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9급
    2025-12-2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575
  • [씨줄날줄] 휴식과 행복지수/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휴식과 행복지수/이동구 논설위원

    올 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는 32개국 중 31위였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는 순위다. 나라는 잘살아도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들의 행복지수 또한 마찬가지다. OECD 조사 대상국 22개국 중 20위다. 미래세대조차 행복을 느끼며 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을 하지 않을 수 없다.행복지수는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삶의 만족도, 미래에 대한 기대, 실업률, 자부심, 희망, 사랑 등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산출된 지표다. 행복지수를 처음 창안한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과 인생상담사 코언에 따르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신에게 시간을 쏟을 수 있어야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또 흥미와 취미를 추구하고, 운동과 휴식을 할 수 있어야 하는 등 8가지 항목을 충족시키는 삶이 돼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다. 시간과 돈을 적절히 사용하며 휴식을 즐길 줄 알아야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몇 해 전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프로젝트로 ‘저녁이 있는 삶’을 주창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저서 ‘저녁이 있는 삶’을 통해 그는 “우리는 정당하게 쉬어야 한다. 정시 퇴근제가 지켜져야 한다. 더이상 휴가 가는 것이 회사 눈치 보는 일이 돼서는 안 된다. 가족, 이웃, 연인, 친구와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부모를 기다리다 지쳐 잠든 어린아이들에게도 행복한 저녁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 국민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와 처방을 함께 내놓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먼저 휴식과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 주겠다고 나섰다. 인사처는 공무원의 휴가 사용률을 높이고, 절약된 휴가비를 재원으로 공무원 인력을 늘려 야근, 휴일근무 등을 없앤다는 계획을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했다. 현재 공무원의 평균 휴가 사용률 48.5%를 100%로 높여 절감되는 연차휴가 보상비(42조 6000여억원)로 9급 공무원 17만 4000여명을 추가 채용할 수 있다고 한다. 6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휴가 사용률을 100%로 높이면 38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제대로 실행된다면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는 크게 높아지리라 기대해 본다.
  • 공시 담당 인력 대폭 보강 전망

    공시생들 몰려 업무부담 가중 관리 인력 2배 이상 필요 관측 5·7·9급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을 출제하고 집행하는 인력이 대폭 보강될 전망이다. 내년부터 치러지는 시험의 원서 접수부터 최종 합격자 발표까지의 전형 기간을 2개월 이상 단축하기 위해서다. 박제국 인사혁신처 차장은 20일 “국가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인원은 해마다 늘어 수십만명에 이르는 데 비해 그동안 시험 출제·집행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2개 부서의 40명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했다”며 “인력과 조직을 늘리는 것이 지금 당장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십만명 젊은이들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이날 발표한 대로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 전형 기간을 61~81일 줄이려면 인력을 2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것이 인사처의 판단이다. 지금 정부에서 국가공무원 시험 출제와 집행을 담당하는 조직은 인사처 시험출제과와 채용관리과 2개 부서다. 인력은 각각 21명, 22명으로 총 43명이다. 단 22명이 매해 2월 시작되는 5급 공채 시험 원서 접수부터 12월 5급 기술직 최종 합격자 발표까지 5·7·9급 공채 모든 전형을 관리하는 실정이다. 손무조 인사처 채용관리과 과장은 “시험 출제·집행·채점 등에 투입되는 인력을 두 배 정도 확대하면 5급 공채와 7·9급 공채 준비를 투트랙으로 나눠서 집행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며 “지금은 모든 직원이 함께 5급 1차를 집행하고 나서, 곧바로 9급 1차 준비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인사처는 추후 행정자치부와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증원 규모, 조직 형태를 결정할 방침이다. 공무원 시험에 매해 역대 최다 응시인원이 몰리면서 인사처 내부에서는 시험출제·채용 업무가 기피 부서가 된 지 오래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채용 관련 업무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지난해만 해도 공시생의 정부서울청사 무단 침입, 5급 공채 2차시험 합격자 명단 유출 사건 등으로 담당 직원들이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공무원 공채 기간 최대 81일 줄인다

    공무원 공채 기간 최대 81일 줄인다

    공무원시험의 원서 접수부터 합격자 발표까지의 기간이 내년부터 두 달 이상 단축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정치·행정분과는 현재 원서 접수부터 합격자 발표까지 296일이 걸리는 5급 행정직 공채 기간을 81일 줄여 215일로 단축시키기로 했다. 331일이 걸리는 5급 기술직은 71일 줄여 260일 안에 끝나도록 할 계획이다. 7급 공채는 172일에서 111일로 61일이 단축된다. 9급은 182일에서 111일로 71일이 줄어든다. 현재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채점과 각급 시험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도록 전형 과정을 손질하면 이렇게 기간 단축 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이 국정기획위의 설명이다. 국정기획위는 올해 하반기부터 기반을 조성, 내년 1월 공고하는 공채 일정부터 단축된 기간이 적용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정기획위 박광온 대변인은 “시험 기간을 줄이면 수험생의 불확실한 상황이 조기에 해소되고, 본인과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 등 사회적 비용이 연간 약 64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단독] 공무원 연가보상·초과근무 줄여 채용 늘린다

    [단독] 공무원 연가보상·초과근무 줄여 채용 늘린다

    연가 평균 48.5%밖에 못 쓰고 월평균 초과근무 22시간 달해 수당 규정 고쳐 증원 재원 마련… 일·가정 양립 실현 두 토끼 잡기정부가 연가(유급휴가) 소진율이 낮고 야근·휴일 근무가 많은 부처와 직종을 중심으로 공무원 인력을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공무원 연가 사용을 늘려 일·가정 양립을 실현하는 한편 연가보상비와 초과근무 수당 절감액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19일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인사처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공무원의 복무·수당 규정을 손질해 대통령 공약 사항인 공무원 17만 4000여명의 추가 증원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수당을 깎는 등 공무원의 복지를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부처·직종별 복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업무가 과중한 곳에 인력을 추가 배치하겠다는 것”이라며 “재난 업무 담당자나 경찰·교정 등 현업직에서는 초과근로가 만성화돼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처가 발표한 ‘2015년 공무원 연가사용실태’에 따르면 공무원은 주어진 연가일수(평균 20.6일)의 48.5%밖에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근로자 연차휴가 사용률인 60.6%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지난해 기준 공무원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22시간에 달한다. 현재 인사처에서 부처별 연가 사용 실적·초과근무 시간 등을 집계하고 있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연가보상비, 시간외 수당 등을 각 부처에서 집행한다는 이유다. 시간외 수당은 규정에 따라 최대 57시간까지 인정되며 직급에 따라 다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무원 월급이 워낙 낮았기 대문에 초과근무 수당, 연가보상비 등을 임금에 대한 보전 성격으로 보고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공무원 월급이 현실화된 만큼 각종 수당 지급 현황을 제대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처가 지난 4월 발표한 공무원 세전 평균 연봉은 6120만원으로, 공무원 제도 도입 이후 처음 월평균 소득액이 500만원을 넘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연가보상비 지급 대상이 아닌 장·차관, 교원을 뺀 국가·지방공무원 89만여명이 연가를 100% 사용할 경우 퇴직공무원 평균재직기간 28년을 기준으로 절감되는 연가보상비는 42조 6336억여원으로 추산된다. 9급 신규 공무원 인건비를 29억 7260만원으로 산정했을 때 총 1만 4342명을 추가 채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라이프 톡톡] 고질 민원인과 절친된 민원처리 달인의 3가지 비법

