위기를 겪게 될 것이며 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홍수로 인한 도시 기반시설의 심각한 피해 발생이 전망됐다.
  • 2도 상승시 지구 생물 3분의2 멸종 불가피… IPCC 6차 제2실무그룹 보고서

    2도 상승시 지구 생물 3분의2 멸종 불가피… IPCC 6차 제2실무그룹 보고서

    SF에서 미래 지구는 극심한 가뭄과 해수면 상승으로 육지 대부분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거나 그렇지 않은 곳은 사막화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지금 같은 수준으로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가뭄 빈도는 잦아지고 강도는 더 세져 전 세계 절반 이상인 40억 명 이상이 물부족에 시달리게 되고 3분의2에 가까운 생물종이 멸종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 2월 14일부터 27일까지 제55차 총회 및 제12차 제2실무그룹 회의를 온라인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 보고서’와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을 승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해 8월에는 2040년까지 지구온난화 마지노선인 평균온도 1.5도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IPCC 제1실무그룹 보고서가 발표됐다. 보고서는 지구 평균 기온이 인간의 영향이 거의 없었던 산업화 이전(1850~1900년)에 비해 2~3도 정도만 높아지더라도 60% 이상 생물종이 멸종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절반 이상의 종은 서식지를 지금보다 북쪽이나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되고 식물의 3분의2는 봄철 생육이 빨라져 웃자랄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로 1950년대 이후 해양 생물은 10년마다 59㎞씩 북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기후변화로 빙하 녹는 속도는 전 세계적으로 1.5~2배 빨라지고 폭우도 잦아지면서 연간 총 강수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지역간 편차가 커지면서 인류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40억 명이 물부족을 겪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기후 적응대책이 뒷받침하고 있지 못해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할 경우 도시 인구 3억 5000명, 2도 상승할 경우는 4억 1000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타 지역에 비해 극한 기온 발생과 강수 변동성이 커 심각한 식량, 물 안보 부문 위기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와 함께 인간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도 심각해지고 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홍수로 인한 도시 기반시설에 심각한 피해 발생이 전망됐다. IPCC는 오는 4월 초에는 제3실무그룹 평가보고서, 10월 초에는 제6차 IPCC 종합보고서를 발표한다. 한국 정부는 이번 보고서에 포함된 아시아 지역 평가 결과를 참고해 적응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 [핵잼 사이언스] 2000년전 고대 이집트 학생들도 ‘깜지’ 썼네…역대급 출토

    [핵잼 사이언스] 2000년전 고대 이집트 학생들도 ‘깜지’ 썼네…역대급 출토

    고대 이집트에서 종이 대신 사용하던 도기 조각이 대거 출토됐다. 7일(현지시간)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알러트는 독일 튀빙겐대학교 발굴단이 사상 최대 규모의 ‘오스트라카’를 발굴했다고 전했다. 껍질, 파편을 뜻하는 오스트라카(단수형은 오스트라콘)는 고대 이집트에서 종이 역할을 대신했다. 파피루스로 만든 종이가 매우 귀하던 시절, 고대 이집트인들은 도기 조각 ‘오스트라카’를 종이처럼 썼다.독일 발굴단은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북쪽으로 40㎞ 떨어진 칼리우비야 반하 지역에서 1만 8000점에 달하는 오스트라카를 발굴했다. 고대 하부 이집트의 도시 아트리비스가 있던 자리다. 아트리비스에 대한 기록은 이집트 제5왕조 고왕국 시기(기원전 2498~2345년) 두 번째 파라오 사후레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789년 프랑스 고고학자들이 처음 아트리비스 발굴을 시작했으며, 이 고대 도시에 관한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출토된 오스트라카에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각종 계약, 회계, 판매 내역이 도기 조각에 기록돼 있었다. 튀빙겐대학교 이집트학자 크리스티안 레이츠 교수는 “신(神), 기하학 문양, 전갈과 제비 등 동물을 묘사한 그림도 많이 발굴됐다. 이렇게 많은 양의 기록 유물이 한꺼번에 출토된 건 드문 일이다”라고 설명했다.대부분의 오스트라카에는 클레오파트라의 아버지 프톨레마이오스 12세(기원전 117~51년)가 통치하던 시절 이집트 민중문자 ‘데모틱’이 사용됐다. 그러나 특수 지배계층 사이에서 통용되던 성각문자 ‘히에로글립스’와 그리스어, 콥트어, 아랍어, 상형문자가 적힌 오스트라카도 여럿이었다. 발굴단은 다양한 언어가 사용된 고대 도시 아트리비스의 격동적 생활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일부는 고대 이집트 학교에서 학생들이 공책처럼 쓴 것으로 추정됐다. 레이츠 교수는 “날짜 계산, 숫자 계산, 산술 문제, 문법 연습 흔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속칭 ‘깜지’라 불리는 받아쓰기 벌칙이 드러난 오스트라카도 100여 점 이상이었다. 발굴단은 “앞면과 뒷면 모두 같은 글자가 빼곡한 오스트라카가 많았다”면서 2000년 전 고대 이집트 학교의 교육 방식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사이언스 알러트에 따르면 이렇게 많은 오스트라카가 발견된 건 1900년대 초 이후 처음이다. 당시 나일강 하류 고대 유적지 데이르 엘 메디나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오스트라카는 그러나 대부분 의학과 의료행위에 관한 기록이었다. 이번에 발굴된 오스트라카는 고대 이집트의 실생활이 어땠는지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파생상품도 취급하는 잉글랜드은행… 회사채 매입 꺼리는 한은

