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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회 한국사능력시험 분석해보니…

    14회 한국사능력시험 분석해보니…

    지난 14일 올해 첫 한국사능력검정시험(한국사시험)이 치러졌다. 대체로 “지금까지 시험 가운데 가장 쉬운 시험”이라는 평가다. 수험전문가들은 고급시험 합격률이 60~7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가장 쉽게 출제됐던 고급 시험은 지난해 치러진 11회 시험으로 합격률은 58.6%였다. 가채점 결과 60점을 넘어 고급검정을 통과한 수험생들은 크게 반겼다. 당장 올해부터 5급 행정직, 5등급 외무직 공채시험 등 국가공무원 시험을 치르려면 한국사시험 고급자격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한 번 검증을 받으면 토익·토플 등 영어 검정시험 유효기간보다 1년 더 긴 3년 동안 시험을 다시 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매번 들쑥날쑥한 난이도는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시험 난이도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져 시험의 공신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백준기 남양주시 평생교육문화센터 한국사강사는 “1주일 공부해도 붙을 수 있는 시험에 ‘고급’시험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것이 무색하게 됐다.”면서 “시험 난이도가 매회 제각각이면 어렵게 출제됐을 때 떨어진 수험생들이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5급 공무원 시험에 ‘한국사 고급’ 자격 필요 국사편찬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고급시험의 합격률은 9회 47.9%, 10회 4.5%, 11회 58.6%, 12회 42.6%, 13회 23.8%였다. 말 그대로 ‘널뛰기 난이도’였다. 이 때문에 5월 치러질 예정인 15회 시험의 난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시험 출제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는 지난해 초 “합격률을 50% 정도로 안정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합격률은 매번 목표에서 크게 어긋났다. 쉬운 출제의 원인이 시험의 ‘졸속시행’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2월 치러질 예정이었던 14회 한국사시험은 수험생들의 집단 민원 탓에 한 달 넘게 앞당겨 시행됐다.<서울신문 2011년 11월 3일 자 25면> 5급 행정·외무·기술직 공채시험의 원서접수 기간이 1월 25~30일인 것을 고려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시험 출제자들이 심화 문제를 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선우빈 에듀스파 한국사 강사는 “난이도 상(上)에 해당하는 문제가 한 문제도 출제되지 않았다.”면서 “최소한 고급시험이라면 역사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실험적인 문제도 어느 정도는 출제돼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아쉽다. 시험문제들이 너무 급하게 출제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11회 58.6%→13회 23.8% 합격률 ‘들쑥날쑥’ 공무원시험 수험생을 고려해 일부러 쉽게 출제된 시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고종훈 메가스터디 한국사 강사는 “한국사를 체계적으로 배운 학생들은 이번 시험에서 대부분 90점 이상을 받았다.”면서 “5급 공무원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에게는 한국사시험이 시험 응시 여부를 결정하는 중대한 시험이라 국사편찬위가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준기 강사도 “시험을 통해 예비공직자들의 한국사 능력을 배양해야 하는데, 응시생들의 수준에 맞게 시험 수준이 결정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사편찬위는 고급시험을 ‘한국사 심화 과정으로 차원 높은 역사 지식, 통합적 이해력, 분석력을 바탕으로 시대의 구조를 파악하고, 현재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소개하고 있다. ●고교교과서 지도·도표 등 문화사 비중 높아 하지만 이번 시험으로 한국사시험의 출제경향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고급은 50문제 가운데 근현대사 20문제, 근현대사 이전 국사 30문제가 출제돼 수능이나 7·9급 공무원시험의 한국사시험보다 근현대사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고교 국정 교과서 밖의 문제가 어김없이 3~4문제 출제되고 있다. 이들 문제는 유물·유적 등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거나 주변 국가와의 분쟁 등 시사문제로 채워진다. 특히 고교 교과서의 지도·도표·그래프를 이용한 문화사 문제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성환 에듀윌 한국사 강사는 “고교 교과서 전체 범위를 2번 정도 정독하고, 10회 이후 기출문제를 살피면 무난히 고급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고급시험의 지원자는 2만 3760명으로 13회 2만 4094명, 12회 2만 7977명보다 다소 줄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조선궁궐의 ‘토우’·佛약탈 문화재 반환 문제 등 눈길 14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고급)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단연 47번 문제다. 기와지붕에서 토우(土偶)를 놓는 위치와 그 명칭을 고르는 문제다. 토우는 잡귀를 물리치는 의미를 갖는데, 조선시대 궁궐 등 전각 추녀마루에 놓던 장식이다. 초·중·고교 교과서에는 나온 적이 없지만, 주변의 전통 건축물을 눈여겨본 사람이라면 무난히 풀 수 있는 문제라는 평이다. 48번은 프랑스의 약탈 문화재 반환을 주제로 한 시사문제다. 프랑스 군대가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해 간 시기에 일어난 일을 고르는 문제로, ‘흥선대원군의 천주교 박해사건’이 답이다. 50번은 독도에 관한 문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독도를 묘사한 부분을 언급한 지문을 제시했다. 독도 문제는 국사편찬위원회가 거르지 않고 내는 문제로 무난히 풀 수 있었다는 평이다. 9번 문제는 한국사시험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문제다. 조선방역지도, 대동여지전도, 동국지도(정상기),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등 4종의 사진을 보면서 시기 순으로 나열하는 문제다. 동국지도가 15세기와 18세기에 제작된 2종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다. 한국사시험에는 이런 고교 교과서의 시각자료를 이용한 문제가 많이 출제된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市 승진기준 결정때 직원도 참여

    서울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직원들이 승진·전보심사 기준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인사 시스템을 마련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중구 서소문 청사에서 오찬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시 6대 인사원칙 실천계획’을 발표했다. ●여성·장애인·저소득층 비율 확대 박 시장은 “기존 성과 중심의 인사 시스템은 화합과 협력의 가치를 흔들고 직원들의 피로를 누적시켰다.”며 “공무원이 신명 나야 시민이 행복해진다는 생각으로 이번 인사 원칙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6대 원칙은 공정, 소통, 책임, 감동, 공감, 성장 인사다. 시는 먼저 인사 부서에서 일방적으로 승진 심사 기준을 정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승진 기준 수립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행정·기술·기능 분야별 5급 이하 직원 20명 안팎으로 ‘승진심사기준 사전선정위원회’를 구성한다. 여기에서 결정된 기준은 내부망을 통해 사전에 공개된다. 전보도 승진과 마찬가지로 5급 이하 직원들이 참여하는 ‘전보기준 사전선정위원회’에서 기준을 마련한다. 또 구조적으로 승진이 적체됐던 소수 직렬을 배려하고, 5급 이상 여성 관리자 비율 목표를 올해 16%에서 2020년까지 21.6%로 높여가기로 했다. 그동안 실·국장이 전보 직원을 선택하도록 했던 드래프트제도 폐지되며 개인 희망 순위에 전보 우선권이 부여된다. 다만 부서 간 불균형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선호 부서 연속 근무는 제한된다. ●공무원 경쟁력 저하 우려도 사회적 약자의 공직 진출도 확대된다. 올해 전체 신규 공무원의 10%(법정기준 3%)를 장애인으로 채용하고, 9급 일반직 채용 인원의 10%(법정기준 1%)는 저소득층으로 채용한다. 9급 기술직렬 채용 인원의 30%를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의 고졸자로 채용하기로 했다. 편법 운영의 문제점이 많았던 성과포인트는 대폭 축소한다. 또 출산·육아 공무원 위주로 실시되던 유연근무제를 일반 직원으로까지 확대하고, 장애인과 원거리 출퇴근자 등 통근 여건이 취약한 직원들을 위한 재택근무제도 시행한다. 그러나 경쟁과 성과 위주의 인사정책을 탈피하겠다는 이번 개편이 자칫 공무원들의 경쟁력과 시민 서비스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성과포인트 고득점자의 특별승진을 없애면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밤새워 열심히 일한 사람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고, 드래프트제 폐지로 국·실장의 인사권한이 축소되면서 나태한 직원들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경기도, 올 고졸자 44명 일반직 9급 공무원 채용

    경기도는 올해 고교 졸업자 44명을 일반직 9급 공무원으로 채용한다. 최근 3년 동안 고졸자 채용은 도 1명, 시·군 4명뿐이었다. 11일 경기도가 밝힌 ‘2012년 경기도 지방공무원 충원계획’에 따르면 올해 고졸 경력 경쟁임용시험을 신설한 도는 고졸자들을 선발해 도청에 3명, 시·군에 41명을 배치한다. 경기도의 고졸자 공무원 채용 수는 대구시(12명), 전북도(11명), 서울시(10명) 등 다른 자치단체보다 3∼10배 많다. 채용분야는 공업·농업·보건·시설 직렬이다. 오는 5월 12일 필기시험과 면접을 거쳐 8월 최종 합격자가 결정된다. 도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출신의 공직진출 확대계획을 수립하고 시·군별 수요조사도 마쳤다. 시험에는 도내 132개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의 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응시할 수 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법원 9급 16일·기상직 9급 26일부터 원서접수

    법원 9급 16일·기상직 9급 26일부터 원서접수

    법원 9급 공채 원서접수가 16~20일 대법원 시험정보사이트(exam.scourt.go.kr)에서 진행된다. 이번 공채 선발예정인원은 435명으로 지난해(380명)보다 14% 늘어났다. 필기시험은 3월 3일, 면접시험은 4월 10일, 최종합격자 발표는 4월 17일이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기상직 9급 공채시험 원서접수는 26일~다음 달 1일 기상청 홈페이지(www.kma.go.kr)에서 진행된다. 지난해(40명)보다 20% 늘어난 50명을 최종선발할 예정이다. 필기시험은 3월 10일, 면접시험은 3월 28~29일, 최종합격자 발표는 4월 6일이다. 5급 행정직·5급 기술직, 5등급 외무직 공채시험 원서는 25~30일 사이버국가고시센터(gosi.kr)에서 접수할 수 있다. 5급 보호직렬 2명 선발이 뒤늦게 결정, 선발예정인원은 애초 발표보다 2명이 늘어난 369명이다. 보호 직렬 선발은 2년 만이다. 1차 필기시험은 다음 달 25일 실시된다. 또 변리사 국가자격시험 원서접수는 18일까지다. 1차 시험은 다음 달 26일이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지방행정의 달인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2) 문화관광분야