    [라이프 톡톡] 고질 민원인과 절친된 민원처리 달인의 3가지 비법

    “민원에도 첫 단추가 중요합니다. 첫 단계에서 민원인이 하는 얘기를 경청하고, 되는 부분과 안 되는 부분을 명확하게 인내심을 갖고 설명해 줘야 합니다. 그런 게 안 되니까 불만이 쌓이고, 불신이 깊어지다 보면 고질 민원이 되는 겁니다.”#“경청·전문성·원칙으로 민원인 대하라” 류춘열(57)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 심사기획과 서기관은 37년에 걸친 공무원 생활 가운데 25년을 민원 관련 업무를 한, 글자 그대로 ‘민원처리 달인’이다.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난 그는 오랜 민원처리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정립한 철학을 들려준다. 그는 “공무원이 하는 일은 결국 민원인과 관련한 업무가 대부분”이라면서 “민원만 잘 처리해도 백점 공무원”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민원처리를 잘하기 위한 덕목”을 물었더니 “첫째는 상대방 입장에서 잘 듣는 경청하는 자세, 둘째는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성, 셋째는 당장엔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법규를 정확하게 이행하는 원칙”이라고 꼽았다. 류 서기관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0년 “대학에 갈 형편은 안 되고 먹고살기 힘들어서” 공무원에 지원했다. 9급 초임 시절 10년 가까이를 관세청 마산세관 창원출장소에서 보냈다. 관세청엔 수출입 관련 민원처리 업무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분야 업무와 인연을 맺었다. 2002년 설립된 부패방지위원회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도 민원처리 관련 업무를 많이 다뤘다. 특히 권익위가 2011년 정부 최초로 만든 고충민원특별조사팀에서 활동하던 무렵을 지금까지 잊을 수 없다. 고충민원특별조사팀은 대개 수십년간 동일한 사안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이른바 ‘고질 민원’을 해결하려면 별도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나왔다. 그는 이곳에서 고질 민원인 약 60명을 담당했다. “절반가량은 해소했습니다. 지금도 두세명은 가끔 통화를 하고요. 고질적인 민원인도 사람이라는 사실에 눈을 돌릴 일입니다. 먼저 전화해 안부도 물어보고 하면서 조금씩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합니다. 맺힌 게 많은 분들이라 통화 한번 하면 한두 시간쯤 꼼짝못하죠.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상당한 효과가 있더라고요.” “민원 대응 인력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 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고질 민원인 A씨에 얽힌 사연도 남겼다. 20년 넘게 “증조할아버지 호적을 찾아 달라”는 민원을 제기해 온 A씨는 시청부터 법원, 감사원, 청와대 등을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다. 증조할아버지가 1840년에 태어난 분이라 호적 자료를 찾을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류 서기관은 “왜 증조할아버지 호적을 찾으려 하는지 이유도 얘기하지 않고 심리상담을 연결해 주려 해도 거부하는 게 많이 안타까웠다”고 되돌아봤다. 류 서기관이 보기에 고질 민원을 해결하려면 결국 가슴에 맺힌 걸 풀어 주는 일이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 강조하는 게 바로 초기대응이다. 또 “대부분 고질 민원은 처음에는 별거 아닌 것에서 시작한다”면서 “불만이 쌓이고 쌓이면서 고질 민원으로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원에 대응하는 인력에 대한 좀더 체계적인 교육과 양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고시·채용]

    # 농업연구사 경쟁률 34.6대 1 농촌진흥청이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7일까지 농업연구직(연구사) 공무원 공채 원서접수를 진행한 결과 1531명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발인원은 44명으로 34.6대1의 평균 경쟁률을 나타냈다. 선발인원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어난 데 비해 올해부터 영어 필기시험이 공인 어학능력시험(토익 700점 이상 등)으로 대체되면서 지원자 수는 소폭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직류별 경쟁률을 살펴보면 농식품개발 63.0대1, 작물 48.5대1, 농업환경 41.0대1, 원예 38.2대1, 생명유전 31.4대1, 농업경영 27.0대1, 축산 25.6대1, 농촌생활 15.5대1, 잠업곤충 15.0대1, 축산 장애 2.0대1 등이다. 필기 시험 과목은 총 6개이며 다음달 29일 실시된다. 합격자에 한해 오는 8월 29~30일 면접을 거쳐 9월 4일 최종합격자가 확정된다. # 24일 서울시 7·9급 시험 실시 올 서울시 7·9급 공무원 공채 시험이 오는 24일 서울시내 167개 고사장에서 치러진다. 서울시는 지난 9일 시험 장소를 확정, 공개했다. 선발직류, 구분모집별 시험 장소가 다르기 때문에 수험생은 사전에 정확한 시험장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7급 시험 과목은 총 7개이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 20분까지 140분 동안 치러진다. 9급은 5과목을 오전 10시부터 오전 11시 40분까지 100분간 실시한다. 가산점 혜택을 받고자 하는 수험생은 오는 28일까지 인터넷 서울시 접수센터에 자격증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응시자 성적은 오는 8월 7~8일 사전 공개될 예정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커버스토리] 공무원 1만 2000명 채용, 文대통령님 이것만은 꼭!

    [커버스토리] 공무원 1만 2000명 채용, 文대통령님 이것만은 꼭!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소방관·교사 등 공무원 증원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공무원 사회가 들썩인다. 앞서 새 정부는 소방관·경찰·사회복지사·교사 등 국민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 1만 2000명을 올 하반기 추가 채용하겠다고 공약했다. 특정 직군의 만성적 부족 현상에 일자리 창출을 민간에만 맡길 수 없다는 새 정부의 절박함이 더해져 ‘공직자 증원’으로 표출된 셈이다. 현직에 있는 당사자 공무원들은 과연 어떤 기대와 우려로 바라보고 있는지 직접 들어봤다.#소방관 “증원과 공상 인정 함께 가야” 만 3년째 일한 서울 서대문 소방서 최동욱(37) 소방사(9급)는 “3교대 근무를 이어 가는 형편이라 증원 소식은 가뭄에 단비 같다”고 했다. 최 소방사는 “매일 구조현장에서 크고 작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동료가 정신지원 상담과 공상 진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더 시급하다”고 쓴소리도 했다. 119 구급대에서 일한 최씨 역시 변사체의 부패한 냄새, 화재 사망자를 수없이 접하며 받은 정신적인 충격이 여전하다. 하지만 그는 “저를 포함해 트라우마가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채 지내는 동료가 허다하다”고 했다. 많은 소방관이 다양한 형태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지만, 도움을 청할 여유나 지원환경은 턱없이 부족하다. ‘공상 처리’도 마찬가지다. “분초를 다투는 출동 과정에서 부상당하는 경우도 많지만, 서류제출이 번거롭다 보니 웬만한 부상은 그냥 내 돈 내고 진료받는 게 더 빠르고 편하다”고 덧붙였다. 화상이 많은 소방직 역시 전문병원이 절실하다는 게 일선 소방관들의 바람이다.#경찰 “인력 늘리고 정서 치료도 병행해주길” “범죄현장에서 용의자를 제압하려면 체력을 키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여가도 조금 있어야 하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김현종(53) 경감은 “대부분의 현장 요원들은 교대 근무, 밤샘수사 등 불규칙한 생활과 긴장상태 누적으로 스트레스가 크다”면서 새 정부의 경찰인력 확충을 환영했다. 경찰청의 지난 5년간 경찰관 사망통계를 보면 자살자는 106명으로 순직자 83명을 훨씬 웃돌았다. 김 경감은 “가장 큰 원인은 ‘우울증’으로 보면 맞을 것”이라면서 “박봉에 시달리며 고도의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쓰러지는 동료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교통·여성청소년 부서는 더 위험하거나 피곤한 보직”이라며 충원 우선부서로 꼽았다. 그는 “운동도 하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만 더 늘어난다면 정서적 안정을 찾아 치안에 더욱더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교사 “학생 수는 계속 감소, 무턱대고 교사 정원 늘린다니” “실상을 제대로 알고 충원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교육부가 오는 2022년까지 유아·특수·비교과 교사 1만 6900여 명의 증원안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한 이후 일선 교사들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경기도 A고의 B(54·익명 요구) 교사는 “초·중·고 교사 기존 증원규모 1만 2900명과 이번 교육부안을 합치면 내년부터 5년간 총 2만 9800명이 늘어나는 셈”이라면서 “출생률 감소로 학생수도 계속 줄어드는데 무조건 적인 증원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들에게 지급할 1조원 이상의 예산 부담도 결국 대중영합주의에 따른 혈세 낭비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 시절 과밀학급 문제가 제기되자 경기 고양시는 관내 거의 모든 학교에 추가 건물을 지었으나 지금은 교실이 남아돈다. B교사는 “오히려 교과 전문·특수 교사 위주의 충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어 교사는 매주 20~22시간 수업을 하지만 진로상담 등 비교과 교사는 10시간 미만 또는 수업이 아예 없어 갈등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예술고 연극영화 전공 교사는 최근 부산에서 3명 뽑은 게 전부일 정도다.#사회복지사 “전담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지길” “인력이 충원돼도 혹독한 감정노동 환경이 그대로라면 의미가 없습니다.” 서울 중구청 사회복지 6급인 이수정(52·여) 복지지원과 팀장은 “소외계층과 교감하고 사회 일원으로 끌어내는 게 사회복지사 업무의 핵심인 만큼 충분한 인력은 필수적”이라고 호평했다. 여성이 많은 직군 특성상 일·가정 양립과 고용단절, 출퇴근이 불규칙한 근무 환경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팀장은 그러나 “인력을 충원한다고 해도 사회복지사를 자원봉사자쯤으로 인식하는 기초수급자나 장애인, 독거어르신 등이 변화하지 않으면 감정노동으로 인한 고통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복지 수요자들에 대한 교육과 관련 정부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이 늘어난 만큼 사회복지 전달체계도 보조를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늘어난 아동학대 전담 인력 확대라든지, 한부모·다문화 가정 담당자 양성이 필요하다”면서 “정기적인 충원 계획이 절실하고, 임기응변식으로 뽑으면 오히려 사회복지 서비스가 저하한다”고 경고했다. 사회복지사 내부에서 보직을 돌리기보다 전담인력으로 양성해 달라고도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베이비 붐 세대 퇴장…공직사회 세대교체 바람] 퇴공 vs 신공…시공 초월 내공