    파생상품도 취급하는 잉글랜드은행… 회사채 매입 꺼리는 한은

    잘 알려진 것처럼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처음에는 상업은행이었다. 그래서 상인이나 개인과도 거래했다. 지배구조 면에서 현재 모습을 갖춘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다. 영국이 소련을 흉내내 중앙은행을 국유화하자 다른 나라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민간 주주가 있는 중앙은행들이 있다. 일본은행과 스위스국립은행 주식은 증권거래소에서 활발하게 거래된다. 미국은 아주 특수하다. 각 지역에서 여수신 업무를 담당하는 연방준비은행(지역 연준)들은 100% 민간 주주로 구성된 반면 이 지역 연준들을 지휘하는 사령탑인 연방준비위원회는 국가기관이다. 주인 있는 민간 조직을 정부가 지휘하는 것이 어색하지만 이는 정치적 타협의 결과다. 처음 상원에서는 ‘전국지급준비금협회’라는 순수 민간기구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하원에서 큰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민간과 정부 성격을 적당히 뒤섞어 ‘연방준비제도’(연준)라는 이름을 붙였다.●美, 20세기 초까지 금융 후진국 연준이 설립되던 20세기 초까지도 미국은 금융 후진국이었다. 철강, 석유, 철도 산업에서는 카네기, 록펠러, 밴더빌트처럼 유럽 못지않은 재벌들이 등장했지만, 금융에서는 내로라할 만한 인물과 조직이 없었다. J P 모건조차 국제금융 업무에는 어두웠다. 그러니 1914년 연준이 출범할 때 가장 큰 걱정거리는 미국이 과연 유럽처럼 금본위제도를 잘 이행할 수 있는지였다.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 오랜 논란을 거쳐 1900년에 이르러서야 금본위제도를 채택했는데,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연준에 특별한 기능을 부여했다. 유사시 유럽의 중앙은행이나 정부를 상대로 금을 사고팔아 달러화 가치를 지키는 것이었다. 통화정책의 목표가 물가 안정보다는 환율 안정에 가까웠다. 실제로 연준 관련 첫 법률에는 물가 안정이라는 말조차 없었다. 연준이 외국 정부나 중앙은행을 상대로 금을 사고파는 업무를 연준법에서 ‘공개시장조작’이라고 불렀다. ‘공개시장’(open market)이란 상업은행들만 상대하는 여수신 업무와 달리 외국 정부나 증권사들까지 거래 대상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공개시장은 ‘은행간시장’(interbank market)에 상대되는 말이다. ‘조작’(operation)이란 중앙은행의 본업(여수신·지급결제)과 동떨어진 부업임을 의미한다. 금본위제도를 지키기 위한 ‘과외활동’이라는 생각이 담겨 있다. 금의 매매에 초점을 맞춘 공개시장조작에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외국 정부나 중앙은행들과 금을 사고파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얻도록 국내에서 국채를 사고파는 것이다. 미 연준법(제14조)에서 외국과 금을 사고파는 것을 첫째로, 국내에서 국채를 사고파는 것을 둘째로 규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런데 대공황 이후 금본위제도는 정지되고 뉴딜 정책 때문에 국채 발행은 급증했다. 그러면서 공개시장조작의 우선 순위가 뒤집혔다. 오늘날 공개시장조작이란 으레 국채를 사고파는 것으로 인식된다. 회사채 매매는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다.유럽에서는 공개시장조작이라는 말이 없었다. 중앙은행이 여수신만 잘하면 금본위제도 원칙이 자동으로 지켜지므로 외국과 금을 사고팔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한편 금본위제도에서는 중앙은행이 돈을 풀 수 있는 한도가 있다. 그 한도 안에서 국채 매입을 늘리면 민간 여신이 그만큼 줄어든다. 유럽에서는 국채 매입보다 대출, 상업어음 할인 등 민간 여신을 우선했다. 구매·고용·생산·투자를 위해 발행되는 상업어음을 할인하면 돈이 실물 부문에 확실하게 공급되는 반면 국채 매입을 통해 풀린 돈은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해외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 선택이다. 게다가 국채 매입은 부동산 버블이 생기거나 국내 경기가 위축될 소지도 안고 있다. 채권을 사고팔면 채무자를 감시할 수도 없다. 이런 이유로 유럽에서는 채권을 사고파는 것이 여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했다. 굳이 채권을 사고판다면 국채보다 회사채 매입이 더 낫다고 믿었다. 