    [지방행정의 달인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2) 문화관광분야

    천문대와 박물관을 활용한 지역관광 마케팅의 대가, 문화 불모지에 문화의 향기를 전파하는 공연기획자, 아름다운 섬 속 자연자원 발굴 및 보전의 파수꾼. 제2회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꼽힌 22명 중 문화관광 분야 달인들의 면면이다. 열정과 헌신으로 똘똘 뭉친 이런 공직자들이 있기에 지역은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오는 16일에는 농업분야 4명의 달인들을 소개한다. ■이형수 강원 영월군 도시디자인과장 국내 첫 ‘시민 천문대’ 건립… 관광 영월 자리매김 수훈 갑 강원 영월군 도시디자인과 이형수(56·지방행정5급) 과장은 폐광지 영월을 ‘박물관의 고장’으로 탈바꿈시킨 신지식 공무원이다. 이 과장은 정부 산하 연구용 천문대와 달리 누구나 이용 가능한 시민 천문대인 별마로천문대를 비롯해 지역 특성을 살린 박물관과 과학관 등 10개의 문화시설을 직접 기획하고 건립했다. 영월이 민간 박물관까지 포함해 모두 19개 박물관을 갖추고 문화관광도시로 변신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내년까지 10여개의 박물관이 추가로 건립되거나 구상되고 있어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2001년 별마로천문대가 건립되고 10년동안 해마다 10만여명의 관람객이 찾는 등 영월 박물관을 찾는 유료 관람객만 연간 150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군민이 4만여명이니 박물관 관람객만 주민의 38배나 되는 셈이다. 박물관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영월 이미지도 좋아져 래프팅과 패러글라이딩 등 레포츠를 즐기려는 관광객들까지 몰려 한 해 영월을 찾는 관광객만 500만명에 이른다. 이처럼 영월을 박물관을 포함한 문화관광의 고장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 이 과장이다. 그가 남다른 안목으로 ‘하늘의 별을 상품해 팔자’며 팔을 걷어붙인 것은 1996년 일본 배낭여행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폐광지 영월과 비슷한 여건인 일본의 이와키시를 찾아 도시가 다시 회생된 계기가 석탄박물관과 동굴, 천문대였다는 사실을 알고부터였다. 천문대는 유지비가 많이 들지 않고 사계절 체류 관광객을 맞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당시 일본에는 1000여곳의 민간 천문대가 있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만 100여개가 있는 등 사설 천문대가 외국에서는 각광을 받고 있었지만 국내에는 제대로 된 천문대가 없었다. 이후 7년간의 기획으로 해발 800m 봉래산 정상에 별마로천문대 건립에 들어갔다. 천문대가 들어설 자리를 찾기 위해 3년 동안 500번 이상 산을 올랐다. 고(故) 조경철 박사에게 얻은 중고 망원경을 메고 맑은 날, 흐리고 안개 끼고 눈비가 오는 악천후를 가리지 않고 산 정상을 찾아 하늘의 별자리를 관찰하며 최적의 입지를 찾았다. 워낙 인적이 드문 산을 주로 밤에 찾다 보니 멧돼지와 고라니떼를 만나 봉변도 당하고 주변 동료들로부터 ‘천문대에 미친 사람’이라는 오해도 샀다. 설립 초기 일부 주민들로부터 ‘영월의 맥을 끊어 놓으려 한다’는 질타도 받고 천체 관측 장비의 국제 입찰 과정에서 비방과 투서가 난무해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까지 받는 수모도 겪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장비를 들여와 영월의 랜드마크 천문대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극복했다. 이 과장은 “45억원이 들어가는 천문대가 건립 후 애물단지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미친 듯이 산을 찾았고 일본 천문대 도면을 복사해 오고 일본 천문대 주변 주민들의 삶과 경제 효과까지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외롭게 천문대 건립을 추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별마로천문대와 연계해 천체 체험과 교육, 휴양을 할 수 있는 천문과학관을 만들어 관광객을 맞고 있다. 또 국내 유일의 공립 사진박물관인 동강사진박물관, 카르스트 지형의 영월 생태자원을 담은 동굴생태 전시관, 방랑시인 김삿갓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감삿갓문학관, 탄광 지역의 애환을 담아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탄광문화촌, 영월 특산품 숯을 웰빙시대에 맞게 관광상품화한 상동숯마을과 참숯역사관까지 이 과장의 기획과 손때가 묻지 않은 곳이 없다.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2002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로부터 신지식 공무원으로 선정되고 같은 해 관광공사로부터 아름다운 관광 한국을 만드는 1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 과장은 “늘 공부하는 공무원이 지역을 이끌 수 있다.”면서 “지난 15년 동안 국내외 지역사회 개발 사례 책자와 논문 4000여권을 찾아 소장하고 공부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영월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송필석 부산 사하구 을숙도 문화회관 공연기획팀장 사라 장 등 유명인 공연 유치… 국내 최고 수준 극장 탈바꿈 한때 국내 최고 철새 도래지였던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자리 잡은 ´을숙도 문화회관´에서는 요즘 문화예술 향기가 솔솔 피어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불편한 교통과 낙후된 시설 등으로 지역민과 예술인들로부터 외면받던 극장이 부산 서부산권을 대표하는 공연예술 장소로 떠올랐다. 문화회관의 대변신에는 송필석(51·행정6급) 공연기획팀장의 열정과 노력이 한 몫했다. 송 팀장은 부산 지역 공직사회와 예술계에서 이미 ‘공연 기획의 달인’으로 이름나 있다. 그는 을숙도 문화회관 운영에 혁신적인 공연기획 시스템을 도입, 지난해 전국 284개 공연장의 1년 평균 기획 공연의 6배를 갖는 등 을숙도 문화회관을 수준 높은 공연장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0 문예회관 운영현황 조사’에 따르면 전국 284개 공연장의 1년 평균 기획 공연이 23.4회지만, 을숙도 문화회관은 6배 수준인 130여회(2011년 기준)에 달했다. 올해도 100여 차례 공연을 준비 중이다. 2010년에는 한국문예회관 연합회 주관 ‘전국 문예회관 운영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1987년 행정직 9급으로 공직에 뛰어든 그는 부산시 문화예술과, 부산문화회관 등 문화예술 부서에서 주로 일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원에 진학, 예술경영을 전공하고 2007년에는 음악 박사 학위까지 받아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공연기획 전문가로 거듭났다. 시 공연기획 담당으로 입지를 굳힌 그가 을숙도 문화회관 근무를 자원한 것은 2008년 2월이다. 해운대 등 부산 남부권에 비해 문화 혜택을 누릴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는 서부산권 시민들에게도 문화예술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뜻에서였다. 하지만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2002년 개관한 을숙도 문화회관의 실상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공연이라고는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 연극이나 인형극이 고작이었다. 월평균 4~5차례 공연이 전부였다. 게다가 턱없이 부족한 전문인력과 예산, 동네 피아노 학원 발표회 장소라는 낮은 이미지, 불편한 교통여건, 성능이 낮은 조명과 조악한 음향 시설 등 모든 게 엉망이었다. 직원들도 좌절감에 빠져 있었다. 이런 어려운 여건을 극복할 방안이 무엇인지를 찾아야만 했다. 결론은 우수 연주자 초청 등 공연장의 브랜드를 향상시킬 ‘소프트웨어’였다. 그러나 적은 기획예산과 전문인력도 없는 형편에서 우수 연주자를 초청해 공연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듯 2008년 개관 6주년 특별기념 공연으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사라 장을 초청, 대박을 터뜨렸다. 문화회관 개관이래 최초로 700여 좌석 표가 모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초청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라 장이 협연할 만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등을 협연 파트터로 초청하고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도움을 달라.”는 호소 끝에 공연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하면 된다’는 직원들의 자신감이었다. 이후 피아니스트 백건우, 국민가수 인순이, 마법의 사운드 필라델피아 챔버 오케스트라, 자연주의 피아니스트인 조지 윈스턴, 명창 박성희 초청 완창 판소리 흥부가, 바이올리스트 강동석 등의 공연을 잇따라 유치했다. 현재 을숙도 문화회관은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등 국내외 문화예술 기관 단체와의 공연·교류협약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새로운 개념의 상설 프로젝트형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송 팀장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을숙도 문화회관이 전국 최고 극장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직원들의 혼신을 다한 열정과 노력 때문”이라며 “을숙도 문화회관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고경남 전남 신안군 철새갯벌팀장 섬의 문화·생태적 가치 발굴… 장도습지 람사르 등록 주도 전남 신안군 해양수산과에 근무하는 고경남(47·지방사서6급) 철새갯벌팀장은 1004개의 섬으로 유명한 신안군의 자연자원을 발굴·보전하는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고 팀장은 인문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자연과학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은 이해와 관심을 가지고, 환경과 지역의 자연보호에 앞장서 ‘문화관광 분야’의 행정 달인에 선정됐다. 고 팀장은 1004개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의 문화적·생태적 가치를 발굴하고 지키는 일이 장기적으로 주민들의 삶을 발전시키고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고 팀장은 섬이 가진 고유의 생태적·문화적 가치들을 발굴하고 세상에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명감으로 1997년부터 틈나는 대로 낯선 섬들을 답사했다. 2003년 흑산도에 딸린 장도에서 산지습지를 발견한 것은 그 첫 사례다. 20여 가구가 사는 장도섬은 산 정상부에 습지가 있어 가뭄에도 늘 부족함 없이 식수로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가파르게 험준한 산을 오른 후 갑자기 넓게 펼쳐진 습지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소를 방목하고 식수를 얻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뒷산이었으나, 섬에서 수천년에 걸쳐 형성된 독특한 산지 습지의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습지로 지정받게 됐다. 이곳은 습지 관리 및 홍보를 위해 매년 수억원의 국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지역의 대표적 명물이 됐다. 고 팀장은 이러한 경험을 살려 주변에서 늘 보아 왔던 자연이 중요한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자연을 자세히 살피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 2009년 흑산도에서 국내 미기록종인 새우란 2종을 발견해 신안새우란과 다도해새우란으로 명명하였고, 압해도에서는 103년 만에 사라진 갯정향풀과 병아리다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가거도에서는 희귀종인 섬천남성의 서식지를, 흑산도 진리에서는 어린 초령목 43주를 찾아내 천연기념물로 등록시키기도 했다. 고 팀장은 문화유산에도 관심이 많아 매주 공휴일에는 문화유산, 민속, 야생화, 조류 등을 관찰한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실력을 쌓기 위해 대학원에서 민속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만난 흑산 사리와 비금 내월리 돌담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시키기도 했다. 또 신안군 문화유산해설사로 활동하면서 전남 22개 시·군 내고장 문화유산해설사를 양성하는 교수로서 6개월간 120명 이상을 교육시키기도 했다. 고 팀장은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철새갯벌팀을 만들어 습지에 도래하는 철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도요물떼새의 종 보전을 위해 40여 민관학 단체가 참여하고 국제 네트워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도요물떼새 네트워크 사무국장으로 전국 도요물떼새 동시센서스 및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야생식물 및 철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난해부터 전국적인 탐조 단체인 한국야생조류협회 회장으로도 활동하면서 전문성을 키워 왔다. 현재 신안의 많은 무인도서(칠발도·구굴도 등)가 바닷새 번식지로 중요한 곳이나 외래종의 도입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어 문화재청, 국립공원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복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야생조류 서식지 및 철새도래지 모니터링, 센서스 등 연구활동을 통해 신안군에 서식하는 철새 분포현황 보고서 2권과 각종 정책 자료집을 발간하는 등 다양한 연구 활동을 해 왔다. 고 팀장은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군이 가지고 있는 무궁한 자연자원과 작은 섬 문화가 가장 경쟁력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신안군 갯벌 자원을 비롯해 우리나라 자연환경의 지속적인 보전과 이용을 위한 관리 모델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 사진 신안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2013년 9급 공채 시험과목 변경 논란

    2013년 9급 공채 시험과목 변경 논란

    지난달 30일 행정안전부가 9급 공무원 공채시험 과목 가운데 필수과목이었던 행정법총론과 행정학개론을 2013년부터 선택과목으로 바꾸고, 고교 과목인 사회·과학·수학도 선택과목에 포함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고등학교 졸업자도 9급 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에 쉽게 응시할 수 있도록 시험 과목을 합리적으로 개선한 것”이라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행정학과 교수들의 평가는 달랐다. 고졸자 공직 채용 확대에는 동의했지만 “‘행정’공무원을 선발하는 데 ‘행정’ 과목을 안 봐도 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학·행정법 필수 제외돼 고졸자 공직 진출 늘어날 것” 2013년 9급 공무원 공채시험부터는 행정학·행정법 등 행정 관련 과목이 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바뀜에 따라 면접시험·수습 공무원 교육 프로그램 등 9급 공채 제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다음 주 시험 범위·출제 방법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시험 과목 변경으로 행정 관련 전문성 평가가 약화됐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김홍갑 행정안전부 인사실장은 “면접에서 실무 역량을 평가하는 부분이 바뀔 것”이라면서 “행정과 관련된 내용은 합격 이후 실무 교육 과정에서 보완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행정학·행정법도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목으로 유지해 기존 수험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하면서 고교 졸업자들에게 임용 기회를 넓혀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은 고교생이 9급 시험을 보려면 학과 수업뿐만 아니라 행정학·행정법을 가르쳐 주는 학원까지 다녀야 했는데, 그런 폐해를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고교 진학 상담 교사들도 9급 공채 시험 과목 변경을 크게 반겼다. 김종우 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장(서울 성수고 교사)은 “지금 9급 공채 환경에서는 일부 대학 교육에 포함된 시험 과목 때문에 고교 졸업생이 공직으로 진출할 방법이 아예 없다.”면서 “한꺼번에 고졸자 임용이 늘지 않더라도 기회를 열어두면 굳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공무원 길을 택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고졸자들끼리 경쟁하는 채용이나 지방 학생들이 그 지역 사회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채용 등 제한 경쟁 채용의 선발 인원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양공고 취업지도부장인 김영철 교사도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대졸자들이 많이 차지하는 학력 인플레이션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상위권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접고 기능인재 등 고졸자 공무원 채용 시험에 도전하고 있는데, 이번 시험 과목 변경으로 더 많은 고교생이 대학 교육을 받지 않고도 공무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행정전문성 강화 추세 역행 고졸 제한경쟁 인원 늘려야” “개악이다. 9급 공채는 고교 졸업자 대상 시험이 아니다. 오히려 공무원의 행정 전문성이 중시되고 있는 가운데 행정 관련 과목을 필수에서 제외한 건 시대 역행적인 결정이다.” 많은 행정학과 교수들은 9급 공채 시험 과목 변경에 반대했다. 임도빈 서울대 교수는 “행정안전부가 어떤 공직자를 선발해야 국민에게 도움이 될지 깊게 고려하지 않고, 대통령 눈치만 보면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시험 과목을 바꾸는 것이 실제 고졸자들의 공직 진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임 교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졸자가 많은 상황에서 고교 과목을 추가했다고 해서 고졸자가 대학생이나 대학 졸업자보다 유리할 수 없다.”면서 “고졸자 공무원 채용을 늘리려면 고졸자 제한 경쟁 인원을 늘리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다. 시험 과목 자체를 뒤흔드는 건 눈에 보이는 것만 중시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이번 시험 과목 변경 계획이 ‘대학 교육은 비실용적’라는 임용담당자들의 대학 교육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천오 명지대 교수는 “대학 교육은 ‘보약’ 같은 것으로 당장에는 효과가 나지 않지만 대학 교육 과정에서 습득한 사고력·판단력이 나중에 반드시 도움이 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오성호 상명대 교수는 “일부 공무원들이 행정학과에서 실무에 도움이 안 되는 교육만 한다고 지적하지만 대학 행정학 교육이 공무원시험을 의식해 법 중심의 암기식 교육으로 흘러가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정학 교육이 사회를 진단하고 자기 나름의 문제 해결을 하도록 돕는 식으로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학·과학·사회 등의 과목은 공무원 업무 수행에 필요한 과목이 아니라 단순히 고졸자들의 채용을 늘리려고 정부가 채택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 교수는 “실제 행정업무를 하는 데 수학·과학·사회 같은 과목이 정말 필요한지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부 채용 대상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시험 제도를 바꾼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9급 시험과목 변천사