    [베이비 붐 세대 퇴장…공직사회 세대교체 바람] 퇴공 vs 신공…시공 초월 내공

    베이비붐 세대 공무원과 신세대 공무원이 공직사회를 보는 시각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베이비부머 공무원이 보수적인 조직의 일원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노병이라면 신세대 공무원은 자기주장과 색깔이 뚜렷한 플레이어다. 퇴직을 눈앞에 둔 공무원들은 신세대 공무원들의 톡톡 튀는 사고와 행동방식에서 격세지감을 넘어 천지개벽을 느낀다. 퇴직 1년여를 앞둔 공직 베테랑과 1년차 신입 공무원에게 공직사회의 속살을 묻는 질문을 던지자 다른 속내를 털어놓았다. 시공간이 분리된 상황에서 송기항 전북도청 과장(4급)과 임다영 서울 구로구청 직원(9급)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져 받은 답변으로 구성했다. # 공직을 선택한 이유는? 송= 당시에는 민간 기업의 일자리가 많지 않았다. 집에서 가까운 직장을 다니기 위해 공직을 선택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을 봤다. 시험도 어렵지 않았다. 합격 후 군생활을 마치고 나서 정식 발령을 받았다. 임=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성이 좋아 보였다. 그리고 주민들을 위해 일하는 게 수익창출을 하는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 것보다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채용 과정이 공정한 것도 공직에 도전한 이유다. 2014년 중반부터 2년 정도 노량진 학원가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책과 씨름했다.# 공직사회 분위기는? 송=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주민 위에 군림하는 분위기였다. 말로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복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행동은 정반대였다. 근무 환경도 열악했다. 사무자동화 시스템이 전혀 없어 모든 것을 수기로 작성하고 서류 더미를 쌓아놓았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에 누구도 불만을 표시하지 못했다. 상하 관계도 엄격하고 상명하복이 분명했다. 임= 짧지만 근무하면서 놀란 게 구청이 주민들에게 정말 개방적인 곳이라는 점이다. 많은 주민이 찾아오고 다양한 서비스를 받는다. 어느 부분이나 쉽게 전산상으로 파악되니까 업무가 원활하다. 출퇴근 시간도 본인의 업무량에 따라 결정된다. 할 일이 없는데 자리를 지키는 분위기는 아니다. # 처우는? 송= 쌀 2~3가마 정도 사는 박봉이었다. 하지만, 월급이 적다고 투정도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 때문에 민원인에게 신세를 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임= 첫 월급을 받아들고 놀랐다. 여전히 넉넉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민원인에게 신세를 져서는 결코 안된다는 사고가 자리잡혀 있다. # 공직생활을 뒤돌아본다면? 송= 후회는 없다. 무엇보다도 안정적이었다. 번민도 있었지만,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직장생활이었다고 자부한다. 특히 공무원연금이라는 노후 보장 장치가 있어 든든하다. 임= 아직은 번민을 느낄 겨를이 없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거창한 포부는 아니지만 좀더 나은 내일,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면 좋겠다. # 보람 있었던 일은? 송= 내가 기획한 일들이 정책과 시책에 반영돼 주민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때 공직자로서 보람을 느꼈다. 어려운 집단민원을 해결했을 때 매우 뿌듯했다. 임= 우리 구를 최대한 많은 분이 알 수 있도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린다. 구를 홍보하는 방식에 변화를 줬다. 댓글에 ‘좋은 내용 알려줘서 고맙다’는 내용이 올라오면 보람을 느낀다. # 힘들었던 점은? 송= 터무니없는 집단민원에 시달릴 때 공직에 환멸을 느꼈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도 스트레스다. 상사의 의중을 따르면서도 내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임= 아직 느끼지 못한다. 요즘은 상사의 지시에 대해 안 된다고 끝까지 막는 분들이 많이 있다.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 공직사회 소통은? 송= 조화를 이루면서 조율을 해야 한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중용을 지키면서 소신을 펴나가는 게 공직생활이다. 임=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상사를 찾아가지 않아도 각종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자기 생각을 말할 기회가 많다. 한쪽에서 밀어붙일 일은 아닌 것 같다. # 기획과 결재는? 송= 처음에는 어렵다. 그러나 요즘은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널려 있다. 벤치마킹하고 자기 것 만들어 참신하면서 설득력 있는 보고서를 작성하면 된다. 그러려면 업무를 완전히 숙지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간단명료하면서 핵심을 가진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 임= 기획은 후에 발생할 문제점을 미리 생각해야 하니까 어려운 것 같다. # 상하 관계는 어떻게? 송= 자기 일은 기본적으로 잘하면서 상사나 부하직원들과 좋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다. 모르는 일은 고민하거나 부끄러워 말고 물어보아야 한다. 자기 일을 빨리 배우고 성실히 일하다 보면 주변에서 인정해 준다. 어느 부서에서든지 서로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도록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임= 충분히 물어볼 기회를 주고 답변도 잘해 주신다.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라 자칫 의견 개진을 할 때 건방져 보일까 걱정되기도 한다. 신입이라고 해서 무조건 새로운 시각이 맞다고 주장할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배들이 업무를 진행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공직자로서 대외적인 활동은? 송= 공직자로서 품위를 지키면서 대외활동을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지킬 것은 확실히 지키면서 사회생활도 잘하는 유연한 사고를 해야 한다. 임= 지켜야 할 것은 분명히 지키면서 내어줄 것은 내어주는 교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송= 긍정적 사고를 해야 한다. 나이 먹은 상사가 직급만 높고 실력은 형편없다고 진단되면 그 사람의 공직생활에서 불행이 시작된다. 자기 업무는 그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일은 초년병 때 많이 배워야 한다. 성실하게 노력하고 진중하게 행동하면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우수 인력이 될 수 있다. #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임= 군사정권에서도 공무원은 있었고 지금도 공무원은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민주주의 과도기를 선배들이 겪으면서 지금 같은 공직풍토가 조성됐다고 본다. 공직에서 나가시더라도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시면 좋겠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서울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커버스토리] Goodbye 젊음이여, 안녕…Hello 안녕! 젊은이여

