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고열·근육통은 독감 의심…감기·코로나19와 증상 구별해야
독감(인플루엔자) 유행 기준을 넘어서며 예년보다 이른 유행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코로나19 입원환자도 꾸준히 늘면서 두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13.3명으로 전주(9.2명) 대비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4명)과 비교해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개학을 맞은 초등학생(7~12세)을 중심으로 감염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병원급 입원환자 역시 최근 4주 새 두 배 이상 늘어나 방역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단순 감기와 달리 고령층, 소아,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감염될 경우 사망률이 높아지고 폐렴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초기에 증상을 정확히 인지하고 신속히 대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독감과 일반 감기는 원인균부터 확연히 다르다. 일반 감기는 콧물, 재채기, 38도 이하의 미열 등이 서서히 시작되는 반면, 독감은 고열, 두통, 오한, 근육통, 전신 쇠약감 같은 전신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코로나19는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할 수 있으나, 후각이나 미각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진행되면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어 세 질환을 구별하는 주요한 실마리가 된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박완범 교수는 “최근 외래에서도 발열과 기침을 호소하는 환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독감을 예방하고 의심 증상이 있을 때 신속히 대처하려면 감기·코로나19와의 차이를 정확히 구별하고, 제때 검사와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3~4일 이상 고열이 이어지거나 해열제를 복용해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 혹은 호흡곤란, 가슴 통증,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 등 중증 호흡기 증상이 관찰될 경우 지체 없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소아의 경우에는 처지거나 반응이 둔해지는 행동 변화, 수분 섭취 거부, 소변량 감소 등 탈수 징후가 나타나는지 유심히 살펴야 한다. 일단 증상이 좋아지다가 갑자기 다시 악화된다면 세균성 폐렴 등 이차 감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 만성질환자, 임신부, 2세 미만 영아 등 합병증 고위험군은 경미한 증상이더라도 조기에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며,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출근이나 등교를 자제하고 검사를 받아 지역사회 확산을 막아야 한다.
독감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합병증은 폐렴으로, 바이러스 자체에 의해 발생하거나 2차 세균 감염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밖에도 근육염, 심근염, 심낭염이나 뇌염 같은 신경계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특히 소아는 독감 증상이 호전될 무렵 갑자기 구토나 흥분 상태를 보이며 경련 등 중증 뇌장애 증상을 보이는 ‘라이 증후군(Reye syndrome)’에 주의해야 한다. 라이 증후군은 아스피린 복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원인이 불분명한 소아의 발열이나 감기 증상에는 절대로 아스피린을 투여해서는 안 된다.
독감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면 증상 발생 시점부터 늦어도 4~5일(성인 기준) 이내에 검체를 채취해야 검사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신속항원검사는 약 15분 만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유용하지만, 유행 시기에는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독감 증상이 뚜렷함에도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온다면, 가장 정확한 분자검사법인 실시간 RT-PCR 검사(6시간 이상 소요)로 재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료제인 타미플루, 페라미플루, 발록사비어 등의 항바이러스제는 증상 발생 48시간 이내에 투여해야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다만 합병증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48시간이 지났더라도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번 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은 9월 21일부터 연령 및 대상별로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특히 올해는 지원 대상이 만 14세까지 확대됐다. 65세 이상 어르신은 10월 중순부터 접종을 받을 수 있으며, 이 시기에는 코로나19 백신과의 동시 접종도 가능하다.
박완범 교수는 “독감, 코로나19, 감기는 증상만으로 완벽히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심 시 즉시 검사받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며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예방접종을 미루지 말고, 마스크 쓰기와 손 위생 등 기본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