    9급 시험과목 변천사

    1994년 이전까지 9급 공무원 공채시험은 고등학교 졸업자가 풀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한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과거 ‘공무원고시령’이나 현재 ‘공무원임용시험령’에는 5급 공채(현 9급 공채) 시험의 출제 수준을 ‘고등학교 졸업 정도’로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 규정은 1995년 폐지, ‘행정업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지식을 검정할 수 있는 정도’로 대체됐다. 초기 5급 공채시험은 비록 출제 수준이 고졸 수준으로 명문화돼 있었지만 지금보다 시험 과목 수가 적거나 범위가 좁았던 것은 아니었다. 1961년 9급 공무원 공채시험은 ‘5급 공무원 임용고시’라는 이름으로 처음 생겨났다. 1~2차로 치러진 5급 1부직(현 9급 일반행정직) 시험 과목은 1차에 일반교양으로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철학 과목, 2차에 국사·국어·과학·법제대의·경제대의 등 필수 5과목이었으며 세계사·도덕·지리·물리·화학·생물·수학(필산 및 주산)·영어 중 2과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런 5급 공채 시험 과목이 국어·국사·영어·일반사회·수학 등(일반행정직 기준)으로 대폭 간소화된 것은 1971년이다. 당시 시험을 주관하던 총무처는 시험 과목 조정 이유를 “고등학교 학력 정도면 응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1년엔 행정공무원의 직급 체계가 지금의 1~9급으로 바뀌었고, 당시 정부가 강조하던 국민윤리가 9급 공채 시험 과목에 포함됐다. 또 1988~1994년에는 주산 과목이 사라지고 시대상을 반영해 전자계산일반이 채택됐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1995년에는 ‘공무원임용시험령’을 개정해 9급 시험 출제 수준을 ‘고졸 수준’에서 ‘행정업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지식을 검정할 수 있는 정도’로 바꿨다. 수험 전문가들은 대졸 합격자가 급격히 늘어나 ‘9급=고졸’이라는 등식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985년 9급 공채시험 합격자 가운데 고졸 이하는 1152명으로 전체 합격자의 58%를 차지했지만 1990년 36.7%(1547명), 1995년 9.3%(131명)로 크게 줄었다. 또 2000년엔 2.1%(61명), 2010년엔 1.6%(25명)로 사실상 대졸자들의 무대가 됐다. 또 지금처럼 9급 일반행정직 공채 시험에 행정학이 채택된 것 역시 1995년이다. 이때 국민윤리 과목은 15년 만에 공무원 시험에서 폐지됐다. 2003년부터 행정법이 시험 과목에 포함되면서 현재와 같은 과목으로 시험이 치러졌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공무원들 여전히 ‘박봉’이라는데 각종 수당 더해 보니

    공무원들 여전히 ‘박봉’이라는데 각종 수당 더해 보니

    공무원 봉급표를 보는 일반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정도밖에 받지 않을까? 각종 수당이 붙는다던데…. 하지만 공무원들은 일반 기업이나 투자기관 등과 비교해 ‘박봉’이라고 하소연한다. 그나마 올해는 물가인상률을 감안, 3.5% 인상돼 그나마 위안이 된다. 국민들은 수당이 포함된 실제 보수를 알고 싶어 한다. 9급 일반직 공무원으로 첫걸음을 뗀 공무원이 받는 기본급은 상여금을 포함해 116만 5200원에 불과하다. 이것만으로는 기본적인 삶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봉급표에 드러나지 않은 다양한 수당을 받는다.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는 흔히 ‘보너스’라고 불리는 정근수당 등이 있다. 성과평가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수당, 가족수당·자녀학비보조수당·육아휴직수당·주택수당(군인공무원) 등 가계보전수당, 시간 외 근무 또는 휴일근무 등에 따른 초과근무수당 등이 있다. 이 밖에 관리업무수당, 정액급식비, 직급보조비, 명절휴가비 등이 부족한 급여를 메워 준다. 공무원들이 공통적으로 받는 수당이다. 직군에 따라 특수근무 수당, 위험수당 등도 붙는다. 구체적으로 보면 명확해진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군대를 다녀온 남자의 경우 일반직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하면 9급 3호봉이다. 한 달 기본급은 지난해 123만 7600원에 비해 5만원 남짓 오른 128만 8200원이다. 그러나 정액급식비 13만원, 직급보조비 10만 5000원, 시간 외 근무수당 24만 700원, 정근수당 2만 1500원, 명절휴가비 12만 8800원 등을 더하면 191만 4200원이다. 공통적인 보수만 따져서 이 정도다. 여기에 최대 4명까지 매달 지급되는 가족수당(배우자 4만원, 부모·자녀 각 2만원, 셋째 자녀부터 10만원)과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지원되는 자녀학비수당, 성과상여금, 연가보상비 등을 받는 경우는 최소 20만~30만원이 보태진다. 4급 10호봉의 월 기본급은 308만 2200원이다. 5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10년 정도 근무한 뒤 승진한 경우로 중앙부처 과(팀)장급에 해당한다. 지난해 기본급 296만 1100원보다 12만원 정도 올랐다. 여기에 정액급식비(13만원), 직급보조비(40만원), 관리업무수당(27만 7400원), 정근수당(25만 6900원), 정근수당 가산금(6만원), 명절휴가비(30만 8200원) 등을 더해서 월평균 451만 4700원이 된다. 이들 역시 공통수당 외에 성과상여금, 가족수당, 자녀학비 등 각종 개인적 수당 50만~60만원이 더해진다. 또한 여기에 법정 보수로 보지는 않지만 부처별로 시행하는 ‘복지포인트제’가 있다. 현금화할 수는 없지만 서점, 안경점, 의류점 등 공무원복지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나온다.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없으며 부처기관별, 직급별로 액수 및 사용가능처는 다르다. 행안부 4급 과장급 공무원의 경우 연간 평균 50만원 정도 사용할 수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36) 목졸려 살해된 시신, 라면박스만 없었어도… 범죄가 흔적을 남기기 위해… 35) 그녀와 만난 남자는 모두 죽는다 마약에 눈먼 20대 명품녀의 엽기적 살인행각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전체 시리즈 목차보기 (클릭)
  • 병장 10만8000원·순경 1호봉 125만9900원

    병장 10만8000원·순경 1호봉 125만9900원

    지난해 병장 월급이 처음으로 10만원을 넘어 선 군인 월급은 4% 인상됐다. 올해 병장 월급은 10만 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4200원 올랐다. 상병 월급은 9만 7500원, 일병 8만 8200원, 이병 8만 1500원 등을 받는다. 장성급 간부 월급도 소폭 올라 소장(1호봉)이 월 354만 100원을 받고 준장(1호봉)은 333만 3000원을 받는다. 소위(1호봉)는 월 106만 9100원, 하사(1호봉)는 월 91만 8000원을 받는다. 주요 계급별로는 1호봉 기준으로 ▲중사 104만 9600원→109만 5800원 ▲상사 131만 8700원→137만 6700원 ▲원사 195만 3600원→203만 9600원 ▲준위 135만 2500원→141만 2000원 ▲중위 112만 9500원→117만 9200원 ▲대위 146만 9300원→153만 3900원 등으로 각각 인상됐다. 군 최고위직인 대장은 659만 1700원을 받는다. 경찰공무원(전투경찰 포함)과 소방공무원 월급을 살펴보면 가장 낮은 순경과 소방사 1호봉이 125만 9900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5만원 올랐다. 경찰서장급인 총경과 소방서장급인 소방정 1호봉은 232만 6900원을 받고 각각 두 기관의 수장인 경찰청장(치안총감)과 소방방재청장(소방총감)은 지난해보다 25만 4400원 인상된 647만 4300원을 받는다. 이 밖에 계급별 1호봉 기준으로 ▲경장·소방교 130만 5900원→135만 9300원 ▲경사·소방장 140만 4400원→146만 1800원 ▲경위·소방위 155만 1400원→161만 4900원 등으로 각각 인상됐다. 한편 공안 공무원은 일반직 공무원보다 다소 높은 월급을 받는다. 9급 1호봉이 월 123만원으로 일반직 공무원보다 7만 6000원 정도 더 받는다. 5급은 일반직보다 15만 7000원 많은 214만 2000원이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올 공무원봉급 인상 내용 보니