    [커버스토리] Goodbye 젊음이여, 안녕…Hello 안녕! 젊은이여

    공직사회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인 1955년부터 1962년까지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인 만 60세를 맞아 차례대로 대거 은퇴했거나 퇴직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베이비붐 세대 공무원 7만여명이 현직에서 물러난다. 문재인 정부가 5년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예고하면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공직사회에 유례가 없는 대규모 물갈이가 예상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빈자리를 젊은 세대가 속속 메우게 되면 공직 문화도 확 바뀔 전망이다. 18일 인사혁신처,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2년까지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으로 물러나는 베이비붐 세대 공무원은 7만 2646명이다. 국가직 공무원이 2만 1212명, 지방직 공무원이 5만 1434명이다. # ‘일벌레’ 였던 그들이 일을 떠나면… 베이비붐 세대의 퇴진은 2015년 55년생 국가직·지방직 공무원 6577명이 공직을 떠나며 시작됐다. 지난해엔 6416명이, 올해는 8129명이 퇴직한다. 2013년 1835명에 불과했던 정년 퇴직자와 비교해 해마다 3~4배 이상이 현직을 떠나고 있다.광역자치단체의 베이비붐 세대 퇴직은 서울시가 2983명으로 가장 많고 부산시 2959명, 대구시가 2498명으로 뒤를 잇는다.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한 다른 광역자치단체들도 수백명씩 은퇴한다. 지난해 민간기업의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되기 전 기업 정년은 55세였다. 즉, 민간 영역에서 베이비붐 세대 퇴직은 7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래서 민간기업에서는 현역으로 남은 베이비붐 세대가 거의 없다. 반면 공직사회는 2008년 정년 60세가 의무화됐다. 공직사회의 베이비붐 세대 퇴장은 사실상 우리 사회에서 베이비붐의 전면 퇴진을 의미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전후 세대의 국가 재건을 이어받은 산업화 세대라는 게 중론이다. 서울시의 한 간부는 “70년대 산업화 이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까지 오는 데 국가 발전의 엔진 역할을 했다”고 했다. 1987년 공직에 입문해 내년 퇴직을 앞둔 문화재청의 한 간부는 “윗세대인 40년대생은 공직의 기초를 다졌고, 우리는 그걸 토대로 공직 전반이 시스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행정 체계를 완성했다”고 했다. 박재홍 경상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베이비붐는 유신체제의 권위주의와 1980년대 민주화라는 이중적 성격의 격동기를 경험한 세대”라며 “굴곡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우리 사회의 ‘낀 세대’”라고 규정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일벌레’로도 통한다. 공직에 대거 입문한 만큼 치열하게경쟁 속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살아남기 위해 남보다 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외교부 한 간부는 “베이비붐 당시 한해 외무고시 출신(12~15회)을 50명 뽑았다. 그 전후에는 20명 정도 선발했다. 밤새워 일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일에 몰두해 성과를 인정받은 분들이 장·차관, 차관보 이상을 했거나 하고 있다”고 했다. 1980년 7월 9급 공채로 서울시에 들어가 내년 퇴직하는 한 공무원은 “집과 사무실만 오가며 일에만 매진했다”며 “가정보다는 일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30년 넘게 몸담은 공직을 떠나려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겁이 난다. 가족은 물론 이웃 주민들과 어떻게 소통하며 지내야 할지도 걱정”이라고 했다. # 내년 ‘58년 개띠’마저 물러나면… 공직사회 세대교체는 ‘58년 개띠’ 공직자들이 모두 물러나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58년 개띠’의 퇴직을 시작으로 5년간 퇴직자 수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특히 58년 개띠는 베이비붐 세대의 상징이다. 58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출생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 사상 처음으로 90만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55년 80만 2342명, 1956년 82만 6454명, 1957년 85만 9056명 등 80만명대를 맴돌던 출생 인구는 1958년 92만 17명을 기록했다. 이후 1959년 97만 9267명, 1960년 100만 6018명 등 출생 인구는 급증했다. ‘사상 첫 90만명 돌파’라는 출생 인구 측면 외에도 58년 개띠들은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헤쳐 온 것으로 평가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가 58년 개띠로, 박씨가 중 3이던 1973년에 서울에서 고교 평준화가 시작돼 ‘특정인을 위한 교육개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이들은 대학 시절 유신정권의 몰락과 광주민주화운동, 5공화국의 탄생을 지켜봤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의 수혜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인 만큼 산업화 세대의 상징처럼 인식되며, ‘386’이라 부르는 민주화 세대와도 성향에서 차별성을 지녔다. 58년을 시발점으로 출생 인구가 폭증한 만큼 공직사회 퇴직자들도 58년생부터 눈에 띄게 증가했다. 58년생 국가직·지방직 공무원은 내년에 1만 709명이나 퇴직한다. 베이비붐 첫 세대인 55년생 퇴직자(6577명)와 비교하면 62.8%나 증가한 수치다. 2020년 60년생 퇴직자가 1만 3000명을 넘고 2021년 61년생 퇴직자가 1만 3906명으로 정점을 찍는다. # 서울시 내년 58년생 356명 떠나 전국 자치단체별 상황도 비슷하다. 서울시는 내년에 58년생 356명이 물러난다. 2015년 55년생 265명보다 34.3% 늘었다. 2019년 59년생부터 퇴직자가 400명을 넘기 시작, 2022년엔 62년생 487명이 현직을 떠난다. 경기도도 58년생이 112명으로 55년생 75명보다 49.3%, 대구는 286명으로 55년생 167명보다 71.2%, 전남도는 99명으로 55년생 62명보다 59.6%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은 공직 문화의 대전환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상명하복의 폐쇄적인 군대식 문화에서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로 공직사회 체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은 40~50%가 ‘스마트 워크’를 하는데 우리는 아직 미미하다. 정보화 기기에 능하고 네트워크상 의견 교환에 친숙한 신세대들이 공직에 진출하면 우리도 ‘스마트 워크’ 협업이 활성화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부서 간, 기관 간 경계도 자연스레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일선 공무원들의 전망도 비슷하다. 부산시의 한 간부는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는 게 일상이 된 신세대들이 공직사회에서 들어오면 가장 큰 폐단인 문서 위주 보고가 줄어들고 신속하고 빠른 의사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의 한 6급 주무관은 “요즘 새로 들어온 공무원들은 소위 ‘공시’를 통과해서인지 업무 적응력이 빠르고 밝은 분위기를 이끌어낸다”며 “베이비붐 세대들이 퇴직하면 아무래도 공무원 사회의 권위적인 문화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사무관은 “나이 든 상사보다는 사고방식이 유연하고 의전과 격식을 덜 따지는 젊은 상사와 일하는 게 편하긴 하지만 공직은 경험과 관록이 중요한 만큼 신구 조화가 필요하다”며 “급진적인 세대교체보다는 점진적인 변화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 16개 시·도 9급 공채 경쟁률 역대 최고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정책은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16개 시·도 9급 지방공무원 1만 315명을 뽑는 공채 시험에 지원 서류를 낸 지망생은 22만 501명으로 역대 지방직 공무원 공채 시험 지원자 중 가장 많았다. 평균 경쟁률은 21.4대1을 기록했다. 현 정부는 올 연말까지 4조여원을 투입해 국민안전, 민생 분야 공무원 1만 2000명을 추가 채용한다. 경찰관과 부사관, 군무원 등 중앙 부처 공무원이 4500명이고 사회복지공무원, 소방관, 교사 등 지방 공무원이 7500명이다. 복수의 정부 부처 관계자는 “신규 인력이 한둘만 들어와도 분위기가 바뀌는데, 젊은 공무원들이 많이 들어오면 공직사회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했다. 베이비붐 첫 세대 퇴직 이후 세대교체에 따른 변화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시와 복종’이라는 수직적 구조가 사라지고 업무와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 문화도 뿌리내리고 있다. 부산시는 권위주의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예전엔 상사의 일방적 지시가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토론이나 합의를 통해 정책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보통 1주일에 3번 하던 저녁 회식도 최근엔 확 줄었다. 부산시의 한 7급 주무관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사가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한 달 전부터 날짜를 조율할 정도로 민주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이어 “육아휴직이나 연가, 퇴근 등도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도 했다. 서울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서울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서울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지방직 9급 공채 평균경쟁률 21대1

    내일 16개 시도서 일제 시험… 서울은 82대1, 24일 필기시험 오는 17일 지방직 9급 공무원을 선발하는 공채 시험이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행정자치부는 15일 1만 315명을 선발하는 이번 시험에 22만 501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평균경쟁률은 21.4대1을 기록해 지난해(18.8대1)에 비해 상승했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 33.3대1, 대전 30.8대1, 세종 29.0대1, 부산 28.6대1 순으로 경쟁률이 높았다. 직군별 경쟁률은 행정직군이 25.5대1, 기술직군은 14.8대1로 나타났다. 올해 6360명을 선발하는 행정직군에는 16만 2046명이 응시원서를 접수했다. 기술직군은 3955명 선발에 5만 8455명이 몰렸다. 연령별 지원자 비율은 20~29세가 12만 6213명으로 전체의 57.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30~39세 7만 7649명(35.2%), 40세 이상 1만 5731명(7.1%), 19세 이하 908명(0.4%) 순으로 뒤를 이었다. 여성 응시자는 12만 513명(54.75)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남성 응시자 수는 9만 9988명(45.3%)이다. 이번 필기시험 결과는 다음달 14일부터 28일까지 시도별 홈페이지에 발표된다. 시험은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 342개 시험장에서 치러진다. 16개 시도와 달리 별도로 공무원을 선발하는 서울시의 9급 공채 시험은 1514명 선발에 12만 4954명이 출원해 82.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직군별 경쟁률은 행정직군이 88.8대1, 기술직군은 58.7대1이다. 서울시 9급 행정직군은 1198명 선발에 10만 6419명이 지원했다. 316명을 뽑는 기술직군에는 1만 8535명이 몰렸다. 서울시 9급 공채 1차 필기시험은 오는 24일 치러진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17일 지방직 9급 시험 장소 확정

    오는 17일 전국 17개 시·도에서 실시하는 지방직 9급 공채 시험 장소가 확정됐다. 경북도에 응시한 수험생 1만 8439명은 포항·경주·김천·안동·구미 5개 지역의 32개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충남도는 천안의 15개 고사장에서 시험을 실시하며, 1만 1422명이 시험을 치르게 된다. 충북도의 경우 청주의 14개 고사장에서 수험생 9130명이 시험에 응시할 예정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각 홈페이지 채용·시험 공고에서 고사장을 확인할 수 있다. 지방직 9급 시험은 오전 10시부터 11시 40분까지 100분간 진행되며, 시험과목은 총 5개다. 응시자는 시험당일 시험 시작 40분 전인 오전 9시 20분까지 해당 고사장에 입실해 감독관의 안내를 따라야 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공시 정보] 민경채는 소속 없는 박쥐… 열린 마음으로 겸손하라