국채 매입은 고작해야 재정정책을 보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공개시장조작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는 중앙은행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는가와 연결된다. 유럽처럼 경제적 가치가 민간의 경제활동, 즉 구매·고용·생산·투자에서 나온다고 믿으면 민간 여신이 우선이다. 반면 금의 확보가 중요하다면 외국과 금을 사고파는 것이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런 점에서 초기 미국식 공개시장조작에는 경제활동보다 금을 중시하는 중상주의적 요소가 있었다. 국채만 사고파는 오늘날의 미국식 공개시장조작도 문제는 있다. 현재 연준은 미국 국채의 25%를 갖고 있다. 시장 금리와 자원 배분이 왜곡된다는 데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금의 연준은 연방정부의 재정활동을 뒤에서 보좌하는 백댄서다.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금융강국으로 떠오른 미국은 자신의 모델을 자랑하려고 했다. ‘돈박사’(Money Doctor)라는 별명의 프린스턴대 케머러 교수 등 전문가들을 해외로 보내 미 연준법을 전파했다. 아시아에서는 태평양사령부가 미 연준법 확산의 전초기지가 됐다. 일부 국가는 그것을 수용하고, 일부는 거부했다. 패전국 일본은 일본은행이 국채만 사고파는 것이 불편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1948년 개정된 일본은행법은 ‘공개시장조작’ 대신 ‘금융조절’이라고 썼다. 회사채와 금융채도 사고팔겠다는 뜻이다. 1979년 제정된 중국인민은행법도 금융채 매매를 허용하고 있다. 필리핀과 한국은 미 연준법을 그대로 수용했다. 세계적으로는 ‘희귀동물’에 속하는 미국파 중앙은행은 국채와 정부보증채만 사고판다. 한국은행 조사부의 신병현(훗날 경제부총리) 과장은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믿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은행은 정부 지시에 따라 회사채를 사들이고 지급보증까지 하다가 자본잠식 사태를 맞았다. 그때 조선은행의 재무건전성이 너무 망가져서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한 일본은 1924년 ‘조선은행 폐지에 관한 법률’까지 검토했었다. 한은이 국채와 정부보증채만 사고파는 한 그런 위기는 발생하지 않는다. ●유럽파, 공개시장조작 압도적 공개시장조작에 관한 한 유럽파가 압도적이다. 유럽파는 매매 거래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일본은행은 회사채를 넘어 주식까지 사고팔고, 잉글랜드은행은 파생금융상품마저 취급한다. 1987년 10월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했을 때 미 연준은 국채를 무제한 사들였지만, 영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증권사들과 조건부 매각권리인 풋옵션을 거래했다. 주가가 더 폭락할 경우 잉글랜드은행이 높은 가격으로 무제한 사들이겠다는 구두약속이었다. 그 덕분에 통화량을 늘리지 않고도 런던 금융시장이 살아났다. 미국파와 유럽파 각각 장단점이 있다. 어떤 중앙은행이 어느 한쪽에 속하게 된 것은 미리 비교분석한 결과가 아니다. 시대 상황이 만들어 낸 우연이다. 미 연준의 도움을 받아 제정된 한은법은 한은을 미국파에 속하도록 만들었고, 한은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회사채 매입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매우 크다. 회사채 매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유럽중앙은행(ECB)과 확실히 다르다. 그런데 한은이 가끔씩 미국파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한은법(제68조)은 연준법과 마찬가지로 채권을 반드시 ‘공개시장’에서 사고팔도록 한다. 그런데 과거 직접규제 방식의 정책에 익숙한 나머지 특정 금융기관을 콕 찍어 매매(상대거래)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면서도 국채의 직접 인수나 회사채 매입은 극도로 싫어한다. 한마디로 한은법 해석과 운용이 자의적이다. 오랜 관행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자문역
  • [전의찬의 탄소중립 특강] 기상인가, 기후인가/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