    올 공무원봉급 인상 내용 보니

    올해 공무원 보수 인상은 물가 상승률(3.0% 전망)을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높여 주기 위한 수당 인상도 눈에 띈다. 세종시로 이주하는 공무원에게는 별도의 지원이 따른다. ●차관급도 올해부터 억대 연봉 올해 대통령과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직급 보조비와 급식비는 동결했다. 직급 보조비는 차등 지급되며 급식비는 직급에 상관없이 월 13만원으로 같다. 국무총리의 연봉은 568만원 오른 1억 4452만원이고 직급보조비(월 172만원)와 급식비를 포함한 총보수는 1억 6672만원이다. 감사원장은 연봉 1억 934만원을 포함해 모두 1억 2698만원을 받는다. 장관 및 장관급 연봉은 지난해보다 418만원 오른 1억 627만원이고 총보수는 1억 2271만원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연봉이 9915만원이었던 차관 및 차관급은 406만원 오른 1억 321만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장관급에 이어 1억원대 연봉에 합류했다. 직급보조비(월 95만원) 등까지 더하면 차관급이 받는 연간 보수는 1억 1617만원에 이른다. 지방 공무원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아 연봉이 1억 627만원이다. 차관급인 광역시장·도지사와 서울시 및 광역시·도와 특별자치도 교육감 등도 1억 321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일반직 공무원과 이에 준하는 특정직·별정직 공무원의 월급은 지난해보다 최소 4만 5800원(9급 1호봉), 최대 21만 5400원(1급 23호봉) 올랐다. 9급 1호봉의 월급은 116만 5200원, 1급 23호봉은 548만 3100원을 받는다. 5급 공채로 공직에 들어온 초임 사무관의 월급은 198만 5000원이다. ●사기진작 차원 특수활동비 인상 특수임무 활동 수당도 올랐다. 중국 불법 어선 단속 작전 등 위험한 해상 특수환경에서 근무하는 해상특수기동대원의 함정근무 수당은 월 9만 2000∼17만 2000원에서 19만 2000∼27만 2000원으로 10만원이 올랐다.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 등 가축질병 예방과 방역 업무를 하는 수의직 공무원의 의료업무 수당은 월 15만원으로 지난해보다 8만원 인상됐다. ●세종시 이전 공무원 이사비 지원 특히 올 하반기부터 국무총리실을 시작으로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함에 따라 세종시 이주 공무원에 대한 수당도 인상됐다. 세종시로 옮기는 공무원에게는 국내 이전 이사비용을 대준다. 5t까지는 사다리차 이용료를 포함, 실비 전액을 지원하고 5t 초과∼7.5t에 대해서는 초과구간 실비의 50%를 지원키로 했다. 현재 국내 이전비용은 2.5t까지만 사다리차 이용료를 제외한 실비를 지원하고 2.5∼5t은 실비의 80%까지 지급하고 있다. 다둥이 공무원에 대한 지원도 늘었다. 출산 장려를 위해 셋째 이후 자녀부터는 가족수당을 5만원 인상해 월 10만원을 주고, 공무원 연가 보상비를 여름철 휴가비로 쓸 수 있도록 상·하반기에 나눠 지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우수 민간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공무원 호봉에 반영되는 민간경력 인정 기준을 7월부터 변경해 최대 인정 비율을 80%에서 100%로 늘린다. 또 자격증과 박사학위가 없이 동일분야에서 근무한 경력도 추가 인정해 주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경력도 모두 인정해 준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등장인물 무영(30대 초반·공무원시험 준비 중) 약희(20대 후반·백화점 화장품 매장 직원) 방역업체 직원 1(40대·제로버그 팀장) 방역업체 직원 2(20대·제로버그 사원) 집주인(40대·중반 여성) 매니저(소리·화장품 매장 관리인) 무 대 왼쪽에 침실과 작은 거실이 딸린 반지하 공간. 햇살을 느낄 수 없으며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이다. 거실 벽면 위로 창이 있으나 방충망은 찢기고 구멍도 뚫려 있다. 거실 한편에는 컴퓨터, 벽에는 벽시계가 걸려 있고 밑에는 커다란 동그라미가 그려진 달력이 걸려 있다. 침실에는 침대와 화장대, 구석에는 아기 침대와 모빌이 달려있다. 중장비의 굉음이 멀리서 들려온다. 중장비 소음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대화할 때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크고 뚜렷하게 들린다. 중장비 소음이 들릴 때마다 무영은 귀를 후비는 습관이 있다. 희미한 침실 조명이 켜져 있고 ‘탁’ 하는 짧은 박수소리 한두 번 들린다. 조명 밝아진다. 무영 저희가 안 나가겠다는 겁니까? 아니잖아요. 아무리 월세를 제때 못 낸다 해도 그렇지 사람이 살 수가 없잖아요. (약희의 눈치를 보며) 알았어요. 그러니까요, 사모님께서 먼저 계약서대로 모기부터 해결부터 해주세요. (사이) 네, 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무영은 수화기를 휙 던지며 클렌징을 하는 약희의 눈치를 살핀다. 약희 뭐래? 무영 (말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알았대. 약희 (순간 울컥함을 참고 몸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이것 봐, 이것 보라구. 어! 여기도 물렸네. 아이 가려워. 에이 정말, 여름만 되면 이놈의 집구석은 모기가 온통 벽에 온통 도배를 해요, 도배를… 얘네들은 날개를 폼으로 달았나? 날개가 있으면 날아올라야지,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요 앞 40층짜리 탑궁전 아파트 사람들은 놔두고 (무영을 보며) 바닥보다 낮은 이런 곳으로 기어 들어와서 피곤한 사람, 잠도 못 자게 한담. 무영, 약희를 힐끗 보다 다시 허공에 시선을 응시하며 손뼉을 친다. 약희 잡았어? 무영 어 (씩 웃으며 약희에게 빈 손바닥을 펴 보인다.) 약희(다시 거울을 보며) 그 한 마리를 잡아서 집안의 모기를 도대체 언제 다 없애겠어? (사이) 다 없앨 수나 있겠어? 좋아, 설사 집안의 모기를 다 잡았다고 쳐. 그럼 뭐해, 좀 있다가 집 밖에 있는 모기들이 주택청약 대기자처럼 얼씨구나 들이댈 거 아냐? 무영 미안해. (표정을 바꿔 자신감 있는 태도로) 그래도 오늘 밤만큼은 기필코 밤을 새워서라도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약희 허구한 날 또 그 소리 (무영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테이프 같으면 벌써 늘어져서 내~~가 책~임진~다. 책임이 뭔지나 아나? 무영 뭐!? 약희 됐어. 그건 그렇고, 난 정말 못 참겠어. 가뜩이나 모기소리가 나면 불면과 신경쇠약에 시달렸는데 이젠 편두통까지, 앵앵거리는 소리만 들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구. 이번 여름, 아니 딱 일주일만이라도 모기가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 무영 (혼잣말로) 난, 자기 잔소리 없는 곳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고 싶다. 약희 뭐야! 잔소리? 그럼 지금 당장 짐 싸. 무영 아니, 내 말은… 약희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잔소리 안 하게 생겼니? 무영(한참 동안 약희의 눈을 피하며) … 약희 이제 집은 어떡할 거야? 이제 보름도 안 남았어. 무영 … 약희 (울컥 치솟는 것을 참으며) 아이 참, 오늘 밤은 또 왜 이리 덥담. 무영 (약희의 눈치를 살피다가) 미안해, 여봉~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약희를 안으며) 그리고 오늘 밤만큼은 자기하고 울 희망이, 내가 밤 새워서라도 모기들한테서 지켜줄게. 약희 (무영을 뿌리친 후) 더워 더워, 끈적거려, 붙지 말래두.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어! 빨리 손 안 치워? 무영 (머쓱한 듯 손을 빼며) … 약희 그리고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라는 말 도대체 몇 번째야.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먼저 모기 다 없애기 전까지 내 몸에 손도 대지 마. 무영 (약희를 한동안 말없이 쳐다보다가) 이놈의 모기들 오늘 밤 다 (목소리를 낮추며) 죽었어. 무영은 약희를 계속 쳐다보다가 ‘앵’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탁’ 하고 박수를 친다. 그리고 잠시 광기 어린 무영의 얼굴이 살짝 비친 후 조명 꺼진다. 조명 켜지면 창밖에는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보다 커진 중장비 소음이 들려온다. 반바지 차림에 부스스한 몰골의 무영은 처음에는 귀를 후비다가 나중에는 귀를 막는다. 이후 한참 만에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확인하고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는다. 약희 지금까지 잔 거야? 무영 아, 아냐, 진작 일어났지. 지금 기출 문제 동영상 강의 듣고 있어. (사이) 정말이야. 자 들어봐. (아이 젖병을 꺼내면서, 목소리를 바꿔) 네, 지난 5년간의 기출문제 유형을 종합하여 정리한다면, 이번 10월에 있을 공무원 9급 공채시험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이번 7주차 강의는~ 약희 됐어, 됐어. 소리 좀 줄여. 무영 거봐, 날 뭘로 보구. 흠 약희 잊지는 않았지? 자기가 한 약속,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무영 또 또 시작이다. 알았어요. 남자로 아니 가장으로, 아니 좋다. 울 희망이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약희 애는? 무영 엉, 지금 분유 타서 먹이려… 때마침 아이 우는 소리 약희 뭐야, 애 분유는 시간 맞춰 먹여야 한다고 했잖아. 그리고 알고 있지? 유아들한테 전자 모기향이나 에프킬라, 절대 안 되는 거. 무영 알아 알아. 약희 그저 말로만… 저기 그런데, 오늘 연락… 왔어? 무영 … 약희 (울컥 차오르는 것을 누르며) 아이 진짜, 그보다 먼저 진짜 집에 있는 모기 좀 당장 어떻게 좀 해봐. 나 지금 코끝을 물려서 완전 딸기코야. 며칠째 모기가 앵앵거려 잠을 설치니까, 얼굴이 부어서 화장으로도 안 가려지잖아. 무영 … 약희 (갑자기 너스레를 떨며) 그것 때문에 고객들하고 상담할 때 자꾸 얼굴을 숙이니까 매니저가 자꾸 눈치 주는 거 있지. 내가 말했지? 그 사람 성질 더러운 거. 뭐냐, 뉴월드 백화점의 얼굴인 슈넬화장품 직원 태도가 뭐냐구… (사이) 내말 듣고 있지? 무영 … 어. 약희 그리고 집주인이 많이 삐친 것 같으니까 자기가 먼저 전화해서 어떡해서든 집주인 비위 잘 맞추고 우리 사정을 잘 말해봐. 무영 (말없이 잠시 침묵하다가) 저기 자기야, 사실… 약희 어? 무영 사실은, 자기 출근하고 바로 집주인한테 연락이 왔었어. 약희 그래! 뭐라구 해? 아니, 자긴 뭐라고 했어? 무영 먼저 모기를 싹 없애 주겠대. 약희 야! 진짜? … 무영 그리고… 약희 그리고? 무영 이번 달까지… 약희 …나가래? 무영 … 약희 그러‥면, 결국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거잖아. 그, 그러면 우리는? 우리는 어떡하구. 완전히 길바닥에 나앉아 죽으라는 거잖아. 그래서 자긴 뭐랬어? 무영 … 그, 그래도 우리집 구조상 모기를 싹 없애긴 쉽지 않을 거야. 그건 자기가 더 잘 알잖아. (사이) 그럼 작성한 계약서대로 모기를 다 없앨 때까지 나갈 수 없다고 버텨봐야지 뭐. 약희 (끓어오르는 것을 다스리며)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그리고 집주인이 집안에 있는 모기를 진짜 다 없애면 그땐 어떡할 거야? 무영 그땐, … 사정이야기를 해봐야겠지. 그리고 우리는 우리대로… 약희 당신, 분명히 자기가 책임진다고 했어. 그럼 이번에야말로 가장의 책임감이 뭔지 보여줘. 아니면 우리 가족 모두 그냥 확! 무영 … 약희 아 네~ 팀장님. (목소리를 낮추며) 나 오늘 저녁에 늦어. 무영 어! 잠깐 …안 되는데. 전화가 끊기자 무영은 뚜뚜뚜뚜 소리를 한참 동안 멍하니 듣다가 전화를 끊는다. 이후 젖병을 든 채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침대와 창문 등,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아기 침대 쪽에서 모기 잡는 시늉을 하며 한참 동안 좁은 거실을 서성거린다. 이때 귀를 후비면서도 전화기에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 후 결심한 듯 전화기로 다가가 전화기를 들었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전화기를 내던진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무영 (조심조심 다가가 전화기를 들며) 여, 여보~세요? 목소리 이무영씨 댁 맞습니까? 무영 그, 그런데요. 목소리 집주인이 김수영씨 맞으시죠?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제로버그? 그런데… 목소리 이 집 주인께서 의뢰하셨습니다. 그럼,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 당황한 무영이 문을 열자 방역업체 직원1, 2 등장. 방역업체 직원은 빨간 모자에 동일한 유니폼(모기 박멸 프린팅)과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였고, 직원1은 고글을 쓰고 지시봉을, 직원2는 특이한 가방을 들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제로버그입니다. 고객님, 잘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는 ‘고객님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타업체와 비교할 수 없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하여 해충 없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바퀴벌레, 개미, 진드기, 거미, 모기, 집게벌레, 이, 좀벌레, 파리 등등을 박멸하는 곳이죠. 직원1이 이야기하는 동안 직원2는 무영을 가볍게 밀치며 돋보기를 들고 분주히 집안 구석구석을 관찰하며,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다. 무영은 그런 직원2를 힐끗 보다가 다시 직원1을 다시 본다. 무영 (벙벙한 표정으로) 아, 네. 그런데 어떻게 벌써… 방역업체 직원1 (말을 자르며) 스피듭니다, 저희 팀 모토는 스피드 앤 퍼펙트, 다시 말해서 신속 완벽. (명함을 주며) 저희는 스카~이 파트입니다. 무영 스카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하늘, 다시 말해서 날아다니는 해충 중, 피를 빠는 모기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죠. 무영 모기를요? 방역업체 직원1 (고글을 벗고 주변을 둘러보며) 들은 바대로 이곳은 모기들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네요. 무영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짧게) 아! 걱정 마십시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 집에는 모기가 23마리, 파리가 12마리, 바퀴벌레가 44마리, 그리고 쥐 4마리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래, 위치는? 방역업체 직원2 다 파악됐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바로 시작하지. 방역업체 직원1과 2. 가방에서 정체 모를 장비와 파리채를 꺼낸 후, 집안을 돌아다니며 체크한 후 구석구석에 커다란 모기박멸 스티커를 붙인다. 그 후 갑자기 책을 꺼내 천장으로 던지고, 파리채를 마구 휘두른다. 이때 무영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과 불안한 몸짓으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본다. 무영 어어, 저저, 저걸 (이때 방역업체 직원1과 눈이 딱 마주치자) 저, 저기요… 혹시 살충제 같은 것을 뿌리나요. 우리 아이가 아직 어려서… 방역업체 직원1 (순간 단호한 표정으로) 걱정 마십시오. 저희 회사는 그런 비과학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는 두세 차례 손뼉을 치며,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다. 무영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2 어어, 거기 팀장님. 순간 방역업체 직원1, 재빠른 동작으로 손뼉을 친다. (손뼉을 칠 때의 동작은 전통 무예의 한 동작과 유사하다.) 잠시 후 손바닥을 펴 무영에게 보여주며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띤다. 무영도 마지못해 웃음을 짓는다. 방역업체 직원1 (약간 고압적인 자세를 띠며) 잠깐만요, 이무영씨. 이 집에서 모기를 완전히 뿌리를 뽑고 싶으시죠? 무영 무물, 물론~이겠죠. 방역업체 직원1 음, 현실적으로 이 집의 구조상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무영 (화색을 띠며) 그, 그런가요? 방역업체 직원1 하지만, 저희가 누구입니까? 해충박멸의 신화 제로버그의 스카이팀. 괜히 스카이가 아니죠. 저희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무영 아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먼저 이무영씨에게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몇 가지 자세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첫째, 모기는 우리 가족의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무영씨, 지긋지긋한 모기를 박멸하고 싶지 않으시나요? 무영 그, 그렇긴 하지만…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그렇다면 마지막은 복창해 주세요. (굳은 표정으로)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지그시 응시하며) 피 무영 (고개를 순간 돌리며) … 방역업체 직원1 (아주 낮은 저음으로) 피 무영 피, 피 방역업체 직원1 피를 빠는…적이다. 무영 (위세에 눌려 마지못해) 피이…를 빠는 적이다. 방역업체 직원1 (분위기를 바꿔 경쾌하게) 일부 모기가 나와 가족의 피를 머금었다고 해서 피를 나눈 형제처럼 여기는 감상적인 생각이나 동정은 금물입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적개심만이 필요하죠. (다시 힘 있게 주먹을 조금 치켜들며) 둘째, 모기는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강압적인 어투로) 애, 애 무영 애, 애 방역업체 직원1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동작마저 따라하며) 애완동물, 애완동물이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취향이 아주 아주 독특한 일부 사람들 중에는 개와 고양이와 같은 일반적인 애완동물에 싫증을 느껴, 모기를 애완용 곤충쯤으로 여기고 사육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영을 보며) 자기 몸으로 말이죠. 물론 극소수의 사람들입니다. 하하하. 무영 (억지웃음을 지으며)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큰 동작으로 손끝을 하늘로 뻗다가 날갯짓을 하며) 셋째, 모기는 천사가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노려보며 힘을 주며) 천사가… 무영 천, 천사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가끔 자신의 옥탑방을 천당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중에는 모기의 앵~ 하는 소리를 천사의 음성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살짝 무영을 응시하며) 이런 사람의 특징은… 무영 (멈칫하다가 손을 내저으며) 아니, 아니에요. 방역업체 직원1 넷째, 모기는 여자가 아니다. 무영 (조금 놀라며) 여자, 여자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알고 계시죠? 흡혈을 하는 것은 모두 암컷들인 거. 무영 (어색한 웃음)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그들의 정신세계는 아주 독특해서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암컷들에게만, 그래서 모기를 아내나 애인처럼 생각하죠. (몰입하며) 모기가 자기의 몸에 빨대를 꽂는 바로 그… 순간을 즐기죠. 무영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1 마지막으로… 모기는 집주인이 아니다. 무영 (침을 삼키며) 모기는 집주인, 이…다. 방역업체 직원1 (가늘게 실눈을 뜨며) 흠… 극히 일부의 세입자 중에는 집안에 모기를 대할 때 당황하거나 조금 심한 경우는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마치 집주인을 대하듯 말이죠. 지난달에는 모기에게 안방을 내주고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세입자를 봤습니다. 물론 그와 반대인 상황도 있습니다. (무영을 지그시 응시한 채로 점점 다가가며) 그럴 경우 모기소리와 집주인의 목소리를 동일시합니다. 그래서 모기소리만 나면 히스테리를 부리죠. 그간 당했던 설움과 쌓였던 분노를 집주인에게 마구마구 쏟아 내듯 말이죠. (갑자기 표정을 확 바꾸며) 네, 고객님께서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런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자신감 있는 웃음을 지으며) 이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기는 100% 박멸 가능합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제 모기를 완전히 퇴치했습니다. 무영 벌, 벌써요? 방역업체 직원1 스피드 앤 퍼펙트, OK? 방역업체 직원2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들며) 이게 끝까지 남아 있던 놈으로 23마리째입니다. 방역업체 직원1 음, 좋아. (무영을 보며) 그럼 여기 점검 내역에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무영 … 무영이 마지못해 받은 내역서를 살피며 서명을 망설이자 방역업체 직원1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무영이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이자, 방역업체 직원들의 태도가 서서히 위압적인 태도로 바뀐다. 이에 무영은 마지못해 서명을 하고, 방역업체 직원1은 뭔가를 해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방역업체 직원2에게 서류를 건넨다. 무영 그런데, 저기… 방역업체 직원1 네? 무영 (쭈뼛쭈뼛 머뭇거리다가) 아! 쥐나 바퀴벌레 같은 거는… 방역업체 직원1 음. (단호한 표정으로) 스카이, 아까 말씀드렸죠, 저희는 모기 전문입니다. 무영 아하! 스카이 방역업체 직원1 혹시 다른 해충을 박멸하시려면, 바닥 쪽이나, 구멍 쪽으로 연락주세요. 그 팀들도 프롭니다. (절도 있는 자세로) 저희 제로버그는 과학적이고 완벽한 서비스를 통해 100%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추후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사이) 물론 완벽하겠지만요. 방역업체 직원1, 2 목례 후 바로 퇴장하자 전체 조명이 어둡게 깔린다. 무영은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 후 잠시 우스꽝스럽게 모기 흉내와 함께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 후 한참 동안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은 점점 크게 들려온다. 무영은 갑자기 귀를 후비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게 귀를 후빈다. 이때 오른쪽 조명이 들어오면 백화점 유니폼을 입은 약희,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약간은 울먹이며 매장 매니저에게 경고를 받고 있다. 매니저 이것 보세요. 김약희씨, 이게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됩니까? 매장에서는 절대 기대거나 의자에 앉으면 안 되는 거, 사적인 통화 금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비주얼, 비주얼 관리, 잘 아시잖아요. (사이) 그런데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술 마신 사람 마냥 코끝이 벌겋게 부풀어 있어요? 약희 그게 모기가… 매니저 그 핑계 그만, 이게 벌써 며칠쨉니까? 고객들이 퉁퉁 부은 코에 억지 웃음을 짓는 당신을 보고 우리 화장품을 사서 바르고 싶겠어요?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사이) 죄송 죄송 그러지 말고 속 시원히 말을 해보세요. (사이) 요즘 김약희씨를 보니까 서비스 마인드 교육이 아주, 정말, 매우 필요한 것 같군요. (사이) 계약서 내용은 잘 알고 있죠? 약희 …네 매니저 계약 위반 시에는… 약희 … 매니저 됐어요. (사이) 이만 됐구요, 서로 피곤해질 것 같으니까 이만 하죠. 다음 주부터는 서로 볼일이 없으면 좋겠네요. 약희 네!? 매니저 제 말 뜻 아시죠? 김약희씨. 흐느끼며 털썩 주저앉는 약희,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 그리고 아이 칭얼거리는 소리와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무대가 점점 밝아지면 무영은 헤드셋을 끼고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때 현관 문소리가 나면서 약희가 들어온다. 현관 문소리에 무영은 순간 벌떡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을 하고 거실로 나온다. 무영 왔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벽시계를 돌아보며) 어! 뭐야, 오늘 늦는다며 일찍 왔네? 약희 (모든 의욕을 상실한 표정으로) 나한테 말 시키지 마. 무영 뭔 일 있나? 아님, 땡땡이! 약희 (고개를 떨구며) … 무영 (살짝 건드리며) 내가 보고 싶어서 땡땡이 쳤구나. 그렇구나, 맞지? 약희 (말을 끊고 매섭게 노려보며) 나한테 말 시키지 말랬지. 무영 (움찔하다가 눈치를 보며) 왜 그래? 약희 당신은 도대체 뭐야? 마누라는 매일 뼈 빠지게 일하는데, 가장이란 사람이 1시가 넘도록 잠이나 퍼질러 자고, 그러고도 당신이 우리집 가장이라고 할 수 있어? 울 희망이 아빠냐고? 무영 약희야, 왜 그래, 농담한 걸 가지고 약희 됐어. 오늘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마. 듣고 싶지 않아. 무영 자기,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일하다 말고 집에 와서 약희 듣고 싶지 않다고 했지. (몸서리를 치며) 당신은 몰라. 아무도 내 맘 모른다구. 무영 (순간 당황하며) 아 참, 낮잠 좀 잤다고 그러는 거야? (약희를 달래며) 오늘 동영상 강의 듣다가 너무 졸려서, 알잖아. 며칠째 밤새 자기랑 울 희망이 옆에서 모기 잡은 거. (사이) 매일 힘들게 고생하는 자기하고 울 희망이한테 남편과 아빠로서 해줄 게 있어야지. (가슴을 두드리며) 나만 믿어.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때 이상한 야릇한 소리가 더 분명하게 들린다. 그러자 무영과 흐느끼던 약희, 동시에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영이 컴퓨터 앞으로 뛰어간다. 허둥거리며 마우스를 잡는 무영. 