    [공시 정보] 민경채는 소속 없는 박쥐… 열린 마음으로 겸손하라

    민간 전문가를 영입해 공직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향상시키고자 2012년 처음 도입된 민간경력채용(이하 민경채) 시험 제도가 올해로 6년을 맞았다. 민경채는 어려운 고시를 통과하지 않고도 자격을 갖춘 민간인이 단숨에 관리직인 5급에 오를 수 있는 관문이다. 오는 19~26일 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올해 민경채 시험이 실시된다. 서울신문은 이번 시험을 통해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응시생들을 위해 지난주에 이어 2012년 4월 민경채 1기로 선발된 김수영(36) 국토교통부 사무관을 만나 공직 적응 노하우를 들어 봤다.“입사 환영회 자리에서 ‘민경채는 박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7급이나 9급으로 입직해 승진한 ‘승진 사무관’도 아니고, 5급 공채로 들어온 ‘고시 사무관’도 아니어서 속할 곳이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충격이 컸지만 나름 적응하려고 노력해서 지금은 모든 구성원과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 동료가 만든 보고서 최대한 따라해 보라 김 사무관은 1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직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던 노하우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자신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개인이 아닌 민경채로 입직한 공무원 전체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겸손한 자세로 일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내가 이 분야에 있어 전문가다’, ‘내가 잘 아니까 공직에 들어가면 이 부분을 바꿔 보겠다’는 등의 생각은 잠시 접어두는 게 좋은 것 같다”며 “열린 귀, 열린 마음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어느덧 7년차인 김 사무관은 “입직 경로로만 보면 민경채 출신은 소수자”라며 “반대로 생각하면 보이지 않는 벽을 쌓고 지내는 승진 사무관 집단과 고시 사무관 집단 모두와 친해질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초반엔 동료들이 만든 보고서나 보도자료를 최대한 많이 보고 따라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회계법인과 국토교통부 산하 철도시설공단에서 일한 김 사무관은 회계사 자격증과 경력으로 자격요건을 인정받아 민경채에 합격했다. 그는 “공단에서 일할 때 중앙 부처 업무 스타일이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할 수 있었다”며 “정해진 규정과 지침에 따라 업무를 해야 하는 산하기관 직원과 달리 공무원은 주도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이를 법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으로 다가와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민경채 응시자는 지원서류를 제출하기 전에 1차 관문인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치른다. PSAT에 합격한 응시자만 서류심사를 준비하면 되기 때문에 공직 지원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다. 김 사무관은 자신의 1차 관문 합격 비결에 대해 “PSAT는 단시간 공부해 실력이 늘지는 않지만 시험 당일 당황하지 않으려면 문제 유형 정도는 파악하고 가는 게 좋다”고 했다. # 주요 부처 홈피 정책자료 꼼꼼히 보라 면접시험은 신문 기사를 읽고 문제점 및 해결방안을 한 장으로 정리해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 사무관은 “철도시설공단에서 일하며 중앙 부처의 보고서 작성 방법이나 보고 방식에 익숙했던 터라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주요 부처 홈페이지에 실린 보도·정책 자료를 내용뿐만 아니라 작성 방식 측면에서도 꼼꼼히 살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 사무관은 지난 5년 동안 공직 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으로 ‘회계법인에서 근무할 때에 비해 업무 강도가 어떻게 달라졌나’를 꼽았다. 그는 “절대적인 근무 시간은 공직이 더 짧을지언정 정신노동 강도는 훨씬 센 것 같다”며 “민간과 달리 공직자는 직접 규정을 만들 수 있다는 매력이 있는 반면, 그만큼 커다란 책임이 따른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9급 공채 면접시험 49명 포기

    올 국가직 9급 필기시험 합격자 6894명 가운데 49명이 면접시험에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다음달 11~16일(교정직은 26일 실시) 서울 서초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aT센터 등에서 진행되는 면접시험은 6845명이 치를 전망이다. 다만, 면접시험 미등록자에 따른 추가 합격은 없다. 인사혁신처는 앞서 지난달 24~29일 면접시험 등록 일정을 진행했으며, 지난 1일 2017년도 시행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면접시험 미등록자 명단을 사이버국가고시센터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지난해에는 국가직 9급 필기합격자 5652명 중 68명이 면접을 포기한 바 있다. 최종합격자는 8월 1일 발표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관가 인사이드] “바로 이 맛” “죽을 맛”… 조직개편 한 스푼의 위력

    [관가 인사이드] “바로 이 맛” “죽을 맛”… 조직개편 한 스푼의 위력

    정부조직 개편이 마무리됐다. 당초 예상보다는 소폭으로 이뤄졌다는 평가가 많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해양경찰청 부활, 소방청 독립, 국가보훈처 장관급 격상 등이 핵심이다. 조직 개편은 공무원 개개인에게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조직과 인력 배분을 놓고 조직 간 물밑작전과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이유다. 조직 개편을 둘러싼 공무원들의 기대와 감춰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중기청·보훈처 장관급 격상 ‘횡재’ 가장 큰 수혜를 본 곳은 ‘숙원’을 이룬 중소기업청이다. 중기청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 지원 기능,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업·벤처 지원 기능, 금융위원회의 기술보증기금 관리 기능 등을 넘겨받아 장관급인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됐다. 국무총리실 산하의 국가보훈처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를 놓고 지금의 여당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국가보훈처로서는 횡재를 한 셈이다. 차관급 조직이 장관급 격상에 목매는 까닭은 권한과 대우가 천양지차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선 수장이 국무위원으로서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권과 표결권을 가진다. 중기청 관계자는 “외청인 까닭에 청장(차관급)은 반드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통해서만 각종 안건을 올릴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산업부 장관의 눈치를 안 보고 안건을 올리고 소신 있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정책을 펴는 데 유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큰형님’인 산업부 장관이 퇴짜를 놓거나 ‘노’(NO)를 하면 중기청 관련 안건을 올릴 수 없었다는 얘기다. 국무위원들이 내는 필수 안건에는 법률안과 예산안, 훈장 등 포상자 선정 등이 포함된다. 조직과 기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승진 기회도 많이 생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장관급 부처로 격상되면 부처 내에 3명의 정책관(국장급)으로 구성되는 ‘실’(室)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며 “이것 때문에라도 승진 기회가 많이 생기게 마련”이라고 했다. 예컨대 외청의 기획조정관(과장급)은 기획조정실(실장급)로 바뀌게 된다. 과장급이던 대변인도 국장급으로 격상된다. 수장에 대한 처우도 좋아진다. 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르면 올해 장관급 연봉은 1억 2530만원으로 차관급(1억 2169만원)보다 361만원 많다. 집무실 면적도 정부청사관리소 규정에 따라 부속실을 포함해 장관은 165㎡, 차관은 99㎡까지 쓸 수 있다. 관사 규모 역시 장관은 아파트 전용면적 기준으로 198㎡, 차관은 165㎡이다. 단독주택을 원하면 장관은 231㎡, 차관은 198㎡까지 허용된다. 관용차 배기량 사이즈도 달라진다. 장관급은 3800㏄, 차관급은 3300㏄ 이하다. # 쪼그라든 산업부·국토부·미래부 ‘불면의 밤’ 조직을 다른 부처로 떠나보내야 하는 산업부와 국토교통부, 미래부는 고민이 적지 않다. 산업부는 산업인력과, 기업협력과, 지역산업과의 30명을, 미래부는 창조경제기획국 42명을 각각 중기청에 보내야 한다. 국토부도 물관리 일원화로 수자원국과 관련된 하천 지방조직 336명을 모두 환경부로 보내야 한다. 경제부처 국장급 관계자는 “가야 할 인원이 안 가면 조직 정원을 잡아 먹어 승진 적체가 심해지고, 거꾸로 오지 않으면 승진이 빨라져 결국 다른 부처만 호강시켜준다”고 지적했다. 신설 부처의 사무관 자리에 예정된 인력이 오지 않으면 기존 조직의 7·9급 공무원들의 승진이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인사 적체가 심한 부처에서는 과장 승진을 앞둔 서기관이나 서기관 승진을 앞둔 사무관들은 기회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산업부와 국토부, 미래부 등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출 희망자를 우선적으로 받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예전에도 중기청에 갔다가 승진해 2년 만에 친정에 복귀한 간부들도 있다”며 “이득이 될지 손해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만 보면 다 활용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 지역산업과 ·지역경제총괄과의 운명은 정부조직법의 큰 틀이 정해진 가운데 앞으로의 관건은 부처 간 직제와 기능에 대한 세부 협의가 어떻게 이뤄지느냐다. 이와 관련해 중기청과 산업부의 기싸움이 한창이다. 산업부는 사실상 확정된 ‘지역산업과’의 중기청 이전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중기청의 요구가 순수하지 않다”는 말까지 나온다. 업무적으로 보면 ‘지역경제총괄과’가 중기청으로 가고 ‘지역산업과’가 산업부에 남는 것이 순리적이다. 하지만 올해 지역산업과에 배정된 예산 4500억원이 두 과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중기청은 “지역산업과 담당 업무인 산업기술단지(테크노파크) 조성·지원에 중소기업이 많이 참여하는 데다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산업부 측은 “산업기술단지는 중소기업 지원뿐 아니라 충남 반도체 등 대기업까지 포함하는 지역산업 육성 전략을 세운다. 중기청이 대기업도 아우르는 업종별 육성정책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박했지만, 중소기업 정책의 강화라는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했다. 산업부는 중기청의 ‘기업협력과’ 이전 요구도 상당부분은 예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협력과에는 산업부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키우고 있는 ‘스마트공장팀’이 있다. 올해 민관 합동으로 스마트공장에 1108억원이 투자되고, 2021년까지 지금의 7배 수준인 2만개로 확충된다. # 해양경찰청 “해수부와는 전혀 다른 부처” 해양경찰청은 1996년부터 20년 가까이 ‘상전’으로 모신 해양수산부로 원대복귀한다. 그런데 표정이 밝지 않다. 해양 산업을 진흥·육성하는 해수부와 안전을 우선해야 하는 해경 업무가 상충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제 논리에 밀려 대형 사고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해경 관계자는 “경제부처와 전혀 별개인 경찰조직이 함께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다”며 “경찰청, 소방청과 함께 안전 주무부처인 행자부의 외청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른 속내도 내비친다. 다른 해경 관계자는 “이왕이면 입지가 좁은 해수부보다 조직과 권한에서 힘 센 행자부로 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 아니겠느냐”고 털어놨다. # 웃고 있는 문체부·교육부 ‘안심은 이르다’ ‘국정 농단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당초 우려와 달리 조직 개편의 소나기를 피해 갔다. 문체부 공무원은 “조직이나 공무원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며 “문화·예술가 역시 문체부가 축소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반발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일러 보인다. 여당과 행자부는 내년 6월 개헌 시점에 맞춰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큰 폭의 조직 개편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김태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5일 “본질적인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면 개헌 논의와 맞물려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커버스토리] 1급 공무원, 찬란하지만 쓸쓸한…