    [전의찬의 탄소중립 특강] 기상인가, 기후인가/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

    “기상과 기후가 어떻게 달라요?” 기상학자에게 물었더니, “기상(날씨)은 선생님의 오늘 기분이고 기후는 선생님 성품이지요”라고 대답한다. “기상은 무슨 옷을 입으면 좋을지를 알려 주는 것이고, 기후는 무슨 옷을 사야 할까를 알려 주는 겁니다”라는 설명도 추가해 줬다. 날씨가 똑같은 날이 없듯이 기후도 계속 변한다. 장시간 동안의 평균값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자연적인 기후의 움직임은 ‘기후변동’이라 하고, 자연적 기후변동의 범위를 벗어나 평균적인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 변화를 ‘기후변화’라고 한다. 기후변화는 보통 30년간 어느 지역의 기상 특성을 의미하므로, 기상과 기후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이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지구의 장기적인 온도 상승, 즉 ‘지구 온난화’다. “정말 전 세계가 계속 따뜻해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기후 변화에 관한 한 가장 권위 있는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평가를 살펴봐야 한다. IPCC는 제1차(1990년)와 제2차(1995년) WG1 평가보고서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과 비교해 0.3~0.6℃(100년간)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3차(2001년) 보고서에서 0.6℃(1901~2001년), 제4차(2007년)에서 0.74℃(1906~2005년), 제5차(2013년)에서 0.85℃(1880~2012년) 각각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해 발표된 제6차 보고서에서는 1.09℃(1850~2020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751명의 기후과학 전문가가 7만 8000건의 연구 결과를 분석하고 합의해 ‘기후변화’가 현재진행형이면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지구적 재해라는 사실과 그 원인이 ‘인간의 영향’이라는 확증을 밝힌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는 어느 정도일까. 100년 이상의 관측 자료가 있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목포, 강릉의 경우 최근 30년간(1991~2020년) 연평균기온이 80년 전보다 평균 1.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대구 등 내륙은 80년간 2℃나 올랐다. 우리나라의 온난화가 더 심한 것은 도시화에 따른 ‘열섬 현상’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서울만 봐도 0.6%의 면적에 1000만명의 시민이 살고 있다. 또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2500만대 중 절반 이상의 차량이 수도권에서 운행되면서 다량의 화석연료를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881년 이후 141년간 가장 더웠던 10년이 2005년 이후에 있다고 했고, 2016~2020년이 가장 따뜻한 기간이었다고 발표했다. 우리 기상청도 연평균기온 상위 10년 중 6년이 최근 10년 안에 있다고 설명하면서 지난해 연평균기온이 13.3℃로 역대 최고온도(13.4℃)와 거의 같은 역대 두 번째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도 분명하고 지속적이며, 전 세계의 경향과 일치함을 보여 주고 있다. 열이 오르면 사람도 아픈데 우리 지구는 괜찮을까.
  • 동계올림픽은 처음이지?… 아이티·사우디 ‘데뷔전’