잠시 후 무영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약희. 무영 아니, 그게 말이야. 있잖아. 아이 참 (표정을 바꾸며) 자기야 미안. 약희 (이를 악물고 쓴웃음을 지으며) 미안하다는 말, 하지도 마. 당신, 나한테 아니 우리 희망이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무영 (머뭇거리며) 약희야, 내 말도 좀 들어봐. 그렇잖아, 내 사정이… 내가 자기한테 붙으면 덥다고, 피곤하다고, 도대체 이게 며칠째야. 석 달은 된 것 같다. 그래서 동영상 강의 듣다가 잠깐, 머리 식히려고… 그냥… (살짝 웃으며) 남자들은 원래 다 그러잖아. 약희, 어이없는 표정 후 분을 삭이는 표정을 짓다 지그시 눈을 감는다. 이때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약희는 눈물을 훔치며 젖병을 챙겨 아이에게 물리나 칭얼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약희 아가 아가, 괜찮아, 괜찮아. 무영 (약희에게 다가가며) 그러니까… 약희 가까이 오지 마, 당신 불결해. 무영 약희야, 저기… 약희 말하지도 마. 다, 당신, 말소리, 굶주린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 같아. 무영 (더 가까이 다가가며) 미안해, 내가 약희 (조금 더 악을 쓰며) 가까이 오지 말랬지. 피를 노리는 굶주린 모기…아니 모기보다도 못한… 무영 (멍한 듯 말을 잇지 못하며) 아무리 그래도… (순간 쓴웃음 지으며) 남편한테 모기는 너무, 너무했다. 약희 (어이없는 표정으로) 너무하다고, 너무하다고, 내가 너무하다고. 김약희 내가? 으흐…흐…흑 난 처음에 당신이 생각이 깊은 줄로만 알았어, 또 누군가를 진정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사이) 생각이 깊어? 흐… (손가락을 흔들며) 오, 노~ 당신은, 당신은 우유부단했던 거야. 다른 사람을 배려, 흐흐, 당신은 원래 당신의 밥그릇조차 지킬 용기나 배짱이 없는 사람이었어. 흐…흐 이젠 지긋지긋해. 하루 종일 햇빛도 안 드는 비좁은 이 집, 매니저와 손님의 비위 맞추느라 짓는 억지웃음, 매일 말뿐이고 책임감도 없는 무기력한 당신, 그런 당신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 그리고,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우리의 미래 (팔을 휘젓다가 순간 신경질적으로 신발과 책 등을 벽과 천장에 마구 내던지며) 특히 이놈의 성가신, 성가신 모기들도, 그리고 당신도… (폭발하며) 모두 모두 다 내 눈앞에서 사라져, 사라져버리라구. 무영 … 약희야! 어찌할 바를 모르던 무영이 세차게 흐느끼고 있는 약희를 보며 용기를 내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하자 약희가 무영의 손을 가로막으며 돌아선다. 무영은 한참을 멍하게 서 있다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때부터 조명은 무영의 행동에 집중되며 중장비 굉음이 점점 크게 들려온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무영은 한동안 심장박동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짐을 느끼며 전화를 받는다. 무영 여, 여보, 여보세요 집주인 (소리만)마침 집에 있었네. 그쪽이 사인한 것 봤어요. 그럼 이제 그쪽이 약속을 지킬 차례네요. 제 말뜻 아시죠? 그럼 이만. 무영의 심장박동은 더욱 요동치며 점차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조명이 거의 사라질 무렵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무영에게 조명이 집중된다. 무영 그런데, 그런데, 이건 너무 일방적이지 않습니까? 무조건 정해진 날까지 집을 비워달라니요. 저희 세입자 입장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생각해 주세요. 집주인 (소리만)계약서, 계약서, 몰라요? 무영 그래서, 그래서, 조금만 더 배려를… 배려를 부탁드리는 것 아닙니까. 이번 가을까지, 아니, 다음 달까지라도… 집주인 (소리만)…… 배려라? 누굴 배려? 내가 당신들을? 난, 여태 배려했어요. 내 집에서 살도록 해줬잖아요? 물론 월세지만, 그리고 집세도 못 내는 당신들이 우긴, 그 말도 안 되는 그 요구, 그래서 이렇게 방역업체까지 불러 모기소리도 싹 없애 줬어요. 이만하면 집주인으로서의 충분한 배려 아닌가? 무영 네,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저…저도 (침을 삼키며) 몇 년간 여기 살면서 집세를 올려달라면 달라는 대로, 수도세 전기세 밀린 적 한번 없이, 때 맞춰 군말 없이 해드렸습니다. 한겨울에 보일러가 터져도, 장마철에는 방바닥에서 물이 올라와 곰팡이가 온 벽을 뒤덮어도, 한여름에는 방충망이 찢겨져서 온갖 해충들이 득실거려도, 그리고 지금처럼 하루 종일 공사 소음에 시달려 귀가 멍멍해져도 아무 불평 없이 지냈습니다. (사이) 작년 겨울 실직만 안 했어도 이런 부탁까지는 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어떻게든 이번 가을에 치를 시험까지라도, 아니 다음 달 우리 애 돌까지만이라도 (무릎을 꿇으며)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집주인 (소리만)그래요, 듣고 보니 안타깝기는 하네요. 하지만 이를 어쩌나. 부탁은 내가 해야 되겠는 걸. 지금 공사가 지연된다고 재개발 조합에서 난리네요. 계약서대로 세입자를 내보내 집을 비우라구요. 그쪽이 용안 4동 재개발 구역에 거의 끝까지 남은 세대라는 거, 알고는 있었죠? 당신들이 나가야 우리 구역 철거가 마무리되거든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도 투자를 한 입장에서 손해 볼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이제 당신들은 계약서대로 나가주면 되는 거예요. 내 말 알아듣죠? 배려라? 배려라면 이번에는 당신들 차례인 것 같은데 무영이 털썩 주저앉자 바로 조명 꺼진다. 어둠 속에서 한동안 귀를 막고 머리를 감싸던 무영이 어느 순간부터 어떤 소리를 집요하게 찾고, 약희는 집안을 정리한다. 무대가 점차 밝아지면 무대의 가재도구는 모두 정리가 되고 커다란 박스 두어 개와 여행용 가방이 무대 중앙에 있다. 약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달력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일어나 벽에 걸린 달력을 뜯는다. 그러자 다음 달력에 커다란 동그라미가 보인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 귀를 후비며,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뭔가를 찾고 있다. 약희 (달력을 보며) 뭐해? 무영 … 약희 뭐하냐구? 무영 찾고 있어. 약희 (심드렁하게) 뭘? 무영 (잠시 머뭇거리다가) 있어, 지금 어딘가에 있어. 약희 그러니까 뭐가 있냐구? 무영 (주변을 계속 살피며) 모기 약희 (힐끗 보며) 모기? 무영 안 들려, 소리? 지금 막 몰려오고 있잖아. 봐, 앵~앵 약희 (무영을 쳐다보다가 잠시 귀를 기울이며) 도대체 무슨 소리? 무영 아, 미치겠네. 에이, 도저히 안 되겠다. 무영은 계속 구석구석 살피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지갑을 뒤지기 시작한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약희가 전화를 바로 받는다. 약희 여보세요? 집주인 아직 있었나보네. 약희 … 네. 집주인 하긴 이틀이나 남았으니까. 지금 문 앞에 있어요. 약희 네? 알이 큰 색안경에 명품가방을 든 40대 여성이 현관문으로 들어온다. 이때도 무영은 집주인을 본 체 만 체 한쪽 구석에서 뭔가를 찾고 있다. 집주인 (무영을 힐끗 본 후,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며) 댁 남편한테 이야기는 들었죠? 약희 … 집주인 (색안경을 벗고 여행용 가방의 손잡이를 잡으며) 그런데 갈 곳은 정해졌~ (손잡이가 쑥 들어가자) 어머! 나? 약희 걱정 마세요. 날짜 되면 알아서 나갈 테니까. 무영 (혼잣말로) 어딨더라. 여깄다. (명함을 보며) 오이제로에 제로제로제로제로.   핸드폰 발신 신호 후 제로버그회사의 경쾌한 컬러링이 들린다. 집주인은 자세를 가다듬고 눈을 내리깔며 집안 구석구석을 훑어본다.   집주인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내며) 여기, 이사비용하고 남은 보증금, 다 까먹고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약희가 신경질적으로 봉투를 받자) 거, 세어 봐요. 약희 (눈으로 대충 보며) 맞겠죠. 집주인 그런데 모기, 이제 더 없죠? (팔목과 다리를 긁적이며) 어휴, 그런데 왜 이렇게 간지러워. 하긴 이런 구질구질한 데서 내 피부에 트러블이 안 생기면 그게 이상한 거지. 소리 (경쾌한 소리로) 스피디하게 모시겠습니다.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손짓을 하며) 있어요, 우리 집에 모기가 있어요. 커다란 모기떼가 몰려왔어요. 집주인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며) 이게 무슨 소리야? 모기? 소리 네? 잠시 만요, 고객님. 담당자를 바꿔 드릴게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팀장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무영 지금 우리집에 난리가 났어요. 어마어마한 모기떼가 몰려오고 있어요. 집주인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모기떼? 방역업체 직원1 네? 이무영씨 이무영씨, 맞죠? 그런데 모기가 있다구요? 그것도 떼로? 무영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 아주 어마어마한, 그리고 커다란 방역업체 직원1 그럴 리가요? 그럼 본인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나요? 무영 소리가 들려요. (핸드폰을 공중에 대며) 수십 마리 아니 수백 마리의 모기떼 소리가 마구마구 들려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음… 바로 출동하죠.   무영이 잠시 큰 동작으로 모기를 쫓는 시늉을 하다가 귀를 막는다. 약희는 이런 무영의 행동에 당황하나, 그렇다고 무영을 말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집주인은 무영의 행동에 많이 놀란 눈치이다. 그러다가 잠시 집주인과 무영의 눈이 마주친다. 이때 둘 사이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갑자기 무영이 집주인에게 다가가 집주인의 뒷목을 찰싹 친다.   집주인 아! 뭐야? 무영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이, 거기가 집주인 목! 모기요? 무영 그러니까 모기가 모게, 모기가 모게… 집주인 네? 모…모기!   집주인이 목 주변을 문지르며 긁다가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 본다. 순간 멈추며 무영을 노려보지만, 무영은 무관심하게 계속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다. 바로 이때 초인종이 울리고 방역업체직원1, 2가 등장한다.   방역업체 직원2 네, 제로버그입니… 무영 빨리요 빨리. 이 모기들 좀, 정말 미치겠어요. 얘네들 좀 보세요. (손가락으로 허공과 집주인을 가리키며) 여기 여기, 지금도 막 나한테 달려들잖아요.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응시하다가 직원2를 힐끗 보고) 확인하지.   직원2는 바로 장비를 들고 구석구석을 확인한다.   무영 이놈의 모기들이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앵앵거리다가 지금은 숨어 있는 놈들까지 몰려나와 날 쫓아오는 거예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본인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셨다고 하셨죠? 무영 그, 그럼요.   방역업체 직원1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집주인과 약희에게 동의하느냐고 묻는 손짓을 취하자 약희는 모른 척 눈길을 피하고 집주인은 계속해서 몸을 긁적이며 모기를 피하는 몸짓을 취한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직원1에게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확인 결과 이곳에는 모기는 물론 날파리 한 마리도 없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역시 (무영을 보며) 들으셨죠? 무영 그럴 리가… 지금 이 소리 안 들려요? 지금 막 앵앵거리잖아요. 와, 미치겠네. 여길 보시라니까요. 여기 여기요, 이곳에서 났다가 아니 저기서… 방역업체 직원1 어디? 여기? 도대체 어디요? 한 마리라도 잡아보세요. 무영 (주변을 마구 돌면서 구석구석을 가리키다가 직원1을 돌아보며) 한…마리? 방역업체 직원1 (검지를 흔들며 단호하게) 한 마리! 우리 제로버그 스카이팀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리콜도 없는 퍼펙~팀입니다. 무영 퍼․펙․트! 방역업체 직원1 (짧게) 네, 퍼펙트. 집주인 그, 그럼 뭐야? 아까 내 목을 내리친 것은, 일부러… 이 사람들 안 되겠네. (뒷목의 부여잡으며) 이젠 폭행까지, 아이고 목이야, 아이고 목이야. 약희 폭행이라니요? 모기 잡을 때처럼 살짝 친 것을 가지고 집주인 살짝? 이게 살짝이야?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거기 젊은 총각, 이걸 보라고, 여기 여기, 보이지? 빨갛게 손자국 난 거. 방역업체 직원2 (집주인의 목 가까이 얼굴을 대고 살펴보다가) 제가 보기에는 그냥… 집주인 그냥? 그냥 뭐? 방역업체 직원2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냥 손톱으로 긁은 자국인데요.   어수선한 와중에 무영은 사람들의 대화에서 벗어나 있고 이러한 무영을 방역업체 직원1이 주의 깊게 살핀다.   방역업체 직원1 (곰곰이 생각하다가) 잠시, 잠시만요, 음,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이무영씨에게 들리는 모기 소리는 일시적인 환청인 듯합니다. 약희 (놀라며) 화,화, 환청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맞습니다. 환청. 과도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실제 없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종의 환각 현상이죠. 때에 따라서는 환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약희․집주인 !? 방역업체 직원1 환청은 낮은 단계의 벌레 울음소리나 소음과 같은 단순한 잡음에서부터 단계가 높아질수록 뚜렷한 내용이 있는 특정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기까지 합니다. 사람 말소리인 경우에는 불쾌감을 주는 간섭이나 욕, 또는 명령하는 소리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심지어 아첨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죠. (사이) 음… 제가 보기에는 이무영씨는 아직까지 환청의 초기 단계로 보입니다만,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높은 단계의 환청을 넘어 마약 중독과 유사한 환각 증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약희 그, 그럼, 지금 애아빠의 귀에 헛소리가 들린다는 말씀이에요. 방역업체 직원1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는요. 약희 (무영의 모습을 멍한 듯 바라보며) 그, 그래서 아까도… 어이구, 세상에 집주인 (다리와 몸을 어색하게 긁다가 무영을 노려보며) 뭐야, 그럼 완전히 미친 거잖아? 어쩐지, 아까부터 눈빛이 퀭한 게 이상했어. 흥, 이제 정신병원에 가야겠네. 약희 (순간 노려보며) 함부로 말하지 마요. 당신이, 당신이 뭔데 남의 남편한테 미쳤다고 해요. 집주인 아니, 이 여자가 누구한테 당신이래. 그리고, 없는 소리가 난다고 우기면 그게 미친 거지. (사이) 아님 뻔한 거지. 모기 소리를 트집 잡아서 여기에 더 눌러앉으려고 하는 수작이겠지 뭐. 누가 그 뻔한 속셈 모를 줄 알아. 이래 봬도 나 산전수전 겪으면서 당신들 같은 사람 많이 상대해 봤어. 흥~ 약희 눌러앉는다고? 우리가? 여기에? 아무리 없이 산다고 자존심마저 죽지는 않아요. (단호하게) 걱정 말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날짜 되면 이곳에서 나갈 테니까. 사람을 도대체 뭘로 보고 그래요. (무영을 보며) 당, 당신도 뭐라고 좀 해봐. 집주인 뭘로 보긴, 내 눈에 보이는 데로 보지. (혼잣말로) 딱 보니, 말 그대로 갈 곳 없는 거지네 뭐. 흥~ 약희 뭐 뭐, 뭐라고, 거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우리가 집을 빌린 거지 언제 당신한테 구걸을 했어? 집주인 구걸? 흥, 구걸은 아니어도 (무영을 곁눈질하며) 애걸은 했지. 약희 뭐, 뭐라고? 이 여자가 정말 집주인 뭐, 이 여자, 이제 갈 곳도 없는 밑바닥 주제에 집주인한테 감히,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약희 (순간 집주인에게 달려가 악을 쓰며) 그래, 그래, 나 이런 밑바닥에 산다. 이젠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방역업체 직원1, 2가 맞붙은 두 사람을 떼어 놓으며 진정시킨다. 그 와중에도 방역업체 직원1은 집주인 편을 간간이 든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해서 모기를 찾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자자자, 이제 그만, 그만하시고 진정하세요.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집주인 놔놔, 이것 안 놔? 깡패처럼 무조건 힘이나 써서 해결하려고 하고. 흥, 가진 것도 없는 것들이 분수를 모르면 교양이라도 있어야지. 약희 (악을 쓰며 다시 집주인에게 달려들며 몸싸움을 하며) 뭐라구? 깡패? 교양? 그래, 나 없어. 아무것도 없어. (한동안 엉겨 붙어 있다가 약희가 순간 엉엉 오열하며) 이젠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구.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들 두세요. 사모님, 사모님이 먼저 참으세요. 새댁도 진정을, 우선 진정부터 해요. (약희를 진정시키며) 그리고 새댁, 남편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 괜찮아질 겁니다. (둘 사이가 조금 누그러지자) 음…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는데… 사실 저도 집에선 모기소리와 마누라의 바가지 긁는 소리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러다 보면… 마누라가 모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마누라를 보며 모기 때려잡는 생각을 합니다. (모기 잡는 동작을 취하며) 이렇게요. 이렇게라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죠. (직원 2를 곁눈질하며) 안, 안 그런가? 방역업체 직원2 아 아, 네. (직원 1을 곁눈질하며) 사실 저도… 가끔 작업할 때 모기소리와 팀장님 목소리가 구별이 안 될 때가 있는데요, 그땐 이렇게… 방역업체 직원1 (싸늘한 미소로 직원2를 노려보며) 그래? 그래서 모기를 잡을 때 개잡듯이 후려치나? 방역업체 직원2 (뻘쭘한 표정) 그게 아니라 제 말은… 방역업체 직원1 (표정을 확 달리하며) 환청은 일시적인 현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죠. 약희 (멍한 무영을 순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기야, 무슨 말이든 말 좀 해봐. 집주인 이분들께서는 이 세상에서 배려와 관심이 가장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에요. 흥~ 약희 (순간 매서운 눈매로 노려보며)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 (절도 있는 자세로) 그럼 이만, 저희 제로버그의 리콜 서비스는 고객님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무제한 달려갑니다. 추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연락 주십시오. 집주인 어머나! 내 정신, 어머, 시간 좀 봐. 나도 늦었네. 오늘 계모임이 있었는데… 알죠, 내일 모레까지인 거. 약속이나 지켜요. 약희 맘 푹 놓으세요. 설사 붙잡아도 더러워서 나갑니다. 흥~ 방역업체 직원1, 2 퇴장. 집주인도 서둘러 따라 나선다. 무영은 계속 멍하니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며 힘없이 모기 잡는 행동을 취한다. 그런 무영을 약희는 흐느끼며 바라본다. 이 와중에도 중장비의 소음은 계속된다. 얼마 후 무영은 축 처진 채로 의자에 앉는다. 약희 (맥이 풀린 듯 울먹이며) 그런데 자기야, 이제 우리, 우리, 어떡하지? 무영 진짜 들렸는데… 지금도, 지금도 분명히 들리는데 약희, 망설이다가 무영의 뒤로 가서 조용히 어깨를 감싸자, 잠시 후 무영은 약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조명이 꺼진다. 공사장 착암기 소리가 집안 구석구석을 울린다. 실내조명이 켜지자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 있고 시간이 갈수록 중장비 소음은 커지면서 간간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약희 (몸을 일으켜 무영을 보며) 소리 들려? 무영 뭐? 약희 이 소리? 잘 들어봐. 무영 … 약희 이거 귀뚜라미 소리야.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벌써 가을이 오려나? 무영 (심드렁하게) 나도 알아. 모기소리가 아닌 거, 귀뚜라미 소리인 거. 약희 (사이) 삐쳤어? 무영 뭐가? 약희 아니다. 무영, 약희… 이때부터 아주 조금씩 실내 연기가 차오르는 것이 보인다. 무영 맞다. 조금 전에 하려던 말, 뭐야? 약희 (망설이다가 잔기침을 하며) 그래서는 안 됐는데… 무영 뭐? 약희 (뜸을 들이며) 엊그제… 자기한테 모기 같다고 말하고 확 뛰쳐나간 거. (사이) 그때는 모든 게 자기 탓 같았어. 자기가 한없이 못나 보이고 원망스러워서 울컥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어쩔 수 없었잖아. 자기도 지금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나라도 당신 편이 되었어야 했는데… (기침을 하며) 그래서 환청이 들렸나 싶어지구… (속삭이듯) 미안해. 무영 (홱 돌아서 등을 보이며) 스트레스가 확 더 쌓인다. 약희 (의아한 듯) 뭐? 무영 (귀를 파며) 환청이 들려. 예전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방금 내 귀에 들렸거든. 약희 (무영의 몸을 뒤집으며) 뭐야? 무영, 휙 뒤돌며 약희를 안는다. 그 후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애정이 담긴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때 무영이 기침을 하자 약희의 구토가 시작된다. 약희 (구토를 참으며) 나… 나, 괜찮아. 무영 미안해. 약희 … 무영 고마워, 함께해 줘서… 약희 난 편안해. 아무 말 (기침을 하며) 하지 마. 무영, 약희… 약희 아, 덥다. … 우린, 우린 그 약속은 지킬 수 있을까? (사이) 집주인한테 무영 (한참 생각하다가) 아마도 이때 무영과 약희는 한참 동안 기침과 구토를 반복한다. 한참 후 쪼그려 앉아 있던 무영이 무엇에 집중을 하며 귀를 기울인다. 무영 소리 들려? 약희 … 뭐? 무영 그러지 말고 잘 들어봐. 약희 (기침을 하며) … 무영 자자, (기침을 하며) 정신을 집중하고 우리의 처음을 생각해봐. 약희 처음? (사이) 처음이라… (기침 후 구토를 하며) 우리한테도 처음이 있었나? 무영 생각 안 나? 5년 전쯤에, 왜 있잖아, 강촌으로 동아리 MT 갔었을 때, (기침 후 헛구역질을 하며) 전혀? 음… 무영이 한참 헛구역질을 한 후, 엎드려 있다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손가락으로 점점 크게 원을 그린다. 그러자 연기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비눗방울이 서서히 날리기 시작한다. 무영 그럼 이 소리 좀 들어봐. 약희 소리? 무슨 소리가 나? 무영 잘 들어봐. 약희 (짧지만 심한 구토 후 웃으며) 혹시 자기, 또 환청 아냐? 무영 (진지하게) 지금 장난 아니야, (기침을 하며)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그리고 찾아봐. 약희 (조금 진지하게 살짝 눈을 감으며) 음… 들려. 물 떨어지는 소리랑, 계량기 돌아가는 소리, 음… 위층에서도, 어? 그 사람들, 그거 하나 부다. (애교 섞인 목소리로 기침을 하며) 에이, 부럽당~ 무영 참, 그런 소리 말고. 자, 마음을 편하게 눈을 감아. 그리고 천천히 집중해봐. 약희, 잠시 망설이다가 심호흡 후 진지하게 몰입한다. 점차 몽환적인 음악이 들릴 듯 말듯 울려 퍼지고, 이와 함께 환상적인 조명이 시작된다. 약희 음… 어! 이게 뭐지? 뭔가 들려, 음… 물소리랑, 바람소리 (일어나며) 어어, 잠깐 이건… 무영 들리지? 그럼 좀 더 주위 소리들을 찾아 봐, 그리고 느껴 봐. 약희 (다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음… 귀뚜라미랑 개구리 울음 소리, 어~어, 새소리도 들려.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순간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눈을 감고 좀 더 깊이 빠져들며) 이 소리 이 느낌, 왠지 낯설지 않아. 무영 이제 그럼 눈을 감고 소리가 느껴지는 곳을 찾아가 봐. 약희 (무영의 어깨를 짚은 채 천천히 일어나 걸으며)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내가 예전에 느꼈던 그 편안함, 그리고 설렘… 그러면, 그러면, 여기는… 아! 조명이 꺼진다. 환상적인 조명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점차 사라지면서 앳된 약희의 윤곽만을 확인할 수 있는 희미한 조명이 비춘다. 이때 분위기는 아늑한 꿈결 같은 분위기이다. 그 후 점차 계곡 물소리와 개구리소리, 새소리가 뒤섞인 자연의 소리가 함께 들리기 시작한다. 새소리는 뻐꾸기 소리이다. 약희 (황홀함과 나른함이 교차한 느낌, 그리고 혀가 약간 꼬인 발음으로) 여, 여, 여긴, 그러고 보니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 새소리도 들리네. 음, 이게 무슨 새더라? 딱따구리 소린가? 아니면… 부엉이? (이때 ‘뻐꾹’ 하는 소리가 들리자 손뼉을 치며) 아, 맞네요. 뻐꾸기. 역시~ 무영 선배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근데… 저기요, 선배님. 자꾸 선배님라고 하니까 좀 어색하네요. 그, 그러니까, 저기… 저는, 위로 오빠가 셋인데요, …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해서요, 그러니까, 저기 (사이) 그냥 오빠라고 하면 안 돼요? … 왜, 왜 말씀이 없으세요? … 네에! 진짜, 진짜루요? (한참 후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하늘을 보며) 무영, 무·영·오·빠. 그런데요, 하늘에 별이, 별이 보여요. 아주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무영 (소리)약희야! 야, 김약희, 너? 너! 약희 어… 어! 내 속에서 뭔가,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아. 잠깐만 여기서, 여기서 잠시 쉴래요. 약희 가 서서히 쓰러진 채로 눈을 감자 조명이 꺼진다. 잠시 후 급한 소방차의 경적소리와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무전소리 오전 02시 18분, 용안 4동 재개발 B-02지구 상황 발생. 도로 사정으로 소방차는 진입 불가능하며, 가스중독으로 인한 일가족 3명은 현재 후송 중, 이상. 조명이 꺼진다.
  • [세대갈등 넘어 소통으로] 110만 청년실업자의 항변