    [커버스토리] 1급 공무원, 찬란하지만 쓸쓸한…

    중앙부처 1급 공무원 A실장은 30년 넘게 몸담았던 직장에 사표를 내야 할지 고민이 크다. 최근 단행된 차관 인사에서 행정고시 후배가 선임됐기 때문이다. 만약 A씨가 차관이 됐다면 반대로 그 후배가 사표를 냈을 수도 있다. 요즘 그는 부처 직원 전체가 ‘조직을 위해 용퇴해 달라’고 바라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정부 고위공무원 중에는 A실장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가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로 국무총리실 1급 공무원들의 동반사퇴를 시작으로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물갈이’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와서다. 1급 공무원은 공직에 몸담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최고의 자리지만 지금 같은 정권 교체기에는 하루아침에 옷을 벗게 될 수도 있는, 말 그대로 ‘찬란하고 쓸쓸하신’ 자리다.# 1급 공무원 259명 불과… 9급에선 40년 걸려 엄밀히 말해서 국가공무원법상 ‘1급 공무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참여정부 때인 2006년 1~3급 공무원을 묶어 ‘고위공무원단’을 만들면서 계급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업무 영향력 등을 따져 ‘가, 나, 다, 라, 마’ 5개 등급으로 분류하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가, 나’ 2개로 단순화했다. 가 등급이 과거 1급과 직위가 같아 편의상 1급 공무원으로 통칭한다. 이들은 사실상 정치인이라 할 수 있는 장·차관(정무직) 바로 아래 직급이자 직업 공무원이 계급 승진으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다. 올해 3월 현재 대한민국 공무원 102만여명 가운데 259명에 불과해 공무원 3960명당 1명꼴이다. 고위공무원단(1552명)으로 범위를 좁혀도 채 17%가 되지 않는다. 수가 워낙 적다 보니 ‘관료사회의 꽃’으로 불린다. # 중앙에선 차관보·실장, 지방에선 부지사 5급에서 출발해 고위공무원단에 오르려면 25년 안팎이 걸린다. 7급에서 시작하면 30년, 9급에서는 35년가량 소요된다. 고위공무원단에 합류하고도 1급이 되려면 5년 정도 더 매진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행시에 합격해도 30년이, 9급에서 시작하면 40년이 필요한 힘들고 어려운 길이다. 이것도 어떻게든 여기까지 온 사람에 한해서다.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옛 행정고시) 합격자 가운데도 약 20%만이 1급 공무원이라는 ‘꽃’을 피운다. 7급이나 9급에서 출발하면 같은 기수에 1급은 1명이 채 탄생할까 말까 할 정도다. 특히 여성의 경우 1급 공무원이 8명에 불과할 만큼 그 수가 적다. 박현숙(59) 전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장은 1975년 9급 공채로 입사해 34년 만인 2009년 고위공무원이 됐다. 9급 공채 동기 가운데 고위공무원은 그가 유일했다. 2015년에는 같은 부처 기조실장을 맡게 돼 1급을 달았다. 공직에 입문한 지 40년 만이다. 그는 “너무 아래에서 일을 시작하다 보니 위로 올라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면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노력했겠지만 나는 갑절의 땀을 흘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재웅(59) 전 서울지방국세청장도 1983년 8급 특채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국세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성공시킨 공으로 2014년 1급에 올랐다. # 매일 같은 시각 같은 길을 걷는 ‘인간기계’ 일벌레 1급 공무원은 부처의 각종 사업 등 국가 정책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진다. 흔히 고위공무원단을 대기업 임원에 비유하는데, 1급 공무원은 기업 등기이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중앙부처에서 1급 공무원은 주로 차관보와 실장 등을 맡아 자기 부처가 만든 정책을 청와대와 국회, 다른 부처에 ‘세일즈’한다. 각 부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획조정실장은 거의 예외 없이 1급 공무원의 몫이다. 기조실장은 수시로 국회의원을 만나 사안을 조율하고 장관이나 차관 주재회의는 물론 때에 따라서는 청와대 기조실장 회의에도 참석하는 ‘인간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새 정부 인사 때마다 기조실장 출신은 늘 차관 후보 물망에 오르곤 한다. 하지만 이들은 지연·학연을 무기로 자기 부처의 정책이나 법안을 관철시키고자 ‘부처 이기주의’ 첨병으로 나서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부처 생존을 위한 핵심 법안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부처와 자기 자신에게 미래가 있다. 지자체의 1급 공무원은 부시장이나 부지사, 시·도 부교육감 등 ‘2인자’로 일한다. 가끔 출마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 공석이 된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대행하기도 한다. 중앙과 달리 지방에서는 1급 공무원 자체가 많지 않아 국가공무원 1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더 크다. 하지만 지방선거로 뽑힌 지자체장의 힘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늘 그의 눈치를 살핀다. 지방공무원 1급은 국가공무원과는 달리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기반을 닦았기 때문에 직접 지방선거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중앙이건 지방이건 1급 공무원은 예외 없이 주말을 반납하고 산다. 이들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은 불가능하다. 새 행자부 차관이 된 심보균(56) 행자부 기조실장은 평생 ‘첫 전철로 출근해 마지막 전철로 퇴근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같은 속도로 걸어다녀 ‘인간 시계’로 불렸던 것에 빗대 직원들은 그를 ‘행자부 칸트’라고 부른다. 심 실장은 술자리에서 “나 때문에 가족이 희생되는 것 같아 늘 미안하다”고 말하곤 했다. # 1급이 로또라구요?… 정권 교체때마다 퇴진 1순위 1급 공무원의 가장 큰 고민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직간접적 퇴직 압력을 받는다는 것이다.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정년까지 헌법상 신분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1급 공무원은 그 의사에 관계없이 면직이나 휴직, 강임(강등) 처분할 수 있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사실상 대통령과 정치적 궤를 같이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는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1급 공무원을 대거 발탁하거나 여론의 반전을 위한 인적쇄신 수단으로 이들을 대거 교체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했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국무총리실 1급 고위공무원 10명 가운데 5명을 교체했다. ‘철도파업 사태’ ‘밀양 송전탑 사태’ 등에 총리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한 질책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2008년 12월 총리실, 교육인적자원부, 국세청, 농림수산식품부 1급 공무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 정치적 줄 세우기로 공중분해… “국가적 낭비” 노무현 정부 때는 당시 정찬용(66) 청와대 인사수석이 이른바 ‘1급 로또론’을 언급해 구설에 올랐다. 행정자치부와 해양수산부 1급 공무원 십여 명이 집단 사표를 내 논란이 되자 “1급까지 했으면 다 한 것 아니냐. 로또 복권처럼 본인 복이나 운이 좋으면 장관도 할 수 있는 거고 아니면 집에 가서 배우자와 같이 놀러다닐 필요도 있다”고 했다. 농담조로 한 말이었지만 청춘을 바쳐 공직에 몸담은 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번 인사에서 통일부 차관에 오른 천해성(53)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은 2014년 대통령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됐다 8일 만에 통일부로 복귀해 논란이 됐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 청와대 내 강경파와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지난해 7월 행정고시 후배인 김형석 차관이 부임하자 공직에서 물러났다 이번에 차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관가에서는 이런 경우를 가리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꺼진 재도 다시 보자”라고 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케이스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은 타의에 의해 1급 공무원 자리에서 내려오면 더이상 공직을 맡지 못한다. 한 분야에서 수십년간 국정 경험을 다져 온 최고 ‘전략자산’이 정치적 줄 세우기로 한순간에 ‘공중분해’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은 분명히 ‘국가적 낭비’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개별 공무원에 대한 능력 검토 없이 매번 정권 교체 시기마다 싹쓸이하듯 이뤄지는 ‘물갈이식’ 1급 인사는 개선돼야 한다”면서 “헌법상 최고 의결기구인 국무회의를 정상화해 청와대 인사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인사쇄신의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 잡는 프로그램, 마디모 아세요?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 잡는 프로그램, 마디모 아세요?