    베이징에서도 ‘쿨러닝’은 이어진다. ‘눈과 얼음의 축제’와는 거리가 먼 북중미 카리브해의 아이티와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데뷔한다. 아이티는 1900년 파리, 사우디는 1972년 뮌헨 대회부터 하계올림픽에 참가했지만 동계올림픽 출전은 처음이다. 국제스키연맹(FIS)이 두 나라에 각 알파인스키 쿼터 1장을 부여해 동계올림픽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아이티에선 프랑스 출신의 리처드슨 비아노가 남자 대회전에 나선다. 비아노는 프랑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2019년 아이티스키연맹의 러브콜을 받고 카리브해 최초의 동계올림피언이 됐다. 사우디의 파이크 압디는 100대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베이징 입성에 성공했다. 사우디는 스키, 스노보드 등에 100여명이 몰렸다. 압디는 대회 성적과 별개로 사우디의 첫 동계올림픽 출전 포상금도 챙기게 됐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데뷔했던 에콰도르(남자 크로스컨트리)와 나이지리아(여자 봅슬레이)는 이번 베이징 대회에 여자 알파인스키와 남자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를 파견한다. 멕시코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도노반 카리요도 베이징 은반을 탄다. 멕시코 피겨 선수가 올림픽 은반 위에 서는 건 1992년 릴레함메르 대회 이후 30년 만이다.
  • [열린세상] 환자 인권을 보호하려면 비용이 필요하다/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열린세상] 환자 인권을 보호하려면 비용이 필요하다/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인권병원으로 잘 알려진 성안드레아병원이 이달 31일로 문을 닫는다는 슬픈 소식을 접했다. 경기 이천에 있는 전문정신병원으로,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가 운영해 왔다. 서울대병원과 모자협력병원으로 전공의 수련은 물론 정신질환자의 입원 치료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성안드레아병원은 환자들의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내걸고 수차례에 걸쳐 대한민국 인권상, 인권교육 공로 보건복지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인권교육센터를 운영하면서 인권교육을 전파하는 선두병원으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런 병원이 적자를 못 견디고 결국 문을 닫게 되는 현실에 정신과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하기만 하다. 정신질환자들은 1900년대 중반 이전까지만 해도 서양에서는 경멸의 대상으로 사회에서 격리됐다. 배에 태워 바다로 내보내지거나 요양원과 같은 시설에 격리됐다. 행동 조절이 안 되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막기 위해 족쇄를 채우기도 하고, 열이 나면 증상이 나아진다고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말라리아균을 혈액에 주입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귀신에 씐 것으로 보고 굿을 하기도 하는데, 샤머니즘 문화가 강하기에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모두 과학이 발달하기 전에 하던 치료법이다. 성안드레아병원이 개원한 1990년 한국에서는 소위 기도원이라는 곳에서 정신질환자들을 수용하고 감금하는 행태가 일부 행해졌던 시기였는데, 인권을 기치로 내걸었던 성안드레아병원의 개설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인간으로서 존엄을 보장받고 사회적 편견과 낙인에서 해방돼 희망과 부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모토로, 병실 공간도 여유롭게 하고 창살 대신 특수 유리를 부착함으로써 심리적인 위축감과 불안감을 해소시켰다. 개방형 정신병원의 개념을 도입해 환자의 치료 영역을 병실로만 국한하지 않고 넓은 잔디밭과 울창한 나무 등 주위 환경이 훌륭한 병원 전체로 넓혔다. 목재 침대와 사물함, 냉장고, 소파를 비치해 가정에서 지내는 것과 같은 포근하고 안락한 느낌을 갖도록 했고, 각종 운동 기구와 오락 기구를 구비해 실내에서도 충분히 취미 생활과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런 훌륭하고 인권친화적인 병원이 없어진다는 것은 우리나라 정신질환자들에게 큰 손실이다. 정신과 입원실을 운영하는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는 정신과 병동을 운영하길 꺼린다. 대부분 의료보험 환자들로 운영하지만 적자를 면치 못해 일부 병원에서는 보호병실을 없애는 실정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의료급여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전문정신병원이다. 의료급여 환자들은 수가가 보험환자들에 비해 더욱 열악하기 때문이다. 의료급여 환자들은 일당정액제로 인해 병원에서 치료행위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다 보니, 의료급여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발표에 따르면 정신질환이 있는 의료급여환자의 1인당 1일 입원비는 전체 질환 중간값의 4분의1에 불과한 5만 3000원이다. 21개 질병 가운데 가장 낮다. 건강보험 입원환자가 많은 의료기관은 의료급여 입원환자가 많은 기관에 비해 의료인력은 약 6~14배, 정신요법은 1.7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안드레아병원은 의료급여 환자들도 보험환자와 똑같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설과 환경을 마련했으니 해마다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더이상 버티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열악한 치료 환경을 인권 친화적인 환경으로 바꾸기 위해 정부에서 정신병원에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한다. 인권을 주장하고 보호하려면 그만 한 비용이 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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