    지난해 8월 서울에 있는 S대 법학과를 졸업한 서모(28)씨는 1년 넘게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대기업 법무팀 입사를 목표로 독서실에 다니면서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한 달 식비와 교통비, 수강비 등을 합쳐 65만원을 쓰는데 대부분 부모님이 주는 용돈에 의존한다. 식당 아르바이트도 나가지만 손에 쥐는 돈은 고작 15만원에 불과하다. 서씨는 “나이는 먹어 가는데 취업문이 쉽게 열리지 않아 초조하다.”면서 “나름대로 시간 낭비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청년 실업자들의 고통이 나날이 깊어 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실업률이 6.8%로 1년 전보다 0.4% 포인트 올랐다. 청년실업자 수는 27만 9000명이었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연말 보고서를 통해 취업준비자와 실업자, 구직단념자, 취업무관심자 등을 포함한 ‘사실상의 청년 실업자’가 110만 1000명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통계청의 공식 집계보다 4배가량 많은 것이다. 서울 시내 10여개 대학과 노량진 고시촌, 정독도서관 등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인터뷰에 응한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려는 정부의 노력이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년 세대를 나약하다고 치부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았다. 서울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24)씨는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나오고 평균 학점은 B 이상이며 토익점수도 925점이다. 남들보다 모자라는 스펙(학점, 외국어 성적, 자격증 등 구직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조건)이 아닌데도 걸맞은 일자리가 부족하다. 정부와 사회가 청년 일자리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라고 말했다. K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국제스포츠단체 취업을 희망하는 이모(29)씨는 “40~50대들은 경제부흥기에 취직해 쉽게 사회에 진출해서인지 지금 청년 백수들이 고생하는 것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중장년층은 어려운 시대를 지나와 생활력이 강하지만 지금 20대들은 편하게만 살아서 나약하다고 보는 시선이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S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4)씨도 “은행 창구 텔러가 되려고 해도 금융자격증 여러 개가 필요하다. 기업과 사회가 20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모 세대는 청춘의 고통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사회 구조적인 잘못도 개인이 떠맡아야 할 부분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년 실업자들의 분노가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씨는 “기존 정치권은 일자리 창출 등 청년 관심사와는 동떨어진 주제로 치고받고 싸운다.”면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우리를 지지해주고 적어도 공감해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어 호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달인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중개업자 설움 줄이려고 액션플랜 가동”