    “경찰을 통해 마디모 의뢰 맡기겠다는 한마디에 태도가 돌변하더군요.” 종합병원 간호사인 정모(36)씨는 얼마 전 교통사고를 재현해 상해를 판별해 주는 프로그램인 마디모(MADYMO: MAthematical DYnamic MOdels)의 덕을 톡톡히 봤다. 신호대기 중 실수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 가벼운 접촉사고가 나자 택시 기사는 기다렸다는 듯 뒷목을 잡고 운전석을 나왔다. 사과는 듣지도 않았다. 양쪽 차 모두 범퍼에는 부딪친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지만, 기사는 수리비는 둘째 치고 병원에서 정밀진단부터 받아 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마디모 이야기를 꺼내자 아프다던 말은 쏙 접었다. 전씨는 “기사분 역시 마디모를 잘 아는 듯하더군요. 호락호락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지 그냥 대물만 보험처리해 달라고 하더군요.” ‘나이롱 환자 잡는 족집게’라는 별명으로 유명해진 교통사고 상해 판별 프로그램 ‘마디모’가 국내 교통사고 분야에서 활용된 지 만 10년 째다. 2007년 하반기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교통사고 조사에 응용하기 시작한 이후 그동안 억울한 피해나 나이롱 환자 등을 골라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가해자가 마디모를 악용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마디모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에 대해 들여다봤다.1. 사고 재현 전용?X 안전도 점검 위해 제조사서도 사용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기구(TNO)에서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 마디모는 교통사고에 따른 자동차 탑승객과 보행인의 상황을 3차원(3D)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해 해석할 수 있다. 흔히 마디모를 교통사고 재현을 위한 전용 프로그램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오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마디모는 주로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 등에서 많이 사용했다. 개발 단계부터 탑승자는 물론 보행자의 안전도를 높이도록 차를 설계한 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안전도를 점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혁신적이거나 다수가 좋아할 만한 디자인이라고 할지라도 안전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면 포기해야 하는데 마디모는 중간 설계과정에 이런 오류를 걸러 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단 국내에서 마디모를 실제 사용하는 단체는 그리 많지 않다. 프로그램 가격이 2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인 데다 숙련된 전문가가 사용하지 않으면 엉뚱한 결과치가 나오는 탓이다. 지난 10년간 마디모가 교통사고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나타난 순기능은 많다. 무조건 사고가 나면 목을 잡고 나오던 일부 불량 피해자들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보험개발원이 2011년 자동차 사고 피해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목·허리를 삐거나 머리에 타박상을 입는 정도의 경미한 상해(8~9급)를 당한 이들의 입원율이 79.2%에 달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2~3배는 높은 입원율에 보험업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교통사고 피해자의 상해 여부는 의사의 소견을 참조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해가 의심되면 피해자들은 병원에서 엑스레이 등을 찍는다. 하지만 상처가 가벼울수록 엑스레이에 이상 소견이 드러나는 경우는 드믈다. 또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도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병원에서 통증을 호소하면 2주 정도의 진단서는 발급된다. 이 때문에 의사들의 무분별한 진단서 발급에 항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마디모 덕에 가벼운 사고를 당한 뒤 무조건 드러눕는 보험사기나 과잉진료를 받는 사례가 차츰 줄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 모든 진실 밝힌다?X 적용 못하는 사고 많아…약 10% 신청자들은 컴퓨터로 분석하면 숨은 진실이 모두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실제 마디모를 적용할 수 없는 사고들이 적지 않다. 실제 국과수를 거쳐도 ‘판독 불가’라는 결론이 나는 경우도 많다. 공학적 논증을 하려면 구체적인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런 값을 구할 수 없을 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직 국과수 관계자는 “약 10건 중 1건의 사고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감정서에 쓴다”면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모르겠다고 하는 편이 무리하게 결론 내리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사실은 마디모로 교통사고를 규명하는 과정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감정에 앞서 국과수는 사고 당사자가 제출한 증거 등을 바탕으로 차량이 어떤 속도와 방향으로 충돌했는지 등에 대한 기초 데이터를 뽑아낸다. 현장조사는 물론 피시크래시(PC-crash)라는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한다. 차량의 중량, 운전자의 키와 체중, 충돌 속도와 각도, 충돌 부위, 의자의 등받이 각도, 도로 마찰계수 등 수십 가지 데이터 등을 마디모에 입력하면 마디모는 자신이 계산한 결과 값을 드러낸다. 탑승자나 보행자에게 얼마나 큰 힘의 충격이 가해졌고, 또 어떤 2차 피해가 생겼는지 등을 구체적인 수치와 3D 화면으로 보여 준다. 해당 수치가 최소한의 상해를 입힐 수 있는 기준값(무상해 역치)보다 낮으면 상해를 입지 않았다고, 반대로 넘어서면 다칠 만했다고 판별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인체 중에서도 약한 부위로 꼽히는 목의 경우 통상 앞쪽으로는 66도, 뒤쪽으로 60도 이상 꺾이면 부상이 온다. 견딜수 있는 충격도 앞은 4.8㎏·m, 뒤는 9㎏·m 정도다. 또 마디모를 신청한 모든 건이 마디모에 넣어 계산되지는 않는다. 인력도 시간도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사고나 교통사고를 위장한 살인 등 중요사건은 실제 꼼꼼히 마다모를 돌리지만 비교적 가벼운 접촉사고 등은 마디모를 이용해 계산한 기존 통계 등을 이용해 국과수가 감정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3. 결론 못 바꾼다? X 재판서 뒤집어지기도…사람이 판단 부작용도 있다. 마디모 의뢰가 늘어나다 보니 선의의 피해자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똑같은 사고라도 개인마다 부상 정도가 다를 수 있는데, 마디모가 기계적으로 부상 정도를 결론 내리는 게 대표적인 경우다. 최근 인터넷에는 교통사고를 내도 치료비를 물지 않는 방법으로 일단 마디모를 신청하라고 소개되기도 한다. 보통 마디모는 가해자가 신청한다. 관할 경찰서에 분석을 신청하면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받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별도 비용은 들지 않지만 최근 신청 건수가 늘면서 판정에 걸리는 시간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통상 의뢰에서 결과 도출까지는 최소 일주일에서 길게는 2~3개월가량 소요된다. 보험업계에선 지난해 마디모가 신청된 건수를 약 5000건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마디모가 내놓은 분석 결과를 사고 피해자가 인정하지 않을 때 피해자는 분쟁조정심의위원회에 회부하거나 소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마디모의 판단이 법정 공방 속에서 뒤집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마디모는 공학적 논증을 하는 좋은 도구이긴 하지만 결정적인 판단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는 경미한 교통사고로 인한 경추 상해에 대한 진단과 판단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다. 캐나다는 1987년 자동차사고와 관련된 공공기관을 설립해 경추상해를 전문적으로 연구했고, 4년 후인 1991년 QTF(Quebec Task Force)를 조직해 경추상해 진단 및 치료의 기준을 마련했다. 독일 손해보험사인 알리안츠는 뮌헨대학의 공동 연구 결과 차량 후미 추돌 시 시속 11㎞ 이하의 속도로 추돌했을 경우 경추상해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자료는 1999년 나이롱 환자 관련 소송에서 증거로 채택돼 알리안츠가 면책판결을 받기도 했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앞으로는 마디모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사고 유형별 입원 기준이나 보상 유무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서울시, 올 경력공채 7~9급 278명 채용

    서울시가 경력경쟁시험을 통해 7∼9급 신규 공무원 278명을 채용한다고 5일 밝혔다. 올해부터는 공개경쟁과 경력경쟁 임용시험을 따로 진행한다. 경력경쟁은 자격증, 학위 등을 소지한 경력자를 뽑는 전형으로 예년에는 공개경쟁과 같은 시기에 뽑았다. 올해 공개경쟁 임용시험은 3월 원서 접수를 받았다. 13만 9049명이 신청해 86.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필기시험은 오는 24일 진행된다. 이번 경력경쟁시험에서 직군별로는 행정 1명, 기술 277명을 각각 뽑는다. 또 직급별로는 7급 10명, 8급 34명, 9급 234명이다. 세부 직렬별로는 행정직군의 속기 1명, 기술직군의 수의 1명, 해양수산(선박항해) 1명, 의료기술 9명(임상병리 3, 방사선 6), 약무 8명, 간호 34명, 시설(지적) 13명, 운전 110명, 공업 34명(일반기계 19명, 일반전기 15명), 농업 1명, 녹지(조경) 5명, 보건 7명, 시설 52명, 일반토목 36명, 건축 16명, 방송통신 2명이다. 서울시는 다음달 25∼27일 인터넷원서접수센터(http://gosi.seoul.go.kr)에서 원서를 접수한다. 필기시험일은 9월 23일,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는 11월 14일이며 최종 합격자는 12월 27일 발표한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 홈페이지(http://www.seoul.go.kr)나 인재개발원 홈페이지(http://hrd.seoul.go.kr), 서울시 인터넷 원서접수센터(http://gosi.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국가직 9급 공채 면접 전략 이렇게