    [달인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중개업자 설움 줄이려고 액션플랜 가동”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의 입에서 입버릇처럼 나온 말은 “왜?”였다. “왜 그럴까?”, “왜 문제는 끊이지 않고 반복될까?” 이런 문제의식이 끝내 그를 부동산 행정의 달인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12월 28일 만난 유병찬(54·시설5급)경기도청 부동산관리담당 팀장은 2009년 8월 지역 공인중개사협회 교육현장의 일화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도내 부동산 정책 담당자로서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하루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공무원 신분을 밝히지 않고 공인중개사 교육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 담당공무원으로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 거죠.” 유 팀장은 “그날 강사로 나선 사람 역시 공인중개사였는데, 강의 중 강사가 여담으로 자신의 아들 결혼 소식을 전하며 ‘상대 집안에 내 직업이 공인중개사라는 것을 밝히기가 꺼려졌다’고 말했다.”면서 “그 자리에 참석한 공인중개사 대부분이 그 강사의 마음을 이해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77년 지적 직렬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들어와 토지와 부동산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중개사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열등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부끄럽고 미안하게 느껴졌다.”며 “그날 이후 그들이 열등감을 가지게 되는 이유를 찾고 개선하는 일에 매달리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유 팀장이 찾은 해답은 ‘허위 계약’, ‘사기’, ‘먹튀’ 등으로 대변되는 무등록 중개업자의 불법 부동산 거래였다. 유 팀장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토대로 불과 5개월 만에 전국 최초의 ‘부동산 거래시장 선진화 10대 액션플랜’을 만들어냈다. 공식적인 퇴근 시간과 휴일까지 반납한 결과물이다. 그는 먼저 부동산 거래 시 소비자를 보호하면서도 합법적인 중개업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부동산 매물광고 실명제를 추진했다. 실명제를 통해 중개업자의 신분이 드러나는 만큼 중개업자 스스로 허위·과장 광고를 자제하는 효과를 내면서도 무등록자들이 시장에서 자동 퇴출되도록 했다. 현재 경기지역 등록 중개업자의 62.5%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부동산 거래가격 왜곡현상을 뿌리뽑기 위해 중개사무소 유리창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매물 정보 전단을 제거하도록 했다. 전단에 표기된 매물은 업계 용어로 ‘미끼매물’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중개업자는 물론 도내 중개업 담당 공무원 교육을 강화하는 아이디어도 냈다. 지금은 경기도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부동산 거래 시 단계별로 준비해야 할 서류 및 유의점 등의 정보를 담은 동영상 교육 자료도 제작하고 있다. 유 팀장의 ‘달인’ 선정이 더 뜻깊은 것은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추천으로 달인 후보에 올라 선발됐다는 점이다. 그는 “중개업자들은 단속과 계도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정책을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내년 국가직 공무원 761명 더 뽑는다

    2012년도 5·7·9급 국가직 공무원 선발 규모가 올해보다 761명 늘어난 3108명으로 확정됐다. 또 2013년부터는 9급 공채 시험에 선택과목이 도입된다. 행정안전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2년도 국가공무원 공채 계획’을 발표했다. 5급은 새해 2월 25일 1차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시행하며 최종 선발 인원은 올해보다 10명 늘어난 367명이다. 특히 내년 시험부터는 1차 시험에 ‘한국사’가 추가됨에 따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이상 자격이 있어야만 응시할 수 있다. 7급과 9급 시험은 각각 7월 28일과 4월 7일 필기시험을 시행한다. 7급 선발 인원은 올해보다 100명 늘어난 561명, 9급은 651명 늘어난 2180명을 선발한다. 한편 2013년부터는 국가직과 지방직 9급 공채 시험 과목이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분리된다. 현행 각 직렬별 공통과목인 국어, 영어, 한국사는 모두 필수과목으로 지정되고 행정법총론과 행정학개론, 회계학 등 기존 시험과목 외에 사회, 수학, 과학이 신규 선택과목으로 지정된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대구국세청장 하종화씨 광주국세청장 서국환씨

    대구국세청장 하종화씨 광주국세청장 서국환씨

    국세청은 부산청의 1급청 승격이 내년 초에 매듭지어짐에 따라 고위급 연말 인사는 ‘소폭’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세무서장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정기 명예퇴직제에 따라 수평적 자리 이동은 전년 수준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하 내정자, 9급 출신 ‘국세 행정 달인’ 국세청은 우선 권기룡 대구청장과 김형균 광주청장의 명예퇴직이 확정됨에 따라 28일 대구지방국세청장에 하종화(왼쪽·56) 서울청 조사4국장을, 광주청장에 서국환(오른쪽·56) 서울청 조사2국장을 각각 내정했다. 본청과 서울·중부청 등의 1급 및 국장급 인사는 빠르면 내년 2월, 늦으면 총선 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부산청의 1급청 승격에 따라 현재 서기관급이 맡고 있는 부산청 국장들의 직급 등 문제가 완료되지 않았다.”며 “내년 2월 말에 대규모 인사이동이 예고되지만 총선의 변수가 있어 아직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하 내정자는 1955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대구상고를 졸업한 뒤 9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했고 방송통신대와 건국대 행정대학원에서 만학의 꿈을 이뤘다. 37년간 세무공무원의 길을 걷고 있는 하 내정자는 이론과 실무를 두루 겸비해 ‘국세 행정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사무관 시절인 지난 1999년 ‘간편장부 제도’라는 소득세 기장신고 확대에 있어 획기적인 개선방안을 고안하는 등 평소 참신한 제도 발굴로 국세청 ‘아이디어 뱅크’로 불렸다. ●서 내정자, ‘국세청내 수재’ 평가 서 내정자는 전남 무안 출신으로 목포상고를 나와 7급 공채로 출발해 익산세무서장, 소득세과장, 조사2과장 등을 차례로 지냈다. 지난 1999년 서울청 조사2국 1과 근무 당시 사무관 일반 승진시험에서 최고 득점을 했을 만큼 ‘국세청 내 수재’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새해 달라지는 것들] 외국인 입국심사 때 얼굴·지문정보 제공

    ▲입국 외국인 지문 및 얼굴정보 확인제도 시행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은 외교관이나 17세 미만인 자 등 일부 면제 대상자를 제외하고는 입국심사를 받을 때 지문과 얼굴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저소득 한부모가족 공직진출 확대 2월부터 저소득 한부모가족도 9급 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저소득층 구분모집에 지원할 수 있으며 선발인원도 확대된다.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 체계 구축 3월 9일부터 초고층 건축물 등의 인허가 전에 사전재난영향성 검토협의제도가 운영되며 피난안전구역, 종합방재실 설치 등이 의무화된다.
  • 전문高 출신 35명 공무원 됐다

    전문高 출신 35명 공무원 됐다

    전문계 고교 재학생 및 졸업자 35명이 기능 9급 공무원에 최종 합격했다. 전문대 출신 4명도 공직사회에 발을 들였다. 행정안전부는 22일 올해 기능인재 선발시험 최종합격자 39명을 확정, 사이버국가고시센터(www.gosi.kr)를 통해 발표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기능인재 추천채용제도는 고교 등 학교 교육을 충실히 따른 인재를 공무원으로 채용해 학력 차별을 없애고 능력 중심의 공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특성화고·마이스터고·전문대학 재학 및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학교별로 성적 상위 10% 이내인 자를 최대 3명까지 추천할 수 있고 필기시험(국어·한국사)과 면접 등을 거쳐 선발한다. 이번 선발 시험에는 전국 150개 학교에서 추천된 262명이 응시해 평균 4.9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가운데 39명이 최종 합격했다. 합격자 중 특성화 고교 출신자 비율은 지난해 53.3%(16명)에서 올해 89.7%로 36.2% 포인트 상승했다. 또 전체 39명 중 34명은 지방 소재 학교 출신자로 나타났다. 합격자 평균 연령은 20세이고, 29명이 17~18세의 고교 졸업 예정자다. 행안부에 따르면 농림 직렬에 합격한 홍천농고 3학년 김민지(18)양은 당초 인문계 고교에 입학했으나 농업 실무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뒤늦게 농업계 고교로 전학해 강원도 대표로 ‘영농전진대회’에 나가 은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기계 직렬에 합격한 전주공고 3학년 황인성(17)군은 지게차운전·건설기계 기관정비·굴착기운전기능사 등 10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김홍갑 행안부 인사실장은 “기능인재 추천채용제도가 고교 출신 인재의 공직 진입 경로로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제도를 통해 우리 사회의 학력 만능주의를 해소하고 능력 중심의 채용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합격자 39명 외에도 우정사업본부 등 5개 직렬의 최종 합격자가 내년 1월 5일 발표된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서울신문이 뽑은 올해 ‘公試 10대 뉴스’

    서울신문이 뽑은 올해 ‘公試 10대 뉴스’

    바늘구멍처럼 좁은 길이지만, 합격할 것이란 낙관을 갖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사람은 꼭 합격한다는 것이 변함없는 고시계의 진리다. 내년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公試族)에게 수험전문가·합격자들이 한목소리로 “채용규모나 경쟁률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이라면 과감히 도전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1일 서울신문이 수험전문가들과 함께 다사다난했던 2011년 한 해 10대 뉴스를 뽑았다. ●응시 상한연령 폐지 영향 최근 강세였던 공무원 시험의 ‘여풍’이 올해는 한풀 꺾였다. 올 사법시험 여성합격자는 264명으로 전체의 37.3%를 차지했다. 지난해 41.5%보다 4.2% 포인트 줄었다. 행정직 5급 공채에서도 여성 합격자 비율은 올해 38.8%(101명)로 지난해(47.7%)보다 8.9% 포인트 급락했다. 꾸준히 여성이 강세를 보였던 외무직 5등급 공채에서도 여성합격자는 16명으로 전체의 55.2%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60%)보다 4.8% 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7·9급 공채에서도 여성합격자 비율이 지난해보다 1% 포인트 정도 낮아졌다. 반면, 늙숙한 공직 새내기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09년 공무원 채용 시험의 응시 상한 연령을 폐지한 이후, 고령합격자가 급속히 늘었다. 특히 2008년까지 7·9급 공채에서 시험을 치를 자격이 없었던 각각 36세 이상·33세 이상 합격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 9급 공채에서 33세 이상 합격자 비중은 2009년 11.1%, 지난해 15.5%, 올해 19.1%로 쑥쑥 커지고 있다. 7급 공채에서도 36세 이상 합격자 비중이 2009년 10.3%, 지난해 16.5%, 올해 17.8%로 커졌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50세 이상 7급 합격자가 3명이나 됐다. 또 사법시험의 40세 이상 합격자가 지난해에는 7명(0.9%)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1명(1.6%)으로 늘었다. 공무원 시험 합격자 중에 여성 비율은 줄고 고령자 비율은 늘어난 것에 대해 수험전문가들은 “2009년부터 응시상한 연령이 폐지돼 상대적으로 육아·가사 부담이 없는 남성 고령자의 유입이 많아졌기 때문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을 내놨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사회복지직 2147명 대규모 채용 공시족들이 가장 기다리는 소식은 채용인원이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올 9월 행정안전부가 ‘사회복지담당공무원 확충 시행지침’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면서 16개 시·도에서 9급 사회복지직렬 2147명을 신규채용한다는 공고가 나왔다. 앞서 지난 7월 정부가 ‘복지전달체계 개선 대책’을 발표한 터라 많은 수험생들이 지원 직렬을 변경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 시험을 보려면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필요해, 수험생들이 속성으로 자격증을 따는 방법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이런 대규모 ‘직렬 갈아타기’ 조짐으로 올해 비교적 쉬운 공직 입문 길로 인식되던 사회복지직렬 시험이 내년부터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올해의 경우, 시·도 평균 경쟁률이 10대1 안팎으로 여타 시험보다 매우 낮았다. ‘고졸 채용 확대’도 올 한 해 공무원 시험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중 하나다. 올 10월 이명박 대통령은 전국 특성화고 교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대학 졸업자 이상으로 대우를 받게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반영, 지난달에는 행안부가 특성화고·마이스터고·전문대학 출신을 대상으로 한 ‘기능인재 추천채용’ 규모를 당초 선발 예정인원 53명 외에 34명을 추가했다. 지난해 30명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채용 규모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기능인재 채용 범위가 국가직에서 지방직까지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 이달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은 9급 기술직 공무원 선발 시 전체 채용 인원의 20%를 고졸자 중에서 선발하기로 했다. ●5급 공채 면접 청탁에 공시족 경악 공시족을 분노케 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올 7월에는 국가직 7급 공채 필기시험이 치러지던 경남 창원의 한 중학교에서 응시생 한 명이 시험 시작 5분 만에 문제지를 들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우발적인 범행이었으며 문제지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의 공식 설명이다. 하지만, 자칫 문제지 유출로 국가 공무원 시험의 공신력이 추락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지난달에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고시식당 주인이 수험생들의 식권 값을 환불하지 않은 채 도주, 잠적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공식 집계된 피해액만 1000만원이 넘었다. 수년 전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신림동 고시촌 상가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악덕 상혼으로 안 그래도 궁핍한 생활을 해나가는 고시생들을 두 번 울린 일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올 10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기호 한나라당 의원이 한 5급 공채 2차 합격자의 면접청탁 문자를 확인하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많은 공시족들의 공분을 샀다. 이들은 “지난해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과정에서 불거진 채용청탁이 공채에서도 재현된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행안부도 수험생 자신이 직접 청탁한 것으로 밝혀지면 설사 이번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하더라도 불합격 처리하는 등 처벌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원에 한국사능시 일정 당겨져 올해는 또 공시족들의 집단민원으로 내년부터 5급 공채 필수자격시험이 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내년 일정이 당겨지기도 했다. 14회 시험이 애초 내년 2월 이후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원서접수 이전에 한 번의 기회를 더 갖게 해 달라.”는 공시족들의 계속되는 민원에 1월 14일로 앞당겨 시행된다. 이에 따라 5급 공채 원서접수 마감도 내년 1월 30일로 예년보다 조금 늦춰졌다. 사무기능직의 일반직 전환이 올해 국가직에서 일반직으로 확대된 것도 공시족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각종 공시족 카페에는 지난달 8~22일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서 이뤄진 ‘공무원 임용령 일부 개정안’에 대한 찬반토론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는 글이 올라왔다. 기능직이 일반직으로 전환되면 일반직 신규 채용 인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 때문인데, 행안부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공직 순혈주의를 타파하겠다.’는 자의반, ‘외교부 장관 딸 특채 파동’에 등 떠밀려 타의반으로 시작된 ‘민간경력자 5급 일괄채용시험’도 공시족들 사이에 많이 회자된 이슈다. 올해는 35개 부처 63개 직무분야에서 102명을 최종선발할 예정으로 현재 시험절차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앞으로 이 규모를 더 늘려 공직사회 다양화를 꾀하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신규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공시족이 많았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사설] 국산잠수함 첫 수출 防産도약 계기 삼아야

    대우해양조선이 그제 인도네시아 잠수함 도입 사업에 단독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지 두달 남짓 만에 본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방위산업의 본격적인 수출 시대를 열었다. 수출 잠수함은 우리 해군의 주력함인 209급을 국내 기술로 개량한 1400t급 3척이며 액수로는 11억 달러(약 1조 3000억원)에 이른다. 역대 단일 품목의 방산수출 계약 금액으로는 가장 많다고 한다. 국산잠수함 첫 수출의 의미는 크다. 우선 지난 5월 T50 고등훈련기 인도네시아 수출 계약과는 비교가 안 된다. T50과는 달리 잠수함은 해군 전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도네시아가 자기 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무기로 우리나라 제품을 선택한 것이다. 특히 원천 기술 보유국인 독일보다 뛰어난 잠수함을 만들었다는 것은 우리 조선기술의 우월함이 입증됐다고 봐야 한다. 방산 제품을 수출할 때는 단순히 제품만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하는 노하우도 수출한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우리나라 해군의 잠수함 운용 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올해 방위산업은 24억 달러(계약 기준)의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 주도의 집중적인 방위산업 육성 정책이 한국 산업·경제 발전과 조화를 이룬 결과로 평가된다. 덕분에 방산 수출 규모가 2006년 대비 10배가량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국제 방산시장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방산 수출은 수출시장 다변화 및 수출품목 다양화를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출 기반을 조성한다면 5년 뒤에는 수출 규모 100억 달러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잠수함 수출은 방산 수출이 국가경제 발전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방산 수출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 등 범정부 차원에서 방산업체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결함 없는 제품을 만든다면 방산 선진국가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고 본다.
  • [2011년 관가 10대 뉴스] (9) 기능직의 일반직 전환

    ‘사무기능직의 일반직 전환’ 문제는 올해 공직사회 내부의 주요 논쟁거리 중 하나다. 3년 전부터 국가직을 대상으로 실시되던 ‘사무기능직의 일반직 전환’이 올해 시·도 교육청을 포함한 지방직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일부 일반직 공무원들이 집단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정부가 전환 방식을 기존 시험중심에서 근무성적·경력 등 다른 요소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일반직과 기능직 두 직렬 간 갈등이 고조됐다. 일반직은 시험성적 등 공정한 전환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기능직은 경험이 우선돼야 한다는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공무원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실정이다. 정부는 전환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갈등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벌어졌다. 지난달 14일과 21일에는 교육행정 일반직 공무원 수백명이 각각 서울 정부중앙청사 뒤와 덕수궁 대한문 앞 등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시험준비에만 몇 년씩 투자해서 겨우 공무원이 됐는데, 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직으로 같은 급수로 전환된다는 것은 일반직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기능직 공무원들은 “과거와 달리 일반직과 기능직은 이제 하는 일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서 “시험성적만 좋고 경험이 없어 오히려 업무를 배워야 할 일반직 9급이 경험이 풍부한 7~8급 기능직에 업무지시를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반박한다. 일부 지역 교육청 공무원 노조에서는 이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일부 조합원이 탈퇴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8일 ‘공무원 임용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두 직렬 간 갈등을 예고했다. 개정안의 ‘사무기능직 공무원의 일반직 전환 시 시험성적뿐 아니라 근무성적·경력 등 다양한 요소들을 반영한다.’는 대목에 대해 일반직들이 ‘사실상 무시험 전환 특혜’라며 전환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국민신문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같은 달 28일까지 진행된 이 개정안에 대한 찬반토론에서는 1만 4000여명이 의견을 개진했고 조회 수만 11만여회에 달했다. 사상 최대였다.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오전에는 접속자가 순식간에 늘어나 신문고 홈페이지의 일부 기능이 마비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무시험 전환이 아니라 시험 평가요소에 근무성적이나 경력 등 다른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라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사무기능직 공무원들이 시험공부를 위해 업무시간에 자리를 비우거나 휴가를 내는 등 업무 공백이 발생하는 데다, 맡은 업무에 따라 시험을 준비할 여건이 다르다는 지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환에 반대하는 일반직 공무원들은 오히려 시험 비중 강화를 주장한다. 현재의 3과목을 일반 공채시험과 같은 5과목으로 늘리고 시험 난이도도 공채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능직 공무원들은 “오랫동안 행정실무를 수행한 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므로 공채시험과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시험성적보다는 실무능력이나 경험을 중시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논란은 전환에 반대하는 공무원 시험 수험생들까지 가세하면서 뜨거워졌다. 기능직이 일반직으로 전환되면 공채 규모가 줄 것이라는 걱정에서다. 행안부는 “사무기능직의 일반직 전환은 신규채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일축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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