    국가직 9급 공채 면접 전략 이렇게

    국가직 9급 공채 면접 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역대 최다 인원인 22만 8368명이 몰린 올해 국가직 9급 공채 1차 필기시험에는 6894명이 합격했다. 이들 가운데 지난달 24~29일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서 면접시험 등록을 한 합격자는 다음달 11~16일 서울 서초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aT센터 등에서 면접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서울신문은 4일 수험생들을 위해 이진우 공단기 강사의 도움을 받아 2017년도 국가직 9급 공채 면접시험 출제 경향을 분석했다.올해 국가직 면접에서는 크게 2가지 변경 사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5분 발표의 경우 시험 시간이 기존에 20분에서 10분으로 줄어든 반면 개별 면접은 기존의 20분에서 30분으로 증가했다. 총면접시간은 40분으로 동일하나, 과목별 시간이 달라진 것이다. 아울러 인사혁신처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개별 면접 평가 시 응시 분야 관련 교과목 수강, 각종 활동 등 평소 준비한 노력과 경험 등을 평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원 분야별 수험생의 직무수행능력을 가늠함으로써 전문성을 함양하겠다는 취지다. 이진우 강사는 이에 따라 “직무수행능력과 관련한 질문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장에서 작성한 자기기술서를 기반으로 한 질문에 대비하면서도 특히 하고 싶은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질문이 나올 것에 대비해 관련 정책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 보도를 비롯해 부처별 홈페이지에 게재된 지원 직렬 관련 보도자료, 2017년도 업무보고 자료 등을 찾아 세부 정책까지 훑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세무직·교정직 등의 직렬은 세법·교정학 등 관련 과목의 용어 정리를 해야 한다. 공직가치 관련 질문은 공직자와 관련된 규정 등을 수집·숙지하는 방식으로 대비해야 한다. 그 밖에 특정한 상황을 제시하고 수험생 본인이 공직자라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겠는지를 묻는 질문도 빈출되는 추세다. 이 강사는 “공직자로서 맞닥뜨릴 여러가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자의 행위규범은 규정 또는 지침으로 정해져 있다. 이 강사는 “행위규범이 없는 경우 조직 내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리적 관례가 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관가 와글와글] 靑을 만나는 1000m 前…

    [관가 와글와글] 靑을 만나는 1000m 前…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는 직선거리로 1000m, 걸어서 15분 거리지만 공무원들이 느끼는 거리감은 그 이상이다. 청와대 근무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승진의 지름길로 통하기 때문에 특히 대통령의 힘이 센 임기 초에는 대다수 공무원이 ‘비에이치(BH·Bule House) 파견’을 열망한다. 문재인 정부는 행정관 한 명도 공모 절차를 통해 선발하겠다고 밝혔고, 특수활동비 삭감을 통해 청와대의 특권을 먼저 내려놓았다. ‘일하는 청와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 청와대비서실의 특징을 살펴봤다.“특수활동비는 부처 공무원들한테 밥 얻어 먹지 말라고 주는 돈인데….” 청와대 파견은 부처로 복귀했을 때 한 계급 승진이란 보상에 더해 월급도 상당히 오르는 자리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개인 밥값은 월급으로 내겠다고 선언하면서 청와대 특수활동비 127억원 가운데 42%를 삭감해 74억원만 쓰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도했던 검찰개혁을 ‘미련한 짓’으로 규정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의 특수활동비를 나눈 ‘돈봉투 만찬’이 논란이 되자 청와대부터 개혁에 나섰다.# 특권 내려놓은 청와대… 특수활동비도 내려 날벼락을 맞은 것은 선임행정관(국장급)은 한 달 100만원, 5급 행정관은 30만원에 달하는 특수활동비 수당이 깎이게 된 청와대 직원들이다. 월급과 같은 날짜에 은행 계좌에 입금되던 특수활동비가 사라지면 연봉이 훅 떨어지게 된다. 그동안 청와대가 직원들에게 특수활동비를 지급한 것은 국정과제를 수행하면서 출신 부처의 동료나 민간인들로부터 신세를 지지 말라는 뜻이었다고 전직 청와대 근무자들은 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443명이던 대통령비서실 공무원 정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장관급인 대통령 정책실장직을 신설해 정무직 숫자는 11명에서 12명으로 늘었지만 대신 일반직 공무원 정원을 432명에서 431명으로 줄였다. 행정주사 또는 별정직 6~9급 상당 직원 한 명 대신 정책실장을 새로 둔 것이다. 1970년 박정희 전 대통령 때 대통령비서실 정원이 22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청와대 규모가 그리 비대해지진 않았다.# 모든 수석실 직원 3배수 추천 공모 노무현 정부 때 장관급으로 신설된 정책실장은 김병준 국민대 교수, 변양균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회장 등 6명이 역임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차관급으로 격하됐고, 박근혜 정부에서 사라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해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맡았다. 아직 청와대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파견된 일반직 공무원들이 일부 남아 있긴 하지만 대부분 각 부처로 복귀해 새로운 얼굴이 다시 파견됐다. ‘늘공’(늘 공무원)인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불리는 청와대 별정직 공무원의 출신은 정당인, 연구원, 교수 등이 많다. 어공도 퇴직금 삭감이란 철퇴를 맞았다. 청와대 별정직은 퇴직 후에도 석 달간 더 월급을 받았는데 이를 직제령 개편을 통해 지난달 30일 한 달로 단축했다. 퇴직 후 70% 월급 지급은 김대중 정부에서는 1년간, 노무현 정부에서는 6개월 동안이었다가 이명박 정부는 석 달로 줄였는데 문재인 정부는 다시 한 달로 줄여버렸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특징은 공개 선발, 특수활동비 절감으로 요약된다. 청와대는 모든 수석실 직원에 대해 3배수 추천을 받는 공모 방식을 도입했다.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 공개모집을 하겠다고 했지만 부처에서부터의 공모는 검찰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법무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6급 검찰수사관 1명 파견 요청을 받고 대검찰청을 통해 ‘대통령 비서실 근무희망자 추천 요청’을 일선 수사관들에게 보냈다. 검찰은 지난달 23일까지 희망자를 받아 3배수를 청와대에 추천했다. 지금까지는 청와대 근무 비서관과 행정관은 큰 부처에서는 국장급 인사기획관이, 인사기획관이 없는 부처는 인사과장이 3명 정도를 추천하면 담당 수석비서관(차관급)이 적임자를 선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실 검찰수사관만 제외하면 다른 부처는 내부 공모없이 예전처럼 일 잘하는 에이스 직원을 추천해 이 가운데 ‘베스트’를 면접 등을 통해 선정하는 방식으로 청와대 직원 선발이 이뤄졌다. # 일하는 청와대… 아직은 미완성 청와대 측은 “각 부처에 정식으로 공무원 파견을 요청해 3배수 이내로 추천을 받은 다음 청와대 내 인사위원회 시스템 등을 갖고 정식으로 잘 살펴봐서 가장 적합한 인사를 고르겠다”며 능력 위주, 투명성 제고를 원칙으로 ‘청와대 늘공’도 공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이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 부처 추천부터 공모로 직원을 선발한 곳은 민정수석실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아직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다 완성된 것이 아니라서 특별히 예전 정부보다 선거 캠프에서 일한 정당 출신이 더 많다고 볼 수 없다”며 “청와대에서 받는 특활비 수당액도 다른 파견직 수당액과 비교해 많은 편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강동, 하위직 임기제공무원 최저시급 보장

    하위직 임기제공무원 A씨는 월급 명세서를 받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초과근무 시급 단가가 최저임금 6470원에 한참 못 미치는 3400원에 불과했다. A씨는 급여담당자에게 문의했지만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서울 강동구가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하위직 임기제공무원 초과근무 시급을 최저임금에 맞추기로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임기제공무원이란 최장 5년까지 계약을 연장해 일하는 공무원으로 일반 임기제, 시간선택 임기제 등으로 구분된다. 혜택을 받는 대상은 총 125명이며 하위직 9급(마급) 공무원들로 제한했다. 지난 5월 1일 이후 초과 근무부터 적용된다. 초과근무수당 시급은 기본 근로 시간을 초과할 경우 지급된다. 하지만 하위직 임기제공무원들은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급을 받았다. 초과근무수당 시급은 연봉을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9급 일반 임기제공무원은 평균 5035원을, 마급 시간선택 임기제공무원은 평균 3400원을 받아 왔다. 강동구는 지난 3월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서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법령 개정 등의 건의”를 결의하고 행정자치부에 전달했다. 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1인당 연평균 170여 시간 초과근무)으로 계산을 해 보면 1년에 5600만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일반 임기제공무원의 경우 최소 월 3만원에서 최대 월 30만원을 추가적으로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저임금 근로 공무원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면서 “사람 중심 지속가능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